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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화가, 한국화가가 그린 ‘자연’

자연을 화폭에 담는 두 화가가 만났다. 서양화가 이종만(69)과 한국화가 조현동(59)은 산, 꽃, 새, 나무 등 자연을 공통 소재로 취하지만, 이를 각각 서양화와 동양화라는 서로 다른 표현 방식으로 그려낸다. 이 작가의 자연이 구상과 추상 사이에서 움직이는 거침없는 붓질로 되살아난다면, 조 작가의 자연은 한국전통채색기법에 현대적인 공간 구성과 조형 어법으로 재탄생한다. 이들이 무주 최북미술관에서 자연_두 가지 이야기라는 주제로 기획전을 열고 있다. 이종만 / 엉겅퀴 / 72.7x60.6cm / 캔버스 위에 유채 / 2018 이종만 작가는 주변에 있는 생명체를 그린다. 자신의 생활 반경 내에서 눈길을 주면 걸려드는 자연, 생명체를 재현한 것이다. 새와 꽃들이 그것이다. 그는 조금씩 빛이 바래고 시들고 말라가며 기어이 사라져 갈 생명체의 어느 한순간을 기억하고 기념하듯 그린다. 이번 전시에서는 엉겅퀴, 도라지꽃, 화조, 자목련, 접시꽃 등 그동안 작업발표한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이 작가는 익산에서 태어나 원광대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전라미술상, 목정문화상을 수상했다. 동도서기, 법고창신을 기조로 작업하는 조현동 작가는 단청, 회화, 복식 등에서 볼 수 있는 우리 고유의 전통적인 색채감을 작품 바탕에 둔다. 이에 분리된 화판 조합 등 현대적인 공간과 조형 어법을 더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자연-순환-이야기, 공감-채집, 자연-경계 작품을 선보인다. 2014년 이후 발표한 자연-경계는 꽃, 새, 나비, 어패류, 물고기 등을 소재로 자연의 경계와 공간을 비정형의 육면체와 원형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남원 출신인 조 작가는 원광대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단국대 대학원(조형예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단국대울산대목원대 외래교수 등을 역임했다. 전북미술대전 대상, 전라미술상 등을 받았다. 전시는 다음 달 18일까지 계속된다.

  • 전시·공연
  • 문민주
  • 2021.06.20 16:51

파경을 맞은 차이코프스키의 감정이 베어있는 음악곡

주말을 앞둔 금요일 저녁 러시아 낭만음악의 거장 차이코프스키 교향곡으로 클래식 여행을 떠나는 연주회가 열린다. 전주시립교향악단이 오는 18일 오후 7시30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연지홀에서 제248회 정기연주회 TCHAIKOVSKY SYMPHONY NO.4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4번을 연다. 수원시립교향악단의 상임지휘자 최희준의 객원 지휘로 진행하는 이번 연주회는 라흐마니노프의 14개 독창곡 가운데 가사가 없는 보칼리제로 문을 연다. 보칼리제로 무대를 여는 이유는 라흐마니노프와 차이코프스키의 관계에 있다. 라흐마니노프와 차이코프스키는 서로 사숙(누구를 마음속으로 본받아 학문이나 기량을 닦음)에 가까운 관계로, 차이코프스키는 만년에 내가 죽고 나서 러시아 음악의 길을 이어갈 젊은 인재로 라흐마니노프를 언급했다. 이어 차이코프스키가 작곡한 교향곡 4번을 들려준다. 이 곡은 차이코프스키가 파경을 맞은 이후의 심경이 담겨있다. 차이코프스키는 1877년 10세 연하의 음악원 제자 안토니나 밀류코바와 결혼했으나 두 달 만에 파경을 맞고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이때 후원자였던 폰 베크 부인에게 막대한 지원을 받아 이탈리아, 스위스 등지에서 요양을 취하며 작곡에 몰두했다. 이듬해 교향곡이 탄생했고, 여기에는 그의 심경을 반영한 듯이 운명 앞에 무기력한 인간의 모습과 외로움, 애상 등이 녹아 있다. 곡은 총 4악장으로 구성됐으며, 무대에서는 전 악장 모두를 들려준다. 1악장은 시름에 잠김 괴로움, 2악장은 지난날을 회상하면서 느낀 감정, 3악장은 현실과 관계없는 혼란, 4악장은 불행한 운명속에서 행복을 찾고자 하는 몸부림이 담겨 있다. 이번 공연의 좌석은 S석(1층) 1만원, A석(2층) 7000원으로 운영하며, 나루컬쳐홈페이지와 전화로 예매할 수 있다.

  • 전시·공연
  • 김세희
  • 2021.06.17 17:44

새로운 출발을 위한 도약…우진청년작가회 ‘Jump!’

코로나19라는 길고 긴 터널 끝에, 백신이라는 빛이 보이는 듯하다. 2021년은 코로나19를 극복하는 회복의 해이자 도약의 해가 될 전망이다. 공공미술관 폐쇄와 전시 취소를 겪으며 힘든 한 해를 보냈던 전북지역 문화예술인들도 새봄에 새싹이 움터 오르듯 희망의 빛줄기를 느끼고 있다. 이와 관련 우진문화재단 청년작가 공모에 당선됐던 미술인들이 모여 결성한 우진청년작가회가 코로나19 극복을 염원하는 전시를 마련했다. 다음 달 14일까지 우진문화공간에서 열리는 우진청년작가회 정기전 Jump!. 이번 전시는 회원 38명이 참여해 저마다 개성 넘치는 작품을 선보인다. 김판묵 작가는 black mirror란 작품을 내놨다. 그는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변화로 인해 우리는 전보다 더 두꺼운 가면을 쓴 채 거리를 유지하고 있다. 숨겨진 표정 뒤, 알 수 없는 감정들은 우리 사이에 보이지 않는 구멍을 내 깊은 골을 만들었다며 내가 생각하는 당신과 당신이 생각하는 나의 어긋남을 무엇이라 단정할 수 없는 검은 구멍 속에 담아냈다고 설명했다. 장영애 작가의 기억의 단서는 인간이 외부와의 소통 과정을 사실이 아닌 감각으로 되새긴다는 점에 착안해 만든 작품이다. 그는 코로나19로 인해 아픔을 겪는 사람들이 위안이 되는 과거 기억을 상기하고, 다시 감각을 새롭게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조현동 우진청년작가회장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어려움에 부닥쳤던 문화예술인들이 새로운 도약을 위한 힘찬 발걸음을 내딛어보자는 염원을 담아 전시를 기획했다며 관람객들의 마음에도 희망과 활력을 불러일으켰으면 한다고 밝혔다.

  • 전시·공연
  • 문민주
  • 2021.06.17 17:26

수많은 민초들의 분노와 항거를 초록바위에 새기다

전주민예총(회장 고양곤)이 주최주관하고 전주시가 후원하는 제6회 초록바위진혼제가 19일 오후 5시 30분 풍남문 광장 야외무대에서 열린다. 초록바위진혼제는 조선 말기 아픈 역사 속에 묻힌 망자들의 한을 달래고, 이를 예술로 승화하기 위해 마련한 행사다. 전주 초록바위는 1886년 병인박해 때 서소문 밖 네거리에서 순교한 천주교 신자 남종삼의 아들과 홍봉주의 아들이 수장된 장소다. 동학 접주인 김개남 장군을 비롯해 동학 교도들이 처형당한 곳이기도 하다. 이번 공연도 백성의 아픈 역사를 다루고 있다. 공연은 19세기 중엽 조선 백성들이 부세와 수탈을 견디다 못해 각 지역에서 봉기한 사건을 배경으로 한다. 내용에 따르면, 전주의 한 마을에 사는 백성들은 1862년 전라감영 앞에서 누명을 쓰고 죽은 산돌이에 대한 재심을 요구한다. 시위대는 조세와 부세 감면, 평등권 보장, 성문 출입의 자유를 외치고, 관청은 민초들의 요구 조건을 수용한다. 관청은 산돌이 사건을 재심키로 하고 조세와 부역 감면, 구휼을 약속한다. 그러나 사회질서를 어지럽힌 죄로 주동자는 태형으로 처벌하고 10년간 출입을 금한다. 주동자들은 전주성을 떠나며 훗날을 기약한다. 무대에서는 수많은 민초들의 분노와 항거를 초록바위에 새기고 담아서 역사와 서사가 흐르는 음악극으로 표현한다. 각 장마다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 기타, 독창, 합창, 춤, 판소리 등이 동원된다. 고양곤 회장은 신분질서와 권력의 횡포에 따른 좌절과 체념을 떨치고 들불처럼 일어난 민초들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드러내고자 한다고 밝혔다.

  • 전시·공연
  • 김세희
  • 2021.06.17 16:44

송관엽 화백 “산수화는 행하는 그림…이제 비로소 보인다”

전통 산수화는 행하는 그림입니다. 내가 발로 걸으면서 바라본 것을 그리는 거죠. 그래서 철학이 있는 그림입니다. 한국의 산을 자신만의 철학으로 담아내는 경산 송관엽 화백이 전주한옥마을 문화공간 향교길68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다. 전시 제목은 붓을 든 철학자. 그림을 대하는 그의 태도를 잘 표현하는 말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대부산에서 등 최근 작업한 산수화와 부채 20여 점을 만날 수 있다. 송 화백은 한국의 산을 소재로 수묵화를 그린다. 그는 한국의 산은 정확하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을 다 갖춘 화강암 지역에서 나온 한국 산만의 형태가 있다고 했다. 그는 겸재 정선, 소정 변관식과 같은 한국 전통 산수화의 맥을 이으면서도 자신만의 조형미를 찾기 위해 노력해왔다. 오래전, 수묵산수 화가들은 중국의 산수화를 모방해 그렸다. 당시 관행을 깨트린 건 조선 시대 겸재 정선이었다. 그는 조선의 실경을 직접 보고 그리며 인왕제색도, 금강전도, 비로봉도 등을 남겼다. 이후 소정 변관식 선생도 금강산을 비롯한 한국 산하를 사생했다. 송 화백은 한국의 산은 용이 꿈틀거리듯 산과 산이 연결돼 있다. 그러다 보니 골짜기를 수묵으로 표현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다 찾아낸 것이 안개다. 안개를 배치해 그에 맞게 산맥이 흘러가도록 한 것이다. 그는 안개를 끌어들임으로써 비울 자리는 비우고, 채울 자리는 채울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이후 송 화백은 또 다른 고민에 빠졌다. 흐리게 그린 먼 산이 관념적이고 고전적으로 느껴진 것이다. 그는 공기 중 물방울의 양에 따라 산의 흐리고 선명한 정도가 달라진다는 걸 알게 됐다며 안개가 자욱하게 끼면 아무리 산이 가까이 있어도 그 자리가 연해지고, 공기 중에 물방울이 없으면 먼 산도 선명해진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그의 산수화에서는 먼 산이 선명하고, 가까운 산이 희미하다. 이는 일반적인 원근법과는 다른 특징이다. 그는 이 조형미를 발견한 지 오래되지 않았다. 이를 통해 공간을 가지고 놀 수 있는 에너지가 생겼다고 밝혔다. 다른 사람들이 안개 낀 산을 잘 그린다고 했을 때도 이걸 찾기 위해 발버둥 쳤습니다. 올봄에 그림을 그리고 썼던 제목이 비로소 봄입니다. 이제 비로소 보인다는 저의 고백입니다. 송관엽 화백은 원광대에서 한국화를 전공했다. 초대전, 회원전 등 450회가 넘는 단체전에 참여하면서 화선지와 쉬지 않고 놀아왔다. 전북미술대전 운영위원장, 대한민국미술대전 심사위원 및 운영위원 등을 역임했다. 현재 전북수묵화회 회장을 맡고 있다. 전시는 다음 달 4일까지 계속된다.

  • 전시·공연
  • 문민주
  • 2021.06.17 16:29

전통 무형유산 맥 잇는 전북 명인·명장 20인

기술이 뛰어나 이름난 장인을 부르는 말 명장(名匠). 민속목조각장, 소목장, 선자장, 악기장 등 한 분야에서 명장으로 불리는 전북지역 무형문화재 기능보유자와 전통공예 장인이 한자리에 모였다. 전주 교동미술관 명인명장 초대전 현존하는 가치를 통해서다. 오는 27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는 시대 변화 속에서도 뿌리를 잃지 않고 전통 무형유산의 맥을 이어온 명인명장 20명이 함께한다. 무형문화재 기능보유자로는 국가무형문화재 제55호 소병진 소목장, 국가무형문화재 제128호 김동식 선자장, 전북무형문화재 제10호 방화선 선자장, 전북무형문화재 제12호 최종순 악기장, 전북무형문화재 제12호 고수환 악기장, 전북무형문화재 제13호 박강용 옻칠장, 전북무형문화재 제29호 장동국 사기장, 전북무형문화재 제31호 유배근 한지발장, 전북무형문화재 제45호 윤규상 우산장, 전북무형문화재 제50호 최대규 전주나전장, 전북무형문화재 제53호 안시성 옹기장, 전북무형문화재 제58호 김종연 민속목조각장, 전북무형문화재 제60호 김혜미자 색지장, 전북무형문화재 제61호 김선애 지승장이 참여한다. 또 전통공예 장인인 전경례(전통자수), 장정희(침선), 박순자(침선), 김선자(매듭), 김정화(칠보), 이병로(도자기) 작가도 초대했다. 김완순 교동미술관장은 무형유산은 형(形)이 없는 살아있는 예술이다. 유형유산과 달리 후대에 전승하지 않으면 소멸될 수 있는 예술로 무형문화재 기능보유자들의 신념과 역할이 중대한 비중을 차지한다며 이번 전시가 전북 무형유산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고, 그 중요성에 공감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 전시·공연
  • 문민주
  • 2021.06.15 18:06

[리뷰]숲이 된 미술관…"피로사회 사는 현대인에게 안식을"

전시장으로 들어서자, 숲에 들어와 있는 듯한 착각이 든다. 벽면 가득 신록의 푸르름이 눈부시다. 관객들은 그림 속 순수하고 신비로운 흰 사슴과 눈 맞추며 잠시나마 안식과 위로를 경험한다. 류재현 작가가 완주 유휴열미술관에서 초대전을 열고 있다. 숲을 주제로 신록의 푸르름을 화폭에 담아냈던 그가 이번엔 강에 주목했다. 2019년 미뤄뒀던 어깨 수술을 한 뒤, 지난해 섬진강의 천담과 구담을 모티브로 작업하기 시작한 결과물이다. 그의 화실 주변 완주 구이저수지도 그림으로 옮겨졌다. 작가는 강 너머에 있는 풍경을 그렸다. 전시 제목도 Over There이다. 전부 실경을 모티브로 했지만, 아름다운 풍경을 묘사하는 그림은 아니다. 강 너머는 가고 싶고, 느끼고 싶은 동경의 세상이다. 작가는 전통적인 붓질로 사실적인 풍경을 그려낸다. 작품은 유화이지만, 유화 붓 대신 한국화 붓을 사용한다. 작고 부드러운 모필로 한국화에서 난을 치듯이 긋고, 점을 찍는다. 바람결에 떨리는 녹색, 연두색 풀들의 부드러움을 표현하기 위해서다. 전시장에서 만난 그는 현대인들은 자연을 동경한다. 실제로는 자연 속에 살고 있지만, 현대인들에게 자연은 나와는 거리가 있는 다른 세상이 돼버렸다. 그것은 우리 모두가 늘 그리워하고 돌아가고자 하는 욕망의 대상이기도 하다라고 설명했다. 가끔 겨울의 설경 작업도 하지만, 작가는 주로 봄과 여름 사이 신록으로 가득찬 숲을 그린다. 6월이 지나면 숲의 색이 너무 진해져 맑고 상쾌한 느낌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또 새싹이 움트는 계절이 그가 말하고자 하는 근원적 생명력과도 맥을 같이 한다. 작품에는 흰 사슴이 등장한다. 그가 공허함과 허전함을 채우기 위해 발견한 존재로 작가의 발현이자, 관객 이입의 대상이다. 짙고 옅은 초록 숲속, 흰 사슴은 바쁘게 몰아치던 일상을 잠시 멈추게 한다. 전주 출신인 류재현 작가는 전북대 사범대학 미술교육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27년간 미술 교사로 근무했다. 2013년부터 전업 작가로 활동하며 서울과 전주, 프랑스 파리 등지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다. 전시는 다음 달 31일까지 계속된다.

  • 전시·공연
  • 문민주
  • 2021.06.14 18:14

실험예술 구현한 작품전…‘제3회 AX그룹전’

유채와 단청물감, 아크릴, 파스텔로 실험예술을 구현한 작품전이 찾아온다. 전시회는 정형화한 형체를 그리는 구상화 대신 예술가의 세계관과 개념을 드러낸 추상화로 채워진다. AX는 오는 18일~24일까지 전북예술회관에서 제3회 AX그룹전을 연다고 14일 밝혔다. AX는 지난해 장석원 작가(전 전북도립미술관장)를 주축으로 전북 지역 예술가들이 예술의 상품화와 제도적 틀에 안주하는 것을 거부한다는 기치를 들며 결성했다. 이번 전시에는 박성수이가립차유림탁소연김성민김춘선조헌이재승한봉림장석원 작가가 참여한다. 박성수는 높이가 2m나 되는 한지에 먹으로 추상적 드로잉을 구현했다. 그는 무엇을 묘사하려고 시도하지 않고 얼굴 형태만 담았다. 자신의 본질을 직접 표현하려는 의도다. 작품명은 자화상이다. 이가립은 높이 1m가 넘는 종이에 소녀의 얼굴을 그려 넣은 투명소녀를 선보인다. 작품을 보면 오일파스텔로 예리하게 긁어낸 흔적이 보인다. 예민한 감수성을 드러내는 작가만의 작화법이다. 최근에는 미리 종이를 적어 접힌 자국을 이용하기도 하는데, 이는 인간의 내면을 성찰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든다. 차유림 Woman-Cyborg 차유림은 아크릴을 이용해 한지에 인간의 신체를 그린 뒤, 전반을 칼로 파내 비늘처럼 보이도록 묘사했다. 이와 함께 잘린 한 팔에 사이보그의 팔을 3D로 결합시키는 독특한 구도를 만들었다. 스스로를 치유하며 다른 모습으로 변신하지 않으면 살기 어려운 현실을 드러내려는 의도다. 작품명은 Woman-Cyborg이다. 탁소연 '불안....보이지 않는' 탁소연은 먹물이 번져 퍼지게 하는 화법을 통해 가장 사적이고 편안한 공간에서 목욕하는 장면을 묘사했다. 작품명은 불안....보이지 않는으로, 과거에 인체를 표현하면서 대중성의 존재를 공허하게 표현한 방식과는 다르다. 이는 작가가 인간을 바라보는 정서적 변화이기도 하고, 조밀한 내면이 표현이기도 하다. 김성민은 작품 묵(默)으로 갯벌의 황량하고 고독한 정경을 드러냈다. 그는 폭 162㎝의 화면에 시원한 붓 터치를 선보인다. 김춘선은 제목 The wild life에서 시사하듯 간단치 않은 삶 속에서의 진실 규명과 음악적인 감성을 자유로운 붓질과 흘림으로 표현한다. 조헌은 40호 사이즈의 판지에 상추를 그렸는데, 상추가 갖는 생명력과 존재감을 강조한다. 이재승은 심상-명상을 통해 한지와 먹으로 현대적인 추상성을 구현했다. 작품에서는 중첩된 원형의 구조 안에 텅 비거나 조밀하게 구성된 계서적인 질서를 드러낸다. 한봉림은 영원한 운동을 선보인다. 이 작품은 캔버스에 단청 물감을 흩뿌리는 드로잉으로 생명의 역동성을 드러냈다. 장석원 '바보바보' 장석원은 바보 바보 페인팅으로 가장 보편적이면서도 편안한 느낌의 인간상을 표현한다. 기법은 낙서에 가깝고 본질은 독자적인 회화성이다. AX 소속 작가들은 우리는 삶과 사회성을 주시하면서 늘 깨어있는 예술가의 길을 가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전북 미술사에 사회적인 문제를 고민하고 예술로 표현하려 했던 흔적이 남길 원한다고 밝혔다.

  • 전시·공연
  • 김세희
  • 2021.06.14 17:13

‘한땀한땀’ 손으로 쓰고 그리는 사경 작품 전시회 사경장 고향서 개최

제1 국가무형문화재 사경장(寫經匠)이 된 김경호 사경장이 금의환향, 국가문화재 지정 후 첫 공식 전시를 고향에서 열고 있다. 김 사경장은 오는 24일 까지 전북예술회관 차오름 1실(2층)에서 국가무형문화재 사경장 보유자 인정 회향(回向)전을 갖는다. 김제 출신인 김 사경장의 회향전은 회향 그 단어처럼 불교에서 자신이 닦은 공덕을 중생에게 돌리는 전시회라는 의미와 함께 그가 수십년 동안 타향에서 사경을 하다 고향으로 돌아온 전시회라는 의미도 갖는다. 전시회에선 그가 가진 불경(佛經)을 쓰는 사경(寫經) 기술과 불경의 삽화인 변상도(變相圖)를 옮겨 그리는 세심함과 수행의 작품 40여 점(영인본 포함)을 볼 수 있다. 김 사경장은 오셔서 자세히 보시게 되면 제 작품 하나하나, 부분부분들이 세밀한 의미들이 있다며 그런 부분들을 발견해보시고 그림과 글자 하나하나 직접 손수 그린 공덕을 느껴보시길 바란다. 그리고 전북도민 모든이들이 복 받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제 월촌에서 태어난 김 사경장은 중학교 3학년 시절 불교공부와 서예공부를 하면서 사경에 흥미를 느끼게 됐고 전북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한 뒤 동국대학교 대학원 미술사학과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2010년에는 전통사경 기능전승자(고용노동부 지정 제2010-5호)로 지정됐으며, 지난해 7월 제1호 국가무형문화재 사경장이 됐다.

  • 전시·공연
  • 백세종
  • 2021.06.13 18:35

[서유진 기자의 예술 관람기] 피카소

마리 테레즈의 초상 나는 화가가 되었다. 그리고 나는 피카소가 되었다. 역사 이래로 피카소만큼 생전에 수많은 관객을 가진 화가는 없다. 여기서 관객이란 피카소에 대해 듣고 그의 작품과 복제품을 본 적이 있는 사람을 말하는데 수천만, 수억 명에 이른다.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현대미술의 거장 피카소 회고전 Picasso, Into the Myth(신화 속으로) 전이 8월 29일까지 열리고 있다. 파리 국립 피카소미술관 소장 회화, 조각과 도자기, 판화 등 110점으로 구성된 피카소 탄생 140주년 기념 특별전이다. 스페인 출신 파블로 피카소(Pablo Picasso, 1881~1973)의 작품은 전시 제목처럼 신화적 남성다움에서 유래한다. 그는 캔버스와 종이 위에 창조된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크레타의 전설적 괴물 인신우두(人身牛頭) 미노타우로스였다. 그는 사진, 영화, TV 등 미디어를 통해 주목을 받았고, 끊임없이 작품의 스타일을 바꾸고 겉포장을 변화시켜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등 화제를 모았으며 문화의 대량생산적 위력이 각국어를 통해 힘을 발휘하리라는 것도 예견했다. 피카소가 9세에 투우와 여섯 마리 비둘기, 15세에 그린 과학과 자비는 그의 천부적 재능을 잘 보여준다. 그런 천재적 재능을 바탕으로 그는 선과 색채가 만드는 형태와 그들의 관계에서 빚어지는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독특한 예술적 재능을 발휘했다. 실체란 형상도 공허도 아니다. 그것은 모든 것들과의 관계이며 상호유기적인 사건들이 별처럼 반짝이는 무대라는 것을 아인슈타인과 철학자 알프레드 노스 화이트처럼 피카소는 직관적으로 알아차렸다. 피카소의 인생과 예술에서 여성을 빼놓고 말할 수 없다. 피카소는 성적인 소유와 공포의 환상을 여성의 신체를 통해 재구성하거나 기괴하게 변형시켜 표현하곤 했다. 그는 여류예술가들에게 모욕적인 언사를 서슴지 않았고 여성에 대해 여신 아니면 신발깔개로 극단적 표현, 페미니스트의 혐오를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마력에 사로잡힌 여성들은 그의 그런 면을 잘 알고서도 오히려 간절히 그 두 가지 역할을 자청했다. 이번 전시에서 많은 작품 중 28살 연하 네 번째 연인 마리 테레즈의 초상이 가장 눈길을 사로잡는다. 다른 작품들과는 다르게 그는 자신에게 평화와 자유의 여신인 마리 테레즈를 모델로 1932년 걸작 꿈을 그렸다. 고개는 옆으로 젖히고서 꿈과 사랑에 취한 듯 눈을 감은 연인의 사랑스러운 모습이다. 5년 후 꿈과는 뉘앙스가 다르게 입체적으로 그녀의 젊음과 아름다움을 서정미가 뛰어나게 초상화로 남겼다. 나는 찾지 않는다. 발견할 뿐이다. 70여 년간 쉬지 않고 자신의 감각과 욕망을 조형적인 美로 다양한 장르에서 천재적 재능을 펼친 피카소가 남긴 말이다.

  • 전시·공연
  • 서유진
  • 2021.06.13 16:44

단오 맞아 ‘부채의 고장’ 전주서 전시 ‘바람’

단오(음력 5월 5일)는 모내기를 끝내고 풍년을 기원하는 우리나라의 큰 명절 중 하나다. 특히 여름 선물은 부채요, 겨울 선물은 책력이라는 말이 있듯이 단옷날 우리 선조들이 부채를 선물하는 풍속은 더위를 슬기롭게 이겨내라는 뜻을 담고 있다. 조선시대 전라북도, 전라남도, 제주도를 관할하던 전라감영에는 선자청이 있었다. 이곳에서 부채를 제작해 임금에게 진상했고, 임금은 진상 받은 부채를 단오선이라 이름 붙여 여름 더위를 대비해 신하들에게 하사했다. 이처럼 조선시대부터 지역의 대표 특산품으로 사랑받아온 전주부채는 현재도 명인들이 그 맥을 이어오고 있다. 단오를 앞두고 민족 고유 명절의 의미를 되새기고, 전주부채를 소개하는 전시들이 잇따라 관객들을 만난다. 전주부채문화관에서는 개관 10주년을 기념한 전주단오부채 전이 11일부터 30일까지 열린다. 전주부채 명인 10명의 작품 30여 점이 전시된다. 국가무형문화재 제128호 선자장 김동식, 전북무형문화재 제10호 선자장 방화선엄재수박계호, 전북무형문화재 제51호 낙죽장 이신입, 전북무형문화재 명예보유자 박인권, 전주부채 장인 박상기이정근의 작품을 선보인다. 대를 이어 전주부채의 맥을 이어가는 선자장 김동식 이수자 김대성, 선자장 방화선 이수자 송서희 작품도 함께한다. 류명기 작가는 바람의 여밈이란 주제로 개인전을 연다. 오는 20일까지 전주 지후아트갤러리. 류 작가는 전주 합죽선에 자신만의 회화법을 접목해 선보인다. 주로 백선에 작업했다. 부채의 요철로 인한 한계를 극복해, 오히려 요철이 선화 특유의 맛을 살려낸다. 그는 전주 합죽선이 우수한 이유로는 부챗살 제작에 최적인 대나무 형질이나 천년이 지나도 유지되는 전주한지 등을 꼽을 수 있다며 무엇보다 일 년 사시사철 멋들어진 합죽선 하나를 필수로 지니고 다녔던 우리 옛 선인들의 고아한 삶의 아취가 담겨 있다고 말했다. 류 작가는 전주대 미술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석사 과정을 수료했다. 한국미술협회 회원전, 지붕전, 산묵회전, 투사와 포착전 등 150여 차례의 기획 및 단체전에 참여했다. 문화예술기획 편손 대표를 맡고 있다.

  • 전시·공연
  • 문민주
  • 2021.06.10 19:02

청년 회화작가 3인 기획전 ‘비효율, 세계’

청년 회화작가 3인이 붓으로 칠하고 쌓아올린 평면의 회화 세계를 펼쳐 보인다. 전주 공간시은에서 열리고 있는 기획전 비효율_세계는 서민정, 조태광, 허주혜 작가가 함께한다. 이들은 이번 전시에서 근작 평면조형작품 27점을 중심으로 전통적인 예술매체로서 회화의 예술적 가치에 대해 질문한다. 전시를 기획한 공간시은 채영 대표는 자본주의 사회의 경제적 관점인 들인 노력과 얻은 결과의 비율인 효율을 생각하면 대부분의 회화 작업은 비효율적이라며 이번 전시를 통해 회화에서 작업 시간이나 비용 등이 개입된 표면들이 종종 작가의 의도, 예술적 태도 바깥에서 해석되거나 1차원적인 감상의 대상으로 여겨지지 않았는지 묻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들 작품의 공통점은 붓을 이용한 반복적인 작업 과정이 그대로 드러난다는 것이다. 고려대 동양화과를 졸업한 서민정 작가의 작품은 화면 전체에서 붓질의 흔적이 느껴진다. 화면은 죽죽 긋거나 툭툭 짧게 찍은 듯한 과감한 선들로 가득하다. 풀이 무성한 곳이나 잡초 더미, 불꽃 등 자연에서 포착된 이미지는 대담한 선들로 화면에 구현된다. 또 한예종 미술원 조형예술학과 강사인 조태광 작가는 꿈속에서나 존재할 것 같은 비현실적인 세계와 현실의 세계가 혼재된 풍경을 제시한다. 허주혜 작가는 건물 하나하나를 먹으로 그려 전통 산수화의 구도를 만들어낸다. 이를 통해 산수화를 재해석하면서도, 먹과 종이라는 재료를 끊임없이 탐구한다. 허 작가는 충북대 미술과, 동 대학원 조형예술과를 졸업했다. 전시는 다음 달 31일까지 계속된다.

  • 전시·공연
  • 문민주
  • 2021.06.08 17:48

한국화가 허은오 개인전…‘생명의 순환’ 이야기

한국화가 허은오 작가가 정경(情景), 상생의 기운과 여운을 주제로 한 개인전을 오는 14일까지 전주 누벨백미술관에서 열고 있다. 작가는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으며 생성하고 소멸하는 생명의 순환 과정을 화면에 담아냈다. 생명체들은 하늘과 땅의 공간적 한계에서 벗어나 한데 어우러진다. 특히 작가는 자연 대상 가운데 작은 꽃과 새, 물고기 등과 같은 우리에게 친근한 존재들을 통해 근원적 생명에 대한 관심을 끌고자 했다. 이에 대해 그는 서로 다른 공간에 사는 생명체들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장면은, 나의 정감과 감흥에 따라 주관적 해석을 거친 정경이라고 설명했다. 작가는 먹의 중첩된 농담으로 공간에 깊이감을 더해 서정성을 강조하고 있다. 안개가 자욱하고, 눈과 비가 내리는 깊고 아득한 정취를 음미하며 그 안에서 생동하는 생명의 기운을 담고자 한 것이다. 나아가 생명의 조화로운 공존을 통해 인간 또한 순환하는 자연의 일부임을 말하고자 했다. 허은오 작가는 숙명여대 회화과 학사와 석사, 미국 뉴욕의 로체스터공과대 FineArts 석사, 숙명여대 미술학 박사를 졸업했다. 14차례의 개인전과 90여 차례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현재는 숙명여대, 전북대, 군산대에 출강하고 있다.

  • 전시·공연
  • 문민주
  • 2021.06.08 17:48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다양한 문화예술 프로그램 운영

한국소리문화의전당(대표 서현석)이 오는 11월까지 전북지역 중장년층 여성과 아동, 유아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문화예술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중장년층(만50~65세) 여성을 대상으로는 발레로 쓰는 자서전을 진행한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가 주관하는 이 프로그램은 오는 7월 16일까지 매주 수금요일 오후 1시부터 3시까지 전당 내 대연습실에서 열린다. 프로그램에서는 중장년층 여성이 직접 발레를 배운 뒤, 그 체험과정을 한 줄 자서전으로 작성한다. 교육에 참여했던 교육생 20명은 프로그램을 수료하면 7월 17일 발표회를 갖는다. 도내 지역아동센터의 아동들을 대상으로는 소리야 놀자 4.0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문화체육관광부보건복지부가 주최하고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주관하는 이 프로그램은 다양한 전통문화콘텐츠를 예술놀이와 4차산업 신기술인 가상현실(VR)로 풀어낸다. 지역 아동들이 상상력과 창의력, 예술 감수성을 키우도록 하기 위함이다. 아동 180여명이 참여할 예정이며, 도내 지역아동센터 12곳에 파견된 예술강사가 총 20회 진행한다. 유아를 대상으로는 누리과정과 연계한 창의예술교육 프로그램 소리터? 놀이터!를 진행한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전라북도문화관광재단이 주관하는 이 프로그램은 전당 내 다양한 장소를 테마별 팝업놀이터로 꾸민 뒤, 도내 유아교육기관 25곳의 아이들과 예술가들이 음악놀이, 연극놀이, 신체놀이, 상상놀이 등 다양한 놀이를 경험할 수 있도록 기획했다. 주제는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메인테마인 우리 소리이다. 한국소리문화의전당 관계자는 이번 문화예술교육프로그램은 중장년층 여성들과 아동, 유아들에게 알차고 소중한 체험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며 앞으로도 전당은 도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다양한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마련하는데 힘쓰겠다고 말했다.

  • 전시·공연
  • 김세희
  • 2021.06.08 09:48

[리뷰] 당신의 마음을 흔드는 한 장의 사진…크리스 조던 : ‘아름다움 너머’

낯선 정적이 감돌았다. 새들은 도대체 어디로 가버린 것일까? (중략) 전에는 아침이면 울새, 검정 지빠귀, 산비둘기, 어치, 굴뚝새 등 여러 새의 합창이 울려 퍼지곤 했는데 이제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들판과 숲과 습지에 오직 침묵만이 감돌았다. (레이첼 카슨 침묵의 봄 일부) 봄이 왔는데, 새들의 지저귐이 들리지 않는다. 미국의 생태학자 레이첼 카슨은 1962년 <침묵의 봄>을 통해 무분별한 살충제 사용이 생태계에 미치는 비극을 경고했다. 식물을 죽이기 위해 뿌린 살충제는 식물뿐만 아니라 동물, 나아가 인간에게까지 영향을 끼쳤다. 우린 그물망처럼 서로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환경학의 고전인 <침묵의 봄>이 나온 지 59년이 지났다. 그동안 우린 달라졌을까? 다음 달 11일까지 전주 팔복예술공장에서 열리는 크리스 조던의 전시회 아름다움 너머는 예술로 그 대답을 대신한다. 크리스 조던 전시는 제대로 알고 보면, 더 좋다. 이를 위한 두 가지 팁을 공유한다. 첫째 멀리에서 보고, 가까이에서 본다. 둘째 휴대전화 카메라로 확대해본다. 그러면 멀리에선 예술의 아름다움을, 가까이에선 그 배면의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작품 고래(2011)는 멀리에서 보면 푸른 바다를 누비는 혹등고래다. 하지만 가까이에서 보면 5만 개의 비닐봉지다. 이 숫자는 전 세계 해양 1평방 마일에 떠다니는 플라스틱 조각의 예상 숫자와 같다고 한다. 이밖에 공룡의 귀환(2011)은 10초마다 세계에서 사용되는 비닐봉지의 수 24만개, 침묵의 봄(2014)은 매일 미국에서 농약으로 죽는 새의 수 18만3000마리로 묘사된 작품이다. 석탄(2018) 역시 석탄 240만개로 표현했다. 이 숫자는 인간이 화석연료를 사용하면서 1초마다 대기로 배출하는 이산화탄소의 예상 파운드 수이다. 특히 이 작품은 멀리서 보면 칠레 이스터섬의 모아이 석상의 모습이 드러난다. 크리스 조던이 인간으로부터 3000㎞ 떨어진 태평양 미드웨이 섬에서 발견한 새 알바트로스는 뱃속 가득 페트병 뚜껑과 비닐, 라이터, 빨대 등을 품고 있다. 가장 높이, 가장 멀리 나는 알바트로스는 날개폭이 3m를 넘는다. 하지만 어미 새가 귀한 먹이인 줄 알고 물어다 준 플라스틱을 먹은 아기 새는 날개를 채 펴보지도 못하고 생을 마감한다. 그렇게 아기 새는 이유도 모른 채 죽어갔다. 알바트로스가 죽어간 이유를 알고 있는 우리는 인류세의 거대한 소비문화 속에서 친환경 소비, 생태적인 삶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그렇게 크리스 조던은 보이지 않았던 것을 볼 수 있게 하고,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을 생각하게 한다.

  • 전시·공연
  • 문민주
  • 2021.06.07 17:53

‘석전 황욱 선생 기리다’

악필(握筆)의 서예가 석전(石田) 황욱 선생을 기리는 전시가 열린다. 재단법인 청목미술관(이사장 방형식)은 개관을 기념해 5일부터 27일까지 石田 황욱 선생을 기리다전을 개최한다. 전시장소는 청목빌딩 1층 청목미술관 전시실이다. 작품은 석전 선생의 자제인 유당 황병근 회장이 소장한 대작 병품 1점, 2~3매 종액과 횡액의 대서대작 위주로 선보인다.구름 헤치면 푸른 하늘(披雲覩靑天), 금강산의 사계절 별칭(金剛, 蓬萊, 楓嶽, 皆骨), 관계와 연대의 소중함(泰和, 寬仁厚德, 篤志, 不痴不聾, 伴鶴友鹿), 충무공 이순신의 편지(若無湖南是無國家) 등의 작품이다. 박형식 이사장은 이 작품들은 지난 2001년 세종문화회관에서 공개된 후 20여년 동안 대중이 접할 수 없었다면서미술관 개관을 계기로 선생의 작품을 열망하는 애호가들의 마음을 반영해서 전시회를 열기로 했다고 말했다. 고창 출신인 황욱 선생(1898~1992)은 평생을 한학과 서예에 정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1960년께 오른손 수전증으로 붓을 잡기 어렵게 되자 왼손바닥으로 붓을 잡고 엄지로 붓꼭지를 눌러 운필하는 악필법(握筆法)을 개발했다. 이 법으로 이룩한 작품세계는 역대 서법과 기교를 뛰어넘은 득도의 경지로 평가받고 있다. 대표작으로는 독립기념관 장건상선생어록비(張建相先生語錄碑)와 구례 화엄사 일주문, 불국사 종각, 금산사 대적광전(大寂光殿) 등의 편액이 있다 박 이사장은 석전 선생은 글의 배열, 붓 누름의 강약, 글자의 두께, 크기의 능수능란함에 있어 자유롭고 독보적인 경지를 이룩했다며 이번 전시회에서 선생의 운필을 대하면 서예의 제 요소를 초월한 경지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재단법인 청목미술관은 올해 2월 설립됐다. 이달부터 청목빌딩 1층에 청목미술관(제1종 등록미술관)과, 2층에 청목갤러리(상업갤러리)를 개관한다.

  • 전시·공연
  • 김세희
  • 2021.06.03 18:20

6월 한 달간 창극, 명인, 명무 판 열리다

6월 한 달간 다양한 창극과 명인명무명창의 무대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된다. 국립민속국악원(원장 왕기석)은 4일부터 26일까지 예원당 및 예음헌에서 제3회 대한민국 판놀음을 개최한다. 4일 오후 7시와 5일 오후 3시 예원당(대극장)에서는 개막공연 창극 춘향전을 선보인다. 지난 4월 국립국악원에서 초연한 창극 춘향전은 많은 관객들에게 호평을 받은 작품이다. 국공립민간단체에서 선정한 8개 작품을 무대에 올리는 별별창극은 9일부터 시작한다. 처음 올릴 작품은 정읍시립국악단의 갑오년 만석씨이다. 이 작품은 동학농민혁명군이 된 백정 만석의 파란만장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어 11일에는 목성의 판소리인형극 수궁가, 12일 아정컴퍼니의 소리에 맺힌 사랑, 16일 남원시립국악단의 열녀춘향수절가, 18일 그림의 환상노정기, 19일 입과 손 스튜디오의 강산제 수궁가, 23일 국립부산국악원의 성찰, 25일 동화의 탐정소설 염마가 공연된다. 공연시간은 평일은 오후 7시, 토요일은 오후 3시이다. 공연 장소는 수요일과 토요일은 예원당, 금요일은 예음헌(소극장)이다. 명무명인명창의 인생여정을 듣고, 공연도 감상할 수 있는 토크옛설도 열린다. 10일은 명무 배정혜(풍류장고)김온경(산조춤)국수호(남무), 17일은 명인 김해숙(가야금산조)최경만(취타풍류)이태백(아쟁산조)이 나선다. 24일은 명창 왕기석(수궁가), 윤진철(심청가), 김일구(적벽가)의 무대로 구성된다. 이야기는 윤중강 국악평론가와 전주MBC 목서윤 아나운서가 사회를 맡는다. 마지막 날인 26일 열리는 폐막공연은 토크옛설에 참여했던 명인들의 종합무대가 펼쳐진다. 고수로는 이태백 명인이 참여하고 사회는 박애리 명창이 맡는다. 7세 이상이면 관람이 가능하며, 전화와 카카오톡 채널로 예약할 수 있다. 선착순으로 진행되며, 생활 속 거리두기 지침에 따라 예원당은 회당 200명, 예음헌은 회당 50명 만 공연을 관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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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세희
  • 2021.06.03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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