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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의 날’과 김장문화

바야흐로 김장철이다. 김장은 일평균 4℃ 이하, 최저 0℃ 이하의 기온이 유지될 때가 적정 시기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첫눈이 내리고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권으로 뚝 떨어졌으니 이제 때가 됐다. 11월 22일은 ‘김치의 날’이다. 지난 2020년 제정돼 올해로 4회째를 맞는다. 김치의 다양한 재료 하나(1) 하나(1)가 모여 면역력 강화·항비만·항암 등 22가지 이상의 효능을 만들어낸다는 상징적 의미를 담았다고 한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2021년 미국 캘리포니아주를 시작으로 버지니아주, 뉴욕주, 영국 런던 킹스턴구 등 해외 곳곳에서 ‘김치의 날’을 제정하고 있다. 또 미국 연방의회에서도 11월 22일을 ‘김치의 날’로 선포하자는 내용의 ‘김치의 날 결의안’이 발의돼 다음 달 본회의 상정을 앞두고 있다. 우리나라 대표 발효식품 김치의 세계적인 위상을 재차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우리나라의 김장문화는 지난 2013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함께 김치를 담그고 나누는 공동체 문화의 가치를 인정받은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세계적으로 주목받은 우리네 김장문화가 사라지고 있다. 가족이나 이웃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김치를 담그고, 넉넉하게 나누는 공동체의 계절잔치를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하지만 대한민국 대표 전통식품 김치는 분명히 그 명맥을 유지할 것이다. 김치 전용 냉장고까지 만든 나라가 아니던가. 반면 김치를 담그는 것 이상의 가치를 담고 있는 김장문화는 사정이 다르다. 핵가족 시대를 지나 1인가구가 급증하는 시대다. 아예 김장을 하지 않고 마트에서 조금씩 사다 먹는 가구가 늘어난다. 게다가 김장을 하더라도 소량에 그쳐 굳이 함께 모여 판을 벌일 필요가 없다. 유네스코가 인정한 결속과 나눔의 공동체 문화는 점차 추억 속으로 사라져 간다. 다행히 김치와 김장문화를 널리 알려 계승하기 위한 노력이 축제 형식으로 이어지고 있다. 올해도 전국 곳곳에서 김장축제 소식을 알려왔다. 김치가 주인공이 되는 축제는 배추와 고추 등 김장 재료의 산지에서 주로 열리고, 김장체험과 직거래 장터, 김장나눔 행사 등의 프로그램으로 진행된다. 전북에서는 임실(17~19일), 진안(18~19일)에 이어 오는 24~25일 전주에서 김장잔치가 열린다. ‘제5회 전주시 김장문화축제’다. ‘유네스코 음식창의도시’ 전주에서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인 김장문화의 명맥을 이어가야 한다. 게다가 전주는 해마다 국제발효식품엑스포를 열면서 전통 발효식품의 본고장임을 자처하고 있지 않은가. 축제의 계절, 발에 채이는 지역축제의 하나로 흘려서는 안 된다. 유네스코가 주목한 우리 김장문화를 확산‧계승하는 공동체 잔치로 정착시켜 시민 참여를 이끌어 내야 한다. ‘전주 김장문화축제’가 광주 김치축제와 함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김치‧김장축제로 자리잡도록 지자체와 시민들이 함께 나서 판을 키워볼 일이다. / 김종표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종표
  • 2023.11.20 10:47

전북의 현주소

2023년 끝자락에서 본 전북은 황량하기 그지 없다. 전국 시도 중 실제로 전북이 가장 못사는 변방으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1950년 우리나라 전체인구가 2042만이었는데 전북은 205만으로 10%, 강원은 118만으로 5.8%, 충북은 115만으로 5.6%를 차지했다. 하지만 2021년 기준으로 전북은 인구가 계속 줄어 178만(3.4%) 충북은 163만(3.1%) 강원은 152만(2.9%)를 차지, 계속해서 늘었다. 1인당 GRDP( 지역내총생산)도 전국평균이 4027만원 충북이 4612만원 강원이 3367만원인데 전북은 3118만원으로 가장 적다. 내년도 정부예산은 올보다 2.8% 늘어난 657조인데 강원은 9조5000억으로 5.5% 늘었고 충북은 8조5000억으로 3.1% 전북은 7조9000억으로 올보다 4.7%가 줄었다. 1인당 내년도 정부예산액은 강원이 623만원 충북은 524만원 전북은 444만원으로 가장 적다. 왜 이처럼 전북이 전국에서 가장 못사는 지역이 됐을까. 역대 정권들이 경부축 위주로 산업화를 추진하면서 전북을 철저하게 소외시켜 농업위주의 산업생태계를 제대로 바꾸지 못한 탓이 크다. 특히 민주화 이후 전북정치권의 리더들이 자신들 입신양명하기에 급급하다 보니까 지역발전에 소홀한 게 결정적이었다. 유종근 전 지사가 앞장서 김제공항을 건설키로 했던 계획을 당시 최규성 전국회의원과 벽성대 반대로 무산시킨 것은 바보짓이었다. 김완주 전 지사 때 채수찬 전 의원이 줄기차게 KTX고속철 역사를 백구 쪽으로 옮기자고 주장했지만 익산시민들 표 때문에 그걸 묵살시킨 게 패착이었다. 전북은 DJ 노무현 문재인 정권때가 발전할 절호의 기회였다. 국책사업인 새만금사업만해도 내부에서 일부 시민사회단체의 반대가 있었지만 인접 광주 전남의원들과 충남의원들의 거센반대가 더 힘들게 했다. 전북 국회의원들이 똘똘 뭉쳐 이를 막아냈다면 상황은 크게 달라졌을 것이다. 해마다 국회예결소위에서 새만금관련예산을 벼랑 끝에다 올려놓고 흔들어대다가 마지못해 살려주면서 자신들 지역구 예산을 몽땅 챙겨갔던 것이다. 도내 의원들은 해마다 이같은 벼랑끝 전술에 말려들어 제대로 새만금관련예산을 챙기지 못하다가 겨우 문재인 정권 말기에 조단위로 사업비를 가져왔다. 윤석열 정권이 새만금관련예산을 삭감시켜 도민들한테 좌절감을 안겨줬지만 막판 국회심의과정 때 상당부분이 회복될 것 같다. 그러나 전북보다 인구가 적은 강원 충북보다 예산규모가 적어 자존심이 말이 아니다. 이처럼 전북이 국가예산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경쟁의 정치 틀이 만들어 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강원이나 충북처럼 여야가 공존하는 정치지형을 만들어야 전북이 살 수 있다. 아무리 우리가 전북의 운동장이 기울어졌다고 주장해도 대변해줄 사람이 없다. 전북특자도시대를 맞아 여야가 능력 위주로 경쟁하는 체제가 만들어져야 국가예산을 제대로 확보할 수 있다. 다음총선 때도 민주당 일변도로 갔다가는 전북발전은 백년하청이 된다. 존재감 약하고 능력없는 현역들을 과감하게 교체시켜야 전북이 발전한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 오피니언
  • 백성일
  • 2023.11.19 18:30

총선 '검경 구도' 시즌2

한동훈 법무 장관은 총선 출마설이 무성한 가운데 정치 이슈 메이커로서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다. 그가 얼마 전 업무 차 전북을 방문했는데 정치적 의미 보폭 확대로 해석하는 이가 적지 않았다. 야당 저격수로서의 인지도가 높고 주목 대상이란 걸 보여주는 대목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 뒤 검찰 출신 인사들의 정치권 움직임이 활발한 것과도 궤를 같이한다. 지난 추석 명절 현직 검사가 고향 사람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가 공개돼 정치 활동 논란이 일었다. 그의 신분을 감안하면 오해 소지가 다분하다. “저는 뼛속까지 ○○사람이다. ○○을 사랑한다” “○○은 이제 지방이 아니라 또 하나의 큰 중심이 되어야 한다” “늘 ○○ 사람으로 함께 하겠다” 는 내용이다. 사실상 정치 활동의 수순 밟기에 나섰다며 민주당이 문제를 삼은 것이다. 내년 총선을 포석에 두고 미리 견제구를 날렸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 같은 기류는 검사 탄핵, 신상 공개 논란과 맞물려 총선이 다가올수록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참여연대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현 정부 주요 보직에 임명된 검찰 출신은 136명이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의 총선 전략과 관련 눈에 띄는 인물이 이성윤 전 중앙지검장이다. 그가 지난 9월 검사 신분으로 조국 전 장관 출판기념회에서 한 발언이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윤석열 검찰 사단은 전두환의 하나회에 비견 된다" 며 작심 비판을 쏟아내자 일각에선 뭔가 결심이 선 것 아니냐며 예의주시하고 있다. 실제 언론에서도 그와 함께 심재철 전 지검장이 전북 지역 총선에 나설 것이란 얘기가 오래전부터 흘러나왔다. 두 사람은 전북 출신 검찰 인맥의 핵심으로 윤석열 검찰총장과 맞서다 한직으로 밀려난 케이스다. 이 검사장의 경우 아무리 사법연수원 동기라 할지라도 대통령을 정면 공격하는 건 쉽지 않다. 그는 문재인 정부 때 검찰총장 1순위에 꼽힐 정도로 잘 나가는 검사였다. 그러나 당시 윤 총장과 수사 지휘권 마찰로 인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이 때문에 현 정권 ‘미운털’ 로 프레임을 씌운 민주당 친문 세력의 러브콜이 이어졌고 최근 조국 전 장관의 출마설까지 불거진 상황에서 그의 선택지는 좁아지고 있다. 총선의 전초전이었던 지난 10월 강서구청장 선거도 당선자인 전북 출신 진교훈 후보가 등판함으로써 검-경 프레임이 대세몰이에 성공했다. 국민의힘 검찰 수사관 출신의 전직 구청장에 맞서 경찰 간부 출신 진 후보를 대항마로 내세운 민주당 전략이 먹힌 셈이다. 단순한 지역단체장 선거를 뛰어넘어 여야 대결로 압축된 것이다. 현재 여야 권력 지도를 보면 검-경 구도는 총선에서도 재연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선거 참패 뒤 인적 쇄신 상황에서도 국힘은 원내대표와 전현직 사무총장을 모두 경찰 출신으로 채웠다. 민주당도 맞불 작전으로 검경 출신 옥석 고르기에 공을 들이는 모양새다. 이래저래 내년 총선은 ‘검경 구도‘ 시즌2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영곤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영곤
  • 2023.11.16 18:27

불출마와 험지 출마

험지(險地)란 다니기에 위험하고 어려운 땅을 말한다. 탄탄대로를 놔둔채 누구인들 험지를 다니고 싶겠는가. 하지만 살다보면 생각지도 않게 험지를 가야 할 경우가 있고, 먼 훗날 그런 선택이 큰 열매를 맺는 수도 있다. 항우의 견제를 받아 오지인 한중에 갖힌 유방이 훗날 천하를 통일하게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일본 전국시대에 토요토미 히데요시가 회심의 일착이라 여기며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험지인 에도에 처박아 버린 것 역시 당초 의도와는 전혀 다른 결과를 가져온다.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의 ‘중진 험지 출마’ 권고에 대한 파장이 여의도를 강타하고 있다. 권성동과 더불어 윤핵관의 중심 인물로 꼽혔던 장제원의 저항이 연일 도하 언론을 도배하고 있다. 국회 부의장을 지냈던 아버지(장성만)의 뒤를 이어 국회의원 3선가도를 달리고 있는 장제원은 요즘 험지출마론의 중심 인물로 떠올랐다. 급기야 장 의원은 지난 11일 외곽 조직 산악회 회원 4200명을 버스 92대로 체육관에 동원, 한껏 세과시를 했다. “알량한 정치 인생 연장하면서 서울 가지 않겠다”고 강짜를 부렸는데 쉽게말해 험지 출마를 하지않고 부산에서 쉽게 당선되겠다는 거다. 그의 거취가 추후 다른 중진은 물론 야권의 험지 출마론에도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전북 정가에서도 과거 험지 출마론이나 중진 불출마가 왕왕 화두로 등장하곤 했다. 중앙정계에 두각을 나타냈던 전북정계의 거물들은 과거 험지 출마로 인해 어떤 결과를 가져왔을까. 7선의원을 지냈던 소석 이철승의 경우 군사정부의 정치규제에 묶여 출마하지 못하는 경우는 있었으나 7선을 모두 전주권에서 달성했다. 국회의장을 역임했던 김원기 역시 정읍에서 6선을 달성했다. 역시 6선의원을 지낸 정세균은 고향인 무진장을 기반으로 4번 당선됐고, 19대와 20대때는 험지인 종로에 진출, 잇따라 당선되면서 국회의장과 총리까지 지냈다. 4선 의원과 집권당 대선 후보를 지냈던 정동영은 전주 덕진에서 2번 연속 당선되면서 일거에 중앙당 수뇌부 자리에 올랐으나 대선에 실패한 뒤 험지인 동작구을, 강남구을, 관악구을 등지에 나갔다가 낙선했다. 결국 그는 다시 전주 덕진에 돌아와 당선되기도 했다. 정동영 전 의원의 경우를 보면 지역구를 지방에서 서울로 옮겨서 당선되는게 매우 어렵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실제로 19대 총선 당시 정진석 새누리당 의원(당시 3선, 서울 중구)을 비롯, 정동영 민주통합당 의원(당시 3선, 서울 강남 을), 천정배 민주통합당 의원(당시 4선, 서울 송파 을) 등이 지역구를 옮겨 출마했지만 고배를 마신 바 있다. 작금의 전북 정가는 중진 불출마 요구를 받는 사람도 없고, 험지인 수도권 출마설이 나도는 사람도 아예 없다. 이젠 중량감 있는 정치인이 전북에는 전무하다는 얘기다. 여와 야를 막론하고 가열 조짐을 보이는 불출마나 험지출마론을 둘러싼 길항작용의 최종 결과가 주목된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위병기
  • 2023.11.15 14:46

'플라스틱 빨대'의 운명

중국은 오랫동안 전 세계의 쓰레기를 수입하는 나라였다. 2016년만 해도 중국이 수입한 쓰레기는 730만 톤. 이중 폐플라스틱 비닐만 전세계에서 배출되는 분량의 56%가 중국으로 갔다. 중국은 이 때문에 ‘세계의 쓰레기통’이란 치욕적인 별칭까지 얻었다. 그런데 지난 2018년 1월, 중국이 전세계에서 수입해온 폐기물 스물네 가지에 대한 수입을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자국의 환경오염을 막고 국민의 보건수준을 향상하기 위한다는 취지였지만 중국의 갑작스러운 쓰레기 수입금지 여파는 컸다. 중국에 가장 많은 폐기물을 수출했던 미국은 직격탄을 맞았다. 미국은 2016년에만 플라스틱 폐기물 149t을 중국에 수출했다. 미국 전체 플라스틱 폐기물의 75%에 해당하는 분량이었다. 쓰레기를 내보내지 못하자 미국은 물론 세계 여러 나라가 쓰레기 대란과 맞서야 했다. 중국은 왜 폐기물 수입을 금지했을까. 친환경 정책이 세계적인 흐름이지만 30년 동안 수입한 쓰레기를 활용해 제조업을 성장시켰던 중국의 환경 정책 변화는 놀라웠다. 중국의 쓰레기 수입 규제는 이후로도 대상을 확대하면서 이어졌다. 2019년에는 폐플라스틱 중심의 폐기물을, 2020년에는 목재 팰릿, 2021년에는 폐지를 비롯한 고체 폐기물 수입을 금지했다. 중국은 쓰레기 수입 중단을 결정한 2017년, 2018년부터 쓰레기 수입을 규제하겠다는 방침을 세계무역기구에 통보했다. 쓰레기 재활용으로 경제 성장을 이루었지만, 자체적으로도 급속히 늘어나는 쓰레기 처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던 상황이었다. 그즈음 중국의 이러한 현실을 다룬 영화가 만들어졌다. 중국의 영화감독 왕구량이 제작한 다큐멘터리 ‘플라스틱 차이나’다. 전 세계 쓰레기의 56%를 수입하는 중국의 현실을 다룬 이 영화는 2017년 개봉되었지만, 중국에서는 상영이 금지됐다. 영화는 유튜브나 인터넷으로 먼저 퍼져나갔다. 세계 최대 쓰레기 수입국인 중국의 불편한 진실은 전 세계 사람들을 충격에 빠트렸다. 많은 쓰레기 중에서도 ‘플라스틱’은 환경오염을 부르는 주범이다. 세계 여러 나라가 플라스틱 남용을 금지하고 친환경 대책들을 만들어 실행하는 이유다. 지난해 일회용품 사용을 규제하겠다며 1년 동안 계도기간을 진행해온 정부가 계도기간 완료를 코앞에 두고 규제를 완화했다. 식당이나 카페에서 종이컵과 플라스틱 빨대 사용을 허용하고 편의점 비닐봉투도 사용할 수 있게 했다. 소상공인 부담을 고려한 조치를 내세울 뿐 일회용품 사용을 줄일 수 있는 다른 대안은 보이지 않는다. 그러니 규제 완화가 아니라 규제 철폐란 비판이 나온다. 환경부는 방향을 바꾼 것이 아니라 방식을 바꾼 것이라지만 군색하기 짝이 없다. / 김은정 선임기자

  • 오피니언
  • 김은정
  • 2023.11.14 17:57

학교 ‘0교시’ 논란과 변화

‘하루 일과를 시작하는 소중한 시간,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 등교 후 1교시 정규수업 전의 시간을 말하는 ‘0교시’는 오랫동안 논란의 대상이었다. 학교에서 이 황금 같은 시간을 학생들에게 온전히 맡겨두려 하지 않아서다.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학교에서 학력신장과 입시대비 등을 명분으로 0교시에 영어듣기, 주요 교과 보충수업, 강제 자율학습 등을 실시했다. 고교생들은 여기에 방과 후 보충수업과 야간 자율학습까지 겹쳐 그야말로 하루 종일 교실 책상에 묶여 있어야 했다. 그런데도 반발하는 학부모는 거의 없었다. ‘학력신장을 위한 학교 측의 적극적인 지도·관리’ 라고 생각해 오히려 이를 강제하지 않는 학교를 백안시했다. 학생들이 책상 앞에만 앉아있으면 성적이 향상돼 진학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강제 0교시를 고착시킨 것이다. 불규칙한 식사와 수면 부족 등 성장기 청소년 건강에 미칠 악영향이 뻔히 보이는 이 기형적인 학교 일과표는 지속될 수 없었다. 아침식사를 거르는 아동·청소년이 늘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발표되면서 ‘아침밥 먹기 캠페인’이 벌어졌다. 사회적 반향은 컸다. 그리고 아침 결식의 원인으로 너무 이른 등교시간이 지목됐다. 같은 시기 학생인권이 강조되면서 2010년대 중반 이후 0교시 수업과 강제 야간자율학습은 대부분 사라졌다. 특히 2014년에는 경기도교육청이 ‘초·중·고교 9시 등교’ 정책을 강단 있게 밀어붙이면서 큰 울림을 만들어냈다. 전국적으로 등교 시간 늦추기 열풍이 이어진 것이다. 하지만 0교시 논란을 아예 차단한 이 정책은 지난해 경기도교육감이 바뀌면서 폐지되고, 등교시간은 학교 자율에 맡겨졌다. 또 올 들어서는 광주 등 일부 지역 고교에서 다시 0교시 수업이 부활되면서 논란이다. 해당 지역 교육청이 0교시와 야간자율학습을 금지한 기존 지침을 폐지하거나 지도·관리에 손을 놓으면서 각 고교가 0교시 수업과 야간자율학습을 속속 시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0교시를 완전히 다른 방향에서 활용하고 있는 이색 정책이 눈길을 끈다. ‘아침 운동 활성화’ 프로젝트다. 서울시교육청에 이어 최근 전북교육청에서도 정책적 지원 계획을 밝혔다. 아침 체육활동이 학생들의 학교생활 적응력을 향상시키고, 뇌파 향상으로 집중력이 높아지면서 학력 신장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이미 많은 연구를 통해 입증됐다. 실제 미국 일리노이주 네이퍼빌의 한 고교에서 0교시에 전교생이 1.6km 달리기를 하는 체육수업을 한 결과 학생들이 놀라운 학업 성취력을 보여 운동이 학습능력 향상에 큰 도움을 준다는 것을 입증한 사례는 ‘네이퍼빌의 혁명’으로까지 불리며 전 세계에 알려져 있다. 아침 운동은 학생들의 정서적 안정·사회성 강화에도 효과가 있다고 한다. 한창 자라나는 아동·청소년들이 운동으로 건강한 하루를 열도록 하는 데 아침 시간을 활용한다면 오랜 ‘0교시 논란’은 사라지지 않을까. / 김종표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종표
  • 2023.11.13 13:38

똑똑한 정치인

총선이 5개월 앞으로 다가오면서 공천 샅바싸움이 치열하다. 여야 간에 경쟁의 정치가 없는 전북은 새만금 국가예산 삭감으로 민주당 지지기반이 더 견고해졌다. 재선거로 전주을에서 진보당 강성희 의원이 운좋게 당선되었지만 내년 총선때는 민주당이 공천자를 내고 국힘 비례대표 출신인 정운천 의원의 출마가 확실해 벌써부터 그 결과가 주목된다. 전북에서는 민주당 공천이 당선이나 다름 없어 도민들은 당 공천작업이 보다 객관적이고 엄격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민주화 때는 운동권 출신들의 역할이 필요했지만 지금 AI시대에는 전문가들이 필요하다면서 각계 전문가들이 국회로 진입하도록 문호를 활짝 열어줘야 한다고 말한다. 실례로 도내 현역들은 전문성과 정치력이 부족돼 중앙방송이 개최하는 TV토론회에 패널로 나가지 못했다. 정부가 내년도 새만금 관련예산을 78%나 대폭 삭감한 그 이면을 보면 현재 전북정치권의 현주소를 파악할 수 있다. 중앙정치무대에서 존재감 없고 민주당 내에서도 영향력이 없어 말발이 서질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인접 대전이나 광주 예산을 삭감했으나 그 액수가 적어 그 지역 국회의원들은 별반 신경을 쓰지 않는다. 긴축기조로 편성된 내년 예산 전체규모가 올 보다 2.9% SOC는 4.6%가 늘어났기 때문에 전북은 새만금공항, 신항만, 새만금∼전주간 고속도로건설사업비를 그런 기준으로 부활시켜야 한다. 지난 7일 출향인들과 함께 5000명의 도민들이 오죽 분하고 답답했으면 국회의사당 앞에서 생업을 포기한채 국가예산 부활을 위해 총궐기에 나섰겠는가. 궐기대회 때 정부 여당을 향해 한 명이라도 더 힘 차게 외쳐대야 할 상황인데도 정치권이 밴댕이 소갈딱지 마냥 속 좁게 마이크를 주느냐 마느냐로 힘겨루기 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초재선으로 구성된 전북정치권의 능력은 이번 국가예산 삭감에서 보았듯이 낙제점 이하였다. 새만금에 하이퍼튜브나 제3금융중심지 지정문제, 서남대 의대 폐교로 생긴 49명의 정원을 갖고 남원에 공공의대를 설립하는 것이나 전주역사를 짓는 것만 봐도 실력이 다 드러났다. 이렇게 정치력과 역량이 부족한 사람을 한번 더 뽑아준다고 큰일 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건 착각이다. 춘삼월 호시절을 허송세월하고 이제 와서 지역발전을 위해 뭘 하겠다고 유권자들의 바짓가랑이를 잡는 걸 보면 한심하다. 샐러리맨처럼 억대 연봉 받으면서 지방의원 데리고 골목대장 노릇하는 국회의원은 필요없다. 이런 무능한 사람을 안 뽑으려면 민주당 공천방식을 100% 오픈 프라이머리로 바꿔야 한다. 지금같이 돈 주고 유급당원을 사는 방식으로는 공천혁신을 가져올 수 없다. 공천 때 불이익을 당할까봐 친명 눈치보며 쓴소리 한번 제대로 못하는 국회의원은 당 대표 사병이지 국민대표가 아니다. 타 지역은 메가시티로 큰 그림을 그려 나가지만 전북은 전주완주 통합과 새만금 특별행정구역을 제대로 정하지 못해 대조를 이룬다. 정치권의 힘이 부족해서 예산삭감을 당했기 때문에 내년 총선 때는 똑똑한 인물을 국회로 보내야 전북이 산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 오피니언
  • 백성일
  • 2023.11.12 17:44

장관의 막무가내 처신술

잼버리 악몽이 두달 여 만에 되살아났다.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의 책임 회피성 역대급 발언이 지난 2일 열린 국감장을 뜨겁게 달궜다. 파행 책임을 지고 사퇴했는데 후임자가 낙마하면서 다시 책임 논란의 중심에 섰다. 그는 진정성 있는 사과 한마디 없이 장관직을 내려놓았다가 사필귀정이랄까 결국은 그 책임을 비껴가지 못한 것이다. 뒤늦게나마 진심 어린 반성과 함께 자숙하는 모습을 기대했는데 되레 그의 뻔뻔한 태도와 독선적 발언이 기름을 부은 셈이다. 주무 장관의 이런 언행이야말로 잼버리 수습은커녕 여론만 악화시키는 꼴이다. 끝까지 책임을 덮으려는 그의 막무가내식 처신이 공직 사회 경종을 울리고 있다. 김 장관은 이날 의원들 질의에 아전인수식 해명과 부하 직원에 책임 전가 그리고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유체이탈 발언으로 강한 반발을 샀다. 그는 잼버리 파행 책임과 관련 "현장에 있던 조직위 사무총장 등 간부들이 허위에 가까운 부실 보고를 했다” 며 책임을 떠넘기는 대신 자신은 본분에 충실했다며 '셀프 엄호' 를 하고 나섰다. 잼버리 사태가 불거진 뒤 현장을 지키라는 총리 지시를 받고도 야영장에서 18㎞ 떨어진 곳에 숙소를 정했느냐고 지적하자 그곳도 부안군이라며 맞받아 쳐 주변 사람을 아연실색케 했다. 더 나아가 그는 폐영식 K팝 콘서트에 일찍 퇴영한 대원들도 함께 참여해 잼버리가 유종의 미를 거뒀다며 자화자찬성 뉘앙스를 풍겨 아직도 분위기 파악을 못한 데 대해 눈총을 사기도 했다. 그의 말 실수와 거짓 발언 논란은 잼버리 기간에도 계속됐다. 대회 1년 전 국감에서 지역구 이원택 의원이 부실한 준비 상황을 조목조목 따지자 그는 대책을 세워놨다며 걱정하지 말라는 투로 답변했다. 잼버리 파행을 겪으며 그의 발언이 새빨간 거짓말이었음이 만천하에 밝혀졌는데도 여전히 반성의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초기 혼란이 최악으로 치달으며 대원들 조기 철수 때도 그는 한국의 위기 대응 역량을 전 세계에 보여줄 때라고 언급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이처럼 총체적 난국에 휩싸여 있는데도 그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당당한 태도로 일관해 또 한번 입방아에 올랐다. 이렇게 무책임하고 사리 분별 못하는 주무 장관은 버젓이 건재한 가운데 그 책임을 오롯이 새만금에만 덤터기를 씌웠다는데 분을 삭이지 못하고 있다. 감사원 감사 결과가 곧 밝혀지겠지만 잼버리를 책임진 장관이 이럴진대 컨트롤타워 역할의 조직위가 제대로 가동될 리 민무하다. 잼버리 파행은 조직위 준비 부족과 안일한 운영, 무책임한 판단 착오가 부른 예견된 수순이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칼질 당한 새만금 예산을 되돌려 놓으라고 지난 7일 여의도 국회 광장에 전북 도민 5000여 명이 모여 피맺힌 절규를 토해냈다. 그런데도 무턱대고 본인은 잘못한 게 없다고 우겨댈 일이 아니라 지금이라도 사과하고 반성하는 자세를 통해 주무 책임자로서의 도리를 다해야 하는 것 아닌가. 김영곤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영곤
  • 2023.11.09 18:05

농민대통령 ‘농협중앙회장’

농협중앙회장을 일컬어 농민대통령이라고 한다. 일개 조합장만 돼도 떵떵거리는 사람이 많은데 하물며 농협중앙회장의 위세가 어떨 것인지는 불문가지다. 농협중앙회 회장의 연봉은 4억 원 가량되고 겸직하는 농민신문사 회장의 연봉도 4억 원 수준이다. 농협중앙회 회장이 되는 순간 한 해 봉급만 8억 원 가량된다. 유형, 무형의 가치는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래서인가. 성남 출신 이성희 현직 농협중앙회장의 연임 길을 터주는 ‘농업협동조합법(농협법) 개정안’이 정기국회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4년 단임제인 농협중앙회장 임기제를 1회 연임제로 바꾸도록 한 게 골자다. 그런데 지난해 12월 8일 국회 농해수위 소위원회에서 윤준병 의원이 핵폭탄급 발언을 했다. 소위 ‘부장연합’이라고 하는 데서 제기된 공문을 공개하면서 로비 의혹을 폭로한 것이다. 윤 의원은 당시 “이성희 (농협중앙회) 회장은 농협법 ‘셀프 연임’ 개정을 위해 국회의원, 국회 전문위원, 농식품부 등에 조직의 인력 및 비용을 들여 로비를 하고 있다. 비자금을 조성해 때로는 회장 자신이 직접 국회의원을 비밀스럽게 만나서 비자금을 직접 전달하고 있고, 일부 국회의원은 연임 법안 통과를 대가로 농협회장에게 인사청탁을 하고 있다”는 내용도 폭로했다. 법 개정안이 현직 농협중앙회장을 위한 성격이 짙고 특히 의원들이 광범위한 로비를 받아 법 개정안에 앞장서고 있다는 것이다. 굳이 법률 개정 필요성이 크다면 법안은 통과시키되 현 회장이 출마하지 않으면 되는데 이성희 회장은 어떻게 해서는 연임법안을 통과시켜 출마하겠다는 것이다. 자신의 연임을 위해 헌법을 개정한,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과 별반 다를 것도 없다는 지적도 있다. 현재로선 9일 열리는 법사위 통과가 쉽지 않아 보이는데 굳이 무리한다면 본회의에 직권 상정해서 통과시키는 수밖에 없다. 만일 이렇게 된다면 국회의원들의 집단지성은 심각한 의심을 받을 것이다. 어쨋든 내년 1월 열리는 차기 농협중앙회장 선거에 현직 회장의 출마 여부에 따라 양상은 크게 달라진다. 연임허용 법안이 통과되지 않는다면 이성희 현 회장은 출마할 수 없게되는데, 이럴경우 호남 1명(유남영 정읍조합장), 경남 3명, 충남 1명 등 5파전 양상으로 흐를 전망이다. 지난번 선거때 이성희 현 회장이 1위, 유남영 정읍조합장이 2위, 강호동 합천율곡조합장이 3위를 차지한 바 있기에 이번 선거에서도 유남영, 강호동의 초강세가 예상된다. 다만 최종 결선투표에 갈 경우 호남과 충남이 연합하는 백제권 후보대 영남권 연합 후보의 2파전이 될 공산도 커 보인다. 내년 1월 선거에는 전국 1111개 조합에서 1255표로 중앙회장을 뽑게된다. 타 시도와 달리 전북은 농협중앙회 창립 이후 62년간 유일하게 단 한번도 중앙회장을 배출하지 못했다. 1999년 전북 출신 소구영씨가 출마했으나 당선권과는 거리가 멀었고 2020년 유남영 조합장은 2위로 분루를 삼켰다. “과연 전북은 내년 1월 농민대통령인 농협중앙회장을 탄생시킬 수 있을 것인가” 농도인 전북의 농업인들은 숨죽여 그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위병기
  • 2023.11.08 15:26

지역 축제의 생성과 소멸

가을은 지역 축제가 가장 많이 열리는 계절이다. 9월부터 11월에 걸쳐 열리는 크고 작은 지역 축제는 그 수를 헤아리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넘쳐난다. 우리나라의 지역 축제 대부분은 1990년대에 만들어진 것들이다. 축제가 도시 마케팅의 수단이 되면서 지자체들이 너나없이 축제를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그 뒤 산업화의 통로로 기능하는 축제를 성공시키는 일은 자치단체들의 열망이 되었다. 축제의 연원은 깊다. 네덜란드의 문화학자 요한 하위징아는 자신의 저서 <호모 루덴스>에서 제의와 놀이, 축제가 근본적으로 유사하다고 설명한다. 일상으로부터 분리된 공간과 시간, 참여하는 구성원들의 집중력이 그가 꼽는 공통적 속성이다. 그러나 현대 축제의 성격과 형식은 다르다. 과거의 축제가 일상에서 엄격히 지켜져 왔던 질서와 권위, 사회적 위계질서의 효력이 존재하지 않는 공간과 시간 속에서 이루어지는 형식이었다면 오늘의 축제는 상상력을 발휘하는 공간과 시간의 의미를 새롭게 부여한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축제는 대부분 일제강점기 탄압으로 중단되거나 사라졌다. 1990년대에 만들어진 지역 축제들은 그 목적과 형식이 전통 축제와는 완전히 다르다. 하나 같이 놀이의 성격을 강조하면서도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 문화적 정체성을 바탕으로 경제적인 가치를 얼마나 창출하느냐가 목표다. 사실 축제는 오래전에 문화시장의 중심이 되었다. 도시의 재정 상당 부분 축제로 얻고 있는 유럽의 도시들이 그것을 증명한다. 중세기를 거치면서 더욱 발전된 유럽의 축제는 20세기 들어서면서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엄청난 위력의 문화적 힘을 과시하는 시장을 형성했다. 현재 세계 각국에서 펼쳐지는 국제적인 규모의 축제는 수백여 종에 이른다. 그중에서도 유럽의 몇몇 축제는 문화적 전통을 살리면서도 독창성과 보편성을 아우르는 다양한 기획으로 해마다 전 세계의 관광객을 부른다. 흥미롭게도 이들 축제의 중심은 대부분 음악이다. 장르의 다양한 융합이 빠른 속도로 이루어지고 있지만, 이들은 자신들의 문화적 전통인 음악에 주목하며 정체성을 지켜간다. 그중에서도 이탈리아 베로나나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축제는 100년 역사를 갖고도 여전히 건재한 대표적인 축제로 꼽힌다. 문화환경의 변화 속에서도 꿋꿋이 지켜낸 문화적 전통과 지나친 상업주의로의 변질을 경계해온 덕분이다. 돌아보면 우리나라 지역 축제는 짧은 기간, 수도 없이 만들어지고 사라졌다. 생성과 소멸이 반복되는 이유가 따로 있을 터. 눈앞의 경제적 가치만을 앞세워 문화적 전통을 쉽게 포기하는 지역 축제의 현실이 안타깝다. / 김은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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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정
  • 2023.11.07 15:28

이민정책이 정말 답일까?

마뜩지 않다. 그렇다고 날을 세워 반박하기도 어렵다. 절벽 앞 위기상황에서 다른 선택지나 내세울 대안이 딱히 없어서다. 인구정책의 무게중심이 출산 장려에서 이민 확대로 옮겨가고 있다. 21세기 우리 사회의 화두는 단연 ‘인구’다. 정부와 각 지자체가 묘안을 짜내면서 인구 늘리기에 안간힘을 쏟았다. 하지만 백약이 무효였다. 그러면서 인구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새로운 인구정책으로 정주인구와 대비되는 개념인 ‘바람의 인구’ 늘리기에 힘이 쏠렸다. 일본에서 주목받은 ‘바람의 인구’는 인구의 범위를 관광객과 출향인 등 해당 지역과 관계를 맺은 사람들로 넓힌 관계인구, 그리고 휴양과 통근‧통학·업무 등의 목적으로 특정지역에 체류하는 인구를 포함한 생활인구를 말한다. 각 지자체가 주민등록인구 대신 지역 연고자 늘리기로 정책을 속속 전환했다. 전북도에서도 지난해 ‘함께인구’라는 개념을 도입해 ‘전북사랑 도민 제도’를 시행했다. 국가 정책에도 반영됐다. 지난해 6월 제정된 ‘인구감소지역지원 특별법’에 생활인구의 개념을 정의하고, 국가와 지자체가 생활인구 확대 시책을 수립‧시행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하지만 ‘바람의 인구’ 열풍은 오래 가지 못했다. 성과도 검증하지 못한 채 관심에서 밀려났다. 애초부터 한계가 분명했던 탓이다. 결국 이민정책이 대안으로 급부상했다. 우선 정부가 이민정책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민청 설립까지 추진할 정도다. 지자체 중에서는 전북도가 가장 적극적이다. 전북도는 법무부의 ‘지역특화형 비자 시범사업’에 선정돼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이는 전북도가 정부에 제안하고 주도한 사업이다. 또 전북특별자치도 특별법 개정안에 ‘이민비자 자격 신설 특례’ 조항을 담아 협의하고 있다. 올해 ‘외국인정책 종합계획’ 수립 연구용역을 시행했고, 법무부와 ‘외국인·이민정책 테스트베드 업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민정책이 초래할 부작용도 절대 간과할 수 없다. 일자리 잠식, 치안 불안, 복지비용 증가, 그리고 이에 따른 사회적 갈등이 예상된다. 대한민국의 정체성이 뿌리째 흔들릴 수도 있다. 일찌감치 이민정책을 시행한 영국과 프랑스 등 선진국들이 아직까지 겪고 있는 사회적 혼란과 ‘반이민’ 여론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어차피 답은 이민’이라며, 다른 생각, 다른 목소리를 백안시해서는 안 된다.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이민은 가장 마지막 수단으로 사회적 합의를 통해 추진해야 할 정책이다. 지역소멸 위기와 맞물린 새로운 인구정책은 지역상생·균형발전 정책과 연계돼야 한다는 데 이견이 없다. 본격적인 이민정책 시행에 앞서 지방의 인구와 재화를 빨아들여 몸집을 불리고 있는 ‘수도권 1극 체제’ 부터 극복해야 한다. 수도권공화국 정부가 죽어가는 지방도시에 이민정책을 들이밀면서 지역 불균형 문제를 우회할까 걱정이다. / 김종표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종표
  • 2023.11.06 12:19

운동권 출신 말고 전문가를

민주당이 강서구청장 선거에서 17%차로 대승을 거둔 게 전북에도 순기능으로 작용할 것 같다. 잼버리 실패 책임을 전북에다가 똘똘 뒤집어 씌워 새만금관련 예산을 78%나 삭감했던 정부 여당이 최근들어 유화 제스쳐를 쓰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와 국민의힘이 성난 전북민심과 수도권 출향인의 결집을 차단해야만 어느정도 내년 총선에서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 삭감한 예산을 부활시킬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왜 이 같은 일이 생겼는가를 살펴봐야 한다. 그래야 재발방지책을 마련하면서 해답을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적으로 여가부장관 등 5인 공동조직위원장 책임이 크지만 집행위원장을 맡았던 전북도지사도 일정부분 책임이 있다. 감사원 감사가 진행돼 시시비비가 가려 지겠지만 집행예산규모로 볼 때 전북이 20%대의 책임은 져야 한다. 처음부터 공동조직위원장 구성을 놓고 송하진 전 지사와 민주당 김윤덕 국회의원간 갈등이 컸다. 송 전 지사가 조직위원장을 맡길 강력히 원했지만 여가부 측과 스카웃연맹 측의 강력 반대로 집행위원장으로 격하되었다. 전북지사는 법상 권한과 책임을 놓고 볼 때 개최지라는 이유로 시군 공무원들을 조직위에 파견하고 궂은 일과 잡일을 도맡아 했던 것. 폐영후 쓰레기를 치우는 등 뒷정리를 깔끔하게 처리했으나 비난의 화살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후일담이지만 전북도가 윤석열 대통령 참석행사에만 온갖 신경을 썼지 대회준비에는 소홀했다는 말들이 나왔다. 하지만 국민의힘 의원들과 정부가 잼버리 대회 실패 책임을 빌미로 생각지도 않았던 새만금관련 예산을 대폭 삭감한 것은 분명 폭거요 전북 도민의 자존심을 짓밟는 행위였다. 이 같은 일이 다시 발생하지 말라는 법이 없기에 철저한 대비책을 강구해야 한다. 자강의식을 갖고 전북이 정치력을 키워 존재감을 높여야 한다. 철 지난 낡은 이념으로 무장한 운동권 출신 갖고는 AI시대에 맞는 정치를 할 수 없다. 그러기 때문에 농도 전북인 만큼 스마트 첨단농업 육성을 위해 농림수산식품부에서 잔뼈가 굵어 차관까지 지낸 농업전문가 김종훈 전북경제부지사 같은 전문가를 국회로 보내야 한다는 것. 김 지사와 고시동기인 김 부지사가 1급자리인 경제부지사를 맡은 것은 더이상 고향의 낙후상황을 보고만 있을 수 없다고 판단, 김 지사와 함께 팔을 걷어 부치고 나섰던 것. 그 결과 김제시가 3건 총310억 가량의 농림수산식품부 공모사업에 선정되도록 도움 준 것을 비롯 진안 장수 남원시의 국가예산 확보에 결정적 도움을 줬다. 아는 만큼 길이 보인다는 말처럼 중앙인맥이 좋은 전문가를 국회로 보내야 전북 몫을 찾아올 수 있다. 원광대 1학년 재학중 해병대에 입대해 수색작업을 펴다가 순직한 전북의 아들 채상병 사건을 전북 국회의원이 파헤쳤어야 했지만 모두가 모기소리도 못냈다. 이런 식으로 국회의원을 눈감고 하다 보니까 대거 물갈이론이 확산된다. 면책특권 뒤에 숨어 밥값도 못하는 의원은 국민대표가 아니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 오피니언
  • 백성일
  • 2023.11.05 17:50

새만금 경제론

국책사업 인데도 33년째 공사를 진행하면서도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새만금 사업. 그만큼 우여곡절이 많았고 소외와 차별, 분노로 점철됐다. 그런 참기 어려운 아픔을 간직했지만 그보다 더 혹독한 위기 상황에 직면해 있다는 현실이 매우 안타깝다. 그때 그때 정치 논리에 따라 심한 부침을 거듭해 왔지만 경제적 측면의 잠재 가치는 계속 외면 받아온 것도 사실이다. 대중국 전진기지로 새만금이 급부상한 셈이다. 올해 1분기 우리 경제의 대중국 수출의존도는 19.5%로, 지난 2020년 25.9%를 기록한 이후 코로나 기간 다소 줄었다. 그래도 중국의 무역 보복이 두려울 정도로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은 대단하다. 지정학적으로 새만금이 기업들의 구미를 당기는 흡수 요인으로 꼽힌다. 국내외 투자 러시로 산업 용지는 이미 바닥난 상태다. 그 상황에서 잼버리와 엮인 예산 삭감을 둘러싸고 기업들이 불안해하며 투자를 꺼린다는 점에서 심각성을 더해준다. 새만금이 국제투자진흥지구에 이어 이차전지 특화단지까지 업그레이드 되자 기업들의 투자 열기는 뜨겁다. 정부도 이런 점을 감안해 기본계획안에서 농지 비중을 줄이는 대신 산업 용지 확대 쪽에 무게를 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제2 반도체’ 로 불리는 이차전지의 경우 최근 3년간 LG화학, SK온, LS, 에코프로, 엘앤에프 등 투자액만 7조 8000억에 이른다. 지난 30일 롱바이 그룹이 새로 1조 2천억 투자협약을 맺은 가운데 보복성 예산 칼질로 SOC 인프라의 차질을 우려하고 있다. 타 시도와의 치열한 경쟁 속에 물류 수송이 기업 경쟁력을 좌우한 까닭이다. . 당장은 전북에 미운 털이 박혔더라도 우리 경제의 미래 먹거리를 감안하면 ‘새만금 희생양’ 은 번지수가 틀렸다. 으레 중앙 정치권의 전북 길들이기에 단골 메뉴로 활용된 건 익히 알려졌다.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해 4월 전북 방문에서 “새만금 입지 여건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기업들이 바글바글하는 지역으로 만들어 보자” 며 분위기를 띄웠다. 새만금개발청 투자액도 정부 출범 이후 1년새 지난 9년치의 4배가 넘는 6조 6000억으로 늘렸다며 자랑했다. 정부도 뒤질세라 7월 이차전지 특화단지를 지정함으로써 한껏 기대감을 높여 주었다. 그러나 잼버리 뒤 상황은 극과 극으로 치달았다. 새만금 SOC 확충과 산업 용지 확보는 미래 성장 동력에 대한 투자다. 설령 전북을 위한 투자라 해도 30년 넘게 속앓이를 해 온 도민들에게 생색낼 일은 더더욱 아니다. 전북의 내년 예산 정부안을 보면 작년보다 3천 870억이 줄어든 7조 9215억으로 전국에서 감소 폭이 가장 크다. 광주, 대전을 제외한 타시도는 모두 늘어났다. 호남권이라도 광주는 971억 감소에 그쳤다. 역설적으로 과거 정권에서 전북이 소외와 차별을 통해 낙후 지역였다는 점이 새만금 사업의 계기로 작용했다. 그런 만큼 더 이상의 홀대는 30년 넘은 세월로도 충분하다. 김영곤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영곤
  • 2023.11.02 17:48

고창 영선고 야구부

고창 무장면은 고창읍으로부터 서쪽으로 약 16km 떨어진 곳에 있는 작은 면 지역인데 1894년에 발생한 동학농민혁명으로 인해 잘 알려져 있다. 관아문화를 엿볼 수 있는 무장읍성이 있고, 무장향교, 용오정사 등 유적지도 많다. 그런데 면 단위 작은 시골 학교인 영선고에 지난 27일 야구부가 창단되면서 큰 이목을 끌었다. 전북교육감을 지냈던 염규윤씨가 교장을 지낸 바 있고, 최백규 전 도의원 역시 이 학교 교장 출신이다. 그런가하면 고석원 현 무송학원 이사장은 전북도의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작은 면단위에 있는 전형적인 시골학교 출신 인사들이 교육감, 도의장, 도의원 등을 잇따라 지낸 것을 보면 예사롭지 않은 일임엔 분명하다. 이 학교 교장을 지냈던 이희철 씨는 전북 유도계 발전에 앞장서 온 원로다. 사실 요즘엔 있는 팀도 없애는 추세다. 어린 학생들이 엘리트 선수의 길을 걷지 않으려고 하는데다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는 특성상 학교나 재단 모두가 부담을 느끼기 때문이다. 영선고 야구부는 8년 전 출범했으나 4년 만에 해체됐다가 이번에 다시 창단됐다. 이로써 전북지역 고교 야구부는 군산상일고(옛 군산상고), 전주고, 정읍 인상고, 고창 영선고 등 모두 4곳이 됐다. 고교 야구의 인기가 최고조에 이르던 1970년대 이후 전북 고교 야구팀은 군산상고, 전주상고, 전주고 등 3곳이었다. 흔히 성동원두(城東原頭)란 애칭으로 일컬어졌던 동대문야구장은 한국 야구의 성지와도 같은 곳인데, 1960~1970년대 고교야구와 실업야구의 전성기를 보냈고, KBO 리그의 역사 역시 이 곳에서부터 시작됐다. 특히 70년대 이후 전국대회를 석권하던 군산상고는 성동원두를 달구던 뜨거운 함성의 주인공이었다. 영선고 야구부는 지도자 3명과 1∼2학년 선수 17명으로 구성됐다고 한다. 박진호 전 쌍방울 레이더스 선수가 감독을 맡았다. 영선고 야구부는 2015년 11월 창단식을 갖고 고교 대회에도 참가했지만 전북도교육청의 승인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도교육청은 ‘학생 수급을 위한 단체 운동부 창단 불허’ ‘운동부로 인한 민원 발생으로 도교육청 청렴도 저하 예상’ 등의 이유를 들어 허가를 내주지 않았는데 속내는 고석원 이사장이 교육감 선거때 다른 사람을 밀었다하여 김승환 당시 교육감 측으로부터 괘씸죄에 걸린게 결정적 이유였다고 한다. 한국야구위원회로부터 지원금을 받고 스포츠클럽으로 운영하던 야구부는 끝내 2019년 말 눈물의 해단식을 가져야만 했다. 세월이 한참 흐른 뒤 영선고는 재단과 동창회, 지역민들의 염원이 한곳에 모아지면서 재창단에 성공했다. 고석원 이사장과 강현숙 교장이 발벗고 나섰고 지난해 7월 취임한 서거석 교육감이 적극 도왔다고 한다. 창단식에 서거석 교육감, 윤준병 국회의원, 심덕섭 고창군수, 정강선 전북체육회장, 김성수·김만기 도의원 등이 참석한 것만 봐도 영선고 야구에 대한 지역민들의 큰 기대를 짐작케 한다. 영선고 야구가 전주고, 군산상일고, 인상고 등과 더불어 제2의 전북야구 중흥기를 이끌기를 기대한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위병기
  • 2023.11.01 14:29

오래된 공간의 위기와 기회

강원도 원주에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시민들이 지켜낸 오래된 극장이 있었다. 1963년 문을 열었으니 올해 꼭 60주년을 맞은 단관극장 <아카데미극장>이다. 단관극장은 스크린을 한 개만 갖추고 있는 옛날식 극장이다. 옛 극장은 모두 단관극장이었으나 지금은 모든 극장이 여러 개의 스크린과 복수의 상영관을 갖춘 이른바 ‘멀티플렉스’ 극장이다. 환경이 바뀌면서 오래된 단관극장들은 살아남지 못하고 문을 닫았다. 원주에도 아카데미극장뿐 아니라 5개의 단관극장이 있었다. 그러나 2000년대 중반, 멀티플렉스 극장이 들어서면서 단관극장들은 하나둘 문을 닫았다. 아카데미극장도 철거 위기에 놓였다. 극장의 원형을 갖고 있는 단관극장으로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이 극장을 지키기 위해 시민들이 나섰다. 여러해동안 이어온 시민들의 보존 운동은 결국 결실을 얻었다. 지난 2021년 원주시는 극장을 사들여 복원하고 시민 소통공간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시장이 바뀌자 복원계획은 다시 철거로 바뀌었다. 일사천리(?), 지난 10월 28일 철거가 시작됐다. 철거 반대 농성과 격렬한 시위로 물리적 충돌까지 벌어졌지만, 건물은 대부분 철거되고 말았다. 도시재생의 가치가 증명되고 있지만, 아직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런 사례는 원주만의 일이 아니다. 쓰임을 다한 낡고 오래된 공간을 활용해 도시의 자산으로 만들어낸 성공 사례가 부러운 이유도 그 때문이다. 수많은 기존 공간을 복원해 도시재생을 성공시킨 독일 베를린에는 관광객들이 찾아가는 흥미로운 공간이 있다. 베를린 크레우츠버그에 있는 <발하우스 콘서트홀>이다. 19세기의 사교댄스장의 원형을 살려 독특한 형식의 공연장으로 만들었다. 객석이라고 해봐야 100여 석이 전부인 이 작은 공연장은 화려하게 복원된 재생공간들과는 달리 낡고 비좁은 구조에 평범한 주거지역의 건물 사이에 있어 찾아가기도 쉽지 않지만, 베를린의 자유로운 예술가들이 창작무대로, 국제예술 무대로 활용하면서 이름을 알렸다. 베를린 이주문화를 대표하는 연극이나 댄스, 클래식과 현대음악 콘서트, 퍼포먼스와 설치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국제교류 활동도 활발하다. 낡고 방치된 공간에서 베를린의 빛나는 자산이 된 이곳을 주목하는 이유가 있다. 공간의 쓰임새를 찾아가는 과정과 결과다. 이 지역주민들과 전문가들은 건축물의 역사도 살리고 현대에 맞는 쓰임을 찾기 위해 다양한 활용방안을 놓고 고민했다. '오래된 공간의 역사를 기억하면서도 가장 가치 있게 활용하는 방식'을 찾는 것이 목표였다.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베를린은 새로운 자산을 갖게 됐다.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선택. 지금 우리에게도 필요한 지혜다. / 김은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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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정
  • 2023.10.31 18:02

불균형의 시대, ‘20명 교실’ 가능할까

너무 많아서 문제고, 또 너무 적어서 걱정이다. 지역별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는 초‧중‧고교의 학생 수 얘기다. 농어촌과 원도심 학교는 폐교를 걱정하고, 반대로 아파트가 밀집한 신도심은 학생 수가 너무 많아 골머리를 앓는다. 우리 사회 각 분야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불균형 현상은 학교에서도 심각하다. 20명. 코로나19를 겪으면서 교원단체와 정치권에서 적정 수준의 학급당 학생 수로 제시한 인원이다. 공교육의 질을 높이고 교육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학급당 학생 수를 20명 이하로 낮춰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수년 사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잇따라 발의됐다. 하지만 20명이라는 구체적 숫자를 법령에 명시하지는 못했다. 이런 가운데 세종과 서울‧ 울산‧ 강원‧ 광주교육청 등이 ‘초등 1학년부터 단계적으로 학급당 학생 수를 20명 이하로 편성하겠다’는 방침을 속속 밝혀 눈길을 모은다. 전북교육청에서도 ‘2023학년도 학급편성 기준’을 정하면서 초등 1학년에 한해 학급당 학생 수 기준을 20명으로 낮췄다. 다만 택지개발지구 등 교실이 부족한 지역은 예외로 했다. 신도심의 과대‧과밀 학교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서다. 전주 에코시티의 모 초등학교는 운동장에 임시 모듈러 교실을 설치할 정도로 과밀 현상이 심각하다. 현행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은 교육감이 학년도별로 관할 학교의 학생 배치계획을 수립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시‧도별로 학급당 학생 수를 달리 정하고 있고, 같은 시‧도 내에서도 농어촌과 도시, 그리고 원도심과 신도심 학교의 기준이 각각 다르다. 전주의 경우 올해 학생 배치 기준으로 정한 초등학교의 학급당 학생 수는 일반 학교 27명, 택지개발지구 28명, 원도심 학교 26명이다. 최대한 현실 여건에 맞춘 것으로 풀이된다. 전주지역 75개 초등학교 중 9곳이 전교생 100명 이하의 작은학교다. 반면 7곳은 1000명이 넘는 과대‧과밀 학교로 나타났다. 이들 신도심 과밀학교에서 ‘20명 교실’은 상상조차 어렵다. 학급당 학생 수 감축을 위해서는 학급 수를 늘리거나 학교를 새로 건립해야 하고, 늘어나는 학급 수만큼의 교사 증원도 필수다. 그런데 교육부에서는 학령인구 감소를 이유로 학교 신설을 억제하고, 교사 정원마저 감축하면서 엇박자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과대·과밀 학교의 학생을 인근 원도심과 농어촌 작은 학교로 분산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버스로 30~40분 거리 내의 작은 학교로 통학 수 있도록 공동통학구를 확대하고, 차량을 지원해주는 방식이다. 하지만 자녀 교육 문제에서는 극도로 예민해지는 학부모들에게 동의를 얻어내는 일은 기대하기 힘들다. 지역 간 인구 불균형, 그리고 신도심과 원도심으로 나뉘는 도시 내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이 앞서야 한다. 또 학교 간 불균형 문제를 풀어낼 새로운 방식의 해법도 찾아야 할 것이다. / 김종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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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표
  • 2023.10.30 14:47

새만금 예산 삭감과 물갈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도민들의 민주당 지지도가 더 견고해졌다. 새만금 관련 국가예산이 대폭 삭감되자 정부와 국민의 힘을 비난하는 반발여론이 거세졌기 때문이다. 상당수 도민들은 전북 정치권이 무능해서 이를 막아내지 못했다면서 내년 총선 때 대거 물갈이를 시켜야 한다는 여론이 대세를 이룬다. 도민들은 그간 각종 선거 때마다 민주당을 일방적으로 지지해왔기 때문에 이번 예산 삭감문제는 민주당이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는 것. 하지만 국감기간 새만금 관련예산 삭감문제가 여야간 정쟁대상으로만 부각되었지 아직껏 뚜렷한 해결방안이 마련되지 않아 비대위원들의 속만 새까맣게 타들어간다. 도민들은 1차적으로 정부 여당에 불만을 강하게 표출하면서도 민주당 도내 의원들의 정치력이 약해서 이 같은 일이 발생했다면서 노골적으로 현역들에 대한 불만을 표시한다. 특히 도민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국회의원이 된 사람들이 맡은 당직을 보면 한심할 정도라면서 이런 사람들을 믿고 전북발전을 맡길 수가 있겠느냐고 성토하는 분위기다. 모두가 공천 때문에 당 대표한테 쓴소리 한번 제대로 한 사람이 없다면서 이런 무능한 사람들이 한번 더 한다고해서 지역이 나아질 게 없다고 비판한다. 최소 재선 의원이 되면 최고위원 정도는 출마해서 전북 몫을 챙겨 올 줄 알아야 하지만 보신 하기에 급급하다 보니까 하위당직에 머물러 있다. 원내대표나 최고위원 정책위의장 사무총장 수석대변인 정도가 되어야 당내에서 일정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데 전북 의원들은 이 같은 직책을 맡지 못해 정치적 비중이 갈수록 약해졌다. 이재명 대표 영장 기각 이후 친명계의 보폭이 더 커지는 상황에서 전북 의원들의 입지가 작아졌다. 설사 친명계로 분류가 되어도 당 대표와의 친소관계가 멀어 말발이 제대로 서질 않고 있다. 예전 DJ대통령 시절만해도 초재선 의원들이 용기있게 나서 쓴소리를 했지만 지금은 공천 때 불이익을 볼까 봐 모기소리도 못내고 있다. 전두환 군부독재정권하에서도 국회의원이 애국지사 같은 강단과 정치력을 보여줬는데 지금은 샐러리맨화가 되어서인지 용기있는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다고 개탄한다. 아무튼 도민들은 민주당이 윤석열 대통령과 담판을 지어서라도 삭감된 새만금관련예산을 전액 살려내야 한다면서 그 정도가 아니면 국회의원직을 모두 사퇴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다음달 7일 도민들이 대거 상경해서 출향인과 손잡고 예산부활투쟁에 나설 계획이지만 민주당 의원들이 그 이전이라도 정치력을 발휘해서 예산을 살려내야 한다는 것. 지금은 국회의원들 보다도 지방의원들이 삭발투쟁에 나서는 등 더 적극적으로 대응한다. 야당 국회의원들이 국감 때 가장 힘을 받을 수 있는데 그런 기회도 제대로 살리지 못해 도민들만 답답해 한다. 내년 1월18일 특별자치도 출범을 앞둔 시점에 이런 일이 터져 안타깝지만 이번 일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고 다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 이번 일을 계기로 총선 때 역량있는 인물을 발굴해서 중앙정치무대에서 전북의 존재감을 과시하도록 밀어줘야 한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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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성일
  • 2023.10.29 19:01

신공항을 둘러싼 지역감정 악몽

말 그대로 '어르고 뺨 때리는 격' 이다. 새만금 신공항의 적정성 재검토는 효율적 사업 추진을 위한 것이라며 국토부가 입장을 내놨다. 그제 국감에서 이같은 의견과 함께 환경영향평가 등을 빈틈없이 준비해 착공이 늦어지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지금 예산 삭감의 절체절명 위기에서 논란을 일으킨 문제에 대해 재론 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무엇보다 당장 시급한 것이 예산 회복을 통한 정부의 추진 의지와 더불어 영남권 신공항과의 형평성이 핵심이다. 잼버리 파행을 빌미로 새만금 죽이기를 겨냥한 것 아니냐는 강한 불신감에 휩싸여 있는 상황에서 여봐란 듯이 속도전을 방불케 하는 영남권 신공항을 바라보는 도민들 심사는 뒤틀릴 수밖에 없다. 과거 지역 감정의 악몽이 되살아나는 착각을 느낀다. 무려 78%나 예산이 잘려 나간 새만금의 위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도민 총궐기가 전개되는 가운데 부산의 가덕도 신공항과 TK 신공항은 날개를 달아 대조적이다. 수조 원이 투입되는 이들 신공항의 예타 면제가 기정사실화 되는 상황에서 새만금 신공항은 90% 가까이 예산이 삭감돼 좌초 직면에 놓여 있다는 점에서 지역 차별은 더욱 뚜렷해진다. 사업비가 무려 14조에 육박하는 가덕도 신공항의 내년 예산은 올해 대비 40배 가량의 5300억 규모다. 개항 시기도 2030 부산엑스포 유치 명분으로 5년이나 앞당겼다. 반면 새만금 신공항 전체 예산은 가덕도 내년 예산보다 3000억이 많은 8000억 규모에 불과하다. 전북 입장에선 이런 극단적 차별을 두고 정치적 해석 말고 달리 설명할 도리가 없다. 먼저 선거 공학적 측면에서 고도의 셈법이 작용했다고 본다. 역대 선거 성적표에서 드러났듯이 이 지역은 묻지마식 야당 텃밭임을 감안해 충격 요법의 시그널을 보낸 것으로 여겨진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새만금 때리기를 통해 그 예산을 줄여 영남권 텃밭에 몰아주기 위한 의도로 해석된다. 동시에 민주당의 무능과 존재감을 간접적으로 확인시켜 정부 여당의 반사 이익을 노린 측면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런데 세상 이치는 의도대로 풀리지 않는 게 민심이다. 영남권 신공항과의 역대급 차별에서 민심이 폭발하는가 하면 드러내놓고 지역을 편 가르는 꼼수 정치에 환멸을 느껴 비호감만 부추기는 역효과를 낳기도 한다. 새만금 예산을 살리기 위한 도민들 총궐기 상황에서 집안 단속의 필요성도 제기된다. 정부 경제성 논리로 새만금 공항에 대한 부정 기류가 여전한 가운데 일부 도민들의 동조 분위기도 감지된다. 하늘 길이 열리지 못하면 새만금 외자 기업유치는 물론 교통 오지로 낙인 찍혀 도민 삶의 질에 악영향을 미친다. 실제 군산공항이 올해 미군 활주로 공사로 5개월가량 멈췄을 때 도민들은 광주와 청주 공항을 이용하면서 큰 불편을 겪었다. 영남권 신공항은 그렇다치고 인근 전남 무안공항에다 충남 서산공항까지 가시화되는 형국에서 자칫 전북이 샌드위치 신세로 전락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김영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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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곤
  • 2023.10.26 17:32

전주지검장과 전북경찰청장

최근 지역사회에서 문홍성 전 전주지검장과 진교훈 전 전북경찰청장이 세간의 화두로 종종 오른다. 미니총선으로 여겨졌던 강서구청장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로 나선 진교훈 전 청장은 여당 후보에 압승을 거두며 전국적인 인물로 떠올랐는데, 최근에는 문홍성 전 검사장의 변호사 개업 소식이 법조계 안팎에서 잔잔한 화두가 됐다. 사실 역대 전주지검장을 역임한 인물 중에는 고검장을 거쳐 훗날 검찰총장이나 법무장관을 지낸 이들도 있고 꼭 출세가도를 달리지는 않더라도 전주지검장을 지낸 뒤 곧바로 변호사로 개업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 23일 문홍성 전 전주지검장(55·사법연수원 26기)이 서울 서초동에서 개인 변호사로 개업했다. 군산 출신인 그는 돈 많이 벌고 각광받는 대형 로펌 대신 개인 변호사로 새출발했다. 당장 현실 정치에 뛰어들거나 하는 일은 없겠지만 긴 안목으로 미래를 설계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대표적인 검찰 내 '특수통'으로 꼽혔던 그는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장, 방위사업비리 합동수사단 부단장, 대전지검 특수부장 등 요직을 거쳤고 문재인 정부때인 2019년 7월 검사장으로 승진해 대검찰청 인권부장, 창원지검장, 수원지검장,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전주지검장을 지냈다. 지난해 6월 김오수 총장 시절의 대검 간부진이 대거 지방으로 이동했는데 문 전 검사장은 그 중 한명이다. 지난 8월말 대규모 인사를 앞두고 사의를 표명, 검찰을 떠나 변호사로 새 출발한 그의 행보를 예의주시하는 이들도 제법 많다. 역대 전북경찰청장 출신 3인방도 요즘 심심치 않게 세간들의 입에 오르내린다. 진교훈 전 전북경찰청장이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 선거에서 일약, 스타덤에 오른 때문이다. 평소 정치성이 강한 것도 아니고 33년 묵묵히 경찰 공무원으로 재직했던 그는 2019년 7월 치안감으로 승진, 본청 정보국장을 지냈고 2020년 8월부터 2021년 7월까지 제32대 전북지방경찰청장을 역임했다. 이후 경찰청 차장으로 승진하면서 전북 출신 치안총수의 기대가 컸으나 정권교체 직후인 작년 5월 퇴임했다. 고향인 전북에서 총선 또는 단체장 출마설이 나돌기도 했으나 그는 강서구청장 승부수를 통해 화려하게 정치인으로 데뷔했다. 그에 앞서 조용식 전 전북경찰청장이 지난해 익산시장 출사표를 던지며 정치일선에 뛰어들었다. 2019년 7월부터 이듬해 8월까지 전북경찰청장을 지낸 그는 지난해 익산시장 경선에서 현역인 정헌율 현 시장의 벽을 넘지 못했으나 절치부심 차기 익산시장 선거전을 준비중이라는 후문이다. 이들보다 훨씬 앞서 1993년 전북경찰청장을 지냈던 이무영씨는 이후 전북 출신 최초의 치안총수가 되고 그 여세를 몰아 2008년 제18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무소속으로 당선됐으나 선거법 위반으로 벌금 300만원이 확정되면서 의원직을 상실한 바 있다. 한편 곧 단행될 후임 전북경찰청장은 향피 원칙을 적용, 오랜만에 타 지역출신이 임명될 것이 확실시된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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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병기
  • 2023.10.25 15:40

비보이 문화를 주목하는 이유

2000년대 초반, 힙합의 대열에 혜성(?)처럼 등장한 비보이 그룹이 있다. 전주 출신 10대 비보이들이 주축이 되어 결성한 ‘라스트포원’이다. 2002년 단체를 결성한 이후 각종 대회를 휩쓸면서 주목을 모았던 이들은 2005년 전주를 떠나 서울로 갔다. 좀 더 넓은 무대를 만나고 싶어서였다. 그해, 독일 브라운슈바이크에서 열린 브레이크댄스대회 ‘배틀 오브 더 이어(Battle of the Year, BOTY’는 ‘라스트 포 원’에 우승의 영예를 안겼다. 독일 BOTY는 국가대표 비보이들이 참가해 세계 최강을 가리는 비보이계 월드컵이다. ‘라스트 포 원’은 그해 우승으로 비보이 역사를 새롭게 썼다. 이들의 이야기는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세계 18개국 19개 비보이 크루들의 ‘배틀 오브 더 이어’ 출전 과정부터 본선 무대, 그리고 1년 뒤의 이야기까지 담아낸 다큐멘터리 <플래닛 비보이>다. 세계 비보이 그룹의 중심에 선 ‘라스트 포 원’의 행보는 한동안 탄탄대로였다. 국악이나 무용 연극과 같은 다른 예술과의 융합을 시도하는 실험 작업을 주도하기도 했다. 비보이들의 우상이 된 ‘라스트 포 원’의 이름 뒤에 ‘전주’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라스트 포 원'이 전주 출신 비보이들이라는 지역 연고가 알려지면서다. 덕분에 전통문화의 상징 도시 전주는 자유롭고 창의적인 젊은 문화도시란 새 옷을 입을 수 있게 됐다. 전주시가 나선 것도 그즈음이었다. 전주시는 영화의 거리 입구에 '라스트 포 원' 광장을 조성하고 <전주 비보이 그랑프리> 대회를 만들어 전국의 비보이들을 불러들였다. 젊은 문화를 상징하는 비보잉은 전주의 새로운 문화자산이 되었다. 브레이킹(‘비보잉’의 공식 명칭)이 지난 9월에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과 2024년 열리는 파리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됐다. 항저우의 한국팀을 이끈 초대 감독은 ‘라스트 포 원’의 전주 출신 리더 조성국(대한민국댄스스포츠연맹 국가대표 브레이킹 감독)이었다. 길거리 춤 비보잉의 제도권(?) 진입은 반갑다. 정식으로 스포츠의 대열에 섰으니 인구 확산도 기대된다. 아니나 다를까 자치단체들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가장 먼저 나선 곳은 서울시다. 서울시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브레이킹 실업팀’을 창단했다. ‘비보잉 강국이었던 대한민국 명성을 되찾기 위해 선수들이 훈련에 전념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한다’는 의지다. 전주는 다른 도시들에 비해 먼저 비보이 문화를 주목했다. 기대만큼 성장을 이끌지 못했지만 전주는 아직 ‘한국 비보이의 고향’이다. 도시를 빛내는 이 문화자산을 지키고 키우는 일을 더 이상 미뤄서는 안되는 이유다. / 김은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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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정
  • 2023.10.24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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