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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장욱 시인 <시조로 쓴 한량춤 조선상사화> 발간

시나위 첫 울림을 바람 앞에 던져라/ 도포자락 펄럭, 하늘이 열린다/ 이승의 모서리 까마득한 그리움 우에 흰 빛이 섰다 (금파 한량춤 중) 장욱 시인이 시집 한 권에 한량춤을 모두 담아냈다. 시와 춤의 만남이 색다르다. 장 시인이 펴낸 시집 <시조로 쓴 한량춤 조선상사화>는 굿거리장단, 자진모리장단 등 모두 91장단에 67개의 춤사위가 맞물려 돌아간다. 춤 한 동작에 하나의 시를 배치한 셈이다. 특히 전체적으로 한량춤을 노래한 연작 시조라는 통일성을 가지면서도, 평시조엇시조사설시조 등 기존 시조 형태들을 두루 활용해 시조의 현대적 표현력을 살렸다. 장 시인은 금파는 이 춤을 추면서 어떤 생각을 했을까. 어떤 생성 과정을 거쳐 한량춤이 완성됐을까를 많이 고민했다며 각 시의 시작은 춤의 한 동작(춤사위)과 그 의미를 찾아내는 것이었고, 그 내용은 전주지역을 중심으로 한 호남의 역사, 문화, 풍물 등을 시에 담았다고 말했다. 1998년 전북무형문화재 제17호로 지정된 금파의 한량춤은 전주익산정읍 권번에서 예기와 한량들을 지도했던 세습무가 출신 정자선정형인 부자에게서 금파 김조균에게 전승된 춤이다. 금파의 장남인 김무철 전북도립국악원 학예연구사는 금파의 한량춤은 역동성과 남성다움을 간직하고 있는 한국 남성춤의 대명사로 한량의 품격과 자태를 강조하고 있는 예술성이 높은 춤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익두 문학평론가는 이 시조시집은 우리가 현재 만날 수 있는 한국 현대 시조의 드높은 한 절정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그는 이어 시집 전체가 일종의 전라도 풍류라는 관점에서의 전북 역사문화 정체성을 인식하고 이를 역동화 하는 과정으로 전개되고 있다고 밝혔다. 장욱 시인은 전북대 국문과와 동대학원 석사를 졸업하고, 전주대 국문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1988년 월간문학(시조), 1992년 문학사상(시)로 등단했다. 시집 <사랑살이> <사랑엔 피해자뿐 가해자는 없다> <겨울 십자가>를 펴냈다.

  • 문학·출판
  • 문민주
  • 2020.11.18 18:27

제32회 전북아동문학상에 유응교 아동문학가

유응교 작가 전북아동문학회가 시상하는 제32회 전북아동문학상에 유응교 아동문학가가 선정됐다. 수상작품집은 <기러기 삼형제>. 당선작 <기러기 삼형제>는 자연과 사물에 대한 깊이 있는 사유를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게 동시조로 풀어낸 작품이다. 지난해 전자책으로 먼저 선보인 뒤 이듬해 종이책으로 출판했다. 유 작가는 하늘을 날아가는 새들을 보면 새의 마음이 되고, 산과 들에 핀 꽃들을 보면 꽃이 돼 그때 마음속에 떠오르는 느낌을 적어보면 동시가 되고 동시조가 된다며 50여 년의 유구한 역사를 지닌 전북아동문학회에서 영광스러운 상을 받게 돼 감사하다고 전했다. 윤이현 전북아동문학상 운영위원장은 오랫동안 시와 동시를 써온 작가가 동시조라는 새로운 장르에 도전하고 창작 열정을 쏟은 결과물이라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우리 내면에 녹아있는 시조 운율에 어린이의 정서를 듬뿍 담아낸 동시조는 전통을 살리고 계승한다는 면에서도 중요하다고 평했다. 유 작가는 전남 구례 출신으로 전남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전북대 학생처장, 한국소리문화의전당 건축 추진위원장, 전북예총 부회장 등을 지냈다. 한국예총 예술문화상 대상, 해운문학상 바다사랑상, 전북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저서로는 동시집 <까만콩 삼형제>, <별꽃 삼형제>, <기러기 삼형제> 등이 있다. 시상식은 오는 26일 오후 5시 전북문학관에서 열린다.

  • 문학·출판
  • 문민주
  • 2020.11.18 18:27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경종호 시인

사람을 닮은 동물 혹은 사물에게 너희는 참 사람을 닮았어, 하고 말한다면 어쩌면 그들에게는 모욕일지도 모른다는 글을 본 적이 있는 듯하다. 허수아비 또한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을까? 실체가 없는 것에 대하여 우린 흔히 허수아비가 같다고 하지만 허수아비 또한 허수아비대로 어떠한 의미로든 존재하고 있으며 그 자체로 존중받아야 할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사람에게도 이것은 중요한 의미로 다가온다. 존재감이라는 말, 자존감이라는 말이 요즘 들어 중요한 단어로 쓰이고 보다 심오하게 다가오는 것도 비슷한 상황이기 때문일 것이다. 오늘 소개할 디카시집 <허수아비는 허수아비다>도 이에 대한 말을 한다. 이 시집은 우리가 흔히 사진에 담곤 하던 아름다운 풍경이나 예쁜 사물은 그리 많지 않다. 그저 다양한 사진 속에서 인간들은 어떤 모습으로 투영되는가를 보여주려 한다. 오리마저도 거부하는 도전이 없는 삶에 대하여 말을 하고, 인간이 돌아가는 마지막 종착지는 결국 동그란 o으로 남는다는 잘린 나무를 보여주고, 아기가 나에게 왔다는 것 하나만으로 기적이 이루어졌다는 것을 확인한다. 어쩌면 우리는 천사를 찾기 위해선 지옥을 뒤져야 하는지도 모른다는 말, 유유자적 놀고 있는 동자승들의 넉살로 우리가 부처라는 등짝을 때려대는 말을 한다. 또한 물보다 술을 더 사 가는 사람의 마음을 위로하며 몸속의 피만큼 눈물도 준비해야 한다는 그 지극히 인간적인 생각 속에서 겨울 시장, 친구 아지매들과 쪼그려 앉아 밥을 먹는 풍경으로 삶의 따뜻함을 담아 낸다. 시인은 이미 시인의 말에서 언급하고 있다. 시의 촉수를 자극하는 장면을 만나면 사진에 담았다. 거기에 담긴 기억과 느낌을 소환하여 시를 썼다. 시와 사진의 혈맥이 섞여 한 몸이 되는 방식이다. 디카시라는 거의 새로운 장르의 장점이 바로 이러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시를 담기 위하여 시적인 것을 찾아내는 그 눈과 마음이 보다 더 가까워진다는 것을. 나와 우리에게 좀 더 다가갈 수 있는 한 권의 책을 우리는 또 선물을 받은 듯 하다.

  • 문학·출판
  • 기고
  • 2020.11.18 18:27

[신간] 서주원의 인물기행 '이낙연의 길'

방송작가이자 소설가인 서주원 작가가 인물기행 <이낙연의 길>을 출간했다. 황톳길 길섶에 핀 들꽃이 어찌 바람을 탓하랴!라는 부제를 단 이 책은 대선의 길로 들어선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인생길에 남긴 궤적을 다뤘다. 서 작가는 서문에서 일면식도 없는 이 대표의 삶과 영혼의 발자취를 자세히 살펴봤다며 미래 국가 지도자로서 자격과 능력을 충분히 갖췄는지 따져보는 참고서이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 책은 법성포 굴비길, 동심의 길, 어머니의 황톳길, 광주 무등산길, 서울 청운의 길, 순창 고추장길 등 총 6장으로 구성됐다. 특히 처가를 순창에 둔 이 대표는 외가도 전북에 두고 있는데, 이 대표의 DNA 7할이 전북인지도 묻고, 전주여고 미술반이었던 부인 김숙희 씨가 스승 박남재 화백이 없었다면 이화여대 미대에 진학했을까?라는 의문도 던진다. 서 작가는 이 대표가 지일파여서 일본에서도 출간하기 위해 일본어 번역을 추진 중이라며 서울, 광주, 전주 등 전국 서점에서 저자 사인회 등을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 KBS 방송작가인 서 작가는 자신의 고향인 부안군에서 발생한 서해훼리호 참사와 부안반핵운동을 다룬 장편소설 <봉기> 123권과 노무현 대통령의 생애 마지막 하룻밤을 다룬 <봉하노송의 절명> 1권을 펴낸 바 있다.

  • 문학·출판
  • 문민주
  • 2020.11.18 18:27

[신간] 장세진 평론가의 <미국영화 톺아보기>

전주출신 장세진 평론가(전 군산여상 교사)가 <한국영화 톺아보기> 이후 7개월 만에 미국영화의 이야기를 담은 책을 발간했다. <미국영화 톺아보기>(해드림출판사). 이 책은 지난 4월 펴낸 <한국영화 톺아보기>에 싣지 못했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등 외국영화 66편과 이후 본 한국영화 21편 등 87편의 영화 이야기가 사진들과 함께 실었다. 총 5부로 나눠져 있는 87편 글은 일부를 빼곤 대부분 200자 원고지 10장 안팎으로 써냈다. 내용은 영화평에 가깝다. 하지만 <한국영화 톺아보기> 글들처럼 다른 이의 그것들과 차별화된 특징이 있다. 영화나 감독, 또는 배우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 후 본론으로 들어가 실제 비평하는 글을 적었다. 제1~2부는 테넷만 빼고 200만 명 이상 관객이 든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3부는 일부 잡지 등에 발표했던 글들과 한국영화, 4~5부는 200만 미만 관객이 든 미국과 중국일본인도 등 외국영화들을 개봉일이 빠른 순서로 실었다. 장세진 평론가는 전주출신으로 지난 2016년 2월 한별고 교사로 퇴직했다. 같은 해 5월 교원문학회를 창립, 초대회장을 역임했다. 처음부터 부족한 교원문학 운영비를 사재로 충당하는 발행인을 맡고 있는 저자는 1983년 방송평론, 1985년 영화평론, 1989년 문학평론에 당선한 이래 방송영화문학 등 다양한 장르에 걸쳐 왕성한 비평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는 그 동안의 활발한 저술활동을 인정받아 1998년 전북예술상, 신곡문학상(2001), 전주시예술상(2002), 공무원문예대전행정자치부장관상(2003), 전북문학상(2011), 연금수필문학상(2018)등을 수상했다.

  • 문학·출판
  • 최정규
  • 2020.11.18 18:03

제13회 불꽃문학상에 박태건 시인 선정

박태건 시인 전북작가회의(회장 이병초)가 시상하는 제13회 불꽃문학상에 박태건 시인이 선정됐다. 수상작품집은 이름을 몰랐으면 했다(2020, 모악). 지난 2006년 전북작가회의가 제정한 불꽃문학상은 어둠과 혹한 속에서 빛을 발하는 불꽃처럼 뜨거운 정신으로 문학의 길을 밝혀가길 바라는 동료 문인들의 격려가 담겼다. 올해 심사는 정양최동현김용택안도현복효근이병초 시인과 임명진 평론가, 이병천김병용 소설가와 김종필 아동문학가가 맡았다. 심사위원들은 시가 삶과 분리되어 있지 않으며 삶에서 지켜야 할 소중한 부분을 놓치지 않고 있다는 점, 오랜 시간 자기 시세계에 천착하고 자기 목소리를 다듬어온 점을 높이 평가했다. 기억을 현재적 욕망으로 버무려낸 시편들 속엔 시의 그늘이 웅숭깊게 펼쳐져 있는데, 독자는 그 그늘에서 삶의 동력을 발효시키는 시의 울림을 만날 것이라고 전했다. 박태건 시인은 불꽃문학상은 꼭 받고 싶었던 상이다. 촛불을 켜듯 선배 문인들이 나눠주는 문학의 불씨이기 때문이라면서 작가란 자신을 불꽃처럼 태워 세상의 빛이 되는 존재이며, 이제부터 세상의 아픈 곳을 쓰는 작가가 될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1995년 전북일보 신춘문예와 시와반시 신인상으로 등단한 박태건 시인은 대산창작기금과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기금을 수상했다. 원광대학교 교수와 익산민예총 회장을 역임하고 올해 등단 25년 만에 첫 시집을 냈다. 시상식은 전북작가회의 정기총회가 열리는 2021년 2월 전주 최명희문학관에서 열린다.

  • 문학·출판
  • 백세종
  • 2020.11.17 18:50

[신간] 김용옥 작가, 수필집 <나쁜 운명이란 없다>

어렸을 적 기르던 개가 다리를 다친 상처를 스스로 핥아 낫게 하듯이, 그녀는 사랑의 상처를 홀로 핥고 핥았다. 그 상처가 인간의 고독이며 사랑의 뒷모습인 걸 깨달았다. (사랑의 유통기한에서) 김용옥 작가가 수필집 <나쁜 운명이란 없다>를 펴냈다. 문학잡지에 발표한 글을 모아 글집으로 묶었다. 이번 수필집에서 작가는 삶의 불행과 아픔을 주요한 서사 내용으로 구성한다. 행간 곳곳에서 숱한 비의가 읽힌다. 그에게 글쓰기란 상처와 고통의 근원을 찾아가는 통로인 듯하다. 우리는 이 통로를 헤매면서 함께 슬퍼하고 좌절하게 된다. 그러나 작가는 인간과 세상에 대한 상실과 고통 속에서도 스스로 그러한 어려움 극복해나가고자 한다. 오히려 이를 문학과 삶의 역동적 에너지로 전환하는 태도를 취한다. 사회와 정치에 대한 분노도 엿보인다. 부조리하고 타락한 사회에 대한 슬픔을 토로하는 기억해서 슬프다, 경영자와 지도자의 윤리를 묻는 회전의자의 자리 등이 그러하다. 허상문 문학평론가는 김용옥의 수필은 생의 본질적 의미를 규명하려는 기록들로써 그동안 여성의 글쓰기에서 감추어진 무한한 욕망의 세계를 드러낸다고 말했다. 김 작가는 이리남성여고와 중앙대를 졸업했으며 1980년 전북문학에서 고하 최승범의 추천으로 등단했다. 현재 한국현대시인협회 부이사장, 국제PEN한국본부 이사 등을 맡고 있다.

  • 문학·출판
  • 문민주
  • 2020.11.11 19:09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김정경 시인

걷기를 좋아하고, 산책을 사랑한다. 스스로 산책중독자라고 서슴없이 표현하곤 한다. 이것은 나를 구성하는 한 부분이자 어쩌면 전부일지도 모르겠다. 걷기로 이루어지는 산책은 발바닥으로 그날의 골목과 날씨와 풍경을 읽는 일. 그리고 소리와 말들을 채집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속도 따윈 철저히 무시해도 된다는 점이 짜릿하다. 두 발로 더듬어 찾아낸 몇 개의 낱말과 몇 개의 장면을 주머니에 넣고서 만지작거리며 돌아올 때는 어둑했던 마음의 방에도 불이 켜진다. 한정원 작가의 <시와 산책>은 무심코 길을 걷다가 생각지도 못한 장소에서 환하고, 따스하고, 어여쁜 어떤 것을 발견했을 때의 기쁨을 선사한다. 그 찰나를 혼자만 몰래 간직하고 싶은 욕심과 누구라도 불러와 같이 바라보고 싶은 심경이 엎치락뒤치락 서로 다툰다. 그만큼 <시와 산책>은 문장과 문장 사이를 산책하는 즐거움을 깨닫게 해주는 책이다. 단편영화를 세 편 연출했고, 여러 편에서 연기를 했다라는 작가의 독특한 이력 때문일까. 그의 섬세한 문장은 시간과 서사가 정제된 단편영화를 보는 듯 구체적인 장면으로 생생하게 다가온다. 저물 무렵이면 사람이 사는 집에는 전등이 하나둘씩 켜지고 빈집은 그대로 어둠 속으로 묻힌다. 그 사이를 쭉 이으면 별자리가 될 것도 같다. 돌아누운 사람의 굽은 등 자리, 깎인 발톱 자리, 아픈 고양이 꼬리 자리 같은 것.(<시와 산책>, 47쪽) 낯선 곳으로 이사한 뒤 외지고 적막한 동네. 무질서하게 얽힌 골목과 거기 빈틈없이 앉은 집들에 마음 붙이기 위한 방편으로 동네를 걷기 시작했다는 한정원 작가. 그는 어느 마당에 어떤 나무와 꽃이 피는지 알게 되었을 때, 더는 밤길이 힘들지 않게 되었고, 불이 꺼진 창도, 그 창 너머에 내가 아는 누군가가 잠들어 있다고 생각하면 감은 눈꺼풀처럼 순하게만 보였다라고 산책자로서의 내력을 밝힌다. 제목부터 시와 산책이 나란히 짝을 이룬 책답게 <시와 산책>에는 여러 시인과 시의 구절이 등장한다. 페르난두 페소아, 파울 첼란, 실비아 플라스, 세사르 바예호, 에밀리 디킨슨. 작가가 오래 머금고, 어루만지고, 아껴왔을 이 시인들의 시 조각들을 함께 음미할 수 있다. 산책을 나설 때는 홀가분한 차림이 어울리듯이 이 책은 가벼운 마음으로 아무 페이지나 펼쳐서 읽어도 어색함이 없다. 글 한 편 한 편이 짧아서이기도 하겠지만, 단정한 문장으로 다져놓은 길을 따라 걷다 보면 그 풍경 속으로, 시의 세계로 자연스럽게 빠져들기 때문이다. 애틋이 여기는 이의 손을 잡고 걸을 때처럼, 낮은 목소리로 느릿하게 이야기하는 사람의 입술을 가만히 바라보게 되는 순간같이 이미 멀리 왔어도 조금 더 걷고 싶어진다. 평소에 그다지 시와 친하지 않고, 설령 몹시 서먹서먹한 사이라고 해도 전혀 겁먹을 필요가 없다. 아는 시를 만나면 반가워하고, 모르는 시를 발견하면 설렘을 누리면 된다. 만약 반갑지도, 설레지도 않는다면 그냥 흘려보내면 그만이다. 산책하며 우리는 어떤 풍경은 그저 등 뒤로 흘려보내기도 하니까. 산책자는 걸을 때만큼은 자신의 몸보다 몸이 아닌 것에 시선을 둔다고 일별하는 한정원 작가가 소개하는 월러스 스티븐즈의 시, 사물의 표면에 대하여는 방 안에 있을 때 세계는 내 이해를 넘어선다. 그러나 걸을 때 세계는 언덕 서너 개와 구름 한 점으로 이루어져 있음을 알게 된다. 하고 노래한다. 걷기를 통해 우리는 모호하고 어렴풋했던 세상이 분명하고 선명한 실체로 다가온다는 것을 비로소 헤아리게 된다. 그러니 무수한 말들의 성찬에도 위안을 구하지 못했다면 산책을 권한다. 천천히 집으로 돌아와 <시와 산책>을 펼치면 저녁의 공기가 아늑하고 그윽해지리라.

  • 문학·출판
  • 기고
  • 2020.11.11 19:09

[신간] 안문석 전북대교수, 해방이후 북한주민의 삶의 변화 연구한 <북한민중사> 발간

해방직후 북한의 주민들의 삶은 어떨까. 김일성김정일김정은 정권동안 북한 주민들의 삶의 변화를 연구한 안문석 전북대학교 외교정치학과 교수가 <북한민중사>(일조각)를 발간했다. 이 책은 해방 직후부터 2010년대까지 북한 역사 전체를 다루고 있다. 북한 주민의 일상성에 초점을 두고, 주민생활의 다양성을 드러낸다. 그들의 자율성과 저항의 측면에도 관심을 두며, 제도 및 정책과 일상의 연결고리를 분석한다. 북한 주민들의 실제 생활은 어떠했는지, 노동자와 농민, 어민의 직업생활, 가정생활, 여가생활 등 세세하게 기술하고 있다. 특히 북한당국이 만든 법령과 어떤 관계 속에서 이뤄지는지, 북한 주민들의 삶이 정책과 제도의 변화 속에서 어떻게 달라지는지에도 주목한다. 뿐만아니라 국가의 제도, 정책과 개인의 삶의 유기적 관계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고 구체적인 모습을 파악한다. 안 교수는 북한 민중의 삶을 살피기 위해 많은 자료를 활용했다. 북한 체제 형성기인 1940년대와 1950년대 민중생활의 실제를 파악하기 위해 미국 현지조사도 실시했다. 특히 미국 문서기록보관청이 소장하고 있는 자료는 한국전쟁 당시 미군이 북한 지역에서 수집한 자료 1200여개를 확인했다. 안문석 교수는 진안 출신으로 서울대 철학과를 졸업한 후 영국 요크대학교에서 정치학 석사, 영국 워릭대학교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12년부터는 전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동북아 국제관계, 북한의 대외관계, 미국 외교정책 등에 대해 강의를 하고 있다. 그가 저술한 책은 <북한현대사 산책>, <오기섭 평전>, <김정은의 고민>, <외교의 거장들> 등 다수의 저서를 펴냈다.

  • 문학·출판
  • 최정규
  • 2020.11.11 18:24

[신간] 정영신 사진작가, 전국 5일장 모습을 카메라에 담은 <장에가자> 출간

시장은 대형 마트, 백화점 등에 밀려 점점 사라져가고 있는 추세다. 그런 가운데 전국각지에서 열리는 시골 5일장은 해당 지역의 인심과 푸근한 정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34년 간 오로지 시골 장터만을 찾아다니며 사진을 찍고 글을 써온 정영신 사진작가가 지난 몇 년간 작업한 작품들을 모아 <장에가자>(이숲)를 출간했다. 이 책은 전국의 5일장의 생생한 모습을 사진으로 기록했다. 특히 전북의 순창장, 남원장, 정읍 샘고을 시장, 부안장, 무주 반딧불 시장, 완주 고산장, 고창장 등 전북의 5일장의 모습도 담겼다. 이 책의 도드라진 특징이 있다면, 단지 시골 오일장만을 취재한 것이 아니라 그 지역의 문화유산과 유적을 함께 돌아보고 장터가 지역의 경제뿐 아니라 문화 관광의 허브가 될 가능성을 타진했다는 데 있다. 작가는 그렇게 각 지역의 문화, 역사, 위인, 특산물, 개성 등 일곱 가지 주제를 통해 전국 22개 장터와 각 지역의 문화유적을 탐방했다. 무엇보다도 구수한 지역 사투리가 생생히 살아 있어 맛깔 나는 글과 어린 시절 시골에서 흔히 보았던 흑백의 풍경들이 마음 깊은 곳에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게다가 각 장의 특징과 그곳에서 살 수 있는 지역 특산물도 소개돼 있다. 이 책은 포토 에세이 작품으로 감상해도 좋고, 주말 가족 여행을 떠나기에 좋은 제안과 정보를 담은 가이드북이다. 정영신 사진작가는 1958년 전남 함평에서 태어나 34년간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오일장 600여 개를 모두 기록한 장돌뱅이사진가이자 소설가다. 장터에서 만난 우리 민초들의 삶의 애환과 각 지역의 역사적 자취를 찾아다니며 글과 사진으로 기록하고 있다. 특히 농사짓는 초기부터 유통되기까지의 전 과정과 한국어머니들의 삶의 이야기를 채록해 왔다. 장마당의 풍정만 기록한 것이 아니라 장터 인근에서 만날 수 있는 지역문화유산과 장마당을 고리지어 사진과 글로 담아내고 있다.

  • 문학·출판
  • 최정규
  • 2020.11.11 18:24

[신간] 손상국 프리랜서 PD <전라감영 이야기> 출간

전라감영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3년 가까이 진행된 복원 과정을 생생히 기록한 책이 나왔다. 손상국 작가의 <전라감영 이야기>(신아출판사). 현재 프리랜서 PD로 활동하는 작가가 쓴 책답게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 같은 이야기 전개와 생생한 사진들이 인상적이다. 특히 저자가 2년 7개월간 전라감영 복원 현장에 상주하며 찍은 사진들은 복원 역사를 말해주는 소중한 기록이기도 하다. 책은 다섯 개의 소주제로 나뉘어 있다. 1장은 옛 전라북도 도청 부지의 역사적 상징성을 부각한다. 옛 도청 부지에는 전라감영뿐만 아니라 고려시대 관청 유구와 후백제 동고산성에서 나온 관(官) 자가 새겨진 와편과 흡사한 기와 조각이 발굴됐다. 이는 통일신라시대부터 이곳에 중요한 관청이 자리했었다는 것을 말해준다. 1884년(고종 21) 전라감영을 방문했던 미국 임시 대리공사 조지 클레이튼 포크의 일기도 소개하고 있다. 포크의 일기에는 당시 전라감영의 모습과 그가 겪었던 일이 소상하게 기록돼 있다. 그가 전라감영에서 촬영한 두 장의 사진도 실었는데 일기와 사진 모두 흥미롭다. 34장은 전라감영의 역사와 감사들이 했던 일을 비롯해 전라감영이 맛과 멋, 풍류로 상징되는 전라도 문화에 끼친 영향 등을 소개한다. 5장은 전라감영 복원 기록이다. 작가가 촬영한 복원 현장 사진 가운데 100여 장을 엄선해 실었다. 손 작가는 연세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교육방송과 JTV 전주방송에서 PD로 근무했다. 저서로 <심춘순례> <최치원을 추억하다-고현내 사람들과 최치원 영정 이야기>가 있다.

  • 문학·출판
  • 문민주
  • 2020.11.04 18:28

[신간] 이향아 시인 시집 '캔버스에 세우는 나라', '저녁강가에서'

그린다는 것은 바람에 스치는 향기를 모아 영토를 돋우는 일, 빛과 그늘 사이 퍼지는 색깔, 그 색깔을 모아 궁전을 짓는 일, 서툰 목수처럼 지었다 헐고 헐었다가 다시 짓네 (시 캔버스에 세우는 나라 중) 시는 청춘의 장르라는 말이 있다. 그 편견 아닌 편견을 넘어 60년 가까이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향아(82) 시인. 이 시인은 1960년대 초반 <현대문학>으로 등단한 이후 시적 공백기라고 할 만한 시기가 없을 정도로 꾸준하게 창작 생활을 이어왔다. 동시에 수필가이자 시 이론가로서 적지 않은 책을 발간했다. 그런 그가 이번엔 시집 <캔버스에 세우는 나라>와 한영대조시집 <저녁 강가에서>를 내놓았다. 시인에겐 마르지 않는 샘물이 있을 것만 같다. 시집 <캔버스에 세우는 나라>에서는 인생의 무대에 대한 그의 겸허하고 긍정적인 태도를 엿볼 수 있다. 세속적 가치를 비판하고, 인생의 진정한 의미를 발견하려는 시심이 빈도 높게 드러난다. 이 시인은 편견으로 가득 찬 세상, 인간적정신적 가치보다 물질적 가치를 숭배하는 세태에 대한 비판적 인식을 견지한다. 그러면서 자연과 고요의 세계를 지향한다. 이 마음은 현실의 대안 세계는 찾는 일이다. 이형권 문학평론가는 시 해설을 통해 이 시집의 시편들은 높고 원숙한 삶의 정신에 도달한 시인이 그동안 살아온 시간에 대한 성찰의 언어로 채워져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평생을 외워도 익숙하지 않은, 한순간도 그물에서 헤어날 수 있는, 혹은 소소하고 혹은 거대한 그게 모두 슬픔이요 껍데기라 하면서도, 가쁜 숨 몰아쉬며 끌어안는 이름들, 그것이 사랑인 걸 여태 몰랐다 (시 모르고 살았다 중) 시집에는 탈속을 추구하는 시뿐만 아니라 사랑에 대한 그리움과 깨달음의 시, 노년을 맞이해 느끼는 상념을 노래한 시 등도 담겼다. 이에 대해 이 평론가는 시집에 나타나는 세상에 대한 비판, 세상 너머의 세계를 꿈꾸는 일 모두 세상에 대한 사랑의 표현이라고 분석했다. 이 사랑의 힘이 시인이 평생 시를 써온 에너지, 즉 마르지 않는 샘물이었다는 것이다. 한영대조시집 <저녁 강가에서>는 이 시인의 시 50편을 선별해 한글과 영시를 함께 실었다. 따뜻한 시선으로 삶을 관조하는 시인의 태도가 읽힌다. 특히 시의적절하게 사용된 시어들, 토속적인 아름다운 말들을 시인의 의도에 맞게 번역한 영시는 또 하나의 작품과도 같다. 영어 번역은 제1회 창조문예번역상 수상자인 이정호 번역가(서편탐약품 회장)가 맡았다. 이 시인은 1963~66년 <현대문학> 3회 추천을 받아 등단했다. 경희대 대학원에서 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수십 권의 시집, 수필집, 문학이론서, 평론집 등을 발간했다. 현재 국제펜클럽한국본부 고문, 문학의집서울 이사, 호남대 명예교수 등을 맡고 있다.

  • 문학·출판
  • 문민주
  • 2020.11.04 18:28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이진숙 수필가

알맹이로만 또글또글 살아있는 시어를 만나면 시집을 마구 쓰다듬어주고 싶다. 영혼의 창문이 열린 듯하고 열린 창문으로 내 마음을 들킨 것 같아서 가슴이 콩닥거리기도 한다. 그 시어를 품어 내 살을 채우고 싶기도 하고, 시가 내리쬐는 따사로운 햇살에 몸을 맡기며 위로를 받기도 한다. 지난 여름에 만난 시선집이 그랬다. 나혜경의 시, 김동현의 사진으로 구성된 시선집, <파리에서 비를 만나면>이다. 사라질 것만 찍고 싶다는 사진가와 마음에서 사라지지 않을 것만 찍고 싶다는 시인처럼이라는 표현이 차례를 읽기도 전에 내 마음을 흔들었다. 파리의 풍경 한 점과 시 한 수가 마주 보는 시선집. 나지막하게 말을 건네는 파리의 사진 50편과 절제된 언어 뒤로 숨겨놓은 마음이 담긴 시 50편으로 구성됐다.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마치 파리의 풍경 속에서 시를 읽고 있는 느낌이 든다. 여유로움과 낯선 감흥에 젖는 시선집이다. 뒤엉킨 기억의 조각들을 바로 맞춰주는 저장소인 사진. 그 사진에서 풀어낸 언어들을 농축시켜 건져 올린 시어. 시인에게는 신이 허락한 언어의 축복이 있다고 했다. 미주알고주알 얘기하지 않아도 살며시 밀어낸 시어에서 쏟아져 내리는 생각들이 경이롭다. 한 발 나아갈 수 없을 땐/제자리에서 저렇게 깊어지는 겁니다 (나혜경 시 나무 홀로 푸르다 전문) 짧은 두 행으로 완성되는 삶의 진리. 달려오다가, 달려갈 길이 아직 남았는데 길이 뚝 끊겨버렸을 때. 괜한 헛손질로 기력이 쇠잔하여졌을 때. 특히 요즘처럼 코로나19로 젖은날개를 접어야할 때. 그 자리에서 어둠을 두려워하지 말고 더 깊숙이 뿌리를 내려야 함을, 그것이 인생임을 깨닫게 한다. 안으로 창을 내고 깊이를 재정비할 때라며 나직한 함성으로 격려한다. 소망을 잃은 듯, 뺏긴 듯 무심한 오늘, 그리고 또 내일을 견디어내려면 침잠하라 한다. 거기서 새로운 도근점을 찾으라 한다. 내가 해결할 수 없는 일이 생기면/ 마음 놓을 만한 문장을 찾아내어/ 음악처럼 듣고 또 듣는다 (나혜경 시 안녕을 빌 만한 문장 중) 해결해야 할 일에 짓눌려 앞이 안 보일 때 한 걸음 뒤로 물러서서 또는 한층 위로 솟구쳐 올라서 그것도 아니면 한 길 아래로 내려가서 이 시구를 곱씹어 볼 일이다. 혜안을 얻을 수 있는 시구는 다시 일어설 힘을 풀무질할 것이다. 간단한 식사를 학습하는 동안 아무도 모르게/ 흩어진 이름을 간절히 부르기도 하는 비/ 마술사처럼 나는 낭만을 귓바퀴에 올려놓고 만지작거리고 있다/ 쏟아지지 않게/ 조심조심하며 (나혜경 파리에서 비를 만나면 중) 비가 오거나, 바람이 소슬하게 불어올 때, 눈이 내리고 다시 진달래가 피어날 때. 혼자 보기 아까운 풍경을 대할 때든 혼자여서 설움이 짙어질 때든지 어느 때나 그리움이 묻어난다는 것은 살아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이제 조심조심 그리움을 부르며 더불어 징검다리를 건너보자. 라일락에게서 꽃 한 가지 얻어와 유리병에 꽂고/ 배추꽃 몇 송이 얻어와 비빔밥 위에 얹고/ 목련에게서 꽃 한 송이 얻어와 뜨거운 물에 우리고/ 단풍 한 잎 얻어와 책갈피에 끼워 놓고 홀쭉한 맘 다독이는/ 살아가는 일은,/ 얻어, 먹는, 일 (나혜경 시 걸식 전문) 우리네 삶, 하루하루는 자연에게서 조금씩 빌려 쓰고 돌려주는 것이란다. 아직 얻어 쓸 수 있는 여유가 있어서 감사할 가을이다. 평화동 사거리에서 용흥 중학교로 가는 길에 은행잎이 노란 불을 켜서 이 가을을 익히고 있다. 가을향의 맑은 소리를 얻어 들으며 시 한 구절 펼쳐놓고 거닐어 볼 만하겠다. *이진숙 수필가는 전직 고교 국어교사, 2010년부터 최명희문학관에서 혼불 완독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2019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수필 부문에 당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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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11.04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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