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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 '솔이의 추석 이야기' 등

▲ 솔이의 추석 이야기이억배 저/ 길벗어린이/ 8,500원아이들의 개학과 함께 올해는 이른 추석이 찾아왔다. 연휴도 짧고 팍팍해진 살림살이에 명절의 의미를 잃는 요즘 「솔이의 추석 이야기」는 정 넘치는 추석 모습을 보여준다.이 책은 추석날 아침 고향으로 떠나는 솔이네 가족들의 모습을 주인공으로, 추석 명절의 풍경을 그려낸 그림책. 명절을 맞는 사람들의 모습, 길거리의 풍경들이 솔이의 하루를 통해 자세히 그려졌다. 어린시절 사진첩을 넘기는 듯 아늑함과 행복함이 담긴 이야기 언제 봐도 정겹다. 솔이의 추석 이야기는 보통 가정에서 보내는 한가위의 모습을 잔잔하게 그려 내 아이들에게 명절의 두근거림을 선물할 것이다.▲ 우리의 세시풍속과 전통놀이 백과사전허순봉 저/ 가람문학사/ 1만 2000원초등학교 저학년부터 세시 풍습에 대해 조금씩 배우기는 하지만 아이들에게는 재미없는 주제인 것이 사실이다. 해마다 방학 숙제나 잠깐 자료 조사 하는 것이 전부. 바뀌어 가는 명절 모습에 세시풍속과 민속놀이마저 잊혀져 가고 있는 요즘 아이들의 교육에 도움을 줄 것. 무엇보다 이 책은 부담 없이 볼 수 있으면서 학습도우미 역할도 해 유용하다. 보통 이런 책들이 가지고 있는 정형화된 틀 때문에 흥미를 쉽게 잃지만 「우리의 세시풍속과 전통놀이 백과사전」은 만화로 이뤄져 있어 아이들이 끝까지 읽을 수 있다. 코믹한 그림체도 이 책의 매력. 책에서 본 민속놀이들을 이번 추석 아이들과 함께 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김평 저/ 책 읽는 곰/ 9500원'아침마다 뽀얗게 물안개 피더니/ 저녁마다 귀뚤귀뚤 귀뚜라미 울더니/ 어느새 가을이 왔나봐요.' (본문 中에서)맑고 높은 하늘, 산들산들 부는 바람과 정성으로 돌본 오곡백과가 익은 벌판에 덩달아 우리 마음도 넉넉해진다. 풍요로운 계절 가을에는 천 년 전부터 계속돼 온 우리의 명절 추석이 기다리고 있다. 이 책은 풍성한 한가위를 맞이하는 조상들의 넉넉한 마음을 가득 담았다. 추석이 할머니 할아버지를 만나러 가는 날 정도로 생각하는 어린이들과 명절 준비에 그 즐거움을 잊은 어른들에게 옛 조상들이 느끼는 추석의 풍경을 고스란히 담은 그림책. 다정다감한 글과 간간이 등장하는 옛 노래들이 아름다운 한가위의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켜준다. 책에 들어간 그림들은 실제 1미터가 넘는 이김천 화백의 작품으로 이야기에 맞게 바뀌는 프레임의 변화에 미술관을 방문하는 듯한 느낌을 받을 것.▲ 신나는 열두 달 명절 이야기우리누리 저/ 랜덤하우스코리아/ 7500원일명 '빨간날'이라고 불리는 국경일을 정확한 날짜로 기억하는 것도 쉽지 않지만 추석이나 설을 제외하고 우리나라의 명절을 다 알고 있는 사람이 있을까? 기껏해야 단오날이나 정월 대보름날이 전부. 쉬는 날이 아니면 생활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니 무관심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신나는 열 두달 명절 이야기」는 우리네 전통 명절에 대한 상식과 전통 음식에 관한 정보를 담아 반갑다. 재미있는 이야기와 함께 실려 있어 어린이들이 읽기 쉽고 어른들도 볼 수 있는 책. 삽화와 사진 자료가 오래된 느낌을 주어 24절기와 여러 명절을 자세히 알 수 있다.

  • 주말
  • 이지연
  • 2008.09.05 23:02

[책의 향기] '1318'을 위한 '추석명절' 권장 도서

추석이 코앞으로 다가섰다. 짧은 연휴를 통해 전통문화를 떠올리는 책을 읽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터.「정민선생님이 들려주는 한시 이야기」 (보림)을 통해 선현들의 지혜를 담은 한시를 읊는 즐거움,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옛이야기 백가지 1∼2권」 (현암사)를 통해 구수한 입담으로 풀어진 옛이야기를 술술 읽는 즐거움을 누려보자.중국 사람들도 죽을 때까지 다 배우지 못한다는 한자.「정민선생님이 들려주는 한시 이야기」 (보림)는 한자의 유려한 번역과 친절한 해설이 돋보이는 책이다. 호두알 같이 딱딱한 한자의 껍질을 깨고 맛보는 감동은 기대 이상.한시 마흔세수가 열아홉 개의 마당으로 나뉘어 실려 있다. 한시를 소개하는데 그치지 않고, 한시를 통해 언어의 묘미를 깨닫게 한다는 게 이 책의 진짜 재미다. 돌려서 말하는 은근함, 상상력을 불러 일으키는 언어의 공백을 통해 한시를 읽는 즐거움을 맛보게 한다. 삶을 충만케 하는 향기, 사물을 다르게 보는 다양한 각도도 엿볼 수 있다.한시가 어렵다고 느꼈던 어른들을 위한 훌륭한 입문서다. 한시의 원문과 인물들에 대한 소개를 별책으로 묶어 한자의 뜻과 음, 어려운 단어 풀이 인물 정보 등이 꼼꼼하게 실었다.「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옛이야기 백가지 1∼2권」 (현암사)는 작가 서정오씨의 구수한 입담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책이다. 거침없는 상상력을 담은 민담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상상의 영웅이 상황을 뒤집어 한풀이를 한다. 돈도 없고 '빽'도 없는 서민들이 몸뚱어리 하나로 험한 세상을 헤쳐나간다. 또한 경계하고 조심해야 할 것을, 은근슬쩍 꼬집어 삶의 지혜를 보여주기도 한다. 해학 안에서 품어내는 가르침이다.2권에 걸쳐 몇 가지 키워드로 다양한 이야기들을 묶어 민담의 언저리에 숨어있었던 이야기까지 들춰냈다. '모험과 기적' '인연과 응보' '우연한 행복' '세태와 교훈' '슬기와 재치' '풍자와 해학' 등을 통해 각양각색의 백 가지 이야기들을 만나보는 즐거움이 살아있다.

  • 주말
  • 이화정
  • 2008.09.05 23:02

[책의 향기] 최명희 '혼불'

「혼불」을 완독하면서 한마디로 혼났다. 첫째는 작가의 놀라운 필력을 보며, 왜 진작 읽어보지 않았을까 내 자신을 꾸짖었다. 둘째는 한여름에 근 보름을 가부좌 틀고 앉아, 당대를 살아가는 비운들의 쓰라린 삶의 역정에 휘말려 진땀을 흘렸다.작가 최명희가 17년 동안 집필한 「혼불」을 나는 고시 준비생처럼 종일 책상을 끌어안고 읽었다. 무엇이 그로 하여금 「혼불」을 쓰게 했는지, 쓰면서 그는 왜 때때로 엎드려 울어야 했는지, 어떻게 썼기에 손가락으로 바위를 뚫어 글씨를 새기는 것만 같았는지…. 그의 온 생을 불사른 「혼불」의 뼈마디마디를 탐독했다. 그것은 내게 즐거운 고통이었다. 「혼불」에 등장하는 수많은 인물들과의 조우, 그들의 삶을 당시의 풍속을 통해 아주 세세하게 묘사한 희로애락에 내 삶을 접붙여보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줄달음치기도 했다.「혼불」은 매안 이씨 종부 3대의 숨 막히는 삶의 질곡과 그 억압 속에서 태어난 종손 강모의 상피와 방랑, 질긴 인연의 업을 안고 살아가는 강실의 가슴애피, 상민과 팔천의 생을 치열하게 부지해 가며 변동천하를 꿈꾸는 거멍굴 사람들, 우유부단한 강모만을 해바라기하는 가련한 오유끼, 뼈아픈 역사의 뒤안길에서 민족혼을 깨우쳐주는 역사 선생 심진학, 가늠할 수 없는 시대의 맥을 따라 흘러가는 지성인 강태와 강모, 사천왕을 통해 인간의 아름다운 삶을 인도하는 호성암의 도환스님, 내 나라에 삽 한 자루 꽂을 땅 없어 만주벌판 얼음 강을 건넌 부서방네, 양반세력에 저항하며 종가의 마루를 찍는 상민 쇠여울네, 이씨 문중의 노비로 상전의 씨를 낳은 침모 우례 등등 하나 같이 생의 올가미에 허우적거리는 모습이 안타까웠다.작가는 그들의 삶을 마치 아름다운 조각품이 태어나기 위해 떨어져 나간 돌이나 쇳조각으로 보았다. 뉘라서 그 비운의 세월을 비껴갈 수 있을 것인가. 작가는 흐드러지게 피어 아름다운 동백꽃만큼 그 둥치에 낀 이끼의 생명력을 소중히 여겼다. 많이 듣고, 널리 듣고, 두루 들어 중생을 살피는 다문천왕처럼 작가는 한 번도 본 일이 없는 사람들의 넋이 들려, 그들이 시키는 대로 가라는 대로 내달리며 「혼불」을 썼다.「혼불」은 작가가 자신의 '근원에 대한 그리움'에서 썼다고 했다. 그를 통해 독자로 하여금 '나는 누구이며, 지금 어디에 서 있고, 앞으로 어떻게 갈 것인가'를 생각하게 했다.나는 「혼불」을 읽은 후, '나의 뿌리'를 다시 한 번 짚어보았다. 나는 1964년, 물 좋고 공기 좋은 청정지역 전북 임실에서 태어났다. 임실읍 정월리 태생인 아버지와 임실읍 대곡리 태생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나는 그야말로 임실 토종이다. 임실(任實)은 백제 때부터 한 번도 바뀌지 않고 그대로 내려온 취음이다. 임실의 '임'은 '그립고 사랑하는 사람'이고, '실'은 마을을 말한다. 즉, 임실은 그리운 임이 사는 마을이요, 타향살이하는 임실 출신들에게 고향은 바로 '임'인 것이다.나는 부모님의 뜻에 따라 여섯 살 때 전주로 나왔다. 지금도 고향 정월리에는 정감 있는 작은아버지가 선산을 지키며 살고 있고, 대곡리에는 마음 따뜻한 외숙모 두 분이 살고 있다. 고향을 떠나 온 여섯 살 때부터 지금까지 나는 마한과 백제의 마지막 땅, 조선왕조의 발상지인 전주(全州)에서, 태조 이성계의 어진이 모셔진 경기전과 전주팔경을 배경으로, 인후동 기린봉에 떠오르는 '기린토월'의 기를 받아 숨을 고르고, 정다운 사람들과 좋은 기운을 나누고자 마음을 다하며, 안골 한 자락 자리 잡고 앉아 그날이 그날처럼 그대로 살고 있다.「혼불」은 끊임없이 질문한다. 당신은, 당신의 아이들은 누구이며 지금 어디에 살고 있는가? 당신과 삶을 함께 하는 주위 사람들은 무엇을 위해 어떻게 생을 조각하고 있는가? 혹시라도 당신만의 조각품을 만들기 위해 떨어져나간 돌이나 쇳조각들의 아픔이 있었는가? 누군가의 조각품을 위해 당신은 무엇을 얼마나 나누었는가? /박예분(여성객원기자·아동문학가)

  • 주말
  • 전북일보
  • 2008.09.05 23:02

[책의 향기] '도둑 잡는 말' 등

▶ 도둑 잡는 말김원석 저/ 자람/ 8,500원'지혜'는 우리가 살아가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재산이자 삶의 질을 높여주는 요소다. 그래서 나라마다 탈무드, 이솝 이야기, 라퐁텐의 우화 같은 이야기를 통해 사람들에게 지혜를 일깨우고 가르쳐 주는 것.이 책은 하루에도 몇 번씩 '어떻게?'라는 질문을 안고 사는 아이들에게 '고기를 잡아 주는 것'이 아니라 '고기를 잡는 법'을 알려 주는 책이다. 부모님의 가르침과 함께 세상을 살아가는 '슬기'와 '지혜'를 이야기 해준다.책과 같은 제목의 '도둑 잡는 말' '나무 그늘을 판 총각' 등 재미있는 아홉 편의 이야기를 보다보면 어린이들은 어느새 '지혜'를 얻게 될 것. 어린이들은 싫증내거나 지루해 하지 않도록 이야기와 어울리는 그림들을 삽입했다.▶ 꼬마 요리사와 킥보드 공주님린다 흐루너펠트 저/ 해와나무/ 7,500원13형제 중 막내로 태어난 꼬비스. 호전적인 형들과는 달리 가장 약하게 태어났지만 자신만의 꿈을 가지고 있다. 집은 가난하고, 가족들은 모두 떠나 혼자가 됐어도 궁중요리사가 되고 싶은 꼬비스는 꿈을 포기하지 않는다.팬케이크를 잘 만드는 꼬비스는 어느 날 킥보드를 탄 공주님을 만나게 되고 나중에 꼭 궁중 요리사가 되겠다고 결심한다. 시간이 흘러 꼬비스는 궁중요리사 시험에 참가하는데 여왕님의 왕관이 사라지는 사건이 터지고 만다.주인공의 작고 약한 모습은 아이들의 나약한 모습과 닮았다. 작은 어린아이들이지만 꿈을 포기 하지 않고 노력하면 이룰 수 있음을 꼬마 요리사 꼬비스의 이야기를 통해 배울 수 있을 것.▶ 노력파는 아무도 못당해양지안 저/ 스콜라/ 9,000원노력파 시인으로 알려진 김득신을 비롯해 허준, 사마천 등 우리나라 뿐 아니라 세계에서 노력으로 최고의 자리에 오른 위인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저마다 독특한 구성으로 담아내 읽는 재미가 크다.머리나 환경을 탓하며 게을리 살기보다는 자기 자리에서 열심히 노력해 꿈을 이루는 실화를 통해 아이들도 노력의 의미를 알게 된다. 인물들 이야기 마지막에 나오는 질문과 답변은 아이들이 스스로 돌아볼 수 있도록 도와주며 성실히 노력하다보면 만족할만한 성과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을 새기게 될 것. 꾀를 부려 지름길을 찾거나 방향을 바꿔버리는 가벼운 생각을 버리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 우리 집 우렁이 각시이금이 저/ 보물창고/ 6,800원'낀세대'라 불리는 30대 후반에서 50대 '아버지'들의 이야기. 근엄한 가부장적 아버지 상을 보고 배워온 지금의 아빠 세대는 변해버린 현재 상황이 어렵기만 하다. '친구 같은 아빠' 역할을 요구 받는가 하면 집안일도 동등하게 해야 하는 것이 현실. 요즘 시대를 사는 아빠들의 내면과 상황을 읽어내며 아이들에게 아빠의 마음을 이해하는 길을 보여주는 동화 세 편이 실렸다.책 제목과 동 제목의 '우리 집 우렁이각시'는 아빠의 실직과 그런 아빠를 미워하는 지수가 등장해 아빠를 이해하게 되는 과정을 그린 이야기. 시대에 따라 변화하는 아빠의 역할을 담은 '십자수'와 아빠의 어린 시절과 만날 수 있는 '할머니 집'을 통해 아빠를 가깝게 느끼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 주말
  • 이지연
  • 2008.08.29 23:02

[책의 향기] 살아가는 이유 가족이 함께 생각해봐요

3년동안 콘크리트 건물 안에 갇혀 있었던 아이들이 하나의 작은 마침표를 찍는 날.아들의 고등학교 졸업식장에 가면서 문득 책 「꽃들에게 희망을」 (시공주니어)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애벌레들이 어디로 향하는지 알지도 못하면서 남들이 올라가니까 덩달아 따라 오르는 장면.서로 꼭대기를 차지하려고 이리저리 뒤엉켜 높게 쌓아 올려진 모습이었다.좋은 날,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 애벌레들이 왜 생각났을까.작가 트리나 폴러스씨가 쓴 이 책엔 줄무늬 애벌레, 노랑 애벌레 그리고 늙은 애벌레들이 등장한다.애벌레가 갈등과 방황, 그리고 아름다운 만남을 통해 진정한 자아를 찾아가는 이야기다.줄무늬 애벌레는 노랑 애벌레의 사랑으로, 노랑 애벌레는 지혜로운 늙은 애벌레의 도움으로 나비가 된다. 자신 내면의 힘을 발견하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두려움을 물리칠 수 있는 용기와 절제를 통해 아름다운 노랑나비와 호랑나비로 거듭나는 것이다.하지만 이 책이 '그래서 잘 먹고 잘 살았다'는 식의 끝맺음은 아니다.어른이 된 노랑나비와 호랑나비는 하늘과 땅 사이를 자유롭게 날아다니고 달콤한 꿀을 마시며 꽃들에게 사랑의 씨를 전해주는 일을 한다. 또한 수많은 애벌레들이 고치의 과정을 거쳐 나비가 되는 길로 인도하는 리더의 역할도 한다. 최고로 행복한 삶을 살게 된 것이다.졸업식을 마치고 돌아와 오래전 아이에게 선물했던 책을 찾아봤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던 때 난 이 책을 선물했다. 실은 아이보다 엄마인 나 자신에게 하고픈 말이었는지도 모른다.공부를 하는 목적은 자신이 가진 달란트를 최대한 발휘해 다른 이들이 유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제도권 교육에 아이를 맡기면서 '의미 없는 치맛바람'에 흔들리기 보다, 아이가 그런 꿈을 갖고 살아가도록 도와야 겠다고 다짐했었다. 그리고 나름 그렇게 해왔다고 자부하기에 편안하다.선선한 바람이 살랑대는 가을이 왔다. 온가족이 이 책을 통해 공부를 하고, 일을 하며, 살아가는 이유가 무엇인지 도란도란 나누어도 좋을 것 같다./오정화(상담학 교육학 전문대학원 HIS University 전주 대표)

  • 주말
  • 전북일보
  • 2008.08.29 23:02

[책의 향기] '1318'을 위한 '미래' 관련 서적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남북통일 가능성 51%, 수출액 현재 2배인 6000억달러'유엔의 싱크탱크인 유엔 밀레니엄 프로젝트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공동으로 제시한 2017년 대한민국의 미래상이다.불확실한 미래를 예측하려는 시도가 늘어남에 따라, 미래 트렌드에 주목하는 책들도 생겨나고 있다.미래사회가 소통의 상대로 불러내는 청소년들은 더욱 관심을 가져볼만 하다. 책 「미래와의 소통」 (이매진), 「퓨처 코드」 (한국경제신문), 「미래를 읽는 기술」 (한국경제신문)을 통해 각자의 미래를 구체적으로 그려보는 건 어떨까.지난 2003년 부안군수가 독단적으로 방사성폐기물처리장 유치 신청을 해서 정부와 주민 사이의 충돌 이 일어났다. 주민들의 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주민들은 스스로 주민투표를 했다. 투표율 72.04%. 하지만 산업자원부와 정부는 주민 투표의 법적 효력이 없다며 주민 입장을 받아주지 않았다. 총선 이후 다시 갈등은 시작됐다. 그리고 정부의 방침에 주민들이 강하게 반발해 촛불집회가 이어졌다.「미래와의 소통」 (이매진)은 이런 시민사회에 '소통'이라는 화두를 던진다. 인간과 인간, 시민과 시민사회단체, 시민사회와 정부·기업이 '소통'하는 한국 시민사회의 모습을 담았다. 여러 차례 위기를 겪은 모습도 있다. 시민 없는 시민운동, 도덕성의 위기, 리더십의 붕괴 등 시민운동의 발목을 잡고 있던 문제들도 산재돼 있다.이 책은 시민사회를 구성하고 시민운동을 이끌어가는 주체에 대해 묻고 있다. 다양한 이해와 갈등 속 이해관계자(stakeholder)인 시민으로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에게 말이다.21세기는 '호모레시프로쿠스(Homo Reciprocus)' 시대. 즉 상대와 경쟁하지만 협동하지 않고서는 자신도 생존할 수 없다는 것을 넌지시 일러준다.'준비된 자만이 새로운 도전의 기회를 갖는다'「퓨처코드」 (한국경제신문)가 던져주는 메시지는 간명하다.국내 최고 석학 23명이 지난 10년동안 기업, 가족, 인재, 환경, 에너지 등에 관한 고민과 답을 담았다.어떤 직업을 종사하고 있는가. 세계화 시대엔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진다. 한 사람이 평생 3~5번 직장을 옮기게 되고, 직종도 2~3번 정도 바꿔야 한다.어떤 투자를 하고 있나. 세계적으로 하루에 이뤄지는 외환거래는 약 3조 100달러에 육박.그 가운데 40%가 이틀 이내에 거래방향을 바꾸고 있다.은행을 신뢰하고 있는가. 세계는 지난 1975∼1997년까지 158차례 외환위기와 54차례 금융위기를 겪었다. 하지만 세계 금융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효율적이고 공정하게 풀어나갈 제도나 기구는 미흡하다.국제 비즈니스 파트너는 누가 될까. 2040년쯤 되면 급격한 성장을 하고 있는 중국의 인구가 약 16억, 인도가 약 16억, 방글라데시가 약 3억, 파키스탄이 약 3억이다. 38억 인구가 에너지, 자원 등 세계 권력관계의 판을 이끈다.'볼링장을 운영하면서 미래의 고객들은 어떤 여가활동을 원할지 궁금할 수 있다. 이직을 고려하면서 향후 몇 년간 어떤 일자리의 전망이 밝은지 궁금할 수도 없다. 미래의 유망 투자자산에 한발 앞서 투자하여 수익을 얻고자 할 수도 있다.'「미래를 읽는 기술」 (한국경제신문)은 단순히 미래를 추측하는 것이 아니라, 정확한 사실과 자료로 개인과 기업의 미래 읽는 법을 조목조목 짚는다.작가에 따르면 미래 연구를 활용하는 사람들은 코카콜라, 3M, 네슬레 등 15년∼20년 정도 된 큰 조직을 이끌고 있으며, 운명을 개선하고 최선의 결과를 얻기 위하여 미래를 연구한다는 공통점이 있다.또한 '미래사회의 원동력'은 더 적은 양으로 많은 것을 내는 '에너지' 60억 인구를 위해 60억 채널 개발한다는 '매체와 통신' 작을수록 좋은 '나노기술' 등에 관한 소개도 있다.

  • 주말
  • 이화정
  • 2008.08.29 23:02

[책의 향기] "죽음을 이해해야 잘 살 수 있다"

죽음이란 우리가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벅찬 것이다. 죽음이란 우리가 애지중지하는 모든 것을 빼앗아갈 뿐만 아니라 바로 우리 자체를 소멸시킨다. 죽음은 이렇게 엄연히 존재하는 나, 웃고 떠들고 생각하는 나를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만들어 놓는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는 조만간 이토록 두려운 무(無)의 심연에 던져져야 한다는 것을 (그것도 너무나 확실하게) 알고 있다. 우리들 각자는 어떻게 해도 자신의 죽음을 남에게 전가할 수 없다. 죽음이 진정 문제인 것은 그것이 '나'의 죽음이기 때문이다.이런 필연적이며 간단한 진리를 그러나 우리는 놀랍게도 거의 까맣게 잊고서 산다. 우리의 삶의 가장 결정적인 요소인 죽음을 확실하게 알고 있으면서도 동시에 그것을 완전히 망각하고 산다는 것에는 메울 수 없는 위장과 허영의 냄새가 짙게 배어 있다. 판사(判事) 이반 일리치도 마치 죽음이란 남에게만 해당되는 듯이 (자신의) 죽음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는 좋은 집으로 이사를 가고 그럴 듯한 집기를 구입하는 데 신경을 곤두세우고 승진에 마음을 졸이면서 바쁜 (혹은 신나는) 삶을 산다. 그는 이런 것이 삶의 모든 것이라는 데에 의심하지 않는다. 이반 일리치는 부와 명예를 좇는 현대인의 분주한 일상을 그대로 보여준다.그러나 느닷없이 그에게 찾아 온 죽음은 그가 추구해 왔던 그 모든 것이 얼마나 하찮으며 그야말로 아무것도 아닌 것인지를 생생하게 폭로한다. (우습게도) 아내를 기쁘게 해 주기 위해 커튼을 달다가 사다리에서 떨어진 그 하찮은 사건이 그를 죽음으로 안내했던 것이다. 자신의 죽음 앞에서 비참하게도 일생 동안 자신이 허황된 삶을 추구하여 왔다는 것을 그는 너무 늦게 깨닫는다. 아내를 향한 거의 견딜 수 없는 그의 분노는 "무엇이 삶에서 의미 있는 것인가?"를 보지 못하게 한 세상에 대한 저주이고, 그것에 속아 넘어간 자신에 대한 절망스런 자책(自責)의 몸짓이다. 사람이 죽어가는 과정은 또 왜 그렇게 구질구질한가! 이제 대변까지도 혼자 힘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이반 일리치에게 산다는 것은 꼴사나운 수치이며 모욕이다.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절망스런 죽음은 "무엇이 자신의 삶에서 소중한 것인가?"를 투명하게 볼 수 있도록 만들어 준다. 건장하고 충실한 하인 게라심에게서, 노동을 하고 돌아오는 그의 만족스러운 얼굴에서 이반 일리치는 삶의 위안과 평화를 느낀다. 죽음은 어줍게 세상 평판에 휘둘리지 않고 자기의 본모습대로 살도록 우리를 비춰주는 거울이다. 이런 점에서 죽음은 가장 근원적인 차원에서 우리 각자의 삶을 끊임없이 반성하도록 만드는 일종의 선물이자 축복이라고 할 수 있다. 죽음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삶도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이 길지 않은 중편 소설은 난해한 철학 개념을 전혀 동원하지 않고도 죽음에 대해 철학자들이 말하고 싶었던 거의 전부를 선취(先取)하고 있다. 여기에는 죽음의 피상적인 더께를 걷어낸 후 우리들 인간이 죽음과 맺을 수밖에 없는 연관성이 온전히 구현되어 있고, 삶과 죽음에 대한 톨스토이의 깊은 통찰이 곳곳에 보석처럼 박혀 있다. 죽음은 "우리가 이렇게 살아도 좋은가?"를 묻는다. 그 죽음은 자신의 죽음이기 때문에 얼굴을 돌린다고 회피할 수 있는 물음이 아니다. 이제 정신없이 우리를 몰아대는 현실에서 한 발 떨어져서 느릿느릿하게 자신의 죽음과 삶에 대해 이반 일리치와 함께 고민할 때이다./황설중(원광대 인문학연구소 학술연구교수)

  • 주말
  • 전북일보
  • 2008.08.29 23:02

[책의 향기] 지적도

조선시대 문서, 특히 땅과 관련된 문서를 보면 인지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는데 바로 토지의 위치정보이다. 조선시대의 매매문서에 표시된 토지의 위치정보는 '어느 면 무슨 뜰 앞 ○자 답' 정도로 쓰여 있는데, 이것으로는 정확하게 어느 지역인지를 알 수 없다. 당시대 사람들 특히 땅을 파고 사는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상호인지하고 있는 땅이었겠지만, 수백년이 지난 지금에서는 이 땅의 위치를 추적하기란 하늘에 별따기만큼 어려운 듯하다.조선시대에는 땅의 위치정보를 상호간의 관계 속에서 파악하고 있다. 토지의 면적을 절대적인 면적 예컨대 몇 ㎡나 몇 평으로 표시하지 않았기에 수확량과 절대면적이 혼용되고 있었기에 토지의 위치는 그 토지가 위치한 인접 토지와의 관계로 표시하였다. 그래서 토지대장에는 면적[長廣], 결복(結卜, 토지면적 단위), 기주(起主, 소유자) 외에 사표(四標)라 해서 동서남북의 경계를 표시했던 것이다. 아울러 토지의 지적도가 만들어지지 않은 것도 이러한 다양한 기준들 때문이었다.우리 나라에서 '측량'이라는 기술이 사용된 것은 1834년 '청구도'로 알려져 있다. 김정호의 '대동여지도' 역시 측량에 의해 작성된 지도이다. 우리 나라 전역을 대상으로 근대적 측량에 의해서 토지를 조사한 것은 1910년부터 1918년까지 시행된 토지조사사업이다. 을사늑약을 체결한 일본은 통감부가 설치될 때부터 한국에 대한 토지조사사업을 계획하였다. 1912년 조선부동산등기령, 토지조사령 등을 반포하고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하였다. 토지조사사업은 전국의 토지를 근대적인 측량기술에 의해 측량하고 그것을 토대로 지번체계를 조정하는 것이다. 이는 조선시대의 토지소유에 대한 대대적인 전환을 의미하였다. 이 조사와 함께 토지소유에 대한 신고를 병행하여 근본적으로 한국의 토지에 대한 일본의 '접수'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었다.이후 토지를 매매할 때에는 측량된 지적도의 첨부가 의무화되기에 이르렀다. 토지의 측량은 도시개발이나 간척 등의 사업을 시행함에 있어 필수적인 것이었다. 위의 지적도는 불이농장의 소유지역들에 대한 지적도이다. 수계(水系)의 표시까지 되어 있는 이들 지적도는불이농장에 설립된 임익수리조합에서 소유한 농지들로 소작인들에게 농지를 내어주고 소작료를 거두는 등 농장운영의 기본 데이터로서 활용되었다. 대아리저수지로부터 옥구군에 이르는 수로의 건설과 전라북도 각 지역에 흩어진 농장 소유의 토지에 대한 지적도는 근대의 출발에 따른 토지소유의 재편보다는 식민지화의 전초작업으로 진행된 수탈의 의미가 담긴 문서이다./홍성덕(전북대박물관 학예연구사)

  • 주말
  • 전북일보
  • 2008.08.29 23:02

[책의 향기] 조선시대 죄인을 심문한 기록 '공초'

심문 : 너의 이름은 무엇이냐? / 진술 : 전봉준이다. / 심문 : 나이는 얼마이냐? / 진술 : 41세이다. / 심문 : 거주는 어떤 읍에 하고 있는가? / 진술 : 태인군 산외면 동곡리이다. / 심문 : 직업은 무엇인가? / 진술 : 사(士)를 업으로 삼고 있었다.1894년 12월 1일 순창에서 체포된 전봉준은 일본군에게 넘겨져 서울로 압송되어 이듬해 2월 9일 법무아문권설재판소에서 첫 번째 심문을 받았다. 위 내용은 첫 번째 심문 내용 '초초문목(初招問目)'이다.정조가 사망하고, 정조의 아들 순조는 11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왕위에 올랐다. 어린 왕의 즉위는 영조의 계비인 정순왕후의 섭정으로 이어졌다. 정순왕후의 섭정은 정조가 서인의 견제를 받으며 어렵게 쌓아올린 개혁의 성과가 무너지기 시작하는 신호탄이었다. 드라마 이산을 통해 잘 알려졌듯이 정순왕후와 정조는 정적이었다. 정순왕후의 섭정은 정조의 정치를 거부했던 세력의 복귀를 의미하는 것이었다. 역사는 그들의 시대를 '세도정치'라고 명명하였다. 더러는 '보수반동체제'라고 부르기도 한다.세도정치 60여 년의 통치 이후, 조선은 '민란'에 휩싸이기 시작한다. 삼정-전정, 군정, 환곡의 문란으로 일상의 삶을 유지할 수 없었던 민중들은 저항의 함성을 높였다. 1893년 11월 어느 추운 겨울날 전라도 고부에서도 저항의 소리가 터져 나왔다. 고부군수 조병갑의 횡포에 못 살겠다고 전봉준이 이끄는 농민들이 일어난 것이다. 그렇게 시작된 동학농민혁명은 1894년 살 에이는 추위가 몰아친 11월 공주 우금치에서 신식무기로 무장한 일본군에게 민간인 농민군이 전멸되면서 막을 내렸다. 그리고 그 해 12월 녹두장군 전봉준도 붙잡혔다.조선의 농민을 위해 일어난 전봉준은 국법을 어긴 '역적'이 되어 일본영사(日本領事)도 회동(會同)한 자리에서 심문을 받았다. 전봉준은 5차에 걸친 심문을 받은 후, 사형을 언도받고 처형되었다. 오늘의 문서는 전봉준의 심문기록 '공초(供招)'이다. 소위 '전봉준공초(全琫準供招)'에는 저항 이외에 길이 없었던 조선의 민중의 소리가 담겨 있다.논란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정조는 조선의 개혁군주로 평가받는다. 그런데 정조가 통치했던 시대을 '잃어버린 시대'로 간주한 세력의 도에 벗어난 권력욕으로 조선의 불행은 싹텄다. 역사는 결코 전진하지는 않는다. 반동의 시대가 오기도 한다. 반동에는 저항도 따르기 마련이다. 그 저항의 힘으로 역사는 힘겹게 전진의 걸음을 뗀다. 정권교체가 이루어지고 나라 안이 어수선하다. 오늘도 누군가 전봉준처럼 심문받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전봉준'과 같은 길을 걷게 하지는 않을 것이라 믿고 싶다. 그것이 우리가 역사를 기억해야 하는 이유이다./이선아(한국고전문화연구원 상임연구원)

  • 주말
  • 전북일보
  • 2008.08.22 23:02

[책의 향기] '파인만씨 농담도 잘하시네'

밤하늘을 바라보며 "커서 무엇이 될까" 고민하던 필자는 어찌어찌 공대에 진학하고 박사학위까지 취득했지만 과학자로서의 비전을 갖지 못한 채, 가지 못 한 길에 대한 미련 속에 방황하고 있었다. 그 무렵 우연히 접한 책들이 '프리만 다이슨'의『Disturbing the Universe(1979)』와『Weapons and Hope(1984)』, '리차드 파인만'의 『Surely You're Joking, Mr. Feynman!(1985)』,『What Do You Care What Other People Think?(1988)』등이다. 그들은 천재 과학자로서 과학기술 발전에 큰 획을 그었음은 두말할 나위 없지만, 그들의 삶 또한 대단히 멎진 것이어서, 모든 게 노력하기 나름이라는 확신이 들어 그들의 삶을 내 삶의 푯대로 삼는 계기가 되었다.여기에서는 지난 2000년,『파인만 씨, 농담도 잘 하시네!』라는 제목으로 번역된 두 권짜리 책을 소개하고자 한다.아인슈타인과 더불어 20세기의 가장 잘 알려진 천재 물리학자 파인만은 1918년 뉴욕 변두리 해변의 '파라커웨이'에서 태어나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을 졸업하고 프린스턴 대학에서 물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제2차 세계대전 중에는 원자폭탄 제조를 위한 '맨해튼 프로젝트'에 참여했고, 그 후 코넬 대학과 캘리포니아 공과대학(Caltech)에서 교수로 일했는데, 1965년에는 양자전기역학 이론으로 슈윙거, 도모나가와 함께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다. 유복한 가정에서 자상한 부모의 사랑 속에 자란 탓인지 그는 기상천외한 행동이나 톡톡 튀는 천재성에도 불구하고 주위사람들과 격의 없이 어울렸다. 그런 성정 덕분에 파인만은 일생 동안 좋은 친구와 훌륭한 스승을 만나는 행운을 누렸다. 고교시절 일찍이 그의 천재성을 간파하고 미적분학을 독학하게 하는 등 특별배려를 아끼지 않았던 물리교사 '베이더', MIT의 '슬레이터' 교수, 프린스턴의 박사과정 지도교수인 '휠러'도 '아인슈타인', '파울리', '폰 노이만' 등 석학과의 만남을 주선하는 등 각별한 사랑을 베풀었다. 코넬에서는 '한스 베테'의 비호 속에 '프리만 다이슨'이라는 또 다른 천재를 만나 우정을 나눴다.대부분의 천재 물리학자들이 30세 이전에 훌륭한 업적을 이룩하고 나서 더 이상 새로운 성과를 내지 못했던 데 비해 파인만은 달랐다. 대학원 시절인 20대에 양자전기역학을 정립했지만, 그의 열정과 천재성은 나이 들어서도 결코 시들지 않았다. 그의 천재성이 마지막으로 발휘되었던 것은 죽기 2년 전 1986년, 우주왕복선 챌린저호의 폭발 원인을 규명하는 대통령 특별위원회에서였다. 병든 몸을 이끌고 위원회에 참여하여 번뜩이는 직관력으로 고체로켓 부스터의 밀폐재인 O링이 사고 원인이었음을 밝혀내었던 것이다.책은 토플리스 바 출입, 로스 알라모스에서 핵폭탄 제조기술을 넣어둔 금고 털이, 누드화가, 드럼연주 등 그의 비행이나 기행에 대한 회상의 연속인데, 빼어난 과학자이면서도 인간적인 고뇌와 실수를 인정하고, 스스로 무지를 한탄하며, 학자들의 현학성을 경멸하는 등 그의 훌륭한 인간됨을 곳곳에서 엿볼 수 있다. 그러나 두 권의 책을 관통하고 있는 '파인만 정신'은, 개미의 행태를 규명하기 위해 몇날며칠에 걸쳐 다양한 실험을 관찰하는 일화에서처럼 바로 주변의 사물이나 현상에 대한 지적호기심과 실험정신, 학문에 대한 끝없는 열정이라 생각된다.그 것이야말로 우리 문명의 가장 중요한 성장동력이 아닐까./신형식(전북대 화학공학부 교수)

  • 주말
  • 전북일보
  • 2008.08.22 23:02

[책의 향기] '돈은 왜 필요한가요' 등

▶ 돈은 왜 필요한가요소피 드 망통 외 저/ 주니어중앙/ 6,500원돈은 누가 처음 만들었을까? 돈이 생기기 전에는 어떻게 물건을 사고팔았을까?이 책은 돈의 가치를 가볍게 생각할 수 있는 아이들에게 돈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주며 올바른 소비를 가르쳐 준다. 돈의 역사나 돈에 얽힌 이야기를 비롯해 '절약'의 의미나 '비싸다'의 기준을 설명이 아닌 책을 읽으면서 스스로 느끼게 해주는 것.어른들에게도 어렵고 지루하게 느껴지는 경제 원리를 쉽고 재미있게 깨달을 수 있도록 구성해 어린이들이 현명한 소비자로 자랄 수 있도록 도와준다. 아이들은 책을 통해 경제 원리와 돈의 가치를 친숙하게 받아들이고 올바른 경제관념을 갖추게 될 것. 아이들의 경제 개념과 돈에 대한 인식을 바로 도와 줄 책이다.▶ 외갓집에 가고 싶어요정길연 저/ 가교/ 9,800원한국 사람인 아빠와 베트남 사람인 엄마 사이에서 태어난 푸름이의 시선으로 다문화가정을 그린 동화.푸름이는 엄마만 고생하는 현실이 밉고 엄마가 외가에 가지 못하는 것이 싫다. 남들보다 얼굴이 까맣고 다른 생김새 때문에 다들 쳐다보는 것도 싫다. 무엇보다 할머니가 다른 손주 들과 자신을 차별하는 것이 싫어 힘들기만 하다.엄마가 가고 싶어 하는 엄마의 고향. 엄마가 혼자 눈물 흘리며 그리워하는 베트남의 가족들을 푸름이도 만나고 싶어 한다. 사랑하는 엄마 아빠와 함께 외가에 가고 싶은 푸름이의 활약상 감동으로 그려냈다. 다문화 가정의 문제를 황량한 시각을 벗어내고 다정다감한 동화로 꾸며 이들도 결코 다른 것이 없다는 것을 강조한 따뜻한 이야기다.▶ 교양 있는 고양이 많이 있어와 루돌프사이토 히로시 전/ 한림출판사/ 9,000원이름이 '많이 있어'라고?주인에게 사랑 받으며 살던 집고양이 루돌프가 낯선 곳에서 새로운 고양이 '많이 있어'를 만났다. 개와도 싸워 이길 정도로 힘이 센 '많이 있어'를 보며 루돌프는 약자를 괴롭히는 줄만 알았던 힘 있는 자들에 대한 선입견을 버리게 된다. 인간의 글을 읽고 쓰는 지식의 교양이 아닌 자신보다 약한 자를 배려하는 넓은 마음을 이해하는 진정한 교양 있는 고양이 '많이 있어'. 루돌프는 새로운 친구들 통해 교양이 무엇인지를 깨닫는다. 사람의 이야기를 고양이 사회에 비유해 풍자적이고 재미있다.책의 끝에 다다르면 읽는 어린이들도 교양이란 뭘까 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며 가지지 못한 자와 함께 나누고 약한자를 먼저 생각하는 마음을 배우게 될 것이다.▶ 이 버스를 타지 마시오고재은 저/ 포도원/ 1만 500원아빠 말만 고분고분 듣던 착한 아이 준수. 하지만 정말 그런 걸까?어느 날 동생을 잃어버리게 된 준수를 홀로 '이 버스를 절대 타지 마시오' 라고 써 있는 버스에 올라타고 만다. 그리고 여러사람을 만나면서 세상을 대하는 새로운 눈을 갖게 된다.현실에서 준수를 얽매던 것들은 허용되고, 허용되던 것들은 금지된 그 곳. 이 것은 달콤한 해방이 아닌 자신에게 허용되지 않는 것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극복하는지를 알려준다. 아이들 또한 책을 덮고 나면 목적지가 어디든 가기 위해서는 길잡이 뿐 아니라 자신의 의지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 주말
  • 이지연
  • 2008.08.22 23:02

[책의 향기] 다른 사람의 입장서 생각하는 마음 배워

예나에게.아주 오랜만에, 아니 근 일 년 만에 책 속의 주인공에게 펜을 들어본다.사실은 작은 아이의 숙제가 책 속 주인공에게 편지쓰기인데 어떻게 써야하는지 전혀 감을 못 잡고 있어서 너를 만나려 하는 거란다. 마음에서 우러나서 너를 만나러 온 게 아니라고 섭섭한 건 아니겠지?예나야! 네가 당연히 될 거라고 믿었던 회장선거에 나갔다가 떨어지고, 없애길 주장했던 바른생활부장이 되었을 때 마음을 생각해 봤어. 너의 콧대가 얼마나 높았는지 새삼 느꼈다고나 할까?아줌마에겐 초등학교 4학년인 작은 아이가 있어. 그 아들이 반장선거에 여러 번 나갔는데 그 때마다 떨어졌거든. 자꾸자꾸 떨어지니까 자신감을 잃었나봐. 앞으로 또 반장선거에 나갈 거냐고 물었더니 이젠 안 나가겠다고 하는구나.오늘은 작은 아들에게 너를 알리려고 해. 다른 사람을 생각하는,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먼저 생각하려는 고운 마음을 갖게 된 너를 알게 된다면 아줌마의 작은 아들도 변화되지 않을까 싶어.예나야! 처음에 마음 문이 닫힌 너로 인해 아줌마도 마음이 아팠어. 그리고 닫힌 마음으로 원망을 엄마에게 쏟고, 엄마와 멀어지는 모습을 보고 안타까웠지. 하지만 엄마의 쓰러짐으로 마음도 서서히 열리게 되고 엄마와 가까워진 네 모습을 보고 안심했어.예나의 마음이 다른 사람에게도 차츰차츰 열려지고, 배려를 시험지답안 찾듯 쉽게 찾는 것이 아닌 경험과 노력으로 서서히 자기 것으로 만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아줌마도 많이 반성했어. 말로는 쉽게 사랑을 말하고 배려를 말하고 겸손을 말하고 온유를 말하지만 자신도 모르게 아집에 빠져 아들들에게 윽박지르는 내 모습을 발견하기 때문이야. 아줌마도 어쩔 수 없는 엄마인 모양이야.아줌마는 아무래도 예나 엄마처럼 되기는 어려울 것 같아. 예나 엄마는 어떤 면에서 모든 아이들을 배려하는 멋진 엄마니까. 왜 그렇게 생각하느냐구? 너의 엄마가 너에게 엄마랑 하고 싶은 일을 말해보라고 했을 때 할 일이 너무 많아 네가 쉽게 대답하지 못했었잖아. 그때 엄마가 "네가 아무리 해달라고 해도 못하는 일이 딱 하나 있다"고 했던 것 기억나니? 너의 엄마는 "학교에 가서 선생님께 잘 보아달라고 하는 건 못한다"고 하셨잖아. "엄마에게는 네가 가장 소중한 딸이지만, 많은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에서 유독 너에게만 잘해 달라는 말은 못해. 다른 아이들도 똑같이 존중받고, 또 잘못하는 일이 있으면 너도 똑같이 혼이 나야지. 그리고 네가 잘하고 있다면 분명히 선생님께서도 너에게 잘해 주실 것 아니니?"라고 하셨던 말씀 말이야.아줌마도 반성되는 부분이었어.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학교에 찾아가서 "우리 아이 잘 봐 주세요"라고 말하지는 않았지만, 아줌마에게 그런 마음이 있었으니까. 너를 통해 아줌마가 배려를 제대로 배울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들어.예나야! 이야기가 길어졌지? 오늘은 이만 줄이고 기회가 되면 다음에 또 만나기로 하자. 가족들, 친구들, 이웃 사람들과 더욱 행복한, 배려가 넘치는 생활을 기대할게.그럼, 이만 안녕. /김종숙(청소년책읽기모임'담쟁이' 회원)

  • 주말
  • 전북일보
  • 2008.08.22 23:02

[책의 향기] '1318'을 위한 철학 서적

철학(哲學)의 부재가 가져오는 사회적 폐해는 크다.그러나 철학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오랜 시간, 깊이있는 사고를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것. 청소년들에게도 일찌감치 철학에 대한 생각들을 심어줘야 한다.철학에도 통조림 시리즈가 있다. 청소년들을 위한 철학 입문서인만큼, 통조림처럼 딱딱한 철학사상이 아니다. 재밌는 이야기로 양념을 넣어 맛있게 만들어냈다. 「도덕을 위한 철학통조림」(주니어김영사) 매콤한 맛과 달콤한 맛, 「지식을 위한 철학통조림」(주니어김영사) 담백한 맛과 고소한 맛. 총 4권이다.어렵고 추상적으로만 느껴지는 철학사상 내용을 먹기 편하게 가공한 것. 취미가 '심각한 척 폼잡기'이고 특기가 '골치 아픈 질문 다 받아주기'인 아빠가 '골치 아픈 질문 던지기'가 취미이고 '모르면서 아는 척하기'가 특기인 딸의 질문에 대답하는 문답 형식이다. 고전을 예로 들며, 도덕의무론과 이기주의, 이타주의, 공리주의, 실용주의, 급진적 구성주의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동아일보 '도날드 닭'으로 유명한 이우일씨가 그림을 그렸다.「꼭 같은 것보다 다 다른 것이 더 좋아」(보리)는 '이 땅의 모든 청소년에게 주는 철학 이야기'라는 부제가 붙었다.저자의 이력부터가 '철학적'인 책. 충북대 철학교수로 있으면서 어린이를 위한 그림책을 기획하기도 했던 윤구병씨가 썼다. 그는 1996년부터 농사꾼으로 살며 변산공동체를 열어 아이들과 함께 지내고 있다.'이 질병에는 이런 유전 형질을 가진 사람이 더 저항력이 강하고 저 질병에는 저런 유전 형질을 가진 사람이 더 저항력이 강하다는 거야. 그러니까 질병과 관련된 것만 보더라도 이 세상에는 클레오파트라 같은 미녀만이 아니라 네 아비같이 못생긴 사람도 있어야 조화롭고 넉넉하게 살 수 있다는 거지' '자본주의 사회는 시베리아에서 얼음을 파고, 뜨거운 하와이에서 난방기구를 파는 한이 있더라도 새로운 것을 자꾸 만들고 팔아야 유지되는 사회야. 새로운 것을 팔려면 옛 것은 없애 버려야지. 그런데 옛 것을 강제로 없앨 수는 없거든 스스로 없애 버리도록 해야지' 등 '같음'과 '다름'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하고 싶은 말을 유연하게 그러나 곧게 말하고 있다는 평가다.「쉽고도 어려운 대화」(웅진주니어)는 대화의 본질에 대해 생각해 본다.대화는 매일 일어나는 일상적인 일이고 사람들 대부분은 어렵지 않게 대화를 나누지만, 오래전부터 철학자들은 어떻게 대화가 가능한지 의문을 가졌다.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것은 효과적인 토론 방법이 아니다. 대화란 다른 특별한 목적을 위해서가 아니라 단순히 말을 하기 위해 말하는 것, 수다의 기쁨을 즐기는 것이다.대화의 조건은 '의견을 달리하되 상대에게 호기심을 가지는 것'. 그렇게 해서 상호 이해의 폭을 넓히는 것이 대화다.프랑스 파리 프로테스탄트 신학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도덕철학에 대한 책을 여러권 발표한 올리비에 아벨이 썼다.

  • 주말
  • 도휘정
  • 2008.08.22 23:02

[책의 향기] '너 내가 그럴 줄 알았어' 등

▶ 꼬질꼬질 구리구리 지구가 몸살났어요최열 저/ 청년사/ 9,800원'바다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준단다. 맛있는 해산물은 물론이고, 소금, 석유, 금속 같은 귀한 자원을 선물하지, 그런데 우리는 고마운 바다를 깨끗하게 지키기는커녕 거대한 쓰레기장으로 만들었어. 쓰레기로 출렁이는 바다에서 가장 고통받는 건 누굴까? 우리가 무심코 버린 쓰레기로 많은 바다 생물이 죽어 가고 있어.' (본문 41쪽 中)'푸른 지구 만들기' 5권의 시리즈 중 하나. 점점 나빠지는 환경은 병을 만들고 사람을 아프게 한다. 저자 최열은 지구도 살아있는 생명체로서 원래의 모습으로 돌려놓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하며 30년 넘게 환경운동을 하면서 쌓은 그의 경험을 바탕으로 지구의 구석구석을 진단하고 해결법을 알려준다. 쓰레기 이야기를 시작으로 우리가 무심코 버리는 쓰레기들, 그리고 쓰레기를 줄이는 방법 까지 지구를 지키는 방법을 들어보자.▶ 조에는 아무도 못말려샹탈 라보르드 저/ 교학사/ 7,500원엉뚱하고 깜찍한 아홉 살 소녀 조에. 호기심이 많고 상상력이 풍부해 말썽꾸러기로 불리는 개구쟁이다. 혼자 집을 지키는 날이면 어김없이 소방대 아저씨가 구하러 와야 하고 조용한 엄마를 까무러치게 만드는 모든 사건의 장본인.어느 날 조에는 우연히 따라간 엄마 회사에서 예기치 못한 사건에 휘말리고 만다. 엄마의 상사가 악당에게 납치된 것. 악당은 상사의 몸값을 가져올 사람으로 엄마를 지목하고 조에는 엄마와 함께 위험한 모험을 시작한다.조에의 좌충우돌 모험 이야기는 웃음과 함께 풍부한 상상력을 길러주고 진정한 용기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가족과 친구 이웃, 사회 등 여러 관계 속에서 성장하는 어린이들의 현실적 고민을 함께 하는 이야기.▶ 호미를 먹은 쥐안도현 저/ 파랑새/ 9,000원물질만능과 경쟁을 통한 성취만이 최고의 가치라고 여겨지는 이 시대를 사는 우리 아이들에게 정말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인도의 전설과 밎담에 부처의 가르침이 덧입혀진 이야기를 안도현 시인이 새롭게 엮은 동화집이다. 친구와 나눔, 겸손 세 가지 화두를 중심으로 열개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세상의 작은 것들에 시선을 주고 향기에 대해 이야기 하는 안도현 시인은 이 책을 통해 세상을 품을 어린이들에게 삶을 가치 있게 살아가기 위한 지혜와 옮음을 지켜나가는 힘을 전하려 한다.▶ 너 내가 그럴 줄 알았어김용택 저/ 창비/ 8,500원'대성이가 엄마 빨래하는 데 따라와/ 징검다리를 폴짝폴짝 뛰어다닙니다 /.../ 대성이가 하늘을 쳐다보며/ 징검돌을 뒤어 건너다가/ 풍덩 물로 빠집니다./ 너 내가 그럴 줄 알았어' ('너 내가 그럴 줄 알았어' 中)40여 년간의 교단생활을 마무리하며 함께 지내던 아이들에게 남기는 '선물' 같은 동시집이다. 시인이 고향 마을과 산골 학교에서 보고 듣고 느낀 것을 담은 51편의 시가 엮여있다.도심 속 빌딩에 갇혀있는 아이들에게 마루가 있는 시골집을 보여주고 잘 닦인 아스팔트가 아닌 꽃과 풀이 무성한 길과 개울물 속 작은 물고기의 모습을 보여준다. 시인이 머리말에서 밝혔듯 우리 모두가 그 아이들처럼 세상을 찬찬히 들여다볼 수 있게 되고 세상에 수없이 많은 생명들이 함게 숨 쉬고 있다는 걸 잊지 않게 해주는 책이다.

  • 주말
  • 이지연
  • 2008.08.15 23:02

[책의 향기] '우리들의 하느님'

한 달 보름동안 교육을 마치고 돌아와 휴식을 취하고자 일요일에 칠보 저수지 쪽으로 드라이브 하다가 '김동수 생가'라는 푯말을 보고 호기심에 찾아간 곳이 있었습니다.그 곳은 1784년에 건축되어 현재 중요문화재로 지정된 만석꾼 양반의 생가였는데, 보물찾기 하듯 주변을 샅샅이 살펴보는 동안 매미의 합창이 무더위를 말끔히 잊게 해주었지요.주말을 알차게 보낸 후 색다른 행복을 누리고 집에 돌아오자마자 '어린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책이 뭘까?'라는 고민을 하는데 문득 권정생 산문집 「우리들의 하느님」이 떠올랐습니다.밑바닥 인생을 체험하며 굴곡 많은 삶을 살아온 권정생 선생님은 버림받고 따돌림 당한 작고 보잘것 없는 모든 것들에게 진솔한 글로 새로운 생명을 불어 넣어 주시다 2007년 5월 18일 고인이 되셨지만, 동화 「강아지 똥」과 「몽실언니」를 읽고 나서 받은 감동과 충격은 지금도 생생하기에 산문집 역시 다른 책들보다 더 설렘으로 다가왔거든요.'들판에 자라는 보리는 봄보리와 가을보리가 있는데 가을보리를 봄에 심으면 절대 열매를 맺지 못한다. 가을에 심어 혹독한 눈보라를 견디며 자라야 이듬해 튼튼한 보리로 자라나서 알찬 열매를 맺는 것이 가을보리의 타고난 운명이다. 가을보리에겐 고통을 제외한 온실 같은 평화는 오히려 절망이며 죽음인 것이다'는 글처럼 평소 살면서 보고 느낀 권정생 선생님의 체험에서 나온 동화는 코끝을 찡하게 만드는 애잔한 글 묶음으로 나무 한그루도 돌멩이 하나도 경우에 따라서 다르게 보이고 또 다르게 보는 것이 정상이라는 말씀을 되새기는 여러분이 되기 바라면서….마지막으로 '인세는 어린이로 인해 생긴 것이니 그들에게 돌려줘야 한다. 굶주린 북녘 어린이들을 위해 쓰고 여력이 되면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굶주린 아이들을 위해서도 써달라'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신 권정생 선생님의 고운 마음을 전하면서 우리 모두 가을보리처럼 세상을 살아가는데 어렵고 힘든 일이 생기더라도 끈기와 인내로 이겨내는 강인함을 길러 지금 이 순간부터라도 남에게 손가락질 받지 않는 삶을 살고자 끊임없는 노력을 거듭하여 멋진 삶을 누리다가 먼 훗날 생을 마감할 때 고인처럼 모든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는 우리가 되기로 약속해 봅시다. /양봉선(전북아동문학회 회장)

  • 주말
  • 전북일보
  • 2008.08.15 23:02

[책의 향기] '1318'을 위한 올림픽 책이야기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 세계 역사가 다시 쓰여지고 있다. '마린 보이' 박태환이 44년만에 수영 금메달을 획득했고, 16년 만에 사재혁이 무릎 부상을 이겨내고 역도 금메달을 땄다.예측 불가능한 올림픽 신화. 그 이야기를 담은 책들을 엿본다. 「올림픽 2780년의 역사」 (효형)와 「올림픽 숨은 이야기」 (살림),「고대 그리스에서 올림픽 경기를」 (디딤돌),「올록볼록 올림픽」 (주니어 김영사).「올림픽 2780년의 역사」 (효형)엔 우리가 미처 몰랐던 올림픽에 관한 '재미난' 상식들이 가득하다.올림픽 최초 경기는 200야드 달리기였다. 우승자의 직업은 특이하게도 요리사. 이후 멀리뛰기, 창던지기, 단거리경주, 원반던지기, 레슬링 등이 추가됐다. 눈길을 끄는 것은 이 모든 경기가 '알몸'으로 진행됐다는 점. 여자는 관람이 금지됐다.성화 봉송이 히틀러의 아이디어였다는 점도 재밌다. 나치의 우수성을 만방에 알리고 베를린올림픽에서 멋지게 보이기 위해서였다나. 우리나라 성화 봉송은 1936년 베를린올림픽에서 손기정 선수가 최초. 효자종목인 양궁은 1908년 런던올림픽때부터 시작됐고, 세계 최초 동계 올림픽은 1924년 프랑스 샤모니에서 개최됐다.승자가 누리는 영광은 그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 우승자에게는 월계관과 아테네 최고 소득자 연간 소득에 맞먹는 500드라크마가 수여됐다. 출신 도시에는 조각상이 세워졌고, 별도 포상금과 함께 원형극장에 무료 회원권이 주어졌다.「올림픽 숨은 이야기」 (살림)는 잊혀진 올림픽의 '두 영웅 이야기'와 쉽게 떠올리지 못한 '올림픽의 겉과 속' 등을 들여다 볼 수 있게 한다. 손기정과 남승룡의 위대한 승리 뒤에는 유장춘과 권태하가 있었다.유장춘은 일본에게 배당된 올림픽 출전권을 따오기 위해 일본 이케니카 야스오를 초반부터 앞질러 탈진시키고, 본인도 다 완주못해 탈락됐다. LA 올림픽 마라톤 9위였던 권태하는 당시 만주에서 철도 기관사로 근무했었다. 그는 손기정과 남승룡 출전을 돕기 위해 노동으로 여비를 벌어 베를린까지 날아갔다. 선수경험을 바탕으로 그들의 매니저 역할을 하기 위해서다. 올림픽의 숨은 영웅이었다.이외에도 스포츠 엘리트 정책과 선수의 인권, 그리고 종목에 따른 경기 관행 및 규칙의 변화 등 평소 접하기 힘든 올림픽 뒷얘기를 알아가는 즐거움도 있다.많은 신화를 만들어낸 이야기꾼들, 까칠한 토론을 즐기는 철학자들의 나라 고대 그리스. 책 「고대 그리스에서 올림픽 경기를」 (디딤돌)은 이런 그리스로의 시간여행을 안내한다. 올림피아에서는 흥미진진한 고대 올림픽 경기를 관람할 수도 있다. 델피로 가서 어떤 질문에도 답해주는 여사제를 만나고, 아크로폴리스에선 황금과 상아로 만든 아테네 여신상도 빼 놓을 수 없다. 고대 그리스 올림픽에 관한 모든 것을 한 권에 담았다.「올록볼록 올림픽」 (주니어 김영사)은 「앗, 이렇게 짜릿한 스포츠가!」시리즈. 부담없게끔 쉽게 쓰여졌지만, 까다롭고 복잡한 스포츠 관련 지식을 한눈에 '쏙' 들어오게끔 정리했다.한여름밤 잠 못드는 무더위를 날리는 올림픽의 고색창연한 역사와 기초 안내, 올림픽의 구석구석 숨어 있는 다양한 이야기들을 풀어냈다.

  • 주말
  • 이화정
  • 2008.08.15 23:02

[책의 향기] 각 고을 관직명 기록한 '관안(官案)'

행정기관에라도 가 본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조직도라는 것을 구경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최고 책임자를 비롯해서 주요 간부진들에 대한 부서명과 명단이 기록되어 있다. 기관이 크면 클수록 조직도 역시 커지게 된다. 그리고 직원들의 명단은 전화번호부라는 책자로 인쇄되어 공무원들에게 배포된다. 전화번호부에는 부서별 직원들의 이름과 사무실 및 핸드폰의 전화번호가 적혀있고, 이는 때로 개인정보를 모으는 사람들에게 더할 나위 없는 훌륭한 정보를 제공해주게 된다.행정기관에서 조직도를 만들고 전화번호를 만드는 것은 직원들 개개인의 부서별 배치현황을 알기 위한 것이라기 보다는 다분히 편의적인 발상에서 기인된 것으로, 말하자면 쉽게 연락할 수 있는 번호를 알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때문에 조직도는 대체로 공무원의 책상 유리 밑에 장식품처럼 깔려져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조직도는 꽤 유용한 기본 정보 매체이다. 한 기관의 부서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각 부서별 계층 구조는 어떻게 이루어져 있는지를 일목요연하게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어느 부서의 명령 계통라인에 있는 사람들이 누구인지를 알 수 있기에 업무를 추진할 때 부여되는 편리성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아울러 누가 어디에 배치되어 있는지를 외우고 다닐 수 없기에 조직도는 행정기관에서 인사발령이 날 때마다 매번 새롭게 제작된다.조선시대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전라도의 경우 53개 읍에 수령들이 임명되었기 때문에 도단위에서 각 고을 관할해야 했던 감영에서 위와 같은 조직도는 필요한 문서이었다. 굳이 문서의 양식이 규정되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관안(官案)'이라는 명칭을 불리운 문서가 바로 그것이다. 관안에는 감영에 근무하는 각 관원들의 명단과 각 고을의 명칭 관직명 성명 등이 기록되어 있으며 부채살처럼 접혀져 있는 소책자로 제작되기도 하고 일반적인 크기로 만들어지기도 한다.이번에 소개할 관안은 '도내관안(道內官案)'으로 18세기 전라도의 관원명부에 해당하는 것이다. 각 고을의 수령 이름은 적혀 있지 않지만 관직명의 상단에는 거리를 표기하고 아래에는 좌도 인지 우도인지를 적고 그 밑에 지역명의 별칭을 병기하고 있다. 손바닥 안에 들어갈 정도의 책이라 하여 '수진본'으로 분류되는 이 책은 휴대용 관원 명부인 셈이다. 관찰사의 주된 임무는 수령들이 자기가 맡은 고을을 잘 다스리는지를 파악하는 데에 있었다. 그 치적을 조사해서 중앙에 보고해야 했던 관찰사에게 이러한 관원명부는 필수적인 휴대물품이었을지 모른다. 아울러 지방으로부터 보고되는 공문에 지역명과 관직명만 있을 뿐 보내는 수령의 이름이 기록되어 있지 않았던 조선시대의 공문서의 특성상 도대체 문서를 올린 수령이 누구인지를 알려면 이와 같은 관원명부가 작성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홍성덕(전북대박물관학예연구사)

  • 주말
  • 전북일보
  • 2008.08.15 23:02

[책의 향기] '위키노믹스' 인터넷 활용 협업하는 기업이 성공

"우리는 멋진 소제목을 찾기 위하여 웹상에 공개 토론방을 마련한 적이 있다. 매일 수십 가지 기발한 아이디어가 올라왔다." 이 책의 서두에 이러한 구절이 쓰여 있다. 책을 출판하기 위해 과연 독자들에게 의견을 묻는 절차가 필요할까? 대부분 사람들이 효율성의 측면에서 그리 긍정적으로 답변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을 읽게 된다면 생산자와 소비자에 대한 고정관념이 바뀔 것이다. 최근 소비자와 생산자 사이의 관계를 규정하는 많은 구호들이 난무하고 있다. '소비자는 왕', '고객만족시대', '수요자 중심 대학' 등등 이런 구호들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바는 시대의 변화에 따라 패러다임을 바꾸라는 것이다. 현대사회는 공급자가 아니라 수요자가 중심이 되기 때문에 기업, 관공서, 학교 할 것 없이 새로운 패러다임을 수용해야 한다.그러나 이 책은 이보다 한 발 더 나아가 생산자와 소비자라는 단어의 합성어인 프로슈머(prosumer)의 시대에 맞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강조하고 있다. 프로슈머는 단순히 수동적인 소비자로만 머물지 않고 제품 개발 및 유통과정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생산의 주체로서의 역할을 수행한다. 이런 프로슈머의 출현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네트워킹이 이루어지는 정보화 사회에서나 가능하다. 저자들은 정보화 사회를 성공적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는 점을 역설하고 있다.그러면 새로운 패러다임은 무엇인가? 여러 가지가 제시되고 있지만 이 중에서 개방성과 공유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현대사회에서의 변화는 그 속도가 너무 빠르고 고객의 요구도 점점 진화하기 때문에 기업이 이제는 내부 능력에만 의존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오히려 극비리에 추진하고 있는 사업들을 외부에 공개하여 소비자를 생산에 참여시켜야 하는 것이다. 이런 개방과 공유를 통해 성공한 '골드코프'나 '레고'와 같은 기업들은 좋은 사례가 된다. 해킹을 신경 쓰는 상황에서 기밀을 온라인으로 소비자에게 공개한다는 것은 엄청난 모험일 수 있다. 그러나 이제는 정보가 소수나 특정계층에게만 귀속되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공유하는 자산이다. 이런 정보화 사회의 특성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대처하게 된다면 개인이나 소규모 회사라 할지라도 얼마든지 경쟁력을 갖추고 시장에서의 성공을 기대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온라인 백과사전인 위키피디아가 브리태니커를, 구글 맵이 맵 퀘스트를, 블로거가 CNN을 추월하게 된 사건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이런 특성은 미디어에서도 나타나는데 소수의 편집자에 의해 지면이 배치되지 않고 독자의 흥미를 반영한 신문도 출현하였다. 온라인 신문사인 딕(digg)은 독자들의 클릭 정도에 따라 지면의 배치가 달라진다. 그러므로 독자는 더 이상 수동적인 소비자가 아니라 능동적인 제작자인 편집자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게 된다. 이처럼 새로운 시대에 맞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통해 개인이나 소규모 기업들은 예전에는 불가능했던 방식인 대규모 경제 시스템과 생산에 참여하여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이 책의 저자들은 캐나다에서 '뉴 패러다임'이라는 전략컨설팅 회사의 주요멤버로 활동하고 있다./홍성하(우석대 교수)

  • 주말
  • 전북일보
  • 2008.08.15 23:02

[책의 향기] 선생안(先生案)

'기록'은 인간이 어떠한 일을 행하면서 생산한다. 그것이 자신과 관련된 일기와 같은 것이라 할지라도 기록은 분명한 목적을 띄고 작성된다는 말이다. 기록이 담고 있는 정보의 진위는기록이 만들어진 목적이 무엇인가와 상관없는 경우가 많다. 기록이 남아있다고 해서 기록이 말하고 있는 내용이 모두 사실이라 할 수 없기 때문이다.우스게 소리이지만 한 때 점집에서 점을 볼 경우 자신의 비망록에는 거꾸로 써 놓았다고 한다. 아들인지 딸인지 궁금해 하는 사람에게 아들을 낳을 것이라 말해주고, 정작 자신의 노트에는 딸이라 써 놓았다는 것인데, 이것은 맞을 경우 찾아오지 않고 틀릴 경우 생길 수 있는 트러블을 방어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한다. 이처럼 기록이 남아 있다 해서 반드시 그것이 사실은 아닐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할 것이다.조선시대 조금 살았다는 집들, 자칭 양반이라고 자부심을 가진 사람들이 애지중지하는 것 중에 하나가 교지이다. 관리 임명장에 해당하는 교지는 재산관련 문서들과 함께 반드시 보존해야 하는 중요한 것처럼 인식되어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임금의 도장이 찍혀있고, 종이도 장지로 만들어져 두껍고 컸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교지를 보고 모두가 벼슬을 했을 것으로 판단해 버린다. 즉 '교지가 남아 있으니 벼슬을 한 것이다'라는 참으로 단순한 명제에는 많은 오류가 남아 있을 수 있다. 일례로 우리 고장의 금제 최병심 선생님은 명릉참봉을 제수 받았고, 지금도 교지가 현존하고 있다. 교지로만 본다면 금제선생님은 명릉참봉을 지내신 것이다. 그러나 금제 선생님은 부임하지 않았다. 즉 교지를 받긴 했지만 벼슬을 하지는 않았던 것이다.이런 차이를 확인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선생안(先生案)이다. 선생안은 각 관청에서 전임관리들의 성명, 직명, 본적, 이임과 도임일, 교체 이유 등을 책으로 묶어서 기록해 놓은 것이다. 요즘으로 말하자면 인사발령부 정도로 생각할 수 있다. 이 책에 쓰여져 있어야 실제 벼슬 생활을 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조선시대 거의 모든 관청들이 선생안을 작성하였기 때문에 실제 벼슬을 하였다면 기록되었기 때문이다. 11일부터 열리는 '기록으로 본 전라북도 희망일기' 특별전에 전라도 관찰사의 선생안이 소개될 예정이다. 이 선생안은 '호남도 선생안'이라 표제가 붙어 있고, 1875년 을해년에 다시 기록한 것이다. 1986년 8월 심재홍지사가 이임할 때까지의 관찰사 및 도장관, 지사들이 기록되어 있다. 책의 장정이 매우 훌륭하고 동으로 된 장석이 붙어 있는 등 한지와 출판 인쇄의 고장이라는 명성에 걸맞는 선생안임에는 분명하다. 그런 전통을 되살려 복원해 놓는 것도 우리 지역이 가지는 전통문화를 계승하는 한 방법일 수 있겠다. /홍성덕(전북대박물관학예연구사)

  • 주말
  • 전북일보
  • 2008.08.08 23:02

[책의 향기] 책 한 권 분량 의미담은 '한 줄짜리 시'

6월 둘째 주 토요휴무일 전날 갑자기 산에 가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반 아이들에게 모두 문자를 보냈다. 휴대폰이 없는 학생에게는 부모님께 보냈다. 내일 산에 가고 싶은 학생들은 아침 6시까지 어디로 나오라는 문자를. 그랬더니 너무나 갑작스런 일이었는지 세 명 정도만 나온다는 연락이 왔다.그런데 초등 5학년짜리 딸이 저도 같이 간다고 나섰다. 그리하여 첫 주말 산행을 가게 되었는데 이럴 수가, 우리 부녀 외에는 아무도 나오지 않은 것이다.너무 갑작스런 일이라서 마음의 준비가 안 된 탓이었겠지만 조금은 실망하는 마음을 안고 딸과 함께 새벽산에 오르는 길은 정말 크나큰 기쁨을 주었다. 남원에는 양림단지라고 하는 곳에 덕음봉이 있다. 높은 산은 아니지만 산에 오르는 길이 처음에는 자못 그럴 듯하여 땀도 어느 정도 솟아나게 하는 귀여운 산이다. 그래서 남원시민들에게 인기가 많은 산이다.그 날 나는 서가에서 『한 줄도 너무 길다』라는 책을 배낭에 챙겨 갔다. 산에 오르면서 쉴 때 이 책을 꺼내어 읽으니 딸이 관심을 보였다.'하이쿠'에는 자연에서 보는 매미, 뻐꾸기, 나비, 나방, 새 들이 많이 등장한다. 그래서 산에서 이 책을 읽게 되면 더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듯 하다. 결코 쉬운 시가 아니지만, 초등학생이 읽기에도 부담이 없는 아주 짧은 형태, 그리고 뭔가 깊고도 순간적인 사유를 담고 있는 '하이쿠'의 세계에 들어서기에는 모자람이 없는 책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내 딸이 재미있게 읽은 '하이쿠' 몇 편을 소개한다.꽃잎 하나가 떨어지네 / 어, 다시 올라가네 / 나비였네! (모리다케)얼마나 운이 좋은가 / 올해에도 / 모기에게 물리다니! (이싸)달에 손잡이를 매달면 / 얼마나 멋진 / 부채가 될까? (소칸)높은 스님께서 / 가을 들판에서 / 똥을 누고 계신다 (부손)뻐꾸기가 밖에서 부르지만 / 똥 누느라 / 나갈 수가 없다. (소세키)불을 피우게 / 그러면 내가 멋진 걸 보여 줄 테니, / 눈뭉치!(바쇼)'하이쿠'는 원래는 한 줄짜리인데 류시화 시인이 번역 편집하면서 석 줄로 배치하였다. 위의 작품들이 각각 독립적인 '하이쿠'다. 얼마나 순간의 번뜩이는 재치인가? 산에 올라 이런 시들을 읽으면서 사물을 새롭게 바라보게 된다면 얼마나 마음이 따사로워질 것인가?위의 '하이쿠' 중에 특히 소세키의 작품은 이런 설명이 첨가되어 있다. '정치인의 초대를 받고 답장으로 쓴 시'라는 것이다. 이 설명을 읽고 위의 작품을 다시 읽어 보라. 얼마나 통쾌한 답장인가! 물론 이 작품이 우리더러 정치 혐오증에 빠지라는 게 아님은 분명하다. 정치인의 초대를 뻐꾸기가 부르는 것으로, 게다가 나는 그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똥 누는' 일로 나가지 못하겠다라고 한다. 이것은 대단한 희극적 변용이자, 자기 철학에 대한 자부심이다.어떻게 해서든지 유력한 연줄에 닿아보려고 노력하는 요즘 같은 시대에 이런 사람 찾아보기가 힘들어졌지만 참으로 신선하고도 청량한 느낌을 준다.한 편의 시가 세상을 바꾸기엔 역부족일지 모른다. 그러나 좀더 많은 사람들이 의미 있고 깊이 있는 시들을 읽게 된다면 세상이 바뀌기 전에 그 시를 읽는 그 사람이 바뀌지 않겠는가. 그러다 보면 결국 세상을 구성하는 사람들이 바뀌게 되어 결과적으로 세상도 바뀌리라는 믿음이 든다.이 날 새벽에 나는 산에서 아름답고도 시원하게 노래하는 새들을 많이 만났다. 그래서 나도 다음과 같은 하이쿠로 시늉하여 보았다.산에 가기로 약속한 사람들 / 아무도 나오지 못 했어도 / 산에서 만난 수많은 새들!/김동규(본보 서평위원·남원한빛중학교 교사)

  • 주말
  • 전북일보
  • 2008.08.08 2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