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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 문화부 우수 학술도서 중복 선정 논란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화부)가 학술출판 진흥을 위해 선정, 지원하는 '우수 학술도서'에 다른 기관에서 이미 지원 대상으로 뽑힌책이 중복으로 선정돼 논란이 일고 있다.16일 문화부와 출판계에 따르면 문화부는 15일 홈페이지를 통해 '우수 학술도서선정 목록'을 발표, 철학·종교·사회과학·순수과학·예술 등 10개 분야 380종을 선정했다.'우수 학술도서 선정, 지원'은 좋은 학술 책을 골라 1개 도서당 1천100만원 상당을 사들여 전문 도서관과 공공도서관, 해외문화원, 병영도서관 등에 보급하는 사업이다.다양한 책과 출판사를 지원하기 위해 대한민국학술원이나 학술진흥재단, 문화예술위원회 등 다른 국가기관에서 선정, 지원된 책은 선정 대상에서 제외되며 한 출판사당 최대 5종만 뽑는다는 규정이 있다.그러나 문화부가 발표한 목록에는 지난달 24일 대한민국학술원이 '우수학술도서'로 선정했던 책이 30여 종 포함돼 있었다. 뒤늦게 이 사실을 확인한 문화부는 16일학술원과 겹친 책 31종을 빼고 349종으로 구성된 목록을 다시 홈페이지에 게재했다.그러나 출판계는 문화부가 선정 과정중 확인 작업을 제대로 하지 않아 추가로 지원받을 수 있었던 다른 책들까지 지원을 받지 못하게 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문화부가 5월 6일 공고한 '우수 학술도서 선정 지원 계획'에 따르면 선정 종수는 '400종 내외'였으며, 처음 공고대로라면 380종이 지원받을 수 있었지만, 행정 처리가 잘못되는 바람에 결국 349종만 지원받게 됐다는 것이다.실제로 거의 매년 최대치인 5종을 지원받았던 한 출판사는 이번에도 애초에 5종을 지원받기로 결정됐으나 학술원에서도 선정된 2종이 제외되면서 3종만 지원받게 됐다.이 출판사 대표는 "그 밖에도 많은 책을 신청했으니 중복 처리만 아니었다면 다른 책으로 총 5종을 지원받았을 가능성도 컸던 것 아니냐"며 "학술원과 동시에 발표한 것도 아니고 발표 간격이 거의 한 달이나 되는데도 왜 행정 처리를 이 정도밖에 못 하는지 답답하다"고 말했다.이에 대해 문화부는 미리 지원수량을 정해두지 않고 심사위원단을 구성해 선정한 책들인 만큼 이번 일 때문에 지원 대상이 줄어든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문화부 관계자는 "워낙 종수가 많아 사전에 거르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우리 불찰이기는 하지만, 이 사업의 실무를 맡은 한국출판협동조합에서 걸렀다고 생각했다"며 "지원 종수를 정해둔 것은 아니므로 그만큼 다른 책들이 뽑히지 못한 것이라고는볼 수 없다"라고 말했다.

  • 주말
  • 연합
  • 2009.07.17 23:02

[책의 향기] 수필집 '삶의 빛 사랑의 숨결' 펴낸 박귀덕씨

살다보니 가슴 속 깊은 곳에서 수많은 말들이 파도처럼 밀려와 너울너울 춤을 추었다. 여자로 살며 가슴앓이했던 일들, 소녀시절의 꿈을 접고 속울음을 울었던 사연들, 엄마로 살면서 행복했던 날들, 세상 돌아다니며 느꼈던 깨달음들을 모두 다 좁은 가슴 속에 담아둘 수는 없었다.「삶의 빛 사랑의 숨결」(수필과비평사)을 펴낸 수필가 박귀덕씨(62). 2002년 전북대 평생교육원에서 수필 공부를 시작해 처음으로 낸 수필집이다. 그는 "험한 꿈을 꾸면서 시달렸지만 언젠가는 꼭 한번 겪어야 될 일이기에 용기를 냈다"고 말했다."쓰면 쓸수록 어려운 것이 수필이더군요. 60여 년이란 오랜 세월을 사는 동안 내 삶의 이야기를 수필로라도 풀어보고 싶었지만, 어떤 때에는 내가 너무 드러나는 것 같아 움츠러들기도 합니다."인정 많은 인품이 그대로 녹아들어간 문장. 그의 수필은 서사적이다. 그래서 누구나 쉽게 접근하고 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 읽히는 속도도 빠르다.기행수필이 많은 것도 특징. 박씨는 "다른 사람들처럼 문장력이 있다거나 국문과를 나와서 전문적으로 공부한 사람이 아니다 보니 처음 수필을 시작할 때 기행문 쓰는 것부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기행문도 충분히 아름다운 수필이 될 수 있다.김제 진봉 출생인 박씨는 2005년 전주완산구청 위생계장으로 정년퇴직했다. 2004년 「수필과비평」으로 등단했으며, 현재 전북문인협회와 전북수비작가회의, 행촌문화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 주말
  • 도휘정
  • 2009.07.17 23:02

[책의 향기] 동화작가 양봉선씨 동시집 '다들 모를 거예요' 출간

"정말 아무도 모를 거예요. 스스로 넘어야 할 산도, 가시밭길도 많았기에 지금은 오히려 감사한 마음 뿐이에요."동시집 「다들 모를 거예요」(도서출판 청연)를 7년 만에 낸 펴낸 양봉선씨(51·전북아동문학회장)는 "감회가 남다르다"며 말문을 열었다."억지로 웃어야겠다 싶어서 쓴 것들이 많아요. 제 시를 보세요. 어느 것 하나 부정적인 게 없죠?"간결한 구성과 동심의 음표가 오르내리는 입말이 살아있는 것이 특징. 시계를 공부할 땐 굼벵이가 되고, 놀이할 땐 휙 도망가버리는 제트기로 비유한 시'시계'는 천진한 동심이 실감나게 다가오는 작품이다. 소소한 이야기에도 쉽게 '까르르' 웃어버리고 마는 그지만 밤마다 웃는 연습을 한다는 시'다들 모를 거예요'엔 그가 많이 투영됐다.대다수 동시가 교훈적으로 흘러 재미가 없다는 지적에도 그는 자유롭다."그건 감성이 메말라서 아닐까요? 때묻지 않는 시선으로 세상을 투영하는 게 어른들에겐 어렵겠죠."동화로 등단했다가 동시를 쓰게 되면서 소박한 자연에 대한 관심이 더욱 많아졌다고 했다. 사람들에겐 일상적 인 삶의 테두리가 좁지만, 자연은 누구보다 넉넉하게 모든 걸 품고 있어서란다.시간이 주어진다면 장편동화도 쓰고 싶지만, 그보다 더 하고 싶은 작업은 철학적 메시지를 담은 우화집 출간.그는 "생각이 트이기만을 기다리고 있다"며 "내공을 응축해 모든 사람에게 미소를 머금을 수 있는 작품을 선보이고 싶다"고 말했다.

  • 주말
  • 이화정
  • 2009.07.17 23:02

[책의 향기] 곽진구 시인 동화집 '엄마의 손' 엮어

"표제작'엄마의 손'은 94년 「월간문학」으로 등단했던 작품입니다. 시간적 여유가 없다 보니까 미뤘던 것인데, 얼추 16년이란 세월이 흘렀습니다. 이 글의 주인공인 지연이도 벌써 삼십대 중반을 넘어섰으니, 세월 참 빠르네요."창작동화집 「엄마의 손」(도서출판 청연)을 펴낸 곽진구씨(53·남원서진여고 교사). 곽씨는 "불편한 몸으로 꿈을 잃지 않고 우수국악작곡가로 성장한 주인공 지연이를 보면서 꿈을 꾸는 게 중요하단 걸 깨닫게 됐다"며 "꿈에서 시작되고 꿈에서 마쳐야 하는 삶을 지연이를 통해 드러내고 싶었다"고 말했다.본래 그는 동화보다 시를 써왔다."시를 쓰다 보니까 동화 소재가 많이 떠오르대요. 아까워서 고놈을 메모해뒀다가 쓰게 됐죠."이번 책엔 '거꾸로 된 나무''무릎 꿇고 있는 나무''신기루와 도둑''강에서 우는 돌''검사와 피아노''빨간 노을의 사랑''가시나무 가시 사랑''봄에 생긴 일' 등 세월에 묻혀뒀던 작품들을 다듬고 다듬어 추렸다. '신기루와 도둑'은 그의 철학이 잘 반영된 작품 중 하나. 도둑질만 하던 아들이 회개하도록 아버지가 유언을 남겼다는 것을 소재로 했다. 결국 인간의 욕심이 허상에 다름 아니라는 것을 표현하고자 노력했다고 설명했다.다음 작품은 무엇을 구상하느냐고 묻자 "선생이 아이들 잘 가르치는 일이 우선이죠. 큰 소망은 없다"고 말했다. 자연이, 아이들이 자신에게 내어주는 데 맡기고 마음 닿는 길을 따르다 보면 시건 동화건 나올 때가 있을 것 같다는 말로만 갈무리했다.

  • 주말
  • 이화정
  • 2009.07.17 23:02

[책의 향기] 늑대 등

▲ 늑대 - 이주노동자 등 사회이슈 소설로전성태 저/ 창비/ 9,800원저자의 세 번째 소설집으로 작가정신의 변화와 깊이를 느낄 수 있는 10편의 작품이 담겨있다. 진보하고 성숙한 소설세계와 다채로운 주제의식을 만날 수 있을 것. 6개월을 몽골에서 보낸 작가의 체험과 영감이 묻어있는 몽골을 배경으로 한 작품을 비롯해 남북문제, 이주노동자 문제 등 주요한 주제의식을 담은 이야기가 펼쳐진다. 우리의 위선과 이중성을 사색적이고 미학적인 문체로 파헤쳐 적나라한 사회적 편견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세밀한 묘사와 문장, 해학과 정곡을 찌르는 주제의식, 웃음과 눈물이 함께 하는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물건의 재구성 - 소용 다한 물건에 생명 불어넣기연정태 저/ 리더스하우스/ 1만 4,000원쓸모 없는 물건을 쓸모 있게 만드는 일.이 책은 버려진 물건을 재구성하는 과정을 생생하게 담아낸 에세이 형식의 글이다. 일회용품이나 포장재뿐 아니라 일회용품이 아닌 물건도 종종 한번 쓰고 버려지는 것이 현실. 저자는 소비를 미덕으로 살아온 우리에게 물건의 진정한 가치를 이야기 하며 일침을 가한다. 총 5장으로 나뉜 책은 스테인리스 식판으로 조명을 만드는 방법, 플라스틱 그네로 아기 의자 만드는 법 등 28가지 물건의 재구성 과정을 담았다. 물건의 재구성 과정을 통해 물건의 본질로 다가가는 길을 배우고 물건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방법까지 느낄 수 있을 것.▲ 임꺽정;길 위에서 펼쳐지는 마이너리그의 향연 - 비주류 가치 새롭게 조명고미숙 저/ 사계절/ 1만 2,000원청석골은 도망자들의 거점이자 자유의 공간인 경제공동체. 점점 규모가 커져 이주민들의 난민촌이 되고, 결국엔 의원과 기생까지 초빙해 오는 국가가 된다. 이처럼 저자는 마이너란 단지 추방당한 자들이 아니라 주류적 가치로부터 자유로운 자들을 의미한다고 말한다. 낡은 관습에서 벗어나 새로운 형식을 창안할 수 있는 것이 마이너 라는 것. 이 책은 고전 소설 임꺽정을 통해 현재 우리 삶의 대안을 찾고자 한다. 임꺽정의 사랑과 우정, 자유와 열정, 반역과 투쟁의 여정은 비정규직과 백수 등 우리 시대 마이너들에게 삶의 비전을 제시 할 것. 기막힌 현실의 해답을 제시해 줄 것이다.▲ 인생사용 설명서 - 김홍신이 일러주는 삶의 지혜김홍신 저/ 해냄출판사/ 1만 2,800원인생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지침서. 우리나라 최초의 밀리언셀러 소설가 김홍신이 전하는 삶의 지혜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핵심이 되는 7가지 질문에 대한 저자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당신은 누구십니까' '왜 사십니까' '인생의 주인은 누구입니까' 등 쉽게 찾을 수 없는 질문에 답을 얻을 수 있도록 도와 줄 것. 원하는 목표나 노력 없이 막연히 잘 살기를 꿈꾸는 우리의 안일한 생각을 따끔하게 꼬집고, 열등감에 위축된 사람에게 자기 자신의 존재의 존귀함을 일깨워주는 글귀가 가득하다.

  • 주말
  • 이지연
  • 2009.07.17 23:02

[책의 향기] 원불교 구산 정귀원 교무 '선 어떻게 할 것인가'

"지금 우리 사회는 개인의 욕심 때문에 막혀있습니다. 막힌 마음을 뚫어 통하게 하려면 무엇보다 마음공부가 필요하지요. 선(禪)은 물질문명이 지배하는 세상 속에서 다른 종교에서도 깊이 찾고 있는 마음공부라고 할 수 있습니다."「선 어떻게 할 것인가」(도서출판 한맘)를 편저한 원불교 구산 정귀원 교무(59). 1998년 본격적인 선 연구서 「선이란 무엇인가」를 펴내기도 했던 그는 "즐겁고 기분 좋게 사는 것, 그것이 바로 선"이라며 "정신을 맑게 하고 자기 몸을 귀하게 여기고 다스릴 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전남 영광 출생으로 1978년 원광대 원불교학과를 졸업하고 교무가 된 뒤 선 수련과 선 관련 동양고전에 관심을 가져왔다. 30여 년 간 선 공부를 해왔지만, 그는 여전히 새벽 3시 30분이면 잠에서 깨어나 호흡과 명상의 시간을 갖는다. 자신을 다스리는, 마음공부. 정교무는 "선을 수련하면 자기 생명의 충만감을 느끼면서 어떤 일을 하더라도 본래 마음,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다"고 말했다."소태산 대종사님은 나이 스물 여섯에 수련을 통해 정신이 밝아졌는데, 당시 했던 수련법이 태극내련법이었습니다. 그것을 중심으로 낸 책이 첫 수련서로 활용됐지요. 「선 어떻게 할 것인가」는 유교와 불교의 수련법을 총괄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양한 선법과 명상법들이 있어왔지만, 지금까지 제대로 정리가 되지 않았거든요."책은 총 3편으로 구성됐다. '제1편 원불교 초기교서의 선수련법과 정산종사의 양성법'에는 원기 12년에 출판된 「정정요론」 원문을 보기 편하게 옮겨 놨으며, 여기에 인용된 관련 자료의 원문을 직역했다. 「정정요론」과 관련된 「영보국정정편」 「태상통현영보정관경」 등의 원문도 직역해 실었다. 태극내련법의 연기방법과 「영보국 정정편」의 연기방법을 비교해 놓은 것도 흥미롭다.'제2편 원불교 선의 원리와 실제'에는 대종사가 열반하던 해 출판된 「불교정전」의 단전주 좌선법과 대종사 제자들의 좌선수행과 체험내용을 수록했다. 원불교 교전 「정전」 수행편에 밝힌 여러 선법을 실어 원불교 선의 기본 틀과 방향을 소개했다.'제3편 선 어떻게 할 것인가'에서는 원불교 좌선의 연원, 개념, 기초원리, 좌선의 방법, 순서 등을 설명해 놨으며, 좌선에서 제일 중요한 호흡법으로 오장의 치병과 기를 고르는 조식호흡법 '건신연공육자비결'을 부록으로 수록했다.직접 수련은 물론, 고문헌과 중국 고대서를 일일이 찾아가며 자료를 정리한 정교무는 "선은 생활 속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 주말
  • 도휘정
  • 2009.07.03 23:02

[책의 향기] 김계식씨 여덟번째 시집 '징검돌'

"2002년 전주교육장으로 정년퇴임하기까지 30여년 동안 교육행정을 맡았습니다. 행여 시심이 밖으로 내비칠까봐 막은 둑을 쌓아올리며 그 안에 가둔 채 살아왔습니다. 나이가 드니 더이상 거리낄 것도 없고 머리 속에서 정리해 시를 쓰는 것이 생활의 전부입니다."일흔이란 나이와 다르게 맑은 얼굴은 가지고 있는 시인 김계식씨(69). 그는 '시심(詩心)에 기름을 얹어 내연(內燃)하는 불길'처럼 시를 쓴다. 여름날 장대비가 내리고 나면 키가 한 뼘쯤은 더 자라나는 생물들처럼, 시를 쓰고 시를 묶어 시집을 내곤 한다. 어느새 여덟번째 시집. 「징검돌」(창조문화사)을 내놨다."그래도 조금씩 조금씩 나아지는 것 같습니다. 시세계가 심오한 경지에 미치지는 못할 지 몰라도 몇 번 읽다보면 리듬이나 운율이 살아나는 것 같다고들 합니다. 입안에서 굴리기에 막히지 않고 부드럽죠. 국어 선생으로 아이들에게 오랫동안 시조를 가르치고 나니 보이지 않게 내면의 운율이 익어 시 속에도 자연히 담기게 되는 것 같습니다."그는 "짧은 시간 안에 일곱 권의 시집을 내놓으며 제대로 익히지 못한 미숙함도 여기저기 보였지만, 때로는 따뜻한 온기도 전할 수 있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집 내기를 거듭할 수록 시가 한층 더 세련돼 지고 다듬어지는 것만은 분명했다."사물을 볼 때면 좋은 것보다는 여리고 고달프고 안타까운 것들을 바라보게 됩니다. 그 대상들을 그대로 노출하기 보다는 그 속에 담긴 의미를 찾아 밝은 쪽을 끄집어내려고 하죠. 늘 그래왔듯이 제가 골라 쓴 시어, 붙잡은 시상이 인생의 아름다움을 찾아가는 '징검돌'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고운 삶 마디마디 잇는 계기가 된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죠."모든 시가 허무하거나 나락으로 떨어질 필요는 없다. 보이지 않는 밝음을 찾아내는 것. 그는 "그저 고개 끄덕이며 이해해 주고 감싸주는 마음이 더 깊어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덧붙여 "상상보다는 내 몸에 닿고 부딪쳐야 진짜 시가 나오는 것 같다"며 "앞으로도 좁은 보폭, 고른 호흡으로 시쓰기를 계속하고 싶다"고 전했다.

  • 주말
  • 도휘정
  • 2009.07.03 23:02

[책의 향기] 라대곤씨 장편소설 '유산' 발간

신문연재소설은 사라지고 인터넷연재소설이 뜨는 세상. 도내 한 일간지에 연재됐던 소설이 한 권의 책으로 묶어졌다.소설가이자 수필가인 라대곤씨(69)의 장편소설 「유산」(수필과비평사). 지역 일간지에 135회 걸쳐 연재되면서 제법 많은 사람들 입에 오르내린 이 소설은 담도암 투병 중에 치열하게 완성한 목숨과도 같은 글이다."이야기꾼으로 자처하고 나온 처지에 요즘같은 어지러운 시대의 분노와 아픔을 고발하는 책임감 있는 소설을 한 편쯤은 써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그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더군요. 다만 주변에서 이웃들의 삶을 들여다보면서 내가 들었던 이야기 중에 좀 유별났던 이복형제간의 갈등 이야기가 오랫동안 머리 속을 떠나지 않아 이 시대를 살아가는 또다른 이야기로 다뤄보고 싶었습니다."라씨는 "때마침 도덕적인 물의를 일으키고 있는 불법 장기 매매를 곁들이고, 인간의 집단적 무의식으로 내려온 선악의 양면성을 상징하는 뱀이야기까지 보태면 제법 읽을거리가 될 수 있을 것 같아 일을 저질렀다"고 했다.그러나 이복형제지만 혈연이라는 도덕성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고, 장기매매 등 의학이라는 특정 분야에, 뱀이란 소재도 친숙하지 않아 풀어내기가 만만치 않았다."내가 살고 있는 작은 도시 주변에서 만나볼 수 있는 사람들의 작은 이야기가 되다 보니 부득이하게 각색하는 과정에서 어색하고 현실감에서 멀어진 점도 없지않아 있습니다. 그래서 철학이나 이념을 떠나서 소설의 재미로만 읽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1982년 단편소설 '공범자'를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한 라씨는 여러권의 수필집과 소설집을 냈으며, 두 권의 장편소설 「악연의 세월」 「망둥어」 등으로 이미 힘있는 필력을 인정받아 왔다.전북문학상, 백양촌문학상, 채만식문학상, 목정문화상 등을 수상했으며, 한국문인협회 이사, 펜클럽본부 이사, 한국소설가협회 중앙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 주말
  • 도휘정
  • 2009.07.03 23:02

[책의 향기] 상반기 독서 경향 남성-경제, 여성-문학

올해 상반기 여성 독자들은 정서적 만족감을 주는 문학에 호응한 데 반해 남성 독자들은 사회적 성공을 위한 조언을 해 주는 경제·사회서에 관심을 보인 것으로 조사됐다.인터넷서점 예스24가 1∼6월 인터넷 리뷰를 집계해 2일 발표한 '남성 독자들의 압도적인 리뷰 도서 베스트 50’에 따르면 남성은 비즈니스와 경제(11권), 인문(7권), 사회(7권), 자기관리(7권) 분야의 책에 대한 리뷰를 많이 썼다.최다 리뷰가 달린 책은 성공의 기회를 발견한 사람들에 대한 「아웃라이어」였으며 「흐름을 꿰뚫어 보는 경제독해」, 「나쁜 사마리아인들」, 「자크 아탈리 : 위기 그리고 그 이후」, 「숫자력」 등 경제서나 자기관리서가 2∼5위를 차지했다.50위 안에 문학 장르 책은 국내 5권과 해외 3권 등 8권뿐이었다.그에 반해, 여성 독자의 경우 리뷰를 가장 많이 단 책 50권 가운데 42권이 국내(20권)·해외(22권) 문학 장르에 속했으며, 비즈니스와 경제는 단 1권이었다.최다 리뷰가 달린 책은 신경숙 소설 「엄마를 부탁해」였으며, 「세상에 너를 소리쳐!」, 「사랑을 말해줘」,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 「잘 가요 언덕」 등 문학으로 분류된 소설이나 에세이가 5위 안에 들었다.인터넷서점에 리뷰를 쓸 만큼 문학 책에 대해 표현하고자 하는 생각이나 느낌이 있었던 여성 독자가 많은 데 반해 남성독자들은 경제·사회생활에 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책에 대한 감상이 많았던 것으로 풀이된다.예스24는 "여성 독자는 문학에 리뷰가 집중됐고 남성 독자들은 더 다양한 장르의 책에 리뷰를 썼다"며 "남성들의 리뷰는 생각과 감상을 더욱 구체적으로 나열한 게 특징"이라고 말했다.

  • 주말
  • 연합
  • 2009.07.03 23:02

[책의 향기] '사상계' 복간 재추진…준비호 발행

50, 60년대 한국 지성사에 큰 영향을 끼쳤던 월간지 「사상계」의 정식 복간이 다시 추진된다.고 장준하 선생의 장남인 장호권(60)씨가 대표이사로 있는 ㈜장준하사상계는 이를 위해 복간준비호로 2009년 6월호를 최근 발행했다.「사상계」는 독립운동가 출신 민주투사 고 장준하(1918~1975)가 1953년 4월 창간한 잡지로 민족, 분단, 민주주의 등 당시 지식인들이 관심을 뒀던 문제를 선도적으로 다뤘다. 2005년에는 교수신문이 학자 100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해방 이후 학문적으로 가장 큰 영향을 준 책’으로 뽑히기도 했다.그러나 1970년 5월호(통권 205호)에 김지하의 풍자시 '오적(五賊)’을 실었다는 이유로 강제 폐간됐다.2007년 1월 사상계 복간 추진위원회가 발기인 대회까지 열며 그 해 8월 복간을 추진했지만 재정난과 준비 부족 때문에 복간이 미뤄졌다.사상계의 정식 복간은 내년 6월 예정이며, 그 때까지는 복간준비호를 격월간으로 발행하고 정기구독자에 한해 판매할 예정이다.복간준비호의 발행인 장호권씨는 2005년부터 웹진 형태의 인터넷 사이트 'e사상계(www.esasangge.com)’를 운영하고 있다.이번 복간준비호에는 박이문 연세대 초빙교수와 임현진 서울대 교수가 축사를 기고했고 '장준하 선생과 공화주의’(임혁백 고려대 교수), '과잉국가 채무시대, 달라지는 세계공황’(백일 울산과학대 교수), '근대 이후 한의학의 역사-시련과 극복의연대기’(김남일 경희대 교수) 등의 글이 실렸다.

  • 주말
  • 연합
  • 2009.07.03 23:02

[책의 향기] 1일 전주오거리광장서 강연한 철학자 탁석산씨

"흔히 한국인에 대해 해방 후 서구 문물이 들어오면서 경제에만 몰입해 정신세계가 없다는 말을 많이 합니다. 그래서 한국에 철학이 있는가라는 질문을 많이 하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한국은 잘 사는 나라에 속하는데, 아무런 철학도 없이 지금처럼 경제가 발전할 수 있겠습니까?"1일 전주 시내 한복판 오거리문화광장에서 전주 시민들을 처음 만난 철학자 탁석산씨(53). 그는 "지난 50년간 분명 우리가 추구한 무엇인가가 있었을 것"이라며 "서양의 틀로 한국사회를 보다 보니 미처 발견하지 못했거나 애써 보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한국인은 무엇으로 사는가'를 주제로 전주KBS와 전북도교육청이 주최한 '인문학 콘서트'에 나선 탁씨는 저서 중 가장 만족스러운 책이 무엇이냐는 한 시민의 질문에 지난해 11월 펴낸 「한국인은 무엇으로 사는가」(창비)를 들었다. 스스로 "생각이 가장 잘 정리된 것 같다"고 소개한 「한국인은 무엇으로 사는가」에는 '위기의 시대를 돌파해온 한국인의 역동적 생활철학'이 부제로 붙어있다."한국은 100여년 전 새로 탄생한 국가입니다. 조선과 한국사회는 단절됐으며, 철학과 종교, 정치 면에서의 단절이 지금의 발전을 이뤄냈다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지난 100년을 건설한 거죠."그는 "19세기 말 영국 철학자 비솝은 한반도에서 본 한국인의 모습은 더럽고 가난했지만, 시베리아로 이주한 한국인의 모습은 부지런하고 깨끗했으며 경제적으로도 부유했다고 기록해 놨다"며 "한반도에서는 일을 많이 하면 할수록 양반들에게 빼앗기는 것들이 많아져 오히려 일을 하지 않는 것이 현명했지만, 시베리아에서는 그 반대로 모두에게 기회가 주어졌다"고 설명했다."한국사람들이 왜 열심히 사는가를 묻는다면, 저는 현세주의가 강하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우리에게는 지금 이 세상이 전부인 거죠. 종교를 열심히 믿기는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사후세계를 믿지 않아 현재를 열심히 살 수 밖에 없는 거죠."탁씨는 현세주의 이외에도 타인의 성취를 선망만 하기 보다는 자기 삶에서 즐거운 기억을 환기해 '심리적 대차대조표'를 만든다는 인생주의와 실패와 좌절에 직면했을 때 자기 방어와 평안 유지를 위한 '보험용' 허무주의를 한국인의 내면과 습성으로 들었다.탁씨는 2000년 '한국의 정체성이란 무엇인가'를 도발적으로 되물으며 우리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킨 소장철학자. 그러나 자신에 대해 "철학자라는 말은 언론에서 붙인 것일 뿐, 나는 책쓰기를 시작한 지 10년 정도 된 글 쓰는 사람"이라고 소개했다.그는 "자연과학이 발달하면서 인문과학이 쇠퇴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지만, 인문학은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며 "인문학은 '왜'라는 근본적 질문에 스스로 생각하고 답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 주말
  • 도휘정
  • 2009.07.03 23:02

[책의 향기] 사람을 먹으면 왜 안 되는가 등

▲ 사람을 먹으면 왜 안 되는가 - 유쾌하고 기발한 철학입문서피터 케이브저/ 마젤란/ 1만 3,000원왜 우리는 국가와 법에 복종해야 하는가? 베짱이처럼 사는 것은 과연 나쁜 것일까?이 책은 유쾌한 공상과 기발한 역설, 논리적이고 재치 가득한 질문을 던지며 어렵게 느꼈던 철학을 쉽게 발견하도록 도와주는 철학입문서다. 그 동안 당연하게만 받아들였던 인간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일상을 도발하면서 인간의 해악과 이기심을 해학과 유머를 더해 적나라하게 고발한다. 우리 삶을 관통하는 '인생' '가치관' '신' '존재' 등의 키워드로 분류된 33개 논제를 따라 고정관념에 의문을 가질 수 있을 것. 철학의 진정한 의의와 묘미를 한껏 느낄 수 있다.▲ 고양이가 기가 막혀 - 친절한 고양이 애완 가이드베스 아델맨 저/ 부키/ 1만 1,000원'말귀를 못 알아듣는' 반려인을 위해 고양이 입장에서 유쾌하게 써낸 고양이 애완 가이드 북. 십수 년 동안 고양이들의 문제를 상담해 주고 있는 상담고양이 '태비'가 고양이들이 50가지 고민에 대해 친절하고 명쾌하게 대답해 준다. 고양이 중성화 수술이나 야성이 꿈틀거려 뭔가 잡아 죽이고 싶어하는 고양이 등 실제 고양이를 키우면서 느낄 수 있는 고민들이 태비의 해결책과 함께 담겨있다. 고양이의 심리와 행동 발달 등에 초점을 맞추어, 고양이의 품위를 유지하면서 안정되게 키울 수 있도록 도와줄 것.▲ 역사 속의 소수자들 - 소수자들의 정체성 진단곽차섭, 임병철 저/ 푸른역사/ 1만 6,500원동성애자, 성매매 여성, 재세례파, 아나키스트, 아우슈비츠 수용소의 무슬림 등 역사 속에서 다양하게 등장하는 소수자들의 모습을 담아 엮어 낸 책. 소수자란 타자화된 인간으로 사회의 공동체에 적을 두지 못하고 부유하는 무적자나 사회에 통합되지 못한 주변화된 수외자를 일컫는 말이다. 이들은 국가권력에서 배제된 근대의 산물로서 부당하고 차별적인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다양한 역사 속 소수자들의 모습을 들춰냄으로써 소수자들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그들의 정체성을 생각해 보도록 도와준다.▲ 노년의 즐거움 - 인생의 황금기는 '노년'김열규 저/ 비아북/ 1만 2,000원한국학의 석학이자 지식의 거장인 김열규 교수가 쓴 노년의 자화상 겸 희망 자서전. 저자는 노년은 삶의 노숙함과 노련함이 더해진 청춘을 뛰어넘는 가능의 시간이라고 말한다. 노년의 삶의 지성과 정신이 최절정의 경지에 이르는 시기로 원숙해지고 완숙해지는 인생의 황금기라는 것. 노년이란 생의 마무리가 아닌 새로운 시작이며 불안과 우울이 아닌 희망으로 삶의 방향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한다. 자신의 존재감을 읽지 않고 꿈이 있는 노후를 맞이하는 법, 노년기라는 새로운 삶을 사는 이들에게 보내는 희망찬 메시지를 만나보자.

  • 주말
  • 이지연
  • 2009.07.03 23:02

[책의 향기] 시인 하종오씨 신작 '입국자들'

국내 거주 외국인이 100만명을 넘어선 시대, 우리는 이주민들에 대해 얼마나 정확한 눈을 가지고 있을까.이주민 문제를 화두로 삼아온 시인 하종오 씨는 신작 「입국자들」(산지니 펴냄)에서 다양한 각도에서 이주민들을 바라본다. 시인이 보는 이주민들은 불쌍하기만 한 존재도, 선한 존재도 아니다. 그저 한 명의 '사람’일 뿐이다.그들은 합법체류자가 되려고 한국여성을 찾아 밤거리를 어슬렁거리고, 열악한 환경의 소규모 공장에서 일하기를 꺼리며, 고용주에게 배운 나쁜 버릇을 자국에서 그대로 따라하기도 한다."합법체류 이 년 불법체류 팔 년 / 청년 때 가서 일해 돈을 모아 / 중년이 되어 돌아온 쩐주이호안 씨는 / 수리공들 일찍 출근시키고 늦게 퇴근시키고 / 봉급 적게 주며 미루었다가 / 제풀에 지쳐 떠나가게 만들었어도 / 오토바이는 제때 고치도록 했다" ('소자본가’)대중매체나 소설 속 이주 노동자들은 단순한 피해자로 그려지기 일쑤지만 이 시들에서는 이주민들을 진정한 '사람’으로 보려는 시선이 분명하게 드러난다.한국 농촌으로 시집 온 외국 여성들 역시 마음 붙일 곳이 필요한, 진한 감정을 가진 사람이다."자식을 볼 바엔 / 차라리 딸을 낳아 키우면 / 긴긴 타국살이에 여자끼리 /위로 될 수 있겠지 싶어 / 얼른 임신되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여권’)책에는 이주민들과 맞대면하는 한국인들의 모습도 담겨 있다. 그 안에 그려진 한국인들 역시 이주민들처럼 다양한 얼굴을 한 사람들이다. 시인은 한국인 비정규직 노동자와 외국인 불법체류 노동자의 신세가 다르지 않다고 꼬집기도 한다."인도네시아인 하디링랏 씨는 / 한국인 철진 씨가 안쓰럽다 // 철진 씨는 한국 수준으로 쓰니 / 모자라서 빌리러 다니고 / 하디링랏 씨는 인도네시아 수준으로 쓰니 / 송금하고 나머지로 먹고 입는다" ('비정규직’)

  • 주말
  • 연합
  • 2009.06.26 23:02

[책의 향기] 박지영씨 신작 '유쾌한 기억의 심리학'

한 학생이 시험지를 받아든다. 문제 하나를 쓱 읽었더니 3번이 답이라는 생각이 퍼뜩 떠오른다. 하지만, 신중해야 한다는 생각에 다시 읽어보니 2번이 맞는 것 같아 답안지에 2번으로 표시한다. 시험이 끝나고 답안지를 맞춰보는 시간, 그 헷갈렸던 문제의 정답은 3번이다.학창시절 누구나 한 번쯤 겪었을 법한 일이다. 급우들끼리 시험 점수 올리는 방법으로 "문제를 보자마자 떠오르는 답이 정답"이라는 말을 주고받기도 한다. 왜 그럴까?베스트셀러 「유쾌한 심리학」을 쓰는 등 심리학의 대중화에 힘써온 박지영 씨는 신작 「유쾌한 기억의 심리학」(너머북스 펴냄)에서 이런 현상을 '암묵기억’ 때문이라고 풀이한다.암묵기억은 명료기억에 대비되는 개념이다. 수학 방정식을 풀거나 외국어 단어를 외울 때, 우리가 풀 수 있거나 생각나면 아는 것이고, 풀 수 없거나 생각나지 않으면 모르는 것이라고 명확히 나눌 수 있는 기억이 명료기억이다. 그에 반해, 암묵기억은 우리가 알고 있다는 사실조차 잘 알지 못하는,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기억이다. 누군가를 만나 첫눈에 '내 이상형’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왜 그런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도 암묵기억에 해당한다고 저자는 설명한다.저자는 이 책에서 기억이란 무엇이며, 어떤 과정을 거쳐 어떤 일을 하고, 어떻게 사라지는지 등 기억에 관한 거의 모든 것을 짚어본다. 기억에 관한 개념들을 단순히 나열한 것이 아니라 누구나 공감할 만한 실생활의 예로 재치있게 설명해 "내가 왜 그랬는지 알겠다"며 무릎을 치게 한다.단기 기억 가운데 처음과 마지막 것을 잘 기억하게 되는 '계열 위치 효과’는 사람들이 평소 흔히 쓰는 '원조 프리미엄’으로 설명한다."'창밖의 여자’는 조용필이 불러야 제맛이고, '잘못된 만남’은 김건모가 불러야 제격이다. 제일 처음 불러 강력한 인상을 남겼기 때문이다. 뒤에 다른 사람이 부르면 아무리 가창력과 모방이 뛰어난 가수라 하더라도 노래의 제 맛이 나지 않는다."분명히 알고 있기는 한데 도무지 생각이 나지 않아 답답해지는 경우는 혀끝에서 맴도는 '설단 현상’이며, 어렸을 때 배우고 수십 년 만에 자전거를 타더라도 곧 능숙하게 탈 수 있는 것은 몸으로 익히는 기억인 '절차기억’ 덕분이다.저자는 기억을 하는 원리와 망각을 하는 원인을 알면 기억력을 높일 수야 있겠지만, 기억과 망각을 모두 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사람다움’이라고 강조한다.

  • 주말
  • 연합
  • 2009.06.26 23:02

[책의 향기] 한경순씨 수필집 '빈 들에 서 있는 지게 하나'

"그냥 홀가분한 느낌입니다. 해야 할 일을 한 것 같고, 매듭 하나 잘 맺은 것 같습니다."2001년 전북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지 9년이 흘렀다. 치열하고 진지하게 쓰기 보다 살아가는 여백에 낙서하듯이 쓰다 보니 시간이 이렇게 흘렀다는 한경순(45)씨. 한 해 두해 묵힌 글들이 옴시래기 담겨 수필집 「빈 들에 서 있는 지게 하나」로 출간됐다. 조금은 고독하게 자신의 심연을 탐색했던 시간이었다.'빈들에 서 있는 지게 하나'는 세상에 와서 맡겨진 짐을 묵묵히 어깨에 지다가 모든 것을 벗어놓고 훌쩍 떠난 시아버지의 외로운 발자국을 기록한 기억. 그는 시아버지를 '좁쌀영감'이라며 볼 멘 소리 했던 기억이 이제는 아픈 그리움으로 남았다고 했다. '꽃맞이'를 시작으로 '무릎 꿇고 있는 나무', '마당 넓은 집', '빈들에 서 있는 지게 하나', '문화 마주 보기'등을 통해 보여지는 그의 글밭은 한층 풍성해졌다."초등학교 때부터 '글쓰기 선수'로 불려 다녔어요. 그래서 오히려 멀리하게 됐습니다. 좋은 글감도 많은데, 왜 하필 이런 글만 쓰라고 할까 그런 불만이 생겼거든요."결혼 후 글쓰고 싶단 생각보다는 일기처럼 글에 속마음을 털어놓고 살았다며 나 혼자 쓰는 게 편하고 좋았다고 말했다. 사는 일이나 글 쓰는 일이나 종이에 손을 베이는 것처럼 서툴지만, 어설프게 내미는 손짓이 세상과 사람을 따뜻한 눈으로 보기 위한 시도와 같단다.다만 수필이 늘 홀대받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이 있다며 쉽게 쓰여지기 때문에 오히려 그 중요성이 간과되는 것 같다고 했다. 펜을 다시 들면서 신변잡기로 흐르는 글보다는 삶의 철학이 담기고, 문학적 격조가 담긴 진짜 수필을 쓰는 게 자신의 임무로 여겼다고 말했다."사람이 혼자 힘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없습니다. 마음이든 물질이든 가진 것을 나누어 보태주는 사람이 있어야 할 수 있죠. 머뭇거리며 주뼛주뼛하는 등을 사랑과 격려로 떠밀어준 분들께 고개를 숙입니다. 부끄럽지만 이 참에 사랑한다는 말은 꼭 해야겠습니다."현재 한씨는 행촌수필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2004년 「수필과 비평」 신인상을 수상한 바 있다.

  • 주말
  • 이화정
  • 2009.06.26 23:02

[책의 향기] 이소애 두번째 시집 '쪽빛 징검다리'

공백. 두번째 시집 「쪽빛 징검다리」(도서출판 계간문예)를 펴내기까지 7년이 걸렸다. 이소애 시인(60)은 "공부할 수록 커지는 것은 두려움이었다"고 했다."남편이 아프다 보니 괜히 쫓기는 기분이 들었어요. 아무도 재촉하는 사람 없는데, 더 늦어지면 안될 것 같아 서둘렀습니다. 덜 숙성된 시를 내놓고 만 것 같아요."2002년 대장암 수술을 받은 남편에게 최근 뇌경색 증상이 나타났다. 지난해 남편과 함께 수상집 「보랏빛 연가」를 낸 것이 참 잘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물론, 시도 달라졌다. 선택되고 정리된 언어는 사물의 내면세계를 낱낱이 드러낸다. 함부로 쓴 작품이거나 아무렇게나 쓴 낙서의 흔적은 없다. 관념시와 사물시의 적절한 조화. 격조 높은 시는 쉽게 읽히면서도 감동을 준다. 시인은 "이제 조금 시에 대한 눈이 뜨인 것 같다"며 웃었다."어머니가 연한 하늘색 모시를 조선 다리미로 다리던 기억이 남아있습니다. 내가 어머니가 되고, 어머니를 닮아가며, 어머니가 가는 길을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죠."'닮은꼴'이란 시는 어머니로부터 시작돼 '어머니 같은, 어머니가 되어 가는' 자신의 삶을 그린 것. 표제시 '쪽빛 징검다리' 역시 어머니에 대한 기억이자 그리움이다.40년을 함께 살아온, 그러나 아직도 싸울 일이 남아있는 남편과 관련된 시들도 많다. '우체국 사거리 군고구마 손수레' 앞에서 데이트를 하고, '첫날밤 신방에 든' 그날부터 수술 후 마취에서 깨어난 남편의 입에서 나온 '여보'란 말을 들으면서, 시란 이처럼 삶의 가까운 곳에 있음을 다시한번 깨달았다."시를 쓰기 위해서라도 사물을 그냥 보지 않아요. 통찰력을 가지고 예민하고 보려고 하죠. 그러니 그냥 사는 것보다 얼마나 즐겁겠어요?"시가 있어 내 마음을 표출하고 내가 살아가는 것 같다는 시인. 그에게 시는 신앙이며, 반대로 신앙이 시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신에 대한 찬미나 절대 신앙을 구가하는 시는 많지 않다. 드물게 보이는 신앙시는 가톨릭 신자로서의 마음 수양과 인간적 사랑, 자아에 대한 참회와 반성이다. 신앙시란 스스로 마음을 다듬고 작아지는 것이기 때문이다.7년만에 세상에 나온 시들은 다듬어지고 또 다듬어져 빈틈이 없다. 소재와 시인, 그리고 독자가 긴밀한 언어소통을 할 수 있는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이시인은 우석대 국어국문학과와 같은 대학원을 졸업했으며, 전북대 경영대학원을 수료했다. 1994년 「한맥문학」을 통해 등단, 전북여류문학회와 가톨릭전북문우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한국미래문화연구원 부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 주말
  • 도휘정
  • 2009.06.26 23:02

[책의 향기] "유통구조 개선으로 출판계 불황타계"

출판계 불황을 극복하려면 출판사에서 만들어진 책이 독자에게 도착하기까지 유통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김성룡 교보문고 대표는 25일 오후 대한출판문화협회 주최로 열리는 제28회 출판경영자 세미나에 앞서 배포된 강연문 '출판 불황 극복을 위한 제언’에서 "책이 서점에 도착하거나 책이 다시 반품되는 과정에 드는 연간 비용은 500억원으로, 전체 출판시장의 2% 규모"라며 이렇게 주장했다.김 대표는 "출판사에 아직 팔리지 않은 책이 있음에도 추가로 책을 제작하는 일도 적지 않다"며 "이런 비효율적 시스템에 의해 발생하는 손실 비용을 적게는 수천억에서 많게는 1조원으로 추산하기도 한다"고 말했다.김 대표는 "출판사가 가진 책의 현황을 배본사나 서점의 시스템과 연동해 지금 책을 요구하는 독자에게 효율적으로 전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그는 "책에 대한 관심과 흥미를 돋우려 시도된 마케팅 아이디어가 책을 들러리로 만드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며 "과도한 판촉으로 책이 팔릴수록 손해를 보는 기이한 현상까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조동성 서울대 경영대 교수는 '네 번의 위기, 네 번의 기회’ 강연문에서 경제 위기는 새로운 기회를 열어준다면서 출판계도 "불황은 극복되므로 다가올 호황을 준비해 주목받을 아이템을 미리 기획하라"고 조언했다.조 교수는 이어 "책을 부담스러워하는 사람을 끌어오도록 미니북, e-북 등 혁신을 시도하며 책 사재기나 대필 등으로 시장과 고객을 속이는 비윤리 경영을 강력 처벌해야 한다"며 "출판사만 보고도 망설임 없이 책을 선택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브랜드 신뢰를 쌓으라"고 말했다.

  • 주말
  • 연합
  • 2009.06.26 23:02

[책의 향기] 소설가 신경숙씨 알라딘에 연재

소설가 신경숙(46)씨가 인터넷을 통해 독자와 만난다.작년 11월 「엄마를 부탁해」가 서점가에 돌풍을 일으킨 이후 내놓는 일곱 번째 장편 「어디선가 끊임없이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를 29일부터 다섯 달 동안 인터넷 서점 알라딘에 연재한다.25일 낮 세종문화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난 신씨는 인터넷 연재를 "새로운 영역이자 도전"이라고 부르며 긴장하는 모습이었다."다른 형태의 연재소설도 써봤지만, 써 가는 과정이 중계되는 것과 마찬가지잖아요. 투명한 유리창이 있고, 그 안에서 쓰는 과정이 중계되는 것이라 어느 때보다도 긴장됩니다."신씨는 걱정이 큰 만큼 인터넷을 통한 소통에 기대도 걸고 있다. 그는 작가와 독자의 사이를 '나룻배와 행인'에 빗대어 서로 상대방을 강 건너도록 돕는 관계라고 설명했다."이제는 누가 나룻배인지, 누가 행인인지 구별이 안 되는 시대죠. 서로 강 건너편으로 실어나르는 역할을 해주리라고 믿어요. 도착하는 장소가 모두에게 인상적이고, 따뜻하고, 한 번쯤은 머물러 보고 싶은 곳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쓰고 있습니다."신씨는 인터넷 연재라고 해서 기존 소설의 기법이나 쓸 때의 마음이 달라지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정보기술(IT) 시대가 열렸던 초기에는 '인터넷 언어'가 따로 있었을 테지만, 이제는 일상이 된 만큼 인터넷 언어가 오히려 소통에 더 깊은 '울림'을 줄 수도 있다고 기대했다."제 방식으로 진지하게, 깊이 있게 써 내려가 보려고 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인터넷으로 소통하는 데에 더 울림을 갖는 언어가 필요한 때라고 생각해요. 제 소설이 그런 역할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고요. 이게 소설인가 싶을 정도의 깊은 울림이 있는 시적 문체를 만나는 순간순간이 있을 겁니다."신씨는 「어디선가 끊임없이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에 대해 청춘의 사랑에 관한 소설이라고 설명하면서 10∼20년 후에도 찾아 읽게 되는 소설로 남았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밝혔다."우리나라에서는 사랑을 주제로 한 소설을 아래에 놓고 보는 경향이 있지만, 세월이 지나도 생동감 있게 읽히는 명작은 연애소설 형태죠. '안나 까레리나'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폭풍의 언덕', '제인에어'처럼요. 사랑의 의미를 중심에 두되 존재의 심연을 들여다보는 소설을 쓰려고 합니다."신씨는 1990년대 이후 국내에서 사랑의 열병이나 젊은이의 감수성, 상처의 치유를 이야기하는 소설로는 일본 작가의 소설이 많이 읽혔다는 점에 아쉬움을 표시했다."르 클레지오의 말처럼 모국어는 조국 같은 것이기 때문에 한국어로 아름답고 품격있는 젊은 소설을 쓰고 싶었어요. 세월이 더 지나서 쓰기에는 벅찬 주제라는 예감도 들었고요. 인생에서 강을 건너는 시기가 있잖아요. 그때 옆에 두고 읽고 싶은 소설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이번 소설의 제목은 최승자 시인의 '끊임없이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에서 따온 것이다. 신씨는 "여러 개의 종이 동시에 울려퍼지는 것 같은 이야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이제 한달 분량의 초고를 쓴 신씨는 "소설 속 인물들이 스스로 움직이기 시작하는 3분의 1가량의 지점에 아직 이르지 못한" 탓에 구체적인 설명은 어렵다고 했다. 제목도 100가지를 놓고 고민하다가 열흘 전에야 골랐고, 주인공의 이름도 계속 바뀌고 있다.이번 소설은 전작인 「엄마를 부탁해」를 탈고한 이후 본격적으로 구상됐다. 신작 연재를 시작하려는 시점에 전작의 판매량은 80만부를 넘어섰다. 올해 여름 100만부를 돌파할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신씨는 "무시무시한 숫자"라며 "흥미진진한 일이기는 하지만 100만이라는 숫자가 짐작이 잘 안 된다"고 말했다."인터넷에 있는 독자 리뷰를 보면 작가도 모르는 엄마에 대한 이야기가 많아서 작가와 독자가 따로 있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았어요. 작품과도 작별의 시간이 필요한데,「엄마를 부탁해」는 특히 오랜 시간이 필요한 작품이었고 지금도 완전히 작별하지는 못했습니다."

  • 주말
  • 연합
  • 2009.06.26 23:02

[책의 향기] 최영 시인 '군산 문학의 원류를 찾아서'

"훗날 누군가 내 책을 근거로 군산문학사를 정리할 때 정작 내 이름을 빼놓으면 어쩌나 하는 생각은 몇 번 해봤습니다."군산문학사를 정리하고 있는 최영 시인(64). 순창 객지놈이 뭘 안다고 하느냐는 푸념도 있지만 그에게 군산은 제2의 고향이다. 2006년 3월부터 군산신문에 '1950년대 군산문단 산책'으로 8개월간 연재했다. 다음해 2007년 1월부터 11월까지 군산뉴스에'군산 문학의 원류를 찾아서'를 다시 연재하면서 78명의 문인들이 조명됐다. 수필집 「군산문학의 원류를 찾아서」 출간은 소설가 채만식씨를 제외한 군산을 거쳐 갔거나 군산 문학활동에 참여했던 문인들의 기록. 군산문학회, 토요동인회, 토문동인회, 시명파동인회 결성과 활동이 군산문인협회로 이어지면서 군산문학사가 집대성됐다."이병훈 선생이 떠났다는 소식을 들으면서 '아차' 싶었죠. 책 출간을 서둘러야겠단 생각에 마음이 바빠졌어요."자료 수집은 매번 그가 넘어야 할 가장 큰 산. 각광받지 못했던 문인일수록 자료 구하기가 더 힘들었기 때문에 지인들의 기억과 자료에 많이 의존했다."자료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요. 가령 고은 시인처럼 유명한 사람들은 인터넷만 두들겨도 자료가 얼마든지 나오는데 없는 건 참 없습니다. 그래서 귀한 줄 알았어요."군산문학사를 엮으면서 문학과 인간관계가 함께 복원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책 첫 페이지를 장식하는 이가 김신웅씨요. 1950년대 문학을 한 양반이죠. 미국에 계신데, 한국까지 와서 자료를 줬어요. 자신이 갖는 것보다 나한테 주는 게 군산문학사에 도움될 것 같다고."단편소설 「금송아지」를 발표한 뒤 창작을 활발히 했다가 월북해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이근영씨가 그의 손에 의해 재조명됐고, 6·25 전쟁 중 여성으로서 문학동인을 창립하고 시집까지 출간했던 정윤봉씨도 부각됐다. 정씨의 첫 시집이 「옥비녀」가 아니라 「봄피리」로 바로 잡기도 했다. 그리고 자신의 글 중에서도 일부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상의하겠다고도 적었다.그는 현재 군산뉴스에 싣고 있는 '군산 풍물기'를 또다른 책으로 엮고, 또 한권의 시집 출간을 준비하고 있다. 여생도 군산항에 정박해 군산문인들의 삶과 문학에 천착하고 싶다고 했다.오랜 생활 공직자의 길을 걸어온 그는 1984년 「시문학」으로 등단, 시집 「개구리」 ,「미룡동의 참새」,「내항」 등 외에도 산문집「내 아침의 그림그리기」 등 다수를 펴냈다.

  • 주말
  • 이화정
  • 2009.06.26 2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