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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 '열두 달 자연놀이' 등

▲ 열두 달 자연놀이붉나무, 나은희 저/ 보리/ 1만 6,000원이 책은 '우리 동네에서 찾은 자연놀이 365가지'라는 부제처럼 언제 어디서나 손쉽게 할 수 있는 자연놀이 365가지가 담겨 있다. 학교에서 돌아와 텔레비전 앞에 앉고, 방학 내내 컴퓨터 게임에 빠져 사는 아이들에게 동네 구석구석 숨어있는 놀이들을 알려주는 책이다.떨어진 낙엽을 주워 엮어 만든 왕관이나, 마른 풀대를 이용한 균형 잡기 놀이를 비롯해 메뚜기, 잠자리 등 150종이 넘는 자연 속 동식물 이야기도 담아 아이들이 놀면서 익힐 수 있도록 구성했다. 계절감이 넘치는 그림과 가슴이 따뜻해지는 사진, 일기 글 같은 친근한 문체가 특징. 계절별로 나뉘어 있어 겨울방학을 맞은 아이들이 겨울 놀이를 따로 찾기 편할 뿐 아니라 놀이의 방법과 순서가 쉽게 풀어져 있어 글을 모르는 유아들도 쉽게 따라할 수 있다.▲ 큰 꿈을 이룬 100명의 꼴찌들이지성 저/ 맑은 소리/ 9,800원'꼴찌여도 괜찮아. 네 가슴 속에 뜨거운 꿈이 있다면!'아이들의 마음을 잘 이해하고 아이들의 꿈을 응원하는 책으로 유명한 저자가 자신감과 꿈, 용기를 심어줄 새로운 책을 내 놓았다.이 책은 역사적으로 유명한 이순신 장군이나 유명한 외국 배우 찰리 채플린 등을 비롯해 서태지, 박지성, 스티브 잡스 등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자신의 한계를 딛고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가슴 속에 얼마나 뜨거운 꿈이 있는지, 꿈이 힘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를 힘주어 이야기하며 꿈을 가져야 하는 이유를 설명한다.아이들이 스스로 꿈꿀 수 있게 하는 '꿈의 지침서' 로서 당장 공부와 성적에 연연하는 것이 다가 아님을 배우게 될 것이다.▲ 지구를 통째로 배우는 세계지도 책사이먼 애덤스 저/ 넥서스주니어/ 1만 5,000원우리가 사는 지구는 어떤 모습일까? 우리나라 말고 다른 나라는 몇 개나 되고 어떤 모습일까?학교에서 배우는 단편적이고 좁은 시야를 벗어나 세상 모든 나라를 배울 수 있는 책. 책의 꼬마 캐릭터 생각돌이를 따라 흥미로운 지도를 따라가면 우리가 사는 아시아를 포함 해 세계 6개 대륙을 탐험할 수 있다. 각 대륙별로 두 페이지에 걸쳐 지도를 한 눈에 볼 수 있으며, 각 대륙의 국경선과 특징, 나라 이름, 수도 등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구체적인 설명이 지도 옆에 더해졌고, 곳곳에 지구의 구조, 세계 인구, 날씨와 기후 같은 주제도 덧붙여 놓았다. 엉뚱하고 재치 있는 일러스트와 화려한 색감이 즐거움을 더한다.▲ 알고 싶고 타고 싶은 자동차홍대선 저/ 상수리/ 9,000원하루에 한두 번쯤 타게 되는 버스나 택시 같은 대중교통이나 자가용만 봐도 자동차가 얼마나 우리 삶 깊숙이 들어와 있는지 알 수 있다. 친숙한 탈 것이지만 자동차가 만들어지기까지 많은 우여곡절과 실패가 있었다. 이 책은 자동차의 역사 이야기를 시작으로 배기량이나 연비 같은 용어 설명과 미래에 만들어질 친환경 자동차, 무인 자동차 등의 이야기를 담았다. 자동차 마다 붙어있는 모델명이 생기게 된 유래와 이유를 더해 아이들의 흥미를 더했다. 단순하게 탈 것이 아닌 기술의 진보를 가장 잘 보여주는 첨단 과학으로서의 자동차 이야기와 환경 문제를 함께 실어 휴머니즘까지 느낄 수 있다.

  • 주말
  • 이화정
  • 2009.01.09 23:02

[책의 향기] 아빠와 함께 둘러보는 궁궐

서울에 가면 아이들과 함께 꼭 가보자고 한 곳이 경복궁이었다. 텔레비전이나 각종 홍보자료에서는 많이 보는 문화재인데 실제로 볼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다. 멀리 보이는 광화문은 한창 복원 공사중이었다. 원래는 경복궁 근정전과 흥례문 광화문이 일직선상에 놓여 있었는데, 많은 시련을 겪어온 광화문을 1960년대 복원하면서 위치가 달라졌다고 한다. 이것을 바로 잡는 작업 중이라 광화문을 통과하지 못했다. 그래서 아쉬웠다.서울에서의 다른 볼거리·놀 거리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경복궁을 택한 이유는 「차차차 부자의 고궁 답사기」(미래아이) 책 때문이었다. 이 책은 호기심 많고 우리 것에 관심이 많은 주인공 준용이와 준용이 아빠가 대화체로 풀어 쓴 책이다. 보통 답사기라하면 딱딱하고 재미없을 거라 생각하는데, 이 책은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다. 준용이와 함께 떠나는 우리 고궁. 궁궐이란 어떤 곳인가?'궁궐이란 임금님께서 일상생활을 하시며 나랏일을 보시던 곳인 '궁(宮)'과 궁궐 문 양쪽에 있었던 망루인 '궐(闕)'을 합해 부르는 것입니다.'(p15)임금이 한 나라의 으뜸이듯 임금이 계시는 궁궐은 모든 집들 중에서 으뜸이라 한다. 궁궐 사람들이 머무르는 집이라는 것 이외에 큰 의미를 갖지 않았는데 이것들은 아무렇게나 지어지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원칙과 질서에 맞게 세운다고 한다. 임금님이 나랏일을 보시는 사정전, 경회루, 임금님이 주무시는 강녕전, 왕비의 침전인 교태전, 자경전 등 우리 조상들은 건물 하나하나 문양 하나하나에도 많은 의미를 부여해 설명했다. 서울에 있는 궁들은 세워진지 오래돼서 불타 없어지거나 전쟁으로 파괴되고, 일본 사람들에 의해 헐리거나 모양이 바뀌기도 했지만, 우리 것에 대해 알아가려는 노력에 의해 지금과 같이 복원됐고 또 관리되고 있다는 설명이다.지난해 숭례문이 우리 기억 속으로 사라져버린 아쉽고 애석한 한해였다. 더 이상 마음 아픈 일이 생기지 않도록 아이들이 책「차차차 부자의 고궁 답사기」(미래아이)와 같은 우리 문화재에 관한 책을 많이 읽었으면 한다. /최선희(어린이도서연구회원)

  • 주말
  • 전북일보
  • 2009.01.09 23:02

[책의 향기] '1318'을 위한 음악 입문서

지난해 MBC 드라마'베토벤 바이러스'의 주인공 강마에의 등장은 반가운 소식이었다.'클래식의 위기'가 운위되는 시점에서 돌연 쏟아지는 클래식에 대한 관심은 뜨거웠기 때문. 지난해 가평에서 열린'자라섬 국제재즈페스티벌'로 벌어들인 경제효과는 317억. 재즈에 관심도가 그만큼 높아졌다는 것을 방증한다. 클래식, 재즈, 늘 무대의 중심에 서는 대중음악에 이르는 책들을 골라봤다. 공부에 지친 청소년들을 위한 색다른 재미를 선사할 책이다.바흐의 '마태 수난곡'과 케테 콜비츠의 '피에타'.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을 것 같은 두 소재가 엮이게 하는 것은 작가의 숨은 내공 덕분이다. 죽은 아들을 안고 있는 어머니의 모습이 조각된 작품에서 음악평론가 진회숙씨는 '나의 하나님, 눈물로 기도하는 나를 불쌍히 여기소서'로 시작하는 '마태 수난곡'의 알토 아리아를 떠올렸다. 드뷔시의 '달빛'에선 고려시대의 문신 이조년의 시조를 인용했고, 바흐의 '샤콘느'에선 영화 '바이올린 플레이어'를 끄집어냈다. 「클래식 오딧세이」 (청아출판사)는 출간된 지 상당히 오래된 클래식 입문서. 하지만 클래식을 추억이나 가족이야기, 미술작품을 연관지어 에세이처럼 쉽게 풀어썼다.관심은 가지만, 난해할 것 같아 망설이게 되는 재즈.난해한 연주 음악이 많은 데다, 재즈 역사를 알아야 음악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져서다.「재즈 잇 업(Jazz it up)」(고려원북스) 1~3권은 100년의 재즈 역사를 아우른 만화책이다.책은 100년 전 미국 뉴올리언즈의 싸구려 술집에서 태동한 재즈에서부터 시작된다. 루이 암스트롱, 스윙 재즈의 대부 듀크 엘링턴과 베니 굿맨, 1940년대 비밥을 거쳐 1950년대 쿨재즈·하드밥, 프리재즈, 퓨전재즈 등 현대 재즈에 이르기까지 인물 중심으로 변천과정도 있고, 인물보다는 음악 자체 이야기에 집중도를 높이기도 했다. 작가는 재즈 평론가, 재즈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남무성씨. 만화로 그린 데다 재치있는 유머가 곳곳에서 숨어있다. 재즈팬이면 첫 손에 꼽는 일본 잡지 「스윙저널」에 연재될 만큼 흥행과 작품성을 검증받았다.들국화, 산울림, 한대수, 김현식, 이문세, 서태지와 아이들….청소년들이 알 법한 가수는 서태지와 아이들과 이문세씨 정도(?). 하지만 이들은 한때 한국 대중음악사를 이끌었던 주역들이다.「한국대중음악 100대 명반-음반리뷰」(도서출판선)는 한국 대중음악사를 앨범과 작가 중심으로 한눈에 아우른 책. 2007∼2008년까지 경향신문에 연재된 100회 시리즈 결과물. 문화기획자 그룹 '가슴네트워크'가 한국 대중음악의 현주소를 알아보기 위해 주요 명반을 선정·리뷰했다. 신문의 지면 한계상 모두 담지 못한 리뷰의 원문을 실렸으며, 해당 가수들 음반정보들을 함께 붙인 것. 이 중 30팀을 인터뷰 대상 뮤지션으로 선정, 지난해 3월부터 네이버 '오늘의 뮤직'에 매주 한 팀씩 다루고 있는 한편 '한국의 인디레이블'에 관해 경향신문에 매주 1회씩 연재됐다.

  • 주말
  • 이화정
  • 2009.01.09 23:02

[책의 향기] 토지 매매문서

한 장의 고문서만으로는 많은 걸 알 수 없지만, 그 연결 고리를 쫓아가다보면 뜻하지 않은 이야기들과 마주칠 수 있다. 그림에 보이는 문서는 숭정 3년 즉 1630년(인조 8) 3월에 남원에 사는 김식(金軾)의 처 김씨가 유학 오익빈(吳益賓)에게 콩밭 3마지기를 팔면서 작성한 매매문서이다. 종 6품의 현감으로 관직생활을 마감한 김식은 끝내 문과에 급제하지 못했으며, 생전에 그리 큰 재산도 모으지 못했다. 아내와의 사이에서 아들을 얻지 못했던 그는 양자를 들여 대를 이었다. 문서에 증보, 요즘으로 말하면 보증인의 자격으로 매매에 입회하여 서명한 김정건이 그 양자이지만, 그 역시 문과와는 인연이 멀었다. 대부분의 양반들이 그렇듯이 그 또한 무직의 유학이었다. 따라서 남편이 죽은 뒤 아내는 곧 생활고에 시달렸던 것같다. 관아에 내어야 하는 전세조차 낼 수 없는 형편이 되었던 것이다. 그녀는 궁리 끝에 남편이 생전에 매입하여 갈아먹던 콩밭을 팔았다. 아마 그것이 그녀의 수중에 남아 있던 얼마 안되는 재산의 거의 전부였을 것이다.그러나 그녀에 관한 이야기는 그뿐이다. 다른 어느 문서에서도 그녀의 후일담을 들을 수 없다. 대신 그녀의 콩밭을 샀던 오익빈에 관해서는 조금 더 이야기가 남아 있다. 관련문서에 따르면 그는 이보다 2년 전인 1628년에 참봉 오정수(吳廷秀)의 아내 오씨에게 입양되었다. 남편이 죽자 그녀는 남편의 6촌형의 둘째아들을 양자로 맞아들였다. 입양의 사실을 예조에서 확인하고 이를 공증하여 문서로 발급한 것이 '입안'인데, 그 문서가 다행히도 남아 있어서 이를 알게 된 것이다. 그리고 2년 뒤에 오씨가 아니라 양자 오익빈의 이름으로 3마지기의 밭을 사들였으니, 아마 그는 늙은 양모를 대신하여 재산권을 행사하고 있었음이 분명하다. 오익빈은 다시 4년 뒤에 모습을 드러낸다. 1634년 오정수의 가족들이 모여 재산을 분배하면서 작성한 화회문서에 오익빈은 오씨의 대자(代子)로 적혀 있다. 4명의 노비들을 나누어 가진 것은 오씨와 이수신의 처 김씨이지만, 문서에는 그들의 대자인 오익빈과 이익형이 그들을 대신하여 문서에 수결 즉 서명하였다. 이 무렵 오씨는 생존하고 있었지만 양자인 오익빈이 사실상 집안을 이끌어나가고 있었다. 오익빈의 결혼관계는 손씨집안에서 재산을 분배하면서 작성한 화회문서에서 드러난다. 오익빈은 손씨 가문의 막내 사위로 재산 분배에 참여하였다. 그의 아내 손씨는 이 집안의 막내딸이었던 것이다. 그는 이 무렵의 남녀균분 상속관행에 따라 전답과 노비들을 처가로부터 상속받았다. 이제 오익빈에 관한 마지막 문서에 대해 말해야 되겠다. 어느 때인가 그 시기는 정확하지 않지만 의금부 도사를 지내고 있었던 말년의 그는 30년간 동거동락하였지만 자식 하나 얻지 못했던 첩에게 기와집과 전답을 떼어주며 그녀를 위로하였다. 그러면서 단서를 하나 덧붙였다. 그녀가 죽은 다음에 일부는 정실에게서 난 아들에게 되돌려 주기로. /유호석(전북대박물관 전문연구원)

  • 주말
  • 전북일보
  • 2009.01.09 23:02

[책의 향기] 장 자크 루소의 '에밀'

다사다난했던 한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한다. 이럴 때마다 "어떻게 살 것인가?"하고 우리 자신에게 묻게 된다. 이 물음은 곧 "이렇게 살아도 되는가?"하는 반성과 직결된다. 삶을 계획한 초심은 한 해의 세파를 거치면서 거의 어김없이 마모되고 굴절되곤 한다. 초심이 이렇게 속절없이 변해 버리고 말 것이라는 것을 매년 경험하지만, 아니 그렇기 때문에, 새해에 우리는 다시 마음을 다잡고 싶어진다.이런 순간 인생을 통찰하고 있는 현자(賢者)가 옆에 있어 진솔하면서도 의미 있게 사는 법에 관해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해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루소를 오랜 친구로서 초대한다면, -확신하건대- 그는 결코 초대를 거절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는 『에밀』을 손에 들고 나타날 것이다. 이 두꺼운 저서는 그가 20년에 걸쳐 숙고했고 3년 동안 집필한, 그야말로 혼신의 힘을 다한 지혜의 선물이다.『에밀』은 흔히 교육서로 취급되고 있지만, 사실은 우리들 인간이 나면서부터 죽을 때까지 겪게 되는 과정에 대한 명상이고, 이로부터 길어 올린 삶의 교훈 모음집이라고 할 수 있다. 얼핏 『에밀』은 "사람(루소)이 사람(에밀)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하는 문제에 집중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문제는 곧 "사람을 가르칠 수 있는 사람은 과연 어떤 사람이어야 하는가?"의 문제와 동전의 양면을 이루고 있다. 말하자면 "사람됨이란 무엇인가?"를 중심으로 사물과 인간, 인간과 인간 관계의 총체적인 측면이 그려지고 있는 것이다.『에밀』에서 가장 핵심적인 요점 가운데 하나는 사람이 사람을 망치는 교육에 대한 경고일 것이다. 무엇보다 『에밀』에서 (특히 아직 독립적인 판단력이 서지 않은 어린이에게) 행하지 말아야 할 것으로 들고 있는 교육 행태가 조기 교육이다. 주입교육, 엘리트 교육 등도 마찬가지이다. 이런 교육은 아이들을 가장 신속하고도 효과적으로 파괴하는 독약과도 같다. 현학적인 교육 편집증에 빠진 어른들은 아이들을 "기형과 괴물로 만들어 놓고" 좋아라 한다. 상대방(어린이)의 수준이나 세계를 세심하게 배려하는 대신 일방적인 통행만을 강요하고 경쟁을 부추기는 교육은 야만적이다. 『에밀』에서 행해진 교육에 대한 비판은 마치 우리나라의 현재 교육 시스템을 보고 쓴 글처럼 현실감이 있고, 또 그만큼 아프다.아이들은 다른 아이들과 비교되어서는 안 된다. 오로지 과거의 자신과 오늘 향상된 자신과의 비교만이 필요할 뿐이다. 비교와 극복의 대상은 타인이 아니라 바로 자신이다. 아이들은 뛰고, 놀고, 들판을 내달리며 마음껏 소리 지르고, 자연을 향유해야 한다. 그러다 보면 마침내 지성을 교육시킬 수 있는 때가 온다. 그럴 때 어른들은 (아이들의 의사를 존중하면서) 아이들의 지성을 가꾸어줄 줄 알아야 한다.아이는 아이가 되어야 하며, 어른은 어른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아이를 아이로 만드는 것은 바로 어른이다. 그래서 아이에 대한 교육은 아이의 문제가 아니라 어른의 문제인 것이다. 때가 되길 인내심을 갖고 기다리는 것. 이것이야말로 『에밀』에서 루소가 (마음이 흔들릴 때마다) 후렴구처럼 되뇌는 삶의 경구이다. 비록 어리다 해도 또는 어리석게 보인다 해도, 타인이 보고 생각하고 느끼는 고유한 방식을 인정하는 것이 바로 자신을 올바로 세우는 일임을, 또한 그것이 참된 사랑임을 『에밀』은 말해준다. 『에밀』은 천천히 세상을 사는 사람들에게, 그리고 세상의 풍조와 거리를 둔 사람들에게 깊은 위안을 준다. 새해를 맞이하여 『에밀』을 읽으면서 마음의 때를 닦아보면 어떨까?/황설중(본지 서평위원· 원광대 인문학연구소 학술연구교수)

  • 주말
  • 전북일보
  • 2009.01.09 23:02

[책의 향기] 경기전 일기(5)

경기전과 조경묘는 누가 관리할까? 문화재의 지정 형태에 따라 그 관리 주체가 다양할 수 있으나, 보물로 지정된 경기전의 어진과 진전을 포함해서 전주이씨의 위패가 봉안된 조경묘의 관리권한은 현재 전주시에 있다. 국가지정문화재의 경우 문화재청의 관리감독권이 상존하지만 일차적인 현상의 보존 관리는 자치단체에 위임되어 있었던 것이다. 태조 어진의 훼손 문제가 야기되었을 때, 관리자인 전주시의 잘못만을 탓한 문화재청 역시 국가지정문화재에 대하여 형식적인 관리에 머물렀기 때문에 그 책임 소재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다.일제시대 경기전과 조경묘의 관리는 자치단체에 속해 있지 않으며, 총독부가 조선황실의 재산 등을 관리하기 위해 설치한 이왕직(李王職)의 직접적인 관할을 받았다. 예산에서부터 시설 및 인력관리 등 모든 관리는 이왕직의 장례계(掌禮係)에서 담당하였다.경기전과 조경묘의 예산 역시 그 통제하여 놓여있었다. 경기전의 회계관련 문서철은 1913년부터 1915년까지의 회계문서와 1929년부터 1931년까지의 서문관게 문서철과 봉급영수증철이 남아 있다. 문서는 이왕직(李王職) 장례계(掌禮係)에서 경기전 조경묘 전사보(典祀補)에게 보낸 접수문서와 그 문서에 대한 전사보의 발송문서가 함께 편철되어 있다. 회계관련문서철의 경우 공문서철과는 달리 사안의 발생과 처리 내용을 함께 묶어 놓음으로서 일처리에 대한 처리내역을 인과관계에 맞추어 파악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또한 회계결과 처리보고의 경우 처리 내역을 부기하고 있어 각 사안별 재정운영 실태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건단위 문서의 내용을 살펴보면, 장례계에서 전사보에게 보낸 문서와 그에 대한 전사보의 처리결과보고가 짝을 이루어 편철되어 있다. 예를 들면 1913년 3월 7일자로 장례계 능무주임(陵務主任) 사무관 무라카미(村上龍佶)가 전사보에게 경기전과 조경묘의 봄 제향비를 발송하면서 영수증을 송부할 것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내었고, 이에 대해서 전사보 최종렬이 춘제향비 115원71전을 영수하였다는 처리공문을 경기전조경묘발제21호로 보내었다. 그뒤 4월 1일자 이왕직 장례계의 공문을 보면 경비 지출의 부족문 발생에 대하여 지불할 방침이 없음을 알리는 공문을 다시 내려 보내고 있다. 이처럼 회계관련 문서철의 분석을 통해서 규정된 에산 운용과 실제의 예산 운용상의 차이를 발견할 수 있다. 아울러 급여 지급내역을 통해서 경기전ㆍ조경묘에 근무한 제감(祭監), 수복(守僕), 숙수(熟手), 방직(房直), 군사(軍士) 등의 명단을 파악할 수 있다.또한 전사보는 분기별 경비 금액 사용 명세를 정기적으로 정리하여 보고하고 있었다. 분기별 결산보고는 사용월일, 적요, 증거호수, 금액 등의 일람표 형식으로 정리하였으며, 지출액과 잔액 등을 정리하여 보고하였다. 증거호수는 각 사안별 보고문서의 호수(號數)를 가리킨다. 사용일별 지출내역은 분기별 보고 이외에도 춘추제향과 같은 사안별 지출내역 역시 상세하게 정리하여 보고하였다./홍성덕(전북대박물관 학예연구사)

  • 주말
  • 전북일보
  • 2008.12.26 23:02

[책의 향기]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인 동물행동학자 '리처드 도킨스'가 1976년에 출간한 이 책은 적자생존을 기본개념으로 하는 '다윈'의 진화론에서 한 걸음 전진하여 진화단위가 유전자라고 주장함으로써 '다윈'만큼이나 큰 파문을 불러일으켰다.#이 책을 관통하고 있는 저자의 주장은 사람을 비롯한 모든 생명체가 유전자에 의해 창조된 생존기계에 불과하며, 그 생존 목표는 유전자 보존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자기와 비슷한 유전자를 조금이라도 많이 지닌 생명체를 도와 유전자를 후세에 남기려는 행동은 당연히 이기적일 수밖에 없으며, 타 생명체를 돕는 이타적 행동마저도 자신과 공유한 유전자를 남기기 위한 일이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유전자의 세계는 비정한 경쟁, 끊임없는 이기적 행동 및 속임수로 가득 차 있고, 이것은 동종의 개체 간에서 뿐만 아니라 세대간 및 암수간에 있어서도 발현된다는 것이다. 그러한 이기적 유전자가 생물의 몸을 빌어 자기복제를 통해 현재에 이르렀고, 따라서 지난 30억 년에 걸쳐 성공적으로 번창한 유전자가 공통적으로 갖는 특질 중에 으뜸이 바로 '비정한 이기주의'이며, 그 것이 이기적 개체 행동의 원동력이라는 것이다.#책 속의 수많은 흥미로운 예 중 한 가지를 소개하면 이렇다. 동물세계에서 우수한 유전자 보존을 위해 암컷의 경우 좋은 수컷과의 짝짓기가 대단히 중요하다. 암컷에게는 두 종류의 선택이 있다. 성실한 수컷과 바람둥이 수컷 중 하나를 고르는 일이다. 성실한 수컷이란 새끼의 양육까지도 성실히 분담할 수컷을 말한다. 암컷이 쓸 수 있는 유일하면서도 강력한 무기가 바로 '교미 거부'인데, 암컷은 수컷이 수 주 동안의 길고 힘든 구애를 거치지 않으면 교미하지 않음으로써 바람둥이 수컷보다 성실한 수컷에게 이득이 돌아가도록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암컷은 '바람둥이'에게도 매력을 느낀다. 그것은 바람둥이 유전자를 가진 새끼를 낳게 되면 자손이 번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전자가 본능적으로 만들어 낸 놀라울 정도로 멋진 프로그램인 것이다. 다만, 이것은 모든 암컷들이 같을 유형일 때의 이야기이고, 실제로는 암컷 중에도 '경솔한 유형'이 있는데, 저자의 친구 '메이나드 스미스'의 "진화적으로 안정된 전략"이라는 분석법에 따르면, 암컷의 5/6이 '수줍은 유형', 수컷의 5/8이 '성실형'으로 구성된 집단이 진화적으로 안정된다고 한다.#다른 생명체와 확연히 구분되는 문화라는 요소를 가진 인간도 과연 맹목적인 존재일까? 인간만큼은 다른 생물과 어떤 차별성을 갖고 있지 않을까? 저자가 인간이라는 종을 특이한 존재로 보는 타당한 근거로서 제시한 이른바 밈(meme)이론, 즉 문화유전론이 눈길을 끈다. 밈은 저자가 만든 새로운 용어로서 모방을 뜻한다. 유전적진화 단위 진(gene, 유전자)에 대비하여, 문화적진화 단위를 밈이라 정한 것이다. 유전자는 하나의 생명체에서 다른 생명체로 복제되지만, 밈은 모방을 통해 한 사람의 뇌에서 다른 사람의 뇌로 복제된다. 결과적으로 밈은 모방이라는 매개물로 전해지는 문화 요소라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생명체가 유전자의 자기복제를 통해 자신의 형질을 후세에 전달하는 것처럼 밈도 모방을 통해 널리 전파하고 진화한다. 그리하여 밈은 좁게는 한 사회의 유행이나 문화 전승을 가능하게 하고, 넓게는 인류의 다양하면서도 매우 다른 문화를 만들어나가는 원동력이 된다는 것이다.#'신다윈주의'라는 대담한 이론을 창조적인 설명과 세련된 문체로 펼쳐낸 이 책은, 유전자에 의해 결정되는 선천적 인간성과 학습이나 환경에 따른 경험을 통해 형성되는 후천적 인간성 중 어느 것이 인간 본질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지 생각해보게 한다. /신형식(전북대 교수)

  • 주말
  • 전북일보
  • 2008.12.26 23:02

[책의 향기] '어메이징 하우스' 등

▲ 로버트 크라우서의 어메이징 하우스로버트 그라우서 저/ 예꿈/ 1만 8,000원우리가 사용하는 냉장고, 진공청소기, 텔레비전 같은 가전제품이나 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우산이며 돼지저금통 같은 물건들은 과연 어떻게 만들어 진 것일까?이 책은 주방과 거실, 욕실, 침실 등 집안 곳곳에 있는 물건들이 어떻게 발명되었으며 언제부터 사용됐는지를 담았다. 영국의 한 일간지에서 발표한 '세상을 바꾼 101가지 발명품'의 제품을 중심으로 집안 물건들 뒤에 숨은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통해 우리 일상생활에 깊게 들어와 있는 제품들의 비밀을 밝힌다.무엇보다 팝업북으로 제작돼 물건에 대한 역사를 배우고 상식의 폭을 넓힐 수 있을 뿐 아니라 입체적인 재미까지 느낄 수 있다.▲ 얼룩말 내 동생키디 베베 저/ 주니어김영사/ 6,500원'사실 난 여자 아이들이랑 뽀뽀하지 않아요. 하지만 요즘은 달라졌어요. 동생한테는 뽀뽀를 쪽쪽 잘해요.' (본문 中에서)주인공 웨이는 이제 곧 태어 날 동생이 줄무늬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상상한다. 또, 동생이 다른 사람들에게서 버림 받으면 어쩌나 전전긍긍하며 불쌍한 존재로 여기면서도 자신의 사랑을 뺏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 책은 동생이 생기면 부모님의 사랑을 뺏길까 걱정하는 아이의 심리를 재미있게 그려낸 것이 특징. 아이들이 흔히 겪는 심리적 과정 중에 처음 형제가 생길 때의 불안감을 담아냈다. 웨이가 동생의 존재를 받아들이는 과정을 보면서 아이들은 한 층 더 성장할 것이다.▲ 하얀 깃털 까마귀 야콥빌리 페르만 저/ 느림보/ 9,500원이 책은 주인공 마리가 뒷마당에서 특이한 까마귀 한 마리를 발견하며 시작한다. 연한 파란색 눈동자에 한쪽 날개에는 희색 깃털이 두 가닥 섞인 이 까마귀에게 야콥이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보살펴주며 야콥을 통해 카자흐스탄에서 이민 온 시몬과도 친해진다.어느 날, 시몬과 마리 야콥 모두 학교 축제에서 노래를 부르던 중 시몬이 갑자기 쓰러져 버리면서 축제는 엉망이 되고 만다. 그 사건 이후 친구들은 물론이고 마리마저 시몬을 멀리하게 되는데.야콥의 존재는 '다른 것'과 '이상한 것'을 대변한다. 다른 까마귀 무리에 섞여 함께 지내는 모습을 통해 따돌림이나 소외받지 않고 남들과 같은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서로 다른 것을 이상함이 아닌 특별함 이라고 느낄 수 있게 도와줄 것이다.▲ 영국화가 엘리자베스 키스 그림에서 우리 문화 찾기배유안 저/ 책과함께어린이/ 1만 1,000원영국 화가인 엘리자베스 키스는 3.1 운동이 있던 1919년 3월 한국에 처음 방문한 뒤 1940년 까지 여러 차례 한국을 방문하여 우리 문화를 그림에 담은 화가다. 키스가 그린 60점의 그림을 통해 100년 전 우리 문화를 되짚어 볼 수 있는 기회.그의 그림은 당시 일제치하에 있던 우리나라의 모습을 과장이나 왜곡 없는 시선으로 그림에 옮겨 담았다. 연날리기, 혼례, 굿 등 풍습을 담은 풍속화는 당시의 우리 문화를 생생히 살려낸 것. 색동옷을 입고 뛰노는 아이들의 모습부터 왕족이나 고위 정치가까지 깊이있는 색감과 섬세한 표현력으로 그래도 재연해 냈다. 여기에 동화작가 배유안이 키스의 그림을 조목조목 재미나게 설명해 아이들이 그림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고 역사 상식까지 쌓을 수 있도록 했다.

  • 주말
  • 이지연
  • 2008.12.26 23:02

[책의 향기] 구름속 세상은 어떻게 생겼을까

곧 한해가 마감돼간다. 초등학교도 곧 방학이 될 것이고.그럼 내가 근무하고 있는 서신도서관 어린이실도 아이들로 하루 종일 북적일 것이다.요즘 기다란 아파트 속에서 자라고 있는 우리 아이들은 방학이 되더라도 또 다른 틀속에 갇혀 하루를 보내게 되는 경우가 많다. 학기 중에 못했던 앞으로 더 해야하는 학습의 쳇바퀴 속에서 다들 그리하고 있으니까.시골에서 자란 나는 이즈음 겨울을 떠올리면 추수가 끝난 논두렁을 뛰어놀던 기억이 생생하다. 어스름한 노을 속에서 웃던 친구들의 얼굴은 자세히 기억나지 않아도 누런 콧물을 연신 닦아내던 까맣게 때가 잔뜩 긴 손목언저리 옷자락 기억이 가끔 실없는 웃음을 피식거리게 만든다. 그렇게 실컷 뛰어놀다 해질녘에 되면 한명씩 집으로 사라지곤 했다.친구들이 거의 다 사라질 때 즈음이면 나도 집으로 돌아가야 했는데 논두렁길을 터덕터덕 걸으며 집으로 걸어가다 보면 나에게 또 다른 친구가 그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했다.그 친구는 석양 속으로 붉게 물들어가는 포근한 구름이였다.커다란 덩치를 하고선 나에게 다가오는 구름을 보며 구름을 타고 우리집으로 날아간다거나 하는 그런 소소한 상상들을 하곤 했는데, 집으로 걸어가는 동안 내 옆에 있던 볼이 밝그레한 구름들은 아직도 어릴 적 행복한 기억으로 생생하다.이런 아이적 추억들을 다시금 기억에 떠올리게 하는 책이 바로 「구름공항」(중앙출판사)이었다. 구름 느낌을 이처럼 잘 형상화한 그림책이 있을까. 원서명의 제목은 「sector7」인(구지 제목을 지을 필요가 없다는 뜻인 듯 하다) 이 책은 글이 없이 글로 표현해야 하는 세세한 사항을 모두 그림으로만 보여주고 있다. 칼데콧 상을 수상한 바 있는 데이비드 위스너의 섬세한 손길이 느껴지는 환상적인 그림책이다.책의 내용도 단순하다. 여행길에서 우연히 구름과 친구가 된 사내아이. 사내아이는 구름을 타고 하늘을 날아 구름 공항에 도착하게 된다. 구름을 만들어 세상에 내보내는 곳이 바로 '구름 공항'인 것. 이 곳에서 사내아이는 구름들을 갖가지 멋진 모양으로 변신시켜 준다. 구름공항 직원들에 의해 반복적으로 떠 다녀야 하는 구름들에게 이 일은 정말 신나는 경험이 된다. 구름들이 온갖 종류 물고기들로 변하자 구름 공항 직원들은 아이를 다시 땅으로 내려보려고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어린이실을 이용하는 엄마들에게 안타까울 때는 아이는 이미 관심이 떠나있는데 엄마 혼자 책읽기에 몰두하고 있는 모습을 볼 때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일방적인 독서에 싫증을 느끼곤 한다. 또한 아이들은 줄거리나 글자에 상관없이 그림에 쉽게 몰두한다. 어쩌면 활자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힘든 건 아이가 아니라 엄마일지도 모른다. 저 높은 하늘 위 구름 속에는 어떤 세상이 숨어 있을까? 글이라곤 간판 글씨 밖에 없는 그림책. 글자 없이 그림만으로 펼쳐지는 이 책은 어릴 적 우리가 그랬듯이 우리 아이들이 구름을 가지고 할 수 있는 상상의 나래를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유수진(전주시립서신도서관 사서)

  • 주말
  • 전북일보
  • 2008.12.26 23:02

[책의 향기] 1318을 위한 '상상력 기르기'

상상력이 곧 경쟁력으로 간주되는 시대.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비행기를 스케치한 것은 522년, 이를 현실화시킨 것은 418년 뒤인 1903년 라이트형제의 발명으로 가능했다. 상상력과 창조력이 기술과 결합해 현실이 되는 시간은 이제 더 빨라졌다. 불가능한 것도 가능한 것으로 만드는 상상의 힘이 뛰어난 이들을 소개하는 책들을 모아봤다.「꿈을 살다」(궁리)는 청소년 인문학 서점인 인디고 서원 청소년과 청년들이 일년간 6개 대륙을 누비며 저자들을 만난 과정을 담고 있다. 작가와 사회운동가, 예술인을 찾아 전 지구적 소통의 장을 만들겠다는 프로젝트가 책의 동기가 됐다. 만난 이들은 올리비에 프뤼쇼, 발레리 제나티, 마튜 르 루, 브라이언 파머, 산토시 샤흐, 알바로 레스트레포, 마크 호너, 피터 싱어 등 낯설지만, 신음하는 지구촌을 밝게 하고 새로운 세상을 구현한 이들이다.마크 호너는 아프리카 가난한 학생들을 위해 무료 과학 교과서를 제작·배포하는 데 앞장선 인물. 자신의 강연을 들으러 온 아이가 늦게까지 남아 그의 강의내용을 빼곡히 정리하는 것을 보고, 빈곤의 악순환을 떨쳐내는 교육을 시도한다. 피터 싱어는 생명윤리 대가로 평생 자신의 연구와 신념을 일치시키며 생명 존중에 앞장서 왔다. 소개된 이들은 타인의 고통에 관심을 가지며 사는 삶, 서로 연대하며 사는 삶을 치열하게 추구한다. 꿈을 꾸는 데 머물지 않고 실현하며 사는 인물들. 책의 제목이 「꿈을 꾸다」가 아니라 「꿈을 살다」인 까닭도 바로 여기에 있다.「6인6색 21세기를 바꾸는 상상력」 (한겨레신문사)은 홍세화, 한홍구, 이윤기, 박노자, 한비야, 오귀환씨 등 우리 시대 지성인들이 '상상력'을 키워드로 참여했던 인터뷰 특강을 재구성한 책이다. 역사와 문명, 세계와 한국을 아우르는 아주 특별한 상상력과의 만남이다."세계 지도를 가슴속에 품고, 꿈만 꾸는 사람이 아니라 꿈을 이루기 위해 한발짝 한발짝 가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습니다." (한비야)"신화, 성경이나 코란 같은 종교 경전이야말로 인류의 가장 깊은 지혜의 보고라는 게 저의 믿음입니다. 현대인들에게 신화가 중요한가는 이유도 그 때문입니다." (이윤기)홍세화씨는 물질문명에 사로 잡힌 현대인들에게 철학의 부재를 지적하며, 실존적인 질문을 던진다. '당신이 사는 곳이 당신이 누구인지 말해줍니다' 는 광고문구에 휘둘리기 보다, 자아를 어떻게 실현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내가 상상하면 현실이 된다」(리더스북)는 '히피 사업가'란 독특한 별명을 가진 영국 버진 그룹 리처드 브랜슨 회장이 쓴 책이다. 어릴 적 난독증을 겪었고 열여섯 살에 고등학교를 중퇴한 그가 영국 여왕에게 기사 작위를 받은 억만장자가 된 것은 신화에 가깝다. 그의 상상력은 남들에겐 늘 '괴짜'로 보여졌지만, 기이한 모험은 늘 자신을 최고 마케팅 수단으로 만들어 탁월한 성과를 드러냈다.뉴욕 타임스스퀘어에 설치된 '버진 모바일' 광고판에 누드를 선보였고, 웨딩숍 '버진 브라이드'를 광고할 때는 직접 웨딩드레스를 입었다. 콜라 홍보를 위해 탱크를 몰고 타임스스퀘어에 나타났으며, 폭포에서 번지점프도 감행했다. 2010년 첫 비행에 나서는 상업용 우주선 '버진 걸랙틱'도 그의 상상력이 아니었으면 불가능했다.'즐겁지 않은 것은 의미가 없다'고 말할 정도로 일과 인생 모두에서 그는 즐겼다. 그의 상상력이 치밀한 노력으로 구체화되면서 그의 새로운 도전은 멈추지 않고 있다.

  • 주말
  • 이화정
  • 2008.12.26 23:02

[책의 향기] '이상한 동화' 등

▲ 이상한 동화최용탁 저/ 나무그늘/ 9,800원동화는 비현실적이고 아름다운 이야기라고만 생각한다면 이 책은 제목처럼 '이상한 동화'다.책의 저자 최용탁은 배, 사과, 복숭아를 농사지으며 글을 쓰는 소설가. 자신의 세 아이에게 읽어주기 위해 만들었다는 「이상한 동화」는 대량생산의 시대에 단 3명의 독자를 위해 씌어졌다 것부터 이상하다.내 아이를 위한 마음의 먹거리를 가꾸는 마음으로 소설가 아빠가 지은 무공해 동화는 어떤 아이들에게도 이로운 이야기들. 계몽이나 교훈을 아이들에게 강요하기보다는 오순도순 사랑하며 사는 평등한 대지의 이야기를 통해 아이들이 마음으로 느낄 수 있게 도와준다. 마음이 따뜻해지는 경험으로 동심의 세계에 푹 젖는 시간이 될 것.▲ 봉봉 초콜릿의 비밀정은숙 저/ 푸른책들/ 9,500원호기심과 많은 궁금증들을 가진 아이들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추리소설. 한시도 긴장을 늦추지 못하게 하는 치밀한 구성과 군데군데 웃음이 터져 나오는 유쾌함이 어우러져 자칫 무거워 질 수 있는 유괴와 도난 사건을 재미나게 보여주고 있다.봉봉 초콜릿을 좋아하며 탐정이 꿈인 설경사의 딸 설홍주. 홍주는 단짝친구 완식이와 이모의 심부름으로 황실 주얼리에 갔다가 다이아몬드 도난사건에 휘말리고 만다. 사건의 단서를 하나 둘씩 찾기 시작한 둘은 사건의 내막에 가까워지고 봉봉 초콜릿에 얽힌 비밀까지 알게 되는데.아이들 눈높이에 맞춘 실생활과 결합된 추리소설로, 2인조 탐정단의 뛰어난 재치가 흥미롭다.▲ 열두 살 192센터조앤 바우어 저/ 을파소/ 9,800원이제 열두 살의 나이인데 키가 192센티미터나 되는 소년 트리. 본명은 아니지만 키 때문에 붙은 별명이다. 학교 역사상 가장 큰 키로 체육선생님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는 트리지만 야구부, 테니스부, 농구부 까지 거의 모든 체육부를 돌아다녔지만 제대로 하는 것이 하나도 없다. 주인공은 자신의 별명 트리가 그냥 '크다'일 뿐 특별하다거나 재능이 넘치는 것이 아님을 주위 사람이 알아주길 바란다. 오히려 맞는 옷이나 신발이 없어 불편하고 아무도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는 것이 괴롭기만 할 뿐.키가 커서 온갖 불편을 감수하고 살아가는 열두 살 소년의 고난을 톡톡 튀는 문체와 유머 감각으로 익살스럽게 그려냈다.▲ 세상 모든 사람들의 소중한 이야기박민호 저/ 꿈소담이/ 8,800원각기 다른 모습과 신념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 이 책은 제목처럼 어떤 사람에게도 소중한 이야기가 되고자 한다.너누 길어서 자신은 그 숟가락으로 먹을 수 없지만 서로에게 음식을 먹여주는 사람들, 크리스마스 선물을 주기 위해 아끼던 시계를 판 남편과 아내의 이야기 등, 우리가 평소 알고 있던 교훈적인 이야기를 묶은 것. 이야기에 등장한 성인들의 업적과 중요한 점을 뽑아 설명을 곁들이고, 관련된 또 다른 정보를 수록해 학습에 도움을 주었다. 각 에피소드마다 성인들의 생애를 한 눈에 볼 수 있으며, 무엇보다 여러 종교의 기원과 유래에 대해 읽으며 종교 이야기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 주말
  • 이지연
  • 2008.12.19 23:02

[책의 향기] 차가운 세상 상처입은 이들을 위해

그림책인데도 불구하고 표지부터 개의 모습이 상당히 침울하다.내용면에서나 분위기면에서 보통 그림책과는 사뭇 다른 무게감이 느껴진다.이 책 「미친개」는 '타인과의 소통과 이해' 문제를 '버려진 개'로 형상화해서 절제된 표현으로 짧은 시간에 긴 여운을 남기는 단편영화처럼 눈앞에 펼쳐진다.떠돌이 개 한 마리가 있었다. 개는 정처 없이 떠돌아다녔다. 먹을 것을 찾기 위해서였다. 그저 살기 위해 먹을 것을 찾아 동네 이곳저곳을 떠돌아다녔다. 쓰레기 더미를 뒤지고, 마을과 산을 헤맨다. 추위를 막아 줄 보금자리 따위는 없다. 겨우 얻은 먹이도 경쟁자들로부터 지켜야 하기에 편하게 먹을 수도 없다. 개의 생활은 고달펐다. 그러나 개를 가장 괴롭게 한 것은 다름 아닌 사람이었다.사람들은 개의 추레한 몰골과 먹이를 찾아 떠도는 행색을 보고는 돌팔매질을 하고 작대기를 휘둘렀다. 아이 어른 가릴 것 없이.나중에는 병들고 미친개라는 둥 불길한 개라는 둥 사람을 해치는 개라는 둥 온갖 근거 없는 말까지 만들어 냈다. 해악 끼친 것도 없고 항상 사람을 피해 다녔건만 사람들은 급기야 개를 죽이기로 작정하고 몽둥이에 총까지 집어 들고 개를 쫓아다녔다. 개는 사람에게 생명의 위협을 받는 지경에까지 놓였다.책의 후반부, 개는 자신의 숨을 끊으려는 사냥꾼을 향해 무섭게 덤벼든다. 개에게 깔려 쓰러진 사냥꾼의 몸을 밟고 선 개는 '산을 울리도록 크게 짖는다'. 자신을 괴롭히고 죽이려 했던 모든 사람들에게 울분을 토해 내듯이. 넓은 여백에 생략된 배경, 붓으로 거칠게 휘갈긴 선의 느낌이 주인공 떠돌이 개의 서글픈 내면을 대변하는 듯하다. '어느 것 하나 너그러운 것이라곤 없었던' 세상에서 기어이 살아남은 떠돌이 개. 세상에 버림받고 배척당해 상처 입은 모든 이들이 이 개를 통해 삶을 버텨낼 용기를 얻었으면 좋겠다. 개의 추레한 몰골만을 보고 몽둥이를 휘둘렀던 사람들, 정작 개의 그 깊고 서늘한 눈은 보지도 못했고 볼 생각도 하지 않았던 그 사람들이 우리가 아닌지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되는 그림책이다. 평범한 그림책이 아니라 사람사이의 한 단면을 그려낸 무게 있는 그림책으로 고학년어린이와 부모가 함께 읽을만하다./백수진(전주시립 송천도서관 사서)

  • 주말
  • 전북일보
  • 2008.12.19 23:02

[책의 향기] '1318'을 위한 철학책

철학은 곧 지적 레슬링이다.국내 청소년들은 시험과 논술 준비만을 위해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철학책을 읽고 있는 실정. 그러다 보니 비교적 쉽고 재밌는 책들을 선호한다. 물론 잘 쓰여진 책일 수록 쉽고 흥미진진할 법 하지만, 약간의 인내심이 요구되는 것은 마찬가지. 깊이를 갖추었으되 대중적인 인지도를 갖춘 철학책들을 소개한다.「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풀빛)은 베버 특유의 학문 자세가 돋보이는 책이다. 내용이 본래 어렵고 수많은 개념어가 인용돼 처음부터 끝까지 읽기란 쉽지 않다는 평가를 받아왔었다. 때문에 이런 문제점을 보완해 어려운 한자나 긴 문장을 쉬운 우리말로 바꾸고 복잡한 프로테스탄트 종파와 종교 개혁 사상가들에 관한 배경 지식을 미리 깔끔하게 설명해 이해를 도왔다. 특히 베버의 생애를 통해 그의 학문적 성과와 사상적 기반을 엿볼 수 있도록 도왔다.「14살 철학소년」(북멘토)는 현직 국어 교사 김보일씨가 세상의 모든 편견에 관해 이야기하는 청소년 교양도서다. 세상과의 조우를 준비하는 청소년들이 생각의 스위치를 켜는 순간 편견을 벗어던지고 자유로운 자아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한 것.'무지개는 과연 일곱가지 색깔일까' '둔하다는 것은 나쁜 것일까' '정직은 최선의 정책일까' 등 우리가 상식이라고 믿었던 생각에 '딴지'를 건다. 80여개의 편견에 관한 질문을 5개 주제로 나눠 사고를 확장할 수 있도록 도왔다. 생각하는 법도 알려주지 않으면서 정답부터 찾으라고 요구하는 사회에게 의미있는 화두를 던지는 책이다.「철학통조림」(주니어김영사)달콤·매콤·고소·담백한 맛 세트는 철학을 맛있게 먹는 법을 배우는 책이다. 제목부터 눈길을 끈다. 고리타분하고 어렵게 느껴지는 철학 사상들을 재미있는 실험, 문학, 역사, 정치·사회, 자연과학 등과 양념으로 버무려준다. 고전(古典)서 뽑아낸 주제들과 각 권마다 약 30여 권의 고전에서 따온 인용문이 담겨 있기 때문에 인문학과 자연과학에 관한 이해의 반경을 넓혀준다.아빠와 딸의 질문과 응답 형식이 특징. 우리가 평소 궁금해했던 의문사항을 알기 쉽게 풀었다. 이우일씨의 삽화가 책을 말랑말랑하게 읽을 수 있도록 흥미와 재미를 더한다.'매콤한 맛'은 흔히 심리적 거부감을 동반하는 도덕 문제, '달콤한 맛'은 지키기 어려운 도덕 문제, '담백한 맛'은 프로메테우스 신화와 소피스트들의 궤변 소크라테스의 산파술 등 '고소한 맛'은 칸트의 구성론, 비트겐슈타인의 논리철학과 비엔나 학단의 논리실증주의 등에 관한 내용이 담겼다.

  • 주말
  • 이화정
  • 2008.12.19 23:02

[책의 향기] 경기전 일기(4)

태어진의 환안제가 열렸을 때이다. 이런 저런 바쁜 일 때문에 환안제의 모습을 직접 볼 기회를 놓쳐서 너무나도 서운했는데, 웬걸 TV보도를 접하면서 서운함은 사라지고 저렇게 하고도 경기전을 잘 관리하겠다고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과 함께 분노마저 자리를 잡았다. 경기전에는 1872년 현 어진을 봉안할 때 사용했던 일산, 신여 등의 장엄구들이 정전의 좌우 익랑과 월랑에 노출 전시 보존되어 있다. 많은 전문가와 경기전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이 점을 지적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음에도, 비가 내리는 환안제에 문화재로 지정되지 않았기 때문인지 꺼내다 사용하겠다는 발상을 그대로 행동에 옮겨 버린 것이다. 그 사실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것은 화면에 보이는 신여 등이 경기전에 모셔진 진품이 아니길 간절히 바라는 마음과 함구하고 있는 나 자신이 부끄럽기 때문이다.경기전의 기록들 중에 이러한 물품들을 관리하는 관리 대장이 있다. 물품의 중요도에 따라 일류품수불부와 이류품수불부로 나누어 관리하였다. 이 문서철은 조경묘와 경기전에서 제의(祭儀) 때에 사용하는 물품 관리대장으로 조경묘와 경기전으로 구분되어 각 물품의 수령, 사용, 잔고 등을 기록하고, 적요란에는 잔고 조사일을 기록해 놓고 있어 경기전의 실태를 조망해 볼 수 있다.조경묘에서 사용한 일류품으로는 신위욕(神位褥)을 포함 총 76종의 물품이 명기되어 있으며, 경기전에는 신탑(神榻) 등 총 129종의 물품이 관리되고 있었다. 표지에 기록된 내용을 보면, 조경묘와 경기전의 설비품, 제향용품, 청내비품의 종류를 살펴보면 총 205종에 달한다. 이들 일류품 관리는 1924년 9월 1일자 잔고를 기준으로 정리되었으며, 관리변동내역이 추가로 기입되어 있으나 그 수는 미미하다. 하한 연도는 목등상(木登床)을 예식과 공문에 의하여 소각한 뒤 기록한 1944년 3월 2일이다. 따라서 해방직후까지 장부상으로는 제의와 관련된 물품들이 보존되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일류품수불부 목록에는 129종이 적혀있지만 실제 장부상에는 134종의 물목이 적혀있다. 이들 물품은 제의과 관련된 각종 주요 물품으로 당가면장(唐家面帳)과 같이 사용연한이 비교적 짧은 피복 소재의 물품들의 경우 소각하고 새로 구입하는 내용이 기록되어 있다. 이류품수불부는 일류품과는 달리 내구성이 길지 않은 소모성 물품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조경묘와 경기전 등에서 관리하고 있던 이류품의 종류 총 70종에 달하고 있다. 이류품 관리는 1924년 8월 말일을 기준으로 작성되었으며, 1936년 3월까지의 관리 내용이 기록되어 있다.물품관리는 단순히 숫자만을 맞추는 것이 아니다. 이런 관리를 통해 물품의 훼손 정도를 파악하고 제의가 있을 때를 철저히 대비하는 방법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물품 관리의 상황만으로도 우리는 우리 경기전과 조경묘를 어떻게 대하고 있는 지를 파악할 수 있다. 신여를 비롯한 장엄구에 대한 관리일지는 물론 있다. 그렇지만 그 상태를 체크하고 세심하게 관리하는 배려는 없다. 문화재 등록은 우선 순위를 결정하는 것일 뿐 그 가치를 줄세우는 것은 결코 아니다. 국보가 지방문화재보다 더 가치 있다는 것은 아니란 이야기이다. 이유야 어떻든 태조 어진만이 소중한 문화재일 뿐이니 비오는 날 그냥 해도 된다는 그 턱없는 아이디어를 낸 사람들과 허용한 이들 그리고 묵인 방관자들 모두 역사에 죄를 지은 셈이다./홍성덕(전북대박물관 학예사)

  • 주말
  • 전북일보
  • 2008.12.19 23:02

[책의 향기] 스티븐 호킹 '시간의 역사'

한 해가 저물고 있다. 이렇게 연말이 되면 시간이 정말 빠르게 흘러가고 있음을 느끼면서 시간의 문제를 생각해 본다. 시간의 본질에 대한 물음이 철학이나 과학과 같은 학문적인 주제가 되었다고 한다면, 과거나 미래로의 시간여행은 누구나 한번쯤 상상한 내용일 것이다. 우리들의 관심사라 할 수 있는 시간과 관련된 다양한 물음들을 다룬 저서가 바로 '시간의 역사'다. 이 책의 저자인 호킹은 신체적인 장애를 극복한 현대 물리학계의 대표적인 지성으로 우리에게도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이 책이 1988년 발간된 이래 40개 언어로 번역되고 900만 부 이상 팔렸듯이 과학자들을 위한 전문서라기보다는 교양서라고 할 수 있다. 특히 240점 이상의 그림과 사진 등이 수록되어 있어서 책 내용을 이해하거나 우주물리학에 대한 지식을 습득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총 12장으로 이루어진 이 책은 1장에서 8장까지 시간이론에 대한 다양한 관점들을 역사적으로 조망하고 있다. 특히 우주에 빅뱅이 일어난 순간에 시간이 시작된다는 주장을 통해 시간과 우주의 관계를 설명하고 있는 점이 이채롭다. 또한 저자가 빅뱅과 관련한 교황과의 일화를 소개하고 있는데 이는 우주에 대한 관점에서 종교와 과학 사이의 근본적 차이를 드러내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우주가 출발점을 가지고 있을 때 창조자를 상상할 수 있지만 우주가 진정한 의미에서 자기 충족적일 때 우주는 시작도 끝도 없이 그저 존재할 뿐이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연구주제인 블랙홀도 이 책에서 알기 쉽게 설명되고 있어서 그의 천재성을 재차 확인하기에 충분하다. 블랙홀이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 증명된다면 자신의 연구가 수포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는 점도 인상적인 부분이다. 블랙홀은 별의 표면에서 나온 빛이 우리에게 도달하지 않아서 그 별을 볼 수 없는 천체를 의미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빛도 발하지 않는 블랙홀을 발견할 수 있었던 이유는 블랙홀이 인접한 물체들에 대해 여전히 중력을 미치기 때문이다.이어 9장과 10장에서 저자는 시간여행의 가능성에 대한 문제를 다룸으로써 독자의 호기심을 고취시키고 있다. 시간여행이 가능하려면 과거와 미래와 같은 시간의 흐름을 관통할 수 있는 무엇인가가 필요할 것이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과학의 법칙은 시간의 앞뒤 방향을 구분하지 않기 때문에 불가능한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호킹은 과거와 미래를 구별하는 열역학적 시간의 화살, 심리적 시간의 화살, 그리고 우주론적 시간의 화살이라는 이들 관계를 통하여 시간의 흐름을 설명하면서 그 가능성을 발견한다. 즉 편평한 두 영역을 연결시키는 얇은 관인 일명 '벌레구멍'을 통해 과학적으로 그 가능성을 입증하고 있다. 이처럼 우주와 시간의 관계를 흥미롭게 전개하면서 저자는 우주 속의 모든 것을 완전히 포괄할 수 있는 통일이론을 수립하고 싶다는 학문적 열망을 드러내고 있다. 왜냐하면 완전한 통일이론이 발견된다면 우주를 지배하는 법칙을 이해하는 데 용이하기 때문이다.일반 독자들이 이 책의 주제들을 쉽게 이해할 것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이전에 가지고 있었던 물리학이 어려운 학문이라는 두려움과 편견을 어느 정도 불식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체제에서도 이 책이 과학적인 이론으로만 구성되어 있지 않고 재미있는 일화를 덧붙이고 있어서 독자들이 호킹의 인간적인 모습을 함께 느끼면서 읽는 즐거움을 더할 수 있다. 새해를 준비하면서 시간의 역사 속으로 여행해 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 아닐까? /홍성하(우석대 교수·본지 서평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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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8.12.19 23:02

[책의 향기] 경기전 일기(3)

우리들에게 경기전은 어떠한 의미를 갖는 것일까? 우리 역사에서 500년이란 장구한 세월을 지켜온 조선이라는 국가를 창업했던 이성계의 어진을 모신 공간적 의미에 한정되어 있는 것일까? 아니면 그 이상의 '신성성'을 부여해야 하는 성역(聖域)의 공간일까? 사람들에 따라 각기 생각하는 바가 다를 것이고 그에 대한 가부를 논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다만, 언제부터인지 경기전은 전주의 문화정책의 큰 줄기 속에 언급되어져 왔고, 그래선지 논의의 대부분은 전통문화 도시 전주의 정체성에 연계되어 활용성에 치중되어 왔다. 경기전의 개방 제한 의견이 대두되는 것은 지금까지 경기전에 대한 우리들의 인식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경기전의 의미는 경기전에서 모셔진 제향의식을 통해서 조금이나마 가늠해 볼 수 있다.경기전의 제향(祭享) 규정은 태조의 어진이 봉안된 4년 후인 1414년(태종 14) 8월의 제정되었다. 이 때 경주와 전주, 평양의 태조 진전에 '4맹삭(四孟朔, 1월, 4월, 7월 10월) 대향(大享, 조선시대 종묘·사직·영녕전에서 지내던 큰 제사.)과 유명일(有名日, 동지, 한식, 단오, 중추) 별제(別祭)'를 전라도의 사신(使臣)과 수령으로 하여금 행하도록 하였다. 이듬해 9월에는 제향 의식에 관한 예조의 계문이 시행되어 제향별 찬기(饌器)의 규정을 정하고 사맹삭은 폐지하였다. 1447년(세종 29) 11월 2일에는 경기전의 제수용품의 위치를 정하였다.일제강점기 경기전의 제향은 2차례의 제향(祭享), 춘추제향(春秋祭享), 고유제(告由祭), 춘분제(春分祭) 등으로 구분되었다. 제향에 관련된 모든 물품 및 금액은 이왕직 장예원의 지휘를 받아야 했다. 제향시 사용하는 중박계(中朴桂) 등 총 9종류의 제수음식이 사용되었으며, 1917년 8월 추분제향 이래 준용한 조경묘와 경기전의 진설도가 현존하고 있다. 각 제향마다 소용되는 제수용품은 유형에 따라 대동소이하였다. 제향일이 다가오면 조경묘와 경기전내를 청소하고, 분향 봉심을 하며 특히 제사 거행시 사용할 제물의 준비 및 제사완료 후 제물, 잡품 등의 정수점검 입고 등과 같은 다양한 업무를 시행하고 있었다.이외에도 경기전의 관리를 담당하는 관원들은 주기적으로 조석(朝夕)봉심, 5일봉심, 삭망제 등을 지냈다. 조석봉심은 아침 8시에 분향봉심하고 전내를 청소하는 것을 말하며, 5일봉심은 음력 5일ㆍ10일ㆍ15일ㆍ20일ㆍ25일 등 5일 주기로 행하는 분향봉심, 삭망제는 1일과 15일에 지내는 분향을 가리킨다. 조경묘ㆍ경기전의 전사보는 이 업무를 한 번도 빼놓지 않고 수행하고 있었다.조선시대 경기전의 제향은 전주이씨 시조의 위패가 봉안된 조경묘와는 달리 지방관청의 주요행사였다. 전주이씨들만의 제향으로 치루어지는 지금과는 그 성격과 격이 달랐던 것이다. 이는 일제시대 이후 왕실의 존재와 정통성을 부정했던 식민지 정책에 기인한 바가 크다. 이성계는 단순히 전주이씨가 아닌 우리나라 역사에서 '조선'이라는 국가를 세운 건국조로서 평가되고 그에 맞는 예를 갖추어야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지난 11월 한국고전문화연구원의 문화강좌에서 "우리나라의 화폐에 이성계의 얼굴이 들어가지 않는 것이야 말로 조선이라는 국가에 대한 우리들의 인식을 대변한다"는 의견이 제시된 것을 그동안 간과했던 경기전의 의미를 되새겨 볼 수 있는 것이다. /홍성덕(전북대박물관 학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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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8.12.12 23:02

[책의 향기] 정유성의 '내 인생의 스프링 캠프'

중학생들이 재밌게 읽을 만한 소설 하나 소개한다. 지금은 학교 시험이 모두 끝난 상태라 학생들이 책 읽기에 좋은 시기다. 16일이 지나면 고교 입시도 끝나게 되는데 책을 한번 손에 잡아 보자.'내 인생의 스프링 캠프'. 전직 간호사 출신의 작가 정유성 씨가 썼고 비룡소에서 펴냈다. '스프링 캠프'란 '프로 야구, 프로 축구 따위에서 봄의 정규 리그가 시작되기 전에 집중적으로 가지는 합숙 훈련, 또는 합숙 훈련을 하는 장소'라는 뜻을 지니는 말이다. 사람은 이런 집중적인 훈련과 같은 시기를 거쳐서 성장한다는 의미로 이런 제목을 붙였을 것이다. 그렇다면 독자인 나 자신의 스프링 캠프는 언제 어디서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준호는 사고로 다친 친구 규환이의 부탁으로 규환이 형한테 다녀와야 한다. 규환의 형은 운동권 대학생으로 지명 수배 중이다. 준호는 차승주네 막걸리 운반 트럭에 몰래 잠입하여 타고 가려고 하는데 묘하게 일이 꼬여 여기에 승주, 정아, 어느 할아버지가 동승하게 된다. 그리고 무지막지한 개 루스벨트까지.처음엔 서로 적의를 갖고 발톱을 내밀고 으르렁거리는 야수들 같았으나, 우여곡절을 겪으며 천신만고 끝에 안개섬까지 이르는 동안 이들은 속내를 조금씩 내어 보이며 점차 화해의 지점을 향하여 나간다.부잣집 오대 독자 승주는 부모의 지나친 보호와 간섭이 싫어 탈출하는 중이고, 정아는 폭력밖에 휘두를 줄 모르는 아버지와 한없이 무기력한 어머니가 싫어 우연히 그 트럭에 뛰어들었던 것이다. 그리고 정신병원에서 탈출하여 월규와 함께 살던 월향도로 돌아가려는 할아버지 박양수 씨. 이 이야기의 화자인 나 준호는 어려서 아버지가 갑자기 집을 나가버린 뒤로 아버지를 한 번도 보지 못했다. 그래도 나는 아버지를 늘 그리워하며 잊지 못한다. 그러나 어머니는 아버지를 잊고 연하의 총각을 만나 결혼까지 하게 된다.규환의 제안을 받았을 때 나 준호는 이런 현실에서 잠시나마 탈출하고 싶었을 게다. 로드 무비 같은 로드 픽션이 액션 영화처럼 빠르게 진행되는 사이사이에 정신병원 탈출자 박양수 씨의 기가 막힌 삶의 사연들이 풀려 나오고 승주와 정아 그리고 나의 각각 기막힌 인생들이 풀려 나온다.10대의 아이 셋과 개 한 마리가 노인과 함께 운명공동체가 되어 경찰들의 검문을 피해 억수같은 비를 맞으며 산을 넘어가는 부분은 정말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명장면이다. 자연의 위대함이 가장 돋보이는 안개섬에서 태풍의 놀을 피아여 섬 정상부로 피신하는 대목, 새벽에 고래 떼를 목격하는 대목, 밤에 정아에게서 자신의 내밀한 상처를 말하는 부분에서 '나'는 기어코 눈물을 보이고 만다. 이 때 정아가 하는 말 "하느님은 참 괴상한 방식으로 공평해. 사랑이 있는 쪽에선 사람을 빼앗고 사람이 있는 곳에선 사람을 빼앗아 가고."살아가는 데에는 사랑과 이해, 관용과 배려, 용기와 용서가 정말로 필요하다는 걸 이 책은 말해 주고 있다. 이 책에 등장하는 10대들은 고난스런 며칠을 함께 온몸으로 겪고서 부쩍 성장한다. 인생의 깊은 의미를 깨우치는 등장인물들만큼 이 책을 읽는 독자들도 또한 인생의 깊은 의미를 깨우치게 된다. 알고 보면 누구의 삶도 간단치가 않다. 그러므로 누구의 삶도 하찮게 무시되어서는 안 된다.'나'의 아버지가 윤동주의 '별 헤는 밤'을 들려주며 말해 주었다는 다음의 말을 기억하며 힘들 때마다 위안으로 삼으면 좋겠다. "사람은 진구렁에 발을 딛고 있어도 눈으로는 별을 만져야 하는 거야."/김동규(남원한빛중학교 교사)

  • 주말
  • 전북일보
  • 2008.12.12 23:02

[책의 향기] '너는 행복하니' 등

▲ 너는 행복 하니세이브더칠드런 저/ 검둥소/ 1만 1,000원지구촌 친구들의 인권 이야기. 이 책은 국제 아동 구호 단체인 세이브더칠드런(Save the Children)이 기획했다. 아이들의 이야기를 총 5가지 주제로 나눠 글과 사진을 통해 생생한 모습을 전한다. 모든 어린이가 누려야 할 권리를 제대로 누리지 못한 채, 인권을 침해받고 힘들 삶을 살아야 하는 어린이들의 집, 안전, 건강, 교육, 목소리를 담았다.아이들에게 모든 사람들에게 실현되어야 하는 약속인 인권이 지켜지지 않는 실상을 알려주는 것. 유엔아동권리협약을 토대로 인권이란 무엇인지, 우리나라 어린이, 청소년들의 인권은 어떠한지 보여주면 생각해볼 기회를 제공한다. 유엔아동권리 협약과 인권에 대해 알 수 있는 책 목록도 수록돼 있다.▲ 바다 이야기박수현 저/ 교학사/ 1만 2,000원인어공주 이야기는 사실일까? 용궁은 정말 있을까?이 책은 바다 생물들에 얽힌 재미있는 전설과 민담, 작가가 1.000회 이상의 스쿠버 다이빙을 통해 만난 세계 곳곳의 바다 생물에 대한 이야기를 실었다. 각각의 바다 생물들과 관련된 많은 전설과 민담이 아이들이 관심을 끌기 충분하다. 뿐만 아니라 풍부한 사진 자료와 삽화를 더해 어린이들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엮었다.아이들이 막연하게 알고 있던 바다에 대한 궁금한 내용들을 묻고 답하는 형식으로 정리해 지식을 넓히도록 도와줄 것. 생활과 동떨어져 있는 바다를 좀 더 친근한 존재로 느끼게 될 것이다. 국내 지역뿐 아니라 일본, 필리핀, 말레이시아, 태국, 호주, 남극 등 세계 곳곳의 바다 생물을 모두 만날 수 있다.▲ 일주일 짝꿍 3-165김나연 저/ 웅진주니어/ 8,500원'가만히 앉아서 팔려 가진 않을 거야. 누가 나를 데려갈지 하루하루 기다리는 일 따윈 안 할 거라고. 난 내 운명을 찾아 나설 거야." (본문 中에서)「일주일 짝꿍 3-165」는 '꿈꾸는 장난감'이라는 장난감 대여점의 장난감들의 이야기다. 장난감 대여점에 3-165라는 바코드를 가진 막내 장난감이 들어오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사람처럼 생각하고 이야기 하는 인격화된 장난감들이 대여되는 삶은 어떤 것인지 자신의 목소리로 말한다. 또한 주목 받지 못하고 낡아가는 자신들의 소망이 무엇인지를 얘기하며 물건에 대해 생각해 보는 기회를 갖게 할 것. 일시적인 것이 아닌, 진정한 관계란 어떤 것인지 장난감과 아이들의 관계를 통해 다시 한번 생각 해 볼 수 있다.▲ 수요일 전쟁게리 D. 슈미트 저/ 주니어랜덤/ 9,800원수요일 오후마다 담임선생님과 단 둘만의 시간을 보내는 주인공 홀링이 셰익스피어의 책을 읽으며 성장해 나가는 과정을 익살맞고 유쾌하게 그려냈다. 자신을 싫어한다고 믿던 담임 베이커 선생님이 준 셰익스피어 책이 홀링에게 새로운 세상을 볼 수 있도록 도와준 것. 돈과 명예를 위해 살아야 한다고 말하는 기성세대의 주장에 반박하며 자신의 운명은 스스로 선택하는 것임을 깨닫는다. 돈보다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 행복하다는 것은 어떤 것인지 알게된 홀링의 성장기.아이들에게 다소 무거운 소재로 다뤄지는 이야기들이 소년의 시작으로 재치 있게 풀어지며 독서의 즐거움이 무엇인지 알려줄 것이다.

  • 주말
  • 이지연
  • 2008.12.12 23:02

[책의 향기] "내 모습 이대로 나는 소중한 존재"

「너는 특별하단다」(고슴도치출판사)는 엘리라는 목수 아저씨가 만든 나무사람 '웸믹'들의 인간을 닮은 다양한 모습들을 섬세하게 표현했고, 자아존중감을 높여주는 그림책이다. 표지를 보고 있으면 마치 피노키오와 제페토 할아버지가 생각나 더욱 친근감을 느끼게 한다. 이 책은 나무사람에게 빗대 하나님에게 동화되어 가는 과정을 표현한 종교적 이야기인 듯 싶지만 그 내면에는 더 큰 뜻이 숨겨져 있는 책이라 생각이 든다.나무사람 웸믹들은 날마다 서로에게 금빛 별표와 잿빛 점표를 붙이는 데 정신이 없다. 남들보다 힘이 세거나 노래를 아름답게 부를 줄 아는 재주가 뛰어난 웸믹들은 온 몸이 별표로 가득해서 번쩍거린다. 그러나 재주 없는 웸믹들은 조금만 실수를 해도 많은 잿빛 점표를 받는다.늘 잿빛 점표만 받는 주인공 '펀치넬로'는 갈수록 자신감을 잃어가고 자신은 불필요한 사람이고 좋은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보낸다. 이때 온몸에 별표도 점표도 붙지 않은 '루시아'라는 웸믹을 만나고 자신을 만들어준 엘리 목수 아저씨를 만나면서 그의 생각은 점점 변화가 일어난다.자신은 좋은 사람이 아니라고 비하하기만 했던 그를 엘리 목수 아저씨는 '다른 웸믹이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중요하지 않고 그를 만들어준 아저씨의 사랑을 깊게 신뢰하면 할수록 표들에 신경을 덜 쓰게 될 것이며 너는 특별하다고 너는 내게 소중한 존재'라고 이야기해 준다. 아저씨의 말을 모두 이해할 수 없었지만 마음 속으로 그의 말이 맞다는 생각을 할 때 펀치넬로의 몸에서 점표 하나가 땅에 떨어진다.마지막 장까지 넘기고 나서 몸에서 잿빛 점표가 모두 떨어져 자신의 소중함에 대한 행복을 알게 된 펀치넬로를 통해 마음 한쪽에서 포근함을 느낀다. 생각없이 던진 말 한마디, 나와 다르다하여 소외감을 주게 하는 행동들 하나하나가 나에게, 주변사람들에게 자신감을 잃게 할 수 있다. 짧은 글이지만 자신의 소중함에 대한 무지와 타인에 대한 존중감을 망각한 채 살고 있는 주변의 사람들에게 던지고자 하는 메시지가 아닐까 싶다. 성탄절이 다가오고 있다. 사랑하는 가족, 친구들에게 자신감도 키워주고, 정도 돈독해질 수 있는 따뜻한 문자메시지 한 통 보내보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책인듯 싶다./최유경(전주시립인후도서관 사서)

  • 주말
  • 전북일보
  • 2008.12.12 23:02

[책의 향기] '1318'을 위한 영화입문서

좋은 영화는 많지만, 정작 그 영화를 어떻게 봐야 하는지 살피는 책은 많지 않다.'영화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도 제기하지 않고, 영화를 해부학적으로 분석하고 판정하는 데에도 무관심하는 실정. 청소년들의 눈높이에 맞는 쉽고 재밌는 책부터 철학적인 깊이를 요구하는 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책들을 모아봤다.「아주 특별한 상상발전소, 영화」(한솔수북)는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췄지만, 재미와 깊이를 동시에 갖춘 책이다. 주인공 조니는 영화만 보면 졸아 한 편의 영화를 제대로 본 적이 없다. 하지만 정말 재미있게 봐야만 필름 속에서 나올 수 있는 마법에 걸려 영화 속을 떠돌며 영화 여행을 하게 된다.졸고 있는 조니에게 몇 백 년 전 영화를 만든 뤼미에르 형제가 슬그머니 나타나 영화 탄생 이야기를 해 주고, 조니는 영화 필름 속으로 들어가 유명한 스티븐 스필버그와 히치콕 감독, 영화 속 인물을 만나 영화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도 배우게 된다. 영화 속 아주 특별한 사람들을 만난 덕분에 영화광이 되고, 나중에 커서 감독이 되는 꿈을 꾸기에 이른다. 최초 영화 탄생부터 영화 구조, 제작 과정, 장르, 블록버스터 영화와 영화 산업, 영화의 특수 효과와 기법, 아이들이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세계 영화제와 영화상, 세계 속의 우리나라 영화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담겼다.「김혜리기자의 영화야 미안해」 (강)은 '씨네21'에서 영화기자이자 평론가로 활동한 김혜리씨의 영화 에세이집이다. 그는 불완전한 영화들이 발산하는 불안한 아우라에 주목했다. 무수히 실패하고 변명하고 좌절하는, 열정에 시달리거나 혹은 열정 부족으로 무관심한 인물들의 방황하는 모습과 만들어가는 관계에 주목한다. 영화의 정체에 느릿느릿 가까이 다가가는 글쓰기가 엿보이는 대목.1부 '영화 읽는 소파'는 1995년 개봉한 '브로드웨이를 쏴라'부터 2007년 '스쿠프'에 이르기까지 영화 서른 편 리뷰를 담았다. 2부 '방없는 전망'은 성장·영국 코미디 영화의 산실인 워킹타이틀, 영화와 의상 등을 살펴보는 이야기 8편이다. 3부 '유혹자들'엔 감독과 배우, 제작자 등 영화계 인물에 관한 에세이 18편을 실었다.「이영화를 보라」 (그린비)는 고전평론가 고미숙씨가 한국사회의 변화와 이면에 숨겨진 철학적 의미를 영화와 관련지어 풀어낸 책이다. 다소 무거운 주제지만, 유머러스하고 재기발랄한 문체가 술술 읽히게 하는 맛이 있다. 영화 '괴물'에서 '라디오스타'에 이르기까지 여섯 편의 한국영화를 관통하는 코드는 '탈코드'.기존의 통념들을 완벽하게 깨면서, 한국사회와 영화를 가볍게 거스르며 쾌속질주한다. 그는 '탈코드'를 내세워 기존 근대적 표상체계들을 비판한다. '괴물'을 통해 삶과 몸이 소외되어 있는 현실을 비난하고, '황산벌'을 통해 역사와 언어와 민족을 자유자재로 가지고 노는 사유를 엿본다. 가족·멜로 등 다른 영화에서 고민하는 바를 쉽게 쉽게 뛰어넘는 서사도 돋보이는 '라디오스타'등이 소개된다.

  • 주말
  • 이화정
  • 2008.12.12 2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