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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봄이다. 남도의 꽃소식이 성큼 문 앞으로 다가와 고개를 내민다. 그런데 도민들이 애타게 기다리는 ‘전북의 봄날’은 소식이 없다. 유난히 혹독한 겨울을 보낸 만큼 따스한 봄볕을 더 간절히 기다렸지만 좀처럼 그 기운을 느낄 수 없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다. 청룡의 해, 떠들썩하게 출범한 전북특별자치도에 대한 ‘특별한’ 기대도 잔설 녹듯 사라져가고 있다. 장바구니 물가는 하루가 다르게 치솟고, 고금리와 경기침체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은 벼랑 끝에 내몰렸다. 인구절벽 시대, 급격한 학생수 감소 추세는 농어촌을 넘어 도시학교로까지 번지고, 지역의 미래를 짋어져야 할 청년들의 무더기 이탈현상도 계속되고 있다. 저출산 고령화 현상에 청년인구 이탈까지 겹쳤으니, 전북은 늙어갈 수밖에 없다. 정부와 의료계의 강대강 대치가 장기화하면서 의료대란을 염려해야 하고, 또다시 떠오른 ‘서민의 발’ 시외버스 감축 운행 위기에 농어촌 주민들은 걱정이 태산이다. 축제의 계절이 왔지만 여유가 없다. 올 봄에는 꽃축제와 함께 민주주의의 꽃이자 잔치인 선거가 예정돼 있다. 주권자의 손으로 선량을 뽑는 그날이 이제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그런데 정작 유권자들은 이 잔치판에서 속절없이 밀려나 관객이 돼 버렸다. ‘공천이 곧 당선’인 일당독식 구조의 지역 선거판에서 민주당의 경선 후보들은 지역의 미래를 위한 정책대결보다는 네거티브로 일관된 진흙탕 싸움만 벌였다. 아직도 혹한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서민들의 삶, 민생에는 관심이 없다. 구태 정치인들이 만들어 낸 진흙탕 선거판에서 주민들은 이리저리 흔들렸고, 지역사회는 갈등과 분열의 소용돌이에 휘말려야 했다. 잔치가 되어야 할 선거가 이렇게 지저분한 싸움판이 되어버렸다. 우여곡절 끝에 겨우 대진표가 완성되고 이제 막 본격적인 선거전이 시작됐다. 하지만 이전투구로 점철된 정당 경선 과정에서 피로감이 쌓인 유권자들은 이미 맥이 빠져버렸다. 진흙탕 쌈박질로 얼룩진 그들의 시간이 지났다. 이제는 유권자의 시간이다. 채 한 달도 되지 않는다. 민의를 대변할 수 있는 참일꾼을 가려내야 하는 시간이다. 뚜렷한 정책과 비전도 없이 그들끼리의 세 대결, 그리고 선거공학에만 집착해서 이를 잘 활용하는 후보가 승리하는 양상이 되풀이된다면 지역의 미래, 지역의 봄날은 담보할 수 없다. 특정 정당의 공천을 받은 후보에게 무조건적으로 표를 던지는 것은 국민의 소중한 권리인 참정권을 포기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선거의 주인공이 되어야 할 주권자들이 들러리를 자처하는 꼴이다. ‘희망의 봄날’을 기약하기 위해서는 유권자들이 먼저 달라지는 수밖에 없다. 결국 개인의 영달을 위해 나선 후보자들은 언제든 민생보다 승리 공식에 따를 게 뻔하기 때문이다. ‘그들만의 리그’인 특정 정당의 경선이 곧 본선이 되는 기형적인 선거 구도를 이제는 바로잡을 때가 되지 않았는가. / 김종표 논설위원
4·10 총선결과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전북발전이 갈릴 수 있다. 지금 전북은 2022년 기준으로 GRDP가 전국에서 가장 낮은 3200만원을 기록, 가장 먹고 살기가 힘든 낙후지역이 되었다. 우리 스스로가 낙후를 떨쳐내려고 몸부림 치지만 아직도 산업생태계가 농업위주로 돼 있어 부(富)가 축적되지 않고 있다. 정치적으로 정부 여당과 대립각이 세워져 새만금사업 등 현안사업 추진도 어려움이 크다. 지난 대선 때 윤석열 후보의 지지율이 호남권에서 가장 높은 14%대를 기록해 나름대로 지역발전에 대한 기대가 컸으나 지난해 8월 잼버리 개최 실패에 대한 책임을 전북도에다 똘똘 몰아부치면서 정부 여당과의 관계가 소원해졌다. 그 결과 사상 유례가 없을 정도로 전북에 대한 국가예산이 대폭 삭감되어 전국에서 유일하게 마이너스 1.56%을 기록했다. 출향인들과 함께 국회의사당에서 국가예산 삭감에 따른 분노의 함성을 터뜨렸지만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는 결과를 낳았다. 민주당이 삭감된 국가예산을 살려 놓겠다고 약속했지만 그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못했다. 지난해 잼버리 개최 이후 전북도가 정부 여당으로부터 갖은 수모와 좌절을 겪었지만 초재선으로 구성된 전북정치권은 각자도생 하기에 급급해 큰 도움이 안되었다. 민주당 출신 김관영 지사가 그간 맺어온 국힘의원들과 정부 관계자를 상대로 설득작업에 나섰지만 힘이 달려 한계에 봉착했다. 그 이유는 워낙 국힘에서 새만금사업 추진을 부정적으로 여겨온데다 전북도가 주장해온 발전방안 등을 무시해버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례대표 정운천 의원이 전방위로 뛰면서 기대치에 한참 미치지 못했지만 어느정도 성과는 거뒀다. 총선을 앞두고 지금 전북의 정치상황이 더 악화되었다. 윤석열 정권이 전북을 외면하고 견제해 국힘에 대한 반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대표적 사례로 민주당 전주을 경선서 선거운동 10일 만에 서울중앙지검장을 지낸 이성윤 후보가 1차에서 53%를 얻어 공천을 따낸 사실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이 후보가 6명의 예비후보를 제치고 공천권을 확보한 것은 윤석열 검찰독재에 대항해 싸우겠다는 진정성을 당원과 시민들이 높이 평가, 지지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러나 지난해 재선거 때 공천자를 내지 않았던 민주당이 유리한 국면을 맞았지만 전북이 처한 상황을 종합하면 정부 여당과의 관계가 더 악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걱정이 앞선다. 그 이유는 이 후보가 김건희 종합특검과 윤석열 한동훈 특검을 추진하겠다고 공약한 것이 감정악화를 가져올 수 있다. 아무튼 전북은 8명의 민주당 현역 중 2명만 교체한 것으로 끝나 광주와 대조를 보였지만 이재명 대표가 인재로 영입한 이성윤 후보나 올드보이로 귀환한 정동영·이춘석전 의원의 역할에 대한 기대치는 높아졌다. 그러나 정부 여당이 계속해서 지지율이 낮다는 이유로 외면해 버리면 전북은 동토의 고도(孤島)로 전락, 또 다시 인고의 세월을 보내야 할 것 같다. 전국적인 관심선거구로 떠오른 전주을의 선거결과가 그래서 중요하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전북자치도의 홍보 전담 부서가 끊임없는 논란을 일으키며 존재 이유를 묻게 한다. 부서 이름이 무색할 만큼 그곳에서 제작한 홍보 영상이 줄줄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불과 2년도 안돼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의 대형 사고를 치는 바람에 이젠 홍보 역량마저 의심케 한다. 홍보를 한답시고 되레 부정적 여론만 악화시키는 그들의 역주행 행태가 도를 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도청의 홍보 기회가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뿌리 깊은 공직의 민낯이 속속 드러나면서 스스로 족쇄를 채우는 꼴이다. 공직 사회는 물론 도민들에게 ‘발로 뛰는’ 김관영 도정의 성과를 제대로 알리지는 못할 망정 오히려 재를 뿌린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지난해 아태마스터즈 대회를 앞두고 성인지 감수성 논란의 홍보 영상이 도마에 오른 적이 있다. 그 업체는 이후 계약에서 배제된 걸로 알려졌으나 이차전지 등 굵직한 사업을 수의계약으로 잇따라 따낸 것으로 드러나 ‘검은 카르텔’ 의 실체가 주목된다. 사실상 한 업체가 이름만 바꾼 채 페이퍼 컴퍼니 등 편법을 동원해 일을 계속 해왔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렇게 해서 2021년부터 도청에서 수주한 것으로 추정되는 건수가 전체 민간업체와 맺은 22건 중 12건이나 된다. 실제 도청의 영상 광고는 언론진흥재단을 통해 계약하도록 돼 있으나 실상은 담당 직원 재량에 좌우된다는 게 공공연한 비밀이다. 김관영 지사도 이 문제와 관련해 정황상 합리적 의심이 간다며 조기 진화에 나섰다. 감사를 통해 공무원과 업체의 유착 관계를 밝혀내겠다는 입장이다. 군산, 서울 업체의 경우 지역과 회사 이름은 다르지만 대표 이름과 전화번호, 이메일 주소까지 같은데도 서로 다른 업체인 양 일감을 몰아줬다는 사실이 충격적이다. 특정 업체의 일감 몰아주기는 ‘검은 돈’ 의혹 때문에 비상한 관심을 끌고, 거의 모든 부서가 여기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이 문제다. 더욱이 논란 업체에 페널티를 주는 시늉만 하고 독과점 영업을 비호한 데서 악순환이 되풀이된다. 홍보를 둘러싼 거센 논란은 대개 사회통념을 역행한 데서 출발한다. 주목도를 높이기 위해 자극적 표현과 시류에 편승하다 보니 정작 메시지 전달은 실패한다. 구설수에 올랐던 아태마스터스 영상과 함께 달밤 어린 소녀의 폴댄스를 테마로 한 진안군 홍보 영상의 선정성 논란이 대표적이다. 심지어 초등학생 퀴즈대회 홍보에 ‘왕의 DNA’ 란 교사 갑질의 부적절한 용어를 사용한 건 공감 능력의 결핍이다. 여기에다 내로라하는 전문가 22명이 6개월간 9차례 회의를 통해 내놓은 4억원 짜리 야심작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의 도시 브랜드가 표절 논란의 역풍을 맞은 것도 이런 관행적 기류와 무관치 않다. “홍보가 거꾸로 마이너스 효과를 낸다” 는 촌평이 그동안의 문제점을 집약해준다. 김영곤 논설위원
임진왜란때 한산도 해전에서 이순신이 이끄는 조선 수군에 대패했고, 이후 정유재란때 칠천량 해전에서 원균이 이끄는 조선 수군을 역습해 섬멸했으나 명량해전에서 또다시 이순신에게 참패했던 왜장 와키자카 야스하루. 그는 이런 말을 남겼다. “내가 제일로 두려워하는 사람은 이순신이며, 가장 미운 사람도, 가장 좋아하는 사람도, 가장 존경하는 사람도, 가장 죽이고 싶은 사람도, 가장 차를 함께하고 싶은 이도 바로 이순신이다” 자신에게 치욕적인 패배를 안긴 적장이기에 죽이고 싶도록 미웠으나 동시에 존경하는 심정으로 차 한잔 하고 싶은 사람도 이순신 이었음을 웅변하는 명구다. 인생의 고비고비마다 라이벌이 있기 마련이다. 김대중과 김영삼이 평생 그러한 관계였음에 틀림없다. 꼴보기 싫은 라이벌이 있었기에 더 단련되고, 성장한 대표적인 경우다. 군사독재시대를 연 박정희나 그의 유산을 물려받은 전두환 역시 김대중, 김영삼 이라고 하는 미운 정적이 있었으나 끝내 죽이지는 못했다. 총칼이나 돈으로도 민심을 등에 업은 이를 결코 이길 수 없다는 교훈을 준 대표적 사례다. 비단 정계거물만 골리앗 같은 거대권력을 이기는게 아니다. 사소해 보이는 민초의 저항 하나가 둑을 무너뜨리는 경우도 많다. 며칠전 눈에 확 들어오는 소식이 있었다. 1980년 5월 18일 미명에 숨진 전북대생 이세종 열사가 5·18 민주화운동의 첫 희생자로 공식 인정된 것이다. 광주가 아닌 김제 출신 전북대생의 첫 희생은 무려 44년만에 5.18의 역사가 다시 씌여져야만 할 상황이다. 전두환 군사독재의 붕괴는 6월항쟁에 앞서 어쩌면 이세종의 죽음으로부터 시작됐는지도 모른다. 이승만 자유당 정권의 몰락을 가져온 4.19의 직접적인 계기는 3.15 부정선거였으나 화약고에 불을 붙인 이는 남원 출신 마산상고 1학년 김주열이었다. 최고 권력자의 라이벌은 야당 정계 거목뿐만 아니라 김주열과 이세종 등으로 대표되는 의협심 강한 평범한 학생이었다.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 또는 한동훈 비대위원장과 이재명 대표는 백척간두에 선 채 칼날을 겨누고 있다. 이기면 살고, 지면 죽는 싸움이다. 범위를 극히 좁혀 전북에 국한하면 민주당 공천이 마무리되면서 완산을 정도를 제외하곤 승패에 관심 가질만한 곳이 거의없다. 문제는 총선 이후 전북정가의 지각변동 여부다. 기존 역학구도에 상당한 변화가 오면서 2년후로 다가온 도지사, 전주시장 등 단체장 선거가 화두로 오를 수밖에 없다. 몇몇 현역의원의 기득권 유지와 현역을 대신한 올드보이의 귀환이 혼재하고 있는게 총선 이후 전북의 역학구도라고 할 수 있다. 친명 핵심도 없고, 반명 핵심도 없기에 총선 당선자들의 길항작용속에서 나름의 질서가 재편될 수밖에 없다. 한편으론 미우면서도 또 한편으론 존경스러운 라이벌과 싸워가는 드라마를 보고싶다. 물론 대결의 궁극적인 목적은 자신의 영광이 아닌 주민을 위한 봉사여야 한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항저우는 중국 정부와 세계관광기구가 ‘중국 최우수 관광 도시’로 선정한 도시다. 항저우를 대표하는 아름다운 자연 유산은 여럿이지만 그중에서도 서호(西湖)는 빼어난 경관으로 자연과 인공이 결합된 정원 문화의 걸작으로 꼽힌다. 서호를 더 널리 알린 것은 중국을 대표하는 영화감독 장이머우의 대형 야외 공연 ‘인상서호’다. 인상서호는 장이머우가 2000년대 초반 중국 정부의 대대적 지원을 받아 제작한 야외공연물 ‘인상(印象) 시리즈’ 중 하나다. 인상시리즈는 자연 경관을 있는 그대로 무대로 활용한 ‘산수실경(山水實景)’ 방식의 공연물이다. 인상유삼저를 시작으로 인상여강, 인상서호를 비롯해 일곱 개 작품이 제작되어 있다. 모두 각 지역의 빼어난 자연경관을 무대로 지역의 설화나 전래 되는 이야기를 다루고, 배우들도 지역에서 고용한다. 일자리가 창출되니 지역에 경제적 결실이 고스란히 돌아가는 성과도 크다. 2007년 시작된 인상서호는 2016년 항저우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 참석한 세계 정상들이 공연을 관람하면서 전 세계에 더 널리 알려지게 됐다. 아름다운 호수를 무대로 만든 인상서호는 호수를 둘러싼 나무숲을 향해 움직이는 형형색색의 조명과 수면 위에서 나타났다 사라지는 변화무쌍한 가변 무대, 배우들의 춤이 조화를 이루는 환상적 분위기가 관객들을 압도한다. 놀라운 일이 있다. 이 거대하고 경이로운 무대가 밤에만 나타난다는 사실이다. 수축계단형으로 제작한 관중석까지 공연이 끝나면 감쪽같이 사라지는 이 진귀한 풍경은 환경보호를 위해 인상서호 측이 줄곧 지켜온 방식이다. 덕분에 서호의 낮 풍경은 밤에 만들어지는 공연장과 관계없이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지킬 수 있다. 전주에도 작지만 연꽃 호수로 이름난 덕진공원이 있다. 덕진공원은 작은 도서관을 품게 된 연화정도서관 덕분에 1~2년 사이 이름을 더 널리 알렸다. 건축물 외관에 조명 시설을 갖춘 연화정은 수변 풍경을 조망하기 좋고 야간 경관도 아름다워 밤에도 공원을 찾는 관광객들이 적지 않다. 인터넷에는 이곳을 인생 사진 명소로 꼽은 블로거들이 뒤를 잇는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제 연화정의 아름다운 풍경을 온전히 만날 수 없을 것 같다. 올 초부터 시작된 전주시의 마이스 관광지 야간 경관을 위한 미디어 콘텐츠 구축공사로 연화정 한옥 앞과 옆에 세워지는 거대한 구조물 때문이다. 글로벌 관광도시 도약, 관광경쟁력 확보를 앞세운 이 사업의 근거가 궁금해진다. 본래의 풍경을 지키기 위해 밤의 공연장을 걷어내고 다시 설치하는 고단한 과정을 10여 년 동안 지켜온 서호의 지혜가 부러울 수밖에./김은정 선임기자
전국 곳곳에 ‘특구(特區)’가 넘쳐나고 있다. 글자 그대로 ‘특별한 구역’이다. 세제 인센티브 등 각종 혜택이 주어진다는 점에서 다른 지역과 차별화된다. 누구에게나 어느 곳이나 ‘특별함’은 선망의 대상이다. 그래서 각 지자체가 특구 지정을 위해 치열하게 경쟁한다. 정부는 이 특별한 혜택을 내세워 각종 공모사업을 추진해왔다. 주로 생사의 위기에 놓인 지방자치단체와 지방대학이 그 대상이었다. 지방소멸 위기의 시대, 정부가 예외적으로 규제를 풀고 특별한 혜택을 준다고 하니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할 형편인 지자체로서는 너도나도 목을 맬 수밖에 없다. 경제·교육·관광·농업 등 각 분야에서 특화 및 집적을 목적으로 한 특구가 공모를 통해 잇따라 지정됐다. 그렇게 전국에 특구가 난립했다. 유사·중복 특구도 셀 수 없을 정도다. 특화단지·벨트·클러스터·파크 등 다양한 명칭이 사용됐다. 윤석열 정부는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열기 위해 ‘4대 특구’를 도입하겠다고 했다. 기회발전특구, 교육발전특구, 도심융합특구, 문화특구다. 정부가 최근 ‘교육발전특구’ 1차 시범지역으로 6개 광역지자체와 43개 기초지자체를 선정했다. 3가지 유형으로 나눠 신청을 받았고, 전북이 익산·남원·완주·무주·부안 등 5개 지자체를 지정해 신청한 3유형에서는 전국의 신청 지역이 모두 지정됐다. 각 지자체의 관심은 이제 기회발전특구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준비가 완료된 지방정부로부터 기회발전특구 신청을 받아 지방시대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지정할 계획이라고 최근 밝혔다. 기회발전특구는 비수도권 투자촉진을 위해 지자체-기업 간 협의에 따라 지정하는 지역을 말한다. 기회발전특구도 그 취지로 볼 때 신청만 하면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대부분 지정될 것으로 보인다. 전국에 특구가 난립하면서 관련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차별성·효율성 차원에서 유사·중복 특구를 통합하거나 연계할 필요성이 있다. 특별함은 희소성에서 나온다. 그런데 지금의 특구는 그 희소성이 없다. 특구 사업에 선정됐다고 해서 곧바로 장밋빛 성과로 이어지기를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의미있는 성과를 낼 수 있을지도 불확실하다. 오히려 ‘지방 교육개혁, 투자활성화’라는 정부의 정책과제를 ‘지방이 주도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지자체에 떠넘기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다. 국가균형발전을 목표로 한 지금의 특구사업은 중앙정부의 역점 정책과 관련해 각 지역이 주도적으로 사업모델을 만들고, 이를 정부에서 지원하는 방식으로 추진되고 있다. 그래서 특구는 ‘시범사업 지역’의 성격이 강하다. 지방시대를 열겠다고 했다. 지방소멸을 막기 위한 각종 특례와 재정지원은 공모를 통해 선정된 특정지역(특구)에만 필요한 게 아니다. 수도권 밖 모든 지역을 대상으로 폭넓게 시행해야 할 정책을 오히려 제한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 김종표 논설위원
전북이 4면초가에 놓였다. 새만금사업으로 금방 전북발전이 이뤄질 것 같았지만 전북이 바라는 대로 안되고 있다. 30년 넘게 이 사업이 도민들 한테 희망고문만 되었다. 정권이 바뀔때마다 장밋빛 청사진이 나왔지만 보수나 진보정권 모두가 정치적 이해가 별로여서 나몰라라 하고 끝났다. 새만금공항은 정부에서 김제공항을 만들어준다고 했는데도 반대해 힘들고 신항만이나 배후단지 조성사업도 정부 의지가 없어 재정사업으로 추진이 안되고 있다. 다행히도 젊은 50대 리더십 김관영 지사가 취임하면서 전북발전의 기지개가 켜진듯 했지만 새만금잼버리 실패라는 복병을 만나면서 풀리지 않고 꼬이고 있다. 지난해 새만금을 이차전지특구로 지정 받으면서 10조라는 사상 최대규모의 투자유치를 이끌었지만 이들 사업이 지속가능하려면 정부여당의 힘이 절대 필요하다. 기업이 투자할때는 이윤추구를 목표로 삼지만 인력확보나 행 재정적 지원 그에 못지 않게 보이지 않은 손인 권력의 눈치도 살피게 돼 있다. 국힘 정운천 후보가 전주시내에 내건 슬로건이 시사한 바가 크다. 2022년 기준으로 전북의 1인당 GRDP가 3200만원 충남이 5900만원이다면서 한쪽날개 보다는 양쪽날개로 날아야 지역발전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 연간 8천명 정도의 청년들이 양질의 일자리가 없어 전북을 떠나간다. 그간 도내 시군에서 자녀교육문제로 전주로 유입되면서 전주인구가 65만을 유지했지만 서서히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전주인구가 줄면서 175만이었던 도 인구도 감소현상이 심화, 이대로 가다간 국회의원 10석 유지도 힘들게 되었다. 전북은 지난 1988년 대선 이후 진보세력이 지역을 장악,좌지우지 했다. 40년 가까이 민주당이 독점체제를 형성하다보니까 경쟁의 원리가 제대로 작동이 안돼 동토의 섬으로 전락했다. 3차례나 진보가 정권을 잡았지만 빛좋은 개살구였다. 일부 정치인들만 꿀맛을 봤을 뿐 도민들은 뭐가 중하고 좋은줄도 몰랐다. 도민들은 표 찍는 재주만 부리고 그 상당수 과실이 광주 전남으로 흘러갔다. 그런줄도 모르고 30년 이상을 허송세월 한 결과가 오늘의 모습을 만들었다. 전국 꼴찌라는 참담한 성적표가 전북을 힘들게 한다. 도세가 우리 밑에 있던 강원과 충청도는 여야가 공존하는 경쟁의 정치가 만들어지면서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인구가 150만대인 강원도는 평창동계올림픽을 개최한 이후 수도권으로 편입되면서 국가예산 10조원대를 바라다본다. 충북도 청원군과 청주시가 통합되고 오송을 중심으로 바이오산업단지가 조성되면서 기업유치가 활발,인구유입을 통한 지역발전이 척척 이뤄지고 있다. 산학연 체계의 확립으로 바이오산업의 중심지로 탈바꿈, 충북의 경쟁력이 커졌다. 총선 결과에 따라 전북발전의 기회가 갈릴 수 있다. 도민들이 그간의 정치체제를 지지한 결과가 오늘의 참담한 결과를 가져왔기 때문에 경쟁의 정치로 확 뜯어 고쳐야 한다. 지난해 삭감된 국가예산을 민주당이 부활시켜 놓겠다고 약속했지만 절반의 성공에 그쳤다. 양쪽 날개로 날아야 전북의 살길이 나온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4월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의 경선 열기가 갈수록 뜨겁다. 경선이 사실상 금배지를 결정하는 승부처인 만큼 후보자 입장에선 온갖 화력을 집중하게 돼 있다. 최근 상황이 워낙 다급해서 그런지 네거티브 공세를 통해 상대방 깎아내리는데 날을 세우는 양상이다. 그 상황에서 현역 의원 3명이 단수 공천을 받은 가운데 4년 만에 리턴매치가 성사된 3군데 경선 결과에 시선이 쏠려 있다. 전주병, 익산갑, 정읍고창 선거구가 그곳이다. 이들 지역은 텃밭을 빼앗긴 3선 이상 중진들이 절치부심 재입성을 노리고 있다. 그중 첫 경선이라 관심을 모았던 익산갑은 이춘석 후보가 현역 김수홍 후보를 꺾었다. 이어 다음주(11일∼13일) 진행될 전주병과 정읍고창 경선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초미의 관심사다. 김성주, 윤준병 의원에 맞서 정동영, 유성엽 후보가 도전장을 낸 모양새다. 예비후보 등록에서 경선까지 불과 40여 일 만에 승부를 가려야 하는 상황에서 전현직 대결은 항상 박빙 승부를 보여왔다. 인지도와 조직력에서 별 차이가 없는 데다 단 시일내 이를 뛰어넘는 승부수가 나올 리 만무하다. 그런 상황에서 변수는 그래도 레이스를 함께 펼친 경쟁자의 지지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앞서 진행된 익산갑도 고상진 후보가 손을 들어준 이춘석 후보가 이겼다. 흥미로운 사실은 전주병과 정읍고창도 이 같은 전철을 밟고 있는 점이다. 김호성 후보가 정동영 지지를 밝혔고, 유재석 후보가 유성엽을 공개적으로 밀어줬다. 경선 징크스가 이번에도 통할 지 궁금하다. 리턴매치 경선이 특히 주목받는 것도 현역 의원 교체설과 맞물려 있다. 일단 전현직 대결 구도와 엇비슷한 후보 경쟁력이 판세를 점칠 수 없게 한다. 전북일보 신년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61%가 현역 의원 교체에 공감을 표시했다. 지난해 5월 조사에서 55%가 “바꿀 필요가 있다” 는 응답에 비하면 반년 만에 6%가 상승한 셈이다. 그 사이 불거진 잼버리 사태로 인해 현역 의원 무기력에 대한 실망감이 반영된 결과다. 이런 기류 변화가 감지되면서 두 지역 경선의 영향력에도 예의주시한 상황이다. 지키려는 현역 의원과 탈환하려는 전직 의원 경쟁이 불붙은 상황에서 그들만의 뚜렷한 색깔은 찾기 어렵다. 같은 정당 한솥밥을 먹는 입장을 감안하면 선명성 차이는 분명하지가 않다. 무엇보다 정책 대결 보단 상대 흠집내기에 치중함으로써 더더욱 그렇다. 물론 우열을 가리기 힘든 건 백중세를 보이는 여론조사도 마찬가지다. 결국은 현역 의원 의정 평가를 기준으로 선택지를 좁혀야 하는 상황에 몰렸다. 현역 교체설이 나온 결정적 배경도 이 때문이다. 김영곤 논설위원
일본 오사카 간사이 국제공항과 도쿄 하네다 국제공항, 홍콩 첵랍콕 국제공항, 미국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 인천 국제공항 등 세계적인 공항은 간척지에 세워졌다는 공통점이 있다. 드넓은 평지, 밀집된 도시로부터 떨어져 소음 등 환경문제 해결 등 잇점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인가. 중국 상하이시정부 도시개발 목표가 눈에 확 들어온다. “상하이를 진흥시키고, 푸동을 개발하여 전국에 봉사하고 세계로 향한다” 황푸강의 동쪽에 있는 푸동지구 하나만 잘 개발해도 지역은 물론, 중국 전체의 발전에 크게 이바지할 수 있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새만금개발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하느냐가 전북은 물론, 대한민국의 발전에 매우 중요하다는 말처럼 들린다. 그런데 며칠전 서울옥션 경매에서 안중근 의사의 미공개 유묵 '인심조석변산색고금동(人心朝夕變山色古今同)'이 13억 원에 낙찰돼 눈길을 끌었다. ‘사람의 마음은 아침 저녁으로 변하지만 산색은 예나 지금이나 같다’는 것인데 나라를 위한 자신의 마음은 변함없음을 강조하는듯하다. 수감 당시 남긴 유묵 중 1 점인데 좌측 하단에는 안 의사의 상징인 수인이 지문까지 선명히 찍혀있다. 1910년 3월에 여순 감옥에서 썼다는 문구로 볼때 사형 집행을 눈앞에 둔 시기의 작품임을 짐작케한다. 국내에 첫 공개된 이 유묵은 그동안 일본인이 소장하고 있던 것으로, 환수 작품으로도 의미가 있다. 요즘엔 미술품을 기초자산으로 한 '조각투자', 즉 투자계약증권 공모 청약 방식으로도 진행한다. 서울옥션블루의 경우 얼마전 미술품 조각투자 앱 소투(SOTWO)를 통해 진행한 앤디 워홀 '달러 사인' 기초자산의 청약 모집을 성공리에 마감하기도 했다. 1주당 10만원씩 총 7000주가 발행됐는데 청약에 성공하면서 투자자들의 '미술품 조각투자'에 대한 관심이 어느 정도인지를 새삼 체감했다고 한다. 미술품뿐만이 아니다. 새만금개발에 일대 전기가 될 수 있는게 바로 부동산 토큰증권이다. 전북연구원(원장 이남호)은 최근 “새만금 개발에 토큰증권을 적용할 경우 다양한 부동산자산 권리의 증권화로 소액투자자에게 다양한 투자 기회를 제공할 수 있고 대규모 개발사업의 초기 개발자금 확보로 새만금 개발을 앞당길 수 있다”는 이색적인 주장을 제시했다. 새만금 기본계획 재수립 과정에서 이를 반영하라는 것이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오피스텔이나 리조트 등을 대상으로 부동산 토큰증권을 발행, 개발자들이 초기 자금을 조달하는게 상례화돼 있다. 미국 아스펜 리조트는 지분 19%를 토큰증권으로 발행했는데 단 두달만에 운영자금 약 1,800만달러를 조달했다고 한다. 그런가하면 부산에서는 아직 터덕거리고 있지만 블록체인 기반 토큰을 일반인에게 판매하고 개인간 거래도 할 수 있는 실증사업을 추진중이다. “1세대 대면, 2세대 전신·전화, 3세대 컴퓨터 순으로 발전해 온 거래소 기반 시설을 4세대 블록체인 기반으로 전환한다”는 박형준 부산시장의 비전은 비단 부산에만 국한하지 않는다. 부동산 토큰증권을 통해 새만금개발을 앞당길 수 있는 탁견이 아닌가 싶다. 기발한 착상보다 중요한 것은 누가 먼저 착수하느냐다. 잘못된 결정보다 더 좋지 않은 것은 지체된 결정이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1908년 3월 8일 미국 뉴욕의 루트커스 광장에서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섬유회사 화재로 수많은 여성 노동자들이 희생당하자 미국 전역에서 찾아온 1만 5천여 명 여성 노동자들이 벌인 시위였다. 그들이 요구한 것은 ‘빵과 장미’. 빵은 남성보다 훨씬 낮은 저임금을 받는 여성들의 생존권을, 장미는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선거권을 뜻했다. 지금은 상상하기 어렵지만, 당시 미국의 섬유공장 여성 노동자들은 열악한 환경에서 하루 10시간이 훨씬 넘게 일하면서도 선거권은 물론이고 노동조합 결성 등의 기본적인 권리를 가질 수 없었다. 시위는 여러 나라가 여성 노동문제에 관심을 갖게 하는 계기가 됐다. 1910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제2차 여성운동가대회에서는 독일의 노동운동 지도자인 클라라 제트킨의 제창으로 시위가 일어난 3월 8일을 ‘세계 여성의 날’로 제정할 것을 결의했다. 남녀 차별, 여성 빈곤, 여성들의 지위 등 여성 문제가 부상하고 여성들의 국제연대가 활발해지기 시작한 것도 이즈음부터였다. 그러나 여성들의 지위 향상을 위한 ‘세계 여성의 날’이 국제적인 기념일 자격을 얻은 것은 그로부터 한참 지난 1977년. 1975년을 ‘세계 여성의 해’로 지정했던 UN이 2년 뒤 3월 8일을 ‘세계 여성의 날’로 공식 지정하면서다. 우리나라도 1985년부터 기념일을 축하하고 연대하며 ‘한국여성대회’를 열어왔으나 법정기념일로 공식 지정된 것은 <양성평등기본법>이 개정된 2018년이다. 프랑스 의회가 4일, 여성의 임신 중지(낙태) 자유를 담은 헌법 개정안을 승인했다. 절차가 마무리되면 프랑스는 세계 최초로 <임신 중지 자유>를 헌법으로 보장하는 국가가 된다. 프랑스는 지난 1975년부터 임신 중지를 허용해왔으니 실질적으로 달라지는 것은 없지만 여성이 자신의 신체에 대한 권리를 헌법으로 보장받을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프랑스의 첫 낙태 합법화는 당시 보건장관이자 여성인권운동가였던 시몬 베이유가 주도해 얻은 결실이었다. 이번 헌법 개정을 직접 주도한 것 역시 마크롱 정부다. 그래서인지 마크롱 대통령은 낙태 자유를 보장하는 헌법 개정을 ‘프랑스의 자부심’이자 ‘전 세계에 보내는 메시지’라고까지 표현했다. 8일 세계 여성의 날에 헌법 국새 날인식을 열어 축하하겠다는 계획이다. 다행히 우리나라도 더디지만 크고 작은 변화가 이어지고 있다. 성평등의식도 큰 폭으로 달라졌고 시대의 변화에 따라 법도 바뀌고 있으니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돌아보면 우리 사회의 구석구석에 여성들을 위협하는 요소들은 여전하다. 여성들의 삶을 개선하는데 응원과 지지가 아직 더 필요한 이유다. / 김은정 선임기자
전북이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10석의 선거구를 간신히 지켜냈다. 우여곡절이 많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에서 지난해 12월 내놓은 선거구 획정안에 전북의 의석수가 9석으로 줄면서 지역사회에 파문이 일었다. 지방소멸 위기를 가속화하는 ‘지방 죽이기’ 조정안이라는 반발이 이어졌다. 결국 진통 끝에 여야가 비례대표를 1석 줄여서 전북 지역구 10석을 현행대로 유지하기로 합의했다. 전북은 대혼란의 위기를 가까스로 벗어났다. 지역정치권에서는 ‘전북 10석 유지에 자신의 노력이 있었다’고 알리는 낯 뜨거운 ‘생색내기’가 이어지고 있다. 어쨌든 10석은 지켜냈다. 하지만 4년 뒤인 23대 총선에서도 현행 10석을 유지할 수 있을지, 벌써부터 의문이 든다. 선거구 획정의 기준이 되는 인구 문제 때문이다. 현행 인구 중심의 선거구 획정 구조에서 전북지역 선거구는 언제든 줄어들 수 있다. 선거구 획정 때 지역소멸, 수도권 과밀화 현상을 고려해 ‘인구 비례성’과 ‘지역 대표성’을 함께 반영할 수 있도록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에 설득력이 있다. 국회에서 선거구 획정안을 처리한 날, 전북특별자치도는 통계청의 ‘국내 인구이동 통계’ 자료를 인용해 전북지역에서 해마다 8000여명의 청년(20~39세)이 전북을 떠난다는 자료를 내놓았다. 이 같은 청년층 이탈은 저출산·고령화 추세와 맞물려 지역소멸 위기를 부추기는 요인이 되고 있다. 위기의 심각성을 인식한 전북특별자치도에서 대책을 내놓았다. ‘도전과 기회의 전북, 함께 성장하는 전북 청년’ 을 비전으로 △일자리 △주거 △교육 △복지·문화 △참여·관리 등 5대 분야에서 정책목표를 설정하고 청년의 삶 전반에 걸친 청년 지원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전북특별자치도의 청년정책이 의도한 성과를 거둬 전북지역 국회의원 선거구가 다시 축소 조정 논란에 휩싸이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하지만 큰 기대를 걸기는 어려워 보인다. 사실 행정안전부가 소멸위기에 놓인 인구감소 지역을 지정하고 지원책을 내놓기 전부터 전북지역 각 지자체의 최우선 과제는 ‘인구 늘리기’였다. 청년 지원 정책을 포함해 온갖 묘안을 다 짜냈다. 하지만 백약이 무효였다. 정부의 균형발전 정책도, 지자체의 인구 늘리기 시책도 ‘밑 빠진 독에 물붓기’였다. 지역에서 일자리를 찾지 못한 청년들이 수도권의 강력한 자기장에 그대로 빨려 들어갔다. 그리고 지방은 갈수록 커지는 ‘수도권 블랙홀’에 맞설 힘을 잃은 지 오래다. 균형발전을 외치면서도 수도권 중심의 국가운영 기조를 버리지 못하고 있는 중앙정부의 획기적인 정책 전환이 없다면 지자체의 노력만으로 지금의 인구위기, 지역소멸 위기를 해결하기는 쉽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기회의 땅 전북’을 외치며 청년인구 유출을 막기 위해 노력할 수밖에 없는 전북특별자치도의 모습에 마음이 착잡하다. 김종표 논설위원
도내 선거구가 극적으로 타결돼 현행대로 10석이 유지되었다. 그간 도민들은 전북정치권의 영향력 약화로 지난해 새만금 관련 국가예산이 제대로 회복되지 않는 등 현안인 선거구 획정에 노심초사해왔다. 경남북의 인구 감소가 더 크고 전남도 비슷한 상황인데도 선관위에서 국회로 보낸 안에 전북에서 한석 줄인 것으로 돼 있었다. 총선 41일 앞두고 지각 처리된 국회표결 결과, 재석 259명 가운데 찬성은 190명 반대는 군산 신영대 의원 등 34명, 기권은 전주병 김성주 의원과 군산에서 경선 준비 중인 비례대표 김의겸 의원이 기권표를 던졌다. 국회의원은 개인의 정치철학과 선거구 통합에 따른 유불리에 따라 자신의 소신을 밝힐 수가 있다. 그러나 도민들이 10석 유지를 위해 총력전을 펴고 있는 절박한 상황에서 반대표를 던지거나 기권한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다. 김성주 의원은 선거구 획정과 관련해서 반드시 10석을 사수하겠다는 것이 저의 확고한 원칙이고 민주당도 그걸 확고한 방침으로 갖고 있다고 말해왔다. 하지만 그런 사람이 막상 본회의 투표장에서 기권표를 던져 표리부동한 의원이었다는 것을 본인 스스로가 입증시켰다. 전북 정치권이 중앙정치 무대에서 힘이 약해 전북 몫을 제대로 찾아오지 못하는 상황이 거듭되자 지난해부터 시민사회단체가 주축이 되서 총궐기하다시피했지만 결국 선거구 획정과 관련, 김 의원이 기권한 것은 논리의 일관성도 없고 무책임한 것으로 지역민들의 분노를 사게 했다. 특히 막판에 민주당 출신인 김관영 지사까지도 이재명 대표 등 당 지도부에 현행처럼 10석 유지를 강력히 건의하는 등 최선을 다한 것과는 달리 이율배반적인 행동을 보여줬다. 법보장경에 나와 있듯이 사람이 유리하다고 교만하면 안되고 불리하다고 비굴해서는 안된다는 것. 선거구 획정 표결을 놓고 민주당 도내 5명 의원은 모두가 찬성표를 던지는 등 막판까지 10석 사수를 위해 최선을 다했던 모습과는 대조적이어서 비난의 화살이 쏟아졌다. 지금 시민들은 전주역사 증축공사가 원래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고 반쪽짜리 공사로 그쳤다면서 분통을 터뜨렸다. 원래 정동영 전 의원이 700억 규모로 계획한 이 사업이 450억 원 밖에 사업비가 확보되지 않아 반쪽자리로 그쳤다면서 지역구 의원이었던 김성주 의원과 건설위에 속했던 전주갑 김윤덕 의원이 노력 않고 허송세월해 다른 지역 신설역사와 달리 초라한 전주역 증축으로 그치게 됐다고 비난했다. 전북에서 아무나 공천만 받으면 국회의원이 되었지만 개인 역량에 따라 국가예산을 확보한 것은 천차만별이었다. 똑똑하고 정치적 영향력이 큰 인물이 있었더라면 남원서남의대 폐교로 생긴 49명의 정원을 갖고 공공의대도 얼마든지 만들수 있었지만 그렇게 하질 못했다. 전북 현역의원들의 정치력이 보잘 것 없자 삭감한 국가예산을 부활시킬 때나 국회선거구 획정문제 등을 갖고 마구 흔들어 대면서 전북이 동네북 신세를 면치 못했다. 이제는 정치가 얼마나 우리 실생활에서 중요한지를 깨달아야 한다. 현역들이 의정활동을 잘못했으면 과감하게 갈아 치워야 한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미국의 주(state, 州)는 모두 50개이다. 알래스카와 하와이가 가입한 1959년 이래 지금까지 이 숫자는 변동이 없다. 주 정부는 연방정부에 대해 모두 동등한 권한을 갖지만 면적과 인구수는 천차만별이다. 인구수를 보면 캘리포니아의 경우 무려 3900만명이 넘고 텍사스는 2700만명을 넘어선다. 반면, 와이오밍주는 58만명, 알래스카는 73만명, 하와이는 140만여명에 불과하다. 미국 역시 인구수가 많은 주의 목소리가 클 수밖에 없다. 중남부에 있는 아칸소주의 경우 인구수가 290만 여명이다. 그런데 1992년 제42대 미국 대통령 빌 클린턴이 등장하면서 아칸소는 매우 유명해졌다. 중앙정계에 서 주목받지 못했던 작은 지역의 주지사가 혜성처럼 등장하면서 눈길을 끌었다. 그에 앞서 제1차, 제2차 세계대전의 명장이자 인천상륙작전를 감행했던 맥아더가 바로 이곳 출신이기에 한국인들에겐 아칸소에 대한 정서가 남다르다. 요즘 국내 정치권이 총선 이슈로 인해 시끌벅적하다. 공천경쟁이 불을 뿜고 있고, 한편에선 선거구획정 문제로 막판 힘겨루기가 한창이다. 그런데 전북은 비수도권 중 유일하게 선거구 감소 위기에 직면했다. 결론은 향후 전북은 평범해선 안된다는 거다. 지역을 대표해 여의도에 진출할 사람 중 적어도 몇명은 전국적인 영향력과 지명도가 있어야 한다. 지역에서 오래 부대끼면서 애환을 잘 아는 사람도 필요하고, 때로는 소총수가 아닌 대포를 쏘아댈 수 있는 명장도 필요하다. 전국 17개 시도지사 중 김동연 경기지사, 홍준표 대구시장은 전국적으로 민감한 정치적 사안에 대해 자주, 그리고 크게 목소리를 내고있다. 이들은 오세훈 서울시장 보다도 더 주목받는 경우가 많다. 지지율이나 향후 행보와 관계없이 대권반열에 가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동안 선거구획정 문제에 침묵하던 김관영 전북지사는 비수도권 지역에서 유일하게 전북만 의석수를 줄이겠다는 방침에 도민들의 분노가 들끓고 있다며 여야의 결단을 촉구,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그는 최근 인구수를 비교할 때 전북보다 경북·경남이 훨씬 많이 줄었고 전남은 유사한 수준임에도 전북만 의석수를 줄이겠다는 것을 어느 국민이 납득하겠느냐고 묻고 나섰다. “전북 의석수를 지키는 것은 특정 정당의 유불리 문제가 아니고, 전북만의 문제도 아니며 누구든 국가 균형발전의 꿈을 추구한다면 전북특별자치도의 의석수를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김진태 강원지사가 총선에서 서울의 8배나 되는 공룡 선거구가 강원에 생기는 것은 "강원 도민을 무시하는 처사"라며 작심 비판하고 나섰다. 그는 한발 더 나가서 "비례대표 1석을 줄여, 강원에 1석을 늘리는 것도 방안"이라고 주장했다. 광역단체장이 중앙정부나 여야 특정 정파와 각을 세우는 건 쉬운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지역 정치인들이 주민의 목소리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할 때는 홍준표 대구시장처럼 할 말은 과감히 해야한다. 인구가 적은 아칸소에서 여러차례 주지사를 지냈던 클린턴이 연방정부 대통령이 된 것은 그냥 우연히 된게 아니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이제 영화 보는 일은 특별한 일이 아닌 일상적인 경험으로 자리 잡았다. 극장을 찾지 않고도 언제 어디서든 영화를 볼 수 있게 된 것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OTT(Over The Top) 덕분이다. OTT는 TV의 셋톱박스(채널 확장기)만이 아니라 컴퓨터, 스마트폰, 태블릿, 게임기 등 여러 종류의 플랫폼을 활용할 수 있는 VOD(주문형비디오) 서비스다. OTT 수요는 날로 증가하는 추세. 그러니 시장의 성장과도 맞닿아 있다. 대표주자인 넷플릭스를 비롯해, 대형 OTT 서비스 플랫폼 업체들에 후발주자들의 공략이 더해지면서 세계 OTT 시장은 경쟁이 뜨겁다. 정부가 2월 초, ‘홀드백 의무화’ 계획을 밝혔다. 정부가 조성하는 모태펀드 영화계정과 관련해 '영화 분야 투자는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정한 홀드백 조건을 준수해야 한다'는 의무 규정을 넣은 것이다. ‘홀드백’은 ‘한 편의 영화가 이전 유통 창구에서 다음 창구로 이동하기까지 걸리는 기간’을 말한다. 이를테면 극장에서 상영된 영화가 IPTV,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등에 유통되기까지 유예 기간을 두는 과정이다. 지금까지 영화는 일반적으로 극장을 통해 처음 유통되고, 이후 IPTV-OTT-TV 채널 순으로 옮겨져 유통되어 왔다. ‘홀드백’은 이러한 영화산업 생태계를 기존의 질서(?)로 유지하기 위한, OTT 시장의 성장이 영화관이나 IPTV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는 환경을 제어하기 위한 장치랄 수 있다. 실제 코로나 팬데믹 시기, 100억 원 제작비가 투자된 화제작들이 개봉된 지 얼마 안 되어 OTT로 직행해 유통된 사례가 있고, 지금은 통상 1개월~3개월, 짧게는 2~3주 만에 IPTV나 OTT 등으로 옮겨가는 추세다. 아예 극장 개봉과 동시상영하거나 극장에서 개봉하지 않고 OTT로 직행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영화산업, 특히 영화관 산업 위축에 OTT 성장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홀드백’에 대한 영화계의 입장은 ‘영화산업을 살리는 제도’와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규제’로 양분되어 있다. 제작사와 배급사, 영화관 등 이해관계에 따라 입장 차이가 첨예하다.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질 수 없는 상황이니 답을 쉽게 찾을 수 있을 것 같지도 않다. 그러나 홀드백에 대한 논의는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고 최근에는 법제화까지 논의되기 시작됐다. 들여다보니 프랑스는 법제화로 홀드백을 의무화했고, 일본은 법으로 규제하진 않지만 1년이란 긴 시간을 홀드백으로 유지하게 하는 방식으로 영화산업 생태계를 지켜가고 있다. 그 이유가 있을 터. 갈 길이 멀어 보이는 우리에게는 좋은 선례가 될 것 같다. / 김은정 선임기자
대놓고 역주행이다. 윤석열 정부의 환경정책이 위태롭다. 기후위기 대응이 전 세계적 화두로 떠오르면서 각국이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그런데 대한민국은 거꾸로 간다. ‘1회용품 줄이기’는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이기도 했다. 하지만 추진 의지는 보이지 않는다. 지속적으로 ‘1회용품 사용규제’ 정책을 유예하고, 축소하고 철회했다. ‘환경정책을 포기했다’는 질타의 목소리가 높다. 이런 가운데 각 지자체가 조례와 캠페인 등을 통해 1회용품 줄이기에 나서고 있다. 전북특별자치도에서도 올해 ‘에코힐링 1번지 조성’을 비전으로 탄소중립사회로의 전환을 촉진하겠다고 밝혔다. 핵심과제 중에 ‘다회용기 보급 및 세척 지원’ 사업이 눈길을 끈다. 1회용품을 다량 배출하는 커피전문점과 지역 축제장, 장례식장 등을 대상으로 사업을 추진해 1회용품 150만개를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사실 우리 주변에서 1회용품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곳을 꼽자면 장례식장을 빼놓을 수 없다. 밥그릇과 국그릇·접시·수저·컵 등 몽땅 1회용품이다. 한번 사용으로 수명을 다한 이들 용기는 1회용 비닐 식탁보에 아무렇게나 싸여 버려진다. 그렇게 장례식장은 1회용품 천국이 됐다. 이유가 있었다. 대기업과 중견기업에서 회사나 노동조합의 로고가 인쇄된 1회용품을 앞다퉈 제공했고, 이 같은 관행이 사원복지로 인식됐다. 이어 정부기관과 자치단체·공기업 노조에서도 조합원들에게 장례식장에서 쓸 1회용품 세트를 몇 상자씩 아낌없이 제공했다.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할 공공기관에서조차 구성원 복지를 앞세워 환경정책에 정면으로 역행한 것이다. 보다 못한 지자체가 나섰다. 2022년부터 전국 각 지자체가 장례식장 다회용기 지원사업을 통해 1회용품 줄이기에 앞장서고 있다. 전북에서는 전주시가 선봉에 섰다. 전주시는 지난해 10월 지역 4개 장례식장과 ‘1회용품 없는 장례문화 확산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을 체결한 장례식장에는 전주시가 다회용기를 무료로 제공한다. 또 사용한 다회용기는 수거해 전주지역자활센터에서 운영하는 전주에코워싱을 통해 세척·살균 과정을 거쳐 다시 장례식장에 제공한다. 장례식장에서 1회용품 대신 다회용기가 자리를 잡으려면 우선 유가족과 장례업 종사자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물론 ‘작은 불편이 환경을 지킨다’는 시민의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아울러 기업과 공공기관에서도 그동안 별다른 문제의식 없이 추진해온 장례식장 1회용품 지원사업을 즉각 중단해야 할 것이다. 1회용품 사용 규제에 사회적 합의가 이뤄진지 오래다. 다만 일부 영역에서 준비가 덜 됐을 뿐이다. 그렇다고 준비가 다 될 때까지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다. 너무 늦어지면 시작할 힘마저 잃을 수 있다. 전주 장례식장 4곳에서 시작된 1회용품 없는 친환경 장례문화가 전북지역 전체로 확산하길 기대한다. / 김종표 논설위원
전북정치가 어디로 가고 있는가. 한마디로 바람 부는대로 물결치는 대로 가고 있다. 중앙정치무대에서 워낙 현역의원들이 영향력이 없다 보니까 봉 노릇만 하고 있다. 오는 29일 임시국회에서 선거구 획정문제가 다뤄질 예정인데 민주당 8명의 전북의원들 말발이 먹혀들지 않아 한석 줄어 9석이 될 전망이다. 전북 의원들은 자신들의 이해관계가 걸린 문제라서 선거구 획정에 신경을 곤두세웠지만 당내에서부터 영향력이 미치지 못해 원안대로 한석 줄어들 위기에 봉착했다. 정치는 말로만 되는 게 아니다. 힘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강자의 의지대로 휩쓸려 따라 가는 법이다. 지난 21대 때와 같은 상황에서 유성엽 전 의원 등이 지켜낸 10석이 무너지면서 한 자리수의 초라한 전북정치권이 만들어지게 되었다. 지금 전북의 현실을 봤을 때는 10석 유지가 최선이었지만 국힘이 협상에서 한발짝도 물러서지 않아 최악의 사태를 맞은 것. 도내 현역들이 그간 자신들의 이해관계 때문에 도민들에게 10석을 유지하겠다고 장담했지만 결국 방안퉁수 밖에 되지 못했다. 전북정치권의 힘이 이렇게 약한 적은 없었다. 도민들 사이에는 지난해 잼버리 실패에 따른 책임을 전북도가 뒤집어 쓸 때부터 감지했다면서 정치력이 약한 현역들 갖고서는 전북 몫 찾기는 고사하고 아무 것도 할 수도 없고 기대할 수가 없기 때문에 전체판을 갈아 엎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민주당 공천만 받으면 당선시켜주는 구도가 잘못이었다면서 익산갑 경선에서 3선의 이춘석이 김수흥을 이긴 것처럼 잘못하면 사정없이 갈아 엎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간 공천문제로 논란을 빚었던 전주 완산을은 이재명 대표가 고창 출신인 이성윤 전 서울고검장을 인재영입하면서 경선출마토록 가닥을 잡았다. 이 때문에 그간 경선대비를 해온 예비후보 6명이 '닭쫓던 개 지붕쳐다 보는꼴'이 될 형편이다. 일각에서는 이미 이 전 고검장을 공천자로 염두에 두고 물밑에서 여론조사를 하는 등 중앙당과 지방의원들 사이에 교감을 가졌다면서 시·도의원도 예비후보 가운데 누군가가 공천을 받으면 자신들의 정치적 입지가 줄어들기 때문에 중앙당에 영향력이 있는 후보공천을 요구해왔다는 말이 전해졌다. 이처럼 이 대표가 '전주을'을 전략공천지로 결정해서 공깃돌 가지고 놀듯이 하는 것은 대선 때부터 '친명'으로 호위무사 역할을 했던 재선의 김윤덕 당 조직담당 사무부총장 역할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이 대표의 눈밖에 나서 컷오프될까봐 노심초사해온 재선의 한병도·안호영·김성주 충성심 경쟁도 한몫 했을거란 이야기가 나돈다. 아무튼 그간 전북정치권이 광주 전남 힘에 의해 우리 손으로 소석 이철승을 잘라버린 것이 오늘날까지 부메랑 되어 왔다면서 민주당 경선 때부터 옥석구분을 잘 해야 그나마 전북정치의 회생을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1인당 GRDP가 3200만원으로 전국 최하위를 기록한 전북이 가난의 굴레를 벗어 나려면 이번 총선에서 똑똑한 인물을 뽑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도로아미타불로 전북발전은 백년하청이 될 수 밖에 없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이 정체불명의 여론조사를 놓고 연일 시끄럽다. 공천과 관련해 후보 적합도 조사를 진행되는데 그 주체를 놓고 공방전이 한창이다. 일단 공개된 후보간 지지율 추이는 유권자 표심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만큼 공정성 담보가 관건이라는 것. 하지만 전제조건도 충족하지 못하고 출처가 불분명한 평가 자료를 비밀리에 조사함으로써 후보자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여야 공천에서 경선과 컷오프, 하위 20%를 평가하는 자료 중 가장 중요한 변수가 여론조사란 점에서 더욱 예민해질 수밖에 없다. 헌데 이 여론조사가 아무리 폭발성이 크다 해도 공정성을 상실하면 그에 따른 공천 결과에 대한 국민 신뢰도 잃기 마련이다. 오죽하면 여론조사를 앞세워 공천 책임을 회피한다는 곱지않은 시선도 있다. 여론조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그만큼 막중하기에 후보자 입장에선 지지율 변화에 민감할 뿐더러 실제 이를 끌어올리는데 안간힘을 쏟는다. 맨투맨 접촉을 통한 유권자 호소 전략보다는 여론조사를 통해 단번에 흐름을 바꾸려는 성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이런 심리를 교묘히 이용해 선거 브로커들이 지지율 여론조사를 미끼로 후보자에게 ‘딜’ 을 요구하기도 한다. 가끔 여론조사 발표와 투표 결과가 큰 차이를 보이면서 부정선거 의혹까지 제기되는 이유다. 중앙선관위도 이 같은 문제점을 인식하고 지난해 ‘떴다방’식 부실 여론조사기관 30곳의 등록을 취소한 바 있다.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는 반발에도 정확성과 신뢰성 강화를 명분으로 결국 칼을 뽑은 셈이다. 사실 오래전부터 표밭 현장에선 ‘찌라시'성 루머와 함께 여론조사가 유권자들을 현혹시키기 일쑤였다. 시중 여론과는 터무니없는 결과가 그럴싸하게 나돌면서 악의적인 조작 가능성까지 제기돼 경찰 고소로 이어졌다. 정동영 유성엽 이환주 후보도 얼마 전 여론조사의 민심 왜곡을 직접 겪었다며 이의 부당함을 맹비난했다. 다른 조사에 비해 턱없이 낮은 응답률과 샘플 중 50% 이상이 접촉 후 거절, 중도 이탈 건수로 나타난다는 것. 여기에다 사전에 해당 여론조사 일시를 파악한 후보자 측의 조직적 참여 정황이 포착됨으로써 조작 의혹을 짙게 했다. 그러면서 현재 여론조사 대부분이 휴대전화 개통이 가능한 1인당 3개에서 9개까지 안심번호가 추출되는 상황에서 언제든 조작 가능성은 존재한다고 경고했다. 흔히 선거 승패를 좌우하는 결정적 요인으로 인지도와 조직력을 첫손에 꼽는다. 그런데 인지도는 여론조사 지지율에 따라 삽시간에 지역 민심을 파고드는 속성이 있다. 오랜 세월 공을 들이는 조직력과는 결이 다른 문제다. 대개 이런 상황에서 후보자들은 여론조사의 달콤한 유혹을 쉽게 뿌리치지 못한다. 어쨌거나 그런 문제점을 번연히 알면서도 딱히 이를 대체할 만한 평가 방식이 없다 보니 여론조사 의존도가 커진 것이다. 평가 방식의 공정성을 강조한 것도 여론조사를 빙자한 여론조작을 막기 위함이다. 김영곤 논설위원
“한 인간에게는 작은 걸음이지만, 인류에게는 위대한 도약이다.” 미국의 우주 비행사 닐 암스트롱은 자신이 달에 첫 발을 내딛는 장면을 시청하고 있던 6억 명의 지구인들에게 이렇게 짧지만 웅장한 한 마디를 던졌다. 1969년 7월 16일 유인 우주선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선 이글 호가 ‘고요의 바다’라고 명명한 달 표면에 착륙했는데 마침내 7월 20일, 인간이 처음으로 달에 발을 내딛으며 전한 말이다. 한 미국 여성이 고요한 아침의 나라에 첫 발을 내디딘 것도 그에겐 작은 걸음이지만 선교와 의료분야에선 위대한 대장정의 시작이었다. 때는 1897년 9월 15일 마티 잉골드가 처음 한국 땅을 밟았다. 미국을 떠나 54일간의 항해 끝에 한국 제물포항에 도착했고, 그로부터 50여 일 후 전주에 도착했다. 미국 남장로교 선교사로 한국을 찾은 마티 잉골드(1867∼1962) 여사가 설립한 예수병원의 역사가 시작된 것이다. 마티 잉골드가 전주 성문 밖에 초가 한 채를 사들여 진료한 게 예수병원의 뿌리다. 국내 근대식 병원으로는 세브란스의 전신인 광혜원(1885)에 이어 두 번째로 오래됐다. 말을 타고 왕진을 다니며 불우이웃과 환자를 사랑으로 섬기며 불꽃 같은 삶을 살았다. 잉골드는 1962년에 미국 플로리다주 묘지에 전주 서문교회를 세웠던 남편 테이트 목사 옆에 묻혔다. 묘비에는 "28년 동안 한국에서 선교사로 봉사했다"고 기록됐다. 사랑과 봉사를 실천하던 잉골드의 정신은 사라지지 않고 누군가는 이어받았다. 대한민국 최초 민간의료 선교병원이자 호남 첫 의료기관인 예수병원이 개원 126년을 맞았는데 최근 사랑의 씨앗을 캄보디아에 옮겨 심었다. 전주 예수병원이 캄보디아의 수도 프놈펜에 캄보디아 예수병원을 개소한 것이다. 초대 예수 병원장인 마티 잉골드가 척박했던 곳을 찾아 생명이 살아 숨 쉬는 곳으로 만든 것처럼 이젠 잉골드의 정신으로 무장한 한국인들이 캄보디아 프놈펜 지역에 뛰어들었다. 예수병원은 오래 지속된 사랑을 이제는 나누어 줄 때라고 판단해 1979년 내과 전문의 이용웅 선교사를 통해 첫 해외의료봉사를 시작했다고 한다. 마침내 도움이 필요한 의료 현장에서 사랑과 복음을 인술로 펼쳐나갈 수 있게됐다. 신충식 예수병원장은 “어떤 경우에도 예수병원의 숭고한 정체성을 잊지 않고 리더를 키워 국내 최초로 의료선교사를 파송했다”고 전했다. 오늘날 대한민국의 의료현장은 의사들이 진료를 거부하면서 대혼란이 계속되고 있고, 머지않아 아수라장이 될 것이란 우려도 커진다. 의사 역시 생활인이기에 마티 잉골드 만큼의 헌신과 봉사 정신을 그대로 실천하라고 할 수는 없지만,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해 환자를 외면하는 현실은 이해하기가 어렵다. 불우이웃과 환자를 사랑으로 섬기기는 커녕, 아픈 이들을 내팽개친 의사 자신이 훗날 별세했을때 묘비에 어떤 문구가 씌여질지 참으로 궁금하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1950년대 중반, 일본 구마모토현 미나마타 시에서 주민들이 집단으로 수은에 중독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미나마타 인근에 있던 화학공장들이 바다에 방류한 유기수은이 주범이었다. 금속 성분이 몸에 축적되어 수십 년 동안 진행되거나 수개월 안에 사망하기도 하는 미나마타병은 일본 사회를 충격에 빠트렸다. 미나마타 시에서 발병했다 하여 같은 이름을 갖게 된 이 병은 구마모토현 안의 도시들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구마모토 도시들이 더 성장하지 못하고 추락하기 시작한 것도 그즈음부터였다. 20여 년 지속된 추락의 시간을 멈추게 한 것은 호소카와 모리히로 지사였다. 1983년 구마모토현 지사로 취임한 그는 도시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씻고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정책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1988년, 호소카와 지사는 뜻밖의 정책을 내놓았다. ‘풍부한 자연과 풍토를 살리면서 후세에 문화적 유산으로 남길 수 있는 우수한 건조물을 만들고’ ‘주민들의 도시문화와 건축문화에 대한 관심을 높이며 지역 발전을 이끌 구마모토만의 생활공간을 창조해나가는’ 정책. 도시 전역에 아름다운 건축물을 들여놓는 <구마모토 아트폴리스> 프로젝트였다. 가장 먼저 주목한 것은 공공 영구 임대아파트였다. 기존 임대아파트가 갖고 있던 획일적인 디자인과 주거의 양적인 측면만을 고려한 건축 방식 대신, 아름다운 디자인과 쾌적한 환경의 주거지를 주민들에게 제공하자는 것이 목표. 오늘날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리면서 도시의 관광상품이 된 <호타구보 단지>나 <신치 단지> 등 구마모토현청이 관리하는 서민 아파트 단지가 그렇게 탄생했다. 새롭게 만들어지는 건축물보다 오래된 공간에 의미를 부여하고 변화와 재생의 힘을 불어넣는 <구마모토 아트폴리스>에 공공건축물과 민간건축물들이 지정되면서 도시는 스스로 빛을 낼 수 있게 됐다. 집합주택, 교육과 스포츠시설, 관광시설, 농업시설, 박물관 미술관 관공서 등 종류도 다양하고 공원이나 전망대 다리 같은 조형물과 화장실도 여럿. 역사적 건축물은 별도로 지정해 지역 문화유산의 의미와 가치를 온전히 살렸다. 지금까지 추진된 건축물은 109개(2021년 7월 기준), 이 중 95개가 완공됐다. 주목하게 하는 것이 있다. 이 정책이 35년이 지난 지금도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구마모토현은 그사이 세 번이나 지사가 바뀌었지만, 정책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변화되는 환경에 맞추어 더 적극적인 방식을 보완해 진행한다. 자치단체장이 바뀌면 하루아침에 정책과 사업이 중단되거나 소멸하는 우리의 현실에서는 그저 놀랍고 감탄스러운 일일 터. 들여다보니 이 정책의 진정한 힘 또한 여기 있음을 새삼 깨닫게 된다./ 김은정 선임기자
24절기 중 두 번째 절기인 ‘우수(雨水)’가 지났다. 이렇게 또 겨울이 지나간다. ‘엄동설한(嚴冬雪寒)’이라는 말이 무색한 계절이었다. 어쨌든 봄이 온다. 포근한 날씨가 계속되던 지난주 전주지역 어느 학교 담장 위 축축 늘어진 가지에 무더기로 매달린 샛노란 꽃송이가 눈길을 끌었다. 봄의 대명사 개나리다. 어느 때부터인지 겨울 개나리꽃은 보기 드문 기현상이 아닌 ‘그럴 수도 있는 일’이 됐다. 겨울철 이상고온 현상이 지속되면서 주변에서 철 잊은 개나리꽃을 보는 일이 익숙해졌다. 그리고 입춘을 지나 눈과 얼음이 비와 물이 된다는 절기, 때맞춰 봄을 재촉하는 비가 대지를 흠뻑 적셨다. 봄의 상징인 개나리가 이미 도심에서 꽃소식을 전했으니 봄의 전령으로 알려진 야생화 변산바람꽃과 복수초·노루귀도 어느 볕 좋은 산기슭 양지뜸에서 진작 꽃망울을 활짝 터뜨렸을 것이다. 때마침 국립공원 내장산과 변산반도에서 변산바람꽃 개화 소식을 전해왔다. 한국 특산식물인 변산바람꽃은 이른 봄에 개화하는 대표적인 야생화로 변산반도에서 처음 발견돼 학명에 그 지역명이 붙은 이 지역 깃대종이다. 오래전부터 이 땅에 자리잡고 해마다 봄소식을 알려왔겠지만 정식 이름을 얻어 세상에 제대로 알려진지는 약 30년밖에 안됐다. 1993년 전북대 선병윤 교수가 처음 발표한 이 들꽃은 ‘변산아씨’라는 친근한 별칭까지 얻으며 단번에 야생화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았다. 꽃 이름에서도 나타나듯 가벼운 바람에도 꽃잎을 파르르 떠는 작고 가냘픈 들꽃이다. 변산반도국립공원사무소는 이 시기 변산바람꽃을 관찰하려는 탐방객들을 위해 내변산 탐방로 인근에 대체서식지를 조성해 2011년부터 개방하고 있다. 변산반도국립공원 안의 자생지는 탐방로 외 구간이어서 서식지 보호를 위해 출입을 통제하고 있어서다. 전국 곳곳에 자생하고 있지만 개체수가 적어 보호해야 할 필요성이 높은 식물종이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올해도 내변산의 이 야생화 대체서식지를 오는 23일부터 다음달 17일까지 개방한다. 지리산국립공원에서도 며칠 전 복수초 개화 소식을 전했다. 샛노란 복수초를 신호로 형형색색의 야생화들이 연이어 앙증맞은 꽃망울을 터뜨리면 지리산에서도 볼거리 가득한 꽃철이 시작될 것이다. 계절의 길목, 봄을 재촉하는 들꽃들이 일찌감치 꽃망울을 터뜨리면서 꽃샘추위를 예고했다. 손톱만 한 작은 꽃이지만 겨우내 응축된 생명의 기운을 품어냈으니 온 산에 봄기운을 불어넣기에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남녘의 꽃소식을 기다리는 상춘객들의 마음이 설레는 시기다. 생명의 계절 봄, 매화와 산수유·개나리가 주인공이 되는 떠들썩한 꽃잔치가 찾아오기 전에 청초한 ‘변산아씨’를 만나러 꽃마중, 봄마중에 나서보면 어떨까. 겨울색이 채 가시지 않은 산자락, 메마른 낙엽더미 사이에서 수줍게 고개를 내민 작은 꽃잎을 발견했을 때의 반가움과 기쁨도 있을 것이다. / 김종표 논설위원
안호영 의원 통합 결단, 끝까지 최선을
전주의 정체성을 다시 생각해본다
입춘대길 건양다경(立春大吉 建陽多慶)
HAI 시대, 지역사회 감응에도 주목
리셋되는 행정, 중단의 비용
“위기의 파도 앞에서 우리는 같은 배를 탔다”
영화 ‘사람과 고기’를 보고
전주시, 고사 위기의 기령당 활성화하라
김 지사의 컷 오프설은 사실무근
지금, 우리에게 ‘호남’이란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