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25-12-16 22:49 (Tue)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문화 chevron_right 문학·출판

길 따라 선인의 사색을 탐하다

“이 책은 사람다운 삶을 생각하며 올곧게 살아가고, 살아가려고 노력하고 반성하는 사람들에게는 의미 있는 조용한 사색의 오솔길이 될 것으로 확신합니다.”김경식 연정교육문화연구소 소장이 <남도길, 숨은 명소, 그 사람2>(교육과학사)를 출간했다. 그는 “눈요깃감으로 쓰는 그런 류의 책이나 먹을거리를 소개하는 책보다는 재미가 없을 것이란 것을 안다”고 운을 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도길> 두 번째 이야기를 쓴 것은 옛 어른들의 행적을 좇으면서 자신의 삶을 포개어 보고 ‘무엇이 모자라는가, 내가 반생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사유하기 위해서다.고향인 고창을 비롯한 순창, 남원 등 전라도 지역의 숨은 명소들과 이와 관련한 인물 이야기들을 풀어낸다. 역사적으로 의미있는 선인과 유적들을 소개하는 동시에 이들이 오늘날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를 함께 녹여낸 점이 특징이다. 일 년에 한 번은 방문하는 고창 도암서원은 안동 김씨인 영모당 김질과 그의 증손인 은송당 김경철, 현무제 김익철 두 형제를 배향하고 있다. 도암서원 가는 길을 따르던 문맥은 자연스럽게 영모당 김질에 대한 탐구로 넘어간다. 하늘이 내린 효자로 인정받는 김질은 조선 중기의 문신으로, 소년시절 어머니가 등창을 앓자 그 고름을 입으로 빨아냈던 일, 열두 해 동안의 시묘(侍墓)살이 등의 일화를 통해 효심을 알린다. 효의 중요성이 점점 잊혀지는 현대사회에서 그의 행적은 깊은 울림을 준다. 이와 함께 학문세계와 인품, 교우관계 등도 소개한다. 사람들이 어버이를 공경할 줄 모르는 것은 책을 읽지 않아서 그러하다는 그는 소학(小學) 가례(家禮) 효경(孝經) 등에 전심하고 언제나 책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또한 자효(慈孝) 우공(友恭) 화락(和樂) 경의(敬義) 충신(忠信) 손제(遜悌) 등 사람으로서 부모, 형제, 부부, 임금, 친구, 웃어른과의 사이에 지키고 반성해야 할 ‘자계(自戒)’ 6조를 지어 수양하는 데 힘썼다.책을 따라 사색의 오솔길을 걷다 보면 시대를 초월한 인간의 참 모습과 삶의 깨달음을 얻게 된다.저자는 전주고, 성균관대, 전남대 교육대학원, 원광대 대학원 석·박사 과정을 거쳤으며 지난 1997년 <문예사조>에서 수필문학상으로 등단하기도 했다. 원광대, 전주교대, 전주대, 대전대, 군장대 등에서 교육학을 강의하고 한국교육사학회 회장, 한국교육철학회 감사 등을 지냈던 그는 현재 연정교육문화연구소를 운영하고 (사)한국교육사상연구회 이사, 중국 연변대학 사범학원분원 학술위원회 고문, 동북조선민족교육과학연구소 석좌교수를 맡고 있다.

  • 문학·출판
  • 김보현
  • 2016.04.22 23:02

은행나무 뿌리가 '집집마다 뻗어 있는' 마을로…

지난 9일 오후 김제시 공덕면 마현리 당산나무인 은행나무 아래 글 좀 쓴다는 작가 100여명이 모였다. 유강희 시인이 정양(75) 시인의 시 은행나무 배꼽을 낭송하는 순간, 정 시인이 제자 박성우 시인과 모습을 드러냈다.전북작가회의(회장 김병용)와 우석대 문예창작학과(학과장 곽병창), 출판사 모악(대표 김완준)이 정 시인의 시집 <헛디디며 헛짚으며> 발간을 기념해 시인의 고향을 둘러보는 문학기행을 마련했다. 기행에는 곽병원 김영춘 김제김영 김혜원 박예분 서홍관 송준호 임희종 정철성 작가 등 시인의 제자와 시인을 따르는 작가들이 참가했다. 기행의 길잡이는 시인을 아버지처럼 모시는 이병초 문병학 장현우 시인이 맡았다.3년여 전 전주에서 경기도로 거처를 옮긴 시인과 기행을 함께 한다는 소식에 참가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격의없이 소탈한 시인에게 가르침을 받은 제자들이 가장 적극적이었고, 오랜만의 시집 발간이 반가운 팬들도 따라나서면서 예상보다 규모가 커졌다.기행단을 마주한 노 시인의 첫 마디는 무슨 할 말이 있겠느냐면서도 고맙고 미안하다며 말문을 열었다.독립운동을 하다 행방불명이 된 아버지의 빈 무덤에서는 형무소에 끌려가서 아버지는/행방불명이 되었습니다/감옥에서 육이오를 맞았고/구사일생 목숨을 건져냈다는/그럴듯한 풍문도 아랑곳없이/인곤 난리 다 지나도록/ 소식이 없었습니다낭송되는 시구절에 눈물을 삼키기도 했다.<조선창극사>를 쓴 정노식 선생과 진묵대사의 이야기가 담긴 시 불갯마을과 시인이 좋은 시로 꼽는 지평선이 낭송될 때도 감회로 말을 잇지 못했다. 시인은 치매 걸린 친구가 봄 밤에 택시를 잡아타고 고향에 가자고 했다는 얘기를 전해듣고 최근에 그 내용을 시로 썼다며 고향이 더욱 그리운 봄날에 고향 꽃구경을 시켜줘 더욱 행복하다고 했다. 시를 쓰는 후학들에게는 쉽게 쓰라고 전했다. 쉽게 읽으려고 보는 것이 시 인데, 어려우면 읽겠느냐면서 공감을 얻으려면 쉽게 쓰는 노력을 하라고 당부했다.곽병창 우석대 교수는 시인을 좋아하고 그리워하는 후배들이 시인의 그리움과 안타까움의 대상인 고향을 함께 둘러보기 위해 마련한 기행이라고 소개했다. 이병초 시인은 번거롭다며 고사하는 선생님에게 떼를 써서 마련한 자리인데, 선생님을 그리워한 이들이 많았다고 전했다.김제김영 시인은 시인은 의식 있는 지식인의 표상 같은 분이라며 특히 작품 속에 김제지역의 향토사와 문화유산에 대한 애정이 깊이 드러난다고 말했다.공덕면에서 시작된 기행은 망해사와 금평저수지 등 시인의 시를 되짚는 여정으로 진행됐으며, 출판기념회를 겸한 뒤풀이로 마무리됐다. 출판기념회에는 이종민 이병천 신형식 안도현 박두규 박남준 작가 등도 함께 했다.

  • 문학·출판
  • 은수정
  • 2016.04.11 23:02

석전 스님 80년 삶 책 한 권에 '오롯이'…종걸·혜봉 스님 공저 〈영호 정호대종사 일생록-석전 박한영〉

조선불교 교정(종정)을 두 번이나 지낸 대강백(大講伯)이자 시인, 독립운동가, 그리고 교육사상가로 활약한 석전 박한영 스님(1870~1948)의 일대기가 책 한 권에 담겼다.군산 동국사 주지인 종걸 스님과 경기도 이천 부석암의 혜봉 스님이 공동으로 펴낸 <영호 정호대종사 일생록-석전 박한영>(신아출판사).석전 박한영 스님에 대한 업적은 육당 최남선, 담원 정인보, 미당 서정주 등 시대를 대표하는 문인들을 통해 익히 알려져 있었다. 전북일보가 지난 2000년에 펴낸 <남긴 뜻 천년 흘러-20C 전북50인>에도 석전 스님의 업적기 기록돼있다.하지만 출생부터 마지막 유훈까지, 그의 80년 삶을 오롯이 정리한 것은 이 책이 처음이다.16년 전, 종걸 스님은 은사스님에게 석전 노스님의 행장 정리를 화두로 받았다. 넘겨받은 자료는 빛바랜 누런 서류봉투 속 화엄종주 백파율사비 한글 해석본, 스님에 관한 복사 자료 몇 장이 전부였다. 이날부터 1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자료를 수집했다. 일제시대 문서를 찾기 위해 박물관, 연구소, 고서점 등을 뛰어다녔고 석전에 대한 면밀한 연구를 위해 일본까지 건너가 당대 불교 자료를 발굴하기도 했다. 그 후 개별적으로 석전에 대한 연구와 자료 수집을 해온 혜봉 스님과 의기투합해 공동 집필을 시작했다.1편 강학시대, 2편 교학시대, 3~5편 기행시대(한라에서 백두까지), 6편 교정시대, 7편 만년의 삶 등 그의 생애를 총 7편으로 구분해 기록했다. 근대불교의 토대를 이루고 조선불교의 정통성을 지킨 불교적 관점뿐만 아니라 문학을 통한 근대 교육 활동과 조선 독립을 위해 헌신한 활동까지 조명한 것이 특징이다.강학 시대에는 출가해 45세까지 환응금산설유설파백파 스님 등에게 수학하고 절차탁마했던 내용을 담았고 교학시대 편에서는 불학강사로 활동하던 때와 31운동, 한성임시정부, 조선민족대동단에서 활동했던 항일운동 기록을 실었다. 금강산, 백두산 등을 당대 문인들과 함께한 기행 이야기, 개운사 불교전문강원 강주조선불교선교양종 교정불교계 항일비밀결사 조직이었던 만당 활동중앙불교전문학교 교장시절의 삶도 기록했다.60대에 논했던 승지강산(勝地江山)에 대한 예술관종교관물질관, 그의 물외도인(物外道人)적 일화, 광복직후 초대교정 활동, 동국대 재직 시절 이야기 등 만년의 생애도 꼼꼼히 서술했다.부록엔 연보, 입적 후의 선양 사업, 간찰 목록, 전법게 목록, 금석문 등을 실었고 글과 함께 석전이 생가와 출가 사찰, 승적부, 인보(印譜), 탑비, 독립운동 문서, 저술서 등 사진자료도 빠짐없이 담았다.우곡 혜봉 스님은 석전이 이룩한 업적이 높음에도 만해용성 등에 비해 석전에 관한 연구와 현창은 매우 저조하다며 이 책이 석전의 높은 뜻을 빛내고 그분을 기리는 데 작은 기여라도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 문학·출판
  • 김보현
  • 2016.04.08 23:02

혼불기념사업회·전북일보, 전국 초등학생 대상 공모전 개최

‘날아가는 지렁이 고사리손에 잡히다!’ 혼불기념사업회(대표 장성수 전북대 명예교수)와 최명희문학관, 전북일보사가 공동 개최하는 ‘제 10회 대한민국 초등학생 손글씨 공모전’이 열린다.손글씨 공모전은 스마트폰과 컴퓨터 영향으로 ‘두드리는 글씨’가 일상화된 어린이들에게 한 자 한 자 마음을 담는 글씨 쓰기의 기회를 통해 우리 말과 글의 소중함을 경험하게 하기 위한 것이다. 또한 한글의 우수성과 아름다움을 알리고, 만년필 쓰기를 고집했던 최명희(1947∼1998) 작가의 삶과 열정을 다시 새기기 위한 취지도 담겼다. 장성수 대표는 “손으로 직접 글씨를 쓰면서 글을 쓰면 인간의 다양한 감정을 더 세밀하게 표현할 수 있다”면서 “직접 글을 쓰고, 지우고, 다시 쓰는 과정을 통해 많은 학생들이 손글씨의 따뜻함과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공모전은 전국의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다. 손글씨로 쓴 편지와 일기를 9월 3일까지 최명희문학관(전주시 완산구 최명희길 29)으로 방문 또는 우편으로 보내면 된다. 대상에게는 전라북도교육감상과 20만원 상당의 상품이 수여되며, 모두 154명의 학생을 시상한다. 수상작품은 10월 중순부터 2개월 동안 최명희문학관에 전시된다. 그동안의 수상작품은 손글씨블로그(http://blog.daum.net/2840570)에 전시되고 있다. 문의 063-284-0570.

  • 문학·출판
  • 은수정
  • 2016.04.08 23:02

세상 헛것들에 던지는 날카로운 힐난

7년만에 새 시집 <헛디디며 헛짚으며>(모악)를 낸 정양시인. 후배 문인들이 출자해 세운 출판사 ‘모악’에서 ‘모악시인선’ 첫 시집으로 시인을 모시고 싶다는 ‘행복한 강요’에 못 이기는 척하며 “모자란 초고”를 내어놓았다.“마지막 시집이지 않을까 싶다”는 시인은 일흔이 넘어 시집을 낸 소감을 “백수작춘용 영불괴지분(白首作春容 寧不愧脂粉, 백발에 화장을 하고 꾸미니 연지와 분이 부끄럽다. 유몽인의 한시 ‘상부(孀婦)’중 일부)”으로 대신했다. 시집은 우석대학교 정년퇴임 이후 쓰여진 것들이다. “정권도 역주행하고 있으니 저도 역주행을 한번 해봤다”며 황량했던 1950년대 중고등학교 시절을 회상했고, 복잡하고 참담한 시대를 살아가는 노년의 지식인의 통증을 내면화했다.시집에 실린 대부분의 시는 시대의 질곡과 맞서고 그것을 기록하려는 것들이다. 언어수사에 집중하지 않고 경험에 바탕을 둔 인간적인 삶의 행위에 초점을 맞췄다. 애정으로 끌어안고 감내하려는 익살스러운 목소리도 여전하다.시인이 이번 시집에서 가장 아끼는 시는 이발소에서 면도하는 장면에 역사와 현실을 빗댄 ‘눈 감은 채’. ‘…목을 치기 전에 머리빡을 이렇게/ 몇차례나 시원하게 박박 감겨주는/ 착하고 솜씨 좋은 망나니는 없었을까/ 오랏줄에 묶인 채 눈 감긴 채/ 원통한 목이 뎅겅 잘리기 전에/ 마지막으로 눈 부릅뜨고 싶었을 머리통들이/ 여기저기 피범적으로 뒹구는게 보인다/ 박박 감아주는 손길에 머리통을 맡기고/ 눈 부릅뜨지 못한 일들은 눈 감은채 헤아린다.’( ‘눈 감은 채’ 일부) 시집의 표제는 ‘핏발 선 눈을 가리고’에서 따왔다. ‘…시력이 형편없어도 무슨 구실은 했던지/ 외눈으로 세상을 가늠하기가 만만찮다/ 핏발 선 눈을 끝내 가리고/ 헛디디며 헛짚으며 갈 데까지 가봐야겠다.’( ‘핏발 선 눈을 가리고’일부) ‘응답하라 1950’으로 묶인 학창시절 회상 시는 순박함속에 통섭과 통찰이 있다. ‘이 세상에는 옳은 일보다 그른 일이 많아 시험 답안지에 모두 ‘×’를 친 시인에게 기분이 좋다며 100점을 준 화학선생님( ‘화학선생님’)과 “학무국장 지시로 수업시간에 소지품 검사를 하겠다는 훈육부 선생들에게 왜정때 배운대로만 풀어먹을라고 한다며 쌍욕을 내뱉으며 막아선 ‘무식’한 체육선생님( ‘잃어비린 이름’)”도 애잔한 그리움으로 다가온다.문태준 시인은 “시인의 시는 영혼이 앓아누운 자리에서 얻은 것이어서 시구(詩句) 곳곳을 따라 읽을 때는 온몸이 쑤신다. 그러나 싱긋벙긋거리게 하는 익살 또한 있다. 세상의 헛것들에게 거는 힐난이 날카롭다. 답답하던 가슴에 펑 구멍이 뚫린다”고 했다.시인은 “부인이 밤새 시집을 읽으며 눈물이 다 나왔다고 하더라”며 이번 시집으로 부인이 자신의 애독자가 됐다고 전했다. 현재 우석대 문예창작학과 명예교수로 있다.

  • 문학·출판
  • 은수정
  • 2016.04.08 23:02

한승헌 변호사 〈재판으로 본 한국현대사〉정의·진실 외면한 사법부 '흑역사' 들춰

재판과 역사는 서로 맞물려서 작용과 반작용을 되풀이해왔으며, 그중에서도 정치적 사건의 재판은 역사의 연역과 귀납에 이용되는 중요한 사실(史實)로 꼽힌다. 잘못된 재판은 그릇된 역사의 싹이 되고, 열매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러니 재판의 잘잘못을 따지는 것은 올바른 역사를 탐구하는 실증적 작업의 한 부분이 될 수도 있다.줄곧 시국사건을 맡았던 한승헌 변호사(전 감사원장)가 펴낸 <재판으로 본 한국현대사>(창비)는 정의와 진실을 외면했던 사법부의 민낯을 드러내고 있다. 독재와 군사정권으로 민주주의와 국민의 기본권이 말살됐던 시절, 압제에 휘둘린 피고인을 세운 법정은 법과 정의보다는 권력의 편에 섰다.1975년 사형이 언도된 인혁당 사건 피고인들에게 법은 2007년 재심판결에서 무죄판결을 내렸지만 이미 사형이 집행된 후였다. 지금도 잊을수 없는 이름으로 인혁당 사건에 연루됐던 여정남을 기억하는 한 변호사는 법의 이름으로 죽음을 당한 이들은 돌아올수 없다고 강조한다. 이 책이 나오게 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재판이 밝혀주지 않는 시국사건의 진실을 법정 밖 세상에 알리고, 미래 세대에게 전해주려는 것이다.한 변호사는 변호 활동을 넓혀 증언자기록자로서의 소임을 행한 것이라며 나아가서 현대사에 얼룩진 정치적 사건의 진상을 재판 중심으로 파헤쳐보고 싶었다고 밝혔다.책에서 다룬 재판은 815 해방 후 일어난 정치적 사건 17건이다. 여운형 암살, 반민특위, 진보당과 조봉암, 경향신문 폐간, 소설 <분지>필화, 동백림, 원간 <다리>지 필화, 대통령 긴급조치 1호와 4호, 인혁당, 31민주구국선언, 김재규의 1026, 김대중 내란음모, 문익환 목사 방북, 전두환 노태우 내란, 노무현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등 한국 현대사에 얼룩진 사건들이다. 이가운데 <분지>필화와 인혁당사건 등 9건은 직접 변호를 맡았다.이들 사건 중 2009년에는 민청학련 사건에 무죄 판결이 나왔으며, 2010년과 2013년에는 긴급조치 149호가 위헌무효라는 대법원 판결이 내려지기도 했다.한 변호사는 이들 사건의 진상을 재판 중심으로 파헤쳤다. 글 속에 그는 변호인이나 피고인 또는 방청객으로 등장한다. 재판기록을 비롯한 문헌자료는 물론 그의 체험과 견문을 토대로 썼다.그는 지난날을 제대로 알고 기억해야 깨달음도 얻고 역사의 교훈도 터득할 수 있으며, 올바른 미래를 가꾸어 나갈수도 있다면서 어제와 오늘의 역사를 쉽게 또는 일부러 잊어버리고 사는 우리 국민의 망각 방지에 일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책의 글은 2014년 10월부터 1년여 동안 경향신문에 연재한 것을 묶었다

  • 문학·출판
  • 은수정
  • 2016.04.01 23:02

전북 문인 힘모아 출판사 '모악' 설립

전북의 문인들이 작은 출판사를 차렸다. 진실한 작가들의 좋은 글을 세상에 소박하게 내어놓기 위해서다. 출판사 설립 논의는 지난해부터 공론화됐다. 출판시장도 자본의 논리가 지배하다보니 문학의 다양성이 훼손되고, 문을 닫는 출판사가 늘고 있는 상황. 서울로의 중앙집중화는 문학도 예외가 아니다. 공공연하게 문학 권력화가 이슈가 되고, 출판사와 유통망의 몸집불리기와 무한경쟁으로 문학의 순수성마저 의심받고 있다. 이러한 이유에서 문인들이 직접 출판사를 꾸렸다. 그것도 지역의 중소도시인 전주에서. 출판사 이름은 ‘모악’. 김용택 안도현 김유석 유강희 시인 등과 이병천 김병용 소설가, 임명진 평론가, 곽병창 극작가 등 20여명이 출자했다. 대표는 살림출판사와 시공사에서 문예지와 문학도서 등을 기획·출간한 김완준 씨가 맡았다. 모악의 목표는 지역의 문화를 활성화하고, 문학 콘텐츠를 개발하는 것이다. 또 시와 소설 산문 같은 문학의 본령에 충실하는 것. 이를 위해 첫 사업으로 시집 시리즈인 <모악시인선>을 기획하고, 첫 시집으로 정양 시인의 시집을 출간한다. <모악시인선>은 한국시단에서 중견시인으로 주목받고 있는 문태준·손택수·박성우 시인이 기획하고 꾸리고 있다. <모악시인선>에는 한국시단에서 주목받는 시인들의 시집을 시리즈로 엮어 낼 예정이다. 문학 입문서와 청소년 도서도 출간할 계획이다. 문학 입문서는 시와 소설 등 문학 저변을 확장하는데 보탬이 되기 위한 것으로 시작법(詩作法) 등은 이미 집필이 이뤄지고 있다. 책 기획은 모악 기획위원들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디자인과 인쇄 등은 협업시스템으로 이뤄진다.김완준 대표는 “소수 메이저 중심 출판시장에서 다양성을 확보해보자는 취지로 문인들이 뜻을 모은 것이 모악 출판사”라며 “ 제대로 된 출판사에서 제대로 된 책, 많이 팔리는 책보다 꾸준히 팔리는 책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 문학·출판
  • 은수정
  • 2016.04.01 23:02

서거석 전 전북대 총장 〈위기의 대학, 길을 묻다〉지역대학 개혁 위한 경영 제언

제15·16대 전북대 총장을 지낸 서거석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냉철한 분석력과 강한 추진력으로 전북대를 손꼽히는 명문대학으로 발전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가 8년 동안 지방의 거점 국립대학을 경영한 경험을 토대로 한국대학의 문제를 진단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위기의 대학, 길을 묻다>(전북대학교 출판문화원)를 출간했다.서 교수는 지난 2006년부터 2014년까지 전북대 총장으로 재임하면서 대학 제도와 시스템을 개혁했다. 먼저 연구하고 교육하는 교수가 우대받는 제도를 구축했다. 대학 개혁 주체는 교수가 되어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교수승진요건을 강화하고, 정년보장교수에게도 논문을 요구했다. 우수교수에게는 인센티브를 제공했다. 국립대 처음으로 교수 퇴출제도를 도입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인재 양성 시스템도 보완했다. 국립대 최초로 4학기제를 도입해 기초학력을 높였으며, 글로벌 마인드 함양을 위해 학생들을 해외에 대거 보냈다. 평생지도교수제도라는 학생 진로지도 시스템도 도입했다. 이같은 8년여의 노력으로 전북대는 국내 각종 평가에서 10위권으로 진입했고, 교육여건과 교수연구실적 등 객관적 지표평가에서도 상위권을 기록했다. 이 책은 전북대가 지역의 한 대학에서 주목받는 대학으로 도약하기까지의 과정을 담고 있다.서 교수는 대학 개혁 성패는 개혁 대상을 명확히 한 후 관련된 정확한 자료를 입수해 과학적으로 분석·활용하는데 있다고 밝혔다. 여기에 원활한 소통을 통한 구성원의 설득과 동의가 전제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서 교수는 개혁을 위해 선진 대학을 벤치마킹해 전북대 실정에 맞게 적용했고, 발전시킨 제도와 시스템을 구축했다. 특히 단과대학 교수들과의 정기적인 간담회는 제도나 정책의 완성도를 높이는 중요한 과정이 됐다고 털어놓았다.이 책은 지난해 미국에서 머물며 정리했다. 지난 2006년 15대 총장에 취임하며 공약했던 교수 연구역량 강화와 글로벌인재양성, 운영 혁신, 지역사회와의 상생, 재정 확충을 위해 어떠한 개혁 드라이브를 걸었는지 구체적으로 기록했다. 한국 대학교육 발전을 위한 제언도 밝혔다. 대학에 대한 투자확대와 대학 구조조정에 대한 방향 수정, 지방대 배려 정책, 국립대 통합, 교육정책에 대한 신뢰회복 등을 제안했다. 서 교수는 “지난 경과에 대해 기록을 남기는 것이 후인들의 시간과 노력의 낭비를 방지해주는 의의가 있다는 믿음으로 책을 썼다”면서 “한국의 대학 발전을 위한 개혁과정에 내 경험이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 문학·출판
  • 은수정
  • 2016.04.01 23:02

자유롭고 당당하게 자라는 벼…〈직파 벼 자연재배〉 출간

‘벼가 자신의 생존방식에 따라 스스로 잘 자라준다면 얼마나 좋으랴. 그것도 자유롭고 당당하게, 벼한테도 좋고, 사람한테도 좋으리라! 벼가 쌀이 되는 그 결과만이 목표가 아니다. 자라는 과정부터 벼하고 서로 소통하고 믿음을 나누게 된다.’20여년 전 도시 생활을 정리하고 귀농을 한 김광화 장영란 부부는 18년째 벼농사를 짓고 있다. 살기 위해 밥을 먹어야하고, 밥을 먹자면 쌀이 있어야 한다는 상식에서 시작했다. 정성과 사랑으로 돌본 먹을거리가 우리의 몸과 마음을 얼마나 기쁘게 하는지 겸허하게 경험했다. 내가 소중한 만큼 내가 먹는 쌀도 소중하게 대접해야 하지 않을까. ‘나락 한 알에 우주가 들어 있다’는 말이 있듯이 근본이 되는 먹을거리는 건강과 자녀교육, 문화, 예술과도 뗄수 없는 관계다. 모내기를 하다가 논에 볍씨를 직접 뿌리는 ‘직파(直播)’로 바꾸게 된 계기다.한곳에 한 포기를 심는 직파는 뿌리 다침도 없고, 마음껏 가지치기를 하면서 줄기가 부챗살처럼 옆으로 퍼진다. 햇살을 한줌이라도 더 받으려고 벼 잎들이 그늘지지 않으려고 그렇게 한다. 당당하고 아름답게 자라는 벼의 모양새가 대견해 부부는 직파에 중독됐다. 햇살과 바람을 넉넉히 받은 만큼 거둔 쌀도 옹골차지 않을까. 벼농사의 이치는 세상살이와 다르지 않다. 논 수평을 맞추고 물을 고르는 일부터 수확 후 논 갈아엎는 과정까지. 넘치거나 부족하면 탈이 나는 모양새가 꼭 같다. 부부는 이를 ‘벼농사 인문학’이라고 부른다. ‘쌀이 되는 벼꽃은 화려하지 않다. 꽃잎과 꽃받침조차도 없어 얼핏봐서는 꽃 같지도 않다. 꽃잎을 만드는데 드는 에너지를 온전히 자식을 남기는데 기울인다. 그렇기에 벼는 인류의 절반을 먹여 살린다. 벼농사는 돈이 안된다. 그렇기에 가난한 이들도 밥을 먹을 수 있다. 벼가 우직하듯이 벼농사는 어찌보면 바보같은 짓이고, 또 다르게 보면 성스러운 일이다.’직파를 하면서 써온 농사일기가 한권의 책으로 엮었다. <씨를 훌훌 뿌리는 직파벼 자연재배>(들녘). 5년여동안 공들인 책은 일하는 순서에 따라 계절별로 정리됐다. 논 만들기부터 볍씨 준비, 뿌리기, 직파 뒤 물빼기, 풀 관리까지. 봄에는 ‘보고 또 보아야’할만큼 정성을 기울여야 한다. 여름에는 논에 왕우렁이도 넣어주고, 가지치기와 김매기, 물관리 등에 신경을 써야 한다. 벼꽃이 피는 뿌듯한 시기이기도 하다. 수확의 계절 가을에는 이듬해를 위한 준비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농한기인 겨울은 자신을 들여다봐야 하는 시기다. 벼농사가 우리의 삶과 얼마나 닮아 있는지 성찰해본다.책은 실용적인 농사법을 소개하면서도 자연의 순리를 따르는 부부의 철학이 담겨 있다. 남편 김광화 씨가 글과 사진을 넣었고, 아내 장영란 씨가 그림을 더했다. 농부작가로 유명한 부부는 <아이들은 자연이다> <숨쉬는 양념밥상> <자연달력 제철밥상> <자연 그대로 먹어라> 등 농촌살이에서 얻은 지식과 사유를 담은 책을 냈다.

  • 문학·출판
  • 은수정
  • 2016.03.25 23:02

일제강점기 변산반도 모습은…

정재철 부안 백산고등학교 교감이 일제강점기 부안지역의 풍경과 주민의 생활상을 담은 <사진으로 보는 해방전 부안풍경>(밝)을 펴냈다. 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치면서 관심을 갖게 된 지역사에 대한 자료수집과 글쓰기에 대한 결실이다.책은 사진과 지역에 전해오는 이야기, 인물을 매개로 일제강점기 부안의 모습을 추적했다.부안군 하서면 백련리와 변산면 대항리를 잇는 해창다리(변산교)는 1937년 개통됐다. 해창은 부안읍에서 변산으로 들어가는 길목의 조그만 포구였지만 새만금 물막이 공사가 이뤄진 이후 마을은 사라졌다. 하서면 두포천을 잇는 큰 다리와 갑문이 완성된 것은 1935년. 두포는 하서에서 상서면이나 주산면으로 갈때 거쳐야 하는 큰 포구였다. 다리가 놓이자 근동의 상업도 활기를 띠었는데, 1960년대 말부터 계화도 간척사업이 시작되면서 두포는 쇠퇴했다. 1890년 주산면 신천마을에 천주교 덕림공소가 들어섰다. 주민에게는 무내미공소로 유명한데, 이곳에서는 학교를 열기도 했다. 부령공립국민학교(부안초등학교)에는 일본군 막사가 세워지기도 했다. 1944년 태평양전쟁이 막바지로 치달은 시기, 일본군 1개 연대가 미군의 서해안 공격을 방어하기 위해 부안에 주둔했다.1938년 동아일보 이근영 기자가 신문에 연재한 변산반도 탐승기는 정읍에서 줄포, 내소사, 청련암, 봉래구곡, 월명암에 이르기까지의 비경을 소개했다. 1927년 완공된 백산교의 총 공사비는 2만8000원으로, 부안군청 건설비용의 2배가 드는 대공사였다.시골 역사선생의 지역사 찾기 부제가 달린 책은 부안지역이 지니고 있는 아픔과 이름없이 스러져간 인물 찾기에 집중했다.교통 요충지였던 백산삼거리, 1936년 백산보통학교의 수학여행 이야기, 부안사람들의 시네마천국이었던 소화극장, 1938년 줄포소학교의 가을운동회, 같은해 변산해수욕장의 풍경 등을 들춰본다.김낙선 이태섭 서응오 등 한말 부안 의병과 조국 해방을 꿈꾼 사회주의자 김철수, 강제징용된 14살 변산 소년, 일본인 교장을 패대기친 임창규 등도 조명했다.저자는 고창 영선고등학교와 부안 백산고등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쳤다.

  • 문학·출판
  • 은수정
  • 2016.03.25 23:02

엄마와 아들이 쓴 방방곡곡 교과서 탐방기

아이와 함께 어디를 가면 좋을까. 이왕이면 공부가 되는 곳이 좋지 않을까. 아이를 둔 부모라면 누구나 하는 고민이다. 여행하고 놀면서 공부까지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아이와 함께 여행하길 좋아하는 엄마가 있다. 처음에는 아름다운 풍경을 찾아 다녔는데, 여행지에서 역사를 마주한 이후 역사를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여행은 점차 ‘교과서여행’이 됐다.엄마와 아이는 제주 올레길도 걷고, 김유정 문학촌을 찾고, 참소리축음기박물관도 찾아간다. 트레킹을 떠난 대관령 옛길에서는 신사임당을 만났다. 신사임당은 어린 아들 이율곡의 손을 잡고 한양을 오가면서 대관령 굽이굽이 고갯길을 걸었을 것이다. 부여의 궁남지에서는 가시연꽃의 향기에도 취하면서 궁남지가 우리나라 최초의 인공 정원이었다는 것도 알게 됐다. 거제 포로수용소 유적공원에서는 이념 전쟁에 희생된 많은 이들 가운데 지금은 고인이 된 아버지의 모습도 추억했다. 제주 올레길 중문대포 주상절리를 보면서는 용암이 빨리 식을수록 기둥이 가늘어진다는 것도 알았다. 초등학교 때부터 고등학생이 되기까지. 엄마와 아들은 전국 방방곡곡을 다녔고, 많은 것을 보았다. 이들의 여행기는 ‘교과서 여행’이라는 문패로 한 신문에 2년여동안 연재되기도 했다. 연재된 글을 보완해 엄마 임후남 씨와 아들 이재영 군이 <아이와 여행하다 놀다 공부하다>(생각을 담는 집)를 출간했다. 책에 소개된 곳은 모두 60곳이다. 사회 교과에 소개된 곳이 주를 이루고, 국어과·과학교과 등과도 관련된 곳이다. 익산 미륵사지, 영주 부석사 무량수전, 용인 정몽주 장군묘소 같은 유적지가 많고, 전주 한옥마을과 전동성당, 군산 근대역사박물관 등 함께 가볼만한 곳도 풍성하다. 특히 책은 아이 혼자서도 읽을 수 있도록 쉽게 풀어썼다. 또 소개된 곳과 관련된 인물이나 사건 등을 플러스 팁으로, 주변에 가볼만 한 곳도 함께 소개해 책을 통해 다양한 정보를 접할 수 있도록 했다. 글과 사진을 담은 엄마와 아들은 <아들과 클래식을 듣다> <아들과 길을 걷다 제주 올레> 책도 함께 냈다.

  • 문학·출판
  • 은수정
  • 2016.03.25 23:02

전직 교사가 짚은 교육정책 허점…장세진 산문집 〈참 이상한 나라〉

전직 교사 장세진(61) 씨가 사회 현상과 교육에 대한 단상을 담은 산문집 <참 이상한 나라>(신아출판사)을 냈다. 총 6부로 구성된 책에는 그가 교단에서 학생을 가르치며 체감한 대한민국 교육체계의 허점을 짚은 144편의 산문이 담겼다.머리말에서 “7번째 교육에세이 모음집을 냈던 2013년 이후 3년이 흘렀지만 교육현실은 나아진 게 거의 없다”고 밝힌 저자는 ‘교원 연금 축소 논란’· ‘농어촌 교사 배정 문제’· ‘명예퇴직자 급증’ 등 여러 교육정책을 사례를 들어 비판하고 있다.특히 저자는 법에 의해 학교에서 인성교육을 의무적으로 실시해야 하는 시대에 안타까움을 드러내며 그 원인으로 오직 ‘학생 점수올리기’에만 매진하는 학교 현실을 꼽고 있다. 인간이 한창 자신의 마음을 성숙시키는 시기에 올바른 가치관을 심어줘야 할 교사·교과시간이 ‘계량화된 점수 놀음에 휘둘리고 있다’는 주장이다. ‘입시지옥 철폐’가 전제되지 않고서는 초·중·고교의 우울한 상황은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다.그는 머리말에서 “세월과 함께 무르익으면서 뭔가 좋아지고 진일보해야 살맛이 날텐데, 유독 그렇지 못한 것이 학교 현실이다”며 “이런 내용의 책이 나오지 않아도 되는 그런 세상이 아니어서 씁쓸하다”고 전했다.전주에서 태어난 그는 원광대 국문과·서남대 대학원 국문과를 졸업하고 완주 한별고등학교에서 학생을 가르치다 최근 명예퇴직 했다. 문학부문 전북예술상, 신곡문학상, 전주시예술상, 단국대 교단문예상 등을 받았으며 현재 전북문학신문 편집인을 맡고 있다.

  • 문학·출판
  • 최성은
  • 2016.03.25 23:02

학교는 민주시민을 양성하나…정은균 씨 〈교사는 무엇으로 사는가〉

17년차 중학교 국어교사. 교실에서는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꿈꾸며 교단에 섰지만 생각과 달랐다. 학교는 엄격한 규율이 지배하는 공간이었고, 교사는 교육시스템의 부품이었다. 심지어 교무실은 학교정치에 빠져있었다. 이런 학교에서 아이들이 민주주의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을까.정은균 교사는 그 해법을 먼저 교사에게서 찾는다. 교사가 변해야 교육이 바뀌고, 교육이 바뀌어야 대한민국의 미래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그래서 벌떡 교사가 되기로 했다. 따돌림 당하기를 작정(?)한 듯 입바른 소리를 하기로 한 것이다. 그 연장선상에서 교육의 민낯을 드러냈다. 학교 혁신과 교육 민주주의에 관한 단상을 부제로 한 <교사는 무엇으로 사는가>(살림터).저자는 책에서 교육의 참된 얼굴을 시스템, 관계, 자화상, 다양성이라는 단어를 중심으로 진단했다.교육은 시스템이라는 측면에서 평범하고 성실하며 모범적으로 살아가는 교사들의 침묵과 그들을 그렇게 만드는 시스템을 진단하고, 이를 통해 교사가 진정한 교육자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짚어봤다.교육은 만남이라는 점에서 교육 주체들간의 관계는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아이들을 무시하는 교사, 내일을 꿈꾸지 않는 아이들. 무관심과 냉소만이 가득한 교육현장이 협력과 소통으로 되살아나기 위해서 교사가 아이들을 하나하나 만나고 일일이 눈을 맞추고, 함께 배워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교육은 미래인데, 우리 교육의 자화상은 성적과 경쟁, 입시에 묶여 무한경쟁과 각자도생을 펼치는 시합장이 되어있다. 정 교사는 모두들 미래를 말하지만 아무도 미래를 준비하지 않는 역설의 공간, 그 견고한 벽에 가는 실금 하나 긋고 싶다고 밝혔다.다양성은 모든 생명체의 본원적인 생존의 조건. 교육 생태계도 마찬가지라는 점에서 교육은 곧 다양성이다. 저자는 교단을 확일화한 주범을 교원승진시스템과 교장제도에서 찾았다. 교육에 새로운 상상력을 더하고 있는 혁신학교와 학교 밖 교육의 문제도 짚어봤다.곽노현 전 서울시 교육감은 이 책에 대해 민주 시민성을 길러내지 못한 지금의 공교육이 어떻게 민주주의의 심리적 인격적 토대를 어떻게 파괴하고 있는지, 그 결과 권위에 맹종하는 작은 아이히만들이 우리사회를 어떻게 죄수의 딜레마로 몰아가는지, 여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학교를 어떻게 교육 공화국으로 탈바꿈해야 하는지를 명징한 언어와 적실한 자료로 드러내 보인다고 평했다.한계를 뛰어넘고 경계를 확장하기 위해 끊임없이 책을 글을 쓴다는 정 교사는 먼지투성이의 푸른 종이(기형도시인의 시)같은 아이들에게서 먼지가 아니라 푸른색을 볼 줄 아는 교사가 되는 것이 꿈이다. 현재 군산 영광중학교에서 민주주의 시민을 기르고 있다.

  • 문학·출판
  • 은수정
  • 2016.03.18 23:02

경남 진주문고 여태훈 대표 "서점, 지역 문화거점으로 차별화"

출판업계 불황이 계속되면서 전국의 순수서점이 매년 줄어들고 있다. 수도권에 집중된 출판업계와 온라인 서점 강세 등으로 지역 서점의 시름은 더욱 깊다. 어려움 속에서도 지역의 소통 공간이자 대표 서점으로 자리매김한 곳이 있다. 경남 진주문고의 여태훈 대표가 30년간 지역 서점을 운영하며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동네 서점의 생존전략에 대해 강연했다. 사회적기업 마당이 주최해 지난 16일 전주 한옥마을 내 카페 ‘공간 봄’에서 열린 수요포럼에서 그는 “책만을 팔았고, 또 책만을 팔지 않았다”고 말했다. ‘진주문고’는 1996년 대학가 인문과학 서점 ‘개척서림’으로 시작했다. 작은 서점이었지만 고객이 원하는 책은 며칠이 걸리더라도 무조건 구해다 줬다. ‘책을 팔 수 있는 자격만 있지 팔 수 없는 자격은 없다’는 그는 이익에 상관없이 책을 구매해 제공했다. 동시에 ‘작가와의 만남’, ‘문화기행’, ‘인문학특강’, ‘책과 예술의 만남’ 등 책과 관련한 다양한 시도를 거듭했다. 그는 “개인 구매로 인한 이익으로 다양한 문화행사를 마련했다”며, “다수의 지역민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선순환구조를 구축해 고객·지역 사회와 신뢰를 쌓았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생존전략은 진주문고만의 독특한 ‘편집진열법’이다. 분야, 분류별이 아닌 서점이 자기식대로 창의적인 책을 팔기 위한 진열 방식이다. ‘내 마음의 책방’ ‘월하독(獨)서’ ‘진주의 빛’ 등 특성 있는 코너를 구성해 시대정신과 지역민 정서를 대변하는 책, 서점의 색깔을 잘 나타내는 것들을 선보인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쓴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과 이 전 대통령이 재임 기간 동안 쓴 천문학적인 비용을 고발하는 책 ‘MB의 비용’을 나란히 진열했던 ‘판단은 당신의 몫’ 코너는 편집진열로 진주문고만의 성격을 잘 나타낸 대표 사례다.그는 서점이라는 ‘물리적 공간’ 활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익명성 없는 소도시의 특성을 활용해 가끔 아이를 맡기거나 외상거래도 할 수 있는 친근한 교류 공간을 형성해야 한다는 것. 그는 “오늘날 쉽게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되면서 책의 정보 가치는 많이 상실됐고, 단순히 책만 팔기에는 온라인 서점에 비해 경쟁력이 약하다”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서점이 라이프 스타일을 구매할 수 있는 공간, 지역의 랜드마크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 문학·출판
  • 김보현
  • 2016.03.18 23:02
문화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