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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 한글 사용의 보편화

매년 한글날이면 우리 말과 우리 글의 아름다움에 대해 논한다. 올해도 역시 예외는 아니다. 우리 말과 우리 글을 사용한다는 것은 국가와 민족으로서의 한국과 한민족의 정체성과 관련된 것이라는 것쯤은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이다. 매년 외래어의 남용을 걱정하고 무너져 가는 인터넷의 말과 글들을 걱정하는 것도 그것이 단순히 한글의 올바른 사용 여부만을 의미하지 않기 때문이다.한글사용의 생활화는 중첩된 의미를 가지고 있다. 단순히 '한자'를 '한글'로 바꾸어 쓰는 것만이 아니라 한자를 우리 말로 바꾸어 쓰는 것까지를 포함하고 있는 것이다. 두드러진 현상 중의 하나는 논문, 특히 역사와 철학계통의 논문에 한자 사용이 대폭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으레 논문의 제목 쯤은 한자로 써야 무게감이 있는 것처럼 느껴지고, 그 이전에 너무나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졌지만, 지금은 대부분이 한글을 사용하거나 한자를 함께 쓰는 것이 일반화되어 있다. 때문에 외국 사람들 특히 한자문화권에 있는 중국과 일본 사람들이 요즘 발표되는 한국 연구자들의 논문을 읽는 것이 어렵다고 토로하곤 한다. 우리 말이 아닌 우리 글로 한자의 음을 적기 때문에 거시기가 거시기인지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것이다.한글의 사용이 보편화되는 시점에 나타는 일차적인 관행은 기존의 한자어를 한글로 기록하는 것이다. 이번에 소개할 문서는 토지매매문서이다. '명문(明文)'으로 분류되는 토지매매문서 중 한글로 작성된 문서는 한자로 작성된 것만큼이나 아니 그 이상 어렵다. 한자명문을 인지하고 있으면 쉬울 것이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해독의 수준에 있는 문서이다.내용인 즉 이렇다. "위 명문은 대대로 내려온 답 5두락을 여러 해 지어 먹었으나, 형편이 부득이하여 마산편 정쟁뜰에 있는 19배미의 논을 돈 50냥에 옛 문서와 함께 위 사람에게 영원히 파니, 이후에 만일 문제가 있으면 이 문서로 관청에 고하여 시시비비를 가리도록 할 것이다" 위의 문서를 보고 이렇게 해석할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듯 싶다. 이렇듯 한글사용이라는 것이 단순하게 한자를 한글로 표시하는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을 것이다. 올바른 한글의 사용은 우리 말과 우리 글이 함께 쓰여지는 것을 말한다. 한자나 외래어, 외국어를 대체할 우리 말과 글이 만들어지고 널리 사용하는 것만이 올바른 한글사용의 보편화일 것이다./홍성덕(전북대박물관 학예사)

  • 주말
  • 전북일보
  • 2008.10.10 23:02

[책의 향기] 신은 여자에게 더 친절하다

세상에 나와 있는 자기개발서는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사고가 행복과 부(富)를 부른다는 내용, 복잡한 현대 생활 속에 명상을 통해 영적 건강을 추구하라는 내용 등, 읽을 때는 수긍이 가는데 실천하기 결코 쉽지 않은 내용의 안내서들이 넘친다. 손바닥을 펼친 크기만한 붉은색 하드카버의 『신은 여자에게 친절하다』(세라 벡 저, 곽세라 편역, 2008, (주)에스에이엠티유 간)라는 책은 무언가 다른 자기개발서이다. 『붉은 책: 당신의 신성한 불꽃을 점화시키는 맛깔스럽게 비정통적인 방법(The Red Book: A Deliciously Unorthodox Approach to Igniting Your Divine Spark)』이라는 원제의 책을 저자와 이름이 같은 역자가 저자 못지않은 경험과 식견을 바탕으로 그야말로 맛깔스럽게 편역해 놓았다. 역서의 제목이 암시하듯 내용은 여성독자를 대상으로 전개되는 편이나 남성이 읽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21세기는 과연 문명전환의 시대인가? 나날이 그 변화를 감지할 수 있는 것 중의 하나는 여성의 복권이다. 근간 학교에서 사회에서 공개경쟁에서 여성은 오히려 우월성을 뽐내고 있다. 남자 아이들은 컴퓨터게임에 빠져 있어 미래의 알파걸들 앞에서 맥을 못추고 있다. 그러나 여성의 힘, 여성의 신성성(神性性)에 대하여 경계심이나 거부감을 가질 필요가 없다. 그것은 어머니 안에 자리하여 늘 우리 곁에 있어왔기 때문이다. 공전의 흥행을 이룬 『다빈치 코드』역시 그것이 주제였고 그것이 주효했다고 생각한다.이 한 권의 책은 어떤 경쟁심도 적개심도 성취를 위한 강박감도 없이 편안한 톤으로, '자아의 목소리'가 아닌 '영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것을 권하고 그 구체적인 실천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매리 엘런은 "자유로운 영혼의 목소리는 좀더 가볍고 창조적이며 도전적이고 명랑하면서 따뜻한 반면 존재를 지키려고 애쓰는 자아의 목소리는 계산적이고 신중하며 방어적인 동시에 비판적일 수밖에 없다"라고 하였다. 저자는, 우리의 영혼은 우리가 행복하기를 바란다는 것과, 우리가 사랑하는 일을 하고 원하는 사람이 되고 남부러울 것 없는 근사한 삶을 사는 것이 우주가 우리에게 맡긴 역할이라는 것을 믿도록 도와준다.저자는 우리에게 영혼의 목소리가 들릴 때 외면한 기억이 이제까지 얼마나 많았는지를 상기시킨다. 몸은 정직하고 영혼이 누른 건반에 연결된 피아노의 현과 같은 것이므로 몸이 무언가 이야기할 때(예컨대 아플 때) 영혼의 상태에 진심으로 귀 기울여야 한다고 말한다. 우연과 기적, 운명에 관한 힌트를 읽는 방법을 가르쳐주며, 독자들이 완전한 행복감과 충만함을 느끼도록 그 영혼을 점화시키려는 저자와 편역자의 원의(願意)로 가득 찬 이 책은 다음과 같이 끝난다. "나는 당신을 믿는다. 당신이라는 신비로운 존재를 잘 부탁한다. 용기를 자지고 당신 손으로 당신의 새로운 모습을 찾아내길 바란다. 아니 이 책은 그만 잊어도 좋다. 당신은 이미 두발을 땅에 디딘 채 하늘을 나는 법을 배우기 시작했으니까." 강을 건너면 배를 버리라는 선가(禪家)의 말씀, 그리고 『갈매기의 꿈』이 생각나는 구절이다.이 책을 요약하면, '마음'이라는 '야생 원숭이'는 제멋대로 주인 행세를 하며 날뛰는데 그것을 잠재우고 나면 그 원숭이를 숨가쁘게 따라다니느라고 미처 보지 못했던 '여기'의 아름다움과 '지금'의 소중함을 새삼 느끼게 될 것인데, 야생 원숭이를 길들이는 작업, 그것이 바로 '명상(瞑想)'이라는 것이다. 편지글과 같은 문체의 이 책은 "해봐야지" 하는 마음만으로 오늘까지 살아온 우리들에게 실천할 수 있는 용기와 기대감, 그리고 실마리를 건네준다. 다만 한가지, 명상을 하기 위하여 이제 우리는 티브이를 끊고 촛불을 밝혀야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최효준(전북도립미술관장·본지 서평위원)

  • 주말
  • 전북일보
  • 2008.10.10 23:02

[책의 향기] 어린이 책에 담은 우리말의 아름다움

562돌 한글날을 전후해 우리말을 아이들에게 쉽게 소개하고 한글의 우수성을 되새기는 어린이 책이 여러 권 출간됐다.앞서 수와 양을 나타내는 우리말을 다룬 「재고 세고!(수학)」를 내놨던 길벗어린이는 이번에는 자연을 부르는 고운 우리말을 담은 「뜨고 지고!(자연)」를 펴냈다.책에는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아름다운 우리말들의 의미가 만화적 기법의 그림과 함께 소개된다.오랜 가뭄 끝에 내리는 단비는 '다디달게 느껴져' 단비다. 모낼 무렵에 내리는 고마운 비는 가슴과 머리를 잇는 사람의 목처럼 농사철에 중요한 '목' 같은 존재라는 의미에서 '목비'라고 부른다.바쁜 봄에 내리는 비는 비를 맞더라도 일하라는 의미에서 '일비'로 부르며 덜 바쁜 여름철에 내리는 비는 집에서 낮잠이나 자라는 뜻에서 '잠비'라는 이름을 갖고 있다.자연에 관한 우리말을 해, 달, 별/바람과 구름/비와 눈/들, 강, 바다로 나누고 각각의 묶음별로 뜻과 사용례를 덧붙였다. 우리말 연구가로 관련 글을 써온 박남일씨가 글을 썼다.「성왕 세종」(바우나무 펴냄)은 훈민정음을 만든 세종대왕의 이야기를 만화로 엮은 책이다. 한글의 우수성과 세종대왕의 업적을 만화를 통해 쉽게 설명한다.세종대왕기념사업회의 안재응 부장은 "세종대왕의 모습을 학생들에게 정확히 알리고자 국어원과 함께 1년여의 산고 끝에 만화로 된 성왕 세종을 펴냈다"고 설명했다. 홍승원씨가 썼으며, 김석득 연세대 명예교수와 박종국 세종대왕기념사업회 회장이 감수를 맡았다.영어를 비교대상으로 삼아 어휘, 문장, 문법 등 다양한 측면에서 한국어가 지니고 있는 특징을 들여다 본 「국어독립만세」(유토피아). 「국어 실력이 밥 먹여준다」의 공저자이기도 한 출판인 김철호씨가 쓴 '국어' 이야기다.저자는 "모국어인 한국어를 나에게서 분리해보는 것이 '독립'의 첫째 의미이고, 두텁게 덧쓴 영어의 '화장발'을 걷어내고 한국어의 맨얼굴의 들여다보는 일이 둘째 의미"라고 말한다. 저자는 먼저 영어와 한국어의 다양한 차이점을 들여다본 후 영어와 다른 한국어의 특징 중 가장 중요한 한국어의 동사 중심 경향에 대해서 좀더 깊게 다룬다. 이어 독자들이 국어생활에서 부딪쳤던 여러 의문이나 난점에 대한 해결의 힌트도 던져주고 있다.

  • 주말
  • 연합
  • 2008.10.10 23:02

[책의 향기] 죽은 새의 비밀 등

▲ 죽은 새의 비밀얀 손힐 저/ 다른/ 1만 2,000원죽은 새 한 마리를 발견했다. 슬프지만 여러 의문들이 들었다. 왜 새는 죽어야만 할까? 새는 어떻게 죽는 거지? 죽은 다음에는 또 무슨 일이 생기지?「죽은 새의 비밀」풍부한 감수성의 아이들을 위한 죽음과 순환에 관한 책이다. '죽음'을 두렵고 불길한 이미지가 아닌 '수명'이나 '살아서부터 죽는 순간 까지'등 포괄적인 이야기와 함께 삶의 다양한 면들을 다뤘다. 실제로 촬영한 사진을 곁들어 주제를 정확히 짚어내고 가끔은 유쾌한 유머로 '죽음'에 관한 이슈들을 탐색한다. 역동적인 책의 디자인과 밝은 색상, 다채로운 사진이 더해져 아이들의 집중력을 높이고 교양을 쌓기에 더없이 충분할 것. 죽음을 삶의 순환의 일부로 받아들이게 되고 긍정적으로 세상을 보게 하는 독특한 관점을 가진 철학과 과학 종교적 문제까지 담은 책이다.▲ 황금과 교역의 나라 페르시아이경덕 저/ 아이세움/ 9,000원무엇인가 새롭고 신기한 것들로 가득 차 있을 것 같은 나라. '아라비안나이트'라는 이야기로 잘 알려진 비밀스러운 곳 페르시아를 책으로 만난다.현재는 '이란'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는 페르시아는 세계를 아우르는 대제국을 세우고 종교화 문화 예술 등 많은 분야에서 높은 발전을 이뤘던 나라. 세계 여러 나라에 많은 영향을 주었던 곳이기도 하다. 이 책은 '강력한 제국을 세운 페르시아' '문화와 종교의 나라, 페르시아' '교류와 교역의 나라, 페르시아' 세 가지 주제로 크게 나눠 페르시아가 어떻게 광대한 제국을 세우고 화려한 문화를 이룩했는지를 담았다. 실제 국립 이란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많은 고대 유물 사진과 연표가 실려 있어 이해를 높였다. 그동안 서구 중심의 서양사에만 익숙해져 있던 아이들에게 새롭고 폭넓은 시각으로 세계사를 볼 수 있는 안목을 만들어 줄 것이다.▲ 우리 집은 아프리카에 있어요셰일라 고든 저/ 웅진주니어/ 9,000원이 책은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조차 낯설게 느끼는 나라 남아프리카 공화국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남아프리카의 흑백 인종 분리 정책인 '아파르트헤이트' 때문에 집을 철거당하는 위기에 놓인 레베카 가족과 마을 주민들의 이야기. 백인들의 주택단지를 조성하려는 목적으로 흑인 마을의 사람들은 황폐한 땅으로 강제 이주 당할 위기에 처하게 되고 힘들어한다. 그런데 어느 날, 레베카는 엄마가 일하는 백인 집에 찾아 갔다가 마치 다른 세계 같은 그들의 삶을 보게 되는데.어렵고 잔인한 정책에 대한 이야기를 어린 소녀 레베카의 눈으로 그려냈다. 아홉 살 소녀가 느낀 소박함과상징적인 이야기들이 흑인들이 겪는 고난과 아픔, 차별과 편견을 이야기 한다. 인간의 존엄성과 인종차별의 문제를 자연스럽게 깨닫게 될 것.▲ 세상을 바꾸는 아이들재 캔필드, 마크 빅터 한센 저/ 주니어랜덤/ 9,000원'내가 뭔가를 이루기 위해 모든 것을 다 바친 사람이었다고 생각하게 만들고 싶다. 물론 최선을 다한 것 같지 않다는 느낌이 드는 날도 있다. 그러나 어째든 나는 최선을 다할 것이다. 그게 바로 나니까.'(본문 '죽도록 원하면 해낼 수 있다' 中에서)이 책은 「101가지 이야기」시리즈와 「어린이의 영혼을 위한 닭고기 수프」를 만든 저자가 실제 세계 각지 어린이들에게 받은 편지와 글을 엮은 것이다. 커다란 변화를 겪는 10대의 아이들이 친구와의 관계, 부모님과 가족의 이야기, 경제적인 어려움 등의 상황 속에서 물러서지 않고 담담히 받아들이는 의연함이 담겨있다. 외적으로 내적으로 변화와 성장을 겪는 아이들에게 마음과 생각이 자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책.

  • 주말
  • 이지연
  • 2008.10.10 23:02

[책의 향기] '1318'을 위한 직업 소개 책들

책 속에 직업 체험의 길이 있다.대한민국 사회에서 직업은 4만 여종. 미국은 한국보다 5배가량 많지만, '다이내믹 코리아'의 역동성 덕분에 하루가 다르게 직업 숫자가 늘고 있다. 그 다양한 스펙트럼의 직업세계를 엿보고, 현실적인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책들이 여기 있다.청소년 현업 종사자들의 경험담을 대상으로 멘토링 책이 나와 반향을 얻고 있다. 저널리스트, 법률가 등 특정 직업군을 중심으로 한 '아트 오브 멘토링(1∼5권)' 시리즈. 두번째 시리즈인 「미래의 저널리스트에게」 (미래인)는 기자가 되고 싶어 하는 젊은이들을 위한 멋진 입문서다.'당신 어머니가 '얘야, 나는 너를 사랑한단다'라고 말해도 일단 확인해본 뒤에 믿어야 한다.''성실하고 정확하게 수행해야 한다. 세상과 남의 운명에 개입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그렇게 엄중하게 일을 수행하지 않으면 세상과 우주는 작동을 멈추고 만다.''뉴욕 타임스'의 칼럼니스트이자 컬럼비아대학 저널리즘스쿨 교수인 새뮤얼 프리드먼이 언론인 지망생들을 위해 폐부를 찌르는 조언은 오랜 기간 여운을 남긴다. 뛰어난 미국 기자들의 기사작성법의 사례를 챙겨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부키 전문직 리포트(1∼10권)'도 생생한 경험담을 토대로 한 직업 현장 보고서다. 간호사, 요리사, 만화가 등 다양한 직업이 소개됐다. 9번째 책 「만화가가 말하는 만화가」 (부키)는 만화가의 '속살'을 가감없이 담았다. 밥 먹는 데 걸리는 시간은 몇 분 남짓, 마감동안 평균 수면 시간은 두어 시간, 배부르게 밥 먹고 나면 뒤따라오는 식곤증, 이어 따라오는 기절 상태에 가까운 '폭면'. 고필헌 장차현실 장봉군 나예리 등 만화에 미쳐있는 다양한 분야의 만화가들이 피가 마르는 마감 풍경, 서러운 문하생 일기, 편집자와 만화가의 밀고 당기기 등을 그려진다.「공상이상 직업의 세계」 (한겨레출판)은 김봉석 문화평론가가 문화판의 이야기를 쉽게 풀어 쓴 책.게임, 애니메이션, 영화 등 문화콘텐츠 직종을 단순 나열 대신 청소년으로 설정된 캐릭터와 현직인들과의 대화, 일러스트, 인터뷰 등을 담아 재밌게 실었다. 류승완 영화감독 , 컬투 개그맨 , 정연식 만화가, 이혜원 프로듀서, 정영석 카트라이더 개발자, 김부경 뿌까 개발자 등 현역 선배들의 조언이 빛난다.청소년뿐 아니라 문화콘텐츠 쪽에 관심은 있으나 직업 선택을 놓고 방황하는 20대가 읽어도 좋을 만하다.

  • 주말
  • 이화정
  • 2008.10.10 23:02

[책의 향기] 산림계

미국발 경제위기론이 한참이다. 세상을 쥐락펴락하고 있는 미국이, IMF 때에 그렇게도 거들먹거리던 미국이 스스로의 위기에 처해 있으니, 한편으로 고소함을 금치 못하면서도 미국의 기침에 드러눕는 우리나라의 현실은 그것을 즐길 짬을 주지 않는다. 세계 경제의 침체 속에 펀드도 영 신통치가 않다. 돈을 모아 굴리는 방법으로 호평이 자자했던 펀드도 세상의 흐름을 거스르지는 못하는 듯하다.지금이야 푼돈을 모아서 목돈을 만드는 방법이 편드와 주식에 몰려있지만 예전에는 계모임이 유일한 방법이었다. 해방 이후 사회적 병폐로 떠오른 것도 '계돈'이었고, 계주였다. 돈 떼어먹고 도망간 계주 때문에 무너진 가정이 한 두집이 아닐 정도로 계모임의 사회적 인식 속에는 목돈보다 그 만큼의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그렇지만 우리들의 역사 속에서 계모임은 상부상조라는 삶의 미덕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마을단위로 조직된 동계(洞契), 촌계(村契), 부락계 등 다양한 형태의 계모임이 존재해 있었다. 동계와 같은 마을계는 동족마을을 기반으로 하는 촌락구성의 특성상 사실 족계(族契)로서의 성격도 함께 가지고 있었다. 한편, 국가에서 마을을 단위로 세금을 부과하면서, 마을 사람들이 공동으로 세금을 마련하기 위한 계를 조직하기도 하였다. 마을이 공동으로 낼 세금을 준비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누가 얼마씩을 낼 것인지를 놓고 가진 자과 못 가진 자 사이가 벌어지게 되었던 것이다. 상부상조의 미덕보다는 경제적 득실을 생각할 수밖에 없는 세상이 되어버린 것이다.한편, 생활을 위한 독특한 계모임이 만들어지기도 하였다. 산림을 보호하고 아울러 생활을 영위하는 데에 도움을 얻기 위한 산림계(송계)가 그것이다. 온돌 생활을 해야 했던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있어서 땔감의 확보는 중요한 관건이었다. 단지 취사에 사용되는 것 이외에도 추운 겨울을 지내기 위해서는 땔감을 어떻게든 확보해야만 했기 때문이다. 진안 중평마을사람들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송계를 조직하고 성수면 외궁리에 산을 마련하였다. 이렇게 마련된 산을 송계산(松契山)이라 했고, 그 산에서 계원들은 땔감과 비료로 쓸 꼴(풀)을 확보할 수 있었다. 그러나 송계는 1906년 이후 임적조사사업과 1917년 임야조사사업의 시행으로 국유림으로 편입되면서 점차 사라지게 되었다.송계는 산림보호와 땔감 등의 확보라는 이유로 조직되었지만, 크고 작은 마을일에 관여하기도 하고, 정기적으로 곗돈이나 곡식으로 재정을 마련하여 마을의 공동행사에 사용하기도 하였다. 계모임의 재정확대를 위하여 묘목을 심어 팔기도 하였고, 화전(火田)을 허락하고 소작료를 받기도 하였다. 아울러 송계산이나 마을에 부과되는 임야세, 삼림조합비 등의 세금을 공동으로 납부하였다. /홍성덕(전북대박물관 학예연구사)

  • 주말
  • 전북일보
  • 2008.10.03 23:02

[책의 향기] 앨 고어 '불편한 진실'

지난 달 정부는 대통령 주재로 '국가균형발전위원회'를 열고 '5+2 광역경제권역별 특화발전비전'을 발표했는데, 호남권을 '21세기 문화예술과 친환경 녹색산업의 창조지역'으로 선포하고 핵심 선도산업으로 광산업과 신·재생에너지산업을 배정했다. 이어, 총리가 주재한 '기후변화대책위원회'에서는 '저탄소 녹색성장'을 위해 신·재생에너지산업에 2012년까지 5조원을 투입하는 '기후변화대응 종합기본계획'을 확정한 바 있다.기후변화는 무엇이고 신·재생에너지란 무엇일까. 우리도가 국가로부터 책임을 부여받은 이 에너지산업을 이 지역에 꽃피우기 위해서는 그 실체를 파악하는 게 급선무일 텐데, 이 자리를 빌어 적합한 책 한 권을 소개하고자 한다.『불편한 진실(An Inconvenient Truth)』이라는 책이다. 미국 부통령을 지낸 환경운동가 앨 고어가 지구온난화의 심각성과 그 해결 방안을 다룬 이 책은 2006년 5월 미국에서 출간된 이후 많은 나라에서 베스트셀러에 올라 있고, 비영어권에서는 한국어판이 최초로 출간되었다. 대학시절부터 환경문제에 관심을 가진 저자는 이후 줄곧 환경운동에 앞장서 왔는데 전 세계를 누비며 직접 목격하고 수집한 환경관련 핵심정보들을 이 책에 구성지게 정리하여 설명하고 있다. 책의 내용은 같은 이름의 다큐멘터리 영화로도 제작되었는데 정보의 양과 정보 전달효율성에 있어서 아무래도 책을 권하고 싶다. 이 책은 사진과 컴퓨터그래픽스 및 표를 풍성히 사용하여 마치 한 편의 슬라이드 강연처럼 구성되어 있어서 지구온난화에 대한 문외한은 물론이고 전문가에게도 매우 유익하고 흥미롭게 읽힐 것이라고 생각된다. 또 저자가 책 곳곳에 털어놓은 가족이야기도 재미를 더한다. 일부 독자는 그 의도를 오해할 수도 있겠으나 필자에게는 오히려 저자가 환경문제에 그토록 큰 관심을 가지게 된 배경을 짐작할 수 있게 해주어 저자의 주장에 신빙성을 보탠 셈이라고 여겨진다. 저자는 지난 5년 동안 북극빙하가 1/4 가량 줄었고, 향후 50년 빠르면 30년 내에 모두 녹아내리리라는 것을 방대한 자료를 통해 조목조목 지적하고 있다. 또 지구온난화가 현재의 속도로 지속되면, 금세기 말에는 지표면의 평균온도가 약 5℃, 해수면이 약 5~6 미터 상승하는 대재앙이 올 것이라고 경고하며,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에너지를 절약하고 효율을 높이며 대체에너지 개발을 서둘러서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온난화는 지구 곳곳에 폭염이나 태풍의 증가 등의 이상기후를 낳는다. '남대서양은 허리케인 안전지대'라고 교과서에서 가르쳤는데, 2004년 브라질이 그만 사상 최초로 허리케인에 강타 당하더니, 2005년에는 초대형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미국 뉴올리언스를 쑥대밭으로 만들고 말았다. 그 같은 재해가 우리를 계속 비껴갈 것이라고 누가 보장할 수 있을까. 지구행성 전체가 큰 위기에 처한 것이다. 그러나 정작 위기의 심각성은 세계인들이 이 절체절명의 위기를 '양치기 소년의 거짓말'처럼 여기고 있다는 데 있으며, 이 어처구니없이 불행한 사태는 '불 보듯 뻔한' 지구 온난화를 둘러싼 과학적 진실이 화석연료를 팔아 치부하고 있는 악덕기업주들에게는 불편하기 짝이 없으므로, 예전 담배회사들이 담배의 유해성을 은폐하고 왜곡할 때처럼, 그들의 집요하고 교묘한 책략에 의한 것임을 저자는 고발하고 있다. 결론으로 지구온난화를 개인적 문제이자 도덕적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는 저자의 호소처럼, 독자들도 그것을 '발등에 떨어진 불'이자 '내가 책임져야 할 일'로 느끼는 계기가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신형식(전북대 교수·시인)

  • 주말
  • 전북일보
  • 2008.10.03 23:02

[책의 향기] '장날:병풍 그림책' 등

▲ 장날: 병풍 그림책이윤진 저/ 한솔수북/ 1만 5,800원"싱싱한 달걀 사이소." "아따, 조금만 더 깎아 줘." "작년에 왔던 각설이, 죽지도 않고 또 왔네!"오늘은 우리 마음의 5일장 서는 날. 사람들이 넘쳐나는 장터에는 재미있고 신기한 일들이 많다. 옛날이야기를 들려주는 요지경 아저씨, 엿장수와 그 앞에 모여들어 엿치기 하는 아이들, 소를 흥정하는 장사꾼들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든다.이 책은 소란스럽고 정겨운 우리네 장터 이야기를 담았다. 4 미터가 넘는 병풍모양의 책에는 옛날 장터 풍경이 생생한 그림으로 펼쳐진다. 옛 모습이 낯설게 느껴지는 아이들도 어떤 물건을 팔았는지 옛날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는지 하나씩 짚어보며 흥미를 가질 수 있다. 장터를 찾는 사람들과 장터에서 파는 물건들, 그리도 아직까지 존재하고 있는 장터를 알 수 있는 책. '우리 문화 나들이 그림책' 시리즈 중 제 2권이다.▲ 내가 만난 이상한 고양이에드워드 아인혼 저/ 아이세움/ 8,500원"내 이름은 '확률 고양이'야. 나는 확률 게임을 좋아하지. 네가 확률 게임에서 이기면 머리에서 내려갈게."축구 시합이 있던 어느 날 아침 에단은 깜짝 놀라고 만다. 자신의 머리위에 검은 고양이 한 마리가 앉아 떨어지지 않으려고 했기 때문. 고양이를 떼어내기 위해 에단은 확률 게임을 해야만 한다.이 책은 친근한 동물을 이용해 아이들로 하여금 어려운 수학적 용어를 부담 없이 받아들이게 한다. 에단이 고양이에게 벗어나기 위해 하루 동안 벌이는 확률 게임은 아이들이 집안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것들로 직접 응용 해 보며 수학적 지식을 터득할 수 있다. 책 마지막 부분에는 수학적 확률의 역사 이야기가 소개돼 오늘날 여러 분야에 걸쳐 이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참 아름다운 생명정재은 저/ 꿈소담이/ 9,000원아이들이 바르고 고운 인성을 기를 수 있도록 기획된 시리즈.사람의 생명 뿐 아니라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은 똑같이 소중하다. 세상에 나온 순가부터 모두 특별한 조재인 것. 「참 아름다운 생명」은 나 아닌 다름 생명을 소중히 생각하고 살아있는 모든 것에 소중한 사람이 되는 것을 알려주는 책이다.'왕할머니 우리 공주'에서는 주인공의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 나이로는 할머니인 '공주'에 대한 이야기를, '내 친구는 진짜 공룡'에서는 집으로 들어온 도마뱀의 이야기로 숙제를 핑계로 도마뱀을 괴롭히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담았다. '지렁이에게도 소중한 인생이 있다'는 방학을 맞아 시골 할머니 댁에 간 신이와 그 곳에서 요양중인 민서의 이야기. 이 세편의 이야기를 통해 생명의 소중함과 아름다움을 일깨워 줄 것이다.▲ 금빛 아프리카강순복 저/ 꿈소담이/ 8,500원이 책은 책 제목과 동명인 단편 이야기 '금빛 아프리카' 외 6편의 이야기가 묶여있다. 대표작인 '금빛 아프리카'는 저자가 아프리카 우간다와 르완다에 봉사활동을 다녀온 후 쓴 이야기. 남루하고 고통스러운 곳이지만 엄마의 품처럼 포근한 곳이기도 했다고 저자는 말 한다. 마실 물이 없고, 의료 시설이 없어 고통 받지만 그들의 눈에 비치는 빛은 아프리카의 희망을 나타내고 있다.모두가 다같이 웃고 살 수 있는 세상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있으며 순수하고 모험심 강한 아이들의 마음이 표현 돼 있는 책.

  • 주말
  • 이지연
  • 2008.10.03 23:02

[책의 향기] 서로 알아가는 '친구되는 법' 전하는 책

나무구멍 밖으로는 눈이 흩날리고 올빼미와 두꺼비가 촛불을 사이에 두고 둥근 탁자에 마주앉아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는 표지그림은 한없이 평화롭습니다.주인공인 두꺼비 워턴은 청소를 잘하고 형인 모턴은 요리를 잘합니다. 워턴의 기나긴 모험은 형이 너무나도 맛있게 만든 딱정벌레 과자를 툴리아 고모에게 드리기 위한 여행에서 시작됩니다. 꼼꼼한 성격의 워턴은 추운 겨울날씨를 견디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합니다. 굴속에서 눈부신 밖으로 나와 점심을 먹은 후 눈 속에 거꾸로 처박힌 사슴쥐를 구해주고 예쁜 빨간색 목도리를 선물 받습니다.골짜기를 따라 로켓처럼 빠른 속도로 스키를 타고 달리던 워턴은 그만 올빼미에게 붙잡히고 맙니다.올빼미가 사는 구멍 속은 어둡고 퀴퀴했고 커다란 달력에는 올빼미의 생일인 화요일에 빨간 동그라미가 그려져 있습니다.그런데 참 이상하죠? 발을 다친 워턴을 생일에 잡아먹겠다는 올빼미의 말에도 워턴은 겁내기는커녕 가져온 양초에 불을 밝히고 콧노래를 부르며 구석구석을 정리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는 차를 끓여 올빼미와 함께 마시며 이야기를 하기 시작합니다. 조지라는 멋진 이름도 지어주고요. 이야기에 빠져든 조지는 자신의 이야기를 스스럼없이 하게 됩니다. 다음날도 청소를 마친 워턴 덕분에 조지의 집은 깔끔해지고 이제 조지는 차 마시는 시간을 기다리게 됩니다.워턴은 조지가 먹이를 구하러 나간 후 꿈벅꿈벅 눈을 꿈벅이며 스웨터를 풀어 탈출할 계획을 세우지만 조지에게 들키고 맙니다. 그 일로 서로 말없이 지내다가 빨간색 목도리를 보고 구해주러온 사슴쥐들의 도움으로 탈출에 성공합니다.백마리의 사슴쥐와 함께 스키를 타고 내려오는 워턴의 모습은 상상만 해도 환상적입니다. 하지만 저 멀리 사나운 여우에게 잡혀 몸부림치는 조지를 보았을 때 워턴은 용감하게 여우에게 스키봉을 겨누며 돌진합니다. 조지는 이제 워턴에 이어 사슴쥐까지도 친구로 받아들입니다.그런데 조지는 왜 여기와 있는 걸까요? 바로 워턴을 위해 노간주나무 열매를 구하기 위해서였지요. 그 열매로 만든 차를 워턴과 함께 자신의 생일에 마시기 위해서요. 더 이상 워턴을 잡아먹을 생각 같은 건 없어졌거든요. 조지는 그날 아침 워턴에게 쪽지를 남겼지만 탈출에 바쁜 워턴은 미처 그 쪽지를 읽지 못했거든요. 이제 서로를 진짜 친구로 인정한 둘은 툴리아 고모댁으로 향합니다. 물론 날아서요.워턴은 여러 가지 매력을 갖고 있습니다. 추운 날씨를 겁내지 않는 모험심과 여행준비물을 챙길 때의 꼼꼼함, 조지에게 잡혔을 때도 청소를 하고 차를 끓이는 성실함과 친구를 위해 위험을 무릅쓰는 용기입니다. 또 스웨터를 풀어 탈출시도를 하는 부분에서는 좌절하지 않고 다른 길을 찾는 노력이 돋보입니다.워턴이 조지의 이름을 지어주었을 때는 김춘수님의 시 '꽃'이 생각납니다. 이제 조지는 워턴에게 의미 있는 친구가 된 것입니다. 워턴은 친구도 없이 어둡고 퀴퀴한 나무구멍에서 살고 있던 한 마리 올빼미에게"하지만 만약 친구를 사귄다면……바로 너……. 너 같은 친구였으면 좋겠어."라는 고백을 하게 합니다. 이 책에서는 차 마시는 내용이 자주 나옵니다. 차를 마신다는 것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의미합니다. 우리 아이들이 친구나 부모님께 대화를 통해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고 마음껏 자신을 보여주는 솔직하고 당당한 아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저학년 아이들이 그림동화를 읽은 후 다음단계인 긴 줄 글 책을 읽기 싫어한다는 부모님들께 이 책을 권합니다. 정감 있는 그림과 함께 펼쳐지는 이야기가 아이들을 신나는 책의 세계로 이끌 것입니다./김명희 전주시립도서관 아동독서회 지도강사

  • 주말
  • 전북일보
  • 2008.10.03 23:02

[책의 향기] '1318'을 위한 우리 가락과의 만남

'2008 전주세계소리축제'가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판소리 중심으로 한 세계의 모든 소리가 함께 어우러지면서 소통의 물꼬를 여는 기회. 어렵거나 고리타분하다고 여겨졌던 판소리에 대한 편견을 깨는 자리였다. 판소리의 대중화와 현대화를 위해 쉽고 재밌게 풀어쓴 책은 없을까.영화 '서편제'의 작가 이청준씨가 쉬운 말로 다듬고 남도 사투리를 맛깔스럽게 살려내 「심청가」 「춘향가」 「흥부가」「수궁가」「옹고집타령」(파랑새어린이) 동화시리즈를 펴냈다.사람의 참 도리인 효(孝)를 따라 사는 법을 담은 「심청가」 , 시련이 다가와도 충절을 지키는 이야기 「춘향가」 , 「흥부가」 는 사람사는 모습이 각기 다른 이야기를 담았다. 「수궁가」 는 지혜롭게 사는 법을, 「옹고집타령」 은 세상의 모든 잣대를 자신의 고집에만 두던 이가 나눔의 소중함을 깨달아 간다는 이야기다.작가는 곳곳에 이야기꾼으로 등장하면서 옛 이야기를 충실하게 전달하되 권선징악적 이분법 구도를 따르지는 않았다. 놀부와 흥부, 심봉사, 옹고집 등 미련하고, 탐욕이 많으며, 때로는 주책스러운 아주 평범한 사람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친근하게 느끼도록 했다.특히 결말 부분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기보다 필요에 따라 과감하게 생략했다. 이야기의 속도감을 더하고, 독자들에게 상상의 여지를 남겨 전혀 다른 결말로 맺게 한 것.「흥부가」 에선 놀부가 개과천선했다는 이야기는 어디에도 없다. 장수는 흥부의 착한 마음에 감동해 놀부에게 새 삶의 기회를 준다. 놀부가 나쁜 마음을 품을 경우 목숨을 위협할 긴 세모창살을 놀부집에 놓아둠으로써 그의 미래를 독자의 상상력에 맡긴다."그 후 용왕은 충성스런 자라 별주부의 정성으로 병이 낫게 되었으며, 토끼는 산중에서 마음을 곱게 고쳐먹고 오래 오래 편히 늙어간다는 소문이었지만, 그것이 사실인지 어쩐지는 누가 알 수 있으랴."「수궁가」 처럼 느닷없는 결말로 독자들의 호기심을 일으키기도 한다.입에서 읊조리며 살아나는 리듬감은 판소리에서 중요한 대목. 작가는 판소리라는 장르를 염두에 두고 책의 각 작품마다 부제를 달았다." ……나는 물에 빠지면 침(沈·잠길 침)자가 되지만 뭍에서 멀쩡할 때는 사람 성씨가 되는 심(沈·성씨 심)씨 성의 도화동 심학규라는 사람이오."「심청가」의 장님 잔치에 가는 길에 주막에서 만난 장님들은 서로 자기를 소개하면서 맛깔스런 언어의 미감을 드러내기도 한다.이 책에 등장하는 그림은 천편일률적인 동양화나 판화가 아니다. 박승범(수궁가) 채진주(옹고집타령) 구보람(심청가) 조가연(흥부가) 나영(춘향가) 화가가 과감한 붓터치로 캐릭터를 살아있는 듯 보여주고, 배경을 과감히 생략해 동양적인 여백미를 드러냈다. 부드러운 생동감과 색상 대비도 뛰어나 책을 읽는 즐거움을 더한다.

  • 주말
  • 이화정
  • 2008.10.03 23:02

[책의 향기] '트럼펫 부는 백조, 루이' 등

▲ 트럼펫 부는 백조, 루이E.B 화이트 저/ 주니어랜덤/ 9,000원'트럼펫 백조'는 백조의 종류 중 하나로 울음소리가 트럼펫 소리처럼 웅장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 책의 주인공 루이는 트럼펫 백조이지만 아무 소리도 내지 못하는 이상한 아이. 다른 형제자매들처럼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지 못하는 것이 너무나 안타깝다. 그런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루이는 학교에서 읽고 쓰는 법을 배우며 자신이 할 수 것을 시도한다. 장애를 갖고 태어난다는 것은 단순히 몸이 불편한 것을 넘어 편견과 부딪히는 일이다. 아이들은 이런 루이의 모습에서 '다름'의 진정한 의미를 생각하게 될 것. 몸의 장애 뿐 아니라 피부색이나 부모의 이혼 등 나와 다른 상황에 놓인 친구들을 이해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생길 것이다.▲ 허둥지둥 바쁜 하루가 좋아리처드 스캐리 저/ 보물창고/ 1만 3,000원어른들이 허둥지둥 뭔가에 항상 바쁘다. 이 책은 온갖 직업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서로 어떤 도움을 주고받으며 함께 살아가는지를 알려주는 책. 귀여운 동물 친구들이 등장해 사람들이 하루 종일 무슨 일 때문에 바쁜지 보여준다. 경찰관 제빵사 기자 가수 도로 기술자 등 다양한 직업의 세계가 펼쳐지며 이런 이웃들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나와 이웃의 보이지 않는 끝을 때달을 수 있다. 새로운 지식과 재미가 가득한 그림책으로 글을 읽지 못하는 어린이들에게도 즐거움을 선사할 것.북적북적 마을에서 펼쳐지는 분주한 하루를 통해 직업의 종류를 알고 '나는 커서 무엇이 될까?'를 생각해 보는 기회도 가질 수 있다.▲ 타샤의 특별한 날타샤 튜더 저/ 월북/ 9,800원'3월은 나무즙을 모으기에 좋은 계절이지. 모두들 나무즙을 받으러 숲으로 갔단다.'(본문 中에서)세대를 이어가며 사랑 받아온 스테디셀러 그림책. 이 책은 저자 타샤의 삶 자체를 그림으로 담아 현실 속 사물이나 사람들을 따뜻하게 담아낸 것이 특징이다.할머니가 된 타냐가 실제 있었던 옛 이야기를 기억에서 되살려 손녀에게 들려주는 것으로 시작해 1년 열 두 달과 사계절의 의미를 전한다. 매 달 자신을 기다리고 있던 '특별한 날'을 손녀에게 말하며 그 날을 기다리는 행복을 전달하는 타샤. 이 책을 읽는 동안 저자의 행복 철학 '바로 오늘이 생애 가장 기쁜 날이니, 기쁨을 오롯이 누리라'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스파이를 잡아라카트린느 미쏘니에 저/ 미래아이/ 9,000원아이들의 마음을 흔드는 신나는 모험담. 경쾌하고 속도감 있는 이야기와 개성 가득한 일러스트의 조화로 아이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한다.쉽고 편하게 접할 수 있는 컴퓨터, 텔레비전 같은 매체의 발달로 책 읽기에 어려움을 느끼는 아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 책은 게임만큼 신나고 생생한 전달로 책이라면 어렵게만 생각 했던 아이들에게 독서의 즐거움과 가치를 깨닫게 해줄 것. 책을 읽는 동안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친구들끼리 고민하고 의견을 나눈다면 책의 주인공처럼 용기와 자립심도 배울 수 있다. '로르와 친구들' 시리즈 중 한 편으로 다른 이야기들도 계속 출간 될 예정.

  • 주말
  • 이지연
  • 2008.09.26 23:02

[책의 향기] 완의

종부세 논쟁이 뜨겁다.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 것인지, 아니면 1%의 부자들을 위한 것인지, 가진 것 없는 사람으로서야 알 길이 없지만 그래 분명한 것은 돈과 사람들의 관계가 적어도 돈에 의해서 규정되지는 않아야 할 것이라는 원론이다. 돈이라는 게 많으면 많을수록 좋고, 내 주머니에 들어온 돈이 나가면 무조건 싫다는 도박꾼들의 심정처럼, 부자여서 더 내는 것에 대한 알레르기는 예나 지금이나 똑 같은 모양이다.국가에 내는 세금은 억울한 돈이기에 수십억원의 세금을 꿀컥 삼켜버리는 일부 직업군들의 행태도 어찌 보면 오늘만의 일이 아니다. 사람과 돈과의 관계 행태는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사람이 사람으로서 할 수 있는 행태는 일정한 범주 내에 놓여 있을 수밖에 없는 것처럼, 나라에 세금내기를 꺼려하거나 더 내는 것에 대해 무조건 싫은 사람들은 과거에도 있었고, 지금도 있고, 미래에도 있을 것이다.탈법은 사실 납세자에 의해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납세자와 징수자의 뜻이 통했을 때 발각되지 않을 것이라는 맹신 속에 쉽게 불법은 자행되기 마련이다. 조선시대 징수자의 불법으로 대표적인 계층이 바로 아전들이다. 조선시대 지방관아의 살림살이를 맡아야 했던 아전들은 상관인 감사와 수령을 잘 모셔야하고, 불공정한 규정에 따른 물품의 조달, 구입 등으로 인하여 태생적으로 탈벌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가지고는 있었다. 이러한 관행화된 탈법행위에 자신들의 이익을 조금씩 덧붙이면서 범죄화하게 되었던 것이다.계방촌은 국가가 인정한 면세지를 경작하는 농민들에 대한 국가 차원의 면역이 이루어진 제역촌(除役村)의 하나로, 지방 관청의 각 청(廳)에서 요구하는 역을 수시로 부담하였던 마을이었으나, 실제 역(役)을 지지 않고 뇌물을 받쳐 면제 받았던 마을을 가리킨다. 즉 계방촌(契房村)은 조선시대 지방행정기관이었던 이방청, 향청, 장관청, 하리청 등이 사사로이 주민들의 신역(身役)을 면제해주는 대신 뇌물을 받았던 마을을 칭한다. 계방은 바로 그런 목적으로 조직된 모임을 말한다. 돈 있는 마을을 상대로 행해진 이러한 탈세로 인해 빈촌들은 그 만큼의 부담을 떠안아야했다. 통상 가구(戶)를 단위로 하는 호계(戶契)가 일반적이었던 것에 반해 계방촌은 마을을 단위로 하는 이계(里契)였으니 지방행정이 얼마나 엉망으로 돌아갔는지를 알 수 있는 단적인 예이기도 하다.이번 문서는 1884년 순창군 유등면 소완동이 물이 좋고, 토지는 비옥하며 사람들이 진실한데 가옥이 5-6호에 지나지 않아서 계방촌의 예에 따라 매년 10냥을 춘추로 징수한다는 청(廳)의 관리들과 아전들이 합의하여 서명한 완의(完議)이다. 비록 5-6호에 지나지 않는 마을이었지만 계방촌의 예처럼 매년 춘추로 10냥을 징수하고 부역을 면제한다는 합의이다. 역을 면제하는 대신 세금을 받는 행위 자체가 탈법적 요소를 가지고 있으며, 이들의 역이 다른 빈촌으로 넘어가 누군가가 부담해야 했던 상황을 보면 그리 썩 유쾌한 것은 아니다. /홍성덕(전북대박물관 학예연구사)

  • 주말
  • 전북일보
  • 2008.09.26 23:02

[책의 향기] 앨빈 토플러·하이디 토플러 '부의 미래'

인간의 욕망 중 하나가 소유욕이다. 소유의 대상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부' 또한 주요 대상이다. 자본주의 체제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부의 정도는 개인의 능력을 평가하는 척도가 되곤 한다. 역사적으로 보더라도 부를 사적으로 소유하려는 인간의 욕망은 근대의 사유재산제도를 뿌리내리게 했고 자본주의 발전의 원동력이 되었다. 부에 대해 높은 관심을 지닌 현대인들을 솔깃하게 하는 책, 『부의 미래』는 『제3의 물결』로 한국독자들에게 잘 알려진 앨빈 토플러의 15년만의 저술이다. 원제가 '혁명적 부'(revolutionary wealth)인 이 책은 토플러 부부가 12년 동안 심혈을 기울여 집필한 650쪽이 넘는 방대한 양으로 이루어져 있다. 300여권에 달하는 다양한 참고문헌과 한국을 비롯한 많은 국가와 조직 그리고 기구에 대한 사례연구가 당연 돋보이는 걸작이 아닐 수 없다.명성에 걸맞게 저자는 이 책에서 해박한 지식을 토대로 지식혁명 시대를 예리하게 분석하고 혁명적인 미래를 위한 참신한 대안들을 제시하고 있다. 토플러에 의하면 부가 혁명적이라고 부를 수 있기 위해서는 비약적인 양적 확대뿐만 아니라, 부의 창출, 분배, 순환, 소비, 저축, 투자 방식에서 근본적인 변화가 수반되어야 한다. 이런 변화가 경제 분야를 넘어서 사회, 교육, 문화, 정치 분야로 확대될 때 진정한 의미에서 부의 혁명이 이루어진다. 이런 혁명적 부는 개인이나 기업가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다.혁명적 부를 창출할 시스템은 일반적인 경제학의 틀 속에서 이해되지 않고 시간과 공간 그리고 지식이라는 심층기반을 분석함으로써 가능하다. 토플러에 따르면 미국의 주요기관 중 기업이 시속 100마일의 최고 속도로 질주하면서 혁신을 주도하고 있는 반면에, 25마일의 정부 관료조직, 10마일의 교육기관, 3마일의 정치조직, 1마일의 법이 느린 속도로 움직이고 있어서 속도의 불균형이 발생하고 이는 궁극적으로 발전을 방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왜냐하면 인간과 시간의 관계가 혁명적으로 변하면서 시간의 간격은 갈수록 잠재가치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공간적으로도 '부'는 중국과 인도 등 아시아국가로 이동할 뿐만 아니라 우주로도 확장되고 있어서 부의 창출은 혁명적인 변화를 맞고 있다. 토플러는 세 번째 심층기반으로 지식을 미래 경제의 석유와 같은 존재로 비유하면서 시간과 공간에 비해 지식의 변화를 감지하기 어렵지만 상호 작용을 통해 부의 전환이 이루어질 것이라 천명한다.시간과 공간, 그리고 지식의 혁명적 변화는 예상치 않았던 자급자족의 경제시스템과 같은 프로슈머 경제를 부활시키게 된다. 저자는 개인이나 집단이 스스로 생산하면서 동시에 소비하는 프로슈밍을 통해 미래의 경제가 지금보다 훨씬 더 분산된 시스템을 이룰 것이라고 예견하고 있다. 저자는 우리가 지식 혁명이라는 거대하고 심오한 변화를 결코 피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발상과 사고의 전환을 주문한다.분량이 많긴 하지만 독서의 계절을 맞아 이 책을 탐독해 보는 것도 의미가 있으리라 생각한다. 왜냐하면 이 책이 단순히 경제학에 관련된 서적이라기보다는 지식혁명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어떻게 미래를 대비해야 하는지에 대한 깊은 통찰을 요구하기 때문이다./홍성하(우석대학교 교수)

  • 주말
  • 전북일보
  • 2008.09.26 23:02

[책의 향기] '우리 몸 아틀라스' 등

▲우리 몸 아틀라스벵자맹 쇼 지음/ 문학동네어린이/ 1만 2,000원어른들에게는 당연한 몸에 대한 신비를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재미있게 설명한 어린이용 백과사전.우리 몸에 대한 아이들의 호기심은 끝이 없다. 이 책은 꼬리에 꼬리를 무는 몸에 대한 궁금증을 상세한 그림과 함께 자세히 담아냈다. '지도책'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책의 제목 '아틀라스'에서 알 수 있듯 「우리 몸 아틀라스」는 몸 구석구석을 해부하고 펼쳐 보여주는 '몸 지도' 책이다. 몸의 특징을 잘 살린 그림과 상세한 설명이 더해져 마치 몸속을 탐험하고 있는 흥미진진함을 선사한다. 어린 아이들에게 감각과 감정, 운동능력, 근육 등 복잡한 우리 몸의 구조부터 다양한 기능까지 인체의 모든 것을 배울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일방적인 정보전달이 아닌 적절한 예지와 비유를 통해 재치 있는 설명으로 충분한 흥미를 이끌 수 있을 것.▲13개월 13주 13일 보름달이 뜨는 밤에알렉스 쉬어러 지음/ 책과 콩나무/ 9,800원평범한 소녀 칼리는 새로 전학 온 메리디스를 이상하다고 생각한다. 마치 어른처럼 행동하기 때문. 반면 메리디스의 할머니 그레이스는 마치 어린시절을 겪은 적이 없는 것처럼 보이고 어느 날, 칼리는 그레이스 할머니에게 놀라운 사실을 듣는다. 할머니인 그레이스가 진짜 메리디스이고 자신을 흉내 내고 있는 사람은 메리디스의 몸을 뺏은 마녀 라는 것.아이들에게 익숙한 판타지 소설로 300쪽이 넘는 분량이지만 엄청난 반전이 숨어있어 읽을수록 매력을 느낀다. 재미 뿐 아니라 그동안 사회에서 만들어진 노인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담아 선입견을 깰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아이들에게 어른들이 무섭고 어렵기만 한 존재가 아니라 자신들과 같은 사람이라는 인식을 줄 수 있는 책.▲구스베리 공원의 친구들신시아 라일런트 지음/ 보물창고/ 9,000원진실하고 용감한 친구는 어떻게 될 수 있을까?이 책은 지루해질 틈 없이 귀엽고 개성 넘치는 동물 캐릭터들을 통해 우정의 의미를 가르쳐준다. 우리 주변에 있는 동물들에게 인간과 같은 감정을 실어 인간이 갖고 있는 가치를 쉽고 재미있게 그려 인생에서 친구가 갖는 의미가 무엇인지 말한다. 딱딱한 교과서적인 정답이 아닌 웃음 넘치는 이야기와 생생한 그림으로 읽는 맛을 더했다.구스베리 공원에 살고 있는 여러 동물들의 유쾌한, 때로는 가슴 뭉클한 에피소드들을 통해 우정의 참 의미를 자연스럽게 깨닫도록 해 줄 것. 기발한 상상력과 섬세한 문체,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자연스러운 따뜻함이 배어 있다.▲위대한 20명의 미술가찰리 에이리스 지음/ 주니어중앙/ 1만 5,000원좋아하는 가수나 음식에 대해서는 얼마든지 얘기 할 수 있지만 화가나 그림은 어떨까?학교에서 받는 미술 수업은 시험을 위해 달달 외우거나 점수를 채우기 위한 '숙제'에 지나지 않는다. 자연스럽게 미술에 대한 관심은 멀어지고 문외한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 책은 지난 700년 동안 위대한 미술가로 꼽히는 20명의 미술가의 작품과 생애를 실었다. 뿐만 아니라 그 시대에 대한 배경 설명이 더해져 당시의 정황까지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다. 아이들의 감성 지수를 높이고 상상력과 창의력을 향상시켜 주는 도우미 역할을 톡톡히 수행하면서 미술에 대한 흥미를 이끌어 낸다.책 마지막에 더해져 있는 생소한 단어에 대한 설명이 학습에도 도움을 줄 것.

  • 주말
  • 이지연
  • 2008.09.19 23:02

[책의 향기] 에릭 칼 'The very hungry caterpiller'

읽기는 듣기 쓰기 말하기 등 모든 언어 기능이 합쳐진 활동입니다. 엄마와 함께 읽는 영어동화는 정보, 경험, 배경 등을 토대로 흥미 있는 책을 매일 조금씩이라도 읽어 주어 아이가 책을 읽고 싶어 하도록 해야 합니다. 우선 영어동화는 그림이나 삽화가 많고 글의 양이 많지 않아야 합니다. 간단하고 반복 구문이 많은 패턴으로 쓰여져야 아이들이 관심과 호기심 및 흥미도 끌 수 있습니다. 엄마와 재미있게 읽어 추천 도서는 에릭 칼(Eric Carle) 이 쓴 「The very hungry caterpiller」 (더큰 몬테소리 CM)입니다 . 「배고픈 애벌레」 한글동화도 있습니다.이 책의 내용은 어느 일요일 날 작은 알에서 깨어난 애벌레가 먹이를 찾아 배고픔을 달랩니다. 다음날 월요일에는 사과(apple)1개를 먹고 배고픔을 달랬지만 여전히 배고파서 화요일에는 배(pear)2개, 수요일에는 자두(plum)3개, 목요일에는딸기(strawberry) 4개, 금요일에는 귤(orange)5개, 토요일에는 초코릿케잌((chocolate cake),아이스크림(ice cream), 치즈(cheese),막대사탕(lollipop), 파이(pie),수박(watermelon) 등 많은 음식을 먹고 그날 밤 배가 아팠어요. 그다음 날인 일요일에 애벌레는 녹색 나뭇잎을 먹게 되었더니 배아픔이 나아졌고 더 이상 배고프지 않았어요. 애벌레는 음식을 먹고 뚱뚱한 애벌레가 되었고 번데기 집을 지어 2주일 이상 번데기 속에서 쉬고 있다가 입으로 구멍을 내어 나와서 아름다운 나비가 되었다는 이야기입니다.이 책의 주제(Theme)는 Day, Fruits, foods입니다. Day(Sunday~Saturday)(요일)와 Fruits and foods(과일과 음식)을 알면서 작은 애벌레가 커가는 모습을 쉽게 관찰 할 수 있고 나비가 되어 가는 과정을 한 눈에 보면서 흥미를 느낄 수 있는 좋은 책입니다.또한 이 책의 장점은 가장 일반적인 것에서부터 질문하고 자세한 사항 까지 발전시켜서 아이들에게 최대한 단어나 글의 이해를 돕는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면 '알은 어디에 있었나요' ' 알에서 나온 것은 무엇일까요''사과는 어느 요일에 먹었나요'' 애벌레는 어느 음식을 먹었나요''얼마동안 애벌레는 번데기 안에 있었을까요''토요일 저녁에 애벌레는 어떠했나요''번데기에서는 무엇이 나왔나요'등을 통해 아이에게 질문합니다. 아이는 대답하면서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하나씩 정리할 수 있게 됩니다.부모님이 내용을 우리말로 해석하거나 설명하기 보다는 책 속의 그림이나 실제사물, 동작 등으로 힌트를 주어 영어를 영어 그자체로 이해 할 수 있게 합니다. 또한 큰소리로 읽는 연습은 영어를 보다 익숙하게 구사 할 수 있게 하고 보다 자세히 책 속의그림들을 음미 할 수 있도록 아이에게 시간을 주고 보다 다양한 그림속의 이야기나 사물을 발견 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영어동화책 읽기가 즐겁도록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말고 영어 동화책 속의 내용들을 100% 다 이해시키는데 목효를 두는 것보다 특별히 관심을 가질 만한 단어 표현, 문장 또는 전체적앤 줄거리 등 만 이해하도록 해도 충분합니다. 발음이 좋지 않다고 입을 꾹 다물고 있는 엄마보다는 스스로 고쳐가며 영어를 자주 쓰고 아이가 영어에 익숙해지도록 도와주는 엄마가 더 현명합니다./장숙현(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초등학생영어지도사 지도교수)

  • 주말
  • 전북일보
  • 2008.09.19 23:02

[책의 향기] '1318'을 위한 책으로 만나는 미술관·박물관

박물관과 미술관으로 나들이 가기 좋은 계절이다. 하지만 아는 만큼 보는 눈은 깊어지는 법. 다양한 작품들을 책으로 먼저 만나보자. 예술을 가깝게 느끼는 적극적인 동기 부여다.「한 눈에 반한 우리 미술관」 (거인)과 「한 눈에 반한 서양 미술관」 (거인)은 청소년들을 옛 그림과 수많은 서양 명작들을 있는 곳으로 이끈다.「한 눈에 반한 우리 미술관」 (거인)은 100가지 우리 옛그림을 보는 법을 알려준다.우리 옛그림은 보는 그림이자 읽는 그림이다. '일로연과도(一鷺連科圖)'를 보자. '일로(一鷺)'는 한 마리 백로다. 연꽃에 열린 벌집 모양의 열매는 '연과(蓮菓)'. '일로(一鷺)'는 '한 걸음'을 뜻하는 '일로(一路)'와 발음이 같고, '연과(蓮菓)'는 잇달아 과거시험에 합격한다는 뜻의 '연과(連科)'와 같다. 그래서 과거를 떠나는 선비에게 이 그림을 선물했다. 또한 우리 그림은 서양의 그림과 보는 법이 다르다. 우리는 서양식 가로쓰기 방식에 익숙해져 있다. 반면 옛 선조들은 오른쪽부터 세로쓰기 방식으로 그림을 그렸다. 그래서 우리 그림을 보면 자연스럽지 않게 느낄 수 있다.「한 눈에 반한 서양 미술관」 (거인)은 르네상스부터 20세기 미술까지 수많은 명작들에 대한 이해를 돕는 책이다. 1800년대 낭만주의 화가인 고야의 '막대기를 들고 싸우는 사람들'. 다리가 서서히 늪 속으로 가라앉고 있는 것도 모른 채 싸우고 있는 두 사내의 모습이 있다. 인간의 어리석음을 신랄하게 꼬집은 작가의 숨은 의도다. 잭슨 폴록의 'NO.1'은 물감을 아무렇게나 뿌린 작품. 그림 자체가 아니라 미술가의 행위도 작품의 일부로 여긴 대표작이다.'박물관이 손 안에 들어왔다'고 믿게 만드는 책도 있다.「손 안의 박물관」 (효형출판)은 박물관 안의 문화재에 말을 거는 법을 알려준다.보물 1060호 백자철화 끈무늬병은 술을 담는 용도로 사용됐다. 정작 중요한 것은 끈무늬. 술을 마시다 남으면 허리에 차고 가라는 조선시대의 도공들의 익살과 재치를 엿볼 수 있는 장치다.해인사 팔만대장경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일까.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은 이동할 수 없는 부동산을 대상으로 한다. 팔만대장경은 움직일 수 있기 때문에 경판이 아닌 대장경판을 보관하는 장경판전으로 등록됐다. 이처럼 우리가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문화유산에서도 새롭고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담았다.생활 속 예술을 보여주는 책도 있다. 「도자기 - 마음을 담은 그릇」 (애니북스)은 도자기 한 점 한 점을 소재로 삼는다. 작가는 고고미술사학을 전공하는 학부생. 네이버 웹툰의 아마추어 코너인 '나도 만화가'에서 첫 선을 보이면서 네이버에 정식 연재됐다. 매 회 잔잔한 일상의 에피소드로 도자기를 소개해 글쓰기 틀을 깼다. 작가는 도자기가 사람들의 이야기를 품고 있는, 마음으로 빚은 그릇이라고 소개했다.

  • 주말
  • 이화정
  • 2008.09.19 23:02

[책의 향기] 편지

추석을 앞뒤로 분주했던 일상이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이제는 명절이 왠지 격식화 된 통과의례처럼 된 느낌이다. 챙겨야 한다는 느낌 때문인지, 명절이 가지고 있는 본 뜻 보다는 올 추석 명절에는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이 무엇이고 가장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묻는 설문을 의례처럼 조사하고 말하는 것들을 보면 명절이 누구에게는 짐이 되는 모양이다. 이 경우 대부분이 남자와 여자의 역할 구분쯤으로 돌려 버리고 웃는 정도에 그치지만 뒤돌아 생각해 보면 씁쓸한 일이다. 누구에게는 힘들고 누구는 힘들지 않다는 정도로 밖에 명절을 평가하는 것 역시 얄팍한 생각이다.어쨌든지, 본말이 전도되었다 해도 명절을 맞이해서 정성껏 선물을 주고받는 것은 오래된 우리들의 전통이다. 서로가 먹고 살기 힘들었던 시절에 상호부조의 의미를 갖는 것이기도 하고 선물을 전달하는 것으로 연락하기 어렵던 시절 편안함을 확인하는 자기 위안의 행위이기도 하다. 선물을 보내고 받는 것도 옛 사람들의 정은 돈독하다.계해년 8월 13일에 이영후(李英厚)가 사돈댁으로 보낸 편지를 보면, 그는 사돈댁의 아이가 왔다간 후 이미 한달여가 지났다면서 중추(仲秋)에 체후는 어떤지 자제들이 잘 받드는지 집안 모두 철따라 잘 조섭하고 있는지 안부를 묻고, 본인은 용렬한 형국을 말하기 어려우나 딸아이가 비호를 받아 잘 있는 것이 다행이라고 하였다. 명절 물품은 법례가 있다고 하는데 제 모양을 모두 갖추지 못했으니 이는 이 해 농형(農形)에 관계되어 그런 것이나 어쨌든 거의 예도를 모르는 무식한 사람같이 되었다고 하였다. 추석은 향리의 명절로 얼마 남지 않았으니, 추석 이후에 왕림하여서 집안을 빛내주시기 바란다고 하였다.명절 선물을 받고 사돈에게 보낸 편지에는 감사함과 시집 보낸 딸아이에 대한 걱정, 자신이 보내는 선물에 대한 겸손함 등이 간결하지만 따뜻하게 담겨져 있다. 그래서일까 사돈들과 주고받은 편지에는 숨길 수 없는 딸을 둔 아빠의 마음이 녹아 있다. 성정호는 사돈댁에 보낸 편지에 "추석날이 들이 닥치니 새로운 것을 올리는 정은 피차일반인데 과도하게 선물을 보내주었는데도 보답을 못하니 부끄럽기 그지없다면서" 사위를 보내주기를 희망하고 있다. 추석같은 명절에는 초대를 하거나 사위가 보고 싶다는 문구를 말미에 빼먹지 않는 것도, 어쩌면 딸을 가진 아버지의 애틋함일 것이다.명함 한 장 꽂아서 보내는 명절의 선물 문화에 비한다면 그 맘을 표현하는 방식이 참 풍요롭다. 새로운 시대는 그 시대에 맞는 문화가 필요한 법이다. 옛 것이 좋다 해서 마냥 옛 것만을 지키자거나 옛 것은 좋고 지금 것은 나쁘다는 식의 구분을 말하자는 것이 아니다. 추석 명절을 맞이해서 사라져 가는 '정(情)'을 되찾을 수 있는 조그마한 운동은 없을까 하는 바램이 굳이 나만의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홍성덕(전북대박물관 학예연구사)

  • 주말
  • 전북일보
  • 2008.09.19 23:02

[책의 향기] 할레드 호세이니 '천 개의 찬란한 태양'

추석에 고향에 다녀오고 나서 남은 연휴 기간에 이 책을 읽었다. 책의 내용은 결코 재미있지 않았다. 재미라기보다는 오히려 맘 아프고 화가 나고 너무나 눈물나게 하는 그런 내용이었다. 그런데도 밤늦게까지 책은 내 손에서 떨어지려고 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나를 불편하게 하면서도 무언가 세상의 진실을 향하게 하는 그 어떤 힘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할레드 호세이니라는 작가는 참 대단한 작가이다. 아프가니스탄 출신의 의사로 미국에서 일하면서 틈틈이 소설을 썼다는 게 이렇게 뛰어난 작품이라니, 그의 작가적 재능이 놀랍다. 그러나 그의 소설을 가능하게 한 그의 삶의 이력을 생각해 보면 오히려 안쓰럽다는 생각도 든다. 작가에게는 글쓰기가 어떤 의미를 지닐까? 아마도 떠올리기조차 힘든 지난한 과거를 섬세하게 들추면서 글로 재현해내는 과정은, 의사가 환자의 환부를 드러내어 치료하는 치유의 과정과 흡사하리라 생각한다. 작가는 글을 씀으로 해서 자기 자신을 치유한 것이다.나에게 '천 개의 찬란한 태양'은 세상에 이런 삶도 있다니, 라는 절망의 한숨과 한탄이 나오게 만드는 작품이었다. 그러면서 세상에 이렇게도 용기 있게 삶을 헤쳐나오다니, 경탄과 안도의 한숨도 나오게 만드는 작품이었다.마리암과 라일라, 이 소설의 축을 이루는 주인공 여자들이다. 이 둘은 서로 다르면서도 닮았다. 마리암은 하라미(사생아) 출신이고 라일라는 남편을 속이고 하라미를 낳는다. 이 둘의 남편은 라시드. 라시드는 악의 화신이다. 마리암과 라일라가 남편에게 학대당하고, 남편은 아내들을 학대한다. 이들은 이렇게 살지 않았어도 됐을 텐데 왜 이렇게 살아야만 했을까? 그건 아마도 시대가 사회가 그런 말도 안 되는 관습과 그런 분위기, 그런 가르침을 내면화했기 때문이 아닐까? 그러고 보면 라시드조차 시대의 희생자라고 할 수 있다면 지나친 비약일까?나의 가장 기억에 남는 인물은 마리암이다. 라일라와 두 아이를 위해서 담담하고도 의연하게 최후를 맞이하는 장면에서는 숭고한 순교자, 위대한 성인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마리암의 희생이 있었기에 남은 사람들의 행복이 약속될 수 있었다.작가는 이 이야기를 통해서 억압에 대한 결연한 저항이 있을 때 인간에 대한 희망도 존재한다고 말해 주고 있다. 이것은 라일라의 아버지가 집을 떠나 피난을 가려고 할 때 들려주었던 시 귀절에 집약되어 있다. 17세기 사이브에타브리지라는 시인이 카불에 대해 썼다는 시의 일부이다. 이 책의 제목도 여기에서 따 온 것이다.'지붕 위에서 희미하게 반짝이는 달들을 셀 수도 없고벽 뒤에 숨은 천 개의 찬란한 태양들을 셀 수도 없으리'책의 내용을 다 발설하여 스포일러가 되기는 싫다. 독자들께서 이 책을 읽고 직접 느껴보시기를 바란다. 그의 다른 책 『연을 쫓는 아이』도 함께 읽어보기를 권한다. 이들의 책과는 배경이 좀 다르지만 비슷한 분위기의 수잔느 피셔 스테이플스가 쓴『바람의 딸 샤바누』도 함께 읽으면 이슬람에 대한 이해와 여성들이 어떻게 억압받고 어떻게 이에 맞서 살아왔는지 조금은 알게 되리라 믿는다./김동규(남원한빛중학교 교사)

  • 주말
  • 전북일보
  • 2008.09.19 23:02

[책의 향기] 보름달 보듯 옛 그림을 보다

얼마나 좋았으면 그렇게 말했을까?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이번에는 이 말처럼 넉넉하고 편안하게 볼 수 있는 책을 소개하려고 한다. 마침 책의 저자도 달덩이처럼 생겼다. 이 좋은 추석을 맞아 아마 전주 경기전을 비롯한 이 동네, 저 동네에서 흥겨운 민속놀이가 펼쳐질 터이다. 그런데 풍속화하면 독자들께서는 누가 생각나시는지 모르겠다.필자는 신윤복과 김홍도가 떠오른다. 이번 소개하는 저자는 김홍도 전문가이다. 1995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김홍도 탄신 250주년 기념전의 주역이다. 서당에서 회초리를 맞았는지 울고 있는 어린 아이, 그를 안쓰러운 듯이 보고 있는 서당 훈장님…. 씨름판의 그 역동성은 어떠한가? 곳곳에 잔재미가 숨어있는 단원의 그림세계는 참으로 정겹다.원래 미적 감각이라고는 바닥을 기는 필자가 그나마 조금씩 아름답다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눈을 뜨게 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대학시절 서울 성북동에 있는 간송미술관(澗松美術館)에 드나들던 것이 계기가 되었다. '간송(澗松)은 전형필(全鎣弼) 선생의 아호이다. 교과서에 실려 있는 청자상감천학매병(靑磁象嵌千鶴梅甁) 등 일제시대에 당신의 전 재산을 쏟아부어 우리 문화재를 지켜낸 바로 그 분이다. 현재 연구실장이신 최완수 선생께서 그 뜻을 이어 연구에 매진하고 계신다.간송미술관은 마치 어렸을 때 시골집 뜰이나 뒤란을 생각나게 하는 정원과 닭, 토끼를 기르는 우리가 있다. 닭은 토종닭이다. 공작도 있는데, 모두 그림 공부를 하면서 실제로 관찰하기 위하여 기른다고 한다. 바로 이번에 소개할 책은 이 간송미술관 수장품에 주로 기초한 연구이다. 물론 국립중앙박물관이나 개인 소장자료도 이용하였지만, 무엇보다도 저자가 간송미술관 연구위원으로 있으면서 감식안을 키웠고 그곳 소장 자료를 많이 활용하였기 때문이다.다채롭고 새겨들을만한 저자의 전통 미술에 대한 흥미로운 설명을 모두 소개할 수는 없고, 신윤복의 그림 하나를 예로 들어 저자의 내공과 자세를 들여다보자. 대상 그림은 '달 아래 남녀가 연애하는 그림'(월하정인도)'. 얼마 전 비슷한 그림이 시중에 나와, 그것도 신윤복의 그림이라고 떠들썩한 적이 있었다. 물론 아니었다.이 그림에는 담장 너머로 달이 보인다. 그림에 나오는 달을 보고, 저자는 '초승달 지는 깊은 밤'이라고 묘사했다가, 망원경으로 하늘을 관측하는 것이 취미인 독자에게 혼이 난 얘기가 실려 있다. 즉, 초승달은 아침에 그림처럼 바가지를 엎어놓은 모양으로 떠서, 누운 자세로 저녁에 진다는 것이다. 그러니 저자의 말한 '초승달'이 '깊은 밤에 지는' 일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그러면, 그림은? 이건 새벽이다. 헤어지는 것이다. 뭘 했는지 모르지만 헤어지는 그림이다. 왜 신윤복은 새벽 초승달을 상정했을까? 만일 그림 속의 달이 발라당 누워 있으면 어디 헤어지는 애틋한 분위기가 나겠는가? 그건 그렇고, 필자도 달을 본지 참 오래 되었다. 반달은 되어야 밤 11경 진다고 한다. 휘영청 보름달을 만날 때까지 변하는 달 구경이 어떨까?/오항녕(한국고전문화연구원 연구위원·본보 서평위원)

  • 주말
  • 전북일보
  • 2008.09.05 23:02

[책의 향기] 통표(統表)

인구를 어떻게 파악할 것인가? 국가를 운영하기 위해서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가구(戶)와 거주자의 정보는 바로 세금으로 연결지을 수 있는 기본 정보이기 때문이다. 조선시대에는 3년에 한번씩 호구단자를 제출하도록 하여 호적대장으로 관리하였다. 그리고 5호를 1통(統)으로 하여 통마다 통수(統首)를 두는 오가작통을 시행하였다. 호구수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시행된 오가작통은 때로 주민들을 감시하는 방법으로 활용되기도 했지만, 통호(統戶) 기록이 수시로 변하는 것을 보면 그 역시 여의치만은 않았던 듯하다.대한제국시기에 들어서면서 1896년 9월 1일 ?호구조사규칙?이 시행되면서 다시 제정비되었다. 호적, 작통(作統), 호패(戶牌) 등의 내용이 담겨진 조사규칙에는 호적, 통표, 호패의 세칙과 양식이 들어 있다. 통표는 5가 1통의 옛 제도를 10家 1統으로 바꾸고 각 통별로 인구수와 가옥의 규모를 적은 조사표이다. 통표는 통내의 각 호주의 호적으로 조사하여 호주성명, 남녀인구수, 가옥 칸수, 개적(改籍)의 내용 등을 기록해 놓은 것이다. 각 통의 통수(統首)가 통표를 작성하여 1부를 리존위(里尊位)에게 보내고, 리존위는 여러 통표를 모아 책자로 만들어 보관하고 1부를 다시 면집강(面執綱)에게 보내었다. 면집강 역시 각 마을의 통표를 모아 책자로 만들고 다시 1부를 제작하여 부.군청에 제출하였다. 관찰사를 거쳐 내부(內部)에 제출하게 되고, 내부에서는 각 도의 통표를 모아 정리하여 전국의 인구통계를 집계하였던 것이다.위 문서는 금구군 초처면 유정리 제1통의 통표로 통수는 황이중이고 유정리의 리존위는 고정주, 면집강은 송종풍이었다. 남자는 26명, 여자는 20명이었으며 모두 초가집에 거주하고 칸수는 29칸이었다. 이렇게 작성된 통표는 인구파악 이외에 백성들이 소장을 접수할 때 그 입적 여부를 확인하는 데에 사용되기도 하였고, 각종 증명서의 발급과 가옥의 매매 증빙 등 제반 관문서 발급의 확인용으로 이용되었다.통수는 10가구의 여러 가지 일을 정탐하여 수시로 보고해야 했다. 통수가 하는 일 중에는 술, 도박, 무당, 싸움 등의 윤리에 관한 일과 이사, 출생, 사망, 호주변경과 어떠한 사람들이 왕래하는 지들의 동태 파악 등이 있었다. /홍성덕(전북대박물관 학예연구사)

  • 주말
  • 전북일보
  • 2008.09.05 2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