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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 인물 따라가니 한국 역사가 한 눈에

"나는 사람 냄새 나는 역사책을 쓰고 싶다!"역사학자 이이화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 이사장(72)이 2004년 10년여에 걸쳐 완성한 '한국사이야기'에 이어 역사 인물 탐구 시리즈 '인물로 읽는 한국사' 시리즈를 완간했다.'인물로 읽는 한국사' 시리즈는 지난해 1월 출간된 1권 왕과 관료들의 이야기 「왕의 나라 신라의 나라」를 시작으로 최근 발간한 10권 남북한 정치사의 주역들을 다룬 「끝나지 않은 역사 앞에서」까지 260여명의 인물을 다루고 있다. 제왕과 위정자, 변혁을 꿈꾼 혁명가, 의학·과학자, 문학가, 예술가, 사상가, 실학자, 종교가, 동학농민혁명 지도자, 개화기 지식인, 국내외 독립운동가, 한국사의 명장면을 연출한 라이벌과 동반자, 광복 이후 해방공간의 정치가와 현대사의 주역 등 다양한 기준으로 나눠 소개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인물로 읽는 한국사'가 됐다.1권부터 9권까지가 여러 군데에 썼던 것을 손질하고 보충해 펴낸 것이라면, 10권은 완전히 새로 쓴 내용.이승만 박정희 신익희 조병옥 조봉암 장면 김두봉 김일성 허헌 백남운 등 세계사에서도 보기 드물 정도로 모순이 첨예하게 얽혀 있으며 갈등과 대립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우리 현실 속에서 좌파·우파를 가리지 않고 한국 근대와 현대의 주역이거나 그에 맞선 인물들을 다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 이사장은 "현대 인물들은 정치상황에 따라 평가가 극단적으로 엇갈리는 경우가 많아 평가 기준을 잡기가 고민스러웠다"고 말했다.역사 인물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일은 흥미롭다. 그들을 통해 한 시대의 흐름을 알 수 있으며, 여러 유형의 인간이 어우러져 사는 모습도 들여다 볼 수 있기 때문. 한국사를 공부하며 역사 인물에 대한 탐구를 멈추지 않고 그들의 역할과 업적을 여러 측면에서 분석해 온 이 이사장은 "시리즈를 이어가는 동안 역사 속 인물에 대한 평가에 절대적인 기준이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곱씹었다"며 "역사 인물을 기술하면서 예전의 어떤 기준을 맹목적으로 따르지 않고 나름의 가치 판단에 따라 기술했다"고 설명했다.이 이사장은 "외국에 우리 역사를 소개하고 싶다"며 올해 안으로 외국인들을 위한 한국통사책을 쓰고 영어·중국어·일본어·독일어·프랑스어판으로도 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 주말
  • 도휘정
  • 2009.03.13 23:02

[책의 향기] 재능시낭송협 '찾아가는 시낭송 행사' 등

▲ 전국재능시낭송협회 전북지회 찾아가는 시낭송 행사전국재능시낭송협회 전북지회(대표 이혜지)가'2009 문학의 해'를 맞아'찾아가는 시낭송 행사'를 연다.21일 오전 10시 익산 남성여자중학교.한국의 10대 시로 꼽힌'진달래꽃(김애경)''님의 침묵(유미숙)''승무(김혜숙)''별 헤는 밤(조경화·이현희)'등이 낭송되며, 몸짓이 첨가된 시극 '나그네(김애경·이혜지·이옥실)'도 선보인다.청소년을 위한 시'칭기스칸의 충고(박배균)'도 준비됐다.전국재능시낭송협회 전북지회는 다음달엔 시와 시낭송에 관한 세미나(18일 오전 10시30분 익산 꿈꾸는 뜰)를 갖는다.▲ 채선심씨 신인 문학상 수상「대한문학」 2009 봄호 수필부문 신인문학상에 '임실, 내 제2의 고향 외 1편'을 쓴 채선심씨(62·사진)가 선정됐다.채씨는 "이순이 넘어 시작한 글쓰기가 생각만큼 만만한 것은 아니었지만 두드리면 열릴 것이라는 신념으로 쉬지 않고 쪼았다"며 "고목에서 새순이 돋듯 모자란 자양분을 보충하며 꽃피우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순천 출생인 그는 행촌수필문학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전북농민회 농민수기공모 장원''전북 임실군 바르게살기협회 글사랑 글짓기 공모 장원'등을 수상한 바 있다.

  • 주말
  • 이화정
  • 2009.03.06 23:02

[책의 향기] 지식인·친일·여성·대중문화 등 우리 근대사 논쟁 다뤄

▲ 길들이기와 편가르기를 넘어 - 한국 근대 100년사에 대한 '끝장 토론'박노자, 허동현저/ 푸른역사/ 1만 5000원이 책은 서로 다른 관점을 가지고 있는 박노자와 허동현이 한국 근대 100년의 모습을 토론한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길들이기'와 '편가르기'라는 두 가지 큰 화두를 중심으로 엮어졌다. 박노자는 '국민 만들기'라는 프로젝트에서 비롯된 '길들이기'를 통해 한국 근대사에 날카로운 비판을 쏟아내고, 허동현은 친일과 반일 혹은 너와 나를 구별하는 '편가르기'로 말한다. 같은 대상이지만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두 저자의 시각을 통해 독자 사진의 시각을 수립해 볼 수 있는 기회. 지식인·친일·여성·대중문화·종교 등 여러 방면에 걸친 논쟁이 근대사에 대한 답을 줄 것이다.▲ 살림의 경제학 - 인간다운 사회 만드는 경제학은 무엇?강수돌 저/ 인물과사상학/ 1만 3000원사람과 사람의 관계, 사람과 자연의 관계, 그리고 사람 내면의 정신까지 살리는 '살림의 경제'란 어떤 것일까?이 책은 살림살이는 가사노동을 지칭할 뿐 아니라 '사람을 살리고 자연을 살리는 일'이라고 설명한다. 모든 인간이 노동력으로 평가되는 사회에서 죽음을 부르는 경쟁과 이윤의 법칙, 일중독과 소비중독은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고 이를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저자는 경제의 원래 의미인 살림살이를 되찾고 초국적 자본이 지배하는 세계화를 날카롭게 비판한다. 인간다운 사회를 만드는 행복한 경제학이 이 책의 포인트다.▲ 그림 같은 신화 - 그리스 로마 신화통해 자아·위안 찾기황경신 저/ 아트북스/ 1만 5000원몽환적인 그림이 눈길을 사로잡는 이 책은 시대와 장소를 초월한 공통 주제를 바탕으로 그리스 신화 속 인물들이 소개됐다. 열여섯 편의 이야기와 열여섯 명의 신화 속 인물, 이들을 화폭에 담아낸 예술가들의 작품을 실었다.인간세계와 꼭 닮은 그리스 로마 신화 이야기에서 우리 자신의 모습을 찾아 볼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위안을 얻을 수 있다. 사랑, 욕망, 슬픔, 외로움이라는 네 가지 감정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나눴으며 같은 주인공이지만 화가에 따라, 시대에 따라 다르게 표현된 신화 속 인물들이 새롭게 느껴질 것이다.▲ 클래식 그 은밀한 삶과 치욕스런 죽음 - 음악계가 바라본 클래식 음악 '뒷담화'노먼 레브레히트 저/ 마티/ 1만 9000원클래식 음악의 위기에 대해 이야기 하는 책.음악 평론가로 유명한 저자는 클래식 음악 산업계의 기이한 진실과 호기심 담긴 이야기들을 폭로한다. 클래식 음반의 죽음을 알리는 말은 예언이나 선고가 아니라, 부고라는 것. 1902년 최초 베스트셀러 녹음인 카루소부터 새로운 기술의 출현으로 스러지게 된 음반 산업 전반을 다뤘다. 음악계 내부에서 바라본 뒷담화, 음반사와 거장들의 욕망, 그들이 겪는 갈등 등을 파헤친다. 저자가 직접 엄선한 불명의 명반 100장과 결코 만들어져서는 안될 쓰레기 음반 20장도 함께 소개된다.

  • 주말
  • 이화정
  • 2009.03.06 23:02

[책의 향기] 김현식의 '역사, 위험한 거울'

책은 이렇게 시작한다. "'그녀는 아름답고 총명했다.' 흐릿한 새벽별을 보며 D는 러브스토리의 첫 구절을 떠올렸다. 얼마나 상큼한 축약인가. 아무리 늘여도 결국 부족한 말. 아무리 길게 써도 결국 모자란 글. … 사랑 ? 얼마나 익숙한 말인가. 하지만 무얼 알까. … 이 구절을 떠올릴 때면, 수백의 나열로도 못내 부족한 A의 이미지가 - 그가 사랑하는 자의 모든 것이 - 강 안개처럼 피어올라 그를 적시기 때문이다."퀴즈 하나. 위의 글처럼 시작하는 책의 성격은 ? 아마 대부분 소설이라고 답할 것이다. 그러나 이번 경우에는, 아니다. 이 책은 소설은 아니다. 그러나 소설도 들어있다. 그리고 전문 역사서이다.먼저 저자에 대해. 나는 이미 이 분의 저서를 2006년에 읽은 적이 있다. 「포스트모던 시대의 역사란 무엇인가」(휴머니스트)가 그것이다. 역사 전공자가 아니라도 들어본 적이 있는 「역사란 무엇인가」의 저자 E. H. 카아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쓴 역사이론이었다. 그때 나는 이제 한국에도 이런 정도 수준의 역사학자가 나오는구나 하며 흥분해서 여기저기 소개하는 글을 올렸더랬다. 이번에 소개하는 책이 5년 먼저 나온 셈이다.이 책은 소설의 구성을 취한다. 실제로 1부에는 A와 D의 사랑 이야기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흔히 사랑을 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듯 절대를 바라는 D와, 그 절대의 부조리를 자각하기 시작한 A 사이의 균열이 도입부이다. 쉽게 예견되듯이(?) A가 여자이고, D가 남자이다. 나이는? 남자가 훨씬 많다. 아, 이 낯 뜨겁고 가벼운 남성성!여기서 저자는 중세 11세기의 두 연인, 엘리오즈와 아벨라르라는 기억을 끄집어낸다. 줄리엣의 나이보다 많기는 하지만 아직 16세에 불과했던 엘리오즈와 이미 명성과 업적을 쌓은 학자였던 아벨라르의 비극적 사랑. 그리고 그 기억을 '텍스트로서의 인간 삶의 무한한 해석 가능성'의 본보기로 삼는다. 즉, 엘리오즈와 아벨라르의 사랑에서, 전혀 상반된 아벨라르에 대한 해석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마치 자칫 독자를 우롱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는 '위험한 글쓰기'를 통해, 역사가 얼마나 '위험한 거울'인지 보여준다. 그 사이에 역사가 바로 그 경계를 시험하는 '위험한 학문'이라고 정의한다.단숨에 읽었던 이 책에는 여러 가지 아쉬움이 있다. 우선 마분지에 거무튀튀한 표지와 형편없는 종이. 9년 전의 책이지만, 당시 한국 출판수준이 이렇게 낮지는 않았다. 뭔가 미학적 고려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으나, 내 눈에 띄지 않았다면 지금도 서점 구석에 처박혀있을 지도 모른다.두 번째 아쉬움은, 역사해석에서 다시 현실로 돌아온 뒤, A에 대한 D의 사랑의 결말에 있다. 뭔가가 어설픈 느낌이다. 역시 소설가는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나 역시 소설평론가가 아니니 일단 덮어두자.무엇보다도 아쉬운 것은 이 책이 지금 '절판'이라는 사실. 그럼에도 소개하는 이유 ? 좋은 책은 독자가 출판한다는, 출판하게 한다는 나의 신념 때문이다. 나의 소개글을 읽고 뭔가 느낌이 오는 분들은 출판사인 푸른역사나 한양대학교 사학과 김현식교수 연구실로 전화를 하면 된다. 다시 안 찍을 거냐고. 학생들과 협동하여 내가 이렇게 되살린 책이 여럿 된다./오항녕(한국고전문화연구원)

  • 주말
  • 전북일보
  • 2009.03.06 23:02

[책의 향기] 전북 노동운동, 그 현장의 기록

"노동운동의 불모지나 다름 없던 전북에서 민주노조운동이 출현한 지 20여년이 흘렀지만, 지역노동운동은 사회·학술적 관심으로부터 배제된 채 방치돼 왔습니다. 지역노동운동의 형성과정을 밝혀줄 귀중한 현장 자료와 자원이 소실될 위험에 처했단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시작했습니다."산업화의 지연으로 노동운동은 지체됐지만, 민주성·자주성·연대성을 띈 한국민주노조운동과 맥을 함께 한 전북 노동운동의 특성과 흐름을 한눈에 아우른 책이 출간됐다. 「전북지역 노동운동의 역사 다시 쓰기」(한울아카데미), 「전북지역 민주노조운동과 노동자의 일상」(한울아카데미), 「전북지역 민주노조운동의 전환과 모색」(한울아카데미).전북지역 노동운동사 연구팀은 전북지역 노동운동사를 크게 세 시기로 구분했다. 1978∼1986년까지 전북 민주노조운동의 태동기, 1987년 노동자 대투쟁부터 전북노련이 해체되고 민주노총이 건설되는 1996년까지의 대중적 확산기, 1997년 이후 신자유주의적 재편기다.그리고 이를 두 단계로 나눠 1980년대 지역 노동계급의 형성과정을 미시적 수준에서 밝히고, 1990년대 지역사회의 신자유주의적 재편과정의 지역노동운동이 처한 상황을 분석해 지역노동운동의 대응전략을 검토했다.남춘호 전북대 교수와 이성호 전북대 쌀·삶·문명 연구원의 「전북지역 노동운동의 역사 다시 쓰기」(한울아카데미)엔 40여명 지역노동운동가 중 8명의 20여년 전 기억을 심층면접을 통해 기여도나 중요도가 아닌 현장의 역사를 복원해냈다. 지역노동운동은 학술적 관심에서 배제된 사각지대에 있었기 때문에 문헌자료는 거의 전무해어려움이 많았다. 1980년대 초반 노동야학과 민주노조운동의 출발점이었던 태창 메리야스 투쟁의 기억, 1987년 이전 후레아훼숀 노조 투쟁, 백양메리야스 투쟁 등 떠올리기 싫었을 법한 이야기가 스스럼없이 담겼다.'신제품이 나오면 그거에 대해서 작업을 할려면 물어봐야 되거든요. 그러면 그걸 물어보면 물어본다는 트집으로 고참 언니들이 해고를 많이 당했어요. 항상! 인상철이 되고 상여금철이 되면 해고를 많이 당하고 (…) 관리자들이, 이 욕설이, 폭언이 진짜 말도 못해요.' (「전북지역 노동운동의 역사 다시 쓰기」 p 21∼22)「전북지역 민주노조운동과 노동자의 일상」(한울아카데미)엔 노중기 한신대 교수의 '1980년대 민주노조 형성에 관한 연구' 남춘호 전북대 교수의 '87 노동체제하 전북지역의 민주노동운동' 이성호 전북대 쌀·삶·문명 연구원의 '1980년대 전북지역 노동운동의 성장과 분화' '신빈곤층 사회적 네트워크의 해체와 대응 전략' 진양명숙 전북대 다문화연구소 연구원의 '여성노동운동에 나타난 계급과 젠더' 등 5편의 연구논문이 담겼다.남 교수는 자신의 논문을 통해 전북민주노조연합회(전북노련)의 노선갈등이 극복된 후 전노협 시기에 지역노동운동이 위기에 당면한 것은 자본과 국가권력의 압도적 우위 속에서 탄압이 가중됐기 때문이라며 전북노련은 민주노조운동의 중심으로 위상을 유지하면서 비제조업과 대기업 노조운동과의 연대를 조직해나갔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적었다.이 전북대 쌀·삶·문명 연구원은 빈곤층이 자신의 빈곤상황을 대처하기 위해 사회적 네트워크를 형성했으나 이것이 해체되면서 빈곤이 개별화되고 고착화되는 양상을 띄었고, 일터를 중심으로 새로운 네트워크를 형성하려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전북지역 민주노조운동의 전환과 모색」(한울아카데미)엔 김재훈 강원대 교수의'전북지역의 노사관계 가치지향' 김명아 전북 노동운동사 연구팀 전임연구원의 '노동운동의 인터넷 활용과 정보화' 주종섭 여수 일과복지연대 소장의 '플랜트 건설 노동운동에 관한 연구' 이성호 전북대 쌀·삶·문명 연구원의 '노동운동의 위기와 지역노동운동의 대응전략' 고 조문익 전 민주노총 전북본부 부본부장의 '전북지역 민주노조운동 연구'가 담겼다.

  • 주말
  • 이화정
  • 2009.03.06 23:02

[책의 향기] 진솔함 배어나는 향기로운 글

"젊은 시절 언젠가 저 자신에게 한 약속이 있었습니다. 환갑이 되고 정년이 되면 책 한 권 내겠다는 것이었죠. 글 쓴다는 것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지만, 한가지 숨길 수 없는 것은 그냥 글이 쓰고 싶었고 글을 쓰는 게 좋았다는 겁니다."2005년 「수필과비평」을 통해 문단에 처음 나올 때에도 '생활 속의 진솔함이 그대로 배어났다'는 평을 받은 수필가 석인수씨(61). 첫 수필집 「생각이 머무를 때면」(수필과비평사)을 펴낸 그는 "미사여구를 넣어 아름답게 꾸미려는 흔적보다는 단출하더라도 진심이 느껴질 수 있는 글을 쓰고 싶다"고 말했다."세상에 가진 것이라고는 몸뚱이만 덩그렇게 하나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조심스럽게 두드리며 결과보다는 과정을 중시하며 살아왔습니다. 문학에 있어서도 생활에서 직접 경험하고 느낀 것들을 여과없이 전해주고 싶습니다."생활 속에 수필의 소재는 무수히 많다고 생각한다는 석씨. 그는 어렵거나 문학적 면모를 갖추기 위해 억지로 짜맞추기 보다는 읽는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글을 쓰고 싶다고 했다.독자에게 여운을 남기고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는 글. 그는 "마음밭이 척박하고 견문조차 일천해 쓸만한 글이 나올 리 없다"며 겸손해 하지만, 그가 빚어낸 글은 때로는 연애편지처럼 향기롭고 때로는 칼럼처럼 날카롭다.1968년 공직 생활을 시작해 지난해로 만 40년이 됐다. 전북도 건설교통방재국장과 새만금환경국장, 새만금개발국장, 경제자유구역 추진기획단장 등을 지내다 정년을 1년 반 정도 남겨두고 명예퇴임을 결정했다. 그는 "평소에도 사람은 물러날 때를 잘 선택해야 한다고 생각해 왔다"며 고지식하다는 말을 들을 만큼 공직 생활만 해왔지만 이제는 문학에도 마음을 주고 싶다고 했다. 출판기념회는 20일 오후 5시 전주코아호텔.부안 출생으로 전북대 대학원에서 공학석사, 원광대 대학원에서 공학박사를 받았으며 승정대학교 지역개발대학원을 수료했다. 현재는 원광대 토목환경공학과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 주말
  • 도휘정
  • 2009.03.06 23:02

[책의 향기] 공자왈 "비즈니스맨들아 이렇게 살아야 성공하느니라"

▲ 똑똑한 여자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 여성들이 모르는 직장의 비밀크리스토퍼 V. 플렛 씀/시공사 펴냄/1만2000원열심히 일하는데도 남성에게 뒤지는 것 같은 기분. 승진에서는 항상 밀리는 똑똑한 여자들에게는 어떤 비밀이 있는 것일까?이 책은 정작 여자들은 잘 모르고 있는 직장 내 비밀들을 공개한다. 여자들이 더 높이 올라 가지 못하도록 막는 것은 남성이지만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것은 결국 여성 자신이라는 것. 과정 중심적이며 합의를 중시하는 여성들은 목표와 성과만을 중시하는 남성과는 충돌을 보이며 실제 경쟁에서 밀려나기 때문이라고 책은 설명한다. 워킹걸들의 실상을 가감 없이 드러내 직장생활 참고서로 부족함이 없다.▲ 직장 논어 - 2000년전 예견한 공자의 가르침이우웨이리 씀/청년정신 펴냄/1만2000원지금으로부터 2000년 전 공자가 쓴 「논어」에서 21세기 비즈니스맨을 위한 생존기술을 말한다. 시간에 따라 삶의 자세와 직업정신 등 많은 것이 변화했지만 인간에 대한 예의와 책임의식은 여전히 중요시 되고 있는 요소. 이 책은 「논어」의 내용을 토대로 일상생활과 비즈니스에 필요한 지혜를 소개하고 우리 각자의 인생 목표, 삶의 자세 등을 돌아보게 도와준다. 각 절이 시작하는 부분에 논어의 원문을 실었으며 이를 이해하기 쉽도록 풀이해 놓았다. 또 단락의 마지막에는 'Think&Talk' 박스를 통해 더 생각해 봐야 할 것들에 대해 말한다.▲ 완벽주의자 - 탐욕·허영에 빠진 여성 이야기퍼트리샤 하이스미스 씀/민음사 펴냄/1만2000원영화 '태양은 가득히'와 '리플리'의 원작자로 잘 알려진 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의 단편집. 틀에 갇히지 않은 상상력과 그로테스크한 유머 감각이 돋보이는 컬트 소설들을 만날 수 있다.여성 안에 잠재돼 있는 혐오스러운 면들을 파헤친 '여성 혐오에 관한 짧은 이야기들'의 17편 이야기들은 여성의 탐욕과 허영, 위선, 집착 등을 포착했다. 저자 자신이 여성임에도 여성의 치부를 더 신랄하게 들추고 조롱하는 것. 12편의 이야기가 담긴 '바람 속에서 서서히, 서서히'에는 작가 특유의 장르의 경계를 넘나드는 다양한 스토리가 담겨있다.▲ 내가 예술작품이었을 때 - 자유를 박탈당한 인간의 불행에릭 엠마뉴엘 슈미트 씀/밝은세상 펴냄/1만3000원자신의 몸과 영혼을 팔아 넘긴 대가로 세상이 주목하는 예술작품이 된 한 남자. 「 내가 예술작품이었을 때」는 인간이 자유를 박탈당하는 것이 얼마나 불행한 일인지를 보여줌과 동시에 인간의 허위의식을 풍자한다. 저자는 이 소설을 통해 물질만능주의와 외모지상주의를 보편적 가치로 치부하는 사회 의식을 신랄하게 꼬집으며 예술작품에 대한 매스컴의 맹목적인 찬사에도 일침을 가하고 있다. 기발한 소재와 풍자, 날카로운 지성과 문체, 번득이는 재치와 유머가 돋보이는 작품.▲ 비밀의 요리책 - 15세기 요리의 역사는 어땠을까엘르 뉴마크 씀/레드박스 펴냄/1만3000원극장에서 팝콘 파는 점원, 베이비시터, 광고 일러스트레이터, 이혼녀, 싱글맘. 예순 살이라는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외모와 열정을 지닌 작가 엘르 뉴마크의 전 직업들이다. 평생 여러 직업을 전전하다 늦은 나이에 작품 활동을 시작한 독특한 이력의 저자는 요리사인 아버지와 베네치아의 아름다움에서 영감을 얻어 이 책을 썼다고 한다. 베네치아 곳곳에 대한 생생한 묘사와 15세기 요리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매력적으로 다가올 것. 각종 요리 재료가 갖고 있는 역사와 그에 따른 메타포도 읽는 재미를 선사한다.

  • 주말
  • 이지연
  • 2009.02.27 23:02

[책의 향기] 채만식은 풍자문학 대가였나 친일 문학가였나

한국 근대사의 격동기를 살았던 채만식(1902∼1950).누구보다도 한국 식민지 근대화 과정에 민감한 시선을 보냈고, 식민지 근대화 풍경과 역설적인 상황들을 풍부하고 객관적으로 묘사했으나, 식민지 말기 '친일'로 돌아서 채만식 문학 전체가 평가절하되는 분위기가 팽배했었다. 세상 사람들의 관심 바깥으로 떠밀려 간 그의 문학세계를 재조명하자는 공감대를 바탕으로 현재까지 활발히 연구되지 않았던 중·장편소설들에 관한 연구물을 묶은 총서가 출간됐다.군산대 채만식연구센터(센터장 남기혁)의 「채만식 중·단편소설 연구」(소명출판)는 지난 2006년부터 2년간 손정수 계명대 교수, 김양선 한림대 강의교수, 류보선 군산대 교수, 차원현 경주대 교수, 공종구 군산대 교수, 한수영 동아대 조교수, 이경훈 연세대 부교수, 방민호 서울대 교수, 황국명 인제대 교수, 문학평론가 심진경 한형구씨의 연구 저작물들을 총망라한 책이다.남기혁 채만식연구센터장은 "채만식의 고향이 군산 임피인 데다 친일 문제로 그의 문학세계 중 특히 중·장편소설에 관한 연구가 미진하다고 여겨 기획하게 됐다"며 "그의 문학을 총체적으로 읽어내고 분석해 살아있는 전사로 계승하고자 하는 취지"라고 설명했다.채만식의 대표작으로 일컬어지는「레이메이드의 인생」「탁류」「태평천하」 는 일제강점 시절 현실을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데서 시작과 귀결을 보인 작품. 차원현 경주대 교수는 '부르주아 자유주의의 심연'을 통해 「태평천하」는 풍자의 대상이 되는 윤직원 혹은 부르주아 자유주의는 자기 파괴로 향하는 내적 분열을 드러낸 이미지로 풍자가 드러났다고 적었다.일제 말기 자신의 흔들림을 자책하면서 당대의 혼란상과 부정적 현상을 날카롭게 반영해 적극적으로 자신의 의지를 드러낸 작품 「민족의 죄인」도 재조명됐다.문학평론가 한형구씨는 '작가의 존재와 자기 처벌, 혹은 대속'을 통해 「맹순사」「미스터방」 등과 함께 「낙조」를 제외하면 더 많은 리얼리즘계 소설 문학의 진경을 이룩할 수도 있었지만, 자신의 처벌 의지로 인해 중·단편 소설에 머무는 성과에 머물렀다며 그는 민족의 운명, 민족사의 행방에 대해 염려하고 그 아픔의 역사를 기록하고자 하는 소명 의지에 충실했었다고 재평가했다.

  • 주말
  • 이화정
  • 2009.02.27 23:02

[책의 향기] 무딘 연필의기록…소중한 삶의 자산

"「소년문학」이 얼마나 소중한 잡지인지 고개를 주억거릴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4년간 아이들와의 대면을 늘 목마르게 기다리면서, 봉사했어요. 성장 역사의 기록, 무딘 연필을 기록한 아이들의 흔적이 얼마나 소중한 재산인지, 언젠가 무릎치며 깨달을 때가 올겁니다."'어린이가 천국을 만든다'는 철학으로 펴낸 책 「쁜지는 어른의 천국이다」(신아출판사). 어린이잡지 「소년문학」에 투고했던 초등학교 아이들의 작품을 추리고, 그들의 상상력을 덧댄 아기자기한 그림을 삽화로 넣었다. 자신의 마음을 열고 표현한 이야기에 기꺼이 귀를 열었던 시인이자 수필가인 김용옥씨(61·사진)의 꼼꼼한 해설까지 섭섭치 않다."나팔꽃이 희망을 품으며 하늘을 향해 뻗어나간다고 했더니, 시영이는 삽화로 넣은 자기 이름에 나팔꽃을 그려넣었어요. 언제, 어디서든 '퀸카'가 되겠다는 은정이는 이름마다 왕관을 씌웠구요. 이 '쪼고만' 씨앗들이 어떻게 자라날까요."아이들 이야기가 시작되면 목소리부터 높아지는 그는 학교 선생님이라는 직함에 얽매이지 않는다. 꼬맹이들과 재미나게 잘 놀고, 함께 킥킥거린다. 시쓰는 게 더딘 아이를 볼 때면 답답해하다가도 삼행시를 '급제안'하고, '아자아자'를 외치는 순수하고 정직한 그다."자기를 잃어버렸거나 가슴이 막혔거나, 남과 다르게 살기를 포기한 어른들, 어린이란 뭘 모르는 철부지라고 치부하는 어른들이 꼭 읽어보길 바랍니다. 깨끗하고 환한 마음을 들여다보며 '거꾸로 시간여행' 할 수 있을 테니까요."그의 아이들 사랑은 여기가 끝이 아니다. 중학생으로 관심을 돌려 「너희 생각이 희망이다」(신아출판사)까지 펴냈다. 한데 뒤엉켜 글쓰기 지도를 해오며 '찜' 해뒀던 중학생의 논설문과 시를 모은 것.원더걸스의 'Tell me' 열풍을 통해 UCC의 힘을 짚어내고, 「어린왕자」를 통해 '군중 속의 고독'의 현대인이 서로 길들인다는 것, 관계 맺는 존재에 대한 책임을 읽어내는 아이들의 자유로운 영혼을 응시한 글모음이다. 들끓는 용광로를 가슴 속에 앉혀 놓은 듯한 그의 입담은 마주 앉은 사람으로 하여금 평화를 '덤'으로 받아안게 한다. 팔을 휘두르며 아이들을 향해 달려가는 깨어있는 선생이다.그는 1988년 「시문학」으로 등단해 「달구의 밥 숟가락이냐」등 2권의 시집과 함께 수필집 「생각 한 잔 드시지요」 등 3권을 펴냈다. '전북문학상' '박태진문학상' '백양촌문학상' '신곡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다.

  • 주말
  • 이화정
  • 2009.02.27 23:02

[책의 향기] 가치있는 삶이란 무엇일까

아프리카 남부, 앙고라 등 초원에서 풀을 먹으며 무리를 이루어 사는 스프링 벅. 무리들을 밀치면서 시속 90km 이상 질주하기 때문에 막다른 위험에 처해도 되돌릴 수 없을 정도로 속력이 뛰어나고, 점프력 또한 대단하다. 책은 우리사회 구성원들에게 '왜'라는 근본적인 물음을 던진다.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 가치있는 삶을 살아야 하는 이유 등 물음을 제기함으로써 답은 각자가 찾아야 한다는 것을 깨우치게 한다.하지만 부모들은 자녀에게 공부만 잘하면 모든 꿈이 이루어 질 것처럼 공부에만 매달릴 것을 강조한다.아이들의 미래를 모두 한 방향, 한 가지 생각만을 강요하도록 하면서 벼랑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마치 스프링 벅의 무리가 풀을 뜯다가 초원을 질주하면서 절벽에 내몰리게 되면, 죽음의 길이라는 걸 알면서도 손 쓸 방법을 찾을 수 없는 것과 같다. 질식할 것 같은 공간에서 많은 아이들이 자신을 가장 아끼고, 사랑하는 부모들로부터 내몰리고 있는 것.학교는 학생들에게 정의와 용기를 심어주고 있는가. 학교 눈치를 보며 내신 따기에만 급급해 뒷공론만 하는 것이 과연 용기있는 행동인가.우리는 당당하게 우리의 권리를 되찾아야 한다. 어떠한 권력도 책임 있는 자유와 권리를 억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금 전국을 시끄럽게 만들고 있는 일제고사 결과로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도시도 조용하지 않다. 시험은 과거에도, 현재에도, 미래에도 있을 것이다. 얼마 전 학업스트레스를 조사한 결과가 뉴스에 나왔었다. 특목고 열풍에 중학교 아이들의 학업 스트레스가 고등학생들 보다 더 높다고. 자살하고 싶은 생각을 가져 본 아이들이 절반이 넘는다고 했다.책을 든 순간부터 멈추지 않고 책장을 넘기게 되었고 책을 내려놓고도 가슴이 먹먹함을 감추기 힘들었다. 정신없이 몰아대는 현실 속을 살고 있는 우리 아이들의 용기와 사랑, 열정이 행간 사이사이로 나를 이끌었다. 부모들로부터 상처를 받은 아이들이 상처를 주는 부모들에게 던진 많은 용서가 나를 아프게 한다. 아이들은 용기도 없고, 비겁하고, 미숙하기 이를 데 없는 어른들을 용서하고 헤아려주는 따뜻함까지 잃지 않는다.강자독식만이 난무하는 세상에서 살아야 할 분명한 이유와 희망과 진정한 용기를 갖추고 철없다고 어리다고 보는 부모들에게 진정한 삶의 이유를 알게 해주는 책이다. 양심을 잃어버리고 살아가는 부모들에게 양심이 왜 필요한지 실천 하는 양심이 왜 중요한지 자신의 목숨을 던지면서도 한마디 원망도 없이 떠난다.책의 중심에 있는 아이들은 죽음으로 내 몰리는 비극적인 현실을 무대삼아 자신들의 이야기를 현실과 연극 속에서 온몸으로 살아내고 있다. 지금이 아니면 안 된다고 조금만 더 가면 벼랑이라고 온몸으로 외쳐댄다. 아무리 찬란한 미래라도 자신이 이루어 내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고 부끄럽다고.이 세상을 따뜻하게 보는 아이들의 작은 환호성과 용기 있는 몸짓에 깊은 존경을 보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 시대 진정한 공부를 해야 하는 것은 어린이들이나 청소년이 아니라 부모들이다. 부모의 역할이 무엇인지, 부모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 함께 살아갈 어린이나 청소년들이 어떤 생각과 행동을 하는지에 대해서 열심히 배워가야겠다.아이들아! 너희들과 함께 자라고 싶은 엄마가 너희들과 함께하고 싶은 책이야.하나, 둘, 셋! 바로 지금이야./김미숙(어린이도서연구회 회원)

  • 주말
  • 전북일보
  • 2009.02.27 23:02

[책의 향기] 소리와 몸짓이 빚어내는 신명의 경지

7년 전 우연히 마주친 임실필봉굿. 휘엉청 밝은 대보름달 아래 신명을 울리는 풍물 소리가 하늘에 닿는다. 작가는 소리를 통해 어깨가 들썩이고 마음이 물결치는, 하나가 되는 경지를 보면서 글을 쓰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꼬박 5년간 임실필봉마을을 들락날락 거렸다. 마음 가는 대로 두드린다고 하지만 신명을 내는 과정이 궁금했고, 스스로 삭아 제 소리를 낼 때의 경지를 알고 싶었다.윤미숙씨(47·사진)의 첫 장편동화 「소리공책의 비밀」(대교출판)엔 임실필봉마을을 무대로 귀머거리인 먹이와 진성이의 손끝에서 맺어진 소리와 몸짓의 이야기가 담겼다. 수십 개의 손동작과 몸동작을 세세히 스케치한 소리공책은 먹이의 '신기' 어린 소리가 노력의 결실임을 방증하는 매개체.그는 "개개인의 소리가 하나의 소리로 모아져 신명에 이르기까지 두드리고 또 두드리는 게 바로 장인정신"이라며 "세상엔 타고난 천재도 있지만, 대부분은 노력의 대가로 그 정신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5년간 답사를 통해 풍물굿의 내용과 춤사위, 장인정신을 자신의 것으로 소화하는 과정은 대단한 인내력이 요구되는 일이었다. 작품을 관통하는 노력의 결실은 자기 자신을 향한 이야기이기도 했다."포기하고 싶을 때가 많았어요. 보고 들을 땐 다 같은 가락 같은데, 자기들끼리는 서로 다른 눈짓을 주고 받거든요. 시도 때도 없이 전화하고, 모르겠으면 찾아가서 '제 앞에서 다시 한 번 쳐보세요' 부탁하고. 하도 귀찮게 하니까 양진성 회장은 나중엔 전화를 피할 정도가 됐죠."전문용어를 쉽게 옮기기 위해 도서관에서 국어사전을 끼고 수없이 씨름했다. '깽멕(꽹과리의 사투리)''짝드름(꽹과리 상쇠와 부쇠가 주고 받으며 흥을 내는 풍물 가락)''끝쇠(꽹과리 치는 사람 중 맨 끝에 서는 치배)' 등 굿패 용어 뿐만 아니라 '비설거지(비를 맞으면 안되는 물건을 치우거나 덮는 일)''움파리(비오는 날 골목길에 신발만 적셔질 정도로 얕게 패인 웅덩이 모양)' 등 소중한 우리 입말을 찾기 위한 공도 엄청났다. 정답같은 맞춤 소리가 없듯 좀 더 쉽고, 유려하게 풀어내고픈 작가의 욕심이다.부안 출생인 그는"다시 펜을 잡도록 끝없는 격려와 자극을 해주신 이성자 광주대 교수, 문우회 '운동장 아이들', 고 양순용씨 부인, 곽야순 할머니와 마을 사람들의 진심어린 도움과 남편 송기영씨와 아이들 훈영 하경 용석이의 인내에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며 "소설가 최명희씨, 전주 한지 등 전통을 소재로 한 소설을 쓰겠다"고 덧붙였다. 제16회 눈높이아동문학대전 신인 장편동화 수상작이다.

  • 주말
  • 이화정
  • 2009.02.27 23:02

[책의 향기] 론 버니의 '독수리의 눈'

아이들의 책읽기는 어른과는 사뭇 다르다. 어른들은 책을 읽다가 어려운 단어가 나오면 사전을 찾거나, 이해하기 위해 다른 방법을 강구할 수 있다. 하지만 아이들은 이해가 안되는 문장이 계속 나오면, 책에 대해 흥미를 잃게 된다. 재미가 없으면 책읽기는 어른이고 아이고 모두 읽기 싫어하게 마련이다.이 책은 호주 원주민 소년 구답의 눈을 통해 원주민들의 생활방식이 자연과 얼마나 동화되어 있는지 알 수 있게 하는 책이다. 물웅덩이가 있는 곳에서 머물면서 물 마시러 오는 동물을 사냥하고 그곳에서 자라는 식물의 열매나 뿌리를 다 먹기 전에 다른 곳으로 이동해서 살면서 자연에 순응하면서 사는 구답의 부족 이야기다.그런데 어느 날 끔찍할 일이 일어난다. 하얀 악령들이 큰 들개를 타고 와서 가족과 부족들을 죽이는 것이다. 숙모의 주검 아래 캥거루 가죽으로 덮여서 살아있는 유당과 함께 이 둘은 살아남기 위해 그곳에서 도망친다.아이들이 배고픔과 추위를 견디며 안전한 곳을 찾아 쫓겨 가면서 피나무리부족을 만난다. 새로운 가족을 만나 따뜻한 잠자리를 얻었지만, 이 부족에게도 끔찍한 일이 일어난다. 또다시 도망가면서 무서운 다푸리족을 만나고 , 잠시 물을 찾아 안전한 곳으로 떠난다. 어디가 안전한 곳인지 알 수가 없다.이 책은 영국인이 호주에 처음 들어와 원주민들과 마찰을 그린 책이다. 우리의 역사는 언제나 승자 입장에서만 서술하지만, 약자인 원주민 소년 구답의 시선을 따라갔다는 게 아주 신선했다. 백인 우월주의에서 쓰인 책들만이 아이들에게 보여졌다면, 한번쯤은 다른 시선으로 쓰여진 책을 권해주고 싶다. 아이들의 눈을 통한 읽혀지는 시대의 아픔과 고통이 내 마음에 고스란히 전해오면서 나는 한동안 다른 책을 잡지 못했다. 고 김수환 추기경이 선종하시면서, 이웃을 사랑하라는 메시지를 던져주셨듯 사회적 약자의 입장을 충분히 공감하게 쓴 책이다. 물론 허구적인 사실이나 과장으로 여겨질 수도 있지만, 아이들에게 꼭 권해주고 싶다./장혜원(어린이도서연구회원)

  • 주말
  • 전북일보
  • 2009.02.20 23:02

[책의 향기] 최승범 시인 수필들, '맵시·맘씨·솜씨=?'로 출간

"수필이 나를 위하여 있었던 것인가, 내가 수필을 위하여 있었던 것인가를 새삼 생각해 봤습니다. 수필의 본질이나 본령의 참모습을 찾아보고 싶었고, 참다운 문학의 향취를 지닌 수필을 써야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끝내 의욕에 미치지 못한 채 오늘에 이른 것 같아 허탈하고 면괴스러울 뿐입니다."시조시인이자 수필가인 최승범 전북대 명예교수(78)의 수필들이 출판사 소소리(대표 우희정)가 펴내는 '한국의 수필 대표작선집'에 선정, 「맵시·맘씨·솜씨=?」로 나왔다.대학 강단에서 40여 년 간 수필론을 강의하고 1965년 「수필ABC」를 시작으로 십수권의 수필 관련 이론서와 단행본을 세상에 내놓았던 그는 그러나 "소소리로부터 자전 수필 제의에 바로 응하지 못한 채 미적거렸다"고 고백했다.「맵시·맘씨·솜씨=?」에 실린 작품은 44편. 제목에 나온 맵시, 맘씨, 솜씨는 평소 최 명예교수가 좋아하는 낱말이다. 좋아할 뿐 아니라 이 세 낱말로 스스로의 삶을 살피고 단속한다고 했다. "쓰고자하는 수필에서도 언제나 이 세 낱말을 추슬러 보곤 한다"는 그는 "나의 삶이나 수필이 이 세 낱말과 같은표를 이룰 수 있는 날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한국의 수필 대표작선집' 편찬위원회는 "오늘의 문학 현실을 위기라고들 하는데, 한편으로 위기는 기회를 뜻하기도 한다"며 "이 시점에서 수필문학의 주체적 진술방식과 시에 조금도 다를 바 없는 서정의 운문적 양식을 주시한다면 그 해결책이 어렵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백제 토기처럼 투박한 듯하나 조선백자처럼 깔끔하고 책장을 넘기기 전 숨가쁜 호흡부터 가다듬게 하는 그의 수필은 문학사적인 정립을 시도한다는 점에서도 '한국의 수필'로 적합했던 것이다.

  • 주말
  • 도휘정
  • 2009.02.20 23:02

[책의 향기] 소설가 라대곤씨 '영혼의 그림자'

"저로서는 생명을 덤으로 얻은 겁니다. 술 많이 마신 덕이겠죠. 나이 먹으면 큰 체험을 많이 합니다. 전혀 생각지 않은 이야기로 말입니다. 이젠 살 만해요."아프다는 사실을 모를 때부터 소설집 「영혼의 그림자」(신아출판사)를 준비했다. 너무 가난했던 청년 시절 현상금 때문에 글을 썼지만, 이제는 문학이 자신의 고향이고, 존재 이유라고 말하는 라대곤씨(69·수필과비평사 회장)다.'개값''개명(改名)''개소리''공처가''빈대''산삼(山蔘)''종마(種馬)''영혼의 그림자' 등 총 8편이 담긴 단편 소설집이다.'영혼의 그림자'엔 무당을 수양 어머니로 삼아야 했던 기구한 운명의 주인공을 통해 빙의 체험 이야기가 담겼다."8편 중 7편은 서민의 삶을 다뤘는데, 고만고만한 걸 쓰다 보니까, 읽히는 소설을 쓰고 싶더라구요. 판타지 소설 같은 거 말입니다. '영혼의 그림자'를 그 시발점으로 삼았습니다. 무당, 죽은 혼령 이야기를 통해 영혼을 넘나드는 이야기를 담고 싶었어요. 신비감을 주잖아요."선이 굵은 문장 마디 마디마다 힘이 들어차 있고, 관념적이지 않아 한번 손에 잡으면 순식간에 읽힌다."글을 쓰는 것 자체가 억지라는 자괴감이 들 때 많지만, 계속할 겁니다. 진솔함의 기준이 모호하긴 하지만, 노력하다 보면 마음을 확 잡아끄는 이야기꾼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거죠. 글을 아무리 손질해도, 아쉬움이 또 그대로 남는 건 어쩔 수가 없지요."군산 출생인 그는 소설집 「악연의 세월」 「굴레」 「선물」 「아름다운 이별」 등을 펴냈으며, '전북문학상(1999)' '표현문학상(2000)' '백양촌 문학상(2002)'을 수상, 소설집 「망둥어」로 '채만식문학상(2006)'을 수상한 바 있다.

  • 주말
  • 이화정
  • 2009.02.20 23:02

[책의 향기] 이병초시인 6년만에 시집 '살구꽃 피고'

'공부는 늙어서 잠 안 올 때나 하는 것이었다.'중학교 3학년 3월말고사 평균 61점. 수업료로 '냅다' 여수행 완행열차를 끊고, 양복 기술을 배우러 불티나 양복점에 갔다. 보름도 안 되어 발각, 찍소리도 못하고 집에 잡혀온 악동.이병초 시인(45·웅지세무대학교수)의 유년 시절 한 토막이다.목젖이 축축하게 젖어드는 시와 웃음이 번지는 시작노트가 덤으로 엊혀진 시집「살구꽃 피고」(도서출판작가)가 출간됐다. 첫 시집 「밤비」 (모아드림)에 이어 6년만에 펴낸 시집이다.황방산 일대 가난한 풍정의 잔물결을 따라 가다 보면, 소리 한 자락 배웠을 것 같은 그의 걸걸한 목소리가 지난한 세월을 넉넉하고 따뜻하게 매만진다. 가난하고 늙고 병든 아버지 무릎의 '꾸덕살'을, 소주 한 모금에 달래시는 애리는 어머니의 어금니를 응시하며, 아프고도 곡진한 부모의 생애를 정답게 껴앉는다.친구인 문병학 시인의 말마따나 사람 자체가 대책없이 따뜻해 시마저도 훈훈하다.편편마다 사라져가는 전라도 입말이 생생한 활력을 준다. 입말이 많으면 많을수록 언어 생활이 풍족해진다는 그의 철학이 '몸의 기억'을 촘촘히 되살려냈다.아버지를 닮은 '어금니 꽉 깨문 조각달'이 뜨는 황방산 첫째 고개를 떠올렸고, '젖은 짚 태우는 냄새'와 '꽁보리밥 짓는 냄새'와 '쇠죽 쑤는 냇내'가 가득한 골목을 그려냈다. 오랜 관조 끝에 진한 삶의 체취를 담아 살구꽃으로 피워낸 결실이다."이번 시집은 철저히 고향 얘기로 일관했습니다. 과거로 돌아가자는 이야기가 아니라 옛 고향 이야기를 통해 각박한 삶을 건드리고 싶은 문제의식이 좀 더 적극적으로 반영됐습니다. 경제 논리에 맞짱 깔 용기도 배짱도 없는 저의 현주소를, 가난한 풍정을 통해 쓰라리게 짚고 싶었거든요."가망없는 세월을 견뎌낸 헛바람 새던 말씨를 찾아서 보다 치열하게, 뒷심 짱짱하게 세월을 가꾸고 싶다는 그.부족한 자신을 사람 대접 해줬던 정양 우석대 명예교수, 오탁번·고형진 고려대 교수, 청년 문학회 시절 조언을 아끼지 않았던 김용택 이병천 안도현 시인, 친구 문병학 시인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고 덧붙였다.우석대 국문과, 고려대 국문과 대학원을 졸업한 그는 1998년 계간 「시안」 신인상에 연작시 '황방산의 달'이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해 현재 전북작가회의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 주말
  • 이화정
  • 2009.02.20 23:02

[책의 향기] '우리 한시를 읽다' 등

▲ 우리 한시를 읽다 - 한시가 걸어온 길 짚어이종묵 씀/돌베개 펴냄/1만5000원한국적인 표지 그림이 눈길을 사로잡는 이 책은 신라시대 최치원부터 구한말 황현에 이르기까지 우리 한시가 걸어온 길을 짚어준다. 한시가 끊임없이 추구했던 새로움을 찾아보고 실제 시들을 예로 들어 시대의 명편들을 소개한다. 한 폭의 아름다운 산수화를 보는 듯한 우리 한시의 아름다움을 알 수 있는 기회. 서울대 국어국문학과에 몸을 담고 있는 저자 이종목은 「누워서 노니는 산수」 「조선시대의 한시」등 옛 선비의 삶과 시를 연구한 책들을 집필했다.▲ 조선의 섹슈얼리티: 조선의 욕망을 말하다 - 조선시대 밤 문화 밝혀정성희 씀/가람기획 펴냄/1만3000원'귀머거리 3년, 벙어리 3년'이란 말에는 우리나라 역사에서 200년도 채 안 되는 결혼 풍속을 반영하고 있다. 그 이전까지는 처가살이를 했기 때문. 시간의 흐름에 따라 고유의 풍습들도 그 모양이 많이 변했다. 이 책은 '유교적 이데올로기가 가장 심했던 조선시대의 밤은 어땠을까?'라는 질문을 시작으로 성 풍속에 따른 남녀와 계급의 차이를 뚜렷하게 제시하고 있다. 결혼, 정절, 간통 등 조선시대의 전반적인 성문화 특성을 적나라하게 밝혀냈다. 실제 그 시대에 촬영된 흑백 사진들이 첨부돼 있어 더욱 흥미롭다.▲ 누들 - 배고픔 달래주는 요리는 크리스토프 나이트하르트 씀/시공사 펴냄/1만4000원배고픔을 달래주는 가장 손쉬운 요리 라면은 과연 누가 어디서 만든 것일까?「누들」은 수천 년에 걸친 국수의 문화사를 다룬 책이다. 이탈리아의 파스타, 베트남의 쌀국수 등 아시아와 유럽 지역의 국수 요리를 만날 수 있다. 자칭 국수 열광주의자인 저자는 국수를 단순한 요리가 아닌, 세계화를 이룬 복합적인 문화 아이콘이라고 해석한다. '복합문화의 산물'인 국수가 문화교류를 통해 각 지역으로 어떻게 전파됐는지를 이야기하고 그 형태가 변한 과정과 발전 사례 등을 소개한다.▲ 진짜 세계사 음식이 만든 역사:아무도 알려주지 않은 음식 이야기 - 음식과 식재료 이야기21세기연구회 씀/베스트홈 펴냄/1만2000원우리가 즐겨 먹는 포테이토칩은 화풀이로 만들어 졌고, 체리는 로마군이 발견했다고?평소 아무 생각 없이 먹게 되는 음식과 식재료에 많은 이야기가 숨어 있다. 음식이 만든 역사는 일반 역사처럼 거창하거나 어려운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삶과 문화가 결합된 진솔한 이야기.세계를 바꾼 신대륙의 식재료, 요리의 국적, 음식의 기원과 어원, 미식가와 관련된 요리, 음식을 둘러싼 속담 등 총 다섯 개 분류로 이뤄져 있으며 중요 인물 소개와 세계 요리 소사전도 첨부돼 있다.

  • 주말
  • 도휘정
  • 2009.02.20 23:02

[책의 향기] 김수환 추기경이 남긴 어록

16일 오후 선종한 김수환(스테파노) 추기경은 한국 가톨릭계의 정신적 지주로서 역할뿐 아니라 1980년대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1987년 박종철군 고문치사사건 등 한국 현대사의 고비마다 정권에 맞서 비판의 목소리를 내온 '우리 사회의 큰 어른'이었다.김 추기경은 또 시국 관련 문제뿐 아니라 북한문제와 낙태, 사형 문제 같은 사회적 이슈가 발생할 때에도 사회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는데 이정표를 제시하는 역할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김 추기경이 남긴 어록을 통해 그의 발자취를 더듬어본다.▲"주님, 사실 저는 다른 길을 가려고 했습니다. 그렇지만, 주님께서는 다른 길은 보여주지 않으시고 오로지 이 길만을 보여주셨습니다. 주님 뜻에 따르겠습니다."(1951년 9월15일 사제 서품식 때 제단 앞에 부복했을 때 한 기도)▲"10월 유신 같은 초헌법적 철권통치는 우리나라를 큰 불행에 빠뜨릴 것이라고 단언합니다." (1972년 10월17일 회의차 이탈리아 로마에 머물다 유신 개헌 소식을 듣고 로마 주재 한국대사에게)▲"서부 활극을 보는 것 같습니다. 서부 영화를 보면 총을 먼저 빼든 사람이 이기잖아요." (1980년 설 새해 인사차 방문한 전두환 당시 육군 소장에게)▲"경찰이 성당에 들어오면 제일 먼저 나를 만나게 될 것입니다. 그 다음 시한부 농성 중인 신부들을 보게 될 것입니다. 또 그 신부들 뒤에는 수녀들이 있습니다. 당신들이 연행하려는 학생들은 수녀들 뒤에 있습니다. 학생들을 체포하려거든 나를 밟고, 그다음 신부와 수녀들을 밟고 지나가십시오." (1987년 6월 13일 밤 경찰력 투입을 통보하러 온 경찰 고위 관계자에게)▲"지금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묻고 계십니다. 너희 젊은이, 너희 국민의 한 사람인 박종철은 어디 있느냐? '그것은 고문 경찰관 두 사람이 한 일이니 모르는 일입니다'하면서 잡아떼고 있습니다. 바로 카인의 대답입니다.""위정자도 국민도 여당도 야당도 부모도 교사도 종교인도 모두 이 한 젊은이의 참혹한 죽음 앞에 무릎을 꿇고 가슴을 치며 통곡하고 반성해야 합니다""(1987년 1월 26일 박종철군 고문치사사건 발생 뒤 명동성당에서 열린 '박종철군 추모 및 고문 추방을 위한 미사' 강론 중)▲"사형은 용서가 없는 것이죠. 용서는 바로 사랑이기도 합니다. 여의도 질주범으로 인해 사랑하는 손자를 잃은 할머니가 그 범인을 용서한다는데 왜 나라에서는 그런 것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습니까?"(평화방송. 평화신문 1993년 새해 특별대담 중 사형폐지를 주장하며)▲"진실을 밝히는 것이 중요합니다. 여기에는 무슨 보복이나 원수를 갚는다는 차원이 아니라 역사 바로세우기를 위해섭니다. 책임자는 분명히 나타나야 하고, 법에 의해 공정한 심판을 받아야 합니다." (평화방송. 평화신문 1996년 신년 특별대담중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진상규명을 촉구하며)▲"삶이 뭔가, 삶이 뭔가 생각하다가 너무 골똘히 생각한 나머지 기차를 탔다 이겁니다. 기차를 타고 한참 가는데 누가 지나가면서 '삶은 계란, 삶은 계란'이라고하는 거죠(웃음)"(2003년 11월18일 서울대 초청강연 중)▲"누가 나한테 미사예물을 바칠 때 자연히 내 마음이 어디로 더 가냐면 두툼한쪽으로 더 가요. '아니'라고 하는 게 자신있는 분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만 나는 안 그래요. 나는 두툼한 데 손이 더 가요. (웃음) 그리고 어떤 때는 무의식중에 이렇게 만져보기도 해요."(2005년 부제들과의 만남에서)

  • 주말
  • 연합
  • 2009.02.20 23:02

[책의 향기] '연극인 박동화 문집' 첫번째 '끝나지 않은 독백'

"난 말이야 설농탕 한 그릇 얻어먹고 연극쟁이가 된 게야. 참 배고팠던 시절, 연극하는 친구가 있었어. 그 친구는 늘 가난한 날 잘 알고 있었어. "밥을 먹었노라"고 얘기를 해도 그 친구는 "더 먹어둬"라면서 자주 설농탕을 사주곤 했지. 벼룩도 낯짝이 있다는데 그래서 그 친구가 가자고 하는 곳이면 어디던 따라다녔지. 그가 드나드는 곳은 연극 연습장이었지."어쩌면, 연극 연습이 끝나고 얻어먹는 술 재미가 더 컸는지도 모른다. 연극인 박동화(1911~1978). 문학도였던 그는 설농탕 한 그릇에 반해 연극에 입문했고 신파극이 아닌, 순수한 신극운동에 빠져 희곡 공부를 하게 됐다.연극을 향한 그의 집념은 외길인생을 살게 했다. 마치 연극을 하기 위해 세상에 태어난 사람처럼, 연극 이외의 것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사는 집이 없어도 잠 잘 곳 대신 연극 연습장 마련이 더 급했으며 끼니보다는 한잔 술을, 수전증은 구술로 보충했다. 연극에 관한한 고집불통이었으며, 연극을 폄하하거나 무시할 경우 어느 누가 됐건 맹공을 퍼부었다. 물론, 연극 연습 과정에서 한 치의 오차도 용납하지 않았다. 연습을 하던 도중 대본을 수정하는 일이 다반사이면서도 배우들은 그 즉시 외워야 했고, 동작선이 뒤틀리면 어김없이 물건들이 날아왔다.전남 영암에서 태어났지만 20여년 동안 전주에 살며 전북 연극의 주춧돌을 놓은 박동화 선생.소원대로 연극 무대에서 쓰러져 연극인들의 품 속에 잠든 그를 기억하며, 사단법인 동화기념사업회가 '연극인 박동화 문집' 첫번째 「끝나지 않은 독백」을 펴냈다. 박동화의 삶과 연극 관련 기록들을 정리한 것. 동화기념사업회장 문치상 회장은 "세월이 조금만 더 지나면 그나마 남아있던 선생님에 대한 기억이 전부 사라질 것 같아 초조했다"며 "박동화 문집이라는 이름으로 선생님에 관한 시시콜콜한 이야기까지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다"고 말했다.「끝나지 않은 독백」은 '박동화의 연극인생'과 '후배들이 마련한 추모공연'으로 엮어졌다. '박동화의 연극인생'에 모아진 그의 삶은 오롯이 선생이 활동했던 당시 지역의 연극 역사가 되며, '후배들이 마련한 추모공연'은 류경호 전북연극협회장과 이종훈 한국연극협회 이사장, 류영규 박동화동상건립집행위원장 등 후배들이 선생을 그리워하며 쓴 글들이다. 문회장은 "연극을 향한 선생님의 집념은 우리 후배들이 본받아야 할 유산"이라며 "1991년 발간된 박동화 희곡집 「나의 독백은 끝나지 않았다」에 실리지 않은 작품들을 정리해 박동화 문집 제2집을 발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 주말
  • 도휘정
  • 2009.02.20 2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