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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시가 ‘도로 위의 지하철’로 불리는 ‘BRT(간선급행버스체계)’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BRT는 도심과 외곽을 잇는 주요 간선도로 중앙에 정류장과 버스전용차로를 설치해 급행버스를 운행하는 대중교통 시스템이다. 대중교통 활성화와 교통체증 해소를 목적으로 한다. 도착정보시스템과 버스우선 신호체계·환승터미널 등 지하철 시스템의 장점을 갖춰 버스의 정시성과 신속성을 높였다. 정부가 BRT 확산 지원정책을 펼치면서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도시와 대전·광주·부산·세종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BRT가 속속 구축됐다. 이런 가운데 전주시가 최근 ‘기린대로 BRT 구축 기본 및 실시설계 용역’을 추진 중이라고 밝혀 관심을 모은다. 오는 2025년까지 국비 206억 원 등 총 412억 원을 투입해 우선 1단계로 기린대로 10.6km 구간에 BRT를 구축한다는 것이다. 예정대로 사업이 진행된다면 전주도 오는 2025년 말이면 BRT 시대를 열게 된다. 전주시 교통문제 해결을 위해 BRT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과 논의는 20년 전부터 이어졌다. 2000년대 초반 정부가 BRT 구축에 국비를 지원하는 법안을 입법예고한 게 계기다. 전국 각 도시에서 관심을 보였고, 마침 경전철 사업에 난관을 겪던 전주시도 경전철을 대신할 교통수단으로 BRT를 저울질했다. 하지만 당시에는 경전철 사업도 BRT 도입 주장도 동력을 이어가지 못했다. 이후 전주시는 2020년 ‘생태교통도시’ 청사진을 밝히면서 BRT 도입 방침을 공식화했다. 그리고 이듬해 3개 사업 구간을 발표하고, 타당성조사 용역을 실시하면서 사업을 구체화했다. △기린대로(호남제일문∼한벽교) △백제대로(전주역∼꽃밭정이 네거리) △송천중앙로~홍산로(에코시티∼효천지구)에 순차적으로 BRT를 구축한다는 청사진이다. 지난해에는 정부가 관련 법률을 개정해 국비 지원 대상을 대도시에서 지방 중소도시로 확대하면서 전주시의 BRT 도입 계획도 탄력을 받게 됐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BRT 도입의 목적인 대중교통(버스) 이용률을 높이지 못한다면 시민에게 불편만 안기는 애물단지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도심 간선도로의 2~3개 차로를 버스에게 내주어야 하는 만큼 축소된 도로 및 횡단보도를 이용해야 하는 승용차와 택시, 보행자에게 불편을 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추진 단계에서 신중해야 하고 시민들의 공감대도 필요하다. 특히 BRT는 광역교통망과 연계되어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전주뿐 아니라 인근 완주와 김제·익산 등지로 운행구간을 단계적으로 확장하는 방안(광역BRT)도 검토해야 한다. 무엇보다 대중교통 체계의 혁신적 변화를 통해 도시의 미래를 만드는 사업인 만큼 시민들의 관심이 요구된다. 아직도 여러 논란이 있지만 주사위는 던져졌다. 전주 BRT가 지역 교통체계를 획기적으로 개선해 도시에 새로운 활력소가 되기를 기대한다. / 김종표 논설위원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민주당이 국힘 후보를 누르고 대승을 거둔 것은 시사한 바가 크다. 그간 윤석열 대통령의 독선적인 인사와 국정운영으로 지지도가 30%대로 하락, 이번 보선 참패는 예견된 일이었다. 귀책사유를 제공했던 후보를 특사를 통해 다시 공천한 것은 국민의 뜻을 저버린 것으로 선거 때 오만하면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줬다. 윤 대통령은 내년 총선을 6개월 앞두고 이번 보궐선거에서 많은 것을 깨달은 것 같다. 국민은 늘 무조건 옳다고 한 말에서 느낄 수 있다. 민주국가에서 실시하는 선거는 총칼보다 무섭다. 민심이 성나면 언제든지 정치판을 갈아 엎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국정운영 2년차를 맞은 윤대통령은 여소야대 구도하에서 주로 문재인 전정권의 실정을 들춰내면서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대장동 비리타령만 했다. 하지만 이 대표의 영장이 기각되면서 지지세가 거듭 추락,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로 이어졌다. 지금 전북에서 새만금 예산 삭감 이후 분노의 함성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윤 대통령이 국정철학으로 제시했던 공정과 너무 동떨어진 결과물을 내 놓았기 때문이다. 새만금에 기업이 바글거리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던 윤 정권이 돌변, 새만금잼버리 실패를 전북한테 뒤집어 씌워 새만금 관련예산을 자그만치 78%나 삭감했다. 전년도보다 국가예산규모가 2.9% SOC예산이 4.6%나 늘어난 상황에서 유독 새만금관련 예산을 대폭 삭감한 것은 비논리적이며 감정적인 것으로 비춰져 도민들을 분노케 했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연일 삭발 투쟁에 나서는 등 출향인을 포함 5백만 도민들이 이번처럼 성나기는 처음이다. 그 이유는 너무 황당한 일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의사회의 반대를 무릅쓰고 의료혁신을 가져오려고 윤대통령이 국민의 분출하는 욕구를 수렴하듯 새만금 관련예산 삭감문제를 결자해지(結者解之) 차원에서 그 매듭을 풀어줘야 한다. 그간 선거때마다 전북에서 국힘 한테 표를 적게 줬다고 미움을 살 게 아니라 국민통합과 지역균형발전 차원에서 윤 대통령이 대승적 결단을 내려야 한다. 박정희 공화당 정권 때는 여촌야도(與村野都)이었던 투표성향이 지역과 이념으로 나뉘면서 보수와 진보정권 그리고 영남당 호남당으로 갈갈이 찢겼다. 북한과 대치하는 현 상황에서 윤 대통령은 안보위협을 벗어나게 하면서 민생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새만금 잼버리 대회 실패원인은 감사원 감사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잘잘못이 가려지겠지만 이차전지 특화단지 지정으로 막 비상하려는 새만금개발에 찬물을 끼얹져서는 안된다. 총리 지시로 다시 개발계획을 2년 동안 수립한다는 것은 시간낭비로 설득력이 떨어진다. 지금부터는 국비를 들여 매립하지 않고 얼마든지 수상개발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그 방향으로 가면 된다. 정치권은 연내에 특자법 특례규정을 담은 법이 여야 합의로 통과되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된다. 특히 여야협치로 특자도가 되고 이차전지 특화단지가 지정되면서 전북인들이 비상하도록 윤 대통령이 삭감된 새만금 관련 예산을 부활시켜줘야 한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몇 달 전 속초와 산청의료원에서 연봉 4억, 3억을 보장했는데도 응급실 의사를 구하지 못했다는 뉴스가 관심을 끌었다. 이처럼 ‘귀하신 몸’ 의사 모시기 전쟁은 이 곳뿐 아니라 전국 지방 어느 지역이나 다르지 않다. 수 억대 연봉에도 이들이 아랑곳하지 않는 건 지역 소멸 위기에 따른 열악한 생활 환경 탓이다. 이런 기류는 워라밸 선호 현상과도 무관치 않다. 개인 병원 공백이 커지는 것도 마찬가지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파격적으로 의대 정원의 확대 방침을 밝히자 보기 드물게 여야가 환영 입장을 낸 것만 봐도 의료 공백이 얼마나 심각한지 짐작할 수 있다. 그럼에도 지방의 의료시스템 붕괴는 막지 못할 거란 시각이 여전하다. 의사 수 문제가 아니라 결국은 삶의 질 관점에서 지방이 이들에게 매력적이지 못한 데 있다. ‘뺑뺑이 사망 사고’ 는 지방 의료 공백의 적나라한 현주소다. 생사를 넘나드는 환자가 병원을 전전하다 치료를 못 받고 길거리에서 죽는 경우다. 의사를 대폭 늘리고 공공의대를 신설해 강제 배치를 한들 그들이 원하지 않는 곳에서 사명감을 갖기란 쉽지 않다. 그래도 당장 의사 인력난에 허덕이는 상황에서 의대 정원 확대는 불가피하고, 공공의대를 통해 지방 필수 의료 인력을 확보함은 선택 여지가 없다. 그러면서 의사 스스로가 그 길을 선택할 수 있도록 다양한 유인책 마련도 필수적이다. 실제 지방의료원 병상 가동률이 코로나 이전보다 평균 41% 줄어 월급조차 못 주는 데가 속출하고 있다. 지금 의료계의 냉철한 판단과 성찰이 절실한 시점이다. 정부 의대 정원 확대에 맞서 총파업 불사를 외치며 으름장을 놓고 정부와 국민을 압박하는 그들에게 이성을 촉구한다. 심지어 종합병원조차 진료 과목에 따라 의사 쏠림이 심해 수술할 의사가 없다고 아우성인데 이대로 놔둘 텐가. 그리고 의사가 절대 부족해 의료 생태계 파괴가 현실로 다가온 지방의 응급 의료 사각지대에서 고통을 겪는 건 환자 뿐이다. 그런데도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뒤틀린 의료계 현실을 외면해야 하는 것인지 그들에게 묻고 싶다. 의사협회가 확고한 명분을 내세워 반대 투쟁을 해도 국민들은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는 ‘밥그릇 싸움’ 으로 인식하는 게 문제다. 전체 의사의 30%가 서울 지역에 몰린 상황을 감안하면 강제적 의무복무 기간이라도 지방에서 근무할 수 있는 공공의료 인력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공공의대의 뿌리는 지난 2018년 폐교한 서남대 의대 정원 49명에서 출발했다. 문재인 정부는 2024년 남원 개교 약속까지 했으나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해 무산된 바 있다. 그 뒤 21대 국회에서 다시 발의된 법안은 15개로 지역 간 쟁탈전이 치열한 상황이다. 의대가 지역에 없는 전남 출신 민주당 의원들이 의대 정원 확대를 환영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무엇보다 아쉬운 대목은 공공의대 초기 남원에 기득권이 있을 때 상황이 우호적이었는데 기회를 놓친 것이다. 김영곤 논설위원
‘내 무덤에 침을 뱉어라’ 쿠데타로 집권하면서 30년 가까운 군사독재 시대를 열었던 박정희 전 대통령이 생전 언론인들에게 자주 했던 말이다. 산업화와 근대화를 강력하게 추진하면서 숱한 반대에 직면할 때마다 당장은 강한 저항이 있지만 훗날 평가는 옳은 결정이었음을 확신하면서 자신에게 하는 말이었는지도 모른다. 엊그제 15일은 전세계에서 5번째 규모라는 소양강댐이 준공된지 꼭 50년이 되는 날이었다. 60년대말 70년대초 대한민국의 3대 국책사업은 소양강댐, 경부고속도로, 서울지하철 등이었다. 한강의 기적을 가져온 원동력인 소양강댐 건설과 독일 아우토반을 보고 영감을 얻었다는 경부고속도로, 만원인 서울의 대중교통을 획기적으로 해결한 서울지하철은 인적자원과 물적자원이 턱없이 빈약한 후진국 대한민국을 단박에 중진국 반열에 올려놓는 일대 전기였다. 1961년 어느날, 한국의 한 젊은이가 서독 에르하르트 경제장관과의 면담을 주선해달라며 대학 때 은사를 찾아가 1주일째 애원하고 있었다. 우여곡절끝에 장관은 아니지만 차관과의 면담이 이뤄졌고 그 결과 3000만 달러의 빚을 얻게된다. 그가 바로 박정희 대통령의 독일어 통역관이자 대한민국 제1호 독일 박사인 김제 월촌 출신 백영훈 박사다. 하지만 지급보증 없이는 차관을 얻을 수 없게되자 그는 독일 지인의 조언에서 힌트를 얻어 광부와 간호조무사 파견방안을 기획한다. 파독 광부와 간호사의 서막을 연 백영훈 한국산업개발연구원(KID) 원장, 그가 지난 16일 노환으로 별세했다. 1930년 김제 월촌면에서 태어난 고인은 고려대 상대, 서울대 대학원을 졸업한 뒤 국비장학생으로 뽑혀 독일에서 박사를 취득했다. 훗날 교수와 장관, 국회의원 등을 역임하기도 한 그는 박정희 대통령이 1964년 11월 서독을 방문할때도 통역관으로 동행, 경부고속도로 건설 등에 필요한 차관을 얻어내면서 조국 근대화에 뚜렷한 공헌을 하게된다. 재경 전북도민회 신년하례회 등에 참석하기도 했던 그는 지인들에게 당시의 상황을 설명할때마다 눈시울을 붉히는 경우가 많았다. 전형적인 독재자와 산업화의 기수라는 극단적 평가를 받고 있으나 어쨋든 박정희 전 대통령은 당장은 욕을 먹어도 후세의 사가들이 제대로 평가해줄 것이라며 국가발전 전략 등에 대해서는 확신이 있었던 것은 분명한 것 같다. 반세기 이상이 지난 요즘 새만금사업은 과거 박정희 정권때 소양강댐이나 서울지하철, 경부고속도로에 못지않은 중요한 국책사업이기에 윤석열 대통령이 중대결심을 해야한다. 작금의 상황은 분석과 검토, 논란을 거듭하면서 고르디온의 매듭을 풀어야 할 때가 아니다. 단칼에 끊어서 매듭을 풀어야 할 시점이다. 과거 박정희 대통령이 결단했던 것처럼 미래 전망이 불투명한 이때 윤석열 대통령 역시 의대정원 확대나 새만금사업 만큼은 국가백년대계를 위한 통 큰 결단을 해야한다. 때로는 “내 무덤에 침을 뱉어라”하면서 정치논리나 진영 논리에서 벗어난 통수권자의 일대 결단이 필요하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소록도는 전남 고흥반도의 끝, 녹동항 건너편에 있는 섬이다. 이 섬의 이름이 알려진 것은 일제 강점기, 한센병 환자들을 강제로 격리 수용해 이곳을 고립된 땅으로 만들면서다. 1962년, 한센인들이 격리되어 있는 이곳 소록도에 한 외국인이 들어왔다. 반인권적인 탄압과 차별을 받으며 살고 있는 한센인들의 치료를 돕기 위해 한국에 온 마리안느 스퇴거 수녀였다. 영아원에서 한센병 환자의 아이들을 돌보았던 마리안느 수녀는 한센병 치료 전문교육을 받기 위해 인도로 가 치료법을 공부하고 다시 돌아왔다. 4년 뒤, 또 다른 외국인 수녀가 들어왔다. 마가렛 피사렉 수녀였다. 마리안느와 마가렛은 같은 학교(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 간호학교)를 다닌 기숙사 룸메이트였으며 가톨릭 소속 단체도 같았다. 간호사였던 이들은 당초 소록도에서 5년 동안 봉사하고 돌아갈 생각이었지만 시간은 점점 길어졌다.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이들의 일상은 오로지 한센인들을 돌보는 일. 한센인들의 고통을 나누며 치료하기 위해 쏟는 헌신은 눈물겨웠다. 다시 오스트리아로 돌아간 것은 2005년. 노인이 되면서 몸이 약해져 일상이 자유롭지 못하게 되자 다른 사람들에게 ‘짐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던 이들은 귀국을 선택했다. 40년 넘게 살아온 소록도를 떠날 때도 이들은 주민들에게 편지 한 장만을 남겼다. ‘큰 사랑과 신뢰를 받아서’, ‘부족한 점이 많은 외국인인 우리에게 큰 사랑과 존경을 보내주어 감사하다’며 처음부터 끝까지 주민들에게 사랑을 전하는 감사 편지였다. 떠나는 뒷모습까지도 아름다웠던 소록도 천사들의 숭고한 삶의 이야기는 2017년, 다큐멘터리로 제작되어 많은 사람을 감동시켰다. 그해 오스트리아를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마리안느와 마가렛 수녀에게 선물과 친전으로 감사를 전하며 근황이 전해지기도 했다. 당시 병을 얻어 요양원에서 지내고 있던 소록도의 천사 마가렛 피사렉 수녀가 지난달 88세로 세상을 떠났다. 평생을 봉사하며 살았던 그가 남긴 마지막 선물도 세상을 향한 헌신이었다. 그는 자신의 주검까지도 의대에 기증해 좋은 연구에 쓰이도록 했다. 건강이 악화되기 전 스스로 세웠던 뜻이었다. 1966년에 소록도에 들어와 40여 년 동안 한센인을 돌봤던 마가렛 수녀는 소록도 주민들에게 ‘작은 할매’로 불렸다. 새벽마다 아이들과 어른들을 위해 우유를 만들어 나누고, 환자들의 상처를 망설이지 않고 맨손으로 약을 바르며 웃음으로 주민들을 대했던 ‘작은 할매’. 세상을 떠나기 몇 달 전 찍었다는 사진 속에서 그는 합죽선 선물을 들고 활짝 웃고 있다. 사랑으로 헌신했던 그의 생애에 존경과 감사를 보낸다. / 김은정 선임기자
노인 인구가 꾸준히 늘면서 시니어스포츠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특히 윤석열 정부가 ‘100세 시대 일자리‧건강‧돌봄체계 강화’를 국정과제로 제시하고, 시니어 친화형 국민체육센터 건립사업을 시행하면서 각 지자체가 정부 공모사업 등을 통해 어르신을 위한 체육시설을 속속 조성하고 있다. 그렇다면 어르신들에게 인기 있는 생활체육 종목은 무엇일까? 우선 시니어스포츠의 대명사인 게이트볼을 빼놓을 수 없다. 1980년대 우리나라에 보급된 이후 지금은 농어촌 읍‧면 지역에까지 게이트볼장이 들어설 정도로 보편화됐다. 그러더니 수년 전부터는 파크골프 열풍이 거세다. 경기 방식은 골프와 비슷하지만, 체력 소모가 적고 비용도 저렴해 중장년층과 노년층을 중심으로 동호인이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각 지자체에서도 경쟁적으로 파크골프장 조성에 나서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속속 조성되는 파크골프장이 생태계 훼손 논란에 휘말리고 있다. 각 지자체가 토지 매입비를 아끼기 위해 파크골프장을 대부분 하천부지에 설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접근성이 좋은 하천 둔치에는 죄다 파크골프장이 들어섰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다. 전북지역에서는 전주와 완주‧익산‧군산 등 도시지역을 끼고 있는 만경강 둔치 곳곳에 파크골프장이 잇따라 조성됐다. 익산시는 지난 14일 만경강 목천지구 파크골프장 증설사업 착공식을 열었다. 기존 시설 바로 옆 3만2000㎡ 부지에 18홀 규모의 제2파크골프장을 조성해 내년 6월 개장한다는 계획이다. 클럽하우스와 화장실 등 다양한 부대시설도 설치된다. 전주시도 파크골프장 조성에 적극적이다. 지난 6월에는 삼천 마전교 파크골프장에 9개 홀의 잔디구장을 확충하고 이를 기념하는 파크골프대회를 열었다. 전주시는 또 내년까지 만경강 삼례교와 만경강철교 밑 등 하천부지 2곳에 파크골프장을 추가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우범기 전주시장은 하천 편의시설 확충을 약속했다. 전주천과 삼천에 파크골프장을 비롯한 생활체육시설이 속속 들어설 전망이다. 지자체의 하천부지 파크골프장 조성 계획에 대해 환경단체에서는 적극 반발하고 있다. 하천부지에 이미 많은 체육시설이 있어 난개발이 우려되고, 야생 동식물의 서식지 파괴 위험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전주시도 2년 전 만경강 둔치에 조성한 파크골프장을 놓고 홍역을 치렀다. 전주시가 관련 법률에 따른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거치지 않아 불법 논란에 휘말렸고, 환경단체에서는 시설 철거와 증설 계획 중단을 요구하기도 했다. 도시 하천이 시민 휴식 및 레저공간으로 인기를 끈 지 오래다. 생태계의 균형을 깨뜨리지 않는 범위에서 꼭 필요한 만큼의 편의시설과 체육시설은 이미 조성돼 있다. 지자체가 지역 어르신들을 위해 고령 친화형 생활체육시설을 속속 조성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파크골프장 조성 장소로 꼭 하천부지를 고집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 김종표 논설위원
축제장마다 3년간이나 코로나로 봉쇄 당했다가 모처럼만에 자유를 만끽한 탓인지 마냥 해방감에 들떠 있다. 축제장은 차댈 곳이 없을 정도로 차로 인산인해다. 국정감사가 시작되면서 전북의 국가예산복원투쟁이 2라운드로 접어들었다. 정부가 내년도 국가예산을 편성하면서 새만금관련예산 78%를 삭감한 것은 해서는 안될 일로 전북인의 자존심을 송두리째 짓밟았다. 왜 이 같은 일이 생겼을까. 새만금사업은 노태우정권때 DJ와 정치적 합의로 1991년 착공했지만 별로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표로 움직이는 정치인의 입장에서는 가성비가 떨어진 사업이었다. 인구가 200만 이하로 떨어져 유권자가 줄고 민주당 텃밭인 전북에다가 굳이 국가예산을 쏟아 부을 이유가 없다는 논리다. 하지만 진보정권은 자신들의 텃밭인 전북을 마냥 외면할 수 없어 문재인정권때는 조단위로 예산을 지원해 2개간선도로와 새만금∼전주간 고속도로건설사업에 박차를 가했다. MB정권은 농지로 돼 있던 새만금 활용방안을 산업용지 70% 농지30%로 바꿔줬다. 마치 새만금 내부개발사업이 본격 추진될 수 있는 것처럼 생색내기에 급급했다. 그 당시 현대건설사장 출신이었던 MB가 토목건설사업을 너무 잘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국가예산을 별반 지원하지 않았다. 특히 MB는 토지이용계획을 관광이나 산업용지로 바꿔준 것으로 할일 다했다는 입장이었다. 대통령이 8명이나 바뀐 국책사업이 착공 32년이 지난 현재에도 갈팡질팡, 전북도민들 한테 희망고문이 돼 버렸다. 정부 여당은 새만금잼버리 실패로 좋은 먹잇감을 찾았다. 전북도 한테 대회 실패에 따른 책임을 뒤집어 씌워 새만금관련예산을 삭감했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새만금에 국가예산을 지원해줘 받자 내년 총선 때 표가 나오지 않는다고 판단,새만금관련예산을 대폭 삭감한 것이다. 특히 전북 예산만 몽땅 삭감하면 반발이 클 것을 염려 기술적으로 인접 대전이나 광주를 끼워 넣어 삭감시켰다. 내년 총선은 여야 모두 한테 사활이 걸렸다. 다수 의석을 차지 못하면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를 너무나 잘 알아 수싸움을 벌이고 있다. 지난 11일 치른 서울 강서구청장 선거에서 국힘이 17.15%차로 대패한 관계로 국가예산을 활용한 총선전략이 더 깐깐해질 것 같다. 전북을 속죄양 삼아 깎고 수도권이나 충청권 영남권 예산은 긴축재정기조에도 불구하고 평년작 이상의 성과를 올릴 것이다. 초반 국감서도 새만금예산 삭감이 크게 조명을 받지 못해 김관영 지사만 속이 타 들어갔다. 국회의원들이 삭발하고 도의원들이 릴레이 단식을 하지만 중앙정부의 관심을 끌지 못해 약자의 설움만 뼈저리게 느낄 뿐이다. 전북정치권이 최약체라서 이같은 일이 벌어졌기 때문에 현역들의 물갈이 여론이 고조되고 있다. 지금 지역에서는 민주당이 책임지고 전북삭감예산을 복원시켜야 한다고 주문하지만 현역들마다 자신의 공천에만 매달려 실현여부가 불투명하다. 때문에 재발방지와 전북 몫 찾기를 위해서는 OB들까지 소환해서 새 판을 짜줘야 한다는 여론이 탄력을 받고 있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지난 7월 자치단체장의 혁신 의지가 지역 발전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김두겸 울산시장이 증명해 보임으로써 화제를 모았다. 통상 3년 정도 소요되는 인허가 행정 절차를 원스톱 처리 방식으로 10개월 만에 끝내 지역 경제 활성화에 대한 강한 집념을 선보인 것이다. 현대차의 국내 첫 전기차 전용 공장 건립과 관련해 민간 기업에 전담 공무원까지 파견해 인허가 업무 서비스를 지원한 것은 전국에서 처음이다. 2조 2800억을 투입해 2000여 명의 일자리가 만들어지는 사업인 만큼 착공 시기를 2년 앞당긴 것은 지역 경제에 미치는 파급 효과도 클 수밖에 없다. 이번 현장 위주 스피드 행정의 모범 사례는 기업 유치를 최우선 과제로 꼽는 지방자치단체에 신선한 바람과 함께 발상의 전환을 불러일으켰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었다. 그런데 이 뉴스를 접하고 우리 지역 현실과 대비하면 씁쓸한 감정을 감출 수가 없다. 2조 5000억을 들여 5000개 일자리 창출의 청사진을 제시한 '전주 대한방직터 개발‘ 과 관련해서다. 지난 2018년 김승수 시장 시절 제출된 개발 계획서가 5년이 넘도록 아직도 결론을 못내리고 있다. 다행히 우범기 시장이 작년 취임한 뒤 행정의 변화 기류가 뚜렷해짐에 따라 최근 수정안 계획서가 다시 제출되면서 어떻게 매듭 지어질 지 관심이 집중된다. 그간 기업 입장에서도 말 못할 속 사정과 함께 고초를 감내한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자치단체장의 추진 의지가 새삼 중요하다는 것을 여실히 증명한 셈이다. 전임 시장과 업무 스타일이 눈에 띄게 달라서인지 우범기호의 역동적 움직임은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일부 호불호가 있긴 하지만 그간 멈춰섰던 지역 현안들이 속속 물꼬를 트면서 기대를 한껏 모으고 있다. 과잉 규제를 과감히 풀고 시민 눈높이에 걸맞는 행정 서비스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그중 중앙 정부에서도 최고 혁신 사례로 꼽은 ‘불필요한 연말 보도블럭 교체공사 폐지’ 는 시민들의 폭넒은 지지를 이끌어 냈다. 얼마 전에는 전주형일자리 사업에도 시동을 걸면서 지역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 방점을 찍고 있다. 결국은 먹고사는 문제 해결이 최대 관건이란 점을 인식한 결과다. 마땅한 공장 부지가 없어 기업 유치에 어려움을 겪어온 것도 전주시의 현실이다. 이런 변화의 바람은 지방자치단체의 기업 유치 서비스에 더욱 요구되는 대목이다. 지난 6월 전북일보 창간 기념 여론조사에서도 이같은 기류는 뚜렷하게 나타났다. 도민 40% 이상이 기업 유치와 함께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과제로 꼽으며 행정의 뒷받침을 강조했다. 그런 점에서 울산시 사례는 자치단체의 방향성 제시 측면에서 시사하는 바 크다. 문제는 일선 공무원의 혁신 서비스에 대한 실천 여부다. ‘나사 풀린’ 행정이 심심찮게 도마에 올라 공직 사회 이미지 개선도 쉽지 않다. 무사안일과 행정편의주의 발상을 벗어나 상대와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하면 매듭은 풀리기 마련이다. 김영곤 논설위원
“모든 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 중국 마오쩌뚱의 유명한 어록이다. 얼핏 들으면 '무력이 만능'이라는 식으로 이해하기 쉬운데 핵심은 "무력을 쥔 적 앞에서 공리공론보다는, 똑같이 무력으로 맞서야 한다"는 의미다. 그랬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역사의 변곡점마다 현실적인 힘은 승패를 가르곤 했다. 대한민국에서 문인이 아닌 무인이 집권했던 뚜렷한 시기가 두번 있었다. 고려 중기 소위 무신정권 약 100년과 1961년 5.16 쿠데타와 12.12, 5.18로 이어지는 약 30년의 통치기가 바로 그것이었다. 이후 대한민국은 혼란과 진통은 있었지만 문민통치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무신정권은 고려시대 의종 24년(1170)부터 원종 11년(1270)까지 100년 동안 무신이 수립한 고려시대 정부를 말한다. 무신의난 이후 고려 왕조의 엘리트층과 지식인층은 살아남으려면 무신정권의 휘하로 들어가거나 숨어야했다. 결국 고려를 지탱해온 엘리트층이 붕괴됐고 정권의 무능과 부패, 민란과 몽골의 침공으로 점철된 도탄의 역사 100년 이었다. 삼국사기를 펴낸 김부식의 아들 김돈중이 정중부의 수염을 불태운 사건에서 알수 있듯 일부 문신들이 맞아죽을 짓을 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한국의 군사정권은 쿠데타로 집권한 자신들을 정당화 하기위해 무신정변을 차별받는 군인들의 정당한 궐기로 포장하기도 했다. 1980년대 초등학교 사회 교과서에는 의종과 마셔라 부어라하며 어울리는 문신들과 개고생하는 무신들을 삽화로 묘사했다. 무신정권이 종식된지 무려 753년이 지났고, 현대사에서도 군사독재가 종식된지 한 세대 이상이 지났다. 그런데 요즘 정치권 안팎에서 심심치 않게 무신정권 운운 하는 표현이 등장한다. 국민의힘 이언주 전 의원은 "문재인 정부때 통합과 개혁의 리더십을 보였어야 하는데 그때 또 검찰가지고 적폐수사를 계속했고, 정권이 다시 바뀌었지만 또다시 검찰 수사가 정치 전면에서 계속되면서 검찰총장, 법무부장관 이런 분들이 정치 전면에서 계속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그분들이 내뱉는 말들이 신문의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다"며 "정말 망국의 길이다. 이것은 거의 무신정권이다. 이것은 나라가 망해갈 때 이런 일들이 생긴다"고 비판했다. 이에대해 국민의힘 중앙윤리위는 '주의 촉구' 징계를 결정했다. 앞서 송영길 전 대표는 검찰청 입장을 거부당한 뒤 건물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을 "고려 말 무신정권의 머슴, 노비, 사병 같은 모습"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평소 같으면 아무런 관심도 끌지 못했을 서울 강서구청장 재보궐 선거가 10월 11일 치러졌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무신정변이 일어난 날과 똑같은 날이다. 서울 25개 구청장 중 하나일 뿐인 강서구청장 선거에 여야가 무신정권 운운하면서 극렬하게 맞대결을 펼쳤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강서구청장 선거 결과가 내뿜는 함의는 결코 사소해 보이지 않는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연이은 긴 연휴의 마지막은 한글날이었다. 한글날이 법정 공휴일이 된 것은 두 번째다. 한글날은 2013년 다시 국가 기념일로 지정됐다. 1991년 국군의 날과 함께 공휴일에서 제외된 지 22년 만이었다. 그즈음 여론조사는 국민 80% 이상이 한글날의 공휴일 재지정을 원했다. 그만큼 한글날에 대한 사랑과 자긍심이 높았었다는 결과였다. 알려지기로는 ‘문자의 날’을 국가 기념일로 만든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 한글날이 다시 공휴일이 된 2013년, 세계 최고 검색 사이트인 '구글'(Google)이 한글 세계화에 동행하겠다고 나섰다. 그해 10월,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이 한국을 방문한 자리에서다. 슈미트 회장은 당시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세계 속 한국 문화의 융성을 위한 협력 확대 방안’을 발표했다. 한글 등 한국 문화 세계화를 위한 구체적인 사업 계획도 발표했다. 그 대부분이 반가웠으나 특히 한국 문화 홍보를 위해 자체적으로 구글 문화연구원을 만들고 한국의 주요 문화 자료를 디지털 방식으로 보존해 세계인이 공유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은 더 흥미로웠다. 2014년 개관을 앞두고 있던 국립한글박물관의 '어린이 교육체험실'과 '한글배움터', 온라인상에서 한글의 기본원리를 배울 수 있는 웹프로그램 개발 지원도 선물이었다. 슈미트 회장은 한글에 관심이 컸다. 그가 특히 주목했던 것은 백성들이 쓰기 쉬운 문자를 만들고자 했던 한글 창제 취지였던 모양이다. 그는 '전 세계 정보를 모두가 편리하게 이용하게 한다는 구글의 취지와도 통한다‘며 한국이 디지털 기술이 앞서갈 수 있는 것도 세계에서 가장 직관적인 문자인 한글 덕분이라고 평가했다. 디지털 시대, 한글의 우수성은 실제 여러모로 증명된다. 한글은 자음과 모음을 합해 28자에 불과하지만, 인간의 음성은 물론 자연의 소리까지 컴퓨터상에서 1만 1,172자를 표현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문자 통신도 한글은 영어나 다른 글자보다 훨씬 쉽고 빠르게 할 수 있다. 가령 중국어는 3만 개가 넘는 한자를 직접 자판에 나열할 수 없어 발음을 영어로 입력한 후 단어마다 입력 키를 눌러 한자로 변환하는 과정을 거친다. 휴대전화로 문자를 보낼 때 한글로는 5초 걸리는 문장을 중국이나 일본 문자는 35초 걸린다는 결과도 있으니 한국이 IT 강국이 되기까지 한글의 역할이 컸다는 분석은 과장이 아니다. '600년 전, 세종대왕이 한글을 창제해 백성의 평등한 소통을 꿈꿨듯, 인터넷을 통해 세계인이 한국 문화를 배우고 알아가는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10년 전 구글의 선택. 한글의 본질적인 가치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 김은정 선임기자
토끼소녀, 양파들, 청종⋯. 1970년대 중반 한 시대를 풍미하던 인기 가수들의 이름이 갑자기 바뀌었다. 정부가 외래 풍조 단속과 언어순화를 이유로 연예인들에게 외국어 이름을 우리말로 바꾸라는 압력을 가했다. 그래서 바니걸스는 토끼소녀, 어니언스는 양파들, 블루벨스는 청종이 되었다. 지금은 상상도 할 수 없지만 그때는 그랬다. 1970년대 정부가 대대적으로 언어순화 운동을 펼치면서 수많은 외래어가 우리말로 정리됐다. 하지만 이렇게 조성된 우리말 열풍은 오래가지 못했다. 억지로 될 일이 아니었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신조어, 줄임말이 유행했고, 무분별한 외래어‧외국어 사용이 꾸준히 사회문제로 부각됐다. 그러면서 언어순화 운동도 계속됐다. 국립국어원이 생활 속의 외래어나 신조어를 우리말로 바꿔 보급하는 언어순화 활동을 지속적으로 전개했다. 21세기 들어 학교폭력이 사회문제로 급부상하면서 학교에서도 언어순화 운동이 펼쳐졌다. 교육부의 ‘학교폭력 실태조사’에서 언어폭력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각 시‧도교육청이 언어순화 운동에 나선 것이다. 2012년 인천을 시작으로, 부산과 세종, 울산, 대구, 경기, 전남 등 각 시‧도에서 ‘학교 언어순화운동 권장 조례’를 잇따라 제정했다. 전북에서도 2021년 ‘전라북도교육청 학교 언어순화운동 권장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다. 조례에서는 언어순화 운동을 ‘규범에 어긋난 말과 비속한 말을 올바른 말로 바로잡고, 외래어를 가능한 순우리말로 바꾸어 쓰는 활동’이라고 정의했다. 하지만 이 조례는 ‘권장’ 수준을 넘어설 수 없다는 한계가 분명했다. 학교에서 적극 참여하지 않는다면 조례는 그저 교장 선생님의 지루한 훈시처럼 선언적 의미에 그칠 수밖에 없다. 지금 실정이 그렇다. 과도한 줄임말과 국적불명의 신조어, 그리고 무분별한 외래어, 비속어 사용이 논란이 된 지 오래다. 한글 파괴라는 비판적 시각이 많지만 시대 변화에 따른 한글의 진화라는 주장도 있다. 언어의 변화는 자연스러운 사회적 현상이다. 언어의 확장성도 인정해야 할 것이다. 적당한 줄임말과 신조어‧외래어는 언어 생활을 한층 풍성하게 해주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 정도가 지나쳐 한글 파괴로 이어지면 세대 간 격차와 불통만 부추길 수 있다. 실제 우리 사회에서 언어의 본래 기능인 의사소통에 벽이 생길 정도니 선을 넘은 게 분명하다. 특히 인터넷과 TV 등 통신‧방송 매체가 신조어와 외래어‧외국어를 남용하면서 이를 조장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다시 ‘한글날’을 보냈다. ‘우리말 쓰기’의 필요성을 또 한 번 생각해 볼 일이다. 이해하기 쉽고 어감도 좋은 우리말이 있는데도 애써 이를 외면한 채 국적불명의 신조어나 외국어를 남발하는 일은 삼가야 하지 않을까. 한글날에만 반짝 우리말 쓰기를 강조하고, 평소에는 정반대의 행태를 보이는 방송매체부터 달라져야 할 것이다. / 김종표 논설위원
새만금 예산 삭감의 후폭풍이 계속되는 상황에서도 군산시와 김제시의 관할권 다툼 양상은 변함이 없어 도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부터 꺼야 하는 전북으로선 이들의 지나친 지역이기주의에 혀를 찬다. 설령 그들 주장이 옳다고 한들 지금 잼버리 민심이 최악인 상황에서 성과는커녕 부정적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다. 더욱이 새만금 예산확보에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 국면에서 자칫 전열을 흐트러 뜨리지는 않을까 우려되기도 한다. 어찌됐든 잼버리 파행 책임을 새만금과 엮어 귀책 사유로 기정사실화한 상황에서 오히려 역풍을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이들 지역 의회는 새만금 예산의 원상회복을 외치면서도 관할권 확보에 대한 의지는 여전했다. 각자 기자회견과 정책 토론을 통해 이같은 입장을 재확인하고 전북도가 갈등 해결에 나서라고 주문했다. 특히 군산은 지난 8월 잼버리 파행과 태풍 피해 와중에도 ‘새만금 관할권 사수대회’ 를 추진해 주위 반대 여론에 부닥쳤다. 새만금이 잼버리 파행 책임의 덤터기를 쓴 채 전방위 공세에 직면한 가운데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켜 빌미를 주지 않을까 노심초사한 것이다. 실제 집회를 앞두고 공직사회는 물론 읍면동 주민회 심지어는 지역 정치권까지 우려를 표시했다. 관할권 다툼이 어제오늘 일이 아니기에 전략적으로 접근해야지, 윽박지르고 물리력을 행사한다고 해서 해결될 일은 더더욱 아니라고 일침을 가했다. 새만금이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이차전지 특화단지 지정에 이어 새만금 신공항의 착공 절차 시점에 난데없는 잼버리 불똥이 튀어 홍역을 치르고 있다. 전북의 미래 성장 동력인 만큼 삭감된 78%의 예산 복원을 위해 발 벗고 나설 때다. 이같은 난기류 상황에서 지역 자치단체간 갈등 양상은 새만금 이미지만 흐리게 할 뿐이다. 10년 넘게 이어진 관할권 다툼은 도민들 인내심에도 한계를 뛰어넘은 상황이다. 자기중심적 논리만을 앞세워 대법원까지 간 방조제를 비롯해 동서도로, 신항만, 수변도시까지 먹잇감 대상으로 아귀다툼을 벌이는 건 도가 지나치다는 목소리다. 새만금을 둘러싼 자치단체 관할권 논쟁이 심각한 상황에서 그 대안으로 특별자치단체 설립 문제가 나왔다. 대국적 견지의 전북 미래는 안중에도 없고 오로지 소지역주의에 매몰된 근시안적 사고탓이다. 이와 더불어 중앙 정부의 비우호적 시각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지난 1991년 새만금 개발사업이 첫 삽을 뜬 지 30년이 넘고 대통령이 7번 바뀌었지만 전체 매립 공정률은 아직도 절반에 못 미친다. 새만금개발청도 설립 5년 만인 2018년에서야 세종시에서 군산으로 청사를 옮긴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번 예산 칼질에서도 그런 시각이 어느 정도 감지된다. 정권마다 새만금을 볼모로 전북에 대한 당근과 채찍 전략을 구사해왔다. 지금은 새만금 완성을 위해 똘똘 뭉쳐 정부 상대로 싸울 때지, 우리끼리 다툴 시간은 없다. 김영곤 논설위원
대한민국 자치단체 중 가장 섬이 많은 곳은 단연 전남 신안군이다. 신안군에는 무려 1025개의 섬이 있는데 사람들은 흔히 1004개로 알고 있다. 천사대교 하나가 신안군 섬의 갯수를 바꿔놓은 셈이다. 천사대교는 신안군 압해도와 암태도를 연결하는 연륙교인데 총연장 10.8km이며, 2019년 4월 개통됐다. 비금도, 도초도, 하의도, 신의도, 장산도, 안좌도, 팔금도, 암태도, 자은도 9개면 섬들이 마치 다이아몬드 처럼 펼쳐진 소위 ‘신안 다이아몬드 제도’를 연결하는 최단거리 육상 교통망이다. 오늘날 사람들은 신안하면 곧바로 천사(1004또는 Angel)를 떠올린다. 다리와 건물의 지붕과 창틀, 주민들이 사용하는 식기에 이르기까지 모두 보라색으로 칠해진 퍼플섬(반월·박지도)은 한해 관광객이 무려 50만명이나 다녀가는 관광명소다. 그런가하면 ‘순례자의 섬’으로 일컬어지는 기점·소악도와 ‘섬티아고 순례길’은 특정 종교 유무와 관계없이 많은 이들이 찾고 있다. 섬티아고는 섬과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합친 말인데 12개의 작은 예배당을 찾는 이들로 붐빈다. 맨드라미 하나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병풍도 역시 각광을 받고 있다. 신안군은 '1도 1 뮤지엄, 1섬 1 테마정원'과 ‘사계절 꽃피는 1004섬’ 프로젝트로 이미지를 확 바꾸는데 성공한 대표적인 경우다. 하지만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오늘날 신안이 이처럼 전국적인 관광명소가 되고 사람들의 찬사를 받기까지 참으로 험난한 과정이 있었다. 기억도 생생한 신안 염전노예와 신안 섬마을 여교사 성폭행 사건이 바로 그것이다. 2014년 2월 신안군 신의도에 있는 염전에서 지적장애인에게 직업을 소개해준다며 약취 및 유괴하여 감금하고 피해자들을 강제 노동에 종사시킨 것이 드러나면서 엄청난 파장을 몰고왔다. 특히 섬 지역 일부 주민들과 공무원들이 범죄에 가담하거나 은폐한 정황까지 드러나 논란이 됐다. 오죽하면 노예 사건 후 대통령까지 나서 "신안 염전 노예 사건과 유사한 사건이 발생하지 않게 하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까. 이뿐만이 아니다. 2016년 5월엔 입에 담을 수도 없는 참담한 일이 신안에서 발생했는데 소위 섬마을 여교사 성폭행 사건이다. 국민적인 공분과 충격이 임계치를 넘어서면서 급기야 이낙연 당시 전남지사가 대국민 사과까지 해야만했다. 2개의 사건으로 인해 단순히 신안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정말 선량한 주민들은 감내하기 어려운 시달림을 받았다. 상황은 좀 다르지만 새만금잼버리 파행으로 인한 전북도민들의 참담함도 이루 말할 수 없는 지경이다. 특히 잼버리 파행을 이유로 전혀 무관한 새만금사업 예산 전면삭감및 사업전반에 대한 재검토는 감내하기 어려운 지경이다. 오늘의 위기를 잘 견뎌내서 더 많은 시간이 흐른뒤 전국민의 관심과 사랑을 받는 새만금이 되기를 기대한다. 지역민들의 인내와 지혜가 절실한 시간이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전주에서 가양주 바람이 불었던 때가 있다. 20년 전쯤, 전주술박물관이 문을 열었던 즈음의 일이다. 당시 대중 강좌를 통한 가양주 담기는 큰 관심을 모았다. 강사로 초대됐던 전통주연구가 박록담 한국전통주연구소장은 우리 전통주에 눈을 뜨게 되면 그릇된 술 문화도 바로 잡고, 음주에 따른 건강의 폐해를 줄일 수 있다고 했다. 가양주의 부활은 박 소장이 우리 술의 전통과 특성을 살리는 통로로 제안하는 방법이었다. 그는 다양하고 새로운 맛과 향기를 간직한 가양주들의 상품화가 수월해지면 우리 스스로가 고유의 술향기와 맛을 알게 되고 다른 술과의 경쟁력과 대안이 마련될 수 있다고 믿었다. 가양주(家釀酒)는 이름의 뜻 그대로 집에서 담근 술이다. 예부터 가정에서 술을 빚어 마시는 풍습은 꽤 오랫동안 지속됐다. 지역에 따라, 집안 또는 빚는 사람에 따라 술을 만드는 방법과 기술이 서로 달라 특별한 향과 맛을 가진 가양주가 대물림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전통주를 대표하는 이 가양주들은 대량으로 생산되는 술과 음주문화의 변화에 밀려 잊혀 갔다. 전통주가 사라지면서 우리의 일상에 들어온 것은 맥주와 소주 양주나 와인이었다. 전통주의 뿌리인 가양주는 대부분 사라졌으나 다행히 지역의 몇몇 전통주는 향토주란 이름으로 살아남았다. 우리나라의 술의 특성은 여럿이다. 술빚는 방법이 다양하고 그 과정이 복잡하다. 재료를 다루는 방법도 쉽지 않고 발효시키는 과정도 다른 술에 비해 매우 까다롭다. 향을 더하고 약재를 많이 넣어 약효를 높이는 것도 우리 술이 가진 특성이다. 우리 지역에도 이름을 알린 향토주가 적지 않다. 전북의 향토주는 역사성과 재료의 특수성이 돋보이는 술로 꼽힌다. 조선 시대 명주로 꼽혔던 전주의 이강주와 장군주(과하주), 완주의 송화백일주와 송죽오곡주, 김제의 송순주가 특히 그렇다. 이 술들은 모두 쌀 이외에 부재료를 사용한다는 것이 공통점이다. 그 부재료들은 생강, 배, 오미자, 울금, 송순, 솔잎, 오곡 등 전북지역의 특산품이거나 일상적으로 널리 이용되는 자연산물이다. 음주와 건강을 따로 여기지 않고 약주(약용 약주)를 즐겼던 옛사람들의 문화를 보여주는 예다. 지역의 특산물을 활용한 토속주도 여럿 있다. 그 맥이 대부분 끊겼거나 살아남았다 해도 미미하지만, 장수 지역의 점주(청주)와 삼겹점술, 남원지역의 삼해주, 천황주, 강쇠주, 지리산 지역의 송화주와 춘향주, 약초주, 순창지역의 삼해백일약주, 전주의 이미주, 정읍의 약주 등이 이름을 남겼다. 그러나 전통주의 존재는 미미해져 간다. 몇몇은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지만 전통주가 기능으로만 간신히 맥을 잇고 있는 현실은 안타깝다. / 김은정 선임기자
조선 시대 한옥의 원형을 품고 있는 안동 하회마을은 2010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 됐다. 하회마을은 낙동강 줄기가 삼면을 감싸 안고 있는 독특한 지형과 빼어난 자연경관, 한옥 군락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풍광 덕분에 오래전부터 여행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이후에는 국내외에 이름을 더 널리 알려 대표적인 관광지가 됐으니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하회마을은 이 때문에(?) 위기를 겪어야 했다. 때아닌 분쟁으로 하회마을이 전국적인 이슈가 된 것은 2018년 말 즈음이다. 마을에서 운행되는 전동차를 둘러싼 분쟁이 주범이었다. 마을 안 골목길을 달리는 전동차 운행 독점권을 둘러싼 업체 간 싸움이었지만 그 분쟁을 불러온 원인이 있었다. 600년 동안 마을을 지켜온 느티나무와 조선시대 선조들의 삶이 배인 한옥, 멋스러운 흙담 사이로 이어지는 아름다운 골목길을 누비며 다니기 시작한 전동차였다. 전동차 행렬은 마을의 격에 어울리지도 않고 위험천만한 흉기나 다를 바 없었지만, 법적 근거가 미흡한 상황에서 규제는 한계가 있었다. 하회마을 전동차 운행은 그 뒤로도 여러 해 지속되었다. 오히려 전동차 불법 탈법 운영이 마을을 위기로 몰았다. 무질서한 운행으로 안전사고가 끊임없이 이어졌으며 고즈넉하고 운치 있던 마을 이미지는 사라졌다. 세계문화유산 등재가 취소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불거질 정도였다. 문화재청과 안동시가 나선 것은 2021년 여름이다. 하회마을의 전동차 운행이 전면 금지됐다. 마을 입구에 차량관제시스템을 설치해 전동차의 마을 진입을 막는 방식이었다. 차단시설을 운영한 지 1개월, 하회마을은 옛 모습을 찾았다. 마을에 전동차가 다니기 시작한 것이 2016년이니 옛 정취와 마을 이미지를 다시 찾기까지 5년이 걸린 셈이다. 여행객들의 반응은 어떨까. 블로그와 댓글을 보니 환영 일색(?)이다. 오히려 때늦은 조치에 대한 비판의 소리가 높다. 전주시가 지난 7월, 전주한옥마을을 대상으로 '전통문화구역 지구단위계획‘을 변경했다. 한옥마을의 허용 음식 품목과 전동차 대여업에 대한 제한 완화다. ‘정체돼 있던 한옥마을이 국제적 관광지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다양성을 부여하기 위한 것’이란다. 한옥마을은 이미 1,000만 명 관광객을 끌어낸 한국의 대표적인 관광 거점이다. 그래서 궁금해진다. 보존과 관리 대책은 보이지 않고 무조건 풀기만 하는 규제 완화는 대체 무엇을 위한 것인지. 주말 한옥마을에 꼭 가보시라. 일방통행로를 역주행하고 좁은 골목길을 종횡무진하는 전동차와 그 행렬을 피해 걸어야 하는 수많은 여행객의 위태로운 광경을. 지금, 전주한옥마을이 위태롭다. / 김은정 선임기자
‘그래도 괜찮을까?’ 지난 2009년 교육부(당시 교육과학기술부) 지정 ‘디지털 교과서 실험 연구학교’였던 전주 용흥초등학교에서 ‘디지털 교과서 체험행사’가 열렸다. 이날 교사와 학생들은 시범수업을 통해 ‘종이 없는 미래교실’의 모습을 보여줬다. 학생들의 책상에는 교과서와 노트·필기구 대신 학습전용 단말기(태블릿PC)와 전자펜이 놓였다. 또 교사는 분필이 놓인 녹색 칠판 대신 무선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대형 전자칠판에 멀티미디어 수업자료를 불러내 설명했다. 가까운 미래 현실이 될 새로운 교육환경을 미리 본 필자의 소감은 디지털 교과서와 전자칠판 등 첨단 디지털 기기가 바꿔놓을 미래 교실에 대한 기대가 아니었다. 그보다 앞서는 걱정이 있었다. ‘아이들이 종이책과 연필을 놓으면 책 읽기·글쓰기와도 멀어질 텐데, 그래도 괜찮을까?’ 시대에 동떨어진 구닥다리 사고를 이후에도 좀처럼 버리지 못했다. 당시 교육부는 디지털 교과서 시범학교를 늘려 2013년부터는 모든 초·중·고교로 확대, 종이 교과서 시대의 막을 내리겠다고 했다. 그리고 좀 늦어지기는 했지만 그때 본 ‘미래의 교실’은 10여년이 지난 지금 현실화됐거나 현실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 21~23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23 에듀테크 박람회’에서 2025년부터 도입 예정인 AI 디지털 교과서를 선보였다. 디지털 기기가 우리에게 더 나은 삶을 가져다준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를 통해 우리가 잃은 것, 지금 잃고 있는 것도 되짚어 봐야 할 때다. 특히 AI 디지털 교과서 도입을 목전에 두고 있는 교육 현장에서 심도 있게 생각해볼 일이다. 우려가 적지 않다. 디지털 기기가 읽기·쓰기 등 리터러시 능력과 기초학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걱정이다. 그리고 이런 걱정이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최근 우리 청소년들의 문해력 저하를 놓고 사회적 논란이 일었다.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과거에 비해 독서량이 적고, 글을 잘 쓰지 않아서다. 글씨도 개발새발이다. SNS를 통해 짧고 간단한 의사소통만을 주로 해온 탓에 글이나 말로 자신의 주장을 논리적으로 펼치는 데 서툴고, 복잡하고 긴 문장의 해독에도 어려움을 느낀다. 이 같은 문제점을 인식해 스웨덴 등 북유럽을 중심으로 몇몇 국가에서는 디지털 교육에 제동을 걸고, 아날로그로 회귀하고 있다고 한다. 디지털 기기 활용교육을 중단하고, 인쇄된 책을 읽고 종이에 글을 쓰도록 하는 아날로그 교육을 강화한 것이다. 무르익는 가을, 독서의 계절이다. 컴퓨터와 스마트폰은 잠시 꺼두고 손때 묻은 종이책 한 권씩 들고 아이들과 함께 나무 밑 벤치에 앉아 밑줄 그어 가며 독서 삼매경에 빠져 보면 어떨까. 우리 아이들에게 종이책을 읽고 원고지에 손글씨로 독후감을 써보도록 하면 어떨까. 어느 날 갑자기 교육 현장에서 아날로그가 마지막 작별인사를 하고 훅 사라지기 전에 말이다. / 김종표 논설위원
도민들은 정부가 새만금관련예산을 78%나 대폭 삭감 시켰다고 연일 성토하면서 복원시키라고 강력히 요구한다. 국회의원과 지방의원들이 삭발 투쟁을 벌이지만 정부 여당은 미동도 않고 있다. 다른 지역 같으면 이 같은 일이 벌어졌을까. 정부와 국힘이 새만금잼버리 실패를 전북에다가 뒤집어 씌워 새만금관련예산을 삭감한 것은 대단히 잘못했다. 아전인수식 해석으로 보일 수 있지만 정부 논리가 너무 박약하고 견강부회(牽强附會)치곤 도를 넘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잼버리 실패책임론이 중앙정부로 옮겨 붙지 않도록 앞서 정부가 전북을 속죄양으로 삼아 무리하게 새만금관련예산을 삭감한 것. 그도 그럴 것이 이 지역 민주당 김윤덕 의원이 가장 오래동안 조직위원장으로 관여해왔고 김관영지사가 개최지 지사라는 이유로 실질적인 권한은 없지만 집행위원장을 맡아기에 책임을 지겠다는 것. 그간 감사원이 자료수집을 통해 현지 감사에 나섰지만 큰 틀에서 보면 여가부장관 등 5인공동조직위원장의 책임이 가장 크고 25%의 예산을 집행한 전북지사는 국민들에게 사과했고 그 범위내에서 책임을 지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혀 동정을 사고 있다. 사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부 여당한테는 새만금잼버리 실패가 좋은 먹잇감처럼 돼버렸다. 전북도가 대회 개최에는 별반 신경쓰지 않고 새만금관련예산이라는 잿밥에만 온통 신경을 썼다면서 정부가 엉뚱하게 실패책임을 전북도에 씌운 것이다. 감사결과로 책임이 가려지겠지만 전북은 새만금관련예산 삭감과 다시 기본계획을 수립하라는 한덕수 총리 지시로 김이 빠져버렸다. 국책사업인 새만금사업이 이 정부들어 본궤도에 진입할 것이란 믿음이 사라지면서 절망감에 싸여 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이 새만금개발에 속도감을 내도록 하겠다면서 기업들이 바글바글 거리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공언한 내용이 물거품처럼 날아가 모두가 허퉁해 하고 있다. 사실 전남 충남 등은 새만금에 이차전지 특화단지가 지정된 것에 불만이 컸다. 이들은 새만금에 이차단지가 조성될 경우 기업유치가 활발하게 이뤄져 자칫 자신들 지역이 불이익이 나타날까봐 염려했던 것으로 탐문 됐다. 예전 진보정권서도 광주 전남과 충남에서 새만금국제공항건설 등을 반대, 예산지원을 탐탁치 않게 여겨왔었다. 정부가 새만금관련예산을 삭감해서 부산 가덕도신공항 예산에 편성한 것은 총선을 앞두고 지역민심을 확보하려는 포퓰리즘 정책 밖에 안된다. 아무튼 전북정치권이 중앙정치무대에서 힘이 약해 벌어진 일인만큼 그 책임을 져야 한다. 국회예산 심의과정이 남아 어느 정도 기대를 갖게 하지만 또 이 같은 일이 재발할 가능성이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지역별로 연일 대규모 반대집회를 벌이면서도 대대적인 현역물갈이론이 확산돼 간다. 이들 현역의원들이 내년 22대 총선에 재공천 받아 출마하는 것에만 신경을 몰두하다 보니까 초기 대응도 엉망진창이었다면서 정치력이 약한 의원은 컷오프 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치력이 약해서 당한 만큼 내년 총선 때 역량있는 인물이 선출되도록 도민들이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최근 잼버리 파행 책임론을 둘러싸고 설전을 벌인 김윤덕-정운천 의원이 주목을 받았다. 일차적 책임자로 김 의원을 겨냥해 책임지는 자세를 보이라고 정 의원이 먼저 포문을 열었다. 잼버리 5명 공동위원장 중 유일하게 조직위 구성 때부터 직에 머물렀던 김 의원이야말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김 의원도 싸울 때는 피하고 생색만 낸다고 정 의원을 반격했다. 문제의 핵심을 관통한 이들의 입씨름은 본질을 흐리는 잼버리 책임 규명에도 여론을 환기시켰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새만금 예산 칼질의 후폭풍에 휘말려 수면 아래 잠복돼 있던 뇌관을 건드린 셈이다. 잼버리 파행과 관련 김 의원은 공동위원장으로서 사과를 했으며, 국정조사가 시작되면 모든 걸 밝히겠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선 현실적으로 어려운 전제조건을 내세워 예봉을 피해갔다는 지적이다. 극한 대치로 사사건건 충돌하는 여야 관계를 감안하면 국정조사는 쉽지 않다는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애꿎은 새만금이 덤터기를 쓰며 예산 폭탄을 맞자 정 의원이 ‘원조 책임론’ 을 꺼내며 분위기 반전에 나선 것. 조직위 중심에 있던 김 의원이 삭발 코스프레 대신 책임을 통감하고 사퇴함으로써 수렁에 빠진 전라북도를 구해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정 의원 자신이 2011년 LH 전북 이전 무산 때 석고대죄 심정으로 함거를 탄 것처럼 김 의원도 그에 상응하는 모습을 보이라고 저격한 것이다. 정치권이 예산 투쟁을 벌여야 하는 상황에서 ‘잼버리 책임’ 공방이 자칫 정략적으로 비칠 수 있으나 결국은 피해갈 수 없는 문제다. 잼버리가 잘못됐으면 원인 규명과 책임 소재를 밝히는 건 당연하다. 헌데 무슨 이유인지 타깃이 새만금으로 급선회하면서 전방위 공세 속에 혼란만 키운 꼴이다. 정 의원이 원조 책임론을 앞세워 김윤덕 의원을 전격 소환한 건 사면초가에 놓인 전북의 출구 전략으로 풀이된다. 새만금 문제와 잼버리 파행을 분리함으로써 전북 원죄(原罪)론의 실체가 없음을 밝히려는 것이다. 무더위, 침수 문제를 비롯해 병해충, 비위생, 안전 등은 역대 잼버리 때마다 논란을 일으킨 단골 이슈다. 과거에도 온열 환자, 식중독은 물론 심지어 사망사고까지 발생했다. 문제는 이처럼 예견된 논란을 충분히 인식하고 대처할 수 있었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는 것, 즉 조직위 운영의 총체적 부실 탓이다. 잼버리에 대한 감사원 현장 감사가 11월 중순까지 진행된다. 조직위와 유관 기관 운영 실태를 포함해 예산 집행의 잘잘못을 가리는 절차다. 그런데 지난주 공동위원장 중 여가부, 문체부 장관이 경질되고 행자부 장관은 탄핵 국면에서 늦게 복귀해 면피 가능성마저 흘러나온다. 이 상황에서 어쩌면 가장 주목받는 건 공동위원장으로 지역 출신인 김윤덕 의원이다. 그가 잼버리 파행 때 잠행을 거듭하자 곱지 않은 시선이 쏠린 것도 같은 맥락으로 발끈할 일이 아니다. 김영곤 논설위원
시애틀은 태평양 연안 북서부에 있는 도시인데 인구는 80만명이 채 안된다. 그런데 이 도시는 걸출한 기업인과 글로벌기업을 대거 배출한 지방도시로 매우 유명하다. 구태여 설명이 필요없는 보잉, 마이크로소프트, 스타벅스, 코스트코, 아마존의 발상지가 바로 시애틀이다. 당시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무장한 기업들이 시애틀에서 시작해 전 세계를 장악했다. 풍부한 기업운용 자금과 스타트업에 불과하지만 기술력을 갖춘 기업을 촘촘히 연결해주는 네트워크가 형성된게 시애틀 기업의 성공 요인이었다고 한다. 대한민국에도 K-기업가정신의 발상지로 일컬어지는 곳이 있는데 바로 경남 진주시 지수면 승산마을이다. 승산마을은 LG그룹을 창업한 ‘능성 구씨’와 GS그룹을 창업한 ‘김해 허씨’ 들이 수백 년 동안 살아온 한국의 대표적인 부자마을이다. 승산마을 한가운데 있는 옛 지수초는 삼성 이병철, LG 구인회, 효성 조홍제 창업주를 비롯,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 허준구 GS그룹 명예회장, 구태회 LS그룹 창업주, 허정구 삼양통상 회장, 허완구 승산그룹 회장 등 국내 굴지 기업 창업가 30여 명을 배출한 기업인의 산실이었다. 옛 지수초는 지난해 3월 한국의 기업가정신을 국내외 기업인에게 전수하는 ‘K-기업가정신센터’로 변모했다. 승산마을이 속한 지수면은 ‘지혜로운 물’을 뜻하는 ‘智水’다. ‘부자는 많은 것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가진 것을 나눠 더 크게 만들 줄 아는 지혜로운 사람’이라는 의미라고 한다. 승산마을 앞에는 방어산이 있는데 부자들은 방어산 자락에 걸린 새벽별을 보면서 하루 일을 시작했다고 한다. 그래서인가. 삼성,효성은 말할것도 없고, LG·GS의 전신인 금성 등 이름엔 모두 별이 들어 있다. 이 마을이 배출한 기업가들이 이룬 매출액은 연간 800조원에 이른다. 진주 기업가정신의 뿌리는 '실천 유학'을 강조한 남명 조식의 '경의 사상'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한다. 식민지 시대와 군사독재를 거치는 동안 한국의 재벌은 정경유착의 길을 택하면서 급성장했고, 그 과정에서 국민들의 희생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컸다. 하지만 불굴의 기업가 정신을 토대로 무에서 유를 창조한 이들의 성취는 결코 가벼이 여길 수 없다. 지역간 극한 경쟁시대를 맞아 커보이는 남의 떡을 부러워만 할 때가 아니다. 급성장을 거듭하던 산업화 당시와 달리 지금은 일거에 도약하는게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또 한편으론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기술력 하나로 수년만에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는 경우도 왕왕 있다. 지역에서 창업한 기업이 성공할 수 있도록 돕는 풍토를 갖추는 것은 제1의 조건이다.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어렵게 전북으로 유치한 기업들이 굴지의 업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그게 결국은 지역민들이 사는 첩경이다. 기업인에게 돌을 던지고 기업활동에 배타적인 지역에는 미래가 없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산조의 사전적 풀이는 ‘자유롭게 흩어져 있는 가락’이다. 음악적 특성으로는 담담하고 온화한 우조와 슬프고 처절한 계면조를 중심으로 다양한 조를 사용하면서 선율을 자유롭게 구사하는 기악 독주곡이다. 지금은 거문고 대금 해금 아쟁 피리 등 대부분의 악기가 각각의 특성을 살린 산조를 만들어 연주하고 있지만, 그 시작은 19세기 말 가야금 명인 김창조다. 가야금 산조는 느린 가락으로 시작해 빠른 가락으로 이어지는 형식적 틀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연주자에 따라 서로 다른 기교와 즉흥성을 살려 다양한 가락을 만들어냈다. 흥미로운 것은 산조가 경기도와 충청도 전라도에서 주로 연주됐다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전라도 지역에서 산조 연주가 활발했다. 전북에도 주목을 받아온 가야금 산조가 있다. ‘신관용류 산조’다. 신관용은 김제 출신이다. 아버지는 피리와 장구 명인이었고 어머니는 무속인이었다. 그는 열다섯 살에 가야금 명인 이영채를 만나 가야금을 배웠으나 스승의 가락만을 따르지 않고 자신만의 음악을 만들어 연주했다. ‘어제 탔던 가락과 오늘 타는 가락이 다를 정도’로 즉흥성이 강하고, 슬프고 처연한 색깔로 자신만의 세계를 담아낸 신관용류 산조가 만들어진 배경이다. 오늘날 우리 전통음악 연주 무대에서 활발히 연주되고 있는 가야금 산조는 여럿이다. 그중 국가나 지방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산조는 김죽파 강태홍 신관용 성금련 김윤덕 김병호류다. 주목하게 되는 사실이 있다. 전북제 신관용류 가야금 산조의 행방(?)이다. 특이하게도 신관용류는 전북이 아닌 경남 문화재다. 보유자는 남원 출신인 강순영 명인이다. 안숙선 명창의 이모이기도 한 강순영은 일찌감치 생활 터전을 진주로 옮겨 활동했다. 신관용류 산조가 경남 문화재로 지정된 이유다. 전북제 산조가 다른 곳에서라도 계승되고 있는 현실은 반가우면서도 안타깝다. 다행히 신관용류 산조를 주목하는 연주자들이 있다. 그 선두에 전주 출신 가야금 명인 김일륜이 있다. 지난 9월 16일 저녁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명인홀에서 열린 전주세계소리축제의 ‘산조의 밤’에서도 김일륜은 ‘신관용류 산조’를 연주했다. 관객들은 슬픔이 슬픔으로만 끝나지 않고 온갖 감정으로 이어지는 특별한 세계에 온전히 마음을 빼앗겼다. 그는 지난해 신관용류 산조를 음반으로 발매했다. 초등학교 시절 처음 이 산조를 만났다는 그가 1983년 신관용의 유음을 우연히 얻게 된 후 릴 테이프에 남은 가락을 스승 삼아 채보하고, 가슴으로 손으로 익히며 구현해 다시 음원으로 이어낸 결실이다. 돌아보니 정작 전북은 신관용류 산조의 자취가 희미하다. 닫혀있는 보존과 계승의 길을 열수는 없을까. 그 방법은 여러 갈래 있을 터다. / 김은정 선임기자
안호영 의원 통합 결단, 끝까지 최선을
전주의 정체성을 다시 생각해본다
입춘대길 건양다경(立春大吉 建陽多慶)
HAI 시대, 지역사회 감응에도 주목
리셋되는 행정, 중단의 비용
“위기의 파도 앞에서 우리는 같은 배를 탔다”
영화 ‘사람과 고기’를 보고
전주시, 고사 위기의 기령당 활성화하라
김 지사의 컷 오프설은 사실무근
지금, 우리에게 ‘호남’이란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