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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살 것인가’에 답을 준 박승 전 한은총재

조상진 객원논설위원 어떻게 살 것인가. 사람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세상을 헤쳐 나간다. 없는 길을 걷다보면 길이 만들어지기도 하고, 단풍 든 숲속에 두 갈래 길에서 어느 길을 선택할까 망설이기도 한다. 그러한 길이 모여 인류의 역사가 된다. 우리의 근현대사는 가시덤불 같은 험한 길이었고, 그 길에 많은 사람들이 자취를 남겼다. 그 중 선한 영향력을 미친 사람, 특히 노후가 아름다운 분을 최근에야 알게 됐다. 김제 백산 출신으로, 올해 84세인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가 그분이다. 어려서는 역경을 이기고, 젊어서는 국가와 사회를 위해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고, 늙어서는 기부와 나눔을 실천했다. 갈수록 메말라가고, 나와 내 가족만을 챙기는 세태에서 마치 인생의 교과서를 만난 듯 잔잔한 감동을 받았다. 어린 시절 가난한 소작농가에서 태어난 그는 초등학교 때부터 논밭일, 땔감 마련 등 온갖 농사일을 하며 자랐다. 백석초를 졸업하고 이리공고까지 6년간 새벽에 집을 나와 왕복 14km를 걸어 기차통학을 했다. 대학입학시험을 보기 위해 난생 처음 서울에 갈 때는 점심으로 고구마를 싸들고 기차에 올랐다. 서울대 경제학과에 들어가서는 장리나 곱빼기 빚을 얻어 등록을 해놓고 고향에 내려가 농사일을 해서 빚을 갚아야 했다. 고난은 당장 고통스럽지만 큰 길과 기회를 주었다. 다행히 졸업과 함께 한국은행에 합격해 안정을 찾은 것이다. 그곳에서 처음으로 실시한 해외연수생에 뽑혀 36살의 나이에 미국 뉴욕주립대로 유학을 떠났다. 그리고 2년 만에 석사와 박사를 마쳤다. 송곳으로 바위에 구멍을 뚫듯 공부한 덕분이다. 귀국 후 중앙대 교수로 25년간 후학을 가르쳤으며 각종 공직을 맡아 국가와 사회에 헌신했다. 그는 드물게 보수와 진보정권에서 두루 발탁됐다. 박정희 정부에서 서울신문 논설위원, 전두환 정부에서 금융통화위원, 노태우 정부에서 대통령 경제수석비서관과 건설부장관, 김영삼 정부에서 대한주택공사 이사장,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에서 한국은행 총재, 이명박 정부에서 대통령 자문 국민원로회의 위원으로 국정에 참여했다. 이 가운데 노태우 정부에서 분당 일산 등 5대 신도시를 중심으로 주택 200만호 건설을 진두지휘해 부동산 폭등을 잠재웠고, 한국은행 총재 시절엔 중앙은행 독립을 확고히 했다. 학문분야에서도 한국경제학회장 등을 지냈고 모교인 뉴욕주립대에서 자랑스런 동문상을 받기도 했다. 이렇게 화려한 경력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노후의 기부 실천이다. 2010년과 2011년 백석초에 도서관 건축비 4억원과 장학금 1억원을 기부했다. 2층으로 된 이 도서관은 98명의 재학생은 물론 지역주민의 문화구심체 역할을 하고 있다. 2018년 김대중평화센터에 7억원, 2019년 이리공고에 7억원의 장학금을 기부했다. 이어 올해 백석초에 또 다시 10억원의 장학금을 기부했다. 이 기금은 하나은행의 신탁자산으로 표면금리 3.17%의 이자가 분기별로 백석초에 영구히 지급된다. 폐교 위기에 몰렸던 이 학교는 그의 고향사랑 덕분에 살아났다. 이번 기부로 최소한의 생활비를 제외한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스스로의 약속을 지킨 셈이다. 이와 함께 소외된 사람에게 연봉의 20%를 지원하는 기부의 생활화, 가족만의 검소한 자녀 결혼식, 장기기증 서약 등 진정한 노블레스 오블리제를 실천해왔다. 그러면서도 그는 단독주택에서 20년 된 소형차를 직접 운전하는 등 검소한 생활이 몸에 배었다. 사람은 흙에서 나서 흙으로 돌아간다. 그의 아름다운 인생에 박수를 보내며 나도 조금이나마 닮았으면 하는 생각을 해본다. /조상진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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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8.18 16:38

전주예고 내년에는 꼭 일반고 전환해 주세요

정태표 전 전주예술고 교장 2006년 교직에서 퇴직한 뒤 특목고인 전주예고에 부임할 당시 기억이 새롭다. 학생들에게 사랑합니다라고 첫 인사를 하자 예술꿈나무들이 크게 환호했다. 학생들은 교장인 필자를 이사도라라고 불렀다. 24시간 돌아다닌다고 해서 학생들이 만들어준 별명이다. 선생님들께도 학생들이 가장 중요하니 사랑과 헌신을 최고의 덕목으로 삼아 가르치자고 강조하였다. 그러면서 이사장한테 줄 서지 말고 학생들에게 줄 서라고 농담처럼 이야기 했다. 보람도 있었다. 자찬 같지만 40~50명에 그치던 서울의 대학 진학생을 109명까지 끌어올렸다. 학생에 초점을 맞추고 최선을 다한 결과 대학입시에서 전주예술고가 명문으로 부상했다. 전국 각지에서 전주예고에 오는 학생들도 35%나 되었다. 소녀시대 인피니트가 탄생되고, 전국 무대의 예술마당에는 전주예고생이 두각을 나타날 때의 감회는 늘 뿌듯했다. 2008년 익산 피아노고가 폐교될 때 갈 곳 없는 학생들을 받아들였던 결정도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마땅히 갈 학교가 없어 전북교육청도 난처해 했고 학부모들도 난감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피아노고 학교운영자들이 무능했고 전북교육청이 감독을 잘못해 벌어진 일이지 학생들이 무슨 죄냐며 학생들을 전주예고에서 전격 수용했다. 교원노조 선생님과 학운위도 반대했지만 피아노고 학생들은 피해자다 학생만 생각하자 학생 입 퇴학의 권한은 학교장이다며 반대를 뿌리쳤다. 교육청 직원들도 이런 학교현장의 회의 광경과 열정을 보고 감탄했다. 전주예고는 수업료와 레슨비용을 포함하면 학생 1인당 연간 1천만원 이상을 지출해야 한다. 고등학교가 의무교육으로 수업료 면제를 받지만 전주예고는 이 지원을 받을 수 없다. 그래서 일반고로 전환하려 하는 것이다. 예술교육을 병행하면서 일반고 운영을 하면 학생 부담이 크게 덜어진다. 전주예고는 경영 어려움 때문에 2년째 일반고 전환을 요구했지만 올해도 전북교육청이 미승인 했다. 경남 전남 울산 등의 예고들은 교육청 지원을 받고 있지만 전북은 교육청의 지원이 없다. 필자는 2011년 퇴직했다. 9년이 흐른 사이 학생 숫자는 60% 수준에 그치고 있고 선생님 봉급도 삭감되었다. 법인 전입금 비율이 낮다고 지적하는데 학교법인은 임야 등 부동산 재산이 전부다. 수입창출할 여력이 없는 것이다. 능력이 있는 데도 재정을 전입하지 않는다면 처벌을 받을 것이다. 일반직원 과다 문제도 2년 안에 정상화 된다. 어려운 게 아니다. 또 하나는 학생들의 상대적 박탈감이다. 다른 예고들은 일반고로 전환돼 수업료 부담이 없는데 전주예고생은 한 학기에 1백만원 이상 내야 한다. 레슨비 부담도 크다. 학생 학부모 78%가 일반고 전환을 요구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가수 구하라 사례는 너무 가슴 아프다. 전주예고 1학년을 마치고 수업료 부담 때문에 고향인 광주실업고로 전학을 갔다. 구하라가 만약 3년 동안 전주예고를 다녔다면 극단적 행동은 없었을 것이다. 천진스럽고 웃음이 많았던 학생이었다. 최근에 대전예고는 일반고로 전환했다. 그러면서 모든 권한은 교육감에 있다라고 발표했다. 대전예고처럼 오로지 학생만 생각하면 해법이 나올 것이다. 학생을 사랑하고 선생님들은 우리의 가족이다라는 김승환 교육감의 교육철학은 이 시대 의미가 크다. 전주예고는 1992년 설립된 전북지역 유일한 예술계 특수목적고다. 그런데 재정적 어려움에 봉착해 있고, 고교 의무교육이 실행되는 환경변화를 맞고 있다. 또 대다수 학부모와 학생들이 원하는 만큼 일반고로 전환해 젊은 예술인들이 의무교육의 혜택을 받았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정태표 전 전주예술고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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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8.18 16:34

조커가 되기까지

이은선 선이오페라앙상블 대표 조커는 태어날 때부터 조커였을까?? 영화를 보고 나온 친한 동생에게 전화가 왔다. 조커도 힘들었겠네. 나라도 저렇게 될 수 있겠다. 세상의 악인이 태어날 때부터 악하게 태어났을까? 프로파일러 표창원 씨와 희대의 탈옥수라 불렸던 신창원 씨가 다른 점은 성씨 한 글자뿐이나, 다른 삶을 살게 되었다. 표창원 씨도 어려서 과일서리를 했었고 신창원 씨도 같은 실수를 저질렀다. 그런데 그들의 부모님은 다른 선택을 하셨다. 표창원 씨의 아버지는 자식을 야단치고 다시 따뜻하게 품어준 반면에 신창원 씨의 아버지는 자식을 야단치고 바로 소년원에 넣어버렸다. 그 이후 그들은 다른 삶을 살게 되었고 그들은 우리에게 다르게 유명한 사람으로 각인이 되었다. 요즘 뉴스에서는 하루 걸러 한 번씩 아동학대에 대한 얘기들이 나오고 있다. 아이를 가방에 넣어서 질식사를 시키고, 쇠사슬로 묶고 때리고 학대하는 등 사람이 자라나고 성장하는 데 있어 가장 기초적인 장인 가정에서 이런 일들이 수도 없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울 뿐이다. 다른 곳도 아닌 가정에서,가장 보호받아야 하는 부모에게서 학대를 받는 아이들이 사회에 나와서 어떻게 적응을 하겠고 다른 환경에 노출되었을 때 이 아이들이 어떻게 행동을 하겠는가. 그리고 또 다른 장소인 어린이집,학교에서도 교육자라는 사람들에게 아이들이 당하는 학대 또한 끊임없이 발생한다. 말하지 못하고 힘이 없기에 아이들은 영문을 모른 채 당연하다는 듯 그냥 당하는 것이다. 조커는 태어날 때부터 조커가 아니었다. 아버지에게 버려졌고 어머니는 정신질환자에 본인도 남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병에 걸렸었고 열심히 살아보려 노력하였으나 모든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악인이 되기까지 그는 얼마나 힘들었을까? 사실 악인이 되기까지는 우리가 상상하기 힘든 엄청난 환경들에 노출되어야 가능하기 때문에 악인을 만들어내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 어려운 일에 우리가 동참하지 않았으면 하는 게 이 얘기, 저 얘기를 꺼낸 이유이다. 그리고 편견과 선입견으로 사람을 판단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이다. 그 사람이 그렇게 되기에는 어떠한 이유들이 있을 거라 한번 생각을 하고 그의 과거나 지금의 환경에 대해 의문을 품고 그 사람을 궁금해 한다면 미운 마음보다 안쓰러운 맘이 먼저 들 수도 있다. 내 경험상 조금 많이 다른 아이들이나 친구들, 어른들을 보며 왜 저렇게 자라났을까? 생각을 하고 그 사람에 대해 고민을 해보면 꼭 원인이 있더라는 것이다. 세상에 이유 없는 악인은 없다. 어쩌면 내가 소외시켰던, 편견을 가졌던 아이가 위의 사례처럼 부모나 누군가에게 학대를 당했던 피해자일 수도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내 아들의 일화를 얘기하자면, 아들이 초등학교 2학년 때 엄마들이 나쁜 친구라 생각하는 아이와 자주 다니는 거였다. 나도 주변에서 저 아이 조심하라고 얘기를 몇 번이나 들었던 터라 아들에게 물었다. 그 친구 어때? 같이 다니는 거 괜찮아? 엄마는 안 좋은 얘기를 좀 들었는데. 난 아들의 답변에 너무 부끄러워졌다. 엄마도 다른 친구들과 똑같이 생각하는 거야? 이 친구가 나랑 다니면서 좋은 친구가 될 수도 있는 거 아냐? 초등학교 2학년보다 짧은 나의 변변치 못한 생각에 부끄러워 사람을 가려야 한다는 낡은 맘은 버렸다. 우리들도 아이들의 마음으로 누군가를 나쁘다 낙인 찍지 말고 다시 한번 그 친구를 궁금해 하면 어떨까? /이은선 선이오페라앙상블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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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8.18 16:33

권리금을 임대인한테 받는다고요?

의뢰인은 5년 전 권리금을 주고 상가를 임대해 식당을 시작했다. 의뢰인은 계약 기간이 끝나면 식당을 이전할 계획이다. 의뢰인은 권리금을 받기 위해 신규 임차인을 알아보는데, 임대인이 직접 가게를 운영할 거라고 했다. 의뢰인은 이 경우 권리금을 받을 수 있는지 문의했다. 상가 임대차의 권리금 관련 내용만 3회차 쓰고 있다. 임대차 분야에 대해 가장 빈번하게 문의 전화를 받고 있고. 법 개정이 빈번해 바로 챙기지 않으면 모를 수 있으며, 임대차 분쟁은 보통 소송까지 이르지 않아 변호사가 상담을 꺼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난 칼럼에서 밝혔듯, 2009년 용산참사 이후 2015년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0조의4는 임차인이 신규 임차인을 데리고 와 임대차 계약을 요구할 경우, 임대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계약 체결을 거절하면 임차인은 임대인에게 권리금 상당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기회를 보호하고 있다. 2015년 권리금 조항이 들어오고, 필자는 동료에게 임차인이 손해배상을 임대인에게 청구할 수 있다고 얘기해 줬다. 그는 권리금은 임차인끼리 주고받는 건데 어떻게 임대인에게 청구할 수 있냐고 반문했고, 법이 그렇다고 얘기해 줬다. 임차인끼리 주고받는 권리금을 임대인에게 청구한다는 것은 전문가이기에 이해하기 더 어려웠다. 보통 권리금 관련 분쟁이 소송으로 간다면, 임대차 계약 기간 종료 후 임대인은 임차인에게 건물을 인도하라는 명도소송을 하게 되고, 임차인은 임대인에게 보증금과 권리금 상당의 손해배상을 반소로 청구하게 된다. 권리금 손해배상을 인정받기 위해 임차인은 계약 기간 종료 전 임대인에게 신규 임차인과 계약을 체결해 달라는 요청을 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내용증명으로 보내 증거를 남겨야 한다. 이와 함께 임차인이 임대료를 연체하였을 경우 권리금이 보호되지 않을 수 있으니 임차인은 이를 주의해야 한다. /최영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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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8.17 16:27

여론조사와 통계의 허와 실

황의영 경제학박사 며칠 전 일요일 점심 식사 중인데 여론조사를 한다는 전화가 왔다. 평소 여론조사에 별 관심이 없었고 통계를 통한 오류를 마치 진실인 양 호도하는 경향이 있어 신뢰하지도 않았다. 설문에 응하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 조사를 꼭 일요일 점심 식사 시간에 진행해야 하는가? 반감이 들었다. 당시 소중한 분들과 식사 중에 자리를 비우고 전화를 받을 정도로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기에 응답을 거절했다. 현대를 정보화 시대라 한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진위를 가리기가 어렵다. 대통령차기 대권후보정당정책 등의 지지도가 몇%라는 보도를 자주 접한다. 사실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사실이 아니다. 국민 지지도를 말하려면 국민 전체에게 묻고 그 답을 토대로 비율을 산출해야 한다. 그렇게 산출하기는 불가능하다. 국민 중 외국에 살고, 병원에 입원하고, 여행가 있고, 유소년 등 질문을 바르게 이해 못 하는 연령대도 있는 등 국민 전체를 대상으로 조사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통계학에서 비율을 산출할 때 조사대상 전체를 모집단이라 하고 실제 조사하는 대상을 표본이라 한다. 신뢰성을 높이려면 모집단 대비 표본 비율이 높아야 한다. 그러나 실제 통계를 측정할 때는 시간과 공간, 경제적 제약을 조건으로 표본의 크기를 결정한다. 대부분의 여론조사는 표본을 1~2천명 내외로 정해 조사하고 통계를 낸다. 국민 5천2백만명 중 1천명은 0.001923%, 2천명은 0.003846%이다. 국민 여론이라면서 고작 0.002~0.004% 정도의 생각을 전체 국민 여론이라 할 수 있을까? 추세를 나타낼 수는 있을지언정 신뢰성은 높지 않다. 여론조사 결과를 접하는 국민이 이런 조건을 안다면 별문제 없다. 그렇지 않고 이를 사실이라 믿는다면 많은 사람이 오류를 범하게 된다. 그리고 설문을 만들 때 어떤 결론을 미리 정하고 거기에 맞게 문항을 만들 수도 있다. 이는 어떤 사실을 은폐하거나 과장 홍보가 필요할 때 사용한다. 역사를 보면 정권이 국민을 속일 때 의도적으로 통계적 오류를 범하기도 했다. 표본을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지지도나 호불호를 측정할 때는 표본이 더 객관적으로 정해져야 한다. 국민 여론이라고 한다면 전체 국민의 연령지역남녀성별 등의 비율이 표본에서도 똑같은 비율이 적용돼야 한다. 각 지역의 실제 인구 구성비와 표본의 비율이 같아야 한다. 연령비나 성비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표본을 산출한다면 어느 정도 전체의 여론이 반영된다고 볼 수 있다. 선거 시 특정 후보 지지도나 음악 인기도를 속이기 위해 포탈의 실시간 조회 수를 기계로 조작하는 사례를 봐왔다. 그래서 이를 신뢰할 수 없다. 요즘 여론조사가 표본을 1~2천명 내외로 하여 실시한다. 이것은 통계를 보는 사람의 눈을 속이는 행위라고도 볼 수 있다. 통계는 얼마든지 활용하는 사람의 입맛에 맞게 조작하여 활용할 수 있다. 이에 국민이 속으면 안 된다. 이런 조사는 여론조사라고 할 수 없다. 여론조사기관들이 진실한 국민의 여론을 제대로 측정하고 싶다면 시간과 비용이 더 들더라도 표본을 늘려서 유의성과 신뢰성을 높여야 한다. 언론기관에서도 이런 통계 작성상의 문제에 대한 의식을 가지고 신뢰할 수 있는 통계가 작성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데 함께 노력하면 좋겠다. /황의영 경제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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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8.17 16:27

전북가야, 사실일까?

최규영 진안향토사연구소장 지금 도내 각 언론에서는 전북은 지붕 없는 가야박물관!이라는 캐치프레이즈 아래 보도가 넘치고 있다. 내용인즉 전북권의 남원, 임실, 순창, 진안, 무주, 장수, 완주, 금산 등이 고대에 가야의 지배권에 있었다는 거다. 하지만 우리나라 고대사를 전면적으로 뒤바꿀만한 이 획기적인 주장의 실체가 불분명하다는 사실을 도민들이나 관계자들이 얼마만큼 알고 있을까? 전북권이 가야였다는 주장의 근거로 제공되는 문헌 자료는 유일하게 『일본서기(日本書紀)』에 적혀 있는 반파국(伴跛國)이 장수 가야를 가리킨다는 추정에 의한 주장뿐이다. 전북가야론자들이 반파국을 장수 가야로 추정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삼국시대의 봉수가 발견되어야 하고, 여러 갈래 봉수로의 최종 종착지이어야 하고, 복원된 봉수로의 최종 종착지에 가야 고총이 자리하고 있어야 하고, 신라와 국경을 맞대고 있어야 하는 조건을 모두 충족시켜 준 장수가야는 문헌의 반파국이다. 하지만 이는 심한 논리의 비약이라 할 수 있다. 『일본서기』의 반파국에 대한 해당 기록은 다음과 같다. 3월에 伴跛(반파)가 子呑(자탄)帶沙(대사)에 성을 쌓아 滿奚(만해)에 연결하였다. 烽候(봉후)와 邸閣(저각)을 두어 일본에 대비했다. 또 爾列比(이열비)麻須比(마수비)에 성을 쌓고, 麻且奚(마차해)推封(추봉)에 연결하였다. 사졸과 무기를 모아 신라를 핍박했다.(계체 8년 3월 조) 위를 보면 烽候(봉수)와 邸閣(건물)을 두어 일본에 대비했다.고 한다. 그런데도 그들은 일본에 대비했다라는 대목은 의도적으로 외면했다. 이 대목이 들어가면 반파국이 바다를 끼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아마도 그래서 봉수만을 내세워 삼국시대의 봉수가 발견되어야 하고라고 봉수를 내세우는 모양이다. 하지만 그들이 주장하는 전북 내륙 쪽의 봉수의 존재도 믿기 어렵다. 진안군 지역의 사례만 봐도 그들이 주장하는 봉수들은 봉수로서의 고고학적 근거는 빈약하다. 또한, 그 봉수로들은 지리적으로 장수와 서로 연결도 잘 안 된다. 그 점은 지도상으로도 어렵지 않게 증명된다. 더군다나 그들은 그 봉수들의 운용목적에 대해 유례가 없는 이상한 이유를 내세우고 있다. 봉수는 원격지 병변(兵變)에 관한 통신수단이지, 중간지의 감시수단으로 운용되는 시설이 아님에도 그 봉수들이 도내에 산재한 제철지(製鐵地)를 감시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것이다. 봉수는 군사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영토가 안정된 국가만이 운용할 수 있는 제도이다. 그래서 백제나 신라도 봉수를 운용하지 못했는데, 읍성(邑城)조차도 없는 가야의 소국 장수(長水)가 백제 영역이던 전북 내륙으로까지 뻗은 봉수로를 운용했다는 주장은 터무니없기까지 하다. 또한, 가야시대에 그처럼 제철지가 있었다는 주장도 믿기 어렵다. 그들이 제시하는 제철지의 실재 여부는 진안지역의 예를 볼 때 대부분 그 증거를 찾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설령 제철지가 있었다손 치더라도 가야시대에 운용되었다는 근거는 전혀 없다. 이처럼 문헌적 자료나 해석에 있어 비논리적일 뿐 아니라 고고학적 증거도 박약한 판에 심층 연구도 이루어지지 않은 채 전북권이 가야 문화권이라고 강변하는 주장이 전북권의 언론에 횡행할 뿐 아니라 심지어 전북교육청의 역사 교재에도 실려 학생들의 교육에 제공되는 어이없는 현실이 놀랍기만 하다. 만일 입증하지 못했을 때 뒷감당은 어찌할 터인가? /최규영 진안향토사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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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8.17 16:27

비대면 시대, 대면예술의 운명

곽병창 우석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연극은 대면예술이다. 좀 더 넓히면 모든 공연예술은 대면예술이다. 대면예술의 분질은 얼굴을 바라보며 의사소통하는 데에 있다. 이 의사소통은 공연자와 관중 사이만이 아니라 공연자와 공연자, 관중과 관중 사이에서도 일어난다. 그러니 대면을 자꾸 말리는 세상에서 대면예술은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까? 이런 기이한 세상을 예상이라도 한 듯이 몇 해 전부터 영국의 국립극장(NT)은 연극을 전 세계에 영상으로 생중계하는 기획을 선보여 왔다. 궁여지책이던 랜선 공연이 이제 주류가 되려 한다. 연극도, 공연예술도 비대면 예술의 시대로 진입해가는 것일까? 그래도 되는 것일까? 코로나 이전에도 이미 기술의 진보는 예술의 존재와 소통방식에 대한 새로운 숙제를 던져주고 있었다. 이른바 DNA(Data, Network, AI) 생태계의 도래에 맞게 예술분야에서도 이를 수용해야 한다고 등을 떠밀고 있다. 세계적인 공공극단인 RSC(Royal Shakespeare Company)가 디지컬 플랫폼에서의 몰입형 실황공연을 선보이고, 유명한 래퍼가 자신의 아바타를 내세운 콘서트를 성공적으로 치러내는 게 이제 그다지 놀라운 소식이 아니다. 기술의 힘을 맹신하는 이들은 그리스 연극에서의 makina (신들의 하강을 돕던 기계장치, 영어 machine의 어원), 원근법을 무대 위에 실현하던 중세의 극장, 리프트와 조명장치 등을 예로 들면서 역사적으로 연극이야말로 새로운 기술의 실험장이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새로운 시대의 연출가, 감독들이 마땅히 새로운 기술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무대어법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박할 수도 그럴 필요도 없는 주장이다. 하지만 마키나도, 사실주의극장이나 리프트 무대도 모두 무대와 객석의 대면을 강화하는 장치였다. 지금 우리는, 기술이 무대로부터 관객을 떠나보내는 사상 초유의 상황을 목도하고 있는 것이다. 관객이 그 동안 볼 수 없었던 배우의 뒷모습과 숨구멍을 수십 대의 카메라로 속속들이 살피고 무대 바닥과 천정의 기계장치까지 들여다볼 수 있다고 해서, 그것이 현장 대면예술의 가치를 대신할 수 있을까? 공연마다 달라지는 관객의 반응, 상대 배역의 컨디션에 따라 미세하게 달라지는 배우의 숨결을 기계가 다 담아내서 전달할 수 있을까? 옆자리에 누가 앉아있는지에 따라 가라앉기도 들뜨기도 하는 객석의 오래된 생명력을 가상현실 헤드셋이 채워줄 수 있을까? 어쩌면 이런 물음에 대한 답도 기술은 금방 찾아낼지 모른다. 하지만 기술의 진보가 아무리 빨라져도 인간이 인간과 함께 교감하고 소통하면서 새로운 각성을 얻고 활력을 얻던 대면 예술의 소중함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이제 세계는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으리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리고 그 격변의 복판에 인류의 가장 오래 된 소통수단이었던 대면예술의 운명이 던져져 있다. 그런 점에서 대면예술의 담당자들이 다시금 되새겨야 할 덕목은 단순하고 자명하다. 본질을 잊지 않는 것, 인간이 또 다른 존재와 소통하고 공존하는 가장 원초적인 수단, 그리고 최후의 수단이 곧 대면예술임을 되새기는 일이다. 그리고, 예술가로서의 상상력과 첨단 기술을 잘 버무려서 더 나은 인간의 공동체를 만들어낼 대면예술의 미래를 궁리해야 한다. 콩기름 냄새와 배우의 땀 냄새가 뒤섞여 풍겨오던 오래된 소극장의 퀴퀴한 향기는 잊을 수 있다. 그럴지라도, 한 공간에서 함께 웃고 울며 궁극의 교감을 나누던, 그 찬란한 순간을 포기할 수는 없지 않은가? /곽병창 우석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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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
  • 2020.08.17 16:20

용담댐·섬진강댐 수해 책임 규명 서둘러야

기록적인 물 폭탄으로 인해 용담댐과 섬진강댐 방류 피해를 둘러싼 책임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철저한 진상 규명과 함께 신속한 복구 대책 마련을 위한 정부와 자치단체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정세균 총리는 13일 진안 용담댐 수해 현장을 방문했다. 지난 10일 남원에 이어 이례적으로 연속 피해 지역을 둘러보고 주민들을 위로한 것이다. 그만큼 이번 물난리 피해상황이 심각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정 총리는 이날 댐 방류와 관련해 책임 소재를 가리는 위원회 구성과 정부 지원책 마련을 긴급 지시했다. 그는 장마철 폭우 탓에 댐 방류량 조절 실패로 하류지역 침수피해가 커졌다는 지적에 대해 수자원공사가 책임회피 태도를 보인 점에 실망감을 내비쳤다. 그는책임 소재가 밝혀지면 그에 상응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환경부는 이에 따라 7일8일 집중호우 당시 섬진강댐, 용담댐 등의 댐 관리 운영실태를 파악하기 위한 조사위를 구성한다고 밝혔다. 금강에 위치한 용담댐의 경우 이틀만에 방류량을 300톤에서 2900톤까지 10배가량 늘렸다. 때문에 무주군과 충북 영동ㆍ옥천군, 충남 금산군 등 하류지역 주택 204채농경지 745㏊가 물에 잠기는 등 침수 피해가 발생했다. 이에 따라 4개군은 공동으로 집단소송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섬진강 지역 순창, 남원, 임실, 전남 광양, 곡성 등 5개 시군 자치단체장도 환경부와 수자원공사를 항의 방문했다. 이들은 섬진강 수계지역 침수피해에 대해 강수량 보다는 지난 8일 불과 6시간 만에 방류량을 591톤에서 1752톤으로 늘린 것이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날 함께하지 못한 전남 구례를 포함해 6개 시군 자치단체장이 공동 작성한 건의문도 환경부에 제출했다. 수해 발생 원인 여부는 둘째 치고 주민들 삶의 터전이 하루아침에 물에 잠겨 생계가 막막한 상황인데도 수자원공사는 발뺌하는 데 급급해 눈총을 받았다. 갑작스런 댐 방류로 인한 이번 물난리 피해는 여러 정황으로 비춰 볼때 인재(人災)일 가능성이 높다. 그런 만큼 정부는 책임 규명 노력과 함께 수해민의 복구 지원에 역량을 집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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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0.08.17 16:20

쌀의 날

우리 민족의 주식인 쌀은 오래 전부터 단순한 식량 이상의 의미와 위상을 차지하고 있는 자원이다. 각종 제례(祭禮)에서도 가장 중요한 곡물이었다. 제사에 쓰는 떡, 술, 식혜 등 모든 음식의 주재료가 쌀이었다. 아울러 벼농사는 우리 농촌 공동체 그 자체였다. 일시에 많은 노동력이 필요한 모내기와 추수철 등에는 온 마을이 나서 공동작업을 펼쳤다. 쌀이 국가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대단했다. 쌀이 주곡으로 자리 잡은 고려시대 이후 모든 재화나 부(富)를 가늠하는 척도나 물가를 측정하는 잣대가 바로 쌀이었다. 천석꾼이니 만석꾼이니 하는 부자 호칭도 쌀이 기준이었다. 화폐 개념으로 통용되면서 쌀은 부동산 등의 거래에서나 급료 기준이 되기도 했다. 주곡이 쌀이었지만 그렇다고 아무나 아무 때나 배불리 먹을 수 있는 식량이 아니었다. 농지 부족과 생산성이 떨어져 쌀이 모자랐기 때문이다. 1960년대 이전 까지만 해도 농촌에서 식량이 떨어지는 봄철이면 해마다 보릿고개를 힘들게 넘겨야 했다. 1970년대 다수확 품종인 통일벼를 개발 보급하고, 영농기술을 발전시켜 쌀을 자급하기 전까지는 쌀 소비를 줄이기 위한 기발한 정책이 도입됐다. 모든 음식점에서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에는 쌀로 만든 음식을 못팔게 하는 무미일(無米日)을 시행하고, 혼분식을 강제해 학교에서 도시락을 검사하던 때가 196070년대 였다. 학생이 단속에 걸리면 학교장 까지 책임을 물어 인사조치하기도 했다. 쌀을 이용한 술 제조를 금지하고, 쌀밥이 비만과 성인병의 주요 원인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확산시킨 것도 이 때였다. 이같은 쌀의 위상이 크게 달라졌다. 경제 발전과 생활 수준 향상에 따라 식생활이 서구화 되면서 쌀 소비가 줄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해 우리 국민의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59.2㎏ 으로, 30년 전인 1989년의 121.4㎏의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다. 1인당 평균 하루에 먹는 쌀이 겨우 162.1g 에 불과하다. 오늘(18일)이 쌀의 소비를 촉진하고, 우리 쌀의 가치를 널리 알리기 위해 농림축산식품부가 2015년 제정한 쌀의 날이다. 쌀을 뜻하는 한자인 쌀 미(米)자를 파자(破字)하면 여덟 팔(八)자, 열 십(十)자, 여덟 팔(八)자로 풀이되는 점에 착안해 8월18일을 택했다. 쌀 한톨을 생산하려면 모판에서부터 추수 까지 농삿군의 손길이 88번 필요하다는 의미가 담겨있기도 하다. 현재 우리의 주곡 자급률은 겨우 22.5%에 그치고 있다. 쌀을 제외한 주요 곡물은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날로 심각해져 가고 있는 지구의 기후위기에 대비하고, 세계 각국이 식량의 무기화를 앞세우고 있는 시점에서 식량 안보 차원에서도 쌀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쌀의 날이 국민들에게 다시 한번 쌀의 가치와 소중함을 되새기고, 안정적인 소비확대로 쌀 재배 농가들을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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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인환
  • 2020.08.17 16:20

친일잔재 청산 역사·민족정기 바로 세워야

우리나라가 일제의 압제에서 광복된 지 75년이 지났건만 아직도 우리 사회 곳곳에는 일제 잔재가 여전하다. 해방 이후 친일파들이 득세하면서 친일 행적과 일제 잔재를 제대로 청산하지 못한 결과다. 친일 부역자를 칭송하는 송덕비나 기념비 등이 우리 주변에 널려 있고 일제 때 창지개명을 통해 바뀐 지명이 여전히 통용되고 있다. 친일 부역자들이 작사작곡한 교가가 학교에서 버젓이 불리고 있고 심지어 일제의 강제징용이나 위안부 강제 동원을 부정하거나 미화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일제 강점기 때 일본의 앞잡이가 돼서 부귀영화를 누린 친일 부역자들이 전북에서만 120여 명에 달한다. 이들을 기리는 기념물과 작품 등이 지역 곳곳에 산재해 있다. 전주 덕진공원에는 친일반민족행위자 명단에 포함된 김해강 시비가 있다. 민족문제연구소 전북지부와 전주시는 오는 8월 29일 경술국치일을 추념해 김해강 시비 옆에 친일행적 단죄비를 세운다. 앞서 일제의 통치정책에 협력했던 윤치호의 불망비가 철거됐고 일제 수탈에 앞장섰던 이두황의 묘가 있는 전주 기린봉 자락에는 친일행적 단죄 안내판이 세워지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일제 전범 기업인 미쓰비시 창업주의 호를 딴 전주 동산동 지명을 여의동으로 바꾸었고 전북도교육청에선 도내 25개 초중고교의 친일 교가 개선작업에 나섰다. 전북도청은 친일인명 사전에 등재된 11대 임춘성 지사와 12대 이용택 지사의 사진을 전북도 홈페이지와 도청 청사에서 철거했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 주변에 친일 잔재는 수두룩하다. 전북도가 진행중인 친일잔재 전수조사 및 처리방안 연구용역 중간 보고회 결과, 현재까지 파악된 친일 잔재물은 118건으로 드러났다. 전주 가련산 순국학도 현충비와 다가공원 호국영령탑 등이 일본 양식으로 제작돼 있고 정읍 충렬사에 있는 이순신 장군 영정도 친일 작가 작품 논란이 있다. 전주 덕진공원 취향정 내 박기순 칠순잔치 기념현판이나 부안 줄포면사무소 창고에 보관 중인 이완용 송덕비, 친일파 이두황 후손의 기린봉 일대 토지 등도 남아있다. 조국 독립을 위해 목숨 바쳐 항쟁했던 선열들 앞에 부끄럽지 않도록 친일 행각과 일제 잔재는 철저히 청산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 민족정기와 역사가 바로 설 수 있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0.08.17 16:20

낡은 공간의 변신과 이벤트

적의 에너지와 맞서 싸우기보다는 그것을 받아들여 새롭게 활용한 것이 우리의 전략이다. 거대한 산과 같은 벽돌건물의 물리적인 힘을 부수거나 축소시키지 않고 그대로 인정하면서 의외의 방향으로 새롭게 받아들이고 싶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관객들이 찾아오는 미술관의 하나로 우뚝 선 영국 런던의 테이트 모던 미술관을 설계한 스위스 출신 젊은 건축가 자크 헤르조그와 피에르 드 므롱이 들려준 이야기다. 20년 이상 방치되었던 화력발전소의 변신은 놀라웠다. 2000년에 문을 연 이 미술관에는 개관 첫해에만 관람객 500만 명이 몰렸다. 당초 예상했던 관람객을 훨씬 뛰어넘는 이 유쾌한 행렬은 오래된 건축물이 미술관으로 재기(?)하는데에서 그치지 않았다. 미술관 앞을 지나는 템즈강 남쪽 슬럼가가 살아나면서 쇠퇴해가던 도시도 활기를 되찾은 것이다. 사실 19세기 산업화를 주도했던 영국은 도시재생의 모범적인 나라로 꼽힌다. 문화와 공간을 중심에 세워 도시재생을 성공시킨 사례가 워낙 많기 때문이다. 주목해야할 것이 있다. 이들 성공한 프로젝트 대부분이 치밀하고 미래지향적인 전략을 바탕에 두고 있다는 사실이다. 테이트 모던 만해도 영국 정부가 추진했던 밀레니엄 프로젝트 사업 중 하나였다. 밀레니엄 프로젝트는 대처수상의 뒤를 이은 존 메이저 수상이 1995년 영국의 화려한 부활을 예고하며 선언한 도시 정책 프로젝트다. 세계 관광객들을 끌어 모은 그리니치빌리지 밀레니엄 돔 , 세계의 최대 회전 그네인 런던아이, 템즈강의 보행자 전용다리인 밀레니엄 브릿지, 그리고 낙후된 템즈강 남부의 재활성화가 이 프로젝트의 주요 사업이었다. 밀레니엄 프로젝트의 가장 성공적인 테이트 모던 역시 어느 날 갑자기 생겨난 것이 아니라 오랜 연구 끝에 만들어진 도시정책의 전략이었던 것이다. 우리나라의 오래된 도시들도 도시재생이 한창이다. 그 중심에는 낡고 방치되어 있던 건축물들을 도시 동력의 새로운 통로로 만드는 사업이 놓여 있다. 실제로 이미 새로운 쓰임을 얻어 도시를 알리는 공간들도 적지 않다. 그런데 아쉽게도 이들 공간들이 주목받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도시마다 성공한 사례로 내세우는 재생 공간들의 획일적인 쓰임 때문이다. 우리 지역 공간들도 예외가 아니다. 도시의 역사성과 특성을 고민해 담아내기 보다는 쓰임의 외형적 변신에만 급급한 공간들이 늘고 있다. 낡은 공간의 가치를 새롭게 발견하는 일을 이벤트 정도로나 여기는 현실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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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정
  • 2020.08.13 19:03

[금요수필] 나도 할 수 있다는 용기

임영희 벌써 반세기가 된다. 서울에서 근무할 때 큰 병원에서는 심리치료로 음악요법도 있었다. 당시만 해도 TV가 별로 없어 FM 라디오에서 듣는 음악이 전부였다. 해거름 퇴근할 때쯤이면 전파상에서 흘러나오는 향수 짙은 고향노래가 나를 달래주었다. 문호 셰익스피어도 음악을 듣는 순간은 모두 아름다워진다고 했다. 그런데 요즈음 모두가 코로나로 불안과 고통 속에 살고 있는데 트로트가 큰 위로를 준다. 태어날 때 4.2Kg의 우량아로 울산에서 태어난 어느 가수는 10살 때 부모와 헤어져 할머니의 슬하에서 학창시절을 보냈다. 가난하다고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받고 맞기도 일쑤였다. 그래서 폭력에 시달리다 폭력 단체에 가담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할머니의 간절한 만류로 간신히 빠져나왔다. 그리고 운명적으로 김천예고 서수용 선생님을 만나 전학을 해서 성악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때 서 선생은 그의 노래를 들어보더니 너는 노래로 평생 먹고 살 수 있겠다고 말해 가슴에서 에밀레종을 치는 소리가 났단다. 그러다 고교 3학년 때 당시 공중파에서 놀라운 시청률을 자랑하던 스타킹에 나오고, 23세 때 다시 그 방송에 나왔는데 패널 가운데 전문교수가 인생의 희로애락을 다 표현된 노래라며 극찬을 했다. 예전보다 안전감 있고 호소력이 훨씬 성숙했다며 청중들의 기립 박수도 받았다. 이후 그 일을 계기로 유명대학 성악과에 입학했다. 그리고 동영상을 본 독일 RUTC 대학에서 제의가 들어와 유학하게 된다. 유학 중에 한국 음식이 너무나 먹고 싶어 찾아다니다 프랑크푸르트에서 곰탕을 먹고 있는데 찔레꽃 노래가 흘러나와 곰탕 국물보다도 더 많은 눈물을 흘렸다. 이후 집에 와서도 그의 전축에서는 찔레꽃 노래만 종일 나왔다. <찔레꽃>은 할머니가 생전에 자주 듣던 유일한 노래란다. 엄마 일 가는 길에 하얀 찔레꽃/배고픈 날 가만히 따먹었다오/엄마 엄마 부르며 따 먹었다오라는 가사다. 그리고 가끔 한국 노래 CD를 사러 갔는데 루치아노 파바로티 노래를 듣고 웅장함에 매료되어 성악공부를 더 열심히 하여 전설의 카루소처럼 되고 싶었다. 하지만 귀국해서는 예식장 등 닥치는 대로 노래를 불렀으나 전 재산을 소속사에 사기를 당했다. 이후 물탱크 청소 등 궂은일을 하며 라면 하나로 이틀을 버티며 살았다. 그러다 지난 3월 종편에 방송된 트롯 서바이벌 미스터 트롯에 출연해 4위에 올라 유명세를 치렀다. 그는 출연 당시 성악가 출신인 점 등이 화제가 돼 트롯과 성악가 파바로티를 합친 트바로티라 불리며 출연자 중 최고의 주가를 올렸다. 성악을 하다 트롯을 부르려니 부단한 노력을 했으리라. 지금은 스승의 헌신적인 보살핌으로 성공하여 인생의 전환점을 맞아 불우한 과거를 씻어가는 제2의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 입대도 미루며 영화도 두 번 찍었으니 반가운 일이다. 얼마전 종편 콜센터 신청곡에서 60살 가까이 된 아줌마가 오빠라며 환호할 때는 웃음이 나오면서도 흐뭇하기까지 했다. 또 한 청년은 취업의 고민 중 그의 노래를 신청해 듣고 위로를 받았다. 베트남에서 온 여자 암 환자는 그의 노래를 들으면 기적이 일어날 것 같다고 좋아했다. 이제는 할머니가 돌아가셔서 안 계시지만 전국노인복지관에 1억 원 상당 손 소독제를 기부하였다. 음원 수익금으로 돌아가신 할머니의 사랑을 잊지 않고 선한 마음으로 기부한 것이다. 항상 인사 잘하고 남에게 박수 받는 사람 돼라. 남에게 욕먹지 않는 사람 돼라는 할머니의 유언을 되새기며 살아가는 그에게 박수를 보낸다. △ 임영희 수필가는 전북백일장에 시가 당선되어 문학에 입문해 대한문학 수필로 등단했다. 현재 전북문화해설사로 근무하고 있으며 이야기할머니로 유치원 봉사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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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
  • 2020.08.13 16:29

용을 그리려다 비늘만 그리다

끝을 알 수 없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전 세계 확산으로 세계경제가 꽁꽁 얼어붙었고, 이러한 현상은 우리나라도 비껴갈 수는 없어 보입니다. 국가도 일반 가계와 마찬가지로 돈을 벌어야 쓸 수가 있는데, 이미 써야 할 돈이 확정된 상태에서 경기가 불황이면 당연히 국가수입도 줄게 되고 국가경제는 엉망이 되겠지요. 국가는 어려워진 국가경제를 회복시키기 위해 재정조달을 실시할 수 있는데 그 수단으로는 채무부담, 통화량증가, 조세수입 등 세 가지가 있는데 오늘은 그중 조세수입을 증가시키는 증세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지난 5월까지 우리나라의 조세수입은 118조 2천억원으로 전년 대비 21조가 감소하여 20% 이상 급감했고, 정부에서는 재정지출 확대를 위해 3차 추경예산을 편성하면서 이미 11조 4천억원 규모의 세입경정을 했지만, 세금수입 감소속도로 보면 이 정도의 세입경정으로는 재정누수를 막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입니다. 그렇다고 무리한 증세정책은 시장의 소비지출을 억제하고 기업의 투자를 축소시켜 오히려 경기가 악화될 가능성이 더 커 보입니다. 다행히 지난 상반기 실적을 반영하는 대표적인 소비세인 부가가치세 세수규모는 약 70조원으로 지난해와 별로 차이가 없어 보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세수실적이 가계소비 진작을 위해 실시한 재난지원금의 영향인지 아니면 경기불황으로 인한 기업의 투자 감소가 원인인지는 국세청만이 알 수 있겠지요. 이와 관련하여 지난 7월 말에 2020년 세제개편안이 예년보다 한 달 이상 빠르게 발표 되었습니다 주요 골자는 과세 형평성 제고를 위해 주식양도차익에 대한 과세강화, 소득세 최고세율 인상, 종합부동산세 인상, 양도소득세 인상 등을 꼽을 수 있고 소비활력을 촉진하기 위해 신용카드소득공제 한도의 한시적 인상 등이 눈에 뛰입니다. 특히 종합부동산세율에 있어서 고가주택의 경우 최고 6.0%까지 세율을 상향시켰고, 다주택자의 경우 양도세율이 중과되는 부분이 향후 부동산시장에 미칠 영향이 자못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이밖에도 기업의 투자환경 개선을 위한 투자세액공제의 전면적인 개편이 반영되었고 혁신성장 지원 및 성장동력 강화 측면에서 금융투자에 대한 활성화에 대한 금융세제의 개편 등이 눈에 띄기는 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과는 거리가 멀어 보입니다. /노인환 한국미국세무사

  • 오피니언
  • 기고
  • 2020.08.13 16:29

해제 위기의 도시공원 어떻게 지킬 것인가

정헌율 익산시장 1999년 헌번재판소가 아무런 보상 없이 토지이용을 제한하는 것은 헌법상의 재산권보장에 위배된다며 도시계획법 4조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림으로써 정부에 국민의 재산권과 공익을 모두 실현할 수 있는 적정한 기간을 두도록 했다. 이후 2020년 7월1일,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에 대한 일몰제가 시행됐으며, 정부 및 지자체들 앞에는 해제 위기에 처한 도시공원을 어떻게 지킬 것인가라는 현실적인 문제가 던져졌다. 그동안 지자체는 시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공원에 휴양편익시설들을 확충제공해 왔지만, 재정적 부담 등의 사유로 장기간 조성되지 못한 일부 장기미집행 공원이 발생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지자체의 여건변화 등에 따라 현 시점에서의 장기미집행 공원들의 필요성과 집행가능성, 주민 이용현황 등을 검토하여 조성이 필요한 공원의 선별 및 계획적 관리방안을 마련토록 했다. 그 시행방안은 크게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에서 허용하고 있는 도시공원 민간특례사업을 적용하거나 동 사업 적용이 어려운 공원은 지자체 예산을 들여 자체조성하는 방안이다. 이와 함께 지형상 개발이 어렵고 집행가능성이 낮은 공원들은 해제하되, 난개발 방지 및 공원기능 유지를 위한 보전녹지지역 지정 등 대체방안을 수립하도록 지자체와 협력중 이다. 결국 일몰제 해결의 관건은 이러한 시행방안을 지자체의 현실에 맞게 얼마나 효율적으로 운용하느냐에 달렸다. 현재 각 지자체들은 최대한 많은 공원을 확보하기 위해 다각도의 사업들을 추진하고 있으며, 그 중 민간특례사업은 공원 본질적 기능과 전체적 경관이 훼손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대규모 공원을 조성해야 하는 지자체의 재정부담을 경감시키고 토지주의 재산권 침해를 조기에 해소하므로써 일몰제 도입 취지에 부합한 해결방안이라 여겨진다. 민간특례사업이란, 민간사업자가 공원의 토지를 매입하여 공원으로 70%이상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고, 잔여 부지에 비공원시설을 조성하는 사업으로서 현재 다수의 지자체들이 장기미집행 공원의 해결방안으로 선택하고 있다. 특히, 비공원시설 부지는 공원 내 기존 훼손지와 환경, 식생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는 입지에 임상, 경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환경영향평가, 경관심의 등을 거쳐 수립함으로써 환경훼손과 과밀개발 방지 및 공공성 강화에 초점을 두고 있다. 게다가 토지매입에 그치지 않고 공원을 조성하고 시민들을 위한 각종 편의시설 등을 설치하여 지금까지 공원으로 지정됐을뿐 이용은 미비했던 도심 내 공원들에 저마다 특색을 살린 여가와 휴식공간을 제공한다는 점도 큰 이점으로 꼽히고 있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건강과 환경이 시대적 화두로 떠오르면서 도심공원 또는 녹지공간의 중요성 및 필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도 더욱 커지고 있다. 하지만 현 정부의 정책하에서 공원을 지켜내려면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고군분투하여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을 수밖에 없으며,지방채 이자지원 등 정부가 내놓은 재정지원 대책은 지자체 재정부담을 완화하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공원은 지자체를 넘어 국가의 미래를 결정짓는 주요 시설임을 고려할 때, 국비 지원 등 더욱 강력한 정부 지원책이 강구돼야 할 것이다. 더불어 현재 추진 중인 도시공원, 도시숲, 도시생태숲 복원 등 다양한 녹색공간을 확충할 수 있도록 시민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힘을 모아주길 바란다. 일몰제는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정헌율 익산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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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8.13 16:29

내가 살고 싶은 동네

권경우 성북문화재단 문화사업부장 코로나와 장마, 부동산과 주식. 만약 지금 한국사회를 표현한다면 이 4개 단어로도 충분히 설명이 가능할 것이다. 물론 이 단어들이 함축하는 바와 받아들이는 것은 개인에 따라 전혀 다를 수 있다. 이 단어들을 구분하자면, 코로나와 장마는 인간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부분이 큰 영역이라고 한다면, 부동산과 주식은 개인의 선택과 관심, 조건에 따라 전혀 달라질 수 있는 영역이다. 예를 들어, 코로나 확산을 개인위생과 방역을 통해 어느 정도 막을 수는 있지만 코로나의 발생과 소멸을 인간이 통제하는 것은 분명 한계가 있다. 장마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는 520억원짜리 슈퍼컴퓨터를 갖고 있는 기상청을 비난하지만, 사실상 오늘날 기후변화는 예측 불가능한 상태에 가깝다. 어쩌면 앞으로 이런 일은 더 자주, 더 강하게 닥칠 것이라고 예측하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부동산과 주식은 상황이 다르다. 지금 온 나라가 부동산 때문에 고통을 겪고 있는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다양한 조건들을 제외하고 보면 실제로는 매우 복잡한 욕망의 격전지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안전하고 쾌적한 환경, 다양한 생활문화시설 등 인프라를 갖춘 시설, 출퇴근 등 이동이 편리한 교통환경 등 더 나은 주거환경을 추구하는 동시대인의 욕망과 맞물려 있는 것이다. 주식은 또 어떤가. 요즘에는 만나는 사람마다 주식 이야기를 나눈다고 한다. 물론 주식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닐 테지만, 그 안에서 펼쳐지는 탐욕의 리그가 안타까울 뿐이다. 적절한 노동과 그에 따른 보상, 그리고 공동체와 사회 등 온전한 삶이 불가능해지고 있다. 결국 인간의 삶은 욕망이 어디로 향하는가에 따라 달라진다. 부동산과 주식이라는 영역을 놓고 보면 더 나은 돈과 환경 등 물적 자원을 확보하려는 욕망의 결과이다. 문제는 더 나은이라는 상대적 비교에 그치지 않고 점차 모든이라는 절대적 목표를 추구한다는 데 있다. 필자 역시 어렸을 때는 삶이 모든 것을 담을 수 있을 거고,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어느 순간, 결코 그렇지 않음을, 절대 그럴 수 없음을 조금씩 깨닫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여전히 모든 것을 가져야 한다고, 모든 것이 가능하다고 부추긴다. 현대를 살아가는 개인은 그 사이에서 길을 잃어버렸다. 그렇다면 어떻게 살아야 할까? 과연 잘 살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대단한 지름길이나 확실한 해법은 아닐지라도 하나의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다. 그것은 내가 살고 싶은 동네를 발견하는 일이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틱톡, 유튜브가 아무리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더라도 우리는 각자의 삶을 꾸려가야 한다. 삶의 대부분을 살아가는 지루한 일상을 건너뛰고 특별한 순간을 맞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것이 가능하다고 외치면서 우리를 유혹하는 자본주의 시장의 목소리도 있다. 쉽게 무시할 수 없는 강력한 논리와 힘을 갖고 있다. 그 유혹을 이기는 힘은 오히려 가장 작은 일상의 공간이라 할 수 있는 동네에서 가능하다. 동네는 군 단위나 작은 도시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서울을 포함한 모든 지역에 동네가 있다. 2020년은 문명의 전환을 이야기할 정도로 커다란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이제 우리는 근본적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를 고민할 때이다. 코로나와 기후위기만 생각하더라도 삶의 방식 자체의 근본적인 전환이 필요하다. 그것은 결국 가치의 문제에서 출발한다. 우리의 삶에서 어떤 가치를 앞자리에 둘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우리의 학습과 경험 또한 이 문제를 중심으로 펼쳐질 필요가 있다. 동네는 그러한 학습과 경험을 할 수 있는 최적의 공간이다. 동네를 어슬렁거리고, 골목에서 사람을 만나 친구가 되어 공동체를 경험한다면, 지금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가치를 향한 욕망이 생겨날 것이다. 서로의 욕망이 모여 지금까지와 다른 욕망의 길을 개척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삶의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 방법을 함께 찾고,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과정을 할 수 있는 동네를 만들어가자. 17개 광역시도가 아니라, 226개 지방자치단체가 아니라, 1000개의 동네, 아니 1만개의 동네를 만들자. 내가 살고 싶은 동네를 만들자. /권경우 성북문화재단 문화사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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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8.13 16:26

산사태 피해 방지 ‘사방댐’ 확대 설치해야

사상 최장기 기록을 써가고 있는 긴 장마와 집중호우로 전국이 물난리를 겪으면서 인명피해를 비롯 가옥과 농경지 등 침수로 인한 재산피해도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기상이변이라 할 정도로 많은 비가 한꺼번에 쏟아지면서 속수무책으로 피해를 입은 지역이 적지 않다. 이번 집중호우로 인한 피해 중심에 도내가 낀 것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 와중에서도 산사태 방지를 위해 설치한 사방댐이 피해 방지에 큰 효과를 거둔 것으로 입증돼 확대 설치가 절실 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사방댐은 토사 붕괴 우려가 있는 산간 계곡에 공작물을 설치해 집중호우로 인해 발생한 산사태로 토사 및 임목이 한꺼번에 쏟아지는 것을 막아 하류의 주택이나 농경지 등을 보호해 준다. 이번 집중호우에도 사방댐이 설치된 지역에서는 큰 피해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지난 9일 완주군 소양면 대흥리 산지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25톤 덤프트럭 93대 규모(1400㎥)의 토사와 임목이 떠내려 왔지만 , 정읍국유림 관리소가 지난 2008년 설치한 사방댐이 피해를 막아 하류에 있는 주택과 농경지를 보호할 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사방댐에서 불과 100여m 정도 아래에 민가와 농경지가 있어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질 뻔 했던 것을 사방댐이 막은 것이다. 지난 1970년대 초 부터 설치한 사방댐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된 것은 지난 2011년 서울 우면산 산사태 이후다. 나무심기를 위주로 하던 기존의 산사태 방지책이 이 사고를 계기로 마을 주변 계곡에 사방댐을 설치하는 방법 위주로 바뀐 것이다. 현재 도내에는 1846곳이 산사태 취약지역으로 지정된 가운데 겨우 절반 정도인 965곳에 사방댐이 설치돼 있다. 확대 설치가 절실한 이유다. 사방댐은 국민을 안심시키고 재산을 보호하는 효과면에서 가장 효율적이라는 사실이 이미 확인된 시설물이다. 설치가 미뤄지면 국민 생명이 위협받는 것이나 다름 없다. 시기를 놓치면 몇 배 큰 대가를 치를 수도 있다. 지구 온난화에 따른 집중호우나 태풍 발생 등은 예측하기 어렵다. 자연재해는 노력 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예방이 가능하고 또 피해 규모를 줄일 수 있다. 산사태 취약지역에 대한 사방댐 확대 설치를 서둘러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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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8.13 16:26

폭우 피해 재난지원금 현실적 대책 세워라

폭우 피해로 삶의 터전을 잃은 이재민들에게 지원되는 재난지원금이 쥐꼬리 수준에 불과해 현실적인 지원책 마련이 시급하다. 폭우로 살던 집이 물속에 잠기고 애써 경작한 농경지가 유실됐지만 정부의 재난지원금으로는 재기는커녕 복구할 엄두조차 낼 수 없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지난 12일 전북도의 폭우 피해 잠정 집계에 따르면 피해 발생 1338건에 이재민 1200명, 가축 45만8000마리 폐사 등 총 재산피해액이 362억 원에 달했다. 섬진강 제방 붕괴로 막대한 피해를 당한 남원시만 해도 주택 침수 450여 건 등 피해시설 1580건에 1250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피해 신고가 크게 늘어나면서 이번 주말께나 대략적인 피해 규모가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난 1995년 제정된 정부의 재난지원금으로는 피해 주민들이 복구할 엄두조차 못 내는 게 현실이다. 침수피해를 본 주택의 경우 정부 지원금은 고작 100만원에 불과하다. 가재도구나 전자제품은 한번 흙탕물에 침수되면 사용할 수 없기에 모두 교체해야 하지만 정부 지원금으로는 도배 비용 수준밖에 안 된다. 주택이 완전 붕괴해 신축해야 할 경우도 1300만 원에 그쳐 벽돌값도 안 된다. 임시 대피소에 피난한 이재민들에게 지원되는 긴급 구호비도 하루 8000원씩 7일간만 지급된다. 침수 피해를 입은 농작물의 경우 농약대와 대파비용을 지급하는 게 전부다. 가축 폐사도 큰 소의 경우 송아지 구입비 156만원, 닭은 병아리 구입비로 427원을 지원한다. 정부의 피해 지원금이 쥐꼬리다 보니 피해 주민들은 망연자실할 뿐이다. 피해 농민들은 한 해 농사를 망친 데다 집과 농경지 등 삶의 터전까지 잃어버려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는 지난 12일 폭우 피해와 관련, 재난지원금을 2배로 상향 조정하기로 했다. 침수 주택 지원금은 100만원에서 200만원, 사망의 경우 10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올리기로 했다. 그렇지만 당정청이 정부 재난지원금을 2배 올린다고 해도 피해 복구에는 턱없이 미흡하다. 보다 현실적인 지원책 마련이 필요하다. 피해 주민들의 재기 의지를 북돋을 수 있도록 주택과 농작물 등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과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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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8.13 16:26

호남에 다가서려는 통합당의 노력, 높이 평가한다

미래통합당이 수해 복구를 계기로 호남 민심잡기에 나섰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가 섬진강 범람으로 큰 피해를 입은 전남 구례로 달려가 수해 복구활동에 나서는가 하면 전북출신 비례대표 정운천 의원이 12일 예결위원들과 함께 남원시를 찾아 폭우 피해 상황을 체크하고 국가예산과 관련해 현장의 목소리를 들었다. 통합당은 이달 중으로 호남 민심 챙기기를 최우선으로 하는 국민통합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남원지역 현안인 국립 공공의료대학원법 통과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김 위위원장은 19일 광주 518 단체와 면담 후 대국민 메시지도 발표할 예정이다. 우리는 통합당의 이러한 노력을 크게 환영하며 높이 평가하고자 한다. 비록 내년 보궐선거와 대선에 앞서 영남정당이라는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한 서진(西進)정책이라 할지라도, 아직도 밑바닥에 흐르는 지역감정을 누그러뜨리는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사실 민주공화당과 민정당, 한나라당으로 이어져온 통합당은 그동안 호남을 소외시켜 왔고 호남인들도 이들을 외면해 온 게 현실이었다. 특히 전두환 군부의 518 광주 만행은 건널 수 없는 강처럼 논리와 감정의 골을 깊게 패이게 했다. 그러나 약육강식이 판치는 국제질서 속에서 남북 분단에 더해 동서갈등은 민족의 비극이요 국가발전을 가로막는 병폐였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제1야당인 통합당이 먼저 호남 민심에 다가서려는 것은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통합당은 한발 더 나아가 정강정책에 518 민주화운동을 넣고 총선 비례대표 공천에 일정 비율 호남출신을 배정하는 규정을 당헌당규에 명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예전 같으면 전혀 상상할 수 없는 파격적인 행보다. 호남은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정부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으나 조국, 윤미향, 안희정, 오거돈, 박원순 사태를 거치면서 민심이 흔들리고 있고 급등하는 집값에 실망이 큰 상태다. 실제로 호남인들은 지난 13대 총선 이래 30년 넘게 민주당에 압도적인 표를 몰아주었고, 그로 인한 피로감이 없지 않다. 이러한 시기에 통합당이 발 빠르게 치고 들어 온 것은 탁월한 전략이다. 하지만 통합당은 10년 전 박근혜 대표가 그랬듯 표를 얻기 위해 일시적으로 서진정책을 편다면 오래 가지 못할 게 뻔하다. 진정성 있는 노력이 계속되어야 호남인들도 마음의 문을 활짝 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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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8.12 17:16

아파트 불법 투기, 범위 넓혀 끝까지 추적하라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의 웃돈을 받고 아파트를 팔아넘긴 투기세력이 마침내 적발됐다. 전주시가 신도시 아파트를 분양 받아 불법으로 매매한 투기세력 100명을 그제 경찰에 고발했다. 이외에도 200여명이 추가 조사대상에 올라있고 전북경찰청도 수사를 진행하고 있어 처벌 대상자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아파트 투기는 단순하다. 아파트를 분양 받아 등기를 하지 않은 채 다른 사람에게 되파는 이른바 미등기 전매행위로, 이 과정에서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의 웃돈을 챙기는 수법이다. 아파트 시장질서를 교란시키고 실수요자에 피해를 끼치는 불법 행위이다. 불로소득을 얻으면서 세금을 포탈하는 악질적 행위이다. 이처럼 해악이 큰 데도 자치단체와 경찰은 초동 제어에 수수방관해 온 게 사실이다. 작년 12.16 부동산 규제 대책이 나오자 올해 초부터 기획 투기세력이 전주 아파트시장을 유린하기 시작했다. 버스를 대절해 전주지역 아파트를 싹쓸이 하다시피 했다. 투기 세력은 상대적 가격이 낮은 이곳의 아파트를 한 사람이 10채씩 15채씩 사갔고, 지역내에서도 덩달아 묻지마 미등기 전매가 극성을 부렸다. 수도권을 옥죄자 지방으로 투기가 뻗친 이른바 풍선효과다. 그 결과 아파트 가격은 수천만원씩 뛰었고 일부 투기세력은 차익을 남기고 빠져 나갔다. 이런 상황인 데도 뒷짐 지고 있던 자치단체나 경찰은 이 파장이 훨씬 크게 드러난 뒤에야 관심을 나타냈다. 뒤늦게나마 전주시가 미등기 불법 전매자와 불법 전매 관련 공인중개사들을 고발조치한 것은 다행이다. 이번 조사는 불법 전매 의심 대상자 768명의 자료를 국토부로부터 넘겨받은 것에 국한됐다. 조사대상 역시 전주 송천동 에코시티 데시앙 14블럭과 에코시티 더샵 3차 11블럭, 혁신도시 대방디엠시티 등 3개 단지에 불과하다. 이들 3개 단지 외에도 전주 효자동 효천지구와 재건축 재개발 단지 등 불법 미등기 전매가 판친 아파트단지들이 많다. 때마침 정부도 지난 7일부터 100일 동안 아파트시장 교란행위에 대해 강도 높은 조사를 진행한다고 밝힌 만큼 투기가 일었던 모든 아파트단지로 범위를 넓혀 끝까지 추적해야 마땅하다. 이것이야말로 아파트 시장 체질을 개선하고 실수요자를 보호하는 정의로운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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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8.12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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