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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과가 그리 빠를 줄이야!

참으로 안타깝다. 콩 심은데 콩 난다는 속담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 그럼에도 호리도 틀림이 없는 인과의 진리를 굳이 외면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면 안타깝기 그지없다.우리나라의 대통령들은 가족이나 측근이 월권을 일삼아 떳떳하지 못한 길을 걸었고 법의 심판을 받았다. 그런 일이 되풀이 되는 것을 바라보는 국민의 심경은 참담하다. 헌법에 대통령 임기가 5년이어서 우리는 5년마다 대통령을 뽑는다. 권세가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어찌 생각 못할까. 대통령이 되는 것을 개인의 영광으로만 여겨 나라를 나라답게 만드는 중요한 책무가 뒷전으로 밀리는 것인가.불과 50년밖에 안된 옛날이야기다. 생활관에서 되도록 멀리 떨어져 있어야 할 화장실이 있던 시절, 밭에서 키우는 농작물을 사람이 먹고 사람에게서 나온 것이 다시 밭으로 돌아갔다. 자연 순환이었다. 밭두렁에는 제법 큰 거름통을 만들었다. 화장실에서 나온 거름을 삭여서 농작물에 주면 무럭무럭 자랐다.우리들은 밭에 나가 자갈을 주워내고 고랑을 만들어 정성껏 손질을 했다. 밭두렁 옆의 거름통에는 거름이 가득 채워졌다. 며칠 지나니 기어 다니는 뭇 생명들이 생겨났다. 그때 들쥐들이 거름통 위를 이리저리 가로지르며 마음대로 배를 채웠다.그 모습을 그윽히 바라보시던 스승님은 지금은 저 쥐가 벌레들을 마음대로 주워 먹으나 며칠 안에 저 쥐가 벌레들에게 먹히는바 되리라고 예언하셨다. 우리들은 스승님의 말씀 뜻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여 삼세인과가 어찌 그리 빠르리오. 하였다. 그런데 며칠 후에 과연 그 쥐가 거름통에 빠져 썩기 시작하자 뭇 벌레가 그 쥐를 빨아먹고 있었다.스승님은 말씀하셨다. 내가 며칠 전에 한 말을 이상하다 생각했지? 나는 다만 그 기틀을 보고 말한 것뿐이야. 당시에는 거름통이 가득 채워져 있으니 쥐가 그 위를 횡행하며 벌레를 주워 먹었지만, 채소밭을 매고서는 응당 그 거름을 퍼서 쓸 것 아니냐. 그러면 그 통 속은 깊어져서 주의 없이 드나들던 저 쥐가 반드시 통 속에 빠져 죽을 것이고, 그러면 뭇 벌레의 밥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미리 추측한 것이지. 하시고 사람의 죄와 복에 대한 인과도 이와 다를 것이 없다고 말씀하셨다. 배를 채우기 급급하여 인과를 읽지 못한다면 거름통에 빠진 쥐와 다름이 무엇이겠는가.전거복 후거계(前車覆後車誡). 앞의 수레가 엎어지면 뒤의 수레에 경계가 된다고 하였다. 하, 은, 주의 삼대는 오래도록 번영하였는데, 그 이유는 지난 일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진나라는 몹시 빨리 멸망하였다. 어떻게 하여 멸망하였는지는 그 수레바퀴의 자국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런데도 그 바퀴 자국을 피하지 않는다면, 뒤에서 오는 수레는 필경 엎어질 것이다. 무릇, 나라의 존망과 다스림과 혼란의 열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한서(漢書)에 나온다.원불교화산교당 응접실에는 작지만 귀한 서각 작품이 벽에 걸려있다. 석전 황욱 선생의 글씨다. 단구무괴아심(但求無愧我心). 다만 내 마음에 부끄러움이 없기를 구할 뿐이다라는 내용이다.포토라인에 서서는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 없다고 장담 하였지만, 어느 날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합니다며 고개 숙이는 모습을 보이고 만다.행여 하늘과 땅을 속일지라도 자기 자신은 속일 수 없는 것이다. 자신을 기만하는 사람일수록 고위직이요, 재벌이요, 권력의 실세라면 그런 세상이 난세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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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1.31 23:02

연말까지 '처음처럼'…소원 이루기를

하루의 시간이 자시(子時)에 시작되듯이 1년의 세월 역시 자월(子月)의 한복판에 해당하는 동짓(冬至)날부터 시작된다고 보는 게 일반적 시각이다. 그래서 한 해의 액운(厄運)과 질고재앙(疾苦災殃)을 물리치고 길상(吉祥)과 건강, 행복을 간구(懇求)하는 마음으로 동짓날에는 양기(陽氣)를 상징하는 대표적 식품인 팥죽을 쑤어서 온 가족들은 물론이고 이웃 사람들까지 다 같이 나눠 먹곤 한다.선대의 지혜로운 이들께서는 우주 자연(天)의 양기(陽氣)는 동짓달(子月)부터 시작되지만, 사람의 새해는 인월(寅月)부터 시작되는 것으로 파악하여 사람 중심의 기준점을 세워 설이라는 이름으로 불렀는데 그에 따르면 올해 무술(戊戌)년의 경우 음력으로 정월 초하루는 양력 2월 16일에 해당한다.물론, 좀 더 높은 차원의 철학적인 의미에서는 영겁의 시간과 광대무변한 공간은 본래 시작도 끝도 없다는 것이 한민족의 세상을 처음 열었던(開天) 단군(檀君) 왕 검(王儉)의 지혜로운 가르침이고 그 내용은 천부경(天符經)에 시작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고 끝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다(無始無終)라는 말로 요약되어 나타나고 있다.그러나 태생적으로 유한한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는 우리 보통사람들의 경우 순환 무단의 영속적인 시간의 한 허리를 도려내어 시작과 끝을 정하여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고 인생의 고귀한 시간을 잘 관리하기 위한 노력을 끊임없이 기울이게 마련이다.자연현상의 시작이든, 인간 만사의 시작이든 시작은 중요한 의미가 있는 것이지만 그 의미를 반감시키고 퇴색시키는 결정적 계기는 시작할 때의 간절한 마음과 비장한 각오를 초지일관 한결같이 유지하지 못하고 시간이 흐를수록 흐지부지하다가 마침내 용두사미(龍頭蛇尾)로 끝내는 예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세계적으로 위대한 철인(哲人) 노자(老子)는 그의 저서 도덕경(道德經)을 통해 세상 사람들이 인생의 시간 관리를 그런 식으로 하면 무엇 하나 제대로 이루기 어렵다는 지적에 이어 시작과 끝이 다르지 않아야 한다는 고언(苦言)을 아끼지 않았다.천 리를 가려는 계획도 발밑에서 시작되는 법이다(千里之行 始於足下) 그런데 무리한 욕심을 가지고 뭔가를 하려고 하므로 실패하고(爲者敗之) 집착할 대상이 아닌데도 집착을 함으로써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치게 된다(執者失之). 보통의 사람들이 하는 많은 일이 늘 거의 완성단계에 가서 실패하는 것은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다(民之從事 常於幾成而敗之). 따라서 마지막까지 신중을 기하여 처음 시작할 때의 마음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면 실패할 일이 없을 것이다(愼終如始則無敗事).-도덕경 제64장우리 인생의 시간에서 무술년 한 해를 빛나는 삶의 한 페이지로 완성하려면 부디 연초에 마음먹은 그대로 작심삼일(作心三日)이 아니라 작심 삼백육십오일(作心三百六十五日)로, 연말까지 초지일관(初志一貫) 시종여일(始終如一)한 자세를 잃지 않고 계획하였던 일을 차질없이 성취시키려는 주도면밀한 노력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하겠다.곧 다가오는 입춘(立春) 절에 이어 설날을 맞으면서 시작될 올 한해는 우리 모두 마음속의 여의주(如意珠)를 득(得)하여 소원하는 모든 일이 뜻한 바대로 원만히 이뤄지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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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1.24 23:02

수공예 비즈니스

교육장 맨 앞자리에서 열심히 강의를 듣는 60대의 한 수공예가는 인체에 무해한 옷감으로 인형 캐릭터를 개발해 한 축제에 참여해서는 수백만 원의 수입을 얻었다. 또 한 사람은 자신의 작은 업체에서 한지로 여러 조형물을 만들며 체험과 연계해 연간 억대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현재 우리 전당에서 실시중인 수공예 상용화 교육 장소에서 직접 들은 얘기들이다. 수공예가로 이미 입지한 사람, 또는 그렇게 되어 보고자 하는 사람들 모두 새로운 정보를 얻고자 강의실 열기가 늘 뜨겁다.전주에는 수제작 관련 업체가 대략 200개 정도 되고 여기에 종사하는 사람은 600명 정도가 된다. 한복을 비롯한 섬유 관련 업체가 40% 이상을 차지하고 한지, 장신구, 도자, 목조각 등을 만드는 업체의 수공예가들이 나름대로의 제품(작품)을 만들어 내며 전통문화도시 속 한 분야의 역할을 맡고 있다.그런데 안타까운 것은 만들어 내는 것의 대부분이 획일적인 것인데다 생계유지를 걱정해야 할 만큼 판로에 애로를 겪고 있다는 것이며 그들 종사자 중 상당수는 60대 이상의 연령층이라는 사실이다. 또 직접 판매 비율이 80% 이상이어서 가게에 사람이 드나들지 않으면 수입을 기대할 수 없어 더 좋은 수입원이 있다면 당장이라도 지금의 직업에서 손을 떼고 싶어 한다는 것. 그러니 더는 같은 기술을 배우려 하는 사람이 없고 그 때문에 결국은 머지않아 그 맥이 끊길 것이라는 우려를 낳는다.전주는 기능분야 무형문화재만 24명이나 될 만큼 수공예의 전통적 기반이 풍부하다. 전통의 본질이 훼손될 것으로 우려되는 것은 잘 전수해서 그 가치가 손상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보존과 계승을 근저에 두되 동시대의 생활상과 요구에 맞게 우리의 수공예가 재창조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수공예는 자신만의 감성이 가장 요구되는 작업임에 틀림없으나 자신의 솜씨만을 고집하는 한계에서 벗어나 내 밖에 있는 솜씨와 정보와 지혜를 보태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를테면 수공예 분야에서도 새로운 흐름으로 확장되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의 개념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그런 점에서 수공예의 요즘 화두는 대개 체험과 융복합, 마케팅 등이다. 빈 공간을 잘 활용해서 색다른 체험의 기회를 만들고 소재와 디자인을 변화시켜 관심을 집중시키며 가격과 패키지에도 신경을 써 판로를 개척하자는 것 등인데 그래야 소비자의 주목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또 노련한 멘토의 도움도 중요할 것이고 성실성 또한 중요한 요인이 될 것이다.우리 전당 입주업체의 경우 전통 한옥 소제에 3D 프린팅 기술을 접목시킨 조형물로 젊은 층을 공략해 이미 억대의 매출을 넘기고 있는가 하면 음질이 뛰어 난 탄소해금을 개발하여 작금 블루오션을 공략하고 있는 이, 또 단 한 사람의 체험객에게 정성을 다한 결과 블로거를 통해 600명이 넘는 고객을 만들어 매출을 고공 상승시키고 있는 사례가 있다. 부(富)를 추종하자는 것이 아니라 변화가 부(富)와 함께 내 일의 자긍심을 가져온다는 얘기를 하고 싶어서다.오늘날 천만 관광객을 끌어 모으고 있는 우리 전주 한옥 마을의 인기 그 저변에는 시대 흐름에 맞춰 도시 속에서 잘 변화해 가고 있다는 사실을 생각해 볼 때 우리의 수공예도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도시 속에서 그런 변화의 과정이 절실하다는 것을 간과하지 않았으면 한다.△오태수 원장은 KBS 전주방송총국장백제예술대학교 방송연예과 교수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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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1.17 23:02

새해의 언어

언어와 사고는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인간은 동물과 달리 언어를 사용함으로써 의사소통을 하고 사고능력을 발달시킬 수 있었다. 그러므로 언어가 신중하고 깊으면 사고도 깊다고 할 수 있다. 이글에서는 우리 선인들의 언어 표현에는 어떤 사고가 나타나 있는가를 살펴보고, 새해에는 어떤 언어로 바람직한 생활을 할 것인가를 생각해 보기로 한다.우리 선인들은 많은 역사를 거쳐 오는 동안 문학적 수사로 우리의 언어를 꽃피워왔다. 그 중에서 속담은 오랜 세월 동안 선인들의 삶의 모습과 애환을 통해 얻은 학습의 소산이라고 할 수 있다. 속담은 생활의 체험으로 이루어진 관용적 표현이기 때문에 그 속에는 우리 선인들의 생활과 의식이 축적되어 있다. 속담사전을 보면 말에 관한 속담이 제일 많이 나온다. 그 이유는 우리는 하루도 말을 않고 살 수 없기 때문이다.말 한 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거나 혀 아래 도끼 들었다는 속담이 있다. 속담은 어떤 개념이나 사실을 다른 대상에 빗대어 풍자적으로 표현하기 때문에 이 속담에도 함축적 의미가 담겨있지만, 전자는 언어가 지닌 훈훈한 인간적 감동을, 후자는 언어가 지닌 인간적 난폭성을 풍유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새해에는 혀 아래 도끼보다는 말 한 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 보은의 해가 되기를 희망한다.우리 선인들은 한해가 시작되는 날을 신일(愼日)이라 하여 말을 삼가고 몸가짐에 어긋남이 없도록 하였다. 나의 말로 인하여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거나, 내 탓으로 욕을 먹으면 일 년 내내 순탄치 못한 일들이 생긴다하여 근신의 날로 삼았다. 말로 받은 상처는 치유하기가 힘들다는 것도 우리 선인들은 알고 있었다. 어른들은 덕담으로 새해의 빛을 열어주고 아랫사람들은 세배로 그 언어에 보답하였다. 그 분들은 언어에 힘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자신이 보낸 덕담이 이루어지리라는 것을 믿고 있었다. 새해에는 이러한 힘이 있는 신일의 언어를 많이 쓰면 좋겠다.우리 선인들은 말에는 신비한 힘이 있다고 믿었다. 정화수를 떠놓고 소원을 빌거나 축문을 읽으며 하늘에 소망을 기원했다. 먼 길 가는 사람에게나 시험을 치르러 가는 사람에게는 험한 말이나 맺힌 말을 삼갔다. 어린 아이에게도 금기시된 말을 하지 않았다. 입춘에는 여러 사람들이 볼 수 있는 곳에 입춘방을 붙여 놓는 것도 말에 신비한 힘이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불의나 악의에서 나온 독 묻은 말은 화살이 되어 자신에게 되돌아간다는 엄청난 언어의 신비함도 알고 있었기에 우리 선인들은 더욱 말을 아꼈고 다듬어 썼다. 새해에는 이처럼 언어의 신비한 힘을 믿는 소망스런 말을 쓰면 좋겠다.요즈음은 막말이 홍수를 이루고 있다. 인터넷이나 SNS에서 올라온 말들로 상처를 입는 사람들이 많다. 때로는 이로 인해 법의 심판을 받는 연예인이나 낙마하는 정치인이 있다는 것도 우리는 알고 있다. 이들은 말에는 보이지 않는 신비한 힘과 독 묻은 부메랑이 있다는 것을 잊고 있었기 때문이다.언어는 사고 과정에서 인식의 틀 또는 세상을 보는 창으로서의 역할을 한다. 어떠한 모양의 틀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만들어지는 물건이 달라지고, 어떤 색깔의 창을 통해 바라보느냐에 따라 그 대상의 색깔이 달라지듯이 어떤 언어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인간의 사고도 달라진다. 새해에는 이와 같은 언어와 사고의 관계를 이해하여 정갈한 언어생활을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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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1.10 23:02

난세를 무사히 살아갈 비결

무술년(戊戌年) 새해가 밝았다. 지난 해 우리는 다사다난이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많은 일을 겪고 새날을 맞았다. 권세와 명예, 재력과 건강의 무상함을 극명하게 바라보며 보낸 세월이었다.새해가 되면 언제나 떠오르는 법문이 있다. 원불교 교조이신 소태산대종사가 세배를 받고 답례로 준 난세를 무사히 살아갈 비결이다.세상을 살아가는 데는 부드러운 것이 제일 귀하고(處世柔爲貴), 단단하고 굳셈은 재앙의 근본이니라(剛强是禍基). 말할 때는 어눌한 듯 조심히 하고(發言常欲訥), 일 당하면 바보인 듯 삼가 행하라(臨事當如痴). 급할수록 그 마음을 더욱 늦추고(急地尙思緩), 편안할 때 위태할 것을 잊지 말아라(安時不忘危). 일생을 이 글대로 살아간다면(一生從此計), 그 사람이 참으로 대장부니라(眞個好男兒).라는 선현(先賢)의 시(詩) 끝에 이대로 행하는 이는 늘 안락하리라.라고 첨언해 주셨다.이 시는 월파 유팽로(月波 柳彭老 15541592)의 한시로 추정된다.유팽로 선생이 성균관에 재직하던 중 1592년 4월 13일 임진왜란이 일어났다. 의병을 일으킬 것을 결심하고 서울을 떠나 고향인 옥과현으로 돌아가던 4월 20일 순창의 대동산 앞들에서 500여 명의 군사들을 규합하여 임진왜란 최초로 의병의 기치를 올렸던 분이다. 그 후 유팽로 선생은 전라도 연합의병 결성에 주도적 역할을 했고, 7월 10일 금산 전투에서 왜군과 치열한 전투를 벌이다 고경명 장군을 치려는 적장의 칼을 대신 받음으로써 39세로 순절하셨다.그런데, 정말 명쾌하지 않은가! 반어법으로 세상을 살아갈 비결을 밝힌 내용이 400여년을 지난 오늘에도 한 치의 어김이 없다.세상 사람들은 강하고 굳세기를 원한다. 강하고 잘나야 사람들에게 대접받고, 경쟁에서 이겨야 살아남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부드러운 것이 세상을 지배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연약한 물이 바위를 뚫고, 봄바람이 동장군 보다 더 힘이 세며, 부드러운 혀가 이빨보다 오래 남아 있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결국 오래 남아 있는 자가 승리하는 것이다.달변이나 웅변보다도 더듬거리면서 하는 진정어린 말이 사람을 쉽게 설득하는 힘이 있다. 말을 삼가고 행동을 삼가면 인간관계의 성공이 그 가운데 있다.급할수록 돌아가라. 돌아가는 길이 되려 지름길이 되는 경험은 누구에게나 한두 번쯤은 있다.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급할수록 그 마음을 더욱 늦추고, 편안할 때 위태할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우주가 음과 양이 서로 관계하는 이치를 따라 존재하는 것과 같이 인간에게는 선과 악의 인과보응으로 존재하게 되고, 천지에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있듯이 인간은 생로병사로 변화하면서 끝없이 돌고 돈다. 영원히 변하지 않는 것은 하나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편안한 곳에 있으면 모든 것을 놓고 안일에 빠지기 쉬운 것이 바로 사람이다. 험준한 산길에서는 오히려 잘 넘어지지 않고 평탄한 길에서 넘어지기 쉬우며, 역경을 딛고 성공하기는 쉬우나 순경에 방심하지 않기는 어렵다는 것이 바로 이 안시불망위(安時不忘危) - 편안할 때 위태할 것을 잊지 말고 미리 준비하라는 것이다.그러나 아무리 좋은 말씀도 몸소 실천하지 않으면 허공에 뜬 말씀에 불과하니, 무술년 새아침에는 이 비결을 마음에 새겨 난세를 살아가는 데 큰 힘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황인철 교무는 원불교신문사 사장과 원음방송 사장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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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1.03 23:02

모두의 것을 모두에게

블루마블이라는 보드게임이 있다. 주사위를 굴려 말을 이동하고 게임판의 땅을 최대한 많이 사들이고 건물을 올린다. 상대 플레이어가 자기 땅을 밟으면 임대료와 비슷한 통행세를 받고 상대가 돈을 다 잃고 파산하게 만들면 이기는 게임이다. 이 게임의 원조는 모노폴리(독점)라는 게임인데 이 모노폴리에도 원조가 있다. 바로 1904년 만들어진 지주게임(The Landlords Game)이다. 지주게임은 독특한 목적을 가지고 만들어졌다.엘리자베스 매기는 당시 미국에서 토지사유제로 인해 나타나는 폐해를 고발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이 게임을 만들었다. 땅을 많이 소유한 플레이어가 결국 살아남고 나머지는 모두 파산하는 게임의 내용은 당대의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었다. 그녀는 이런 폐해에 대한 대안으로 제시되었던 토지공개념 사상 또한 알리고자 했다.토지공개념이란 무엇일까. 토지는 모든 국민들의 국토라는 특성과 자본주의 사회에서 개인의 재산이라는 두 가지 특성을 모두 갖는데 이 중 국토로서의 공공성(公共性)을 강조하는 것이 토지공개념이다. 이 토지공개념은 최근 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언급하면서 더욱 알려졌는데 그 사상적 기원은 1800년대 후반의 경제학자인 헨리 조지까지 올라간다. 헨리 조지는 당시 뉴욕에서 도시는 성장하는데 빈민의 삶은 더욱 열악해지는 모순을 바라보며 그 원인이 어디에서 왔는지 깊이 고민하였다.그 고민의 결과로 저 유명한 진보와 빈곤이라는 저서를 집필하였고, 그 책에서 그는 토지소유자들이 도시의 발전으로 인해 창출되는 부의 대부분을 불로소득으로 취득하게 되면서 가난한 이들은 계속 가난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을 펼친다. 곧 사회적 불평등을 양산하는 핵심은 토지에서 발생하는 소득의 전적인 사취라는 것이다. 헨리 조지는 이에 대한 해법으로 토지가치세를 부과하여 불로소득의 일정 부분을 국가에서 환수할 것을 제안한다.최근 토지의 공공성에 대한 토론이 활발하다. 헨리 조지 포럼이 국회의원과 함께 지대개혁 토론회를 개최하는가 하면 개헌을 앞두고 시민단체가 모여 토지공개념을 헌법에 명시하자는 토론회를 열기도 한다. 사회가 성숙해져가면서 공적인 자원, 즉 모두의 것의 공공성을 회복시키는 것에 사회가 더욱 관심을 가지게 된 것으로 보인다. 공공성의 회복은 우리 사회의 오랜 병폐인 승자독식 문화에 대한 저항이기 때문이다. 공공성을 회복해야 할 모두의 것은 토지에만 국한되지 않는다.2001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조지프 스티글리츠는 <불평등의 대가>에서 이렇게 말한다. 오늘날 지대는 여러 가지 모습을 띠고 있다. 토지 뿐 아니라 석유, 가스, 광물, 석탄 등의 천연자원의 가치에 지대가 부과될 수 있다. 그 밖에도 지대는 독점을 비롯한 다양한 원천에서 발생한다. 한국 사회 공공성의 회복을 위해서는 모두의 것에 대한 모노폴리(독점)가 어디에서 이루어지는가를 자세히 살펴봐야 한다.사람들이 옷깃을 단단히 여밀 만큼 날이 추워지니 거리 곳곳에 가난한 이들을 위한 빨간색 자선냄비와 종소리가 울려 퍼진다. 예수의 탄생을 기념하는 크리스마스 즈음에 공공성의 회복에 대해 생각해본다. 예수는 어떤 시대를 살아갔던가? 예수가 꿈꾸었던 하나님 나라는 무엇이었을까? 이어지는 고민과 성찰 속에 그가 가르쳐준 기도의 한 구절을 한 글자씩 되짚어본다.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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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12.27 23:02

전주가 조선의 4대 길지(吉地)

영조 33년(1757) 홍양한의 <여지도서>에 덕진연지(德津蓮池)는 덕진지(德眞池)라고도 하는데 전주관아 북쪽 10리에 있다라면서 고을 땅의 형세가 서북쪽 방향이 텅 비어 전주(全州)의 땅기운이 새어나간다. 고로 서쪽 가련산(可連山)으로부터 동쪽 건지산(乾止山)까지 큰 둑을 쌓아 새어나가는 땅기운을 멈췄다라 했다. 건지산은 마이산으로부터 와 전주부의 진산(鎭山)이 되었다. 부의 남쪽 3리에 곤지산(坤止山), 안산(案山)으로 부의 남쪽 3리에 완산(完山)이 있는데, 모두 고덕산(高德山)으로부터 내려왔다고 했다.이규보는 <남행월일기> 속에 전주에는 중자산(中子山)이란 크고 웅장한 산이 있는데 부의 남쪽 남천너머 나지막한 완산의 이름을 따서 전주의 지명을 삼았는지 참으로 이상한 일이라 하였다. 본디 백제 완산은 비사벌(比斯伐), 비자화(比自火), 온다라, 온드르라 했고, 신라 진흥왕 16년(555)에 완산주, 경덕왕 15년(756)에 지금의 전주로 바꾸어 9주(州)를 두었다.덕진지는 그 모양이 연꽃형상이고 건지산은 연잎모양이어서 석물이 있으면 물속에 가라앉음으로 조선 태조 이성계의 21대조 신라 사공(司空)공 이한(李翰)의 묘소가 있는 조경단에는 돌비나 상석 등이 일체 없다. 본디 전주는 태조의 본관향임으로 전라감영터를 정할 때 명나라로부터 두 번씩이나 퇴를 당하였지만, 가련산(可連山)을 그려 보내고서야 인정을 받았다는 설화가 고려대 나옹(懶翁)과 무학이 남긴 <금감록(金鑑錄)>, 혹은 <삼이록(三移錄)>의 비기( 記)에 전해온다. 전주는 개성, 평양, 한양과 더불어 조선의 4대길지로 손꼽았다.특히 덕진연못의 연꽃은 조선건국이념인 유교의 성리철학과도 깊은 관련이 있다. 성리학의 태두 주돈이(1017-1073년)가 여산 연화봉(蓮花峰) 아래 염계(濂溪)에서 남긴 <애련설(愛蓮說)>이 그것이다. 진나라 도연명은 홀로 국화를 사랑했고, 당나라 이래 세상 사람들은 모란을 사랑하였다. 나는 유독 진흙 속에서도 더러워지지 않고, 요염하지 않으며, 향기는 멀어질수록 더욱 맑고 오뚝한 모습으로 깨끗하게 서 있어 좋아한다는 연꽃설이 고산의 <오우가> 중 대나무의 속성을 노래한 것과 같다. 나무도 아닌 것이 풀도 아닌 것이/ 곧기는 뉘 시킨 거며 속은 어찌 비었느냐/ 저렇게 사시에 푸르니 그를 좋아 하노라라는 무욕(無慾)과 정직(正直), 불변(不變)의 선비적 고결(高潔)성이 짙게 풍겨난다.태종 11년(1410) 전주, 경주, 평양에 태조의 어진전(御眞殿)을 세웠는데, 세종 때 경기전이라 개칭하였다. 영조 때 건지산 조경단에 조경묘(肇慶廟)를 세워 사공공 이한(李翰), 동비 경주김씨 위패를 모셨고, 고종조에 대한조경단(大韓肇慶壇)이란 고종의 친필석비를 세웠다. 발산에 목조 이안사의 유허비, 오목대에 태조의 주필유지비를 남겨 전주가 조선조의 본향임을 웅변하고 있다. 이제부터라도 완전한 땅, 우리 전주가 조선 4대 길지(吉地)라는 옛 명성을 되찾았으면 얼마나 좋을까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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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12.20 23:02

보수엘리트의 논리

며칠 전부터 보수의 논리가 궁금해 인터넷을 뒤졌다. 그러다 2017년 6월 23일에 열린 한 토론회에서 보수주의를 설명한 서울대 박지향교수의 자료를 찾았다.박교수가 말하는 보수이념은 간단명료했다. 첫째, 인간은 비이성적이고 본능에 충실한 존재다. 그래서 법에 의한 정치가 필요하다. 둘째, 세상은 불평등한 유기체다. 어떤 사람은 머리, 어떤 사람은 팔이나 다리가 된다. 다만 머리, 팔, 다리 모두가 소중하다. 셋째, 제도나 법, 관습은 뭔가 좋기 때문에 살아남은 것이다. 살아남은 역사, 전통, 제도를 존경해야 한다. 잘못된 것을 고쳐나가되 기본 틀은 유지해야 한다.엘리트는 능력으로 좌우된다. A학점을 받기 위해서는 열심히도 해야 하지만 잘해야 한다. 잘하기 위해서는 타고난 재능이 필요하다. 엘리트가 되지 못하게 태어난 약자는 공정한 게임으로 보살펴야 한다. 이것이 보수이념이란다.보수의 논리에서 조건과 결과는 불평등하다. 보수가 추구하는 평등은 기회의 평등이다. 풀어보면, 타고난 재능으로 살아남아 불평등한 결과를 누려라, 결과가 불평등하다고 불만을 갖지 마라, 기회가 평등했으니, 이 말인 것 같다.『왜 예술가는 가난해야 할까』라는 책을 쓴 한스애빙은 예술가이자 경제학자다. 그는 예술가가 가난한 많은 이유 중에서 공급과잉현상을 핵심으로 꼽는다. 승자독식이 주는 장밋빛 환상에 이끌려 예술가지망생이 대거 몰리고, 이 때문에 가난한 예술가가 생겨난다는 것이다. 그는 국가가 예술가를 지원하면 시장에 관심을 갖지 않는 예술가가 늘어나게 되고 결국 국가지원이 예술가의 경쟁을 왜곡시키며 빈곤현상을 심화시킨다고 주장한다.그가 내놓은 답은 시장이다. 그의 주장은 이렇다. 국가가 지원하지 않아도 예술은 신화적이기 때문에 헌신하는 예술가는 생겨난다. 국가가 지원하니 재능이 없는 사람들이 예술을 하겠다고 덤빈다. 국가가 지원을 끊고 시장에 맡겨 놓으면 밥벌이가 안 되는 예술시장에 진입하려는 사람이 줄고, 공급과잉이 해소된다. 재능이 없다면 예술가가 되지 말라. 그래도 예술을 하겠다면, 경쟁력을 키워 시장에서 살아남아라.박교수가 말하는 보수이념과 딱 들어맞는다. 예술적 재능이라는 조건은 불평등하다. 기회는 균등하게 주어진다. 다만 시장에서. 결과는 당연히 불평등하다. 기회가 균등했으니 결과가 불평등하다고 불만을 가질 일은 아니다. 예술적 재능이 없다면 다른 일, 즉 머리 말고 팔과 다리가 되라고 충고한다. 시장에서 살아남아 서울대 교수가 되고, 예술가이자 경제학자가 된 보수엘리트로선 당연한 논리다. 정말 공정한 게임인가는 감춰진 채.사라져가는 소수민족의 언어, 낡은 것으로 내몰린 전통문화, 경제논리에 사라지는 인문학, 박교수의 논리라면 뭔가 좋지 않기 때문에 사라졌거나 사라지고 있다. 그런데 박교수가 전공한 서양사학도 인문학인데, 자신의 학문이 사라지는 것도 당연하게 받아들이나? 보수엘리트의 논리는 결국 살아남은 강한 자들의 논리다.예술을 시장에 맡기자는 한스애빙의 결론은 무책임하고, 예술은 그래도 살아남을 것이라는 희망은 일방적이다. 그럼에도 한스애빙의 주장에 빗대어 예술인복지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여전하다. 시장에 맡겨 살아남는 예술이 있지만 살아남지 못할 예술이 있다. 시장에 살아남지 못하는 예술 중에는 꼭 간직해야할 문화적, 정신적 가치를 지닌 것이 많다. 더욱이 예술은 공익적 가치가 크다. 창의시대를 사는 미래세대에게는 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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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12.13 23:02

별, 꿈, 사랑

어느덧 금년도 마지막 달이다. 세월이 참 빠르다는 생각과 함께 국내외적으로 많은 일이 있어 정말 다사다난한 해였다.미국은 트럼프 정부가 출범하였고 독일의 메르켈 총리는 총선 승리로 16년 장기 집권으로 이어지게 되었으며 프랑스는 마크롱이 프랑스 역사상 가장 젊은 대통령에 당선되었고 우리나라는 초유의 대통령 탄핵과 조기 대선으로 새로운 정부가 탄생하여 70% 이상의 지지율로 순항하고 있다. 2017 대한민국의 키워드로 욜로(YOLO) 라이프가 많이 언급되었지만 혼밥 혼술 혼영으로 일컬어지는 1코노미가 아닐까 한다. 1인과 이코노미를 조합한 단어로 철저하게 취미와 여가 생활을 혼자 즐기는 1인 중심의 생활이 꽤 많아진 것 같다.전라북도에서는 세계태권도대회를 성공리에 치르고 2023 세계잼버리대회를 유치하는 쾌거를 이룩하는 전대미문의 성과를 거두었다. 전북 몫 찾기와 전북자존의 시대 선포로 자존심과 긍지를 높이는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우리 전북개발공사는 설립이후 처음으로 행정안전부로부터 2년 연속 최우수등급을 받았고 최근에는 여성가족부로부터 2017가족친화인증기관에 선정되기도 하였다. 가족친화인증 제도는 일과 가정생활을 조화롭게 수행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가는 제도로 여가부에서 심사를 통하여 인증을 부여하고 있다.또한 공기업의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하여 1사1묘역 가꾸기 사업을 추진하기로 하고 임실 소재 국립 호국원과 협약을 맺고 1,400여기의 참전용사 묘역을 관리하기로 하여 나름 의미 있는 일이다.요즈음 부쩍 강조되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은 기업의 이해 당사자들이 기업에 기대하고 요구하는 사회적 의무들을 충족시키기 위해 수행하는 활동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기업이 얼마나 사회에 이익을 주었느냐 즉 공익에 얼마나 기여하였느냐 인데 특히 공기업에서는 더욱 강조되는 사항이다.우리가 세상에 살아가면서 세 가지 중요한 금은 황금, 소금, 지금이라고 한다. 황금은 경제를 말하고 소금은 건강을 상징하며 지금은 시간을 의미한다.먼저 건강의 소중함은 말할 필요도 없다. 그런데 왜 소금이 건강을 상징할까? 생명을 유지하는데 꼭 필요한 것이 소금이다. 그런데 황금보다 소금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지금이라고 한다.톨스토이의 단편소설 세 가지 질문으로 가장 중요한 시간이 언제인지, 가장 중요한 사람이 누구인지, 가장 중요한 일이 무엇인지를 묻는다. 여기에서도 가장 중요한 시간은 현재 이며 가장 중요한 사람은 당신과 함께 함께 있는 사람이며 가장 중요한 일은 당신과 함께 있는 사람에게 선행을 베푸는 일이라고 말하고 있다. 우리에게 가장 소중한 시간이 바로 지금이고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이 가장 중요한 일인 것이다.모두들 희망의 새해를 바라보며 준비에 여념이 없는데 내년에는 평창 올림픽과 러시아 월드컵이 있고 지역의 리더를 선출하는 지방선거도 있다. 전라도 정도 천년을 맞이하여 새로운 천년을 준비하는 시기이며 우리 전북개발공사도 창립 20주년을 앞두고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여 힘찬 날갯짓을 하여야 할 때이다. 새만금 Gate way 투자유치와 개발을 통하여 새로운 새만금의 비전을 제시하고 농촌 지역에 이르기 까지 집 없는 서민들에게 내 집 마련의 기회와 양질의 주거공간을 제공하는 일도 계속 진행하여야 한다.하늘의 별을 좋아하는 사람은 꿈을 가진 사람이고/ 땅의 꽃을 좋아하는 사람은 아름다운 사람이고 / 눈을 좋아하는 사람은 순수한 사람이고/ 비를 좋아하는 사람은 추억이 많은 사람이고/ 이 모든 것을 다 좋아하는 사람은 사랑을 지닌 사람입니다. 또 다시 새해에도 지금처럼 바쁜 일상이 계속 될 것이다. 한 해의 끝자락에 꿈, 사랑을 노래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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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12.06 23:02

작은 방 밖으로

1840년대, 독일에 루돌프 피르호라는 의사가 있었다. 그는 젊은 나이에 혈전증에 대해 과학적 학설을 제시하는 등 학문적 능력이 탁월하였을 뿐 아니라, 당대 독일 의학계에 관찰과 실험으로 검증된 의학을 기초로 한 의료를 요구하는 소신도 겸비한 의사였다. 1848년 독일의 북부 실레지아 지방에 발진티푸스 전염병이 창궐하자 독일 정부는 잘나가던 피르호를 그곳으로 파견하여 조사하게 했다. 그 지역은 극빈층의 폴란드 소수민족이 살던 곳이었고 피르호는 영양결핍과 가난, 전염병에 신음하는 비참한 현장을 보게 된다. 파견 3주 뒤 피르호가 작성한 발진티푸스 창궐에 대한 보고서에는 놀라운 처방이 실린다. 그가 내린 처방은 환자 개개인에 대한 투약이나 식품, 주거 공급이 아니었다. 그는 정치적 자유, 교육체제의 개혁, 가난한 이들에게 물리던 세금을 부자 지주에게 전환할 것 등 사회적 처방을 지시하였다. 질병의 원인은 사회적 불평등과 부정의한 제도에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나는 종일 작은 방에서 환자를 진료하는 일을 생업으로 삼고 있다. 통증의학을 전공한 터라 이곳저곳 아픈 증상을 호소하는 분을 자주 만나고 있다. 그렇게 만났던 분 중 오래전 만났던 한 환자를 잊을 수 없다. 건장한 체격의 그는 심한 우측 팔꿈치 통증으로 병원에 찾아왔고 초음파 검사상 힘줄과 인대의 손상이 매우 심한 상태였다. 그는 공장에서 무거운 물건을 들어 옮기는 일을 오랫동안 해왔고 이미 수년 전부터 아플 때마다 팔꿈치에 스테로이드 주사를 맞아 왔다고 했다. 나는 현 상태에서 스테로이드 주사를 또 맞는 것은 손상을 악화시킬 우려가 있으니 당장 통증을 완화하지 못하더라도 일을 좀 쉬면서 증식치료를 해보기를 권하였지만 그는 내 제안을 거부하고 스테로이드 주사를 맞길 원했다. 하루라도 빨리 통증을 줄여 일하러 가야한다고 했다. 그 치료가 장기적으로 손해라는 것을 알아도 업무에 서둘러 복귀해야 하므로 달리 선택할 방법이 없다고 했다. 그렇게 말하는 환자 앞에서 나는 의사로서 무기력했다. 치료받기 위해 잠시 쉬면 계속 쉬어야 한다는 그의 말이 머릿속에 한동안 머물렀다. 그에게 무엇을 해줘야 했을까 고민해도 답은 없었고 끝내 나는 작은 방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생각 앞에 서게 되었다.수당시대에 쓰여진 천금요방 권1의 논진후제사에 상의의국, 중의의인, 하의의병 이란 문장이 있다. 상의는 나라를 치료하고, 중의는 사람을 치료하고, 하의는 병을 치료한다는 뜻이다. 얼마 전 아픔이 길이 되려면을 읽으면서 계속 떠올린 문장이었다. 이 책의 저자인 사회역학자 김승섭 교수는 질병의 사회적 원인을 냉철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설명하고 있다. 일터가 안전할수록 노동자의 금연율이 증가한 이야기, 동유럽에서 IMF 구조조정 프로그램을 이행하면서 결핵 환자들이 증가한 이야기를 읽으며 우리가 치료해야 할 것은 환자 개인뿐 아니라 사회와 공동체라는 것에 더 강한 확신을 하게 되었다. 지금 우리 사회는 아프다. 어떤 이는 가난해서 아프고 어떤 이는 부유해서 아프다. 여기저기서 신음이 들린다. 그때 사회역학은 얘기해준다. 나와 너는 분리되어 있지 않다. 나와 사회도 분리되어 있지 않다. 우리는 하나로 연결되어 있고 그렇게 우리는 한 몸이라고.우리가 하나라는 것을 알게 된 지금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 피르호의 말을 옮겨본다.의학은 사회과학이며 정치는 큰 규모의 의학일 뿐이다. 의학은 인간과 사회의 문제를 지적하고 그에 대한 이론적 해결책을 찾아내야 하며, 정치가와 실천적 인간학자는 실천적 해결책을 제시할 의무를 진다. 의사는 가난한 자의 대리인이며 사회적 문제도 크게 보면 의학의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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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11.29 23:02

우리 문인들 삶의 지남

고려, 조선조에 이르기까지 문관 관료는 문필을 중심으로 백성을 다스리고 국가를 관리하는 문관(文官)정치의 중심세력이었다. 이들을 사대부(士大夫)라 했는데, 이는 선비인 사(士)라는 학자층과 종5품 이상 정1품을 일컫는 대부(大夫)의 복합어다.고려의 대문장가 이규보는 13차의 몽고의 침입으로 피폐된 민심과 황폐된 나라를 걱정하며 고려가 중국대륙을 호령했던 고구려의 후국임을 천명하고, 그 웅혼한 기상과 민족혼을 드높이고자 28왕 705년간의 장엄한 역사를 총 4,000자가 넘는 장편대서사시 <동명왕편>에 남겼다. 그리고 동명왕 설화는 귀(鬼)가 아닌 신(神)이고, 환(幻)이 아니라 성(聖)이라며 고려가 천손(天孫)과 성인의 나라임을 밝혔다. 그러나 김부식의 <삼국사>에 역사란 세상을 바로잡는 글이니 이상한 일을 후세에 남겨서는 안 된다는 생각으로 <구삼국사>의 단군설화를 제외하는 우(愚)를 범했다고 하였다.생육신인 김시습은 세조가 계유정란을 일으키자, 삭발중이 되어 세상을 떠돌다가 남원의 <만복사저포기> 등 가전체소설 <금오신화>를 남겼다. 남아가 도(道)를 행할 수 있는데도 출사(出仕)하지 않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요, 도를 행할 수 없으면 홀로 몸이라도 지키는 게 옳다며 사대부의 출(出)과 처(處)의 길을 분명히 제시하였다.현곡 조위한은 광해군 10년(1618)에 치사(致仕)하고 남원 주포로 귀향, 임란에 실제 참전했던 최척이 옥영이란 처자와 중, 일, 조선 3국을 방랑하며 전쟁의 참혹함을 고발한 다큐적 한문소설 <최척전>을 남겼다. 또한 3차의 내, 외란으로 인한 민생의 참담한 울분과 한탄, 선조의 무능한 정정(政情)을 고발한 가사 <유민탄(流民歎)>을 지어 나라 안이 광풍이 일자, 결국 광해군의 암행조사로 작품이 인멸되었다. 다만 홍만종의 <순오지>에 송나라 정협의 <유민도(流民圖)>와 표리(表裏)가 됨직하다는 단평만이 전한다.연시조 10수의 <고산별곡>을 남긴 임실 옥경헌 장복겸이 헌종 11년 흉년으로 인한 극심한 기근(飢饉)에 탐관오리들의 악랄한 고리환상(高利還上)제도를 고발하고, 무위도식하는 선비들을 각각 업유(業儒), 업무(業武), 업농(業農) 등 3분(分)하여 일하게 해야 한다는 <구폐소(救弊疏)>를 올렸다. 후산 이도복은 마이산의 절경을 노래한 <이산구곡가( 山九曲歌)>를 남긴 후 을사오적을 처단하라는 <청토오적소(請討五賊疏)>를 올리고, 1907년 8월 진안 의병장 이석용과 전기홍을 중심으로 300여 동지들과 함께 의혈동맹단을 조직하여 조선 최초 의병봉기를 함으로써 지행(知行)일치의 본보기가 되었다.익산의 가람 이병기는 조선의 전통적인 시조장르에 6종(種)의 혁신론을 주창하여 현대시조시로 전승시킨 위업을 남겼고, 1921년 12월 조선일보 장지영을 중심으로 15인의 조선연구회를 조직, 일제의 조선어말살정책에 저항을 하였다. 1942년 10월 종로경찰서에 장수의 한글학자 정인승이 연행되고 조선어학회원 등 33인이 체포되는 조선어학회사건 때도 이들은 문인다운 아름다운 자세를 잃지 않았다.이렇듯 문인 사대부들은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행함으로써 우리는 세계적인 반만년 민족의 존엄성과 나라의 국권을 지킬 수 있었다. 불문학자요, 비평가인 이헌구(1905- 1982)는 일찍이 <시인의 사명>이란 글에서 나라가 평화로울 때 시인은 문화의 비싼 장식이지만, 비운(悲運)시엔 민족의 예언자요, 민족혼을 일깨우는 선구자라 설파했다. 이처럼 민족과 국가를 위한 사대부들의 헌신적인 충정을 본받아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문인들 삶의 지남(指南)으로 삼아야 할 것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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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11.22 23:02

1971년생

2017 행정자치통계연보를 보면 1971년생이 94만5,524명으로 가장 많았다. 1968년생이 92만8,518명, 1969년생이 92만6,343명으로 뒤를 이었다. 1971년생이 주인공인 <응답하라 1988>을 봤을 때처럼, 1971년생인 나로서는 1등이라는 것에 괜스레 우쭐대졌다.생각해보면 동갑내기가 많은 게 좋은 일만은 아니었다. 어릴 땐 또래가 넘쳐나 심심하지 않아 좋았지만, 경쟁자가 많은 만큼 대학문과 취업문은 더 좁았다. IMF세대로 불렸으니, 많은 친구가 좌절을 맛봤다. 더 큰 문제는 노후다.2017년 8월에 한국은 공식적으로 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일본학자 후지타 다카노리는 고령사회에서 노인은 수입이 없고, 저축이 없고, 의지할 관계가 없는 하류노인이 되거나, 과로로 죽는다고 경고한다. 저녁 대신 과로와 가난만 있는 노후가 어쩌면 경쟁 속에서 치열하게 살아온 1971년생의 정해진 미래일 수 있다.통계청의 장래인구추계를 보면 2032년부터 우리나라 인구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바뀐다. 1971년생이 만60세로 퇴직한 바로 다음해부터다. 이 말은 생산인구가 급격히 줄어들어 국가가 1971년생의 노후를 온전히 책임질 수 없다는 것을 뜻한다. 미래가 이러하니, 지금이라도 스스로 노후를 준비하면 된다?한국에서 가장의 나이가 만으로 46세일 때 가계소비가 정점에 이른다. 올해 1971생이 딱 그 나이다. 그래서 그런지 나의 가계소비도 정점이다. 이것저것 떼고 남은 월급을 네 등분으로 나누면, 부모님 생활비와 아이 교육비, 빛 상환과 공과금으로 세 등분이 사라진다. 나머지로 한 달을 버티는데, 동네에선 출세한 축에 들어 여기저기 후원금에 후배들 밥값도 만만찮다. 저축은 그뤠잇이라지만 생각할 겨를이 없다.국민연금 수령예상액은 최저생계비 수준이다. 근무연수가 짧아 퇴직금에 노후를 오롯이 맡기기 어렵다. 전문직이 아니니 퇴직하고 돈벌이도 불확실하다. 부모부양과 자식양육도 걱정이다. 부모님은 국가가 아닌 자식이 노후를 책임져주는 세대다. 자식은 부모부양의 책임은 줄어들고 부모의 무한지원을 당연시하는 세대다. 지금의 40~50대는 부모부양과 자식양육의 이중고를 겪고 있다. 이제라도 부동산투자에 눈을 뜨려는데 정부가 부동산으로 돈 버는 시대는 끝났단다. 스스로 노후를 준비하는 일, 지금의 나로서는 버겁다.청년세대와 노년세대를 연결하는 세대인 40대는 인생에서 가장 왕성한 활동과 소비의 주체로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현실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그 어느 세대보다 높다. 공황장애 환자 중 40대가 25.42%(2016년)로 가장 높다는 사실이 당연하게 느껴진다.정부는 직장에서 은퇴했거나 은퇴를 앞두고 있는 50세부터 69세까지를 신중년이라는 새로운 용어로 규정한다. 활발한 사회진출이 가능하다는 뜻을 담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치 않다. 후지타 다카노리가 말한 과로노인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향후 10~20년 간 퇴직시점을 75세가량으로 늦추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출산율 높이기라는 근본적 대책과 함께.청년은 여전히 뜨거운 화두다. 청년문제를 해결하는 노력과 함께 1971년생을 비롯한 40~50대에게도 국가와 사회의 관심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노후에 대한 이들의 불안감이 줄어든 만큼 청년이 앞으로 짊어질 사회적 짐도 줄어든다. 중년의 문제가 청년의 문제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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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11.15 23:02

전북자존의 시대

지난 10월 31일이 종교개혁기념일 이었는데 1517년 10월 31일 아우구스티누스 수도회의 수도사이면서 신학박사 교수였던 마르틴 루터가 95개 논제를 비덴베르그 성당에 게재한 날을 기념하는 날로 금년이 500 주년을 맞는 뜻깊은 해이다. 루터는 당시 로마 카톨릭 교회의 부패와 면죄부 판매를 비판하면서 교황의 권위보다는 성경의 권위를 강조하며 오직 믿음으로 칭의를 얻는 이신칭의를 주장하여 종교 개혁을 시작한 것이다. 개신교가 태동하는 계기가 되었으며 일부 국가와 독일의 일부 주에서 이 날을 휴일로 지정하여 종교개혁의 정신을 기리고 있다.그러면 우리가 개혁(Reform)해야 할 점, 바꾸어야 할 점은 무엇인가? 개혁은 말 그대로 다시 세우는 것인데 우리는 나보다 상대방이 고치고 상대방이 변화하기를 바랄뿐이다. 내가 먼저 변화하고 내가 먼저 솔선수범하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전라북도는 제37회 전북 도민의 날에 전북 자존의 시대 공식 선포식을 갖고 도민들과 함께 풍요로운 전북이라는 꿈을 이뤄 나갈 것을 다짐하였는데 송하진 지사님은 전북 몫 찾기에 뜨거웠던 기세를 타고, 이제 전북 자존의 시대를 활짝 열어가야 할 때라면서, 천년을 이어온 소중한 역사를 천년을 열어 갈 자존의 힘으로 키워가자고 전북 자존의 시대의 선포 의미를 밝혔다. 또한 얼마 전 전북 자존의 시대는 우리가 힘을 합쳐 다른 지역과 이기기 위한 노력을 열정적이고 긍정적인 쪽으로 몰고 가야 한다.며 전북 자존의 시대를 열 수 있도록 힘을 모아 달라.고 당부하였다. 전북 자존의 시대 선언은 전북의 미래를 새롭게 함께 나아가 변화시키자고 하는 우리에게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한 매우 적절한 선언이라고 생각한다.회사에서 매달 한 번씩 열리는 직원들의 월례조회에서 나는 자존감을 가질 것을 강하게 주문하였다. 그 이유로 우리 전북개발공사가 광역도 단위 지방개발공사 중에서 처음으로 2 년 연속 최우수 등급을 받아 전국 최고의 지방공기업이 되었고 또한 전라북도에서도 우리 공사가 도정 으뜸상을 받은 주인공이라는 점이다그러면서 이 한 달을 기도하는 마음으로 살아가자고 주문하였는데 겸손한 마음가짐과 함께 나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며칠 후면 수능일이다. 오랜 시간을 준비한 만큼 시험을 잘 치르고 결과도 좋게 나와 원하는 학교에 입학하여 푸른 꿈을 마음껏 펼치기를 소망해 본다.벌써 내년의 트렌드를 예측하는 책도 나왔는데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추구하는 한 해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우리 인간의 수명이 120 년을 예상하는 시대이니만큼 나머지의 생을 어떻게 살 것인가 고민할 때라는 주장도 나름 설득력 있다고 생각한다. 장수시대를 살아가는데 있어서 무엇보다도 감성적으로의 접근과 상대방에 대한 이해하고자 하는 마음이 필요하다.어떤 맹인이 저는 볼 수 없습니다.라는 글을 적어 놓고 구걸을 하고 있는데 한 사람이 오늘은 아름다운 날입니다. 그렇지만 저는 볼 수 없습니다.라고 몇 글자를 추가했더니 많은 사람이 그에게 돈을 주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또한 안 이숙씨의 에세이 제목이기도 한 그럴 수 도 있지 라는 긍정적이고 여유 있는 마음자세가 필요한 시대라고 생각해 본다. 책의 내용 중에 가장 첫 번 째 글을 소개하면 세상만사는 모두 이유가 있기 마련이지요. 세상만사는 모두 그럴 수가 있기 마련이니까요. 이 아름다운 가을에 마음에 한번쯤 새겨 봄직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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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11.08 23:02

청년에 투자합시다

하늘이 높고 맑아 책을 읽기 좋다는 이 계절에 대통령이 휴가 때 읽었다는 명견만리를 읽었다. 책 속 이야기 중 인구 편에 실린 고령화 사회를 맞이한 세 나라의 사례는 매우 인상적이었다. 일본은 건설경기에 1조 엔을 쏟아부어 경제를 살려보려 했지만, 부채만 늘고 청년들이 가난해져서 활력을 잃어버린 사회가 되었고 이탈리아는 높은 노령연금과 복지로 한때 노인들의 천국이라 불렸지만, 청년 일자리 부족으로 매년 4만 명이 넘는 청년들이 해외로 떠나는 처지가 되면서 노령연금을 축소하게 되었다. 독일은 이와 대조적으로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1970년대부터 청년에 투자하며 대학교까지 무상교육을 제공하고, 대학생들에게 주거비와 생활자금도 지원했다. 또한 폭스바겐등 유수의 기업들은 청년 일자리 창출에 협조했다. 책의 표현을 빌리자면 독일은 청년세대를 귀하게 쓰는 것이 최고의 경기 부양책임을 알았고, 모든 세대가 한 세대에 투자한 결과 모두를 살리게 되었다. 이 이야기는 저성장, 세대갈등, 고령화사회, 일자리문제를 겪고 있는 우리나라에 해결을 위한 실마리를 제공하고 있다.전라북도 청년정책 기본방향 연구서(2016년)를 보면 2000년과 2010년의 인구를 비교해 볼 때 전라북도 청년인구의 감소율은 23.6%로 전국의 감소율인 11.4%에 비해 감소 폭이 큰 것을 알 수 있다. 전북지역은 청년들이 타지역으로 나가는 순유출이 큰데 이는 취업 전선에서 신규채용보다 경력직을 선호하는 풍토에서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으로 연구서는 진단하고 있다. 그리고 전라북도 빈곤청년은 전체 청년인구의 2.16%로 전국 평균인 0.96%의 두 배에 달했다. 이 연구는 전북 지역에 청년 일자리 정책과 청년 복지 정책이 시급함을 보여주고 있다. 마침 지난 달 전라북도는 청년정책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이 기본계획에는 살맛나는 전북청년, 청년중심 전라북도를 비전 삼아 고용, 창업, 비전, 복지, 거버넌스의 5개 분야에 청년사회활동가 양성, 전북형 농생명 청년 창업 캠퍼스 조성, 새만금 농업 용지에 청년협업 농장 조성, 청년 자활기업 발굴과 육성, 청년센터의 설치와 운영 등의 다양한 정책을 담고 있다. 5년간 청년정책에 소요되는 사업비가 4,345억원 이라고 하니 청년에 대한 전라북도의 투자계획에 반가운 마음이 든다. 이에 전북지역 청년들이 정말로 살맛나게 할 정책을 제안해보고자 한다. 그것은 청년층에 일정한 소득을 정기적으로 제공하는 청년기본소득이다.청년기본소득은 청년들에게 안전망을 제공하여 청년들이 역동적으로 창조적인 사업을 실천하거나 개인의 특성에 맞추어 자신만의 능력을 키워나가기에 가장 좋은 정책이다. 청년기본소득은 수요자에게 자율성을 제공하는 정책이기에 창업지원, 취업교육지원 등 공급자 중심의 정책에 비해 받는 사람이 체감하는 효용이 크다. 청년기본소득정책으로 볼 수 있는 성남시 청년배당에 대한 녹색전환연구소의 인식조사 결과를 보면 조사에 응답한 성남시 청년 중 무려 95%가 청년배당이 생활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었다고 답하고 있다. 게다가 많은 청년은 성남시가 청년의 삶을 배려한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대답했다.당장 전라북도에서 모든 청년에게 청년기본소득을 시행하기 어렵다면, 수백에서 수천 명 단위의 청년 기본소득 실험을 진행해도 좋을 것이다. 이는 전국 최초의 시행으로 전라북도가 청년에게 실효성 높은 투자를 하는 지역이라는 것을 알리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그리고 이런 대단위 연구는 지금 진행되고 있는 핀란드나 캐나다의 기본소득 실험처럼 세계적인 주목을 받게 될 것이다. 선도적으로 청년세대에게 투자하여 모든 세대를 살리는 전북이 되길 간절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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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11.01 23:02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

지난 8월 29일, 웅치전적비가 고즈넉이 서 있는 완주군 소양면 신촌리 옛 곰티재에서 임진왜란 당시 전주성을 함락하라는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의 전략에 따라 고바야카와 다카카게(小早川隆景) 군에게 조선의 관군과 의병들이 장렬하게 산화했던 애국영령추모제를 올렸다. 이날은 425년 전 음력 7월 8일로 지금처럼 몹시도 무더웠을 한여름 밤과 낮이었을 것이다.완주군수, 소양면장과 웅치이치전적기념사업회, 소양면민과 신촌 동민들, 웅치전에서 나라를 지키려다 끝내 목숨을 바친 김제군수 정담과 황박, 정협 장군, 안덕원전에서 승리한 이정란 장군 후손들까지 참석하여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그리고 선조 25년(1592) 8월 13일과 14일 고바야카와 다카카게 왜군 1만 6000명 중 안코쿠지에케이(安國寺惠瓊)가 거느린 6000명과 치열한 접전을 벌인 2일전쟁의 참상을 오늘에 되새기며 과거를 되돌아보았다.추모제가 다할 무렵, 경북 영양에서 전날 정담 장군의 제사를 마치고 새벽부터 천릿길을 달려온 장군 후손의 인사말은 모든 청중의 심금을 울리며 온통 침묵과 정적에 머물게 하였다. 그 후손들은 임란 이후 지금까지 425년간이나 제사를 지내왔다는 위선봉사(爲先奉祀)의 정신도 그러려니와, 웅치전투가 시작되기 전 아들에게 보내는 유서편지 속에 죽음을 예견하고 나라를 지켜낸 장군의 장렬한 충혼 때문이었다.나는 죽음으로써 나라의 은혜에 보답할 것이다. 내 갑옷 속에 나의 이름을 써 놓았다. 내가 죽는 것은 나라를 지키기 위함이니, 내가 죽은 후에 이 아비의 시신을 찾아 가거라. 그리고 내 뜻을 이웃 일가친척들에게 알려 주어라라 했듯이 장군의 아들이 산더미 같은 시체더미 속에서 장군의 시신을 수습하고 갑옷 속에서 그 서한을 찾아냈다고 하였다. 그날의 전장터는 1934년 왜놈들이 낸 신작로(新作路)였던 이곳이 아니라, 여기서 북쪽 2~3㎞ 떨어진 진안과 장수를 오가던 원 곰칫재 길이다.그러므로 죽음의 혈전을 벌였던 원전적지는 옛 전주부 소양면 덕봉리 앞 적래천 냇가로부터 곰티재 마루까지 황박의 1진, 이복남과 변응정의 2진, 정담의 3진 등 3중의 진영에 이르는 산간계곡이다. 6000명의 왜군들은 1500명도 안 되는 아군에게 3진까지 밀고 밀리는 전투 끝에 전의(戰意)를 상실하고 전주성 침공을 포기, 퇴각함으로써 조선 8도 중 유일하게 왜적에게 함락 당하지 않았다.승병장 안코쿠지 에케이는 비록 전쟁에 이겼다고는 하나, 실제 그건 이긴 게 아니라며 조선국의 충성어린 충정과 의로운 담력에 삼가 조의를 표한다(弔朝鮮國 忠肝義膽)라는 비목(碑木)을 조선군의 돌무덤에 세웠다는 사실이 유성룡의 <징비록>에 실려 전한다. 다행히도 완주와 진안군이 민관과 하나 되어 전적지를 복원하고 전투기념관을 건립, 성역화한다고 팔을 걷고 나서고 있다.역사를 모르는 민족에겐 미래가 없다. 영국의 역사가인 E.H. CARR가 말했듯이 역사는 과거와 현재와의 끊임없는 대화이기 때문이다. 역사란 과거의 사실(史實)을 바르게 이해하는 것으로 출발,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성장발전을 약속하며 미래를 내다보는 바른 안목을 기르는 것이므로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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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10.25 23:02

의욕이 없는 게 잘못인가?

니트(NEET)족은 의무교육을 마치고 진학이나 취직을 하지 않으면서 직업훈련도 받지 않는 16~18세의 청소년을 말한다. 영국에서 만들어진 이 신조어는 일본으로 건너가 노동시장에 참여하는 것을 거부하는 하류지향 청년실업자로 뜻이 바뀐다. 우리나라에서 니트족은 근로의욕을 상실한 청년실업자로 불린다. 일본의 또 다른 신조어인 초식남(草食男)은 취미활동에는 적극적이나 남성다움을 드러내지 않으며 연애는 소극적인 남성을 뜻한다.여전히 청년문제를 상징하는 니트족과 초식남, 두 단어로 인터넷에서 찾아지는 글들은 온통 부정적이다. 잉여인간, 취업의사가 전혀 없는 백수, 게으르다, 무기력하다. 니트족과 초식남이 사회구조적 요인에서 비롯됐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사회는 개인의 게으름과 무기력, 심지어 무능함을 탓한다. 나 젊었을 때는 저러지 않았는데라는 꼰대스러운 말과 함께.기성세대는 개미의 근면성실을 미덕으로 알고 자랐다. 누가 한 말인지도 모르며 보이스 비 앰비셔스(Boys be ambitious)를 외쳤다. 꿈과 야망은 청년의 윤리이자 의무였다. 그러니 일할 의욕도, 연애할 생각도, 야망도, 꿈도 없는 요즘 청년들을 보고 있노라면, 기가 차다. 새마을운동, 한강의 기적을 넘어 세계와 경쟁하는 한국의 미래가 걱정된단다.니트족은 노동에서 의욕이 없고, 초식남은 소비나 생활방식에서 욕망이 없다. 둘 다 욕(慾)이 없다. 그런데 의욕과 욕망이 없는 게 잘못인가? 욕망을 인간의 본성으로 본 홉스나 자연적 욕망을 굴레로 본 스피노자의 주장을 굳이 따지지 않더라도, 꿈과 야망이 없는 게 손가락질 받을 일은 아니다. 그 의욕과 욕망이 현대 자본주의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더욱.일본의 청년담론을 다룬 『조용한 전환』의 저자 미노리교수는 의욕이 없다고 비판받는 일본청년의 활동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본다. 그는 강한 의욕은 곧 상류를 지향하는 태도이며, 상류지향은 경제성장이라는 이름 아래 힘없는 지역, 사람, 생물을 마구 파괴시킨다고 말한다. 의욕이 없는 것은 하류지향을 뜻한다. 하류지향은 낙오가 아니다. 경쟁보다 인간과 자연을 위한 연대이며, 파괴보다 공생을 추구하는 태도라고 그는 주장한다.우리나라에서 청년이 처한 현실은 암울하다. 영혼을 팔아도 할 수 있는 일은 없고, 돈이 없어 연애를 못하고, 죽어라 일을 해도 미래를 보장받기 어렵다. 그래서 정부는 청년일자리를 만드는데 힘을 쓴다. 미래를 꿈꾸라고 청년수당을 주고, 청년사장이 되라고 창업을 지원한다. 헬조선을 벗어나는 것 말고 달리 답이 없다는 청년을 위해 정부는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해야 한다. 지역에서 청년조례를 만들고 기본계획을 수립한 것도 이 때문이다.청년이 미래를 꿈꾸는 것은 사회적으로 필요하다. 어떤 미래, 어떤 꿈인가가 중요하다. 청년에게 심어주는 꿈, 의욕, 야망이 사람과 자연을 파괴하는 자본주의적 욕망이 될까, 걱정스럽다. 꿈과 야망이 없는 게 아니라, 경쟁과 파괴의 욕망을 거부하며 스스로 주류사회로 진입하지 않는 청년이 많다. 그럼에도 한국사회는 하류지향적 태도를 사회문제로 여기고 파이팅이 넘치는 청년을 추켜세운다. 스스로 옭죄는 성과사회에서 성공만을 좇게 만드는 의욕충전식 청년담론을 진지하게 돌아볼 때다. 다시 강조하면, 의욕이 없는 게 잘못은 아니다. 자본주의적 욕망이 잘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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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10.18 23:02

리멤버(Remember)

오곡백과가 무르익는 추수의 계절 가을을 맞이하여 온 들녘이 황금빛으로 물들고 도로변의 은행나무도 어느새 노란 옷으로 갈아입고 있다. 은행나무 잎이 노랗게 물들면 나는 세월호 사고 시 노란 리본을 한아름 달고 무사 귀환을 기다리는 어머니들의 모습이 떠오르곤 한다.노란 리본에 대한 유래는 여러 가지 설이 있으나 4세기 때 사랑하는 사람이 무사히 돌아오기를 기원하는 마음에서 착용한데서 시작되었다고 한다.그 후 미국 남북전쟁 당시 3년간의 형기를 마치고 출소한 남자가, 자신을 잊지 않았다면 마을 어귀의 나무에 노란 리본을 달아달라는 편지를 애인에게 보냈는데, 그의 애인이 나무에 노란 리본을 잔뜩 달아놓아 환영하였다는 이야기도 있다.노란 은행잎이 가을을 노래할 때 나는 어느 시인의 이 가을에는 이렇게 사랑하리라를 읊어보고 싶다.눈에 거치는 / 마음에 밟히는 일체의 삶을 접고 / 일정을 정하지 않은 채로 / 불현 듯 일어서는 바람처럼 떠나리라 / 깊은 잠에서 깨어나듯 / 키 작은 꽃들은 아롱이며 모여 피고 / 갈대 소슬히 몸을 떠는 강변에서 오래된 솜이불처럼.모처럼의 추석 연휴를 맞아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 꿀 같은 시간을 보내면서도 한편으로는 혹시 무슨 일이 일어나지는 않을까? 하는 불안감에 내심 가슴 졸이기도 하였는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폭풍전의 고요를 언급하여 불안해하는 마음이 더하였다고 생각한다.소설가 한강이 뉴욕 타임즈에 게재한 미국이 전쟁을 말할 때 한국은 몸서리 친다의 글은 겉으로는 고요하지만 정작 마음에 두려움이 만연해 있는 우리의 마음을 잘 표현한 게 아닌가 싶다.우리는 얼마나 많은 날들을 마음 졸이며 살아야 하고 얼마나 많은 것들을 잊고 살고 있는지를 생각해 본다.뇌졸중에 걸려 거동이 불편해 노인요양병원에 있는 유대인 맥스는 새로 입원한 제프 거트만도 자신과 같이 70년 전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가족을 잃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맥스는 치매 증상이 있는 거트만에게 자신들의 가족을 살해하는 일을 지휘했던 나치친위대원을 처단할 것을 제안한다. 거트만은 맥스의 제안을 받아들여 자신들의 가족을 죽인 아우슈비츠의 나치를 찾아 원수를 갚기 위해 여정을 떠난다. 마침내 원수를 만나 단호하게 총을 겨누는데, 그에게는 가족을 잃은 것 보다 더 끔찍한 악몽이 기다리고 있다.우연한 기회에 보게 된 아톰 에고이안 감독의 리멤버(Remember)라는 영화의 일부인데 치매로 기억을 잃어가는 주인공이 복수를 해야 한다는 생각만을 가지고 출발했으나 자기 자신의 과거 독일군의 기억이 되살아나 괴로워하는 모습을 그려내고 있는 이야기다.우리 전북개발공사가 이 시점에서 잊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전국 최고의 공기업으로 평가 받고 있지만, 공기업으로서 최선을 다해 공익적인 의무와 도민을 위한 봉사를 해야 한다는 것과, 우리의 주인은 전북도이고 도민이라는 사실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2023년 세계 잼버리대회가 전북개발공사에서 추진하고 있는 새만금 게이트웨이 부지 인근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전북도와 함께 발 빠르게 준비해야 할 일이 많다. 미래의 먹거리를 준비하는 일은 무엇보다도 시급한 과제이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일이 무엇이고 잊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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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10.11 23:02

도도한 민주의 강물

요즘 역사적인 사실을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 영화들이 팬들에게 인기리에 다가서고 있다. 일제 때 왜놈들에게 정신대로 잡혀간 조선여성들이 겪었던 처절한 아픔과 고통을 영화화한 <군함도>와 1980년대 신군부가 1026 사태 이후 정권을 탈환할 목적으로 광주 시민들의 민주화운동을 공산세력으로 공작하여 수천 명을 무참하게 살육했던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택시운전사>가 그것이다.<택시운전사>는 1980년 5월, 독일 제1공영방송국 위르겐 힌츠페터(Jurgen Hinzpeter 1937-2016)기자가 도쿄지국에 근무하던 중 전두환, 노태우 등이 일으킨 광주민주화운동현장의 참상을 촬영한 필름을 독일 함부르크 뉴스센터에 전함으로써 같은 해 9월 기로(岐路)에 선 한국이라는 제목으로 최초로 전 세계에 보도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다.적군도 아닌 국군의 총에 맞아 처절하게 죽어가는 시민들의 아우성과 총알이 빗발치는 현장에서 죽음을 무릅쓴 기자의 직업적 열정도 무한한 감동이었다. 그 무엇보다 과자를 넣은 금속캔에 촬영필름을 위장포장하여 본사로 보내기 위한 쫓고 쫓기는 장면은 정말 숨 막히는 스릴의 연속이었다.그런 전두환이 최근 <전두환 회고록>을 출간하였다. 법원은 표현의 자유 한계를 초과하여 518민주화운동의 성격을 왜곡, 관련 집단과 참가자들을 비하함으로써 사회적 가치평가를 저해했다고 판단, 판매와 배포금지처분을 내렸다.검찰도 미납추징금 특별환수팀을 조직하고 <전두환 회고록>을 발간한 출판사를 상대로 인세채권에 대한 압류와 추심명령을 법원에 신청, 인정을 받았다.결국 전두환은 1997년 대법원에서 무기징역, 추징금 2205억원 선고를 받았으나, 1151억만 납부한 후, 이젠 재산이란 지갑에 있는 29만원 밖에 없다라는 희학(戱謔)적인 어록을 남긴 자로 더 유명하다. 장기독재정권이 끝나고 3김으로 촉발된 참 민주주의의 꽃봉오리가 채 피기도 전에 전두환 등 신군부에 의한 엄동설한 속에 나라가 꽁꽁 얼어붙었다.그래서 영국의 <더 타임즈>는 한국에서 민주주의를 바란다는 건 전봇대에서 장미꽃 피기를 기다리는 것과 같은 것이라 비하한 적도 있었다.하지만 419혁명 21주년을 맞은 1981년 4월 20일자 <동아일보>는 우리는 419를 놓고 혹자는 혁명이라고 하고, 혹자는 의거라고도 한다며 착잡한 감회의 교차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라 술회하였다.그러다가 노태우정권 때 국민들의 목숨을 건 민주화의 봇물에 밀려 전두환의 통일주체 국민 대의원제의 대통령선출방식이 폐기되고, 마침내 대통령 직선제로 복원되었다. 그리고 세계가 경탄했던 한국인들의 촛불시위로 국정농단의 정부가 막을 내렸고, 지난 5월 19대 새 대통령이 선출되어 나라다운 나라로 이어지고 있다.37년 전 518 때 아버지를 잃은 딸 김소형이 아버지보다 많은 나이에 들어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 드리는 편지를 낭독하며 눈물을 흘리자, 같이 눈물을 쏟던 문대통령이 나아가 퇴장하던 유족을 포옹하며 위로하는 모습이 어제런 듯 생생한 잔영으로 맴돌아든다. 정녕 우리나라는 이 세상 그 어떤 잔혹 무도한 압제로도 도도한 민주의 강물은 막을 수 없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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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09.27 23:02

자연인, 그리고 일하지 않을 권리

자연인이 뜨고 있다. 첩첩산중에서 홀로 살아가는 모습에 중년남성들이 열광한다. TV에 등장하는 자연인들은 사업에 실패했거나, 몸이 아팠거나, 지인에게 상처를 받아 세상을 등진 이들로 그려진다. 하지만 아프지 않고, 사업에 실패한 적이 없고, 가족과 친구에게 상처를 받지 않은 중년남성들도 자연인을 꿈꾼다. 경매로 나온 산을 살까, 고민하면서.자연인에 열광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로 이야기된다. 어떤 이는 자연인 대부분이 남자라는 사실에서 외로운 늑대 본능을 끄집어낸다. 또 다른 이는 행복을 자식에게 양보하고 노동에 매진하다 가족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아버지들을 양산하는 한국사회를 꼬집는다. 실패한 이들의 탈출구로 바라보는 이도 있다. 이유야 어찌됐든, 자연인을 꿈꾸는 이들은 모두 자신의 삶터를 벗어나려 한다. 헬조선을 벗어나려는 청년처럼.천대받던 노동이 대접을 받게 된 것은 산업화 이후다. 산업사회가 되면서 노동은 사회를 움직이는 원동력이자 인간을 규정하는 본질로 받아들여진다. 노동하는 인간을 뜻하는 호모 라보란스(homo laborans)라는 말도 이 시기에 등장한다.이러한 변화에는 마르크스(K. Marx)의 영향이 크다. 그는 노동을 생계수단으로만 보지 않는다. 그에게 노동은 행복을 위한 자유로운 활동이자 자연과 상호작용하면서 인간임을 확인하는 과정이다. 자본주의의 문제는 이러한 노동의 변질에 있다. 사적인 소유에서 벗어난 노동의 자유를 위해 투쟁이 이어졌고, 그 과정에서 일할 권리는 산업사회에서 기본권으로 정립된다.우리나라에서 노동은 사회적 권리이자 국민의 의무이다. 정부는 개인이 일하도록 걸림돌을 없애고, 일자리를 찾아준다. 취업준비수당이라며 돈까지 준다. 일을 해라 그러면 더 많이 주겠다, 정 일이 없으면 삽질이라도 해라, 이 시대를 관통하는 생산적복지(workfare)라는 것이다. 요즘에는 일할 게 없다고 하자 스스로 일을 만들어 하라며 창업을 지원한다. 정부가 이렇게까지 하는데, 일을 하지 않으면 국민의 의무를 다하지 않는 파렴치한이 된다. 일을 하지 않으려 하면 잉여인간, 백수건달로 낙인찍힌다. 이쯤 되면 일은 권리보다 의무에 가깝다.현대인은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더 필사적으로 일에 매달린다. 인간을 자유롭게 한다는 노동은 사라지고 일을 할수록 성과사회의 자기착취에 빠져든다. 일할 권리는 비참해질 권리이며, 일할 자유는 사실상 강제노동의 진보버전이라는 프랑스의 좌파지식인 밀롱도의 말이 딱 들어맞는다.인간은 일할 권리에 앞서 존재의 권리가 있다. 일할 권리가 있다면 일하지 않을 권리도 있어야 한다. 일을 하지 않는다고 존재가 부정되어서는 안 된다. 성과사회의 자기착취에 빠지지 않겠다는 것이 일하지 않을 권리다. 적게 버는 대신 비참해지지 않겠다는 권리다. 많은 학자들이 노동의 진정한 자유는 노동의 탈상품화에 있다고 말하지 않는가.TV 속에 나오는 자연인을 폄하하는 이들이 많다. 경쟁에서 뒤처진 낙오자, 세상에 맞서길 두려워하는 사람이라고 혹평한다. 그런데 생각해보라. 이들이야말로 자유로운 노동을 통해 자연과 상호작용하면서 인간임을 깨닫는, 마르크스가 이야기한 노동의 자유를 실천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기가 완전히 타버릴 때까지 자발적으로 자기를 착취하는 현대인, 그들이 자연인을 꿈꾸는 이유는 비슷할 게다. 일하지 않을 권리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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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09.20 23:02

2023 세계잼버리대회에 거는 기대

2017년 8월 16일은 우리 전라북도에서 오랜 시간 기억될 날일 것이다. 잘 알다시피 2023 세계 잼버리대회 개최지가 대한민국 새만금으로 결정된 기쁜 날이기 때문이다. 온 전북도와 정부가 하나가 되고 도민과 전북소재 기업이 다함께 두 손 모아 바라던 소원이 이루어 진 것이라서 기쁨이 배가 되는 것 같다.세계잼버리대회는 4년마다 개최하는 세계적인 야영대회로 1920년 영국에서 제1회 대회가 개최되었고 우리나라에서는 1991년 제17회 세계잼버리대회가 강원도 고성에서 개최된바 있다. 여기에서 잼버리라는 말은 북아메리카 인디언의 시바리라는 말이 전음된 것으로 유쾌한 잔치, 즐거운 놀이를 뜻한다. 세계 각국의 청소년들이 국가민족종교언어를 초월하여 야영생활경기 등을 통하여 심신을 단련하고 견문을 넓혀 우호 증진에 기여하고 국가발전과 세계평화에 이바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2023 제25회 새만금 세계잼버리 대회는 167개국 5만여 명이 참가할 예정으로 세계3대 축제로 손꼽히고 있다.이번 대회 유치를 선두에서 지휘한 송하진 전북지사는 2023 세계잼버리 대회 유치에 따른 경제적 효과로 4조원~7조원 정도가 될 것이라며 세계잼버리 유치가 새만금을 발전시킬 수 있는 결정적인 계기를 만들었다고 평가하면서 잼버리 대회에 따른 경제적 효과를 높이고 새만금의 발전을 동시에 추구하는 데 중점을 두겠다고 밝혔다.전북연구원은 2023세계 잼버리 대회와 아태잼버리 등 두 차례 프레대회를 개최하게 되면 대회 기간 동안 전국적으로는 1,198억원의 생산효과와 1,098명의 고용효과, 도내 755억원의 생산, 812명의 고용, 265억원의 부가가치가 창출되는 경제적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또한 새만금의 기반시설을 조기에 구축해야 한다는 명분을 확보하면서 현재 새만금 기반시설 및 용지 조성 사업비를 1조원대로 증액시켜 사업 기간을 단축하게 될 경우, 전라북도에 1조 2,589억원의 부가가치가 현재가치 측면에서 증가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아울러 대회 기간 동안 참가한 청소년들이 대한민국과 전북에 대한 이미지 향상 효과가 자국 스카우트 회원들에게 전파돼 발생하는 브랜드 제고 효과는 1,595억 원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이 같은 경제적 효과가 지역에 파급되기 위해서는 전국 어디서나 2시간, 전북 어디든 1시간대로 연결하는 교통연계망 조기 확충으로 세계잼버리 대회가 대한민국 전 국민이 가까이에서 호흡할 수 있도록 전북으로 통하는 하나의 고속네트워크구축이 필요하다 하겠는데 무엇보다 시급한 것이 항공 인프라 구축이라 하겠다. 참가예정인원 5 만여 명이 편리하게 행사장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려면 새만금 공항의 건설 시기를 앞당겨 마무리해야만 할 것이다.세계 잼버리 대회가 시작된지 2020년이면 100년째가 되는데 새로운 100년을 향하여 출발하는 처음 대회를 새만금에서 치르는 만큼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하고 재로운 비전을 제시하는 역사적인 계기가 될 것을 확신하며 성공적인 대회가 되기를 소망해 본다.우리 전북개발공사에서는 새만금 잼버리대회 인근에 게이트웨이 부지를 마련하여 투자유치와 함께 기반시설로 활용될 수 있도록 준비에 만전을 기할 것이며 오는 손님들이 새만금을 마음껏 즐기고 갈수 잇는 기틀 마련에 선도적 역할을 하기를 소원하는 마음이다. 우리가 마음을 합하여 나아갈 때 두려움보다는 기쁨이 배가 되는 것을 익히 알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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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09.13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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