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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교, 그 이후

문을 닫는 학교가 늘어간다. 폐교의 위기는 소멸 위기에 놓인 농어촌의 현실과 맞닿아 있다. 폐교 소식이 들릴 때면 취재로 찾았던 학교가 생각난다. 2006년 2월 문을 닫은 고창 무장면 만화리에 있던 신왕초등학교다. 2월 졸업식이 끝나면 문을 닫게 되는 시골 초등학교의 풍경은 쓸쓸했다. 전교생이라고 해야 열 명. 여섯 명이 졸업하고 나면 네 명 아이들만 남게 된 신왕초등학교는 그해 졸업식을 마지막으로 문을 닫았다. 그동안 열 명 아이들은 두 개로 나뉜 교실에서 수업을 받았다. 6학년 누나 형들과 함께 공부해야 했던 4학년 득주는 ‘친구가 없어 재미없겠다’고 말을 붙이자 ‘형들과 노는 것이 더 좋았다’고 했다. 같은 교실에서 공부한 2, 3학년 세 명도 싸우지 않고 형제처럼 잘 지냈다. 그해 전북에서는 초등학교 세 개가 문을 닫았다. 그중 하나인 신왕은 10여 년 전부터 통폐합 대상이었지만 ‘학교 지키기’에 나선 주민들의 열정으로 간신히 명맥을 이어왔던 터였다. 그러나 2005년, 1학년 입학생이 끊기자 주민들도 결국 손을 들었다. 폐교를 받아들이는 의견서를 교육청에 제출하면서 교사들은 아이들과 주민들에게 남겨줄 수 있는 선물이 없을까 고민했다. 신왕초등학교 30년의 기록이 만들어졌다. 마지막 졸업식을 앞두고 발간된 ‘여시뫼봉의 얼이 담긴 신왕교육 30년’은 100여 쪽. 화려하진 않았지만 70년대 중반, 학교가 문을 열자 아이들이 먼 거리를 걸어 다니지 않고도 학교에 다닐 수 있게 돼 기뻐하는 마을 주민들의 모습부터 30~40대 중년이 된 어른들의 어린 시절이 담긴 빛바랜 흑백사진, 신왕을 거쳐 간 632명 졸업생 명단까지 크고 작은 역사가 고스란히 담겼다. 교사들은 자료를 찾고 사진을 수집하느라 많은 시간과 공을 들여야 했지만 ‘아이들이 성장해서도 어릴 적 꿈을 가꾸었던 초등학교의 역사를 기억할 수 있게 되었다’며 기뻐했다. 그해 2월 16일 오전 10시. 급식실을 꾸며 만든 졸업식장은 끝내 울음바다가 됐다. 농촌의 아름다웠던 초등학교는 그렇게 소중한 이름을 잃었다. 올해도 초등학교와 중학교 아홉 곳이 문을 닫는다. 전국에서 가장 많다. 이들 말고도 폐교 위기에 처해있는 학교는 이미 스무 곳이 넘는다. 전라북도교육청은 작은 학교 살리기 정책을 시행하겠다면서도 아예 폐교 관련 조례를 개정해 절차를 간소화했다. 사실 학생 수가 줄어드는 환경에서 학교 통폐합은 피해갈 수 없는 현실이지만 그래서 더 우려되는 것이 있다. 공간과 이름을 잃게 된 폐교의 쓰임이다. 오랫동안 마을의 중심이 되었던 이 공간이 소멸 위기의 마을을 일으키는 거점이 될 수는 없을까. 교육기관이 앞장서 길을 열어주었으면 좋겠다. / 김은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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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정
  • 2024.01.02 17:07

‘용머리 여의주마을’의 용틀임

2024년 갑진년(甲辰年) 청룡의 해가 밝았다. 열두 띠를 나타내는 십이지(十二支) 동물 가운데 유일하게 상상의 동물인 용(龍)은 동서양의 신화와 설화‧전설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신성한 존재다. 우리 민족에게도 용은 최고의 영물이다. 제왕을 나타내고, 희망과 성취를 상징한다. 그런 만큼 용과 관련된 전설과 지명을 갖고 있는 곳이 전국에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전통도시 전주도 그렇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이 바로 완산동 ‘용머리고개’다. 전국적으로 용머리를 뜻하는 용두동(龍頭洞)이라는 지명은 꽤 많다. 글자 그대로 동네의 모습이나 인근에 있는 봉우리의 형태가 용의 머리를 닮아 붙여진 이름으로 서울 동대문구와 대전 중구, 광주 서구와 북구, 경기도 고양시, 경북 김천시, 충북 충주시, 충북 제천시 등에 용두동이 있다. 이들 도시와 비교하면 공식 행정지명조차 되지 못한 채 구전으로 내려온 전주 용머리고개의 전설과 명성은 그리 특별할 게 없어 보인다. 하지만 전주 용머리고개에는 더 특별한 이름을 가진 오래된 마을이 있다. ‘용머리 여의주마을’이다. 여의주를 입에 문 용을 직접적으로 표현한 곳이니 범상치 않다. 하지만 전주의 오랜 기억을 간직하고 있는 이 마을은 이름값을 하지 못한 채 정체성을 잃어갔다. 그러면서 시민의 기억 속에서도 점차 밀려났다. 도시의 중심이 외곽 신도시로 옮겨지면서 주거환경 노후화와 인구감소 등으로 마을은 활력을 잃었다. 골목길 안쪽부터 공·폐가가 속출했다. 그러던 중 전주시와 시민사회가 나서 잠자던 용을 흔들었다. 도시 경쟁력 회복과 주민공동체 활성화를 위해 관련 법률에 따라 시행하는 도시재생 사업을 통해서다. 거창한 이름이 무색했던 이 마을은 지난 2018년 국토부의 도시재생 뉴딜사업에 선정되면서 새로운 변화를 길을 걸었다. 2022년에는 마을에 생태숲이 조성되고, 주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공동이용시설이 문을 열었다. 빈집을 허문 자리에 현대식 건물로 지어진 공동이용시설에는 카페와 회의실, 임대사무실 등이 들어섰다. 주민들은 사회적협동조합을 설립해 다양한 마을 활성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또 마을 생태숲에는 초미니 도서관인 옛이야기도서관이 들어섰다. 지상 1층, 전체 건물 면적 32㎡ 규모인 이 도서관은 국내에서 가장 작은 도서관으로 화제를 모았다. 소공원 안에는 33㎡ 이상의 도서관을 지을 수 없도록 한 공원녹지법 때문에 크기를 최소화한 것이다. 이 도서관은 용의 전설을 비롯해 전통도시 전주의 보석같은 옛 이야기들을 미래 세대에 전달하는 복합문화공간이다. 지난해 이 유서 깊은 용의 마을은 도시재생의 성공 모델로 꼽혀 전국적 벤치마킹 대상이 됐다. 범상치 않은 마을 이름도 다시 알릴 수 있었다. 오랫동안 잠자던 용이 깨어나 승천을 채비했다. 그리고 다시 용의 해다. 용머리 여의주마을과 그 여의주를 품은 전주‧전북의 힘찬 용틀임을 기대한다. / 김종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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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표
  • 2024.01.01 11:27

항공 오지의 불편한 진실

새만금 예산 3000억이 복원된 데는 나름 정치권의 선방 결과라며 애써 자위해 보지만 그래도 실망감은 감추지 못한다. 큰 폭으로 깎여 충격파가 컸던 탓인지 일부만 회복됐는데도 그나마 다행이라고 한다. 이 여파로 전체 예산 확보 상황을 보면 양적으로 질적으로 기대치에 못 미치는 건 사실이다. 전국 9개 광역자치단체 중 사실상 전북만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구체적으로 새만금 신공항의 경우 내년 착공을 앞두고 부처 요구 580억 중 327억만 반영됐다. 글로벌 시대 국제공항은 그 지역의 경쟁력이자 외자 유치의 관건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유독 새만금에만 '적정성 검토' 라는 족쇄까지 채워 예산 집행마저 어려운 처지다. 여차하면 사업 중단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안갯속 국면이다. 타시도 공항과 비교하면 정치 공학적 노림수도 무시할 수 없는 기류다. 부산 가덕신공항만 하더라도 내년 예산이 5300억으로 전년비 41배나 늘었다. 주목할 점은 공항 개항의 명분이었던 2030 부산세계박람회가 실패했음에도 당초 2035년 준공 일정을 6년 앞당겨 2029년에 마무리 하겠다는 계획이다. 대통령이 부산에 내려와 이 같은 개항 시기를 직접 못 박은 것이다. 가덕신공항은 박근혜 대통령 시절 최대 이슈였던 동남권 신공항 후보지로 밀양, 김해와 3파전 끝에 김해 신공항에 밀려 탈락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 때 김해 신공항을 백지화시키고 여야 특별법을 통해 가덕도 신공항을 선정함으로써 정치적 특혜 논란이 일었다. 뿐만 아니라 충남 서산공항은 지난 5월 예타 통과를 못했는데 우회적 루트를 통해 기사회생한 가운데 10월엔 대구경북 신공항이 예타를 면제 받았다. 잼버리 파행을 빌미로 기다렸다는 듯이 무더기로 새만금 예산 삭감을 강행했다. 이를 통해 정부 여당의 책임을 돌리고 야당 독점의 지역 정치권에도 일종의 견제구를 날린 것이다. 한마디로 전북에 크게 아쉬울 게 없다는 속셈이다. 일각에선 도내 의원들의 예산 투쟁을 깎아내린다고 못마땅해 하는 눈치지만, 내년 총선을 앞둔 그들에겐 이 문제에 사활이 걸려 있다. 다시는 전북 몫을 빼앗기지 않도록 정치권이 단합해 자강 노력을 기울이라는 채찍인 셈이다. 전북이 항공 오지로 전락한지도 꽤 됐다. 정부 홀대는 물론 도민 일부의 부정적 견해도 한몫했다. 그들은 정부 논리에 따라 새만금 신공항의 경제적 가치를 비관적으로 본다. 공항이야말로 지역간 연결고리인 동시에 세계 진출의 통로 역할을 한다. 실핏줄처럼 연결된 공항 현황을 보면 더욱 뚜렷하다. 인근 전남은 광주와 무안, 여수공항을 비롯해 충청지역은 청주공항, 부산 경남의 김해, 울산, 사천공항과 함께 TK는 대구와 포항공항, 강원도는 양양과 원주공항이 있다. 최근 논란을 일으킨 재경 도민회장의 새만금 신공항 반대 발언을 둘러싼 공방이 달갑지 않은 이유다. 도민 역량을 결집해도 모자랄 판에 자칫 찬물을 끼얹지 않을까 격정된다. 김영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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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곤
  • 2023.12.28 17:34

새만금 세밑 단상(斷想)

때에 따라 떠오르는 단편적 생각이나 그 생각을 적은 글을 좀 멋스럽게 표현해서 단상(斷想)이라고 한다. 추일단상, 세밑단상 하는 식이다. 2023 계묘년 토끼띠해가 서서히 저물고 있다. 2024년은 갑진년 용띠해인데 곧 동터오틀 태세다. 올 한해를 보내는 전북인들은 지역에서 생활하든, 타지에서 활동하든 ‘새만금’이라는 세 글자가 가장 강하게 각인돼 있을 것이다. 새만금 잼버리에서 시작해서 새만금 예산삭감, 새만금 기업유치 등등 평소 새만금에 별다른 관심이 없는 이들조차 일희하고 일비했던 나날이었다. 친구가 직장을 잃으면 불황이고, 내가 일자리를 잃으면 공황이라는 말처럼 사실 각 개인들에게는 자신의 소소한 일상 하나하나가 지역공동체의 일 보다 훨씬 더 강하고 중요할 것이다. 하지만 올해처럼 지역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전북인들이 스트레스를 받은 적은 일찌감치 없었다. ‘징게 맹갱 외에밋들’은 ‘김제 만경 너른 들’을 뜻하는 옛말이다. 사슴이 아름다운 뿔 때문에 소중한 목숨을 잃듯, 금만 평야는 그 풍요로움 때문에 봉건시대에 탐관오리에 시달렸고, 일제강점기에는 더욱 가혹한 수탈의 대상이 됐다. 김제 죽산면에 있는 하시모토 농장은 일제시대 죽산면 농토의 절반 이상을 소유했던 일제 지주 하시모토가 수백명의 소작인들을 관리하던 곳이다. 익산 춘포면 대장촌 일대 역시 대대로 구마모토의 영주 가문이었던 호소카와 모리히로 전 일본 총리의 친조부가 이 마을을 개척한 대농장 소유주였다. 일제때 일본에서 아무런 주소도 없이 '조선 대장촌'이라고만 적고 편지를 보내도 제대로 배달됐다는 믿지못할 이야기가 전해지는 것을 보면 대장촌 역시 얼마나 큰 농장이었는지를 가늠케한다. 예전 금만평야의 또다른 외연이 오늘날 새만금이라고 할 수 있다. 가난과 낙후를 해결해 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믿었던 새만금이 중앙정부로부터 외면받는 현실을 목도해야만 하는 도민들의 심정은 가히 헤아리기조차 어렵다. 새만금 세밑 단상은 그래서 더 우울하거나 처절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죽을 약 옆에 살 약도 있는 법. 어제 여의도 콘래드 서울에서는 현 정부 출범 이후 새만금 민간투자 10조원 달성을 축하하는 기념행사가 열렸다. 지금부터 꼭 10년 전 새만금개발청이 문을 연 이래 9년동안 1조 5천억원의 유치를 한 것과 비교하면 놀라운 성과임에 틀림없다. 일제가 패망한 뒤 광복 직후 국내 굴지의 기업인은 김연수 경성방직 회장과 박흥식 화신백화점 회장 정도였다. 6∙25 이후에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자본금 기준(1955년) 대한민국 재계 순위는 1위 삼양사, 2위 대한석탄공사, 3위 한국산업은행, 4위 락희화학공업사, 5위 금성방직 등이었다. 삼성그룹, 삼호그룹, 개풍그룹 등은 1950년대말에 이르러서야 재계 최상위권에 등극하게 된다. 며칠전 하림그룹이 국내 최대 컨테이너 선사 HMM(옛 현대상선)을 인수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일약 재계 순위 13위에 랭크될 전망이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새만금이 살아나면 전북에서 굴지의 기업이 활동하게 될 것이다. 새만금 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았던 도민들이 갑진년 청룡의 해에는 기쁨과 희망을 찾았으면 한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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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병기
  • 2023.12.27 15:10

한지발과 명장 유배근

한지발은 한지를 만들 때 쓰이는 도구다. 한지가 세계에서도 우수한 종이로 평가받는 바탕에는 이 한지발이 있다. 한지발은 한지를 뜰 때 쓰는 대나무로 만든 발이다. 못을 쓰지 않고 만든 발틀 위에 올려놓고 물질을 하여 종이를 뜬다. 좋은 한지는 우선 재료가 좋아야 하지만 한지를 뜨는 과정에서 이 한지발의 면이 고와야 매끄러운 종이를 얻을 수 있다. 질 좋은 한지를 만들기 위해 꼭 필요한 도구인 셈인데, 안타깝게도 그 쓰임이 얼마나 중요한지, 제작 과정이 어떤지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지난 2005년 국가무형문화재 종목이 된 한지장과는 달리 한지발장은 종목도 만들어지지 않았다. 한지발을 만드는 과정은 까다롭다. 재료의 특성을 잘 알고 단계마다 그에 맞는 도구를 잘 다루면서 숙련된 기술이 더해져야 원하는 한지발을 만들 수 있다. 그만큼 만드는 사람의 지혜와 슬기, 끈기가 있어야만 가능한 고단하고 힘든 일이다. 그래서인지 한지발을 만드는 사람은 예전부터 많지 않았다. 그조차도 점점 줄어들어 한지발을 만드는 사람은 전국에서도 단 한 명. 전주에서 활동했던 도 문화재 기능보유자 유배근 명장이 유일했다. 한지발 없이는 한지를 뜰 수 없고 제대로 된 한지발은 유배근 명장이 없이는 만들 수 없으니 그의 존재 자체가 한지의 맥을 잇는 상징이었던 셈이다. 1940년 일제강점기에 태어난 유배근 명장은 어린 시절, 가업이 된 한지와 한지발 만드는 일을 익혔다. 한지발은 그의 어머니가 먹고살기 위해 배웠던 기술이다. 그가 살던 동네에서 한지발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은 그의 어머니뿐이었다. 그는 어머니로부터 한지발 기술을 이어받았다. 결혼 후에는 아내와 함께 한지 공장을 운영하면서 한지발 제작을 이어갔다. 한지가 잘 팔리던 시절에는 자연히 한지발 수요도 늘었다. 덕분에 80년대 초반에 문을 연 한지 공장은 직원이 30명이나 될 정도로 성업을 누렸다. 그가 직접 만든 한지발로 떠낸 질 좋은 한지가 유배지란 이름으로 팔려나가면서 이름을 알리기도 했다. 그가 한지발 제작에만 매달린 것은 한지 폐수 문제가 불거지면서다. 그 뒤 온전히 전통 한지발 제작에만 일상을 바쳐온 그는 한지발을 만드는데 필요한 도구들마저 중단될 정도로 환경이 어려워진 환경에서도 직접 도구를 만들어 그 길을 지켜왔다. 그는 2005년 도 무형문화재 기능보유자로 지정됐다. 50년 가깝게 한지발을 만들어온 그의 시간이 비로소 빛을 얻게 된 지 열 여덟 해. 갑작스러운 부음이다. 유배근 명장이 23일 세상을 떠났다. 섬세하고 미려한 한지발이 그의 이름으로 남은 자리, 이제 길을 함께 걸어온 아내와 아들이 이어갈 것이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 김은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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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정
  • 2023.12.26 17:54

철쭉과 눈꽃⋯ 지리산 바래봉의 위기

연말연시 다시 축제의 계절이다. 설국을 기다려온 겨울축제들이 전국 곳곳에서 줄지어 열리고 있다. 올겨울 전북은 유난히 시리다. 다사다난했던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 희망을 얘기해야 하는 때인데도 분위기가 냉랭하다. 그래도 철따라 열리는 잔치는 거를 수 없다. 지난 주말 전북 곳곳에서 겨울축제가 일제히 개막해 2~3일간의 짧은 일정을 마무리했다. 임실 산타축제와 진안 마이산 겨울동화축제, 무주 꽁꽁놀이축제 등이다. 그런데 정작 그곳에서는 소식이 없다. 2012년 시작돼 겨울철 대표축제로 자리잡은 남원 ‘지리산 바래봉 눈꽃축제’다. 매년 12월 하순부터 이듬해 2월 중순까지 약 50일 동안 바래봉 자락 설원에서 열리는 눈꽃축제에는 전국에서 수만명의 방문객들이 몰려 추억을 쌓았다. 지리산 바래봉 자락에서는 1년 내내 크고 작은 축제가 열린다. 특히 봄철 철쭉제와 겨울 눈꽃축제는 전국적으로 명성이 자자하다. 두 축제 모두 민간단체인 운봉애향회가 주최‧주관하고 남원시가 후원한다. 남원시가 직접 행사를 주최하는 춘향제‧흥부제와 달리 지역민과 행정이 긴밀하게 협업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이 눈꽃축제가 올해 심상치 않다. 발표를 미루고 있지만 사실상 올겨울엔 축제를 열 수 없게 됐다. 아직껏 준비를 전혀 하지 않고 있어 지연 개최도 쉽지 않다. 이대로면 다음해에도 축제 정상 개최를 장담할 수 없다. 기후 탓이 아니다. 주관단체인 운봉애향회와 매해 2000만 원의 보조금을 지원하는 후원기관 남원시의 갈등이 이유다. 여기에 남원시의회가 축제 회계 내역 비공개 등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실타래가 복잡하게 꼬였다. 행사가 열리는 시유지(지리산허브밸리)에 설치된 컨테이너박스와 대형 비닐하우스 등 가건물 처리 문제가 발단이 됐다. 이들 가건물은 안내소와 먹거리장터‧특산물 판매장 등으로 쓰이고 있다. 축제 기간에 한정해 부지 점용허가를 내주고 있는 만큼 일단 이를 철거해 허가 조건을 이행한 후 다시 점용허가를 신청해야 한다는 게 시의 주장이다. 지난해 겨울 코로나19로 중단됐던 축제를 재개해 큰 성황을 이뤘지만 1년 만에 다시 중단사태를 맞게 됐다. 여기에 전국 제일의 철쭉 군락지로 오랫동안 명성을 이어온 ‘바래봉 철쭉제’도 최근 들어 ‘꽃 빛깔이 예전만 못하다’는 지적과 함께 방문객이 크게 줄어들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관광자원 관리 부실과 방만한 행사 운영이 도마에 올랐다. 천혜의 자연자원으로 관광객을 끌어 모았던 지리산 바래봉 자락 축제들이 급속히 퇴색하고 있다. 물론 바로잡아야 할 게 있다면 행사를 한 해 거르더라도 제대로 짚어야 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지자체의 역할이 중요하다. 행사 주최‧주관 기관이 아니라는 이유로 한 발짝 물러나서는 안 된다. 전국에 널리 알려진 바래봉 철쭉제와 눈꽃축제는 관광 남원의 이미지와 직결된다. 시린 계절을 보내고 바래봉의 눈꽃과 철쭉이 더 활짝 피어나기를 기대한다. / 김종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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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표
  • 2023.12.25 10:50

두 얼굴의 공직사회

무려 78% 예산이 깎인 새만금에 불똥이 튀면서 사실은 잼버리 파행의 원인 규명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감사원의 감사 결과가 조만간 발표되겠지만 그 당시 잼버리 준비 상황을 되돌아 보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나 다름없었다. 언론도 연일 이 점을 지적하며 대회 차질을 우려하는 보도가 쏟아졌다. 하지만 코앞에 다가온 개회식을 앞두고 공동위원장을 비롯한 조직위 핵심들은 성공 개최를 띄우며 악화된 여론 잠재우기에 급급했다. 민심 달래기용 그들의 퍼포먼스는 불과 며칠 만에 거짓으로 드러났다. 그 뒤 국민 감정을 더욱 자극한 건 그들의 책임 회피성 발언과 함께 폭탄 돌리기식 떠넘기기, 유체 이탈 화법의 문제 접근 방식이었다. 도의회가 지적한대로 총체적 부실은 기초공사가 잘못된 데서 비롯됐다. 공무원의 고질적 무사안일을 겨낭한 것이다. 전체적 개선 분위기와 달리 직원 개개인이 공직사회 물을 흐리게 하는 미꾸라지 행태는 여전했다. 잼버리 기간 수의계약 과정에서 터무니없는 업체에 일감을 주고 허위 실적증명서가 악용되는가 하면 쪼개기 발주를 통해 수의계약 비율이 전국 평균 2배에 달할 정도로 특정 업체 밀어주기 의혹이 판을 쳤다. 다른 대회나 행사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아태마스터스 경우 113건 중 78건이 수의계약을 한 데다 심지어는 상한선 2000만원 초과한 계약도 33건에 달해 검은 고리의 유착관계가 얼마나 심각한지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이 같이 편중된 수의계약과는 대조적으로 장애인 생산품 구매 실적은 법으로 강제 규정을 했음에도 목표치를 밑돌아 입방아에 오른다.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기 위해 1% 구매를 의무화 했는데도 공무원들이 외면함으로써 법의 취지를 무색케 하고 있다. 공공기관의 이런 기조에 따라 판촉 행사 등 다양한 방법을 총동원해도 최근 3년새 실적이 고작 0.22~0.59%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처럼 두 얼굴의 공직사회는 그들의 자정 노력에만 맡기기엔 한계를 드러낸 지 오래다. 본인이 겪은 직장 상사 갑질과 부적절한 처신에 대해선 득달같이 달려드는 반면 민원인이 당한 공무원의 갑질과 괘씸죄 행정은 아예 본체만체 하고 있다. 새만금 예산이 일부 복원되긴 했지만 그래도 빌미를 제공한 잼버리 파행에 대한 책임 문제는 불가피하다. 역대 대회를 통해 사전에 어느 정도 예상된 문제인 데다 준비 기간도 충분했는데 화를 자초한 건 조직위 무사안일에 귀책 사유가 있다. 앞서 지적한대로 기초공사를 튼튼히 하는 것은 공무원의 몫이다. 이게 부실하면 뿌리째 흔들리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주 내년 출범하는 전북 특별자치도와 관련해 도시브랜드가 표절 논란에 휩싸여 하루 만에 변경되는 홍역을 치렀다. 4억이 넘는 예산이 투입되고 내로라하는 전문가 그룹이 참여해 숙의를 거듭한 결과라니 실망감을 감출 수 없다. 이와 비슷한 일이 한두 번이 아니란 사실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김영곤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영곤
  • 2023.12.21 18:39

전북혈액원과 헌혈 전도사

교통 통신이 발달하지 않았던 시절, 1970년대에는 라디오에서 정규 방송 도중 간간히 이런 뉴스가 흘러나왔다. “∼병원에서 위급한 환자가 긴급히 Rh 마이너스 O형 혈액을 필요로 합니다. 해당 혈액형을 가지신 분은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크고작은 사건사고나 질병으로 인해 수술을 받아야만 하는 응급환자는 선의의 헌혈자로 인해 생명을 구하곤 했다. 세월이 좀 흐른 1980년대에도 사정은 비슷했는데 특히 TV자막을 통해 비슷한 유형의 호소가 이어지곤 했다. 그로부터 오랜 시간이 흘렀으나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매스미디어를 통해 헌혈자를 구한다는 호소문이 난무하지 않을뿐이지 요즘에도 희생정신으로 무장한 선의의 헌혈자가 없는 한 응급환자 치료에 필수불가결한 혈액은 만성 부족상태다. 지난달말 현재 기준 혈액 보유량은 전국적으로 5.8일분, 전북은 5.3일분에 불과하다. 만일 혈액보유량이 1일 미만으로 떨어질 경우 보건복지부는 ‘심각단계’로 분류, 지속출혈이 있는 환자나 응급수술 환자, 수혈없이는 생명이 위급한 환자, 중환자 치료중인 암환자등에게만 우선순위를 두고있다. 일반인들이 잘 몰라서 그렇지 사실 이름없는 헌혈전도사들이 우리 사회에는 제법 많다. 송태규 시인(전 원광중고 교장)은 가족 헌혈 횟수가 무려 700회가 넘어 유명한 헌혈전도사이자 헌혈명문가로 널리 알려져있다. 이영진 원광대 진단검사의학과 교수, 오창석 한솔케미칼 경영지원팀장, 김병호 전주신흥고 교장 등도 상상을 초월하는 헌혈 기록을 지닌 명실공히 ‘헌혈전도사’들이다. 전북도 강영석 국장의 경우 직장내에 헌혈동아리를 만들어 회장으로 활동하면서 헌혈운동 확산에 앞장서고 있다. 장 앙리 뒤낭이 제창했던 적십자 운동의 일환으로 펼쳐지는 헌혈은 사실 인도주의의 발로, 그 자체다. 대한적십자사 전북혈액원(원장 강진석)은 지난 10월 4일 전북도와 함께 전북도민 헌혈의날 선포식및 헌혈 릴레이를 펼치고 있다. 전국적인 모범 사례로 평가 받으면서 타 시도에서도 잇따라 헌혈의날 선포식을 갖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기만 하다. 헌혈 직업군 분류에서 고교생이 압도적으로 많은데 학교에서 단체로 하는 것은 봉사활동으로 인정하는 반면, 개인헌혈은 봉사활동 실적에서 제외, 헌혈 인구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더욱이 조국사태를 거치면서 향후에는 고교생의 헌혈 전체를 봉사활동 실적으로 인정하지 않기로 함에따라 향후 심각한 혈액 부족 사태가 우려된다. 지역보건 향상을 위해 시민들이 함께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때마침 오는 26일 오후 2시 전북대에서는 의미있는 행사 하나가 열린다. 김철수 대한적십자사 총재가 참석한 가운데 헌혈의집 전북대 한옥센터가 공식적으로 문을 연다. 한옥센터는 전국 첫 사례라고 하는데 이번 행사를 계기로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헌혈운동 붐이 일었으면 좋겠다. 올 11월말 현재, 전북의 헌혈 횟수는 총 9만742건이다. 수백번씩 헌혈을 한 이들의 희생정신은 두말할 나위없이 소중하지만, 한 사람의 백보 보다는 백사람의 일보가 더 가치가 있고 효과가 있는게 바로 헌혈이다. 청룡의 해인 갑진년 새해 전북에서 헌혈 횟수 10만 건을 당당히 돌파하길 간곡히 소망한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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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병기
  • 2023.12.20 14:28

결핵과 크리스마스 씰

인류를 괴롭혀 온 질병은 많다. 그중에서도 가장 많은 사망자를 낸 질병은 결핵으로 알려져 있다. 인류와 결핵의 관계는 석기 시대, 독일의 하이델베르크에서 발견된 인골에 남아있던 흔적이 시작이다. 이미 석기 시대부터 수천 년 동안 인류를 괴롭혀 온 질병의 존재는 놀랍다. 결핵은 시기도 따로 없이 세계 전역을 휩쓸었다. 앞선 것은 유럽인데, 산업혁명을 치른 19세기 말 유럽에서 창궐했던 결핵은 20세기 들어서면서 아시아와 아프리카를 휩쓸었다. 전염병인데다, 치료법도 없고 원인도 규명되지 못했던 시기였으니 전 세계를 휩쓴 결핵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이 희생되었을지 짐작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 프레데리크 쇼팽, 에밀리 브론테, 안톤 체호프, 프란츠 카프카, 데이비드 로렌스 등 한 시대를 풍미했던 예술가들도 결핵으로 세상을 떠났다. 결핵이 전염병이라는 것이 과학적으로 입증된 이후 치료제와 치료법이 개발되면서 사망률은 많이 감소했으나 ‘후진국형 질병’으로 치부되는 결핵을 완전히 퇴치하지는 못했다. 더 놀라운 사실은 결핵이 여전히 진행 중인 질병이고 우리나라가 OECD 국가 중 발병률과 사망률이 가장 높다는 사실이다. 결핵의 존재가 새삼스러워지는 이유다. 10년 전만 해도 연말이면 학교 등 공공기관에서 의무적으로 사게 하는 ‘크리스마스 씰’이 있었다. 크리스마스 씰은 일종의 항결핵을 위한 모금 운동이다. 1904년 네덜란드에서 처음 발행된 이후 전 세계적으로 확산됐다. 우리나라에서는 1932년 12월 캐나다 출신 선교 의사인 셔우드 홀(Sherwood Hall)이 처음 만들어 판매했다. 이후 부정기적으로 발행되다가 1953년 대한결핵협회가 창립하면서 해마다 발행, 국가가 공공기관 의무구입 규정을 만드는 등 앞장서면서 범국민 모금 운동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2014년 공공기관 크리스마스 씰 의무구입 규정은 폐지됐다. 판매 대부분을 공공기관에 의존하고 있던 크리스마스 씰 사업이 사라질 수도 있는 위기였으나 다행히 살아남았다. 우리나라 크리스마스 씰은 대부분 아름다운 도안으로 호평 받고 있다. 고유한 전통, 동식물 등 자연과 화제의 인물, 캐릭터 등 해마다 선정하는 주제도 다양하다. 결핵협회는 이제 크리스마스 씰 발행에만 그치지 않고 씰의 그림을 다양한 상품(굿즈)으로 만들어낸다. ‘크리스마스 씰은 구입하는 것이 아니라 기부’라며 사랑과 나눔의 실천을 독려하고 있다. 씰은 10장 세트가 3,000원이니 부담도 적다. 70주년을 맞은 올해는 세계적인 그림책 작가 앤서니 브라운의 동화 속 주인공이 등장했다. 오랜만에 크리스마스 씰을 샀다. 누구에게나 즐겁고 반가운 선물이 될 것 같다. / 김은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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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정
  • 2023.12.19 15:00

전환점 맞은 익산 왕궁축산단지

숨쉬기 힘들 정도로 코를 찌르던 악취가 사라졌다. 물론 반세기 넘는 세월 땅속 깊이 스며든 똥내까지 모두 걷어내지는 못했다. 그래도 괄목할 만한 변화다. 익산시 왕궁면(王宮面) 온수리‧구덕리 일원 179만㎡에 자리잡은 왕궁축산단지에 새바람이 불고 있다. 유서 깊은 역사의 땅, 왕의 터전이었던 이곳은 전통의 향기가 아닌 지독한 악취와 축산폐수의 진원지로 악명을 떨쳤다. 국내 최대 규모의 돼지 축사가 밀집돼 있던 이곳은 1948년 정부가 한센인 격리정책의 일환으로 조성한 ‘한센인 정착촌’이다. 정부가 강제 이주시킨 한센인들에게 축산업을 장려하면서 축사가 난립했다. 이후 1980년대 초반 축산업 호황기를 맞아 시설 규모와 사육두수가 급격히 늘었다. 그러면서 수질오염‧악취 등 환경문제가 부각됐다. 밀집된 축사에서 대량으로 발생한 축산분뇨는 그대로 단지 내 소류지에 쌓였고, 인근 하천으로도 흘러들었다. 왕궁특수지역이라 불리며 지역사회에서 비껴나 있던 이곳이 관심의 대상이 된 것은 새만금 수질오염 논란이 격화되면서부터다. 새만금 수질오염의 주범으로 꼽힌 것이다. 논란 끝에 건립된 왕궁축산폐수처리장이 1998년부터 가동됐지만 금세 한계를 드러냈다. 고농도로 쏟아져 나오는 대량의 폐수를 기준에 맞춰 처리하기는 애초부터 역부족이었다. 결국 근본대책이 나왔다. 정부와 지자체가 축사를 사들여 철거하는 방식이다. 2010년 정부 7개 부처가 합동으로 ‘왕궁 정착농원 환경개선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이듬해부터 축사 매입을 시작했다. 하지만 순탄치 않았다. 애초 5년 안에 마무리하는 것이 목표였지만 거듭 해를 넘겨야 했다. 협의매수는 난항의 연속이었고, 예산 문제도 불거졌다. 그래도 끝은 있었다. 익산시가 지난 8일 ‘모두 204개 축사를 매입하면서 13년에 걸친 현업 축사 매입사업에 종지부를 찍었다’고 밝혔다. 완벽한 마무리는 아니었다. 농가 4곳과는 끝내 협의에 실패했다. 환경부는 내년 하반기께 매입 축사 철거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왕궁축산단지는 이제 체계적인 ‘생태계 복원’의 과제를 안게 됐다. 익산시는 지난해 왕궁축산단지 생태복원 프로젝트를 내놓았다. 영국의 ‘에덴(Eden) 프로젝트’를 도입해 생태체험학습공간으로 바꿔 놓겠다는 청사진이다. 하지만 이 야심찬 프로젝트는 막대한 예산문제 등으로 인해 동력을 잃었다. 다행히 왕궁축산단지가 올해 환경부의 ‘자연환경 복원 시범사업’에 선정되면서 익산시는 정부 지원을 통한 생태축 복원에 기대를 걸고 있다. 환경부 사업은 기본계획 수립 등의 절차를 거쳐 2025년께 본격 시행될 전망이다. 한센인의 아픈 역사에 지독한 악취가 덧칠된 왕궁축산단지는 지금 전환점에 서 있다. 이제 다시 시작이다. 앞으로는 축산단지라 부를 수 없게 된 이곳이 혐오·기피 지역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 역사‧문화가 살아 숨쉬는 쾌적한 생태 마을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 / 김종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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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표
  • 2023.12.18 16:52

이번 만큼은 갈아 엎어야

요즘 도민들은 새만금 국가예산삭감과 국회 의석수 한석이 줄어든다는 것에 매우 기분이 나빠 있다. 전북 보다도 인구가 훨씬 많이 줄어든 부산 경남은 그대로 놔두고 10석의 전북 의석수를 한석 줄인다는 것은 언어도단이라는 것. 현역의원들의 정치력이 워낙 약하다보니까 이 같은 일이 생겼다면서 자존심 상해서 뭐라 말하고 싶은 마음도 내키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이런 상황에서 예비후보자들이 내년 총선에 나서겠다고 출판기념회를 여는 등 연일 기염을 토하고 있지만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지는 못하고 있다. 선거 때마다 출마 하겠다고 이름을 내민 정치철새가 있는가하면 느닷없이 지역에 나타나 낙후된 전북발전을 위해 자신의 한몸 불사르겠다고 사자후를 토해낸 사람도 있다. 그러나 유권자들의 반응은 차갑고 냉소적이다. 현역들이나 별반 차이가 없다면서 어중이 떠중이 정도로 보고 있다. 유권자들은 선거가 닥치면 의정활동을 잘 했거나 국가예산을 많이 확보한 의원을 제외하고는 교체여론이 항상 우세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전혀 예기치 못한 일들이 발생하면서 전체적으로 판갈이를 해야 한다는 여론이다. 그도 그럴것이 전북에 산다는 것 자체가 이렇게 부끄럽고 창피할 수가 없다면서 마지막으로 남은 자존심 회복을 위해서도 정치판을 갈아 엎어야 한다고 목청을 돋구웠다. 오죽하면 낙선한 중진들을 소환했겠는가. 이들을 소환한 이유는 현역들보다는 그래도 낫지 않겠느냐는 가느다란 희망이 섞여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흘러간 물로 어떻게 물레방아를 돌릴 수 있겠느냐고 회의적인 사람도 있지만 양수발전 원리를 보면 고인 물로 얼마든지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면서 다시 한번 지역발전을 위해 기회를 줘야 한다는 것. 이처럼 전북이 망가진 원인도 그간 선거 때마다 인물을 보지 않고 무작정 민주당 일변도로 싹쓸이 선거를 해온 결과다. DJ를 대통령으로 만들었으면 전북은 호남권에서 탈피해 자강의식을 갖고 홀로서기를 했어야 옳았다. 잔뜩 호남으로 묶여 파이만 키워 놓고 그 과실은 광주 전남 사람들이 모두 차지하지 않았던가. 결국 똑똑한 인물을 키우지 못한 탓이 컸다. 지금은 멍청스럽게 누굴 탓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무능한 정치권을 만들어준 업보가 되돌아온 결과라서 유권자인 내탓이 크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자라나는 2세들이 고향을 떠나지 않고 살도록 하려면 내년 총선 때 역량있는 인물을 뽑아야 한다. 옥석이 가려 지겠지만 지금까지 나와 있는 사람 중에는 글쎄요나 아닌데가 많다. 전국 꼴찌라는 불명예를 털어내면서 국가예산 등 의정활동을 잘할 인물을 발굴해서 금배지를 달아줘야 한다. 뒷담화나 까는 부정적인 의식을 떨치고 나부터 목에 방울 달고 아닌 것은 아니다라고 말할 정도의 시민의식향상이 절실하다. 일부 지역에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현역들의 지지도가 낮게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피부로 느끼는 것 보다 갈아 치워야 한다는 여론이 훨씬 높다는 것. 이쯤되면 현역들이 민심을 헤아려 불출마를 선언해야 하지 않을까. 백성일 주필 부사장

  • 오피니언
  • 백성일
  • 2023.12.17 17:39

총선 입지자의 샅바싸움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지역구마다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한 입지자들의 신구 대결이 볼만하다. 그런데 돌연 전북 선거구 1곳이 줄어드는 획정안이 발표되자 지역 정가는 술렁이고 있다. 기존 구도에서 텃밭을 중심으로 입지자들의 유불리가 좌우됨에 따라 셈법이 복잡한 양상이다. 그런 가운데 전북보다 배 이상 인구가 줄어든 대구 부산을 비롯한 타 시도를 놔둔 채 우리 지역을 포함한 건 형평성을 잃었다는 지적이다. 전국에서 2곳 줄어드는데 그중 1군데가 전북이란 사실은 도민들 반감만 부채질한 꼴이다. 새만금 예산 삭감에 이어 전북이 동네북이냐는 조롱이 나온다. 지역 위상과 국회의원 존재감이 그만큼 추락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아 안타깝다. 이렇게 총선 입지자들이 겨뤄야 할 운동장 1개가 사라진다는 것은 지역 발전과 직결된다. 앞서 밝힌 저평가된 현역 의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고참인 정동영, 유성엽, 이춘석 전 의원의 발걸음이 빨라지면서 ‘중진 역할론’ 까지 부상하고 있다. 잼버리 예산삭감 사태를 겪으며 무기력한 지역 정치권의 한계를 목도한 탓이다. 이런 배경에서 제기된 중량급 인사와의 시너지 효과를 묶는 ‘전북 자강론(自强論에) 에 주목한다. 현안 해결에 말발이 먹히고 전북 몫을 챙길 수 있는 3~4선 이상의 힘을 가진 국회의원이 절실하다는 판단에서다. 이런 기류 속에 최근 보폭을 넓히고 있는 정동영 전 의원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지역 정가에서도 그의 5선 도전을 기정사실화 하는 분위기다. 1승1패를 기록한 전주병은 벌써부터 김성주 의원과 세 번째 리턴 매치를 점치는 가운데 이들을 둘러싼 신경전이 회자되고 있다. 지난주 전주병 지역에서 열린 정치 모임에서 둘 사이 어색한 장면이 연출됐다. 행사 주최자가 발언 도중 갑자기 정동영 정세균 인물론을 띄우면서 전북 현안 해결의 적임자라고 치켜세우자 김 의원이 서둘러 자리를 떴다고 한다. 지난달 7일 열린 새만금 예산 복원 전북도민 국회 궐기대회에서도 이와 비슷한 상황이 불거졌다. 정 전 의원의 발언을 두고 사전 조율이 안됐다며 김 의원 측이 반발해 무산됐다는 얘기다. 이 같은 샅바 싸움은 지역구마다 총선 공천을 둘러싼 시나리오가 난무한 상황과 궤를 같이하면서 열기를 더해가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밥 그릇‘ 부터 챙겨야 할 때다. 쪼그라드는 전북 위상을 감안할 때 선거구 1개가 줄어드는 것은 국회의원 1명이 갖는 제왕적 권한을 포기해야 하는 문제다. 당장 전주 군산 익산을 제외한 11개 자치단체를 3명이 커버해야 하는 현실은 헌법기관으로서의 국회의원 역할을 무색케 한다. 지역 발전 관점에서 현재 10석도 부족한 가운데 겨우 '원팀 정신' 으로 근근이 버텨내는 형국이다. 늘려도 시원치 않을 판에 오히려 1석을 줄인다는 것은 누가 봐도 전북을 희생양으로 정치적 손익 계산을 했다는 의미로 읽힌다. 소모적 감정 싸움에 매달릴 때가 아니다. 김영곤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영곤
  • 2023.12.14 17:03

전북의 고려인 마을

올 한해 가장 큰 이슈가 됐던 인물 중 한명은 단연 홍범도 장군일 것이다. 육사에 있는 흉상 이전 문제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어지면서 새삼 홍범도 장군은 최대 관심사였다. 광주시 광산구 월곡동에 가면 ‘홍범도 공원’(다모아어린이공원)이 있다. 이곳에 있는 흉상은 1.4m 높이로 장군이 묻혔던 카자흐스탄 홍범도 공원의 흉상을 본 떠 만들었다고 한다. 지난해 8월15일 광산구와 월곡동에 사는 고려인 주민들은 장군의 유해가 카자흐스탄에서 한국으로 봉환된 1주년을 기념해 흉상을 세웠다. 홍범도 장군은 강제이주됐던 고려인들에게는 자부심과 정체성의 상징이었다고 한다. 월곡동은 중앙아시아에서 흩어져 살다 고국으로 이주해 온 고려인 동포 7000여명이 모여 사는 전국 최대 규모의 ‘고려인 마을’이다. 고려인(高麗人)은 옛 소련이 붕괴된 후 그 일대에 거주하는 한민족을 의미하는데 대략 50만 명이나 된다. 조선족(250여만 명)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러시아와 중앙아시아를 중심으로 거주하고 있다.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논란이 계속되면서 사람들은 새삼 고려인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그런데 타 시도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인구감소 해법을 고려인 동포에서 찾았다. 가장 대표적인 곳이 바로 충북 제천이다. 제천시는 인구 절벽을 막기 위해 비장의 카드를 꺼냈는데 바로 '고려인 재외동포' 유치다. 법무부의 지역특화형 비자 특별 사업에 선정된 데 이어, 지원 조례도 제정했다. 제천시는 중앙아에 살고 있는 50만 고려인들을 제천시민으로 데려오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추진중이다. 전북에서도 고려인마을을 유치하자는 제안이 있었다. 윤수봉 전북도의원(완주)은 지난 9월 제403회 임시회 5분자유발언을 통해서 지적했다. 충남도의 경우 10년 전까지만 해도 462명에 불과하던 고려인이 올해는 1만 650명이 살고 있고, 경북은 3792명이, 충북에는 5221명, 경남에는 4690명이 각각 거주하고 있는데 도내 고려인은 286명에 불과해 전국 시도중 최하위라는 거다. 실제로 전국적으로 산재한 고려인마을은 경기도 7곳, 충남 4곳, 충북 2곳 등 총 22개소에 이르고 있으나 전북에는 단 한곳도 없는 실정이다. 만시지탄의 감이 있지만 지금이라도 고려인마을을 만들고 각종 교육, 지원책을 적극 추진해야만 한다. 며칠 전 임영상 한국외대 명예교수가 '한국에서 고려인마을을 찾다'(북코리아)라는 탐방기를 냈다. 장장 2년 4개월에 걸쳐 '아시아엔'에 기고한 탐방기를 묶은 소책자인데 기존 고려인 마을 25곳은 물론 인구 소멸 대응책으로 고려인 이주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경북 영천, 전북 김제, 충북 제천시에 관한 내용도 담았다. 지난 20년간 재외동포 사회를 연구해온 임 교수는 특히 제천시가 '고려인의 고향'으로 거듭날 가능성에 주목했다. 그는 "지역특화형 비자 시범사업을 수행 중인 지방 중소도시들이 제천시 사례를 참고해 외국인 우수인재 전형(유형1)뿐 아니라, 동포 당사자와 가족들 모두에게 일할 수 있는 비자를 제공하는 '유형2'에도 관심을 갖고 각 지역 여건에 맞는 유치·초청 사업을 시작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과연 전북엔 언제쯤 고려인 마을이 만들어질까.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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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병기
  • 2023.12.13 14:45

'서울의 봄'과 '전두환 타서전'

영화 <서울의 봄>이 12·12를 앞두고 누적 관객 700만 명을 돌파했다. 지난달 22일 개봉한 지 20일 만이다. 서울의 봄은 1979년 12월 12일, 전두환 등 신군부가 주도했던 군사반란을 다룬 영화다. 영화가 개봉된 주말 3일 동안에만 150만 명을 불러 모은 데 이어 꾸준히 관객 수를 유지하면서 흥행세를 높여가고 있다. 영화는 일반적으로 개봉된 이후 시간이 지날수록 관객 평점이 낮아지지만 서울의 봄은 올해 개봉작 중 관람객 평점이 가장 높은 점수를 유지하고 있다. 게다가 다양한 세대층에 고르게 지지를 받으며 한 영화를 여러 번 보는 이른바 ‘엔(N)차 관람’과 영화 속 소소한 정보인 ‘티엠아이’(TMI)를 공유하는 글이 늘고 있다. 2030 세대 사이에서는 영화를 보면서 얼마큼 분노했는지 심박수를 인증해 소셜미디어에 올리는 '#심박수 챌린지'가 등장하기도 했다. 영화의 흥행을 주도하고 있는 것은 놀랍게도 MZ 세대다. 새롭게 알게 된 ‘살아 있는 역사’에 분노한 젊은 관객들이 영화의 흥행을 이끌고 있다는 사실은 흥미롭다. 영화가에서는 이들의 힘이 ‘천만 영화’ 탄생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떠오르는 책이 있다. 2017년 4월, 12.12 군사반란을 주도한 전두환 전 대통령이 펴낸 자서전, <전두환 회고록>이다. ‘격동의 대한민국을 담아낸 당대의 역사서’ ‘30년간의 침묵을 깨고 공개되는 최초의 회고록’ 등 온갖 화려한 수사를 앞세운 이 책은 ‘말하고 싶었던 모든 것들이 때론 솔직하게, 때론 담담하게 정리되어 있다’ 했지만, 실체는 거짓과 왜곡의 편찬이었다. “5·18 사태와 나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며 조작과 왜곡의 파편을 거리낌 없이 쏟아낸 저자는 수많은 사람을 상처 입히고 분노하게 했다. 결국 5.18민주화운동 피해자들의 출판 배포 가처분 청구에 법원은 <회고록 1권>에 출판 배포를 금지하고 피해자들에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그즈음 세상에 나온 또 한 권의 책이 있다. <전두환 타서전>이다. 타서전은 ‘다른 사람이 서술한 전기’다. 그러니 이 책은 <전두환 회고록>에 대응하는 책이었다. 역사학자 정동일과 황동하가 펴낸 이 책은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 대통령이 피살된 이후 전두환 전 대통령의 행적을 다룬 106건의 신문 기사를 자료로 그 전말과 진실을 담은 전기다. ‘한 시대를 정확하게 확인하고 기록하기 위해 출간’한다는 이 책을 펴내면서 저자들은 이렇게 밝혔다. ‘전두환 회고록을 보며 처참함을 느낄 이들에게 우리가 갖출 수 있는 최소한의 예의는 잊지 않는 것, 그것뿐이다.’ 들여다보니 영화가 우리에게 일러주는 것도 다르지 않을 것 같다. / 김은정 선임기자

  • 오피니언
  • 김은정
  • 2023.12.12 17:14

대한민국 아파트의 역설

‘경축, 정밀 안전진단 통과’ 노후 아파트단지에 내걸린 이런 현수막을 가끔 볼 수 있다. 언뜻 생각하기에 아주 오래된 아파트지만 안전하다는 판정을 받아 거주에 문제가 없다는 사실을 알리는 현수막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전문기관의 진단에서 ‘위험한 건축물’로 낙인찍힌 것을 함께 기뻐하자는 이상한(?) 내용이다. 재개발·재건축 때문이다. 통상 10년 이상이 걸리는 아파트 재건축 대장정의 시작을 알리는 문구다. 안전진단은 재건축의 첫 관문이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재건축 추진이 가능한 D·E 등급을 받는 일이 만만치 않다. 정부가 안전진단 기준을 엄격히 규정해 재건축 규제수단으로 운영해온 것이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 들어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안전진단 기준을 대폭 완화해 재개발·재건축의 문턱을 낮추고 있다. 지난 8일에는 노후 신도시의 재건축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내용의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해당 지역 아파트에는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을 완화하거나 아예 면제해주고, 토지 용도 변경 및 용적률 상향 등 파격적인 특혜가 주어진다. 특별법이 적용되는 노후 계획도시에는 전주 아중지구 등 지방 거점 신도시도 포함된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한 이 특별법은 처음부터 분당·산본·일산·중동·평촌 등 수도권 1기 신도시를 겨냥해 추진됐다. 이 법이 ‘1기 신도시 특별법’으로 불리는 이유다. 게다가 이 특별법에 따라 대규모 재건축사업을 실현할 수 있는 곳은 사실상 수도권 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1989년 1기 신도시 개발계획 발표를 시작으로 거침없이 추진된 수도권 신도시 정책은 수도권 1극체제를 더욱 견고하게 하면서 각종 부작용을 불렀다. 서울의 주거 및 교통문제 해소를 목적으로 했지만, 결과적으로 지방의 인구 이탈을 부추기고 수도권 집중을 가속화해 문제를 더 키운 것이다. 지방소멸 위기의 시대, 수도권이 대한민국의 인구와 재화를 빨아들이는 거대한 블랙홀이 되면서 지방도시는 갈수록 작아지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이 블랙홀을 키우는 데 몰두하고 있다. 지난해 인천 계양을 시작으로 3기 신도시 착공식이 이어지고 있고, 4기 신도시도 조만간 속속 공사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비수도권의 자생력을 키우기 위한 ‘초광역화’ 구상이 오랫동안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가운데 느닷없이 ‘메가시티 서울’ 전략이 추진되고,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노선도 속속 확대되고 있다. 여야 대치정국에서도 1기 신도시 특별법은 일사천리로 국회 문턱을 넘었다. 그야말로 지방시대가 아닌 수도권 재개발·확장시대다. 역대 정부가 앞다퉈 균형발전을 외쳤지만 그럴수록 인구와 경제력의 수도권 집중 현상은 더 심해졌다. 묻고 싶다. 지금 그들이 외치는 균형발전은 ‘대한민국 균형발전’인가, ‘수도권 균형발전’인가, 아니면 그저 ‘민심 달래기용 정책구호’인가. / 김종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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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표
  • 2023.12.11 13:11

정답은 전체 판갈이

누구나 민주당 공천만 받으면 쉽게 전북에서 국회의원이 되기 때문에 현역들이 더 지역구 사수에 열 올린다. 하지만 큰 정치인으로 거듭 나려면 경쟁이 심한 수도권 험지로 가서 일전을 불사해야 한다. 총선을 4개월 앞두고 중앙선관위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과 전북에서 각각 의석 한석이 줄어든 것으로 발표됐다. 한마디로 전북은 동네북이 돼버렸다. 사실 다이아몬드는 어디에 있든지간에 다이아몬드다. 이처럼 인물이 똑똑하면 초선이라도 군계일학처럼 돋보이게 마련이다. 지금 전북 현역들이 가장 힘든 시기를 보낸다. 잼버리 실패로 새만금국가예산이 자그만치 78%나 삭감되면서 존재감이 사라졌다. 지역에서는 현역들의 정치적 영향력이 약해 이 같은 일이 생겼다면서 존재감 없는 현역들을 모두 갈아 엎어야 한다는게 중론이다. 최근 전북의 의석 한석이 줄어들자 민주당이 표면상 강하게 반발하지만 실제로 국힘이나 다른 지역구가 줄어들지 않아 전북 의원들만 속이 타들어 간다. 국가예산을 부활시키려고 허우적 대는 상황에서 또 의석수 삭감이란 절체절명의 순간을 맞은 전북은 누구를 탓할 것도 없이 정치적 무능으로 이 같은 일이 생겼기 때문에 전체를 판갈이 해야 한다는 여론이다. 국회의원이나 인물은 지역을 배경 삼아 커 나가지만 모든 게 자기 노력여하에 달려 있다. 그간 전북에서 손쉽게 재선했으면 수도권 가서 한판 붙을 각오가 돼 있어야 한다. 특히 민주당 당내 최고위원 선거에 나가서 비전을 제시하면서 영향력을 키울 생각을 했어야 옳았다. 하지만 방안퉁수 마냥 의정활동도 그렇고 문재인 정권 때가 춘삼월 호시절이었지만 그걸 못살리고 허송세월하고 말았다. 정서상 민주당 판인 전북에서 현역들한테 지역발전을 더 기대할 게 없기 때문에 모두 물갈이 시켜야 한다면서 그간 편하게 의정활동을 한 탓으로 굳이 한번 더 욕심 낸다면 정세균 전총리처럼 서울 등 수도권 험지로 나가야 한다고 일갈했다. 일각에서는 특자도 시대를 맞아 22대 총선을 계기로 전북도도 강원이나 충북처럼 여야가 경쟁하는 정치체제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도민들도 공천권을 갖고 있는 민주당 지도부의 눈치만 살피는 국회의원 보다는 어떻게해야 전북발전을 가져올까를 깊이있게 생각한 인물을 반드시 찾아 내야 한다는 것. 그간 국회의원 잘못 선출하면 어떤 피해가 지역으로 오는지를 직접 목격했기 때문에 지금부터 옥석구분을 잘해야 한다. 무작정 지역정서에 함몰돼 인물 본위 보다는 당에 몰표를 주는 싹쓸이선거 만큼은 안해야 한다. 지난 21대 때 전북 출신 연고가 있는 의원이 지역구 10명을 포함 46명이었지만 막상 국가예산 삭감과 지역구 의석수 회복 하는데는 별 도움이 안됐다. 그렇다면 지역구 의원을 역량있는 인물로 잘뽑아 자력갱생 하는 게 정답이다. 두가지 사례를 목도한 만큼 전북 몫을 제대로 확보하려면 똑똑한 인물을 선택해야 한다. 말로만이 아니라 행동하는 양심으로 나서야 할 때다. 이번 기회를 못 살리면 전북은 영 가망이 없다.백성일 주필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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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성일
  • 2023.12.10 16:22

'암 마을' 고통 현재진행형

‘집단 암’ 발병으로 떠들썩했던 익산 장점마을의 투쟁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주민 30여 명이 숨지거나 투병 중인 가운데 그 원인이 인근 비료공장에서 나온 연초박 때문이라는 사실이 정부 조사를 통해 발표된 건 지난 2019년이다. 그것도 귀책 사유가 있는 행정 기관이 손 놓고 있는 사이 주민들의 끈질긴 집념이 이뤄낸 결실이었다. 총리와 도지사, 익산 시장이 직접 사과하고 관련 부서가 후속 대책 마련에 호들갑을 떨었지만 보상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일상의 피폐함 속에서 지칠대로 지친 주민 85%가 일단 손해배상 민사조정에 합의했다. 나머지 27명은 끝까지 국가 책임을 밝히겠다며 3년 넘게 법정 투쟁을 벌인 끝에 소송에서 이겼다. 20여년 세월 주민 고통을 안겨준 암 발병 사태와 관련해 법원이 처음 행정기관에 대한 책임을 인정한 것이다. 전주 지법은 지난 30일 위험에 노출돼 주민들이 장시간 고통을 받은 데 대해 전라북도와 익산시 공무원들의 감독 의무 위반과 암 발생 인과관계를 지적했다. 공무원이 원칙대로 조사했다면 연초박 불법 사용과 유해물질 배출을 막을 수 있었다는 게 법원 판단이다. 재판 과정에서 드러난 공무원의 안이한 인식과 무책임한 자세는 주민 고통을 더욱 가중시켰다. 마치 선심 쓰듯 50억 위로금을 미끼로 책임 회피에만 급급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물론 이들 행정기관이 모르쇠로 일관했던 과거 태도를 하루아침에 뒤집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진실을 덮으려고 무턱대고 발뺌하고 억지를 부리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3년 전 감사원 감사와 관련해 징계 받은 공무원도 없었다. 이번 사태를 촉발한 비료공장의 활용 방안은 마을 위험 요소를 없애고 재발 방지 차원에서도 주민들 초미 관심사다. 그러나 소통이 부족한 익산시 추진 방식에 주민들 시선이 곱지않다. 50억 위로금 이후 더 이상 마을 현안에 왈가왈부하지 말라는 식의 공무원 태도 때문이다. 용역 조사를 3~4차례 해놓고도 주민과의 대화 창구가 끊긴 지 오래됐다고 한다. 환경부 소관 65억 규모 공원화 사업이 진행되는 걸로만 알려졌다. 마을이 암 공포로 휩싸여 있을 때도 수백 건에 달하는 민원을 통해 관련 부서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그들은 비협조적이었다고 한다. 사상 초유의 코로나 기간 장점마을 아픔이 잠시 잊혀졌다. 그 가운데서도 주민들은 치열한 법정 투쟁을 이어가며 책임 소재를 밝혀냈다. 비료 생산과 폐기물 관리를 허가한 행정기관으로서 관리 감독을 제대로 못하면 그 책임에 상응한 배상 선례를 남기고자 싸운 것이다. 오죽하면 주민들이 직접 조사를 통해 비료 공장 연초박이 '암' 원인이란 사실을 밝혀내겠는가. 주민 보상 문제도 그런 행정의 불신감에서 출발했다. 돌이켜 보면 이번 사태는 처음부터 끝까지 피해 주민들이 직접 나서 원인부터 보상에 이르기까지 인과관계를 규명했다는 점에서 행정기관의 존재 이유를 되새기게 한다. 김영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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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곤
  • 2023.12.07 17:01

뜨거운 맛 보는 전북

“'야당 의원만 뽑은 전북은 뜨거운 맛을 봐야 합니다” 만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이 이런 말을 했다면 사람들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을 것이다. 사적인 술자리도 아니고 정부여당의 최고 책임자들이 모여 국정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이런 말이 나왔다면 말이다. 그런데 이는 실제 있었던 엄연한 역사요, 현실이었다. 1989년 김용태 당시 국회 예결위원장은 이 말 한마디로 정국이 시끄럽게 되자 결국 사퇴해야만 했다. 전북에서는 망언이라고 들고 나섰고, 당시 DJ가 이끌던 평화민주당은 이 문제를 정치쟁점화 한 때문이다. 지금은 고인이 됐지만 경북 안동 출신의 김용태는 훗날 4선 국회의원에 내무부장관, 대통령비서실장까지 지낸 정계 실력자였다. 예산안을 논의하던중 무심코 툭 던진 정계 실력자의 한마디는 실언이라고는 하지만 현실에 대한 상황 인식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례였다. 앞서 1988년 제13대 총선때 전북을 비롯한 호남은 소위 황색돌풍이 불면서 평민당이 싹쓸이 했다. 여론이 좀 잠잠해지자 그는 사퇴한 이듬해 다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으로 복귀한다. 사람들은 말도 안되는 먼 옛날의 에피소드로 여길 것이다. 그때로부터 무려 한 세대가 훌쩍 지났다. 그런데 역사는 반복된다고 하던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여당 간사인 국민의힘 송언석 의원(김천)은 전북이 잼버리를 핑계로 총 11조 원에 달하는 사회간접자본 예산 빼먹기에 집중했다고 지적했다. 사석도 아닌 원내대책회의에서 집권여당의 실세가 한 말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다. 이러한 정부여당의 인식은 왜 새만금 SOC 예산이 78% 삭감 편성됐는지를 잘 설명해준다. 예산 편성권의 남용이라는 여론이 들끓고, 정부여당에 대한 설득작업이 병행되면서 내년도 새만금SOC 관련 예산은 상당 부분 부활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돌고 있다. 지역사회에서는 이를 기정사실화 하는 분위기인데 물론, 살아난다고 해도 당초 정부편성안과는 비교가 안될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갈 길은 멀다. 기재부, 국민의힘은 물론, 용산까지 찾아다니며 실무자들까지 설득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김관영 전북지사가 기재부를 비롯한 책임자와 실무 간부들까지 직접 만나 하나하나 설득하고 있으나 때로는 자존심 상하는 일도 없지 않다고 한다. 선뜻 반기는 이 보다는 만남 자체를 꺼리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새만금 SOC 관련 예산에 대해서는 부정적 선입견이 많아 맨 땅에 헤딩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때로는 자존심 상하는 경우도 있는데 지역 살림을 책임진 도지사로서 어떻게든 예산 한푼이라도 더 따내기 위해 백방으로 뛰면서 간곡히 호소한다는 후문이다. 엊그제 선관위의 총선 관련 선거구 획정안을 보면 나름대로 잣대가 있겠으나 전북의 입장에서만 보면 기가막힐 일이다. 인구 감소는 전국적인 현상인데 유독 전북만 1석이 줄기 때문이다. 지금도 사회 도처에 전북은 뜨거운 맛을 봐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는가 보다. 안타깝고 통탄스러운 현실이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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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병기
  • 2023.12.06 14:48

아쇼카 선언, 그 이후

21세기 아쇼카 선언. 2011년 여름, 조계종의 자정과 쇄신 결사추진본부 화쟁위원회가 발표한 종교평화 선언문 초안의 이름이다. 이 선언문은 열린 진리관과 종교 다양성을 존중하겠다는 실천 강령을 담고 있었으나 그 내용을 두고 논란이 일었다. 그해 11월 발표할 예정이었던 최종안도 종정 법전 스님의 지시로 미뤄지는 등 종단 내부의 갈등이 이어졌다. 결사추진본부는 조계종이 종교 간 갈등과 대립이 사회를 더 어지럽히고 있다는 자성으로 스스로의 쇄신을 위한 화쟁위원회를 비롯해 4개 위원회를 통합한 조직이다. 결사추진본부의 중심에 도법스님이 있었다. 도법스님은 아쇼카 선언문 초안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예전에는 종교가 세상을 걱정했지만, 지금은 종교 때문에 국민이 근심하고 걱정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며 ‘자정’과 ‘쇄신’ ‘결사’를 내세운 배경과 의미를 강조했다. 2012년 초, 서울 안국동의 조계종 총무원에서 도법스님을 만났다. 당시 총무원 건물에는 ‘자정’과 ‘쇄신’ ‘결사’를 써넣은 걸개가 휘날렸다. 갈등과 분쟁이 끊이지 않았던 종단 내부의 문제를 치유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단면이었다. 스님은 선언문의 의미를 ‘불교는 불교다운 방식으로 이 문제를 풀어가자는 것’이라며 ‘평화적 방식으로 문제를 풀어가는 것이야말로 불교 정체성에도 맞고 시대정신에도 합당한 방식’이라고 강조했다. 선언문이 앞세운 화두는 ‘화쟁’이었다. 화쟁은 다툼을 화해시키고 평화롭게 함께 갈 수 있게 하는 것. 원효 스님이 이론체계를 세우고 제시한 개념이다. 도법스님은 ‘화엄종 법화종 선종 교종 열반종 천태종 등등 종파주의적 갈등과 대립이 첨예했던 당시, 이 갈등과 대립을 어떻게 화해시키고 평화롭게 함께 하도록 할 것인가 논리를 제공한 것’이 화쟁론이라고 소개했다. 조계종이 종교평화를 선언한 즈음, 종교계는 갈등과 분쟁으로 얼룩졌다. 지금은 달라졌을까. 안타깝게도 조계종의 종교평화를 향한 결사의 의지에도 불구하고 환경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세파에 시달리는 사람들의 마지막 안식처인 종교마저도 반목과 다툼으로 혼탁해진 시대에서 대중들은 더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자성과 쇄신’ 운동을 내세우고 결사추진본부를 설립했던 당시, 총무원장으로 조계종을 이끌었던 자승스님이 지난달 입적했다. 조계종의 공식 발표에 따르면 ‘소신공양’이다. 2009년 총무원장이 된 이후 2013년 연임에 성공하면서 유일하게 임기 두 번을 채운 스님은 자리에서 물러난 후에도 실세로 꼽히면서 종단의 분쟁과 갈등의 중심에 있었다. 그래서일까. 갑작스러운 스님의 죽음을 놓고 여러 추측이 난무한다. 이런 상황이 안타깝다. /김은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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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정
  • 2023.12.05 16:37

새만금 관할권 ‘견토지쟁(犬兎之爭)’

“개가 토끼를 쫓았습니다. 수십리에 이르는 산기슭을 세 바퀴나 돌고 가파른 산꼭대기까지 다섯 번이나 오르락내리락하는 바람에 쫓기는 토끼도 쫓는 개도 그만 힘이 다해 그 자리에 쓰러져 죽고 말았습니다. 이때 그것을 발견한 농부는 힘들이지 않고 횡재를 했습니다.” 중국 춘추전국시대 제(齊)나라 왕이 대치 중인 위(魏)나라를 치려 하자 제나라의 관료 순우곤(淳于髡)이 왕에게 올린 진언이다. 이 말을 들은 제나라 왕은 전쟁을 포기하고, 부국강병에 힘을 쏟았다. 중국의 역사서 ‘전국책(戰國策)’에 실린 이야기로, ‘견토지쟁(犬兎之爭)’이란 고사성어의 유래다. 개와 토끼의 싸움이라는 뜻의 이 성어는 ‘전혀 쓸데없는 다툼’, 또는 ‘양자 간 싸움에서 제3자가 이득을 보는 상황’을 비유하는 말로 쓰인다. 새만금 관할권을 놓고 10년 넘게 다투고 있는 군산과 김제·부안 등 3개 지자체의 모습이 꼭 이렇다. 특히 외부의 강한 압박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군산과 김제시의 극한 충돌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서로 쫓고 쫓기다 지쳐 죽어가는 개와 토끼의 모습을 연상케 한다. 지난 8월 세계스카우트잼버리 파행 이후 외부에서 새만금을 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그런데도 건곤일척(乾坤一擲)의 내부 다툼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달에는 김제시민과 군산시민들이 정부세종청사 앞에서 각각 집회를 열고 관할권 사수 의지를 천명하기도 했다. 새만금이 잼버리 파행으로 국제적 망신을 당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정작 내부에서는 땅싸움에만 몰두하는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 것이다. 이는 새만금 예산 삭감과 기본계획 재수립의 빌미가 됐다. 실제 한덕수 총리는 지난 9월 국회 대정부질문 답변에서 새만금 기본계획 재수립 방침과 관련해 관할권 다툼 문제를 끄집어냈다. 전북도가 군산과 김제·부안을 하나로 묶는 새만금 특별지방자치단체 설치를 분쟁의 해법으로 내놨지만 관할권 문제와 맞물려 답보상태다. 출구를 찾던 전북도가 군산과 김제·부안 등 3개 시·군이 참여하는 갈등조정협의회를 구성해 오는 7일 첫 회의를 열기로 했다. 하지만 김제시가 일찌감치 불참을 통보하면서 그 성과를 기대할 수 없게 됐다. 지난 2010년 행정안전부의 새만금 3·4호 방조제 행정구역 귀속지 결정을 놓고 행정소송과 함께 시작된 지자체 간 분쟁은 새만금 동서도로와 신항만으로 이어졌다. 이대로라면 올 7월 개통된 남북도로와 지난 6월 부지 매립공사를 마친 스마트 수변도시도 분쟁의 땅이 될 게 분명하다. 오랫동안 그려온 새만금의 청사진을 이제 속도감 있게 실현해야 하는 중차대한 시점이다. 주민 감정 대립과 행정력 낭비를 초래하는 내부 다툼으로 가뜩이나 어려운 새만금사업을 더 어렵게 해서는 안 된다. 성공적인 새만금 개발이 우선이다. 내부 갈등과 분쟁은 결국 새만금 개발의 발목을 잡는 행위일 뿐이다. 지금은 새만금의 미래를 위해 서로 힘을 합쳐야 할 때다. 우선 견토지쟁부터 중단해야 한다. / 김종표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종표
  • 2023.12.04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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