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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화 = 정윤성 기자 2117년 전북 인구 48만명. 먼 얘기이지만 현재 66만명인 전주시 인구에도 못미치는 전북 인구다. 감사원이 2017년 인구를 기준으로 전망한 100년 뒤 전북의 모습이다. 2018년 합계출산율(0.98명)과 중위 수준의 사회적 이동이 지속된다는 가정 아래 분석해 지난 13일 발표한 인구구조변화 대응실태 공식 자료다. 통계청과 함께 전국 17개 광역 시도 인구(50년, 100년)와 229개 시군구 인구(30년, 50년, 100년)를 추계 분석한 결과다. 현 수준 출산율을 기준으로 시도 및 시군구 인구를 100년까지 연장한 추계 결과라서 상대적으로 불확실성이 크고, 그 사이에 정부 정책 변화는 물론 경제사회적인 환경이나 가치관의 변화가 생겨 미래 실제 인구와 다를 수 있다는 추계 분석의 한계가 그나마 위안을 준다. 그러나 100년 뒤 인구가 지금보다 70% 이상 줄어들 것이란 분석 결과는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전북은 1960년대 전국 인구의 10%를 차지할 정도로 풍요로운 지역이었다. 전북 인구가 최대치였던 1966년 252만3708명은 우리나라 전체 인구 2500만명의 10% 이상을 차지했지만 산업화 과정에서 수도권 집중 현상으로 쪼그라들기 시작해 올해 6월말 179만4345명으로 전국 인구 5180만명의 3.5% 수준까지 추락했다. 감사원이 예측한 장래 전북 인구는 2047년 154만명, 2067년 118만명, 2117년 48만명이다. 100년 뒤에는 지금보다 73.7%가 줄어들 것이라는 예측이다. 전국 평균 인구 감소율 70.6%를 웃돈다. 2117년 우리나라 예측 인구는 1510만명으로 전북 인구 48만명은 전국의 3.2% 수준이다. 인구 감소는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출산이 줄면 산부인과와 산후조리원이, 학생이 없으면 초중고교가 문을 닫아야 한다. 입학생을 채우기 힘든 대학은 폐교 위기에 놓일 수밖에 없고, 인력 양성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면 경제에도 나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전체 인구가 감소하는데도 수도권 인구집중은 2047년 51.6%, 2067년 53.2%, 2117년 52.8% 등으로 계속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특히 청년층의 수도권 거주비율은 2047년 54.4%, 2067년 55.2%, 2117년 56%까지 상승할 것이란 전망이다. 지금같은 수도권 집중 현상이 지속되면 지방의 소멸은 불을 보듯 뻔하다. 감사원은 교육과 취업 문제를 혁신해야 지방소멸을 억제할 수 있다고 결론짓고 있다. 지방의 교육 여건을 대대적으로 개선하고 괜찮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교육과 경제는 국가를 떠받치는 두 기둥이다. 2명의 부총리 자리를 기획재정부장관과 교육부장관이 겸임하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교육과 경제 살리기에 국가와 지방의 모든 역량을 결집해야 할 시점이다.
삽화 = 정윤성 기자 전북도가 지금까지 가장 잘한 일은 용담댐 건설이다. 전주시도 해마다 여름철만 닥치면 상수원이 부족해 식수난을 겪었지만, 용담댐이 건설된 이후부터는 완전히 물 가뭄이 해소됐다. 현재 전주 군산 김제 완주 진안군이 하루에 용담댐 물 59만 톤을 상수원으로 공급받고 장차 새만금까지도 용담댐 물이 공급될 계획이다. 용담댐 물은 상류에 오염원이 없어 1급수를 공급하기 때문에 다른 지역의 부러움을 한몸에 사고 있다. 생명의 원천인 상수도원을 안정적으로 공급받는다는 것은 삶의 질 향상에서 가장 중요하다. 전북이 다른 지역에 비해 산업화가 뒤처졌어도 용담댐이 있어 청정지역에 살고 있다는 자부심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용담댐 건설은 일제 강점기 때부터 계획된 것을 여러 차례 반복해오다 강상원 지사 때 착공해 유종근 지사 때인 2001년 10년 만에 완공했다. 황인성 지사가 5년간 최장수 지사를 역임하는 동안 이리역 폭파사건을 깔끔하게 정리해 새 이리건설을 앞당겼지만 민선 지사였던 유종근 지사가 실세지사로서 용담댐을 완공한 것은 그 의미가 남다르다. 새만금사업이 30년간 국책사업으로 추진하지만 아직까지 도민들이 피부로 느낄 가시적 성과를 거두지 못해 안타까움을 더한다. 지난 30년간 다른 시도는 상전벽해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괄목할 만큼 지역발전을 도모해왔지만, 전북은 현상유지 하기에 급급했다. 지역균형발전을 이루지 못해 기울어진 운동장이 더 기울어졌다.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으로 이어지는 진보정권에서 지역균형발전을 그렇게 강조했는데도 전북은 소외와 낙후라는 불명예만 안게 됐다. 이농인구와 청년 인구유출로 전북은 200만 인구붕괴가 이뤄지면서 180만도 힘없이 무너져 버렸다. 청년들의 인구유출이 계속 이어지고 65세 이상 노령인구만 늘어 초고령 사회로 진입한 바람에 역동성이 떨어졌다. 지금 전북은 닭 쫓던 개 지붕 쳐다 보는 꼴이 돼버렸다. 혹시나 행여나 하고 문재인 정권이 전북을 지원해 줄 것으로 잔뜩 기대를 했지만 아니 올 씨다로 끝나간다. 광역시가 없어 광역교통망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해괴한 논리로 전북을 광역철도망 구축 계획에서 제외한 것만 봐도 전북은 찬밥신세가 됐다. 충청권과 광주 전남권에 낀 전북은 샌드위치 신세로 전락 갈수록 희망이 사라져 간다. 전북이 처한 상황이 불리하지만 청정한 자연환경과 문화유산을 가진 점을 최대한 자산으로 활용해 지역발전을 도모해야 한다. 용담댐 건설로 용수문제를 완전히 해결했듯이 제2의 용담댐 같은 사업을 발굴해서 사람과 돈이 모이는 전북을 만들어야 한다. 기후변화로 갈수록 생활환경이 위협받고 있어 무주 진안 장수 남원 임실 순창 등 동부산악권 청정지역을 최대한 보전,힐링지역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삶의 질을 높이도록 공공의료서비스를 강화하고 교통편익 증진과 문화시설을 확충해야 한다.이 같은 일은 중앙정부의 도움을 받아야 가능하므로 다음 대선이 중요하다. 누가 전북발전에 도움 줄 후보인가를 파악해서 후회 없는 선택을 해야 한다.
삽화 = 정윤성 기자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컨테이너 빌딩 <플래툰 쿤스트할레 (PLATOON Kunsthalle)>가 등장한 것은 2009년이었다. 건물이 들어선 곳은 주차장 부지. 땅값이 가장 비싸다는 강남 한복판에 28개의 군수용 컨테이너를 쌓아올린 건축물이 들어선 것도 그렇거니와 상업적 공간이 아니라 다양한 비주류 복합문화를 위한 공간으로 활용된다는 것이 알려졌을 때 놀라움은 컸다. 서울의 <플래툰 쿤스트할레>는 비주류 문화운동을 주도해온 독일의 아트커뮤니케이션 그룹 <플래툰>이 베를린에 이어 두 번째로 건립한 공간이었다. 사실 1950년대 물류 수송을 위한 용기로 만들어진 컨테이너가 건축물의 소재로 쓰이기 시작한 것은 꽤 오래전이다. 초기에는 물류용이나 군수용 컨테이너를 재활용하는 정도였으나 그 특성을 주목 받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인 건축물의 소재가 됐다. 컨테이너의 가장 큰 특징은 이동성. 창의적인 건축물을 만들어내는 데는 한계가 있지만 옮기고 해체하고 늘리거나 줄일 수 있는 특성은 건축가들을 끌어들이기에 충분했다. 컨테이너를 집중적으로 연구해온 건축가가 있다. 서울의 <플래툰 쿤스트할레>를 설계한 건축가 백지원이다. 전주의 근교에서 성장한 그는 어린 시절부터 움직이는 건축물에 관심이 많았다. 건축을 전공하고 현장에 뛰어들었던 때 이동 가능한 최고의 구조물 컨테이너에 마음을 빼앗겼던 것도 움직이는 건축물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가 움직이는 건축물에 집중하는 이유는 건축의 생태적 환경을 위해서인데, 리사이클링만이 아니라 업사이클링이 되는 건축의 가치를 주목해온 것도 그 때문이다. 그가 전해준 이야기가 있다. <베니스비엔날레 건축전 젊은 건축가 50인>에 선정되었을때 그는 세상에 남지 않을 건축물을 만들고 싶다며 옮겨 다닐 수 있는 건축물을 만들어 인류의 꿈과 희망을 해결하고 싶다고 소개했다. 인스턴트 건축가라는 놀림이 있을 정도로 반응은 좋지 않았다. 그가 되돌려준 답이 있다. 나는 권력 집단을 위해서 일하는 건축가가 아니라 대중들을 위해 일하는 건축가이고 싶다. 컨테이너 빌딩을 주도했던 <플래툰> 역시 이동이 가능한 컨테이너의 특성을 주목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플래툰>은 2014년 서울의 <플래툰 쿤스트할레>의 운영권을 다른 주체에게 넘기고 철수 했지만 당초에는 서울의 쿤스트할레를 몇 년 후 다른 나라로 옮겨갈 계획이었다. 서울의 컨테이너 빌딩이 다른 나라로 이동해 변신하는 새로운 경험이 실현되진 않았지만 움직이는 건축물의 실현은 이미 일상에 들어와있다. 삶의 환경이 어떻게 변화할지 궁금해진다.
삽화 = 정윤성 지난 2017년 9월 서울 강서구에 장애인학교 설립을 둘러싼 논란이 사회적 이슈로 대두됐다. 학교 설립을 원하는 학부모들과 집값 하락을 우려하는 아파트단지 주민 사이에 찬반 입장이 첨예하게 맞서면서 장애인학교 설립이 쟁점화됐다. 자유한국당 원내 대표를 지낸 지역구 국회의원까지 학교 설립을 반대하면서 어려움에 직면하게 됐다. 강서구에는 공립 특수학교가 전무해 장애 학생들이 구로구에 있는 특수학교까지 한 시간 넘게 통학을 해야 하기에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이에 서율시교육청에서 2016년 개교 목표로 공립 특수학교인 서진학교 신설을 추진했으나 지역 주민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혀 진퇴양난의 상황에 처했다. 학교 설립 공청회를 연 날 장애 학생의 학부모들이 반대 주민 앞에서 무릎 꿇고 눈물로 호소하는 장면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서 여론이 일기 시작했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 2018년 학교 건축에 들어갔고 계속되는 민원으로 인해 올 3월에야 서진학교가 개교했다. 서진학교와 비슷한 상황이 익산에서도 빚어지고 있다. 익산 덕기동에 있는 중증장애인시설인 홍주원을 익산 신동 도치마을로 옮기려면서 지역 주민의 반대에 부딪혔다. 현 홍주원 시설은 안전등급 DE등급 판정을 받아 이전이 불가피한 상황. 이에 정부 공모사업을 통해 도치마을 내 건물을 매입하고 시설 이전을 추진했지만 지역 주민들이 재산 가치 하락과 원룸 공실 우려 등을 이유로 이전을 반대하고 있다. 1년 넘게 양측의 입장 조율이 안 되자 홍주원 측은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냈고 익산시도 보건복지부에 관련법률 검토 등을 요구하기 이르렀다. 최근 국가인권위와 보건복지부는 장애인 거주시설 이전 반대는 장애인 차별행위이고 자치단체가 시설 이전 반대 주민에게 굴복하는 것은 법률 위반사항이 될 수 있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익산시는 이들 기관의 유권해석을 토대로 사태 해결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표명함에 따라 홍주원 이전 문제는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지난 4월 말 통계청 기준을 보면 우리나라 장애 인구는 263만3000여 명이다. 인구 20명당 1명이 장애인 셈이다. 이들 장애인의 90%는 후천적 질병이나 사고로 장애를 갖게 된다. 즉 나 자신이나 가족 등 누구에게나 장애가 닥칠 수 있다는 사실이다. 그런데도 장애인이나 장애인시설에 대한 그릇된 인식과 사회적 편견이 여전하다. 헌법과 법률에서도 장애인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지만 일부 시민들의 인식 수준이 입법 정신에 미치지 못하는 현실이 정말 안타깝다.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고 장애인이나 비장애인이 구별 없이 더불어 사는 건강한 공동체가 회복되길 소망한다.
삽화 = 정윤성 기자 100년 8년 5년 변호사 3만명 시대를 상징하는 숫자다. 지난 1906년 1호 변호사가 탄생한 이래 1만명, 2만명 그리고 3만명을 넘어서는 데 걸린 세월이다. 다시 말해 100년의 시간이 흘러 1만명을 돌파하더니 2만명을 넘기는데는 8년이 고작이다. 그로부터 3만명 까지는 5년이면 충분했다. 변호사들의 피 말리는 생존 경쟁이 불을 뿜고 있는 형국이다. 3만명 이라는 숫자에 얽매여 과열된 시장으로만 인식할 문제는 아니다. 그간 문턱이 높았던 변호사들의 서비스경쟁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과거 권위적 이미지를 벗어나 의뢰인과 눈높이를 맞추면서 스스로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의미다. 전문 지식이 없어 막막한 상황에서 유전무죄 무전유죄(有錢無罪 無錢有罪)의 불신감까지 팽배한 가운데 의뢰인 입장에서는 변호사가 유일한 희망이다. 터 놓고 얘기하고 소통하고 공감할 수 있는 가족같은 도우미 역할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은 이런 기대를 저버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오죽하면 소송에 휘말리는 고통 보다 제 역할 못하는 변호사에 대한 스트레스가 훨씬 크다 며 볼멘소리다. 돈 많고 끗발 있는 교도소 수감자의 자질구레한 심부름까지 도맡는집사 변호사노릇과는 대조적이다. 최근엔 온라인을 통해 변호사를 연결해주는로톡서비스를 둘러싼 논란이 뜨거웠다. 2014년 출범한 로톡은 의뢰인이 자신의 상황에 걸맞는 변호사에게 상담받을 수 있는 IT서비스를 말한다. 전체 개업 변호사 중 10%가 넘는 3000명 이상이 가입했다. 의뢰인과 변호사의 거리감을 좁힌다는 점에서 새삼 주목을 끌고 있다. 그러나 대한변호사협회는 이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가입 회원에 대한 징계에 착수했다. 전북에도 변호사가 300명 넘게 활약하고 있다. 로스쿨이 도입된 2009년 이후 전국적인 변호사 폭증세는 눈에 띌 정도다. 그런 분위기 속에 2019년 3만명을 넘기면서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는 평가가 나왔다. 연수를 마치고 혼자 개업하는 것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다. 몇 년 전에는 지방공무원 9급 공채에 현직 변호사가 지원해 화제를 낳았다. 뿐만 아니라 의뢰인에게 받은 수임료와 법원 공탁금을 가로챈 변호사가 구속되고, 수감자의 형량을 낮추기 위해 증거를 조작한 이도 있었다. 버티기 힘든 경제적 여건 때문에검은 유혹에 빠지기 쉬운 생존 구조다. 경쟁이 치열할수록 서비스 질 향상은 물론이다. 여타 분야에 비해 특히 폐쇄적이던 법조계도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변호사 업계는 두말할 나위가 없다. 자기 권리찾기 의식이 높아진 데다 온라인을 통한 법률 지식 습득이 간편해지면서 변호사 못지않은 실력파들이 늘고 있다. 그만큼 고객을 상대하기가 버거워 진것도 사실이다. 법조 타운에만 몰리던 변호사 사무실이 점차 시내 곳곳에 자리잡고, 흔한 사교 모임에서도 어렵지 않게 변호사를 만날 수 있게 됐다. 의뢰인과 상생할 수 있는 긍정 변화의 시작이다.온라인 변호사도 마찬가지다. /김영곤 논설위원
새만금 수상 태양광 발전소 공포 영화인 스릴러 장르의 거장으로 평가받는 미국 영화감독 앨프리드 히치콕(1899~1980)은 현역 시절 54년 동안 46편의 영화를 만들었다. 1963년 개봉한 영화 새(The Birds)는 히치콕의 작품 가운데 보기드물게 동물이 주인공인 영화로 삽입곡이 전혀 없고 효과음과 연출만으로 만들어진 공포 영화다. 갈매기와 참새 떼들의 공격으로 주민들이 숨지며 쑥대밭이 된 마을은 공포에 휩싸이고 결국 새들이 점령한 집을 사람들이 탈출하는 내용이다. 이 영화 개봉 이후 미국에서는 조류 공포증 발병이 증가했다는 연구 결과까지 나왔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1970년 8월 KBS에서 처음 방영된 뒤 1987년까지 지상파 방송에서 여러 차례 방영됐다. 히치콕의 영화에서 처럼 새의 공격은 아니지만 최근 새만금 태양광을 새들이 위협하고 있다. 기독교환경운동가인 최병성 목사가 지난달 말 새만금 태양광 위에 앉아있는 새들의 모습과 새똥으로 뒤덮인 패널 사진을 인터넷 매체를 통해 고발했고, 조선일보는 지난 9일과 11일 새똥광이라며 새만금 태양광의 문제점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새만금개발청은 새똥으로 오염된 시설은 가동중인 수상태양광이 아니라 연구실증용 설비로 현재 전력생산을 하지 않고 있어 세척 등 별도 유지관리도 하지 않고 있는 시설이라고 반박했다. 새똥 등 실증 시험 과정에서 나타나는 문제점들에 대한 대응 방안을 마련해 새만금 수상태양광 사업(2.1GW)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겨레는 지난 13일 새만금 태양광의 연구실증용 설비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일반화할 수 없다는 점을 전문가들의 주장을 담아 조목조목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했다. 국내 수상태양광 발전시설의 가능성을 따져보기 위한 테스트 베드 시설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일반화시켜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새만금에는 오는 2025년까지 1590만㎡의 면적에 520만 개의 패널이 설치되는 2.1GW 규모의 수상태양광 발전사업이 추진된다. 현재 국내에 설치된 1MW 이상 수상태양광의 경우 주기적으로 물세척을 실시해 새똥이 발전량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고 한다. 새똥이 520만 개의 새만금 수상태양광 패널을 모두 덮을 수는 없지만 수상태양광에 골칫거리가 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외국에서는 수상태양광 패널에 새가 앉지 못하도록 레이저 광선과 초음파, 굉음, 와이어 설치 등 다양한 대책들을 강구하고 있고 국내 업계에서도 세척, 장애물 설치, 초음파음파 이용 퇴치 등 새똥 해결책에 대한 여러 연구가 진행중이다. 새만금과 인접한 금강하구는 매년 겨울 가창오리와 청둥오리 등 40여종 50여만 마리의 철새가 날아오는 철새의 낙원이다. 새만금 수상태양광과 조류의 공존 방안 마련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판소리가 유네스코의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것은 2003년이다. 세계가 그 가치에 눈을 떠 세대를 이어가며 지켜야할 자랑스러운 유산의 대열에 합류했으니 원형을 온전히 지켜 계승하는 일은 허투루 할 수 없는 과제가 됐다. 그 힘을 받은 덕분인지 판소리 진화(?)가 줄곧 눈부시다. 전통판소리의 영역에 새로운 가사를 입힌 창작판소리가 부상하더니 비트 박스나 랩과 같은 서양식 빠른 리듬에 판소리를 얹혀 흥을 돋우어 내거나 현대 춤을 더하여 새로운 공연 장르를 탄생시킨다. 원형은 원형대로 지키면서 새로운 시간의 옷을 입는 판소리의 변신이다. 우리 음악과 서양 음악의 결합은 꽤 오래전부터 시도되어왔다. 판소리 역시 예외가 아니다. 2004년에도 음반제작사 신나라가 의욕적으로 기획한 판소리와 재즈의 결합이 있었다. 재즈는 우리의 전통가락과 닮아 김덕수사물놀이패나 이생강의 대금사물놀이팀 등이 재즈와의 접목을 시도해왔으나 판소리와 재즈의 결합은 처음이었다. 거기에 본격적인 음반제작까지 더해졌으니 그 의미는 사뭇 달랐다. 판소리 연구가 최동현 교수가 주도한 이 작업에는 유태인 미국계 작곡가이자 첼리스트인 이안 라쉬킨이 음악감독으로 참여했다. 그는 이미 한국전통음악을 소재로 한 재즈 음반 조선지심을 냈을 정도로 한국음악에 이해가 깊은 연주자였다. 발음과 장단이 정확한 명창 정정렬의 춘향가 한대목과 젊은 소리꾼들이 부른 다섯 바탕의 눈 대목이 재즈와 만났다. 라쉬킨은 매우 파워풀하고 오랫동안 훈련해 일정한 경지에 이른 정정렬의 소리에 매료되었다고 한다. 라쉬킨과 함께 해온 일곱 명 재즈뮤지션들이 일정하지 않은 박자와 독특한 성음, 이해하기 어려운 가사를 가진 판소리를 받아들이기까지는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리하여 당대의 명창 정정렬의 춘향가는 서양의 재즈연주를 이끌거나 스스로 묻히면서 새로운 음악 속에서 다시 태어났다. 작업 과정을 지켜본 최 교수는 판소리의 음악적 요소를 받아들이고 탁월한 해석으로 계면조의 슬픈 정서까지도 그대로 담아낸 이들의 연주를 대하면서 판소리가 지닌 특징이 세계 음악의 흐름에 합류할 수 있는 좋은 소재가 될 수 있다는 기대를 갖게 됐다고 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판소리와 재즈를 결합 시키는 작업은 더 이상 이어지지 못했다. 최근 KBS가 내보낸 기획 3부작 조선 팝 드랍 더 비트가 관심을 모았다. 국악과 힙합, 발라드, 트로트, 클래식 등 다양한 장르의 결합은 아직 새롭고 낯선 영역이지만 그 가능성은 충분히 보인다. 글로벌 뮤직으로 부상한 K팝의 확장에 판소리를 비롯한 국악이 적극적으로 가세한 모양새다. 이제 가능성을 실현하는 일이 남았다.
지구촌이 기후 재앙 위기에 빠졌다. 유럽에서는 때 아닌 홍수와 대형 산불로 인해 막대한 피해가 속출하는가 하면 미국과 캐나다에선 사상 최대 규모의 산불로 피해 규모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에서 발생한 산불은 한 달 새 서울시의 3배에 달하는 면적을 태우면서 확산되고 있지만 불길을 잡기에는 역부족인 상태다. 현재 미국은 100여 곳에서 대형 산불이 동시다발적으로 번지면서 완전 진압이 어려운 상황이다. 캐나다도 봄부터 이어진 산불로 인해 5천800㎢가 불탔으며 브리티시컬럼비아에서만 279곳에서 연달아 산불이 나 수만 명에 대피했다. 40℃가 넘는 기록적인 폭염에 시달리는 유럽 지역도 산불로 인해 큰 피해를 보고 있다. 유럽 국가 중 산불 피해가 가장 큰 그리스는 열흘 동안 567㎢가 불탄 가운데 사망자와 입원 환자가 속출하고 있고 수만여 명이 대피에 나섰다. 앞서 유럽에선 폭우로 인해 사망자가 속출했다. 독일과 벨기에선 갑작스러운 대홍수로 인해 200여 명이 사망하고 180명 가까이 실종되는 참사를 겪기도 했다. 문제는 앞으로 폭염 폭우 가뭄 산불 혹한 등 이상 기후로 인한 재앙이 더 심각해진다는 데 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는 지난 9일 기후변화의 과학적 근거를 담은 IPCC 제6차 평가보고서 제1실무그룹 보고서를 승인했다. 이 보고서의 핵심은 산업화 이전 대비 기후변화에 관한 최후 방어선인 지구 온도 1.5도 상승 시기가 2040년 이내로 앞당겨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 수준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유지한다면 1.5도 도달 시점이 2030년대 중후반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즉 기후변화 진행 속도가 더 빨라지고 있고 인류가 대응할 수 있는 시간은 그만큼 줄고 있다는 경고다. 지구의 평균 온도가 1.5도 상승하게 되면 북극의 바다 얼음이 다 녹게 돼 북극곰이 멸종하게 된다. 북극곰이 사라지면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도 북극곰과 같은 운명에 처하게 된다. 과학자들은 온실가스를 가장 적게 배출해도 21세기 말에는 해수면이 0.55m 높아지고 많이 배출하면 최고 1.01m까지 상승한다고 분석했다. 현재보다 해수면이 50cm 상승하면 태평양 섬나라는 모두 바닷속으로 사라지고 초대형 해안도시인 중국 상하이나 인도 뭄바이 등도 잠기게 된다. 1m가 상승하면 부산과 인천 지역도 침수된다. IPCC 보고서는 온실가스 배출로 인해 해수면은 수백~수천 년 간 올라가고 한번 상승한 해수면은 수천 년 간 되돌릴 수 없을 것이라고 예견했다. 지구상의 생명체와 인류의 미래를 위해선 온실가스 감축이 절박한 현안이다. 개인뿐만 아니라 기업과 산업체 국가가 모두 나서서 기후 재앙을 막아야 할 때다.
삽화 = 정윤성 기자 구순(九旬)을 넘긴 백발 할머니와 전신 방호복 간호사가 화투장을 펴놓고 마주 앉은 모습이 최근 화제가 됐다. 코로나가 창궐하던 작년 8월 병원 코로나 병동에서 찍은 사진이다. 중증 치매에다 코로나까지 감염된 할머니 환자를 위해 간호사가 화투 패를 갖고 꽃 그림 맞추기를 하는 중이다. 이 장면은 그렇지 않아도 코로나와 무더위에 지친 사람들에게 묵직한 감동을 선사하며 청량제 역할을 했다. 슬프고도 아름답다 감동을 넘어 경건해진다 마음이 치유됐다며 댓글 반응이 가히 폭발적이다. 서로 돌아가면서 할머니를 보살핀 간호사들의 소회는 더욱 감동적이다. 환자를 책임지고 완치시키겠다는 소명의식 보다는 우리 할머니라면 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입원 기간 조금이라도 편안하게 지내시도록 하고 싶었다 어려운 이웃과 취약 계층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지원이 부족한 게 현실이다. 사회복지 예산은 지난 10년새 큰 폭으로 늘었는데도 실제 체감지수는 답답할 지경이다. 재작년 기준 보건 복지 분야 예산이 161조원으로 전체 34.3%를 차지했다. 나랏돈 3분의 1을 쏟아부은 셈이다. 앞으로도 이 분야 예산은 늘어나는 추세다. 하지만 문제의 핵심은 예산 보다는 소외 계층을 바라보는 비뚤어진 사회 인식이다.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경계하고 홀대하는 것은 아닌지 되짚어 봐야 한다. 가까이 있으면 뭔가 불편하고 꺼림칙하다는 것이다. 온정의 손길이 아쉬운 이들에게 도움은 못 줄지언정 마음의 상처를 남기기 않을까 걱정부터 앞선다. 지난주 익산 중증장애인시설 홍주원이 주민 반대에 부딪혀 삶터 이전에 난항을 겪는다는 뉴스가 나왔다. 어렵사리 따낸 국비 12억 5000만원도 반납할 처지에 놓였다고 한다. 시설을 옮기려는 것도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 현재 사용중인 건물 안전등급이 DE등급으로 판정되면서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시민들은 지역 주민의 극단적 이기주의에 혀를 내두르고 있다. 이 시설이 들어오면 재산 가치하락원룸 공실 등 경제적 손실이 막대하다는 게 주민들 주장이다. 이와 관련 익산시는 지역민의 시설 이전 반대는 장애인 차별행위에 해당될 수 있다 는 복지부와 인권위 유권해석에 따라 올해 안에 이전을 강행한다는 방침이다. 이같은 사례는 주변에서도 심심찮게 발생, 주민들과의 갈등과 마찰이 계속된다. 우리 마을에 혐오시설이 들어오면 안된다는님비현상이 갈수록 거세지는 양상이다. 도를 넘는 지역 이기주의에 경종을 울리고, 소외 계층의 아픔과 고통을 함께 나눌 수 있는 공동체 의식이 절실한 시점이다. 지난 2005년 영화 말아톤은 장애인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를 바라 보는 우리의 시각을 바꿔 놓았다. 자폐 아들을 둔 엄마가 겪어야 하는 감당할 수 없는 현실 앞에 깊은 공감과 함께 반성의 계기가 됐다. 지독한 이기주의와 뻔뻔스러움에 한동안 고개를 들지 못했다. 부끄러운 자화상이 더 이상 반복되면 안되는 이유다.
삽화 = 정윤성 기자 1등만 기억하는 세상에 4등의 얘기를 들려주고 싶었다는 영화 4등이 2020 도쿄올림픽 덕분에 새롭게 관심을 모았다. 영화 4등은 2016년 4월 개봉이후 관객수 5만 명도 채우지 못했지만 대종상 영화제(신인 남자배우상)와 부산영화평론가협회상(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출전 대회마다 4등을 벗어나지 못하는 수영 선수 준호는 4등이 나쁜 건가요?라고 되물을 정도로 대회 성적보다 수영하는 것을 더 좋아했다. 그러나 1등에 집착하는 엄마 때문에 새로 만난 코치의 강압적 체벌을 견디며 수영을 계속한다. 좋아하는 수영을 하기 위해 1등을 향해 달려야 했던 준호와 1등을 위해서라면 아들의 고통도 모른 척 할 수 있는 엄마의 영화속 캐릭터에는 과정보다 결과를 중요시하는 우리 사회의 어두운 현실이 담겨있다. 그러나 아름답고 감동을 주는 4등이 쏟아진 도쿄올림픽은 메달 지상주의에 빠져있던 우리 사회의 인식을 바꾼 계기가 됐다. 지난 8일 막을 내린 2020 도쿄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단은 종합 16위로 37년 만에 가장 저조한 성적을 거뒀지만 4등 선수들이 준 감동과 미래에 대한 희망이 더 크게 부각됐다. 배구로 시작해 배구로 끝났다고 할 정도로 여자 배구의 선전은 감동 그 자체였다. 부상 투혼을 발휘하며 숙적 일본과 강팀 터키에 잇달아 역전승을 거둔 장면은 국민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비록 메달을 따지 못하고 4위로 대회를 마쳤지만 국민들은 큰 박수를 보냈다. 문재인 대통령도 아름다운 도전이었다. 매 경기 모든 걸 쏟아내는 모습에 국민 모두 자부심을 느꼈다며 격려했다. 메달리스트 만큼 값지고 감동을 준 4위들의 장면은 배구 뿐만이 아니다. 2m 35로 한국신기록을 세웠지만 2㎝ 차이로 메달을 놓친 높이뛰기의 우상혁, 수영 다이빙 남자 3m 스프링보드에서 한국 다이빙 역사상 올림픽 최고 순위인 4위를 거둔 우하람, 남자 마루에서 0.533점 차로 4위에 오른 체조 샛별 류성현 등이 있었다. 우리나라 선수끼리 대결한 배드민턴 여자복식 동메달 결정전에서는 3위를 차지한 김소영공희용과 4위의 이소희신승찬 등 한솥밥을 먹던 4명의 선수들이 서로를 안고 축하와 격려의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매일 15시간 이상 한몸처럼 훈련하던 후배 전웅태에 이어 4위로 골인한 30대 초반의 근대5종 정진화는 다른 선수의 등이 아닌, 웅태의 등을 보면서 결승선을 통과해 마음이 편했다는 감동적인 소감을 남겼다. 메달을 따지 못하면 고개부터 숙이던 4위 선수들의 모습, 메달권에서 탈락하면 탄식부터 쏟아냈던 국민들의 모습은 이제 영화 속 한 장면이 될 지도 모른다. 도쿄올림픽의 성적 추락을 달래고도 남는 한국 스포츠 문화의 진화가 더 반갑다.
삽화 = 정윤성 기자 도민들이 선거 때마다 민주당 한테 몰표를 안겨줬지만 민주당이 전북을 대하는 태도는 기대치 이하로 실망스럽다. 그 이유는 도민들한테 특별히 공력을 안 들여도 민주당을 밀어주는 구조가 고착화 돼 있어 별다르게 신경 쓸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민주당 지도부 인식이 이런 식으로 돼 있어 전북은 해마다 국가예산 확보는 물론 장기 SOC건설계획에서 제외돼 차질을 빚고 있다. 4차 철도망구축계획에서 전북도가 요청한 사업이 단 한건도 반영이 안 됐지만 도민들은 순진무구하게 중앙정부와 정치권을 향해 적극 반발하지도 않았다. 중앙정부에서 전북을 소외시켜 불이익을 받게되면 주저할 것 없이 젖을 줄 때까지 강력히 대응해 나가야 한다. 그렇지 않고 바보스럽게 멍청히 앉아만 있으면 누가 챙겨주지도 않는다. 지금까지 전북은 줄곧 바보짓만 해왔다. 그간 선거 때마다 지역발전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줄기차게 민주당을 지지해왔지만 기대했던 것 만큼 된 게 없다. 이렇게 불이익을 받았는데도 그 누구 하나 나서서 삭발 투쟁한 정치인도 없었다. 도내 출신 국회의원들은 여의도에서 거수기 노릇이나 적당히 하면서 호의호식하고 있다. 결국 도민들만 믿고 챙겨줄 사람이 없어 불쌍한 신세가 되었다.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가 폐쇄된 지 3년이 지났지만, 정부가 나서면 그냥 풀릴 수 있다. 정부가 해마다 발주하는 특수선 제작을 군산조선소로 돌리면 가능하다. 해양항만청이나 해경이 발주하는 각종 선박을 군산조선소로 일감을 돌려주라는 것이다. 조선소가 일감이 있어 가동되면 그다음에는 현대중공업이 일감을 확보해서 정상화시키면 모든 게 풀린다. 이것만 봐도 정부가 얼마나 전북을 우습게 보는가를 알 수 있다. 서남대 폐교로 생긴 정원을 살려서 남원에 공공의대를 설립기로 한 것도 결국은 정부 의지여하에 달렸지만 그 누구 하나 반발한 사람이 없어 흐지부지돼간다. 전북인들은 역사적으로 나라와 민족이 어려움에 부닥칠 때마다 분연히 일어나 국난극복을 한 의기의 후예들이었다. 정유재란 때 남원성을 지키려다 만여 명이 순국한 일과 정여립난 때 천여 명 엘리트들이 처형당한 일과 봉건주의를 타파하려고 농민 등이 일으킨 동학농민혁명은 촛불혁명으로 이어지게 할 정도로 정의의 함성이 높았다. 지금도 그 피가 전북인들의 가슴속에 도도히 흘러내리기 때문에 지역발전에 관한 한 적극 대처해 나가야 할 때다. 최근 30여 년 전북은 다른 지역에 비해 발전을 못했다. 그 이유는 유능한 정치 엘리트가 없어 전북 몫을 가져오지 못했고 지역이 소외당할 때도 도민들이 당차게 중앙정부를 향해 대응하지 못한 탓이 컸다. 지금도 전북의 목소리가 모기 목소리 처럼 작아 중앙정치권에 잘 전달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 대선을 앞두고 자신의 입신양명만을 노리고 줏대 없이 지역과 전혀 상관없는 쪽으로 줄 선 해바라기들이 설치고 있다. 이제라도 유권자수가 줄었지만, 선거를 전략적으로 잘해 푯값을 높여 나가야 한다. 그렇지 않고 또 분위기에 휩싸여 감성적으로 선거하면 전북몫 찾기는 영영 멀어진다.
삽화 = 정윤성 기자 2017년, 많은 사람들을 울렸던 사진이 있다. 누군가를 향해 무릎 꿇고 눈물을 흘리고 있는 엄마들의 모습. 소셜 미디어를 통해 확산된 이 한 장의 사진은 그해 한국사회를 뜨겁게 달군 사회적 이슈가 되었다. 서울시 강서구 가양동의 폐교된 공진초등학교. 서울시교육청은 이곳 폐교 부지에 장애를 가진 학생들을 위한 강서지역 공립 특수학교(현재의 서진학교)를 설립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특수학교 설립은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지역주민들의 반대에 부딪쳤기 때문이다. 공청회와 토론회가 이어졌지만 그 현장은 특수학교 설립을 반대하는 주민들의 거친 항의로 난장판이 되기 일쑤였다. 진통 끝에 이루어진 2차 토론회 역시 다르지 않았다. 취약계층을 위한 기피시설이 들어와선 안 된다는 주민들의 강한 반발에 부딪쳐 토론회는 더 이상 진행되지 못했다. 눈물로 애걸하는 엄마들이 하나둘 반대하는 주민들을 향해 무릎을 꿇기 시작했다. 학교 설립만은 절대 포기할 수 없다는 엄마들은 장애를 가진 아이들도 집 가까운 학교를 다닐 수 있게 해 달라며 호소했다. 그 후 3년, 강서구 특수학교인 서진학교는 2020년 3월 문을 열었다. 교육청이 행정예고로 특수학교 설립을 알린지 7년만이었다. 사실 서진학교가 설립된 공진초등학교 폐교 역시 그 배경에 아픔이 있었다. 1990년대 초, 도시개발을 앞세운 대단위 아파트 건설 바람은 가양동에도 불었다. 공진초등학교는 그즈음 영구 임대아파트가 들어선 구역에 지어진 신설학교였다. 그러나 민영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인근에 다른 초등학교가 지어지자 영구임대아파트에 사는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로 분류(?)된 공진초등학교는 전학생은 늘어나는 반면, 입학생은 줄기 시작했다. 결국 공진초등학교는 폐교됐다. 그 해, 장애인 학부모들의 눈물겨운 분투는 서진학교 외에도 여러 개의 특수학교 설립을 이끌어내는 힘이 됐다. 이제 서진학교 설립과 공진초등학교 폐교 배경에 짙게 드리워졌던 사회적 편견과 차별 의식은 사라졌을까. 안타깝게도 장애인에 대한 인식은 그리 나아지지 않았다. 장애인을 위한 시설이 여전히 혐오시설이나 기피시설로 인식되어 들어서려는 곳마다 갈등과 논쟁을 부르는 현실이 그것을 증명한다. 최근 서진학교 설립 과정을 기록한 다큐영화 <학교 가는 길>(김정인 감독)이 상영금지 가처분 소송에 휘말렸다. 차별과 다름을 대하는 한국사회의 민낯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이 영화는 개봉 전부터 여러 영화제에 초청되어 호평을 받아온 작품이다. 며칠사이 가처분 신청에 맞선 탄원서 서명 운동이 이어지고 있다는 소식이다. 공존의 삶을 부르는 힘이 커지고 있다.
삽화 = 정윤성 기자 지난 1일부터 의견(義犬)의 고장 임실 오수에 펫 추모공원이 문을 열고 본격 운영에 들어갔다. 자치단체 차원에서는 전국 최초로 임실군이 50억 원을 들여 1만여㎡ 부지에 조성한 반려동물 전문 장례식장이다. 이곳에는 입관실과 화장장 봉안당 수목장지 등 동물 장례와 관련된 시설을 두루 갖췄고 반려인의 펫로스 증후군 치료를 위한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반려동물이 급증하면서 매년 사망하는 반려견이나 반려묘만도 약 70만 마리에 달하지만 마땅한 동물 장례시설이 없기에 반려동물 인구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주변 사람들의 극심한 반대와 민원으로 인해 동물 장례식장 인허가가 힘들기 때문에 민간 차원에서 운영하는 장례시설이 크게 부족한 탓이다. 이에 오수 의견을 주제로 세계 명견 테마랜드를 추진 중인 임실군이 공공 동물 장례식장을 만들고 펫 산업 선점에 나선 것이다. 임실군뿐만 아니라 반려동물 산업에 눈독을 들인 자치단체가 많다. 국내 반려동물관련 산업 규모가 지난해 3조4000억 원에 달한 데 이어 오는 2027년에는 6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국민소득 증가와 핵가족화,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 개선 등에 따라 반려동물 산업은 급속히 팽창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정부도 이에 따라 유망 신서비스산업으로 반려동물을 정하고 사료와 펫 보험 등 새로운 산업 기반 구축에 나선다. 전국 자치단체들도 반려동물관련 조례 제정이나 친화도시 선포, 전용 공원 조성, 지원센터 설립 등 반려동물 정책 추진에 발 벗고 나섰다. 전라북도는 지난해 반려동물관련 산업 중장기 육성계획을 수립하고 6년간 1200억 원을 투입, 펫푸드와 애완용품 등 상품화 개발을 지원하고 동물용 의약품 클러스터를 조성한다. 강원도는 지난달 반려동물 지원 조례를 제정하고 반려동물 지원센터 건립과 창업지원 동물놀이터 조성 등을 추진한다. 지난해 대규모 애니언 파크를 조성한 울산광역시는 오는 10월 반려동물 문화산업 박람회인 애니언페어를 개최한다. 반려동물 관련 용품을 소개하고 반려견 스포츠대회도 연다. 경북 의성 충북 음성 목포시 대전시 등도 대규모 반려동물 테마파크와 놀이터 조성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반려동물 인구 증가에 비례해서 유기동물도 많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 2016년 9만여 마리였던 유기동물은 지난해 13만여 마리로 급증했다. 통계에 잡히지 않은 사례도 많아 실제 유기동물 숫자는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안락사시킨 동물도 2만7000여 마리에 달했다. 동물보호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과 함께 성숙한 반려동물 문화가 필요한 이유다.
삽화 = 정윤성 기자 여야 정권 교체는 정치권의 최대 화두다. 대선 때마다 여야가 이를 명분으로 세력을 규합하고 국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한다. 권력을 잡기 위해 이들은 끊임없이 유권자와 소통하고 표심 확보를 위해 안간힘을 쓴다. 여야 경쟁이 치열해야 함은 그만큼 정치를 잘하겠다는 노력의 일환이다. 하지만 이런 정치의 기본 룰이 전북에서는 통하지 않아 안타까움을 더해준다. 한마디로 이 곳에서 여야 정권 교체는 큰 의미가 없다는 뜻이다. 민주당에 대한 맹목적인 지지세가 여전한 까닭에 여야 경쟁구조가 사라진 탓이다. 어쩔 수 없는 현실 앞에 이런 시스템이 오래 작동되다 보니 유권자를 바라보는 정당 시선에서도 긴장감은 찾아볼 수가 없다. 30년 이상 절대 지지를 보내준 유권자들도 이 책임론에서 비껴갈 수가 없다. 선거철 여전히 기울어진 운동장을 보면 민주당 독무대를 실감한다. 한창 기세를 올리는 국민의힘 돌풍도 전북에서만은 찻잔속 태풍이다. 경쟁력있는 출마자 물색도 그다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반면 민주당은 출마 예정자들이 넘쳐 교통정리를 해야 할 정도다. 특히 일부 공석인 지역위원장 자리를 둘러싼 논란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중앙당이 노골적으로 개입해 낙하산이나 전략공천을 통해 위원장을 결정하려는 움직임 때문이다. 이는 지방분권 취지에 역행하는 것은 물론 유권자 민의(民意)를 왜곡하거나 차단할 우려마저 있다. 심지어는 중앙당 추천 인사를 선택하라고 당원과 지역 주민에게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식이다. 지방정치 활성화를 무색케 하는 이런 오만한 태도에 민심은 싸늘할 수밖에 없다. 최근 전주을과 남원임실순창 지역위원장 선출과 관련해 해당 지역 분위기가 심상찮다. 이상직 의원 복당이 사실상 어려운 전주을의 경우 김승수 시장 등판설에 이어 이번엔 임실출신 양경숙 비례 의원의 낙점설이 파다했다. 어릴 적 고향을 떠나 서울서 정치 기반을 닦은 그녀에 대해 굴러온 돌운운하며 당원들은 발끈했다. 뿐만 아니라 수도권 중진 의원을 지낸 인사들도 거론돼 지역 여론이 뒤숭숭하다. 남원 지역도 예외는 아니다. 이환주 시장의 지역위원장 겸직을 철회하라고 파상 공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들 논란의 핵심은 공정 경선을 통해 당당하게 유권자 심판을 받을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다. 중앙당이 점찍을 만큼 능력있고 뛰어난 인물이라면 접전이 예상되는 승부처, 이른바 험지에 전략공천으로 내보내야 마땅하다. 그런데 공천만 받으면 당선은 따놓은 당상이라는 텃밭에 굳이 무리수를 둘까 의문이다. 설령 그렇더라도 무혈입성(無血入城)을 노리는 이들의 도전을 달가워할 리 없다. 유권자들이 자기 권리를 중앙당에서 빼앗는다고 오해할까봐 역풍이 우려된다. 중앙당은 최소한의 장치로 걸러내면 된다. 지역 일꾼을 누구로 뽑을 것인지 선택하는 건 오롯이 유권자의 몫이다.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거센 풍랑이 돼서 뒤집기도 한다는 민심의 바다얘기를 되새겨야 할 때다.
삽화 = 정윤성 기자 건물과 방, 집을 둘러싼 벽(壁)은 비바람을 차단하고 건물을 지지하는 것과 함께 경계를 구분하는 수단이다. 낯선 사람이 남의 집 벽을 넘으면 도둑으로 몰릴 수 있고, 부유층의 저택은 이런 낯선 사람의 침입을 막기 위해 높은 벽으로 둘러싸여 있다. 외부 적의 침공을 막기 위해 쌓은 성벽은 전 세계 곳곳에서 볼 수 있는 유적이 됐다. 벽은 안과 밖을 구분하는 경계의 수단이지만 밖과 안을 연결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그 역할을 하는 것이 그림, 바로 벽화다. 세계 각지의 동굴에서 발견되는 벽화는 인류가 구석기 시대부터 벽에 그림을 그려왔다는 것을 보여준다. 동굴과 고분, 사찰 등에서 발견되는 벽화는 그 시대의 생활상과 사회상을 추정하게 해주는 역사적학술적 가치를 평가받는다. 1970년대 시골마을 골목에서는 짓궂은 초등학생들이 벽에 그려 놓은 낙서 수준의 어설픈 그림들을 볼 수 있었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그림 다운 그림이 벽에 그려지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 부터다. 사회변혁운동에 동참하려는 진보적인 미술인들의 판화와 걸개그림, 벽화 등이 민중미술로 자리잡아갔다. 1980년 518 민주화운동과 1987년 610 민주화운동은 의미있는 대형 벽화들을 탄생시켰다. 1988년 부산 동아대에 그려진 30여 미터 길이의 벽화 6월 항쟁도와 경희대 문과대학 벽면의 청년, 전남대 사범대 외벽의 광주민중항쟁도 등은 1980년대에 시작된 민중미술 벽화의 역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벽화는 1990년대 중반 지방자치제가 실시된 이후 공공미술로 진화했다. 전국 곳곳에서 공공 디자인 붐이 일면서 벽화 그리기가 확산됐다. 부산 감천문화마을, 인천 송월동 동화마을, 경남 통영 동피랑마을, 전주 자만벽화마을 등 새로 탄생한 벽화마을은 도시 환경 미화를 넘어 관광 명소가 됐다. 그러나 정체성 없는 조잡한 벽화가 넘쳐나면서 벽화 공해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상존한다. 그림을 통해 공간과 경계를 잇는 벽은 관계와 교류 단절의 의미도 함께 갖고 있다.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중고서점 외벽에 그려진 쥴리 벽화가 우리 사회의 갈등을 부르는 논란거리로 떠올랐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부인 김건희 씨를 비방하는 내용의 쥴리의 꿈! 영부인의 꿈! 쥴리의 남자들이란 문구가 담긴 벽화가 그려진 뒤 명예훼손과 인권침해, 표현의 자유를 둘러싼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논란이 일자 서점 주인은 벽화 속 문구를 페인트로 덧칠해 지웠지만 보수-친여 성향 유튜버들이 서로 몰려들어 벽은 상호 비방의 공간으로 변했고, 명예훼손과 재물손괴의 고발까지 불렀다. 서점 주인이 맘껏 표현의 자유를 누려도 된다며 통곡의 벽이란 이름의 플래카드를 새로 내걸었지만 이 공간은 이미 표현의 자유 대신 표현의 갈등을 부른 이념의 벽이 됐다. 벽화의 퇴보를 보는 듯 해 씁쓸하다.
삽화 = 정윤성 기자 남북으로 두 동강 난 땅덩어리 좁은 나라에서 호남이다 영남이다 충청도로 나뉜 것은 불행이 아닐 수 없다. 1963년 대구 공화당 박정희 후보 유세장에서 국회의장을 지낸 이효상이 천 년 만에 신라의 임금을 모시자고 연설, 지역주의 교조가 되었다. 다음으로는 제14대 대선을 사흘 앞두고 김기춘 전 법무부장관이 부산 초원 복국집에서 유력기관장들을 불러 모아우리가 남이가 아니지라고 발언, 지역주의와 지역감정을 불러 일으켜야 한다고 제안했다. 대선 때마다 지역주의를 부추긴 사람들은 영남권 정치인들이다. 그 이유는 영남이 호남보다 유권자가 많아 영남 유권자가 똘똘 뭉치면 당선이 유리하기 때문에 선거전략으로 활용했다. 그간 박정희가 쿠데타로 18년간이나 정권을 잡은 이후부터 줄곧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이명박 박근혜까지 영남 출신들이 정권을 잡았다. 망국병이라 일컫는 지역주의 덕을 톡톡히 본 사람들이다. DJ가 천신만고 끝에 충청권 JP와 손을 잡아 1997년 DJP 연합으로 정권을 잡았지만, 그들에 비할바는 못 된다. 그 이후 노무현 대통령은 경남 김해 출신이지만 지역주의보다는 진보세력을 결집해서 정권을 잡았고 부산 출신인 문재인 대통령은 촛불혁명으로 정권을 잡았다. 민주당 대선경선을 앞두고 또다시 지역주의를 부추기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지금이 어느 세상인데 지역주의를 조장할 수 있다는 말이냐며 많은 유권자들이 실망해 한다. 사실 전북인들은 영남 정치권 인사들이 대선 때마다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유세를 한 바람에 지역감정이 한(限)으로 굳어졌다. 정치인들이 표 모은 데 지역감정을 이용하는 것만큼 쉬운 방법이 없다. 연고주의와 감성을 활용해서 지역주의를 자극하면 손쉽게 표를 모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선 때마다 악령 같은 지역감정이 되살아난 것이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후보별 경쟁이 치열하다. 민주당이나 국민의 힘 대선후보가 누가 되느냐에 따라 지방선거판도 달라질 수 있다. 전북은 유권자가 적어서인지 대선 후보들이 별로 공을 들이지 않고 있다. 민주당도 빅3정도만 관심이 있지 마이너 후보들은 외면한다. 국민의 힘은 이준석 대표가 당 대표로 취임하면서 전북서도 예전과 달리 MZ세대들의 당원 가입이 부쩍 늘었다. 전북 출신 재선의 정운천 의원이 지역감정을 극복하려고 서진정책을 쓴 결과가 약발을 받고 있다. 선거가 일상이 되면서 모든 선거가 자신의 삶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전북인들은 민주당이 지역을 지배한 탓에 민주당 대선 후보에 관심을 갖지만 국민의 힘등 야권 후보에도 관심을 갖어야 한다. 그 이유는 국민통합을 이뤄내야 하기 때문이다. 항간에는 야권으로 정권교체가 이뤄지면 모든 게 끝장날 것처럼 위험한 생각을 하는 인사들이 있지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한반도의 지정학적 상황에서 민주주의를 발전시키며 지역감정을 극복하고 나라와 민족의 번영을 가져올 인물이 대권을 잡았으면 한다.
삽화 = 정윤성 기자 시인이었던 스승의 문학과 삶을 조명하는 연구에 50년 가까운 세월을 온전히 바쳤던 제자가 있다. 고등학생 시절부터 존경해온 시인을 대학생(전북대 국문과)이 되어 스승으로 만난 제자는 사제의 인연을 인생의 축복으로 받아 스승의 시정신과 청빈했던 삶의 태도를 평생 자신의 귀감으로 삼았다. 신석정 시인(1907~1974)의 제자 허소라 시인(1936-2020) 이야기다. 스승의 문학이 한국문학사에서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까웠던 그는 시인이 되고 학문의 길에 들어선 이후 석정문학 연구를 평생의 과제로 삼았다. 그 덕분에향토시인 목가적 서정시인으로만 알려져 왔던 석정은 한국 문학사의 새로운 노정, 그 주인공이 되었다. 석정은 일제 강점기 엄혹한 시절에도 현실을 직시하며 치열한 시정신으로 저항시를 발표했던 시인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석정 문학에 대한 정당한 평가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제자는 왜곡된 시각과 편향된 평가로 석정이 향토시인 으로만 폄훼된 현실을 문단적 야맹현상이라고 이름 붙였다. 한국시의 자연적 서정성과 현실참여라는 이원적 경험을 온몸으로 흡수하고 통합하려는 시도를 줄기차게 해온 시인. 제자는 한국시사의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한 스승의 시세계를 제대로 연구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발표작은 물론 미발표작까지 찾아내 정리하기까지 꼬박 40년 세월이 걸렸다. 석정시인의 미발표작 시가 본격적으로 공개된 것은 2000년대를 한참 지나서였다. 대부분 현실에 대한 치열한 인식과 진보적인 역사 인식을 담고 있는 이 시들은 1974년 석정이 작고한 직후 그의 유품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발굴된 것들이었지만 석정의 육필원고를 간직해왔던 제자는 곧바로 공개하지 않았다. 일제강점기와 해방공간과 분단의 격동기를 살았던 지식인이자 시인의 고뇌가 그대로 담긴 이 시들을 공개해도 좋을 때를 기다렸기 때문이다. 덕분에 석정은 더 이상 전원시인 목가시인 등의 수사적 틀에 갇히지 않고 한 시대를 치열하게 살았던 저항시인으로 우뚝 설 수 있게 되었다. 전주시는 지난 2017년 석정이 살았던 노송동 <비사벌초사>를 미래유산으로 지정했다. 미래유산은 미래까지 이어가고 기억해야 할 유무형의 가치 있는 것들을 보전하기 위한 장치다. <비사벌초사>가 위기에 놓였다. 노송동 일대의 재개발정비사업이 추진되면서다. 일제의 강압에도 창씨개명을 하지 않았고, 친일시 한편도 쓰지 않았던 석정의 문학과 삶을 기억하게 하는 공간. 도시의 기억은 도시를 살리는 힘이기도 하다. 개발과 보전이 대립하는 현장에서 기억의 가치를 살려내는 지혜가 지금 필요해 보인다.
근로자 안전을 위한 법과 제도 개선에도 불구하고 제조업 현장에서 산재 사고가 좀체 줄 기미가 없다. 최근 3년간 도내 제조업 사업장 사고 재해자는 2522명으로, 2018년 807명, 2019년 884명, 지난해 831명에 이른다. 한 해 800명대 사고가 의례 발생할 수 있는 수준으로 고착돼서야 되겠는가. 사고 재해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대책이 강구돼야 한다. 사고 위험 요소가 있는 제조업 현장의 경우 방심하면 자칫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끼임 사고에서부터 물체에 맞거나 깔림 사고, 화재폭발파열 사고, 추락사고 위험 등이 곳곳에 도사린다. 특히 몸이 기계 등에 끼이는 끼임 사고는 제조업 현장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사고다. 최근 3년간 도내 사고 재해자 중 31.96%인 806명이 기계설비에 끼이거나 감김 사고를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 지난해 10월 도내 한 제조업 사업장에서 기계설비를 청소하던 근로자가 기계 안에 손가락을 집어넣은 채 실수로 전원작동 버튼을 눌러 손가락이 절단됐다. 같은 해 4월에는 회전식 밴딩기를 조작해 작업을 하던 중 기계 회전이 완전히 멈추지 않은 상태서 손을 넣어 손가락이 끼이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들 사고의 경우처럼 끼임 사고가 근로자의 사소한 부주의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다. 그러나 근로자 부주의를 탓하기 전에 사업장의 방호 장치에 문제가 있는지 따져볼 일이다. 노동부가 2016년부터 4년간 발생한 끼임 사망사고 중 기계의 방호 장치가 제대로 설치되지 않아 발생한 사고 비율이 52.6%에 이르는 조사가 이를 말해준다. 우리나라는 OECD 회원국 가운데 산업재해 사망률이 최상위권일 정도로 산업안전 후진국이다. 경제선진국을 자부하는 나라에서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을 통해 사업주의 책임을 강화시켰고 내년부터 시행될 중대재해처벌법도 이런 배경에서다. 노동부도 산업재해 감축을 위해 2주에 한 번씩 취약 사업장 일제 점검을 하고 있다. 이런 정부의 노력이 실효를 거두기 위해선 현장의 의식 변화가 함께 따라야 한다. 생산성 보다 사람이 먼저라는 의식 변화 없이 산업재해를 획기적으로 감소시키는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삽화 = 정윤성 기자 전북 자치경찰위원회와 전라북도의회가 업무 보고를 놓고 서로 입장이 맞서면서 파열음을 내고 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자치경찰이나 도의회 모두 전북도민을 위해 존재하는 기관임에도 도민의 권익보다는 기관의 입장에서 힘겨루기 양상으로 비쳐지기 때문이다. 문제의 발단은 이형규 전북 자치경찰위원장의 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 업무 보고를 놓고 불거졌다. 자치경찰의 전체적인 운영 방향에 대해 설명을 마친 이 위원장이 사무국장을 통해 세부적인 사업 보고를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자 문승우 행정자치위원장이 위원장이 아닌 사무국장의 업무 보고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고 이에 대해 이 위원장이 자치경찰위원회가 의회 업무 보고를 해야 하는지 혼란스럽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예산 사업이나 정책에 대해 의견이 있으면 경청할 준비가 되어 있고 거기에 대해 답을 할 준비가 되어 있지만 세부적인 사항까지 보고드릴 필요가 있냐는 생각을 한다고 덧붙였다. 법적으로 독립된 기구인 자치경찰로서 법적 근거가 없는 업무보고를 해야 하느냐는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이에 도의회 행자위 위원들이 도민과 의회를 무시하는 태도라며 발끈하고 나섰다. 행자위 위원들은 도의회에서 요구하면 자치경찰 위원장은 출석답변해야 한다는 자치경찰 사무와 자치경찰위원회 조직 및 운영 등에 관한 조례를 근거로 제시했다. 하지만 이 위원장은 업무보고를 하도록 한 도의회의 조례가 잘못됐다고 들고 지방자치법 어디에도 자치경찰 사무가 자치단체 사무라고 되어 있지 않다고 재반박했다. 양 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맞서면서 결국 이날 회의는 파행되고 말았다. 도의회에서 상위법 위반 여부로 충돌한 것은 앞서 지난 2014년에도 있었다. 도의회에서 출연기관장에 대한 인사청문 조례를 제정하자 전북도가 상위법 위배와 행자부의 거부 지시를 내세워 도의회에 재의를 요구했다. 그러나 도의회가 재의결에 나서자 결국 대법원 제소로 이어졌고 3년여 만에 대법원에서 위법 판결로 결론 났다. 이후 전북도와 도의회는 자체 협약을 통해 5대 출연기관장만 인사청문을 실시하고 있다. 세계 유례가 없는 기형적인 구조로 탄생한 자치경찰제가 법적 제도적 근거가 미비됨에 따라 지자체별로 혼선을 빚고 있는 게 현실이다. 부산시의회는 지난 5월 자치경찰위원회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았지만 경남자치경찰위원회는 조직운영과 예산 편성집행에 관해서만 도의회에 보고하기로 했다. 지방의회와 자치경찰의 불필요한 마찰과 논쟁을 종식하려면 관련 법규의 정비가 급선무다.
삽화 = 정윤성 기자 송하진 지사의 3선 도전 여부가 최근 화제가 됐다. 비서실장 사퇴를 계기로 관련 뉴스들이 쏟아졌다. 언론에서는 출마를 기정사실화 함과 동시에 사실상 선거 준비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실제 최측근이 언론을 통해 이같은 사실을 크게 부정하지도 않았다. 물론 지금까지는 거물급 없는 무난한 대진표가 예상됨에 따라 출마 쪽에 기울어진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보도와 달리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그리 간단치 않아 보인다. 쉽게 점칠 수 없는 변수들이 잠복돼 있어 속단 하긴 아직 이르다는 목소리다. 송 지사 자신도 지난 달 취임 3주년 회견에서선거 윤곽이 어느 정도 드러나면 출마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주변에서는 발언 배경으로 한층 열기를 더해가는 대선 레이스에 주목하고 있다. 현재 분위기로 봐선 민주당 대선후보가 결정된 직후인 10월 중순께 최종 입장을 밝힐 것으로 내다봤다. 무엇보다 김승수 시장이 지방선거에 불출마 함으로써 긴장감은 한풀 꺾인 국면이다. 무려 16년간 날을 세웠던 김완주-김승수 체제와의 악연(惡緣)이 어느 정도 일단락 되는 모양새다. 그런 데다 경쟁자로 거론되는 김윤덕안호영 의원조차도 대선후보 경선 결과에 따른 역학 관계를 지켜봐야 할 처지다. 대선 후보가 누가 되느냐에 이들 운명이 뒤바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재명과 정세균 후보 진영에 각각 몸담고 있어 경선 결과에 따른 파괴력과 리스크는 극명하게 갈릴 것이다. 최악의 경우 도지사 출마 자체를 재고해야 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따지고 보면 송 지사 대세론도 이런 흐름과 무관하지 않아 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36살 이준석 신드롬을 일으킨 국민의힘 약진도 민주당 입장에선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젊음과 역동성을 앞세운 이 대표 이미지가 정치권의 새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2030 세대 표심의 거대한 물결이 선거 승패를 결정 짓는 믿기지 않는 현실 앞에 여야 모두 트라우마가 생겼다. 정치권 세대 교체와 함께 정당 공천의 혁신적 변화를 선제적으로 이끌어야 겠다는 일종의 강박관념이다. 즉 바뀌지 않으면 꺾이는 환골탈태의 움직임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다. 그렇다면 정치 환경을 둘러싼 유불리에 의존하기 보단 자신만의 상품 가치를 높이는 자강론(自强論)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다. 일각에선 송 지사의 3선 피로감에 대한 반응이 엇갈린다. 법적으로 엄연히 3선 연임이 가능한데도 걸핏하면 피로감 운운하는 것 자체가 부담으로 작용된다. 전임자에 비해 눈에 띄는 성과물이 무엇이냐는 도민의 불만 표출로 해석되는 측면이 있어서다. 그러면서도 행정의 달인답게 안정적인 도정운영 능력은 점수가 후한 데 비해 역동성은 다소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전북이 처해 있는 녹록지 않은 현실을 감안하면 창조적 파괴의 불도저 정신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그런 리더십에 목말라 하는 유권자 기대치도 큰 편이다. 이같은 기류는 앞으로 선거 때마다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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