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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의 사과와 사회의 품격

일러스트=정윤성 15년 전 익산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의 진범을 무혐의 처분해 사건의 진실을 밝히지 못했던 검사가 억울한 옥살이를 한 피해자를 만나 사과하고 용서받고 화해한 일이 화제를 모았다. 지난 8월 피해자가 사는 전주에 직접 찾아와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고 사과한 일이 4개월 뒤인 지난 13일 뒤늦게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 김오수 검찰총장은 물론 검찰 내부에서 해당 검사의 용기를 격려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지난 2005년 2월 3년차 검사로 전주지검 군산지청에 발령받아 2000년 8월 발생한 약촌오거리 살인사건의 후속 처리를 맡았던 김훈영 검사(현 부산지검 동부지청 형사1부장) 이야기다. 그는 약촌오거리 살인사건을 처음부터 직접 수사하고 기소한 검사가 아니다. 피해자가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 있을 때 뒤늦게 잡힌 진범을 무혐의 처분한 검사다. 김 검사는 전임이었던 선배 검사가 진범에 대한 경찰의 구속영장 신청을 기각하는 등 수사가 제대로 안된 상태에서 사건을 넘겨받아 2006년 최종적으로 마무리했을 뿐이었다. 이후 징역 10년형을 모두 채우고 2010년 만기 출소한 피해자는 재심을 통해 2016년 무죄를 선고받았고, 진범은 구속기소돼 징역 15년이 확정됐다. 사건의 진실이 밝혀진 뒤 김 검사는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지 않았다. 당시에는 최선을 다했지만 자신의 판단이 잘못됐다는 것을 깨달은 뒤 오랜 번민과 고민의 시간을 보냈다. 지난 8월 피해자를 만난 김 검사는 사과와 용서와 화해의 시간을 가졌다. 피해자도 김 검사의 진심어린 사과를 받아들여 지난 15일 그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취하했다. 같은 날 전주지법 군산지원에서는 또 다른 재심 사건에 대한 판결이 있었다. 동료 선원이 북한을 찬양한 사실을 알고도 수사기관에 신고하지 않은 혐의(반공법상 불고지죄)로 기소돼 1969년 각각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3년, 자격정지 1년 형을 받은 임도수 씨와 양재천 씨는 수사기관의 불법 구금과 고문 등 가혹행위를 견디지 못해 허위 자백한 사실이 인정돼 무죄 판결을 받았다. 양 씨는 지난 1973년 12월에, 임 씨는 작년 9월에 세상을 떠났지만 52년 만에 빨갱이 전과란 누명을 벗었다. 무죄를 선고한 재판부는 국가가 국민에게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했다. 많이 늦었지만 고인의 명복을 빌며 재심 결과를 시작으로 고인이 된 피고인들의 명예가 조금이나마 회복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약촌오거리 살인사건 책임자들 가운데 유일하게 피해자를 직접 찾아가 사과한 김훈영 검사는 품격 있는 검사를 강조해 왔다고 한다. 철저하고 공정한 수사와 냉철한 판단, 합당한 처분과 결정을 내릴 능력, 그리고 누구에게든 경청하고 예의를 다하는 것을 검사의 품격으로 후배들에게 당부해 왔다고 한다. 김훈영 검사의 품격이 우리 사회 품격의 이정표가 되었으면 좋겠다. /강인석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강인석
  • 2021.12.20 19:24

아쉬운 신축년

일러스트=정윤성 전북은 올해도 희망고문만 당하고 말았다. 문재인 정부가 지역균형발전을 기치로 내걸어 내심 희망을 가졌지만 임기말을 맞고서도 제대로 된 게 거의 없다. 장래 SOC구축 계획에서도 제외돼 과연 전북발전이 가능할 수 있을지가 의문이 든다. 철도망 구축을 비롯 고속도로건설 새만금건설이 전북이 계획했던대로 안되고 있다. 그 이유는 전북정치권이 너무 힘이 없고 말발이 안서고 있기 때문이다. 10명의 국회의원 중 중앙정치무대에서 소신껏 전북몫을 찾아오는 의원이 없다. 정치는 국가예산을 나눠먹는 고도의 기술이기 때문에 역량있는 국회의원이 있느냐가 제일 중요하다. 재선의원 정도 되면 각 부처를 쥐락펴락할 정도는 되어야 한다. 하지만 전북 의원 중에는 야무진 의원이 없어 부처나 정부출연기관 등에서도 우숩게 본다. 국회의원 평가는 언론과 중앙부처 공직자들이 한다. 초선이라도 전문성있고 똑똑하면 말발이 서 해당 부처에서 옴싹달싹 못한다. 그래서 국가예산확보하기가 훨씬 수월하다. 알아서 챙겨줄 정도가 되기 때문에 그렇다는 것이다. 그 정도가 되어야 국회의원 배지 달고 폼 잡고 다닐만 한 것이다. 시중에서는 국회의원을 도의원 정도로 평가절하한다. 그도 그럴 것이 국회의원으로서 제역할을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지역 보면 국가예산 확보해서 지역숙원사업을 척척 해결해 간다. 전남은 DJ정부 때 섬과 섬을 잇는 연육교 가설이 거의 끝났다. 지금은 전남 여수와 경남 남해를 해저로 잇는 해저터널공사를 눈 앞에 두고 있다. 충남도 세계에서 5번째로 긴 보령해저터널공사를 11년만에 완공해 개통시켰다. 이런 상황에서 이제야 고창과 부안을 잇는 노을대교 건설 사업이 예타를 통과했으니 얼마나 다른 지역에 비해 전북발전이 뒤처지고 있는가를 알 수 있다. 어민들의 반대가 있었지만 해상풍력사업도 전북이 출발은 빨랐지만 전남에 뒤졌다. 전북은 서남대 의대 폐교로 생긴 정원 49명을 갖고 공공의대를 설립키로 한 것도 한발짝도 제대로 떼지 못한채 자칫 타 지역으로 빼앗긴 처지에 놓였다. 전남 순천과 목포 그리고 경북이 인구비례에 비하면 의사수가 적다는 이유로 의대유치전에 뛰어 들었다. 전북의 자원임에도 불구하고 의사협회와 야당이 반대한다는 명분에 밀려 남원공공의대 설립이 장기간 표류한 탓이 크다. 새만금공항건설은 환경단체의 반대로 환경부에서 전략환경영향평가를 발목 잡고 있다. 새만금신항만도 다른 지역에 비해 배후지역이 광활하다고 소개만 됐지 국가재정사업이 아닌 민자유치로 돼 있어 설사 9선석중 2선석이 2025년 완공되어도 제 역할을 할 수 없다. 이같이 지역현안이 전북도가 원하는 방향으로 추진되지 못하는 것은 전북정치권이 중앙무대에서 제대로 뒷받침을 못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군산조선소 재가동 문제도 EU가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 인수를 독과점우려 때문에 승인거부 쪽으로 전망돼 다시 먹구름이 끼었다. 송하진 지사가 3선에 도전할 것으로 보이지만 약체의원들 때문에 더 힘들어 한다. /백성일 부사장 주필

  • 오피니언
  • 백성일
  • 2021.12.19 19:22

이금주 회장의 손 글씨 기록

일러스트=정윤성 1945년 8월 24일, 일본 북동쪽에 있는 아오모리현 오미나토항을 출발해 부산항으로 가던 대형 함선이 폭발음과 함께 침몰하고 말았다. 갑자기 방향을 돌려 일본 중부 동해 연한의 마이즈루항으로 들어가다 일어난 참사였다. 자그마치 4,740t급이나 되는 이 대형 함선은 우키시마호. 귀국길에 오른 조선인 노동자들과 가족이 타고 있었다. 우키시마호는 패망한 일본이 일본 전범 재판과 관련해 일어날지도 모를 조선인 노동자들의 폭동을 우려해 그들을 부산으로 송환시키기 위해 동원한 일본 해군 군함이었다. 당시 일본이 공식적으로 인정한 사망자는 5백여 명. 그러나 정확한 사상자 수나 침몰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이른바 우키시마호 사건이다. 온갖 의혹에 쌓여 있던 우키시마호에 관한 내용이 일부라도 밝혀진 것은 2014년 일본 외무성 문서가 처음 공개되면서다. 이 문서는 우키시마호에 8천여 명이 타고 있었다고 기록되어 있었지만 일본은 76년이 지난 지금까지 사건에 대한 진상 규명도, 희생자에 대한 사과나 그 어떤 보상도 하지 않고 있다. 이 사건을 법정으로 이끌어 세상에 더 널리 알린 사람이 있다. 지난 12일 별세한 이금주 태평양전쟁희생자광주유족회 회장이다. 이 회장은 1940년 결혼했지만 그의 남편은 1942년 일본 해군 군무원으로 끌려가 이듬해 사망했다. 그 뒤 그는 일생을 일제 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피해회복과 일본 정부의 사죄를 촉구하는 운동에 바쳤다. 본격적으로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인권회복에 나선 것은 1988년, 그의 나이 예순여덟 살이었다. 태평양전쟁희생자광주유족회장을 맡게 된 그는 피해자들을 찾아내 그들의 증언을 손 글씨로 기록하기 시작했다. 이 기록은 도쿄지방재판소에 일본 전범 기업의 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하는 근거가 됐다. 일제 피해자들이 처음으로 제기한 대규모 집단소송으로 알려진 광주 1000인 소송이었다. 이 회장은 이후 일본 정부를 상대로 한 여러 손해배상 소송을 연대하고 앞장서며 이끌었다. 그 소송을 위해 일본을 오간 것만도 80여회. 번번이 패소했지만 그의 의지는 꺾이지 않았다. 그는 우리 정부를 상대로 한 한일 회담 문서 공개 소송에도 직접 원고로 나섰다. 덕분에 한일회담 문서가 공개됐고, 2004년에는 일제 강제동원 특별법이 제정됐다. 올해 101세. 30여년을 일제 피해자 인권운동에 헌신했으나 정작 이 회장은 제대로 된 결실을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그가 남긴 귀한 유산이 있다. 손 글씨로 기록한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증언이다. 1천명이 넘는 피해자 증언이 그의 손 글씨 덕분에 살아 있는 역사가 됐다. /김은정 선임기자

  • 오피니언
  • 김은정
  • 2021.12.16 16:54

정치 철새 논쟁

일러스트=정윤성 무소속 이용호 의원(남원임실순창)이 지난 7일 보수 야당인 국민의힘에 전격 입당하자 지역사회에서 그를 맹비난하는 성명이 잇따랐다. 더불어민주당에서도 정치 철새 변절자 운운하며 이 의원의 정치 행보를 강력히 성토했다. 반면 국민의힘에선 민주당이 추태를 부리고 있다면서 이 의원을 적극 옹호하고 나섰다. 평소 같으면 이 의원의 정치적 선택이 이렇게 첨예하지 않았겠지만 대통령 선거를 코앞에 둔 시점이기에 여야와 지역사회의 반응이 더욱 민감하다. 게다가 이번 대선에서 초박빙의 승부가 예견되면서 호남지역 현역 국회의원의 행보가 큰 주목을 끌 수밖에 없다. 사실 이용호 의원의 처음 선택지는 국민의힘이 아니었다. 지난 4.15 총선 때 무소속으로 출사표를 내건 그는 당선되면 민주당 입당을 공언했다. 선거 공보물과 플래카드, 그리고 자신이 입은 점퍼까지도 민주당 상징색인 파란색으로 도배했다. 또 당선되면 문재인 정부를 돕겠다면서 민주당 마케팅 전략 모드로 선거전에 임했다. 개표 결과, 민주당 이강래 후보를 2600여 표 차로 꺾고 재선 고지에 올랐다. 그렇지만 그의 민주당 입당은 허용되지 않았다. 두 차례나 민주당의 문을 노크했지만 번번이 좌절됐다. 지역 정치권의 반대가 심했기 때문이다. 호남에서 유일하게 무소속으로 당선된 득표력과 정치 역량을 갖추었지만 계파 정치의 첨예한 이해관계로 민주당에서 연거푸 문전박대당하고 말았다. 이 대목에서 이 의원은 인간적인 모멸감과 비애감이 들었다고 토로한다. 결국 이 의원은 무소속의 한계를 극복하려면 양자택일할 수밖에 없었다. 국회의원 개개인이 헌법기관이지만 무소속으로는 되는 것도 안 되는 것도 없기 때문이다. 지역 최대 현안인 남원 공공의대 설립이 대표적 케이스. 공공의대 부지 선정과 건립 예산까지 세워 놓고도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표면적으론 야당과 의사단체의 반대를 꼽지만 180석을 가진 거대 민주당의 관철 의지 부족도 원인이다. 이제 이 의원의 정치적 승부수는 내년 20대 대선 결과에 달렸다. 윤석열 후보가 대권을 잡게 되면 그의 앞날은 어느 정도 꽃길이 예견되지만 실패하면 고난의 가시밭길일 수밖에 없다. 아니 정치 생명도 위태롭게 된다. 그러나 공공의대 설립 등 꽉 막힌 지역 현안을 해결하고 남원 임실 순창의 성장동력을 세워나가면 지역 유권자들에게 그의 진정성이 어필될 수도 있다. 지역 민심을 저버린 기회주의적 정치 철새인지, 아니면 지역 발전과 정치 통합을 위한 고심 어린 결단인지 전북 도민들이 지켜볼 일이다. /권순택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권순택
  • 2021.12.15 16:15

타이밍이 안맞는 행정

일러스트=정윤성 요즘 전주시내 두 가지 광경이 오버랩 되면서 세밑 분위기가 어수선하다. 코로나 하루 확진자가 전북에도 사상 첫 100명 대를 기록한 뒤 선별 진료소에 길게 늘어선 대기자들이 눈에 띈다. 그런가 하면 간선도로인 백제대로 등에선 가로수 정비 작업이 짜증을 유발하고 있다. 교통체증은 물론 인도까지 점령해 시민 불편을 가중시키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방역강화 때문에 일상 패턴이 다시 바뀌면서 2년 가까운 스트레스로 인해 일종의 우울 증세인 코로나 블루를 겪는 이가 적지 않다고 한다. 더욱이 매출 절벽을 겪고 있는 자영업 소상공인들은 더 이상 못 버티겠다며 아우성인데 하필 이런 때 사업을 벌여야 하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가 안된다. 멀쩡하고 크게 불편하지도 않은 데 뜯어내고 다시 파헤치는 일이 해마다 반복되다 보니 누구를 위한 사업 인지 헷갈린다. 사업 효과는 둘째치고 완급(緩急)의 타이밍 문제다. 당장 지금은 코로나 여파로 생존 경쟁에 내몰린 이들의 고통 해소에 집중해야 할 때다. 이 와중에도 내년 전주시장을 겨냥한 입지자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그들은 최근 뜨거운 정책 대결을 펼치며 표심 잡기에 본격 나선 형국이다. 예전에는 표를 의식해서 입장 표명을 꺼려했던 민감한 현안에 대해서도 거침없이 의견을 밝히는 모습이 신선하기까지 한다. 자연스럽게 이런 변화된 모습들이 차기 시장의 자질론과 연계돼 관심을 끌고 있다. 김완주 송하진 시장 때는 자전거도로, 경전철을 비롯해 한옥마을, 탄소클러스터, 종합경기장 개발 등 굵직한 현안들이 여론을 뜨겁게 달궜다. 실제 이중 일부 사업은 마무리돼 지역 경제의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당시에도 사업 추진을 둘러싼 논란이 있긴 했지만 지역경제 파생 효과가 크다는 점에서 여론은 썩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김승수 시정에서 이런 역동적 움직임은 좀처럼 찾아 보기가 힘들다고 한다. 도로 포장, 가로수 정비, 경관 조성 등 소비 사업이 두드러진 반면 속칭 돈도 되고 일자리까지 만들어내는 고부가 가치 미래 먹거리는 상대적으로 안 보인다는 것이다. 일자리를 찾아 젊은 층이 고향을 떠나는 이유도 분명하다. 전북 청년 고용률이 17개 시도 가운데 꼴찌라는 통계도 있다. 결국 해법은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2조 5000억을 투자해 5000개 일자리를 만들겠다며 대한방직 터 사업계획서를 제출했는데 3년이 지나도록 결론을 못 내리고 있다. 타당성을 검토한 뒤 지역 발전과 시민 이익에 충돌되면 이를 보완케 함으로써 종국에는 득실(得失)을 따져 가부(可否) 여부를 밝히면 그만이다. 그런데도 김 시장이 정치적 책임을 회피하려는 인상을 주면서 여태까지 미루고 있다. 일자리 창출을 위해 자치단체마다 기업 프렌들리 정책 속에 VIP 경쟁을 펼치는 타시도에 비하면 너무 안타깝다. 시장의 자질 문제는 더 이상 거론할 필요조차 없다. 시민들도 크게 깨닫고 있다. 후회없는 선택만 남았을 뿐이다. /김영곤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영곤
  • 2021.12.14 18:31

‘한국 개’와 ‘영국 게’의 복지

일러스트=정윤성 의견(義犬)의 고장으로 불리는 임실군에 축구하는 반려견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고 한다. 임실군의 SNS 채널인 임실엔 TV에 등장하는 반려견 레오는 축구공을 몰며 질주하는 모습이 세계적인 축구스타 리오넬 메시를 연상케 해 레오넬 메시라는 별칭까지 얻었다고 한다. 장마철 거리를 헤매던 유기견이었던 레오는 자신을 유기견센터에 맡겼다가 애처로운 생각에 입양한 새 주인을 만나지 못했으면 축구는 고사하고 유기견 생활을 계속하고 있었을지 모른다. 개와 사람은 1600여년 전부터 뗄 수 없는 관계였음이 최근 확인됐다. 국립 가야문화재연구소에 따르면 경남 창녕군의 5~6세기 가야 고분인 교동 63호분에서 무덤 주인과 함께 석곽에 순장된 세 마리의 개 사체가 발견됐다. 연구소는 개들이 돌을 두른 전용 무덤 방에 온전한 모습으로 매장된 점을 볼 때 망자의 애견이나 반려견이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주인과 함께 순장할 정도로 반려견을 아낀 가야시대에도 개고기를 먹는 관습은 공존했었나 보다. 국립민속박물관이 발간하는 한국민속대백과사전에는 삼국시대 이전부터 사람들이 개고기를 먹었다고 소개돼 있다. 13세기 중반(12641268년) 건조된 난파선 마도 3호선도 고려시대의 개 식용을 설명하고 있다. 충남 태안군 마도 해저에서 발굴된 이 배에서는 견포(개고기 포)가 발견됐다. 조선시대에는 개장국(보신탕)이 보편적인 음식이었다. 삼국시대 이전의 순장 문화는 사라졌지만 개고기를 먹는 문화는 현재까지 남아 있다. 반려인구가 1500만명에 이르고 동물복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대통령이 개 식용 금지를 신중히 검토할 때가 됐다고 언급하는 상황까지 왔다. 지난 9월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이후 정부는 지난달 개 식용 금지에 대한 사회적 공론화에 착수했다. 내년 4월까지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는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88서울올림픽 개최가 결정된 1981년 시작돼 40년 동안 이어진 개 식용 금지 논란 종결의 길은 순탄해 보이지 않는다. 지난 9일 개 식용 문제 논의를 위한 위원회 1차 전체회의가 열렸지만 동물보호단체는 개식용 농장주와 판매유통업계 인사들이 대거 참여해 공정한 논의와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반발했다. 영국에서는 문어오징어와 바닷가재게 까지도 동물복지 법안의 보호 대상으로 지정될 예정이라고 한다. 영국 런던 정치경제대학(LSE) 연구팀은 정부의 의뢰로 문어오징어 등 두족류(다리가 머리에 달려있는 연체동물)와 바닷가재게 등 십각류(다리가 열 개인 갑각류)의 지각 존재 여부를 연구한 결과 이들 동물이 고통을 느낄 수 있는 지각 있는 존재로 판명됐다면서 산 채로 끓는 물에 넣어 삶지 말라고 권고했다. 문어와 게에게 까지도 동물복지가 논의되는 세상에서 한국 개는 식용 금지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사실이 아이러니하다. /강인석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강인석
  • 2021.12.13 15:22

불쌍한 전북 사람들

일러스트=정윤성 요즘 전북은 되는 것도 없고 안되는 것도 없다. 도민들이 바깥세상이 어떻게 하루가 다르게 변해 가고 있는지를 잘 모르는 것 같다. 세계에서 5번째로 긴 충남 보령해저터널이 착공 11년 만에 개통돼 상전벽해란 말이 실감 날 정도로 변했다. 곧 크리스마스가 다가오지만 전북은 이브 날처럼 거룩하고 고요하기만 하다. 코로나19로 2년간 제대로 활동하지 못한 탓도 있지만 투자하겠다고 돈을 싸 들고 온 투자자를 전주시가 이 눈치 저 눈치 보느라 문전박대하고 있다. 전주는 밤 10시면 적막강산을 이룰 정도로 택시 손님이 일찍 끊긴다. 전북은 개인소득 수준이 전국 최하위다. 청년들은 일자리가 없어 고향을 떠나 180만이 붕괴됐다. IMF 때도 큰 공장이 별로 없어 언제 IMF가 왔다 갔는지도 모를 정도로 산업기반이 취약하다. 전북은 모든 면에서 정체 돼 있다. 새로운 물이 유입 안돼 고여 있는 물이 썩어간다. 일부 시장군수들의 혁신 역량이 부족해 투자유치를 제대로 이끌어 내지 못하고 집토끼 키우는 것도 잘 안된다. 단체장들이 재선하는 데만 급급해 주민들한테 환심사기 위한 인기영합주의 정책만 펴는 바람에 속빈강정 꼴이 돼버렸다. 국가예산 많이 확보했다고 너스레를 떨지만 사회복지 관련 예산까지 끌어 넣어 숫자놀음 하기 바쁘다. 전북이 이렇게 된 것은 큰 정치인이 없고 시장군수지방의원들의 역량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국회의원들은 우물 안 방안퉁수나 다름 없을 정도로 스케일이 적다. 여의도에서는 큰소리 못 치고 지방의원들이나 줄세워 골목대장 놀이 하기에 바쁘다. 기껏해야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방의원 후보 결정을 놓고 경선판 만드는 것에 정신이 팔려 있다. 전주~포항간 고속도로 건설이나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 계획에 전주~김천 간을 바로 넣지 못한 것도 정치력 부족 탓이다. 경제성 면에서 광주~대구 간 달빛철도보다 앞선데도 빠진 것은 정치권이 무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심한 건 그 누구 하나 목에 방울 달고 항의한 사람이 없다. LH를 진주로 빼앗겼을 때 애향운동본부를 주축으로 관제 데모라도 했지만 지금은 그런 일 조차 없다. 다른 지역 같았으면 사생결단식으로 청와대를 향해 데모를 하지만 전북은 삭발투쟁 하는 단체장 조차 없다. 그래서 중앙정부가 전북을 무시하고 소외시키는 것이다. 전북이 낙후되고 못사는 것은 민주당 일당 독식구조에서 비롯된 측면이 있다. 선출직도 그들만의 리그로 공천만 받으면 되기 때문에 거의 임명직 수준을 못 벗어나고 있다. 국회의원도 전문성이 결여돼 부처 공무원들이 실력 없다고 깔본다는 것. 그래서 국가예산 확보 때마다 말발이 먹히지 않아 전북도가 애를 먹는다. 아무튼 전북은 지방자치 30년을 맞아 타 지역에 비해 SOC 구축사업이 뒤처졌다. 새만금 사업 하나에 목매다는 구조라서 전북의 균형발전도 제대로 안 되고 있다. 이제 와서 닭이 먼저냐 계란이 먼저냐 식으로 그 원인을 가리기가 힘들지만 양대선거가 전북발전의 초석이 된다는 생각으로 선거를 잘 치렀으면 한다. /백성일 부사장 주필

  • 오피니언
  • 백성일
  • 2021.12.12 14:19

도시의 힘이 된 기억의 공간

일러스트 = 정윤성 1998년 연말, 경인선 철로가 가까운 인천 동구 만석동에 눈길을 끄는 3층짜리 회색 건물이 들어섰다. 만석동은 인천에서도 가난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달동네. 일제 강점기, 간척사업으로 매립된 땅에 공장이 들어서자 모여든 노동자들과 6.25 전쟁으로 피난민들이 들어와 모여 살면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동네다. 그 뒤 가난한 사람들이 들고나면서 인천의 가장 오래된 빈민지역이 됐다. 이 동네에 들어선 건물의 주인은 동네 아이들. 면적이라야 연건평 148㎡(45평)에 지나지 않았지만, 다양한 공간을 갖춘 이곳에서 하루 벌어 하루를 살아가는 부모들의 손길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아이들은 함께 놀고 공부했다. 이름을 널리 알린 <기찻길 옆 공부방> 이다. 공부방을 설계한 이는 건축가 이일훈씨(1954~2021)였다. 그는 건축의 사회적 역할과 공공성을 줄곧 모색해온 건축가였다. 상업적 건축 대신 생태와 공동체 정신을 지향하며 사회적 현실에 뿌리 내린 건축물을 만드는데 열정을 쏟아온 그는 작고 불편한 건축, 나누고 늘려 사는 건축으로 인간다운 삶을 누리자는 채나눔 정신을 자신의 건축물을 통해 실현했다. <기찻길 옆 공부방>도 그 결실이었다. 건축가가 이루고자 했던 공동체 문화의 정신은 공부방을 운영하는데에도 깊이 스며들었다. 아동문학가 김중미씨가 펴낸 창작동화 <괭이부리말 아이들>에서 보이는 풍경은 그 결정판이다. 괭이부리말은 만석동의 또 다른 이름이다. 동화는 가난에 찌들려 고단한 삶을 살아가면서도 희망을 잃지 않은 마을사람들의 이야기. 지금도 초등학교 아이들의 필독서로 자리를 지키는 스테디셀러다. 1980년대 후반 이 마을에 들어온 작가는 <기찻길 옆 작은 학교>란 공부방을 운영하면서 겪은 경험을 동화로 엮어냈다. 5-6년 전 괭이부리마을이 전국적으로 다시 주목을 받은 적이 있다. 주민들의 절반가량이 쪽방 주민인 이곳 달동네를 관광자원으로 만들겠다는 인천 동구청의 계획이 알려지면서다. 어려웠던 시절의 생활을 체험할 수 있는 시설을 만들어 관광객을 유치하겠다는 이 황당한 정책은 다행히(?) 실현되지 않았다. 오늘의 괭이부리마을은 인천의 명소가 됐다. 예전과는 다르게 많이 변했지만 새롭게 들어섰거나 그대로 남아 있는 건물과 집들 사이에는 오래된 골목길이 놓여 있고, <기찻길 옆 작은 학교> 또한 아직 건재하다. 대부분의 구도심 개발 사업이 그렇듯 이 마을에도 정비사업이 진행되었지만 마을 사람들이 허물고 새로 짓는 단순한 재생이 아니라 공동체 문화와 정신을 앞세워 지킨 덕분이다. 도시마다 재생을 앞세운 풍경이 넘쳐난다. 돌아보면 도시의 힘이 될 수 있는 기억의 공간은 아직 많다. /김은정 선임기자

  • 오피니언
  • 김은정
  • 2021.12.09 18:35

전북차별론

일러스트=정윤성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지난 주말 전북을 찾아 전북차별론을 화두로 던졌다. 그는 전북은 호남이라는 이유로 차별받고 지방이란 이유로 또 똑같이 차별받고 이젠 호남 안에서 또 소외받는 지역이라며 이른바 삼중차별론을 제기했다. 전북은 군사정권 이래 지금까지 차별과 소외, 홀대와 푸대접만 받아왔기에 이에 대한 전북 도민과의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지지세를 결집하기 위한 정치적 제스처로 보인다. 이 후보는 앞서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당시 경북 안동을 방문했을 땐 영남 역차별을 거론했다. 그는 과거 한때 군사 독재정권이 지배 전략으로 영호남을 분할해 차별했을 때 어쩌면 상대적으로 영남이 혜택을 받았는지 모르겠지만 이젠 세상도, 정치구조도 바뀌었다며 오히려 영남 지역이 역차별받는 상황이 됐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후보는 영남 역차별에 대한 구체적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아마도 수도권에 비해 비수도권인 지방이 차별받는다는 얘기지, 호남보다 상대적으로 영남이 차별받는다는 주장은 아닐 것으로 판단된다. 지금껏 전북이 역대 정권으로부터 특별한 혜택이나 우대받은 것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되레 전북도민의 압도적 지지를 통해 탄생한 정권에서조차 대우는커녕 푸대접만 받아왔다. 전북 유권자의 92.3%가 선택한 김대중 정부 시절 새만금사업이 2차례나 중단되는 등 굵직굵직한 현안이 터덕거리고 전북의 각종 경제지표는 뒷걸음질 쳤다. 국민의 정부 5년 새 지역내 총생산은 전국 10위에서 12위로 밀려났다. 지금은 17개 시도 중 16위로 꼴찌 수준이다. 노무현 정부 시절에도 마찬가지다. 국민의 정부와는 다를 것이란 기대감에 전북도민이 몰표를 던졌지만 돌아온 건 배신과 역차별 푸대접뿐이었다. 보수정권으로 권력이 넘어간 시절엔 혹독한 시련을 겪어야만 했다. 이명박 정부 땐 전북혁신도시로 이전해야 할 한국토지공사를 경남 진주로 빼앗겼다. 여기에 전주권 신공항도 실용주의를 구실로 없앴다. 박근혜 정부에선 전북이 10여 년간 공들여 일궈온 탄소산업을 대구와 경남 경기 등으로 나눠 줬다. 탄소 섬유라니까 섬유산업이 사양길로 접어든 대구를 살리기 위한 술책이었다. 촛불 시민혁명과 전북도민의 지지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에선 메가시티 전략에서 소외되면서 기로에 서 있다. 강원 제주와 연대 전선을 형성했지만, 지리적 경제적 결속력이 없어 시너지 효과가 의문시된다. 전북차별 문제는 이젠 정권만 탓할 것도 없다. 우리 스스로 전북 몫을 찾지 못한 원인도 크기 때문이다. 국회의원과 단체장, 그리고 지역 리더들이 대오각성해야 할 대목이다. /권순택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권순택
  • 2021.12.08 19:18

돌아오라, 남원 공공의대

일러스트 = 정윤성 모처럼 만에 반가운 소식이 들린다. 지역 최대 현안인 군산 현대조선소 재가동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고 한다. 쉽지 않은 여건 속에서 이뤄낸 결과물 이기에 더욱 의미가 남다르다. 그에 비해 훨씬 우호적 환경이었던 남원 공공의대는 안갯속에 갇히면서 정치권의 자성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원래 공공의대 설립 배경 자체가 남원에 뿌리를 두고 있다. 폐교된 서남대 의대 정원 49명을 활용하자는 데서 출발한 것이다. 그래서 정부도 2024년 남원 개교를 결정하고 이에 따른 후속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그 과정에서 코로나 사태를 겪으며 공공의료 인력의 부족함을 누구나 뼈저리게 느끼고 있는 터라 법안 국회 통과는 기정사실화 됐다. 더군다나 국회 소관 보건복지위에 간사 김성주 의원과 지역구 이용호 의원까지 버티고 있었다. 여기에다 남원출신 권덕철 복지부 장관은 물론 과반수가 넘는 여당 의석까지 확보한 상황이었다. 그런데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한마디로 골키퍼가 없는 상황에서 문전처리 미숙으로 득점하지 못한 꼴이다. 절호의 기회를 놓치고 난 지금 상황에서의 갈 길은 더 험난해 보인다. 이 법안에 대한 논의 자체가 거의 중단되다시피 했다. 실제 야당과 의사협회 반대로 국회 상임위에 상정된 지도 오래다. 그 사이 전국 자치단체들이 유치전에 뛰어들면서 각축장이 돼버렸다. 전적으로 전북 국회의원들에게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또 다른 문제는 전북 홀대에 대한 정부 시각이 노골화 되면서 도민들 반감 또한 만만찮은 점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남원 공공의대 보다 논의 자체가 늦었던 나주 한전공대 설치법은 일사천리로 진행돼 내년 3월 개교를 앞두고 있다. 지난 6월 국가 철도망 계획에서도 처음에는 누락돼 실망감을 안겼던 전주-김천간 철도망이 뒤늦게 추가검토사업으로 턱걸이하는 등 곡절을 겪기도 했다. 반면에 광주시 역점 사업인 달빛내륙철도사업은 막판 전격적으로 포함돼 정치적 판단이 작용했다는 설이 파다했다. 정치권 무능과 행정력 부재를 질타하는 도민들 목소리가 이어졌다. 공공의대 설립 법안은 지난 2018년 9월 발의됐지만 소관 상임위에서 표류하다가 2020년 20대 국회 임기만료와 함께 폐기됐다. 그 후 21대 국회가 개원되면서 전북지역 의원을 중심으로 다시 발의된 이 법안은 작년 7월 복지위에 회부된 뒤 이렇다 할 진전이 없는 상태다. 여전히 코로나 기세가 꺾이지 않은 가운데 최일선에서 분투하는 의료진의 인내심과 체력도 한계에 이르렀다는 지적이다. 공공의료 인력확충 문제가 더욱 가슴에 와닿는 순간이다. 공공의대 설립은 단순히 지역간 유치다툼으로 치부할 일이 아니라 취약한 의료서비스 체계에 대한 국가 시스템을 합리적으로 개선하자는 취지다. 당초 설립 배경이나 명분상으로도 남원 공공의대 설립은 이런 취지에 어느 것 하나 부족함이 없다. 다만 국회의원 등 정치권의 밀어붙이는 힘이 부족할 따름이다.

  • 오피니언
  • 김영곤
  • 2021.12.07 16:44

경항공모함과 군산조선소

일러스트=정윤성 72억원 짜리 경항공모함(경항모) 사업이 607조원 규모의 국가 예산을 좌지우지했다. 지난 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2022년도 정부 예산안의 심의 의결 과정을 압축한 평가다. 당초 정부 예산안에 담겼던 71억8800만원의 경항모 도입사업 예산이 국회 국방위 예비심사 과정에서 5억원으로 대폭 삭감됐고, 이후 여당이 이를 되살리는 반전 드라마가 펼쳐졌다. 야당의 반대에도 경항모 예산은 정부와 여당의 의지대로 부활돼 내년 예산안에 반영됐다. 600조가 넘는 정부 예산안을 막판까지 붙잡은 경항모는 바다 위를 떠다니는 비행장인 항공모함 가운데 규모가 작은 항공모함이다. 크기가 7만톤 이상인 대형항모와 4만톤 이상인 중형항모, 4만톤 이하의 경항모는 규모에 따라 많게는 70~80대에서 적게는 10여대의 전투기를 싣고 다닌다. 움직이는 다목적 군사기지로 자주국방의 핵심 능력으로 꼽히는 경항모는 김영삼 정부 때부터 25년간 관련 연구가 추진돼 왔다. 이명박 정부 때인 2012년 국회 국방위에서도 해군 강화를 위한 정책 연구에서 수직 이착륙 항공기가 탑재된 경항모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되기도 했다. 오는 2033년 도입을 목표로 하고 있는 3만톤 급 한국형 경항모는 F-35B 수직 이착륙 스텔스 전투기 10여대와 헬기, 전차, 장갑차, 각종 장비와 3000여명의 해병대 병력도 함께 수송할 수 있는 규모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사업으로 내년 정부 예산안에 기본설계 착수금 62억4100만원 등 71억8800만원이 반영됐다. 총 사업비는 2조 6500억원 정도로 예상되고 있다. 경항모 사업이 추진되면서 국내 대표 조선사인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수주 경쟁도 치열하다. 현대중공업은 영국 밥콕사와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대우조선해양은 이탈리아 국영조선사 및 한진중공업과 손을 잡았다. 현재까지는 지난 2019년 10월 경항모의 개념설계를 수주해 지난해 12월 완료한 현대중공업이 다소 앞서나가는 양상이다. 무기 체계와 성능의 밑그림을 그린 개념설계를 구체화하는 기본설계 입찰이 내년에 진행된다. 경항모 사업과는 별개로 국내 조선업계는 수주 호황을 이어가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224척 225억 달러를 수주해 지난해 수주액 100억 달러를 두 배 이상 넘어섰다. 군산조선소의 문이 4년 넘게 굳게 닫혀있는 것과 달리 국내 주요 조선소의 배를 만드는 도크는 2023년까지 예약이 차 있다고 한다. 지난 2019년 10월 군산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은 군산이 가장 아픈 손가락이었다고 말했다. 전북도와 군산시는 군산조선소 옆에 군함과 관공선 등 특수목적선을 점검하고 수리 정비하는 선진화 단지 구축사업을 추진중이다. 군산조선소에서 경항모 건조작업이 진행되고, 바로 옆 특수목적선 선진화단지에서 군함을 수리하는 활력넘치는 군산의 상상이 현실이 되는 날이 오길 기대해 본다. /강인석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강인석
  • 2021.12.06 14:57

호남의 변수로 전락한 전북

일러스트 정윤성 도민들이 대선에 큰 기대를 걸지 않고 있다. 여야후보로부터 외면 받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이나 국민의힘이 전북을 광주 전남의 종속변수로 여기는 바람에 갈수록 대선전에서 전북의 위치가 작아지고 있다. 유권자도 전체 유권자의 3.5%밖에 안돼 갈수록 정치권 시야에서 멀어져 간다. 그간에 혹시나 행여나 하고 진보 쪽 후보를 집중적으로 지원해 당선시켰으나 임기가 끝나고 난 후에 지역이 달라진 게 없었다. 문재인 정부는 해마다 새만금에 1조원 가량을 투자해 SOC 위주로 개발이 이뤄지지만 새만금신항만과 새만금공항건설은 전반적으로 터덕거린다. 새만금신항과 새만금공항 건설은 전북발전을 견인할 쌍두마차 같은 핵심사업이어서 정부의 개발의지 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사업추진이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최근 공항건설반대론자들이 목소리를 키워 가야 할 길이 바쁜 전북도로서는 환경부 등 관련부처를 설득하느라 애를 먹고 있다. 지금 계획대로 가도 힘든 판인데 반대론자들이 바짓가랑이를 잡고 늘어져 착공이 늦어질 수 있다는 것. 사실 외부의 적보다 내부의 적이 무서운 법인데 김제공항건설을 스스로 백지화시킨 게 전북발전을 뒷걸음질 치게 한 패착이었다. 천혜의 자연조건을 갖춘 새만금신항은 계획한 9선석 중 우선 2선석을 개발 하지만 광활한 항만 배후부지를 국가재정사업이 아닌 민자유치로 개발하도록 돼 있어 김 빠진 사업이 돼 버렸다. 보령 목포 포항 영일만 배후부지는 국가가 직접 재정투자를 해서 추진하지만 새만금신항만은 지난 2019년 기본계획 변경 때 민자유치사업으로 만들어 놓아 정부의 새만금사업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는 비난이 쏟아졌다. 정부의 항만정책 우선순위가 부산 광양 투 트랙으로 잡혀 있고 인천 대산 평택 대불항에 새만금항이 밀려나 큰 기대를 못걸고 있다. 30년간 추진한 새만금사업이 아직도 육지와 바다 구분이 안될 정도로 바닷물이 넘실대서 대동강물 팔아 먹은 봉이 김선달 보다 더한 사람들이라고 여긴다. 그간 역대정권들이 전북 도민들을 희망고문만 해왔다. 지금까지 새만금사업 한가지 사업에만 천착해 매몰된 게 전북발전을 지연시킨 것 아니냐는 비난이 쏟아진다. 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2박 3일 일정으로 전북을 다녀갔다. 표심 잡기위해 매타버스를 타고 전북을 누빈 이 후보가 얼마나 진정성 있게 전북발전을 생각할지 걱정스럽다. 그 이유는 지난 대선 때 문재인 대통령이 전북을 친구라고 여기며 뭔가 크게 지원해줄 것처럼 약속했지만 임기가 다 되어도 빌공자 공약으로 그쳤기 때문이다. 이 후보가 지난 경선 때 전북에서 자신을 1등으로 지지해준 전북도민을 인식, 보은차원에서 지역발전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표를 먹고 사는 후보로서는 그 이상 약속할 게 없다. 안 와도 표를 잘 주는 도민들이 이번에는 어떤 스탠스를 취해야할지 고민만 깊어진다. 전북이 민주당 안방으로 집토끼가 된 것을 지금와서 원망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3.5%의 전북표 값어치를 높여야 전북이 산다. /백성일 부사장 주필

  • 오피니언
  • 백성일
  • 2021.12.05 14:46

‘백신 공포증’과 ‘백신 거부’

삽화=정윤성 화백 우리나라의 코로나 백신 기본접종완료율(예방접종 2차 접종율)이 12월 2일 기준, 80%를 넘어섰다. 접종이 시작된 지 279일만의 결과다. 그러나 상황은 만만치 않다. 일상회복을 위한 사회적거리두기 완화로 확진자가 늘고 있는데다 코로나바이러스 새변이인 오미크론 확산으로 위험성은 더 높아졌다. 더구나 오미크론 확진자가 백신 접종을 완료한 사람들로 알려지면서 기존 백신의 무력화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가뜩이나 백신에 대한 두려움으로 접종을 거부해온 사람들에게는 백신접종 거부의 벽이 더 두터워졌을 것 같다. 백신 접종을 거부하는 사람들은 적지 않다. 이유는 여럿이지만 가장 큰 이유는 백신에 대한 공포, 혹시 있을지도 모를 부작용과 후유증에 대한 불안 때문이다. 이를테면 백신 포비아(vaccine phobia, 백신 공포증)다. 백신 포비아의 역사는 의외로 길다. 백신 거부의 역사를 추적한 책 <백신 거부자들>의 저자 조나단 M. 버만 교수는 그 역사가 200년 넘게 이어졌다고 주장한다. 인류 역사상 최초로 개발된 천연두 백신 덕분에 천연두의 비극을 피할 수 있었지만 이때부터 접종에 대한 저항과 거부가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그 뒤로도 백신 접종을 의무화하려는 정부와 거부자들 사이에는 늘 희망과 두려움의 갈등이 교차했었다. 놀랍게도 인도주의자이자 평화의 표상인 마하트마 간디도 백신거부자였다. 백신 접종은 미개한 행위이고, 우리 시대의 모든 망상 중 가장 치명적인 것 중 하나다. -중략- 차라리 수천 번 천연두의 희생자가 되거나 심지어 끔찍한 죽음을 맞이하는 편이 낫다. 간디가 1921년에 쓴 책 건강 가이드에서 내놓은 주장이다. 물론 그는 영국이 식민지에 놓여있던 인도 국민들에게 천연두 백신 접종을 강제 한 것에 대한 비판이었지만 파장은 컸다. 간디는 그로부터 10년쯤 지났을 때 백신 접종을 하지 않은 인도의 아이들이 천연두에 걸려 죽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나의 무지와 고집의 결과 일 수 있다. 나는 지금 매우 불행하다고 고백했다고 한다. 흥미로운 결과가 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발표한 2019년 세계인 건강을 위협하는 10대 요인이다. 당뇨병, 암, 신장병 등의 만성질환과 에볼라, 에이즈, 유행 독감 등 전염병과 함께 백신 접종 거부가 꼽혔다. 세계 곳곳에서 효과적인 백신으로 예방이 가능한 질병들이 백신거부로 여전히 인간을 위협하는 상황은 안타깝다. 들여다보면 백신거부를 조장하는 배경에는 온갖 음모론과 가짜뉴스가 횡행한다. 코로나 팬더믹 상황에서도 다르지 않다.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고 설득하는 노력이 지속되어야 하는 이유다. /김은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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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정
  • 2021.12.02 14:58

위상 실추한 전북도의회

전북도의회가 부활한 지 30년이 지났지만 제11대 도의회처럼 의장들의 잇따른 추문으로 인해 스스로 위상을 깎아내린 적은 유례가 없다. 지난 1991년 부활한 전북도의회가 제4대 김철규 의장을 비롯해 이창렬김규섭이강국김진억허영근김병곤정길진고석원김희수김용화김호서최진호황현김영배양용모 의장 등 10대에 이르기까지 모두 16명의 의장이 거쳐 갔지만 재임 중에 큰 구설이나 비위에 연루된 적은 없었다. 하지만 11대 도의회에 들어서 현직 의장이 뇌물수수나 갑질 횡포 논란의 중심에 서면서 스스로 의회 위상을 크게 실추시키고 있다. 여행업체로부터 뇌물수수에 따른 대법원 확정판결로 지난 10월에 의원직을 상실한 송성환 의원은 11대 전반기 의장 때 범죄혐의로 기소되면서 파문을 낳았다. 도의회 일각에서 의장직을 즉각 사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의사 진행을 못하게 하는 징계 권고 수준으로 어정쩡하게 봉합했다. 이마저도 의장 임기 만료 전에 명예회복의 기회를 줘야 한다는 해괴한 논리로 1년여 만에 의사봉을 다시 잡게 했다. 의장 개인의 명예를 위해 전북도민의 대의기관인 도의회의 위상을 스스로 내팽개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전임 도의회 의장의 비위 낙마와 관련, 후임 송지용 의장이 도민들에게 사과했다. 그는 개인의 일탈이기는 해도 도의회는 이 문제에 대해 엄중하게 고민하고 있다. 도민들에게 대단히 부끄럽고 죄송하다며 고개를 떨구었다. 그러면서 내년부터 윤리특별위원회가 강화되는 만큼 지속해서 의원 교육을 하고 시대정신에 맞게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송 의장의 도민과 다짐은 보름도 안 돼 빈말이 되고 말았다. 지난달 10일 본인의 갑질 횡포 논란이 터지면서 도의회가 다시 수렁 속으로 빠져들었다. 그것도 도민 대의기관의 수장과 도의회 사무처를 대표하는 사무처장 사이에 막말 폭언 파문이 불거지면서 의회 위상은 바닥으로 내팽개쳐졌다. 그동안 도의원의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갑질 행태는 간간이 드러났었다. 라면 끓이는 일부터 인사 청탁이나 물품 구매, 사업 선정 압력 등이 종종 드러나 지탄을 받기도 했다. 그렇지만 전북도민과 도의원을 대표하는 도의회 의장이 갑질 횡포의 당사자로서 구설에 오른 것은 전례가 없던 일이다. 도의회 위상은 스스로 목에 힘준다고 세워지는 게 아니다. 의장과 도의원 38명 개개인이 도민을 위한 봉사자로서 더 낮은 자세로 섬기고 헌신할 때 의회 위상은 저절로 곧추세워진다. 자기를 높이는 사람은 낮아지고 자기를 낮추는 사람은 높아진다는 불변의 진리를 되새겨야 할 때다. /권순택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권순택
  • 2021.12.01 16:07

천마지구 특혜논란

삽화 = 정윤성 기자 전주 인기 아파트단지로 떠오른 에코시티 데시앙 15블록 임대 전환을 둘러싸고 특혜 논란이 일었다. 지난 7월 당초 일반 분양에서 사업 방식을 변경하면서 이곳에 청약을 준비하던 시민들이 반발한 것이다. 진통 끝에 데시앙 아파트는 민간 임대 방식으로 지난달 평균 22대 1의 경쟁률로 청약을 마감했다. 데시앙은 태영건설의 브랜드로 에코시티 아파트단지 17개 중 8곳서 분양을 끝내면서 위세를 과시했다. 이런 논란 속에 또 다른 특혜의혹 주장이 인근 천마지구까지 불똥이 튀었다. 전주시가 에코시티 개발 사업자인 태영컨소시엄에 수의 계약으로 20만평 개발권을 넘겨줘 과도한 특혜라는 지적이다. 에코시티 건너편 건지산 자락에 위치한 천마지구는 전주의 마지막 노른자위 땅으로 주목 받았다. 교통 접근성과 생활 편리성에 비추어 북부권 최고 개발지로 일찌감치 꼽혀왔기 때문이다. 전주시민회에 따르면 이런 금싸라기 땅을 전주시가 에코시티 개발로 인해 1700억 손해를 봤다고 주장하는 에코시티(주)에게 이를 보전하기 위해 특혜를 줬다는 설명이다. 2006년 전주시와 태영컨소시엄은 35사단 이전과 부지개발 협약을 체결했다. 오랜 준비를 거쳐 2015년부터 아파트 개발이 본격화됐고, 현재까지 14개 단지가 완공된 상황이다. 핵심은 이런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사실관계 확인이다. 시민회는 이를 위해 정보공개 청구를 했으나 시는 변경된 2차 3차 협약서는 물론 천마지구 사업협약서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불가피하게 같은 시기 개발한 만성지구와의 자료를 비교 분석해 이같은 특혜의혹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아파트 부지는 용적률이 높을 수록 분양 면적이 늘어나 땅값이 높아야 하는 게 상식이다. 그런데 체비지를 매각한 에코시티와 만성지구 부지 매각가를 비교하면 에코시티는 만성에 비해 평당 165만원 정도 헐값에 팔렸다고 한다. 시민회 측은 이 과정에서 컨소시엄 업체에 2500억 정도 이익을 안겨줬다고 주장한다. 에코시티가 만성 부지에 비해 용적률이 훨씬 높은 데도 가격은 오히려 낮았기 때문이다. 평당 515만원 이상일거라고 예상했던 가격이 350만원에 매각된 점. 이는 만성지구 평당 410만원 보다 낮았다. 더욱이 경쟁 입찰로 매각한 만성과 달리 에코시티는 수의 계약을 했다는 점이 의혹을 사고 있다. 업체 측에서는 임실 군민들의 35사단 이전 반대로 공사가 늦어져 적자 규모가 늘어났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실제 반대활동 기간에는 35사단 건설도 그만큼 더디게 진행돼 투입 자금이 많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 상황에서도 시와 업체는 공공연히 1700억 적자를 강변했다. 그들이 체결한 에코시티 협약서 13조 변제 조항에 따르면 개발 이익이 없거나 적자가 발생해도 사업 시행자는 전주시에 사업비 보전을 요구할 수 없다고 못박아 놨다. 그럼에도 이런 안전 장치까지 무시하며 꼭 보전해야 할 사유가 무엇이었는지 전주시는 밝혀야 할 것이다.

  • 오피니언
  • 김영곤
  • 2021.11.30 17:08

후백제협의회와 지역주의

삽화 = 정윤성 기자 코로나19가 일상을 바꾼 것과 달리 20여년 전 국민들을 안방에 잡아 놓은 것은 사극(史劇) 이었다. 잡아 놓았다는 표현보다는 자발적으로 TV 앞에 앉아 사극에 몰입했다는 말이 더 적절하다. 사극은 1980년대부터 방영되기 시작했지만 국민들의 관심을 끌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부터 였다. 사극 붐을 주도한 것은 드라마 허준 이었다. 동의보감의 저자인 조선 중기 의학자 허준의 일생과 동양의학에 관한 이야기를 1999년 11월부터 2000년 6월까지 64부작으로 다룬 드라마 허준은 63.7%라는 역대 사극 최고 시청률 기록을 세웠다. 평균 시청률이 48.4%에 달할 정도였다. MBC가 제작한 드라마 허준과 쌍벽을 이룬 사극은 KBS의 태조 왕건이다. 2000년 4월부터 2002년 2월까지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 밤 방영된 사극 태조 왕건은 60.2%의 최고 시청률로 드라마 허준의 뒤를 이었다. 방영 기간이 허준보다 세 배나 긴 200부작의 대작이었다. 태조 왕건은 고려를 건국한 왕건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였지만 한 쪽 눈에 안대를 낀 궁예와 비운의 후백제 견훤왕의 인기가 높았다. 드라마 허준과 태조 왕건에 이어 대장금, 주몽, 여인천하, 용의 눈물, 장희빈, 해를 품은 달 등이 40%가 넘는 시청률로 안방 사극 붐을 이끌었다. 후삼국 시대와 고려 통일의 과정을 다룬 사극 태조 왕건의 주인공은 왕건과 궁예, 그리고 후백제의 왕 견훤이다. 지금의 경북 문경 출신인 견훤은 신라 말기의 혼란했던 시기 전주에 후백제를 세웠지만 아들의 반란으로 자신이 세운 나라의 문을 스스로 닫아야 했던 비극적 운명의 주인공이었다. 견훤왕 관련 유적지는 후백제의 왕도였던 전주를 중심으로 한 전라도는 물론 경상도와 충청도 일대에 광범위하게 남아 있다. 경북 문경시 가은읍 갈전리에는 견훤의 탄생지로 전해지는 금하굴과 견훤의 사당인 숭위전이 자리하고 있다. 경북 상주시에도 견훤사당과 견훤산성이 있고, 충남 논산시 연무읍 금곡리에는 견훤왕릉이 자리잡고 있다. 후백제의 왕도였던 전주에도 동고산성과 남고산성, 중노송동 인봉리 등 유적지들이 있다. 그러나 고려 통일 이전 후삼국 시대의 한 축이었던 후백제의 역사문화는 다른 역사문화권과 달리 제대로 조명받지 못해왔다. 늦은 감이 있지만 지난 26일 전주에서 후백제문화권 지방정부협의회가 발족했다. 전주시와 완주장수진안군, 경북 문경시와 상주시, 충남 논산시 등 후백제 문화유적을 보유한 7개 시군이 참여했다. 전라경상충청이 함께 뭉친 후백제문화권 지방정부협의회는 후백제 역사문화의 체계적 정리와 위상 정립, 관광자원화 등에 나설 계획이다. 후백제 문화유산 실태조사와 유적 발굴, 후백제 역사문화권의 법제화 등 할 일이 적지 않다. 여기에 더해 망국적 지역주의를 깨는 첨병 역할을 할 수 있다면 더 좋을 일이다.

  • 오피니언
  • 강인석
  • 2021.11.29 18:24

존재감 높이는 길

삽화 = 정윤성 기자 그간 각종 선거를 할 때마다 이성적 판단 보다는 감성의 지배를 받아 투표해왔다. 대선은 말할 것 없고 지방선거에서 이 같은 현상이 두드러졌다. 대선이 100일 앞으로 다가서면서 여야 후보들이 표심을 잡기 위해 교언영색의 공약들을 마구 쏟아 내지만 현실성이 떨어진 공약이 많다. 이번 대선은 참으로 묘한 선거구도가 만들어졌다. 여의도 정치를 해본 적이 없는 인물들이 여야유력후보로 뽑혀 국민들이 혼란스러워 한다. 당내 경선을 거쳐 확정되었지만,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에 대한 각종 의혹이 하루가 다르게 쏟아져 나와 국민들의 실망이 크다. 최선이 아니면 차선을 선택해야 하지만 이번에는 최악이 아닌 차악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유권자가 3.5%밖에 안된 전북은 그나마 여야 후보들의 관심권 밖에 놓여 있다. 민주당은 집토끼라고 여겨서인지 아직껏 이재명 후보가 언제 매타버스를 타고 온다는 일정이 없다. 지난 주말 이 후보가 4박 5일 동안 광주 전남 곳곳을 누비며 읍소전략을 편 걸 바라다보는 전북도민들의 심정은 쓸쓸하고 공허해 보였다. 선거전략상 우선순위에서 밀리다 보니까 전북 방문이 밀린 것 아니겠느냐며 시간이 오면 올 것 아니겠느냐는 식이다. 하지만 전북이 호남이란 카테고리에 묶여 있지만 전북민심은 광주 전남과 다르게 움직인다. 민주당 경선 때 이재명을 1등으로 뽑아준 것만도 봐도 그렇다. 전북 사람들은 광주 전남 사람들에 비해 성격이 유순하다. 충청도 사람들과 흡사한 편이다. 자기 속내를 감춰 잘 드러내지 않는다. 말하는 것과 행동하는 것이 다르다. 자기주관이 확실하고 뚜렷하지 않아 대세에 곧장 휩쓸린다. 아닌 것을 아니다라고 말하는 등 비판적인 견해를 갖는 게 부족하다. 여론주도층 가운데 목에 방울 달 사람도 드물다. 이런 성향이 오래 지속되다 보니까 하나의 현상으로 굳어져 가고 있다. 물에 물탄 듯 술에 술탄 듯 자기 주관없이 분위기에 휘갈린다. 그간 국회의원 등 선출직들을 보면 전북도민들의 성징이 잘 녹아 있다. 혁신적인 똑똑한 대표가 거의 없었다. 임기나 적당히 채우면서 입신양명을 노린 사람이 많았다. 인적네트워크가 약하고 전문성이 결여돼 우물 안 방안퉁수 같았다. 왜 이렇게 뒷심이 부족한 사람들이 대표 한답시고 나분댔는지 알만하다. 표 찍어준 유권자의 잘못이 많다. 대표를 보면 주민들의 민도를 알 수 있다. 또 선거를 앞두고 후보들이 허리를 굽히며 표심 잡기 위해 안간힘을 쏟는다. 정치적 동물인 인간은 선거 때만 잠깐 굽신거릴뿐 선거가 끝나면 언제 그랬냐는 식으로 고개가 뻣뻣해진다. 이 같은 정치인들의 버르장머리를 고치려면 선거를 잘해야 한다. 연고주의 선거를 하면 주인인 유권자가 노예가 될 수 있다. 대선 주자가 오든 안 오든 상관없이 정책과 공약을 판단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전체유권자의 3.5%인 전북이 대선판을 바꿔 놓을 수 있다. 어떻게 할 것인가.

  • 오피니언
  • 백성일
  • 2021.11.28 16:38

전두환 회고록과 타서전

삽화 = 정윤성 기자 그의 회고록이 나온 것은 2017년 4월이다. 반란수괴죄, 내란수괴죄, 내란목적살인죄, 뇌물죄등 12개 항목의 혐의로 1996년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았으나 정치적 사면으로 다시 법정 자격을 찾은 사람의 자서전. 회고록을 펴낸 출판사 대표는 그의 아들이었다. 말하고 싶었던 모든 것들이 때론 솔직하게, 때론 담담하게 정리되어 있다며 30년간의 침묵을 깨고 공개되는 최초의 회고록 격동의 대한민국을 담아낸 당대의 역사서 등의 수사적 표현을 앞세운 <전두환 회고록>. 그러나 이 책은 1권부터 거짓과 왜곡의 편찬이었다. 518 사태(518 광주민주화운동)와 나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저자의 기억은 실체적 진실과는 거리가 먼 조작과 왜곡의 파편을 거리낌 없이 쏟아냈다. 이 책으로 명예를 훼손당한 5.18민주화운동 피해자들이 그냥 둘리 없었다. 출판 배포 가처분 청구에 법원은 <회고록 1권>에 대한 출판 배포를 금지하고 피해자들에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전두환 회고록>이 왜곡된 서술로 수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는 동안 그와 관련된 또 한권의 책이 세상에 나왔다. 역사학자들과 출판기획자가 의기투합해 펴낸 <전두환 타서전>이다. 타서전은 다른 사람이 서술한 전기다. 그 삼엄한 시대를 거치고도 고작 30여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떨어져 나간 살점들을 잊었다. 그 망각의 틈을 이용해 누군가는 제멋대로 과거를 회고한다고 통탄한 기획자들은 우리가 어떤 시대를 살아왔고 어떤 일을 겪어 왔는지 돌아보고 또 기억하기 위해 책을 펴낸다고 했다. <타서전>은 <회고록>에 대응하는 책이었다. 타서전은 제 맘대로 회고해 제 입맛에 맞게 서술한 회고록과는 전혀 달랐다. <타서전>은 사건의 이름을 제목으로 내걸고 그와 관련된 기사를 모두 모아 서술하여 사건의 시말(始末)을 기술하는 <기사 본말체>의 형식을 기꺼이 받아 들였다. 동양권에서 전통적으로 역사를 서술하는 체재 중 하나인 <기사 본말체>는 정치적인 사건을 기술하는 데는 가장 효과적인 역사 편찬 체재로 평가받는 형식이다. 타서전은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 대통령이 피살된 이후 전두환 전 대통령의 행적을 다룬 106건의 신문기사를 자료로 그 전말과 진실을 알렸다. 역사를 정확하게 확인하고 기록하기 위해 사건의 시말에 집중할 뿐 어떠한 주관적 평이나 해석을 더하지 않은 타서전은 그야말로 기사본말체의 정신을 충실하게 살린 책이었다. 타서전의 주인공이 사망했다. 그의 나이 90세다. 1980년 5월, 광주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이 총격에 맞아 스러져갔다. 그들 대부분은 꽃다운 청춘이었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21.11.25 16:46

겨울철 진객 황새

삽화 = 정윤성 기자 멸종위기 야생생물 Ⅰ급이자 천연기념물 199호인 황새는 원래 우리나라에서도 서식하는 텃새였다. 1950년 이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전역에 분포하면서 많은 개체수가 번식했고 겨울에는 일부가 북쪽에서 내려와 월동하는 겨울 철새이기도 했다. 하지만 6.25 전쟁을 겪고 화목용으로 산림을 난벌하면서 서식지가 파괴된 데다 사냥 등 남획으로 인해 우리나라에서 황새는 거의 자취를 감췄다. 1971년 4월 충북 음성에서 황새 부부 한쌍이 발견되어 당시 언론에서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언론 보도를 접한 사냥꾼이 황새 서식지를 찾아 수컷을 총으로 쏴 잡았다. 이 사냥꾼은 나중에 체포되어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다행히 살아남은 암컷 황새는 서울대공원으로 옮겨져 보호받다가 1994년에 죽었다. 이후 국내에서 황새 번식은 끊기고 말았다. 우리나라에서 텃새 황새가 사라진 이후 겨울철 철새 황새가 간간히 찾아왔다. 지난 2002년 1월 초 익산 망성면 고산마을 어량교 일대에 황새 12마리가 떼 지어 날아왔다. 수많은 탐조객과 사진 작가들로 북새통을 이루자 면사무소 직원과 마을주민들은 들판에 밧줄을 치고 사람들의 접근을 통제하는 한편 먹이를 주고 서식지 주변 환경을 조성 하는 등 황새 보호에 만전을 기했다. 문화재청에선 이러한 마을주민의 노고에 포상금을 전달하기도 했다. 2008년에는 고창 갈곡천에서도 황새 6마리가 월동하는 장면이 포착됐다. 국립환경과학원에서는 갈곡천과 인천강 일대에 대한 생태조사에 착수했고 멸종위기종인 황새와 검은목두루미를 비롯해 630여 종에 달하는 서식 동물을 확인했다. 이후 이곳은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됐고 지난달에는 고창 갯벌이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됐다. 유네스코생물권 보전지역인 고창지역에는 해마다 10여 마리의 황새가 찾아온다. 지난 1월에는 황새 60여 마리가 떼로 몰려와 큰 화제가 됐다. 이에 고창군에선 문화재청의 지원을 받아 아산과 부안 해리면에 황새 둥지탑 3곳을 설치했다. 며칠 전에는 익산 만경강 중류 지역에서 황새 한 마리가 포착됐다. 지난해 11월 황새 3마리가 발견된 데 이어 올해 다시 황새가 만경강에 찾아왔다. 축산 폐수 등으로 수질오염이 심각했던 만경강이 생태습지 조성과 환경 보전 노력으로 자연 생태계가 회복되면서 멸종위기종 동식물의 서식지로 탈바꿈하고 있다. 겨울철 진객인 황새가 우리 지역에서 서식하면서 자연 번식하고 텃새로 정착하게 되면 세계적인 생태학습장과 조류 관광지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황새와 함께 더불어사는 자연 생태 환경이 하루빨리 복원되길 바란다.

  • 오피니언
  • 권순택
  • 2021.11.24 17:01

국회의원의 존재감

삽화 = 정윤성 기자 쌍발통정운천 의원의 최근 행보와 역할이 눈에 띈다. 그는 윤석열 후보가 지난 6일 대선 후보로 확정된 뒤 서울 가락시장 첫 민생 행보 때 밀착 수행했다. 지역구가 아닌 데도 뜬금없이 윤 후보와 함께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것이다. 예상치 못한 이날 정 의원 동행에 대해 주변에서는 온갖 추측이 무성했다. 사실인즉슨 그간 그의 남다른 의정 활동을 눈여겨보고 윤 후보가 호감을 갖고 있었다고 전해진다. 이번 깜짝 동행은 윤 후보에게 갖고 있던 도민들의 부정 이미지 개선에도 도움이 된다. 다름 아닌 경선 때 윤 후보가 전북을 홀대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다른 후보와 달리 표심을 얻기 위한 공개 행보가 없었을뿐 아니라 지역 공약 발표 기회마저 갖지 않아 시선이 곱지 않았다. 도민들 입장에서는 민주당 텃밭이라 아예 전북 패싱하는 것 아니냐는 못마땅한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이같은 상황에서 정 의원 말고도 윤 후보의 대선 행보를 그림자 보좌하고 경호까지 도맡는 수행실장에 전주 출신 초선 이용 의원이 있었다는 점이다. 이 의원은 봅슬레이 국가대표 감독 출신으로 언뜻 보면 경호원으로 착각할 정도다.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는 우직하고 성실함에 윤 후보가 매료됐다고 한다. 원래 퍼포먼스용 회견이나 사탕발림 공약으로는 민심을 얻지 못한다. 후보가 진정성을 갖고 지역민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이를 해결하고 실천하려는 의지가 무엇보다 관건이다. 아울러 최소한 지역 정서와 동떨어진 정책 판단의 오류를 없애려는 노력도 긴요하다. 국민의힘 경선 때 일부 후보가 새만금 신공항에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가 반발을 산 게 대표적이다. 애써 지역을 방문하지 않아도 도민 여론에 대해 조언자 역할이 가능한 측근이 있다는 것은 실리적 측면에서 강점이다. 정운천이용 의원에 거는 도민 기대도 이런 범주에 속한다. 지역 현안의 해결사 역할은 고사하고 지엽 말단의 행사 홍보나 상(賞)을 받았다고 호들갑 떠는 의원들이 있다. 지역 현안들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는 데도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던 것과는 대조적 모습이다. 오죽하면 지방의원 만큼도 역할을 못하는 국회의원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유권자들은 일침을 놓는다. 정운천 의원의 드러나지 않은 행보가 돋보인 것도 이 때문이다. 얼마 전 윤 후보 광주 방문이 초미의 관심사였다. 전두환 실언과 개 사과 논란으로 그에 대한 광주 민심이 들끓고 있을 때다. 마찰이 있긴 했지만 큰 불상사없이 방문을 마무리한 것도 정 의원 역할이 컸다는 후문이다. 그는 보수정당 최초로 광주 518 추모제에 초청 받을 만큼 신뢰를 쌓았다. 국민통합위원장으로서 지역장벽 해소를 위해 누구 보다 앞장선 결과다. 호남 민심을 소홀히 할 수 없는 대선 주자입장에서 정 의원 같은 존재는 복덩이나 마찬가지다. 전북현안 해결에도 앞장서 그가 진가를 발휘하는 건 물론이다. 국회의원 역할이다.

  • 오피니언
  • 김영곤
  • 2021.11.23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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