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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의 민주주의

임성진 에너지전환포럼 공동대표전주대 교수 지난 주말에도 홍콩에서는 대규모 시위가 이어지며 송환법 반대 집회가 3개월이 넘도록 지속되고 있다. 홍콩 시민들의 이 같은 저항이 우리의 시선을 끄는 이유 중 하나는 이것이, 한국의 촛불혁명과 마찬가지로, 시민의 자발적이고 집단적인 소통과 의사결정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의 홍콩은 현대의 스마트한 초연결 사회에서 시민의 집단지성과 직접민주주의 양식이 끊임없이 진화 발전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이다. 집단지성에 관한 논의가 있을 때마다 자주 거론되는 개념으로 꿀벌의 민주주의(Honeybee Democracy)라는 게 있다. 1만여 마리의 벌떼가 한 집단 내에 거주하면서도 무리의 질서를 체계적으로 유지하고 보금자리를 가꾸며 1억 년 이상을 생존해온 꿀벌의 수평적 집단 의사결정 방식을 가리키는 용어이다. 꿀벌은 개체 수가 크게 불어나는 시기가 되면 분가를 위해 새 집터를 찾아 이사를 준비한다. 장소 물색은 경험이 풍부한 벌들이 맡는데, 이들은 정찰대로서 흩어져 날아다니며 집터를 물색한 뒤 되돌아와 각자 자신이 찾은 곳을 보고한다. 이때 정찰벌들은 꼬리를 흔들어대고 왼쪽으로 한 바퀴, 오른쪽으로 한 바퀴 돌며 자신이 찾은 장소에 관한 설명을 하게 된다. 꿀벌의 팔자춤이라 불리는 이 동작을 통해 정찰벌들은 팔자의 기울기와 꺾이는 각도, 춤의 횟수와 시간 등에 따라 집터의 위치와 방향을 정확히 전달한다. 이어서 일반 꿀벌들은 후보지를 방문 확인한 후 마음에 드는 집터의 춤에 동참함으로써 의사를 전달하고, 다수가 선택한 곳이 새로운 서식지로 선택된다. 우리가 왜 꿀벌의 집단적 의사결정 방식에 주목해야 하는지, 최근 발간된 SNS 민주주의와 주민참여(임승빈 외)를 보면 이해가 쉬울 것 같다. 이에 따르면 현대 사회에서 시민의 정치 참여방식은 스마트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인해 기존의 정당이라는 틀에서 벗어나 비관습적 시민참여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그리고 SNS 민주주의의 발전으로 인해 거버넌스 구축에 있어서도 자발적 대중참여의 중요성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또한 주민참여의 비중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현대사회에서는 주류 언론의 영향이 지대하던 과거와 달리 시민이 스스로 상품에 대한 평가를 내리고 호불호를 결정하며 밑으로부터 여론을 형성하는 소위 소비자 민주화가 발달한다. 이와 같은 시민 중심의 SNS 직접민주주의가 발전할수록 꿀벌사회가 보여주는 방식의 집단 지성적 의사결정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꿀벌집단을 보며 우리가 반드시 주목해야 할 점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모든 꿀벌이 상호 존중을 바탕으로, 오직 공동의 이익에 기초해 수평적으로 의사를 전달하고 결정하기 때문에 집단지성에 기초한 민주적 공동체가 가능하다는 사실이다. 우리 사회는 어느덧 50대 이상이 유튜브를 가장 많이 보는 연령대로 꼽힐 만큼 스마트 초연결사회로 진입해있다. 그러나 심판 대상인 친일 정치세력이 유튜브에서 활개를 치고, 망국적 지역주의를 노골적으로 조장하며, 기득권층의 거짓 뉴스가 미래의 재생에너지조차 혐오시설로 몰아가는 등, 자유를 빙자한 진실 왜곡이 SNS 상에서 버젓이 벌어지고 있다. 올바른 스마트 민주주의는 저절로 오는 게 아니다. 꿀벌의 민주주의가 보여주는 공익과 공존, 그리고 상호 협력의 집단 지성적 시민사회를 이루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적폐 청산과 개혁이 절실함을 통감하는 요즈음이다. /임성진 에너지전환포럼 공동대표전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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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9.03 17:48

무관심 속에 멍든 바다

박정인 군산지방해양수산청장 과학이 거의 모든 질병에 대한 치료약을 찾아냈지만, 인간의 무관심에 대한 약은 찾지 못했다헬렌켈러의 이 지적은 인간이 만들어낸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는 바다에 그대로 적용해도 될 듯하다. 얼마 전 군산에서 있었던 꽃새우 논란은 일단 정리되긴 했지만 우리가 무관심했던 해양 쓰레기 문제를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인류가 화학물질을 만들어내기 이전 시대에는 해양 쓰레기라고 해봐야 대부분 자연의 부산물이거나 유기물이어서 생태계 안으로 보듬어 안을 수 있었다. 그런데 20세기 들어 바다를 삼켜버린 괴물이 나타났다. 바로 기적의 소재로 한때 각광받던플라스틱이다. 지난 65년 동안 전 세계에서 생산된 플라스틱은 83억톤으로 이 가운데 63억톤이 쓰레기로 폐기됐다. 이렇게 쏟아져 나온 플라스틱 쓰레기는 다 어디로 갔을까? 미국 해양대기청(NOAA)에 따르면 매년 800만톤의 플라스틱이 바다로 흘러든다고 한다. 2010년 기준으로 참치 생산량 660만톤 보다 1.2배나 많은 양이다. 플라스틱은 이처럼 엄청난 생산과 폐기량에 비해 썩지도 않아 해양 생태계 뿐만 아니라 인간의 안전을 위협하는 부메랑이 되고 있다. 바다에서 플라스틱이 분해되는 시간은 낚시줄 600년, 플라스틱병 450년 등으로 음료수캔 보다 두세 배 이상 오래 걸린다. 그러다 보니 전체 해양 쓰레기의 80%가 플라스틱이다. 북태평양에서는 한반도의 7배가 넘는 초대형 플라스틱 섬이 발견되기도 했다. 종종 언론을 통해 빨대 등 플라스틱을 먹고 죽은 바다거북이나 고래, 바다새 등을 볼 수 있는데 모두 해양 오염의 심각성을 경고하는 상징적인 모습들이다. 해양쓰레기로 인한 피해는 이 뿐만이 아니다. 국내 선박사고의 10분의 1은 바다에 떠다니는 폐그물 같은 쓰레기 때문에 발생한다. 전북의 바다 또한 상황은 마찬가지다. 작년 부안 앞바다에서 플라스틱 생수병을 삼킨 아귀가 발견되기도 했고, 금년 5월에는 부안 위도 해상에서 폐로프 때문인 것으로 추정되는 어선 전복 사고로 3명이 사망하는 일도 있었다. 1인당 플라스틱 소비량이 세계 최상위권이라는 우리나라의 경우 2018년에 발생한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가 대략 6만 7천 톤이나 된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해상에서 발생하는 쓰레기 중 53%가 어업 활동 과정에서 생긴다고 한다. 어업인들 스스로가 자신들의 생활 터전을 오염시키고 있는 셈이다. 도내 바다에 쌓인 쓰레기도 바다 이용자가 사용한 것, 국내 육상과 중국, 대만 등지에서 밀려온 것이 뒤섞여 정부의 해양 정화 사업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고 있다. 정부는 2030년까지 해양 플라스틱 50% 감축을 목표로 종합대책을 세우고, 폐어구나 폐부표를 정해진 장소에 반납하면 보증금을 지불하는 어구부표 보증금 제도에서부터 단기간에 미세 플라스틱으로 변형되기 쉬운 스티로폼 부표를 친환경 부표로 교체보급하는 사업까지 다양한 유인책을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건강한 바다를 원하는 당사자들이 친환경 어구 사용을 외면하고 폐어구 등을 버리는 행위도 멈추지 않고 있다. 일반 국민들의 관심도 필요하다. 바다에 가장 많이 버려지는 담배꽁초도 대부분 플라스틱 성분이다. 필자가 있는 직장에서도 동참했던 플라스틱 프리 챌린지캠페인 같은 친환경 운동도 전개되고 있고, 정부 차원에서 매월연안 정화의 날을 통해 해양 정화활동을 하고 있지만 국민들은 그렇게 심각한 당면 과제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느낌이다. 우리 모두가 무심한 사이에 바다는 병들어 가고 있다. 쓰레기 회수와 재활용을 극대화하는 혁신적인 변화가 필요하지만, 결국 우리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는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려는 작은 실천과 주인의식 만이 우리의 삶의 터전을 회복시키는 해법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박정인 군산지방해양수산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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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8.27 16:46

아이돌( idol:우상) 찾기

한병성 전북대 명예교수 요즘은 해외 여행가는 것이 참 즐겁다. 20~30년 전 만해도 입국에 필요한 행정절차도 까다로웠을 뿐만 아니라, 외국인과 인사를 나누다 보면 많은 사람들이 한국이란 나라가 어디에 있는지조차 알지 못하거나, 그나마 알고 있다하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6.25 전쟁 때의 기억을 더듬으며 아직도 가난한 나라의 국민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아 자존심이 상했다. 그런데 요즘은 유럽은 물론 동남아 오지마을에서도 현지인을 만나면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등 서투른 우리말로 인사를 하고는 아이돌 그룹의 멤버들 이름을 열거하는 젊은이들을 보면 나 자신 한국인임이 매우 자랑스럽고 뿌듯하다. 이렇게 된 데는 열심히 일한 우리들 자랑스러운 선배들의 힘도 컸겠지만, 요즘 젊은이들의 우상으로 전 세계 음악계를 주름잡고 있는 K-팝가수들의 공로가 매우 지대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한국 가수로는 처음으로 미국 빌보드차트에서 1위를 차지하며 K- 팝의 세계적인 열풍을 주도하고 있는 방탄소년단(BTS)도 외국인들의 아이돌(우상)이 되고 있다. 이처럼 해외에서 아이돌 그룹 멤버들의 인기가 치솟다보니, K-팝 가수를 직접 만나보고자, K-팝의 본고장인 대한민국을 찾는 외국인들 사이에, K-팝 성지순례라는 말까지도 생겨났다. K-팝의 가수뿐만이 아니다. 얼마 전 스크린을 뜨겁게 달궜던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의 실제 인물인 영국 락밴드 퀸의 프레디 머큐리 역시 BTS 보다 먼저 오랜 기간 동안 많은 사람들의 우상이 되었다. 이처럼 예술과 스포츠뿐만 아니라 다양한 영역에서 좋아하고 따르고 싶어지는 각자의 우상을 갖고 있다는 것은 삶을 매우 행복하게 만들어 준다. 나도 지난날을 되돌아보면, 나의 우상이 되어주었던 몇 분의 인물이 있었다. 초등학교 때는 고시를 준비하던 집안 삼촌이 우상이었다. 멋진 외모와 폭넓은 지식이 참 매력적이었다. 그래서 삼촌을 따라서 그분이 좋아하셨던 중국인민의 정신적 지도자 손문선생님을, 또 호랑이상을 가졌다는 장면박사를 나도 마냥 좋아했고 그분들의 위인전을 읽었다. 고등학교 땐 존경스런 철학과 출신 영어선생님이 계셨고, 그분의 성화에 못 이겨 가난한 가정형편임에도 불구하고 대학진학을 결심하였으며, 그것이 오늘날의 나를 있게 한 계기가 되어주었다. 나이가 들면서는 아르헨티나의 혁명가 체 게바라를 닮고 싶어 그의 초상화를 벽에 걸어두었고, 제 3공화국 시절 빨갱이의 괴수로 어린마음에 각인되었던 베트남 민주공화국 호찌민 초대 대통령의 평전을 탐독하기도 했다. 이처럼 삶의 매 순간마다 적절한 우상을 가졌던 나는 참으로 행복했다. 우상의 대상은 꼭 너무 거창할 필요는 없다. 부모, 할머니 할아버지도 우상이 될 수 있고, 학창시절 선생님, 또는 종교지도자도 롤 모델이 될 수 있다. 아니 어쩌면 주변 사람들 모두가 후보군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상대방이 갖고 있는 장점, 전문지식 등을 긍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받아만 드린다면, 그 역시 좋은 롤 모델이 되어 줄 것이다. 역으로 나도 주변사람들의 우상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며 모범적인 삶을 살아가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완벽한 사람은 없다. 그저 약간의 단점이 있을 뿐이다라며 우리의 생각을 고쳐먹는다면, 우리 주변에서 아이돌(우상)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약간 부족해 보일지라도 우리는 각자의 우상을 가질 필요가 있다. 따르고 닮고 싶은 우상을 가지면 우리의 삶은 더욱더 윤택하고 풍요로워질 것이며, 보다 더 크게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병성 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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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8.20 17:39

선비정신과 호남삼걸(湖南三傑)

구사회 선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선비는 지식과 인격을 함께 갖춘 사람이다. 한편으로 직분을 갖고 벼슬을 한다는 의미도 있다. 그래서 옛날에 선비는 때를 만나면 임금을 도와 국정에 참여해서 봉사를 하였다. 반대로 자신의 뜻이 시대와 맞지 않으면 조용히 물러나서 수양하며 세상과 일정한 거리를 두며 살았다. 이 과정에서 선비는 불의에 맞서 저항하고 시대를 바로 이끌어야 한다는 사명감과 책임 의식을 본분으로 삼았다. 우리는 이것을 흔히 선비정신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선비정신은 외세의 침략으로 나라의 존망에 처한 시기에 빛을 발했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는 나라 운명이 바람 앞의 등불과 같은 구한말에 호남 지성을 대변했던 호남삼걸(湖南三傑)을 함께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바로 석정(石亭) 이정직(李定稷, 1841~1910), 해학(海鶴) 이기(李沂, 1848~1909) 매천(梅泉) 황현(黃玹, 1855~1910)이 그들이다. 이들 세 선비는 성향이 달랐지만 서로 친교를 나누던 사이였다. 몇 차례 함께 만난 적도 있었다. 석정 이정직은 말년에 고향인 김제에 칩거하며 학문과 예술에 전념하면서 인재 양성에 심혈을 기울였다. 이 과정에서 그는 시문과 서화를 시작으로 경학과 역학 등 여러 분야에서 많은 업적을 남겼다. 그는 서양 철학에도 관심을 보여 칸트 철학을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하였다. 석정은 자신의 학문과 예술을 이곳 전북 출신의 제자들에게 전수하였다. 그 결과 일제강점기와 해방 정국을 거치며 그의 학문과 예술은 근대 전북의 문화적 자양분이 되었다. 반면에 같은 김제 출신의 해학 이기는 일제에 항거하면서 국권 회복을 위한 실천적 지식인의 모범을 보인다. 그는 민중을 일깨우기 위해 『호남학보』라는 잡지를 발간하여 계몽에 힘썼다. 그러다가 일제 침략이 가속화되자 해학은 열정적으로 구국 투쟁의 길로 나선다. 이 과정에서 해학은 피로와 굶주림으로 객지인 서울의 이름 없는 여관에서 홀로 숨을 거두었다. 한편, 매천 황현은 살고 있던 구례에서 서울을 오가며 활동하였다. 그는 시문으로 날카로운 현실 인식을 드러내며 일제 침략을 고발하며 애국심을 고취하였다. 『매천야록』을 통해서는 당대의 부조리한 현실을 낱낱이 기록하여 후세의 귀감을 보였다. 그리고 1910년 8월 한일합방이 체결되자 그는 유언으로 절명시를 남기고 자결하며 일제에 대한 저항정신을 분명히 하였다. 이들 호남삼걸은 하나같이 시대를 고뇌하며 암울한 삶을 영위하였다. 그리고 이들은 하나같이 1910년을 기점으로 모두 삶을 마감한다. 이들 세 사람은 삶의 방향에서 차이를 보이지만 선비 정신을 지니고 있었다. 매천은 나라가 망하자 자결로써 선비정신의 면모를 보여준다. 해학은 일제 침략을 막기 위해 부지런히 국내외를 넘나들며 선비의 의리 정신을 보여주었다. 석정이라고 나라 걱정이 없었겠는가. 석정은 향리에서 학문과 예술을 연마하며 교육에 전념하였다. 그리고 한일합방이 체결되자 시름시름 앓다가 생을 마감하고 말았다. 한 마디로 이들 호남삼걸은 일제 침략이라는 국난을 처해 현실을 고발하거나 저항하였다. 또는 석정처럼 교육을 통해 조국의 앞날을 대비하였다. 이들 호남삼걸은 서로 행방이 달랐지만, 당대 호남을 대변하는 참다운 지식인의 전형을 보여주었다고 말할 수 있다. /구사회 (선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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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8.13 15:57

내 아픔으로 기억되는 역사

임성진 에너지전환포럼 공동대표전주대학교 교수 필자가 유학생활을 시작했던 31년 전 베를린 국립도서관 1층에는 사람들의 휴식 공간 옆에 나치의 유대인 학살 장면을 담은 사진들이 상설 전시된, 일종의 열린 전시장이 자리하고 있었다. 당시는 지금처럼 인터넷을 쓰던 시절이 아니어서 쉽게 접할 수 없는 사진들을 보며 적잖이 충격을 받고 가슴이 저렸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러다 어느 날 문득 우리도 일본에 저렇게 당했는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식민지 역사에 대한 지식은 자주 듣고 읽으며 살았지만 고통 받고 죽어간 민중들이 겪었을 아픔과 통한을 내 것처럼 느끼지 못했음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독일인들이 역사적 과오를 기억하는 방식 속에서 한 한국 유학생이 얻은 소중한 교훈이었다. 철학에서는 정의의 출발은 인간애이고, 이는 다른 사람의 아픔을 내가 같이 느끼면서 시작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역사를 바로잡는 일 역시 그 시대 민중의 억울한 원한과 슬픔을 함께 느끼고 기억하는 데에서 출발해야 한다. 이것은 최근 경제 보복의 원인이 된 일제 강제 동원 노역의 역사문제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일제 식민지 시절 강제 징용된 조선인 숫자는 연인원 600~700만 명이고 이중 일본과 만주 등 국외로 동원된 노무인력이 150만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리고 그중 10~20만 명 정도가 사망한 걸로 알려져 있다. 숫자가 말해주듯 이것은 당시 총 인구 2500만 정도에 불과하던 조선인을 상대로 벌어진 전방위적 강제 노동 동원이었다. 일제 강제 노역의 역사 중에서도 미쓰비시가 해저 1000m에 매장된 석탄을 캐기 위해 만들었던 하시마섬은 지옥의 노예 노동지로 악명이 높다. 그곳은 사람이 옆으로 누워서 채굴해야 할 만큼 굴이 좁아 어린 소년들이 많이 끌려간 곳이기도 하다. 45도가 넘는 지하탄광에서 하루 12시간씩 쉬지도 못하며 노동에 시달리다 맞아 죽거나 질병, 영양실조, 사고 등으로 죽어 나갔던 기록은 차마 눈물 없이 읽기 어려울 정도다. 이들 징용 노동자들은 나가사키 원폭 투하 뒤 아무런 보호장비 없이 복구현장에 투입되기까지 했는데, 돌아오지 못하고 죽은 유해들은 화장돼 마구잡이로 섞인 채 현재 한 탑 밑에 매립돼있다고 한다. 이렇듯 일제 강제 동원 노역의 핵심 가해세력에는 일본 정부와 군부뿐 아니라 조선인 노동력 수탈에 일찍부터 발 벗고 나선 일본 기업들이 있었다. 일본 기업들은 1938년 국가총동원법이 제정되기 전부터 이미 일본 정부에 조선인 노동력의 활용을 적극 건의하며 강제 동원 일선에 집요하게 나선 장본인들이다. 결국 조선인 강제 동원은 일본 정부와 이윤에 탐욕스러운 일본 기업의 이익 연합이 걸어온 역사의 한 과정이며, 오늘날 전범 기업의 손해배상 판결에 일본 정부가 앞장서 경제 보복에 나서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보아야 할 일이다. 현재 전국적으로 번지는 일본에 대한 항의와 불매운동은 일본에 대한 우리의 분노 표출이며 의미 있는 대응임이 분명하다. 그런데 이번 일을 일시적 항의 표시를 넘어 잘못된 역사를 바로 세우는 계기로 삼으려면, 먼저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꽃다운 시기에 겪었던 비통한 육체적, 정신적 고통의 참상을 후세대들이 자신의 아픔처럼 느끼고 공유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는 체계적인 접근이 중요하다. 이 땅에 살아온 수 없는 사람들의 시대적 고통이 우리 가슴에 느껴지지 않을 때 그 시대의 역사도 우리 기억에서 멀어지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임성진 에너지전환포럼 공동대표전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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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8.06 18:19

등대가 있는 휴가길

박정인 군산지방해양수산청장 7말 8초, 여름 휴가 시즌이 절정을 맞고 있다. 얼마 전 필자는 서해의 영해 기점 도서이자 어업 전진기지, 감탄(於)이 절로 난다는 푸른 섬(靑島) 어청도를 찾았다. 30년 만이다. 어청도 하면 단연 등대, 섬이라고 어찌 세월의 흐름을 거역할 수 있으랴마는 푸른 바다와 어우러진 어청도 등대만의 아름다움은 여전히 변함이 없다. 등대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마치 동화 속 세계에 온 듯한 이국적인 정취에 가슴이 뻥 뚫리는 시원한 청량감까지 더해 준다. 등대는 해양 개척과 희망을 상징하기도 하고, 때론 서정성의 대명사가 되기도 한다. 실제로는 빛과 음향, 전파를 이용하여 뱃길을 잡아 주는 역할을 한다. 전북 관내의 해안과 섬에는 이러한 등대가 모두 580곳이 있다. 이 중 등대원이 상주하고 있는 유인등대는 어청도와 말도 단 두 곳 뿐이다. 1912년에 처음 불을 밝힌 어청도 등대는 마을 반대편 외딴 곳 절벽위에 세워져 있다. 멀리 48km 떨어진 해역까지 12초에 한 번씩 불빛을 비춘다. 지금이야 전기 공급과 정보통신기술(IT) 발달 덕분에 비교적 수월하게 관리하고 있지만, 80년대까지만 해도 등대원들의 가장 큰 일은 한 달에 한 번 정도 표지선이 싣고 온 보급품을 등대로 옮기는 일이었다. 발전기와 발동기를 돌릴 경유와 축전지 등을 지게에 지고 해발 100m 가까이 되는 험한 산길을 올라가서 등댓불을 밝힌 것이다. 조형미가 일품인 어청도 등대는 원형 그대로 잘 보존되어 있는데다 해양문화사적, 예술적 보존 가치가 높아 등대문화유산 제2호, 등록문화재 제378호로 지정되어 있다. 해양수산부가 한국의 아름다운 등대 16경 중 하나로 선정할 만큼 자태 또한 빼어나다. 빨간 지붕과 하얀 등탑, 등대를 둘러싼 나지막한 돌담이 서로 조화를 이루어 그야말로 한 폭의 수채화를 선사한다. 해 질 무렵 석양에 물든 바다의 운치는 더 말할 나위가 없고, 벼랑 위 정자에 앉아 파도 소리에 파묻혀 있다 보면 신선이 따로 없다. 어디 어청도 등대 뿐이랴. 고군산군도의 맨 끝자락에 위치한 섬 말도에도 유인등대가 있다. 어청도 등대보다 3년 앞선 1909년에 설치되어 110년이 지난 지금까지 하루도 거르지 않고 불을 밝혀 오고 있다. 아쉽게도 내일부터 등대원이 없는 무인등대로 바뀌지만 대신에 이 곳을 더 멋진 해양관광 명소로 가꿀 예정이라 하니 기대가 된다. 말도는 장자도에서 뱃길로 40분이면 도착할 수 있다. 잘 정돈된 푸른 잔디 언덕 위에 예쁘장하게 서있는 말도 등대, 여기서 바라보는 바다는 어청도 등대와는 또 다른 느낌이다. 고요하게 마을을 안고 있는 포구와 그 너머로 아스라이 펼쳐진 쪽빛바다는 마음의 평화를 얻기에 그만이다. 해안을 따라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신원생대 습곡지형 지층이 아릅답게 펼쳐져 있고, 한 여름 뙤약볕을 피해 울창한 숲길을 따라 가볍게 트레킹하기도 좋다. 비록 지리적 특성 탓에 그다지 주목을 받지 못한 작은 섬이지만 등대와 어우러진 때묻지 않은 자연은 말도만의 매력이다. 섬 여행에는 이처럼 한적함과 여유로움이 있다. 잔잔한 이야기를 담은 등대가 있다. 세상이 아무리 변해도 언제나 같은 모습으로 우리를 기다려주는 바다가 있다. 올 여름 휴가지가 아직도 고민이라면 꼭 어청도와 말도가 아니어도 좋다. 차량과 사람으로 붐비는 유명지보다는 등대가 있는 아름다운 섬, 넉넉한 바다의 품에서 일상에 지친 심신을 달래고 새로운 힘을 충전해 보는 것은 어떨까? /박정인 군산지방해양수산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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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7.30 17:26

런징페이(화웨이 회장)의 지도력

한병성 전북대 명예교수 최근 들어 미국으로부터 강한 무역제재를 받고 있는 중국 기업들 대부분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크게 타격을 받고 있는 기업은 통신 네트워크 회사인 화웨이가 아닌가 싶다. 화웨이를 미국 상무부가 수출 제한 기업으로 지정함에 따라 스마트폰 생산에 필요한 핵심 반도체 부품을 공급하고 있는 미국의 인텔과 마이크론사로부터 부품공급이 언제 중단될지 모르는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이런 절체절명의 위기를 매우 현명하게 해쳐나가고 있는 화웨이의 런징페이 회장의 지도력이 나에게 큰 감동을 준다. 런징페이 회장은 직면한 어려운 상황 앞에 무릎을 꿇기에 앞서 적을 상대로 장기 지구전을 준비 중에 있다. 그는 회사구성원들 모두에게 싸워야할 목표, 전투에 임하는 자세 등을 분명하게 제시하고 있으며, 특히 투사에게 필요한 용기를 끊임없이 불어 넣고 있다. 우선, 중국을 상징하는 붉은색 바탕위에 은색글씨로 우리는 매일 세계 최고의 스마트폰을 생산한다라는 문구를 써 공장 벽면 가득히 채워두어 이를 보는 모든 사원들에게 자긍심을 고취시키고 있다. 다음으로는 미래에 닥쳐 올 끊임 없는 무한경쟁에 대비하기 위해 연구에 아낌없는 투자를 하고 있다. 면적이 여의도 2/3에 해당되는 땅에 옥스 혼(Ox Horn)이라는 연구용 캠퍼스를 지어 1만 3000여 명의 연구원들에게 최고의 연구 환경을 제공함으로써 미래의 먹거리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화웨이는 1988년 자본금 360만원 직원 5명으로 시작하였으나, 지금은 100조원 규모의 큰 회사로 성장하였다. 이러한 성장배경은 척박한 환경에서 살아 남기위하여 극한을 두려워하지 않는 늑대의 정신으로 삶을 살아온 설립자 런징페이 회장의 삶이 배경이 되었다. 그는 평소 직원들에게 눈은 고객을 향하고 엉덩이는 사장을 향하시오. 상사의 눈에 들었다고 해서 승진할 수 있을 거라는 헛된 꿈은 버리십시오. 그렇게 생각하고 행동하면 화웨이의 전투력만 악화시킬 뿐입니다 라 말하곤 했다. 그는 전쟁의 생리를 잘 알고 있는 명장임이 분명하다. 구성원들이 사용하는 물건 포장에 2차 세계대전 당시 적들의 공격으로부터 무수한 상흔을 안고 귀국한 소련제 미그기 '블랙스완'을 그려 넣고 영웅은 태어나지 않고 단련을 통해 만들어진다.라는 문구를 부착함으로써 구성원들에게 강인한 결전의 의지를 심어주고 있다. 오랫동안 젊은이들을 가르치면서, 과연 공부해야할 목표와 이유 그리고 삶을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 힘겨운 상황 앞에서 다시 설 수 있는 용기를 그들에게 불어 넣어 주었던지 나 스스로에게 반문해보면 자신이 없다. 우리 각자는 본인 스스로의 의사결정 과정은 물론, 가정 또는 소속되어 있는 조직과 사회에서 크든 작든 지도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런 일련의 과정에서 과연 지도자로써의 올바른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지 매 순간 자문해 보아야한다. 나아감에 있어서 올바르게 방향이 제시되고 있는지, 몰려오는 고난 앞에서 전진을 망설이거나 주저 앉아 다시 일어서려는 용기마저 포기하고 있는지 스스로를 점검하는 일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할 것이다. 겉으로 볼 때 비록 보잘 것 없어 보이는 무쇠라 할지라도 반복되는 제련과정을 통해 보검으로 다시 태어나는 것처럼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이 갖고 있는 자질을 함양시켜 각자가 훌륭한 지도자로 우뚝 설 수 있게 이끌어 주었던 값진 보람을 향유할 자격이 있는지 반문해 보아야할 것이다. 지도자에게는 성공에 따른 무한한 영광도 주어지지만, 그 영광 뒤에는 무서운 비판과 무거운 책무가 항상 함께하고 있음을 매순간 잊지 않는 삶이 되어야 한다고. 나 스스로를 다그치며 이 아침을 맞는다. /한병성 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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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7.23 20:39

호남 문헌 자료와 춘강(春岡) 유재영(柳在泳)

구사회 선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내가 한국 고전문학을 연구하면서 언제나 마주치는 것이 자료의 확보와 해석의 문제이다. 한국 고전문학 분야는 주로 문헌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관련 자료의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나도 대부분의 고전연구자들이 그렇듯이 이들 문헌을 검토하고 분석한다. 그렇지만 나는 책상 앞에만 있지 않고 시간만 있으면 틈틈이 발로 뛰며 자료를 확보하려고 노력한다. 애쓰고 노력하는 만큼 새로운 자료를 발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호남 출신이지만 인연 따라 살다보니 성년 이후로 줄곧 타향살이를 하고 있다. 하지만 한 번도 고향을 잊은 적이 없고 나는 남다른 자부심을 갖고 있다. 박사학위를 받고 고전문학 교수로 있다가 늦게야 깨달은 바가 있었다. 오래 전 서울에서 대구까지 가서 문헌 자료를 찾고 있었다. 그런데 그곳에 많은 호남 자료가 수장되어 있었다. 호남에서 찾아야 할 문헌이 다른 지방으로 반출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를 계기로 나는 호남 문헌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나는 유재영 교수를 알게 되었다. 선생은 원광대 국문과 교수로 계시면서 호남 지명을 연구를 하셨다. 선생은 국어학 전공자였는데 오히려 한학으로 유명하였다. 선생은 전북 지역에 산재해 있던 2만여 권의 문헌 자료를 소장하고 계셨다. 그것은 전북 지역 내의 문중이나 개인이 소장하고 있던 문집을 비롯한 문헌 자료가 망라되어 있었다. 더 나아가 충남 논산이나 전남 장성 지역에서 나온 다수의 자료도 있었다. 선생은 익산에 거주하면서 누군가 문헌을 가지고 있다면 불원천리하고 찾아가서 그것을 복사하고 돌려주었다. 일부 인사들이 자료를 빌려가서 돌려주지 않는 경우도 있는데, 선생은 반드시 약속을 지켰다. 나중에는 소문이 나서 원광대 유재영 교수라면 자료 제공을 거절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고 한다. 그렇게 신용을 쌓고 신의를 지켜서 50여 년에 걸쳐서 전북 지역에 산재하던 대다수의 고문헌을 복사해서 소장할 수 있게 되었다. 선생이 수집해 놓은 전북 자료는 인구 이동이 적었던 70년대 산업화 이전의 자료들이 대부분이다. 산업화와 함께 인구 이동이 잦으면서 이들 자료는 전국으로 흩어졌다. 그런 점에서 선생이 수집해놓은 자료는 비록 복사본이지만 앞으로 전북 문화를 연구하는데 가치가 매우 높다. 나는 복이 많아서 춘강 선생이 평생 수집한 자료를 힘들이지 않고 빌려서 연구할 수 있었다. 한 번은 사라졌던 석정(石亭) 이정직(李定稷, 1841 ~ 1910)의 『간오정선(刊誤精選)』을 선생의 서고에서 다시 찾아 연구할 수 있었다. 나는 이것을 중국 사회과학원이 주최한 국제학술대회에 가서 발표할 수 있었다. 중국 연구자들이 놀라는 반응이었다. 그들은 한국에 그런 독자적인 자료가 있는 줄을 전혀 몰랐다는 것이다. 이제 춘강 선생이 돌아가신지 십여 년이 흘렀다. 오늘은 새벽에 일어나서 고향에 있는 신문사로부터 청탁받은 칼럼을 쓰면서 새삼스럽게 제일 먼저 선생을 떠올린다. 내가 빌려간 자료가 약속보다 조금만 늦더라도 전화해서 나무라던 음성이 아직 생생하다. 선생께서 모아놓은 이들 자료는 앞으로 전북을 연구하고 언젠가 이곳 사람들의 문화적 자부심을 갖게 할 것이다. /구사회 선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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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7.16 21:05

새만금이 미래가 되려면

임성진 에너지전환포럼 공동대표전주대학교 교수 새만금 지역을 재생에너지만 사용하는 재생에너지 100%(RE 100) 특구로 조성하자는 제안이 논의 중이다. 국제사회로부터 기업에 대한 재생에너지 전환 압력이 심상치 않은 상황에서 정부의 에너지정책에 활로를 열어주는 동시에 새만금지역을 지속가능한 미래산업의 메카로 발전시키자는 발상이다. 새만금지역의 재생에너지단지 조성이 장기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는지 이해하기 위해서는 군산의 경우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2010년 12월 군산 현대중공업 유치 당시 이명박 정부가 조선 산업의 군산시대 도래를 선전했음에도 불구하고 불과 6년 반 만에 군산조선소는 폐쇄되었다. 게다가 한해 최대 26만대의 자동차 생산기지였던 군산 GM 공장마저 결국 작년 5월 문을 닫고 말았다. 지역경제에 치명상을 입힌 두 사건은 모두 조선과 자동차 산업의 위기와 변화에 대한 시대적 요구를 읽지 못한 결과였다. 뼈아픈 경험을 거친 군산은 현재 조선소 협력사들이 힘을 합쳐 풍력과 태양광 발전 구조물 분야에 뛰어들고 있다. 그리고 GM 군산 공장이 전기차 제조업체에 매각된 후 인근 새만금 단지에 대규모 전기차 공장도 설립될 예정이어서 전기차 중심지로의 변신이 시도되고 있다. 혁신은 위기에서 출발한다고 했다. 새만금-군산에서 오히려 새로운 희망이 발견되는 것은 세계 자동차 시장의 중심이 전기차 쪽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으며, 전 세계가 이미 재생에너지혁명의 시대로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노르웨이, 덴마크, 네덜란드,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수많은 국가가 2025~2030년, 늦어도 2040년에는 내연기관 신차의 판매 금지를 결정했고, 이와 함께 전기차 시장과 기술의 발전도 급격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전기차 급성장의 배경에는 에너지전환에 선도적인 국가들이 추진해온 재생에너지정책의 성과가 자리하고 있다. 유럽의 경우 덴마크는 2030년에, 스웨덴은 2040년에 100% 재생에너지 발전국가가 된다. 독일 또한 2050년까지 완전한 재생에너지 공급을 계획하고 있으며, 이미 74개 이상의 지자체가 재생에너지 자립을 이룬 상태다. 미국에서도 뉴욕, 캘리포니아 등 수많은 주들이 2040~2045년까지 100% 재생에너지 전기 공급을 법으로 의무화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한국은 순수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아직도 3%대에 불과하며 전기차 시장의 육성 지원도 크게 부족한 상황이다. 기업이 100% 재생에너지로 생산하고 싶어도 국내에서 살 수 있는 재생에너지 전력량이 턱없이 부족한 데다 그나마 있는 것에 대한 직접구매(PPA)제도는 여러 가지 이유로 정부가 시도조차 못 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새만금지역의 풍부한 재생에너지 발전 잠재량을 활용해 입주기업과 인근 지역을 재생에너지자립 RE100 특구로 만든다면 엄청난 경제적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우선 새만금 지역에는 당장 재생에너지 구매가 절실한 Re100 참여 기업을 시작으로 전기차 등과 같은 연관 미래산업, 그리고 각종 에너지전환 산업과 연구기관 등의 입주가 줄을 이을 것이다. 이로 인해 구축될 미래형 청정에너지-산업클러스터가 지역과 국가 경제의 혁신적 성장과 일자리 창출, 온실가스 감축, 에너지전환을 견인함은 물론이다. 사실 새만금지역의 발전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고 무엇이 필요한지 이제는 논쟁의 대상이 아니다. 지금 우리에게 요구되는 건 바로 미래사회를 향한 결단과 추진력이다. /임성진 에너지전환포럼 공동대표전주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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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7.09 17:15

여름, 바다를 생각한다

박정인 군산지방해양수산청장 바야흐로 여름이다. 도내에서는 지난 달 25일 선유도해수욕장을 시작으로 다음 주말이면 나머지 7개 해수욕장이 일제히 문을 연다. 한해 전국 해수욕장 이용객이 1억명을 넘는다고 하니 역시 여름은 바다다. 어디 해수욕장 뿐인가. 섬 여행, 바다 낚시, 해양 레저 등을 즐기는 사람들을 합하면 국민 한 사람이 해마다 3일 이상은 바다를 찾는 셈이다. 이처럼 바다는 낭만과 여행, 휴식과 힐링의 장이자, 영화 언더워터의 주인공 처럼 파도를 가르며 환상적인 서핑을 즐기는 모험과 도전의 공간이다. 반면에 누군가에게는 거센 파도와 바람에 맞서 싸워야 하는 생업의 장이자 조상대대로 물려 온 삶의 터전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주로 육지에서 생활하는 우리에게 바다는 과연 어떤 존재일까? 바다하면 언뜻 해안에 즐비한 횟집, 해변과 파도, 오가는 배와 갈매기, 등대나 망망대해 등 일상적인 경관들을 떠올리기 십상이다. 그러나 바다의 실체에 대해 우리가 아는 부분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바닷속에 잠긴 95%의 실체를 간과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세계 최대 규모의 비정부기구인 세계자연기금(WWF)이 해양에서 매년 2조 5천억 달러의 가치를 새로 창출한다고 평가한 점은 주목해 볼 만하다. 전북의 서해는 어떤가? 천혜의 자연보석 고군산군도를 포함한 93개 유?무인도, 여의도의 38배 크기 만한 갯벌, 수출입 물류 관문 군산항, 연간 30만명이 이용하는 연안여객선, 7천어가가 넘는 어업경영체를 품고 있다. 여기에 전라북도 전체 육지 보다 3.5배나 넓은 해양 영토는 그 자체만으로도 이용 가치가 무궁무진한 자원의 보고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렇게 광활한 바다 속에 숨겨진 가치를 우리는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서해 바다는 아직까지 어업 활동과 뱃길 등 대부분 전통적인 이용에 머물러 있다. 주인없는 바다에 먼저 가서 선점하면 그만이라는 인식 때문인지 어업인간 갈등이나 불법 어로 행위 등 무질서한 모습도 자주 목격하게 된다. 게다가 최근에는 자원개발 등 바다 이용이 다양해지면서 다른 산업 분야간 분쟁의 장으로 바뀌고 있다. 어청도 인근 배타적경제수역(EEZ)에서 골재채취를 하기 위해 지난 달 11일 열릴 예정이던 공청회가 어민들의 반발로 무산되고, 서해 해상풍력단지 건설 또한 반발 움직임이 지속되고 있는 점 등이 그 예이다. 이제는 바다의 가치를 제대로 향유하고, 혜택을 골고루 누릴 수 있도록 바다를 활용하는 방식에 변화를 줘야 할 때가 왔다. 마침「해양공간계획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어 올 4월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해양공간계획이라는 말이 생소하겠지만, 육지를 국토계획법에 따라 도시?농림지역 등과 주거?상업 지역 등으로 나누어 관리하듯이 바다도 어업, 자원개발, 항행 구역 등 그 공간에 가장 적합한 용도를 설정하여 통합적으로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우리 지역 해양도 공간별로 어떻게 활용해야 경제, 사회적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지 핵심가치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항만, 어업 나아가 레저, 에너지 등 각 분야에서 해역 특성을 고려한 종합적이고 조화로운 해양공간계획이 수립될 수 있도록 도민 모두가 함께 고민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경제 가치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치러야 했던 대항해시대의 교훈처럼 해양을 통한 가치선점과 전략보유가 우리 지역의 미래를 좌우할 수 있다. 이제는 해양을 통해 확보해야 할 미래가치가 무엇인지에 대해 깊은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서해 바다는 열려 있다. /박정인 군산지방해양수산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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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7.02 17:17

상산고, 대한민국 교육 모두 Back to Basic으로

홍석빈 우석대 교양대학 교수 최근 전주 상산고, 안산 동산고 등 자율형사립고 재지정 문제로 교육계 혼란이 극심하다. 예나 지금이나 대한민국 모든 세대가 올인 해왔던 교육은 현재 우리사회를 투영하는 거울이자 사회 제 모순들이 녹아 있는 멜팅 팟(melting pot)이다. 교육에는 세대, 지역, 빈부 등 중층적이고 복합적인 이해관계들이 뒤엉켜 있다. 오랜 시간 해결의 실마리를 찾으려는 노력들이 있었으나 시행착오의 골만 깊어져 있다. 문제해결자였던 교육이 문제유발자가 되어 버렸다. 어느 한쪽 편을 들려는 것이 아님을 먼저 밝힌다. 백년지대계 교육발전에 네 편 내 편이 있을 수 없다. 교육이 방향을 잃고 위기에 처하면 대립보다는 중재와 타협을 통한 제3의 길 모색이 절실하다. 숱한 인명 피해와 경제산업 기반의 초토화를 초래한 민족의 비극 한국전쟁 이후 대한민국을 일으켜 세운 일등공신은 누가 뭐래도 교육이다. 앞선 세대들은 지긋지긋한 가난에서 벗어나고 싶었고, 유구한 세월 동안 돈 없고 빽 없어 겪었던 억울한 한을 제 자식들에게서만큼은 벗어나게 해주고 싶었다. 굶어가며 허리가 휘어지게 일했고 소 팔고 논 팔아 자식들을 가르쳤다. 선대의 피땀으로 우리는 산업화의 산을 넘고 민주화의 강을 건너 전세계에서 유래가 없는 성공한 조국 대한민국의 오늘을 가꿀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영광도 잠시 오늘 우리 앞에는 4차 산업혁명 시대라는 쉽게 열고 들어가기 어려운 다음 세계로의 관문이 놓여 있다. 그 문의 열쇠는 교육이다. 삶의 차원과 경제성장 방식의 기본 틀이 뒤바뀌는 과도기에 처한 대한민국에게 교육개혁은 재도약의 원동력이다. 우리는 지금 디지털 혁명시대 교육혁신의 골든타임을 지나고 있다. 그러나 1990년대 외국어고등학교, 과학고등학교 등 9가지 계열의 특수목적고등학교들과 2010년 자율형사립고등학교 등 다양한 고유 목적과 차별화 된 교육내용을 표방하며 출발했던 교육개혁시도의 일선 주체들은 오늘날 그 방향을 잃고 대학입시전문기관들로 변질되어버렸다. 왜곡되고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게임을 해야만 하는 여린 학생들과 선택권 없이 불리한 입장에 처해 있는 학부모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고비용 사교육계의 뒤골목을 밤늦게까지 헤매고 있다. 요한 페스탈로치, 앤 설리번, 소파 방정환의 숭고한 교육이상을 제자들에게 실현하고자 청운의 꿈을 꾸며 출발했던 일선 학교 선생님들의 자존심과 명예는 이미 오래전 바닥에 닿았다. 학령인구가 급감하는 시대 대학들의 학생선발 자율권과 학생 자아실현을 위한 특성화 지향교육은 심한 규제와 간섭으로 기대난망이다. 현 정부에게 묻고 싶다. 지능정보화사회 구현과첨단 4차 산업혁명의 성공가도를 이끌어 나갈 인재를 양성할 교육개혁의 지향점과 마스터플랜이 있는가? 이 정부가 보유한 교육계 정책당국자들과 전문가들은 디지털 혁명시대에 걸맞는 철학과 비전, 실력을 갖고 있는가? 오히려 이미 그들 스스로가 과거 2, 3차 산업혁명시대의 DNA에 물들어 있어 혁신과 변화에 저항하는 개혁의 대상들은 아닌가? 국가교육위원회 출범을 둘러싸고 개혁의 본질과 상관없는 자리다툼과 이권에만 연연해 있는 것은 아닌가?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고 했다. 길 잃은 교육혁신은 다시 초심과 출발선으로 돌아가 항로를 재설정할 때다. 이제 우리 교육계에 무너진 공교육을 일으켜 세울 자정능력과 혁신역량을 갖춘 주체들이 나와주어야 할 때다. 자사고 파동을 포함하여 국가교육체계 전반에 걸쳐 이해관계자 간 대화와 전략적 사고에 기반한 주고받는 협상이 시작되어야 할 때다. 우리 교육계가 개혁을 완수해낼 실력이 있다면 지금 우리 앞에 나타난 돌부리는 걸림돌이 아닌 디딤돌이 될 것이다. /홍석빈 우석대 교양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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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6.25 16:56

‘250명의 법칙’과 병무행정

곽유석 전북지방병무청장 얼마 전 책을 보다가 흥미로운 글을 보았다. 바로 미국 자동차 판매왕인 조 지라드의 250명의 법칙이다. 그가 세계적인 세일즈맨으로 탁월한 성과를 낼 수 있었던 데에는 250명의 법칙이 있었다. 그는 결혼식 등 모임에서 한 사람으로 인해 모이는 사람의 수가 대략 250명인 데에서 이 법칙을 발견하였다. 즉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는 숫자가 250명이라는 것이다. 그는 여기에서 착안해 고객 한 명에게는 250명의 잠재고객이 있다고 보고 고객 한 사람을 대할 때마다 250명을 대하듯 소중하게 대해 자동차를 판매하였다. 이것이 곧 그를 세계 최고의 판매왕이라는 성공으로 이끈 원천이 되었다. 결국 250명의 법칙은 한 명의 고객에게 호감을 얻는 것은 그와 연결된 250명에게도 호감을 얻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반대로 한 명의 고객이라도 소홀히 대하면 250명의 고객을 잃는다는 가르침이기도 하다. 이러한 250명의 법칙은 세일즈맨들의 영업전략으로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꼭 기업체의 영업 마케팅이 아니라 공공기관에도 적용될 수 있다. 우리는 고객 중심의 사회에 살고 있고 모든 행정의 중심에는 국민이 있기 때문이다. 병무청에서는 이렇게 한 사람의 고객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일깨워주는 250명의 법칙의 의미가 담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바로 찾아가는 병무청과 입영전 병역진로설계 사업이다. 찾아가는 병무청 은 고충 상담 등이 필요하지만 병무청을 방문하기 어려운 경우 전화나 국민신문고로 민원을 신청하면 직원이 직접 현장을 찾아가서 상담하고 해결하는 고객 배려형 능동적맞춤식 서비스이다. 과거에는 수요자가 직접 병무청을 찾아가는 수동적인 서비스를 받았다면, 지금은 국민의 고충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적극적으로 해결책을 모색하여 선제적능동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일례로 지난달에 전북병무청 민원실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여든이 넘은 고령의 어르신이 병적증명서가 필요한데 거동이 불편하여 병무청을 방문하기 어렵다는 전화였다. 사연을 들은 직원이 어르신의 자택을 직접 방문해 병적증명서를 발급해 드렸다. 이처럼 이 제도는 국민의 고충을 능동적으로 해결해 주고자 하는 병무청의 의지가 담긴 서비스라고 볼 수 있다. 한편 입영전 병역진로설계 사업은 군 입영 전에 전문 상담을 통해 병역의무자의 적성과 전공에 맞는 분야에서 복무하고 학업이나 경력이 사회진출 시까지 유지될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이다. 사전에 인적성검사 결과를 활용하여 전문상담관이 1대 1 대면상담을 실시해 개인의 적성과 전공, 자격 등을 고려해 군 특기와 입영 시기 등을 설계해 준다. 병역의무자들이 군 복무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내고 자신의 적성에 맞는 분야에서 복무함으로써 군 복무가 자기계발의 기회가 되고, 사회진출의 디딤돌이 될 수 있도록 선제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올해에는 병역진로설계 서비스가 우선적으로 필요한 병역의무자들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입영 전 병역진로설계 서비스를 시행할 예정이다. 이처럼 병무청은 고객 한 사람 한 사람을 섬기는 마음으로 보다 나은 서비스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앞으로도 한 명의 고객의 소리도 소중히 여기는 250명의 법칙을 마음에 담아 더 낮은 자세로 국민을 섬기고 수요자 중심의 정책개발과 서비스 향상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곽유석 전북지방병무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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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6.18 16:43

미래 디지털 대변혁 시대를 위한 준비

최용석 전북문화콘텐츠진흥원장 5G, AI, Big Data, Robot, Drone, Block Chain, VR, AR, XR, Hologram ... 디지털 기술에 의한 대변혁의 시대가 오고 있다. 그리고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서서히 디지털 기술에 의한 서비스들이 인간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나쁜 일인가? 다시 말하면 디지털 기술 서비스로 사람의 일자리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여기에 저출산에 의한 노동 인구 감소 및 고령화로 인한 사회 비용 증가는 국내 경제 성장을 둔화 시키고 있다. 급변하는 현실 환경에서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는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갖고 살아가고 있다. 디지털 기술에 의해 나의 설자리를 잃을까봐. 이런 현실에서 지역의 어려움을 열거하자면 인구가 줄어드니 세금 수입과 내수시장이 작아지고, 젊은 인력들은 자신들의 미래를 위해 수도권으로 떠나 노동인력이 줄고, 지역 경제 활성화와 신산업 육성을 위해 중추적인 역할을 할 전문기업이 줄고, 해외여행 증가로 인해 지역 관광객이 줄고, 시골에서는 소멸도시화가 진행되고 있다. 기하급수적으로 빠르게 무너져가는 아날로그 시대의 산업 구조 속에서 일자리 소멸과 직업의 변화에 대응하기가 쉽지 않다. 문제는 알고 있는데 한치 앞도 예측이 어렵고 전문가라고 자신 있게 해결 방안을 내 놓을 수도 없다. 한마디로 진퇴양란이다. 그러면 이대로 집단과 개인이 암묵적인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미래 변화의 쓰나미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여야만 하는 것인가? 이 시점에 우리의 미래를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은 무엇인가? 첫째. 디지털 핵심 기술과 솔루션을 기반으로 한 사람 중심 미래 글로벌 서비스 및 기업을 육성하여야 한다. 디지털 기술은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무너뜨렸다. 이제는 국가와 도시와 시골이라는 공간 차이 없이 지구라는 하나의 공간에서 전 세계 사람들이 함께 생활하는 시대가 되었다. 기획 단계, 시작 단계부터 국내가 아닌 글로벌 서비스 산업 육성 정책을 만들어 빠르게 실행하여야 한다. 둘째. 장기적이고 규모있는 투자를 하여야 살 수 있다. 미래에는 나와 다른 국가, 기업, 사람들과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자가 융합 발전하는 미래 디지털 기술 및 서비스와 경쟁을 하여야 한다. 1년 단위 짧은 기간의 소규모 투자로는 지금 보다 더 발전한 인간 중심 미래 디지털 라이프 서비스 이상의 새로운 차원의 고품위 서비스를 만들어 낼 수 없다. 셋째. 공생을 위한 사람 중심 소통이 중요하다. 개인의 사고와 능력만으로는 디지털 변화의 속도를 따라 갈 수 없다. 미래에는 능력이 출중한 사람보다는 소통을 잘하는 사람이 디지털 기술과 서비스를 이끌어갈 수 있는 집단 지성과 힘을 가지게 될 것이다. 그 실행의 중심에 꼭 내가 서야 한다는 아집을 버려야 미래 우리 사회를 건강하게 발전시킬 수 있다. 변화에 두려워 하지마라. 수 천년 전 지금보다 훨씬 열악한 환경에서도 인간은 존재했고 앞으로도 존재할 것이다. 인간이 활용하고 편하기 위해 디지털 기술을 만든 것이지 인간의 존재 가치를 잃기 위해서 만든 것이 아니다. 단지 미래에 새로운 인간의 역할을 깊이 있게 고민하지 않아서 그런 것이다. 지금부터 열심히 디지털 미래 사회 인간의 역할에 대해 생각하면 된다. 걱정하지 말고 두려워 말고 어차피 대변혁의 폭풍을 맞이할 거라면 차라리 그 폭풍 속으로 빨리 뛰어들어 새 세상을 선도해 가자. /최용석 전북문화콘텐츠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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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6.11 17:01

공무원 히어로를 기다리며

윤석 (주)삼부종합건설 대표 히어로물이 극장가에서 인기다. 아이언맨, 배트맨, 스파이더맨 등. 이들은 대체로 미국국적이다. 미국은 영웅을 사랑한다. 그래선지 영웅호칭도 잘 붙여준다. 미국 드라마나 뉴스를 보면 자기 일이 아닌데 과감히 나서는 것만으로 영웅소리 들으며 박수받는 장면이 왕왕 등장한다. 나서서 한 일의 성패를 떠나서 말이다. 지인 중 매사에 나서기 좋아하는 선배가 있다. 에너지가 넘쳐 좋은 일이라 앞뒤 안 재고 앞장선다. 미국서 태어났더라면 한 번 쯤은 시민영웅으로 뉴스에 등장했을 법하다. 현재는 지방공무원이다. 며칠 전 함께 술잔을 기울이다 취한 선배가 목소리를 높였다. 공무원 일 문화가 마음에 안 든다는 것. 그의 불만은 두 마디로 요약됐다. 공무원의 복지부동은 틀린 말이 아니다. 그런데, 나도 그러고 있다. 공무원이 된 후로 선배는 변했다. 민원이 들어오면 자기부서 해당 업무가 아님을 확인하는 게 첫 번째다. 상식적으로 처리해주는 게 맞아도 근거 규정이 없다면 그 민원은 처리하지 않는 쪽을 택한다. 규정에도 없는 일을 왜 했냐, 문제 생기면 책임질거냐고 추궁당할까 두렵단다. 나대는 사람으로 찍히면 진급에도 악영향이 온다. 무슨 일이든 안 하도록 자신이 다듬어졌단다. 공무원 모두가 그런 건 아닐 테다. 그러나 자기조직은 확실히 그렇고 다른 곳도 대체로 그럴 것이라며, 팩트와 추정을 뒤섞어 술기운과 함께 선배는 쏟아냈다. 정도 차이만 있을 뿐 한국사회 전반이 그렇다. 앞장서 어떤 일을 성공했을 때 받는 칭찬보다, 괜히 나서서 실패했을 때 받는 비난이 압도적으로 큰 곳이 한국이다. 군사정권에서 파생된 집단주의가 튀는 행동을 죄악시하게끔 했다는 분석도 있다. 모두가 눈치 볼 때 나서봤자, 잘 해야 본전이다. 지가 뭔데 나서라며 시기질투가 따라오기도 한다. 일을 그르치기라도 하면 엄청난 질타를 각오해야한다.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라도 간다라는 행동규범은 학교와 군대, 직장 등을 거치며 우리에게 내면화된다. 이런 사회에서는 일을 벌이는 사람보다, 팔짱끼고 품평하는 사람이 더 많을 수밖에. 부작위 편향성(omission bias)이라고 심리학자들은 말한다. 어떤 행동을 하지 않았을 때 나중에 발생할 손실보다, 움직였을 때 당장 발생한 눈에 보이는 손해를 더 아까워하는 심리상태다. 이런 심리가 지배하는 사회는 정체된다. 미국이 다 옳은 건 아니지만 난해한 상황을 해결하려고 앞장서는 행동을 격려하는 문화는 부럽다. 실패하더라도 선한 동기와 과감한 용기 자체를 높이 사주는 사회. 행동경제학자들은 이런 역동적 사회가 만들어 내는 작위이익(作爲利益)이 정체된 사회가 아낀 손실보다 언제나 크다고 강조한다. 물론 책임과 권한이 명확한 업무영역을 함부로 침범해서도 안 된다. 책임이 불분명하거나, 해법이 모호한 문제가 있을 때 활기 있게 나서는 사람을 격려하는 문화를 필요하다는 것이다. 사실 중요한 일은 책임소재와 해결방안이 애매할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 조직문화가 정착되려면 행정기관 평가나 공무원 인사고과 방식도 바뀌어야 할 테다. 의욕과 용기 그 자체에도 보상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현재 운용중인 적극행정면책제도도 확대보완 할 필요가 있다. 사실 시민들에겐, 자기 일처럼 나서주는 공무원이야말로 그 어떤 히어로보다 멋지고 사랑스럽다. 아이언맨이나 스파이더맨에 비할 바가 아니다. /윤석 (주)삼부종합건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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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6.04 17:37

전북경제 회생을 위해 시급한 일

홍석빈 우석대 교양대학 교수 그리스 철학자 플루타크는 모든 공화국의 가장 오래되고 치명적인 질병은 부자와 빈자 사이의 불균형이다라고 했다. 동양 속담에도 가난은 임금님도 해결 못 한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유사 이래 인류의 가장 어려운 숙제가 먹고사는 문제다. 그러기에 모든 정치의 존재이유는 민생 즉 경제를 위해서다. 현재도 그렇다. 미래에도 그럴 것이다. 전라북도로 가보자. 2,523,708명(1966년) 1,999,255명(2000년) 1,829,273명(2019년 4월) 전라북도 인구수 변화 추이다. 전북은 2000년 이후 인구감소가 가장 심한 지역이다. 인구 얘기를 꺼낸 이유는 이 지표가 전북경제의 실태와 미래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최근 곳곳에서 우리나라 경제가 위기라 한다. 전북경제는 훨씬 더 심각하다. 일시적인 경기순환적 위기가 아니라 만성적인 경제산업 구조의 위기이기 때문이다. 지역경제 위기는 전북의 청년세대에게서 희망을 앗아가고 있다. 전북의 청년인구(만15~29세) 수와 삶의 만족도 지수는 바닥을 모르고 추락중이다. 지역산업기반도 심각히 쇠락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와 GM군산공장 폐쇄로 군산경제는 붕괴되다시피 했다. 새만금 개발사업은 이십여 년 동안 별다른 진척이 없다. 전북도와 각급 기초자치단체의 재정상황도 녹록치 않다. 사면초가다. 미국 러스트 벨트(rust belt)처럼 위기가 고착화 된 암울한 미래가 전개될까봐 걱정이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많지 않은 대안들 중 꼭 제안하고 싶은 것은 전북정부의 환골탈태 수준으로의 개혁이다. 행정 주체인 관료들이 변화선도자(change agent)가 될 것을 주문한다. 경제게임의 룰인 정책을 관료가 정하기 때문이다. 선택이 아닌 필수다. 중앙정부의 지원은 물론 필요하지만, 어려울 뿐더러 한계가 있다. 그건 덤이다. 전북관료들이 주체적으로 혁신의 선봉이 되어 활로를 모색해야 한다. 현상유지의 매너리즘에서 벗어나 판을 바꿀 생각을 해야 한다. 유일하고 지속가능한 방법은 전북 지자체 곳곳을 기업하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 내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전북 산업구조를 중장기적으로 구조조정 해야 한다. 마땅히 주체는 전북의 각급 지자체장들과 행정관료들이기에 이들의 분골쇄신한 개혁의지와 실천이 전북경제 회생의 출발선이다. 가장 시급한 것은 전북정부 개혁의 비전과 전략수립이다. 최근 국내 모대기업의 전기차 배터리사업 투자후보지가 새만금지역에서 타지역으로 바뀌었다는 소식을 접했다. 발길을 돌린 이유가 해당기업의 터잡기에 대한 전북도의 지원 추진력 부족과 환경문제가 맞물렸다고 한다. 사실이라면 반면교사삼아 지금부터라도 심기일전하여 전북정부의 미래 개혁비전과 상세 전략을 새로 짜야 한다. 선출직 지방정부 수장들과 녹을 먹는 전북관료들의 엄중한 책무다. 4차 산업혁명시대 전북정부 개혁의 두 방향은 첫째, 전북관료가 발상의 전환을 통한 융복합 정책의 기획 및 실행역량을 갖추는 일이다. 부단한 자기혁신이 있어야 가능하다. 둘째, 투자를 안 하고는 못 배길 정도의 획기적 규제개혁이다. 전북 자치단체장은 자나깨나 산하 관료들에게 이 점을 당근과 채찍을 동원해 주문해야 한다. 맹자는 항산(恒産)이 있어야 항심(恒心)이 생긴다고 했다. 전북경제가 성장해서 지역 가계에 지속적인 소득향상이 이어져야 집 나갔던 청년들도 귀향하고 지역민심도 평안해질 수 있다. 그래야 정치인은 재선이, 관료들은 합당한 보상이 가능해짐을 명심하기 바란다. /홍석빈 우석대 교양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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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5.28 18:12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병역서비스 확대

곽유석 전북지방병무청장 우리나라는 경제 규모나 경제 능력을 보여주는 여러 지표에서 이미 선진국 반열에 들어섰다. 2018년 우리나라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3만 2046달러를 달성해 관련 통계를 내는 세계 180여 개국 가운데 28위이다. 그런데 국제연합(UN)이 최근 발표한 2019 세계 행복 보고서를 보면 우리나라의 국민 행복도 순위는 조사 대상 156개국 가운데 54위이다. 국민의 행복도와 삶의 질이 경제성장 속도만큼 개선되지 않는 근본적인 이유는 소득 불균형과 양극화의 심화 때문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정부에서도 함께 잘 사는 혁신적 포용국가를 국정비전으로 삼고 있다. 포용국가는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나라, 공정한 기회와 정의로운 결과가 보장되는 나라, 국민 단 한명도 차별받지 않는 나라를 지향한다. 양적 성장을 넘어 성장의 혜택을 함께 누리는 포용적 국가는 공공의 이익과 공동체의 발전 등 사회적 가치의 실현이 전제된다. 이를 위해서는 취약계층의 공공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을 제고하고, 관련 제도와 정책을 사회적 가치 중심으로 개선해야 한다. 병무청도 사회적 약자에게는 따뜻한 온기가 고루 전해지도록 세심하게 민원서비스의 사각지대를 살피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올해부터는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등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병역의무자에게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다. 우선 현역병으로 입영을 희망할 경우 본인이 원하는 달에 입영할 수 있도록 입영희망시기를 우선하여 반영하고 있다. 현역모집병으로 지원할 경우에는 가산점을 부여하여 합격을 돕고 있다. 아울러 사회복무요원으로 복무하면서 생계를 위해 근무시간 이후나 주말을 이용해 겸직을 할 수 있도록 했으며, 산업기능요원으로 편입을 원할 경우에도 우선순위를 부여하고 있다. 동원훈련 대상자 중 저소득층 등 경제적 취약계층 생계보장을 위해 본인이 희망하는 경우 사실을 확인 후 동원훈련을 연기해 주고 있다. 전북병무청도 정책현장에서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정책발굴에 앞장서고 있다. 병역판정검사 대상자 중 경제사정이 어려운 병역의무자는 관내 병원, 정신건강지원센터 등과 협약을 통해 무료진료와 상담을 받도록 돕고 있다. 앞으로는 지자체와 협조하여 도내 결손가정이나 기초생활 수급자로서 질환이 있는 병역의무자를 선제적으로 발굴하여 무료치료지원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최근에는 완주군과 협약을 통해 사회복무요원으로 복무를 마친 젊은이 중 모범적으로 복무한 사람을 관내 기업체에 취업을 지원하고 자치단체에서 회사에 소정의 인건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사회복무요원들의 성실한 복무를 유도하고 도내 젊은이들의 타도유출을 막고 고향에 정착할 수 있도록 유인하는 좋은 사례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이상, 인구 5000만 명 이상의 조건을 만족하는 국가를 가리키는 30-50클럽에 세계 7번째로 가입했다. 세계가 놀랄 대단한 성과이다. 그러나 이러한 성과를 두고 상위계층의 소득증가가 끌어 올린 3만달러이고 소득의 양극화 현상은 여전히 진행형이라는 시각도 많다. 평균값도 중요하지만 사회적 취약계층을 위한 관심이 더욱 필요한 시점이다. 전북병무청은 공정한 병역문화 조성은 물론, 경제사정이 어려운 병역의무자들이 병역의무를 이행하는 과정에 어려움이 없도록 사회적 약자에 대한 서비스를 더욱 확대해 나갈 것이다. /곽유석 전북지방병무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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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5.21 16:59

전라북도 5G 서비스 창출 방안

최용석 전북문화콘텐츠진흥원장 2019년 4월 우리나라는 전 세계 최초 5세대 이동통신, 5G(5th Generation Mobile Communication) 상용화 서비스를 공식 발표하였다. 5G(5th Generation Mobile Communication)의 가장 큰 특징으로 기존의 LTE 통신 속도 보다 더 빠른 초고속, 실시간 양방향 상호작용 서비스가 가능한 초저지연, 대용량 데이터와 모든 사물을 연결하는 초연결 서비스가 가능하여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인프라로 세계 각 국의 주목을 받고 있다. 전 세계 최초 상용화 서비스 발표 이후 우리나라 정부 기관과 대기업들은 미래 고부가가치가 실현 될 수 있는 5G 핵심 서비스를 찾느라 보이지 않는 경쟁을 하며 고심을 하고 있다. 여기에 인공지능(AI)과 로봇 기술까지 더 해져 기존 산업생태계의 판을 깨는 대변혁의 시대가 시작 된 것이다. 이러한 시대에 5G를 활용한 전라북도의 발전 방안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5G를 수도권과 대기업만의 한정된 발전의 기회가 아닌 전라북도 발전의 핵심 동력으로 만들고 다른 지역보다 앞선 미래 고부가가치 서비스를 선점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 각각의 다양한 기술과 산업 측면에서 방안을 제시할 수 있겠지만 고객 서비스 측면에서의 대응 방안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제시해 본다. 첫째. 빠른 시일 내에 전라북도 5G 산업 및 서비스 육성 방안을 수립하여야 한다. 현재 5G 분야의 신시장과 서비스를 만들기 시작하는 초기 상태로 전 세계 주자 모두가 같은 출발선상에 놓여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하루라도 빨리 중앙과 지역의 산학연관 전문가로 구성 된 실무 TFT를 구성한 후 전라북도 현실에 맞는 전라북도만의 실행 전략이 담겨있는 청사진을 빠르게 수립하여야 한다. 둘째. 5G 기술과 소비자 요구에 대한 확실하고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다 초고속, 저지연, 초연결 서비스란 과연 무엇인가? 기존의 3G, 4G 서비스와 다른 것은 무엇인가? 꼭 5G 이어야만 하는가? 소비자들은 5G 서비스를 원하는가? 어떤 5G 서비스를 원하는가? 5G에 대한 질적 가치를 느끼면서 지불의 가치를 느끼는가? 등등의 현실적이고 냉정한 분석과 고민을 통한 진정한 미래 기술과 서비스 그리고 소비자에 대한 진정한 이해가 필요하다. 셋째. 전라북도만이 제공할 수 있는 5G 서비스는 무엇인가? 지금까지 3D, SMART, VR/AR, AI 등등의 신기술과 서비스가 출현할 때면 전국이 똑같은 사업과 서비스로 작은 국내 시장에서 유혈 경쟁을 하였었다. 아니면 언제나 그러하였듯이 기존의 전북 대표 산업인 상용차, 농업, 문화유산에 적용한 일반적인 5G 서비스? 이제는 다른 지역과 차별화 되고 기존의 대표 산업이 아닌 전북만의 5G 신서비스 창출이 필요하다. 넷째. 시범 사업을 통한 빠른 실행이다. 기회는 자주 오지 안 는다 특히나 전 세계 기술과 시장이 빠르게 변화 발전하며 무한 경쟁하는 시대에 속도는 정말 중요하다. 계획 수립과 동시에 실행에 들어가 올 해 안에는 미래 발전 모델이 될 수 있는 가시적인 결과들을 만들어 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그 어느 때 보다도 전라북도의 리더들이 솔선수범하여 자발적으로 앞장서야 한다. 지금은 책상보다 현장에서 답을 구하고 완벽함 보다는 빠른 실행이 절실하게 필요한 시기이다. /최용석 전북문화콘텐츠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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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5.14 20:03

전주종합경기장 개발, 반대 이유가 무엇인가

윤석 (주)삼부종합건설 대표 1967년 가을. 남미 볼리비아의 한 폐교에서 5발 총성이 들린다. 한 혁명군 지도자의 식은 몸이 들 것에 실려 나온다. 오랜 게릴라 활동으로 야위었지만 얼굴은 평온하다. 원했던 순간이었다는 듯. 체 게바라의 마지막 순간이다. 쿠바의 혁명영웅이 된 후 그가 택한 건 부나 권력이 아니었다. 또 다른 전장이었다. 왜 그랬을까. 볼리비아를 독재로부터 해방시키는 게 목적이었다면 그의 정치적 영향력이 더 유용했을 것이다. 그러나 직접 싸우길 그는 바랐다. 무언가에 직접 맞서 싸우는 행위가 주는 희열을 그는 잊을 수 없었던 건 아닐까. 볼리비아에서 살아남았더라도 그는 또 다른 사지를 찾아 떠났을 가능성이 높다. 그의 죽음을 자살이라고 해석하는 심리학자들도 여럿이다. 그에게 영웅이라는 찬사와 함께 전쟁광이라는 오명이 따라붙는 이유다. 같은 해 일본. 대학교 곳곳에는 바리케이트가 쳐져있고 캠퍼스에는 매캐한 연기가 자욱하다. 대부분 수업은 휴강이다. 상고머리를 한 학생들은 전공투(전국학생공통투쟁회의)라는 말에 도취돼 벌건 얼굴로 교정을 누빈다. 의기양양한 그들의 모습을 한 청년이 걱정스레 바라본다. 그 청년은 기숙사로 돌아가 고전을 읽다 잠든다. 훗날 그 청년은 노벨 문학상 후보 작가이자, 일본 군국주의를 비판하는 강단 있는 지성인이 된다. 무라카미 하루키다. 작품에서 그는 끊임없이 얘기한다. 자신이 대학시절 전국을 휩쓸었던 학생시위에 동참하지 않았던 이유를. 무의미했기 때문이란다. 안보투쟁이라는 대의는 사라지고 남는 건 투쟁이미지 뿐이었다는 것. 본래 의미는 상실한 채 싸움행위 그 자체에 도취되는 걸 그는 여전히 혐오한다. 사람은 누구나 불합리에 맞선다. 잘못된 것에 대한 반대는 자연스럽다. 그러나 세상엔 부자연스러운 일도 많다. 예를들어 불합리에 맞선다고 나서는 사람 중에는, 그저 반(反)함으로써 자신의 존재가치를 확인하는 사람들이 있다. 잘잘못을 명징하게 따지기보다, 반대라는 행위 자체에 도취된다. 이들은 적을 찾아 헤맨다. 적 앞에서 살아있음을 느끼기 때문이다. 당초의 대의는 중요치 않다. 적의 실존과 거기 맞서는 자신에 대한 나르시시즘이 중요하다. 이런 사람들은, 반대할 대상이 사라지면 삶의 목적을 잃는다. 자존이 불가능 하다. 어쩔 수 없이 반대할 건수를 찾아 나선다. 자기파괴적이다. 대한민국 곳곳에서 반대를위한 반대가 바이러스처럼 떠돈다. 자기만 파괴하면 괜찮겠다만, 논리없는 반대는 우리의 삶에도 피로감을 준다. 전주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예를 들어 전주 종합경기장 부지개발 발표는 전주시민으로서 놀랄만한 일이다. 그간의 사업추진 맥락을 아는 시민들과 원로급 지역 인사들은 입을 모은다. 괜찮은 협상이었다고. 이제 남겨진 과제는 이 사업을 어떻게 구체화하고, 얼마나 빨리 현실화 시킬것인가다. 그러나 생각지도 못했던 반대여론이 등장했다. 벌어지지도 않은 일에 대한 과장스러운 걱정과 신경질이 주를 이룬다. 반대자 중에는 종합경기장을 언제까지 그냥 놔둘 거냐고 목소리를 높이던 인물, 단체, 조직도 보인다. 물론 우리 헌법은 자유로운 의사표현을 보장한다. 그렇다고 모든 의사표현을 존중할 의무는 우리에게 없다. 싸움광이 내뱉는 말에 대해서는 더더욱 그렇다. /윤석 (주)삼부종합건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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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5.07 20:20

‘벌써 2년’ 곧 반환점이다

홍석빈 우석대 교양대학 교수 벌써 일년이란 유행가가 있다. 벌써 2년, 오는 10일은 현 정부 출범 만 2년차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직후 인기는 유행가마냥 상한가였다. 취임 2주차 한국갤럽조사에서 87%가 잘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박근혜 정부는 71%, 이명박 정부는 79%였다. 민주당 지지도는 51%였다. 1년 후에도 지지도는 흔들림이 없었다. 대통령 직무수행에 대해 83%가 잘하고 있다고 답했다. 민주당 지지도는 55%로 기록을 경신했다. 그런데 지난주 조사결과는 크게 달랐다. 대통령 지지도는 44%, 민주당 지지도는 35%로 떨어졌다. 왜일까? 현 정부(정책)와 집권여당(정치)이 국민기대에 못 미치고 있음이다. 이유는 복합적일 것이다. 2017년 5월 9일 현 대통령에게 투표한 사람들에 대해 기대하는 바를 물었었다. 적폐청산, 개혁, 쇄신, 정권교체, 신뢰 순이었다. 그간 적폐청산 노력에 대해서는 민심이 어느 정도 수긍한 것 같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민생과 경제를 살리는 나라다운 나라, 유능한 정부라고 제시했던 개혁과 쇄신비전을 구체적인 성과로 보여주는 데 부족했다. 이미지만으로는 오래 갈 수 없다. 실력이 중요하다. 현 정부 들어 한국사회 분야별 현황은 어떤가. 첫째, 경제 분야. 한국은행은 지난 1분기 실질국내총생산이 전기보다 -0.3% 역(逆)성장했다고 발표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었던 2008년 4분기(-3.3%) 이후 10년여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체감경기가 IMF 외환위기 때보다 더 안 좋다는 푸념들이 주변에 많다. 한은이 낮춰 잡은 올해 실질경제성장률 예상치는 2.5%다. 외국기관들은 1%후반까지도 보고 있다. 저성장이 일상화 되었고 경제는 이미 심각한 위기다. 경제가 침몰하면 민초들에게 여의도 정치싸움은 한가한 이야기가 된다. 둘째, 사회안전환경문화 분야. 사회구조적 위기인 저출산고령화문제 해결은 난망하다. 세월호 5주기가 지났으나 현 정부 들어서도 KTX사고, 공립유치원 붕괴, 노인요양병원과 목욕탕 화재 등 여전하다. 또 미세먼지, 블랙리스트, 마약문제 등으로 설상가상이다. 셋째, 무엇보다 한국사회 최대 아킬레스건은 정치다. 입법을 통해 경제사회문화국제 등 모든 분야에 걸친 게임규칙을 정하는 것이 정치이기 때문이다. 개탄스럽게도 문제해결자여야 할 정치는 오히려 골칫덩어리 문제유발자가 되어버렸다. 제 세력 간 극한 대치로 인해 정치발전은 한 발짝도 전진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일명 패스트트랙(법안 신속처리안건)을 둘러싼 여야 간 사생결단 대립으로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급한 민생법안들 처리는 부지하세월(不知何歲月)이다. 얼마 전 한 친구가 했던 말이 생각난다. 아빠가 나한테 제대로 해준 게 뭐 있어? 자식 훈계하다가 들은 말이란다. 친구는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자신은 가족을 위해 전쟁터 같은 일터에서 죽어라 뛰고 있는데, 그런 말을 들었으니... 그러나 친구는 현명했다. 아이를 탓하기보다 자신을 돌아보고 변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했다. 경영학에 고객은 심사가 뒤틀린 변덕스러운 어린이와 같다는 말이 있다. 민심도 비슷하다. 온탕과 냉탕을 광속으로 오간다. 국민은 이 정부가 내게 해준 게 뭐가 있지?라고 끊임없이 묻는다. 있다고 생각하면 지지도는 오르고 없다면 내려간다. 지지도에 일희일비할 것은 아니다. 초심을 유지한 채, 길고 넓게 보며, 중심을 잡은 국정운영 전략이 중요하다. 곧 현 정부 임기반환점이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미래를 봤음에도 과거를 반복하는 우를 범하지 말고 처음 각오와 국가혁신 비전으로 돌아가 일신우일신 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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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4.30 20:16

청년취업의 디딤돌 ‘취업맞춤특기병’ 제도

곽유석 전북지방병무청장 지속되고 있는 고용환경 악화에 따른 청년 취업 문제는 현재 우리사회의 중요한 과제 중 하나다. 다행히도 통계청의 3월 고용동향 발표에 따르면 취업자 수가 두 달 연속 20만 명대로 증가했고 고용률도 60.4%를 기록해 1982년 7월 통계가 작성된 이후 3월 기준으로 가장 높았다고 한다. 하지만 청년층이 체감하는 실업률은 25.1%로 나타나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더욱이 병역이행을 앞둔 청년이라면 걱정이 더할 수밖에 없다. 군 생활 중 장병들의 가장 큰 고민 역시 취업과 진로다. 중소기업진흥공단이 지난해 육군 장병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에 따르면 전역예정 장병 중 51.4%가 제대 후 취업문제로 고민하고 있다고 답한 것을 보아도 알 수 있다. 우리 청년들이 병역이행으로 인한 공백을 최소화하고 병역이행이 사회진출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야 하는 이유이다. 병무청도 청년취업 지원에 힘을 보태고 있다. 기술훈련, 군복무, 취업을 하나로 연계하는 취업맞춤특기병 모집제도를 통해서다. 취업맞춤특기병제도는 자격이나 전공이 없는 고졸이하 학력자가 입영하기 전에 국가가 제공하는 기술훈련을 받고 해당 기술특기병으로 복무하여 경력을 쌓아 전역 후 관련 분야에 취업을 돕고자 2014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2018년 기준으로 취업맞춤특기병 전역자 1,350명 중 700여 명이 취업에 성공했다. 청년취업이 사회적인 문제인 요즈음 고무적인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가시적인 성과와 성원에 힘입어 병무청은 군과 협조하여 모집인원을 2018년 2,200명에서 올해에는 2,600명으로 늘렸다. 추후 모집인원을 확대할 예정이다. 올해부터는 정부의 포용국가 기조에 발맞춰 가정형편이 어려운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한부모가족지원대상자는 대학(원)생도 최종학력 마지막 학기에 지원이 가능하도록 선택의 폭을 넓혔다. 모집분야 또한 조리 분야 기술훈련 수료자도 조리 특기를 살릴 수 있도록 확대했다. 군의 입장에서도 이 제도는 인력수급과 부대 운영 등 전력증강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군 복무기간 단축에 따라 숙련된 기술 인력이 긴요한 상황인데, 현장 임무수행능력을 갖춘 인력을 바로 투입하면서 부대 운영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게 된 것이다. 개인과 군 모두에게 실질적으로 보탬이 되는 방안인 셈이다.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까지 취직 빙하기를 보냈던 일본에 최근 퇴직 대행 서비스가 등장했다고 한다. 구직자 보다 일자리 수가 많은 상황이 지속되면서 직장인들 사이에선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직장으로 이직을 하려하고, 일손이 부족한 회사는 직원의 퇴사를 만류하는 데서 생긴 현상이라 한다. 오늘날 우리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얻기 위해 고군분투 하는 모습을 보며 안타까운 마음과 함께 기성세대의 한 사람으로서 책임감을 느낀다. 그러나 정부가 청년 일자리 창출을 핵심 국정과제로 정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우리 청년들에게도 머지않아 취업 걱정을 하지 않는 때가 올 것이라 믿는다. 전북병무청 또한 유관기관과의 지속적인 협업을 통해 전역자의 취업을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미래는 준비하는 사람들의 몫이라고 했다. 병무청은 앞으로도 미래를 준비하는 우리 청년들에게 병역이행이 곧 기회의 장이 될 수 있도록 청년일자리 창출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곽유석 전북지방병무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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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4.23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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