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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시네마프로젝트 2016' 주연 배우 확정

(재)전주국제영화제(집행위원장 이충직)의 전주시네마프로젝트 2016영화들의 주연 배우가 확정됐다.김수현 감독의 우리 손자 베스트의 주인공은 동방우, 구교환, 김상현이며, 조재민 감독 작품 눈발의 주연으로는 박진영(GOT7 주니어)과 지우가 캐스팅됐다.영화 우리 손자 베스트는 각자의 완고한 정치적 신념을 품고 살아가는 20대 청년과 노인의 수상한 우정을 그린 블랙코미디다. 초록물고기(1997)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2015) 등 90여 편이 넘는 작품에 출연한 베테랑 배우 동방우와 독립영화계에서 배우 겸 감독으로 탄탄한 입지를 다져온 구교환, 신예 배우 김상현 등 신구의 조화가 어우러진 진용을 보여준다.가능성을 인정받고 있는 신인들이 발탁된 영화 눈발은 마을 사람들의 폭력에 시달리는 한 소녀와 외지에서 온 소년이 서로 위안이 되어가는 과정을 담은 이야기다. 남자 주인공으로는 아이돌 그룹GOT7의 멤버 박진영이 불안정한 소년의 심리를 연기하며, 여주인공은 카트(2014) 등에서 개성적인 연기를 펼쳤던 지우가 맡는다.한편, 전주시네마프로젝트 2016로 선정된 세 작품은 우리 손자 베스트, 눈발과 루카스 발렌타 리너(아르헨티나) 감독의 로스 데센테스(Los Decentes)(가제)다. 완성작들은 오는 4월 28일부터 5월 7일까지 열리는 제17회 전주국제영화제를 통해 월드 프리미어로 공개된다.

  • 영화·연극
  • 김보현
  • 2016.01.13 23:02

대만 거장 '허우 샤오시엔' 영화, 한 곳에

대만의 정체성을 그려낸 대만 뉴웨이브 영화의 선두주자, 거장 허우 샤오시엔의 대표작과 신작을 한 자리에서 만나 볼 수 있다.오는 14일부터 16일까지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에서 열리는 허우 샤오시엔 특별전.(사)전북독립영화협회(조직위원장 이영호) 시네필 전주가 주관한 이번 특별전은 (사)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 지역순회상영전의 일환으로 신작 자객 섭은낭과 펑쿠이에서 온 소년, 연연풍진, 샌드위치 맨 등 모두 4편이 상영된다.개봉을 앞둔 영화 자객 섭은낭은 유명 스타들이 주연을 맡은 무협영화로 지난 2015칸영화제에서 감독상 등을 수상한 작품이다.펑쿠이에서 온 소년(1983)은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작품으로, 성장기 소년의 모습을 통해 대만의 근현대 사회를 비춘 작품이다. 지난 1984년 낭트 3대륙 영화제에서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하고 2015 베니스국제영화제 클래식 섹션, 2015뉴욕영화제 리바이벌 섹션 등에서 재조명됐다.급변하는 대만 근현대 사회를 사실적으로 묘사한 연연풍진(1986) 역시 그의 자전적인 작품으로 오늘날까지 2005 부산국제영화제, 2015 로테르담 국제영화제 등에서 재상영되고 있다.샌드위치 맨(1983)은 허우 샤오시엔을 비롯한 당대 중국 최대 영화사의 감독 3인이 만든 옴니버스 영화이다. 관람료 5000원.

  • 영화·연극
  • 김보현
  • 2016.01.12 23:02

"토요일, 연인과 세계 로맨스 영화 어때요?"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이 토요 무료상영전 프로그램 일환으로 1월 한달동안 세계 각국의 로맨스영화를 무료로 상영한다.오는 9일부터 매주 토요일 오후 1시 30분 리스본행 야간열차, 질투, 로마 위드 러브, 키스 미 어게인을 차례로 선보인다.섬세한 연출력을 자랑하는 빌 어거스트 감독의 리스본행 야간열차는 반복되는 삶을 살던 고전 문헌학 교사 그레고리우스가 우연히 오래된 책 한권과 리스본행 기차티켓을 발견하며 일탈 여행을 떠나는 내용을 담은 작품이다.파리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연인의 평범한 사랑을 그린 필립 가렐 감독의 질투는 아름다운 흑백 영상미와 시적인 대사로 호평을 받았다.우디 앨런의 로마 위드 러브는 젊은 시절로 돌아가고픈 바램, 하루아침에 유명한 스타가 된 주인공, 낯선 곳에서 만난 인연 등 로마를 배경으로 벌어지는 비현실적인 일화들을 통해 인생의 다양한 맛을 선사하는 작품이다.가브리엘 무치노의 키스 미 어게인은 10년 전 운명적으로 만났던 다섯 커플들의 사랑과 우정을 통해 삶의 희망을 노래하는 이탈리안 로맨스 영화다. 이탈리아 영화 특유의 유쾌함으로 다시 돌아오지 않을 시간의 소중함을 표현했다.(063-231-3377).

  • 영화·연극
  • 김보현
  • 2016.01.08 23:02

[42. 히말라야] "왜 산에 올라가요? 어차피 내려올 걸"

어차피 내려올 것을 왜 산에 올라가요? 산을 즐겨 다니는 내가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다. 죽으면 산에만 있을 텐데 왜 그렇게 산에 목을 매냐며 적당히 하라는 친구도 있다. 내려가기 싫을 때도 잦다고 하면 그럼 왜 내려오는데? 라고 반문하기도 한다. 그때 나는 말한다. 출발점이 여기니까. 어차피 산에 다니지 않는 사람도 어딘가 다녀와서 지금 이 자리에 있잖아라고.산악인이란 사실보다 산이 거기 있으니까 간다고 말해 더 유명해진 조지 멜러리는 세계 최초로 에베레스트에 간 목적이 하나 더 있었다고 한다. 아내의 사진을 정상에 두고 오겠다는 약속이 그것이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에서 만든 더 와일디스트 드림(The Wildest Dream)이란 다큐멘터리 영화는 1924년에 에베레스트 정상정복에 실패한 것으로 전해지는 그와 동행자 어빈의 등정로(登頂路)를 쫓는다. 때는 1999년. 놀랍게도 원정대의 주역 콘래드 앵커는 이 등정에서 멜러리의 시체를 발견한다. 아내의 편지, 손목시계, 고글, 고도계 등이 그대로 품 안에 있었는데, 그토록 애지중지하던 아내의 사진은 없었다. 그는 에베레스트를 정복하고 내려오는 길에 추락사한 것일까? 의문을 남겨둔 채 해설자는 말한다. 멜러리와 에베레스트와 아내( 루쓰)는 삼각관계였을 것이라고. 그는 아내 곁에 있을 때는 산을 생각하였고 산에 있을 때는 아내를 생각했다는 것.더 마운틴이란 영화는 1956년에 만들어졌는데, 에베레스트를 오르는 형제의 이야기를 담는다. 에드먼드 힐러리가 에베레스트를 정복한 게 1953년의 일인데 3년 뒤에 이렇게 거창한 영화를 만들다니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들은 정상 부근에 추락한 비행기 잔해를 찾아가는 것이 목적이다. 형은 동생 크리스 텔러(로버트 와그너 분)가 승객의 소지품을 노린다는 것을 알면서도 동생을 돌보기 위해 따라나선다. 형은 부상당한 미모의 인도여인을 구출하는데, 동생은 훔친 재물을 잔뜩 챙겨 내려오다 스노 브리지에서 추락사한다.요즈음 절찬리에 상영 중인 영화 히말라야는 히말라야 16좌 완등 기록을 보유한 산악인 엄홍길의 실화를 다룬다. 에베레스트를 정복하고 하산하는 길에 설맹으로 인해 불귀의 객이 된 박무택 대장, 백준호, 장민 등 3인의 시신을 찾아가는 휴먼 원정대 이야기다. 엄홍길 대장은 에베레스트 데스존(해발 7500m 이상의 높이를 일컫는 말) 어딘가에서 떨고 있을 후배들의 시신을 수습하기 위해 원정대를 꾸린다. 그는 자신의 책 <8000미터의 희망과 고독>에서 나는 내 인생에서 후세 사람들이 오를 커다란 산 하나를 만들어 놓고 싶다. 그것이 내가 산에 가는 이유이고 살아있는 이유일 것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그 산의 실체가 무엇인지 분명하지 않지만 아마도 산에서 내려오지 않고 있는 이 세 사람은 그 일을 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주요 구성원들이겠지 싶다.이 영화는 왜 산에 가는가에 대한 답이 이처럼 분명하다. 그러나 기록도, 보수도, 명예도, 보상도 없는 길이기에 대원들의 의사결정에 자꾸만 의문이 인다. 인간애 때문일까? 옛 대원들은 엄홍길 대장이 일일이 찾아다니며 참여를 요청하자 생업도 중단하고 속속 나타난다.이들의 장도가 시작된다. 방송사까지 따라나서는 부담 큰 여정이다. 아이거 북벽을 오르는 영화 노스페이스를 떠올리게 된다. 얼어붙은 직벽을 한발씩 오르는 사나이들과 이를 호텔에서 망원경으로 지켜보고 또 카메라에 담으려는 사람들 이야기. 애인을 산에 올려 보낸 여기자는 동료에게 이렇게 쏘아붙인다. 사진 찍으러 온 게 아니에요.가파른 빙하를 넘고 크레바스를 건너고 밧줄하나에 대롱거리다 올라간 곳에 박무택 대장이 홀로 있었다. 꽁꽁 얼어버린 그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뭐라고 말 좀 해봐. 왜 여태 여기 있는 거야? 오열하는 대원들. 문제는 험한 산세와 기상악화로 운구할 방법이 없는 것이다. 이때 베이스캠프까지 달려온 아내 수영(정유미 분)이 나선다. 그대로 산에 있게 해주세요. 박무택 대장이 양지바른 곳으로 이동한다. 대원들의 기도 속에 영면에 든다. 그가 정신을 잃기 직전, 눈과 구름으로 뒤덮여 장관을 이루는 산경(山景)을 보며 한 말이 메아리 되며 가슴을 친다. 경치 쥑인다.시인 TS 엘리엇은 이런 노래를 했다. 모든 탐험의 끝은 우리가 출발했던 곳에 당도하는 일이며, 처음으로 그곳이 어떤 곳인지 아는 일이다. 우리 삶에서 진짜 출발점은 어딜까? 영화 노스페이스에 너는 집에 가라. 너는 꼭 집에 가라.라는 대사가 나온다.영화 보면서 마음이 불편해지는 경우가 많다. 그럴수록 몰입은 커진다. 야속하게도 영화는 이를 해결해 주지 않는다. 이 영화도 마찬가지다. 내안에 무엇인가 알아야 할 일이 있다는 이야기 아닐까?한국영상영화치료학회 전북지부장

  • 영화·연극
  • 기고
  • 2016.01.07 23:02

'전주시네마프로젝트 2016' 라인업 확정

전주국제영화제(집행위원장 이충직) 대표 프로젝트인 전주시네마프로젝트 2016에 김수현 감독의 우리 손자 베스트, 루카스 발렌타 리너 감독의 로스 데센테스(Los Decentes , 가제), 조재민 감독의 눈발이 선정됐다.전주시네마프로젝트는 전주 프로젝트:삼인삼색의 새 문패. 영화제조직위원회가 영화제작과 배급 등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으로, 2016년부터는 국내외 영화제작사와 공동투자해 제작하는 등 협업방식으로 추진한다. 이번에는 독립영화제작사인 인디플러그와 영화사 명필름, 오스트리아 BKA혁신영화기금(BKA Innovative Film Fund) 짤츠부르크 영화기금(Salzburg Land Stadt Film Fund)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영화대학이 함께 투자한다.김수현 감독의 우리손자 베스트는 완고한 정치적 신념을 품고 살아가는 20대 청년과 노인의 수상한 우정을 통해 한국 사회의 세태를 풍자하는 블랙코미디이다.오스트리아 출신의 루카스 발렌타 리너 감독의 로스 데센테스는 아르헨티나의 폐쇄적 부촌에서 가정부로 일하는 젊은 여인이 비밀스러운 나체주의자 클럽을 발견하면서 벌어지는 묵시록적인 사건을 그린다.조재민 감독의 장편 데뷔작인 눈발은 고립된 소도시에서 마을사람들의 폭력에 시달리는 소녀와 외지에서 온 소년의 이야기다. 폭력적인 세상에서 소년과 소녀가 위안이 되어가는 과정을 통해 삶과 사람의 민낯을 들춰본다.김수현 감독은 2004년 데뷔작 귀여워로 백상예술대상 신인감독상을 수상하면서 주목을 받았고, 두 번째 장편 창피해는 베를린국제영화제에 초청됐다. 조재민 감독은 단편 징후(2013)로 미쟝센단편영화제 촬영상을 수상하며 유망주로 꼽혔다. 루카스 발렌타 리너 감독은 장편 데뷔작 전쟁을 준비하라(2015)로 제16회 전주국제영화제 국제경쟁 심사위원특별상을 수상했다.영화제 김영진 수석프로그래머는 세 편의 영화는 현대사회의 다양한 관계에 초점을 맞춘 작품이라며 세 감독은 저마다 창의적인 세계관과 스타일로 개성을 보여줄 것이라고 밝혔다.세 영화는 내년 4월 28일부터 5월 7일까지 열리는 제17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된다.

  • 영화·연극
  • 은수정
  • 2015.12.30 23:02

[41. 세상의 끝에서 커피 한잔] 대상 부재의 그리움, 커피로 형상화

요즈음 온 나라가 커피 열풍으로 뜨겁다. 도심은 한 칸 건너 커피숍이고 골목마다 커피 향이다. 사가기 용 종이컵 하나 들고 있지 않으면 이방인이 된 듯 뻘쭘할 때도 있다. 전문가에게 물었다. 어떻게 생각하세요? 조금 의외의 대답이 나왔다. 사람들이 즐기는 것은 장소와 분위기입니다. 잘 꾸며진 카페를 찾아 오감 만족하자는 것이죠. 입맛 또한 자꾸 진화하니 선순환 하는 거죠. 맛과 향이 포인트인 줄 알았는데 꼭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다.커피가 문헌상에 처음 언급된 것은 10세기경 아라비아의 의학자 라제스가 저술한 의학서적이라고 한다. 거기에 커피 열매는 위장의 수축을 부드럽게 해주고 각성제로 좋은 약이라는 기록이 있다고 한다. 옛날에는 커피 열매의 과육과 씨를 분리하지 않고 갈아 마시던 때가 있었다고 하니 격세지감이라 해야 할 것 같다.커피를 잘 모르던 시절,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를 보며 그 꽃에 정신을 빼앗겼던 적이 있다. 연한 운무 속에서 송알송알 피어나는 꽃은 우윳빛이었다. 광활한 대지 위를 쌍익 비행기가 날고 데니스(로버트 레드포드 분)와 카렌(메릴스트립)이 빨갛게 익은 커피 알맹이처럼 농익은 사랑을 나누고 있었다. 기다란 물통 가득 흘러내려 가는 저 알맹이들은 무엇일까? 알고 보니 과육을 벗겨낸 커피콩 이었다. 콩을 세척하고, 일정 시간 욕조에 담가 두는 것은 끈적거리는 과육 점액질을 제거하기 위함이란 것을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야 알게 되었다.우리나라 커피의 메카라는 강릉을 여행하며 다양한 맛을 음미해봤다. 강릉 커피 하면 일서 삼박 즉 한 명의 서 씨와 세 명의 박 씨가 회자한다. 그들이 경합하며 커피를 발전시켰는데, 지금은 박이추 한 분만이 남아 맛좋은 핸드드립 커피를 내려주고 있다. 안목항 커피 거리에서 해풍 쐬며 마시는 한 잔의 커피는 시름을 녹이기에 충분하다.무엇보다 커피는 기다림의 은유 아닌가 한다. 한때 우리는 이 답답함을 대중가요로 승화했다. 커피 한잔을 시켜놓고 그대오기를 기다려 봐도라던가 그 다방에 들어설 때에 내 가슴은 뛰고 있었지 기다리는 그 순간만은 꿈결처럼 감미로웠다등. 광고 문안도 빼놓을 수 없다. 배우 안성기 씨는 가슴이 따뜻한 사람과 만나고 싶다며 대중의 감성을 자극했다.최근 <세상의 끝에서 커피 한잔>이라는 일본영화가 우리 곁에 머물고 있다. 영화는 일본의 땅끝 마을이라는 이시카와 현 오쿠노토해변이 무대다. 네 살 때 부모의 이혼으로 아버지와 헤어졌던 미사키(나가사쿠 히로미 분)가 어린 시절에 아빠와 함께했던 이곳에 와 배 넣어두던 창고를 개조해서 요다카라는 커피숍을 연다는 이야기다. 사람이라고는 홀로 남매를 키우며 사는 에리코(사사미 노조미 분)일가 뿐인 이곳에서 미사키는 로스팅(생콩을 볶아 맛을 생성하는 공정)한 커피를 택배로 배송하는 일을 주로 한다. 커피콩은 멀리 아프리카나 남미에서 와요. 여기는 손님에게 가기 전에 잠깐 들르는 곳에 불과하지요.로스팅 기계에서 뿌연 연기가 피어오를 때쯤이면 어김없이 한 잔의 커피를 내린다. 깔때기에 커피가루를 넣고 시계방향으로 타원을 그리며 물줄기가 끊어지지 않게 붓는다. 다 내리면 향을 깊게 들이마신 뒤에 한 모금을 입에 머금고 바다를 바라본다. 몇 년 전에 배 타고 나가 실종된 아버지를 생각한다. 언젠가 돌아오시겠지. 그때 아빠는 이 자리에서 기타를 연주해 주었다.커피숍에 에리코 일가족이 합세한다. 벌이가 변변치 못한 에리코가 카페 일을 돕는 것이다. 낮에는 애들의 담임선생님이 다녀갔다. 날이 어두워진다. 건물 모서리에 세워둔 외등에 불이 들어온다. 바다가 색을 바꾸고 구름이 자리를 잡는다. 달이 떠오른다. 외등, 바다, 구름, 달 그리고 미사키. 그들이 하나가 된다. 그 사이로 진한 커피 향이 피어오르면 그리움은 절정에 이른다.이 영화에는 남자가 등장하지 않는다. 미사키도 에리코도 아이들도 낮에 잠깐 들른 선생님도 동경에서 찾아왔다는 손님 두 명까지 모두 여자다. 영화는 대상 부재의 그리움을 커피 향으로 형상화 하려 든다.일련의 흐름은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화자 마르셀이 마들렌 과자를 홍차에 찍어 먹다가 갑자기 파도처럼 밀려드는 어린 시절 기억과 직면하는 모습과 닮았다. 소설은 이를 동일한 순간의 견인력이 아주 멀리서 찾아와 내 깊숙한 곳으로부터 부추기고 움직이고 끌어올리려 하고 있는데, 내 선명한 의식의 표면에까지 이를 수 있을까?라고 묻는 대목과 비슷하다. 조가비 모양(주름 잡힌)을 한 마들렌, 접힌 주름을 편다는 것은 과거의 부활을 뜻하는 것일 터. 결국 현실을 직시하는 투명한 기억만이 그리움 속에서 움츠리고 있는 주름을 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란 뜻 아닐지?제목을 다시 한 번 음미하자면 세상의 끝은 특정 장소나 위치일 뿐만 아니라 그리움의 뿌리랄 수 있겠다. 세상 끝에서 커피 한 잔 하실래요?한국영상영화치료학회 전북지부장

  • 영화·연극
  • 기고
  • 2015.12.23 23:02

전주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출품작 공모

(재)전주국제영화제(집행위원장 이충직)가 내년 4월 영화제를 앞두고 경쟁부문 영화를 공모하고 운영 조직을 꾸리는 등 본격적인 준비에 나섰다.영화제는 한국경쟁과 한국단편경쟁 부문 출품작을 내년 1월 29일까지 공모한다. 대상은 지난달 1일 이전에 개최된 국내외 영화제에서 상영되지 않은 한국 영화로 한국경쟁의 경우 40분 이상 장편 혹은 중편, 한국단편경쟁은 상영시간 40분 미만의 작품이어야 한다. 두 부문 모두 극영화, 다큐멘터리, 실험영화 및 애니메이션 등 장르 제한이 없다.홈페이지를 통해 온라인 출품 신청을 한 후, 서울사무소 프로그램팀에 DVD를 제출하면 된다.(02-2285-0562).한편, 영화제를 이끌어갈 자원활동가 지프지기도 내년 1월 5일까지 모집한다.관객서비스, 마케팅, 운영관리, 이벤트, 전주프로젝트 마켓, 총무지원, 프로그램팀, 홍보미디어 등 8개 분야에서 약 390여 명을 모집한다. 지원 자격은 만 18세 이상의 국민 또는 한국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한 해외동포와 국내 거주 외국인이면 가능하며, 일부 분야의 주말 근무자는 직장인 및 역대 지프지기를 대상으로 선발한다.전주국제영화제 지피지기 사이트(http://volunteer.jiff.or.kr)를 통해 접수하면 된다.(063-280-7948).

  • 영화·연극
  • 김보현
  • 2015.12.09 23:02

40.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 "그냥 전처럼 사세요"

이혼 신청한 부부가 나란히 판사 앞에 앉아있다. 아내 씨민(레일라 하타미 분)은 딸과 함께 이민 가자는 것을 남편 나데르(페이만 모아디 분)가 반대하기 때문에 이혼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나데르는 치매 걸린 아버지를 두고 이민갈 수 없으며 이혼에도 동의 할 수 없다고 반박한다. 딸의 장래를 위해서라는 씨민의 주장이 이혼 사유가 될 수 없다며 모두의 동의를 받아오라는 판사를 향해 씨민이 서글픈 표정으로 묻는다. 이제 나는 어떻게 해야 하지요? 판사의 강한 목소리가 화면 밖 음성으로 쩌렁쩌렁 울린다. 그냥 전처럼 사세요.치매 걸린 아버지 수발을 씨민이 도맡았을 것이라는 추정 아래 영화를 보게 된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들은 전처럼 살지 않는다. 수미상관(首尾相關)구조의 영화는 무슨 일이 있었느냐는 듯 엔딩에서 이들을 다시 판사 앞에 대기시킨다. 딸 테르메(사리나 파르허디 분)가 법원에 나와 아빠와 엄마 중 한쪽을 선택하라는 강요를 받는다. 영화는 이혼소송의 인과관계보다는 주요 등장인물의 답답하고 억울한 입장을 조명하려는 듯 보인다. 가족, 그들은 어떻게 살아왔는가. 위급한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가.정문자 외 3인 공저 <가족치료의 이해>에 의하면 어떤 가족이든 가족원의 상호작용을 반복적으로 관찰하다 보면 일정한 패턴이 있다고 한다. 구조적 가족치료에서는 이런 가족의 상호작용 패턴을 가족구조 개념으로 설명한다. 집이라는 물리적 공간이 일정한 구조로 되어 있듯이 가족의 상호작용도 일정한 구조로 이루어진다는 것이 그 핵심이다. 대표적인 학자 미누친(Minuchin)은 가족이 내적외적 스트레스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재구조화 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한다. 예를 들어 만성질환자가 있는 가족은 그 가족원이 수행하는 기능이나 권력 일부가 다른 가족원에게 재구조화되어야 한다는 것이다.법원을 나온 씨민은 별거를 선언하고 친정으로 향한다. 나데르는 아버지와 곧 11세가 되는 테르메를 돌본다. 급한 나머지 임신한 라지에(사레바얏 분)를 간병인으로 고용하는데, 침대에 누워있지 않고 계속 돌아다니는 아버지를 모시는 게 큰일이다. 어느 날 아버지가 시내를 배회하는 장면이 포착되고, 라지에가 황급히 차도를 가로질러 가는 모습과 겹친다. 다음 날 아버지가 침대 봉에 한쪽 팔이 묶여 낙상한 채로 누워있다. 라지에는 보이지 않는다. 근무시간 중 잠시 집에 들른 나데르가 정신없이 응급처치한다. 다행히 다친 데는 없다. 라지에가 문을 열고 들어온다. 병원에 다녀오는 길이지만 이를 숨긴다. 나데르는 아버지를 이렇게 해놓고 돈까지 가져갔다며 호되게 추궁하다가 나가라며 문밖으로 밀어낸다. 돈을 가져가지 않았다고, 신께 맹세한다고 결백을 주장하는 라지에의 울부짖음이 복도 끝에서 메아리 된다.다음 날 라지에가 유산했다며 남편 호얏이 불같이 항의한다. 라데르는 살인죄로 고소당한다. 그 역시 호얏의 폭력을 문제 삼아 맞고소하지만 싸움은 불리하기만 하다. 이때 씨민과 테르메가 한목소리로 나데르를 옹호하고 나선다. 가족의 상보적 역할이 이렇게만 강화된다면. 재판은 라지에가 아버지를 찾아 나섰을 때 거리에서 차에 치여 유산된 쪽으로 결론 난다. 라지에는 이 사실을 시인한다. 코란에 대고 맹세하건대 거짓으로 자기 이익을 추구할 수 없다며. 합의금을 받아 빚을 갚으려던 호얏의 계획이 수포가 된다.호얏의 소행인 듯 나데르의 승용차 앞 유리창에 커다랗게 구멍이 났다. 차를 타고 말없이 돌아가는 부부와 딸. 차 속도가 빨라지니 강한 바람이 들어온다. 깨진 유리창은 구멍 난 가족의 은유이지 싶다. 이 상태로 계속 달리면 바람만 드셀 것 아니겠는가. 시아버지는 핑계에요. 아버님은 이 사람 알아보지도 못해요라는 씨민의 말에 아버지는 몰라도 나는 아버지를 알아라고 응수하는 라데르를 보며 만감이 교차한다.구조적 가족치료는 가족체계를 세 가지 범주로 제시한다. 첫째, 경직된 경계선이다. 가족원이 너는 너, 나는 나 식의 지나치게 독립적인 태도로 서로를 대하는 것을 말한다. 둘째, 모호한 경계선이다. 너의 일은 모두 나의 일이라는 정체성이 모호한 경우를 말한다. 셋째, 명확한 경계선이다. 자율적이고 독립적이면서도 필요할 때면 서로의 안녕과 행복을 위하여 협동하고 의지하며 서로의 삶에 관여함을 말한다. 우리라는 집단의식과 함께 나라는 감정을 잃지 않는다.나데르 가족 4명, 라지에 가족 아이까지 3명. 이들은 모두 가족의 내적, 외적 스트레스 상황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 경계선이 모호하니 하나같이 자기만 억울하다. 영화는 이렇게 답답한 상황을 만들어 놓고 해법을 제시하지 않는다. 날으는 양탄자에 실어 날려 버리기라도 할 듯 관계의 답답함을 촘촘히 엮고 있을 뿐이다. 한국영상영화치료학회 전북지부장

  • 영화·연극
  • 기고
  • 2015.11.25 23:02

기독교 영화 수입·배급 'CBS 시네마' 출범

기독교 방송 CBS가 기독교 영화를 수입하고 배급하는 CBS 시네마를 출범하고, 첫 영화로 존 뉴턴 성공회 신부의 실화를 다룬 프리덤을 오는 19일 전국 60여 곳의 CGV 영화관에서 개봉한다.CBS는 대중 매체인 영화를 통해 새로운 기독교 문화 운동에 앞장서고 방송미디어그룹으로서의 저변을 확대하기 위해 영화 배급사업에 나섰다.첫 수입 작품인 프리덤은 1748년 노예상인이었던 존 뉴턴 선장이 죄를 뉘우치고 노예 해방에 헌신하며 찬송가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만들기까지의 과정을 다룬 영화다.또한 1856년 자유를 찾기 위해 가족과 농장에서 도망친 흑인 노예 사무엘의 이야기를 함께 담아 100여 년이라는 시간을 초월해 자유와 구원으로 하나 되는 두 인물의 삶을 영상으로 표현했다.피터 쿠센스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으며,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쿠바 구딩 주니어, 베르나르드 포처 등 할리우드의 연기파 배우들이 출연한다.김진경 전북CBS 본부장은 사랑하고 배려하는 따뜻한 기독교 정신을 담은 영화를 통해 소외되고 상처받은 이들을 위로하고 싶다며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사랑과 용서, 화해의 메시지가 담긴 영화를 보급하겠다고 말했다.한편, CBS는 CBS 시네마 사업을 통해 매년 6~10편 정도의 영화를 수입해 선보일 예정이며 내년 상반기에는 소아암 환자의 이야기를 다룬 레터스 투 갓 등이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

  • 영화·연극
  • 김보현
  • 2015.11.18 23:02

따뜻한 친밀감 나누는 겨울연극 여행

연극인과 관객이 함께 만들어가는 제23회 전북소극장연극제가 개막했다.(사)한국연극협회 전북지회(회장 조민철)가 주최주관하는 소극장연극제는 스무해가 넘게 겨울맞이 연례행사처럼 벌여온 잔치. 올해는 극단 작은소리와 동작, 창작극회, 우리아트컴퍼니, 극단 자루, 전북연극협동조합, 극단 명태 등 6개 극단이 참여해 전주의 창작소극장과 소극장 판, 한옥마을 아트홀, 아하 아트홀과 익산의 아르케 소극장 등 모두 5곳의 소극장에서 작품을 올린다.연극제의 개막은 극단 작은소리와 동작이 올렸다. 지난 13일부터 22일까지 익산 아르케 소극장에서 낭독극 해피버스데이(아오키 가즈오 작, 한유경 각색, 이도현 연출)를 공연한다. 학대받던 소녀가 삶의 희망을 찾게되는 과정을 그린 성장이야기이자 가족간의 화해를 가진 가족이야기다.우리아트컴퍼니는 23일부터 12월 2일까지 한옥마을아트홀에서 선물(원제 굿닥터, 닐 사이먼 작, 정찬호 연출)을 올린다. 옴니버스극으로, 신부님바람둥이특이한 직업의 남자아들의 생일 이벤트 준비하는 아버지 등이 등장한다.극단 자루는 27일부터 12월 6일까지 전주의 소극장 판에서 하우스 메이트(오지윤 작, 류성목 연출)를 공연한다. 동거인 배우 지망생 수정과 평범한 직장인 영지를 통해 워킹푸어(working poor)세대의 모습을 보여준다.극단 명태는 12월 18일부터 27일까지 전주의 아하아트홀에서 뮤지컬 연가(김선희 작, 최경성 연출)를 선보인다. 사랑의 아픔을 겪은 남녀가 전주로 여행을 와서 새로운 인연을 만들어가는 작품이다.창작극회와 전북연극협동조합은 축하공연을 마련한다. 창작극회는 19일부터 29일까지 전주 창작소극장에서 억울한 남자(곽병창 작연출)를 공연한다. 의료사고를 당하고도 보상을 받지 못하게 된 복동을 통해 우리사회 을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전북연극협동조합은 12월 3일부터 12월 6일까지 전주창작소극장에서 두 번 결혼하는 여자(안톤체홉 작, 류경호 각색연출)를 올린다. 청혼의 과정을 통해 인간의 욕망과 이기심을 희화적으로 풍자한다.조민철 회장은 냉혹하기 짝이 없는 세상에 따뜻한 불씨 하나라도 전하려는 이들의 행복한 겨울 연극여행에 많이 동참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063)277-7440

  • 영화·연극
  • 은수정
  • 2015.11.16 23:02
문화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