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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 첫 눈·왜?·우리는 바다로·왕 따

△ 첫눈 / 전하리 글 / 북하우스 / 7800원 연탄으로 난방을 하고, 물지게로 식수를 나르고, 재래식 화장실을 쓰던 시절.서울 종로구 와룡동을 배경으로, 2남4녀의 좌충우돌 성장기를 그린 연작 동화다. 삽화가 전하리씨가 자전적 체험을 바탕으로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렸다. '와룡동의 아이들'이란 이름의 시리즈로 총 30권까지 출간될 예정.이 책에는 새벽부터 일터로 나가는 아버지, 자신의 스웨터를 풀어 아이들의 장갑과 목도리를 만드는 어머니의 따뜻한 얼굴이 묻어난다. 고드름을 이가 시리도록 씹어먹으며 뛰어 노는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표정, 부모의 걱정을 덜기 위해 신문팔이로 연탄을 마련하는 대견스런 아이의 마음도 담겨 있다. 첫눈 내린 날의 따뜻한 일상과 가족애를 보여주는 이야기다.△ 왜 / 니콜라이 포포프 / 현암사 / 7500원개구리가 들판에서 평화롭게 꽃송이를 들며 놀고 있다. 그 옆에 우산으로 꽃을 짓이기며 쥐가 등장. 쥐는 개구리의 꽃을 탐내 개구리를 공격해 쫓아낸다. 개구리는 어떻게 됐을까. 개구리는 친구들을 몰고 와서 또다시 쥐를 쫓아낸다. 쫓겨난 쥐는 이번엔 친구들과 탱크를 몰고 와 개구리 들판을 점령한다. 결국 아름답던 들판은 순식간에 폐허로 변한다. 9·11테러, 이라크 전쟁, 아프가니스탄 납치사건, 미얀마사태….인류 역사는 전쟁으로 얼룩져 왔다. 러시아 작가 니콜라이 포포프의 이 그림책은 글자 한 자 없이 오로지 그림만으로 평화로운 상황에서 어떻게 전쟁이 일어나고 세상이 파괴돼 가는지를 우화적이면서도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어릴 적 전쟁을 경험한 작가는 폭탄 파편을 주워 장난감처럼 갖고 놀다가 평생 불구가 된 친구를 떠올리며, 전쟁의 어리석음을 알리기 위해 이 그림책을 만들었단다. △ 우리는 바다로 / 나스 마사모토 글 / 보림 / 9000원 초등학교 6학년 7명의 아이들이 전쟁같은 중학교 입시를 눈앞에 두고 버려진 매립지를 찾는다. 답답한 일상과 어른들의 감시를 피할 수 있는 쉼터같은 곳이자 배를 만들 수 있는 유일한 탈출구였기 때문. 이때만큼은 입시학원도 다니지 못해 열등하게 느껴졌던 시로도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유일한 순간이다. 아버지의 외도를 알면서도 행복한 가정인 양 연극하는 가족을 보며 답답함을 느끼는 구니토시부터 편모 슬하에서 자라 엄마의 꿈이 곧 자신의 꿈인 사토시에 이르기까지. 1980년대 일본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2007년 현재 우리네 아이들의 모습과 많이 닮아있다. 아이들이 진정 바다에서 희망을 찾았을까. 이 물음에 대한 대답은 각자의 몫이다. △ 왕따 / 이윤학 글 / 문학과 지성사 / 8500원 전학을 자주 다니는 주인공 임미나. 애써 사귄 친구들과 헤어지는 슬픔이 너무 싫어서 친구를 사귀려 하지 않는다. 이런 미나의 태도가 못 마땅한 친구 '짱가(장가연)'는 자신의 패에 들어오라는 제의를 건넨다. 하지만 미나는 이를 단호히 거절했다가 왕따를 당하게 된다. 그리고 철저히 닫힌 삶을 살아온 무덤가 할머니와의 만남을 통해 마음을 서서히 열어가게 된다. "나의 무관심이 사람들에게 얼마나 많은 상처가 되었는지 조금씩 알게 되었다"는 작가의 말이 의미심장하다. 주인공과 비슷한 성격의 인물을 기존 소설에서 찾아보도록 유도할 것. 주인공 성격의 여러 측면을 각 특징별로 세분화시켜 살펴보도록 지도하는 것도 책 읽는 재미를 배가시킬 수 아이디어다.

  • 주말
  • 이화정
  • 2007.12.28 23:02

[책의 향기] 브레인 다이어트 등

△ 브레인 다이어트앨런C. 로건 지음, 서예진 엮음/수북 펴냄/1만 2000원“당신이 먹는 것이 바로 당신이다.”몇 년 전부터 ‘웰빙’은 트랜드이자 생활 그 자체가 됐다. 그 중에서도 ‘음식 웰빙’에 쏟아지는 관심은 뜨겁다.‘웰빙’을 다룬 수많은 책 중에서도 이 책이 매력적인 것은 먹는 음식과 ‘두뇌의 건강’을 연관시켰기 때문. ‘뇌’라는 기관과 우리 몸의 다른 조직들의 상호작용을 짚어보며 이를 음식을 통해 관리하는 방법을 소개한다. 식이요법을 비롯해 생활에서 쉽게 활용할 수 있는 내용들로 채워져 실용적. ‘브레인 다이어트’를 위한 8가지 주의사항과 음식 만드는 방법도 함께 수록됐다.저자는 자연의학자이자 의학박사로 현재 하버드 의과대학 심신의학연구소 교수로 재직 중인 앨런C. 로건. 건강 관련 잡지에도 정기적으로 글을 쓰고 있다.△ 사랑하기 때문에기욤 뮈소 지음, 전미연 엮음/밝은세상 펴냄/9800원자유분방하면서도 감각적이어서 일까. 프랑스 소설은 뭔가 오묘하다. 어떤 한 가지 이유로 설명할 수 없는 매력적인 프랑스 소설 「사랑하기 때문에」.이 책은 다섯 살짜리 어린 아이 ‘라일라’와 그녀를 읽어버린 부모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딸을 잃어버린 슬픔에 부모의 생활 또한 엉망이 되고 그들은 힘든 시간을 보낸다. 5년이 지난 후 딸을 찾게 되지만 아이는 말을 잃었고 그동안 어떤 생활을 했는지도 알 수 없다.상처를 딛고 일어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것. 상처를 받은 자와 상처를 입힌 자들은 서로 화해와 용서를 통해 상처를 극복한다.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구성과 이야기의 흐름을 바꾸는 반전 속에 영화를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 주말
  • 도휘정
  • 2007.12.28 23:02

[책의 향기] 문인 109명의 답변 '나에게 문학은 무엇인가'

“나는 문학에서 반신(反身)과 내수(內守)를 챙기기로 했다. 반신이란 ‘반신수덕(反身修德)’의 반신이다. 작품을 읽거나 쓰거나 문학에서 내 스스로부터 돌이켜보자는 것이다. 스스로를 돌이켜보자면 내수가 있고야 할 수 있는 일이다. 내수란 자기 나름의 마음속 줏대이기 때문이다.”“나는 ‘유리알 유희’ 명인 요세프 크네히트의 신발 끈을 풀어드릴 자격도 없지만, 40여 년을 한결같이 문학과 종교라는 두 버팀목에 기대어 살아왔음에 감사할 뿐입니다.”오랜 소나무처럼 늘 ‘고하문예관’을 지키고 있는 최승범 시조시인은 “나의 앞날에 문학이 있는 한 나는 반신과 내수를 먼저 생각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안상선 전 전주시장 딸 소설가 안영씨는 “어쩔 수 없이 현실에 발을 딛고 살지만 나에겐 영혼의 정화가 필요했고, 그 정화의 세계로 향한 창이 바로 문학이었습니다”라고 말했다. 남산 기슭에 자리잡은 ‘문학의집·서울’(이사장 김후란)이 21세기를 살고 있는 우리나라 중진 문학인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나에게 문학은 무엇인가?’. 문학을 하는 사람으로서 마땅히 생각해 봐야 할 명제이면서도 새삼 무겁게 느껴졌을 이 물음은 오늘의 시대에 왜 문학을 하는지, 그 문학의 진정성은 무엇인지를 추구함으로써 사회에 해답을 제시해야 할 문학인의 의무이기도 하다.이 물음에 진지한 응답을 한 문학인은 109명. 김남조 오세영 유안진 이가림 전상국 황금찬 등이 문학을 하는 이유를 고백했다. 옥구가 고향인 문효치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이사장은 문학을 “나를 위로케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꽤 오랫동안 국어선생 노릇을 했지만 교육자로서 투철한 사명감도, 봉사정신도 없었음을 털어놓았다. “나는 시 쓰는 일이 아니었으면 내 스스로 존재 의미를 확인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읊조림에서 그에게 있어 시가 차지하는 비중을 짐작할 수 있다.그늘진 면을 따뜻한 시각으로 들여다 보는 정호승 시인은 분노보다 상처 때문에, 기쁨보다 슬픔 때문에, 햇빛보다는 그늘 때문에 시를 쓴다. “모든 색채가 빛의 고통이듯이 나의 시 또한 나의 고통일 뿐이다”는 시인에게 시는 상처를 치유해 주는 어머니의 따스한 손길과 같은 것. 그러나 소설가 정종명씨에게 문학은 현실이다. 야근에 지치고 술에 찌들면서 그저 살아지는 대로 살아갈 수밖에 없었는데, ‘작가’ ‘소설가’라는 타이틀이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삶의 터전과 길을 열어주었던 것이다. 문학은 고달픈 삶에 한줄기 빛. 작품을 써서 원고료를 받았고, 대필이나 사사같은 것을 쓰면서 얻은 수익으로 가정을 이끌었다. 헤어지기는 더 힘든 연인, 삶을 정화시켜 주는 윤활유, 잘못 날린 연, 자존의 든든한 밧줄…. 문학인들에게 문학은 독자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무겁거나 가볍다. 이 책은 문학인들의 문학에 대한 사랑과 집념의 고백적 잠언이다. 2007년 서울문학인대회에서 ‘문학은 영원하다’라는 주제 아래 심포지엄을 열면서 만들어진 책이다.

  • 주말
  • 도휘정
  • 2007.12.28 23:02

[책의 향기] 김연수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지난 가을, 한 문학행사에서 만난 소설가 김연수(37)는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컬러풀한 운동화가 경쾌해 보였으며, 실실 웃음을 흘리며 조곤조곤 풀어놓는 말은 부드러웠다. 돌아오는 길, 그의 소설이 읽고 싶어 「꾿빠이 이상」과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을 서둘러 샀던 기억이 있다. 책 날개를 찬찬히 읽어보다 언젠가 ‘이런 류는 나와 맞지 않다’며 멀찍이 밀쳐두었던 「스무살」의 저자가 바로 그라는 걸 깨달았다. 그 때의 묘한 기분이란. 작가와 그 작가의 글이 주는 이미지가 서로 일치하든 일치하지 않든, 글이 아닌 작가에 반한 이 기분이 참으로 속물스럽다는 생각이 밀려왔다. 한편으로는 작가를 통해서라도 그의 글에 관심을 갖게 됐다니, 열심히 썼을 작가를 생각하면 그나마 다행인 셈이다. 최근 김연수가 펴낸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문학동네)은 2005년 겨울부터 2007년 봄까지 계간 「문학동네」에 연재됐던 장편소설이다. 한국출판인회의에서 선정하는 ‘이달의 책’에 이어 2007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우수문학도서’에도 들었다. 소설은 1990년대를 살았지만 그 주변부에 내팽겨져 있던 수많은 인물들, 그리고 수많은 이야기들을 등장시킨다. 텍스트 전체의 화자인 ‘나’ 역시 이야기의 한 주인공이며 작중인물들의 이야기를 듣는 청자인 동시에, 무수한 이야기들을 정리하는 수집가이자 편집자, 그리고 논평자이다. “시작도 끝도 없이 한없이 이어지는” 일종의 “라운지 소설”을 의도했다는 작가. 서로 관계없는 듯한 기이한 이야기들이 역사와 시대 안에서 끝도 없이 끼어들고 중첩되며 갈라지고 증식한다. 묵직한 주제를 다루는 작가의 태도는 대단히 지성적이다.김연수는 “정통적·전통적 글쓰기를 수행하면서도 새로운 상상력의 촉수로 문학의 영토를 넓혀가는 작가”로 문단 안팎에서 두루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기존문학을 안심시키면서도 향후 문학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그는 ‘90년대 작가이면서 21세기의 작가이고, 한국의 작가이면서 국경을 넘어설 수 있는 작가’이기 때문이다. 요즘 그는 ‘프로 소설가’로 불린다. ‘2007 황순원문학상’ 수상 인터뷰에서 “나에게 소설은 신성한 것이다. 나는 소설가다. 아무나 쓸 수 있는 글을 쓴다면 그건 소설가가 아니다. 소설가만이 쓸 수 있는 소설을 쓰기 위해 나는 무진 애를 쓴다. 나에게 소설은 일종의 공산품이다. 전문적인 기술이 필요한 작품이란 뜻이다”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그가 얼마나 치열하고 집요하게 소설을 쓰는 지 짐작할 수 있었다. 그리고 ‘프로 소설가’의 소설 쓰기가 어떤 것인지는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에서 실감할 수 있다.

  • 주말
  • 도휘정
  • 2007.12.21 23:02

[책의 향기] 조선시대 현장조사 보고서 '적간기(摘奸記)'

송사(訟事)가 일어나게 되면, 진실을 가리기 위한 공방이 승소의 전제 조건이 된다. 억울한 사람은 자신의 억울함을 증명해야 하고, 소송을 당한 사람은 자신의 결백을 드러내야 하는 결국 어느 한쪽은 웃고 우는게 송사이다. 수사권과 재판권이 분리되어 있는 요즘과 달리 조선시대에는 두 권한 모두 지역을 다스리는 수령에게 있었다. 때문에 송사가 시작되면 수령은 신중을 기하지 않을 수 없다. 확실한 자료 제출을 요구하기도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관원을 보내어 직접 조사하기도 하였다. 적간기(摘奸記)는 바로 관원이 현장에 나가 직접 조사하고 보고한 문서를 말한다. 1888년 정월 둔덕방(屯德坊)에 거주하는 오성모(吳成模)는 오룡리(五龍里)에 사는 이행연(李行淵) 형제가 자신의 선산에 묘를 쓰자 남원부에 이행연이 자기 멋대로 남의 선산에 묘를 썼으니 즉시 파내어 줄 것을 요청하였다. 이에 수령은 일을 상세하게 조사하기 위해 이행연 형제를 데려와서 대질 심문하도록 하라는 처분을 내렸다. 대질신문에도 불구하고 이행연은 자신의 일족인 이섭이 싼 땅이라고 주장하면서 맞고소를 하게 된다. 일이 이처럼 복잡하게 얽히자 남원부 수령은 잠시 기다리라는 처분을 내리게 된다. 관청의 판결이 지지부진하자 오성모는 결국 개인이 무덤을 파내는 것이 위법인줄 알면서 마지막 소송을 한 뒤 1월 16일에 결국 무덤을 파내어 버렸다. 자기 멋대로 쓴 무덤이라 할지라도 자신의 땅에 묻힌 이상 묘를 함부로 파내는 것은 조선시대 엄격하게 금지되어 있었다. 때문에 이 사건은 오성모의 사굴(私掘) 사건으로 전환되었고, 이행연의 투장(偸葬, 남의 땅에 몰래 묘를 쓰는 것)에 대한 처벌은 소멸되어 버리고 오성모의 사굴에 대한 조사로 전환되어 버렸다. 오성모가 사사로이 이행연의 고조부 묘를 파낸 소식을 접한 남원부 수령은 양남극(梁南極)을 적간형리(摘奸刑吏)로 임명하여 오성모가 파낸 상황을 자세히 조사하여 보고하도록 지시하였다. 위 문서는 양남극이 남원 둔덕방(屯德坊) 대야촌(大也村)의 이기백(李起白) 고조의 묘가 파내어진 곳을 살펴 조사하여 남원부에 보고한 적간기이다. 오성모의 고조부 무덤으로부터 파내어진 이기백 고조부 무덤까지의 거리가 36척 3촌이며 오성모 방조총(傍祖塚)으로부터는 41척 8촌으로 앉았을 때나 섰을 때 모두 보이지 않으며, 무덤 위 사토(莎土)가 좌우로 파헤쳐져 있고 동서의 길이는 8척이며 남북의 폭은 9척 9촌이고, 깊이는 1척 5촌 5푼이며 관은 드러나지는 않았다는 내용이다. 이 일로 인하여 결국 오성모는 유배형을 받게 되었다. 오성모 등이 올린 소송문서에서 알 수 있듯이 오성모의 억울함은 이행연 집안의 권세에 밀려 쉬이 해결될 기미가 보이질 않았던 듯하다. 관청의 허가를 기다리지 못하고 함부로 묘를 파낸 범법행위에 대한 적간형리의 조사보고서는 거리와 상태까지 자세하게 묘사되어 있다. 적간기는 종종 관련 도형이 함께 작성되기도 하였다./홍성덕(전북대박물관 학예연구사)

  • 주말
  • 전북일보
  • 2007.12.21 23:02

[책의 향기] 바닷가는 다시 숨을 쉴 거야 등

△ 바닷가는 다시 숨을 쉴 거야 / 데이비드 벨아미 글 / 초록개구리 / 8500원.충남 태안 앞바다에 사상 최악의 기름 유출 사고가 발생하면서 ‘검은 재앙’이 몰려왔다. 생태계가 복원되려면 10년도 더 걸린단다. 영국의 환경운동가가 쓴 이 책은 유조선에서 쏟아진 석유로 엄청난 몸살을 앓는 바다 이야기를 담았다. 마치 태안 앞바다를 보고 쓴 것 같다. 사고 전 바다는 바다 생물들의 아름답고 평화로운 터전이었다. 커다란 불가사리는 바닷말 사이에 숨어있고, 딱딱한 껍데기가 없는 소라게는 고둥 껍데기 속에 들어가 산다. 하지만 자연의 이런 질서와 조화도 대형유조선에서 쏟아진 석유로 하루아침에 무너졌다. 중요한 것은 자연의 복원력. 밀물이 들어올 때마다 석유는 조금씩 씻겨 나갔고, 시간이 흐르면서 바다는 다시 생명력을 찾아갔다.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엔 태안 앞바다도 다시 살아나는 기적을 보여주리라. 아이들과 함께 이번 사고의 심각성과 환경 보호의 중요성을 되새겨 보기에 적절한 교재다. 신문과 뉴스에 오르내리는 관련 기사와 함께 활용하기에도 ‘딱’이다.△ 산타 백과사전 / 앨런 스노 글 / 청어람미디어 / 9800원. 산타는 하얀 눈과 얼음으로 덮인 북극의 땅속 깊은 곳에 산다. 지은이가 산타의 뒤를 밟아 북극지방까지 여행해 밝혀낸 것. 크리스마스를 준비하는 산타의 일터는 집의 아래층이다. 장난감 공장, 창고, 선물을 나르는 장치까지 있는 마련돼 있다. 물론 산타 혼자 그 많은 일을 할 수는 없다. 어떤 어린이가 착한 일을 하는지, 누가 말썽을 피우는지 꼬마 요정들이 돕는다. 이들 덕분에 산타는 하루 만에 많은 어린이에게 선물을 돌릴 수 있다. 그렇다면 성탄절엔 산타와 꼬마 요정들이 무얼 할까. 끝까지 이 책에서 시선을 놓지 못하게 하는 대목이다. 우리는 산타의 비밀을 눈치 채면서 어린 시절과 작별을 시작하는지 모른다. 어린이들의 상상력과 호기심을 자극해 주기에 알맞다. △ 반 고흐와 해바라기 소년 (내가 만난 미술가 그림책) / 로렌스 안홀트 글 / 웅진주니어 / 7500원. 고흐전이 한국을 찾았다. 아이와 함께 고흐의 그림에 빠져보고 싶다면 이 책을 눈여겨 볼 것. 이 책은 화가 곁에서 작업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던 아이의 시선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다.반 고흐와 이웃이었던 소년 카밀. 그는 고흐가 아를르에 살 때 만났던 우체부 조제프 룰랭의 아들이다. 유쾌한 성격의 사회주의자였던 카밀은 나중에 빈센트가 병원에 입원한 뒤에도 변함없이 찾아와 위로해 준 진정한 친구였다.카밀의 가족들 역시 마을 사람들이 싫어하는 고흐를 따뜻한 마음으로 돌봐주었던 실제 인물들이다. 때문에 고흐는 이들 가족을 존경과 사랑의 마음으로 초상화를 다 그렸단다. 카밀은 고흐가 언젠가는 사람들에게 인정받을 거라는 아빠의 말을 믿으며 고흐를 '해바라기의 사나이'라고 이름 붙여준다. 그리고 한 묶음의 해바라기를 고흐에게 선물한다.△ 색깔 속에 숨은 세상 이야기 / 박영란 최유성 글 / 아이세움 / 8000원.사람이 만든 맨 처음 색깔은 하양과 검정이다. 해가 있고 없는 때인 낮과 밤에서 나온 색깔이다. '희다'는 말도 해에서 나왔다. 우리 민족이 예부터 흰색 옷을 즐겨 입은 것도 흰색이 해의 기운을 담고 있다고 믿어서다. 옛날 우리 선조들은 귀신이 빨간색을 무서워한다고 생각해 부적에 빨간색을 썼다. 이슬람교도들은 신과 같은 삶을 산 사람은 죽어서 낙원에 간다고 생각해 초록색을 중요하게 여긴다. 색깔이 간직한 이야기는 사람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됐다.눈만 뜨면 보이는 색들. 색깔이 어떻게 생겨났는지, 우리가 어떻게 색을 구별할 수 있는지, 갖가지 색이 상징하는 것들은 무엇인지 궁금한 이들을 위한 책이다. 사람들 삶의 다양성만큼이나 색깔의 다채로움이 곳곳에 숨어 있다는 것을 전달한다.

  • 주말
  • 이화정
  • 2007.12.21 23:02

[책의 향기] 내 몸은 나의 것 등

△ 내 몸은 나의 것 (My Body Is Private) / 린다 월부어드 지라드 글 / 문학동네어린이 / 8800원. "조심해"라는 말보다 '스스로 지키는 힘'을 길러 주세요. 문학동네 어린이 성폭력 예방시리즈. 성폭력 예방 교육의 핵심은 개방된 대화다. 이 책은 자신의 몸과 감정이 존중받아야 할 소중한 것임을 배울 수 있도록 주인공 줄리를 통해 이야기를 풀어간다. 줄리는 엄마를 통해 자신의 성기나 엉덩이가 다른 사람이 함부로 만져서는 안 되는 '자신만의 것'임을 배운다. 또한 원하지 않는 신체 접촉은 "싫다"고 이야기해야 한다는 점, 만약 상대방이 듣지 않을 경우 그건 상대방의 잘못이라는 점을 짚어 아이들이 명확히 판단하도록 돕는다. 이는 자신의 몸과 감정을 존중하는 훈련이며 타인의 몸과 감정도 존중하는 교육이기 때문이다. 상황별 대처법을 담은 '이럴 땐 싫다고 말해요', 성폭력 피해의 비밀을 깨는 과정을 그린 '슬픈 란돌린', 성폭력 이후 치유과정에 초점을 맞춘 '말해도 괜찮아'에 이은 네 번째 책이다. △ 첫사랑 / 페르 닐손 글 / 낭기열라 / 8500원 버스표, 그림엽서, 독일어 문법책, 레몬밤 화분, 오래된 레코드….주인공 그가 '그녀'와의 관계에서 남겨진 첫사랑의 기념물들을 차례차례 폐기하면서 시작된다. 그렇다. 그는 첫사랑의 실연의 아픔을 겪고 있다. 그는 통학 버스에서 낯선 소녀에게 반했다. 그녀의 호감을 얻었고, 그녀와 사랑을 나눴으며, 여름방학 동안 그녀에게서 잠시 떠나 있다 돌아왔을 땐 이미 그녀에겐 다른 애인이 생겨버렸다.십대들의 사랑을 조심스럽게 밟아가면서 그들의 생각과 감수성을 섬세하게 드러냈다. 십대들의 사랑과 성(性), 그 달콤씁쓸한 이야기를 진솔하게 다뤘다는 평을 받았다. 최근에 퇴짜를 맞은 십대라면 누구라도 이 소설의 이름 없는 주인공에 쉽게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 어린이를 위한 1250℃ 최고의 나를 만나라 / 백창화 글 / 중앙북스 / 8500원. 성공신화에 눌리는 이는 다름 아닌 아이들이다. 물질적 성공만이 전부인 것으로 오인되는 경우도 많다. 왜? 성공이 행복한 삶을 보장해주리라는 환상 때문이다.1250℃는 최고의 도자기가 만들어 지는 온도다. 저자는 지나친 경쟁 속에서 승리만을 좇는 주인공의 모습을 통해 경쟁의 진정한 의미를 찾도록 한다. 또 자신의 모습을 '최고의 나'로 바꿔주는 지혜는 내면의 소리를 듣고 진정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명상코칭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는 저자가 쓴 우화형 자기계발서. 거북이 '슬롯'이 토끼 '라잇'과의 달리기 경주를 통해 치열한 경쟁에 직면하고, 패배를 통해 좌절을 겪다가 거북이 도공을 만나 이를 극복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 예쁜 우리말 사전 / 박남일 글 / 파란자전거 / 1만1900원. "'dawn'이 무슨 뜻이니?"아이들에게 이렇게 물으면 생각보다 많은 아이들이 대답한다. 하지만 '갓밝이'의 뜻을 말해보라면 과연 몇이나 답할까. 여명(黎明)이라는 한자말은 익숙해도 우리말 '갓밝이'는 낯설게 여긴다. 작가는 이런 현실이 안타까워 책을 냈단다. 익숙하지 않은 우리말을 한 번 읽고 뜻을 새기는 것은 어렵다. 그래서 우리말과 뜻을 제시한 뒤, 뜻이 자유분방하게 표현한 그림을 보면서 뜻을 이해하도록 했다. 뜻풀이로 두 번째 확인, 생활 속의 예를 통해 세 번 익히고, 마지막으로 '일기' 사례를 통해 우리말로 표현해보도록 구성했다. 아이들에게 강요한다는 느낌을 주지 않을까 염려해 뜻풀이는 입말체, 아이들의 귀에 소근소근 들려주는 대화말로 풀어냈다. 작가는 우리말을 "늘 들이마시는 공기처럼 생각해야 한다"고 당부한다. 깨끗한 공기를 마셔야 건강하듯, 깨끗한 우리말을 쓰고 살아야 정신이 건강해진다는 것이다.

  • 주말
  • 전북일보
  • 2007.12.14 23:02

[책의 향기] 호수·인구수 실태 파악한 문서 '통표(統表)'

호적법이 폐지되면서 이제는 호적이 가족관계등록부로 바뀌게 된다. 전통적으로 호주를 중심으로 하는 가족구성을 토대로 사회시스템이 만들어져 왔기 때문에 당분간의 혼란을 감내해야 할 것이다. ‘호적’의 역사는 국가 재정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발전해 왔다. 누군가를 지배하는 시스템이 만들어 지게 되면서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한 비용을 그 구성원으로부터 확보하기 위한 방안으로 시행된 것이 호적제도이다. 따라서 그 역사는 고대사회로부터 출발하였고 우리가 알고 있는 신라장적이라 불리는 ‘신라촌락문서’에서 확인할 수 있다. 호(戶)의 관리는 백성들을 호의 단위로 묶어 조사 관리하고, 각각의 개인과 호를 세금의 부과단위로 삼았기 때문에 그에 대한 자세한 파악은 필수 불가결한 것이었다. 그렇지만 우리가 호적에 대해 일반적으로 ‘전통’이라고 느끼는 내용, 예컨대 호주를 호(戶)의 권리와 의무를 가진 가부장제적 존재로 인식하는 것등은 사실 그리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지 않다. 조선시대의 호적제는 부부에게 동등한 기재양식을 부여하고 있다. 부부 모두 부(父)·조(祖)·증조·외조 등의 4조(四祖)를 모두 기재하게 한 것이나 여성 혼자서 호를 대표할 수 있었던 것 등은 우리들이 알고 있는 전통과는 거리가 멀다. 전통적 호적제는 사실 대한제국기 이후 변화하기 시작하였다. 호적제도의 성격상 시대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밖에 없다. 대한제국의 시작과 함께 호적제도에 대한 개편이 바로 시작된 연유도 바로 그 때문이다. 대한제국기에 들어와서 조선시대의 호적대장인 호적, 호구단자, 준호구 등은 각각 민적(民籍簿)와 호적표로 대체되지만, 통표(統表)는 새롭게 등장한 것이다. 통표는 조선시대 5호를 1통으로 만들어 통수(統首)를 둔 오가작통법과 관련이 있다. 오가작통법이 실제 어떻게 시행되었는지에 대해서는 확실한 내용이 없으나 호구의 운영과 관련해서 보면 질서정연하게 운용된 것은 아닌 듯하다. 반면 대한제국 이후에는 통수가 해당 통내의 호주의 호적을 조사하여 이에 의거하여 각 명목대로 기입해 넣은 것이다. 통표는 호적표와 함께 해당 관청에서 모아 수정하고 분적(分籍)하여 수시로 호구의 실태를 파악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사용한 것이다. 호수와 인구수를 항상 정확하게 파악해 놓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으로 종래 호주가 제출한 자료에 통수가 작성한 자료를 함께 활용한 것이다. 통수에 의해 작성된 통표는 면존위(面尊位) - 면집강(面執綱) - 해당 지방관청을 거처 중앙부처인 내부(內部)에까지 보고된다. 각 단계별로 원본을 보존하고 등서해서 보고하도록 하였다. 즉 각 통표는 몇장의 복본이 존재하게 되는 셈이다. 인구와 세원의 확보를 위한 통표의 등장은 효율적이고 과학적이라는 ‘근대성’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통표의 등장이 곧 근대의 출발은 아니겠지만 근대적 국가재정의 수립이라는 측면에서 파생된 근대적 시스템의 하나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홍성덕 전북대박물관 학예연구사

  • 주말
  • 전북일보
  • 2007.12.14 23:02

[책의 향기] '하나의 대한민국, 두개의 현실' 지승호

국내에서 거의 유일하게 ‘전문 인터뷰어’로 활동하고 있는 지승호. 그는 전작 「禁止를 금지하라」가 널리 사랑받기를 바랐지만 결국 바람은 바람으로만 끝이 났다. 즐길거리가 도처에 널려있는 요즘, ‘그런 책’이 관심받길 바라는 것 역시 무모했다. 그는 인터뷰 과정에서 스스로 절망하는 부분이 컸다고 한다. ‘아, 이런 사회에 희망이란 게 있을까?’ 하는 절망감에 사로잡혔다. “도망가지도 못하고 더 깊이 다가서지도 못하는 비겁자의 정서를 가진 나는 그 책을 낸 후 매우 힘이 들었다. 잡혀서 두들겨 맞는 동료를 보면서 다가가지도 못하고, 슬금슬금 뒷걸음치다 도망가는 그런 비참한 심정을 느꼈다”는 고백은 가슴 아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또다시 ‘그런 책’을 냈다. ‘미국의 식민지 대한민국, 10 vs 90의 소통할 수 없는 현실’이란 부제가 붙은 「하나의 대한민국, 두개의 현실」(시대의창). 10% 부자를 위한 신자유주의 자본 파시즘에 맞선 대한민국의 내로라하는 7명의 지성으로부터 90% 약자를 위한 참정치를 들어봤다. 우리 사회 안에 존재하는 두 개의 가치관과 그 가치관의 충돌로 나타나는 사회 현상에 대한 의견이다. 그가 인터뷰한 대상은 박노자 홍세화 김규항 한홍구 심상정 진중권 손석춘. 각각의 의견들은 차례로 ‘대한민국, 미국의 ‘자발적 식민지’가 된 나라’ ‘대한민국, ‘공화국’의 가치를 버린 나라’ ‘대한민국, 자본 파시즘이 지배하는 사회’ ‘대한민국, 머리 까만 미국인들의 나라’ ‘대한민국, 이제는 삼성이 지배하는 나라’ ‘대한민국, 정염이 태양처럼 빛나는 나라’ ‘대한민국, 새로운 상상력이 필요한 나라’로 엮어졌다. 저자는 “이 책은 한때 노무현 정권의 일원이었던 사람이 노무현 정권에 대해 ‘이런 면도 생각해보고, 자기반성이나 교정을 할 부분은 없었는지 살펴보는 것은 어떠냐?’ 하는 제안이기도 하고, 내 스스로는 ‘이런 삶에 조금 더 다가가겠다. 이런 고민들을 더 해야겠다’는 다짐”이라고 말한다. 그가 인터뷰한 사람들은 “늘 똑같은 소리만 한다”는 비판을 적지않게 받아온 이들. 그럼에도 그들이 똑같은 얘기를 계속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한가지. 한국 사회가 전혀 바뀌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한국 사회에 대해 끊임없이 경계의 목소리를 내는 이들에게 진심으로 존경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며 “독자들이 그들의 목소리를 곱씹어서 읽어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1966년 부산에서 태어난 저자는 <인물과 사상> <말>의 인터뷰를 맡고 있다. 그동안 「비판적 지성인은 무엇으로 사는가」 「사회를 바꾸는 아티스트」 「마주치다 눈뜨다」 「감독, 열정을 말하다」 등 비교적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으면서도 유쾌한 부분이 있고 희망을 담고 있는 책을 써왔다.

  • 주말
  • 도휘정
  • 2007.12.14 23:02

[책의 향기] 너는 왜 날 좋아하지 않아? 등

△ 너는 왜 날 좋아하지 않아? / 원유순 글 / 중앙출판사 / 7000원2학년 찬우는 뛰어노는 데만 정신이 팔려있다. 하지만 지수가 전국글짓기대회에서 상을 타자 그는 순식간에 그녀에게 마음을 빼앗겨 버린다. 찬우는 그녀를 향해 키티 머리띠, 다이어리 등 선물공세를 펼치지만, 알쏭달쏭한 지수의 태도에 속이 까맣게 타들어간다.'진도 나가보자'는 판단에 '기습 볼 키스'를 시도. '얼음처럼 차가운 바람이 가슴을 휙 쓸고 지나가는 것 같고 갑자기 달콤한 꿈에서 깨어난 것 같다'는 찬우의 상심이 꽤나 실감나게 묘사돼 있다.어른스러운 그녀로부터 돌아온 답장은 "그냥 친구 하자, 나중에 나중에 우리 어른이 되면, 그때 남친 여친으로 사귀자."초등학교 교사이자 동화작가인 원유순씨는 교실이라는 창을 통해 아이들의 떨림, 애틋함, 토라짐 등을 통해 마음이 자라나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렸다. △ 옛날에는 돼지들이 아주 똑똑했어요 / 이민희 글 / 느림보 / 9800원옛날에 돼지는 인간보다 똑똑해서 문명을 성공적으로 일으켰다. 하지만 할 일이 점점 많아지자, 원시 상태인 인간을 데려와 일을 시키기 시작했다. 여유로워진 돼지들. 그들은 춤을 추며 놀고, 사람들은 도시를 짓고 로봇을 만들며 돼지보다 앞서나가게 된다는데…. 다음은 누가 낙오될 차례일까. 작가는 인간의 탐욕과 어리석음, 이기심을 돼지에 빗대어 표현했다. 끊임없이 인간은 문명을 발전시켜 왔지만 그 이전의 어떤 문명 인간들보다 병들어 있으며 행복하지도 않다는 점을 날카롭게 풍자한 것. 작가는 이 책과 '라이카는 말했다'라는 그림책 두 권으로 2006년 한국안데르센상 대상을 수상한 신인작가다. 신인답지 않은 여유롭고 진중한 솜씨로 현대문명을 꼬집었다. △ 개들도 하늘나라에 가요 / 신시아 라일런트 글 / 보물창고 / 9500원 '얼마 전 사랑하는 친구를 잃었다. 그 개와 함께한 추억과 마지막 가던 모습을 잊을 수 없다.''나이 많은 우리 집 개가 시름시름 앓고 있다. 이제 이별을 준비할 때인 것 같다.' 누구나 한 번쯤 어떤 대상에 깊은 애정을 쏟다가 영원한 이별을 경험하게 된다. 하지만 어른도 감당하기 힘든 죽음을 아이가 감내하기는 분명 어렵다. 이 책은 죽음의 불확실성이 아이에게 주는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만들어졌다. 책을 읽다보면 사랑하는 개가 하늘나라에 올라가 행복하게 살고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된다.'뉴베리 상'과 '칼데콧 상'을 각각 두 번씩 수상한 미국 대표 어린이책 작가 신시아 라일런트. 그녀는 이 책을 통해 아이다운 순수함이 느껴지는 공간을 창조해냈다.맘껏 뛰놀 수 있는 너른 들판, 각양각색의 맛있는 비스킷, 따뜻한 집과 쓰다듬어 주는 손길이 있는 곳….그녀는 단순하지만 편안한 언어로 행복이 묻어나는 개들의 하늘나라를 그려내며 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어루만진다. △ 칭기스칸, 내 안의 리더를 깨우다 / 김종래, 예영 (글) / 웅진주니어 / 8800원.'유목민 이야기', '칭기스칸 리더십 혁명' 저자이자 조선일보 출판국 국장 김종래씨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칭기스칸 전문가. 그는 이 책을 통해 유럽·중국에 의해 규정됐던 야만·호전적이라는 칭기즈칸의 선입견을 벗어나 창조적인 리더십을 조명했다. 칭기즈칸의 삶을 예화로 제시해 아이들이 실생활에서 리더십을 쉽게 적용해 볼 수 있도록 한 것. 그에 따르면 칭기즈칸은 유목민을 하나로 규합한 위대한 리더였다. 또한 속도·정보를 중시한 현대적 리더였으며, 규율을 엄격하게 함에 있어 자신조차 예외로 두지 않았던 합리적이고 철저한 리더였다. 이는 당시 중국, 유럽을 지배하던 정치·경영의 헤게모니를 뒤엎는 혁명적인 것. 불행했던 초원의 한 사나이가 어떻게 유럽을 오랜 잠에서 흔들어 깨웠는가 그 비결을 아이들의 시선에 맞춰 담았다.

  • 주말
  • 미디어팀
  • 2007.12.07 23:02

[책의 향기] 공무와 관련된 편지형식의 문서

이메일이 보편화한 마당에 손으로 정성스레 쓴 편지를 받기는 참으로 드물다. 편지라고 해야 세금납부에 관한 것이다 각종의 초대장이 대부분이니 시대에 따라 편지가 가지는 사회문화적 의미도 참 많이 변하고 있는 듯하다. 좋던 나쁘던 궁금한 소식을 전하거나, 철학적 담론을 주고 받던 옛 선비들의 문화는 점차 사라지고, 키보드 자판에 두드려지는 몇 글자가 죄를 가늠하는 중요한 단서로 작용하고 있는 것을 보면, 편지에서 이메일로의 진화는 그 속도만큼 다양한 용도로 활용(?)되고 있음은 분명하다. 현존하는 우리나라 고문서들을 보면 과거 합격증이나 관직 임명장인 교지와 세대 구성원을 정리한 호구단자 등이 흔히 볼 수 있는 고문서이지만, 간찰(편지) 역시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양반문화가 강하게 남아 있는 지역에서 간찰은 양반임을 증빙할 수 있는 또하나의 척도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안부를 묻는 편지들이 대부분이고, 일부 학문적 논쟁이 오고가는 유명한 편지글들이 전해져 온다. 혹은 죽은 남편을 애절하게 그리워 하는 편지가 무덤에서 발견되기도 하였다. 대부분의 업무를 컴퓨터와 인터넷 망을 통해서 처리하는 지금 사실 이메일은 편지의 기능 보다 업무 영역의 기능이 더욱 더 크게 확장되고 있다.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메일과 공적으로 사용하는 메일을 구분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도 이메일이 단순한 메일이 아닌 업무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얼마전 미국에서는 모든 공무원들에게 이메일을 공적인 업무근거로서 남기도록 하는 조처를 취하였다. 전자문서를 시스템적으로 송수신할 수 없는 기관들에게 있어, 또한 업무협의를 하기 위해서 이메일은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미국의 이러한 조처는 정식의 문서형식을 갖추지 않는 다양한 업무 행위에 대해 공적인 신뢰성을 부과함으로써 업무처리의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는 시의적이 조처 중에 하나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도 편지형식의 글을 정식의 업무처리에 활용하고 있었으니, 그런 문서를 공함(公函)이라 한다. 공함이란 공무와 관련하여 주고받은 편지를 말한다. 공문서와 같이 일정한 서식이 없이 자유롭게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매체였다. 1908년 전라도 고부군 경찰분서장과 군수, 감독, 학무위원 등이 최희경에게 보낸 공함을 보면, 당시 고부군에는 광화교(匡和校)가 설립되어 근대 교육이 실시되고 있었으나 학생이 그리 많지 않았다. 경찰분서장 등은 그 이유가 한문을 가르치지 않는 것이 그 원인이라 판단하고 한문과를 설치하는 것이 어떤지 지역의 유지들에게 편지를 보낸 것이다. 이러한 공함이 아주 보편적으로 사용된 것은 아니며, 관원들 상호간에 업무협의를 위해 오고간 것이지에 대해서도 아직 밝혀진 바가 없다. 그렇지만 한말 이와 같은 편지형식의 문서들이 공적 업무에 활용되고 있었던 점을 보면 업무를 추진하는 방식은 예나 지금이나 그리 변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아울러 이메일을 공적업무의 기록으로서 포함시켜야 하는 전향적이고 선진화된 제도 도입이 필요할 때이다./홍성덕 전북대박물관 학예연구사

  • 주말
  • 전북일보
  • 2007.12.07 23:02

[책의 향기] 이청준 '그 곳을 다시 잊어야 했다'

“그래온 내가 아직도 제 소설질 길에선 헤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니. 그것은 아직도 자신을 씻기지 못했음일 것이다. 자신의 삶과 문학을 제대로 씻길 바르고 화창한 길을 찾지 못했음일 것이다. 그 삶과 문학에 그렇듯 단단한 신념과 밝은 빛을 얻지 못했음일 것이다.” (에세이 소설 ‘귀항지 없는 항로’ 中)내년이면 우리 나이로 고희를 맞는 작가는 올 여름 폐암 선고를 받았다. 1965년 「사상계」에 ‘퇴원’을 발표하면서 질기고도 질긴 남도가락을 읊듯 바쳐온 소설질. “맘속 지님이 감당하기 무거워 누구와 그걸 나누거나 덜고 싶을 때” 해 온 그 소설질은 이청준의 필생 화두였다.‘저 6·25전란의 한 자락에서부터 4·19와 5·16을 거쳐 80년 광주항쟁의 비극에 이르기까지 그 지난한 역사의 격변기’를 소설로 겪고 앓아온 이청준이 신작소설을 내놨다. 「그 곳을 다시 잊어야 했다」(열림원). ‘더 욕심낼 처지가 못되다 보니 부끄럽다’는 작가는 ‘부끄러운 마음의 표시나 하고 싶어 이번 소설집에 처음으로 서문’을 써넣었다. 2004년부터 써 온 중편소설 3편, 단편소설 4편, 에세이 소설 4편. 다양한 형식과 분량만큼이나 이청준 소설이 복원하고 추구해 온 세계가 이 한 권에 담겼다고 할 수 있다. 곧 삶에 대한 성찰, 인간 실존에 대한 성찰, 역사와 이념에 대한 성찰, 소설 쓰기에 대한 성찰, 소설쟁이로서의 성찰이다. 평소 에세이를 통해 “소설과는 유다른 자연스런 삶의 생기와 소박한 사유의 은밀한 성취감”을 맛볼 수 있다고 말해 온 작가. ‘귀항지 없는 항로’ ‘부끄러움, 혹은 사랑의 이름으로’ ‘소설의 점괘’ ‘씌어지지 않은 인물들의 종주먹질’ 등에서 작가는 자신의 숨소리를 소설보다 훨씬 직접적으로 드러낸다. “이청준씨의 소설을 좋아하오. 직업상 그럴 테지 하고 빈정댈지 모르지만, 그렇기도 하고 또 그렇지 않기도 하오. 하늘과 땅이 하도 아득하여 앞이 보이지 않을 때, 제일 먼저 보고 싶은 것의 하나가 이청준씨 소설이오. 이런 경우엔, 그는 무엇이라 할까. 그는 어떤 표정을 짓고 또 울음을 울까.” 날카로운 비판을 주저하지 않는 문학평론가 김윤식도 그의 소설에서 길을 찾고 있었다. 이청준 소설이 어떠한 경지에 올라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책을 내며 이청준은 “힘들다고는 하지만 좋은 직업이었다”며 자신의 글쓰기를 위로했다. 이 겨울, 다시 한 번 소설집을 내고 싶다는 작가의 마음이 독자들에게 전해지길 바라고 또 바란다.

  • 주말
  • 도휘정
  • 2007.12.07 23:02

[책의 향기] 지구를 떠나며 등

△ 지구를 떠나며 / 이혜다 외 글 / 푸른책들 / 9500원 말썽꾸러기 아이들이 지구를 떠나기로 했다. '별똥별호'로 이름붙인 비행선도 직접 만들었다. 태양에 가까워질 때 뜨겁지 않도록 동체는 버려진 냉장고로 만들었다. 동장님이 기증한 선풍기는 프로펠러 대용. 이들은 수레에 냉장고를 싣고 내리막을 달려 이 땅을 떠날 예정이다. 유성이 쏟아지는 날에 말이다. 폭죽처럼 쏟아지는 유성이 이들의 비행을 축하할 거라나. 아이다운 발상과 무모한 도전에 키득키득 웃음이 나온다. 하지만 아이들이 지구를 떠나며 남긴 편지는 눈물을 자아낸다. 교장실 유리창을 돌멩이로 깨고, 자연학습실 공작꽁지를 모두 뽑은 게 자신이었다며 용서를 구하기 때문. 엄마 없는 아이들 손 들어보라 했던 선생님이 미워서 그랬다는 대목에선 가슴이 먹먹해진다. 벼랑에 몰린 아이들의 암울한 현실과 여기서 탈출하려는 맹랑한 공상이 '짠'하고 만났다. 제5회 푸른문학상 수상 동화들을 모아 엮었다. △ 토끼 청설모 까치 / 장주식 글 / 국민서관 / 8000원. 건너멀띠 마을에 사는 다복이네 집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세편의 동물 이야기. 옴니버스 형식을 통해 인간과 동물이 맺는 위악적인 관계를 그렸다. 마을에 풀어놓은 토끼 때문에 밤새 개들이 짖어 대고 애써 가꾼 고추밭이 망가졌다. 토끼 잡기에 열을 올린 사람들. 결국 잡힌 토끼는 토끼국이 되어 상에 올라온다.다복이네 기와집 옆 향나무 꼭대기에 살던 청설모. 청설모가 새 기와를 뚫고 천장으로 둥지를 옮겼다. 이내 사람들은 쥐덫을 동원해 청설모 생포작전에 나서고, 끈적거리는 찍찍이까지 동원한다. 그러던 중 다복이네 집 옆 향나무에 까치가 둥지를 튼다. 하지만 사람들은 까치가 아무리 울어대도 그저 바라볼 뿐이다. 인간에게 피해를 줬기 때문에 죽은 토끼와 청설모, 반면에 계절이 지나면 떠난다는 이유로 죽지 않은 까치. 사람들은 평소에는 자연을 잘 보전해야 인간도 평화롭게 살 수 있다고 여긴다. 하지만 막상 동물들이 자신의 삶에 피해를 주는 현실과 맞닥뜨리게 되면 차선을 택한다. 이 책은 인간과 동물, 인간과 자연이 맺고 있는 관계의 딜레마를 그렸다. 인간과 동물의 공존은 가능한 것일까.△ 세상의 아이야, 너희가 희망이야 / 베르나르 베르베르 외 / 푸른나무 / 8500원. 브루노의 ‘천하무적 딸기맨’. 12살 엔조는 몸무게가 무려 77kg을 돌파했다. 14살 해커티 미미는 57kg 뚱보. 이들은 아이들의 입맛을 사로잡는 제과업자 스코트 와인슈타인을 납치해 엉덩이를 때려댄다. 이 장면은 컴퓨터 동영상으로 생중계된다. 돈 벌 생각으로 아이들의 입맛을 착취할 권리가 없다는 것. 물질만능과 철저한 자본주의 사회 시스템 안에서 ‘경제적 빈곤’은 어린이들에게 교육의 기회,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능력, 어린이로서 당연히 보호받을 권리 등 모든 것이 박탈된다. 이 책은 여기서 문학의 존재 이유에 힘을 실었다. 문학은 피와 죽음을 담보로 하지 않으면서도 세상을 변화시키고, 사람을 움직이며, 제도를 바꾸고, 나뉜 것을 하나 되게 하고, 미래를 희망차야 한다는 것. 11월 20일 '아동 권리의 날'을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진 이 책은 유니세프(유엔아동기금)와 프랑스를 대표하는 10명의 작가들이 동참했다. 시나리오 작가 출신 뱅상 라발렉은 '표현의 권리'를, '개미' '파피용'의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평등의 권리'를 재미나게 풀어갔다.△ 황당하고 고약하고 어설픈 악당 미스터 검 / 앤디 스탠턴 글 / 사파리 / 8000원.미스터 검은 심술 맞고 지저분한 괴짜 노인. 하지만 자기 집 정원만큼은 마을에서 가장 아름답게 가꾼다. 이유는 미스터 검의 집에 살고 있는 요정이 프라이팬으로 머리를 내려칠까 두려워서다. 그러던 어느 날 제이크라는 커다란 개가 검의 정원을 엉망으로 만들어 놓는다. 화가난 Mr. 검. 그는 급기야 제이크를 없앨 끔찍한 계획을 세운다. 용감한 소녀 폴리와 할아버지는 개를 구하기 위해 좌충우돌 소동을 벌인다. 작가 앤디 스탠턴. 그는 시종일관 예상을 뒤엎는 기발한 글쓰기로 독자를 사로 잡는다. 화자가 독자에게 내용상 중요한 정보를 말해 주는 대가로 돈을 내라고 한다든가, 책 속에 실제로 독자가 읽고 있는 책을 등장시킨다. 이렇듯 전혀 관련이 없어 보이는 대상을 교묘하게 연결하여 파격적인 비유를 만들어 낸다. 중간중간 이야기 속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독자에게 예상치 못한 즐거움도 선사한다. 어설픈 악당이 웃음을 자아내는가 하면 건망증이 심해 뜬금없는 말과 행동을 반복하는 할아버지, 지나치게 순진한 폴리도 독창적이고 입체적인 캐릭터를 선보인다. 등장인물 중 누구 하나 평범하고 얌전한 인물이 없다.

  • 주말
  • 전북일보
  • 2007.11.30 23:02

[책의 향기] 떨림 등

△떨림김용택 외23인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펴냄 / 1만1000원정호승, 안도현, 도종환, 김용택….우리 시대 대표 ‘가객’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그들이 모여 피상적인 사랑이야기가 아닌 직접 온 몸으로 겪고 앓고, 만지고, 또 사무쳤던 사랑에 대해 진솔하게 고백했다. 사촌누이와 유리창을 사이에 놓고 나눴던 야릇하고 애틋한 첫키스의 기억을 떠올린 정호승의 ‘나의 키스’. 함민복은 ‘어느 해 봄 한없이 맑던 시작과 흐린 끝’에서 헤어진 연인에게서 걸려온 전화의 기억을 차분히 더듬어 간다. 가난한 시절 닫힌 마음의 빗장을 열며 다가왔던 헌신적인 그녀의 기억을 고백해 가슴을 먹먹하게 하는 권태현 시인의 '아내를 보면 그녀가 그립다'도 있다. 절절이 온몸으로 겪었던 사랑, 보답 받을 수 없었던 짝사랑, 현실을 이유로 뿌리칠 수밖에 없었던 사랑이었으나 결국 ‘사랑은 모든 것을 이기는 힘’이라는 사실을 통찰해낸 책이다. 이렇듯 사랑으로 인한 상처는 문득 그리움이 되기도 하며, 살아가는 힘을 준다. △개를 돌봐줘 / J.M 에르 지음, 이상해 엮음 / 작가정신 펴냄 / 1만원마주 보는 두 아파트 주민이 서로를 관음증 환자로 오해하면서 벌어지는 소동극. 세련된 유머와 송곳 같은 반전이 공존하는 미스터리 장편이다. 파리의 어느 거리에 있는 중산층 아파트. 평범한 사람들의 단조로운 생활이 이어지던 그곳에서 한 정신이상자가 노파를 살해한다.두 주인공, 코른누르와 플뤼슈의 일기가 이야기의 중심을 이룬다. 여기에 관리인 라두 부인의 편지나 다른 인물들의 이메일 또는 신문기사 등이 끼어든다. 모든 일을 계획하는 범인(?)의 시점이 각 장마다 등장해 불길한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점도 이 책의 묘미.프랑스 소설가 장 미셸 에르의 데뷔작이다. ‘자기 고백’과도 같은 이글은 각박한 현실과 인간관계, 타인과 사회에 대한 현대인의 이유 없는 불안과 불신을 보여줘 씁쓸한 웃음을 짓게 한다.

  • 주말
  • 전북일보
  • 2007.11.30 23:02

[책의 향기] 미술시장 그림은 '그림의 떡'이 아니다

삼성이 비자금으로 미술품을 구입했다는 둥, 신정아 때문에 미술시장이 다시 침체됐다는 둥, 미술시장이 여러 사람 입줄에 오르내리고 있지만 세계 미술시장은 그 어느 때보다 호황을 맞고 있다. 잊을 만하면 경매 신기록이 하나씩 터져 나와 신문 톱뉴스를 장식하고, 우리 전라북도에도 정식으로 미술품 경매시장이 등장했다. 사람들은 고가 미술품을 떠올리지만, 뜻밖의 사실은 경매에 나오고 팔리는 작품의 대다수가 중저가라는 것. 나도 미술 컬렉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지금까지 그림감상법에만 관심을 뒀다면, 이제부터는 그림을 사고파는 일에 더 큰 관심을 가져야 할 때. 그림은 정말 그림의 떡일까? 이 책 한 권이면 순수 컬렉팅부터 미술투자까지 그림쇼핑에 관한 모든 노하우를 전수받을 수 있다. ‘조선일보 이규현 기자의 사서 보는 그림 이야기’란 부제가 붙은 「그림쇼핑」(스페이스). 미술경매 취재를 하면서 ‘일간지 기자가 경매장까지 취재 오냐’는 말을 듣곤 했던 그는 뉴욕 크리스티 경매회사에서 대학원 과정을 졸업할 정도로 미술시장에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 신문을 펼치더라도 전시리뷰와 미술시장 기사는 다른 대접을 받는다. 같은 기자가 썼더라도 전시리뷰는 문화면에, 미술시장 기사는 종합면이나 경제면에 실릴 때가 종종 있다. 전시리뷰는 미술에 관심 있는 독자들만 읽지만, 미술시장 기사는 전 국민이 다 읽는다. 달리 말하면, 돈이 될 수도 있다는 것. 몇 년 뒤 작품의 가격이 오를 수도 있으며, 요즘에는 그림을 굴려 수익을 내는 아트펀드까지 등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초보 컬렉터들이 주의해야 할 점은 무엇이 있을까? 다음은 현장에서 뛰고 있는 미술전문기자가 정리한 ‘컬렉팅을 시작할 때 주의할 점 베스트 5’다. 첫째, 작가의 이름에 현혹되지 말 것. 같은 값이면 유명화가의 B급, C급 작품 보다는 무명화가의 A급 작품의 훨씬 낫다. 둘째, 예산 상한선을 둘 것. 충동구매로 너무 비싼 것을 사지 말라는 뜻이다. 셋째, ‘판화’라는 이름이 붙은 인쇄물에 속지 말 것. 판화작업을 하지 않는 유명작가의 유화나 채색화를 고급스럽게 인쇄한 판화는 미술작품으로서는 투자 가치가 전혀 없다. 넷째, 테마컬렉팅을 하라. 장르별, 주제별로 특화된 미술컬렉팅을 하면 재미도 있고, 컬렉션의 질도 좋아진다. 다섯째, 전문가의 조언은 당연히 듣되 나에게 맞는 것인지 따져봐야 한다. 아무리 주변에서 권유하더라도 내 마음에 들지 않는다거나 우리집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작품은 사지 않는 게 좋다.

  • 주말
  • 도휘정
  • 2007.11.30 23:02

[책의 향기] '젊어지는 한국고전번역원' 이사진 50대 중심으로 체제개편

다음달 4일 민족문화추진회(민추)라는 간판을 내리고 공식 출범하는 한국고전번역원(원장 박석무)이 체제 개편에 맞추어 '젊은 피' 수혈을 가속화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번역원 감독기관인 교육인적자원부는 과거 민추 시절 70-80대 원로급이 주축을 이루던 이사진을 50대 중심으로 짜고 있다. 원장을 포함한 신임 이사진은 신원 확인 등의 절차가 남아있어 22일 현재 '등기 이사'로 등록되지 않았지만 교육부가 내정한 이사진에는 민추 출신인 신승운(56) 성균관대 문헌정보학과 교수와 김언종(55)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김인걸(55) 서울대 국사학과 교수 등이 포함돼 있다. 이밖에 최진옥(59)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 문화재위원이기도 한 고혜령(61) 국사편찬위원회 연구관, 임형택(64) 성균관대 한문학과 교수가 학계 몫으로 이사진에 내정됐다. 한국고전번역원법에 의하면 이사진은 15명 이내로 구성토록 되어 있으며, 교육부는 당연진 이사인 원장과 교육부 학술지원국장, 기획예산처 사회재정기획단장을 포함해 총 9명으로 초대 이사진을 구성할 방침이다. 민추 관계자는 "무엇보다 이사진 구성에서 격세지감과 변화의 바람을 읽을 수 있을 것"이라며 "민추가 열악한 환경에서도 엄청난 고전 정리와 국역사업 성과를 냈지만, 이사진 구성 등에서 워낙 고령자들이 많아 '경로당'이란 이미지를 벗어나기가 힘들었다"고 말했다. 공모를 통해 내정된 박석무 초대원장은 26일 번역원 출범에 즈음한 기자간담회를 갖고 번역원의 변화를 역설하는 한편, 그 일환으로 대국민 홍보강화 방침 등을 피력할 예정이다.

  • 주말
  • 연합
  • 2007.11.23 23:02

[책의 향기] 나는 너무 착해서 탈이야 등

△ 나는 너무 착해서 탈이야 마저리 화이트 펠레그리노 글 / 어린이작가정신 / 7500원. 스스로를 아끼고 존중하라. 포장은 착하지만, 실상은 자신감 결여인 아이들. 부모가 과보호로 키웠거나 외동으로 자라 제 몫을 제대로 못 챙겨서다. 미국의 심리상담가 출신 작가가 쓴 이 책은 ‘너무 착해서 탈’인 주인공을 내세워 ‘딱 알맞게’ 착하는 법을 제시한다. 즉 적당히 착해야 남들도 나를 존중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모두기분이 좋아진다는 것. 3학년이 된 에이미 역시 착한 탓에 학교생활이 힘겨운 아이다. 친구들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기 때문. “야구공 좀 줄래?” “미안한데 딴 자리로 좀 옮겨 줄래?”란 친구들의 요구에도 ‘저 친구가 화를 내면 어쩌나’ ‘싫어하면 어쩌나’하는 두려움에 거절하지 못했다. “만약 사람들이 화를 내더라도 그건 잠깐이고 곧 잊어버려.” 할아버지는 착한 아이들의 근원적인 공포에 대해 명확하게 일러준다. 소심하고 겁 많은 아이들에게 용기를 북돋워줄 메시지다. △ 내 동생 싸게 팔아요 임정자 글 / 아이세움 / 7500원 주인공 짱짱이는 뭐든지 다 파는 길 건너 시장으로 동생을 팔러 간다. 사람들은 이쁜 척만 하고 고자질쟁이, 욕심꾸러기 먹보인 동생을 거저 줘도 싫기 때문. 자전거에 동생을 태우고 시장에 팔러 나간 짱짱이. 장난감 가게 언니, 꽃집 할아버지, 빵집 아줌마, 친구 순이를 만난다. 인형 하나, 꽃 한 다발, 빵 하나, 급기야는 거저로라도 팔아버리고 싶은 동생이었지만, 막상 다시 생각해 보니 거저 줘버리기엔 동생이 너무 아깝다. 엄마놀이 할 때 아기 시켜도 잘 하고, 공주 놀이할 때는 하녀로 부려도 되고, 왕자님도 할 줄 알고 심부름도 잘 한다. 먹보지만 노래도 곧잘 부르고, 색종이 꽃도 접을 줄 알고, 말도 하고 춤도 출 줄 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 시장에 동생을 팔러 간다는 기발한 착상으로 동생의 소중함을 깨닫는 누나의 이야기를 풀어냈다. 혼자 책읽기를 시작한 어린이가 재밌게 읽을 수 있는 그림동화책이다. △ 뒷간에서 주웠어, 뭘? 꿈꾸는 과학 지음 / 열린 과학 / 1만2000원. “측우기는 예사 그릇이 아니었다. 음식 담는 그릇을 비를 담는 그릇으로 전환한 조상의 위대한 그릇이었다.” “신라인은 포석정 물길을 따라 술잔이 돌고 멈추기를 반복하는 카오스(혼돈 속의 질서)적 운동을 만들어 냈다” “카오스를 보는 법을 가지고 있었을까….”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는 과학이 전통 문화를 등에 업고 살아 숨 쉬는 이야기로 재탄생됐다. 지은이 ‘꿈꾸는 과학’팀은 카이스트 교수인 정재승 박사가 지난 2003년 만든 젊은 과학도들의 모임. 이들은 측우기, 포석정 등 우리문화유산을 직접 보고 실망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이것의 우수성을 밝히는 데 소홀했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지은이들은 조상의 지혜가 깃든 생활과학(청국장·무쇠솥·구들 등), 찬란한 빛을 내는 문화유산(포석정·측우기·해시계 등), 민족의 혼이 담긴 장인정신(가야금·나전칠기·먹 등), 실용성과 합리성이 만든 전통과학(각궁·뒷간·자산어보 등) 네 편으로 나눠 거기 숨은 과학의 비밀을 캐냈다. △ 부릉부릉 자동차가 좋아 리처드 스캐리 글 / 보물창고 / 13000원 돼지가족이 소풍을 가는 날. 돼지가족은 실제와 상상을 넘나드는 수많은 차들을 탄 캐릭터들과 만난다. 스포츠카·불도저·소방차·비행기·탱크도 있고, 망치·바나나·치즈·치약 자동차, 달걀 트럭도 있다.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여기저기 숨어 있는 노랑이도 찾을 수 있다. 마치 책 속에 ‘숨은그림찾기’ 책이 또 들어가 있는 셈. 작가 리처드 스캐리는 30년 넘게 활동하고, 300권 넘게 펴내고, 3억 부의 판매고를 올렸다. 그의 작품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말은 fun, 재미. 그는 작가 자신과 아이들이 재미있게 읽어야 함은 물론이고, “부모, 선생님. 심지어 보모까지도 재미있어야 한다.”는 게 그의 신조다. 아이들의 지식과 상상력을 업그레이드 시켜 줄 수많은 차들과, 특정 인종이나 민족적 특성이 나타나지 않는 유쾌한 동물 캐릭터들 또한 이 책이 시간과 장소를 초월해 사랑받는 이유 가운데 하나이다. 미국의 인터넷 서점 <아마존>에 등록된 이 책에는 100개가 넘는 독자 리뷰가 달려 있다.

  • 주말
  • 미디어팀
  • 2007.11.23 23:02

[책의 향기] 혀 마테오 팔코네 등

△ 혀(TONGUE)조경란지음 / 포도원 펴냄 / 1만1000원“다 읽고 나면 입에 군침이 돌게 하는 그런 소설을 쓰고 싶었다”는 조경란씨의 새 장편소설. 1996년 데뷔 후 2∼3년에 한 권꼴로 장편소설을 선보여온 부지런한 그였으니, 6년만에 나온 이번 장편은 독자를 꽤 오래 기다리게 한 셈이다. 여느 소설들과는 다르게 사랑이 끝나는 시점부터 진행되는 이 책은 1월부터 7월까지 전체 일곱 개의 섹션으로 구성돼 시간과 계절에 따라 순차적으로 전개된다. 겨울에서 봄을 지나 여름을 향하여 계절이 흘러가며 주방에는 철에 따른 음식재료들이 차례로 들어오고 실내의 온도 상승과 더불어 인물들의 심리적 열기가 서서히 여름을 향하여 가열되도록 짜여 있다. 따뜻한 밥 냄새에 따라오는 어린 시절의 기억들, 독특한 허브향의 이탈리안 요리에 뒤따라오는 첫사랑의 추억 같은 일상적인 기억들을 떠올리게 하며, 다채로운 음식의 세계 속에서 인간의 사랑, 욕망, 거짓을 감각적이면서도 섬세하게 그려낸 책.△ 마테오 팔코네프로스페르 메리메지음, 정장진 엮음 / 두레 펴냄 / 8900원우리나라에 처음 소개되는 프로스페르 메리메의 단편 모음집이다. ‘낭만주의적 고전주의자’라고 불릴 만큼 낭만적인 주제에 고전적인 간결한 언어와 빼어난 구성을 더해 돋보이는 작품들을 많이 남긴 저자는 비제의 오페라 ‘카르멘’의 원작자로 잘 알려져 있다. 이 책은 그의 작품들 중 대표적인 단편이 수록돼 있다.표제작 ‘마테오 팔코네’는 그의 첫 번째 성공작으로, 사나이라면 당연히 지켜야 할 의리를 저버린 어린 아들을 자신의 손으로 죽이는 비정한 아버지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타망고’는 당시 지식인들과 예술가들이 강력하게 반대하던 노예무역의 잔혹한 실상을 묘사한 작품으로, 노예 상인과 노예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아 객관적 시선으로 현실을 묘사한 사실주의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일르의 비너스’는 프랑스 남쪽 지방의 한 작은 마을인 일르에서 검은 비너스 동상을 둘러싸고 일어난 기괴한 살인 사건을 다루고 있다. 비너스 조각상이 알퐁스를 죽였는지의 여부를 각자의 상상력에 맡기는 독특한 결론을 선보인 환상소설이다.

  • 주말
  • 미디어팀
  • 2007.11.23 23:02

[책의 향기] 올해 출판계 키워드는 '현명한 삶의 추구'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소장 한기호)는 지난해 출판계 흐름을 가장 잘 보여주는 키워드로 '행복'을 꼽았다. 올해 출판계 키워드는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간 '현명한 삶의 추구'로 선정됐다. 출판마케팅연구소는 격주간 발행하는 출판 소식지 '기획회의' 제212호에 이 같은 내용의 '2007 출판계 키워드' 특집을 실었다. 한기호 소장은 21일 "지난해 개인의 행복을 추구하던 책에서 올해는 좀 더 진화해 개인의 다양한 상황에 따라 현명한 삶을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구체적으로 제시한 신간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한 소장은 이에 따른 출판계 흐름을 여섯 유형으로 정리했다. 첫째, 진정 자신이 원하는 것에만 집중하라는 메시지 하나를 처음부터 끝까지 강조한 자기계발서 '시크릿'처럼 독자에게 다가가는 한마디를 던져줘 "경쟁의 공포에서 헤어나기 어려운 사람들에게 정서적 위안을 준" 책들이 많았다는 것이다. 둘째는 '이기는 습관', '대한민국 20대 재테크에 미쳐라' 등의 자기계발서가 보여주듯이 "내 인생의 바이블이 될만한 사항을 알려주면서 누구라도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 매뉴얼"을 담은 책들이다. 미래에셋 박현주 회장의 '돈은 아름다운 꽃이다' 처럼 독특한 경영철학을 담은 자전적 이야기도 많았고 '소통', '겸손' 처럼 "인간의 마음 한 구석을 확대해 보여주는 한 단어 책 제목"이 유행했다는 점도 특징으로 꼽혔다. 올해는 젊은 여성 대상의 자기계발서가 홍수처럼 쏟아졌다. '여자생활백서' 등의 성공 이후 '솔직한 여자가 사랑도 강하다', '여자라면 힐러리처럼' 등으로 좀 더 자장을 넓혀가고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 특징은 '블로그형 에세이'가 다수 출간됐다는 점이다. '두나's 도쿄 놀이', '카페 도쿄' 등은 "개인의 일상을 노출해 개인의 사생활을 엿보는 듯한 즐거움과 자기 중심의 여행을 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줬다. 한 소장은 "인문서 시장에서는 종교에 관한 논쟁을 불러일으킨 '만들어진 신'이 6만부, '생각의 탄생'이 4만부 팔려 화제가 됐고, 국내 소설 중에서는 황석영 김훈 박완서 등 중견작가의 신작과 팩션이 줄을 이었다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고 덧붙였다.

  • 주말
  • 연합
  • 2007.11.23 23:02

[책의 향기] 하체 - 수령이 향청에 지시 내릴 때 사용

요즘처럼 사람을 잘 뽑는 것에 대해 혼돈스러운 적이 없는 것 같다. 달아올라야 할 대선정국은 가라앉고, 덕분에 타들어가는 것은 후보들의 가슴속일 것이다. 사람을 뽑는다는 것은 중요하다. ‘인사(人事)가 만사(萬事)’임을 모르는 사람이 없지만 여전히 어려운 것은 사람을 선택하는 것이다. 선택하는 자 못지않게 선택 당하려는 사람들 역시 모든 힘을 다해 뛰기 마련이다. 재래시장이나 복지시설 등에 정치인들의 발길이 늘어나는 것을 보고 ‘선거철’이 다가왔음을 느끼는 것도 그 때문이다. 경쟁해야 할 상대가 있을 경우 그 싸움은 매우 적극적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나의 뛰어남을 드러내기보다 경쟁자를 끌어 내리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사실은 ‘선의의 경쟁’을 입발림처럼 떠든 그들의 머릿속을 떠난 적이 없다. 향청의 우두머리를 결정하는 일로 머리가 아픈 전라도 옥구현감은 향청에 하체(下帖)를 보내어, 2명을 모두 향장(鄕長)에 임명한다고 지시하였다. 하체(下帖)란 원래 관아에서 일꾼이나 상인들에게 금전이나 물품을 줄 때 작성해 주었던 문서를 말하나 수령이 향약 집강(執綱) 혹은 향교 재임(齋任) 등에게 훈유하거나 지시를 내릴 때도 사용되었다. 전씨와 김씨 두명을 향장에 임명하게 된 배경에는 향장을 둘러싼 고민과 대립 때문이었다. 계사년 2월 옥구현의 유향(儒鄕)들은 수령에 품목을 올려 옥구현의 향청에서는 관례적으로 나이 많은 사람 중 이력이 있는 사람들이 돌아가면서 향장으로 임명되었는데, 올해 공교롭게 전씨와 김씨가 동갑이므로, 이력이 있는 전씨를 향장으로 추대하고, 생일이 빠른 김씨를 내년의 향장으로 추대하기로 하였음을 보고하였다. 이에 대해 옥구현에 거주하던 김윤숙은 전씨들의 저지로 자신의 부친이 올해 향장이 되지 못하였다고 호소하였고, 옥구현감의 하체를 보면 전씨를 향장으로 임명한다는 위조 문서가 나돌고 있었다. 향장의 임명을 둘러싸고 고을 내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자 옥구현감은 2명을 모두 향장으로 임명하는 한편 고을에 나돌고 있던 위조 고목(告目)을 모두 환수하도록 지시한 것이다. 향장은 향청의 우두머리로 수령을 보좌하기도 하고 지방의 풍속을 단속하고 향리들을 규찰하는 임무를 가지고 있었다. 말하자면 향장은 지역의 어른으로서의 역할을 해야 했기 때문에 나이가 많고 덕망이 있는 사람들 중에서 추대를 받았고, 수령이 임명하던 자리였던 것이다. 옥구향청의 우두머리를 둘러싼 이 소동은 선후를 정하여 하기로 했기 때문에 전씨와 김씨의 자손심의 문제로부터 발단된 것으로 여겨진다. 생일이 빠르지만 이력이 없었던 김씨와 생일이 늦지만 이력이 있던 전씨 사이에 먼저 향장을 하고자 하는 욕심이 괴문서의 유포로 나타났고, 억울함을 호소하는 소장이 접수되기도 한 것이다. 선거철, 한 번 속지 두 번 속지 않는다 다짐하지만 여전히 속을지도 모른다고 하면서 투표한다. 맘에 들지 않지만 그래도 그중 나은 사람을 뽑는 것, 어쩌면 그것이 표를 가진 사람의 숙명일런지도 모른다./홍성덕 (전북대박물관 학예연구사)

  • 주말
  • 전북일보
  • 2007.11.23 2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