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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가수 순회공연장 된 지역축제

주객이 전도됐다. 안타깝고 개탄스럽다. 수확철, 한창 무르익고 있는 지역축제가 그렇다. 싸잡아 ‘지방’이라고 부르며 서울에서부터 두탕 세탕 뛰고 내려온 연예인들에게 온통 조명이 쏠린다. 정작 주역이어야 할 주민들은 조명 밖에서 서성일 뿐이다. 다시 축제의 계절이다. 경사가 있어서 열리는 잔치가 아니다. 그저 때가 되어 판을 벌이는 것이다. 내 고장의 문화와 경관, 특산물 등을 널리 알려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자는 취지다. 그런데 이런 지역축제 무대가 대중가수들의 지방 순회공연장이 돼 버렸다. 축제 준비는 성수기 천정부지로 몸값이 치솟는 유명 가수 모시기 경쟁에서부터 시작된다. 그 경쟁을 돈질로 뚫어낸 지자체들이 초대 가수 알리기에 열을 올린다. 대중에게 인지도가 높은 유명 연예인을 불러오는 게 방문객을 늘리는 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부인할 수는 없지만, 수위를 한참이나 넘었다. 현수막 등 축제를 알리는 각종 홍보물은 초대 가수 이름과 사진으로 채워진다. 축제의 정체성을 포기하고, TV에서나 볼 수 있는 ‘트로트 페스티벌’을 메인 프로그램으로 배치해 집중 홍보하는 곳도 있다. 외딴 산속에서 열리는 야생화축제에서조차 유명 가수들을 초청해 놓고, 입장료까지 받는다. 북적이는 차량과 인파, 그리고 스피커를 통해 쾅쾅 울리는 노랫소리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곳인데도 굳이 연예인 무대를 고집하면서 관객 동원까지 대행해준다. 잔치 경비는 대부분 혈세로 충당된다. 축제장 방문객들도 터무니없는 바가지요금을 통해 가수들에게 내어준 엄청난 노랫값의 일부를 부담한다. 지난 6월 ‘과자 한 봉지 7만원’으로 전 국민의 공분을 산 지역축제 외지상인 바가지 상술도 이 같은 구조적 문제와 무관치 않다. ‘가장 지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 되는 ‘글로컬(Glocal)’ 시대다. 지역축제의 주인은 당연히 주민이어야 한다. 특산품을 알리는 게 주목적이라면 주민들에게 경제적 혜택이 돌아가야 한다. 어느 결기 있는 단체장이 당장의 방문객 감소에 신경쓰지 않고 오직 우리 지역에서만 즐길 수 있는 색깔 있는 잔치판을 만들어 선보이게 될 날을 기대해 본다. 인기 가수들을 대거 초청해 잔치판을 북적이게 만들어도 절대 전국적인, 세계적인 지역축제가 될 수 없다. 단지 해당 지자체가 낯부끄러운 자화자찬의 근거로 삼을 수는 있을 것이다. 수도권으로 떠나가는 이웃을 잔뜩 주름진 눈으로 바라보며 버텨온 지역 노인들이 구깃구깃 접어 낸 세금으로 윤기 좔좔 흐르는 연예인들의 주머니를 두둑하게 채워준 사실을 애써 감추면서 말이다. 축제의 정체성은 이미 잃었다. 지자체에서 발표하는 파급효과는 대부분 과시용 부풀리기라는 것을 주민들도 안다. 이맘때 어디를 가든 발에 차이는 게 연예인을 위한 지역축제다. 이럴 거면 굳이 혈세 들여 축제를 열 이유가 없다. 어차피 잔치판을 벌일 상황도 아니지 않은가. / 김종표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종표
  • 2023.09.18 14:20

방안퉁수들의 합창

정부의 새만금예산삭감 문제는 전적으로 민주당이 해결해야 한다. 그간 민주당은 전북에서 일방적인 지지를 받아 선거 때마다 독식을 해왔다. 공천만 받으면 찍어줘 설령 역량 있는 인물이 출마해도 당선될 수 없었다. 상향식 공천방식이라고 만들어 놓은 공천제도도 사실상 유명무실, 유급당원 50% 일반시민여론 50%로 돼 있어 그들이 쳐 놓은 진입장벽이 너무 높아 접근조차 할 수 없었다. 정부가 새만금관련예산 78%를 삭감하자 마치 벌집 쑤셔 놓은 듯 전북이 온통 난리법석이다. 정부가 내년도 국가예산 편성을 긴축재정에 두고 전년보다 2.8% 상향 시키고 SOC는 4.6% 늘렸다. 이런 상황에서 전북을 포함 대전·광주는 줄이고 다른 광역단체는 모두 늘렸다. 왜 그랬을까. 국가예산 편성은 고도의 정치적 행위라서 정부여당이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 보수 결집용으로 이 같은 예산을 편성했다. 같은 호남권이라도 광주는 971억(3.1%) 감소했고 전남은 3878억(4.9%)이 증가했다. 하지만 전북은 전년보다 무려 3870억이 감소한 7조9215억으로 편성됐다. 사실 인접 대전과 광주를 끼어 넣어 삭감한 것은 구색 맞추기 식으로 보인다. 지금 이 두 지역에서 예산 삭감했다고 해서 강하게 저항하지 않은 것은 국회심의과정때 얼마든지 채워 넣을 수 있다는 모종의 약속(?)이 있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문제는 정치권의 대응방식이 일사불란하지 않고 보여주기 식 투쟁이 돼 버려 동력이 떨어졌다. 그도 그럴 것이 전북 정치권이 집권여당의 체질이 몸에 밴 관계로 야성이 떨어져 정부여당한테 강하게 질타하지 못했다. 처음부터 도내 국회의원들이 원팀으로 똘똘 뭉쳐 용산 대통령실이나 국회에서 집단으로 삭발투쟁을 벌여 투쟁 강도를 높였어야 했다. 삭발이나 단식은 최후 투쟁방식으로 정치적 생명을 걸고 나서기 때문에 그 비장함으로 목표를 쟁취할 수가 있다. 지금까지 전개된 상황을 보면 마치 주말 드라마처럼 인터벌이 길어 긴장감이 떨어지고 일사분란하지 못했다. 이미 민주당 주최로 지난 7일 국회에서 한 차례 대규모 집회를 가졌지만 모든 투쟁의 장을 용산 대통령실과 국회로 집중시켜야 한다는 것. 지역에서 '비분강개' 하는 모습도 동력을 얻을 수 있지만 정치의 장인 국회에서 대정부 투쟁을 벌여야 효과를 극대화 시킬 수 있다. '지역에서 끝까지 투쟁해 나가겠습니다' 라고 적힌 플래카드로 도배질할 게 아니라 의정단상에서 총리나 장관을 향해 강하게 예산 삭감을 질타하는 모습이 훨씬 투쟁적이다. 총선 전략으로 예산삭감문제가 불거졌기 때문에 수도권 향우들을 결집해서 함께 단일대오를 형성, 투쟁 대열에 합류시킨 게 급선무다. 또 민주당이 당론으로 전북예산 삭감 문제를 채택, 끝까지 관철시켜 나가겠다고 공개 성명을 발표해야 한다. 전북 민주당 국회의원들은 단식투쟁중인 이재명 대표의 눈치만 살피지 말고 사즉생(死卽生)의 각오로 삭감된 새만금 예산을 부활시키도록 해야 한다. 도민들은 꼬박꼬박 세비나 타 먹는 존재감 없는 셀러리맨 국회의원들을 다음 총선 때 갈아엎어야 한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 오피니언
  • 백성일
  • 2023.09.17 18:36

도의회 '미친 존재감' (?)

도의회 국주영은 의장이 지난해 7월 취임식 때 받은 축하 화분 100여 개를 아름다운가게 전북본부에 기증했다. 화분을 의미있게 활용하는 것이 보내주신 분들의 마음을 제대로 헤아리는 것이라며 공인의 자세를 강조했다. 사상 첫 여성 의장의 관록과 함께 특유의 섬세함을 통해 도정 현안 해결의 지렛대 역할을 기대했다. 하지만 그가 취임할 당시 윤석열 정부 출범과 맞물려 야당 텃밭 도의회 수장으로서 결기와 돌파력엔 의문부호를 가졌던 것도 사실이다. 5년 만에 정권 교체가 이뤄짐으로써 민주당 정권의 든든한 우군이었던 전북으로선 야당 설움을 뼈저리게 경험한 터라 내심 걱정이 되기도 했다. 그런 상황에서 그의 정치적 역량은 시험대에 올랐지만 ‘미친 존재감’ 에 대한 평가가 의원들과는 대조적이라 주목된다. 무엇보다 민선 8기 주역들의 역대급 협치 분위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도의장 존재는 밀릴 수밖에 없다. 10년 넘게 이어진 불편한 기류가 하루아침에 해빙 무드로 바뀌자 전북도와 도교육청, 전주시청의 현안 사업이 탄력을 받으면서 언론의 주목도를 높인 것이다. 특히 김관영 지사와 여당 정운천 의원의 찰떡궁합은 굵직굵직한 현안 해결에도 물꼬를 터줬다. 그에 반해 도의회는 산하기관장 인사청문회 때 ‘반짝 관심’을 빼곤 이렇다 할 이슈가 없어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했다. 덩달아 의장도 공식 행사에서 의전용 자리만 지키고 인사말 정도가 고작이다. 지역 정치의 대표 수장으로서 존재감이 떨어져 도민들 눈엔 조연 역할에 머문다는 인식이 강하다. 원래 겸손한 성격 때문인지, 아니면 평소 나대지 않고 묵묵히 일하는 스타일이라 그런지 주도적이고 강렬한 모습은 좀처럼 보기 어렵다. 그러나 지금은 때가 때인지라 여성 의장으로서의 한계를 뛰어넘는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국면이다. 잼버리 파행을 빌미로 정부 여당의 총공세가 도를 넘어서면서 새만금 예산이 대폭 삭감돼 표류 위기에 직면했다. 공은 이제 국회로 넘어갔다. 예산 원내 투쟁은 아무래도 도의원 마당발 인맥이 먹힐 것 같다. 지역 국회의원과 소통이 긴밀해 화력 집중에 유리한 측면이 있다. 정치인들은 여의도 국회와 정당에서 한솥밥을 먹는 처지라 뭔가 통하는 데가 있다. “물이 들어올 때 노를 저어야 하는” 도의원들은 모처럼 만에 국회의원에 버금가는 발군의 활약을 보이고 있다. 맨투맨 방식을 통해서라도 새만금 예산을 회복 시켜야 하는 상황에서 그들은 이름값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잼버리를 둘러싸고 사면초가에 놓인 이 때 의원 20여 명이 두 차례 삭발을 통해 기재부 청사를 항의 방문하고 의회 청사에선 천막 단식 릴레이 농성을 벌이고 있다. 아직도 분을 삭이지 못하는 도민들의 억울함과 무력감을 돌이켜 보면 삭발 아니라 더 강력한 투쟁도 부족한 상황이다. 도의장에게 취임 축하 화분을 보내준 의미도 제대로 된 역할을 하라는 것이다. 누구보다 앞장서야 할 때다. 김영곤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영곤
  • 2023.09.14 17:44

김대중죽이기, 새만금죽이기

사람이 살면서 먹기 싫은 음식은 꾹 참고 먹을 수가 있는데, 꼴보기 싫은 사람을 보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평소 자신을 이유없이 미워한 사람을 보기만 해도 기분이 나빠지는 법인데 하물며 자기를 죽이려 했던 자를 용서하는 것은 거의 세인트(Saint 성인)의 반열에 오른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자신에게 사형선고를 내리고 아들은 고문 후유증으로 평생 불구자로 지내야하는 악행을 했던 전두환을 용서한 DJ(김대중 전 대통령)가 대표적인 사례다. 내년이면 김대중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이 되는데 이를 기념해 지난 12일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국제학술대회가 열렸다. 삶의 궤적이 유사한 세 지도자(김대중, 브란트, 만델라)를 조명하는 행사인데 이들의 삶을 관통하는 대표적 메시지는 통합이다. 평생 숱한 고난이 있었지만 훗날 대통령이 되고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DJ는 한마디로 김대중 죽이기를 이겨낸 인동초였다. 1995년 2월 강준만 당시 전북대 교수가 펴낸 책 한권이 정치권은 물론, 한국사회를 강타했다. 도서출판 개마고원에서 펴낸 ‘김대중 죽이기’ 였다. 발간 당시 한권에 6500원이던 이 책은 숱한 화제를 뿌렸다. 모두가 알면서도 꺼려했던 지역감정의 뇌관을 정면으로 건드린 때문이다. “만일 광주항쟁이 대구나 부산에서 일어났더라면 어떻게 됐을까” 하는 식으로 말이다. 김대중을 대통령병 환자로, 좌익용공분자로 프레임을 씌운 것 등이 거론했다. ‘호남 차별’을 지역감정이란 말로 뭉뚱그리는 정치적 효과를 분석했다. 그런데 언젠가 정주영이 이런 말을 했다. “이승만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남쪽 반만 통치했고, 박정희 대통령은 그 반쪽을 다시 동서로 나누어 통치했으며, 전두환 대통령은 그중 동쪽을 다시 경남북으로 나누어 경북만 통치했고, 노태우 대통령은 마침내 경북마저도 대구와 경북으로 갈라놓았다는 이야기가 있다.” 전적으로 동의하긴 어려워도 딱히 틀린것만도 아니다. 요즘 전북지역에서는 온통 새만금죽이기 논란이 화두다. 수십년전 정치권에 나돌던 내부식민지론을 들먹이는 이들도 있다. “한국은 경상도 재벌자본주의가 전라·충청·경기·강원·제주를 내부식민지로 삼아 지배하는 나라”라는 말도 안될 것 같은 해괴한 논리가 다시 거론된다. 낡은 이론, 편협한 정치적 선전문구에 불과한 것처럼 보이는 내부식민지론, 지역등권론이 거론되는 이유는 과연 무엇인가. 힘 약한 전북 하나를 제물삼는 듯한 일련의 정책기조 때문이다. 새만금 사업은 전면 부정 당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기재부는 내년도 새만금 예산 사업을 무려 78%나 삭감했는데 단순히 사업 예산 칼질이 문제가 아니다, 지난 34년간 정파를 넘어서 국책 사업으로 일관되게 추진해온 새만금 개발을 일거에 부정하면서 180만 도민의 자존심이 뭉개졌다는 자괴감이 만연하고 있다. 오래전 잊혀진 듯 했던 김대중죽이기 현상이 수십년만에 이제 새만금죽이기로 다시 나타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위병기
  • 2023.09.13 16:28

소리축제의 뿌리

“판소리의 세계는 광범위하고 표현력이 강하다. 가사의 내용을 모두 이해할 수는 없지만 변화 있는 리듬을 끌어나가는 기법이 기술적이고 인상적이다.” 오래전 전주세계소리축제에 초청된 미국의 재즈뮤지션 이안 라쉬킨은 젊은 소리꾼과의 즉흥연주를 준비하며 판소리를 이렇게 평했다. 2004년 전주세계소리축제에서 특별히 주목받은 무대가 있다. ‘판소리와 재즈’. 한해 전 신나라레코드사가 전라북도와 손잡고 내놓은 음반 <판째>를 무대로 옮겨내는 흥미로운 기획이었다. 무대에는 음반 작업을 주도했던 음악감독 이안 라쉬킨과 릴 윌슨, 에반 부엘러, 조쉬 스튜어트, 크래그 플로리 등 미국의 재즈 뮤지션과 장문희 임현빈 정은혜 이상호(고수) 등 젊은 소리꾼이 함께 섰다. 연주곡은 ‘진도아리랑’ ‘성주풀이’ 등 민요와 ‘수궁가’를 비롯한 판소리 다섯 바탕의 눈대목. 한국전통음악을 소재로 한 재즈 음반 '조선지심'을 냈을 정도로 한국음악에 대한 관심과 식견이 높은 이안이 편곡한 곡들이었다. 우리 음악과 서양음악의 결합은 그 이전부터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재즈 역시 한국전통가락과 비슷하다 하여 김덕수사물놀이패나 이생강의 대금사물놀이가 일찍이 접목을 시도했었다. 그러나 그해 판소리만으로 재즈가 결합하는 무대는 새로웠다. 기왕의 크로스오버 작업이 우리소리를 바탕으로 다양한 장르를 결합하는 형식이었다면 이 무대는 ‘판소리’와 ‘재즈’라는 독립적 영역의 음악을 집중적으로 융합하는 적극적인 협업(?)이었기 때문이다. 무가로부터 온 판소리나 흑인 민속음악으로부터 발전된 재즈는 즉흥성을 모태로 공통적 특성이 적지 않은 장르. 표현력 강한 이들의 결합은 확실히 더 흥미로웠다. 스물두 번째 전주세계소리축제가 9월 15일 막을 올린다. ‘상생과 회복’을 주제로 한 열흘 동안의 여정이 풍요롭다. 프로그램의 두 축은 역시 전통음악과 월드뮤직이다. 그 절정에 우리의 판소리가 있다. 그중에서도 김일구 김수연 정순임 신영희 조상현 명창이 이어갈 ‘국창열전’은 완창판소리를 내세운 세 시간짜리 소리판이다. 득음의 경지를 향한 소리꾼들의 고행은 ‘완창판소리’로 더 확연하게 드러난다. 다섯 명 명창들의 무대가 더 기대되는 이유다. 돌아보면 전주세계소리축제는 판소리의 존재로 그 의미를 얻었다. 판소리 대중화다 세계화다 하여 장르의 경계를 넘어서는 다양한 형식이 꾸준히 시도되고 있지만, 그 바탕은 아무래도 전통판소리의 ‘건재’여야 한다. 판소리의 판은 무대와 객석이 따로 가지 않는다. 무대 위에 서는 소리꾼은 치열한 자기 세계로 객석과 소통하고 객석은 소리꾼의 몸짓에 화답한다. 올해 축제가 판소리를 더 주목하게 되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 김은정 선임기자

  • 오피니언
  • 김은정
  • 2023.09.12 17:36

행정의 연속성이 무너지면

지자체장이 바뀌면 어김없이 도시의 청사진이 바뀐다. 시민들은 혼란스럽다. 갑자기 중단되고 180도 바뀌는 도시계획이 미덥지 않다. 새로 선출된 지자체장이 전임자의 역점 사업을 뒤집는 사례가 적지 않다. 전임자의 정책이 정말 터무니없거나 추진이 불가능해졌다면 당연히 새로운 방향을 찾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철학이자 공약이라는 이유로 이미 진행 중인 사업까지 중단하고, 방향을 바꿔놓는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천년도시 전주가 여태껏 그랬다. 전주종합경기장 개발사업이 대표 사례다. 예상치 못한 청사진이 불쑥 나오고, 용두사미로 사라지면서 혼란만 키웠다. 전주시가 최근 ‘종합경기장 이전 및 복합단지 개발사업 변경계획 동의안’을 시의회에 제출했다. 사업 변경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63년 건립돼 전주의 중심부를 지켜온 종합경기장은 21세기 들어 시설 노후화에 따른 이전과 부지개발사업이 논의됐다. 2005년 전북도가 전주시에 부지를 무상양여한 게 시작이었다. 이후 2012년 전주시는 종합경기장 부지에 민간사업자가 쇼핑몰과 호텔 등 상업시설을 짓고, 대신 외곽에 육상경기장과 야구장을 건립해 전주시에 기부하기로 하는 내용의 협약을 롯데쇼핑과 체결했다. 하지만 2014년 당선된 김승수 전 시장이 롯데쇼핑과의 협약을 무시하고, 민간투자가 아닌 재정사업으로 사업방식을 변경하겠다고 밝혀 전북도 및 기업과 마찰을 빚었다. 이후 2015년 전주시는 종합경기장을 뉴욕의 센트럴파크처럼 도심 속 시민공원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리고 지난해 3월에는 ‘종합경기장 정원의 숲 조성사업 착공식’까지 개최했다. 무슨 의도인지 임기 말에 추진하지도 못할 사업의 착공식을 거창하게 연 것이다. 그리고 민선 8기 우범기 시장은 중단됐던 롯데쇼핑과의 협의를 다시 진행시켰다. 결국 전임 시장의 행정행위를 무시하고 추진한 김 전 시장의 청사진은 한 순간에 물거품이 됐다. 그 사이 사업은 논란 속에 한 발짝도 떼지 못했고, 행정력과 예산만 낭비한 꼴이 됐다. 민선 8기 새 단체장도 다르지 않다. 이미 확정돼 1년 가까이 공사가 진행되던 전주 백제대로 자전거 전용차로 조성사업을 지난 5월 전격 중단하고, 백지화 수순을 밟았다. 시민 민원을 그 이유로 들었지만 한창 진행 중인 사업을 되돌려야 할 정도로 반발이 거셌던 것도 아니다. 결국은 새 단체장이 행정의 연속성보다는 자신의 도시개발 철학을 앞세운 것이다. 매번 이런 식이라면 지역의 미래와 연계되는 대규모 사업은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게 된다. 언제 중단되고 변경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전주시가 지역사회 대변혁을 이끌겠다며 민선 8기 공약으로 제시한 주요 사업 상당수는 민자사업으로 추진된다. 대표적으로 전주 관광케이블카와 드림랜드 현대화 사업이 꼽힌다. 수백억 규모의 민자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먼저 행정의 연속성과 공신력이 담보돼야 하지 않을까. / 김종표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종표
  • 2023.09.11 15:31

소선거구제의 폐단

정부가 내년도 새만금 국가 예산을 78%나 삭감하자 도민들이 새만금사업을 하지 말라는 것이나 다름없다 면서 총궐기에 나섰다. 특히 정치권과 도민들이 성난 것은 잼버리 실패를 새만금사업 예산으로 귀결시켜 예산을 삭감하면서 그 반발이 커졌다. 잼버리대회를 새만금에서 치렀지만 새만금사업과 전혀 무관, 견강부회(牽强附會)치곤 너무했다. 2011년 MB 때 수립한 기본계획을 한덕수 총리가 2025년까지 다시 수립토록 국토부와 새만금개발청에 지시한 건 잘못이다. 예타 면제를 받은 새만금신공항건설 예산을 대폭 삭감하고 서울지방항공청이 공항건설사업 입찰을 중단해 사업이 전면적으로 멈춰섰다. 새만금사업 가운데 공항 항만철도 건설은 SOC사업 핵심사업으로 이 중 하나라도 중단되면 새만금사업은 실효성을 잃게 된다. 지금 새만금 관련 예산이 대폭 삭감돼 도민들의 상실감이 크지만 이를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고 극복하면 전북이 다른 지역처럼 발전할 수 있다. 현 윤석열 정부가 내년도 국가 예산을 편성해서 국회심의를 올리는 건 정치적 행위다. 세수 부족으로 긴축재정에 나선 정부가 국책사업인 새만금 관련예산을 대폭 삭감해 다른 지역 사업으로 나눠준 것은 정치적인 의도가 명백하다. 지난 7월 정부가 새만금을 이차전지특화단지로 지정해 개발에 부푼 꿈을 갖게 해 놓고 뜬금없이 새만금 예산을 대폭 삭감한 것은 모종의 계략이 있어 보인다. 지난 대선 때 전북에서 윤석열 후보가 14.4%의 지지를 받았다. 도토리 키 재기처럼 보이지만 호남서 가장 높았다. 국힘 정운천 의원은 그 당시 선거 결과를 놓고 20%만 되었어도 하는 아쉬움을 나타냈다. 하지만 민주당 정서가 강한 전북에서 이 같은 결과가 나온 것을 큰 성과로 보는 사람도 있었다. 전북은 진보정권 때도 찬밥이었다. 광주전남 들러리 서기에 바빴을 뿐 전북 몫을 차지한 것은 별로였다. 이 같은 상황에서 보수 쪽 윤석열 정권한테 기대를 건 것은 연목구어(緣木求魚)나 다름없다. 이게 바로 전북 정치의 딜레마다. 전북은 믿었던 진보정권한테도 업신여김을 당하고 더더구나 국힘 지도부와 교감조차 못해 진퇴양난에 빠졌다. 지금부터라도 정치적 지형을 바꿔야 한다. 이대로 소선거구제로 가다가는 백년하청이 된다. 중대선거구제로 바꿔 여야가 경쟁해야 전북이 국가 예산을 제대로 확보할 수 있다. 전북인들이 대폭 예산이 삭감되었기에 총궐기에 나선 건 이해가 가지만 전북 발전전략을 생각하면 강원도나 충북처럼 갈아엎을 때는 사정없이 판을 갈아엎어야 한다. 강원도는 20대 총선 때 민주당 1석 새누리 7석이었던 의석수를 21대서 민주당 3석 미래통합당 4석 무소속 1석으로 대폭 바꿔줬다. 충북도 20대 때 민주당 4석 새누리당 4석을 21대 때는 민주당 5석 미래통합당 3석으로 균형을 잡아줬다. 그 결과 두 지역은 국가예산이 괄목할 만큼 신장, 전북보다 인구가 적은 강원도는 10조가 목표다. 강원도처럼 소선구제 하에서 여야로 바꿔줄 수가 있으면 괜찮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중대선거구제로 가야 한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 오피니언
  • 백성일
  • 2023.09.10 17:40

함씨네 경영난의 뿌리

토종 콩 향토 기업 ‘함씨네' 살리기를 위한 범도민 운동이 마지막 불꽃을 태우고 있다. 지난 6일 공장 경매에 따른 법원의 강제 인도 집행이 일단 연기됐다. 오로지 건강 밥상을 위한 함씨네의 순수한 열정이 멈추지 않도록 자금 마련의 현실적 대책이 절실하다며 운동본부 측은 다시 한번 도민들에게 호소했다. 어느 날 14살 자식이 갑자기 쓰러져 매일 두 차례씩 주사를 맞아야 하는 상황에서 어머니가 할 수 있는 건 몸에 좋은 밥상뿐이었다. 쥐눈이콩을 활용한 청국장 개발 등 건강한 먹거리가 이런 가정사에서 비롯됐다. 덕분에 한때는 대형 마트에 납품하는 등 큰 돈을 만질 수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GMO(유전자변형)의 해독성을 알고 수입산 보다 5-10배 비싼 국산 식자재만 고집하며 운영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그래도 건강한 먹거리를 위한 꿈은 포기하지 않았다. 물론 쉽지 않은 경영 여건도 빼놓을 순 없지만 함씨네 내리막길의 결정적 계기는 2017년 전주 한옥마을 전통 식당을 위탁 운영하면서다. 맛의 고장 전주 음식의 맥을 잇는다는 자부심 하나로 온갖 어려움을 버텨내던 시기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시청 공무원들의 점심 식사비 마찰로 인해 전주시와의 껄끄러운 관계가 결국 발단이 됐다는 것. 평일 손해 본 장사를 그나마 주말 전통 혼례식의 피로연 수입으로 겨우 때우고 있는데 돌연 외부 업체 출장뷔페가 허용되면서 운영난에 직면했다. 괘씸죄에 걸렸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사비 1억을 투자해 리모델링을 통한 지역 대표 식당을 꿈꿨으나 무위에 그쳤다. 시와 마찰 과정에서 발생한 밀린 임대료와 과태료로 인해 금융권 대출이 막히고 부실기업이란 이미지가 씌워져 주위의 도움마저 끊기는 결과로 이어졌다. 필자도 오래 전 건강 밥상 맛집이란 소문을 듣고 전주 IC 부근 함씨네 식당을 자주 찾았다. 20여 년 전만 해도 콩 음식과 나물 야채 위주 식단이 낯설었지만 맛있고 건강식품이라 해서 즐겨 먹었다. 건강 밥상과 신토불이 농산물에 대한 사회 인식이 높아지던 때였다. 실제로 국내산 재료만 고집하다 단가를 맞추지 못해 대형마트 납품을 포기하고, 코로나까지 덮쳐 학교 급식마저 끊기면서 적자 폭은 감당할 수 없을 정도였다. 오죽했으면 당시 함 대표는 아들과 함께 김승수 시장을 찾아가 무릎 꿇고 기회를 달라고 읍소하는 등 살아남기 위한 피나는 노력을 기울였다고 한다. 폐업 위기에 처한 '함씨네 살리기‘ 운동은 각계에서 들불처럼 번지고 있으나 역부족인 상황이다. 토종 콩 연구·개발과 건강한 먹거리 생산에 힘써온 함씨네 경영난이야말로 외국산 식자재가 판치는 현실에서 시사하는 바 크다. 따지고 보면 행정 갑질이 불씨를 키웠다는 지적과 함께 입만 열면 기업 유치를 외치는 자치단체가 악조건 속에서 성장한 향토 기업 하나를 살리지 못하고 외면한 건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함 대표 트레이드 마크가 하얀 동그란 모자에 환한 미소였는데 그 모습을 다시 볼 수 있을지 궁금하다. 김영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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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곤
  • 2023.09.07 18:11

지역감정의 설계자

‘사막의 여우’ 제2차세계대전 당시 독일 육군 원수 에르빈 롬멜을 지칭하는 별명인데, 오죽하면 윈스턴 처칠 조차도 적장에 대해 “전쟁의 참상과는 별개로 평가한다면, 저는 롬멜을 위대한 장군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국내 선거판에서도 일찌감치 여우가 있었는데 엄창록, 바로 그다. 동교동측 특급참모였던 그는 1971년 대선 직전 갑자기 사라졌는데 얼마후 영남지역 전봇대에 매우 휘발성 강한 유인물이 나붙었다. “호남인이여 단결하라” 이는 호남향우회 등에서 뿌린게 아니었다. 지역감정을 자극해 영남쪽 몰표를 노린 지역감정의 설계자가 놓은 덫이었다. DJ 진영에서는 이를 (여당에 포섭된)엄창록의 작품이라고 확신한다. 1992년 대선 직전인 12월 11일 부산 지역 유지들이 모여서 당시 민주자유당 후보였던 김영삼을 당선시키기 위해 지역감정을 부추기자고 한 소위 초원복집 사건도 그 연원은 사실 선거판의 여우이자 지역감정의 설계자 엄창록의 전략을 살짝 컨닝한 것에 불과했다. 내년 4월 총선이 다가오면서 정치권은 그야말로 올인 태세다. 정계 실력자들은 말 한마디, 제스처 하나도 쉽게 구사하는게 아니다. 당장 별 의미가 없어보여도 훗날을 염두에 둔 심모원려한 포석이다. 전북은 요즘 민심이 들끓는 정도가 아니라 폭발직전의 심각한 상황이다. 무려 33년 전부터 시작돼 일정한 로드맴에 의해 추진중인 새만금사업이, 불과 6년전 갑자기 하나 끼워넣은 잼버리로 인해 중단위기에 직면한 때문이다. 정부 각 부처에서 면밀한 검토를 거쳐 편성된 새만금SOC 관련 예산이 기재부 심의단계에서 무려 78%나 싹뚝 잘린것을 목도한 도민들은 충격과 허탈 그 자체다. 잼버리 실패를 빌미로 이렇게 한 것인데 한편에서는 내년 총선을 염두에 둔 고도의 외곽때리기 전략으로 해석한다. 기재부장관은 하나의 집행자에 불과할뿐 실질적 디자이너는 지역감정의 설계자라는 것이다. 폐부를 찌르는 정확한 분석이 아닐 수 없다. 호남권을 통틀어봐야 집권여당은 잘해야 한두석 얻을텐데 구태여 가성비 낮은 곳에 투자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가덕도 신공항을 필두로 한 영남권 예산폭탄이 그냥 나온게 아니다. 귀여운 자식 하나만 대학에 보내고 다른 자식들은 학업을 중도포기하겠다는 메시지다. 다만 수도권의 경우 적은 표 차이로 당락이 좌우될 소지가 큰데 상대적으로 호남 출신 유권자 비중이 크다는 점에서 호남을 하나로 단결시키는 것은 위험하다. 그래서 제시된 카드가 전북을 희생양 삼은 호남갈라치기 전략이다. 야당인 민주당에서는 “새만금SOC 없는 예산안 통과는 없다”고 호언장담 하는데 상대적으로 많은 예산을 확보한 타 시도 국회의원들의 진정성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문제다. 사소한 듯 해도 새만금 SOC 예산안 편성의 이면엔 지역감정의 설계자가 있을 수 있다. 훗날 역사는 그 디자이너를 찾아낼 수 있을까.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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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병기
  • 2023.09.06 15:01

'퍼네이션'의 진화

기부문화가 다양한 형식으로 변하고 있다. 기부문화의 진화다. 그중에서도 모바일 시대, 새로운 소통 방식으로 자리 잡은 소셜미디어가 가져온 ‘소셜기부’의 성과는 놀랍다. 우리나라 ‘소셜기부’는 비영리단체인 굿네이버스가 기획한 ‘소셜 100원의 기적’이 시작이다. 이 단체는 페이스북과 트위터, 미투데이로 맺어진 12만여 명의 소셜미디어 친구들을 활용해 진행해온 신개념 나눔 프로젝트 '100원의 기적' 캠페인을 2012년 페이스북 애플리케이션으로 개발해 소셜기부운동을 본격화했다. 첫 번째 목표 '미얀마 빈민 지역 놀이터 건립을 위한 모금'은 짧은 시간에 당초의 목표액을 훌쩍 넘겼으니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그 뒤 소셜기부는 일상에서 나눔을 생활화하는 기부문화의 통로가 되었다. 더 새로워진 기부문화가 있다. 시작된 지 오래지만, 이 역시 모바일 덕분에 확장되고 있는 ‘퍼네이션’이다. 퍼네이션은 Fun(재미)과 Donation(기부)을 결합한 신조어다. 쉽고 즐겁게 참여하고 기부도 하는 문화를 이른다. <트렌드 지식사전>의 저자 김환표는 퍼네이션을 ‘얼마를’ 기부하느냐보다 ‘어떻게’ 기부하는지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분석한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성공적인 퍼네이션 사례를 자동전화모금(ARS) 기부로 꼽는다. 실제 ARS 기부는 TV프로그램이나 이웃돕기 모금에 활용되면서 일상에 자리 잡았다. 흥미로운 것은 웹이나 모바일 플랫폼이 만들어지면서 퍼네이션이 운동, 게임, 행사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관심을 끄는 퍼네이션이 있다. 월드비전의 ‘글로벌 6K 러닝 for water’ 캠페인이다. 물을 얻기 위해 매일 평균 6km씩 걸어 다닌다는 아프리카 르완다 아이들 대신 참가자들이 6km를 걷거나 달리면 아이들에게 깨끗한 물을 기부할 수 있는 프로젝트다. 일정한 참가비가 있으나 건강도 챙기면서 즐겁고 기부도 할 수 있으니 일석삼조다. 영국자선지원재단(Charities Aid Foundation, CAF)은 2010년부터 해마다 세계 120여 개국을 대상으로 기부와 관련된 설문을 조사해 세계기부지수를 발표한다. 지난 5월 CAF가 발표한 ‘2022 세계기부지수’에 따르면 우리나라 기부지수 순위는 88위다. 2021년의 실적(?) 110위보다 높아졌지만, 여전히 하위권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올해 초 발간한 ‘공익활동 활성화를 위한 제도개선방안’보고서나 통계청 조사에서도 우리나라의 기부문화는 오히려 하락 추세에 있다. 퍼네이션이 빠른 속도로 진화하고 있다. 이들 퍼네이션 플랫폼이 우리나라를 기부 문화 후진국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하는 통로가 되었으면 좋겠다. /김은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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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정
  • 2023.09.05 17:40

상실의 시대, 전북

‘나는 지금 어디에 있지? 짐작도 할 수 없다. 도대체 여기가 어디란 말인가?’ 우리나라에서 ‘상실의 시대’라는 제목(원제 ‘노르웨이 숲’)으로 출간돼 큰 인기를 끈 일본의 유명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자전적 소설은 이렇게 마무리된다. 삶의 방향을 잃고 공허한 눈빛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주인공을 묘사하면서⋯. 소설은 청춘의 주인공과 주변 인물들이 삶 속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불쑥불쑥 찾아오는 죽음을 통해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면서 겪는 상실감이 바탕에 깔려 있다. 지금 전북도민의 심경이 소설 말미의 주인공 모습과 닮아 있다. 허무하고 허탈하다. 허망하게 밟히고, 빼앗기고, 잃었다. 다시 ‘상실의 시대’다. ‘어디서나 살기 좋은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며 균형발전을 외치던 정권은 졸렬한 억지 주장을 내세워 가장 먼저 챙겨야 할 곳을 가차 없이 짓밟고 있다. 지역사회가 기능을 완전히 상실한 채 사라지는 ‘소멸의 시대’가 앞당겨질까 걱정이다. 20세기 산업화 시대, 철저히 소외돼 상실의 시대를 살다가 부여잡은 기회의 땅 새만금에 30년 넘게 공을 들이며 집착했다. 계획대로라면 진작 번듯한 수변 관광도시가 돼 있어야 할 곳이다. 그랬다면 그곳에 야영장이 설치되는 일은 절대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러지 못했고, 행여 도움이 될까 기대했던 국제행사는 되레 새만금의 발목을 잡았다. 정부가 새만금 SOC 예산 칼질에 이어 아예 기본계획을 재수립하기로 했다. 잼버리와 무관하다고 밝혔지만, 오비이락(烏飛梨落)이 아니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안다. 하필 이 시점에 20년 넘게 시민의 사랑을 받아온 전주 KCC이지스 프로농구단이 연고지를 부산으로 옮겼다. 일사천리였다. 구단에 지역을 떠날 명분과 구실을 쥐어준 전주시에 비난의 화살이 쏠린다. 체육관 신축과 관련해 지자체의 속 터지는 행보를 기업 시각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제 와서 책임을 따지고, 떠나간 구단과 기업을 성토한들 뭐가 달라지겠는가. 부질없다. 떠나지 못하는 농구팬과 시민의 상실감을 보듬는 게 먼저다. 추석이 코앞인데 농도 전북의 민심이 바닥부터 흔들린다. 대책 없는 쌀값 폭락에 풍년이 들어도 농심은 근심이다. 상황이 이 지경인데도 온몸으로 울부짖는 리더가 없다. 그저 시늉만 낸다. 민심을 오롯이 담아내지 못한 선출직들의 공허한 외침은 상실감만 키울 뿐이다. 지역의 미래를 위해 청년들을 억지로라도 붙잡아보려 했다. 그런데 이제 떠나려는 그들을 붙잡을 논리도 힘도 없다. 상실감에 빠져 무기력해진 도민의 감정이 여기저기서 분노로 표출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을 바꿔낼 힘이 없는 분노는 오래가지 못한다. 지금 그나마 분출되는 분노의 에너지를 모아내 희망으로 승화시키지 못한다면, 갈 곳 없는 그 미약한 기운은 결국 좌절과 체념으로 사그라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어느 순간 그 체념이 아주 편안하게 다가올까 걱정이다. / 김종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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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표
  • 2023.09.04 13:46

민주당 의지에 달린 전북예산

여야가 내년 4월 총선에 사활을 걸었다. 국힘은 지난 대선 때 0.73% 차로 신승을 거뒀으나 민주당이 168석으로 국회 권력을 장악해 자신들의 의지대로 국정 운영을 할 수 없다면서 국민들한테 기회 있을 때마다 힘을 실어달라고 지지를 호소한다. 민주당은 검찰 독재정권이 국정 운영을 파탄냈다면서 정권 견제를 위해 민주당을 지지해달라고 요구했다. 정부가 잼버리 실패에 따른 전북 책임론을 집중 부각시켜 새만금 관련 예산을 대폭 삭감한 것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그 이유는 선거 때마다 전북에서 민주당 일당독식구조를 만들어줬고 새만금사업을 돈 잡아먹는 하마 정도로 인식시켜 대폭적인 예산 삭감을 강행했던 것. 특히 정부여당이 새만금 예산을 지원한다고 해도 내년 총선 때 전북에서 표 나올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 차라리 그럴 바에는 더 많이 표가 나올 수 있는 지역에 예산을 쏟아붙는게 낫다는 전략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도민들은 연일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정부와 국힘을 성토하기 바쁘다. 실컷 윤석열 대통령도 후보시절부터 새만금에 기업들이 바글거리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공언해왔는데 무슨 이유로 돌변해 새만금 관련 예산을 78%나 대폭 삭감시켰는지 이해가 안간다 면서 전북은 이 나라가 아니냐 고 불만을 떠뜨렸다. 특히 정부가 최근 새만금을 이차전지 특화단지로 지정하자 기업들이 9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나서면서 개발 붐이 일고 있는데 새만금 SOC 관련 예산을 싹둑 자른 것은 새만금사업을 하지 말라는 것이나 다름 없다고 강력 반발했다. 문제는 정부예산안이 국회로 이송되었기에 국회 심의과정에서 민주당이 전북의 억울한 측면을 얼마나 잘 대처해주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지금까지 전북 정치권이 대응한 것은 계란으로 바위치기식이었다. 국회의원이나 지방의원들이 일사분란하게 사즉생(死卽生)의 각오로 똘똘 뭉쳐 삭발투쟁에 나서는 등 강력 대응 했어야 했지만 그 타이밍을 놓쳤다. 지난 주말 전북출신 민주당 의원들이 광주출신 박광온 원내대표를 만나 전북민심이 폭발 일보직전에 놓여 있다고 전하면서 당에서 사태 해결에 나서주도록 요청했다. 그간 민주당을 일관되게 지지했다가 이런 일이 생겼기 때문에 민주당이 당론으로 채택, 강하게 대응토록 해야 한다. 특히 새만금핵심사업인 공항신설사업이 착공단계에서 멈추면 새만금개발사업이 전반적으로 뒤틀릴 수 있기 때문에 민주당이 책임짓고 사태 해결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간 보수정권마다 광주전남북이 민주당으로 똘똘 뭉친 것에 불만을 갖고 뭔가 갈라치기해서 새판을 짤려고 했다. 다른 때와 달리 잼버리 실패에 따른 전북 책임론을 집중 부각시키면 어느 정도 명분이 맞아떨어졌다고 판단, 보수 대결집을 위해 새만금 관련 예산을 대폭 삭감해서 다른 지역 SOC 사업 예산을 증액시켰던 것이다. 지금은 도민들이 총궐기해서 민주당으로 하여금 삭감된 예산을 증액토록 촉구하는 작전을 펼쳐야 한다. 그래도 제 역할을 못하면 내년 총선 때 낙선시켜야 한다. 도민들이 이번 위기를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고 극복 못하면 전북은 영설 땅이 없게 된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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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성일
  • 2023.09.03 17:37

새만금 잼버리의 뒤끝

잼버리 파행 책임을 둘러싼 ‘전북 덤터기’ 는 결국 새만금 예산 칼질이었다. SOC 사업 내년 예산이 기재부 심사에서 75%나 삭감됐다. 마치 잼버리 파행에 대한 그 책임의 연장선상에서 이뤄진 것처럼 분위기를 몰아가고 있다. 타시도 현안 사업 예산의 증가와 대조를 이루면서 새만금은 올스톱 위기에 놓였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고 내년 출범 예정인 전북 특별자치도까지 들먹이고 있다. 중앙 유력 언론에서 "잼버리도 제대로 못하면서 무슨 특별자치도냐" 며 자격 시비를 끄집어낸 것이다. 전북 책임론 공격 패턴과도 같다. 최근 흐름은 국제적 망신을 자초해 강하게 일었던 정부와 조직위 책임론이 양상이 전혀 다른 방향으로 급선회하고 있다. 잼버리 초반 파행 책임 논란의 중심에 섰던 5인 공동위원장 체제 문제점과 조직위 운영의 무사안일함, 김현숙 장관의 무책임한 언행 등은 전북 책임론이 급부상하면서 자취를 감췄다. 30년 넘게 진행된 국책 사업 새만금을 잼버리 파행과 꿰맞추려는 움직임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전북도에 대한 감사원 감사의 ‘표적 논란’ 이 끊이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잼버리 파행의 책임 소재를 가려야 할 상황에서 갑자기 새만금 사업으로 국민들의 시선을 돌려 융단폭격을 가했다. 자연스레 정부 책임론이 잦아들면서 대신 전북이 도마에 오른 셈이다. 전라북도 입장은 처음부터 명확했다. 김관영 지사가 밝혔듯이 감사 결과에 따라 귀책 사유가 나오면 책임을 감수하겠다는 자세였다. 새만금 야영지에서 조기 철수하면서 전북에 대한 총공세는 본격화됐다. 파행 책임을 개최지인 전라북도로 사실상 규정하고 이를 비판하는 정치권 성명과 중앙 언론 기사들이 쏟아졌다. 일각에선 초기 논란을 잠재우고 안정을 되찾아가는 새만금에서 태풍 변수로 인해 갑작스럽게 철수한 배경을 놓고 설왕설래했다. 미처 준비가 안된 채 군사 작전하듯 강행한 시도 분산 배치도 혼란과 시행착오를 겪긴 마찬가지였다. 비록 대원들이 최신식 숙소와 풍부한 먹거리, 엄선된 관광 문화 체험을 통해 융숭한 환대를 받았지만 근본적으로 ‘야영대회’ 라는 잼버리 취지는 무색해졌다. 한쪽에선 11월 개최지 선정을 앞두고 2030 부산엑스포 유치에 불똥이 튀는 걸 차단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한다. 단지 개최지란 이유로 새만금과 전북은 책임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정치권 셈법은 이런 배경을 감안해 치고 빠지기를 반복한다. 국민의힘이 거세게 몰아붙인 강공 모드는 그동안 공들인 노력과는 180도 달라진 태도다. 심지어 이젠 전북을 포기했나 싶을 정도로 맹공을 퍼부었다. 실제 자신들에겐 이곳이 전통적으로 취약지인 데다 민주당 강세인 점을 고려하면 화력은 더욱 불을 뿜을 것으로 예상된다. 관건은 국회를 장악한 168석 거대 민주당 의원의 역할이다. 예산 심의에서 새만금 사업 예산을 살려놓지 못하면 텃밭으로 독점적 지위를 누렸던 민주당의 존재 이유는 희미해지고 엄중한 심판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김영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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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곤
  • 2023.08.31 17:16

강남8학군과 에코시티

서울시 종로 북촌길에는 정독도서관이 있는데 원래 경기고가 있던 자리다. 60년대말부터 70년대초 경기고는 졸업생의 절반이 넘는 300명 이상이 해마다 서울대에 합격하는 유일한 고교였다. 서울고, 경복고가 200명 안팎의 합격자를 내면서 경기고와 함께 3대 명문고로 불렸다. 전북에서는 유일하게 전주고가 경기여고, 경남고, 부산고, 경북고, 광주일고 등과 더불어 100명 이상의 서울대 합격자를 내면서 어깨를 나란히했다. 1970년대 후반부터 강남, 서초 등을 분리해서 고교 배정학군을 만든게 8학군의 시초다. 강남지역을 활성화하기 위해 정부가 강북에 있던 경기고를 비롯, 서울고, 휘문고, 중동고, 경기여고, 숙명여고 등을 반강제적으로 이전하면서 오늘날 대한민국 교육1번지가 됐다. 세칭 5대 공립고인 경기고, 서울고, 경복고, 경동고, 용산고 중 강남지역이 개발될때 각 학교마다 동문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경기고는 강남구, 서울고는 서초구로 이전하면서 자사고 이상의 진학실적을 거두고 있다. 반면 종로에 있는 경복고, 성북구 경동고, 용산구 용산고는 과거의 명성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는게 엄연한 현실이다. 사립학교 역시 강남구 중동고와 단대부고, 강동구 배제고 등은 이전 혜택을 톡톡히 봤다고 한다. 그런데 전주지역 고교, 특히 인문계 고교는 지역에 따라 집중도가 크게 차이가 난다. 신시가지 주변에는 전일고, 기전여고, 호남제일고, 전주사대부고, 동암고 등이 있고, 조금 범위를 넓히면 상산고, 한일고, 해성고, 완산고까지 집중돼 있다. 반면, 전주 동부권의 경우 전주고, 전주제일고, 유일여고, 중앙여고 정도가 있는 정도다. 신흥 개발지인 혁신도시에는 양현고 하나가 있으나 에코시티의 경우 고교가 아예 없다. 학교 신설은 불가능에 가깝기에 나온 고육지책이 기존 학교의 에코시티 이전 이었으나 지난 2021년 말 전북사대부고 이전과 관련한 찬반 투표 결과, 학생·학부모·교직원 등 총 1422명 중 92.3%인 1016명이 송천동 에코시티 부지내로 학교 신설 이전을 반대하면서 무산됐다. 동창회의 반대도 거셌다. 이런 상황속에서 최근 교육계의 핫 이슈로 송천동에 있는 전라고 이전 문제가 급부상했다. 의결권은 없지만 학교 이전 여부에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총동창회에서 오는 9월 3일 찬반투표를 실시키로 해 그 결과가 초미의 관심사다. 전라고 총동창회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에코시티로의 이전 및 남녀공학 전환에 따른 의견을 수렴했다고 한다. 일부 동문들은 처음엔 남녀 공학에 대해 반대 하는 등 거부감도 없지 않았으나 우수학생 확보 등 장기적 안목에서 이전 쪽에 힘이 실리고 있다고 한다. 취학연령 감소로 인해 학생 확보는 참담한 상황인데 에코신도시의 경우 3만여 인구가 있기에 매우 좋은 조건이라는 거다. 만일 이전할 경우 현재의 전라고 자리에 교육당국에서 어떤 시설을 갖춰 송천동 주민들의 편의를 도모할지도 관심사다. 이르면 9월중 마무리 될 에코시티 고교 이전 문제가 어떻게 귀결될지 지역사회의 관심이 뜨겁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위병기
  • 2023.08.30 15:17

버려진 쇼핑센터의 변신

독일 분단의 상징이었던 베를린 장벽이 철거된 것은 1989년 11월이다. 베를린 장벽은 동독에서 서독으로 넘어오는 사람들이 늘어나자 동독 정부가 이를 막기 위해 1961년 동베를린과 서방 3개국의 분할점령지역인 서베를린 경계에 쌓은 40여 km의 길고 두꺼운 콘크리트 담장이다. 베를린 장벽이 철거된 이듬해 동독과 서독은 통일됐다. 세계는 정치 경제 사회 각 분야의 변화가 몰려온 독일과 독일의 오래된 도시들을 주목했다. 베를린도 그 도시 중 하나였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뒤 동베를린을 특별히 주목했던 사람들이 있다. 분단되면서 방치됐던 동베를린의 빈 건물들을 찾아온 젊은 예술인들이었다. 이들 중 한 그룹이 동베를린의 ‘Mitte’ 거리에 폐허로 남아 있던 건물을 발견했다. 1907년 쇼핑센터로 지어졌으나 파산한 이후 다양하게 활용되다가 2차 세계대전 때 나치가 관리하면서 프랑스 전쟁포로 수용소로 사용했던 공간이다. 1943년 연합군 공습으로 건물 대부분이 손상되었지만, 완전히 파괴되지는 않아 훼손된 상태로 남아 있던 이 건물의 소유자는 연방정부. 이 일대는 재개발 대상 지역이어서 건물도 철거될 상황이었지만 예술가들이 들어오자 계획은 중단됐다. ‘스쾃(squat, 예술가들의 무단점거)’이 가져온 성과(?)였다. 예술가들의 빈집 점거는 불법이었으나 당시 독일 정부는 동베를린의 빈 건물을 작가들의 작업실로 내주는 일에 오히려 적극적이었다. 그즈음 세계 각국의 예술가들이 뒤를 이어 베를린을 찾아온 것도 이 덕분이었다. 부서진 채 방치되어 있던 건물은 각국 작가들의 작업실로 바뀌었다. 이후 30여 년, 독일 현대미술의 한 축을 이끌어온 공간 ‘타클레스’가 그곳이다. ‘Mitte’ 거리에 흉물로 남아 있다가 작가들의 창작 공간이 된 쇼핑센터(?)의 변신은 놀라웠다. 개방된 창작 공간은 자유롭고 다양한 실험실이 되어 이 도시를 찾는 관광객들을 불러들였다. 거리도 활기를 찾았다. 스쾃이라는 낯선 영역의 예술운동이 창조적인 공간을 만들고 기능하여 도시의 환경과 삶을 바꾸어낸 현장은 흥미롭다. 방치되어 있거나 폐허가 된 공간이 창조적인 공간으로 변신하는 과정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우리나라에서도 도심의 빈 공간이 주목받기 시작한 지 오래다. 도심의 빈 공간은 오래된 도시의 원도심 쇠퇴가 가져온 산물이지만 이제는 이 빈 공간들이 원도심의 공동화를 해결하는 동력이 되고 있다. 새롭게 변신한 이들 공간이 의외의 기능을 부여하는 덕분이다. 숨죽이고 있던 거리가 활기를 찾고 주민들의 삶에 향기가 넘치는 현장을 마주하는 일은 즐겁다. 도시재생을 더 주목하게 되는 이유다. / 김은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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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정
  • 2023.08.29 17:51

케이블카 열풍, 허와 실

이번엔 케이블카다. 한옥마을 중심의 관광 외연 확대 방안을 모색해온 전주시가 관광트램에서 케이블카로 방향을 돌렸다. 물론 민선 8기 바뀐 시장의 선택이다. 한옥마을~기린봉~아중호수~호동골 지방정원을 잇는 길이 3km의 관광케이블카는 우범기 시장의 공약이다. 민선 7기 전주시는 한옥마을 관광트램 사업에 주력했다. 전력선 없이 운행하는 ‘무가선 관광트램’을 전국 최초로 한옥마을에 도입한다는 청사진이었다. 하지만 헛심만 쓰고 끝났다. 시계를 더 돌려보면 전주시는 지난 2000년대 초 경전철 도입을 추진했고, 논란 속에 결국 무산되면서 막대한 예산만 날렸다. 전주시가 관광트램을 추진할 당시 전국이 트램 열풍이었다. 경전철 추진 때도 경기도를 중심으로 경전철 열풍이었다. 지금도 그렇다. 가라앉아 있던 관광케이블카 열풍이 다시 불고 있다. 지난 2월 환경부가 수십 년간 논란을 거듭한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을 승인한 게 발단이다. 환경부의 국립공원 정책 변화 시그널이 감지되면서 국립공원 1호 지리산권역 4개 시‧군(전북 남원, 전남 구례, 경남 산청‧함양)의 케이블카 유치 경쟁도 10여년 만에 재점화됐다. 남원시의 행보가 관심이다. 지난 2012년 지리산권 4개 지자체가 각각 신청한 케이블카 사업계획이 모두 부결되자 남원시는 2013년 지리산 산악열차(친환경 전기열차)로 방향을 틀었다. 지난해에는 철도기술연구원이 남원시를 ‘산악열차 시범사업 우선협상 대상 기관’으로 선정하면서 사업에 탄력을 받았다. 케이블카는 완전히 내려놓은 줄 알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중단했을 뿐 폐기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승인을 계기로 버리지 못한 카드를 다시 만지작거리고 있다. 올 추경에 예산을 편성해서 연내에 다시 용역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시대의 열풍에 편승해 서둘러 장밋빛 청사진을 내놓고, 포장에 급급하는 지자체의 졸속행정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한옥마을 관광트램이 그랬다. 애초에 타당성이 없어 보였지만 점점 환상에 빠져들었다. 사업 추진 과정에서 법규에 발목이 잡히자 전주시는 ‘법률을 개정해서 추진하겠다’는 대책을 내놓았다. 근거 없는 자신감은 딱 거기까지였다. 결국은 애초부터 되지도 않을 사업에 행정력과 예산만 낭비한 꼴이 됐다. 한옥마을 케이블카도 처음 구상이 나올 때와는 다르게 점차 장밋빛으로 물들고 있다. 넘어야 할 산이 만만치 않다. 전주 관광케이블카는 민간사업자가 시설 투자와 운영을 맡는 100% 민자사업이다. 첫 번째 산은 600억원 규모의 투자 유치다. 우 시장이 투자 유치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지만 아직껏 제안서를 낸 업체는 한 곳도 없다. 환경단체의 반발 등 치열한 논란 속에 예산만 낭비한 채 무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시행착오로 인한 대가는 그동안 충분히 치렀다. 전주시는 더 신중해야 하고, 남원시는 어설픈 미련을 버려야 한다. / 김종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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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표
  • 2023.08.28 15:35

사즉생(死卽生)으로 간 김 지사

잼버리 실패에 따른 모든 책임을 전북도가 잘못해서 그렇게 된 것처럼 뒤집어씌우는 분위기다. 국민의힘이 처음부터 이 같은 논리로 전북을 맹공해서 곤궁에 빠뜨렸는데 중앙언론이 한 발짝 앞서 전북 잘못을 침소봉대해 흠집내기에 바빴다. 만약 광주전남이나 다른 지역에서 잼버리 개최를 잘못했다면 이처럼 융단폭격을 가할 수 있었겠는가. 전북을 동네북 신세로 만들어 왜 조리돌림 하는지를 알아야 한다. 5인 공동조직위원장 가운데 여가부장관이 예산을 승인하고 그 부처 고위직이 사무총장을 맡아 쥐락펴락한 상태에서 김관영 지사가 집행위원장을 맡았다는 이유로 맨 먼저 감사원 감사를 받는다는 게 모순이다. 이태원 참사와 오송 참사를 겪었는데도 이 정권서 그 누구 하나 책임지지 않고 정치 도의적으로 면피하는 데만 급급한 것처럼 그런 식으로 돼 가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윤석열 대통령과 현 정권한테로 책임론이 옮겨붙을까봐 전전긍긍, 사전에 차단하려고 전북 책임론을 집중 부각시킨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개최지인 전북은 국비를 지원받았기 때문에 위생시설 미비와 온열환자 급증에 따라 대회 초반 영국과 미국이 철수한 탓으로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진다는 자세다. 국가적으로 망신을 산 국제대회라서 모든 실체적 진실을 까발려 책임질 일이 있으면 그 누구라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도민들은 전북 책임론이 불거진 데 대해 몹시 성이 나 있다. 특히 잼버리에 대한 실패 책임을 국힘에서 새만금사업 때문에 잘못되었다고 지적한 것에 정치적으로 저의가 있는 것으로 보고 더 분노를 느낀다. 국가 백년대계를 위해 국책사업으로 추진한 새만금사업을 너무 일방적으로 매도한 것은 잘못이라는 것. 이번 예산국회에서 국힘이 새만금사업 관련 예산을 삭감하려고 단단히 벼른 것은 너무 치졸해 도민들의 강력한 저항에 직면할 수 있다. 한편으로 지역민심이 극도로 악화됐지만 전북정치권의 대응방식을 보면 한심할 노릇이다. 죽기를 각오하고 의원배지를 떼고 정부와 국힘에 대해 행동으로 아닌 것은 아니라고 일사분란하게 보여줬어야 했지만 그렇게 하지 못했다. 전북출신 의원들이 물러터져 강력하게 응징을 못해서 더 짓밟히고 있다. 지금까지 전북정치권이 무기력하게 무대응 일변도로 나가는 것에 도민들은 실망이 커 모두 갈아치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전북 현역의원들이 마치 원팀으로 강력하게 응징할 것처럼 했지만 아무것도 한 일이 없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각자도생하기에 급급한 전북의원들은 생즉사(生卽死) 행태로 가버렸다. 죽기를 각오하고 싸워야 사는 길이 나오는데 먼저 사는 것부터 생각해 지리멸렬해졌다. 이재명 사법리스크로 전북 정치권의 생각이 어수선해서 김관영 지사가 사태해결에 도움을 못 받고 있다. 일각에서 김 지사의 책임론을 은연중 즐기는 측면도 있다 면서 말로만 원팀 운운하지 실제로는 생각들이 다르다 고 지적한다. 김 지사가 처음부터 사즉생(死卽生)의 각오로 사태해결에 나섰기 때문에 비 온 뒤끝처럼 도민들의 지지가 더 견고해졌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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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성일
  • 2023.08.27 17:39

새만금 표적說의 진실

전주 시내 팔달로와 관통로는 구도심의 핵심 도로망 역할을 해왔다. 17년 간격으로 개최된 전국체전을 계기로 만들어졌다는 이색 공통점이 있다. 1963년, 1980년 체전을 앞두고 도시 정비 차원에서 개통됐다. 전북 기초단체에서 처음 열린 2018년 익산 전국체전도 전주와 크게 다르지 않다. 대회 준비 과정을 통해 익산 IC에서 시내 진입 도로인 금마까지 4.2㎞ 6차선이 확장돼 도시 면모를 새롭게 했다. 이처럼 전국체전은 SOC 확충을 통해 도시 발전을 앞당기는 효과 때문에 유치 열기가 뜨거웠다. 전국체전이 이럴진대 국제대회는 두말할 필요가 없다. 획기적 지역 발전과 함께 브랜드 가치를 높여 도시 경쟁력을 키운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새삼스런 얘기도 아니다. 헌데 지금 잼버리 파행 책임을 이런 공공연한 유치 목적과 엮으려는 움직임 속에 ‘새만금 표적’ 논란이 심상치 않다. 잼버리 불똥이 지금 새만금을 집어삼킬 형국이다. 국민의힘과 중앙 언론의 지적대로라면 잼버리가 목적이 아니라 새만금 사업에 초점이 맞춰져 파행을 자초했다는 논리다. 선입견과 억측, 가짜 뉴스까지 뒤엉킨 상황에서 감사원 감사가 제대로 진실을 밝혀낼지 의문이다. 개최지인 전라북도 지사가 조직위 집행위원장을 겸해 사실상 전권을 행사한 것처럼 초반에 부풀려졌으나 사실 그럴 위치가 아니었음이 확인됐다. 조직위 115명 중 전북 파견 48명에서 38명이 6급 이하로 알려져 전북 책임론도 가라앉았다. 잼버리 준비 기간은 고작 6년이다. 하지만 그 행사장을 둘러싸고 있는 새만금 사업은 30년 넘게 국책 사업으로 진행 중이다. 지난 1991년 착공 이후 정권이 7번 바뀌는 동안 33㎞ 방조제만 덩그러니 있다가 문재인 정부 이후 동서 도로와 남북 도로, 새만금 항만, 수변 도시 등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오랜 세월 사업 진척 속도가 더뎌 속앓이를 해온 새만금이 이제야 희망의 땅으로 바뀐 것이다 이 상황에서 잼버리 희생양을 삼아 또다시 도민 가슴에 ‘대못질’ 을 가하는 건 언어도단이다. 정치권과 각급 기관, 사회 시민 단체는 물론 도민 전체를 분노케 하는 건 국제적 망신을 자초한 잼버리 원인 규명에 힘써야 하는데 본질을 호도한다는 것이다. 지역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셈법은 그때마다 다르다. 계획과 준비, 실행 단계에서 달라지는 여건과 상황에 맞추되 취지를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변화는 불가피하다. 새만금 잼버리도 마찬가지다. 논란을 불러일으킨 문제에 집중함으로써 국제적 불신 해소가 최우선 과제라고 생각한다. 잼버리 예산이 투입됐는데도 프레 대회가 열리지 못한 까닭과 푸세식 화장실 설치, 엉망인 침수 대책 등 풀어야 할 문제가 수두룩하다. 굳이 새만금 사업에 한눈 팔 겨를이 없다. 김영곤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영곤
  • 2023.08.24 16:12

신 삼국시대의 전북

지금부터 1363년 전인 660년 백제가 멸망했다. 그리고 뒤이어 668년 고구려가 멸망했다. 신라가 당나라와 손잡고 삼국을 통일한 것이다. 통일의 위업은 대단한 것이었으나 한편으로 외세를 등에 업은 대가는 혹독했다. 광활한 고구려 영토는 대부분 실지가 됐고 이후 고려, 조선을 거치면서 영토는 한반도에 국한됐다. 삼국통일 이후 편찬된 각종 기록을 보면 고구려나 백제는 집권층의 분열과 부패가 지나치게 강조됐고, 삼국을 통일한 신라는 고귀한 희생정신과 용맹이 부각됐다. 역사는 승자가 기록하는 것이기에 거의 대부분 약자 보다는 강자의 입장에서 기록되는 경우가 많다. 무려 1000년이 훨씬 더 지난 지금도 마찬가지다. 강자의 잘못은 대충 넘어가지만, 약자의 잘못은 회초리 10대쯤 맞으면 될 일도 몽둥이로 100대는 맞는게 세상이치다. 1990년 1월 22일, TV를 시청하던 국민들은 경천동지할만한 뉴스에 스스로 눈과 귀를 의심했다. 노태우 당시 대통령과 통일민주당 김영삼, 신민주공화당 김종필 총재가 한자리에 모여 전격적인 합당을 선언했다. 소위 민주자유당의 탄생인데 총 299석중 217석을 점유한 초거대 여당의 인위적인 출범이었다. 일본의 자민당처럼 보수정당의 합당을 통해 장기 집권을 노렸는데 이후 민의를 왜곡시킨 이질적인 정치세력의 야합은 오래가지 못했다. 217석의 민자당은 1992년 제14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149석을 얻어 과반수 확보에 실패한다. 민심은 인위적 정계개편에 강한 메스를 가한 것이다. 앞서 1988년 4월 26일 치러진 13대 총선에서 민주정의당 125석, 평화민주당 70석, 통일민주당 59석, 신민주공화당 35석 등의 철저한 지역기반 구도가 형성되면서 헌정 사상 첫 여소야대 국회가 탄생했다. DJ가 이끄는 평화민주당은 통일민주당·신민주공화당과 손을 잡고 집권당인 민주정의당의 독선을 저지했는데 이는 결국 인위적 정계개편을 불러왔다. 평민당이나 DJ는 민자당 탄생때가 가장 힘든 시기였다. 호남은 민자당이란 울타리로 완전 포위됐고 왕따를 당한 때문이다. 하지만 동토의 겨울을 견디고 나면 꽃피는 봄이 오기 마련이다. 1997년 제15대 대선때 결국 DJ는 집권에 성공하게 된다. 작금의 전북상황은 민자당 탄생때의 상황보다도 훨씬 어려운 지경이라고 한다. 그때만 해도 평민당이 두터운 보호막이 됐으나 지금은 여당이나 야당 모두로부터 손가락질을 받는 상황이다. 새만금잼버리의 파행 여파가 만만치 않다. 집권여당은 모든 책임을 전북에 떠넘기는 형국이고, 야당인 민주당 조차 항변을 꺼리면서 전북은 동네북 신세가 돼버렸다. 새만금에서 치러진 대회가 파행이었기에 전북은 일정 부분 응분의 책임을 져야 마땅하다. 하지만 도민들은 “권한과 책임이 더 막중한 조직위, 여가부, 스카우트연맹 등은 가만두면서 왜 전북에만 메스를 가하느냐”고 묻고 있다. 만일 새만금잼버리가 성황리에 마무리됐더라면 중앙정치권이나 관가에서 전북 예산만 대폭 늘려야 한다고 했을까.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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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병기
  • 2023.08.23 15:32

세계적 관광도시의 추락

이탈리아의 ‘물의 도시’ 베네치아가 세계문화유산이 된 것은 1987년이다. 유네스코는 그해, 120여 개 섬으로 이뤄진 베네치아의 역사와 문화적 가치를 인정해 도시 전체를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 이후 36년, 베네치아가 ‘위험에 처한 세계문화유산 목록’에 등재될 위기에 놓였다. 유네스코가 지난 7월 “기후변화와 과도한 개발, 많은 관광객 영향으로 유산의 문화적 가치가 위협받고 있으나 문화유산을 보호하려는 노력이 부족하다”며 ‘위험에 처한 세계문화유산 목록’ 등재를 권고했기 때문이다. ‘위험에 처한 세계문화유산 목록’은 보호 대책과 관리 소홀로 훼손 위기에 처한 유산을 특별히 관리하기 위한 명단이다. 이 목록에 올랐는데도 유네스코가 제시한 보호 대책을 수행하지 않아 가치를 훼손하면 세계문화유산 자격을 박탈당하게 된다. 알려지기로는 '위험 목록'으로 분류된 세계문화유산은 55개다. 사실 2,800만 명 관광도시 베네치아의 위기는 예고된 것이었다. 세계적인 관광도시들이 그렇듯이 베네치아도 몰려오는 관광객들과 도시 확장을 위한 난개발로 도시와 건축물이 손상되기 시작한 지 이미 오래. 상업적 관광지가 된 베네치아는 관광객들이 도시를 점령하고 주민들의 삶을 침범해 오래된 상점이나 주민들이 쫓겨나는 투어리스티피케이션으로 이어지는 과잉관광(오버투어리즘)의 대표적인 도시였다. 베네치아의 상황이 절정에 이른 것은 2017년이다. 한때 30만 명에 이르렀던 베니스의 인구가 5만 명 이하로 줄어든 즈음이었다. 주민들은 베네치아에 입항하는 크루즈를 막고 피켓과 깃발을 흔들며 저항하는 시위를 벌였다. ‘우리는 당신을 환영하지 않는다’고 쓴 피켓을 들고 나선 주민들의 시위는 곧 자신들이 살고 있는 도시가 관광객들에 의해 파괴되는 것을 방치할 수 없다는 절규였다. 베네치아는 2년 전에도 유네스코의 경고를 받았다. 몰려오는 관광객으로 도시 전체가 시달리는데도 정부가 소극적 입장을 취하자 베네치아의 시장은 스스로 유네스코에 ‘우리를 블랙리스트에 올려달라’고 공개적으로 청원했다. 이탈리아 정부가 뒤늦게 크루즈 선과 같은 대형 선박 출입을 금지하는 등의 비상조치를 취했지만 국면은 나아지지 않았다. 시민들의 저항 시위에 수상버스의 우선 탑승권을 주민에게 보장하고 베네치아 일일 입장 관광객 수를 조절하는 대책까지 내놓았지만 역부족이었던 모양이다. 베네치아의 ‘위험 목록’ 등재(?)는 9월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리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제45차 회의에서 결정된다. 유네스코 특별 관리 과정을 거치면 망가진 이 도시의 역사 문화적 가치가 회복될 수 있을까. 아름다운 물의 도시 베네치아의 추락이 안타깝다. / 김은정 선임기자

  • 오피니언
  • 김은정
  • 2023.08.22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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