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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작고 문학인 최명희·최창학·박찬 문학세계 듣는다

혼불기념사업회와 최명희문학관이 오는 11일 오후 4시 전북지역 작고 문학인을 추념하는 세미나를 연다. 매년 최명희(19471998) 소설가의 작고일에 맞춰 진행하는 이 세미나는 연구자들에게 전북 작고 문학인의 너르고 깊은 문학 세계를 듣고, 전북 문학의 힘을 다시 느껴보는 시간이다. 올해 주목한 문학인은 최명희 소설가와 익산 출신 최창학(19412020) 소설가, 정읍 출신 박찬(19482007) 시인이다. 전주가 고향인 최명희 소설가는 전주와 남원을 배경으로 쓴 장편 혼불을 비롯해 전주천과 소리꾼을 소재로 한 장편 제망매가, 경기전을 공간으로 삼은 단편 만종 등 전주를 배경으로 한 작품을 여러 편 남겼다. 최창학 소설가는 1968년 <창작과 비평>에 발표한 중편 槍(창)을 시작으로 100여 편의 작품을 발표했다. 서울예술대학 문창과 교수로 재직하며 혼불문학상 수상자인 권정현박정윤 소설가를 비롯해 김미월조경란천운영편혜영하성란 등의 문학인을 가르쳤다. 1983년 월간 <시문학>에 상리마을에 내리는 안개는을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한 박찬 시인은 언론사 기자로 오래 근무하면서 시집 <수도곶 이야기>, <그리운 잠>, <화염길>, <먼지 속 이슬>, 기행집 <우는 낙타의 푸른 눈썹을 보았는가> 등을 냈다. 세 작가에 대한 연구는 문학박사 서철원엄숙희문신 씨가 맡았다. 제20회 혼불문학제를 겸한 이날 세미나의 좌장은 우석대 문창과 송준호 교수가, 토론은 문학박사 권은영박태건 씨가 맡아 연구에 힘을 보탠다. 최명희문학관 최기우 관장은 작고 문학인 세미나는 학술적으로 작가와 작품을 연구하고 분석하는 의미도 있지만, 그보다 최명희최창학박찬 세 작가의 이름을 다시 부르며 삶과 작품을 기억하는 의미가 크다라며 우리의 연구가 작고문학인을 한 번 더 떠올리는 기회가 되고, 더 많은 학자의 본격적인 학술연구로 이어지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이날 세미나는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라 연구자들만 모여 진행하고, 이후 결과물을 공유한다.

  • 문학·출판
  • 문민주
  • 2020.12.07 18:36

[신간] 전북대 송기춘 교수 '사람의 사람에 의한 사람만을 위한 법'

법 속에는 사람이 있다. 눈물과 한숨으로 그 억울함을 하소연할 길 없어 애태우는 이웃이 있다. 법의 보호를 바라는 약하디 약한 사람이 있다. 법으로 지배하고 이익을 누리는 자들이 있다. 법을 공부한다는 것은 그런 사람을 보는 것이다. 법보다 사람을 먼저 보아야 한다. 사회가 있는 곳에 법이 있다고 한다. 그만큼 법은 사회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핵심적인 요소이다. 그러나 법이 만고불변의 진리는 아니다. 그만큼 법은 치열하게 의사와 이해관계가 대결하는 자리이고 사람들의 삶이 충돌하는 곳이다. 법을 바라보는 관점에 대해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책이 나왔다.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송기춘 교수의 <사람의 사람에 의한 사람만을 위한 법>이다. 송 교수는 우리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여러 사례를 통해 법이 무엇이고, 또 무엇이어야 하는지에 대해 말한다. 책에서는 학교 생활과 학생의 인권, 헌법과 사법제도, 군인의 인권 보장 등 인권과 헌법에 관해서도 다룬다. 법학 교육의 현실에 대한 성찰도 엿보인다. 그는 책 제목을 사람만을 위한 법이라고 한 것은 법이 철저하게 사람을 위한 것이어야 하는 점을 강조한 것이지만 아울러 법이 사람의 한계 안에 있음을 비판하고자 한 것도 있다고 밝혔다. 송 교수는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에서 헌법을 가르치고 있다. 한국공법학회와 한국헌법학회 고문, 전북평화와인권연대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 문학·출판
  • 문민주
  • 2020.12.02 18:28

[신간] ‘서예·수필의 만남’ 전북대 김병기 교수 <수필이 있는 서예-축원·평화·오유>

60년 동안 붓을 잡고, 40여 년 동안 서예를 학문적으로 연구해온 서예가이자 서예학자인 전북대 김병기 교수가 정년을 앞두고 <수필이 있는 서예-평화축원오유(傲遊)>를 출간했다. 서예와 수필의 절묘한 조합이 돋보이는 책이다. 이 책에는 김 교수가 창작한 150여 점의 서예작품 사진과 100여 편의 길고 짧은 수필이 수록돼 있다. 그는 서예작품의 소재로 택한 문장의 깊은 의미를 풀어 쓰고, 그 글을 택한 이유를 잔잔한 분위기의 수필로 표현했다. 책의 제1부는 축원이다. 서예를 통해 남이 잘되기를 축원하는 내용의 작품들을 모았다. 결혼과 장수, 이사, 개업 등 각종 축원의 글을 서예작품으로 창작하고, 수필을 통해 글의 출전과 함의를 상세히 밝히면서 자신의 생각도 풀어 놓았다. 예를 들면, 중국 송나라 때 학자인 사마광의 독락원기에 나오는 말인 명월시지(明月時至) 청풍자래(淸風自來)를 결혼을 축하하는 서예작품으로 창작하고, 부부란 밝은 달이 때맞춰 떠오르니 맑은 바람이 제 스스로 불어오듯이 서로 눈빛으로 말하고 가슴으로 통하는 사이가 돼야 한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제2부는 김 교수가 서예를 통해 마음의 평화를 회복한 여러 예를 들면서 서예가 곧 평화임을 대변하는 작품들을 수록했다. 눈을 삼켜서라도 마음의 불을 끄자는 다짐을 표현한 탄설(呑雪), 물건으로 인해 내 마음이 손상을 입는 일이 없게 하자는 뜻을 담은 불이물상성(不以物傷性) 등 50여 점의 작품이 실렸다. 특히 유년시절부터 아버지와 한자를 통래 나눈 이야기들과 노모를 모시는 과정에서 겪은 일과 얻은 생각들을 서예작품으로 표현하고, 그에 덧붙여 쓴 수필은 읽는 이로 하여금 눈시울을 뜨겁게 한다. 제3부에는 오유라는 제목이 붙어 있다. 김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오유는 무례한 오만을 범하면서까지 내 맘대로 살자는 뜻이 아니라, 자신만의 방법으로 자존심과 자긍심을 가지면서 뼈대 있게 놀자는 뜻이라고 한다. 이를 반영하듯 제3부에는 오유 정신을 그대로 담은 대형 예서와 초서 작품이 다수 수록돼 있다. 광개토태왕비체와 청나라의 이병수, 조선의 추사 김정희 선생 필획을 응용해 큰 글씨의 예서로 쓴 병풍서 등은 오유의 정신이 담긴 작품이다. 김 교수는 이 책의 서문에서 코로나19 상황 이전의 인류는 안으로 수렴하는 문화보다는 밖으로 발산하는 문화, 내적 성찰보다는 외적 표현, 정적인 문화예술보다는 동적인 연예나 스포츠에 더 관심을 많이 가졌던 것이 사실이라며 이제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할 코로나19 상황에서 서예는 코로나19를 극복하는 데 적지 않은 도움을 줄 수 있는 예술이라고 강조했다.

  • 문학·출판
  • 문민주
  • 2020.12.02 18:28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최기우 작가, 조정래 소설 <아리랑>

하늘과 땅이 맞닿은 곳에서 벼가 싹을 틔운다. 하늘의 숨결을 느끼고, 땅의 속삭임을 들으며 생명이 자란다. 인간이 공손히 손을 모으면 그 마음이 스미어 천지감동의 순간이 인다. 그때 벼가 여문다. 모든 생명의 처음과 끝인 쌀의 기원. 부르는 사람마다 제각기 다르게 이어가는 아리랑 가락처럼 쌀 한 톨에도 많은 이야기가 있다. 조정래의 소설 「아리랑」은 걸어도 걸어도 끝도 한정도 없이 펼쳐진 들판, 징게 맹갱 외에밋들에서 시작한다. 작가는 왜놈 돈 20원 받아먹고 팔려 갈 신세에 처한 방영근과 그 어미가 김제에서 군산으로 가는 풍경을 그 끝이 하늘과 맞닿아 있는 넓디나 넓은 들녘은 누구나 기를 쓰고 걸어도 언제나 제자리에서 헛걸음질을 하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만들었다.라고 적었다. 소설은 이곳을 배경으로 일제의 수탈과 착취로 고초를 겪는 민중과 애국지사의 삶, 반민족적 행위를 일삼은 친일파의 실상을 그린다. 일제에 국권을 빼앗기고 땅마저 빼앗긴 채 노동력을 착취당하고 국내외로 떠돌아야 했던 우리 민족의 눈물 나는 역사. 그 역사가 미처 기록하지 못한 민초의 숱한 고난과 끝없는 좌절과 눈물겨운 투쟁의 여정이다. 책장을 넘기면 하늘과 땅과 사람을 연결하는 행과 간이 지평선처럼 아슴아슴하다. 광활 갯벌과 동진농장은 일제강점기 한민족의 시린 역사를 단적으로 일러준다. 1924년 일제는 김제 동진농장 간척지 개간을 위해 방조제 공사를 시작한다. 간척지의 염기를 제거하고 물을 원활하게 공급하기 위해 섬진강을 막아 운암저수지를 만들고, 간척지까지 길고 긴 수로를 연결했다. 이듬해 그 벌판에 전국의 이주민을 쏟아냈다. 정읍, 여산, 백구, 태인, 옥구, 익산 이 땅 구석구석에서 땀과 눈물로 키운 쌀들은 가마니 채 징용되듯 끌려와 군산항에서 일본으로 반출되었다. 그 쌀을 싣고 일본으로 떠나는 배들은 눈물 꽤나 흘리며 뱃고동을 울렸을 것이고, 군산 앞바다 물결은 운반선을 가로막으며 철썩철썩 가슴을 쳐댔을 것이다. 떠나가던 쌀들은 농부들이 부르던 아리랑 가락이 목에 걸려 가슴이 아리고 저렸을 것이다. 그 가락은 태산이고 파도이면서 애간장 타는 속울음이고 천 리 밖의 넋을 부르는 소리이기 때문이다. 아리랑은 천지간에 다 아는 노래다. 때와 기분에 따라 얼마든지 가락을 달리하며 부를 수 있는 신통한 노래이며, 제각기 가사를 엮어가며 새록새록 신명을 돋울 수 있는 가상한 노래다. 차례로 가사를 엮을 때면 논마지기가 더 있고 없고, 집칸이 더 크고 작고, 인물이 더 잘나고 못나고 하는 따위가 없다. 아리랑 가락은 누가 시작하든 곧 합창이 된다. 서러움이 깊어지는 것 같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슬픔도 달래고 힘겨운 것도 이겨낼 수 있게 한다. 광복 75주년, 쌀은 여전히 이 땅 곳곳을 떠돈다. 쌀에 얽히고설킨 분하고 억울하고 야속한 일들은 농심을 성나게 하고, 벼 가마니를 방패 삼은 야적시위로 이어졌다. 절로 어깨가 들썩거리고 엉덩이가 씰룩거리도록 아리랑을 더 크고 재미지게 불러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 문학·출판
  • 기고
  • 2020.12.02 18:28

[신간] 윤형주 첫 동시집 '딱 2초만'

윤형주 시인이 첫 동시집 <딱, 2초만>을 발간했다. 이 동시집은 경쾌하면서도 간결한 언어 구사로 단순명쾌한 시상을 쉽고 명료하게 보여준다. 딱, 2초만은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계획표 안에서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움직이는 아이들과 재촉하는 어른들을 그리며, 딱 2초만 기다려 주면 아이들이 엄마보다 1초 더 빠르게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보이는 동시다. 윤 시인은 아이들을 조금만 여유롭게 기다려 준다면 크기를 잴 수 없는 큰 나무로 자라지 않을까 하는 마음을 시에 담았다고 한다. 또 이 동시집에는 잡다라는 말을 유희적으로 활용해 장난꾸러기 동생의 특성을 포착한 잡고, 할머니의 건망증을 그린 할머니의 도돌이표등에 윤 시인의 위트와 재치가 표현되는데, 시적 대상을 새롭게 탈바꿈해 놓았다는 평을 받는다. 안도 평론가는 윤 시인은 저녁노을을 책 속에 끼워둔 단풍으로 비유한다든지 하면서 자연의 세계를 이루는 요소들이 결국 하나라는 것을 보여주면서 동시에 자연의 장엄한 풍경이 낯설고 두려운 것이 아니라 늘 대하는 친근하고 가까운 대상임을 보여 준다고 했다. 윤 시인은 남원 출신으로 동국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건설회사에서 10년간 근무했다. 고향에 돌아와 어린 시절 꿈으로 간직했던 시인의 끈을 놓지 못하다가 2016년 불혹이 넘은 나이로 대전일보 신춘문예 동시 부문에 도전해 털장갑으로 당선의 영예를 안았다.

  • 문학·출판
  • 백세종
  • 2020.12.02 18:13

[신간] 조덕현 전 우석대 교수 한국의 균류 6권 집필 마쳐

40여 년 넘게 버섯을 연구하고 버섯 전문 칼럼니스트인 조덕현 전 우석대 교수(보건복지대학 학장)가 우리땅에서 나는 버섯을 총망라한 <한국의 균류>6권의 집필을 마쳤다. 시리즈 중 마지막인 6권은 인쇄를 거쳐 시판될 예정이다. 지난 2016년부터 집필된 이 버섯 백과는 6권을 마지막으로 3200여 종의 버섯들이 책들에 담겼다. 5년이 넘는 시간 동안 조 전 교수는 버섯이 생태계를 유지하고 자연을 순환시키는 신비로운 존재라고 보고 버섯도감 집필에 매진해왔다. 한국에서 국내 버섯들이 망라된 것은 이 도감이 처음이다. 특히 우리 땅에서 나는 자연버섯을 수집해 총정리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라틴어로 된 버섯이름을 찾고 이름을 붙이는 데 많은 시간이 걸렸고 조 전 교수가 절반 이상은 이름을 붙였다. 그는 2001년 전북일보에 조덕현 교수의 버섯의 세계로 버섯과 관련한 글을 기고하기도 했다. 한 나라의 버섯이 시리즈로 이뤄져 출판된 것은 스위스와 독일, 우리나라 뿐이라는 것이 조 전 교수의 이야기이다. 조 전 교수는 전주고와 경희대를 졸업하고 고려대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한 뒤 우석대 교수와 광주보건대 교수, 전라북도농업기술원 겸임연구관 등을 지냈다.

  • 문학·출판
  • 백세종
  • 2020.12.02 18:13

이비단모래 시인, 시집 <비단모래> 출판기념회 가져

시인, 방송작가, 시낭송가, 시낭송지도자로 활동하는 이비단모래 씨가 최근 개명한 자신의 이름 비단모래를 제호로 해 시집 <비단모래>를 펴내고 지난 27일 진안전통문화전수관에서 출판기념회를 가졌다. 이 시인은 지난해 말까지 진안과 대전 등지에서 현옥이란 이름으로 활동해 오다 지난 8월 법원을 통해 비단모래라는 이름으로 정식 개명했다. 윤일호 진안문학 사무국장의 사회로 북 콘서트 겸 열린 이날 출판기념회에는 진안문인협회 이병률 회장을 비롯해 문학평론가이자 전 경희대 교수인 나호열 시인, 이승철 진안예총회장, 허호석 전 진안예총회장, 김지원 자목련시낭송협회장 등 관내외 문인, 예술인, 시낭송 동호인들이 참석했다. 이날 행사는 1부(진안고원에 비단모래를 펼치다), 2부(기다림), 3부(그대에게 꽃이고 싶어)로 나눠 진행됐다. 1부에서는 시인 겸 시낭송가 김지원 자목련시낭송협회장, 이병률 진안문인협회장, 허호석 전 진안예총회장, 박희종 무릉도원 촌장의 축사가 이어졌고, 이주영이덕순김현자박종순 낭송가가 출연해 축시를 낭송했다. 2부에서는 나호열 문학평론가가 이 시인의 시 세계를 해설했다. 나호열 평론가는 해설에서 이 시인의 시들은 온통 사랑이란 주제를 담고 있는데, 사랑이란 우주 모든 것의 시작과 끝이라며 내면에서 솟아나는 사랑의 감정을 사랑이라는 신전을 향해 기도하듯 옮겨 놓은 듯한 시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3부는 이 시인과 참석자들의 대화 시간으로 꾸며졌다. 행사 중간 중간엔 이 시인이 만든 시 노래가 연주되기도 했다. 이 시인은 삶의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고 싶어 부모님이 지어주신 현옥이라는 주민등록상의 이름을 비단모래로 바꿨다며 비단모래 역시 부친이 지어주신 것으로 20년가량 사용해 온 필명이다. 남은 생의 양식을 비단의 고귀함과 모래의 부드러움으로 사랑 가득하게 채우고 싶어 개명했다고 밝혔다. 이 시인은 <비단모래>에 실린 81편의 시를 사랑이란 주제로 채우고 있다. 충북 청원 가덕면 출신인 이 시인은 실력파 문인이다. 대전대학교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1999년 조선문학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는 <친정 아버지> <아름다운 동행> <사랑은 날것일 때 맛있다> 외 다수가 있으며, 수필집으로는 <사람답게 산다는 것은> 외 다수를 펴냈다. 대전MBC와 대전교통방송에서 방송작가로 생활을 했으며, 현재는 대전국악방송 작가, 진안문인협회 회원으로 활동하면서 진안 솔내음시낭송회 회원들의 낭송 지도를 맡고 있다. 진안군 부귀면에서 수항골박물관을 운영 중이다.

  • 문학·출판
  • 국승호
  • 2020.11.29 17:05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정숙인 소설가

한적한 시골길에 혼자 켜 있는 고독한 가로등처럼 존재하는 것, 이렇게 존재하는 자가 어법이 서툴거나 표현이 약하거나 인기가 없다고 해서 이 자의 입을 통해 명명되는 어둠 속의 것들의 가치가 작아질까요? 사실 이것들이 인간의 세상을 만들어 갑니다. 이것이 세상이 필요로 하는 문학입니다. 이렇게 혼자 제자리에서 빛날 줄 알면 이제 그 삶의 생을 통해서 문학이 흘러나오기 시작할 겁니다. ―김형수 『삶은 언제 예술이 되는가』에서 도대체 우리는 왜 문학을 하려고 마음먹게 되었을까, 혹은 인간은 언제 문학에 욕심을 내기 시작할까. 김형수 시인은 세계의 무엇을 명명하는 자가 작가라고 말한다. 『삶은 언제 예술이 되는가』는 창작법에 대해 고민하는 문우에게 고마운 벗이 되는 책이다. 문학을 통해 삶의 이야기를 나누고 삶의 이야기가 어떻게 문학이 되는지를 함께 고민하기 때문이다. 나에게 글이 시작되었던 지점은 언제 어디였을 지를 떠올리게 된다. 이 책을 읽는 독자라면 나와 같은 마음이 될 것이다. 글을 시작하려는 사람과 독자로서 작가의 고독한 삶과 그의 세계관을 알아차리고 싶거나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자신의 문학적 자아가 태어난 곳을 찾아야한다면 이 책은 고독하고 위대한 개인인 그에게 글의 기준을 잡아줄 것이다. 그 지점에 문학이 있다는 것에 안도하게 될 것이다. 김형수 시인에게 최초의 문학적 자의식, 표현에 대한 관심을 갖게 했던 것은 편지였다. 중학교 수학여행을 가고 싶어서, 산골소년이 세계로 향한 간절함으로 썼던 편지. 매형이 될 두 형님에게 부쳤던 편지가 용돈이 되어 왔을 때 그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의 행복감을 느꼈던 것이다. 그에겐 세 곳의 지점이 있다. 처음은 그의 소설 <나의 트로트 시대>의 서문에서 내 말(言)의 고향 밀래미장터에 바친다라고 밝혔듯이 그의 문학적 자아가 태어난 곳은 밀래미장터가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그 다음으로는 광주고 시절, 문예부에 간다는 말만으로도 발길을 막을 교사가 없었다고 했던 문예부였고, 그곳이 삶의 문학적 체계가 잡힌 곳이기도 하다. 그리고 80년 5월 18일 광주 계림동 헌책방 골목이 그의 문학적 경향의 진원지이다. 완벽함을 추구하는 아버지 때문이었을까, 그는 말이 꼭 필요한 지점에서 말더듬이가 되는 일이 잦았다. 김형수 시인은 어느 강좌에서 인간의 사유는 언어를 매개로 진행되고 언어가 없다는 건 사유가 없다는 것이며 문자로만 가능한 것이 사상이라고 했다. 하늘이 자신을 가엾게 여겨서 시골 장터 한복판에 떨어뜨렸기에 천지가 온통 글자로 넘쳐나는 것을 보았던 그는 1959년 전남 함평에서 태어났다. 1980년대 민족문학을 이끌어온 대표적인 시인이자 논객이며 신동엽 문학관 관장이다. 언젠가 신동엽 문학관의 초입에서 대면했던 신동엽 시인의 흉상과 참 많이 닮아서 놀랐던 적이 있다. 말 대신 글을 얻은 그는 시인, 소설가, 문학평론가 모두를 가졌다. 그러나 그는 무엇보다 시인이라 불리는 것을 가장 좋아한다고 했다. 작가수업2. 『삶은 어떻게 예술이 되는가』와 함께『조드』도 추천한다. / 글. 정숙인 소설가

  • 문학·출판
  • 기고
  • 2020.11.25 18:17

[신간] 이명호·성기정 '번아웃-이론, 사례 및 대응 전략'

당신은 오늘 얼마나 소진됐습니까? 번아웃(burn-out)은 인간의 심리적, 신체적 상태를 은유적으로 표현한 용어로 말 그대로 나 자신을 불살랐더니 다 타버리고 내게 남은 게 없는 상태이다. 교육, 의료, 고객서비스 등 다양한 사람들을 대하는 직업군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이 겪는 현상이다. 최근 사회에서 번아웃이라는 말이 유행하면서, 이를 다루는 책도 경쟁적으로 발간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외국 서적을 번역한 것이거나 사례 혹은 일상생활 중심의 책이다. 평소 번아웃 현상을 이론적으로 다루고자 했던 이명호 전주 명인치과 원장이 성기정 성기정상담클리닉 대표와 <번아웃-이론, 사례 및 대응 전략>을 펴냈다. 치의학, 경영학, 철학 등 3개의 박사학위를 가진 이 원장은 의사로 거의 30년간 환자를 비롯해 동료 의료인들을 경험하면서 많은 것을 생각하고 느껴왔다고 한다. 그는 의사의 경우 스트레스와 번아웃의 결과로 과도한 음주, 감정적 탈진, 냉소적 태도 등을 관찰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전주대 대학원 경영학과와 미국 HIS University의 박사논문 연구주제로 의사들의 번아웃 현상을 선정했다고 말했다. 이 책은 번아웃의 원인, 결과 그리고 이에 대한 대응 전략이라는 큰 틀로 구성돼 있다. 추가적으로 번아웃의 증상을 유형화하면서 번아웃 이론을 소개하고, 번아웃의 측정 문제를 다뤘다. 특히 의사들을 연구대상으로 한 저자의 박사학위 논문 연구 결과를 관련되는 부분에 사례로 제시했다. 이 원장은 이 책이 본래 목적한 대로 번아웃 현상을 이해하는 데 좋은 안내서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

  • 문학·출판
  • 문민주
  • 2020.11.25 18:17

[전북문학관 지상강좌 - 한국문학의 메카, 전북] (35) 올곧은 선비, 작촌(鵲村) 조병희의 삶과 문학

작촌(鵲村) 선생이 세상을 떠난 지가 올해로써 열아홉 해가 되었다. 그런데도 선생에게 붙은 많은 수식어와 함께 전북의 큰 어른으로 기억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망백(望百)에 이르도록 그는 한순간의 정체도 없이 시조 시인, 한학자, 서예가, 향토사학자, 고서 수집가 등으로 우리의 문화와 예술을 지켜냈고, 청무성(廳無聲, 소리 아닌 것을 듣지 말라)의 올곧음으로 진실의 의미를 일깨워 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선생은 국권침탈이 되던 해, 1910년 11월 23일 충남 논산시 강경읍 채운산 기슭 까치말에서 태어났다(선생이 출생 당시에는 이 지역은 전라북도였음). 선생의 호 작촌(鵲村)은 고향마을 이름인 까치말의 한자음을 쓴 것이다. 네 살 무렵 부모를 따라 전주로 옮긴 후, 전주고등보통학교(현 전주고의 전신)에서 공부하였으며, 졸업 후에는 관촌과 전주의 금융조합에서 근무하다가 퇴직하였고, 양봉사업을 벌여 전국을 순회하며 각 지방의 인정과 풍속, 생활상을 견문하기도 했다. 선생은 평소에 문학과 역사, 한학(漢學)에 관심이 많았는데, 그것은 집안의 내력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대대로 내려온 선비 집안에다가 선생의 외삼촌이었던 시조 시인이며 국문학자인 가람 이병기 선생의 영향이 매우 컸던 것 같다. 선생은 다섯 살 되던 해부터 조부이신 소암공(小巖公)으로부터 천자문과 소학, 논어를 배우고 글 쓰는 법을 익혔다. 소암공(小巖公)은 남다른 열정으로 손자의 교학에 열정을 쏟으셨다고 한다. 근엄한 소암공(小巖公)은 작촌(鵲村)이 공부에 태만하거나 잘못을 저지르면 이에 상응하는 편달(鞭撻)을 감수하도록 했다고 한다. 어려서부터 스승이면서 조부에게 배운 한문은 훗날 선생이 한시와 서예, 한학을 연구하는 큰 힘이 되었다. 전국을 돌며 양봉사업을 할 때부터 지은 한시(漢詩) 500여 편에서 180여 수를 골라 선생의 나이 아흔에 『작촌(鵲村) 한시집』 (신아, 2000)을 낸 바 있다. 또한, 우리나라 고유의 정형시인 시조를 사랑하여 육순이 넘은 1978년에 『현대문학』지에 박병순, 정소파, 이태극의 추천으로 등단하였으며, 1989년에는 시조집 『새벽 까치소리』에 이어 『해거름에 타는 꽃불』(이삭, 2002년)을 출간했다. 선생의 시조는 시조의 정형성을 고수하면서 고향과 문화에 대한 사랑, 그리고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감회 등을 정갈하게 잘 그려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선생은 한학(漢學)과 더불어 서예에도 탁월한 재능을 가졌다. 서(書)는 예(藝)가 아닌 도(道)이다라는 일관된 생각으로 도(道)의 경지에 이르고자 전념하였으며, 특히 작촌의 초서(草書)는 매우 유명하다. 한국미술문화대상전 초대작가와 서예가로 왕성하게 활동하였으며, 1999년에는 평생에 걸쳐 수집한 고문서, 향토사 및 문집, 서예 등 2,300 여권의 고서를 우석대학교 도서관에 기증하여 향토문화 사랑의 모범을 보이기도 하였다. 선생은 이 지역의 각종 비문, 잊힌 지명과 위치를 고증하는 일에도 앞장섰다. 특히 문화재 감정 및 향토사학자로 향토문화 발굴 및 보존에 많은 역할을 하였다. 풍남문 완산종복원위원으로 종기(鐘記)를 쓰고 호남제일문(湖南第一門)으로 명명하도록 자문하였으며, 향토 사학 자료를 발간하여 『완산(完山)고을 맥박(脈搏)』(탐진, 1984)을 출간하였고, 전주, 완주를 중심으로 읍지(邑誌) 및 군지(郡誌) 발간에 도움을 주었고 만민의총 충열사 비문과 임란공신 조경남, 의사 황대연의 비문을 짓는 등 향토사학자로서 많은 공을 세웠다. 선생은 살아계실 때 한겨레신문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선생의 꿈은 미술학도가 되는 것이었다고 한다. 일본 미술학교로의 유학의 뜻을 세웠지만, 어려워진 집안 형편 탓에 포기하고 대신 취직의 길을 선택했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보면 선생은 그 이상의 꿈을 이루어내신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일제강점기였지만 패기 있고 강직한 성품의 선생은 당시 우리 민족의 울분과 한(恨)을 문학과 서예, 그리고 서화(書?)로 달랬다. 작촌(鵲村) 선생도 한때는 여느 사람들처럼 평범한 직장생활을 하였지만, 문학과 역사에 대한 내면의 열정은 한순간도 꺼지지 않았다. 어찌 보면 평생의 글쓰기와 역사연구는 선생으로서는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었던 것 같다. 선생의 3남 조정형 (전통명주 이강주(李薑酒) 회장)이 소장하고 있는 많은 유품 중 필자가 특별히 관심을 가진 것은 선생께서 어린 시절부터 돌아가실 때까지 매일 쓰셨다는 일기장이었다. 수십 권의 일기장에 빼곡하게 담겨 있을 수신제가(修身齊家)의 자세, 가풍을 잇고 세상을 걱정하는 선비의 삶이 고스란히 담겨 있을 것이다. 또한, 스스로 작성한 『작촌 조병희 생애록』과 「작촌 자작 행록」에는 선생이 얼마나 치열하게, 그리고 선비로서 강개한 기상을 가지고 살아오셨음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맴돌다가 넘어져도 멈출 수가 없는 독백 얻는 것도 없고 잃는 것도 없이 침잠한 밤거리에서 컹컹 짖는 수캐마냥 삭정이로 둥지 틀어 까치말로 호를 하니 가죽나무 가지 높아 첫 고동에 트는 여명 봄소식 알리고파서 새벽녘에 깍깍 소리 -조병희 「자화상」 전문 이렇듯 선생은 첫 새벽, 동트는 골목에서 봄소식을 알려주는 까치처럼 고고한 선비로서 시조와 한시 창작을 통하여 우리의 정신세계를 확장해 주었으며, 내 고장의 역사와 이웃들의 삶을 조명해 줌으로써 많은 사람에게 내일을 여는 지혜를 꾸준히 일깨워 주었다. 조정형 회장은 지금도 다가동 고택의 추억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수령 100년이 넘는 모과나무가 우뚝 서 있는 이 집에는 전국에서 내로라하는 명사들이 시도 때도 없이 찾아왔다고 했다. 그때마다 이 집에서는 직접 장만한 음식과 술을 나누면서 문학과 예술, 역사 이야기로 날 새는 줄 몰랐다고 한다. 특히 그때 곁들인 술은 선생의 집안에서 대대로 내려오는 가양주가 있었는데 그 맛과 향기가 아주 특별했다. 그것이 오늘날, 잘 알려진 전통명주 이강주(李薑酒)의 기원이 되었다. 이강주(李薑酒 배와 생강을 재료로 하여 빚어낸 전통명주인데, 대한민국의 대표브랜드가 되기까지에는 선생의 3남 조정형 회장의 집념과 뚝심의 결과라고 한다. 작촌(鵲村) 선생을 비롯한 가족들은 선비 집안에서 술을 만드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 일이라며 크게 반대했다고 한다. 그러나 조정형 회장은 아버지가 우리의 역사와 문화를 지키고자 했던 것처럼, 명주 이강주(李薑酒)를 만드는 일이 가문의 전통과 뜻을 거스르는 일이 아니라며 고집을 꺾지 않았다고 한다. 이러한 사연이 1993년 KBS 드라마 『그 집에 술이 있다』라는 프로그램을 통해서 전국에 알려지면서 크게 화제가 되기도 했다. 작촌(鵲村) 선생은 2001년 향토 발전에 이바지한 지역 원로에게 헌정하는 <전북의 어른 상> 제1회 수상자이다. 이 상은 KBS 전주방송총국과 현대자동차 전주공장이 마련한 행사로 평생 향토와 나라발전을 위해 헌신 봉사하는 전북의 원로를 찾아 그 업적을 선양하고, 어른을 공경하는 사회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서 제정되었다. 당시 KBS 전주방송총국은 작촌(鵲村)의 수상을 기념하기 위해서 작촌(鵲村) 다큐멘터리를 제작하여 방송하기도 했다. 또한,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전북위원회와 전통명주 조정형 회장은 작촌(鵲村)의 올곧은 인생관과 열렬한 향토애, 지고한 인품, 꿋꿋한 선비정신을 기리고, 회원들의 창작 열정을 높이기 위해서 2002년 전북펜작촌(鵲村)문학상을 제정하여 격년제로 수상자를 선정하여 시상하고 있다. 작촌(鵲村) 선생은 아흔두 해 동안 세상과의 인연을 접고, 2002년 12월 17일 숙환으로 영면하셨다. 선생의 올곧은 성품과 청정한 삶을 기억하는 많은 시민이 크게 애통해했다. 다음 시는 선생께서 숙환으로 입원하고 계실 때 쓴 것으로, 이 세상과 하직한 날 선생의 손자가 낭독했던 「병석에서 보는 TV 영상」이라는 시다. 불면증이 두려워서 낮잠을 물리치고선 TV 영상 앞에 엇비슷 기대앉아 불 뿜는 운동경기에 쏠려 드는 눈정기 스스로 격동되어 주먹을 쥐어도 보고 고조된 응원 소리에 덩달아 열을 올리곤 슬며시 다가온 졸음 잠을 청해 보리라. -작촌 선생 영결식장에서 손자가 올린 시 조병희 작 전문 작촌(鵲村) 선생은 때로는 강직함으로 우리의 정신세계를 일깨웠고, 때로는 따뜻한 격려와 관심으로 큰 용기와 희망을 주었다. 누구보다도 문학과 예술을 사랑했고, 우리 고장의 역사를 사랑했다. 한평생 시대의 올곧은 선비의 표상으로 전북의 정신을 일깨우고 전북의 긍지를 높여 주었다. /송일섭 전북문학관 학예사

  • 문학·출판
  • 기고
  • 2020.11.25 18:03

[신간] 문명탐험가 송동훈 작가 <에게해의 시대> 발간

페르시아제국과 아테네, 스파르타 군을 중심으로한 델로스 동맹이 벌인 치열한 전투인 페르시아 전쟁. 그 결과는 아테네를 중심으로 한 민주주의가 꽃을 피우게 된다. 하지만 페르시아 전쟁으로 승리한 아테네와 스파르타는 그리스 패권을 두고 충돌하게 된다. 이를 펠로폰네소스전쟁이라 부른다. 이렇듯 고대 그리스의 각각 다른 문명은 계속해서 충돌하며 여러 나라가 패권을 다퉜다. 기원전 6세기부터 기원전 1세기까지 걸친 에게해를 중심으로 펼쳐진 전쟁이야기가 책으로 발간됐다. 송동훈 작가의 <에게해의 시대>(시공사). 책은 페르시아 전쟁부터 펠로폰네소스 전쟁, 알렉산드로스의 대단한 진격에서 헬레니즘 세계의 전장까지 꼼꼼하게 훑으며 무수히 충돌하던 문명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전해준다. 격전의 순간에서 세상의 인식을 뒤바꾼 거대한 전쟁의 역사다. 기원전 6세기부터 기원전 1세기까지 500년에 걸쳐 에게해 주변에서 일어난 굵직한 문명의 충돌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전쟁 중간 중간 있었던 크고 작은 모든 전쟁을 다루면서 각각의 전쟁이 어떻게 맞물렸는지를 알리며 독자로 하여금 그리스 문명의 큰 그림을 볼 수 있게 했다. 특히 상세히 국지전을 다루는 방식은 그동안 펠로폰네소스 전쟁, 알렉산드로스 전쟁 등 하나의 획을 그은 전쟁만을 다룬 기존의 책들과 차별성을 지닌다. 폴리스들이 각자의 가치를 기반으로 충돌하며, 때로는 소멸하고 때로는 제국을 건설해나가면서 가져온 파장을 탁월한 이야기꾼 송동훈 특유의 섬세하지만 과감한 필체로 그려냈다. 사건을 속도감 있게 전개하며 그 안에서 지금과 맞닿은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장면을 엄선했다.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스토리텔링과 긴박한 공방은 보는 이의 눈을 뗄 수 없게 한다. 페르시아, 아테네, 스파르타, 마케도니아, 코린토스, 테베부터 시라쿠사, 에피담노스, 포티다이아, 암피폴리스, 플라타이아이, 미틸레네, 멜로스 등 이름조차 생소한 폴리스들의 흥망성쇠는 전쟁사의 이면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크세르크세스, 레오니다스, 페리클레스, 알렉산드로스부터 옥타비아누스, 안토니우스, 클레오파트라까지 한 시대를 수놓은 영웅들, 소크라테스, 아리스토텔레스 등 위대한 철학자, 헤로도토스, 투키디데스 등 당대의 역사가들의 업적을 그저 나열하지 않고, 시대의 한가운데서 이름을 남기지 않은 이들과 함께 활약하는 모습도 그렸다. 책에는 전쟁 영웅으로 주목받아온 사람들의 행적을 시대와 정치 속에서 다시 읽음으로써 위대한 지도자의 등장을 좀 더 면밀하게, 객관적으로 살펴보는 중요한 관점이 녹아 있다. 전쟁에 얽힌 개개인의 욕망이 당대 정세와 긴밀하게 연결돼 결국 새로운 시대가 탄생하고 저물었음을 흥미로운 시선으로 보여준다. 송 작가는 위대한 문명도, 강력한 제국도 결국은 멸망했고, 사라진다면서 그런 문명과 제국이 남긴 유적 앞에서 느끼는 비애야 말로 역사를 배워야 하는 가장 강력한 동인이라고 책 발간 이유를 설명했다. 송동훈 작가는 익산출신 송정호 전 법무부장관의 아들이다. 연세대학교에서 정치외교학을, 동대학 국제학대학원(GSIS)에서 국제정치학을 공부했다. 12년 동안 조선일보에서 기자로 일했고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산업부를 거쳤다. 저서로는 <송동훈의 그랜드투어> 서유럽동유럽지중해 세 편과 <세계사 지식향연> 영국-스페인 편, <대항해시대의 탄생> 등이 있다.

  • 문학·출판
  • 최정규
  • 2020.11.25 17:50

손소희소설문학상 수상자 장성원 작가 선정

장성원 작가 언론인으로, 정치인으로 치열한 삶을 살다 여든넘어 소설가가 된 장성원(81) 작가가 2020년 손소희소설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종합문예지 문예바다(발행인 백시종)은 올해 손소희소설문학상 수상자로 장 작가(작품집 영원한 약속)을 선정했다고 19일 밝혔다. 장 작가는 김제출신으로 서울대 영어교육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영어영문학과 사회학을 공부했다. 공군 장교로 복무하고 동아일보에서 기자 생활을 했다. 동아일보 자유언론실천운동으로 해직됐다가 1981년 복직해 동아일보 동경특파원, 경제부장, 논설위원, 편집국 부국장 등을 지냈다. 1995년 새정치국민회의 창당 발기인이자 당무위원으로 정치계에 입문했으며, 제1516대 국회의원, 새천년민주당 정책위 의장, 최고위원, 고문 등을 역임했다. 그는 지난 2018년 <국제문예>를 통해 등단했으며, 현재 한국소설가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전주를 무대로 한 단편소설 영원한 약속을 전북일보에 게재 했고, 올해 초 이 연재분을 담은 소설집을 출판했다. 특히 표제작 영원한 약속은 지난 2016년 5월 전북일보 지면을 통해 7차례 연재됐다. 손소희문학상은 한국 근대문학의 거두인 무녀도의 작가 김동리의 아내로, 1987년 70세로 타계한 손소희 작가의 문학적 업적을 기리기 위해 손 작가의 인세와 남편 김 작가의 출연금으로 제정된 문학상이다. 장 작가는 늦깍이로 입문해 문학상까지 받게돼 여간 송구스럽지가 않다며우리 전북이 낳은 혼불의 작가 최명희의 문학정신과 끈기를 추모하면서 이를 이어 받을 후진들이 우리 고장에서 다시 나왔으면 한다고 염원했다.

  • 문학·출판
  • 백세종
  • 2020.11.19 18:08

[신간] 전대미문의 인터넷 연쇄살인을 파해치다 : 한유지 <차도살인>

프로파일러(범죄심리분석수사관)는 범죄자의 행동과 패턴을 분석해 범행동기, 숨겨진 의도 등을 분석해 다양한 사건해결에 도움을 준다. 영화나 드라마 소재로 자주 등장하며 스토리 전개에 박진감을 더하기도 한다. 국내에서도 이들 프로파일러의 활약이 있었는데 대한민국 1호 프로파일러인 권일용 박사, 이수정 경기대 교수, 표창원 전 국회의원 등이 대중에 잘 알려져있다. 최근에는 이춘재살인사건(화성연쇄살인사건)을 해결하는데 공은경(경찰청 프로파일러 2기)의 활약이 대중에 알려지며 큰 관심을 끌기도 했다. 전북에는 전북경찰청 소속 박주호 경위가 있다. 이런 프로파일러의 활약으로 전대미문의 사건을 해결하는 소설이 발간됐다. 한유지 작가의 <차도살인>(베스트하우스). 한국 최초로 자전거 미스터리 소설 로드바이크 시리즈를 펴낸 한 작가는 이번 소설에서 프로파일러를 전면에 내세운다. 프로파일러가 전대미문의 인터넷 연쇄살인을 파헤치는 내용을 담았다. 이 책은 사회병리를 해부하는 것처럼 천착해 내러티브를 박진감 넘치게 등장시킨다. 더욱이 미스터리를 표방한 다른 소설들과 달리 사건을 풀어나가는 주체로 여성 프로파일러를 등장시킨다. 소설의 구성도 독특하다. 여성프로파일러가 전개시켰던 이야기의 초반부가 지나가면 마치 액자소설처럼 주요 작중인물들의 시점으로 내러티브를 진행시킨다. 이야기의 전개는 스피드하다. 드러나는 진실은 누구도 예상 못한 반전이다. 이야기의 결말 자체가 충격의 반전인 셈이다. SNS의 소통을 분석해 나가는 치밀함과 언론의 표절 행태, 약물 문제에 이르기까지 작품의 테마는 사회적이고, 해결의 방식을 첨부한 본격적 사회파미스터리의 탄생을 알리기에 충분하다. 또 작중인물 일상의 흐름도 자연스레 교차되고 있어, 무거운 주제를 상쇄시키는 효과까지 덧붙여 나간다. 한 작가는 산이 정복의 대상이 아니라 공유의 대상이듯 삶도 나눔과 소통의 길 위에 서 있음을 확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 문학·출판
  • 최정규
  • 2020.11.18 18:51
문화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