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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쉬기 힘들 정도로 코를 찌르던 악취가 사라졌다. 물론 반세기 넘는 세월 땅속 깊이 스며든 똥내까지 모두 걷어내지는 못했다. 그래도 괄목할 만한 변화다. 익산시 왕궁면(王宮面) 온수리‧구덕리 일원 179만㎡에 자리잡은 왕궁축산단지에 새바람이 불고 있다. 유서 깊은 역사의 땅, 왕의 터전이었던 이곳은 전통의 향기가 아닌 지독한 악취와 축산폐수의 진원지로 악명을 떨쳤다. 국내 최대 규모의 돼지 축사가 밀집돼 있던 이곳은 1948년 정부가 한센인 격리정책의 일환으로 조성한 ‘한센인 정착촌’이다. 정부가 강제 이주시킨 한센인들에게 축산업을 장려하면서 축사가 난립했다. 이후 1980년대 초반 축산업 호황기를 맞아 시설 규모와 사육두수가 급격히 늘었다. 그러면서 수질오염‧악취 등 환경문제가 부각됐다. 밀집된 축사에서 대량으로 발생한 축산분뇨는 그대로 단지 내 소류지에 쌓였고, 인근 하천으로도 흘러들었다. 왕궁특수지역이라 불리며 지역사회에서 비껴나 있던 이곳이 관심의 대상이 된 것은 새만금 수질오염 논란이 격화되면서부터다. 새만금 수질오염의 주범으로 꼽힌 것이다. 논란 끝에 건립된 왕궁축산폐수처리장이 1998년부터 가동됐지만 금세 한계를 드러냈다. 고농도로 쏟아져 나오는 대량의 폐수를 기준에 맞춰 처리하기는 애초부터 역부족이었다. 결국 근본대책이 나왔다. 정부와 지자체가 축사를 사들여 철거하는 방식이다. 2010년 정부 7개 부처가 합동으로 ‘왕궁 정착농원 환경개선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이듬해부터 축사 매입을 시작했다. 하지만 순탄치 않았다. 애초 5년 안에 마무리하는 것이 목표였지만 거듭 해를 넘겨야 했다. 협의매수는 난항의 연속이었고, 예산 문제도 불거졌다. 그래도 끝은 있었다. 익산시가 지난 8일 ‘모두 204개 축사를 매입하면서 13년에 걸친 현업 축사 매입사업에 종지부를 찍었다’고 밝혔다. 완벽한 마무리는 아니었다. 농가 4곳과는 끝내 협의에 실패했다. 환경부는 내년 하반기께 매입 축사 철거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왕궁축산단지는 이제 체계적인 ‘생태계 복원’의 과제를 안게 됐다. 익산시는 지난해 왕궁축산단지 생태복원 프로젝트를 내놓았다. 영국의 ‘에덴(Eden) 프로젝트’를 도입해 생태체험학습공간으로 바꿔 놓겠다는 청사진이다. 하지만 이 야심찬 프로젝트는 막대한 예산문제 등으로 인해 동력을 잃었다. 다행히 왕궁축산단지가 올해 환경부의 ‘자연환경 복원 시범사업’에 선정되면서 익산시는 정부 지원을 통한 생태축 복원에 기대를 걸고 있다. 환경부 사업은 기본계획 수립 등의 절차를 거쳐 2025년께 본격 시행될 전망이다. 한센인의 아픈 역사에 지독한 악취가 덧칠된 왕궁축산단지는 지금 전환점에 서 있다. 이제 다시 시작이다. 앞으로는 축산단지라 부를 수 없게 된 이곳이 혐오·기피 지역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 역사‧문화가 살아 숨쉬는 쾌적한 생태 마을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 / 김종표 논설위원
요즘 도민들은 새만금 국가예산삭감과 국회 의석수 한석이 줄어든다는 것에 매우 기분이 나빠 있다. 전북 보다도 인구가 훨씬 많이 줄어든 부산 경남은 그대로 놔두고 10석의 전북 의석수를 한석 줄인다는 것은 언어도단이라는 것. 현역의원들의 정치력이 워낙 약하다보니까 이 같은 일이 생겼다면서 자존심 상해서 뭐라 말하고 싶은 마음도 내키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이런 상황에서 예비후보자들이 내년 총선에 나서겠다고 출판기념회를 여는 등 연일 기염을 토하고 있지만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지는 못하고 있다. 선거 때마다 출마 하겠다고 이름을 내민 정치철새가 있는가하면 느닷없이 지역에 나타나 낙후된 전북발전을 위해 자신의 한몸 불사르겠다고 사자후를 토해낸 사람도 있다. 그러나 유권자들의 반응은 차갑고 냉소적이다. 현역들이나 별반 차이가 없다면서 어중이 떠중이 정도로 보고 있다. 유권자들은 선거가 닥치면 의정활동을 잘 했거나 국가예산을 많이 확보한 의원을 제외하고는 교체여론이 항상 우세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전혀 예기치 못한 일들이 발생하면서 전체적으로 판갈이를 해야 한다는 여론이다. 그도 그럴것이 전북에 산다는 것 자체가 이렇게 부끄럽고 창피할 수가 없다면서 마지막으로 남은 자존심 회복을 위해서도 정치판을 갈아 엎어야 한다고 목청을 돋구웠다. 오죽하면 낙선한 중진들을 소환했겠는가. 이들을 소환한 이유는 현역들보다는 그래도 낫지 않겠느냐는 가느다란 희망이 섞여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흘러간 물로 어떻게 물레방아를 돌릴 수 있겠느냐고 회의적인 사람도 있지만 양수발전 원리를 보면 고인 물로 얼마든지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면서 다시 한번 지역발전을 위해 기회를 줘야 한다는 것. 이처럼 전북이 망가진 원인도 그간 선거 때마다 인물을 보지 않고 무작정 민주당 일변도로 싹쓸이 선거를 해온 결과다. DJ를 대통령으로 만들었으면 전북은 호남권에서 탈피해 자강의식을 갖고 홀로서기를 했어야 옳았다. 잔뜩 호남으로 묶여 파이만 키워 놓고 그 과실은 광주 전남 사람들이 모두 차지하지 않았던가. 결국 똑똑한 인물을 키우지 못한 탓이 컸다. 지금은 멍청스럽게 누굴 탓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무능한 정치권을 만들어준 업보가 되돌아온 결과라서 유권자인 내탓이 크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자라나는 2세들이 고향을 떠나지 않고 살도록 하려면 내년 총선 때 역량있는 인물을 뽑아야 한다. 옥석이 가려 지겠지만 지금까지 나와 있는 사람 중에는 글쎄요나 아닌데가 많다. 전국 꼴찌라는 불명예를 털어내면서 국가예산 등 의정활동을 잘할 인물을 발굴해서 금배지를 달아줘야 한다. 뒷담화나 까는 부정적인 의식을 떨치고 나부터 목에 방울 달고 아닌 것은 아니다라고 말할 정도의 시민의식향상이 절실하다. 일부 지역에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현역들의 지지도가 낮게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피부로 느끼는 것 보다 갈아 치워야 한다는 여론이 훨씬 높다는 것. 이쯤되면 현역들이 민심을 헤아려 불출마를 선언해야 하지 않을까. 백성일 주필 부사장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지역구마다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한 입지자들의 신구 대결이 볼만하다. 그런데 돌연 전북 선거구 1곳이 줄어드는 획정안이 발표되자 지역 정가는 술렁이고 있다. 기존 구도에서 텃밭을 중심으로 입지자들의 유불리가 좌우됨에 따라 셈법이 복잡한 양상이다. 그런 가운데 전북보다 배 이상 인구가 줄어든 대구 부산을 비롯한 타 시도를 놔둔 채 우리 지역을 포함한 건 형평성을 잃었다는 지적이다. 전국에서 2곳 줄어드는데 그중 1군데가 전북이란 사실은 도민들 반감만 부채질한 꼴이다. 새만금 예산 삭감에 이어 전북이 동네북이냐는 조롱이 나온다. 지역 위상과 국회의원 존재감이 그만큼 추락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아 안타깝다. 이렇게 총선 입지자들이 겨뤄야 할 운동장 1개가 사라진다는 것은 지역 발전과 직결된다. 앞서 밝힌 저평가된 현역 의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고참인 정동영, 유성엽, 이춘석 전 의원의 발걸음이 빨라지면서 ‘중진 역할론’ 까지 부상하고 있다. 잼버리 예산삭감 사태를 겪으며 무기력한 지역 정치권의 한계를 목도한 탓이다. 이런 배경에서 제기된 중량급 인사와의 시너지 효과를 묶는 ‘전북 자강론(自强論에) 에 주목한다. 현안 해결에 말발이 먹히고 전북 몫을 챙길 수 있는 3~4선 이상의 힘을 가진 국회의원이 절실하다는 판단에서다. 이런 기류 속에 최근 보폭을 넓히고 있는 정동영 전 의원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지역 정가에서도 그의 5선 도전을 기정사실화 하는 분위기다. 1승1패를 기록한 전주병은 벌써부터 김성주 의원과 세 번째 리턴 매치를 점치는 가운데 이들을 둘러싼 신경전이 회자되고 있다. 지난주 전주병 지역에서 열린 정치 모임에서 둘 사이 어색한 장면이 연출됐다. 행사 주최자가 발언 도중 갑자기 정동영 정세균 인물론을 띄우면서 전북 현안 해결의 적임자라고 치켜세우자 김 의원이 서둘러 자리를 떴다고 한다. 지난달 7일 열린 새만금 예산 복원 전북도민 국회 궐기대회에서도 이와 비슷한 상황이 불거졌다. 정 전 의원의 발언을 두고 사전 조율이 안됐다며 김 의원 측이 반발해 무산됐다는 얘기다. 이 같은 샅바 싸움은 지역구마다 총선 공천을 둘러싼 시나리오가 난무한 상황과 궤를 같이하면서 열기를 더해가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밥 그릇‘ 부터 챙겨야 할 때다. 쪼그라드는 전북 위상을 감안할 때 선거구 1개가 줄어드는 것은 국회의원 1명이 갖는 제왕적 권한을 포기해야 하는 문제다. 당장 전주 군산 익산을 제외한 11개 자치단체를 3명이 커버해야 하는 현실은 헌법기관으로서의 국회의원 역할을 무색케 한다. 지역 발전 관점에서 현재 10석도 부족한 가운데 겨우 '원팀 정신' 으로 근근이 버텨내는 형국이다. 늘려도 시원치 않을 판에 오히려 1석을 줄인다는 것은 누가 봐도 전북을 희생양으로 정치적 손익 계산을 했다는 의미로 읽힌다. 소모적 감정 싸움에 매달릴 때가 아니다. 김영곤 논설위원
올 한해 가장 큰 이슈가 됐던 인물 중 한명은 단연 홍범도 장군일 것이다. 육사에 있는 흉상 이전 문제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어지면서 새삼 홍범도 장군은 최대 관심사였다. 광주시 광산구 월곡동에 가면 ‘홍범도 공원’(다모아어린이공원)이 있다. 이곳에 있는 흉상은 1.4m 높이로 장군이 묻혔던 카자흐스탄 홍범도 공원의 흉상을 본 떠 만들었다고 한다. 지난해 8월15일 광산구와 월곡동에 사는 고려인 주민들은 장군의 유해가 카자흐스탄에서 한국으로 봉환된 1주년을 기념해 흉상을 세웠다. 홍범도 장군은 강제이주됐던 고려인들에게는 자부심과 정체성의 상징이었다고 한다. 월곡동은 중앙아시아에서 흩어져 살다 고국으로 이주해 온 고려인 동포 7000여명이 모여 사는 전국 최대 규모의 ‘고려인 마을’이다. 고려인(高麗人)은 옛 소련이 붕괴된 후 그 일대에 거주하는 한민족을 의미하는데 대략 50만 명이나 된다. 조선족(250여만 명)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러시아와 중앙아시아를 중심으로 거주하고 있다.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논란이 계속되면서 사람들은 새삼 고려인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그런데 타 시도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인구감소 해법을 고려인 동포에서 찾았다. 가장 대표적인 곳이 바로 충북 제천이다. 제천시는 인구 절벽을 막기 위해 비장의 카드를 꺼냈는데 바로 '고려인 재외동포' 유치다. 법무부의 지역특화형 비자 특별 사업에 선정된 데 이어, 지원 조례도 제정했다. 제천시는 중앙아에 살고 있는 50만 고려인들을 제천시민으로 데려오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추진중이다. 전북에서도 고려인마을을 유치하자는 제안이 있었다. 윤수봉 전북도의원(완주)은 지난 9월 제403회 임시회 5분자유발언을 통해서 지적했다. 충남도의 경우 10년 전까지만 해도 462명에 불과하던 고려인이 올해는 1만 650명이 살고 있고, 경북은 3792명이, 충북에는 5221명, 경남에는 4690명이 각각 거주하고 있는데 도내 고려인은 286명에 불과해 전국 시도중 최하위라는 거다. 실제로 전국적으로 산재한 고려인마을은 경기도 7곳, 충남 4곳, 충북 2곳 등 총 22개소에 이르고 있으나 전북에는 단 한곳도 없는 실정이다. 만시지탄의 감이 있지만 지금이라도 고려인마을을 만들고 각종 교육, 지원책을 적극 추진해야만 한다. 며칠 전 임영상 한국외대 명예교수가 '한국에서 고려인마을을 찾다'(북코리아)라는 탐방기를 냈다. 장장 2년 4개월에 걸쳐 '아시아엔'에 기고한 탐방기를 묶은 소책자인데 기존 고려인 마을 25곳은 물론 인구 소멸 대응책으로 고려인 이주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경북 영천, 전북 김제, 충북 제천시에 관한 내용도 담았다. 지난 20년간 재외동포 사회를 연구해온 임 교수는 특히 제천시가 '고려인의 고향'으로 거듭날 가능성에 주목했다. 그는 "지역특화형 비자 시범사업을 수행 중인 지방 중소도시들이 제천시 사례를 참고해 외국인 우수인재 전형(유형1)뿐 아니라, 동포 당사자와 가족들 모두에게 일할 수 있는 비자를 제공하는 '유형2'에도 관심을 갖고 각 지역 여건에 맞는 유치·초청 사업을 시작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과연 전북엔 언제쯤 고려인 마을이 만들어질까.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영화 <서울의 봄>이 12·12를 앞두고 누적 관객 700만 명을 돌파했다. 지난달 22일 개봉한 지 20일 만이다. 서울의 봄은 1979년 12월 12일, 전두환 등 신군부가 주도했던 군사반란을 다룬 영화다. 영화가 개봉된 주말 3일 동안에만 150만 명을 불러 모은 데 이어 꾸준히 관객 수를 유지하면서 흥행세를 높여가고 있다. 영화는 일반적으로 개봉된 이후 시간이 지날수록 관객 평점이 낮아지지만 서울의 봄은 올해 개봉작 중 관람객 평점이 가장 높은 점수를 유지하고 있다. 게다가 다양한 세대층에 고르게 지지를 받으며 한 영화를 여러 번 보는 이른바 ‘엔(N)차 관람’과 영화 속 소소한 정보인 ‘티엠아이’(TMI)를 공유하는 글이 늘고 있다. 2030 세대 사이에서는 영화를 보면서 얼마큼 분노했는지 심박수를 인증해 소셜미디어에 올리는 '#심박수 챌린지'가 등장하기도 했다. 영화의 흥행을 주도하고 있는 것은 놀랍게도 MZ 세대다. 새롭게 알게 된 ‘살아 있는 역사’에 분노한 젊은 관객들이 영화의 흥행을 이끌고 있다는 사실은 흥미롭다. 영화가에서는 이들의 힘이 ‘천만 영화’ 탄생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떠오르는 책이 있다. 2017년 4월, 12.12 군사반란을 주도한 전두환 전 대통령이 펴낸 자서전, <전두환 회고록>이다. ‘격동의 대한민국을 담아낸 당대의 역사서’ ‘30년간의 침묵을 깨고 공개되는 최초의 회고록’ 등 온갖 화려한 수사를 앞세운 이 책은 ‘말하고 싶었던 모든 것들이 때론 솔직하게, 때론 담담하게 정리되어 있다’ 했지만, 실체는 거짓과 왜곡의 편찬이었다. “5·18 사태와 나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며 조작과 왜곡의 파편을 거리낌 없이 쏟아낸 저자는 수많은 사람을 상처 입히고 분노하게 했다. 결국 5.18민주화운동 피해자들의 출판 배포 가처분 청구에 법원은 <회고록 1권>에 출판 배포를 금지하고 피해자들에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그즈음 세상에 나온 또 한 권의 책이 있다. <전두환 타서전>이다. 타서전은 ‘다른 사람이 서술한 전기’다. 그러니 이 책은 <전두환 회고록>에 대응하는 책이었다. 역사학자 정동일과 황동하가 펴낸 이 책은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 대통령이 피살된 이후 전두환 전 대통령의 행적을 다룬 106건의 신문 기사를 자료로 그 전말과 진실을 담은 전기다. ‘한 시대를 정확하게 확인하고 기록하기 위해 출간’한다는 이 책을 펴내면서 저자들은 이렇게 밝혔다. ‘전두환 회고록을 보며 처참함을 느낄 이들에게 우리가 갖출 수 있는 최소한의 예의는 잊지 않는 것, 그것뿐이다.’ 들여다보니 영화가 우리에게 일러주는 것도 다르지 않을 것 같다. / 김은정 선임기자
‘경축, 정밀 안전진단 통과’ 노후 아파트단지에 내걸린 이런 현수막을 가끔 볼 수 있다. 언뜻 생각하기에 아주 오래된 아파트지만 안전하다는 판정을 받아 거주에 문제가 없다는 사실을 알리는 현수막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전문기관의 진단에서 ‘위험한 건축물’로 낙인찍힌 것을 함께 기뻐하자는 이상한(?) 내용이다. 재개발·재건축 때문이다. 통상 10년 이상이 걸리는 아파트 재건축 대장정의 시작을 알리는 문구다. 안전진단은 재건축의 첫 관문이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재건축 추진이 가능한 D·E 등급을 받는 일이 만만치 않다. 정부가 안전진단 기준을 엄격히 규정해 재건축 규제수단으로 운영해온 것이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 들어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안전진단 기준을 대폭 완화해 재개발·재건축의 문턱을 낮추고 있다. 지난 8일에는 노후 신도시의 재건축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내용의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해당 지역 아파트에는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을 완화하거나 아예 면제해주고, 토지 용도 변경 및 용적률 상향 등 파격적인 특혜가 주어진다. 특별법이 적용되는 노후 계획도시에는 전주 아중지구 등 지방 거점 신도시도 포함된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한 이 특별법은 처음부터 분당·산본·일산·중동·평촌 등 수도권 1기 신도시를 겨냥해 추진됐다. 이 법이 ‘1기 신도시 특별법’으로 불리는 이유다. 게다가 이 특별법에 따라 대규모 재건축사업을 실현할 수 있는 곳은 사실상 수도권 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1989년 1기 신도시 개발계획 발표를 시작으로 거침없이 추진된 수도권 신도시 정책은 수도권 1극체제를 더욱 견고하게 하면서 각종 부작용을 불렀다. 서울의 주거 및 교통문제 해소를 목적으로 했지만, 결과적으로 지방의 인구 이탈을 부추기고 수도권 집중을 가속화해 문제를 더 키운 것이다. 지방소멸 위기의 시대, 수도권이 대한민국의 인구와 재화를 빨아들이는 거대한 블랙홀이 되면서 지방도시는 갈수록 작아지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이 블랙홀을 키우는 데 몰두하고 있다. 지난해 인천 계양을 시작으로 3기 신도시 착공식이 이어지고 있고, 4기 신도시도 조만간 속속 공사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비수도권의 자생력을 키우기 위한 ‘초광역화’ 구상이 오랫동안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가운데 느닷없이 ‘메가시티 서울’ 전략이 추진되고,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노선도 속속 확대되고 있다. 여야 대치정국에서도 1기 신도시 특별법은 일사천리로 국회 문턱을 넘었다. 그야말로 지방시대가 아닌 수도권 재개발·확장시대다. 역대 정부가 앞다퉈 균형발전을 외쳤지만 그럴수록 인구와 경제력의 수도권 집중 현상은 더 심해졌다. 묻고 싶다. 지금 그들이 외치는 균형발전은 ‘대한민국 균형발전’인가, ‘수도권 균형발전’인가, 아니면 그저 ‘민심 달래기용 정책구호’인가. / 김종표 논설위원
누구나 민주당 공천만 받으면 쉽게 전북에서 국회의원이 되기 때문에 현역들이 더 지역구 사수에 열 올린다. 하지만 큰 정치인으로 거듭 나려면 경쟁이 심한 수도권 험지로 가서 일전을 불사해야 한다. 총선을 4개월 앞두고 중앙선관위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과 전북에서 각각 의석 한석이 줄어든 것으로 발표됐다. 한마디로 전북은 동네북이 돼버렸다. 사실 다이아몬드는 어디에 있든지간에 다이아몬드다. 이처럼 인물이 똑똑하면 초선이라도 군계일학처럼 돋보이게 마련이다. 지금 전북 현역들이 가장 힘든 시기를 보낸다. 잼버리 실패로 새만금국가예산이 자그만치 78%나 삭감되면서 존재감이 사라졌다. 지역에서는 현역들의 정치적 영향력이 약해 이 같은 일이 생겼다면서 존재감 없는 현역들을 모두 갈아 엎어야 한다는게 중론이다. 최근 전북의 의석 한석이 줄어들자 민주당이 표면상 강하게 반발하지만 실제로 국힘이나 다른 지역구가 줄어들지 않아 전북 의원들만 속이 타들어 간다. 국가예산을 부활시키려고 허우적 대는 상황에서 또 의석수 삭감이란 절체절명의 순간을 맞은 전북은 누구를 탓할 것도 없이 정치적 무능으로 이 같은 일이 생겼기 때문에 전체를 판갈이 해야 한다는 여론이다. 국회의원이나 인물은 지역을 배경 삼아 커 나가지만 모든 게 자기 노력여하에 달려 있다. 그간 전북에서 손쉽게 재선했으면 수도권 가서 한판 붙을 각오가 돼 있어야 한다. 특히 민주당 당내 최고위원 선거에 나가서 비전을 제시하면서 영향력을 키울 생각을 했어야 옳았다. 하지만 방안퉁수 마냥 의정활동도 그렇고 문재인 정권 때가 춘삼월 호시절이었지만 그걸 못살리고 허송세월하고 말았다. 정서상 민주당 판인 전북에서 현역들한테 지역발전을 더 기대할 게 없기 때문에 모두 물갈이 시켜야 한다면서 그간 편하게 의정활동을 한 탓으로 굳이 한번 더 욕심 낸다면 정세균 전총리처럼 서울 등 수도권 험지로 나가야 한다고 일갈했다. 일각에서는 특자도 시대를 맞아 22대 총선을 계기로 전북도도 강원이나 충북처럼 여야가 경쟁하는 정치체제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도민들도 공천권을 갖고 있는 민주당 지도부의 눈치만 살피는 국회의원 보다는 어떻게해야 전북발전을 가져올까를 깊이있게 생각한 인물을 반드시 찾아 내야 한다는 것. 그간 국회의원 잘못 선출하면 어떤 피해가 지역으로 오는지를 직접 목격했기 때문에 지금부터 옥석구분을 잘해야 한다. 무작정 지역정서에 함몰돼 인물 본위 보다는 당에 몰표를 주는 싹쓸이선거 만큼은 안해야 한다. 지난 21대 때 전북 출신 연고가 있는 의원이 지역구 10명을 포함 46명이었지만 막상 국가예산 삭감과 지역구 의석수 회복 하는데는 별 도움이 안됐다. 그렇다면 지역구 의원을 역량있는 인물로 잘뽑아 자력갱생 하는 게 정답이다. 두가지 사례를 목도한 만큼 전북 몫을 제대로 확보하려면 똑똑한 인물을 선택해야 한다. 말로만이 아니라 행동하는 양심으로 나서야 할 때다. 이번 기회를 못 살리면 전북은 영 가망이 없다.백성일 주필 부사장
‘집단 암’ 발병으로 떠들썩했던 익산 장점마을의 투쟁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주민 30여 명이 숨지거나 투병 중인 가운데 그 원인이 인근 비료공장에서 나온 연초박 때문이라는 사실이 정부 조사를 통해 발표된 건 지난 2019년이다. 그것도 귀책 사유가 있는 행정 기관이 손 놓고 있는 사이 주민들의 끈질긴 집념이 이뤄낸 결실이었다. 총리와 도지사, 익산 시장이 직접 사과하고 관련 부서가 후속 대책 마련에 호들갑을 떨었지만 보상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일상의 피폐함 속에서 지칠대로 지친 주민 85%가 일단 손해배상 민사조정에 합의했다. 나머지 27명은 끝까지 국가 책임을 밝히겠다며 3년 넘게 법정 투쟁을 벌인 끝에 소송에서 이겼다. 20여년 세월 주민 고통을 안겨준 암 발병 사태와 관련해 법원이 처음 행정기관에 대한 책임을 인정한 것이다. 전주 지법은 지난 30일 위험에 노출돼 주민들이 장시간 고통을 받은 데 대해 전라북도와 익산시 공무원들의 감독 의무 위반과 암 발생 인과관계를 지적했다. 공무원이 원칙대로 조사했다면 연초박 불법 사용과 유해물질 배출을 막을 수 있었다는 게 법원 판단이다. 재판 과정에서 드러난 공무원의 안이한 인식과 무책임한 자세는 주민 고통을 더욱 가중시켰다. 마치 선심 쓰듯 50억 위로금을 미끼로 책임 회피에만 급급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물론 이들 행정기관이 모르쇠로 일관했던 과거 태도를 하루아침에 뒤집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진실을 덮으려고 무턱대고 발뺌하고 억지를 부리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3년 전 감사원 감사와 관련해 징계 받은 공무원도 없었다. 이번 사태를 촉발한 비료공장의 활용 방안은 마을 위험 요소를 없애고 재발 방지 차원에서도 주민들 초미 관심사다. 그러나 소통이 부족한 익산시 추진 방식에 주민들 시선이 곱지않다. 50억 위로금 이후 더 이상 마을 현안에 왈가왈부하지 말라는 식의 공무원 태도 때문이다. 용역 조사를 3~4차례 해놓고도 주민과의 대화 창구가 끊긴 지 오래됐다고 한다. 환경부 소관 65억 규모 공원화 사업이 진행되는 걸로만 알려졌다. 마을이 암 공포로 휩싸여 있을 때도 수백 건에 달하는 민원을 통해 관련 부서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그들은 비협조적이었다고 한다. 사상 초유의 코로나 기간 장점마을 아픔이 잠시 잊혀졌다. 그 가운데서도 주민들은 치열한 법정 투쟁을 이어가며 책임 소재를 밝혀냈다. 비료 생산과 폐기물 관리를 허가한 행정기관으로서 관리 감독을 제대로 못하면 그 책임에 상응한 배상 선례를 남기고자 싸운 것이다. 오죽하면 주민들이 직접 조사를 통해 비료 공장 연초박이 '암' 원인이란 사실을 밝혀내겠는가. 주민 보상 문제도 그런 행정의 불신감에서 출발했다. 돌이켜 보면 이번 사태는 처음부터 끝까지 피해 주민들이 직접 나서 원인부터 보상에 이르기까지 인과관계를 규명했다는 점에서 행정기관의 존재 이유를 되새기게 한다. 김영곤 논설위원
“'야당 의원만 뽑은 전북은 뜨거운 맛을 봐야 합니다” 만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이 이런 말을 했다면 사람들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을 것이다. 사적인 술자리도 아니고 정부여당의 최고 책임자들이 모여 국정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이런 말이 나왔다면 말이다. 그런데 이는 실제 있었던 엄연한 역사요, 현실이었다. 1989년 김용태 당시 국회 예결위원장은 이 말 한마디로 정국이 시끄럽게 되자 결국 사퇴해야만 했다. 전북에서는 망언이라고 들고 나섰고, 당시 DJ가 이끌던 평화민주당은 이 문제를 정치쟁점화 한 때문이다. 지금은 고인이 됐지만 경북 안동 출신의 김용태는 훗날 4선 국회의원에 내무부장관, 대통령비서실장까지 지낸 정계 실력자였다. 예산안을 논의하던중 무심코 툭 던진 정계 실력자의 한마디는 실언이라고는 하지만 현실에 대한 상황 인식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례였다. 앞서 1988년 제13대 총선때 전북을 비롯한 호남은 소위 황색돌풍이 불면서 평민당이 싹쓸이 했다. 여론이 좀 잠잠해지자 그는 사퇴한 이듬해 다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으로 복귀한다. 사람들은 말도 안되는 먼 옛날의 에피소드로 여길 것이다. 그때로부터 무려 한 세대가 훌쩍 지났다. 그런데 역사는 반복된다고 하던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여당 간사인 국민의힘 송언석 의원(김천)은 전북이 잼버리를 핑계로 총 11조 원에 달하는 사회간접자본 예산 빼먹기에 집중했다고 지적했다. 사석도 아닌 원내대책회의에서 집권여당의 실세가 한 말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다. 이러한 정부여당의 인식은 왜 새만금 SOC 예산이 78% 삭감 편성됐는지를 잘 설명해준다. 예산 편성권의 남용이라는 여론이 들끓고, 정부여당에 대한 설득작업이 병행되면서 내년도 새만금SOC 관련 예산은 상당 부분 부활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돌고 있다. 지역사회에서는 이를 기정사실화 하는 분위기인데 물론, 살아난다고 해도 당초 정부편성안과는 비교가 안될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갈 길은 멀다. 기재부, 국민의힘은 물론, 용산까지 찾아다니며 실무자들까지 설득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김관영 전북지사가 기재부를 비롯한 책임자와 실무 간부들까지 직접 만나 하나하나 설득하고 있으나 때로는 자존심 상하는 일도 없지 않다고 한다. 선뜻 반기는 이 보다는 만남 자체를 꺼리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새만금 SOC 관련 예산에 대해서는 부정적 선입견이 많아 맨 땅에 헤딩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때로는 자존심 상하는 경우도 있는데 지역 살림을 책임진 도지사로서 어떻게든 예산 한푼이라도 더 따내기 위해 백방으로 뛰면서 간곡히 호소한다는 후문이다. 엊그제 선관위의 총선 관련 선거구 획정안을 보면 나름대로 잣대가 있겠으나 전북의 입장에서만 보면 기가막힐 일이다. 인구 감소는 전국적인 현상인데 유독 전북만 1석이 줄기 때문이다. 지금도 사회 도처에 전북은 뜨거운 맛을 봐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는가 보다. 안타깝고 통탄스러운 현실이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21세기 아쇼카 선언. 2011년 여름, 조계종의 자정과 쇄신 결사추진본부 화쟁위원회가 발표한 종교평화 선언문 초안의 이름이다. 이 선언문은 열린 진리관과 종교 다양성을 존중하겠다는 실천 강령을 담고 있었으나 그 내용을 두고 논란이 일었다. 그해 11월 발표할 예정이었던 최종안도 종정 법전 스님의 지시로 미뤄지는 등 종단 내부의 갈등이 이어졌다. 결사추진본부는 조계종이 종교 간 갈등과 대립이 사회를 더 어지럽히고 있다는 자성으로 스스로의 쇄신을 위한 화쟁위원회를 비롯해 4개 위원회를 통합한 조직이다. 결사추진본부의 중심에 도법스님이 있었다. 도법스님은 아쇼카 선언문 초안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예전에는 종교가 세상을 걱정했지만, 지금은 종교 때문에 국민이 근심하고 걱정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며 ‘자정’과 ‘쇄신’ ‘결사’를 내세운 배경과 의미를 강조했다. 2012년 초, 서울 안국동의 조계종 총무원에서 도법스님을 만났다. 당시 총무원 건물에는 ‘자정’과 ‘쇄신’ ‘결사’를 써넣은 걸개가 휘날렸다. 갈등과 분쟁이 끊이지 않았던 종단 내부의 문제를 치유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단면이었다. 스님은 선언문의 의미를 ‘불교는 불교다운 방식으로 이 문제를 풀어가자는 것’이라며 ‘평화적 방식으로 문제를 풀어가는 것이야말로 불교 정체성에도 맞고 시대정신에도 합당한 방식’이라고 강조했다. 선언문이 앞세운 화두는 ‘화쟁’이었다. 화쟁은 다툼을 화해시키고 평화롭게 함께 갈 수 있게 하는 것. 원효 스님이 이론체계를 세우고 제시한 개념이다. 도법스님은 ‘화엄종 법화종 선종 교종 열반종 천태종 등등 종파주의적 갈등과 대립이 첨예했던 당시, 이 갈등과 대립을 어떻게 화해시키고 평화롭게 함께 하도록 할 것인가 논리를 제공한 것’이 화쟁론이라고 소개했다. 조계종이 종교평화를 선언한 즈음, 종교계는 갈등과 분쟁으로 얼룩졌다. 지금은 달라졌을까. 안타깝게도 조계종의 종교평화를 향한 결사의 의지에도 불구하고 환경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세파에 시달리는 사람들의 마지막 안식처인 종교마저도 반목과 다툼으로 혼탁해진 시대에서 대중들은 더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자성과 쇄신’ 운동을 내세우고 결사추진본부를 설립했던 당시, 총무원장으로 조계종을 이끌었던 자승스님이 지난달 입적했다. 조계종의 공식 발표에 따르면 ‘소신공양’이다. 2009년 총무원장이 된 이후 2013년 연임에 성공하면서 유일하게 임기 두 번을 채운 스님은 자리에서 물러난 후에도 실세로 꼽히면서 종단의 분쟁과 갈등의 중심에 있었다. 그래서일까. 갑작스러운 스님의 죽음을 놓고 여러 추측이 난무한다. 이런 상황이 안타깝다. /김은정 선임기자
“개가 토끼를 쫓았습니다. 수십리에 이르는 산기슭을 세 바퀴나 돌고 가파른 산꼭대기까지 다섯 번이나 오르락내리락하는 바람에 쫓기는 토끼도 쫓는 개도 그만 힘이 다해 그 자리에 쓰러져 죽고 말았습니다. 이때 그것을 발견한 농부는 힘들이지 않고 횡재를 했습니다.” 중국 춘추전국시대 제(齊)나라 왕이 대치 중인 위(魏)나라를 치려 하자 제나라의 관료 순우곤(淳于髡)이 왕에게 올린 진언이다. 이 말을 들은 제나라 왕은 전쟁을 포기하고, 부국강병에 힘을 쏟았다. 중국의 역사서 ‘전국책(戰國策)’에 실린 이야기로, ‘견토지쟁(犬兎之爭)’이란 고사성어의 유래다. 개와 토끼의 싸움이라는 뜻의 이 성어는 ‘전혀 쓸데없는 다툼’, 또는 ‘양자 간 싸움에서 제3자가 이득을 보는 상황’을 비유하는 말로 쓰인다. 새만금 관할권을 놓고 10년 넘게 다투고 있는 군산과 김제·부안 등 3개 지자체의 모습이 꼭 이렇다. 특히 외부의 강한 압박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군산과 김제시의 극한 충돌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서로 쫓고 쫓기다 지쳐 죽어가는 개와 토끼의 모습을 연상케 한다. 지난 8월 세계스카우트잼버리 파행 이후 외부에서 새만금을 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그런데도 건곤일척(乾坤一擲)의 내부 다툼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달에는 김제시민과 군산시민들이 정부세종청사 앞에서 각각 집회를 열고 관할권 사수 의지를 천명하기도 했다. 새만금이 잼버리 파행으로 국제적 망신을 당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정작 내부에서는 땅싸움에만 몰두하는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 것이다. 이는 새만금 예산 삭감과 기본계획 재수립의 빌미가 됐다. 실제 한덕수 총리는 지난 9월 국회 대정부질문 답변에서 새만금 기본계획 재수립 방침과 관련해 관할권 다툼 문제를 끄집어냈다. 전북도가 군산과 김제·부안을 하나로 묶는 새만금 특별지방자치단체 설치를 분쟁의 해법으로 내놨지만 관할권 문제와 맞물려 답보상태다. 출구를 찾던 전북도가 군산과 김제·부안 등 3개 시·군이 참여하는 갈등조정협의회를 구성해 오는 7일 첫 회의를 열기로 했다. 하지만 김제시가 일찌감치 불참을 통보하면서 그 성과를 기대할 수 없게 됐다. 지난 2010년 행정안전부의 새만금 3·4호 방조제 행정구역 귀속지 결정을 놓고 행정소송과 함께 시작된 지자체 간 분쟁은 새만금 동서도로와 신항만으로 이어졌다. 이대로라면 올 7월 개통된 남북도로와 지난 6월 부지 매립공사를 마친 스마트 수변도시도 분쟁의 땅이 될 게 분명하다. 오랫동안 그려온 새만금의 청사진을 이제 속도감 있게 실현해야 하는 중차대한 시점이다. 주민 감정 대립과 행정력 낭비를 초래하는 내부 다툼으로 가뜩이나 어려운 새만금사업을 더 어렵게 해서는 안 된다. 성공적인 새만금 개발이 우선이다. 내부 갈등과 분쟁은 결국 새만금 개발의 발목을 잡는 행위일 뿐이다. 지금은 새만금의 미래를 위해 서로 힘을 합쳐야 할 때다. 우선 견토지쟁부터 중단해야 한다. / 김종표 논설위원
그간 도민들은 누가 말하지 않더라도 약속이라도 한 듯 각종 선거 때마다 민주당 후보를 일방적으로 찍어줘 왔다. 이런식의 묻지마 투표행태가 계속 이어지다 보니까 여야로부터 귀한 대접을 받기는 커녕 관심도 못 끈다. 오히려 지역정서에 발목 잡혀 일방통행식이 되다 보니까 지역발전만 뒷걸음질 쳤다. 전북에서 민주당은 내년 총선때도 싹쓸이할 것이라고 판단하고 별반 신경을 쓰지 않는다. 121석인 수도권과 충청권·부산 등지에서 누굴 공천해야 승산이 있는가만 심도있게 헤아린다. 이 지역은 선거 때마다 유권자들이 경쟁의 정치를 직접 경험한 관계로 박빙 승부처가 되기 때문에 여야 모두 사생결단식으로 나선다. 이에 반해 민주당 텃밭인 전북은 누구를 공천해도 찍어주기 때문에 당에서 굳이 신경 쓸 필요가 없는 것. 알게 모르게 당 대표와 친명 실세들에 대한 충성도 등이 공천과정에 직접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각 후보마다 1차적으로 컷오프 안 당하려고 충성경쟁에 혈안이다. 유권자가 보면 속빈강정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이 같은 상황이 연출된다. 역대 선거 때마다 공천결과를 놓고 볼 때 앞뒤가 달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의정활동을 소홀히 한 사람이 다시 공천 받는 걸 보면 당 대표와의 보이지 않는 관계가 결정적으로 작용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번에도 표면상으로는 비명한테 불이익이 돌아가지 않도록 공정하게 공천작업을 한다고 말하지만 개딸들이 SNS상에서 움직인 것을 보면 결코 순탄치 않게 돌아가고 있음이 감지된다. 최근 대장동 첫 판결서 이재명 측근인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징역 5년 벌금 7000만원으로 법정 구속돼 당 안팎이 뒤숭숭해졌다. 친명 비명간 공천권 다툼이 새국면을 맞으면서 공천셈법이 복잡해졌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전북에서는 새만금예산 삭감으로 전체 판을 갈아 엎어야 한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그 이유는 전북정치권이 중앙무대에서 존재감이 약해서 당했다고 여기기 때문에 아예 판갈이를 해야 한다는 것. 전북 출신 가운데 똑똑한 의원이 하나라도 있었으면 이 같이 멍청스럽게 앉아서 당하지는 안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초·재선 때는 존재감이 없다고해서 물갈이 해야 하고 다선 때는 무력증에 빠져 입신양명하는데만 골몰하기 때문에 물갈이 해야 한다는 논리가 계속 악순환처럼 반복된다. 선거 때마다 유권자들은 현역들을 교체하고 싶어라 한다. 심지어 목에 힘이 잔뜩 들어가 인사성이 밝지 못한 사람도 바꿔야 한다고 말할 정도다. 국회직이나 당직을 맡지 않은 의원들은 여의도 보다는 지역구에서 활동할 때 더 부정적인 평가가 많다. 극단적으로 지방의원 줄세우기 하면서 골목대장놀이 한다고 비아냥 거리기 때문이다. 전북은 이번 일을 반면교사로 삼고 국가예산을 잘 가져올 역량 있는 인물이 필요하다. 배짱이처럼 철 지난 운동권 출신이 당 대표한테 충성을 다해 공천 받는 것 보다는 전문성을 갖춘 사람이 받도록 해야 한다. 민주당이 도내서 계속 지지를 받으려면 이 대표에 대한 방탄조끼를 거두고 전문가를 대거 공천해야 한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세밑 어려운 형편에 있는 기초생활수급자의 선행 기부 소식이 우리에게 묵직한 감동을 준다. 매서운 한파보다 더 무서운 불경기 때문에 이웃 사랑의 온도가 크게 올라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많은 시사점을 던지고 있다. 팍팍한 살림에서도 허리띠를 졸라매고 꼬깃꼬깃 아껴둔 돈을 더 어려운 이웃에 써달라고 쾌척한 이들의 뉴스는 이웃 사랑 그 자체다. 특히 연말이면 시끌벅적한 분위기와는 달리 소외되고 사회 그늘진 곳에서 온정의 손길을 기다리는 이들이 주변에 많다. 다소 아쉽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맘 때면 불우이웃 성금이나 복지시설 위로 방문 기사를 통해 ‘더불어 사는' 사회 일원임을 깨닫게 된다. 그렇다면 길거리 구세군 자선 냄비라도 그냥 지나치지 말고 훈훈한 마음을 담아보는 것은 어떨지 생각해 본다. 지난주 전북일보(24일자 5면)에 실린 1000원짜리 지폐 100장과 함께 평생 모은 4000만원의 기부를 통해 이웃 사랑을 실천한 기초생활수급자의 얘기가 가슴 한켠을 시리게 했다. 생계비 지원을 받는 그들은 넉넉지 못한 생활 속에서도 자기보다 처지가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달라고 익명으로 기부함으로써 그 의미를 더해줬다. 지난달 17일에는 기부 문화의 새 지평을 열어준 아너소사이어티 회원의 전북 지역 100호 가입이 화제를 모았다. 1억원 이상 고액 기부자 모임의 회원으로 활동하는 이들이야말로 ‘노블레스 오블리주’ 실천과 함께 나눔 문화 확산에 기여를 힌다. 우리에게 친숙한 기부자 대명사는 ‘얼굴 없는 천사’ 다. 지난 2000년부터 한 해도 거르지 않고 24년째 남몰래 선행을 이어와 귀감이 되고 있다. 그의 선행을 기리며 만들어진 전주 노송동 천사 마을의 ‘천사 길’ 도 벽화를 통해 아름다운 기부를 널리 알리는데 앞장서고 있다. 그동안 10억에 가까운 기부를 통해 7천여 가정에 현금, 쌀, 연탄 등을 나눠주고 저소득층 자녀의 장학금으로도 쓰인다. 언론에서도 그의 실체를 알아내고자 무진 애를 썼으나 결국 뜻을 이루지 못해 추측만 무성할 뿐이다. 동네 주민들은 해마다 10월 ‘천사 축제’ 를 개최해 얼굴 없는 천사의 나눔 정신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엔 초등학교 4학년 학생의 경찰관 ‘간식 선행’ 이 사회적 관심을 끌었다. 지난 9월 이 학생은 어머니와 함께 1년간 모은 용돈으로 과자와 떡 음료수 그리고 손 편지가 담긴 쇼핑백을 인근 파출소에 전달했다. 우리 마을 안전 지킴이로 그동안 불철주야 고생한 이들에게 고마웠다는 편지 내용이 경찰관들을 더욱 흐뭇하게 했다. 이처럼 기초생활수급자와 초등생처럼 본인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통해 어려운 이웃과 함께 따뜻한 마음을 나누는 것이 진정한 기부다. 기업 이익을 사회 환원하는 차원의 재벌과 대형 법인의 수억원 대 기부금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최악의 경제난 속에 사회 소외계층에 대한 후원금과 기부가 줄었다는 소식이다. 훈훈한 이웃 사랑 기사가 신문 지면에 가득찼으면 하는 요즘이다. 김영곤 논설위원
각서(覺書)란 어떤 일에 대한 의견이나 약속을 상대편에 전달하거나, 서로 확인하고 기억하기 위하여 적어 두는 문서를 말한다. 구태여 각서란 표현을 쓰지 않고 노트나 메모 형식으로 만든것도 흔히 각서라고 부른다. 사람의 한마디는 천금의 무게를 갖는 것이기에 서로 신뢰한다면 말로 하는 약속으로 충분하지만, 훗날 사정이 바뀌면 얼마든 이를 뒤집을 수 있기에 사람들은 문서 형식을 갖춰 분쟁의 소지를 없게 하는가 보다. 국내 정치사에서 굵직한 각서 파동을 몇가지 들어보자. 먼저 1962년 말 작성된 그 유명한 ‘김・오히라 메모’. 이는 김종필 당시 중앙정보부장과 오히라 마사요시(大平正芳) 일본 외상이 한・일협정 체결을 앞두고 대일 청구권 규모를 ‘무상 3억달러, 유상차관 3억달러, 민간차관 1억달러 이상’으로 타결한 것이다. 징용이나 위안부 문제에서 알 수 있듯 반세기 이상이 지난 지금도 한일 문제가 불거질때마다 등장하는게 바로 이 메모다. 시간이 한참 흐른뒤 1971년 대선을 앞두고 치러진 신민당 전당대회때 인동초 DJ는 소석에게 각서 하나를 써준다. 2차 결선 투표 직전 ‘다음 당수 선거 때 이철승을 민다’는 각서를 써주고 이철승계 표를 흡수했다. 결론은 김대중 458표, 김영삼 410표로 YS 대세론을 무너뜨린 대역전극이었다. 하지만 훗날 DJ는 중도통합론을 주창한 이철승 대신, 선명야당의 기치를 내세운 YS를 지원, 결과적으로 소석은 당권장악에 실패한다. 노태우·김영삼·김종필 세 사람은 3당 합당 과정에서 1년 이내(91년 5월) 내각제로 개헌하는 데 합의하는 각서를 만들고 극비에 부쳤다. 하지만 정계 실력자 몇명만 아는 극비 각서는 합당 4개월만에 언론에 등장했고 결국 내각제는 없던 일이 됐다. 지역 정치권에서도 각서는 종종 등장한다. 유력 후보들간에 “차기 공천은 당신에게 양보한다”는 각서를 공유했는데 다음에 이를 근거로 양보를 요구하자 “공개된 각서는 그 순간 효력을 상실한다”는 해괴한 논리로 백지화 한 것은 매우 유명한 일화로 남아있다. 2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전주상공회의소 회장 선거를 앞두고 요즘 지역사회에 각서를 둘러싼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윤방섭 전주상의 회장은 법원의 결정으로 ‘회장선출 및 의원선거결의 무효확인’ 본안판결이 나올 때까지 모든 업무에서 배제돼 한동안 직무를 수행하지 못했다. 결국 최종 판결까지 갈 경우 전주상의는 장기간 파행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는데 이 소송을 취하하는 조건으로 윤방섭 회장과 김정태 수석부회장을 중심으로 합의문을 작성한 바 있다. 최대 핵심은 윤방섭 회장의 직무복귀와 김정태 수석부회장이 차기 전주상의 회장에 출마할 경우 윤방섭 현 회장이 협조한다는 거다. 그런데 최근들어 윤 회장의 연임설이 확산되면서 각서 백지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한다. 지역 상공인들사이에 회자되는 각서가 향후 어떤 파장을 일으킬지 초미의 관심사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익산 왕궁리 왕궁터가 실체를 드러낸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다. 1400년 역사의 실체에 다가서는 발굴조사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진 것은 지난 1989년, 문화재관리국이 백제문화권 유적정비사업으로 왕궁리 오층석탑 주변 유적 발굴조사를 시작하면서다. 2004년 12월, 부여문화재 연구소가 익산 왕궁리 유적 발굴조사 16년을 더해 진행한 정밀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궁성 건물지를 축조하기 위해 기반을 다진 석축, 계단 역할을 하는 월대, 건물과 건물 사이에 자리한 후원, 뒷간이 있었던 자리가 온전히 드러나고 새롭게 밝혀진 건물지에서는 유물이 쏟아져 나왔다. 궁성의 존재는 확인됐지만, 궁성의 내부 구조와 생활공간 등의 흔적을 구체적이고 세세하게 보여주는 유적의 실체는 놀라웠다. 남쪽 성벽의 중문지, 2기의 석축과 건물지 7동, 배수시설 1기, 와요기 3기 등 13기의 유구가 확인되었고, ‘王宮寺’가 새겨진 명문 기와와 중국 청자 조각과, 철제 솥까지 다양한 유물이 출토됐다. 여러 개 건물지 확인으로 왕궁 내부 공간의 계획적 구획 및 활용방식에 대한 추정이 가능해졌다. 남쪽 성벽에서 동서 석축까지 일정한 공간 비율로 배치된 석축이 모습을 드러내고 정원석으로 장식된 석축과 함께 장대석 및 자갈로 바닥 면을 만든 출입 시설도 밝혀졌다. 고대 궁성과 관련된 시설의 대지가 어떻게 조성되고 공간은 어떻게 구획되었는지를 보여주는 자료가 확보되고 궁성의 계획적인 설계와 축조양상이 확인됐다는 것은 발굴조사의 가장 큰 성과였다. 학계는 왕궁터가 백제 시대 왕궁의 어느 것보다도 완전한 형태의 궁성 구조를 갖추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이후 발굴된 유적의 자리와 경계를 재현하는 대대적인 정비작업이 이어졌다. 오층석탑만을 품고도 단아하고 아름다운 경관을 갖게 된 왕궁리 유적 경관이 그 결실이다. 덕분에 왕궁리 유적은 어느 사이 많은 사람에게 1400년 전의 역사를 상상할 수 있는 귀한 공간이 되었다. 사계절마다 달리하는 고즈넉하고 아름다운 풍광으로도 이름이 높고, 우리나라에서 해지는 풍경이 아름다운 장소로도 꼽힌다. 왕궁의 역사적 가치를 살리는 공간이 조성된다. 왕궁 유적의 역사를 주제별로 만날 수 있는 ‘백제왕궁 금마저 역사문화공간 조성사업’이다. 올해 초 시작된 세계유산 탐방거점센터 건립과 연계해 왕궁터 인근에 왕이 업무를 보고 생활했던 공간, 백제식 전통 정원, 왕궁 공방과 체험공간 등 다양한 건축물을 건립하는 사업이다. 건축물 없이도 역사적 실체를 상상할 수 있게 하는 아름다운 왕궁터와 그 역사적 의미를 재현하는 건축물의 조화. 이 새로운 시도가 반갑다. /김은정 선임기자
익산은 신흥종교에서 국내 4대 종교로 발돋움한 원불교의 성지이자 총본산이다. 원불교 교단을 총괄하는 중앙총부가 있고, 중·고교와 대학 등 이 교단에서 설립·운영하는 교육기관도 많다. 그렇다고 익산을 ‘원불교 도시’라고 부를 수는 없다. 익산은 다양한 종교의 문화와 역사·유적이 어우러진 곳이다. 국내 굴지의 역사문화도시로서 미륵사지를 비롯해 불교문화 유산이 풍부하고, 한국인 최초의 가톨릭 사제인 김대건 신부가 중국에서 사제서품을 받은 뒤 배를 타고 도착한 나바위 성지도 있다. 또 개신교의 뿌리도 깊다. 이 도시의 종교인 중 개신교 신자가 가장 많고, 관련 문화유산도 적지 않다. 이처럼 익산은 불교와 개신교·천주교·원불교 등 국내 4대 종단의 성지를 만날 수 있는 종교도시다. 굳이 비교하자면 유대교와 기독교·이슬람교의 성지로, 세계 종교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이스라엘 예루살렘과 견줄 수 있다. 실제 지난 2016년에는 익산문화관광단체협의회가 ‘한국의 예루살렘은 익산’이라며 ‘세계문화유산 & 한국의 예루살렘, 익산’이라고 새긴 기념 달력을 발간하기도 했다. 인류 역사에서 종교는 사회발전에 큰 역할을 했지만, 수많은 전쟁과 깊숙이 관련돼 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종교적 배타성으로 인한 갈등과 분쟁이 인류 평화에 큰 장애가 된 게 사실이다. 동·서로 분할된 종교도시 예루살렘을 놓고 오랫동안 대립해온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지금 이 순간에도 전쟁 중이다. 한국의 예루살렘이라 불리는 익산도 첨예한 종교 갈등을 겪었다. 10년 전에는 원불교가 개교 100주년을 기념해 추진한 국제마음훈련원 건립사업을 놓고 종교 갈등의 내면을 보여줬다. 국제마음훈련원 건립 예산을 정부와 지자체가 지원하기로 한 데 대해 기독교계를 중심으로 강력한 반발이 일었다. 특정 종교시설에 국민 혈세를 지원해서는 안 된다는 논리였다. 결국 사업은 무산됐고, 지역사회에 커다란 앙금을 남겼다. 그리고 지난 25일 이 같은 앙금을 말끔히 씻어낸 화합의 선율이 울려 퍼졌다. 익산시가 주최한 ‘4대 종교 한마음 합창제’다. 이날 합창제에는 기독교와 천주교·원불교·불교 등 4대 종교를 대표하는 지역 합창단이 아름다운 화합의 하모니를 만들어내 지역사회에 깊은 울림을 남겼다. 익산을 비롯한 전북지역에서 4대 종교 교류·화합의 발걸음은 꽤 오래전부터 이어져왔다. 전북도가 주최하는 ‘세계종교문화축제’가 익산과 전주·완주·김제 등에서 해마다 열린다. 올해 제15회 행사는 지난 9월 종교 간 상생과 나눔의 정신을 알리는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진행됐다. 축제는 지난 2009년 4대 종교가 뜻을 모아 전주와 익산·완주에 있는 각각의 성지를 연결한 ‘아름다운 순례길’을 열면서 시작됐다. 종교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상생과 화합의 길을 만들어낸 전북, 그리고 익산에서 종교인들이 손잡고 전한 화합·평화의 메시지가 지구촌 분쟁의 땅에 널리 울려퍼지길 바란다. / 김종표 논설위원
국회의원을 보면 그 지역사람들의 정치적 수준을 알 수 있다. 한마디로 정치적 성향이나 기질을 파악할 수 있다. 전북 도민들은 DJ를 대통령으로 만들려고 대선이나 총선 때마다 민주당 한테 일방적으로 표를 던졌다. DJ가 대통령이 되고 난 이후에도 거의 맹목적으로 민주당 한테 몰표를 안겼다. 총선이나 지방선거도 공천이 본선거나 다름 없을 정도로 공천만 받으면 당선은 '떼어 논 당상' 이었다. 공화당 정권 때 국회의장을 지낸 대구 출신 이효상 씨가 지역주의를 대선에 활용하면서 영호남 지역주의가 토착화 돼 버렸다. 1노3김 이후 30여년 이상 전북의 정치토양이 민주당 일당독주로 계속 가다 보니까 건전한 경쟁으로 정치리더들이 뽑히지 않고 정치공학적으로 선거기술자만 양산되었다. 특히 대학 다녔을 때 운동권 출신들이 대거 정치권으로 유입되면서 국회의원이 되는 바람에 기대했던 것 만큼 본연의 역할을 못해왔다는 지적이다. 사실 국회의원을 한 두번 하고 나면 그 사람의 모든 정치적 역량이 드러나게 돼 있다. 국회가 선수(選數) 중심으로 운영된다고 하지만 역량만 있으면 얼마든지 초·재선 때도 크게 부각, 영향력 있는 전국 정치인이 될 수 있다. 지금 전북 정치권은 민주당 최고위원직에 도전장을 내민 의원이 없을 정도로 최약체다. 도대체 배지를 달고 다니면서 무슨 일을 하고 다니는지를 모를 정도다. 모든 특권은 다 누리고 다니면서 의정활동에서 존재감이 약하다. AI시대에 전문성이 떨어지다 보니까 중앙방송에서 실시하는 TV토론회에 패널로도 참석치 못할 정도로 존재감이 없다. 새만금예산 삭감 이후 두차례나 여의도 국회의사당에 모여 범도민예산부활궐기대회를 개최했지만 아직 정치권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처럼 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해서 도민들의 자존심이 짓밟힐대로 짓밟혀 뭉개졌는데도 서로간 사소한 이해관계로 일사분란하게 대응치 못한 것은 비난 받아야 마땅하다. 다른 지역은 메가시티 건설로 큰 그림을 그려 방향을 잡고 지역발전을 모색하고 나가는데 전북은 새만금관할권 다툼이나 하고 있으니 한심하다. 특히 전주완주 통합이 시급한 현안인데도 지역구 의원들이 선거구 획정에만 관심 있을 뿐 일언반구 말이 없다. 민주당 지도부는 혁신공천을 빌미 삼아 전북 현역들의 컷오프 대상자 수를 최소 2∼3명으로 늘릴 것이다. 하지만 현역들은 자신들의 기득권 보호를 위해 여론과는 동떨어지게 중진들의 재진입을 알게 모르게 결사 반대하고 있다. 이미 새만금예산 삭감으로 현역 의원들의 정치력에 대한 평가가 낮다는 것이 기정사실화 돼버렸기 때문에 물갈이 여론도 거세졌다. 설령 부활시켜도 전액이 부활될 가능성이 낮아 민주당의 지지도를 높이기 위해서라도 물갈이 폭을 넓혀야 한다는 것. 전북은 당심이나 민심이 같아 현행대로 50대 50으로 갈 경우 공정한 경쟁이 이뤄질 수 없다. 어차피 경쟁의 정치가 만들어지지 않기 때문에 100% 오픈프라이머리로 가는 게 좋다. 지금은 50%를 유급당원으로 하기 때문에 완전히 돈선거를 유발할 수 있어 공천제도를 바꿔야 한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더 이상 버티기 힘든 자영업 소상공인의 겨울은 유난히 춥고 혹독하다. 실물 경기가 최악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당장 문을 닫고 싶어도 빚더미에 허덕이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형편이다. 은행권에서 빌릴 수 있는 돈은 죄다 가져다 썼기 때문에 이젠 기댈 언덕조차 보이지 않는 게 현실이다. 말 그대로 하루하루가 피를 말리는 고통의 연속이다.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자영업자 대출은 313만명에 1043조2000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다. 같은 기간 연체액도 1조원 늘어난 7조3000억원으로 역대급이다. 얼마 전 금융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특례보증 대출이 오픈런을 통해 삽시간에 마감되면서 돈줄이 막힌 시중의 자금 사정을 여실히 보여줬다. 정치권의 때아닌 ‘횡재세’ 도입 논란도 이 때문이다. 천문학적 영업 이익을 거둔 은행권을 정조준해 고금리 장사로 배를 불리는 만큼 이자 부담에 허덕이는 서민들을 도와달라는 것이다. 오죽하면 윤석열 대통령도 이 문제를 언급 “은행권은 강력한 기득권층이다. 이들의 독과점 행태를 정부가 방치해선 안된다” 며 전면적 쇄신책을 주문했다. 금융 수장들도 이 같은 기류에 적극 호응하며 은행의 사회적 기여를 공개적으로 강조했다. 금감원장은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를 합친 것보다 은행권 영업 이익이 더 많다며 개선 의지를 시사하기도 했다. 민주당도 국민 70% 이상이 동의한다며 입법 추진 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런 전방위 고강도 압박에 은행권도 일단 보조를 맞추는 모양새다. 정부가 밝힌 “고객들이 납득하고 체감할 수 있는 수준” 에 부응하기 위해 이자 부담을 줄이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과거에도 소나기를 피해 가듯이 생색내기에 그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그와 같은 눈가림식 일회성 퍼포먼스는 지금의 상황에서 오히려 역풍을 불러일으켜 부메랑을 맞기 십상이다. 실제 유럽 일부 국가에선 이 제도를 활용해 고객 이익으로 되돌려 주고 있다. 올해 3분기 5대 시중은행의 누적 이자 이익은 30조 936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4% 증가했다. 30조를 넘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은행은 서민들이 돈 필요할 때 빌릴 수 있는 다정한 이웃이다. 주로 고객 이자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인데도 문턱이 너무 높은 게 문제다. ‘상생 협력’ ‘동반 성장’ ‘든든한 가족’ 이란 슬로건 이미지와는 달리 고객 대출을 좌우하는 건 결국 신용등급, 담보, 연체 등이다. 코로나를 겪으며 유례없는 경제난 속에 겨우 돌려막기로 연명하는 자영업 소상공인에게 이 같은 전제 조건은 대출을 못해주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횡재세 논란이 불거진 것도 말만 번지르르 하기 보다는 슬로건처럼 실천하라는 일종의 압박 전략이다. 오랜 기간 거래하던 신용 우수 고객이 뜻하지 않은 경영난에 봉착했을 때 그들은 도움을 주기는커녕 리스크 관리에만 혈안이 된다. 한마디로 비올 때 우산을 뻿는 식이다. 김영곤 논설위원
서울 종로 신문로에 가면 성곡미술관이 있는데 성곡(省谷)은 쌍용그룹 창업자인 김성곤의 호다. 카이제르 수염으로 유명했던 성곡 김성곤은 백남억, 김진만, 길재호 등과 더불어 반 김종필계 4인방 중 한명이었다. 나는 새도 떨어뜨리던 그도 1971년 오치성 내무부장관 불신임안을 가결시킨 소위 '10·2 항명파동'을 계기로 박정희 당시 대통령의 진노를 사 결국 정계를 떠났다. 동명이인은 많아도 호가 같은 경우는 드문 법인데 김길준 전 군산시장의 호 역시 성곡(省谷)이다. 어려운 사람을 살핀다는 의미가 있다고 한다. 오래전 정계를 떠났고 또한 별세한지도 2년도 넘은 김길준 전 시장이 요즘 지역사회에서 화제가 되고있다. 그를 추모하는 기념사업회가 활동을 시작한 때문이다. 염석호 전 시장 비서실장이 주도하는 기념사업회에는 나창기 전 군산상고 감독, 이종영∙김관배 전 군산시의회 의장, 지역 언론인 등이 뜻을 같이하고 있다고 한다. 사업회는 흉상 제작, 장학기금 확대 운영, 김길준 기념관 마련, 추모집 발간 등을 계획중이다. 찬반 논란이 가열되면서 소석 이철승 추모사업도 진행되지 못하는 상황인데 정계나 법조계 거물도 아닌 국회의원 한번, 군산시장 두번을 지냈을 뿐인 사람을 추모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큰 인물은 아닐지라도 김길준 전 시장이 나름대로 어떤 원칙을 지키며 살아왔다는 얘기다. 기념사업회 관계자들은 “그는 늘 서민의 편에 섰으며 나름의 원칙을 지키는 과정에서 손해를 감수하면서 권력자와 충돌했다”고 회고했다. 대표적인게 F1 그랑프리인데 이 사건은 많은 이들의 운명을 바꿨다. 군산시장 재직시절 세풍건설에서 찾아와 폐 염전 167만평을 용도변경해 자동차 경주대회를 하자는 제안을 했다. 당시 폐 염전 공시지가가 1만원 이었는데 이를 준공업지역으로 용도변경하면 10만원으로 뛰게 돼 그 차익은 상상을 초월했다. 용도변경이 되자마자 세풍은 은행에서 997억원을 대출받았는데 사진 한장 찍고 공사는 시작도 하지 않았다. 결국 조건부 용도변경을 한 군산시는 용도를 본 상태로 되돌렸다. 난리가 난 은행은 세풍에 압력을 가하기 시작했고, 결국 덤터기는 유종근 당시 도지사가 져야만 했다. 유 지사는 이 사건으로 5년형을 선고 받았다. 에피소드 하나. 김 전 시장은 당시 위암 수술을 받고 세브란스 병원에 입원해 있었는데 세풍에서 병원까지 찾아와 과일 상자를 두고갔다고 한다. 염석호 실장은 “저 상자 갖다 주라고 해서 돌려줬는데 돈이 그렇게 무거운 것임을 그 때 처음으로 알았다”고 회고했다. 김 전 시장은 생전 “세풍은 처음부터 F1 그랑프리 대회를 치를 계획이 없었고 시세차익을 노린 범죄행위에 불과했다”고 회고한 바 있다. 어차피 추진하기로 한 기념사업인 만큼 김길준 전 시장을 영웅시하기 보다는 어려운 이를 살핀다는 그의 유지를 받들어 장학기금 확대 등 작지만 지역사회에 실질적 도움이 되는 활동을 기대한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일본 가가현에 있는 작은 섬 나오시마는 세계적으로 이름을 널리 알린 섬이다. 일본 관광청이 4대 관광지로 선정하고, 세계적인 여행잡지 ‘트래블러’가 세계 7대 관광지로 꼽았으니 그럴만하다. 그러나 나오시마가 처음부터 주목받는 섬은 아니었다. 나오시마는 어업과 관광이 주산업이었지만 1917년 미쯔비시 광업이 금속제련소를 설립하면서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공장이 배출한 산업폐기물이 쌓이자 주민들이 떠나기 시작했다. 사람이 살지 못하게 된 쓰레기 섬을 주목한 기업이 있었다. 일본 최대 출판·교육그룹 베네세홀딩스다. 아버지로부터 회사를 물려받은 후쿠다케 소이치로 회장은 1980년대 중반, 이 섬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기업 이미지를 높이고 사회공헌도 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고민했던 후쿠다케 회장은 나오시마를 아름다운 미술관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의 의지에 동행한 이는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다. 미술관과 호텔이 만난 베네세하우스, 땅속에 건축물을 들여놓은 지중미술관, 재일교포 작가 이우환 미술관 등이 뒤를 이어 완성됐다. 시대를 대표하는 거장들의 작품이 조우하는 섬, 수많은 현대미술 작가들의 실험적인 설치작품을 만날 수 있는 나오시마는 그 자체로 예술의 섬이 됐다. 8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나오시마의 아트프로젝트로 해안 곳곳에는 세계적인 작가들의 작품이 설치됐고, 주민들이 떠난 빈집은 작은 미술관으로 변신했다. 특별한 명소도 만들어졌다. 빈집을 갤러리로 만드는 안도 다다오의 <집 프로젝트> 첫 결실이 놓인 혼무라 지역 골목이다. 안도와 제임스 터렐의 협업으로 완성한 <미나이 데라>를 비롯해 일본의 대표적인 현대미술작가들의 작품을 설치한 6개 빈집이 이곳에 있다. 세계의 관광객을 끌어들인 <집프로젝트>는 <빈집프로젝트>로 이름까지 바뀌면서 세계 여러 곳의 재생사업 모범이 됐다. 늘어나는 빈집은 대도시나 중소도시를 막론하고 모든 오래된 도시가 안고 있는 현실이다. 농어촌 마을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우리나라의 농어촌 마을에도 한때 빈집프로젝트가 유행했다. 방치됐던 빈집을 주민 공동시설로 만들거나 나오시마처럼 예술을 결합해 관광객을 끌어들이려는 사업이 이어졌다. 그 결과 마을의 환경은 달라졌으나 아쉽게도 마을을 살려낸 결실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마을의 특성을 살려 지속 가능한 프로젝트를 만들어내는 데 실패한 탓이다. 가장 최근 자료인 2020년 인구주택총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빈집은 151만 1,300여 채다. 이 중 38만 7천여 채가 1년 넘게 방치되어 있다. 농어촌 마을의 빈집은 갈수록 늘고 있다. 빈집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더 분명해졌다. / 김은정 선임기자
안호영 의원 통합 결단, 끝까지 최선을
전주의 정체성을 다시 생각해본다
입춘대길 건양다경(立春大吉 建陽多慶)
HAI 시대, 지역사회 감응에도 주목
리셋되는 행정, 중단의 비용
“위기의 파도 앞에서 우리는 같은 배를 탔다”
영화 ‘사람과 고기’를 보고
전주시, 고사 위기의 기령당 활성화하라
김 지사의 컷 오프설은 사실무근
지금, 우리에게 ‘호남’이란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