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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화 = 정윤성 기자 구순(九旬)을 넘긴 백발 할머니와 전신 방호복 간호사가 화투장을 펴놓고 마주 앉은 모습이 최근 화제가 됐다. 코로나가 창궐하던 작년 8월 병원 코로나 병동에서 찍은 사진이다. 중증 치매에다 코로나까지 감염된 할머니 환자를 위해 간호사가 화투 패를 갖고 꽃 그림 맞추기를 하는 중이다. 이 장면은 그렇지 않아도 코로나와 무더위에 지친 사람들에게 묵직한 감동을 선사하며 청량제 역할을 했다. 슬프고도 아름답다 감동을 넘어 경건해진다 마음이 치유됐다며 댓글 반응이 가히 폭발적이다. 서로 돌아가면서 할머니를 보살핀 간호사들의 소회는 더욱 감동적이다. 환자를 책임지고 완치시키겠다는 소명의식 보다는 우리 할머니라면 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입원 기간 조금이라도 편안하게 지내시도록 하고 싶었다 어려운 이웃과 취약 계층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지원이 부족한 게 현실이다. 사회복지 예산은 지난 10년새 큰 폭으로 늘었는데도 실제 체감지수는 답답할 지경이다. 재작년 기준 보건 복지 분야 예산이 161조원으로 전체 34.3%를 차지했다. 나랏돈 3분의 1을 쏟아부은 셈이다. 앞으로도 이 분야 예산은 늘어나는 추세다. 하지만 문제의 핵심은 예산 보다는 소외 계층을 바라보는 비뚤어진 사회 인식이다.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경계하고 홀대하는 것은 아닌지 되짚어 봐야 한다. 가까이 있으면 뭔가 불편하고 꺼림칙하다는 것이다. 온정의 손길이 아쉬운 이들에게 도움은 못 줄지언정 마음의 상처를 남기기 않을까 걱정부터 앞선다. 지난주 익산 중증장애인시설 홍주원이 주민 반대에 부딪혀 삶터 이전에 난항을 겪는다는 뉴스가 나왔다. 어렵사리 따낸 국비 12억 5000만원도 반납할 처지에 놓였다고 한다. 시설을 옮기려는 것도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 현재 사용중인 건물 안전등급이 DE등급으로 판정되면서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시민들은 지역 주민의 극단적 이기주의에 혀를 내두르고 있다. 이 시설이 들어오면 재산 가치하락원룸 공실 등 경제적 손실이 막대하다는 게 주민들 주장이다. 이와 관련 익산시는 지역민의 시설 이전 반대는 장애인 차별행위에 해당될 수 있다 는 복지부와 인권위 유권해석에 따라 올해 안에 이전을 강행한다는 방침이다. 이같은 사례는 주변에서도 심심찮게 발생, 주민들과의 갈등과 마찰이 계속된다. 우리 마을에 혐오시설이 들어오면 안된다는님비현상이 갈수록 거세지는 양상이다. 도를 넘는 지역 이기주의에 경종을 울리고, 소외 계층의 아픔과 고통을 함께 나눌 수 있는 공동체 의식이 절실한 시점이다. 지난 2005년 영화 말아톤은 장애인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를 바라 보는 우리의 시각을 바꿔 놓았다. 자폐 아들을 둔 엄마가 겪어야 하는 감당할 수 없는 현실 앞에 깊은 공감과 함께 반성의 계기가 됐다. 지독한 이기주의와 뻔뻔스러움에 한동안 고개를 들지 못했다. 부끄러운 자화상이 더 이상 반복되면 안되는 이유다.
삽화 = 정윤성 기자 1등만 기억하는 세상에 4등의 얘기를 들려주고 싶었다는 영화 4등이 2020 도쿄올림픽 덕분에 새롭게 관심을 모았다. 영화 4등은 2016년 4월 개봉이후 관객수 5만 명도 채우지 못했지만 대종상 영화제(신인 남자배우상)와 부산영화평론가협회상(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출전 대회마다 4등을 벗어나지 못하는 수영 선수 준호는 4등이 나쁜 건가요?라고 되물을 정도로 대회 성적보다 수영하는 것을 더 좋아했다. 그러나 1등에 집착하는 엄마 때문에 새로 만난 코치의 강압적 체벌을 견디며 수영을 계속한다. 좋아하는 수영을 하기 위해 1등을 향해 달려야 했던 준호와 1등을 위해서라면 아들의 고통도 모른 척 할 수 있는 엄마의 영화속 캐릭터에는 과정보다 결과를 중요시하는 우리 사회의 어두운 현실이 담겨있다. 그러나 아름답고 감동을 주는 4등이 쏟아진 도쿄올림픽은 메달 지상주의에 빠져있던 우리 사회의 인식을 바꾼 계기가 됐다. 지난 8일 막을 내린 2020 도쿄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단은 종합 16위로 37년 만에 가장 저조한 성적을 거뒀지만 4등 선수들이 준 감동과 미래에 대한 희망이 더 크게 부각됐다. 배구로 시작해 배구로 끝났다고 할 정도로 여자 배구의 선전은 감동 그 자체였다. 부상 투혼을 발휘하며 숙적 일본과 강팀 터키에 잇달아 역전승을 거둔 장면은 국민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비록 메달을 따지 못하고 4위로 대회를 마쳤지만 국민들은 큰 박수를 보냈다. 문재인 대통령도 아름다운 도전이었다. 매 경기 모든 걸 쏟아내는 모습에 국민 모두 자부심을 느꼈다며 격려했다. 메달리스트 만큼 값지고 감동을 준 4위들의 장면은 배구 뿐만이 아니다. 2m 35로 한국신기록을 세웠지만 2㎝ 차이로 메달을 놓친 높이뛰기의 우상혁, 수영 다이빙 남자 3m 스프링보드에서 한국 다이빙 역사상 올림픽 최고 순위인 4위를 거둔 우하람, 남자 마루에서 0.533점 차로 4위에 오른 체조 샛별 류성현 등이 있었다. 우리나라 선수끼리 대결한 배드민턴 여자복식 동메달 결정전에서는 3위를 차지한 김소영공희용과 4위의 이소희신승찬 등 한솥밥을 먹던 4명의 선수들이 서로를 안고 축하와 격려의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매일 15시간 이상 한몸처럼 훈련하던 후배 전웅태에 이어 4위로 골인한 30대 초반의 근대5종 정진화는 다른 선수의 등이 아닌, 웅태의 등을 보면서 결승선을 통과해 마음이 편했다는 감동적인 소감을 남겼다. 메달을 따지 못하면 고개부터 숙이던 4위 선수들의 모습, 메달권에서 탈락하면 탄식부터 쏟아냈던 국민들의 모습은 이제 영화 속 한 장면이 될 지도 모른다. 도쿄올림픽의 성적 추락을 달래고도 남는 한국 스포츠 문화의 진화가 더 반갑다.
삽화 = 정윤성 기자 도민들이 선거 때마다 민주당 한테 몰표를 안겨줬지만 민주당이 전북을 대하는 태도는 기대치 이하로 실망스럽다. 그 이유는 도민들한테 특별히 공력을 안 들여도 민주당을 밀어주는 구조가 고착화 돼 있어 별다르게 신경 쓸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민주당 지도부 인식이 이런 식으로 돼 있어 전북은 해마다 국가예산 확보는 물론 장기 SOC건설계획에서 제외돼 차질을 빚고 있다. 4차 철도망구축계획에서 전북도가 요청한 사업이 단 한건도 반영이 안 됐지만 도민들은 순진무구하게 중앙정부와 정치권을 향해 적극 반발하지도 않았다. 중앙정부에서 전북을 소외시켜 불이익을 받게되면 주저할 것 없이 젖을 줄 때까지 강력히 대응해 나가야 한다. 그렇지 않고 바보스럽게 멍청히 앉아만 있으면 누가 챙겨주지도 않는다. 지금까지 전북은 줄곧 바보짓만 해왔다. 그간 선거 때마다 지역발전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줄기차게 민주당을 지지해왔지만 기대했던 것 만큼 된 게 없다. 이렇게 불이익을 받았는데도 그 누구 하나 나서서 삭발 투쟁한 정치인도 없었다. 도내 출신 국회의원들은 여의도에서 거수기 노릇이나 적당히 하면서 호의호식하고 있다. 결국 도민들만 믿고 챙겨줄 사람이 없어 불쌍한 신세가 되었다.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가 폐쇄된 지 3년이 지났지만, 정부가 나서면 그냥 풀릴 수 있다. 정부가 해마다 발주하는 특수선 제작을 군산조선소로 돌리면 가능하다. 해양항만청이나 해경이 발주하는 각종 선박을 군산조선소로 일감을 돌려주라는 것이다. 조선소가 일감이 있어 가동되면 그다음에는 현대중공업이 일감을 확보해서 정상화시키면 모든 게 풀린다. 이것만 봐도 정부가 얼마나 전북을 우습게 보는가를 알 수 있다. 서남대 폐교로 생긴 정원을 살려서 남원에 공공의대를 설립기로 한 것도 결국은 정부 의지여하에 달렸지만 그 누구 하나 반발한 사람이 없어 흐지부지돼간다. 전북인들은 역사적으로 나라와 민족이 어려움에 부닥칠 때마다 분연히 일어나 국난극복을 한 의기의 후예들이었다. 정유재란 때 남원성을 지키려다 만여 명이 순국한 일과 정여립난 때 천여 명 엘리트들이 처형당한 일과 봉건주의를 타파하려고 농민 등이 일으킨 동학농민혁명은 촛불혁명으로 이어지게 할 정도로 정의의 함성이 높았다. 지금도 그 피가 전북인들의 가슴속에 도도히 흘러내리기 때문에 지역발전에 관한 한 적극 대처해 나가야 할 때다. 최근 30여 년 전북은 다른 지역에 비해 발전을 못했다. 그 이유는 유능한 정치 엘리트가 없어 전북 몫을 가져오지 못했고 지역이 소외당할 때도 도민들이 당차게 중앙정부를 향해 대응하지 못한 탓이 컸다. 지금도 전북의 목소리가 모기 목소리 처럼 작아 중앙정치권에 잘 전달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 대선을 앞두고 자신의 입신양명만을 노리고 줏대 없이 지역과 전혀 상관없는 쪽으로 줄 선 해바라기들이 설치고 있다. 이제라도 유권자수가 줄었지만, 선거를 전략적으로 잘해 푯값을 높여 나가야 한다. 그렇지 않고 또 분위기에 휩싸여 감성적으로 선거하면 전북몫 찾기는 영영 멀어진다.
삽화 = 정윤성 기자 2017년, 많은 사람들을 울렸던 사진이 있다. 누군가를 향해 무릎 꿇고 눈물을 흘리고 있는 엄마들의 모습. 소셜 미디어를 통해 확산된 이 한 장의 사진은 그해 한국사회를 뜨겁게 달군 사회적 이슈가 되었다. 서울시 강서구 가양동의 폐교된 공진초등학교. 서울시교육청은 이곳 폐교 부지에 장애를 가진 학생들을 위한 강서지역 공립 특수학교(현재의 서진학교)를 설립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특수학교 설립은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지역주민들의 반대에 부딪쳤기 때문이다. 공청회와 토론회가 이어졌지만 그 현장은 특수학교 설립을 반대하는 주민들의 거친 항의로 난장판이 되기 일쑤였다. 진통 끝에 이루어진 2차 토론회 역시 다르지 않았다. 취약계층을 위한 기피시설이 들어와선 안 된다는 주민들의 강한 반발에 부딪쳐 토론회는 더 이상 진행되지 못했다. 눈물로 애걸하는 엄마들이 하나둘 반대하는 주민들을 향해 무릎을 꿇기 시작했다. 학교 설립만은 절대 포기할 수 없다는 엄마들은 장애를 가진 아이들도 집 가까운 학교를 다닐 수 있게 해 달라며 호소했다. 그 후 3년, 강서구 특수학교인 서진학교는 2020년 3월 문을 열었다. 교육청이 행정예고로 특수학교 설립을 알린지 7년만이었다. 사실 서진학교가 설립된 공진초등학교 폐교 역시 그 배경에 아픔이 있었다. 1990년대 초, 도시개발을 앞세운 대단위 아파트 건설 바람은 가양동에도 불었다. 공진초등학교는 그즈음 영구 임대아파트가 들어선 구역에 지어진 신설학교였다. 그러나 민영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인근에 다른 초등학교가 지어지자 영구임대아파트에 사는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로 분류(?)된 공진초등학교는 전학생은 늘어나는 반면, 입학생은 줄기 시작했다. 결국 공진초등학교는 폐교됐다. 그 해, 장애인 학부모들의 눈물겨운 분투는 서진학교 외에도 여러 개의 특수학교 설립을 이끌어내는 힘이 됐다. 이제 서진학교 설립과 공진초등학교 폐교 배경에 짙게 드리워졌던 사회적 편견과 차별 의식은 사라졌을까. 안타깝게도 장애인에 대한 인식은 그리 나아지지 않았다. 장애인을 위한 시설이 여전히 혐오시설이나 기피시설로 인식되어 들어서려는 곳마다 갈등과 논쟁을 부르는 현실이 그것을 증명한다. 최근 서진학교 설립 과정을 기록한 다큐영화 <학교 가는 길>(김정인 감독)이 상영금지 가처분 소송에 휘말렸다. 차별과 다름을 대하는 한국사회의 민낯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이 영화는 개봉 전부터 여러 영화제에 초청되어 호평을 받아온 작품이다. 며칠사이 가처분 신청에 맞선 탄원서 서명 운동이 이어지고 있다는 소식이다. 공존의 삶을 부르는 힘이 커지고 있다.
삽화 = 정윤성 기자 지난 1일부터 의견(義犬)의 고장 임실 오수에 펫 추모공원이 문을 열고 본격 운영에 들어갔다. 자치단체 차원에서는 전국 최초로 임실군이 50억 원을 들여 1만여㎡ 부지에 조성한 반려동물 전문 장례식장이다. 이곳에는 입관실과 화장장 봉안당 수목장지 등 동물 장례와 관련된 시설을 두루 갖췄고 반려인의 펫로스 증후군 치료를 위한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반려동물이 급증하면서 매년 사망하는 반려견이나 반려묘만도 약 70만 마리에 달하지만 마땅한 동물 장례시설이 없기에 반려동물 인구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주변 사람들의 극심한 반대와 민원으로 인해 동물 장례식장 인허가가 힘들기 때문에 민간 차원에서 운영하는 장례시설이 크게 부족한 탓이다. 이에 오수 의견을 주제로 세계 명견 테마랜드를 추진 중인 임실군이 공공 동물 장례식장을 만들고 펫 산업 선점에 나선 것이다. 임실군뿐만 아니라 반려동물 산업에 눈독을 들인 자치단체가 많다. 국내 반려동물관련 산업 규모가 지난해 3조4000억 원에 달한 데 이어 오는 2027년에는 6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국민소득 증가와 핵가족화,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 개선 등에 따라 반려동물 산업은 급속히 팽창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정부도 이에 따라 유망 신서비스산업으로 반려동물을 정하고 사료와 펫 보험 등 새로운 산업 기반 구축에 나선다. 전국 자치단체들도 반려동물관련 조례 제정이나 친화도시 선포, 전용 공원 조성, 지원센터 설립 등 반려동물 정책 추진에 발 벗고 나섰다. 전라북도는 지난해 반려동물관련 산업 중장기 육성계획을 수립하고 6년간 1200억 원을 투입, 펫푸드와 애완용품 등 상품화 개발을 지원하고 동물용 의약품 클러스터를 조성한다. 강원도는 지난달 반려동물 지원 조례를 제정하고 반려동물 지원센터 건립과 창업지원 동물놀이터 조성 등을 추진한다. 지난해 대규모 애니언 파크를 조성한 울산광역시는 오는 10월 반려동물 문화산업 박람회인 애니언페어를 개최한다. 반려동물 관련 용품을 소개하고 반려견 스포츠대회도 연다. 경북 의성 충북 음성 목포시 대전시 등도 대규모 반려동물 테마파크와 놀이터 조성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반려동물 인구 증가에 비례해서 유기동물도 많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 2016년 9만여 마리였던 유기동물은 지난해 13만여 마리로 급증했다. 통계에 잡히지 않은 사례도 많아 실제 유기동물 숫자는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안락사시킨 동물도 2만7000여 마리에 달했다. 동물보호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과 함께 성숙한 반려동물 문화가 필요한 이유다.
삽화 = 정윤성 기자 여야 정권 교체는 정치권의 최대 화두다. 대선 때마다 여야가 이를 명분으로 세력을 규합하고 국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한다. 권력을 잡기 위해 이들은 끊임없이 유권자와 소통하고 표심 확보를 위해 안간힘을 쓴다. 여야 경쟁이 치열해야 함은 그만큼 정치를 잘하겠다는 노력의 일환이다. 하지만 이런 정치의 기본 룰이 전북에서는 통하지 않아 안타까움을 더해준다. 한마디로 이 곳에서 여야 정권 교체는 큰 의미가 없다는 뜻이다. 민주당에 대한 맹목적인 지지세가 여전한 까닭에 여야 경쟁구조가 사라진 탓이다. 어쩔 수 없는 현실 앞에 이런 시스템이 오래 작동되다 보니 유권자를 바라보는 정당 시선에서도 긴장감은 찾아볼 수가 없다. 30년 이상 절대 지지를 보내준 유권자들도 이 책임론에서 비껴갈 수가 없다. 선거철 여전히 기울어진 운동장을 보면 민주당 독무대를 실감한다. 한창 기세를 올리는 국민의힘 돌풍도 전북에서만은 찻잔속 태풍이다. 경쟁력있는 출마자 물색도 그다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반면 민주당은 출마 예정자들이 넘쳐 교통정리를 해야 할 정도다. 특히 일부 공석인 지역위원장 자리를 둘러싼 논란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중앙당이 노골적으로 개입해 낙하산이나 전략공천을 통해 위원장을 결정하려는 움직임 때문이다. 이는 지방분권 취지에 역행하는 것은 물론 유권자 민의(民意)를 왜곡하거나 차단할 우려마저 있다. 심지어는 중앙당 추천 인사를 선택하라고 당원과 지역 주민에게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식이다. 지방정치 활성화를 무색케 하는 이런 오만한 태도에 민심은 싸늘할 수밖에 없다. 최근 전주을과 남원임실순창 지역위원장 선출과 관련해 해당 지역 분위기가 심상찮다. 이상직 의원 복당이 사실상 어려운 전주을의 경우 김승수 시장 등판설에 이어 이번엔 임실출신 양경숙 비례 의원의 낙점설이 파다했다. 어릴 적 고향을 떠나 서울서 정치 기반을 닦은 그녀에 대해 굴러온 돌운운하며 당원들은 발끈했다. 뿐만 아니라 수도권 중진 의원을 지낸 인사들도 거론돼 지역 여론이 뒤숭숭하다. 남원 지역도 예외는 아니다. 이환주 시장의 지역위원장 겸직을 철회하라고 파상 공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들 논란의 핵심은 공정 경선을 통해 당당하게 유권자 심판을 받을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다. 중앙당이 점찍을 만큼 능력있고 뛰어난 인물이라면 접전이 예상되는 승부처, 이른바 험지에 전략공천으로 내보내야 마땅하다. 그런데 공천만 받으면 당선은 따놓은 당상이라는 텃밭에 굳이 무리수를 둘까 의문이다. 설령 그렇더라도 무혈입성(無血入城)을 노리는 이들의 도전을 달가워할 리 없다. 유권자들이 자기 권리를 중앙당에서 빼앗는다고 오해할까봐 역풍이 우려된다. 중앙당은 최소한의 장치로 걸러내면 된다. 지역 일꾼을 누구로 뽑을 것인지 선택하는 건 오롯이 유권자의 몫이다.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거센 풍랑이 돼서 뒤집기도 한다는 민심의 바다얘기를 되새겨야 할 때다.
삽화 = 정윤성 기자 건물과 방, 집을 둘러싼 벽(壁)은 비바람을 차단하고 건물을 지지하는 것과 함께 경계를 구분하는 수단이다. 낯선 사람이 남의 집 벽을 넘으면 도둑으로 몰릴 수 있고, 부유층의 저택은 이런 낯선 사람의 침입을 막기 위해 높은 벽으로 둘러싸여 있다. 외부 적의 침공을 막기 위해 쌓은 성벽은 전 세계 곳곳에서 볼 수 있는 유적이 됐다. 벽은 안과 밖을 구분하는 경계의 수단이지만 밖과 안을 연결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그 역할을 하는 것이 그림, 바로 벽화다. 세계 각지의 동굴에서 발견되는 벽화는 인류가 구석기 시대부터 벽에 그림을 그려왔다는 것을 보여준다. 동굴과 고분, 사찰 등에서 발견되는 벽화는 그 시대의 생활상과 사회상을 추정하게 해주는 역사적학술적 가치를 평가받는다. 1970년대 시골마을 골목에서는 짓궂은 초등학생들이 벽에 그려 놓은 낙서 수준의 어설픈 그림들을 볼 수 있었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그림 다운 그림이 벽에 그려지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 부터다. 사회변혁운동에 동참하려는 진보적인 미술인들의 판화와 걸개그림, 벽화 등이 민중미술로 자리잡아갔다. 1980년 518 민주화운동과 1987년 610 민주화운동은 의미있는 대형 벽화들을 탄생시켰다. 1988년 부산 동아대에 그려진 30여 미터 길이의 벽화 6월 항쟁도와 경희대 문과대학 벽면의 청년, 전남대 사범대 외벽의 광주민중항쟁도 등은 1980년대에 시작된 민중미술 벽화의 역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벽화는 1990년대 중반 지방자치제가 실시된 이후 공공미술로 진화했다. 전국 곳곳에서 공공 디자인 붐이 일면서 벽화 그리기가 확산됐다. 부산 감천문화마을, 인천 송월동 동화마을, 경남 통영 동피랑마을, 전주 자만벽화마을 등 새로 탄생한 벽화마을은 도시 환경 미화를 넘어 관광 명소가 됐다. 그러나 정체성 없는 조잡한 벽화가 넘쳐나면서 벽화 공해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상존한다. 그림을 통해 공간과 경계를 잇는 벽은 관계와 교류 단절의 의미도 함께 갖고 있다.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중고서점 외벽에 그려진 쥴리 벽화가 우리 사회의 갈등을 부르는 논란거리로 떠올랐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부인 김건희 씨를 비방하는 내용의 쥴리의 꿈! 영부인의 꿈! 쥴리의 남자들이란 문구가 담긴 벽화가 그려진 뒤 명예훼손과 인권침해, 표현의 자유를 둘러싼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논란이 일자 서점 주인은 벽화 속 문구를 페인트로 덧칠해 지웠지만 보수-친여 성향 유튜버들이 서로 몰려들어 벽은 상호 비방의 공간으로 변했고, 명예훼손과 재물손괴의 고발까지 불렀다. 서점 주인이 맘껏 표현의 자유를 누려도 된다며 통곡의 벽이란 이름의 플래카드를 새로 내걸었지만 이 공간은 이미 표현의 자유 대신 표현의 갈등을 부른 이념의 벽이 됐다. 벽화의 퇴보를 보는 듯 해 씁쓸하다.
삽화 = 정윤성 기자 남북으로 두 동강 난 땅덩어리 좁은 나라에서 호남이다 영남이다 충청도로 나뉜 것은 불행이 아닐 수 없다. 1963년 대구 공화당 박정희 후보 유세장에서 국회의장을 지낸 이효상이 천 년 만에 신라의 임금을 모시자고 연설, 지역주의 교조가 되었다. 다음으로는 제14대 대선을 사흘 앞두고 김기춘 전 법무부장관이 부산 초원 복국집에서 유력기관장들을 불러 모아우리가 남이가 아니지라고 발언, 지역주의와 지역감정을 불러 일으켜야 한다고 제안했다. 대선 때마다 지역주의를 부추긴 사람들은 영남권 정치인들이다. 그 이유는 영남이 호남보다 유권자가 많아 영남 유권자가 똘똘 뭉치면 당선이 유리하기 때문에 선거전략으로 활용했다. 그간 박정희가 쿠데타로 18년간이나 정권을 잡은 이후부터 줄곧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이명박 박근혜까지 영남 출신들이 정권을 잡았다. 망국병이라 일컫는 지역주의 덕을 톡톡히 본 사람들이다. DJ가 천신만고 끝에 충청권 JP와 손을 잡아 1997년 DJP 연합으로 정권을 잡았지만, 그들에 비할바는 못 된다. 그 이후 노무현 대통령은 경남 김해 출신이지만 지역주의보다는 진보세력을 결집해서 정권을 잡았고 부산 출신인 문재인 대통령은 촛불혁명으로 정권을 잡았다. 민주당 대선경선을 앞두고 또다시 지역주의를 부추기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지금이 어느 세상인데 지역주의를 조장할 수 있다는 말이냐며 많은 유권자들이 실망해 한다. 사실 전북인들은 영남 정치권 인사들이 대선 때마다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유세를 한 바람에 지역감정이 한(限)으로 굳어졌다. 정치인들이 표 모은 데 지역감정을 이용하는 것만큼 쉬운 방법이 없다. 연고주의와 감성을 활용해서 지역주의를 자극하면 손쉽게 표를 모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선 때마다 악령 같은 지역감정이 되살아난 것이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후보별 경쟁이 치열하다. 민주당이나 국민의 힘 대선후보가 누가 되느냐에 따라 지방선거판도 달라질 수 있다. 전북은 유권자가 적어서인지 대선 후보들이 별로 공을 들이지 않고 있다. 민주당도 빅3정도만 관심이 있지 마이너 후보들은 외면한다. 국민의 힘은 이준석 대표가 당 대표로 취임하면서 전북서도 예전과 달리 MZ세대들의 당원 가입이 부쩍 늘었다. 전북 출신 재선의 정운천 의원이 지역감정을 극복하려고 서진정책을 쓴 결과가 약발을 받고 있다. 선거가 일상이 되면서 모든 선거가 자신의 삶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전북인들은 민주당이 지역을 지배한 탓에 민주당 대선 후보에 관심을 갖지만 국민의 힘등 야권 후보에도 관심을 갖어야 한다. 그 이유는 국민통합을 이뤄내야 하기 때문이다. 항간에는 야권으로 정권교체가 이뤄지면 모든 게 끝장날 것처럼 위험한 생각을 하는 인사들이 있지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한반도의 지정학적 상황에서 민주주의를 발전시키며 지역감정을 극복하고 나라와 민족의 번영을 가져올 인물이 대권을 잡았으면 한다.
삽화 = 정윤성 기자 시인이었던 스승의 문학과 삶을 조명하는 연구에 50년 가까운 세월을 온전히 바쳤던 제자가 있다. 고등학생 시절부터 존경해온 시인을 대학생(전북대 국문과)이 되어 스승으로 만난 제자는 사제의 인연을 인생의 축복으로 받아 스승의 시정신과 청빈했던 삶의 태도를 평생 자신의 귀감으로 삼았다. 신석정 시인(1907~1974)의 제자 허소라 시인(1936-2020) 이야기다. 스승의 문학이 한국문학사에서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까웠던 그는 시인이 되고 학문의 길에 들어선 이후 석정문학 연구를 평생의 과제로 삼았다. 그 덕분에향토시인 목가적 서정시인으로만 알려져 왔던 석정은 한국 문학사의 새로운 노정, 그 주인공이 되었다. 석정은 일제 강점기 엄혹한 시절에도 현실을 직시하며 치열한 시정신으로 저항시를 발표했던 시인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석정 문학에 대한 정당한 평가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제자는 왜곡된 시각과 편향된 평가로 석정이 향토시인 으로만 폄훼된 현실을 문단적 야맹현상이라고 이름 붙였다. 한국시의 자연적 서정성과 현실참여라는 이원적 경험을 온몸으로 흡수하고 통합하려는 시도를 줄기차게 해온 시인. 제자는 한국시사의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한 스승의 시세계를 제대로 연구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발표작은 물론 미발표작까지 찾아내 정리하기까지 꼬박 40년 세월이 걸렸다. 석정시인의 미발표작 시가 본격적으로 공개된 것은 2000년대를 한참 지나서였다. 대부분 현실에 대한 치열한 인식과 진보적인 역사 인식을 담고 있는 이 시들은 1974년 석정이 작고한 직후 그의 유품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발굴된 것들이었지만 석정의 육필원고를 간직해왔던 제자는 곧바로 공개하지 않았다. 일제강점기와 해방공간과 분단의 격동기를 살았던 지식인이자 시인의 고뇌가 그대로 담긴 이 시들을 공개해도 좋을 때를 기다렸기 때문이다. 덕분에 석정은 더 이상 전원시인 목가시인 등의 수사적 틀에 갇히지 않고 한 시대를 치열하게 살았던 저항시인으로 우뚝 설 수 있게 되었다. 전주시는 지난 2017년 석정이 살았던 노송동 <비사벌초사>를 미래유산으로 지정했다. 미래유산은 미래까지 이어가고 기억해야 할 유무형의 가치 있는 것들을 보전하기 위한 장치다. <비사벌초사>가 위기에 놓였다. 노송동 일대의 재개발정비사업이 추진되면서다. 일제의 강압에도 창씨개명을 하지 않았고, 친일시 한편도 쓰지 않았던 석정의 문학과 삶을 기억하게 하는 공간. 도시의 기억은 도시를 살리는 힘이기도 하다. 개발과 보전이 대립하는 현장에서 기억의 가치를 살려내는 지혜가 지금 필요해 보인다.
근로자 안전을 위한 법과 제도 개선에도 불구하고 제조업 현장에서 산재 사고가 좀체 줄 기미가 없다. 최근 3년간 도내 제조업 사업장 사고 재해자는 2522명으로, 2018년 807명, 2019년 884명, 지난해 831명에 이른다. 한 해 800명대 사고가 의례 발생할 수 있는 수준으로 고착돼서야 되겠는가. 사고 재해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대책이 강구돼야 한다. 사고 위험 요소가 있는 제조업 현장의 경우 방심하면 자칫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끼임 사고에서부터 물체에 맞거나 깔림 사고, 화재폭발파열 사고, 추락사고 위험 등이 곳곳에 도사린다. 특히 몸이 기계 등에 끼이는 끼임 사고는 제조업 현장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사고다. 최근 3년간 도내 사고 재해자 중 31.96%인 806명이 기계설비에 끼이거나 감김 사고를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 지난해 10월 도내 한 제조업 사업장에서 기계설비를 청소하던 근로자가 기계 안에 손가락을 집어넣은 채 실수로 전원작동 버튼을 눌러 손가락이 절단됐다. 같은 해 4월에는 회전식 밴딩기를 조작해 작업을 하던 중 기계 회전이 완전히 멈추지 않은 상태서 손을 넣어 손가락이 끼이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들 사고의 경우처럼 끼임 사고가 근로자의 사소한 부주의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다. 그러나 근로자 부주의를 탓하기 전에 사업장의 방호 장치에 문제가 있는지 따져볼 일이다. 노동부가 2016년부터 4년간 발생한 끼임 사망사고 중 기계의 방호 장치가 제대로 설치되지 않아 발생한 사고 비율이 52.6%에 이르는 조사가 이를 말해준다. 우리나라는 OECD 회원국 가운데 산업재해 사망률이 최상위권일 정도로 산업안전 후진국이다. 경제선진국을 자부하는 나라에서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을 통해 사업주의 책임을 강화시켰고 내년부터 시행될 중대재해처벌법도 이런 배경에서다. 노동부도 산업재해 감축을 위해 2주에 한 번씩 취약 사업장 일제 점검을 하고 있다. 이런 정부의 노력이 실효를 거두기 위해선 현장의 의식 변화가 함께 따라야 한다. 생산성 보다 사람이 먼저라는 의식 변화 없이 산업재해를 획기적으로 감소시키는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삽화 = 정윤성 기자 전북 자치경찰위원회와 전라북도의회가 업무 보고를 놓고 서로 입장이 맞서면서 파열음을 내고 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자치경찰이나 도의회 모두 전북도민을 위해 존재하는 기관임에도 도민의 권익보다는 기관의 입장에서 힘겨루기 양상으로 비쳐지기 때문이다. 문제의 발단은 이형규 전북 자치경찰위원장의 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 업무 보고를 놓고 불거졌다. 자치경찰의 전체적인 운영 방향에 대해 설명을 마친 이 위원장이 사무국장을 통해 세부적인 사업 보고를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자 문승우 행정자치위원장이 위원장이 아닌 사무국장의 업무 보고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고 이에 대해 이 위원장이 자치경찰위원회가 의회 업무 보고를 해야 하는지 혼란스럽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예산 사업이나 정책에 대해 의견이 있으면 경청할 준비가 되어 있고 거기에 대해 답을 할 준비가 되어 있지만 세부적인 사항까지 보고드릴 필요가 있냐는 생각을 한다고 덧붙였다. 법적으로 독립된 기구인 자치경찰로서 법적 근거가 없는 업무보고를 해야 하느냐는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이에 도의회 행자위 위원들이 도민과 의회를 무시하는 태도라며 발끈하고 나섰다. 행자위 위원들은 도의회에서 요구하면 자치경찰 위원장은 출석답변해야 한다는 자치경찰 사무와 자치경찰위원회 조직 및 운영 등에 관한 조례를 근거로 제시했다. 하지만 이 위원장은 업무보고를 하도록 한 도의회의 조례가 잘못됐다고 들고 지방자치법 어디에도 자치경찰 사무가 자치단체 사무라고 되어 있지 않다고 재반박했다. 양 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맞서면서 결국 이날 회의는 파행되고 말았다. 도의회에서 상위법 위반 여부로 충돌한 것은 앞서 지난 2014년에도 있었다. 도의회에서 출연기관장에 대한 인사청문 조례를 제정하자 전북도가 상위법 위배와 행자부의 거부 지시를 내세워 도의회에 재의를 요구했다. 그러나 도의회가 재의결에 나서자 결국 대법원 제소로 이어졌고 3년여 만에 대법원에서 위법 판결로 결론 났다. 이후 전북도와 도의회는 자체 협약을 통해 5대 출연기관장만 인사청문을 실시하고 있다. 세계 유례가 없는 기형적인 구조로 탄생한 자치경찰제가 법적 제도적 근거가 미비됨에 따라 지자체별로 혼선을 빚고 있는 게 현실이다. 부산시의회는 지난 5월 자치경찰위원회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았지만 경남자치경찰위원회는 조직운영과 예산 편성집행에 관해서만 도의회에 보고하기로 했다. 지방의회와 자치경찰의 불필요한 마찰과 논쟁을 종식하려면 관련 법규의 정비가 급선무다.
삽화 = 정윤성 기자 송하진 지사의 3선 도전 여부가 최근 화제가 됐다. 비서실장 사퇴를 계기로 관련 뉴스들이 쏟아졌다. 언론에서는 출마를 기정사실화 함과 동시에 사실상 선거 준비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실제 최측근이 언론을 통해 이같은 사실을 크게 부정하지도 않았다. 물론 지금까지는 거물급 없는 무난한 대진표가 예상됨에 따라 출마 쪽에 기울어진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보도와 달리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그리 간단치 않아 보인다. 쉽게 점칠 수 없는 변수들이 잠복돼 있어 속단 하긴 아직 이르다는 목소리다. 송 지사 자신도 지난 달 취임 3주년 회견에서선거 윤곽이 어느 정도 드러나면 출마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주변에서는 발언 배경으로 한층 열기를 더해가는 대선 레이스에 주목하고 있다. 현재 분위기로 봐선 민주당 대선후보가 결정된 직후인 10월 중순께 최종 입장을 밝힐 것으로 내다봤다. 무엇보다 김승수 시장이 지방선거에 불출마 함으로써 긴장감은 한풀 꺾인 국면이다. 무려 16년간 날을 세웠던 김완주-김승수 체제와의 악연(惡緣)이 어느 정도 일단락 되는 모양새다. 그런 데다 경쟁자로 거론되는 김윤덕안호영 의원조차도 대선후보 경선 결과에 따른 역학 관계를 지켜봐야 할 처지다. 대선 후보가 누가 되느냐에 이들 운명이 뒤바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재명과 정세균 후보 진영에 각각 몸담고 있어 경선 결과에 따른 파괴력과 리스크는 극명하게 갈릴 것이다. 최악의 경우 도지사 출마 자체를 재고해야 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따지고 보면 송 지사 대세론도 이런 흐름과 무관하지 않아 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36살 이준석 신드롬을 일으킨 국민의힘 약진도 민주당 입장에선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젊음과 역동성을 앞세운 이 대표 이미지가 정치권의 새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2030 세대 표심의 거대한 물결이 선거 승패를 결정 짓는 믿기지 않는 현실 앞에 여야 모두 트라우마가 생겼다. 정치권 세대 교체와 함께 정당 공천의 혁신적 변화를 선제적으로 이끌어야 겠다는 일종의 강박관념이다. 즉 바뀌지 않으면 꺾이는 환골탈태의 움직임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다. 그렇다면 정치 환경을 둘러싼 유불리에 의존하기 보단 자신만의 상품 가치를 높이는 자강론(自强論)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다. 일각에선 송 지사의 3선 피로감에 대한 반응이 엇갈린다. 법적으로 엄연히 3선 연임이 가능한데도 걸핏하면 피로감 운운하는 것 자체가 부담으로 작용된다. 전임자에 비해 눈에 띄는 성과물이 무엇이냐는 도민의 불만 표출로 해석되는 측면이 있어서다. 그러면서도 행정의 달인답게 안정적인 도정운영 능력은 점수가 후한 데 비해 역동성은 다소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전북이 처해 있는 녹록지 않은 현실을 감안하면 창조적 파괴의 불도저 정신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그런 리더십에 목말라 하는 유권자 기대치도 큰 편이다. 이같은 기류는 앞으로 선거 때마다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삽화 = 정윤성 기자 남아메리카 동태평양에 19개의 섬으로 이뤄진 갈라파고스 제도(Galapagos Islands)는 살아 있는 자연사 박물관으로 불린다. 깨끗한 환경으로 고유종(固有種)의 생물이 많기 때문이다. 1535년 처음 발견된 이 섬들에는 바다거북이 많이 살아 거북을 뜻하는 에스파냐어 갈라파고스로 이름이 지어졌다고 한다. 갈라파고스는 1835년 영국의 생물학자 찰스 다윈(Charles Darwin)이 탐사한 이후 널리 알려졌다. 다윈은 갈라파고스의 섬마다 독특하게 변이를 일으킨 핀치새들의 부리 모양에 따른 진화과정을 관찰해 1859년 역작 <종의 기원>을 저술했다고 한다. 갈라파고스 제도에는 찰스 다윈의 이름이 붙여진 다윈의 아치가 명물 바위로 꼽힌다. 자연 침식으로 가운데가 뚫려 마치 아치형 다리와 같은 경관을 뽐내며 갈라파고스 제도의 상징으로 불려왔다. 갈라파고스의 상징인 다윈의 아치가 지난 5월 17일 붕괴돼 전 세계가 안타까워 했다. 폭 23m의 아치 부분이 무너져 두 개의 기둥만 남았다. 에콰도르 환경부는 자연 침식을 붕괴 원인으로 추정했지만 전문가들은 기후변화 영향을 꼽았다. 지구온난화로 엘니뇨가 자주 일어나면서 거세진 태풍에 노출돼 침식이 빨라졌다는 것이다. 지구온난화로 다윈의 아치 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이 홍수와 폭염, 산불 등으로 신음하고 있다. 인도에서는 이달에만 벼락과 폭우로 200명 가까이 숨졌고, 독일벨기에 등 서유럽에서도 최근 내린 폭우로 200명 이상 목숨을 잃었다. 반면 미국과 캐나다는 50도를 넘는 전례 없는 폭염과 산불로 고통받고 있다. 우리나라도 폭염이 심상치 않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의 2020 폭염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폭염일수는 2016년 22.4일에서 2018년 31.5일로 증가했다. 평년(1981~2010년) 10.1일 대비 3배 이상 늘었다. 전북에서는 올들어 지난 21일까지 폭염으로 열탈진열경련열사병 등 총 38명의 온열 환자가 발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20명에 비해 크게 늘었다. UN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기후변화로 인한 폭염이 대규모 참사를 부를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산업화 이전보다 1도 정도 평균 온도가 상승한 지구에서 북미 지역에 50도를 넘는 폭염이 발생한 것은 기후 위기가 얼마나 심각한 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전 세계는 기후변화의 주범인 온실가스 감축에 총력을 쏟고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은 14.1t이다. 자전거 출퇴근과 텀블러 이용, 페이퍼타올 대신 손수건 사용, 배달 음식 포장재 줄이기 등 일상 생활에서 조금만 불편을 감수하면 1인당 연간 1t 정도의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자연이 던지는 경고를 현실로 받아들이고 생존 문제가 된 기후위기 극복에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삽화 = 정윤성 기자 지역발전은 SOC 확충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북은 4차 철도망 구축 계획에서 배제돼 미래에 대한 희망이 사라졌다. 전북은 입이 백 개라도 중앙정부에 할말이 없다. 그 이유는 정부에서 김제공항을 건설해 주겠다고 했는데도 필요 없다고 주민들이 걷어찼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송하진 지사가 불씨를 살려 새만금국제공항을 건설 중에 있는데 최근 무슨 이유에서인지 일부 환경단체에서 발목을 잡고 나서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다. 김제공항을 무산시킨 건 전북발전에 가장 큰 패착이었다. 2008년에 김제공항을 무산시키지 않고 건설했으면 오늘날 전북의 하늘길이 열리면서 새만금개발도 빨라졌을 것이다. 퇴출된 김제 벽성대와 일부 주민들의 반대로 김제공항건설이 무산되면서 전북발전이 터덕거렸다. 그 당시 김제공항을 개발한 다음 항공수요에 따라 더 확장해 나가면 국제공항으로도 개발될 수 있었다. 글로벌 경제체제하에서 공항은 필수다. 새만금개발이 더딘 원인도 공항이 없어 투자를 꺼린다. 외국 투자자나 바이어들은 비행기에서 내려 1시간권이 아니면 아예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 그래서 새만금개발이 멀어지고 있다. 지금와서 김제공항건설 무산건을 되짚는 이유는 다시는 바보짓을 하지 말자는 뜻에서 반추해보는 것이다. KTX혁신역사를 백구쪽에다가 설치하지 못한 것도 잘못이었다. 김완주 전지사가 익산표를 의식해서 거론 조차도 못한 것은 비판받아야 한다. 당시 채수찬 전의원만 혼자서 외롭게 이 문제를 다뤘다. 채 전의원은 큰 그림을 그리고 볼줄 아는 경제학자였다. 그의 주장대로 혁신역사를 백구쪽으로 당겨서 건설했으면 익산식품클러스터는 물론 새만금개발 그리고 전주권개발도 달라졌다. 눈 앞의 이익만 추구하다보니까 지역발전 기회를 놓쳤다. 정치인인 지사는 미래를 내다보고 큰 그림을 그릴 줄 알아야 한다. 전주 완주 통합의 기회를 놓친 것도 두고 두고 후회할 일이다. 최규성 전 의원의 정치적 이해관계로 통합이 무산된 것은 비판 받아야 마땅하다. 김제 완주 선거구를 고수하려다가 통합의 기회를 놓친 것. 통합찬성 분위기가 무르 익어가는데 최 전의원이 찬물을 끼얹어 무산시켰다. 지금와서 불씨를 살려 보려고 하지만 국회의원 군수 등의 이해관계로 어렵게 가고 있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통합 청주시를 반면교사로 삼아 전주 완주 통합을 내년 지선전에 이뤄내야 한다. 전주 완주 통합이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다. 송하진 지사, 안호영 의원, 김승수 전주시장, 박성일 완주군수가 머리를 맞대고 통합논의에 불을 당겨 양 지역의 의회가 앞장서면 된다. 먼저 정치인들이 기득권을 내려 놓는 게 선행사항이다. 통합조건에 통합시장은 완주 출신이 맡도록 해야 한다. 그간 전주시 때문에 완주가 많은 피해를 봤기 때문에 완주발전을 위한 특별발전기금을 예산에 편성해서 줘야 한다. 특례시 지정보다 통합이 지역발전에 더 유리하다. 지금 전주와 완주군민들은 2세들의 미래를 내다보고 통합에 나서야 한다. 그래야 전북이 발전한다.
삽화 = 정윤성 기자 딕 휘딩턴(영국, 1358~1423)은 상인으로 큰돈을 벌어 후에는 런던시장을 지낸 인물이다. 600년 전에 활동했던 그의 이름이 오늘날에 이르러 대중들에게도 널리 알려지게 된 것은 평범하지 않았던 그의 삶이 다양한 기록으로 전해진 덕분이기도 하지만, 그가 사회를 위해 내놓은 전 재산으로 지어진 병원과 구제원,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거주지 등이 600년 가까운 지금도 여전히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는 덕분이기도 하다. 가난했던 어린 시절, 영국의 이름난 무역상이었던 휴 피츠워렌의 도움을 받아 상인이 된 휘딩턴은 엄청난 재산을 모았으며 후에는 리처드 휘딩턴으로 불리며 경(sir) 칭호까지 받을 만큼 성공했던 인물이다. 그러나 그의 이름은 흥미롭게도 <고양이 상인 휘딩턴>으로 후세에 전한다. 그가 부를 축적하고 역사에 이름을 남길 수 있게 된 데에는 온전히 그의 반려동물이었던 고양이의 역할이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시대와 장소를 막론하고 전해지는 동물 이야기는 수없이 많다. 그만큼 인간과 동물이 상생해온 역사가 길다는 증거겠지만 그에 비해 동물이 인간으로부터 보호 받아온 역사는 지극히 짧다. 일찍 동물보호에 눈을 뜬 나라들조차 법적으로 내용을 명시한 것은 1800년대 들어서이고, 동물에 대한 인식이 확장되면서 각 나라마다 본격적으로 동물보호법 제정에 나선 것은 1900년대에 이르러서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흐름을 맞아 1991년 동물보호법을 제정했으나 동물 학대 등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는 한계가 적지 않았다. 이를테면 반려동물을 학대해 다치게 하거나 죽는 경우에도 동물을 유체물(물건)로 규정하고 있는 현실에서는 물건을 망가뜨리거나 훼손했을 때 가해지는 재물손괴죄와 비슷한 처벌이 이루어졌을 뿐이다. 반려동물 가구가 크게 늘고 있다. 농림축산부가 발표한 <2020년 동물보호에 대한 국민의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28%, 638만 가구가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다. 반려견은 602만 마리, 반려묘는 258만 마리나 된다. 동물에 대한 인식이나 동물보호에 관심이 그만큼 높아지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버려지는 동물이 늘고 있고, 동물 학대도 여전하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 6월, 동물보호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공포한데 이어 법무부가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는 조항을 담은 민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새로워진 동물의 법적 지위(?)는 더이상 물건이 아니라 생명으로 존중받을 수 있게 되었다는 의미다. 반려동물의 시대, 인간과 동물이 상생하는 길이 이제 조금 더 넓어졌다.
삽화 = 정윤성 기자 전주시가 최근 대박을 낸 전주 호성동 공동주택 용지는 민간인들로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기발한 땅테크였다. 애당초 이 부지는 무연고 분묘들이 산재한 공동묘지 터였다. 에코시티가 조성되면서 도시 미관 저해와 생활권 침해 문제가 제기되자 전주시는 2만여 기에 달하는 무연고 분묘 정비사업을 4년여에 걸쳐 추진했다. 이후 2018년 4월 자연녹지였던 공동묘지 터 2만2317㎡를 제2종일반주거지역으로 용도 변경했다. 전주시는 올해 초 분묘 정비사업이 완료되자 지난 4월 해당 부지에 대한 매각 입찰 공고를 냈다. 매각 예정가격은 231억 원으로 3.3㎡당 341만 원 선이었다. 에코시티 분양가 340만 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온비드를 통해 매각 입찰을 진행한 결과, 전국 부동산 개발 및 건설업체 32곳이 몰리면서 응찰가격도 폭등했다. 매각 예정가격의 2배 이상 써낸 업체들이 많았지만 최종 낙찰가는 812억 원에 달했다. 예정가 대비 3.5배가 넘었다. 코로나19 사태로 재정여건이 좋지 않은 전주시는 일거에 막대한 세수를 확보했지만 행정기관이 앞장서서 땅장사에 나섰다는 비난을 감수해야 했다. 생태문화도시를 표방한 전주시가 쾌적한 도시환경과 정주여건 조성에 행정의 우선순위를 두어야 함에도 되레 자연녹지를 풀어서 아파트 개발을 허용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전주시는 여름철엔 도심 열섬현상으로 인해 전프리카라는 닉네임을 달고 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천만그루정원도시계획 사업을 추진하고 도로를 파내 나무 숲길을 조성하는 등 안간힘을 쏟고 있다. 그러면서 자연녹지를 없애고 공동주택 건축을 허용하는 것은 앞뒤가 안 맞는 행태가 아닐 수 없다. 더 큰 문제는 그동안 전주시가 옥죄어온 아파트 분양가 고삐를 스스로 풀어주게 된다는 사실이다. 전주시는 에코시티 아파트 분양가를 3.3㎡당 800만 원대 밑으로 억제해왔다. 하지만 이번 공매를 통해 공동주택부지 땅값이 에코시티 토지 분양가의 3.5배가 넘는 3.3㎡당 1213만 원에 달했다. 천정부지로 치솟은 부지비용 부담은 고스란히 아파트 분양가에 반영될 수밖에 없다. 이럴 경우 해당 부지 아파트 분양가가 3.3㎡당 1600만 원대는 돼야 사업성이 있다는 게 부동산업계의 분석이다. 게다가 이 부지는 분양가 상한 제한을 받는 공공택지도 아니다. 결국 전주시가 눈앞의 수익에 급급해 아파트 분양가 고삐만 풀어준 셈이다. 분양가 고삐가 풀리면 그 부담은 그대로 아파트 입주자들에게 전가되고 그만큼 무주택 서민과 젊은층의 내 집 마련 꿈은 더 멀어지게 된다. 행정이 수익사업에 나서지 못하게 막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삽화 = 정윤성 기자 새만금개발청이 크고 작은 시위로 몸살을 앓고 있다. 문재인정부 이후 새만금 개발에 속도를 내면서 자치단체간 이해관계와 맞물려 빈발하고 있다. 지난 30년간 찔끔 예산과 터덕 공사로 개발이 늦어지면서 도민들에게 소외와 실망을 안겼던 새만금이 이제야 용틀임을 하는 형국이다. 그 중심에 새만금개발청이 있기에 민원 창구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셈이다. 김제시의원들이 최근 새만금개발청 앞에서 릴레이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박준배 시장과 마찬가지로 이들도 동서도로 관할권을 주장하며 목청을 높이고 있다. 지난 달에도 이들은 관할권 문제로 격앙된 반응을 보이며 10만 서명운동을 추진하기도 했다. 비슷한 시기에 군산에서도 신영대 의원과 강임준 시장이 앞장서 개발청의 독단적 사업철회를 촉구하며 시민 감정을 자극했다. 시민단체들도 이에 가세하며 수상 태양광 설치에 따른 기득권을 보장해 달라며 연일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새만금과 접해 있는 군산시김제시부안군의 지역이기주의 행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이들 3개 자치단체 갈등과 대립은 내부 개발에 악영향을 미칠 정도로 줄기차게 이어져 왔다. 5년여 만에 대법원 판결로 종지부를 찍은 12호 방조제 관할권 논란이 대표적이다. 특히 군산시와 김제시는 자기중심적 편향 논리를 앞세워 사사건건 충돌해 주위의 눈총을 받기도 했다. 수변도시 건설과 태양광 쿼터제 논란이 그 것이다. 자치단체의 이같은 과도한 움직임에 내년 선거를 앞둔 단체장의원들의 속셈이 반영된 결과라고 의심한다.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이들 입장에서는 노이즈 마케팅을 통해서라도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 그간 부진을 만회한다는 계산이다. 그뿐 아니라 국면 전환용 물타기를 통해 정치 위기를 모면하려는 꼼수까지 엿보인다. 지역 현안이 뜻대로 풀리지 않자 이슈를 다른 데로 돌려 여론을 호도한다고 시선이 곱지않다. 어쨌거나 새만금은 전북 차원에서 다뤄야 할 현안이다. 소아병적인 지역 자치단체 이권 놀음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대국적 견지의 발상 전환이 절실한 시점이다. 이런 바탕위에서 지난 달에는 송 지사를 포함해 이들 3개 자치단체장이 참여하는 새만금권역 행정협의회가 출범했다. 얽히고 설킨 현안을 이 곳에서 용강로처럼 녹여 상생 합의를 도출하자는 취지다. 보름 만에 첫 결실로 수상태양광 배분을 둘러싼 해묵은 갈등이 해결됐다. 이후 새만금 해결사로서의 부푼 기대를 가졌으나 박준배 시장이 다시 동서도로 관할권을 주장하며 묘한 긴장감을 불러일으켰다. 오래전부터 이런 자치단체간 불필요한 갈등을 막기 위해 새만금 특별행정구역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된 까닭이다. 새만금은 전북에 있어 꿈과 희망을, 미래를 내다보면 기회와 가능성을 만들어 주는 곳이다. 새만금개발청이 설립 5년 만인 지난 2018년 세종시에서 군산으로 청사를 이전하고 업무를 시작했다. 새만금이 아닌 지역에서 5년간 떠돌다 제자리로 돌아온 셈이다. 새만금을 바라보는 정부 시각이 간접적으로 투영됐다. 우리끼리 티격태격할 시간이 없다.
삽화 = 정윤성 기자 조선시대 5일장 형성에는 보부상의 역할이 컸다. 지게에 짐을 지고 다니는 등짐 장수 부상과 보자기에 싼 짐을 팔러 다니던 봇짐 장수 보상을 합한 보부상이 5일장의 주역이었다. 시대가 변하면서 상거래 형태도 변했지만 5일장은 전국 곳곳의 전통시장에 아직까지 남아있는 우리 고유의 문화다. 부상은 조선 초기 조정의 지원으로 부상단을 만들어 서로 도우며 활동했고, 조선 후기에 나타난 보상은 보상회란 조직을 만들고 규칙을 정해 고객을 속이거나 지나친 이익을 남기는 것을 단속했다고 한다. 보상과 부상은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도 않았다고 한다. 고객과의 신의를 지키고 부끄럽지 않게 장사하겠다는 상인 정신의 철학이 있었던 셈이다. 조선 조정은 1883년 부상과 보상을 하나로 통합하고 관리기관인 혜상공국(惠商公局)을 설치해 이들의 활동을 보호하고 지원했다. 보부상들은 국가의 보호를 받는 대신 전시에는 식량과 무기를 운반보급하고 직접 전투에도 동원됐다. 권력과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면서 특권을 누리고 정치적으로 활용되기도 했지만 민주적인 투표에 의해 임원을 선출하고 안건 심의를 위한 총회도 정기적으로 개최했다. 보부상은 직업적 윤리를 엄격하게 지키도록 신분증인 험표(驗標) 뒷면에 망언하지 말 것(勿妄言), 행패부리지 말 것(勿悖行), 음란한 행동을 하지 말 것(勿淫亂), 도둑질하지 말 것(勿盜行) 등 4가지 계명을 새기고 이를 어기면 엄한 벌칙을 가했다고 한다. 상도의와 신의, 예의를 기본정신으로 보부상 상호간의 상부상조 전통과 엄격한 윤리규범을 확립했다. 조선시대 보부상들이 보면 비웃을 일들이 요즈음 정치판에서 벌어지고 있다.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과정에서 국민의힘의 역선택 조장과 정치권의 상도의에 대한 비난이 오갔다. 논란을 부른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은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민주당의 대선 주자들이 국민 선거인단에 신청해 달라고 앞다투어 문자 메시지를 보내 왔다. 기꺼이 한 표 찍어 드리려고 신청 완료했다. 모두 민주당 국민 선거인단에 신청하셔서 정권교체에 힘을 보태어 달라고 적었다. 야당에게 쉬운 상대를 역선택해 정권교체를 성공시키자는 얘기였다. 민주당은 정치를 불신의 구렁텅이로 몰아가는 행위, 비열한 짓이라고 맹비난하며 강력 반발했다. 그러나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국민 선거인단 취지 자체가 지지자나 당원이 아닌 사람들의 의견도 듣겠다는 것인데 무엇이 문제냐고 맞섰다. 역선택은 여야 모두에게 자유롭지 않은 일이다. 정치권에서는 국민의힘 경선 룰 논의를 겨냥해 민주당 선거인단 가입시스템의 문제점 지적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지만 공개적인 역선택 조장 행위는 정치권의 상도의에 맞지 않는 일이다. 보부상의 상인 정신과 철학을 정치권이 새겨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삽화 = 정윤성 기자 책장 맨 위,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올려놓은 책들은 대개 오래되었지만 자주 찾지 않게 된 것들이다. 그중에는 아무래도 사전류가 많다. 언제 적 샀던 것인지조차 잘 기억나지 않는 국어, 한자, 영한, 영영사전이나 마음먹고 샀던 브리태니커 백과사전 같은류다. 이 사전들은 책장을 정리하면서 이번에는 없애자고 마음먹고 꺼내놓았다가 번번이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게 되는 것들인데, 그 쓰임은 적어졌으나 아직은 존재감(?)이 있다는 증거겠다. 사전은 어떤 범위 안에서 쓰이는 낱말을 모아서 일정한 순서로 배열하여 싣고 그 각각의 발음, 의미, 어원, 용법 따위를 해설한 책을 이른다. 인터넷상의 해설에는 최근에는 콤팩트디스크 따위와 같이 종이가 아닌 저장 매체에 내용을 담아서 만들기도 한다는 설명이 덧붙여있다. 역사상 가장 오래된 사전은 고대 수메르인들이 만든 <우라 후불루 용어집>으로 알려져 있다. 기원전 2300년 경 쓰인 아카드 제국의 쐐기문자 조각으로 남은 이 용어집은 수메르인어의 낱말 목록을 표준화한 것인데, 그 뒤로 이어진 사전을 보면 단어나 사투리, 전문 용어 등의 뜻풀이부터 호메로스 작품 용어집 같은 특정한 분야를 다루는 사전까지 그 확장과 쓰임의 발전이 흥미롭다. 백과사전도 그 중의 하나인데, 인간과 문화, 사회, 생활, 학예 전반에 관한 사항을 통합 분석하고 정리해 해설한 백과사전은 단순히 객관적인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문명을 바라보는 시각과 삶과 지식의 보고다. 백과사전의 기원인 고대 로마시대 박물학자 플리니우스의 <박물지>도 고대세계의 천문 지리 인문 자연학 등 다방면에 걸친 지식을 집대성 한 것으로 고대문화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문헌으로 평가 받는다. 종이책 형식에 의존했던 사전은 이제 그 형식과 쓰임이 크게 달라졌다. 인터넷 검색으로도 모든 정보와 지식의 공유가 가능해진 시대, 디지털의 시대가 가져온 변화다. 종이책과 전자책이 공존하는 환경에서 종이책은 위협받는 존재가 됐다. 종이사전 역시 그 처지가 다르지 않다. 뜻밖에도 종이사전 판매량이 늘었다는 소식이 있다. 교보문고가 발표한 올해 상반기(1월 1일~6월 13일) 어학사전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1.4%가 증가했단다. 특히 국어사전 판매율은 140%나 늘었다. 구매 독자층은 40대 여성이 39.5%로 가장 높다. 교보문고는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자녀들의 학습공백이 학력 격차로까지 이어지는 상황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배경이야 어떻든 고전을 면치 못했던 종이사전이 일상으로 돌아오고 있다는 증거일터. 종이사전의 귀환이 반갑다. /김은정 선임기자
삽화 = 정윤성 기자 여야가 본격 대권레이스에 들어간 가운데 당 대표의 리더십이 대선정국의 시험대로 떠오르고 있다. 대선을 이끌어갈 당 대표의 리스크가 대선 풍향계를 좌우하는 변수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선을 앞두고 구원 등판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와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모두 취임한 지 불과 한두 달씩 밖에 안됐지만 리더십 문제가 불거지면서 홍역을 치르고 있다. 먼저 시험대에 오른 송영길 대표는 취임 직후 조국사태 사과에 이어 청와대 인사 검증 부실 문제와 부동산 정책 실패 비판, 종부세 완화 등 거침없는 행보를 이어갔다. 그러자 일각에서 자기 정치를 하고 있다는 비난을 사기도 했다. 당내 친문계를 향해서도 대깨문(대가리 깨져도 문재인)을 언급하며 누구가 되면 차라리 야당을 찍겠다는 안일한 생각을 하는 순간 문 대통령을 지킬 수 없고 성공시킬 수 없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에 친문진영이 일제히 반발하면서 내홍 조짐을 빚기도 했다. 여기에 부동산 의혹 국회의원 탈당 권유, 조국흑서 저자인 김경율 회계사의 대선 국민 면접관 섭외 문제 등이 불거지면서 당내 비토 정서도 형성됐다. 급기야 대선 경선 연기론을 둘러싸고 이재명 지사와 반이재명 구도로 양분되면서 당내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다. 가까스로 경선 연기론을 잠재우면서 송 대표 체제의 민주당이 대선레이스를 향해 순항에 들어갔다. 국민의힘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원외 무선인 30대 이준석 대표가 등장하면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았다. 젊고 참신함에 2030세대가 열광하면서 세대교체의 기수, 정치 혁신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백팩에 자전거 타고 출근하는 모습과 토론 배틀로 당 대변인을 선정하는 등 새로운 변화의 바람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하지만 이 대표가 취임 한 달 만에 리더십의 위기에 처했다. 여성가족부통일부 폐지론에 이어 국민 재난지원금 합의 번복 사태로 인해 코너에 몰렸다. 민주당 송영길 대표와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전격 합의한 사실이 발표되자 당내 비난의 목소리가 쇄도했다. 결국 합의한 지 100분 만에 번복했지만 당내 후폭풍이 거세게 일고 있다. 정치적 미숙함 때문에 송영길 대표에 말렸다는 지적과 함께 당 지도부와 소통없이 독단 정치를 하면서 제왕적 대표, 젊은 꼰대 모습을 재연하고 있다는 성토가 이어졌다. 정치 철학과 정책 아젠다 부재를 꼽기도 했다. 대선정국에선 대권주자가 뽑히면 당의 무게 중심은 후보자로 급속히 기운다. 그러나 대선 후보를 선출 전까지는 심판관인 당 대표의 역할이 중요하다. 당 대표의 리스크가 대선에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입춘대길 건양다경(立春大吉 建陽多慶)
“위기의 파도 앞에서 우리는 같은 배를 탔다”
안호영 의원 통합 결단, 끝까지 최선을
김 지사의 컷 오프설은 사실무근
전주의 정체성을 다시 생각해본다
정부는 완전통합에도 재정지원 규모 밝혀라
HAI 시대, 지역사회 감응에도 주목
리셋되는 행정, 중단의 비용
전주시, 고사 위기의 기령당 활성화하라
안호영 의원의 위대한 결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