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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 5월, 명사가 추천하는 책 선물 어때요

5월은 책 선물하기 좋은 달이다.온·오프라인 서점 교보문고가 명사 18인의 추천을 받아 선물하기에도 좋은 '꼭 한번쯤 읽어야 할 책들'을 소개했다.소설가 황석영은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열린책들), 이문구의'관촌수필'(문학과지성사), 지난해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르 클레지오의 '황금물고기', 신경숙의 '외딴방', 코맥 맥카시의 소설 '로드'(이상 문학동네) 등을 성인이 되는 젊은이와 직장인에게 권했다.그는 '그리스인 조르바'에 대해 "자신이 정한 가치만 잊지 않는다면 자유는 최고의 덕목"이라며 "조르바는 용기가 필요한 그 여정에 한 줌 빛이 되어줄 것"이라고추천 이유를 설명했다.소설가 신경숙 씨와 김연수 씨는 헝가리의 여성작가 아고타 크리스토프의 3부작소설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까치)을 추천했다.신씨는 "이 거짓말이라고 믿고 싶은 세계를 통과하고 나면 이 세상의 그 누구라도 이해하고 싶게 만드는 매혹적인 소설"이라고 평했고, 김씨는 "기이하고도 괴상한사람들에 대해서 다루지만, 끝까지 읽어보면 그게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은 사람들이라는 걸 알고 놀라기도 하고 다행스럽게도 여기게 된다"고 설명했다.'달콤한 나의 도시'의 작가 정이현은 중국작가 샨사의 소설 '바둑 두는 여자'(현대문학)를 골랐다.정씨는 "개인적으로 샨사의 소설 중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라며 '성장소설이라는 것을 읽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볼 것을 권했다.이밖에 경영전문가 공병호 씨와 소설가 은희경·구병모 씨, 동화작가 이금이·노경실 씨, 딴지일보의 김어준 씨, 동화작가 고정욱 씨 등도 각자 '꼭 한 번쯤 읽어야 할 책들'을 선정해 추천했다.명사들이 권하는 책 목록과 추천사는 교보문고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 주말
  • 연합
  • 2009.05.15 23:02

[책의 향기] 유길문 수필집 '책향기 사람향기' 펴내

'책에서 구하라.''사람에게서 구하라.'책을 통해 뜨거워지고, 멋진 사람들과의 만남을 이어주는 귀한 작업에 그가 있었다. 7년 째 단 한번도 빼놓지 않고, 토요일 새벽 독서모임'리더스클럽'을 지켜왔다. 회사원으로서 그럭저럭 사는 삶이 아니라, 가장 자신다운 삶을 위해 익숙한 것과의 결별을 시도한 것.유길문씨(46·전북은행 근무)의 「책향기 사람향기」(도서출판 웹)의 출간은 회사원이 아니라, 북 PD로서 새로운 문을 열기 위해 시도한 첫 결실이다.'좋은 책이 좋은 사람을 부른다'는 또다른 명제가 생겨났다."책은 47년간 준비했다고 봐야죠."로 운을 떼는 썰렁한 유머도 그만의 주특기."유려한 문장의 글도 아니고, 뛰어난 통찰력이나 직관력을 담은 책도 아닙니다. 책과 조우하며 행복했던 순간, 제 인생의 커다란 물줄기의 중심에 있던 사람들과 함께 했던 순간을 담았어요. 간절한 바람 하나를 이룬 것 같아 홀가분합니다."다분히 평범하고 또 다분히 내향적인 성격 탓에 어찌보면 40대 어느 중년과 별반 다를 바 없는 것 같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그를 좋아하는 것은 인간적인, 소박한, 따뜻한'유길문다운' 매력 때문이다.'나는 내가 정말 좋다''나는책이 정말 좋다'를 큰소리로 외치고, 고달픈 생활에 힘빠진 지인들을 위해 18번 '동반자'를 부르는 그는 영원한 청춘의 소유자.그만의 독서법을 담은 '독서파워 프로젝트', 안온한 그의 성품을 좋아하는 '향기를 만드는 사람들'의 날 것 그대로의 글도 함께 실렸다."주말마다 가족과 함께 하지 못한 게 늘 마음에 걸린다"면서도 또다른 책을 준비하고 싶다는 것을 보면 가슴에 커다란 불씨를 안고 사는 진정한 자기혁명가다.

  • 주말
  • 이화정
  • 2009.05.15 23:02

[책의 향기] 최만산 군산대 교수 두번째 시집 '나의 작은 잎새들'

들꽃 같은 시인이다. 이름 모를 꽃들이 피고 지는 순리에, 명징한 침묵 속의 자연을 응시하는 그다. 최만산 군산대 영문학과 교수(64)의 두번째 시집 「나의 작은 잎새들」(시문학사)엔 깊고 아늑한 적요가 묻어난다."산문이 하나씩 쌓아 올리는 건축이라면, 시는 극도로 깎아서 쪼아 만드는 한 편의 조각입니다. 압축미를 드러내는 장르죠. 영상에 길들여지다 보니, 긴 글은 잘 읽지 않은 시대가 돼 버렸습니다. 이런 변화를 외면할 수만은 없기에 시가 더욱 짧아져야 합니다."문학 소년이었던 그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시인의 꿈을 품었다고 했다. 공식적인 문단을 거부해 뒤늦게 1996년 「시문학」으로 등단, 마음 속 작은 잎새들을 띄워 보내게 됐다.꽃잎, 풀잎, 산, 노을, 별 등 자연이 시의 주된 소재. 그는"자연이 곧 나고, 내가 곧 자연"이라고 말했다.세익스피어 작품을 원서로 읽고 싶다는 갈증에서 비롯된 영문학. '문학의 길'은 결국 하나로 통하기 때문에 인간을 더 넓고, 깊게 볼 수 있는 안목을 배웠다고 했다.가톨릭 작가로 더 알려진 영국의 소설가 그래햄 그린의 종교관에 공감해 이번 시집 마지막 장 '당신에게 가는 길'엔 신을 향한 자신의 독백이 담겼다. 많은 사람들로부터 깊은 울림을 전했던 고 김수환 추기경을 향한 헌사, 간망의 시간을 태우는 신에 대한 기다림의 시들이 수록됐다.오는 8월, 그는 학교를 떠난다. 그간 번역되지 않았던 그래햄 그린의 또다른 소설집을 번역할 계획. 시집 출간에 대한 욕심도 없다. 써지는 대로, 안 써지면 안 써지는 대로 시상이 떠오를 때까지 기다릴 뿐이라고 말했다. 자아와 존재를 끊임없이 성찰하는 거울 속으로 들어가는 그림자가 길어질 것 같다.

  • 주말
  • 이화정
  • 2009.05.15 23:02

[책의 향기] 문학청년이여, 그대 작품에 메스를 대라

'문학 청년이여, 모여라!'최명희문학관(관장 장성수)과 전북작가회의(회장 이병천)가 6월 20~21일 전북 진안군 전통문화전수관에서 열리는'제3회 전북지역 대학생 문학워크숍'을 연다.참가 학생들의 습작품 (시 3편 이상, 소설·동화·희곡 등 1편 이상)을 받아 선·후배, 동료들의 '빨간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것이 특징.작가를 꿈꾸는 대학생 40명을 대상으로 30일까지 선착순으로 모집한다.초청 강사는 박형진 시인과 소설가 백가흠씨.부안 출신인 박 시인은 제도권 교육을 받지 않고도 1992년 「창작과 비평」으로 등단했다. 자신이 발 디딘 땅, 가족과 이웃, 바다 이야기 등을 싱싱하고 질박한 언어로 풀어냈다. 시집 「바구니 속 감자싹은 시들어가고」, 「다시 들판에 서서」와 산문집 「호박국에 밥 말아먹고 바다에 나가 별을 세던」, 「모항 막걸리집의 안주는 사람 씹는 맛이제」 등을 펴냈다.익산 출신인 백씨는 명지대 문예창작과를 졸업, 200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 소설집 「귀뚜라미가 온다」, 「조대리의 트렁크」 등을 펴냈다. 우리 시대의 극단적인 정신세계와 불편한 현실을 아이러니와 판타지로 녹여내는 독창적인 작품으로 주목을 모으는 기대주다.지역 출신의 시인, 소설가, 수필가, 아동문학가, 평론가와의 길고 긴 대화도 준비됐다.작품 전시회 외에도 진안 백운면의 문학기행도 이어진다.참가비는 1인당 2만원. 문의 063) 284-0570(최명희문학관). 275-2266(전북작가회의). www.jjhee.com

  • 주말
  • 이화정
  • 2009.05.15 23:02

[책의 향기] 기행집 '길 위의 풍경'·소설집 '개는…' 펴낸 김병용씨

1990년 소설가가 됐지만 해찰한 시간이 더 많았다. 그러다 문득 자신이 글을 쓰는 사람이란 것을 깨닫게 된 것일까.소설가 김병용씨(43·전북대 한국어교육센터 선임연구원)가 두 권의 책을 한꺼번에 펴냈다. 하나는 전북일보에 연재했던 글들을 묶은 기행집 「길 위의 풍경」(엘도라도)이며, 하나는 네 편의 중·단편을 엮은 소설집 「개는 어떻게 웃는가」(작가)다. 곧 소설가 최명희와 「혼불」에 대한 연구서도 낼 계획이다.게을렀다고 말하고 싶지만, 전북작가회의나 아시아아프리카문학페스티벌 등에 관여하며 보낸 시간들이 오히려 글을 쓰는 데 있어 성찰의 깊이를 제공해 주었다고 했다. 다른 길을 좇은 것에 대한 후회는 별로 없다. 그것이 당시 그 앞에 놓여진 삶이었다."돌이켜 보면 2008년 초 상실감과 무력감, 열패감에 빠져있었습니다. 대인기피증이 생길 정도로 사람들에 대한 마음의 빚도 컸죠. 이렇게 가라앉아 있을 수만은 없겠다는 생각이 들 때였는데, 마침 전북일보로부터 '길 위의 풍경'을 제안받았습니다."「길 위의 풍경」은 언젠가는 나올 책이었다. 틈만 나면 군지, 읍지, 여행기를 읽는 취미로 살다가 문득 직접 돌아다녀보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2005년에는 전북의 동남부 산악지대 1500리를 걸었다. 2006년에는 두 딸을 데리고 안데스 산지를 헤매고 다녔으며, 2008년에는 한반도의 서남부를 기행하고 7월부터 7개월간 전북일보에 연재했다.유홍준과 한비야 정도를 제외하고는 외국작가들이 완전히 장악하고 있는 기행문학시장에서 욕심을 내본다면 기행텍스트를 생산해 내고 싶었다. 세계 최초의 서사시 '길가메쉬'가 그러하듯 기행문학이야말로 문학의 원형에 가장 가까운 형태라고 생각했다. 실용서인 여행안내서하고는 다른 차원이었다."똑같은 풍경이라도 글을 쓰는 것과 쓰지 않는 것은 다릅니다. 나는 왜 이 풍경에 매료됐는가를 생각하고 글로 재배열하는 과정에서 미처 몰랐던 자기의 미의식과 세계관을 발견하게 되는 거죠."산과 산 사이, 강과 강 사이. 맨 처음 난 길은 인간의 길이 아닌, 자연이 만든 길이었다. 금강과 섬진강 줄기를 따라 옥정호 붕어섬을 시작으로 논산, 강경, 공주, 부여, 장흥, 벌교, 강진, 남해, 국토 최서남단 가거도까지, 한 겨울 일출을 찍기 위해 덕유산만 여섯번을 올랐으며 장자도에서는 길을 잃고 절벽에서 떨어져 죽을 뻔했다. 글의 3분의 1쯤은 풍경과 상관 없는 작가의 말이지만, 그래서 더 그 곳에 가고 싶어 진다."풍경을 기억하기 위해 기록하는 순간마다 나의 왜소함과 빈곤함이 적나라하게 드러났죠. 길 위에서 나라는 존재는 하염없이 작았습니다. 길 위에서 넘어지고 일어나며 여기까지 온 것 같습니다."입구만 보여줄 뿐 출구는 보여주지 않는 세상의 길과 글의 숲을 헤매고 다닌 시간. 누구는 타고난 역마살을 이기지 못해 여행을 한다고 했지만, 그는 "나는 왜 길을 꿈꾸고 또 막상 길 위에선 집으로 돌아갈 날만 손꼽았는지 아직도 그 이유를 정확히 모른다"고 말한다.하지만 길을 따라 걷는다는 것은 인류의 역사, 지구의 역사를 따라 걷는 것과 마찬가지. 여정이 계속되는 동안 그의 몸은 그의 마음을 위로했다.낯선 풍경은 그를 바꿔놓았고, 그 사이 소설은 손에 닿지 않는 열망 같은 것이 되었다.「개는 어떻게 웃는가」 속 주인공들은 소통하지 못한다. 그렇다고 해서 그의 소설을 '소통에 관한 서사'로 한정시킬 수는 없다. 단절의 극복에 대한 가능성을 부정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손쉽게 이뤄질 수 있는 장애라고 인정하지도 않기 때문이다.기존 소설에 불만이 있었다면 소설가의 생각에 따라 인물들의 성격이 부여된다는 것. 그 역시 그렇게 소설을 배워왔지만, 소설을 쓸 때 만큼은 누가 나쁘고 누가 좋다는 결과보다는 그렇게 된 과정과 배경에 주목해 왔다. 그의 소설, 그리고 「개는 어떻게 웃는가」가 어렵다면 아마 인물의 성격이 분명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 주말
  • 도휘정
  • 2009.05.15 23:02

[책의 향기] '시간의 심리학' 등

▲ 시간의 심리학사라 노게이트 저/ 갤리온/ 1만 2,000원이 책은 빠른 삶의 속도에서 허덕이면서도 정작 자신이 시간을 어떻게 쓰는지 모르는 사람들을 위한 심리학자의 시간 분석을 담았다. 똑같이 주어졌지만 다르게 흘러가는 과학적이고 증명된 절대적이며 상대적인 시간의 비밀. 현대인이 시간에 쫓기며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요인을 살피고 자신과 여러 심리학자들의 연구 결과를 토대로 우리의 시간을 재구성한다. 또한, 자신의 시간 습관을 다른 나라 사람들과 비교해 볼 기회를 제공해 문제점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불규칙한 노동시간과 특히 야간근무가 건강에 해로운지 설명하고 있으며 총 8장에 걸쳐 시간에 대해 이야기 한다.▲ 동양과 서양의 위대한 만남 1500~ 1800데이비드 문젤로 저/ 휴머니스트/ 1만 4,000원'베르사유 궁전에서 루이 14세는 삼복종이 상아로 만든 작은 젓가락을 이용해 식사하는 것을 보고 매우 신기하게 여겼고, 특별한 관심을 표현하기 위해 궁전 안에 있는 모든 분수를 틀게 했다'(본문 中에서)이 책은 1500~1800년 사이 있었던 중국과 유럽의 문화 교류 현장을 살피며 두 문화의 소통 역사에 대해 이야기 한다. 어느 한쪽이 우월한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수준 높은 문명과 지성에 충격 받고, 이해하고 수용하는, 때로는 오해하고 거부하는 과정이 담겨있는 것. 두 문화에 관련된 재미있는 에피소드들이 흥미롭다.▲ 남자, 그들의 이야기스티브 비덜프 저/ 젠북/ 1만 1,000원'남자들은 보통 침묵이라는 전통적으로 남자들에게 요구되는 사회적 요구에 순응해서 서로서로 고립된 채 개인적인 삶을 살아간다'(본문 中에서)호주의 남성 심리학자이자 작가인 스티브 비덜프가 이야기하는 남성 관련 글 모음집. 남자들이 인간으로서 마음을 여는 데 필요한 문제들을 다룬 이 책은 지금까지 남자들을 짓누르고 있는 불편한 고정관념에 대해 말하며 그것을 깨뜨리고자 한다. 작가, 의사, 군인 등 다양한 직종의 종사하고 있는 다양한 삶을 사는 사람들이 직접 쓴 사례를 소개하고 있으며, 이 안에서 남자의 감정들을 느낄 수 있을 것.▲ 왜 사람은 첫 눈에 반할까앤 데마레이스, 발레리 화이트 저/ 21세기북스/ 1만 3,000원내가 알고 있는 사람이 나를 모른다고?안타깝게도 일상에서 부지기수로 일어나는 이런 일들. 이 책의 저자이자 세계 최초 첫인상 컨설팅센터의 대표 앤 데마레이스 박사와 화이트 박사는 그 원인이 첫인상에 있다고 한다. 사람들은 몸짓과 시선, 대화 방식 등 첫 만남에서 얻은 제한적인 정보를 통해 지속되는 기억으로 작용 해 머릿속에 저장한다는 것. 이런 초두효과를 만드는 데 필요한 7가지 요소 성격, 관심, 공개, 대화, 관점, 매력에 대한 구체적인 전략을 안내한다.

  • 주말
  • 이지연
  • 2009.05.15 23:02

[책의 향기] 김병규씨 수필집 '시련의 강을 건너' 출간

그는 수줍게 잘 웃는다. 키와 나이에 걸맞지 않는 꾸밈없는 배냇 미소다.지인들은 "그의 고향인 부안 바닷가 바람속에 수줍어 눈감았다 뜨는 섬처녀의 순진함같다"고도 하고 "바닷가 갯골 냄새가 묻어난다"고도 했다.김병규씨(72)의 수필집 「시련의 강을 건너」(수필과비평사)엔 운명의 극복 세대를 살아온 가족사가 옴시래기 담겼다. 산전수전 다 겪은 탓에 글감에 관한 고민은 따로 하지 않아도 됐다. 뒤늦게 만난 행운이었다."어린 시절 배움의 한이 남아 있었습니다. 일제강점기 말에 숙부님이 항일분자로 몰려 옥사한 뒤 집안이 온통 풍비박산이 나서 공부할 기회를 잃었죠. 또다시 가난과 싸우며 가족을 부양하느라 놓쳤습니다. 하지만 마음은 언제나 글밭에 있어 늘 기웃거렸습니다."65세 늦깎이 등단. 꿈은 이루어진다는 말은 그에게 현실로 다가왔다. 전북대 평생교육원 수필창작과정을 통해 뒤늦게 뛰어든 글 바다는 또다른 세상이었다. 생각의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는 과정이 고통스럽고 힘들기도 했지만, 쓰고 나면 자식같은 애정이 솟아 놓을 수가 없었다고 했다.'어머니의 증언' '배웅' '시련의 강을 건너' '즐거운 우리 가족' '소나무를 닮고 싶다'로 이어지는 편편마다 솔직담백한 그의 개인사가 군더더기 없는 말끔한 문장력으로 풀어졌다. 전신마비의 딸을 위해 생활비 일부를 아껴 저축했던 100세 넘은 할머니의 지고지순한 모정애를 다룬 '사랑으로 지킨 모정의 세월'에선 휴머니스트적인 그의 면모가 잘 드러났다. 4남매 자녀들을 아들·딸로 구분하지 않고 키운 그만의 철학이 글로 빚어져 전주시 양성평등수기 공모에 당선되는 기쁨도 누렸다.앞으로도 흐트러짐없이 가야할 길을 뚜벅뚜벅 걸어가면서 더 완성도 높은 제2, 3의 수필집을 선보이겠다는 각오. 변산농업협동조합장을 역임한 바 있는 그는 2002년 「수필과 비평」으로 등단, 현재 전북문인협회, 수필과비평작가회의 회원으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 주말
  • 이화정
  • 2009.05.08 23:02

[책의 향기] 운동경기에서 배우는 삶의 지혜 등

△ 새크리파이스곤도 후미에 저/ 시공사/ 1만원시라이시 지카우는 촉망받는 육상선수지만 그에게 승리에 대한 압박감은 어깨를 누르는 돌덩이다. 떠밀리듯 앞으로만 나아가던 그는 어느 날 로드레이스 존재를 알게 된다. 200km에 달하는 코스에서 경기를 치루는 로드레이스는 팀. 자전거 경주로서 우승을 위한 에이스와 그를 돕는 어시스트로 구성된다. 지카우는 그 어시스트의 존재에 매력을 느낀다. 로드레이스와 저자 곤도 후미에가 만나 인생과 경기를 빗대 희생의 무게에 대해 이야기 한다. 경기 자체가 가지는 필연의 희생이 앞으로 인생에서 가지게 될 의미를 생각하게 된다.△ 생긴 대로 살게 내버려둬홍황 저/ 이미지박스/ 1만 2000원자신을 명문가의 불량한 딸이라고 정의하는 대범한, 호탕한 홍황의 이야기. 유명 인사들의 후광에 둘러싸여 부족함 없이 살지만, 그의 진짜 매력은 자신이 가진 개성과 반항심, 남다른 인생여정에 있다. 열두 살의 나이로 외교부에 발탁돼 미국으로 건너가 가장 먼저 느낀 것은 자신이 전혀 다른 모습을 가졌다는 것. 그 안에서 적응하며 찾아 낸 대응방법은 착하게 굴지 말기, 원하는 만큼 소리치기다. 아시아의 여걸의 삶에서 유쾌하고 통렬한 즐거움을 느껴보자.△ 아버지란 무엇인가루이지 조야 저/ 르네상스/ 2만원가족은 인간사회를 지탱하고 있는 가장 견고하고도 핵심적인 구성체. 그러나 자본주의의 물결과 세계화의 거친 풍랑은 이 소중한 정신적 안식처마저도 뿌리째 흔들어댄다. 특히 오늘날의 아버지의 모습은 '돈 벌어오는 존재' 쯤으로 치부되는 것이 사실. 저자 루이지 조야는 융심리학의 관점으로 아버지의 모습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탈리아의 권위 있는 심리학자이자 미국에서 활발한 심리상담가로 활동하고 있는 저자는 아버지가 탄생한 선사시대부터 출발해 아버지의 의미가 퇴색 된 현재까지 역사적으로 심리적·문화적인 원인들을 분석한다.△ 블루 스웨터재클린 노보그라츠 저/ 이른아침/ 1만 6,000원이 책은 자선과 기부, 비즈니스를 하나로 묶어낸 비영리단체 '어큐먼펀드'의 창시자인 재클린 노보그라츠의 모험기가 생생하게 담겨있다. 은행에 다니던 그는 자신의 꿈을 위해 아프리카에 과감히 뛰어들어 좌충우돌 시기를 거쳐 선구적인 기구를 설립하게 됐다. 20년이 넘는 국제은행 및 사기업에서의 경험과 아프리카 생활에서 얻은 깨달음을 바탕이 된 것. 기구가 설립 된 과정 뿐 아니라 경영기법과 노하우까지 담겨있다. 절대빈곤과 대학살의 참극 속에서도 용기와 희망, 인간으로서의 자긍심, 유머를 잃지 않았던 아프리카 빈민들의 이야기가 생동감을 더하고 진한 감동과 새로운 교훈이 가득하다.

  • 주말
  • 이지연
  • 2009.05.08 23:02

[책의 향기] 이선구씨 소설집 '유리병 속의 코끼리'

짧아졌다. 장편소설만 거듭 써오던 그가 칼처럼 날카로운 문장으로 다듬은 단편소설들을 쏟아냈다.소설 쓰는 안과의사 이선구씨(53·군산안과 원장)의 단편소설 모음집 「유리병 속의 코끼리」(도서출판 계간문예)는 또다른 실험적인 시도다."단편소설과 장편소설은 분명 다릅니다. 이전 작품인 「시의 갈레누스」(2006)가 국외를 무대로 고대 서양의학사를, 「왕롱의 잔」(2008)이 100년 후 중국에 그리스도가 재림한 상황 등을 상상해 썼다면, 이번 작품은 한국의 현실을 피부에 와닿게 풀었어요. 장편보다 더 녹록치 않단 생각이 듭니다.”농촌에 서양남성과 동거하는 박세레나를 등장시킨'라쿰파르시타'는 농촌 소재 연작소설의 틀을 깬 신선한 시도. '그 여름의 랩소디 하나'는 고교생인 철민과 영미의 성적 탈선을 소재로 쇼킹한 이야기가 긴장감있게 이어진다. '마몰클럽'은 얼떨결에 로또복권이 당첨된 주인공이 아내 모르게 돈을 '꽁'치려다 덜미가 잡힌 코믹한 설정. 곰살가운 20대, 으르렁거리는 30대, 한 번씩 앙앙거린다는 40대까지 서슬 퍼런 아내의 진화사가 잘 묘사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여자 심리는 영원히 해결되지 않는 숙제처럼 그려내기가 어려웠다고 했다."끈덕진 고독. 그것이 제가 글쓰기를 하는 결핍의 욕구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유리병 속의 코끼리'엔 제가 많이 투영돼 있어요. 질주한 세월동안 잊어버린 것이 많다는 걸 깨달으면서 돈을 벌기 위해 버렸던 가치나 사랑했던 친구들의 이름까지 기억하는 주인공 방공호가 저와 많이 닮았습니다. 그래서 애착이 더 가요.”'모든 것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되어가는 존재로서 생명이며 활동이며 자유'라는 베르그송의 말은 그의 글쓰기의 이유다. 또다른 장편소설인 이준 열사를 소재로 한 작품은 이미 글쓰기를 마친 상태. 열망하기에 절망하는 욕망의 실태래를 소재로 한 중·장편소설을 준비중에 있다고 말했다.

  • 주말
  • 이화정
  • 2009.05.08 23:02

[책의 향기] 윤사월씨 동화집 '반야심경을 물고간 뱁새'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어렵다고 알려진 불교 교리를 알기 쉽게 동화로 풀었다. 19세에 출가, 불국사·금산사 등을 거쳐 젊은 시절 10여년간 구도자의 길을 걸었다. 빈 손으로 왔다 가는 나그네의 삶. 윤사월씨(68)는 돌연 절을 떠났다.참다운 나를 깨우치기 위한 고뇌의 시간은 계속됐다. 불교경전 속에 답이 있다고 여긴 그는 어린이들과 어르신들이 함께 쉽게 읽는 불교동화를 쓰기 시작, 「반야심경을 물고 간 뱁새」(원리문학출판부)를 출간하게 됐다."불교교리가 쉽지 않습니다. 어렵기 때문에 쉽게 풀어쓰는 것은 깨달음 없이는 못 덤비는 일이지요. 저 역시 글 쓰면서 공부 많이 하게 됐습니다. 동화의 형식을 빌렸더라도 아이들은 어려울 수도 있지 않을까 싶네요."'소나무 3형제와 노스님 법문''검은 구름 흰 구름''굴뚝새 아들과 갈매기 손자''금시조'등 4부로 이뤄진 이 책엔 불교의 전인문학 지평을 열고픈 작가의 욕심이 담겼다.글을 쓰면서 어려웠던 대목이 불교용어 풀이였다고 말했다. '육도윤회(六道輪廻)''육바라밀(六波羅蜜)'등 불교경전 원리는 어른들도 이해하기가 힘들기 때문. 선악의 응보(應報)에 따라 육도(六道)를 윤회한다는 '육도윤회'나 보살이 열반에 이르기 위해 필요한 여섯가지 덕목인 보시, 인욕, 지계, 정진, 선정, 지혜를 뜻하는 '육바라밀'을 풀어 쓰기 위해 인물들을 통해 상황적으로 설명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앞으로도 불교 교리를 소재로 작품을 쓰고 싶다는 그는 이 책을 읽고 우주적 삼라만상에서 각자의 마음 안에서 안락의 세계를 찾게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 주말
  • 이화정
  • 2009.05.08 23:02

[책의 향기] 왕을 위한 변명 등

▲ 왕을 위한 변명신명호 저/ 김영사/ 1만 4,500원왕들에 대해 적은 않은 역사서들은 그들의 심리나 인간적인 모습을 담기 보다 역사적인 사실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책은 왕의 외면에 감춰진 인간의 심리를 통찰한 역사서로서 한 나라의 왕이기 이전에 인간이었던 10인의 조선 왕을 만날 수 있다. 형제이자 경쟁자였던 세종, 천륜마저 버렸던 인조 등 감정을 가진 왕들이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실존적 인간으로서의 왕과 역사적 사실이 더해져 더욱 재미있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만나보자.▲ 일상, 그 매혹적인 예술에릭 부스 저/ 에코의 서재/ 1만 5,000원줄리어드 음대 교수가 밝혀내는 걸작 창조의 비밀. 평범한 일상을 특별한 걸작으로 만드는 예술가들의 창조적 기술이 담겨있다. 우리가 예술에서 얻는 즐거움과 만족감은 무척 크지만 저자는 예술이 결코 특별하지 않다고 말한다. 일상적인 삶의 연속으로 우리 모두 이미 예술의 일부분이며 예술가처럼 살고 있다는 것. 이 책은 열망, 관찰, 비유, 문제의 재구성, 적극적인 참여라는 예술가들의 창조 행위 과정을 밝히며 이 5가지 기술을 훈련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품위의 재구성오선경 저/ 왕의서재/ 9,800원기업과 관공서 등에서 10년 넘게 컨설팅을 해온 저자는 신뢰를 형성하고 사람들을 얻게 하는 힘은 품위에서 나온다고 말한다. 과거 점잖고 중후한 이미지의 카리스마로 좌중을 압도하는 것에서 품위가 결정 났다면 이제는 순간을 사로잡을 수 있는 능력과 기술, 관계가 품위를 구성한다는 것. 재해석된 품위의 비결을 실천함으로써 어떤 상황에서도 사람들을 편하게 만들 수 있고, 존경과 사랑을 얻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7장으로 구성된 책은 순간을 사로잡는 방법, 품위를 구성하는 4가지 요소, 인간관계를 올바로 형성하고 유지하는 방법 등을 담고 있다.▲ 내 몸 희망 보고서아보 도우루, 히로 사치야 저/ 부광/ 1만 3,000원'약이 오히려 우리 몸을 아프게 할 수 있다!'현대의학 의료의 모순을 지적하고 질병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는 이 책은 두 명의 박사가 서로의 이론을 번갈아 전하는 형식으로 짜여져 있다. 자신의 병을 인정하고 그 원인을 파악해 면역력을 기르는 방법을 제시한 것. 약에 의존하기 보다는 면역력을 키워 자신의 몸을 지키자는 아보 도우루 박사와 병을 적대시하지 말고 우리 삶의 일부로 여기며 서서히 치유하자는 히로사치야 박사의 주장이 잘 담겼다. 병의 예방 뿐 아니라 치료방법을 더해 더욱 유익한 책이다.

  • 주말
  • 이지연
  • 2009.05.01 23:02

[책의 향기] '창비어린이' 아동문학 주인공 조명 세미나

어린이책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며 출판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가운데 한국 아동문학 속 주인공을 다각도로 살피는 자리가 마련됐다.아동문학지인 계간 '창비어린이'는 창간 6주년을 맞아 30일 오후 서울 서강대 동문회관에서 '아동문학의 새로운 주인공을 찾아서'를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아동문학평론가인 원종찬 씨는 방정환의 1927년작 '만년샤쓰'의 주인공 창남이와 권정생의 1983년작 '몽실언니' 속 몽실이의 모습을 분석하면서 20세기 한국 아동문학의 주인공들이 국민 대다수가 생존권 차원에 매달렸던 시대 어른의 짐을 나눠서 지고 어른을 대신한 '작은 어른'이었다고 지적했다.그는 이어 "어린이에 대한 이런 시각은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바뀌기 시작했지만 고만고만한 생활이야기들이 반복되는 문제점을 안게 됐다"면서 "주인공의 활동 무대에서나 작가의 태도 면에서나 '교복을 입은 아동문학'이라고 함 직한 현상이 나타났다"고 비판했다.그는 "권정생 이후의 주인공 대부분이 대부분 고된 '일'에서는 벗어났지만, 여전히 (기존 질서와 권위에 대한 거부와 극복이라는) 상징적 '아비 죽이기'에 실패하고 있으며 아울러 '교복'을 벗지 못한 상태임이 드러난다"면서 "현실은 위험한 곳이라면서 아이들을 품 안에 두고서야 안심하는 어른의 무의식이 '교복을 입은 아동문학'을 만든 것"이라고 지적했다.동화작가 김지은 씨는 '디지털 세계와 동화의 주인공'을 통해 작품의 주요 사건을 주관하고 자율적으로 모험에 뛰어드는 독립적이고 적극적인 인물이었던 근대 어린이 문학의 주인공과는 달리 디지털 시대 동화의 주인공들은 독자의 경험을 대행하는 보조적이고 소극적인 인물들이 적지 않다고 분석했다.그는 "'관찰자'라고 말하기에는 적극적이고 '주인공'이라고 말하기에는 소극적인 이러한 인물 유형은 스타와 대중이 자리바꿈을 하는 디지털 시대의 특성과 관련이 있다"면서 김려령의 '완득이'를 그 예로 들었다.이날 세미나에서는 이 밖에도 아동문학평론가이자 동화작가인 김현숙 씨가 어린이 책에 등장하는 어른 캐릭터를 분석한 '어른 등장인물 어디까지 왔는가'를 발표했다.

  • 주말
  • 연합
  • 2009.05.01 23:02

[책의 향기] 故 박경리 추모집·연구서 출간

'토지'의 작가 박경리가 신록의 계절에 '하늘의 토지'로 돌아간 지도 내달 5일이면 1년이 된다.고인의 1주기를 앞두고 지난 1년간 문단 안팎에서 지속된 뜨거운 추모 열기를 엿볼 수 있게 하는 추모집이 출간됐다.토지문화재단이 엮은 '봄날은 연두에 물들어'(마로니에북스 펴냄)에는 지난해 영결식과 추모식에서 각계 인사들이 읽었던 추모사와 조시 등을 비롯해 타계 이후 여러 잡지와 신문에 실렸던 문인, 지인들의 추모글들이 수록됐다.지난 1년간 통영과 원주를 비롯한 여러 단체에서 벌인 추모행사와 선양사업도 정리됐다.토지문화재단 상임이사인 소설가 최일남 씨는 생전 자신의 공간에 스스로를 가두고 지낸 적이 많았던 고인의 빈소에 여러 독자가 문상하러 온 모습을 보고 "작가의 진면목은 어차피 작품뿐이라는 사실을 새삼 통감했다"며 국장(國葬)을 방불케 했던 추모의 움직임을 기록하기 위해 이 책을 내기로 했다고 밝혔다.이와 함께 '토지'를 중심으로 고인의 작품세계를 재조명한 연구서도 1주기에 맞춰 출간됐다.문학평론가 김윤식 서울대 명예교수는 '박경리와 토지'(강 펴냄)에서 '김약국의 딸들', '불신시대', '표류도' 등 고인의 다른 작품과 더불어 대하소설 '토지'를 집중 조명했다.김 교수는 서문에서 "'소설이란 무엇인가'에서 '우리 소설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으로의 전환을 촉진케 한 계기를 마련해준 곳에 '토지'가 지닌 문학사적 의의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묘한 생각을 품고 오랫동안 머뭇거렸다"고 말했다.그는 '토지'를 한가운데 놓고 볼 때 앞 단계에 최명희의 '혼불'이, 뒷단계에 이병주의 '지리산'이 놓인다고 보고 "셋을 합할 때 또는 셋의 연속성이 보장될 때 그 셋은 개별적으로도 빛나지만 한 덩어리로도 다시 빛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한편 고인의 1주기를 전후해 서울과 원주, 통영에서도 추모 행사가 이어진다.최근 원주 박경리 문학공원에서 추모 사진전과 시화전이 열린 데 이어 내달 5일부터 25일까지 서울 신사동의 갤러리현대 강남에서 고인을 기리는 화가 김덕용의 작품과 고인의 사진, 유품 등을 만날 수 있는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박경리와 화가 김덕용' 전이 마련된다.내달 4-5일에는 박경리 추모공원 등 통영시 일대에서 여러 문인과 지인들이 참석한 가운데 1주기 추모제가 다채롭게 열린다.

  • 주말
  • 연합
  • 2009.05.01 23:02

[책의 향기] 이운룡 시인 손글씨 시집 '새벽의 하산' 엮어

그의 시 본적지는 새벽 산행이다.어린 시절 집으로 돌아오는 길, 고향인 진안 부귀산은 사람을 안온하게 안아주는 성자의 모습과 닮아 있었다. 가슴 한구석이 허물어지거나 키 높이 물컹한 슬픔이 다가올 때 그는 부귀산에서 어머니의 따뜻한 품을 떠올렸다. 자연을 향해 몸을 열었다 닫은 애잔한 감상이 그렇게 곱디 고운 시귀로 옮겨진 지 40여년 째.자신의 손글씨로 쓰여진 이운룡 시인(71·사진)의 육필 시집 「새벽의 하산」(지식을 만드는 지식)이 출간됐다. 1집부터 9집까지 그가 손수 꼽은 73편의 주옥같은 작품들이 가지런히 담겼다. 도서출판 지식을 만드는 지식이 한국문단에 오래 남을 시인을 매월 3명씩 선정, 그가 다섯 번째 주인공이 됐다. 시집을 펼쳐 들고, 오랜만에 그가 웃었다."컴퓨터 작업을 하다 보니 손글씨를 일절 쓰지 않아 애를 먹었습니다. 하지만 나로서는 아주 반가운 제의였어요. 지역에서 활동해왔던 내가 43명의 시인 중 한 명에 선정되다니. 어떤 작품도 대표시라고 내걸기가 마땅치 않아 한 편씩만 꼽았습니다.”그는 중학교 때부터 시인이 되고 싶었다고 말했다. 6·25로 폐허가 돼 버려 책·걸상도 없던 교실에서 초등학교 담임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소설을 읽어줬다. 논 7마지기가 그의 집 전 재산일 정도로 가난에 찌들어 대학교 진학을 접기도 했다. 달떡을 목메게 학교로 수시로 나른 어머니의 열성적인 교육열로 그는 뒤늦게 대학에 입학해 4년 내내 장학금을 받고, 졸업했다. 그만큼 치열했다.시상이 떠오를 때까지 몇 달, 몇 년을 기다릴 줄 아는 것도, 바닥까지 내려 앉았던 순간에도 기를 쓰며 살았던 것에 기인한다. 후배 시인과 만나면 농지거리로 "나 건드리지 마. 시 나온다.”고 하며 웃을 수 있을 만큼 여유를 갖게 됐지만, 시를 죄다 비우고, 영혼의 마른 바닥만 드러날 때까지 수도 없이 시를 길어올렸다."저는 다작의 시인도, 과작의 시인도 아닙니다. 시가 떠오르면 머릿 속에 담아오거나 어둠 속에 서서 또는 가로등 불빛 아래 쪼그리고 앉아 메모했다가 집에 오는 즉시 컴퓨터에 올려 썼다가 지웠다를 반복할 뿐이죠. 시평론을 시작하면서 10년의 공백이 있었지만, 시를 그만두고서야 다시 시로 돌아올 수가 있었습니다. 이젠 여한이 없습니다.”책 발간을 기념하는 작가와의 만남은 7일 오후 6시30분 전주 교보문고의 이음 공간에서 열린다. 그의 절친한 벗인 김남곤 전북일보 사장과 이동희 전북문인협회 회장, 표수욱 전북시낭송회 회장 등 지인들이 자리를 함께 한다.

  • 주말
  • 이화정
  • 2009.05.01 23:02

[책의 향기] '세계 책의 날' 맞은 서정환 신아출판사 사장

"돌이켜 보면 80년대가 가장 바빴던 것 같습니다. 그 때는 한참 운동하던 시절이라 운동권에서 나오는 인쇄물들도 꽤 많았죠. 정보과 형사들이 매일같이 드나들고, 사람들 눈에 띄지 않게 한밤 중에 몰래 찍어주기도 했죠. 그 때는 책도 많이 찍고 또 많이 읽기도 했어요."23일 '세계 책의 날'을 맞은 서정환 신아출판사 사장(69)은 "인터넷으로 '토닥토닥'하는 세상이 편해지긴 했지만, 책과 너무 멀어졌다"며 "책 속에 길이 있다"고 말했다.1970년 2월 7일 '신아문예사'로 문을 열었다. 월급도 없는 신문사 기자 생활을 하다가 사진에 취미가 있어 사진을 인화하는 일도 했다. 하지만 결국 다시 '종이장사'로 돌아왔다. 어떤 지도 모르고 젊은 시절 시작한 일. 1984년 '신아출판사'를 새로 창립해 여덟번 정도 옮겨다니다 현재 위치인 전주시 태평동에 정착했다."80년대는 책은 많이 읽었지만, 실질적으로 출판의 자유가 없던 때였죠. 민주화가 되면서 우리가 처음으로 등록한 잡지가 90년에 나온 월간 「소년문학」입니다. 내가 어렸을 때 산골에서 학교를 다녔는데, 담임선생님이 만들어 준 문집에 내 글이 실려서 그걸 들고 학교에서 집까지 뛰어갔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애들한테 꿈을 심어주고 싶었어요."92년 「수필과 비평」, 94년 「문예연구」를 차례로 창간했다. 수필을 '변두리문학'으로만 취급하던 시절, 「수필과 비평」은 평론을 붙여 수필의 위상을 높였으며, 전국적으로 500여명의 수필가를 배출해 수필의 저변 확대를 이끌었다. 60호를 낸 종합문예지 「문예연구」는 중앙으로부터 두차례 우수문예지로 선정되기도 했다.지역에서 출판사 이름을 가진 곳이 몇 군데 있기는 하지만, 원고료를 주며 직접 기획출판을 하고 서점에 책을 내는 곳은 신아출판사가 유일하다.2006년에는 2004년 세상을 떠난 아내의 이름을 따 '황의순문학상'도 만들었다. 올해가 4회째. 서사장은 "출판사를 하면서 아내와 동업을 한 셈"이라며 "뻔히 안팔리게 생긴 일을 하는 데도 군소리 없이 내가 하는 대로 지켜봐준 아내에 대한 보답"이라고 했다.그는 지역작가들에 대한 지원과 배려도 아끼지 않는다. 지역 문인들의 행사에는 빠짐없이 참석하고, 실비만 받고 출판해 주는 일이 허다하다. 때로는 공짜로 책을 내주는 경우도 있다. 책 한 권 내기 쉽지 않은 지역 작가들의 사정을 잘 알기 때문. 그는 "지역에서는 작가가 곧 재산"이라고 덧붙였다.서사장은 순창 출신으로, 1995년 「문예연구」를 통해 등단한 수필가이기도 하다.

  • 주말
  • 도휘정
  • 2009.04.24 23:02

[책의 향기] 김재영 전북대명예교수 '호남의 한' 펴내

"호남을 폄하하고, 전라도를 저항지역으로 왜곡해서 보는 사람들이 많아 늘 불만이었습니다. 역사학자가 아니기 때문에 전면에 나서지 못했죠."기축옥사((己丑獄事)가 일어난 지 420년이나 됐지만, 그날의 한(限)은 풀리지 않았다.아웃사이더로 역사 바로보기를 고집해왔던 김재영 전북대 명예교수(75·정치외교학과)가 「호남의 한」(한국학술정보)을 펴냈다. 호남인의 한이 있다면 역사를 통해 감정도 합리적이고 순리에 따르는 정신의 바탕이 돼야 한다고 강조한 것.서양정치사상사에서 한국정치사상사로, 더 깊게 한국정치사로, 더 자세하게 족보로 관심이 옮겨지면서, '호남의 슬픔'을 발견했다. 김 교수는 책을 통해'훈요십조''기축옥사'와 책 「택리지」 출간을 호남인 편견의 3대 사건으로 꼽았다."거짓말 좀 보태면 한국 역사의 1/4 이상이 추측성 입니다. 예를 들어보죠. 정여립이 큰 솥을 만들어서 반역군을 위해 밥을 해줬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밥을 먹은 사람도 없고, 큰 솥도 남아있지 않은데, 여전히 회자되고 있습니다. 이상하지 않습니까."이어 그는 '훈요십조'는 그 원본이 병선으로 타서 없어지고, 한 지역의 사람들이 보관하고 전달해 신빙성이 떨어지는 데다 차현 이남과 금강 밖의 땅은 호남 지역이 아니라고 말했다.정여립의 역모에 대한 기존의 해석과 다른 점도 조목조목 적었다. 역모는 단지 혐오에 불과하고, 정여립의 자살에 관한 근거가 애매한 데다, 그가 군대를 가진 것이 아니라 남언경의 분군 요구에 응했을 뿐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가 초당파적 진보적 태도를 가진 재야 지식인에 가깝고, 율곡 선생은 그의 스승이 아닌 존형이었다는 점을 서찰을 통해 설명했다."10년간 자료를 모으고, 정년퇴직 후 온전히 다 바쳤습니다. 정사(正史)인지, 야사(野史)인지 구별할 수가 없는 역사서적들이 많아서 제 책은 모두 각주를 달아 근거자료를 명시했어요. 말랑말랑한 역사 이야기에 길들여진 사람들은 반기지 않겠죠. 하지만 저 같은 사람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책의 가치는 후대가 평가할 겁니다."앞으로 그는 고향인 임실의 역사 들여다보기를 위한 「임실 인물사」(가제)과 「한국정치사상의 맥」(가제)를 출간할 계획이다.

  • 주말
  • 이화정
  • 2009.04.24 23:02

[책의 향기] 수필집 '상상만으로도 행복하여라' 엮은 정원정씨

"등단을 하셨던데요. 그 연세에 어떻게 글을 쓰시고…."등단 소식을 접한 지인이 말을 건네는 순간 정원정씨(80)는 무츰해졌다고 했다. 글 한 줄 변변히 못 쓰고 번다스레 넘겨버린 그 해 6월. 조카사위가 '이모님은 전성시대를 맞고 있다'고 했다나.'나는 할 수 있다'고 스스로 최면을 걸었다가 '제법이야'하고 자화자찬을 반복하기를 2년 째.수필집 「상상만으로도 행복하여라」(신아출판사)를 내놓았다."제 글은 잘 쓴 글은 아니여요. 산고의 고통을 겪고 쓰는 글은 주옥같이 잘 쓴 글인디, 나처럼 세상 뜰까 싶어서 막 써갖고는 안 돼요. 오락가락 허기도 허고."9년 전 한지공예에 '푹'빠져 팔순 기념으로 '정원정 팔순 기념 한지 공예전'을 꿈꿨던 적도 있다. 마음을 바꿔 수필을 선택했고, 변함없는 한지같은 오랜 친구를 얻었다.수필집은 '글밭을 가꾸며''사랑하는 내 가족''내 삶의 자양분''글밭에 꿈을 심고''오래된 기억''가슴 따뜻한 이야기'로 이어진다. 6·25 때 고향인 고창에서 인민군에게 끌려가 심한 고문을 당했던 아린 기억도 끄집어냈다. 스스로는 잡문이라 했지만, 서정적인 감성과 잊혀진 입말을 잘 살린 글이라는 평가가 많았다.20년 정읍 생활을 마감하고 그는 지난해 서울로 터전을 옮겼다. 나무가 클수록 멋진 나이테를 갖게 되듯 깊이있는 글로 더 많은 공감대를 얻고픈 욕심을 내비쳤다.고창 출생인 그는 2008년 「대한문학」 수필 부문으로 등단해 행촌수필문학회, 전북문인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 주말
  • 이화정
  • 2009.04.24 23:02

[책의 향기] 조선 백과사전 '임원경제지' 번역 출간

조선시대 최초의 백과전서 「임원경제지(林園經濟志)」 중 '본리지(本利志)'가 번역·출간됐다.「임원경제지」는 조선 후기 실학자 서유구(1764~1845)가 1804~1840년 펴낸 백과사전. 당시 조선 농업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동시에 자연관과 삶의 철학, 정신 수양, 가정경제 운영 등 실생활과 관련된 지식을 망라하고 있어 조선 후기 풍속사·기술사 연구의 보고로 꼽힌다. 한국문명을 이해하는 중요한 근거가 되는 책으로, 프랑스 계몽사상가들이 발행한 「백과전서파」에 비견되는 작업으로 '조선의 브리태니커'로도 불린다.「임원경제지」 '본리지' 간행은 6년 여에 걸친 시간이 필요했다. 정명현 김정기 임원경제연구소 연구위원 등 40여명이 참여해 「임원경제지」 번역에 착수했지만 빛을 보지 못하고 있자 전북대 인문한국 쌀·삶·문명연구원(원장 이정덕)이 「임원경제지」 간행위원회를 만들어 교열, 편집, 감수 등을 해 출간하게 됐다.이정덕 원장은 "「임원경제지」 번역은 임원경제연구소가 번역에 도전한다고 하자 적지 않은 숫자가 무모하다며 만류할 정도로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며 "농사, 수리, 공학, 도량형, 역사, 문헌 고증 등에 정확하고 종합적인 지식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본리지' 초고가 완료된 후에도 번역을 검토하고 난해한 문장은 토론을 통해 전문가들의 자문을 받는 등 2년 여 동안 공을 들여 번역문의 수준을 높였다.「임원경제지」는 113권 56책으로 이뤄져 있다. 그 중 '본리지'는 13권 6책으로, 농사에 관한 총론을 포함해 주로 곡물 농사에 관한 지식들이 망라돼 있다. 이원장은 "「임원경제지」는 중국과 우리나라 생물과학의 거의 모든 분야를 집대성한 새로운 백과전서로, 한국과학기술사 또는 농업기술사 연구에 좋은 자료가 될 것"이라며 "'관휴지' '예원지' '만학지' 등을 번역해 순차적으로 출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임원경제지」는 4~5년에 걸쳐 40권으로 완간될 예정. 최근 부분 번역이 몇 차례 시도됐었지만, 번역본을 완간하는 것은 170년 만에 이뤄지는 것이다.

  • 주말
  • 도휘정
  • 2009.04.24 2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