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26-02-03 11:34 (Tue)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chevron_right 오목대

전문성 있는 기업인

전북은 민주화 이후 지역이 크게 정체돼 왔다. 그 첫번째 원인은 정치적으로 경쟁이 치열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진보진영이 선출직을 거의 독식해온 탓이 크다. 너무 오래동안 그들만의 리그가 만들어지면서 유능한 인재들이 끼어들 공간이 없었다. 굽은 소나무 선산 지킨다는 말처럼 목소리 큰 진보쪽 사람들이 지역을 좌지우지 했다. 민주화에 대한 공로가 있어 선출직을 맡았지만 전문성 결여와 세상을 바라다보는 안목 즉 미래비젼이 약해 지역발전을 도모하지 못했다. 경쟁은 자유민주주의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이다. 특히 여·야 경쟁관계는 필수다. 하지만 전북은 이같은 시스템이 작동되지 않았다. 양날개로 날아가야 하는데 한쪽 날개 밖에 없다. 정상적인 사회라고 볼 수 없다. 진보와 보수세력이 건전하게 경쟁관계를 형성해야 하느데 이게 전혀 작동되지 않고 있다. 22대 총선에서 10석 전석을 민주당이 싹쓸이했다. 20년 만에 민주당이 백점 맞았다고 반기고 기뻐하는 분위기이지만 이게 지역발전을 위해 옳은 일이었는지를 생각해봐야 할 때다. 선거는 시대정신이 중요하다. 독재정권 때는 민주화가 시대정신이었지만 이번 총선 때는 윤석열 정권에 대한 중간평가로 검사독재정권을 종식시키기 위해 정권심판론이 먹혀들었다. 특히 코로나를 겪으면서 민생 문제가 도탄에 빠지자 더 정권심판론이 기세를 얻었다. 사실 전북은 민주당 안방이나 다름없을 정도로 강세지역이라서 민주당 경선이 끝나고 난 이후부터는 전혀 선거 열기를 느낄 수 없었다. 본선거가 하나의 통과의례로 요식행위에 지나지 않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비례대표 선거에서 조국혁신당이 45.53%로 제일 표를 많이 얻어 전국적으로 12석을 차지하는 개가를 올렸다. 2년 후에 있을 지방선거에서 후보를 내기로 공약했기 때문에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간에 선명성 경쟁이 더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지역에서 조국혁신당 후보로 나서려고 몸을 푸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여야 경쟁구도로 가는 게 바람직하지만 그래도 야야 간 경쟁이라도 하게 돼 다행이다. 대우그룹 전 김우중 회장이 말했듯이 세상은 넓고 할 일이 많다고 한 발언을 돼새겨야 할 때다. 너무 오래동안 민주당에 안주한 까닭에 절박함과 치열한 경쟁의식이 부족한 게 오늘의 전북인의 의식구조다. 그간 바깥세상이 얼마나 빠르게 변해가고 있는 줄 모르고 우물 안 개구리 같은 좁은 시야에 갇혀 살았는지를 깨달아야 한다. 전국적으로 지방소멸을 극복하려고 광역권으로 가고 있는 판에 인구 175만도 안 된 전북이 지역이기주의에 파묻혀 있으니 답답하고 한심하다. 2년 후에 있을 지방선거 때는 정치권에 머물러 있는 관료 출신보다는 기업 경영을 했던 인물을 단체장으로 선출해야 한다. 그 이유는 기업인들이 세상을 내다보는 안목이 더 깊고 정확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역에서부터 기업인을 우대하고 존경하는 풍토를 만들어야 한다. 이미 AI 등장으로 지식이 판치던 시대보다는 경험과 지혜를 존중하는 시대가 도래했기 때문이다. 기업인은 장사꾼과 달리 세상을 이롭게 하는 파수꾼이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 오피니언
  • 백성일
  • 2024.06.16 18:37

행정의 역할이라는 것

기업 유치에 대한 김관영 지사의 강한 의지와 열정은 그의 준비 과정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CEO 지사답게 가급적이면 직접 프리젠테이션을 하는데 사전에 실전을 방불케 하는 30여 차례 연습을 통해 완성도를 높여 간다고 한다. 정부 관계자와 기업 임원들이 해당 프로젝트 실무 책임자를 물으면 김 지사가 스스로 자신이라고 답할 정도로 임팩트를 준다는 것이다, 지난주 특강에서 김 지사가 밝힌 바이오 특화단지 유치와 관련한 뒷 얘기다. 이렇게 기업 유치를 통해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가며 미래 먹거리를 챙기는 추진 동력은 지역경제 활성화와 도민 삶의 질 개선에 있다. 이것이야말로 자치단체장의 무한 책무인 만큼 혁신 행정을 전제로 함은 물론이다. 지난달 혁신 행정 사례로 국민훈장을 받은 도로공사 직원의 번뜩이는 아이디어는 역대급 파급 효과를 낳았다. 이젠 우리에게도 익숙한 고속도로와 자동차도로 출구에 색깔이 다른 차량 유도선을 표시함으로써 운전자의 편리함을 극대화한 공로다. 2~3개 노선이 얽혀 있는 곳에선 출구 찾기가 쉽지 않아 가끔 난처한 경우를 겪을 때가 있다. 이런 점에 착안한 그의 투철한 직업 의식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현재 전국 고속도로에만 900여 곳 이상 표시된 것은 물론 주요 도로에도 차량 유도선이 하나 둘씩 늘고 있는 추세다. 이뿐 아니라 국민 신문고를 구축해 온라인을 통한 국민 소통의 혁신 네트워크를 만들어 내거나 ‘감성 충만’ 유튜브 채널을 통해 시민들과 소통해 충주를 전국 최고 고장으로 홍보한 공무원도 있었다. 가장 눈길을 끈 건 초고령화에 직면한 농촌 현실을 감안해 우편함을 손수 제작해 집집마다 설치해 줌으로써 도회지와의 소통을 원활히 해준 우체국 직원의 공복으로서 사명감이 진한 감동을 주기도 했다. 도내에서도 지역 소멸 위기에 처한 군청 담당자가 농공단지 기업 유치를 위해 휴일도 잊은 채 사장을 끈질기게 찾아가 결실을 맺기도 있다. 정부 혁신 워크숍과 매스컴에 소개된 이런 사례를 통해 공무원의 혁신 마인드 제고와 함께 변화를 두려워하는 공직사회 경각심을 일깨워 줬다. 최근 전주시와 남원시의 역동적 행정 움직임도 주목을 끌있다. 해묵은 지역 현안 전주 종합경기장과 대한방직 터 개발에 속도를 내며 가시적 추진 성과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기 때문이다. 남원 춘향제도 지난해 바가지요금 논란으로 오명을 남겨 깊은 우려를 자아냈다. 그런데 불과 1년 만에 가성비 좋은 음식을 통해 역대 최다 관광객을 끌어모으면서 화려하게 부활했다.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부스의 고질적 병폐를 도려낸 혁신 행정의 결과다. 도민 40% 이상이 기업 유치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민생 우선 과제로 꼽은 조사 결과는 그만큼 상황이 좋지 않다는 걸 반증한다. 그 해결책의 전제 조건으로 창조적 파괴의 행정 역할도 포함됐다. 김영곤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영곤
  • 2024.06.13 17:31

홍준표가 쏘아올린 박정희

경남 창녕군 출신으로 지명도가 있는 이는 홍준표 대구시장, 박영선 전 장관, 박원순 전 서울시장 등을 꼽을 수 있는데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이들의 고향이 창녕인 것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주로 수도권에서 활동을 많이했고, 고향색을 크게 드러내지 않기 때문인듯 하다. 그런데 홍준표 대구시장은 고향이 창녕일뿐 고교 졸업때까지 학창시절을 대구에서 보냈고, 이후 대구에서 국회의원도 역임했기에 경남지사 출신이지만 대구시장을 하는데 거부감이 거의 없다시피 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요즘 박정희 전 대통령 기념사업을 정면으로 들고나와 논란의 중심에 섰다. 홍 시장은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 건립에 대한 지역 내 일부 반대 여론에 아랑곳없이 “대구는 제2의 산업화 시대를 열어가야 하며 과거의 자랑스러운 역사 재조명도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개인적으로 유신 반대 운동으로 중앙정보부에 끌려가 곤욕을 치른 적이 있지만 박 전 대통령이 5000년 가난을 털어내고 선진국으로 가는 길목을 마련했는데 그 정신만은 참으로 존경한다”고 소신을 피력했다. 광주에 가보면 상징인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한 기념사업이 참으로 많다는 점도 덧붙였다. 홍 시장이 불을 지펴서인가. 오는 2029년 개항 예정인 대구통합신공항(=TK신공항) 명칭을 ‘박정희국제공항’으로 정하자는 주장이 경북도의회 도정질문에서 나와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동대구역 광장 이름을 ‘박정희광장’으로 바꾸는 작업을 진행 중인 대구에 이어 경북에서도 박정희 전 대통령 기념사업을 추진하자는 거다. 경북도의회 허복 의원은 지난 11일 제347회 경북도의회 정례회 제2차 본회의 도정질문에서 “1970년 새마을운동을 통해 5000년 가난을 물리치고 조국을 근대화로 이끈 박정희 전 대통령 업적이 이념논리에 밀려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며 박정희국제공항 필요성을 제기했다. 프랑스 샤를 드골 국제공항, 미국 존 에프 케네디 국제공항, 몽골 칭기즈칸 국제공항, 튀르키예 아타튀르크 국제공항 처럼 지도자 이름을 따서 국제공항 이름을 짓자는 거다. 이에 대해 이철우 경북지사는 “신공항은 준공을 앞두고 명칭을 정하는데 그때 박정희국제공항이라는 이름을 지으면 된다. 국민적 공감대가 있을 것”이라고 화답했다. 한편에선 대구지역 57개 단체가 최근 ‘박정희우상화사업반대 범시민운동본부’를 결성하는 등 강력한 반대 움직임을 예고했다. 우리 주변에 보면 강감찬, 세종대왕, 이순신 등의 이름을 딴 함정이나 지명은 많은데 근현대사와 관련된 이들은 아예 배제되고 있다. 평생을 독립운동에 몸바친 백범 김구나 대한민국에서 유일하게 노벨상을 수상했던 김대중의 이름을 따서 공항을 만들자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박정희는 평소 “내 무덤에 침을 뱉어라”하면서 공과 과는 후세의 사가들이 평가할 것이라고 했다. 그의 사후 숱한 이들이 무덤에 침을 뱉었고 많은 시간이 흘렀다. 박정희 동상과 공항을 둘러싼 논란을 지켜보면 아직 우리사회는 근현대사에 대한 평가와 정리가 여전히 진행중인듯 하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위병기
  • 2024.06.12 14:50

전쟁범죄자 깃발 '욱일기'

전쟁범죄자를 뜻하는 ‘전범’과 깃발을 뜻하는 ‘기’를 합친 ‘전범기’.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전범국들이 사용했던 깃발 이름이다. 독일 나치당의 당기였던 하켄크로이츠, 일본 군대가 사용한 군기인 욱일기, 이탈리아 파시즘 정권의 파시즈가 모두 전범기다. 태생의 배경이 그러하니 전범 국가의 침략으로 피해를 입었던 국가들은 이들 전범기 사용을 금기시한다. 직접적인 피해를 입지 않았더라도 국제적 분쟁을 일으킬 우려가 있는 전범기 사용에 반발하고 비판하는 국가도 적지 않다. 이들 전범기는 뜻밖에도 오랜 연원을 갖고 있다. 특히 ‘갈고리 십자가’를 뜻하는 독일 하켄크로이츠는 메소포타미아와 그리스 고대문명에서 문양이 발견되고 있을 정도로 연원이 깊다. 하켄크로이츠는 1920년 나치스가 창당할 때 문양을 정당의 상징으로 사용하면서 독일 나치즘의 상징이 됐다. 히틀러 시대에는 국기로 사용하기도 했으나 1945년 독일 패전과 함께 나치스가 해체되자 독일 정부는 아예 하켄크로이츠 사용을 법으로 금지해 버렸다. 일본의 욱일기는 다르다. 욱일기는 1870년 육군 군기로 사용하기 시작해 2차 세계대전 때는 공식 군기가 되었으나 1945년 패전으로 육해군이 해체되자 사용을 중단했다. 그러다 1954년 육상자위대와 해상자위대를 창설하면서 다시 들여와 공식 군기로 만들었다. 지금은 극우파들의 시위, 스포츠 경기 응원 등에도 욱일기 사용이 활발하다. 일본의 군국주의 사랑(?)은 다양한 통로로 표출된다. 2004년, 영국 에든버러 축제 개막공연에 초청된 일본 도쿄오페라단의 <나비부인> 무대도 그중 하나. 당시 무대 배경은 시작부터 끝까지 일본 국기를 그대로 옮긴 커다란 붉은 원이었다. 놀랍게도 우리나라에서도 욱일기 등장이 낯설지 않다. 보수단체 시위 현장에서 펄럭이는 욱일기가 대표적인 예다. 욱일기가 다시 등장했다. 지난 현충일, 부산의 한 아파트다. 국가를 지키기 위해 목숨 바친 분들을 기억하고 추모하는 날, 아파트 창에 태극기가 아닌 욱일기가 걸린 사진은 언론과 SNS 등을 통해 확산하면서 국민의 공분을 샀다. 논란이 거세어지자 해당 주민은 사과문을 올렸지만 비판 여론은 여전하다. 4년 전에는 모로코의 카사블랑카 거리에 세워진 현대자동차 광고판이 논란이 됐다. 현대자동차 사진 뒤로 욱일기를 연상케 하는 광고판 배경 때문이었다. 광고를 제작한 현지 업체는 욱일기와는 무관하게 햇살이 사방으로 퍼지는 형상을 디자인한 것일 뿐이라고 밝혔지만, 우리 국민의 거센 비판을 받은 광고판은 결국 철거됐다. 식민지를 경험한 우리에게 욱일기는 군국주의의 망령일 뿐이다. 불쑥불쑥 찾아오는 그 존재가 거역스러운 이유다./김은정 선임기자

  • 오피니언
  • 김은정
  • 2024.06.11 16:17

공포의 전학생⋯학교의 ‘폭탄 돌리기’

어느 날 담임 선생님과 함께 쭈뼛쭈뼛 들어온 전학생은 아이들에게 호기심의 대상이었다. 스스럼없이 다가가 금세 친해지곤 했다. 아이들이 느꼈을 이별과 만남의 어색한 감정을 풀어낸 이야기, 전학을 소재로 한 창작동화가 많았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전학생에 대한 이미지가 크게 달라지고 있다. ‘감당 못할 전학생’이 늘고 있어서다. 물론 가족의 이사로 학교를 옮겨온 평범한 전학생도 있지만, 큰 문제를 일으켜 강제전학을 당한 이른바 ‘문제 학생’, ‘위기 학생’이 늘어난다. 이제 교실에 낯선 전학생이 들어오면 날카로운 경계의 시선부터 보내야 할 판이다. 이른바 ‘문제 학생’에게 내려지는 교육기관의 징계 중 사실상 가장 수위가 높은 처분은 전학이다.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제17조)에서는 가해 학생에 대한 조치를 1호 ‘서면사과’부터 9호 ‘퇴학’까지 단계별로 규정해 놓았다. 하지만 법률은 ‘퇴학 처분은 의무교육 과정(초·중학교)에 있는 학생에 대하여는 적용하지 않는다’는 단서를 붙였다. 이로 인해 매우 심각한 학교폭력이나 교권침해에 연루된 학생에게는 해당 법률 조항 8호에 규정된 강제전학 조치가 내려진다. 학교의 ‘폭탄 돌리기’다. 물론 학생을 폭탄에 빗대는 것은 부적절하다. 하지만 금방 터질것 같은 ‘위기학생’의 폭주가 교육현장에서 이어지고 있다. 입에 담기 조차 민망할 정도다. 최근에도 전주 모 초등학교에서 이런 일이 생겼다. 이 학교 3학년 학생이 무단 조퇴를 제지하는 교감에게 욕설을 퍼부으며 뺨을 때리고 침을 뱉는 충격적인 일이 일어났다. 해당 학생은 결국 학교를 무단 이탈했고, 이후 학교에 온 학생의 어머니는 담임교사를 폭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가 막힐 노릇이다. 이번 일로 교원단체에서는 다시 교권보호 대책을 강조하고 있다. 교권침해 논란 이전에도 학부모들의 민원이 속출했다고 하니, 같은 반 학생들은 학습권을 침해받고 정서적 학대에 시달렸을 것이다. 이런 위기 학생은 다른 학생과 교사들에게 기피를 넘어 공포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최고 수위의 징계인 강제전학으로 문제가 해결될까? 당장 눈앞의 불 끄기에 급급한 미봉책이다. 이번에 논란이 된 학생도 이미 비슷한 문제로 수차례 학교를 옮겨 다니다가 지난달 이 학교에 전학 왔다고 한다. 다시 일탈행동을 할 게 뻔한 위기 학생에 대한 적극적인 분리·치유 대책이 없었던 것이다. 학교에서 심각한 문제를 일으킨 학생에 대해 현재 취하고 있는 궁극의 조치는 피해자와 격리해 다른 학교로 보내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학생의 전학을 받아야 하는 학교에서는 이후 똑같은 문제로 피해가 발생해도 괜찮다는 것일까? 그때 가서 또 전학을 보내면 되는 것일까? 세심한 진단을 통해 해당 학생을 일정 기간 분리, 치유할 수 있는 체계적인 시스템이 필요하다. 기존의 제도와 시스템에 허점이 없는지 제대로 살펴야 한다. / 김종표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종표
  • 2024.06.10 14:10

지선때 눈여겨 봐야 할 조국혁신당

22대 총선을 앞두고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후보 비례대표는 조국혁신당 후보)라는 구호가 널리 회자되었다. 그 결과 전북에서 20년만에 민주당이 지역구 10석 전석을 싹쓸이했고 조국혁신당은 남원이 고향인 강경숙 원광대 교수가 비례대표 11번으로 당선됐다. 이같은 결과는 어느정도 예상했지만 막상 이같은 결과가 나오자 도민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왜 이같은 결과가 도출되었을까. 윤석열 정권 심판론이 먹혀들었기 때문이다. 전북은 민주당 공천만 받으면 지역구 당선은 따 논 당상이나 다름없어 완전히 파란색으로 도배질했다. 국힘에서 전주을에 정운천 후보를 공천했지만 강한 지역정서의 벽을 넘지 못하고 주저앉았다. 그간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원을 역임하면서 전북특자도를 만드는 등 지역발전에 공로가 많아 기대를 갖게 했지만 실패로 끝났다. 일각에서 전북 발전을 위해 정 후보 한 명이라도 당선시켜줘야 하는 동정 여론도 있었지만 무위로 끝났다. 이번 총선을 통해 2년 후 지방선거를 가늠할 수 있을 것 같다. 지사·교육감·시장·군수·도의원·시군의원을 뽑는 지방선거도 큰 변화 없이 도긴개긴으로 끝날 전망이다. 하지만 비례대표 의원 12명이 있는 조국혁신당이 지방선거에서 후보를 공천하면 상황은 달라질 것이다. 이번 총선 때 약속한 것처럼 신속하게 국민의 가려움을 긁어주면 조국혁신당의 지지율은 계속 상승하면서 국민의 이목을 집중시킬 것이다. 도민들은 타는 목마름에 지쳐 있다. 그간 총선 때마다 민주당 후보를 당선시켜줬지만 중앙정치 무대에서 존재감을 곧장 드러내지 못해 전북 몫을 찾아오지 못했다고 불만이 높다. 이런 식상한 상황이 지속되다 보니까 새로운 변화를 바라는 도민들이 비례대표는 조국혁신당 후보를 1순위로 지지, 득표율 45.53%를 기록했던 것. 상당수 도민들은 이재명이 이끄는 민주당에 식상함을 느껴 조국혁신당이 강력하게 치고 나서면 경쟁상대가 될 것으로 본다. 특히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실정으로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는데 민주당 지지율도 정체돼 있어 경제난에 지쳐 있는 서민들이 민주당 지지를 철회하고 있다. 민주당 안방인 전북에서 똘똘한 인물들이 다음 지방선거에 조국혁신당 후보로 대거 출마하면 가능성이 높다는 사람들이 있다. 그간 오래동안 민주당에 안주하다 보니까 타성에 젖어갈수록 실망하는 빛이 역력하다. 사실 전북에서 경쟁 없이 민주당 일당독주 체제가 지속되다 보니까 유권자들이 식상함을 느낀지 오래다. 이런 상황에서 조국혁신당이 윤석열 검사독재를 조기에 종식시키겠다고 순발력 있게 대응하자 상당수 도민들이 비례대표 선거에서 조국혁신당을 1등으로 만들었다. 지금 민주당이 이재명 대표를 대통령 만드는 데만 전념, 민생 처리에 소홀하다는 여론과 이재명 사법 리스크 때문에 지지율이 오르지 않고 있다. 이에 반해 조국혁신당이 공약을 제대로 이행해 국민들한테 신뢰를 얻으면 다음 지방선거에서 새로운 강자로 떠오를 것이다. 조국혁신당 때문에 모처럼 만에 전북에서 경쟁의 정치가 열릴 수 있을 것 같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 오피니언
  • 백성일
  • 2024.06.09 16:45

국회의원 기대치의 불길한 예감

전북 국회의원의 고질병인 상임위 중복 문제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4월 총선 직후 도민들과 약속한 '겹치기 해소' 기조가 갑자기 뒤집힘에 따라 도민들 시선이 곱지 않다. 22대 국회 전반기 상임위 배정에서 농해수위에 의원 4명이 무더기로 1지망 신청을 했다고 한다. 지역구 의원은 10명이 고작인데 상임위는 17개로 전략적 배치가 절실한 상황에서 이 같은 쏠림은 자칫 정치력 약화를 불러올 수 있다. 당선자 시절 이들은 전북 발전의 큰 그림에서 현안 해결에 걸림돌이 된 상임위 중복을 피하기로 천명해왔다. 그런데 채 두 달도 안돼 언제 그랬느냐 식으로 약속을 깨고 정치적 속셈을 드러낸 셈이다. 주민에 의해 선택된 지역의 대표자로서 이중적 행태를 선보임으로써 초심을 잃은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상임위 중복은 의원 이기주의와 맞닿아 있다. 자기 정치 기반과 지역구 문제에 집착한다는 비판에 시달려왔다. 그들도 이 점을 의식해 현안 해결에 포커스를 맞추기로 공감대를 가졌다. 의원 수가 절대 부족한 상황에서 서로 겹치지 않으면서 정치력 누수를 막자는 의미다. 상임위 연결고리를 한개라도 추가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 하자는 것. 3선 이상 의원들은 법안 처리 열쇠를 쥐는 상임위원장을 노리되, 재선 3명은 전북 위원장과 겹치지 않는 상임위 간사에 주력키로 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3명 중 이원택 의원만 농해수위 간사로 정해졌다. 전북도당위원장인 한병도 의원이 전북특별자치도 후속 법안을 뒷받침하기 위해 행안위원장을 희망한 건 전략적 판단과 맞아떨어진다. 최근 일련의 움직임을 보면 총선 직후 일사불란한 모습과는 약간의 온도 차를 느낀다. 지역 정치권의 주도권을 둘러싼 신구 힘겨루기 양상을 띠고 있다. 사실 22대 국회의원 면모는 한병도 김윤덕 안호영 의원 등 기존 중심축이 여전한 가운데 공석이나 다름없던 이상직 이용호 의원 자리에 이성윤 박희승 의원이 들어왔다. 여기에다 재선 김성주, 초선 김수홍 의원을 꺾고 합류한 5선 정동영, 4선 이춘석 의원이 중량감을 한층 더해줬다. 파워 게임이 불가피할 거란 관측이 제기된 배경이다. 22대 국회의 방향성은 21대 실패에서 찾을 수 있다. 원팀 정신을 강조하며 지역 현안 해결사를 자처한 건 공통점이다. 관심을 끄는 건 도지사 선거를 둘러싸고 이해 충돌 양상이 빚어지면서 각자 도생의 길을 선택했다는 점이다. 지난 2022년 도지사 선거 논란을 기폭제로 해서 균열 조짐을 보이던 21대 국회의원 갈등이 노골화되면서 ‘원팀’ 은 무색해졌다. 김관영 도정 출범 뒤에도 이런 기류가 계속되더니 급기야 잼버리 사태를 계기로 무기력한 의정 활동이 부각되면서 최약체 평가를 받았다. 2년 뒤 도지사 선거의 데자뷔 가능성에 주목하는 이유다. 상임위 배정에서 드러났듯이 의원들 속내가 다르기 때문이다. 김영곤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영곤
  • 2024.06.06 16:59

백제유적의 '탁월한' 가치

백제는 고대 동아시아권에서 가장 빛나는 문화적 역량을 발휘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그 역사는 길지 않았다. 기원전 18년에 건국해 660년에 패망했으니 700년이 채 안 되는 짧은 역사다. 이후에는 존재조차 미미해져 고대 삼국에 대한 역사적 평가에서도 주목받지 못했다. 백제에 관심이 높아지기 시작한 것은 1971년 무령왕릉이 발굴되면서다. 그 뒤 서서히 역사의 전면에서 부활(?)하기 시작했다. 백제는 두 번이나 수도를 옮기는 천도를 했지만, 강과 바다를 안고 있는 지리적 여건으로 수운 해운 교통이 발달해 개방성이 강했다. 덕분에 선진문화를 받아들여 자기화하고 그것을 더 발전시켜 주변국에 다시 전달하는 교류 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고대 동아시아 공유문화권 형성에도 핵심 역할을 할 수 있었던 바탕이다. 2015년 7월, 공주 부여 익산을 잇는 8개의 백제역사유적지구가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충남과 공주가 무령왕릉으로 세계문화유산 등재 추진에 나섰던 것이 1990년대 중반이니 20년 만에 얻게 된 결실이다. 주목하게 되는 것이 있다. 등재된 세계문화유산이 공주 부여 익산의 백제역사유적을 함께 묶은 지구 단위라는 점이다. 당초 백제유적을 안고 있는 공주와 부여, 익산은 각각 따로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했다. 그러니 모든 인류가 공동으로 보존하고 관리해야 할 ‘탁월한 보편적 가치(Outstanding Universal Value·OUV)’와 진정성, 완전성을 동시에 갖춰야 하는 등재 조건을 충족시키기 쉬웠을 리 없다. 2011년 3개 기초단체와 광역단체 전북과 충남이 <공주부여익산 백제역사유적지구 세계유산 등재 추진단>을 발족해 협업으로 등재 추진에 나선 배경이다. 당시 추진단은 ‘인간 가치의 중요한 교류’와 ‘문화전통 또는 문명의 독보적이거나 특출한 증거’를 내세웠다. 이 과정에서 3탑 3금당이라는 특별한 구조를 가진 익산 미륵사와 진정성을 증명할 수 있는 왕궁리 유적의 역할은 컸다. 들여다보면 백제역사유적은 복원과 상상으로 지켜질 수 있는 가치, 보이지 않는 것의 가치를 알려준다. 익산의 유적들이 특히 그렇다. 구체적 유적이 부족하다고 해서 실체가 규명되지 않은 섣부른 복원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세계문화유산이 된 백제역사유적은 다양한 통로로 부상하고 있다. 그러나 세계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를 어떻게 살려 나갈 것인지, 지역마다 특성을 살리면서도 세계문화유산 도시를 어떻게 조성해나갈지 과제는 여전히 무겁다. 익산시와 익산문화재단이 만든 역사유적 관광상품이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는 소식이다. 백제유적의 탁월한 가치가 확산될 수 있는 모처럼의 기회가 반갑다./김은정 선임기자

  • 오피니언
  • 김은정
  • 2024.06.04 14:04

길거리 쓰레기통의 부활

쓰레기 배출량이 갈수록 늘고 있다. 쓸모없게 되어 내다 버린 잡동사니가 산처럼 쌓인다. 쓰레기는 하찮고 쓸모없는 물건이나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이기도 하다. 이것을 담는 용기인 쓰레기통도 똑같은 취급을 받았다. 그런데 정작 없으니 아쉽다. 손에 든 쓰레기를 당장 버려야 하는데 길거리에서는 좀처럼 찾아볼 수 없다. 내년이면 꼭 30년이 된다. 도심 거리에서 흔하게 볼 수 있었던 쓰레기통은 지난 1995년 ‘쓰레기 종량제’ 전면 시행 이후 사라지기 시작했다. 쓰레기 불법투기 억제와 악취 방지, 도시 미관 등을 위해서다. 일부 시민들이 가정이나 가게에서 나오는 쓰레기까지 길거리 쓰레기통에 아무렇게나 버려 문제가 되면서 공공 쓰레기통은 빠르게 사라졌다. 그런데 정작 쓰레기통이 없어지면서 거리가 지저분해졌다. 길거리 무단투기가 늘어 환경미화원들이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코로나 시국때는 시내버스 내 음료 반입이 금지되면서 버스 승강장 주변에 버려진 음료 용기가 쌓이기도 했다. 그리고 지금도 곳곳에 아무렇게나 버려진 쓰레기가 도시 미관을 해치고 있다. ‘쓰레기 버릴 곳이 없다’며 불편을 호소하는 시민이 늘어나고, 버스 승강장과 번화가 골목에는 누가 가져다 놓았는지 모를 쓰레기 수거용 ‘빈 깡통’이 보이기도 한다. 몇 년 전부터 전국 각지에서 길거리 쓰레기통이 속속 부활하고 있다. 도심 거리에 다시 쓰레기통을 설치하는 지자체가 늘고 있다. 모양과 색상이 확 달라졌다. 화려하게 변신했다. 시민 아이디어를 반영한 참신한 디자인으로 지역주민과 관광객들의 눈길을 끌기도 한다. 그 지역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모양의 아이디어 쓰레기통이 시민들의 호응 속에 확대 설치된다면 도시의 새로운 아이콘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전북지역에서는 여전히 길거리 쓰레기통을 찾아보기 어렵다. 전주 한옥마을을 비롯한 유명 관광지나 일부 공원을 제외하면 쓰레기를 버릴 곳이 아예 없다. 전북지역 대다수의 시·군에서는 길거리 쓰레기통 확대 설치 방안을 검토조차 하지 않고 있다. 물론 거리 곳곳에 공공 쓰레기통을 설치하면 종량제의 취지인 생활쓰레기 배출량 감소 효과가 줄어들 수 있고, 집 안에서 발생한 쓰레기까지 일반 봉투에 담아 길거리 쓰레기통에 몰래 버리는 얌체족도 나타날 것이다. 쓰레기통 주변에 분리되지 않고 마구잡이로 쌓이는 오물과 악취로 오히려 도시미관과 거리 환경을 해칠 수도 있다. 또 이를 관리해야 하는 지자체의 부담도 클 것이다. 그렇다고 손사래부터 칠 일이 아니다. 시민들의 의견을 폭넓게 들어야 한다. 먼저 쓰레기 무단투기가 빈번한 거리를 정해 시범사업을 실시하고, 그 효과를 분석해 확대 시행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 지역의 특색을 반영한 독특한 디자인을 도입한다면 새로운 도시경관을 만들고, 거리환경 개선에 대한 관심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우려도 있겠지만 믿어야 한다. 시민의식을. / 김종표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종표
  • 2024.06.03 15:34

전북은 몇시인가

전북은 몇시인가. 지역에 돈 될만 한 것이 없어 외지인들도 별반 찾지 않는다. 전주 한옥마을도 지금도 스쳐지나가는 경유 관광지밖에 안 된다. 연간 1500만 명이 전주 한옥마을을 찾지만 택시운전사, 콩나물국밥집, 비빔밥집, 막걸릿집, 일부 숙박업소에서나 이삭줍기할 정도이며 관광객들이 돈을 쓰고 가질 않아 윗목 아랫목 구분 없이 전체적으로 온기를 못 느낀다. 도청 소재지인 전주 중심상가가 오래전부터 텅텅 비어 있다. 여수는 엑스포를 치른 이후 관광객이 연중 넘쳐나면서 활기를 띠어 빈 상가가 없을 정도다. 지금 도민들이 바깥세상이 어떻게 빠르게 변하는지를 잘 모르고 있는 것 같다. 너무 오랫동안 지금 같은 삶에 익숙한 탓인지 변화에 모두가 둔감해 그저 그렇게 살아간다. 인구나 경제력 면에서 우리 뒤에 있던 강원과 충북이 우리를 휠씬 앞질렀다. 강원도는 평창 동계올림픽을 개최하면서 KTX가 강릉 동해 앞바다까지 연결돼 서울시민들의 앞마당이 돼버렸다.대기업들의 이해관계가 얽혀 골프장이나 관광·레저 쪽으로 투자를 계속해 지역발전이 가속화되고 있다. 충북은 오송을 바이어산업단지로 특화해 산학연체계를 구축한 바람에 예전의 충북이 아니다. 바이오 후발주자인 전북이 최근에는 충북한테 한수 배우러 다닌다. 왜 충북도민들이 오송역을 KTX 분기역으로 하려고 사투를 벌였는지를 이제야 알 것 같다. 충북은 청주·청원을 통합하고 청주공항이 들어서면서 중부권 물류허브로 급속하게 발전해가고 있다. 수도권 물류가 넘쳐나면서 그 모든 물류를 청주공항에서 처리해 청년 일자리가 계속 늘어간다. 부·울·경 메가시티 건설이나 최근 들어 정치·경제적인 이해가 맞아떨어진 대구·경북의 통합론이 뜨겁게 달궈지고 있다. 광역단체 간에 통합을 이루려고 양 단체장 간에 의기투합이 이뤄지고 있는 반면 전북은 새만금 행정구역을 놓고 3개 시·군이 피 튀기는 싸움을 하고 전주·완주 통합을 놓고 완주 정치권에서 비토하는 바람에 통합 자체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간 전북은 국책사업인 새만금사업에 너무 매몰된 게 패착이었다. 새만금사업 하나에만 올인한 것이 잘못이었다. 지역 간 균형발전을 도모하지 않은 탓이 컸다. 이제 와서 이 모든 것을 함께 다 추진하려다 보니까 힘이 부친다. 성과주의를 내세운 김관영 지사도 도민들에게 뭔가를 보여주려고 혼자 뛰다 보니까 맘만 급하지 뜻대로 잘 안된다. 그도 그럴 것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 하마스 간 전쟁으로 국제 원자재값이나 원유값 그리고 곡물값이 뛰어올라 기업들의 자금 사정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난해 새만금에 10조 원 이상 투자 유치했다고 자랑했던 이차전지사업도 미국이 IRA감축법에 따라 중국 자본 비율이 25% 이상인 기업은 전기차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키로 해 한·중 합작기업들이 투자계획을 미루거나 포기하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22대 국회의원에 기대가 컸는데 10명 중 4명이 농해수위를 중복 신청해 희망이 절벽으로 바꿔지고 있다. 왜 전북의원들은 21대처럼 이 모양 이 꼴인가 모르겠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 오피니언
  • 백성일
  • 2024.06.02 17:37

'말 바꾸기' 의 역설

10년 전 술자리에서 뺨을 맞았다는 한 교수의 발언을 둘러싼 진실 공방이 갈수록 혼돈의 연속이다. 2022년 당시 교육감 선거를 뒤흔들어 놓았던 이 발언이 법정에서도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상황까지 이르게 된 것은 전적으로 그의 말 바꾸기 탓이다. 공개 석상에서 본인이 한 발언을 스스로 뒤집기 함에 따라 자신의 신뢰성을 떨어뜨린 셈이다. 이솝 우화 ‘양치기 소년’ 과 비슷한 양상이다. 거짓말을 반복하다 진짜로 “늑대가 나타났다” 는 소년의 말을 사람들이 믿지 않은 것과 같은 이치다. 개인의 도덕성 문제로 치부하기엔 사회적 이슈를 불러온 만큼 기류가 강경한 편이다. 이 사건 당사자 임에도 그가 공인으로서 보여준 모습은 무책임한 말 바꾸기가 고작이다. 얼마 전 진행된 2심 재판에서 그는 1심 무죄 판결 때 발언을 또 뒤집었다. 이렇게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법정에서도 오락가락한 발언이 이어 지면서 그의 진술에 대한 신빙성 여부가 도마에 올랐다. 선거 과정뿐 아니라 경찰과 검찰 조사, 심지어 법정 진술까지 말 바꾸기를 되풀이하는 그의 태도에 시선이 곱지 않다. 진검승부를 가리는 결정적 순간에도 그의 말 한마디에 따라 선거판이 요동치고 후보들 희비가 엇갈렸음은 물론이다. 그에게 책임을 묻고자 하는 건 그의 말 바꾸기가 블랙홀 역할을 하며 모든 이슈를 빨아들여 교육감 선거 때 백년대계를 논의하는 토론 자체가 실종됐다는 점이다. 한때 그의 뜨뜻미지근한 태도에 대해 뒷말이 무성했다. 본의 아니게 오래전 자신과 관련된 일이 선거 국면에서 갑자기 화제가 되자 그가 곤란한 상황에 놓인 걸로 보인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가운데 처음에는 스탠스 취하기가 쉽지 않았던 모양이다. 실제 선거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친 두 후보가 공교롭게도 그와 학교 인연을 맺어 오랜 친분 관계를 유지했기 때문이다. 그렇더라도 그런 처지의 상황에서 당사자로서, 공인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회피할 순 없다. 그때 진실을 밝혔더라면 선거 끝난 지 2년이 다 된 지금까지 소모적 논쟁을 겪지 않아도 됐다. 하지만 말 바꾸기는 분명한 의도가 있기 마련이다. 그의 말 바꾸기로 인해 꼬인 실타래가 결국 부메랑이 되어 그를 옭아 매고 말았다. 여러 번 기회가 있었는데도 진실을 밝히기는커녕 되레 의혹만 부채질했다. 그는 선거 때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기자가 취재 요청을 해도 일절 응하지 않았다. 일파만파 사태가 번지면서 그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만 키우더니 결국은 위증죄로 구속되는 최악의 상황에서 재판 받는 신세가 됐다. 사소한 시비로 발생한 가십성 기사인데 그의 발언 뒤집기를 통해 뉴스밸류가 커진 것이다. 수 많은 논란 속 그가 공인으로 부적절한 처신을 통해 남긴 트라우마가 있다. 누구도 이젠 그의 발언을 귀담아 듣지 않는다는 것, 혹여 발언이 또 뒤집힐까 두려워서다. 김영곤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영곤
  • 2024.05.30 18:20

까마귀와 지방의회의 위상

요즘 까마귀가 사람을 공격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비상한 관심이 쏠린다. 번식기를 맞아 공격성이 강해져서 그런다는 건데 어쨋든 몸집이 작은 까마귀가 사람을 공격하는 일은 매우 이례적인 사례다. 살다살다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도 새한테 머리가 쪼이기도 한다고 하니 길을 걸을 때 이젠 앞만 잘 볼게 아니라 하늘도 잘 지켜봐야 할 모양이다. 전문가들은 까마귀 공격을 당할 경우, 맞상대해서 흥분시키지 말고 일단 피하는 게 상책이라고 조언한다. 문화권에 따라 흉조로, 또는 길조로 인식되곤 하는데 한가지 흥미로운 것은 까마귀는 까치, 앵무새와 함께 새 중에서 최상위권의 지능을 가지고 있다는 거다. 인간 다음으로 똑똑한 동물 중 하나다. 훈련받은 까마귀의 지능은 6~7세 아이 정도로, 돌고래나 침팬지급의 지능을 자랑하며, 도구 제작 능력과 문제해결 방면에서는 까마귀가 오히려 더 뛰어나다. 우리 속담에 반포지효(反哺之孝)가 있다. 까마귀 새끼가 자라서 늙은 어미에게 먹이를 물어다 주는 효라는 뜻인데 자식이 자라서 어버이의 은혜에 보답하는 지극한 효성을 의미한다. 그런가하면 오비이락(烏飛梨落)이라는 속담도 있다. 우연히 동시에 일이 생겨서 둘 사이에 무슨 관계라도 있는 것처럼 의심을 받을 수 있는 경우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오비이락을 말하다보니 문득 지방의원과 지방의회의 위상 문제가 떠오른다. 지방의회가 출범한지도 이젠 만 33년이 됐기에 의원들의 역량이나 의회의 위상은 초창기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단계에 올라서 있다. 하지만 아직 뭔가 부족해 보인다. 후반기 2년을 이끌어 갈 의장단, 상임위원장단 선거를 앞두고 아름답지 못한 이런저런 얘기가 귓전을 스치기 때문이다. 헛소문이길 바라지만 영 개운치가 않다. 약 10년전 국회의원을 했던 한 원로가 이런 말을 한적이 있다. “그래도 국회의원 정도 되면 장차관급 관료를 지냈거나 군 장성급, 명망있는 법조인, 기업체 간부 등이 많은데 원내총무만 하려고 동료 의원에게 지지를 부탁하려고 해도 몇백만원은 줘야되는 관행이 있더라” . 쉽게말해 돈이 그렇게 궁하지 않은 위치에 있음에도 동료의원에게 지지를 호소하려면 최소한의 인사는 건네야만 하는 현실이 정말 의아했다는 거다. 지금이야 이런 구태가 사라졌겠으나 아직도 일부 지방의회에서는 이런 관행이 있다고 한다. 몇년 전, 한 지방의원이 해외여행을 하면서 동료의원들에게 용돈을 좀 챙겨준게 문제가 돼 정치생명이 끝난 사례가 있었기에 지금은 당연히 이런 구태는 없어졌을거라 여겼는데, 아직도 일부 지방의회에서는 진행형이라는 말도 들린다. 국회의원 등 외부의 힘에 편승해 의장단이 되려는 생각도 떨쳐야 하지만, 또 한편으론 금전 몇푼으로 동료의원들의 환심을 사려는 구태가 재발돼선 안된다. 지방의회의 위상을 깎는 일이다. “까마귀 날자 배떨어진다”는 속담은 현실에서 일어나는 일이 아닌, 말 그대로 속담에 그쳐야 한다. 잘못하면 까마귀에 머리를 쪼일 수 있기 때문이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위병기
  • 2024.05.29 14:17

부커상과 한국작가들

소설가 한강이 <채식주의자>로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수상한 것은 2016년이다.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은 노벨문학상, 콩코드 문학상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히는 맨부커상의 한 부분이다. 1969년부터 제정되어 시행되어온 맨부커상과 함께 2005년 비연방국가의 영어 번역소설을 대상으로 새롭게 제정됐다. 맨부커상의 당초 이름은 부커상이다. 영국의 부커사가 북 트러스트의 후원을 받아 제정했는데 2002년부터 맨 그룹(Man group)이 후원하면서 맨부커상(The Man Booker Prize)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그러다 2019년 맨 그룹이 후원을 중단하자 맨부커상의 이름은 다시 부커상이 되었다. 당시 한강의 맨부커상 수상이 가져온 결과는 놀라웠다. 맨부커상을 수상한지 하루 만에 <채식주의자>는 자그마치 1만여 권이 팔려나갔다. 작품을 발표한 것이 2007년, 10년 동안 통틀어 2만 부가 팔렸던 것에 비하면 놀라운 기록이었다. 게다가 채식주의자의 열풍은 다른 소설에도 영향을 미쳐 전해의 같은 기간과 비교해 소설 분야 판매율이 주목할 만큼 높아졌었다. 해외에서도 물론 채식주의자 열풍이 이어졌다. 영국에서는 수상 당일에만 2만 부가 팔려나갔고, 27개국이 출판 계약을 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올해 부커상은 소설 <카이로스>를 쓴 독일 작가 예니 에르펜베크에게 돌아갔다. 황석영의 장편소설 <철도원 삼대>가 부커상 최종후보에 오르면서 수상에 큰 기대를 모았지만 아쉽게도 불발됐다. 그러나 부커상은 한국 작가들과 꽤 인연이 깊다. 부커 인터내셔널상은 2005년부터 운영됐지만 2015년까지 격년으로 운영되어 오다가 2016년부터 해마다 영어번역소설을 출간한 작가와 번역가가 공동으로 수상하는 형식으로 바뀌었다. 그 첫 수상자가 한강이었다. 2018년에도 한강은 소설 <흰>으로 최종후보에 올라 문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그 뒤로도 정보라의 SF·호러 소설집 <저주토끼>(2022년)와 천명관의 장편소설 <고래>(2023년)가 연이어 최종후보에 올랐다. 황석영은 2019년 장편소설 <해질 무렵>으로 부커상 1차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한강의 수상작 <채식주의자>를 제외하고도 3년 연이어 다섯 작품이 부커상 후보에 올랐으니 그 결실 또한 주목할만하다. 그래서 눈여겨보게 되는 것이 있다. 한국문학 작품이 세계적인 문학상 후보군에 오를 수 있는 배경이다. 작가들의 문학적 역량도 그렇지만 번역의 질이 주목받고 있는 이유다. 반갑게도 한국문학 번역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세계적인 문학상들이 한국 작가들을 주목하고 있는 것이 그 증거다. 번역의 힘을 키워 한국문학의 세계 진출이 더 활발해지기를 기대한다. /김은정 선임기자

  • 오피니언
  • 김은정
  • 2024.05.28 16:14

천연기념물의 역습, 수달 딜레마

귀한 몸이다. 세계적인 멸종위기종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천연기념물(제330호)이자 멸종위기 야생동물 1급으로 지정돼 보호받고 있다. ‘건강한 물환경의 지표종’으로 꼽히는 ‘수달’이다. 29일은 ‘세계 수달의 날(World Otter Day)’이다. 밀렵과 서식지 파괴 등으로 위기에 처한 수달을 보호하기 위해 국제수달생존기금이 제안해서 만들어진 기념일로 매년 ‘5월 마지막 주 수요일’로 정해졌다. 국내에서도 기념행사가 열린다. 이렇게 희귀종으로 대접받던 수달이 어느 때부터인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심지어 도심하천에서도 속속 목격됐다. 전주천과 삼천에도 나타났다. 지난 2008년 전주시가 ‘전주천에 천연기념물 수달이 산다’고 발표했고, 곧이어 언론사 카메라에 포착되면서 큰 관심을 모았다. 돌아온 수달은 쉬리와 함께 도심 생태하천으로 복원된 전주천·삼천의 상징이 돼 시민들의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곧바로 논란의 중심에 서야 했다. 삼천의 언더패스에서 로드킬 당한 수달의 사체가 연이어 발견되면서 환경단체가 언더패스 설치를 강력 반대하고 나섰다. 전주시가 병목현상으로 극심한 교통난을 겪는 서곡교 일대의 교통체증 해소 방안으로 언더패스 설치를 검토했지만 결국 무산되면서 애먼 수달에게 화살이 향하기도 했다. 또 지난해에는 익산 왕궁축산단지 내 저수지(주교제)에서도 수달이 포착됐다. 불과 수년 전까지만 해도 축산분뇨와 악취가 넘쳐나던 곳이다. 익산시에서는 생태복원사업의 성과라며, 이를 홍보했지만 시민들의 반응은 전주천 때와는 확연하게 달랐다. ‘포식자 수달의 개체수가 너무 급격하게 늘어난 것 아니냐’는 냉담한 반응도 나왔다. 확실히 이 야생동물의 서식지가 넓어졌다. 개체수도 늘었을 가능성이 높다. 국내 하천 생태계에서는 천적이 없는 이 포식자가 인간의 영역으로 들어와 신출귀몰하면서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연못이나 양식장에서 닥치는 대로 물고기를 물어가고, 횟집 수조를 털어가는 일도 빈번했다. 그래도 법으로 보호받는 천연기념물이라 어쩔 수 없다. 딜레마다. 그러면서 천연기념물 지정을 해제하고 개체수를 조절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도심 하천의 진객(珍客)에서 천덕꾸러기로 전락하게 생겼다. 환경부에서는 오는 2027년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 회의에서 수달의 멸종위기종 등급을 2급으로 하향하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한다. 생태계에서 한번 자취를 감춘 생물은 복원이 어렵다. 반달가슴곰과 산양·황새·여우 등 몇몇 생물을 대상으로 복원 프로그램이 진행됐거나 진행되고 있지만 그 성과를 장담할 수 없다. 주변에서 빈번하게 출몰하는 수달을 보면 멸종위기종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하지만 당장 개체수가 늘었다고 하더라도 성급한 판단은 위험하다. 서식환경이 안정될 때까지는 지속적으로 보호하면서 인간과의 공존 방안을 찾아야 한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누를 범해서는 안 된다. / 김종표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종표
  • 2024.05.27 13:01

권토중래 한 정동영

정동영만큼 냉온탕을 오가며 부침을 거듭한 정치인도 없다. 22대 총선 경선에서 김성주와 리턴매치를 치르면서 5선이란 자리에 올랐지만 지금 전북도가 안고 있는 문제들이 너무 산적해 이를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지 걱정스럽다. 정 당선자가 지난 4년간 낙선한 후 와신상담해서 권토중래한 케이스라서 더 중압감을 느끼게 한다. 그는 이번 민주당 경선 때 운발이 빳빳하고 좋았다. 지난해 새만금 잼버리 실패 후 도민들 사이에 21대 국회의원들 갖고는 전북 발전을 도모할 수가 없다는 여론이 파다하면서 올드보이였던 정동영을 다시 정치판으로 소환한 것. 그 전만 해도 출마 명분이 약해 고향 순창에서 집 지으면서 지인들과 그 문제를 놓고 결론을 못 내리고 있었는데 위기 상황이 그한테는 기회로 작용했던 것. 특히 김성주 의원이 송하진 전 지사를 컷오프 시키는데 직접 간여해서 낙마시켜 송 전 지사 캠프 사람들이 보복심리로 경선 때 자진해서 정 캠프 쪽을 열심히 도왔다. 여기에 김 의원 지역구 일부 시의원들이 국주영은 도의장의 전주시장 출마 기회를 만들어주려고 우범기 전주시장을 시정질의를 통해 난타질한 것도 정 의원 쪽에 도움이 되었다는 것. 현역인 김 의원이 도시의원 등 지방의원을 끝까지 한명의 이탈자 없이 장악, 유리한 국면을 만들었지만 민심이 돌아서버려 경선에서 패배했다. 너무 김 의원이 자만했고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한 탓이 결정적 패인이었다. 이재명 당대표가 정동영 당선인한테 의리를 저버리지 않고 우여곡절 끝에 경선판을 만들어준 것도 큰 행운이었다. 정 당선인이 대선 후보 시절 이재명 대표가 선거캠프 부대변인으로 참가, 선거운동을 해준 덕에 정 당선인이 이 대표 성남시장 출마를 적극 도와준 인연이 이번 선거판에 보은으로 작용했다. 인간지사 새옹지마 란 말이 실감나는 대목이다. 정 당선인은 선거운동 기간 지금은 윤석열 정권과 싸울 때 라고 지적하면서 전북을 살려내기 위해 본인이 팀장을 맡아 전북 발전을 이끌어내겠다고 다짐했다. 그 결과 지난 20일 전주 그랜드힐스턴호텔에서 전북 재도약을 위한 100인 원탁회의를 실질적으로 주도, 전주완주 통합 문제와 새만금특별시 문제를 화두로 끌어냈다. 정 당선인이 다시 등판하는 동안 중앙정치 무대에서 여야 간에 인적 변화가 많이 생겼기 때문에 예전 같은 정치력을 빨리 복원하는 게 관건이다. 다음으로 당 지도부한테 건의해서 10명의 전북 의원들을 중복되지 않고 골고루 배분해야 하는 문제가 생겼다. 본인부터가건교위를 희망하지만 4선 이춘석 당선인이 희망해 제일 나중에 전북 몫 찾기를 위해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정 당선인이 전북 의원을 원팀으로 만들어서 그간 실추된 존재감을 찾겠다고 의욕을 과시하지만 당내 역학구조상 이재명 대표와의 관계 정립을 통해 본인 위상을 찾아야 가능할 수 있다. 다음으로 박찬대 당 원내대표와 최고위원들이 5선인 정 당선인의 무게감을 제대로 인정해주느냐 여부다. 이 모든 게 정 당선인이 풀고 나가야 할 숙제라서 그의 일거수일투족이 주목된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 오피니언
  • 백성일
  • 2024.05.26 17:51

소신 투표와 당심 투표

국회의장 선출을 둘러싼 민주당의 대이변 속에 다음 달로 예정된 도의장 선거에도 이 같은 변화를 기대했으나 실망 그 자체다. 친명 지원사격에 힘입어 사실상 ‘추미애 의장’ 통과의례로 여겨졌던 민주당 국회의장 경선에서 우원식 의원이 당선되는 반전이 일어났다. 불의의 일격을 당한 친명 개딸들은 극도의 분노를 표출, 당 안팎 후폭풍이 가라앉지 않은 상태다. 이런 상황의 태풍 영향권에서 비껴갈 수 없는 도의회이기에 혹시라도 선거전의 기류 변화를 주목했는데 일부 국회의원 당선자들의 이중성만 확인하는 꼴이 됐다. 그들은 자신의 대외적 위상을 감안해 국회의장 선거는 소신 투표를 한 반면 도의장 선거는 지역위원장으로서 기득권에 급급한 나머지 당심 투표를 강요하는 이율배반적 행태를 보였다. 도의장 선거를 앞두고 전북 정치권 움직임은 정중동(靜中動) 양상이다. 7월 1일 출범하는 후반기 일정에 맞춰 집행부 선출을 겨냥해 3∼4명의 입지자 경쟁이 물밑에서 치열하다. 벌써 선거에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국회의원 당선자, 이른바 지역위원장들이 깊숙이 개입한 정황이 포착되고 있다. 그들은 친위그룹 확대를 포석으로 특정 후보 밀어주기를 노골화 하고 있다. 이것은 계파색을 뛰어넘어 오로지 국회 위상을 고려해 당심을 거부한 국회의장 경선 때와는 딴판이다. 자칫 당내 갈등으로 비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기득권 강화의 집착은 시대 흐름에도 역행하는 처사다. 입지자 입장에서도 정치적 역학관계를 고려하면 지역위원장 만한 우군도 없다. 문제는 자기 지역구 의원이 출마하지 않는 위원장과의 전략적 '딜' 을 통해 자충수를 두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12명의 도의원이 몰려 있는 전주는 사전 교감을 통해 지역구끼리 교통정리로 충돌을 피하기도 한다. 실제 예약을 통해 자리를 보장해 줌으로써 원만한 관계는 물론 권력 카르텔을 계속 유지한다. 그들 스스로 선거 취지를 무색케 해 위상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다. 아무래도 후보자 자질 보다는 이해관계로 엮여진 정치적 목적에 좌우되는 모양새댜. 전체 의원 3분의 1을 차지하는 만큼 전주 지역의 표심은 집행부 선출의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한다. 국회의장 경선의 대이변은 정치권에 신선한 충격을 던져 주었다. 친명 색채가 더욱 강해진 민주당에서 헌법기관으로서의 국회의원 당선자들이 모처럼 만에 자신들의 위상을 높였기 때문이다. ‘아바타 이재명 당’ 이란 오명을 스스로 부정한 결과이기도 하다. 따지고 보면 4월 총선 민심에도 그와 같은 기류가 반영돼 있다. 조국혁신당이 돌풍을 일으킨 배경에는 민주당에 대한 강한 불만과 경고가 담겨 있다. 특히 호남에서 비례대표 지지율이 민주당을 앞선 것은 대표적 예다. 집행부 선출을 계기로 도의회가 자존감을 곧추세우는 결단과 용기가 필요한 이유다. 김영곤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영곤
  • 2024.05.23 18:31

전장의 김철수 대한적십자사회장

적십자의 역사는 곧 앙리 뒤낭과 함께한다. 매년 5월 8일은 적십자의 날인데 창시자인 앙리 뒤낭의 생일을 기념해 정했다고 한다. 우리가 흔히 보는 ‘적십자 표장’은 흰색 바탕의 붉은색 그리스식 십자로, 국제적십자 운동 창시자인 앙리 뒤낭의 조국 스위스에 경의를 표하는 의미로 스위스 국기 문양의 색상을 반전한 것이다. 다만 튀르키예를 중심으로 한 이슬람교 국가들은 ‘적신월’을 사용하며, ‘적십자’와 ‘적신월’을 사용하지 않는 국가는 ‘적수정’을 사용할 수 있다. 적십자 표장을 사용하는 사람이나 건물은 전쟁 시 공격의 대상이 아니라는 의미를 담고있으나 때로는 공격을 받을 수 있기에 분쟁지역에선 매우 위험하다. 그런데 우크라이나의 전설적인 영웅 이야기를 다룬 영화 ‘도뷔시’가 오는 23일 개봉해 눈길을 끈다. 우크라이나 영화가 국내에서 상영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 18세기 실존 인물인 도뷔시가 귀족의 폭정에 맞서 민중을 지키는 내용을 담은 액션 블록버스터다. 주변국의 귀족, 군벌 세력의 억압에 대항하는 백성들의 모습은 우크라이나가 지금 처한 현실과 묘하게 오버랩된다. 대한적십자사 김철수 회장이 며칠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 있는 보건부 청사에서 긴급후송용 구급차 40대를 우크라이나 정부에 전달했다고 21일 밝혔다.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하고 있는 우크라이나에서 신속하게 부상자를 병원으로 이송하기 위한 인도적 차원의 구급차 지원이다. 전달식에는 김철수 대한적십자사 회장, 김형태 주우크라이나 한국대사, 빅토르 랴쉬코(Viktor Liashko) 우크라이나 보건부 장관, 막심 도첸코(Maksym Dotsenko) 우크라이나적십자사 사무총장 등이 참석했다. 대한적십자사의 역사도 상당히 오래됐다. 1899년 9월 19일 독립신문에는 홍십자 관련 최초의 논설이 게재됐고, 1903년 1월 8일에는 대한제국정부가 제네바 협약에 가입했다. 대한적십자사의 오랜 역사에서 전북인으론 첫 수장에 오른 이가 바로 김철수 회장(김제)이다. 그는 이번에 만 80세의 노구를 이끌고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방탄 차량을 타고 무려 13시간을 달려 키이우에 도착할 수 있었다며 힘든 여정을 필자에게 전했다. 김철수 대한적십자사 회장은 “한국도 70년 전 비슷한 상황을 겪었던 나라이기에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고통을 잘 알고 있다”며 “구급차가 필요한 곳에서, 어려움에 처한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생명을 구하는데 사용됐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지난 1월 부산항에서 선적된 구급차 40대는 4월말 우크라이나에 도착했으며, 폴타바, 도네츠크, 자포리자, 오데사, 하르키우, 헤르손, 체르니히우 등의 의료시설에 배치돼 구급활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대한적십자사는 현금 70억원, 물품 258억원 등 총 328억원을 모금해 우크라이나 인도적 지원에 사용했다. 70여년 전 동족상잔의 비극을 겪는 과정에서 도움을 받았던 우리가 이국땅에서 조금이나마 베푸는 것 같아 푸근하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위병기
  • 2024.05.22 14:28

다큐영화 '목소리들'

1997년 제2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되어 사회적 이슈를 불러일으킨 다큐멘터리영화가 있다. 제주 4.3사건 생존자들의 증언을 모아 만든 조성봉 감독의 <레드 헌트>다. 당시 여야 정당 총재 등 정치인들도 영화를 관람했지만, 감독을 비롯한 관계자들은 국가보안법으로 수배를 당하거나 구속됐다. 제주 4.3은 1948년 4월부터 1954년 9월까지 7년 7개월 동안 대한민국 군인과 경찰이 공산 빨치산을 소탕한다는 명목으로 주민 3만여 명을 대량 학살한 사건이다. 오랫동안 말하는 것조차 금기시되었던 4.3사건이 조명되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 후반이다. 학계와 사회단체가 나서면서 4.3은 비로소 우리 역사의 전면에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1999년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이 통과되고 이듬해 2000년에는 제주 4.3 특별법이 제정됐다. 4.3사건 진상조사보고서가 세상에 나온 것은 2003년. 그해 노무현 대통령은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으로 제주를 찾아 '국가공권력에 의한 대규모 민간인 희생'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공식적으로 국가가 인정한 역사가 되었지만 안타깝게도 제주 4.3의 진상규명과 희생자들의 명예 회복은 순조롭지 않았다. 비극의 역사 제주 4.3이 또 한편의 다큐멘터리영화로 우리를 찾아왔다. 지난 10일 폐막한 전주국제영화제에서 공개된 <목소리들>(지혜원 감독)이다. 영화는 ‘제주 4.3 당시 희생된 수많은 여자와 끔찍한 기억을 안고 살아남은 여자들에 관한 이야기’다. 제주 4.3은 한국 전쟁을 제외하면 가장 많은 민간인 사망자를 낸 국가폭력 사건이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3만 명 희생자의 33%가 노약자와 여성이다. 1949년 5월, 민간인 수용소를 방문한 UN 위원단이 “여성의 수가 남성보다 대략 3배나 많았고 팔에 안긴 아기들과 어린이들도 많았다”고 전했다는 기록도 있다. 그럼에도 여성 희생자는 오랫동안 4.3 관련 연구 대상으로도 주목받지 못했다. 4.3 특별법 또한 희생자를 ‘제주4·3사건으로 인하여 사망하거나 행방불명된 자, 후유장애가 남아있는 자’로 규정하고 있어 성폭력 등 여성들의 희생은 제외되어 있다. 돌아보면 전쟁의 역사에서 여성들이 기억되는 일은 거의 없다. 제주 4.3도 성폭력 등 고통과 치욕의 시간을 지나온 여성들의 희생을 오랫동안 암흑 속에 묻어두고 있었다. 여성을 통해 4.3을 조명하는 첫 번째 영화가 된 <목소리들>을 더 주목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제주 4.3의 역사를 바로 세우는 또 하나의 통로가 될 <목소리들>은 이제 곧 상영관에서 관객들을 만나게 된다. 많은 관객들로 객석이 가득 찼으면 좋겠다. /김은정 선임기자

  • 오피니언
  • 김은정
  • 2024.05.21 17:04

정치권 짝사랑의 계절

짝사랑은 서글프다. 화답 없는 구애, 일방적 사랑은 대부분 허망한 결말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제22대 국회 개원을 앞둔 5월, 정치권은 다시 짝사랑의 계절이다. 4월 총선 전과는 양상이 완전히 다르다. 주체와 대상이 바뀌었다. 선거 과정에서는 후보들의 민심 구애 경쟁이 치열했고, 이 중 당선인 한 명을 제외한 다수의 낙선자는 유권자를 향한 짝사랑의 허무한 결과를 받아들여야 했다. 애초부터 콘크리트 벽처럼 움직이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끊임없이 두드리다 철옹성을 새삼 확인하고 절망한 안타까운 짝사랑도 있었다. 그리고 이제 당선인들을 향한 지자체와 유권자들의 구애 경쟁이 시작됐다. 특히 전북처럼 지역구 의원 수가 적은 곳에서는 지자체가 나서 지역 출신 등 연고자 찾기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 당선인은 물론 배우자의 연고지까지 따진다. 지역 현안 관련 법안 처리와 국가예산 확보를 위해 기댈 곳, 비빌 언덕이 필요해서다. 그렇게 조금이라도 인연이 있으면 바짓가랑이라도 잡고 매달릴 기세다. 큰 꿈을 가진 정치인들은 이 같은 이해관계를 적절히 활용하기도 한다. 오는 30일 개원하는 제22대 국회 전반기 의장 자리를 놓고 최근 실시된 더불어민주당 후보 경선에서 경합을 벌인 우원식 의원과 추미애 당선인도 전북과 연고가 있다. 당선인들을 상대로 득표전에 나선 두 사람은 지난 10일 여의도에서 열린 전북 국회의원 당선인 간담회에 찾아와 전북과의 인연을 내세우며 전북 발전에 힘을 쏟겠다고 약속했다. 대선에 도전장을 내기도 했던 6선의 추미애 당선인은 ‘대구의 딸, 호남(전북)의 며느리’임을 강조해 왔고, 우원식 의원은 명예 전북도민이다. 우 의원은 지난 2021년 전북 서남권 해상풍력 발전사업 추진에 기여한 공로로 명예도민증을 받았다. 스스로 명예 전북도민임을 내세운 차기 입법부 수장에게 거는 지역사회의 기대가 적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가 손을 내민 곳이 어디 전북뿐이겠는가. 전북특별자치도는 국가예산 확보와 지역 현안 해결을 위해 해마다 정기적으로 국회의원들을 초청해 예산정책협의회를 갖고 협조를 요청해 왔다. 지역구 의원뿐 아니라 전북과 연고가 있는 의원들도 따로 초청해 도움을 구했다. 선거철 유권자들에 대한 정치인의 구애는 그 결과를 곧바로 알 수 있다. 하지만 선거 후 중앙정치권을 대상으로 한 지역사회의 절박한 구애는 그 성과나 인과관계를 쉽게 파악할 수 없다. 지방소멸 위기의 시대, 산적한 현안을 풀어야 하는 지자체의 눈길이 올해도 일찌감치 중앙부처와 여의도로 향하고 있다. 지자체장들은 벌써부터 내년 예산 확보를 위해 중앙부처를 돌며 발품행정을 펼치고 있다. 이들의 발걸음은 다시 여의도로 향하게 될 것이다. 사실 중앙정부와 정치권을 향한 지자체의 구애는 아픈 추억조차 남지 않는 짝사랑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았다. 그걸 알면서도 20대 청춘처럼 그만둘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 / 김종표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종표
  • 2024.05.20 13:01

임기반환점에 선 김지사

단기필마로 운 좋게 지사직을 거머쥐었던 김관영 지사가 잼버리 개최 전만 해도 욱일승천하는 기세로 도정을 이끌었지만 그 기세가 한풀 꺾이면서 정중동(靜中動)의 자세로 도정을 이끌고 있다. 재선 국회의원을 역임한 김 지사가 50대 젊은 나이에 지사가 되어 영광을 안았지만 그가 풀고 나가야 할 현안이 산적해 그간 잠시도 한눈 팔 겨를이 없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그를 인재로 영입 복당시키면서 단박에 당내 경쟁자를 물리치고 지사 경선전에서 승리, 정치적으로 도약할 부푼 꿈을 꿀 수 있게 만들었다. 하지만 청년들이 지역 대학을 나와도 마땅한 일자리가 없어 1년에 8천명 이상씩 인구가 유출되는 등 각종 지표상 전북이 꼴찌 신세를 면치 못한 게 현실이었다. 고시 3관왕이란 타이틀로 지지를 받은 그로서는 전국 최하위라는 초라한 성적표 앞에서 자존심이 상했지만 이를 바라다만 보고 있을 수 없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공약인 5개 대기업 유치를 위해 서번전번 (서울에서 번쩍 전북에서 번쩍)하면서 대기업 유치에 심혈을 기울였던 것. 다행히도 행시 동기였던 김종훈 전 농림수산부 차관을 경제부지사로 영입, 농림수산부 공모사업을 초반에 연거푸 따내는 등 기업 유치에 남다른 성과를 올렸다. 김 지사가 2차전지 후발주자로서 넘보기 힘들었지만 '도전경성'이란 자세로 경쟁에 뛰어들어 새만금에 2차전지특구를 유치하는 쾌거를 이룩했다. 그가 이차전지에 심혈을 기울인 것은 농업 위주의 전북 산업 생태계를 부가가치 높은 산업으로 바꾸려고 그렇게 노력을 했던 것. 김 지사는 지난 2년 동안 전북발전에 도움 줄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이 들면 밤낮없이 장소를 가리지 않고 만나서 도움을 요청해왔다. 그가 이렇게 뛸 수 있었던 원동력은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에서 근무할 때 터득한 성과주의 때문이었다. 그래서 사무관 이상으로 하여금 담당 기업을 정해 현장에서 애로를 듣고 해결책을 모색토록 했던 것이다. 특히 글로벌 무한경쟁 시대에서 창의적인 아이디어만이 생존전략이 될 수 있다고 판단, 도정에 경쟁의 원리를 도입하였다. 탁상행정이 아닌 현장에 답이 있다는 식으로 현장행정을 강조했다. 빨리 도민들에게 뭔가를 보여주려다가 새만금잼버리라는 악재를 만나 한풀 꺾였지만 그후 여야 정치권도 그의 성실성을 높히 인정, 이제는 도움주려고 이해하고 있다. 자존심 상하게 광역단체 중 유일하게 마이너스 예산편성을 했으나 정부와 국힘의 편향된 시각을 바로잡아 나가는 노력을 계속해오고 있어 내년 국가예산 성적표는 나아질 전망이다. 임기 반환점에선 김 지사가 22대 전북 정치권과 어떻게 협력관계를 구축할지 그 여부가 가장 중요하다. 여기에 그간 국힘 정운천 의원의 도움이 컸지만 5선인 조배숙 당선자로 바뀐 관계로 어떻게 계속 협력관계를 이어나갈지도 변수다. 현재로선 지사 선거에 나설 당내 경쟁자가 없으나 아직 속단하기에는 이르다. 오피니언 리더 중에는 김 지사의 청렴성을 높히 평가하지만 측근들의 정무 감각과 전문성 결여로 지사 혼자서만 열심히 뛴다는 지적을 어떻게 대처해 나갈지도 고민거리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 오피니언
  • 백성일
  • 2024.05.19 17:59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