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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 상처 많은 두 소녀의 건강한 우정

최근 우리 책모임에서 한겨레 아이들에서 출판한 책「밴드마녀와 빵공주」(한겨레아이들)을 가지고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이 책을 읽기로 하고 처음 책 표지를 보았을 때는 판타지나 우스운 내용으로 생각했는데, 막상 책을 읽어내려 가니 내 예상과는 정말 달랐다.이 책은 6학년이며 같은 반인 두 소녀의 이야기다. 그러나 평범한 소녀들이 아니라 가슴에 많은 상처를 품은 아이들이다. 주인공인 박은수의 별명은 '밴드마녀'고, 방공주의 별명은 '빵공주'다. 둘다 엄마가 없는 가여운 존재다. 은수는 늘 온 몸에 밴드를 붙이고 다녀서, 방공주는 늘 빵이나 과자 등을 달고 다녀서 이런 별명이 붙었다.은수는 엄마와 둘이서만 살다가 죽은 줄로만 알았던 아버지가 등장한다. 자신을 키우겠다고 데려오는 바람에 엄마가 자기를 버린 게 아닐까 하는 불안감, 새 아버지 가족과의 갈등으로 마음이 상처를 받는다.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 몸에 자꾸 밴드를 붙이던 그는 상처 날 때마다 엄마가 붙여주던 밴드를 떠올려 붙이기 시작했기 때문. 엄마가 그리워서다. 이런 스트레스로 학교에서 누가 건드리기만 하면 거칠게 굴었던 은수에게 자신의 마음을 헤아려주는 친구를 만났다. 방공주는 아빠와 싸운 끝에 집을 나간 엄마를 그리워 하면서도 그걸 감추며 씩씩하게 아빠와 살아가는 소녀다."나처럼 자주 먹는 것은 마음이 허전하기 때문이래. 너 밴드 자꾸 붙이는 것도 마음이 아파서 그러는 것 같다."늘 밴드를 붙이고 다니는 은수에게 어느 날 방공주가 이렇게 말을 건넸다. 상처받은 은수의 영혼을 알아보는 속깊은 마음이 다가온 것이다.13살 소녀 순수하기만 해도 아름다운 시절, 그 어린 나이에 겪어야만 하는 그 고통이 고스란히 내 마음에 전해져 코끝이 찡해졌다. 상처투성이인 두 아이들은 서로를 의지해 조금씩 세상을 향해 문을 열고 세상 밖으로 나갈 수 있는 힘을 얻게 된다. 책을 읽는 내내 두 아이들의 대화 속에서 다시 한번 나를 돌아볼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어른이라는 이유로 내 아이에게 일방적인 대화만을 강요했던 건 아닌지, 아이의 마음을 난 제대로 이해하려고 노력은 했는지 이런 생각을 하게끔 하는 책이었다. 은수야! 공주야! 앞으로도 그 우정 변치 말고 쭉~ 행복하게 살아라!/김영자(어린이도서연구회 회원)

  • 주말
  • 전북일보
  • 2009.02.13 23:02

[책의 향기] 풀꽃향기에 담은 따사로운 고향 풍경

"까치는 저와 인연이 많습니다. 남동생이 고등학교 재수하던 시절, 합격자 발표를 기다리고 있었어요. 그런데 동생으로부터 떨어졌단 전화가 왔습니다. 낙담해하고 있으려니, 어머니께서 다시 알아보란 전화를 하셨습니다. 정월 초하룻날 까치가 문설주에서 울었다구요. 까치가 길조라는 걸 굳게 믿으셨던 거죠. 좋은 일이 일어났으면 좋겠다 하면, 어김없이 까치를 떠올리게 됩니다. 평생 글감이죠."문곡 최상섭씨(62·사진)가 「깐치밥」,「까치집」에 이은 「까치의 풀꽃 노래」(도서출판 한맘)를 펴냈다.'풀꽃들의 합창''고향 생각''천문동 계곡''서낭당''모정의 세월'로 엮어진 이번 시집엔 따사로운 고향의 풍경과 교단에 몸 담으며 가꿔왔던 야생화단지를 떠올리며 풀꽃 향기에 취한 심경을 담았다."제 고향이 김제 벽골제에요. 갯다리 마을의 느티나무, 보리밭 등 목가적인 풍경을 늘 좋아합니다. 들꽃을 좋아해 들꽃 전시만 6번 했고, 전국 방송까지 탔어요. 남들은 들꽃 전문가라고 하지만, 들꽃이 저고, 제가 곧 들꽃이라고 생각합니다."보릿고개 시절 학구열이 높은 부모님 덕분으로 현재의 자신이 있게 됐다는 그는 현재의 삶은 곧 부모님의 삶과도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병상에 누워있는 어머니를 위해 풀꽃 노래를 들려주고 싶다는 마음을 담은 '모정의 세월'은 그래서 애잔하다.어머니 가슴 속에 까치의 풀꽃 노래를 들려주고 싶다는 그는 이 책을 어머니에게 바친다고 말했다.김제 출생인 그는 2001년 '한국시'로 등단해 지난 9일 35년간의 교직 생활을 접기까지 원광대 국사편찬위원회 지역사료조사위원, 김제 아리랑 문학관 운영위원, 전북문협 이사, 원광문협 이사 등을 역임했다.

  • 주말
  • 이화정
  • 2009.02.13 23:02

[책의 향기] "영혼속에서도 시심의 씨알 만들고 싶어"

"영혼 속에서도 시심의 씨알을 만드는 무용을 열심히 하고 싶습니다. 무엇을 위해 살고 있으며, 어떤 일을 할 수 있는가 냉정히 묻는다면, 절망도, 기쁨도, 회의도 아닌 시를 쓰며 살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즐거움이기 때문입니다."양상욱씨(74·사진)가 「양상욱 시선집」(한국자유문예대학)을 펴냈다. 한국문예대학에서 21년간 시를 가르쳐왔던 그는 5년 전부터 암 투병으로 병원과 집을 오가며, 시작 활동에만 전념하고 있다."늦깎이로 등단했지만, 시로 상을 타보니 참 좋았습니다. 최근엔 몸이 안 좋아 마음만큼 못 쓰지만, 병원 신세 지는 동안 시는 제가 몸을 가눌 수 있도록 한 동력이었거든요."이번 시선집은 그간 내놓은 서정시들을 엮은 작품집.'임' '약수''책을 읽는 별을 보며''들꽃''감''종이와 연필의 만남에서''이슬이 밤이라야 사는 것은'등 총 7부로 꾸려졌다.'쪽빛 통치마'는 그가 애착을 갖는 시 중 하나다. 제주도 앞바다를 보고 한라산이 입은 아름다운 쪽빛 통치마가 생각났다는 그는 제주 바다의 신비로움에 감탄했었다고 회고했다.전쟁의 상흔으로 폐허가 된 자리에서 산도라지꽃을 응시하며 눈물을 흘리는 그가 있고, 세상살이에 지쳐 막소주에 취해 산자락에 안기고픈 그의 소박한 심경도 담겼다."몸을 추스려 다시 강단에 서고 싶은 게 유일한 바람이죠. 기억의 곡창을 채웠던 이야기들을 끄집어 내 시로 풀어낼 수 있는 그 날까지 시를 쓰고 싶습니다."순창 출생인 그는 「문예사조」로 등단해 풀잎소리동인 창립회장,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이사, 전북 문인협회 이사, 세계시문학연구회 부회장 등을 역임했으며, '세계시인금관상(1992)''한하운 문학상 특별상(2001)''문예사조문학상 대상(2007)''모윤숙 문학상 대상(2008)'등을 수상했다. 첫 시집 「짝이 된 새 」 이후 「무지개 타고 입맞춘 새」 「간이역의 애가」 「너는 그리움였다」「푸른 나무도 혼자서는 숲을 이루지 못한다」 등을 펴냈다.

  • 주말
  • 이화정
  • 2009.02.13 23:02

[책의 향기] 격정적 성격·독살된 임금…정조 '그의 진실은?'

조선 제22대 국왕 정조(正祖, 1752∼1800). 최근 정조 말년의 정국 동향을 밝혀줄 수 있는 어찰첩(御札帖)이 새롭게 발굴됐다. 어찰첩에 나타난 '인간 정조'는 알려진 바와 다르게 매우 격정적인 성격의 소유자였던 것. 과연 그는 어떤 사람이며 어떤 삶을 살아왔을까.▲ 정조어찰, 보물급 문화재성균관대 동아시아학술원은 지난 9일 정조 어찰 299통 5책 분량을 발굴했다고 밝혔다.성균관대 동아시아학술원은 이날 "원래 이 어찰들은 6책 분량이었지만 나머지 1책은 국립중앙박물관에 들어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으며, 국립중앙박물관은 12일 "1책 분량의 정조 어찰을 2003년 매입 형식을 통해 구입했다"고 공식확인했다.이 어찰첩은 정조가 예조판서와 우의정 등을 지낸 노론 벽파(僻派)의 거두 심환지(沈煥之, 1730∼1802)에게 보낸 것. 어찰(御札)은 임금의 편지를 말한다.어찰첩은 1796년 8월 20일부터 1800년 6월 15일까지 작성됐다. 정조가 친필로 심환지에게만 보낸 것으로 조선시대 어찰로는 최대 분량이어서 보물급 문화재로 주목받고 있다. 어찰 분석에 관여한 안대회 성균관대 한문학과 교수는 "국왕과 대신 사이에 국정 현안을 놓고 갈등하고 조정하고 첩보를 수집하며 여론 동향을 캐는 다양하고 은밀한 통치행위의 비밀이 담겨 있다는 점에서 획기적인 가치를 지닌다"고 평가했다.정조는 이 어찰들에 대해 폐기할 것을 명령했지만, 심환지는 어찰을 받은 날짜와 시간, 장소 등을 기록해 두었다.▲ 정조의 인간적 면모 드러나정조 어찰에는 무엇보다 정조의 인간적 면모가 잘 드러나 있다.정조는 심환지가 더 늙기 전에 그의 큰아들을 과거시험에서 합격시키고 싶었지만, 그렇게 하지 못했다며 아쉬워했다. 1799년 10월 1일, "300등 안에 미치지 못했으니, 이미 그럴 것이라 생각했다. 앞으로 기나긴 세월이 있으니 어느 때인들 합격할 수 없겠는가? 내가 굳이 이번에 하려고 한 것은 경이 심하게 노쇠하기 전에 자식이 과거에 합격하는 경사를 보도록 하고 싶었다"는 내용의 위로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자신을 보필하던 신하의 죽음을 겪은 뒤에는 그 심정을 전하기도 했다. "채제공이 죽었으니 텅 비어 사람이 없다고 하겠다. 근래에는 풍속이 야박하여 남인이 아무런 하는 일이 없는 것을 배꼽 잡는 웃음거리로 삼는다고 한다." (1799년 1월 18일)또한 자신의 건강에 이상이 있음을 여러차례 토로하기도 했다. 정조가 세상을 뜨기 13일 전인 1800년 6월 15일에 보낸 편지에는 "뱃속의 화기가 올라가기만 하고 내려가지는 않는다. 여름 들어서는 더욱 심해져 그동안 차가운 약제를 몇 첩이나 먹었는지 모르겠다"며 "모두 고생스럽다"고 호소했다.때로는 "매번 입을 조심하는 일 한가지만은 탈이 생기는 것을 면하지 못하니, 경은 생각 없는 늙은이라 하겠다"(1797년 4월 10일)며 꾸짖었으며, 때로는 "헤어진 뒤로 어느덧 달이 세번 바뀌고 50일이 지났는데, 그리운 마음에 잊지 못하고 있다"(1797년 10월 7일)고 마음을 담아보내기도 했다. 정조는 꽤나 감상적인 인물이었던 것. '입에 젖비린내 나는 놈' '호로자식(胡種子)' '욕을 한 사발(一鉢辱說)이나 먹게 만들었으니' 등 임금의 격조 있는 문투하고는 거리가 먼 것들도 많다.▲ 정조 독살 의혹 해소되나정조 비밀편지 공개 후 '정조 독살설'이 또다시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동안 정조와 심환지는 대립관계였으며, 정조가 심환지로 대표되는 수구보수파인 노론 벽파에 의해 독살당했다는 '독살설'이 퍼져 있었다.그러나 이 편지를 보면 심환지는 정조의 꽤 가까운 측근이었던 것으로 보여진다. 각종 현안이 있을 때마다 심환지에게 비밀편지를 보내 상의하고, 또 서로 미리 짜놓고 정책을 추진할 정도였다. 어찰 발굴과 분석을 맡은 측에서도 "적어도 이 어찰들을 보면 독살설은 사실이 아니다"고 말하고 있다.독살설은 '멀쩡하던 정조가 갑자기 죽었다'는 것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어찰에서 정조가 심환지에게 여러 차례 자신의 병을 호소했던 사실이 발견되면서 정조는 독살이 아니라 병사했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또한 이번 어찰 발굴로 「정조실록」이나 「승정원일기」의 기록이 일부 어찰 내용과 달라 역사학계는 "기록된 역사 이면에 진짜 역사가 있었다"며 혼란스러워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주말
  • 도휘정
  • 2009.02.13 23:02

[책의 향기] 베스트셀러, 영화·드라마가 좌우

문학으로 대표돼던 서점가의 베스트 셀러 자리가 바뀌고 있다.과거에 비해 순수 문학의 입지는 좁아지고, 빠르고 자극적인 다양한 미디어들의 인기 상승에 힘 입은 도서가 단연 인기다.애독자들 사이에서 사랑을 받았던 원작들이 영상화에 성공하면서 원작에 대한 관심이 높아고 있는 것. 덕분에 책을 읽지 않던 블루오션 고객들이 가세해 베스트 셀러 자리를 바꾸고 있다.1998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주제 사라마구의'눈 먼 자들의 도시'는 국내에 2002년에 출간된 책. 특별히 부상하지 않았던 이 책은 지난해 11월, 영화가 개봉된 이후 베스트셀러에 올랐다.최강희가 주연한 SBS드라마 '달콤한 나의 도시'가 인기를 끌며 작가 정이현의 2006년 첫 장편 동명소설도 이름을 알렸다.허영만 화백의 만화를 원작으로 영화와 드라마화된 '식객'과 '타짜'도 브라운관에 진출하면서 입소문을 타고, 서점가까지 영향을 미쳐 베스트셀러를 차지했다. 이들 책은 이후에도 꾸준한 판매율을 보이며 원작의 힘을 과시하고 있다.제 2회 세계 문학상 당선작인 소설가 박현욱의 '아내가 결혼했다'도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가 관심을 끌며 40만부 이상 판매를 기록해 서점가의 효자로 부상했다.5월 개봉을 앞 둔 댄브라운의 '천사와 악마'는 론 하워드 감독 톰 행크스가 주연한 예고편이 네티즌 사이에 퍼지면서 그 원작이 이미 4천만 부 판매를 돌파했다.스테파니 메이어의 동명 소설 중 1권을 원작으로 한 판타지 영화 트와일라잇은 개봉한 후 뜨거운 반응을 얻자 원작 시리즈인 트와일라잇, 뉴문, 이클립스에 관심이 이어지면서 베스트 셀러 상위를 꾸준히 지키고 있다.대재앙 이후의 지구를 배경으로 바다를 찾아가는 아버지와 아들의 여정을 담은 코맥 맥카시의'더 로드'도 의 영화화 결정이 주목받으며 상승세를 달리고 있는 추세다.존 번햄 슈워츠의 '내 생애 가장 슬픈 오후'는 이를 원작으로 한 영화'레저베이션 로드'의 국내 개봉(2월 19일)을 앞두고 최근 재발간됐다.역시 19일 개봉을 앞 둔 영화 '문프린세스'에 대한 관심열풍이 높아지면서 원작인 엘리자베스 굿지의'작은 백마'도 주목을 받고 있다.이 외에도 SBS에서 방영된 '바람의 화원', KBS2 에서 방영중인'꽃보다 남자'와 영화'모던보이','멋진 하루' 등 영상화에 성공한 원작들이 출판시장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는 분위기.전주 문화서적 조영환씨는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이상문학상 작품집의 경우 20~30부를 들여오는데 낱개로 팔리는 것을 고사하고 태반을 반품하는 상황"이라며, "요즘은 영화나 드라마화 된 작품들을 보고 서점에 와서 도서를 찾는 사람들이 훨씬 많다"고 말했다.

  • 주말
  • 윤나네·도휘정
  • 2009.02.13 23:02

[책의 향기] "문학은 마음밭을 가꾸는 일"

"글 쓰기에 있어, 글은 마음에서 비롯되는 정(情)의 실마리로 뜻(志)을 말함이요, 쓰기는 얻은 뜻을 나타내는 꾸밈과 무늬로서 형식미를 말할 수 있습니다. 문장(文章)에 있어서, 문은 정(情)에, 장은 꾸밈과 형식미에 따른 예술적 기능입니다. 그러므로 문학은 쓰기에 앞서 우선 정이란 뜻을 얻기 위한 노력이 있어야 합니다. 마음에서의 비롯함을 얻기 위하여, 마음의 밭을 기름지게 가꾸고 좋은 꽃씨나 나무의 싹이 솟아나게 하기 위해 마음을 정갈하게 비워둠이 꼭 필요합니다."(수필가 김경희)문학이 어렵게만 느껴진다면, 문학과 가까워지고 싶다면, 이 두 권의 책을 추천한다.수필가 김경희씨(63)의 「말로 전하는 문학의 이해와 수필의 산책」(도서출판 계간문예)과 문학평론가 정철성 전주대 교수(52)의 평론집 「새김」(컨티뉴). 두 권 모두 딱딱하지 않고 부드럽게 또 재미있게 읽힌다는 장점이 있다."책을 내는 동기가 있습니다. 노인대학(노인복지회관)에 수필창작반을 개설해 강의를 전담하게 되면서 항시 두가지를 생각했지요. 하나는 기다려지는 강의시간일 것, 두번째는 엷어져가는 생명의 시간 앞에 아름다움보다는 참을 말할 것이었습니다."김씨의 「말로 전하는 문학의 이해와 수필의 산책」은 노인들을 가르치며 이야기했던 내용을 알곡만 간추려 묶은 것. 그는 "나이 드신 분들 앞에서 내 영혼의 참을 쏟아내면서도 가르치면서도 배운다는 뜻의 '교학상장(敎學相長)'을 떠올렸다"며 "이 책이 예술적·문학적 길에서 희망의 어머니를 만나러 가는 데 있어 작은 등불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책은 제1부 '문학인의 삶과 그 이야기', 제2부 '수필문학의 읽기와 쓰기', 제3부 '좋은 수필 감상하기'로 엮어졌다. '원고지 쓰기의 이해'처럼 처음 창작에 도전하는 이들에게 유용한 내용부터 '작가와 독자는 궁합이 맞아야 합니다'처럼 손이 먼저 가게 되는 흥미로움도 있다. 여러 자료들을 꼼꼼하게 뒤져가며 쓴 글이라 더욱 믿음이 간다.정교수의 「새김」은 주로 지역의 작가들을 대상으로 한 의미있는 책이다. 「문화저널」에 햇수로 4년 남짓 연재하고, 「호남사회연구」, 전북작가회의 월례문학토론회와 「작가의눈」 등에 실렸던 글들을 묶은 것. 정교수는 "문학 작품을 감상하는 일은 삶의 큰 기쁨"이라며 "이런 기쁨을 나누기 위해 글을 썼다"고 말했다."아름다운 문학과 참된 문학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라고 하면 나는 선택을 미룰 것입니다. 아름다움과 참을 대립시키는 것이 나에게는 가짜 논쟁을 위한 꾐수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취사선택하는 것은 아름다움 또는 참이 아니라 그것을 느끼게 하는 작품입니다."정교수는 "과거에 써놓았던 글에서는 오류도 보이고 더러 생각이 바뀌기도 했지만, 그것을 고치기 보다는 다른 글을 쓰는 게 마땅하다고 생각한다"며 "스스로 허물을 드러내어 배우려는 정성으로 여겨달라"고 덧붙였다.책의 마지막, '전북시문학의 변화를 위하여'는 정교수의 글쓰기가 시작된 지점이기도 하다.

  • 주말
  • 도휘정
  • 2009.02.06 23:02

[책의 향기] '북한체제 들여다보기' 펴낸 이상휘 전북대교수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와병설이 한차례 휩쓸고 지나간 이후지만 아직도 그의 소식에 촉각을 세우고 있습니다. 북한 헌법에 따르면 국방위원장의 자리가 과거 주석직처럼 북한의 모든 권력의 정점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왜 김정일의 건강에 대해 그토록 민감한 반응을 보일까요? 김정일의 일신상의 변화가 북한의 변화를 수반한다고 보기 때문일까요? 개인적인 판단으로는 북한은 김일성과 김정일의 왕국이라는 생각이 듭니다."대학에서 북한학을 30여년 넘게 가르치고 있는 이상휘 전북대 교수(60)가 「북한체제 들여다보기」(형설출판사)를 펴냈다."김일성이 건국하고 그의 아들인 김정일이 승계해 현재도 권좌에 앉아있으니 북한은 김부자의 왕조와 다를 바가 없다"고 설명한 이교수는 권력이 한 사람에게 집중된 체제가 존속되는 이유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북한이 지탱되는 요체를 들여다보기 위해서는 외재적 접근보다는 내재적 접근이 더 유용하다는 생각입니다. 모든 체제는 우열을 떠나 그 나름의 독특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우리가 북한 체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북한 체제의 작동 체계를 파악할 필요가 있지요."이교수는 "우리 민족의 지상과제는 남북통일이라고 할 수 있다"며 "단순한 남북한의 합치가 아니라 모든 구성원들의 행복한 삶이 보장되는 공동체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파트너인 북한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책은 제1편 '북한체제의 특성', 제2편 '경제·교육·외교', 제3편 '동원체계'로 구성됐다.

  • 주말
  • 도휘정
  • 2009.02.06 23:02

[책의 향기] 꿈을 좇은 신라 '마의태자'

경주를 여행하다 깨진 기와조각의 '신라 천년의 얼굴'을 처음 보았을 때 신비스런 웃음이 매우 인상 깊었습니다. 마치 살아있는 듯했습니다. 어느 큰 기업에서 자기 기업 로고를 외국의 유명 디자이너에게 의뢰 했다고 하는데 그 다자이너가 제시한 로고가 바로 '신라 천년의 얼굴'에서 가져왔다고 합니다.경주에 여러 번 갔지만 널리 알려지고 보존이 잘 된 문화유산을 중심으로 둘러보고 둘레 풍경을 감상하고 오는데 그쳤습니다. 흔적만 남은 성터나 유적지는 슬쩍 둘러보는 정도였습니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창비)를 쓴 유홍준씨는 "인간은 아는 만큼 느끼고 느낀 만큼 보인다. 이때 아는 비결은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다"고 했습니다.오늘 우리 아이들에게 소개하고 싶은 책 「마지막 왕자」(푸른책들)는 역사를 느끼게 해주는 책입니다. 다르게 보는 힘을 줍니다. 작가는 중학교 때 금강산 기행문에서 마의태자에 대한 이야기를 읽고 신라에 깊은 관심을 가지게 되어 오랫동안 마의태자에 대한 진한 사랑을 가진 끝에 책을 쓰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기존의 역사책들과 다르게 역사적 사실들을 그대로 서술한 것이 아니라 역사를 흥미 있는 이야기 속에 담은 동화책입니다. 역사를 싫어하는 어린이들에게 다른 책에서 맛볼 수 없었던 또 다른 재미를 줄 것입니다.천 년의 역사를 이어 온 한 나리가 흥청거림을 견디지 못하고 무너진 역사는 어찌 보면 요즈음 경제위기를 맞은 우리 현실과 통하는 면도 있지요.순진한 막내왕자 선의 시각을 통해 작가는 현실을 뛰어넘는 마의태자와 현실을 따라간 경순왕, 형처럼 꿈을 좇고 싶었지만 현실을 따를 수밖에 없었던 선의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습니다.부귀영화를 버리고 영원한 신라의 태자로 남아 금강산에 들어가 죽을 때까지 나물죽과 삼베옷을 입고 살다간 마의태자의 절절한 신라 사랑이 내게 전해 오는 듯합니다. 마의태자는 "중요한 것은 이기고 지는 것이 아니라 그 정신이, 혼이 살아있는 것이라고, 신라가 망한다 해도 신라의 정신이 살아있다면 신라는 언제까지나 기억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선은 문득 깨닫습니다. 큰형은 자갈밭 같은 세상을 이겨내고 이 세상 너머에 있는 아름다운 그 무엇, 달처럼 영원한 그 무엇에 이르렀다는 것을요.작가는 역사에는 현실을 선택한 사람과 꿈을 선택하는 사람, 이 두 가지 부류의 인간형이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전자의 경우는 많고 후자의 경우는 드물지만 어지럽고 혼란스러운 역사가 그나마 길을 잃지 않고 바른 길로 나갈 수 있는 것은 바로 꿈을 택한 사람들의 눈물과 희생이 있기 때문입니다.우리 아이는 한 번도 싸우지 않고 금강산에 들어간 마의태자가 답답하다고 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요? 온 가족이 이 책을 읽고 토론해 보면 좋겠습니다. 경주로 답사여행을 떠나면 더욱 좋겠지요.이 글을 쓰면서 머리에 스치는 생각이 '신라천년의 얼굴'이 살아있는 듯한 것은 신라를 사랑했던 사람들과 마의태자의 혼이, 정신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김경희(어린이 도서연구회 회원)

  • 주말
  • 전북일보
  • 2009.02.06 23:02

[책의 향기] '오주석의 한국의 美 특강'

지인들에게 권하려고 새로 구한 책(33쇄본)의 띠지에 이런 글귀가 있다. "워싱턴 주미대사관이 선정한 전 세계에 한국을 알리는 가장 훌륭한 명저! 미국에 한류 열풍을 일으킨 우리 문화 입문서! ..공동번역 해 전 세계에 공개 중.."우리 옛 그림에 관한 저서들이 많다. 그 중에서도 3년 전 작고한 미술사학자 오주석의 저술들은 빼어나다. <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 1,2>, <그림 속에 노닐다>, <단원 김홍도> 등 중에서도, 이해에 어려움이 없어 읽는데 막힘이 없고 재미있으면서도 깊이 있기로 <오주석의 한국의 美 특강>을 들겠는데 이것이 그 책이다. 수많은 과대·과장 광고의 홍수 속에 살고 있지만 앞의 문구는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우리 그림을 포함한 우리 미술, 크게는 우리 문화의 맥은 일제 강점기에 끊겼고 그것이 채 복구가 안 된 채로 해방 후 서구화의 물결과 근간 세계화의 쓰나미를 맞았다. 우리 미술, 우리 그림을 매개로 그 끊어진 맥을 오늘에 다시 이으려는 저자의 열망이 책의 전편을 통해 절절하게 전달된다.오주석은 주류 사학계에서 다소 백안시되기도 하였지만 그 통찰, 안목, 비판의식은 단연 탁월하고 날카로우며 누구라도 쉽게 공감할 수 있다. 우리가 오늘날 책이나 영상 화면을 통해서나 미술관, 박물관에 방문해서 옛 그림을 접하는데 실상 그것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니, 보기는 보는데 보이지 않는 '시이불견(視而不見)'인 것이며 이는 그림을 마음으로 보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드라마나 영화를 통해서 우리에게 상당히 왜곡되게 각인되었을 단원 김홍도라는 인물의 진면목이, 오주석의 단원 그림 몇 점에 대한 상세한 읽기를 통해 제대로 드러난다. 김홍도 걸작 속에 담긴 깊은 이야기가. 그 도상, 조형성, 역사성, 당대성 등의 맥락에서 흥미롭고 실감나게 전해진다. 강우방 관장의 다음과 같은 추천사는 결코 공치사가 아니다."훌륭한 예술품에는 반드시 그것을 만든 사람의 훌륭한 정신이 깃들어 있고 그 시대적 상황이 반영되어 있으며 그러므로 우리는 예술품을 통하여 사람과 시대의 정신을 만난다. 예술과 정신과 삶이 하나인 예술품만이 영원한 생명력을 지니며 마력처럼 그 세계 안으로 끌어들이는데 오주석은 조선시대 그림들을 격조 있게 풀어나가면서 어떻게 할지를 머뭇거리는 우리를 그러한 영원의 세계 안으로 인도한다."단순히 외양을 닮게 모사한 것이 아니라 대상 내면의 정신, 진실, 기운을 담아내려고 전신사조(傳神寫照), 기운생동(氣韻生動)의 경지를 추구한 우리 옛 그림을, 그저 '보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읽고' 그를 통해 작가와 대화하기 위하여, 시간을 가지고 천천히 자세하게 그 그림 '안'에 들어가 보고, 옛 방식으로 보아야 하고, 원본을 직접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오주석은 지금 우리 문화며 예술은 일제 치하에서 타락한 양상을 그대로 이어받고 있다고 통탄한다. 그 때에 산산이 부서진 조선시대의 저력과 뛰어난 격조와 창의성과 감수성, 그리고 그 시대 사람들이 영위한 검소하고 도덕적이며 문화적인 삶의 가치를 재발견하자는 것이다.<바람의 화원> 신드롬 덕분에 간송미술관에서 신윤복의 원본 그림을 보기 위한 관람객이 장사진을 이루었던 사실은 고무적이기도 하다. 다음달 열릴 도립미술관의 조선후기서화명품전을 제대로 감상하기 위해서라도 이 책의 일독을 권한다./최효준(전북도립미술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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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02.06 23:02

[책의 향기] 연재를 마치며

한 장의 문서에서 옛 사람들이 살았던 모습을 찾기란 그리 쉬운 것은 아니다. 기록은 누구를 위해서 인위적으로 남긴 것이 아닌 사람들과 사람들이 살아가는 과정에서 무엇인가를 확인하고 증거로 삼기 위한 목적이 크기 때문이다. 증거라는 관점에서 보면 삶의 형태를 추적할 수 있지만, 그 삶의 흔적은 사회적 규율에 근거한 경우가 대부분이다.현존하는 대부분의 옛 문서들이 사회경제적 규정에 의해 생산된 것도 바로 그러한 이유들 때문이다. 사람들에게 부여되는 세금과 관련한 호적단자류나 토지매매를 증명하기 위한 명문(明文), 소송관련 문서와 개인의 관직 생활과 관련된 임명장 등이 자연스럽게 후대에 전해진 것은 어찌 보면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기록은 흔히 역사라고 한다. 그렇지만 모든 기록이 꼭 진실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기록은 인간의 행위 기록이기 때문에 그 행위의 진위에 따라 담긴 내용의 진실성은 얼마든지 변화할 수 있는 것이다. 진실의 여부는 기록을 남긴 자의 몫이기도 하지만 기록을 남긴 자의 생각과 판단이 사실의 진위에 반드시 연결되는 것만은 아니기 때문에 그것은 역사의 몫이다. 우리들이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았던 옛 문서 쪼가리에 눈길을 주고 그 내용을 알고자 하는 것은 역사의 구슬을 꿰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특히 낱장의 옛 문서들은 조선왕조실록과 같은 정사(正史)에서는 도저히 알아 낼 수 없는 풋풋한 삶의 모습들이 담겨져 있다. 매관매직이나 인신매매와 같은 교과서에서 배웠던 수많은 역사적 실체들의 구체적인 사례를 옛 문서는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이러한 수고로움을 통해서 역사는 다양해 진다. 후대의 사람들에 의해 역사적 사실의 진실성은 새롭게 밝혀지기도 하고, 다시 한번 확인되기도 한다. 물론 그것은 어떻든지 기록이 남아야 하는 전제를 가지고 있다. 기록이 남지 않았을 경우 진실은 때로 소문에 파 묻히기도 하고, 선량한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기도 한다. 내가 남긴 조그마한 문서 하나가 후대의 역사를 바꿀 수도 있고, 새로운 사실을 이야기해 줄 수도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그래서, 기록 남기기는 21세기를 살아가는 사람들에 주어진 생의 몫이다. 반드시 똑똑하고 출세한 자들만이 기록을 남겨야 하는 것은 아니다. 지극히 평범한 나와 내 주변의 일상들을 기록으로 남기고, 내가 살아가는 과정에 받거나 작성하거나 하는 숱한 문자기록들 역시 남겨야 할 대상이다. 기록의 양이 풍부하면 풍부할수록 후대의 역사가들이 해야할 수고로움은 늘어나겠지만, 인간의 삶을 구성하는 데에는 족하지 않다. 역사는 거창한 구호가 아니다. 모두가 역사가가 될 수 있고, 누구나 사관(史官)이 될 수 있다.그것은 지극히 평범한 일로부터 출발한다. 내가 태어나면서부터 현재까지 나와 관련된 기록들은 무엇이 있을까? 앨범을 뒤지고 주위 사람들을 탐문하고, 장롱 서랍을 찾아보면 새롭게 보일 수 있는 많은 기록들이 존재해 있다. 단편의 기록을 모아 정리하다 보면 나의 역사는 자연스럽게 정리된다. 그렇다고 기록 남기기가 '일'이 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일은 재미보다 싫증이 앞서기 때문이다. 커다란 상자 하나 정해 놓고 눈에 띄는 대로 모으다가 정년한 뒤 새벽잠 없어질 때 쯤 꺼내어 정리할 생각을 하면 참 편한 일이다. 혹 아는가 그 때쯤 나의 기록에 대한 새로운 신문연재를 할 수 있을지?지난 2년 동안 '옛 문서 향기'를 애독해 주신 많은 사람들에게 감사를 드리면서, 그저 누군가 해야 할 일을 대신했다는 정도의 위안을 갖고 싶을 뿐이다. 홍성덕(전북대박물관 학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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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01.30 23:02

[책의 향기] 5년 연속 베스트셀러 작가

국내에서 지난 5년간 꾸준히 베스트셀러를 낸 인기작가는 누가 있을까?27일 교보문고가 집계한 2004-2008년 문학 분야(에세이 포함) 판매순위에 따르면 이 기간 연간 판매순위 50위권에 한 번도 빠짐없이 랭크된 작가는 브라질 작가 파울루 코엘류와 일본 작가 에쿠니 가오리 2명이었다.코엘류는 2004년 '연금술사'와 '11분',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세 작품을 동시에 순위에 진입시킨 데 이어 '오 자히르', '포르토벨로의 마녀', '흐르는 강물처럼' 등 신작들을 잇달아 상위에 올려놓았다.특히 2001년 12월 출간돼 지금까지 총 120만 부가 팔린 '연금술사'는 2004년 문학분야 2위를 기록한 이후 5년 연속 순위권에 드는 저력을 보여줬다.에쿠니 가오리의 경우 대형 베스트셀러를 내지는 못했지만 '냉정과 열정 사이','도쿄 타워', '언젠가 기억에서 사라진다 해도', '반짝반짝 빛나는', '홀리 가든', '장미 비파 레몬' 등의 작품이 꾸준히 판매 상위권에 올랐다.소설가 공지영과 박완서, 시인 류시화, 일본 작가 오쿠다 히데오는 최근 5년 중4년 동안 50위권에 들며 코엘류와 가오리의 뒤를 이었다.공지영은 2006년 문학분야 판매 1위를 차지한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을 비롯해'사랑 후에 오는 것들', '빗방울처럼 나는 혼자였다', '즐거운 나의 집',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가 잇따라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다.박완서는 '그 남자네 집', '친절한 복희씨', '호미'가 2004-2005년, 2007-2008년 판매 상위를 기록했다.류시화 시인과 오쿠다 히데오의 경우 각각 시집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과 소설 '공중그네' 한 작품이 2005년부터 4년 연속으로 순위에 들었다.5년 중 3년 동안 베스트셀러를 낸 작가는 소설가 김훈과 정이현, 법정스님,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 알랭 드 보통 등 모두 14명이었다.김훈은 '칼의 노래', '남한산성', '현의 노래', '화장'으로 2004-2007년 순위에들었으며, 법정스님은 '홀로 사는 즐거움', '살아 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 '아름다운 마무리'가 2004년과 2006년, 2008년에 많이 팔렸다.베르나르 베르베르는 '나무', '인간', '파피용', '신', 댄 브라운은 '다빈치 코드'와 '천사와 악마', '디셉션 포인트', 알랭 드 보통은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우리는 사랑일까', '행복의 건축' 등을 잇달아 히트시켰다.이와 함께 미하엘 엔데의 '모모', 앤디 앤드루스의 '폰더 씨의 위대한 하루',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향수' 등과 같이 단일 작품이 3년 연속 순위에 오른 경우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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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합
  • 2009.01.30 23:02

[책의 향기] 켄트 가이의 '사고전서'

중국 청(淸)대의 가장 빛나는 지적 성과는 사고전서(四庫全書)를 편찬한 일이었다.건륭제는 각 성(省)과 현(縣)에 보관된 희귀본과 귀중본을 조사하고, 이를 필사해 북경으로 보내라고 명령했다. 개인장서가들에게도 자발적으로 책을 보내줄 것을 촉구했다. 1772년 겨울 무렵의 일이었다.이렇게 시작된 사고전서 편찬작업은 꼬박 22년이 걸렸다. 1만 680종의 책을 사부(四部), 즉 경전, 역사서, 철학서, 문학서라는 사고(四庫)로 나눠 그에 대한 해제집을 작성했다. 이 가운데 3천593종을 3만6천여 책으로 다시 필사했다. 마치 책으로만리장성을 쌓는 방대한 작업이었다.그러나 이처럼 빛나는 지적 성과에도 불구하고 편찬 과정에서 2천400여종의 책들이 파괴됐고, 약 400-500종의 책들은 개정됐다. 이를 두고 항간에서는 진시황의 분서갱유에 필적하는 '최악의 문단범죄'라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청제국사의 세계적 권위자인 켄트 가이 미국 워싱턴대 역사학과 교수가 쓴 '사고전서'(생각의 나무 펴냄)는 '동양정신의 기념비적 집성' 혹은 '최악의 문단범죄'라는 평가를 받는 사고전서의 편찬과정을 탐색한 연구서다.국내에 처음 번역돼 출간된 이 책에서 저자는 사고전서가 1770년대 후반과 1780년대 초반에 황제를 중심으로 조정에서 진행한 검열운동이었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저자는 건륭제가 역사상 가장 대규모의 서적 수집사업을 후원하고, 당대 최고의재능을 가진 사람을 조정으로 끌어모았으며, 학문적 평판과 그 후원의 정도에서 모든 전례를 압도했다며 이는 "역사상 가장 문명화된 제국에서 건륭제 자신이 지식인 공동체의 지도자가 될 수 있는 정당성을 입증해 준 것"이라고 주장한다.또 중국에 있는 모든 불온서적을 수거하려는 노력이 지식인의 저항을 받았다면 커다란 진전이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다만 검열은 만주족 처지에서 과거에 있었던 만.한사이의 갈등을 없애고, 만주족의 관습과 유산 및 전통에 대한 한족의 경멸을 나타내는 역사기록들을 삭제하기 위해 이뤄졌고, 한족 지식인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추구하는 차원에서 진행했다고 덧붙인다.저자는 사고전서 편찬작업에서 이뤄진 검열운동은 "신사.관료.황제 이익의 상호작용을 통해 발전했고, 거의 어느 한 쪽에 의해서 지배적으로 주도되지 못한 채 이뤄졌다"고 말한다.

  • 주말
  • 연합
  • 2009.01.30 23:02

[책의 향기] 본보 신춘문예 출신 장창영 '동백, 몸이 열릴 때'

"일반적으로 한국시단에서는 시가 앞서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보니 시조집 내기가 어렵습니다. 하지만 시나 시조나 일상생활이나 더불어 사는 이야기를 할 수 있는 하나의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시나 시조. 그 어느 쪽 하나 쉬운 길이 아니다.2003년 전북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된 장창영씨(42). 2001년 불교신문과 2003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시조가 당선됐던 그는 자신의 첫번째 책으로 시조를 택했다. 「동백, 몸이 열릴 때」(서정시학).'한밤, 별이 있어 세상이 따뜻한 것처럼 나도 네가 있어 살만했다. 어쩌면 나도, 너도, 이 세상도 오늘은 조금 더 멀리까지 왔구나'란 '시인의 말'처럼, 그는 이미 오래 전 시와 시조 양 쪽 모두를 자신의 숙명으로 받아들인 것 같다. 역시나 그는"학부 때부터 시와 시조를 같이 써왔을 뿐"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시가 여행다니면서 쓸 수 있을 만큼 편하고 자유로운 것이라면, 시조는 아무래도 한정된 틀 안에서 응축해서 끌어가는 힘이 있어야 하죠. 보통 시집을 많이 내지만, 순서보다도 완결성 있는 것을 택하다 보니 시조를 먼저 내놓게 됐습니다."20여년 동안 꾸준히 시조를 써왔다. 초창기 것들이 너무 형식을 의식한 나머지 부자연스러운 면이 있었다면, 지금은 한결 편안해졌다. 시조의 운율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이를 작가 자신의 능력만으로 재구성해 새로운 리듬과 감각을 보여준다. 현대인들에게 다가설 현대적 시조로서의 가능성이기도 하다.날카로우면서도 서정적인 감성도 놓칠 수 없다. 안도현 시인은 "시인의 눈길이 닿는 곳마다 꽃이 피어나고 시든 사랑이 되살아나니, 나로서는 그만 짜릿해지고 촉촉해지고 흠씬 흥건해질 수 밖에 없다. 이것은 시인의 촉수가 남다르게 예민하다는 뜻이며 사물과 풍경을 절정의 지점에서 감각적으로 흡입하고 있다는 뜻이다"고 했으며, 복효근 시인은 "언어적인 형식 뿐만 아니라 그가 시에 담고자 하는 내면의 풍경이나 정신적인 여정들도 차분하게 다듬고 오래 숙성시킨 발자취가 역력하다"고 말했다.제목에도 등장하는 동백. 한 권의 시조시집 안에서 유달리 많은 꽃들이 피어난다. 시와 시조를 통해 자신의 삶을 꽃 피우고자 하는 아름다운 소망의 표현일 것이다.장씨는 전주 출생으로 전북대 국어교육과를 졸업, 같은 대학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전주대 교양학부 객원교수, 중국 산동대 초빙교수, 서울대 국어교육연구소 박사후연구원 등을 역임했다.

  • 주말
  • 도휘정
  • 2009.01.30 23:02

[책의 향기] 자신의 감정에 충실한 것이 지혜로운 것

즐거운 방학이 시작된 지도 어느덧 3주가 되어 갑니다. 처음 방학식을 할 때 설레임도 이제 시들해지고 학원 다니기도 지칠 때 입니다. 어느 날 책 읽기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둘째가 불쑥 내민 책입니다."언니가 재미있다고 추천해준 책인데 정말 좋았어. 엄마도 한번 꼭 읽어봐"사춘기가 시작돼 자기 정체성을 찾아가는데 힘들어하는 초등 고학년부터 청소년기의 아이들에게 권합니다. 또 아이들과 부딪치는 횟수가 자꾸 많아져서 걱정하고 힘들어하는 부모님들께도 권하고 싶은 책 「해피 버스데이」(문학세계사)입니다.'넌 태어나지 말았어야 했어'11살 소녀 아스카는 모두에게 축복 받아야할 생일날 엄마에게 충격적인 말을 듣고, 마음의 문을 닫으며 목소리를 잃어버리게 됩니다. 오빠 나오토의 도움으로 시골 외할아버지 댁으로 가게 된 아스카는 그 곳에서 외할아버지, 외할머니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고 점점 사랑을 만들어 갑니다.'자신의 입장에서만 보면 사물의 본 모습을 보지 못한단다. 상대를 믿는 것, 용서하는 것은 자신을 소중히 하는 것이기도 해''자신의 감정을 소중히 해라. 좋은 감정 뿐 만 아니라 부정적인 감정 또한 자신의 일부분으로 소중히 하고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한다'할아버지의 따스한 마음을 나무 사이를 지나는 바람이 아스카에게 전해 줍니다. 할아버지 댁에 온지 4개월, 아스카는 마음의 목소리로 나무와 땅, 하늘, 바람 등 자연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됩니다. 어느 날 아스카는 오래된 엄마의 낡은 일기장을 발견하고 그 동안 알지 못했던 엄마의 비밀을 알게 되고, 엄마를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되면서 엄마의 슬픔과 아스카의 슬픔은 하나가 됩니다.'화가 날 때에는 네 맘껏 화를 내거라. 슬플 때에는 실컷 울고, 애써 참을 것 없다. 감정을 죽이는 것은 살아갈 에너지를 잃어버리는 거란다. 이 할아버지가 다 받아줄 테니까 안심하고 진짜 너를 표현해 보렴'아스카는 서서히 마음의 상처가 치유되고 드디어 집으로 돌아옵니다. 하지만 새로 전학 간 학교에서 친구들의 왕따 문제가 발생하게 되고 과거의 아스카가 아닌 변화된 아스카는 이 문제를 아주 적극적으로 슬기롭게 대처해서 해결합니다.'할아버지가 말했어. 마음이 텅 비면 하늘에서 힘을 얻으라고 말야'12번째 깜짝 생일파티에 가면서 아스카는 하늘을 쳐다보며 오빠에게 말합니다.아이가 나에게 뭔가를 말하려고 다가왔을 때 나는 충분히 아이의 말에 귀 기울여 들어주었는가? 그냥 바쁘다는 핑계로 다음에 얘기하자며 무심코 흘려버리진 않았는가? 알면서도 귀찮아 무시해 버리진 않았는가? 부모로서의 나 자신을 많이 반성하게 만든 책입니다.감정에 충실 하라는 할아버지의 말씀처럼 나의 감정을 솔직히 표현하며 살아가려고 합니다. 아이의 작은 단점을 크게 꾸짖어서 마음에 상처주기 보다는 아이의 장점을 찾아내 많이많이 칭찬해주고 싶습니다. 아이의 사소한 말 한마디에도 귀를 기울일 줄 아는 마음 따뜻한 엄마가 되고 싶습니다.스스로 자신의 문제를 이겨 낸 아스카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며 12번째 맞는 아스카의 생일을 진심으로 축하해 주고 싶습니다. "해피 버스데이. 아스카"/박상지(어린이도서연구회 전주지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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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09.01.30 23:02

[책의 향기] '짝꿍 바꿔 주세요' 등

▲ 짝꿍 바꿔 주세요노경실 저/ 주니어랜덤/ 8500원모두 다른 얼굴과 다른 성격을 가진 사람들. 하지만 어린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 조차 사람의 외모를 보고 판단하곤 한다. 주인공인 경지는 지저분하고 이상한 소리만 하는 짝꿍 준수를 못마땅해 하지만 어느 날 경지네를 찾아온 준수의 엄마를 만나고 준수를 이해하게 된다.이 책은 외모와 겉으로 드러난 특징만 보고 친구를 판단해 친구를 밀쳐내기 보다는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한번쯤 생각해 보게 도와준다. 친구를 생각하고 이해하려 한다면 싸우거나 왕따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 학교생활에서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를 소재로 하여 아이들에게 친근감을 주고 책 읽기에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생동감 넘치는 그림을 더했다.▲ 친구와 나누는 친구 이야기김민화 저/ 문학동네/ 1만500원친구와의 벽을 허물고 싶은데 마음대로 되지 않고 편을 나누게 된다면? 자꾸만 친구와 비교되거나 단짝에게 이성친구가 생기면 어떻게 해야할까?처음으로 시작된 어린이들의 '사회생활'에서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다름아닌 친구. 관계 맺음을 기초이면서 어떤 친구를 어떻게 사귀느냐에 따라 다른 가치관을 갖기 까지 한다.「친구와 나누는 친구 이야기」는 설교를 듣는 것이 아니라 또래 친구와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가는 자연스러운 분위기로 친구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문제를 해결해 준다. 이야기 속 주인공들은 다양한 사건과 갈등을 겪으며 아이들의 고민을 대신 풀어 줄 것이다. 우정과 친구의 의미, 관계에 대한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심리 동화.▲ 똑똑한 돈 이야기앨빈 홀 저/ 조선북스/ 1만5000원어려서부터 돈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과 바람직한 경제 개념을 갖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어릴 때 생긴 버릇은 커서도 계속 이어지기 때문. 특히 요즘처럼 경제 위기가 찾아오고 경제 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을 때면 아이들에게 맞는 책을 찾게 된다.이 책은 화려한 색감으로 가득 채워진 사진과 그림, 정확한 통계 등의 풍부한 자료를 통해 믿음을 줄 뿐 아니라 다채로운 구성으로 엮어 빠르고 복잡한 세계 경제 시장을 잘 나타내고 있다. 돈이 어떻게 생겨났으며 모양은 어떻게 바뀌었는지 돈의 역사를 비롯해 경제학에 대한 이야기와 돈을 버는 방법은 무엇이 있는지 소비자와 업주의 입장을 모두 담았다.▲ 우리 소 늙다리이호철 저/ 보리/ 8,500원'늙다리는 구유에 주둥이를 박고 콧바람 식식 불어 가며 맛나게 먹습니다. 송아지도 제 어미 옆에 나란히 서서 소죽을 먹고요.'(본문 中에서)순하고 착한 암소 늙다리는 꼬마 소년 호철이네 가족이다. 늙었지만 호철이 아버지와는 멋진 호흡으로 일하는 파트너. 소중한 식구로, 귀한 일꾼으로 대접 받으면서 살았던 행복한 소 늙다리와 겁 많고 철없는 장난꾸리기 호철이의 따뜻한 우정 이야기다. 주인공의 이름이 저자의 이름과 같은 것은 저자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모티브로 삼았기 때문이다.도시의 아이들이 쉽게 접하지 못하는 세상에 대해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할 수 있게 해주는 책.

  • 주말
  • 도휘정
  • 2009.01.30 23:02

[책의 향기] 상서(上書)

조선은 유교의 나라였다. 유교의 나라, 조선의 새로운 이념은 '민본(民本)'과 '본분(本分)'이었다. 백성이 근본인 나라, 그리고 나라의 모든 사람이 본분에 맞게 사는 사회를 지향했다. '君君臣臣父父子子'-임금이 임금답고, 신하가 신하답고, 아비가 아비답고, 자식이 자식다운 사회, 그런 나라를 조선은 꿈꾸었다.새로운 이념을 보급하기 위한 노력은 각종 윤리서의 편찬으로 이어졌고, 우리에게 잘 알려진 '삼강행실도'와 같은 이해하기 쉬운 '그림책'도 출간되었다. 뿐만 아니라 유교적 이념을 몸소 실천한 사람들에게는 여러 형태의 은전이 베풀어졌다. '정려(旌閭)' 역시 그러한 것 가운데 하나였다. 특히 '충효열(忠孝烈)'은 조선시대의 우선적 가치들이었기 때문에 이를 실천하는 사람들에게 정려를 내렸다.오늘 살펴 볼 고문서는 바로 정려를 내려달라고 요청하는 상서(上書)이다. 고문서의 주인공은 통천김씨 김병극(金秉戟)이다. 그의 효행은 어려서부터 자자하였다. 부모님께 아침저녁으로 문안하고, 들고 날 때 인사를 드리고, 친구와 놀러갈 때 어디로 가는지 행방을 알려 걱정을 끼치지 않았다고 한다. 어떻게 보면 너무 평범한 모습이라고 하겠지만, 사실, 이 '평범한 실천'이 효의 근본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옛사람들은 효를 백행(百行)의 근본이라고 하였다.아버지가 앓아 눕게 되었을 때, 그는 아버지의 병을 자신이 대신 앓게 되기를 하늘에 빌었고, 똥맛을 보고 병세를 살피면서 극진히 보살폈다. 제철 아닌 음식을 마련하기 위해 성심을 다해, 한겨울에 왕상(王祥)이 잉어를 얻은 것처럼, 맹종(孟宗)이 죽순을 얻은 것처럼 아버지에게 드릴 음식을 준비하기도 했다. 그의 효행에 감복한 사람들이 '아름답구나! 효자여! 이 사람이야말로 어진 사람이로다!(休哉孝子哉 斯人也仁人哉)'라고 극찬하였다고 한다.조선의 전통적 질서가 흔들리기 시작하는 19세기 후반, 여전히 효를 인(仁)의 근본이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있었고, 김병극의 효성스런 삶을 사람들에게 알리고자 하였다. 효의 실천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김병극처럼 하면 된다고 말하는 것 같다. 이것이 어디 부모와 자식에게만 해당되는 것일까?사람의 가치가 돈의 가치에 밀리고 있는 시대에 살면서, '민본'을 지향했던 조선이 '자본(資本)'을 지향하는 대한민국보다 나았을지도 모른다는 '비역사적인' 생각마저 든다. 생존 자체가 위협되는 생활 속에서 '인간적인 삶'을 생각하자는 소리가 누군가에게는 공허로운 말일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무엇이 우리의 삶을 참으로 가치있게 하는가? 우리의 삶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무엇인가에 대해서 정말이지 진지한 성찰이 필요한 시기인 것 같다. /이선아(한국고전문화연구언 전임연구원)

  • 주말
  • 전북일보
  • 2009.01.16 23:02

[책의 향기] 임혜지의 '내게 말을 거는 공간들'

나나 애들이나 아파트를 싫어하여 작은 마당에 감나무 두 그루가 있는 코딱지만한 단독주택에 살고 있는 나는, 애들도 크고 해서 조금 건평이 넓은 곳을 찾다가 포기해버린 기억이 있다. 대부분의 지역을 아파트가 점령하였고, 그나마 후보지로 눈여겨보았던 곳들도 하나하나 음식점에게 잠식되고 있었다. 풍수(風水)를 고려한다든지 하는 것은 아예 사치가 되어버렸다. 그래서 절망감에 낡은 실내구조를 리모델링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고, 그 편이 속이 시원하였다.예전에 선비들은 살 집을 짓는 것으로 자신의 인생과 학문을 완성한다고 하였다. 그 말 때문인지 나는 집을 가능한 주의깊게 살피는 버릇이 생겼다. 나도 지어보려고. 모든 일이 그렇듯이 볼수록 어렵게만 느껴진다. 아마 보는 눈이 없어서 그럴 것이다. 아직 도가 트지 않은 것이다.그래도 들어서면 휑한 집이 있고, 한숨 자고 싶은 집이 있다. 정말이지 귀신이 나올 듯한 집이 있고, 기도를 하지 않아도 천사가 되지 싶은 집이 있다. 집을 나서며 떠밀리는 느낌을 주는 집도 있고, 엄마가 안고 있다가 내려놓는 듯한 집도 있다. 동선(動線)이 어지러워 화장실을 다녀오면 옆집을 다녀온 듯한 집도 있고, 별로 넓지도 않은 집인데도 우주여행을 하는 듯한 집도 있다.이 책은 내 몸의 연장인 나의 집, 그리고 내 몸과 집의 연장인 도시와 그밖의 공간들에 대한 사색이다. 실은 사색만이 아니라, 저자가 건축가로서 발로 뛰며 먼지를 뒤집어썼기에 가능한 내공이 곳곳에서 느껴지는 글이다.솔직히 말하자면, 난 건축가라고 하면 공사장 십장같은 투박함이 연상되지, 섬세하고 깊이 있는 안목이나 필력이 있으리라고 기대하지 않았다.(십장님들께는 죄송) 그러나 역시 프로의 세계는 무서운 것이다. 이 분도 도가 튼 분 중에 하나인 듯하다. 전문성에 더하여, 삶에 대한 통찰력과 따스함을 함께 갖추었다는 점에서.예를 들어보자. 칼을 최소한으로 대는 방법을 찾는 독일의 문화재 보존 방식에 대하여, 저자는 "현재의 기술에 대한 겸손과 미래의 기술에 대한 믿음이 자리잡고 있다. 나날이 발전하는 후손들의 능력과 인성을 믿고 소중한 과제를 넘겨줄 수 있는 올바른 세대교체의 모습이기도 하지만 인간에 대한 근본적인 믿음이라고 하겠다"고 말한다. 200년 된 건물을 철거하기 전에 먼지와 비둘기 똥 속에서 실측조사를 하는 장면은 일과 하나가 된 저자의 삶이 읽힌다.무엇보다 여러분들도 따라해 볼 일이 있다. "이 세상에는 내 것이 아닌데도 내 것처럼 즐길 수 있는 것들이 널리고 널렸다. 바깥 공간이 특히 그렇다. 도심의 가로수 밑에 싱싱하게 가꾸어진 한 뼘 잔디밭일지라도 보고 즐거워하는 사람이 바로 임자다"라는 저자의 말에 따라, 난 한국고전문화연구원 앞에 마주보이는 경기전을 확실히 내 앞마당으로 간주하기로 했다. 담장을 나의 심안(心眼)에서 지우고! /오항녕(한국고전문화연구원)

  • 주말
  • 전북일보
  • 2009.01.16 23:02

[책의 향기] '책과 노니는 집' 등

▲ 책과 노니는 집이영서 저/ 문학동네/ 9,5000원조선시대 천주교 탄압을 배경으로 한 역사소설. 화사하면서도 잔잔하고 한국적인 정서가 깊게 배어나는 그림이 어우러져 이야기의 맛을 살려준다.주인공 '문장'의 아버지는 책을 베껴쓰는 필사쟁이. 어느 날, 천주학 책을 필사 했다는 이유로 관아에 끌려간다. 장이의 아버지는 천주학 책을 사간 사람들에 대한 신의를 지키며 끝까지 입을 열지 않고 죽을 만큼 매를 맞고 돌아오지만 주위 사람들은 오명을 쓸까봐 장이 아버지를 모른 척 한다. 혼란에 휩싸인 세상을 아이의 눈으로 바라보며 시대의 모습을 담담하고 정밀하게 그린 역사 동화로 조선시대 사회상을 알 수 있다. 어려운 단어가 나올 때 마다 주석을 달아 어린이들이 내용을 이해하는데 어렵지 않을 것.▲ 그림으로 보는 거의 모든 것의 역사빌 브라이슨 저/ 까지/ 1만 9,000원어린 시절 수식과 표만 가득한 과학 교과서에 실망한 저자가 쉽고 재미있게 만든 과학 책. 대폭발에서 인류 문명의 출현에 이르기까지 지구의 거의 모든 것에 대해 피상적인 수준을 넘어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서술했다. 무엇보다 우리 은하와 태양계를 비롯해 다윈, 뉴턴, 아인슈타인 등 과학자들의 이론까지 실려 있음에도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짜임새 있게 설명했다. 섬세한 그림까지 더해져 호기심 많은 아이들에게 안성맞춤.한 특정 부분만을 다루는 책이 아닌 다양한 과학지식 전반을 파학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른 책들과 차별을 뒀으며 현대부터 지금까지의 과학을 총체적으로 정리할 수 있게 도와준다.▲ 옛 시로 읽는 고려 역사진천용 저/ 키즈조선/ 9,800원어머니가 그리운 바우덕이는 춤을 추며 '처용가'를 부르고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내는 상감은 '가시리'를 부른다. 전쟁터에 나간 애인을 그리며 부르는 '동동'과 신분차별로 산으로 도망가며 부른 '청산별곡'. 고려 역사를 따라가 보면 고려가요가 한눈에 보인다.시라고 하면 왠지 어렵게 생각되고 더욱이 고전 시가라면 거부감이 드는 것이 사실이지만 고려시대 이야기 사이사이 들어있는 고려가요는 오히려 더 재미있다. 시가 나온 배경과 시대를 알고 나면 오히려 더 친근하게 느껴지는 것. 이야기 속에서 시를 배우고 이야기를 들으면 고려시대 조상들의 생활 풍습까지 배울 수 있는 책으로 7편의 고려가요를 만날 수 있다. 고려가요 원문도 함께 실려 있다.▲ 역사 질문 77정수경 저/ 주니어김영사/ 9,500원옛날에는 저축을 어디에 했을까? 신윤복은 정말 남장 여자였을까? 내시는 결혼을 했을까 안했을까?엉뚱하게만 생각할 수 있는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호기심을 질문으로 만들어 옛날 생활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주는 책. 외우지 않아도 머릿속에 쏙쏙 들어오도록 재미있게 엮어내 우리 역사에 대해 흥미롭게 다가갈 수 있도록 구성했다. 또한 역사적 근거를 토대로 만들어 흥미 위주로만 치우치지 않고 역사 속의 재미난 이야기를 읽는 것과 동시에 과거 조상들의 생활상을 이해할 수 있다.생활, 인물, 임금, 사회제도, 음식, 자연?과학 총 6개의 큰 주제 아래 77가지의 질문이 큼직큼직한 그림들과 함께 실려 있다.

  • 주말
  • 이지연
  • 2009.01.16 23:02

[책의 향기] 교감을 나누는 것이 진정한 책 읽기

1980년에 우리나라에서 유아교육이 폭발적인 관심을 끌기 시작하면서 유치원이 널리 보급됐습니다. 그에 따라 1990년에 그림책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습니다.그림책의 적정 연령대가 유치원생들이지만 그림책은 모든 연령을 다 품을 수 있는 아주 매력적인 문학이며 어른과 아이가 함께 볼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책입니다.이런 그림책을 가장 잘 보는 방법은 바로 누군가 읽어주는 걸 귀로 들으며 그림을 보는 것입니다. 아이들은 한 번에 두 가지 일을 못합니다. 글을 보게 되면 그림을 놓치고 그림을 보게 되면 글을 놓치게 되니 어른이 읽어줘야 합니다. 그래야 제대로 그림책의 맛을 보고 즐거워하기에 아이들의 입가에 웃음이 생겨나는 것입니다. 그런데 엄마들은 아이가 글을 읽을 수 있으면 책을 혼자 보게 합니다. 어떤 엄마들은 책을 읽어주는 방법을 몰라 힘들어하기도 하는데 이는 우리가 어릴 때 이야기를 듣고 자란 경험이 없다 보니 TV나 대회에서 본 것처럼 특별한 목소리와 몸짓을 해야 할 것 같은 부담감을 느끼기 때문입니다.책을 읽어줄 때는 아무 기술이 필요 없습니다. 과장된 목소리와 몸짓을 하면 아이들이 재미있어하지만 책을 다 읽고 나면 이야기의 내용이나 느낌보다 엄마가 낸 목소리 흉내만 기억에 남습니다. 발표회가 아닌 일상의 책읽기가 되고 책의 즐거움에 온전히 빠지게 하려면 평소 이야기하는 목소리로 편안하게 읽어주시면 됩니다.단, 딱 한 가지 필요한 것이 있습니다. 바로 엄마가 책을 먼저 읽어 보는 것입니다. 그림책에는 리듬이 있으며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글이 짧지만 그림 속에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기 때문에 그림을 보고 생각하는 시간이 더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여기까지는 잘하고 있는 분들이, 이제는 그림책을 통해 아이와 교감하고 싶고 무언가를 나누고 싶어 합니다. 그런데 어떻게 이야기를 나눌지 몰라서 아이에게 하는 질문들이 '이야기 줄거리가 뭐야?' '누가 나와?' 라며 아이가 제대로 들었는지 알아보는 질문만 합니다. 이러면 아이들이 엄마와 책읽기를 좋아하게 될까요? 차라리 아무 말 안 하는 게 백배 낫다고 봅니다. 뭔가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면 좀 잘된 사례가 있는 책을 활용해보면 어떨까합니다. 오늘 소개하는 이 책을 읽어보십시오.「그림책을 읽자 아이들을 읽자」(우리교육)은 초등학교 교사이자 시인인 최은희씨가 아이들에게 책 읽어주는 모습과 나눈 이야기, 그 사이사이 아이들 반응을 세심하고 자세하게 적은 책입니다.이 책을 읽고 진정한 독서교육이 이런 거구나! 하는 분들이 참 많습니다. 물론 이 책은 교실에서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것이지만 집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이를 무릎에 앉히거나 서로 몸을 맞대고 책을 읽어주는 것입니다. 혼자 책읽기와 책 읽어주기의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교감입니다.어떤 눈으로 사물을 바라보는가에 따라 관계맺음이 달라지듯이 어떤 눈으로 그림책을 보는가에 따라 아이와 부모, 그림책의 관계도 변한다고 생각합니다. 부모가 읽어줄 때 나눈 교감은 어른이 되어도 잊히지 않는 추억이 되어 삶의 힘이 될 것입니다./이원경(어린이도서연구회)

  • 주말
  • 이화정
  • 2009.01.16 23:02

[책의 향기] 이귀남·황지순씨 가족문집 '마당 넓은 집'

공무원이셨던 아버지 이귀남씨는 평생을 검소하고 성실하게 살아왔다. 늘 부지런했고 절대 누구와 다툰 적도 없었다. 언제나 남을 더 생각했던 아버지가 지난해 10월 구순을 맞았다.자식들은 아버지 구순잔치를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놓고 한 달 전부터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음식점을 빌려 가까운 친척을 초대하자는 얘기도, 출장뷔페로 하자는 말도 나왔지만, 결국은 각자 음식을 준비해 큰 아들 이태근씨가 살고있는 임실 구수골로 모이기로 했다. 구순잔치에서 아들의 시낭송에 어머니 황지순씨는 말없이 눈물을 닦았고, 일곱명이나 되는 딸들 금자, 영자, 정애, 춘주, 금순, 금주, 춘희씨는 감사의 노래를 불렀다. 이날 세번째 가족문집의 제목이 정해졌다.이귀남 황지순씨 집안의 가족문집 팔남매 세번째 이야기 「마당 넓은 집」(신아출판사)이 나왔다. '아버지 구순을 기념하며'란 부제가 붙은 이 책은 10년 전 이씨 팔순 때 펴낸 「서낭당 큰기와집」과 5년 전 황씨 팔순 때 펴낸 「마루가 따사로운 집」을 잇는 세번째 가족문집이다."가족 모두의 소소한 이야기들을 묶었지만, 우리들에게는 소중한 삶의 기록이 될 것입니다. 한 가족이 5년마다 문집을 낼 수 있다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닐 것입니다. 무엇보다 이런 일을 우리 가족이 할 수 있었다는 것이 큰 기쁨으로 다가옵니다."평범하지만 따뜻한 집안 분위기. 진솔하고도 살가운 이야기가 담긴 가족문집을 발표하면서 오히려 유명해졌다. 가족문집을 돌려있거나 다음 문집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가족문집을 책장에 넣어놓고 틈만 나면 읽어보곤 했습니다. 읽을 때마다 새록새록 글 속의 재미에 빠지게 됩니다. 대단한 글은 아니지만, 우리의 생생한 이야기여서 좋아요."팔남매들은 "어설픈 글들도 많지만 우리의 이야기라는 자부심으로 만들었다"며 "아버지, 어머니 글도 있었으면 했는데 이번에는 싣지 못했다"고 전했다.무뚝뚝한 부모님은 "좋다"고만 하지만, 팔남매는 "부모님이 우리들의 울타리가 되어주셔서 이런 가족문집도 나올 수 있었다"고 말한다.이제 또 세월이 흐르고 5년 후가 되면 또 한권의 책이 나올 것이다. 아들, 딸들이 결혼을 했고 손자, 손녀가 생겨나고, 또 결혼을 하고…. 지나온 세월만큼이나 가족문집에 글 쓸 이들도, 글감과 함께 풍성해 질 것이다.

  • 주말
  • 도휘정
  • 2009.01.16 2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