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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 경기전 일기(2)

경기전을 관리하기 위하여 선발된 관원들은, 경기전의 관리 전반을 책임지는 전직(殿直)으로 임용된 경기전령(慶基殿令)과 경기전 참봉(參奉)을 비롯하여, 청소 등을 담당하는 수복(守僕), 소방업무를 맡은 금화(禁火) 및 수호(守護)를 위한 충의(忠義) 등이 있었다. 이외에도 수문장(守門將)이 배치되어 있었으나 1896년 전주부 순검(巡檢)이 담당하게 되었다. 1899년 이후 관찰사가 제조(提調)의 직임을 겸하게 되었고, 1900년 궁내부 관제 개편으로 경기전에는 제조 1인(관찰사가 겸무), 위장(衛將) 1인(전주 진위대 대장 겸무) 등이 증설되었다. 일제시대 조경묘와 경기전을 관리하는 실질적인 인원은 총 책임을 맡은 전사보(典祀補)와 제감(祭監) 1인, 수복(守僕) 2인, 방직(房直) 1인, 숙수(熟手) 1인, 군사(軍士) 2인 등 총 7명이었으며, 조경묘와 경기전의 관리 조직체계가 동일하였다.경기전과 조경묘의 관리를 담당했던 사람들의 가장 큰 임무 중의 하나는 매일 매일 경기전과 조경묘를 살피는 일이었다. 어디에 훼손된 곳이 없는 지를 살펴 기록하고, 필요시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었다. 또한 경기전을 방문한 사람들을 안내하는 것 역시 중요한 업무였다. 관리(업무)일지는 1913년부터 1944년까지 작성된 「일지」 6책이 현존한다.일지의 기재방식은 일자(舊曆을 함께 표기)와 날씨를 기록한 뒤 처리 업무별로 1~2행으로 간단하게 정리하고 있다. 1913년 8월 29일자를 보면 "이 날은 합방기념일인 까닭에 일절 사무를 폐지하였다"라고 기록하고 있다. 이처럼 조경묘ㆍ경기전 관련 업무에 대한 처리상황을 기록하는데, 그 업무는 통상사무와 제향사무로 구분하여 파악할 수 있다.통상사무는 직원들의 근무실태 및 회계ㆍ서무 등에 관한 것이며 제향사무는 묘(廟)ㆍ전(殿)의 청소 및 제의(祭儀)에 대한 업무들이며, 일지의 작성자는 전사보로 생각된다. 1913년의 일지에는 작성자가 쓰여 있지 않지만 1914년 이후에는 일일 업무를 기재한 뒤 '전사보 이기신'이라 쓴 뒤 날인하고 있다. 일지를 직접 썼는지의 여부는 알 수 없으나 적어도 일지의 책임은 전사보에 두어져 있음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1924년 이후의 일자 다음에 요일을 병기하고 날씨를 기록한 뒤 음력을 써 넣었다. 관리일기 기재방식이 간단하게 정리되었다. 예를 들어 일상적으로 추진하는 업무의 경우 '조경교와 경기전을 아침 저녁에 봉심(廟殿朝夕奉審)하다'라는 등의 단구로 통일하여 기입하고 있는 것이다. 5일마다 행하는 5일봉심의 경우 초하루, 보름날(朔望日)과 중복될 경우 삭망제로 대신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1925년부터는 매일 행하는 업무에 대해서는 매일 1일만 기재하고 나머지 일자에는 기입하지 않는 등 단순해져 가고 있다.1935년부터 일지의 기재방식이 달라지고 있다. 먼저 인쇄된 광곽선의 윗선 여백에 음력일자를 기입하고, 인쇄된 기록면에 일자, 날씨를 기재한 뒤, 추진 업무에 대한 키워드를 쓰고 그에 이어서 업무내용을 간단하게 기재하는 방법을 취하고 있다. 추진 업무에 대한 주제어분류는 대체로, 당직(當直), 다례(茶禮), 순회(巡回), 제기(祭器), 수정(修正), 공문발송(公文發送)ㆍ접수(接受), 관보전보(官報電報), 소제(掃除), 차관참배(次官參拜), 절식(切植), 식재(植栽), 봉급수령(俸給收領), 분향(焚香) 등 다양하게 나타난다./홍성덕(전북대박물관 학예사)

  • 주말
  • 전북일보
  • 2008.12.05 23:02

[책의 향기] 故 이청준 선생의 마지막 장편 '신화의 시대'

지난 7월 세상을 뜬 소설가 고(故) 이청준 선생이 지난해 계간지에 발표한 마지막 장편소설 '신화의 시대'(물레 펴냄)가 3일 출간됐다.'신화의 시대'는 학술·문예 계간지인 '본질과 현상'에 2006년 겨울호부터 2007년 가을호까지 네 차례에 걸쳐 연재됐던 소설로 유족과의 협의를 거쳐 이번에 처음으로 단행본으로 나왔다.그동안 이 작품의 연재 사실이 문단이나 연구자들 사이에 널리 알려지지 않은 탓에 고인의 마지막 작품은 지난해 가을 계간 '문학의문학'에 기고한 단편 '이상한 선물'로 알려져왔다.이번에 출간된 '신화의 시대'는 단행본 세 권 분량 이상의 긴 소설을 쓰지 않던작가가 길고 거대한 작품을 쓰기로 작정하고 총 3부에 걸쳐서 구상했던 작품 중 완성된 1부에 해당하는 작품이다.1910년대 말에서 1930년대 초반의 남녘 해변마을 선바위골을 배경으로 펼쳐지는'신화의 시대'는 선바위골에 "정신이 썩 온전치 못한 데다 본색이 아리송한 여자"인'자두리'가 등장하는 데서 시작한다.자두리가 동네 남정네 여섯과 큰산이라 불리는 천관산에 다녀온 후 누구의 씨인지 모르는 아이를 갖게 되고 그것이 '태산'이라는 인물의 출생 비밀로 이어지는 과정이 흥미롭게 진행된다.여기에 태산의 이웃이면서 작가의 조부로 짐작되는 이인영 집안의 가계 내력이 구한말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자세히 그려지기도 한다.'신화의 시대'는 작가가 2003년 발표한 장편소설 '신화를 삼킨 섬'과 더불어 그동안 소홀했던 "우리 신화와 신화성"에 대한 말년의 관심을 반영한 결과물이기도 하다.작가는 생전 발표한 문학적 자전 '나는 왜, 어떻게 소설을 써 왔나'에서도 "지금까지 내 소설은 꿈과 힘의 질서가 지배하는 현실세계와 그를 밑받침하는 역사적 정신태의 한계 안에 머물러 온 느낌이었다. 그 현실과 역사의 유전적 침전물로서의 태생적 정서가 담겨있을 넋의 차원이 결여되어 보인 것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작가의 유지에 따라 평전을 집필하고 있는 문학평론가 이윤옥 씨는 "2002년께 선생님께서 처음으로 '신화소설'의 구상을 말씀해주셨고 2004년에 첫 원고 '자두리 이야기'를 보내셨다"고 말했다.이씨는 "얼개만 잡아두신 2부에서는 태산과 함께 선생님의 큰형을 모델로 한 인물 '종운'이 서로 대비되는 중심인물로 등장하며 남겨주신 일기나 메모 등을 보면 3부에서는 선생님 자신을 주인공으로 등장시킬 예정이셨던 것 같다"고 전했다.'본질과 현상' 발행인인 소설가 현길언 씨는 "'본질과 현상' 문예면에 성장소설을 집중적으로 게재하기로 하고 이청준 선생께 그 시작을 맡아달라고 떼를 썼더니 써둔 작품이 있는데 그것도 성장소설이 될 것이라며 '신화의 시대'를 보내주셨다"고연재 경위를 전했다.작가의 고향 후배이기도 한 김선두 화백이 표지화를 그렸다.

  • 주말
  • 연합
  • 2008.12.05 23:02

[책의 향기] '공주와 열쇠공' 등

▲ 공주와 열쇠공푸른아동문학회 저/ 푸른책들/ 9,500원2008년 한 해 동안 푸른아동문학회 회원들이 발표한 동화 중 좋은 작품들만 골라 엮은 책이다. 이미 활발하게 창작 활동을 하고 있는 중견 작가들과 이제 첫 발을 내디딘 신인 작가들의 작품이 고루 섞여 있어 여러 이야기를 한 권의 책으로 만날 수 있다.연애 사건을 통해 동갑내기 삼촌과 조카 사이의 끈끈한 정을 그린 '삼촌과 조카', 친구와의 싸움 이면에 숨겨진 사연을 알게 되며 성장하는 아이의 성장담 '돌덩이', 옛이야기를 살짝 비틀어 현대적 의미를 더한 표제작 '공주와 열쇠공 등 총 열 가지 이야기가 실려 있다.'생활 동화부터 의인화 동화, 옛이야기, 판다지 등 장르 또한 다양하다.▲ 우리 한옥에 숨은 과학서지원 저/ 미래아이/ 9,000원역사와 문화가 보이는 사회 교과서 시리즈 중 세 번째 이야기다. 현대의 주인공이 과거로의 시간 여행을 통해 우리 역사와 문화를 살펴보는 판타지 형식의 동화 시리즈로 「우리 한옥에 숨은 과학」편은 한옥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교과서에서 다루고 있는 주요한 정보를 짚어보고 '교과서 돋보기'라는 코너를 통해 다시 한번 정리 할 수 있게 도와준다. 또한 '하늘이의 문화 수첩'이라는 코너를 더해 교과서에서 볼 수 없었던 내용까지 확인 할 수 있다.아이들이 '낡고 불편한 집'이라고 생각했던 한옥의 이미지를 온돌과 마루 같은 독창적인 냉난방 기술 이야기를 통해 새롭게 바꿔줄 것. 친환경적이며 독특한 곡선미를 가진 한옥의 매력을 깨닫게 될 것이다.▲ 쑤어쓰데이 캄보디아 내 이름은 쏘카이소영 저/ 한솔수북/ 1만 1,000원이국적인 그림이 눈길을 사로잡는 이 책은 다문화 사회를 살아가는 요즘 어린이들을 위한 책이다.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을 받아들이고 이해 할 수 있도록 열린 마음을 갖게 도와주는 것이 목적. 책 제목 또한 '쑤어쓰데이'는 캄보디아 말로 '안녕'이라는 뜻으로 열린 마음을 갖고 이웃에게 따뜻한 인사를 건네 보자는 뜻을 가지고 있다.혼인 이민자, 이주 노동자, 다문화 집안에서 태어난 아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며 따뜻한 시선을 아는 기회가 될 것. 다문화를 이해 할 뿐 아니라 캄보디아의 역사와 문화를 배울 수 있다. 재미있는 그림과 사진을 통해 아이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헨리의 자유 상자엘린 레빈 저/ 뜨인돌어린이/ 9,800원기쁠 때 웃는 것도, 슬플 때 우는 것도 인정되지 않는 삶은 어떨까?이 책은 흑인 노예로 태어나 자유를 찾기 위해 목숨을 걸고 상자 속에 숨어 탈출한 '헨리 박스 브라운'의 실화를 그림책으로 재구성 했다. 흑인 노예라는 이유만으로 가족과도 떨어져 지내야 한 헨리가 인간의 권리를 찾아 좁은 상자 속에서 27시간 동안 자유의 땅을 찾아가는 이야기. 헨리의 모험을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게 알차게 구성하고 사실적인 그림을 더해 원작을 오롯이 담아냈다.이제는 사라진 노예제도와 미국의 남부, 북부 싸움 등 요즘 아이들이 쉽게 접할 수 없는 역사적 사건들이 긴장감 넘치는 이야기로 친근하게 다가올 것.

  • 주말
  • 이지연
  • 2008.12.05 23:02

[책의 향기] '크리스마스선물'

반짝반짝 색색의 전구가 거리를 꾸미고, 곳곳에 크리스마스 트리가 예쁘게 장식되는 크리스마스가 다가옵니다.크리스마스 하면 무엇이 가장 먼저 생각나세요? 루돌프? 눈? 구세군 자선냄비? 무엇보다 크리스마스 하면 착한 아이들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전하는 산타할아버지 아닐까요?이 겨울, 크리스마스 선물을 기다리는 아이든 산타할아버지를 믿지 않는 어른이든 함께 읽고 가슴 따뜻해 질만한 존 버닝햄의 「크리스마스 선물」(시공주니어)라는 책을 소개합니다.산타할아버지는 크리스마스 이브에 세상 모든 아이들에게 선물을 나누어 주고 돌아와 잠을 자려다 하비 슬럼펜버거의 선물이 남아있는 것을 발견합니다. 산타할아버지는 지쳐있고 순록은 탈이 났지만, 부모가 너무 가난해서 선물이라곤 산타할아버지가 준 선물 딱 한번 받아본 하비 슬렘펜버거를 위해 혼자 길을 나섭니다.선물자루를 짊어지고 아주아주 멀고 먼, 롤리 폴리 산꼭대기 하비 슬럼펜버거네 오두막을 향해 걸어갑니다. 비행기, 자동차, 오토바이, 스키, 밧줄을 얻어타고, 절벽에서 떨어질 위험까지 감수하며 결국 하비 슬럼펜버거네 집에 도착합니다. 굴뚝으로 내려가 양말에 선물을 넣어두고, 다시금 먼 여행을 통해 집으로 돌아와 순록이 괜찮은지 살펴보고 침대에 곯아떨어집니다.그리고, 다음날 하비 슬렘펜버거는 걸어둔 양말에서 선물을 꺼냅니다.순록도 없이 지친 몸을 이끌고 단 아이 한명에게라도 선물을 전하려는 산타할아버지의 정성과 그런 산타할아버지를 도와주는 많은 사람들의 마음에 가슴이 찡해집니다. 선물을 받은 하비 슬렘펜버거가 얼마나 기쁠지, 선물을 전해준 산타할아버지가 얼마나 뿌듯할지... 이것이 바로 크리스마스만이 전할 수 있는 행복 아닐까요?이 책의 저자 존 버닝햄은 영국의 3대 그림책 일러스트레이터로, 그림은 마치 연필로 끄적거린 듯 선도 여러개이고, 색칠도 단순하면서도 자유분방하여 어린이가 그린 그림같은 느낌으로 아이들이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책입니다.또한 비행기가 미끄러졌을 때 뛰어가는 양이나, 자동차가 굴러떨어질 때 지나가던 토끼 등 아이들이 좋아하는 동물들이 깜짝 선물처럼 곳곳에 숨어 있어 5,6세 어린이의 호기심을 자극하는데 더욱 성공적입니다.크리스마스가 다가오는 이 겨울, 아이에게는 무한한 상상력과 관찰력을, 엄마에게는 훈훈한 감동을 주는 크리스마스 선물 같은 '크리스마스 선물'과 함께 하시기 바랍니다./윤지현(전주시립삼천도서관 사서)

  • 주말
  • 전북일보
  • 2008.12.05 23:02

[책의 향기] '1318'을 위한 가족이야기

사람들은 어려울 때일수록 가족의 소중함을 절감한다. 가족을 소재로 한 마케팅이 대박을 터뜨리는가 하면, 가족애를 소재로 한 드라마도 모든 세대를 아우르며 인기를 끈다.성이 다른 아이들이 사는 가정, 입양 가정 등 변화된 형태의 가족 이야기를 담은 책들을 골라봤다.「엄마를 부탁해」 (창비)는 엄마를 통해 들여다 본 가족 이야기다. 세상의 모든 사람에겐 엄마의 자식이 있고, 나만의 엄마가 있다. 좋기도 밉기도 고맙기도 원망도 하는 복잡 미묘한 감정의 실태래를 가진 존재. 공기처럼 있는 듯 없는 듯 늘 자신과 함께 있어 준 엄마의 무게를 확인하는 이야기다.작품은 엄마 실종 일주일이 되는 시점에서 시작된다. 나이 일흔의 엄마는 남편과 공동생일상을 받기 위해 서울로 상경했다 지하철역에서 남편 손을 놓쳐 길을 잃는다.엄마의 존재를 잊었던 가족들은 엄마의 흔적을 추적하며 기억을 복원해간다. 엄마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기 위해 살았던 큰 아들과 딸이기 이전에 친구처럼 편안하게 지냈던 큰 딸, 엄마의 속 마음을 잘 알아주는 작은 딸, 가정적인 아버지이기보다 밖으로만 돌던 아버지 들이는 각자의 방식으로 모두의 엄마를 그리워한다. 진부한 존재일 수 있는 엄마를 소재로 가족간의 사랑을 절절하게 엮은 수작이다.'나를 키운 건 팔할이 상처'라고 말하는 공지영씨가 쓴 「즐거운 나의 집」 (푸른숲)도 주목할 만한 가족소설이다. 성이 다른 세 아이와 싱글 맘이라는 범상치 않은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 화제를 모았다.주인공 위녕은 엄마와 함께 지내면서 가족의 새로운 의미를 찾아간다. 외가 식구들을 만나고, 엄마의 새 남자친구를 만나는 등 평범한 가족에 관한 환상을 어김없이 깨지는 내용이 담겼다. 사랑하는 고양이 코코와 동생 둥빈, 아빠의 죽음에 이르기까지 위녕이 받아들이기엔 현실은 부담스럽다.'오늘 행복하지 않으면 영영 행복은 없어' '마귀의 달력에는 어제와 내일만 있고 하느님의 달력에는 오늘만 있다'받아들이기 힘들 법한 현실 속에서도 위녕에겐 이런 건강한 낙관주의가 살아있다. 심각하거나 슬퍼하는 대신 웃음과 유머가 이를 대신한다. 세상 모든 가족들이 공감할 만한 평범한 고민으로 풀어냈다.「화성 아이, 지구 입양기」 (황금가지)는 미국 인기 SF작가 데이비드 제롤드가 쓴 책이다.가족간 소외와 존재를 화성과 지구라는 절대적인 간극으로 표현한 이 작품은 작가가 아들 션을 입양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쓴 자전적 소설이다. 주인공 동성애자 독신 남성 데이비드와 여덟 살짜리 데니스의 '가족 되기'를 담는 과정. 주인공 데니스는 연이은 입양 실패로 상처가 많다. 데이비드가 자신을 버리더라도 상처받지 않기 위해 스스로를 화성인이라고 여기는 대목은 뭉클하다.진정한 아빠의 역할과 가족의 의미를 깨닫는 내용을 담은 이 책은 미국 최고 권위의 SF 문학상인 휴고 상과 네뷸러 상을 연이어 수상하며 세계의 주목을 받은 작품. 국내에선 영화'화성 아이 지구 아빠' 로도 개봉돼 주목을 모았다.

  • 주말
  • 이화정
  • 2008.12.05 23:02

[책의 향기] 경기전 일기(1)

1971년 전라북도 유형문화재 2호로 지정되었던 경기전 정전이 지난 20일 보물로 지정되었다. 태조 어진이 봉안된 건물이 보물로 지정됨에 따라 경기전은 어진과 함께 조선왕실의 정신적 본향으로서의 의미를 대내외적으로 다시 한번 확인받는 계기가 되었고, 전통문화도시로서의 전주의 위상 역시 격상될 것이다.격이 높아진 만큼 우리들이 준비해야 할 것들도 많다. 어진전이 건립될 예정이므로 그 안에 담을 콘텐츠를 고민해야 하고, 보물의 격을 더욱 높일 수 있는 학문적 뒷받침도 필요하다. 그런 차원에서 경기전에 관련된 몇가지의 자료를 소개해 보도록 하자. 특히 경기전의 관리 실태를 알 수 있는 문헌자료 21책과 약 1천4백매의 달하는 문서가 전북대학교박물관에 보관 관리되고 있음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일제강점기 경기전의 운영에 대해서는 연구된 바가 없어 상세하지 않다. 1908년 6월 칙령 제39호로 황실부동산에 관한 국유이속에 대하여 능(陵)ㆍ원(園)ㆍ묘(墓)의 구역 개정이 이루어져 이에 대한 실사 조사 등을 시행하고 있는 점으로 보아 1910년 강점 이전에 황실재산에 대한 종합적 조사가 시행되었고 이후 이왕직 장예원에 속한 것으로 생각된다. 1910년 9월 3일자로 조경묘ㆍ경기전에 하달된 장례원의 문서에 의하면 궁내부 장예원 소속의 능ㆍ원ㆍ묘 업무는 1910년 8월 29일 이후 정지되었다. 이후 이왕직의 관할 하에 놓여 해방될 때까지 별도의 관리를 받았다.전북대학교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 조경묘ㆍ경기전 관련 문서의 특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이들 문서는 왕실의 陵ㆍ院ㆍ廟ㆍ殿 등을 관리하던 宮內府 掌禮院이나 일제 강점기 李王職 掌禮係등과 조경묘ㆍ경기전을 관리 운영하던 典祀補 등 관원들이 생산한 문서군이다. 따라서 이들 문서를 통해서 조경묘ㆍ경기전을 운영하는 중앙의 지침과 그 지침에 의한 실제 운영실태를 파악할 수 있다. 둘째, 대한제국기에서 일제강점기로 전환하는 시점에서의 조경묘ㆍ경기전의 운영변화를 알 수 있고, 일제강점기 때 일본에 의해 왜곡, 폄하된 조경묘ㆍ경기전의 위상을 살펴볼 수도 있다. 또한 조선왕실에 대한 일본의 태도에 대한 일면을 엿볼 수 있다. 셋째, 조경묘ㆍ경기전 운영을 담당했던 관리(典祀補, 祭監, 守僕, 房直, 軍士 등)들의 구체적인 명단 파악이 가능하고 그 시기가 일제강점기 말인 1940년대까지 걸쳐 있고, 아울러 조경묘와 경기전을 참배했던 사람들에 대한 정리도 가능하여 지역 내에서의 조경묘와 경기전의 운영이 갖는 의미파악이 가능하다. 넷째, 조경묘와 경기전의 주요한 기능은 祭享事務였다. 이들 문서들에는 제향사무에 대한 자세한 내용들이 포함되어 있다. 물론 祭儀의 절차나 방법 등에 관한 내용이 기록되어 있지는 않지만, 관리차원에서의 각종 祭器物品을 물론 儀禮道具 등에 관한 목록이 적혀 있어 향후 전주시가 추진할 예정인 조경묘와 경기전의 祭禮行事 재현에 크게 활용될 수 있다./홍성덕(전북대박물관 학예사)

  • 주말
  • 도휘정
  • 2008.11.28 23:02

[책의 향기] '민족이란 무엇인가' 와 '환대에 대하여'

국제결혼과 외국인 이주노동자들의 증가로 우리 사회에서도 우리와 피부색이나 언어가 다른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어색하지 않게 되었다. 학교에도 외국 유학생들이 많이 다니고 있고. 물론 이들 중에서 곧 한국을 떠날 사람도 있을 것이지만, 또 그대로 남아 한국 사람이 될 경우도 있을 것이다. 다문화가정이 대표적이다. 전라북도 교육청에서는 이런 다문화가정을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한다.우리 사회가 대면해야할 현실이 된 것이다. 이럴 때 '단일민족'을 자랑하는 우리 사회의 관념에 대한 질문이 필요하다. 그대로 그런 관념이 유지되어야 하는가? 그 관념은 타당한가? 그 관념이 바람직한가? 등의 질문이 그것이다.이런 맥락에서 사색에 도움이 되는 글을 소개한다. 이번에 소개하는 책은 아주 짧은 글 두 편이다. 하나는 프랑스의 19세기를 살았던 역사학자인 에르네스트 르낭(1823-1892)이 1882년 소르본 대학에서 했던 강연을 옮긴 것이다. 그런데 르낭은 민족에 대한 위의 키워드를 하나하나 비판하고 있다.우선 민족은 역사에서 매우 새로운 무엇이라는 것이다. 역사적 오류라고까지 생각되는 '망각'이 민족 창출의 근본적인 요소이고, 오히려 역사연구의 발전이 민족성에 대한 불리한 증거를 제기한다고 한다. 프랑스는 켈트족, 이베리아족, 게르만족이기도 하기 때문에 '종족'이라는 기준도 실격. 강요하지 않아도 화합하게 만드는 공통의 언어라는 것도, 세 언어를 사용하는 스위스의 사례처럼 민족국가의 필수 요소는 아니며, 언어 자체가 역사적인 산물로서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혈통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말해주는 것이 없다고 한다. 사람들이 '자연적인 국경선'이라고 부르는 지리도 '투쟁과 노동'의 장일뿐 민족을 만들어내지는 못한다. 민족은 정신적인 원리로, 풍요로운 추억을 가진 유산을 공유하는 한편, 현재를 동의하고 함께 살려는 욕구, 각자가 받은 유산을 계속 발전시키고자 하는 의지라고 정의한다. 나는 이 정의가 참 풍요롭다는 생각을 한다.쟈크 데리다(1930-2004)의 글은 이방인에 대한 철학적 탐색이다. '타자', '디아스포라'와 같은 논의와 궤를 같이 한다고 보면 된다. 이 글도 1996년 2회분 강연 내용이다. 익숙하지 않는 존재, 그래서 배제하고 싶은 존재에 대한 대응이라는 문제를 다루었다. 이 대응에는 '환대'도 있지만, '적대'도 있다. 우리가 경험하듯이. 그러나 이 책은 환대의 필요성을 도덕적으로 설교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가 자주 경험하는, 그리고 더 자주 경험하게 될 느낌의 실체를 남김없이 성찰하게 해준다.지난 11월 12일 뉴스에서 경기도 마석 작은 공장들에 취직해있던 불법체류 노동자들을 체포했다고 한다. 법 집행은 어쩔 수 없다고 쳐도, 사람을 위해 법이 있다는 점, 다시 한 번 생각해보고 싶다. 무엇보다도 이런 방식의 접근으로 해결할 일이 아니라는 예감이 든다. 그리고 이제 우리 사회의 품위를 위해서라도 배제가 아닌 포용이 기준이었으면 한다. 한국 경제도 어려워지고 있다지만, 가난할 때 부자처럼 살라고 하지 않았던가?/오항녕(한국고전문화연구원)

  • 주말
  • 전북일보
  • 2008.11.28 23:02

[책의 향기] '1318'을 위한 생태주의

대도시 문명이 가져다준 편리함 쾌적함을 버리고, 자연이 주는 가르침을 찾아 생태여행을 떠나거나 생태주의자로 살겠다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소박하게 삶을 일구면서 지구를 지키고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는 지혜도 엿보이고, 인간 본연의 몸의 상태를 되찾아 건강하게 살아가는 이들도 눈에 띈다. 생태주의자들에 삶을 통해 또다른 삶의 방식에 눈을 돌려보자.'지구는 지금 안녕한가'청년 리오넬 오귀스트, 올리비에 프뤼쇼, 토마가이가 자연을 발견하는 생태여행을 기획한 건 이 물음에서부터 비롯됐다. 「에코토이, 지구를 인터뷰하다」(효형출판)엔 2002년 9월 프랑스 국경을 건너 원점으로 돌아오면서 아프리카 사막, 아마존 열대림을 거쳐 라오스·베트남·중국을 통해 유목민 나라 몽골, 러시아를 지나는 긴 여정이 담겼다.세 청년은 지구 환경과 에너지 문제에 매달리는 100여명의 전문가와 활동가들을 만난다. 아프리카 말리에 있는 농장 '우정의 집'에서 '재생 가능 에너지 사용의 선구자'로 불리는 베르스피렌 신부가 대표적.그는 기아와 영양실조에 허덕이는 사람들을 위해 선교보다 지역발전에 힘을 쏟으며, 재생에너지를 통해 희망의 물꼬를 연다. 태양열판 축전지를 활용해 300만 제곱미터의 대지에서 얻은 1만5000와트 전기는 물을 끌어올리고, 논밭에 물을 대며, 조명과 냉방을 해결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셈.하지만 생태여행을 마친 이들의 눈에 문명사회는 낯설다. 낭비로 인해 쓰레기가 넘쳐나고 있는 것이 우리의 '소비사회'의 본모습. 이 책이 우리에게 던지는 경종은 여기에 있다.「야생초편지」 (도솔)는 13여년간 양심수 생활을 해왔던 황대권씨가 옥중에서 야생초와 관련된 것만 골라 펴낸 책이다. 20년 전부터 생태학에 기반을 둔 공동체운동을 해온 장본인. 감옥에서도 그는 생태주의자였다. 그는 기관지염과 요통, 치통에 고생하다 몸을 치유하기 위해 자연요법을 시작했다. 운동시간에 나가서 운동장에 난 풀들을 마치 몸인 것처럼 관찰하고 야생초 화단을 만들어 일일이 '식물지'를 기록했다. 사소한 풀 한포기라도 제대로 바라본다면 온전한 자기 혁명이 이뤄진다는, 이전과는 전혀 다르게 세상을 바라보는 법을 갖게 된다는 가르침이 담겨 있다. 이미 오래전 MBC 느낌표에도 선정됐던 책이다.「조화로운 삶」 (보리)은 헬렌니어링과 스코트니어링 부부가 자연 속으로 들어가 삶의 한계를 받아들이고, 소비를 삼가며, 자립의 덕행을 실천하는 삶을 다룬 책이다. 이들은 미국이 1차 대전을 치르고 대공황의 늪에 빠져들자, 뉴욕을 떠나 버몬트의 시골로 들어갔다. 자연속에서 자유로운 시간을 즐기며 '조화로운 삶'을 살기 위한 원칙을 세운 것. 절반 이상을 자급자족하기 위해 땀 흘려 집을 짓고 땅을 일군다. 한해 살기에 충분할 만큼 양식을 모으기 때문에, 가축도 따로 기르지 않고, 고기를 먹지 않는다. 그리고 돈도 모으지 않는다. 이 쉽지 않은 원칙을 버몬트 스무해동안 묵묵히 실천하며, 자연과 하나된 삶을 낱낱이 기록했다. 현대인들에게 '조화로운 삶'에 관한 메시지를 던져주는 만큼 수년간 스테디셀러로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고 있다.

  • 주말
  • 이화정
  • 2008.11.28 23:02

[책의 향기] 무한한 상상력을 부르는 흑백그림책

대체로 그림책의 선과 색 표현은 사실적이고 정형적인 방법으로 다뤄진다. 하늘은 파랗고, 나무는 초록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그런 정형화된 그림책을 벗어난 흑과 백의 조화를 통해 무한한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책이 「또 다시 숲 속으로」 (한림출판사)라는 그림책이다.조각한 고무판화를 찍어낸 듯한 그림은 흑백이라는 색을 통해 아이들에게 알록달록한 색 대신 자신만이 생각하는 색으로 덧입혀 상상할 수 있는 풍부한 여지를 주며 숲 속의 세계로 빠져들게 만든다.아이들이 좋아 할 동물들을 소재로 한 점이나 쉽고 단순한 문장들이 반복돼 쉽게 책에 다가설 수 있게 해준다. 주인공 '나'는 깊이도 알 수 없고, 길도 보이지 않는 숲 속으로 들어간다. 숲 속에서 동물들의 장기자랑 순서를 호명해준다. 기린은 긴 목을 이용해서, 원숭이는 긴 꼬리를 이용해서 , 동물들은 자신들의 특성들을 살린 장기자랑을 보여준다.차례대로 둘러앉은 동물들을 호명하다 보면 그림 속에 앉아 있는 동물들과 일치가 되어 다음엔 누굴까 하면서 시선이 그림에 머문다. 언어 감각을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도록 반복적인 문장은 듣는 아이들의 귀를 즐겁게 해 준다. 중간쯤 그림을 따라가다 보면 둘러앉은 순서대로 동물들이 호명되지 않는다. 호명되지 않는 동물이 언제쯤 불러지게 될지 기대감을 갖게 하는 맛도 있다.동물들의 장기자랑이 거의 끝나가고 마지막으로 주인공 아이가 웃으면서 물구나무를 섰을 때 모든 동물들이 깜짝 놀란다. 주인공은 장기자랑의 일등이 된다. 다른 동물들이 할 수 없고 오직 아이만이 할 수 있었던 재주는 무엇이었을까? 거의 무표정에 가까웠던 주인공 아이가 고개를 젖혀가면서까지 사랑스럽게 웃는 모습에서 아이의 특별한 능력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자칫 흑백그림은 칙칙하고 생기 없는 그림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흑백 이미지만큼 사람들의 기억에 강하게 호소하는 강력한 힘이 없는 것 같다. 흑백이 만나 부드러운 선과 색을 표현하고 있으며, 다채로운 색보다도 숲 속의 모습도 동물들의 모습도 풍부하고 깊이 있게 보여준다. 책장을 넘겨보면 어느 하나 똑같은 동물들의 표정을 찾을 수 없다.이 책은 다양한 볼거리가 넘쳐나는 그래서 아이들의 눈을 피곤하고 지치게 하는 이 때에 깊이 있고 상상력을 자극해 주는 좋은 책이 아닐까 싶다./정세정(전주시립금암도서관 사서)

  • 주말
  • 전북일보
  • 2008.11.28 23:02

[책의 향기] '고양이와 통한 날' 등

▲ 고양이와 통한 날이안 저/ 문학동네/ 8,500원'야야,/ 요것이, 요 쪼맨 것 좀 보래이/ 요 쪼맨 것도 살라고/ 이래 애를 쓴다야요 쪼맨 것이/ 그걸 으째 알았으까만/ …'(본문 '냉이꽃' 中에서)이 책은 저자 이안의 첫 번째 동시집. 어린이 문학 평론가로 이미 정평이 나 있는 시인이 시적 관심을 어린이 문학으로 옮겨와 맑고 아름다운 문체를 선보인다. 따뜻하고 정감 있으면서 느리고 여린 감성이 특징인 이 시집에서는 자연의 속살을 만지고 속삼임을 듣는 듯한 귀여운 화자를 만나게 될 것이다. 보름달, 고양이, 해바라기, 국화 등 주위에서 흔히 만나는 자연적인 소재와 일상의 일들이 아기자기하게 풀어진다. 아이들의 시각에서 자연스럽게 받아 드릴 수 있는 소소한 이야기.▲ 달을 만나서 알게 된 성 이야기: 여자편콜렛 얀슨 저/ 꿈터/ 1만 2,000원"엄마 왜 남자랑 여자랑은 다른 거예요?"아이들에게 받는 여러 성(性)에 대한 질문들을 한 곳에 모았다. 특히 남자 아이보다 몸에 대한 변화를 크게 겪는 여자 아이들을 위한 책. 몸의 변화부터 자신의 몸을 지켜야 하는 이유 그리고 여성들만의 특징을 쉽게 설명하고 있다. 지루하고 생활에 도움이 안됐던 지금까지의 성교육과 책을 버리고 10대들의 시시콜콜한 생활 얘기를 이야기로 끌어와 즐거운 이야기로 돌려놓은 것이 특징. 속옷을 고르는 법이나 여성용 자전거가 필요한 이유 등 피부로 쉽게 와 닿는 생활 속 이야기 들이 가득하다. 다양한 설문조사를 통해서 보편화된 성(性)을 만날 수 있으며 시니컬한 그림이 더해져 자칫 무거워 질 수 있는 이야기의 무게감을 덜었다.▲ 쥐똥 선물김리리저/ 비룡소/ 7,000원1년에 한번씩 꼭 찾아오는 생일. 주인공 승호는 친구의 생일에 초대받게 된다. 친구 마음에 드는 선물을 해주고 싶은 승호는 생각과는 다르게 생일 선물을 준비하는게 쉽지 않다.이 책은 승호가 생일 선물을 준비하다 겪는 우여곡절을 일기 형식으로 솔직하고 담백하게 담아냈다. 뽑기로 돈을 잃고 괴로워하는 승호 앞에 마법사처럼 나타난 할머니와 기쁨의 씨앗 같은 판타지 요소들은 아이들에게 흥미를 불러일으킨다.생활 속 고민과 소원들이 이야기 속에 주인공의 시점에서 풀어져 더욱 큰 공감대를 가질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절묘하게 더해진 그림을 통해 시종일관 긴장감을 유지하면서 읽는 재미를 선사한다.▲ 귀신새 우는 밤오시은 저/ 문학동네/ 8,800원깊은 밤 시작된 담력 훈련. 친한 친구들 끼리 조를 짜고 보니 4학년 3반의 아웃사이더 범생이 승민이, 삐딱이 나영이, 투명인간 창수, 왕따 영호가 한 조가 된다. 네 아이들은 서로를 경계하고 탓하며 담력 훈련을 시작하는데 어두운 숲에서 길을 잃고 만다. 그리고 하얀 물체를 발견하게 되는데.이 책은 허무맹랑하고 무섭기만 한 귀신 이야기가 아니다. 이야기에 등장하는 사연이 있는 귀신들과 아웃사이더 친구들의 연관성을 찾으며 친구란 어떤 것인지, 나는 모르는 내 문제점은 무엇인지 생각해 볼 수 있도록 도와준다. 등줄기는 오싹하지만, 가슴을 따뜻하게 만들어줄 감동적인 동화다.

  • 주말
  • 이화정
  • 2008.11.28 23:02

[책의 향기] 동유럽 최신 문학 '작가 육성으로 듣는다'

동유럽의 유명 작가들이 한국을 찾아 국내 작가, 독자들과 소통하는 자리가 마련된다.한국작가회의는 내달 2-7일 동유럽 작가 3명을 초청해 '변화하는 세계를 문학은 어떻게 보는가 - 21세기 세계변화와 동유럽 문학'이라는 주제로 제15회 '세계작가와의 대화' 행사를 개최한다고 19일 밝혔다.이번에 초청되는 작가들은 우크라이나 소설가 안드레이 쿠르코프, 폴란드 아동문학가 요안나 올레흐, 그리고 러시아의 소설가 블라디미르 소로킨이다.소설가 겸 수필가, 시나리오 작가, 언론인 등 다방면에서 활동하고 있는 안드레이 쿠르코프는 주요 작품이 세계 32개 언어로 번역된 우크라이나 대표 작가.그의 소설 가운데 '펭귄의 우울'이 2006년 국내에도 소개돼 호평받았으며, 그의 방한을 앞두고 또 다른 작품 '펭귄의 실종'(솔출판사 펴냄)도 곧 출간될 예정이다.요안나 올레흐도 최근 대표작 '열두 살 판타스틱 사생활'(문학동네 펴냄)을 통해 국내에도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작가다.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던 그는 1994년 이 작품으로 폴란드 최고 권위의 어린이 문학상인 코르넬 마쿠쉰스키 상을 수상하며 작가로도 명성을 쌓았다.이와 함께 소설가 겸 극작가인 블라디미르 소로킨은 1999년작 '푸른 비계'로 외설 혐의를 받기도 하는 등 발표하는 작품마다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작가이다. 2005년에는 그의 창작 오페라 '로젠탈의 아이들'이 볼쇼이극장에서 초연돼 다시 한번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세 작가는 이번 대회를 통해 한국 독자들에게 자신들의 작품 세계와 동유럽 문학 경향을 소개하고 작가적인 고민을 공유하게 된다.먼저 내달 3일에는 서울대 러시아연구소와 공동으로 '21세기와 동유럽문학'을 주제로 한 심포지엄이 열리며, 5일 오후에는 문화 공연과 작품 낭독, 독자와의 대화 등으로 이뤄진 '동유럽 문학의 밤' 행사가 개최된다.이밖에 개별 작가 강연과 한국 문화체험 행사 등도 마련된다.

  • 주말
  • 도휘정
  • 2008.11.21 23:02

[책의 향기] 책으로 만나는 여성산악인의 삶

햇볕좋았던 지난달 말 실상사에서 열린 제3회 지리산 문화제에 참여했다. 그 자리에서 팬사인회 작가로 초대된 남난희씨의 새책 『낮은 산이 낫다』를 만났다.책은 무척 편안하고 흡인력 있게 잘 읽혔다. 그래서 나는 토요일 저녁 시간을 온전히 남난희 씨의 삶에 빠져서 지냈다.한국의 대표적인 여성산악인, 태백산맥을 겨울에 76일 동안 단독종주 성공, 여성으로 세계최초 히말라야 강가푸르나 등정, 설악산 토왕성 빙벽 폭포에 두 차례 오르는 등 화려한 산악인의 경력이 책에 소개되어 있었다.작가의 삶이 진솔하게 서술된 책은 공감을 많이 불러일으켰다. 녹차 만드는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삶의 터전을 이곳저곳으로 옮겨 다니며 살게 된 사연들이 정말 드라마틱하게 전개되는 것이 한 편의 장편 드라마를 보는 듯도 했다. 도회지 생활을 접고 지리산 청학동에서 살다가 강원도 정선으로 삶터를 옮겨 '정선자연학교' 교장을 지냈다가 지금은 지리산자락 화개에서 살고 있다는 그. 지금까지 결코 순탄한 생활은 아니었지만 어디서 살아도 자신의 삶에 열정적으로 헌신하는 모습들이 아름다웠다.이 책에는 두 번째 장에 '세 남자 이야기' 가 나오는데 무척 흥미로웠다. 세 남자란 아버지, 남편, 그리고 아들이다. 남편을 만나게 된 과정이 무척 솔직하게 표현되어 있다. 결혼 생활이 길게 가지는 못했어도 귀한 아들 기범이를 얻고 기범이와 지내는 이야기는 다른 어느 이야기보다 재미있고, 그 아들이 자연 속에서 자연과 더불어 살아서인지 정말 순수하고 아름다운 자연인의 전형을 보는 듯 했다.특히 마음에 그려보는 광경은 남난희 씨가 지리산 청학동에서 살 때 '백두대간'이라는 찻집을 운영할 때의 모습이다. 그 찻집에는 가로, 세로가 각각 4미터, 7미터나 되는 대동여지도가 걸려 있었다고 한다. 이렇게나 큰 규모의 지도가 어떻게 걸려 있을 수 있었겠는가. 이건 바로 천장에 붙이는 방법으로 가능했다고 하는데 이 방법을 생각해 낸 남난희 씨가 참 대단하다. 이제는 그 모습을 볼 수 없게 되었다는데 무척이나 아쉽다.산악인이었던 남난희 씨가 산을 내려온 산악인의 이야기를 누에가 실을 토하듯 편안하고도 아름답게 들려 준 이야기를 읽고 나는 남난희 씨의 이야기에 취하고 싶어졌다. 그리하여 다른 책 『하얀 능선에 서면』을 손에 들었다. 6년 전에 구입한 책인데 대충 넘겨 보고는 제대로 읽어보지 않은 책을 오랜만에 들고는 일요일을 종일 태백산맥을 오르내리면서 보냈다.저자가 76일간이나 사투를 벌이면서 태백산맥 단독종주에 성공한 이야기를 단 하룻만에 읽어버리니 조금은 미안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책은 결코 편안한 책이 아니었다. 젊은 시절에 쓴 것이라서 그런지 상당히 거칠고 투박한 말투 하며, 곳곳에 젊은이다운 패기와 감상과 때로는 원망과 눈물이 담겨 있어 어제 읽은 책과는 상당히 비교가 되었다.다 읽고 나서도 마음이 편하지가 않았다. 너무나도 힘든 상황이 예견되었으면서도 왜 스스로 이런 상황에 자신을 내 맡겼을까? 그건 오로지 젊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 아니었을까? 젊다는 것은 아무리 힘든 상황에도 무모하리만치 도전할 수 있는 힘이 되는 것이다.남난희는 태백산맥을 단독 종주하고서 나중에는 백두대간도 단독으로 종주한다. 나는 지금까지 단 하루도 겨울에 한뎃잠을 자 본 적이 없는데, 참으로 대단한 여자다. 이제 이 책을 읽었고, 지리산 자락 남원에 살고 있으므로, 올 겨울엔 적어도 며칠은 겨울산을 맛보고 싶다. 하루 12시간 동안 악전고투해서 단 3km밖에 전진하지 못하는 그 고통과 그 경지를 며칠 산에서 지낸다고 해서 내가 어떻게 다 알 수 있겠는가. 그 경지를 이해하는 것은 나로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산에는 어둠이 어떻게 깔리고, 밤은 어떻게 성숙해 가고 겨울밤 하늘의 산정에서는 겨울의 별들이 어떻게 빛이 나고, 새벽은 또 어떻게 찾아오고, 눈쌓인 산정에 또한 아침해는 어떤 모습으로 솟아오르는지 속속들이 느껴 보고 싶다./김동규(본지 서평위원·남원한빛중학교 교사)

  • 주말
  • 전북일보
  • 2008.11.21 23:02

[책의 향기] '레이디 롤리팝 말괄량이…' 등

▲ 레이디 롤리팝 말괄량이 길들이기딕 킹스미스 저/ 보림/ 8,000원"고마워요, 콜리 아저씨. 아빠의 입맛을 되찾아 주어서 정말 고마워요. 아니, 목숨을 구해 줘서 정말 고마워요. 그리고 아까 아저씨한테 바락바락 악쓴 것 미안해요. 제가 진짜 버릇없이 굴었지요?"(본문 中에서)애완 돼지 롤리 팝과 천방지축 말광량이 페넬로페 공주, 그리고 롤리 팝의 원래 주인인 조니가 만드는 유쾌한 이야기다. 철없이 자란 페넬로페 공주는 지니와 롤리 팝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요조숙녀로 변한다. 이 책은 그 과정을 담은 것. 페넬로페는 배움을 통해 지식 뿐 아니라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도 알게 된다. 등장인물들의 독특한 개성과 주위 곳곳에 배움을 얻을 수 있는 재미에 아이들도 푹 빠지게 될 것.▲ 몰입 천재 클레멘타인사라 페니패커 저/ 보물창고/ 9,000원기발하고 원기 왕성하며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주인공 클레멘타인. 상상력과 호기심이 넘치는 클레멘타인은 좋은 의도로 일을 시작하지만 본의 아니게 언제나 일을 일으키고 만다.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고 다른 아이들처럼 생각하고 행동하지 않는 그는 어른들의 골칫거리. 이 책은 어른들의 잣대로 '문제아'와 '모범생'을 나눠 버리는 잘못된 관습에 일침을 가한다. 우리가 흔히 부르는'착한 아이'란 어른들의 뜻대로 움직이는 아이가 아닌지 반문하는 것. 그동안 '문제아'로 낙인 찍혔던 아이들이 진짜 '문제아'가 아님을 얘기하며 용기를 북돋아 줄 것이다.▲ 히틀러의 딸재키 프렌치 저/ 북뱅크/ 8,500원이 책은 학교를 가기위해 스쿨버스를 기다리는 네 명의 아이들로부터 시작된다. 비 때문에 뛰어놀지 못하는 아이들은 서로 이야기를 지어내 들려주기로 한 것. 히틀러의 딸 이야기는 네 아이들 중 이야기꾼인 안나가 만들어낸 이야기다. 안나의 친구 마크는 히틀러의 딸 이야기를 듣고 많은 의문점이 생긴다. '누군가의 아버지가 히틀러 같은 악한 짓을 했다면 자식도 악할까?' '히틀러는 자신이 한 행동이 옳다고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마크의 질문을 통해 책을 읽는 아이들 또한 사회적인 문제까지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될 것.▲ 바보처럼 잠만 자는 공주라니!이경혜 저/ 바람의 아이들/ 7,800원어린시절 한번쯤은 동화 속 공주가 되길 꿈꾼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사람들의 삶과 가치관은 변하기 마련. 지금 세상에 옛날 공주들 같이 기다리기만 한다면 정말 행복할 수 있을까?공주는 그저 예쁘게 앉아 왕자를 기다리면 된다는 편견 아닌 편견을 깨 주는 이야기. 왕자의 청혼을 거절하고, 공주를 따라 인어가 된 왕자와 궁궐 무용수와 결혼한 신데렐라가 등장하는 현대판 동화다.옛 이야기가 지닌 재미와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는 이 책은 풍부한 상상력을 가진 아이들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느끼게 해 줄 것이다.

  • 주말
  • 이지연
  • 2008.11.21 23:02

[책의 향기] 진정한 우정은 조건이 없단다

영국인인 지은이가 1728~1732년까지 네덜란드 대사로서 헤이그에 주재 중 얻은 아들에게 보낸 편지글을 엮은 이 책은 문학적 가치도 뛰어나지만 만인이 알아야 할 처세술을 담은 책으로도 유명하다.'"사랑하는 아들아, 단 한 명의 친구라도 진정한 우정을 쌓는 것이 중요하단다.""아빠, 진정한 우정이란 게 도대체 뭐예요?""아들아, 얼마 전에 진정한 우정이 무엇인가에 대해 아빠에게 물었지?그 질문을 듣고 아빠는 '이제 우리 아들이 다 컸구나.' 하고 대견한 생각이 들었단다.진정한 친구를 찾고 그 친구와 우정을 쌓아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야. 네가 궁금해하는 것도 당연하지.아빠 역시 네 나이 때 친구와 우정에 대해 많은 생각과 고민을 했어. 오르지 않는 성적보다더 힘든 일이 친구와의 관계였기 때문이야. 그렇다면 진정한 우정은 어떻게 쌓아가야 할까?'이렇게 머리말을 시작하는 이 책은 어린이들에게 지은이가 겪었던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친구와 우정의 비밀을 하나하나 풀어주는 책이다.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 방법, 친구와 우정을 키워 가는 방법, 친구와 싸웠을 때 화해하는 방법, 인기 많은 친구가 되는 방법, 이성친구와 잘 지내는 방법 등 친구관계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해 준다.내게도 어릴 적 시골에서 살면서 공기놀이, 구슬치기, 자치기, 버섯따기, 나무하기 등을 같이 하던 친구가 있었다. 또 중고등학생 때는 서로의 집에서 시험 때마다 먹고 자며 공부하던 친구도 있었다. 그러나 성장하면서 흩어져가고 하나 둘씩 잊혀져갔다.얼마 전 외국에 사는 친구의 전화를 받았다. 못 본지 몇 년이 흘렀지만 자주 내 생각을 한다며 늘 밝고 씩씩했던 모습을 기억하며 힘을 얻는다고 했다. 그 친구는 도시락을 안가지고 다니던 내게 자신의 집이 쌀집인데 무슨 걱정이냐며 도시락을 두 개씩 챙겨와 내가 웃으면서 점심을 먹게 만들었다. 늘 격려와 위로의 말로 긴 시간들을 함께했던 친구였다. 30여 분의 전화통화 후에도 내 가슴이 뛰고 있었다.사람들은 누구나 나이가 어릴 때나 혹은 늙어서도 진정한 친구를 만날 수 있다. 그러나 자신의 마음을 열었을 경우에만 가능한 일이다. 지금부터라도 열린 마음으로 친구를 바라보며, 원하는 것 없이 서로 격려하며 성장한다면 평생을 함께 가는 진정한 친구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주정화(전주시립 송천도서관 사서)

  • 주말
  • 이화정
  • 2008.11.21 23:02

[책의 향기] '1318'을 위한 느림의 미학

11월도 중반에 들어섰다. 수능 결과만을 눈빠지게 기다리는 예비 대학생들도 있을 것이고, 한해를 갈무리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과속 일변도로 바쁘게, 많은 일을 하면서 살지만, 정작 자신을 위한 여유를 찾기란 하늘의 별따기. '느림의 미학'에 주목하는 책들을 골라봤다.「그 많은 느림은 다 어디로 갔을까」 (뿌리와 이파리)는 시인 장석주씨가 십여 년간 시골에서 몸소 '느린 삶'을 실천하며 넉넉한 여백을 담아낸 에세이. 침묵과 명상 걷기를 좋아했던 그는 날마다 머리맡에 「장자」 를 두고 읽었다.'느림이란 무엇일까? 머무른 경지에서 자유롭게 노니는 게 느림이다. (…) 느림을 부정하는 것은 우리의 생명의 본성을 거스르는 짓이다.'작가는 이 책을 통해 노자와 장자 사이엔 분명한 차이가 있다고 짚는다. 노자가 도의 근원과 본질이 무엇인가 천착했다면 장자는 노자를 포함한 앞선 사상가들의 생각을 끌어안으며 그것을 딛고 앞으로 나간 사상가라는 것.본질을 논했던 노자와 달리 장자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자유롭게 살기 위해 변화와 초월을 강조한다.때문에 작가는 인위적이고 부자연스러운 사상가들의 생각들이 출몰할 때일수록 장자의 풍자와 해학이 빛난다고 말한다. 하지만 장자에 대한 해설서라고 여기게 되면 곤란하다. 장자의 사상을 통해 드러난 느림의 지혜에 주목하는 책이다.도시를 떠나 강화에 정착해 자연과 하나된 삶을 그린「느림씨 아줌마의 우리동네 이야기」 (샘터사)도 느림의 가치가 담긴 책이다. 십년 전 남편 장진영 화백과 함께 두 아이를 데리고 강화도 농촌마을에 터전을 잡은 작가 김진수씨는 손수 벽돌집을 짓고, 밭을 가꾸며 질박한 삶의 아름다움을 일구고 있다."나의 노력이 타인의 삶에 기여하고 나의 창의력이 동료의 상상력을 북돋아주는 관계, 타인이 위협적이거나 넘어서야 할 존재가 아니라 위로와 격려가 되는 관계, 뒤쳐진 동료를 기다려 그의 손을 잡아주는 관계, 그것이 개인과 조직을 활기 있게 하는 관계, 이런 관계를 만들며 살 수 없을까, 우리?"작가는 행복한 삶을 위해 '느림의 미학'을 이야기한다. 혼자 앞서 가는 것보다 조금 느리더라도 자연의 모든 생명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데 조화로운 삶이 있다는 것. 스물 한 개의 이야기와 한지 위 그려진 단촐한 수묵화 그림은 그의 소박한 생활을 잘 묘사하고 있다.「여유」(휴먼드림)은 과속하는 일상에서 벗어나 여유를 갖고 살자는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지만, 실천하기는 힘든 삶의 진실에 관한 책이다. 작가 최복현씨가 말하는 여유는 일을 생산적으로 할 수 있도록 자기의 틀을 깨고 살아가는 것.그러기 위해선 작가는 초고속으로 레일 위를 질주하고 있는 일상이라는 열차에서 뛰어내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자신을 냉철하게 되돌아보고, 주변을 어떻게 정리할 것인지 활용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 주말
  • 이화정
  • 2008.11.21 23:02

[책의 향기] '도시락 안 싸 간 날' 등

▲ 도시락 안 싸간 날고정욱 저/ 여름숲/ 8,500원'그날 송이네 반 아이들은 한 사람도 굶지 않고 배불리 도시락을 먹었습니다. 다음에 다른 아이가 도시락을 안 싸오면 똑같이 밥을 나눠줘야지 하고 송이는 생각했답니다.'(본문 中에서)'사랑'의 반대말은 '미움'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무관심'이다. 사랑해서 관심을 갖게 되면 자연스레 상대방을 배려하고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게 된다. 이 책은 여덟 현의 이야기를 통해 학교와 가정 그리고 이웃 사람들이나 여행 중에 일어나는 일 등 일상생활에서 쉽게 만나고 생각할 수 있는 이런 사랑과 배려를 들려준다. 사람에게 사랑과 배려가 어떤 의미가 있는지 자연스럽게 생각해 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 아이들이 싫증 내지 않고 쉽게 읽을 수 있도록 각 이야기가 짧게 구성 돼 있지만 직접 경험하거나 생각해 볼 수 있는 사건들로 알차다.▲ 미야타 신지의 완벽한 가족구사노 다키 저/ 보림/ 9,500원이 책은 주인공 신지와 아빠, 애완견 요코로 이뤄진 한 가족의 이야기다. 엄마가 없어 슬픔을 느끼는 신지와 애완견이 엄마라고 주장하는 아빠의 이야기를 통해 함께 있어도 고독하고 느끼며 겉도는 현대 가정을 상징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사람마다 완벽하다고 느끼는 가족의 정의는 달라진다. 하지만 결국 각자 자신에게 부족한 점을 더하면 완벽한 가족이 되는 것. 책 주인공 신지에게는 엄마의 애정이 필요하지만 아빠는 요코을 맞아들여 완벽한 가족을 이뤘다고 생각한다. 세상은 크게 달라지지 않지만 어떻게 대처하는지가 중요하며 상처를 극복해야만 성장할 수 있음을 이 가족을 통해 배우게 될 것.코믹하고 아이러니한 상황들과 독특한 이등신 그림체의 인물들은 해학적이고 상상력 넘치는 이야기를 더욱 흥미롭게 만들 것이다.▲ 열두 살의 판타스틱 사생활요안나 올레흐 저/ 문학동네/ 1만 500원주인공 미지오웩은 열두 살이 된 사춘기 소년. 이 책은 떠들썩한 소동으로 가득 찬 미지오웩과 부모님, 두 여동생의 모습을 유쾌하게 그려내고 있다.또래보다 빠른 이차성징을 겪는 친구를 부러운 눈길로 바라보며 같은 반 소녀 베아타의 주근깨를 흠모하고, 엄마의 '귀여운 아기'와는 작별하고 싶은 미지오웩. 선생님 골려주기, 짝사랑, 사춘기의 몸 변화 등 모든 사춘기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고민과 사건을 미지오웩의 이야기로 풀어간다. 어른들에게는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이는 일들이 아이들에게는 제목처럼 판다스틱(fantastic)한 사건들.이 책은 폴라드의 어린이 책으로 우리와 다른 문화 요소를 엿볼 수 있으면서도 많은 공통점들을 찾을 수 있어 아이들의 흥미를 이끌어 낸다.▲ 그림 그리는 아이 김홍도정하섭저/ 보림/ 8,800원드라마를 통해 다시 회자되고 있는 조선시대 화가 김홍도. 평범한 백성들의 모습을 사실적이고 익살맞게 표현해 내는 그의 그림 솜씨는 지금까지도 많은 화가들 중에 가장 폭넓은 사랑을 받고 있는 이유다.이 책은 김홍도의 어린 시절을 재미나게 표현했다. 김홍도는 서당에서 졸다가도 밖에만 나오면 장난을 일삼는 개구쟁이이면서 책만 보면 지루해 하지만 그림 앞에서는 시간가는 줄 몰라 한다. 그런 재능을 알아본 그의 어머니는 아버지의 반대에도 화가인 외삼촌 집에 대려가 그의 꿈을 키울 수 있도록 도와준다.이 책은 단순한 위인전으로서 '위대한 인물 김홍도'가 아니라 평범하지만 꿈을 향해 달려가는 어린 소년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췄다. 어린 시절 꿈과 소망을 갖는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닫게 해줄 것.

  • 주말
  • 이지연
  • 2008.11.14 23:02

[책의 향기] '무엇을 하고 싶은지' 써보고 이루자

"너는 꿈이 뭐니?" 라는 질문에 대한 대부분의 사람은 무엇이 되고 싶다라고 대답할 것이다. 선생님이요, 연예인이요, 의사요라고 장래희망을 대답했다면 지금 존 아저씨의 꿈의 목록을 펼쳐보라고 권해보고 싶다. 꿈이란 '무엇이 되고 싶다' 보다는 '무엇을 하고 싶다'이며 꿈에도 배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려준다.어느 비오는 날 오후, 열다섯 살의 한 소년은 부엌의 식탁에 앉아 있었다. 옆에서는 할머니께서 숙모에게 "내가 젊었을때 무엇을 했더라면...." 하고 말씀하셨다. 그 이야기를 듣고 소년은 문득 깨달았다. '나는 커서 무엇을 했더라면...' 이라는 후회는 하지 말아야지. 그리고 노란색 노트를 펼치고 이렇게 써 넣었다.「나만의 꿈의 목록」 (굴담어린이) 이 제목 밑에 내가 하고 싶은 것, 가고 싶은 곳, 배우고 싶은 것을 하나씩 기록해 보았다. 이렇게 써 내려간 꿈의 목록수는 무려 127개나 되었다. 목록에는 나일강 탐험, 콜로라도강 탐험, 에베레스트산 등반 같은 실천하려면 준비가 많이 필요한 거대한 꿈부터 1.6km를 5분내에 달리기, 셰익스피어 전집읽기 같은 맘만 먹으면 당장이라도 해낼 수 있는 꿈도 있었다.127개의 꿈의 목록을 작성하고 이중 111개를 달성했으며 그 후에도 500개의 목표를 이룬 존 고나드는 이렇게 말했다."나는 127개 항목을 모두 다 이루려고 고민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내가 그렇게 살고 싶다는 것이다. 꿈의 목록을 적기 시작한 그때부터 내 인생은 설렘과 도전, 즐거움으로 가득차게 되었고 계속해서 꿈을 꾸는 중요한 이유는 작은 꿈을 이루면 더 큰 꿈을 꿀 수 있기 때문이다."'꿈을 달성하기 위해 수많은 죽음의 고비를 넘기면서도 또 다시 꿈을 향해 전진해 가는 탐험가 존 아저씨? 어떻게 이렇게 많은 꿈을 가질수 있었을까?' ' 어떻게 무수히 많은 꿈을 이룰 수 있었을까?'그 답은 존 아저씨가 어릴 때부터 함께한 책과 자연에서 찾을 수 있다. 존 아저씨가 열다섯 생일날 부모님께 받은 브리태니커 대백과사전 한 세트는 존 아저씨를 호기심의 세계로 손짓했고 꿈을 이루게 했다.존 아저씨는 '꿈은 인생을 풍요롭게 해주는 것'이라 했다. 꿈을 소중히 여기고 꿈을 이루는 과정이 얼마나 즐겁고 가치 있는 일인지를 강조했다. 그리고 아저씨의 지금 꿈은 모든 어린이들이 나의 꿈의 목록을 보고 자신만의 목표를 세우는 것이라 했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생각해 보고 꿈을 이루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구체적으로 기록해 보는 일이 꿈을 향한 첫 출발이 아닐까? 자, 지금 바로 노트를 펼쳐 나만의 꿈의 목록을 만들어 보자./김성남(전주시립도서관 사서)

  • 주말
  • 전북일보
  • 2008.11.14 23:02

[책의 향기] '1318'을 위한 국·내외 여행 서적

여행은 친구를 만나고 나를 만나는 일이다. 특히 수능이 끝난 예비 대학생들에겐 감동 없는 만남과 이벤트보단 낯선 곳에서 자신을 만나는 여행을 떠나보는 것도 좋은 일. 국내·외로 열심히 걷고, 보고 들은 여행을 위한 괜찮은 책들을 모아봤다.날카로운 정치칼럼으로 이름을 날렸던 서명숙씨. 그가 23년에 걸친 기자생활을 때려 치우고 자신의 고향 제주의 길을 걸으며 「제주 걷기 여행」 (북하우스)을 출간했다. 그간 주목받지 못했지만, 산티아고보다 더 아름답고 평화로운 길이 제주의 길이 였다는 그는 사단법인 '제주올레'를 발족해 현재 여덟 개 코스(105km)를 개척했다. 걷기에 중독될 수밖에 없었던 남모를 사연, 올레 길에 사는 제주인들과 올레꾼들의 이야기가 웃음과 눈물로 뒤범벅 돼 펼쳐진다. 길을 만들기 위해 해병대 장병들의 도움을 받은 사연, 30여년 동안 사람들의 발길이 끊겨 사라졌던 길을 복원했던 과정엔 길을 향한 열정과 애정이 묻어난다. 느리게 걸으며 지친 몸과 마음이 치유받을 수 있는 인간적인 길을 꿈꾸는 여정이 가슴 찡하게 다가온다.「길은 사람 사이로 흐른다」 (예담)는 967일동안 세계 여행길을 떠난 김향미 양학용 부부 발자국 여행기다. 이들이 친구들을 만날 수 있었던 나라는 모두 47개국. 3600만원으로 2년8개월의 시간을 길 위에서 보냈으니, 알뜰하게 여행한 셈이다.홍해에서 스쿠버다이빙을 시도했고, 로키 산맥에서 트래킹을 했다. 중고차를 사서 5개월 동안 유럽을 돌았는가 하면, 캐나다에서 4개월 동안 식당에서 영어를, 볼리비아에서는 스페인어를 배우며 몸으로 부대끼는 모험을 감행했다.인도의 인력거꾼, 아프리카의 택시 운전사, 독일의 형사, 네팔의 순박한 아기 엄마 등 여행하면서 만난 평범한 사람들의 따뜻하고 소박한 이야기도 담겼다. 길에서 만난 친구들을 통해 삶의 향기와 희망을 발견한다. 오래 전 잊었던 꿈을 꾸고 싶거나, 인생의 방향에 대한 갈피를 잡지 못하는 청소년들에겐 신선한 감동으로 다가올 것 같다. 여행이 삶이 되고 삶이 여행이 되도록 살고 싶다는 이들은 또다시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 다시 길을 나설 계획이라고 덧붙였다.제대로 서울을 만끽하고 싶다면「서울 이런 곳 와보셨나요」 (한길사)도 좋다. 여행전문기자로 활동하고 있는 박상준씨와 영화 관련 사진을 찍는 사진작가 허희재씨가 의기투합해 만든 책. '발싸심한' 공을 들여 곳곳을 걸으며 숨어있는 공간을 찾아냈다. 서울의 대표적인 명소들은 제외하고 100곳만 담았는데도 묵직한 두께를 보면 서울은 정말 우습게 볼 동네가 아니다. 1부에선 역사와 추억이 있는 스물네 곳을 찜했고, 2부에선 문화적이고 예술적인 30곳 공간들이 담겼다. 초록바람이 불어오는 자연친화적 공간과 공원 17곳이 담긴 3부에 이어 4부엔 '회현 LP 중고상가' '방산시장 베이커리 골목' 등이 소개된 쇼핑장소 열 곳이 소개된다. 5부엔 특별한 만남을 위해 혹은 손님을 쿨하게 접대해야 할 때 알아두면 좋은 카페와 레스토랑도 있다. 트렌디한 여행책처럼 감각적인 이미지와 느낌에만 중점을 두지 않고, 서울의 뒷이야기와 실용 정보가 담긴 재밌는 종합백과사전형 책이다.

  • 주말
  • 이화정
  • 2008.11.14 23:02

[책의 향기] 명문(明文)

조사를 다니다 보면, 장롱 속 깊은 곳에 잘 보관하고 있는 문서들을 볼 때가 있다. 한지로 잘 싸서 보관하는 경우도 있고, 문서 주머니를 만들어서 넣어두기도 하고 때로는 각종 선물 상자들을 이용해 차곡 차곡 보관하고 있다. 이들 문서들의 대부분은 관련 자료들을 함께 묶어 놓는데 이는 매매문서와 등기관련 서류들이다. 등기제도가 만들어진 이후에 반드시 이들 문서는 한 꾸러미로 보존 관리되게 된다. 과거에 그래도 재산을 조금이라도 가지고 있는 집안에는 반드시 이런 문서꾸러미들이 있기 마련이다.이에 반해 조선시대에는 토지매매문서들이 등기문서인 입안과 한 꾸러미를 이루고 있지 않은 경우들이 많다. 등기제도가 법적 강제력을 가지고 있지 않았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그러면 조선시대 토지매매문서를 작성한 사람들이 어떻게 그러한 문서들을 관리했을까? 토지 매매는 어떻게 이루어졌을까? 토지를 팔고자 하는 사람과 사고자 하는 사람들을 연결해주는 부동산 중개인의 존재는 있었을까?일제강점기 때에 작성된 토지조사참고서를 보면 "지방에서 토지의 매매 또는 교환 등의 경우에 중개자는 ... 보통은 이것을 직업적으로 삼는 사람은 없다. 다만 친척, 知人 등이 호의적으로 중개자로서의 수고를 하던가 또는 小作人 舍音 등이 권리의 이전 후에도 계속적으로 해당 토지의 小作人 또는 舍音이 되려는 바람으로 당사자 쌍방의 사이에 서서 이것을 주선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라고 해서 중개를 하는 사람들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전문적인 중개업자가 있었던 것은 아니고 소작인이나 사음 등이 거래를 성사시키고 그 대가로 자신이 경작할 수 있도록 하려 했던 것이다.이런 상황이 토지매매문서에 기록되기도 하였는데, 주로 매매 내용을 기록한 부분이 아닌 문서의 뒷면에 적혀 있는 사례를 볼 수 있다. 매매문서의 뒷면에 쓰여져 있는 내용은 대체로 매매토지의 종류, 소재지, 매매가격 등이 기본이며 이외에 '흥성(興成)', '거간(居間)' '성어(成語)' 등이 단어가 보이고 있다. 1898년 정병호가 작성한 매매문서의 뒷면을 보면 "용천면 송농평 4두락을 가격 4백냥에 사앵정에 사는 김세권이 흥성하였고, 매년 4섬으로 그 땅을 짓게 였다. 무술년 2월"이라 쓰여 있다. 여기에서 흥성은 '흥정'과 같은 말로 물건을 사고 팔기 위해 의논하거나, 거래를 성사시킨 사람을 의미한다. 즉 매매 중개인을 의미하는 말로 '거간'이라고도 하였다. '성어(成語)'는 중개수수료를 말하는 데 위 문서를 보면 정병호로부터 땅을 산 사람은 거래를 성사시킨 김세권에게 그 대가로 구입한 논을 매년 4섬에 경작하도록 허락하고 있다.김세권은 정병호가 팔려는 땅을 소개한 대가로 소작할 수 있는 권리를 얻은 것이다. 쌀직불금의 문제가 고스란히 소작농들 처럼 없고 힘든 사람들의 피해로 드러나는 것들을 보면, 땅주인과 소작, 그리고 쌀직불금의 아이러니칼 한 관계를 생각하게 한다./홍성덕(전북대박물관 학예사)

  • 주말
  • 전북일보
  • 2008.11.14 23:02

[책의 향기] '로봇, 미래를 말하다'

#2007년 1월, 미국의 월간 과학잡지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잡지"는 표제기사로 로봇공학의 미래에 관한 마이크로소프트(MS)사 '빌 게이츠' 회장의 견해와 MS사의 사업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로봇산업이 직면하고 있는 도전과제가 30년 전 그와 '폴 알랜'이 전 세계 모든 책상과 가정에 컴퓨터를 가져다줄 날을 꿈꾸던 상황의 것과 흡사하며, 이에 MS사는 결연히 로봇의 표준운영시스템(OS) 개발에 도전하겠다는 것이다.#2008년 7월, 그 일년 반 후 일본에서는 대표적인 로봇 전문가들이 종합적인 로봇 전문서를 분담, 저술해냈다. 전자신문사가 발행한『로봇, 미래를 말하다』가 바로 그 책이다. '로봇(robot)'이란 말은 체코어로 '강제노동'을 뜻하는 '로보타(robota)'에서 파생된 것이며, 1921년 '카렐 차펙'의 희곡 '로섬의 유니버설 로봇'에 처음 등장했는데 이 희곡이 대성공을 거두면서 '로봇'이란 말도 급속히 퍼져나갔다고 한다.이 책에는 로봇의 발달과정은 물론이며, 앞으로 도래할 인간과 로봇의 공존사회에서의 갖추어야 할 철학, 비전 등을 망라하고 있다. 첨단 과학기술의 결정체인 로봇에 대한 과학기술 및 인문사회적 연구 결과들을 독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소개하고 있는 이 책은 총 5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2장부터 5장까지 네 명의 저자들이 제 각각의 문체로 로봇 얘기를 풀어놓고 있다. 2장 '진화하는 로봇'에서는 '이노우에 히로치카'가 로봇의 진화과정을 얘기하고, 3장에서는 '카나데 타케오'가 '보이지 않는 로봇'이라는 제목으로 환경에 융화되거나 일체가 되어 사람과 접하고 도움을 주는 형태가 보이지 않는 미래의 로봇시스템에 대하여 설명하고 있다. 또 '안자이 유이치로'가 집필한 4장 '로봇은 미디어'에서는 향후 로봇이 '센서'와 '작동장치'를 겸비한 '정보처리기계'로부터 진일보하여 인간과 환경의 상호작용을 돕는 미디어로서의 역할을 지향하여야 하고, 따라서 정보기술과 로봇기술을 융합하는 것이 필요하며, 한편 로봇의 설계, 구축, 관리, 운용에 있어서 디자인 개념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끝으로 앞의 세 저자들이 60대인데 비해 만 40세(68년생)에 불과한 '세나 히데아키'가 쓴 '로봇 공존사회와 휴머니티'의 마지막장에서는 앞으로 다가올 로봇과 인간이 함께 살아가는 세계에서 필연적으로 맞닥뜨리게 될 윤리와 휴머니티 문제를 폭넓게 다루고 있다. 책 전체 분량의 절반이 넘는 글에서 그는 로봇산업의 미래는 인류의 인간성과 존엄성 회복에 도움 되는 정도에 달려 있다고 예단한다. 초고령화 사회를 맞은 일본이 그 유력한 해결책으로서 노인들을 돕는 '노동인프라'인 '휴머노이드(humanoid)'에 큰 기대를 걸고 있는 이유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로봇 입장에서 보면 노인을 돕는 도우미 로봇은 인간을 잘 이해하는 첫 단계로 간주된다.이 책은 미래 로봇산업에 관심 있는 지방자치단체, 대학과 산업체의 로봇 전문가, 또 로봇을 공부하려는 청소년과 대학생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의 독자에게 쉽게 다가설 수 있는 장점을 갖췄다. 로봇 최강국 미국과 일본이 주도하는 지능형 로봇기술이 21세기 국가 경쟁력의 핵심으로 떠오른 가운데, 지난 2003년 지능형 로봇산업을 10대 차세대 성장동력의 하나로 선정한 우리나라가 '로봇, 미래를 말하다'에 주목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신형식(전북대 화학공학부 교수)

  • 주말
  • 전북일보
  • 2008.11.14 2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