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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하는 걸 더 잘 하자

이은선 선이오페라앙상블 대표 무대에 오르는 것을 직업으로 가진 나와 동료들은 못하는 것을 알면서 화려한 조명이 나를 비추게 하는 곳에 선다는 게 얼마나 용기가 필요하고 정신줄을 바짝 차리게 하며 예민한 작업인지 너무나 뼈저리게 알고 있다. 우리처럼 직업으로 삼아 일하는 성악가들도 그러는데 학생들이 입시나 콩쿠르 실기라는 무대에 나설 때 얼마나 긴장되고 떨리겠는가? 그 때마다 내가 제자들, 후배들에게 하는 얘기가 있다.어차피 준비된 건 여기까지다.네가 아무리 발버둥치고 노력해도 더 좋아지는 건 한계가 있다. 인정하고 네가 잘 하는 부분에 집중해라. 이 얘기를 공연 한달 전부터 하는 건 아니고 얼마 안 남긴 상황에서 너무나 긴장하고 걱정하는 친구들에게 건네는 말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5장, 6장 길게는 12장이 넘는 그 곡들을 대할 때 계속해서 못 하는 곳에 집중하고 그 곳을 해결하려고 모든 관심을 거기에만 둔다면 들어가는 걸음에서부터 무겁고 한숨 섞인 걸음걸음이 아니겠는가? 그리고 한 고비 한 고비 넘길 때마다 다행히 잘 했다면 모르지만 (잘 해내기가 쉽지 않다. 무대에서는 더 긴장하기 때문에 더 실수하게 될 때가 많다.) 계속 실수하게 된다면 노래하는 사람의 표정은 점점 굳어질 테고 자신감은 바닥을 칠 것이며 다음으로 진행하는 게 계속 겁나고 무서울 것이다. 그런데 참으로 희한하게도 어차피 못 하는 부분들은 버려. 생각하지도 말아. 그리고 네가 지금 잘 하고 있는 이 부분에 집중을 하고 이 부분을 더 잘 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신경 써. 그렇게 주문을 하면 일단 표정부터 달라진다. 자신감이 생겨나고 무대에 설 때도 좀 더 환한 표정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런 맘으로 진행하면 평소에 안 되던 부분들이 풀릴 때도 있다. 어차피 안 풀리고 어려운 부분이라면 이런 자세로 편하게 대하면 일단 즐겁지 않을까? 걱정을 여기저기에서 끌어다가 해서 문제가 풀리고 해결이 될 거 같으면 몇 날 며칠을 끌어안고 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그냥 하하하, 어떻게든 되겠지 했을 때 좋은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얘기를 후배들에게 했던 적도 있다. 물론 아무 생각 없이 사는 친구들이 아니고 너무나 열심히 준비했고 항상 고민하고 노력하는 친구들이 무언가 결정적인 것을 대할 때 해주는 조언이다. 무대 들어가기 전까지 벌벌거리고 계속해서 걱정하는 친구들에게. 세상 뭐 있어? 그냥 썅~ 하고 꼴통처럼 하고 나와버려 이렇게. 어차피 조건은 똑같다. 같은 조건에 너무나 걱정을 하고 못하는 것에 집중을 하는 것보단 걱정은 일단 접어놓고 잘 하는 것을 더 잘 하려고 노력하면 오히려 보는 사람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줄 테고 나 또한 주눅들어 하지 않고 어쩔 건데? 하면 자신감 있게 문제들을 해결하지 않을까? 그럼 결과는 어느 것이 좋을까? 무대에서만 통하는 방법은 아닌 거 같다. 그런 것을 깨달으면서 나의 인생에서도 내가 잘 하는 것에 집중을 해서 일을 해결할 때 오히려 잘 풀리는 것들이 많았다. 부정적인 모습은 조금씩 사라지고 자신감이 생겼고 좀 더 밝은 모습의 사람으로 변했다. 자연스레 주변에 사람들도 많아지게 된 거 같다. 조심스럽게 여러분에게도 조언이라는 것을 해본다. 일단 걱정은 접어두시고, 잘 하는 걸 더 잘 해 보세요. 뭐 어떤가? 이제 태어나도 아무리 길어도 100년밖에 더 살겠는가? 인생 길지 않다. 못 하는 것에 집중하는 세월보다는 잘 하는 것에 집중하는 세월이 많은 것이 내게 좋지 않을까? /이은선 선이오페라앙상블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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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11.17 18:42

범사에 감사

강주연 전북극동방송 방송부장 최근 삼례에서 만난 35년 양봉업 종사 전문가가 말하기를 꿀벌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모으는 꿀의 양은 작은 티스푼 1스푼이라고 한다. 꿀벌이 장성해 일을 할 수 있는 20여일 한 평생을 바쳐서 모은 꿀이 고작 그 정도라니 그동안 수도 없이 꿀차를 마시면서 단 한 번도 궁금하지 않았던 놀라운 사실을 마주했다. 보통 4~5스푼을 넣고 타먹던 꿀차는 꿀벌 4~5마리의 인생을 그대로 마셔버린 것이었다. 고귀한 생명체의 숭고한 헌신이 인간의 욕구를 채우기 위한 희생으로 바쳐졌다고 생각을 하니 쉽게 떠먹던 꿀은 더 이상 그냥 꿀이 아니었다. 소중했고, 귀했고, 마음을 겸허하게 만들었으며, 무엇보다 꿀과 꿀벌의 존재에 대해 감사하게 되었다. 한동안 꿀벌에 대한 생각이 이어졌다. 새로 알게 된 신비로운 이야기, 꿀벌들의 수고를 많은 이들에게도 전해주고 싶었고, 동일한 감동과 감사가 꿀차 한잔으로 이어지길 소망했다. 이 세상은 누군가의 헌신에 의해 풍요롭게 채워진다. 그럼에도 우리의 무지함이 그 헌신과 희생을 감사하지 못하게 한다. 영국의 수필가 아이작 윌턴의 말처럼 우리는 복을 누리고 있으면서도 그것이 복인지 모르기 때문에 감사하는 것을 잊고 산다. 결국 아는 만큼 보이고, 아는 만큼 가치를 인정하게 된다. 그러고 보면 세상에는 그냥 된 것이 없었다. 무언가가 우리에게 오기까지, 우리 삶에 충족되기까지를 보면 늘 어떤 이의 수고와 헌신이 있기에 가능한 것들이었다. 식탁에 오른 반찬 하나에도 농부의 땀이 서려있고, 매일 사용하는 생활용품, 전자기기에도 그것을 만든 이들의 땀이 스며있었다. 무엇보다 빈손으로 태어난 한 생명이 사람으로 성장하기 위해 책임감으로 보살핀 아버지가 계셨고, 어머니의 뜨거운 눈물이 있었다. 어머니 눈가의 주름과 아버지의 초라해진 뒷모습이 비로소 보일 때에야 그것을 헤아리게 되니 세상에 그냥 이루어지는 것이 없다는 인생의 진리를 깨닫는 것은 왜 이리 오래 걸릴까. 비관적인 현실일수록 감사를 구해야한다. 감사할 것이 없다면 더더욱 감사해야 한다. 실제로 우리의 뇌는 감사할 때 안정적이고 긍정적인 상태가 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감사함을 느낄 때 뇌의 좌측 전전두피질을 활성화 하여 스트레스를 완화시켜주고, 호르몬을 변화시켜 긍정적인 감정을 유발하도록 돕는다. 결국 긍정의 감정은 고난 속에 회복력을 높이고, 감정의 선순환을 일게 하여 행복한 삶을 살도록 돕는다. 외식사업가 백종원씨가 한 인터뷰에서 방송을 하면서 어쩔 수 없이 선한 척, 공익을 위하는 척, 남을 배려하는 척을 할 수밖에 없었다. 사람들은 척하는 모습을 보고 좋아했고, 계속 그런 척을 하다 보니 그게 내 삶이 됐다. 하는 척을 하나 진짜로 하나 결과는 똑같았다라고 고백했다. 그러는 척이라도 하다보면 정녕 그 모습이 생길 것이다. 감사하는 습관도 마찬가지다. 현재 삶에 주어진 것에 감사하는 척이라도 해보고, 일상에 숨겨진 보석들을 발견하고 의미를 찾아갈 때, 진짜 감사한 일들로 삶이 채워질 것이다. 감사의 계절, 여기까지 삶을 이끌어주고 오늘을 존재하게 했던 모든 것에 감사를 그려본다. 우리 삶에는 돈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일들이 무수히 많았으며, 이는 우리 인생에서 삶을 누리고 만끽할 때 항상 상기해야 할 감사의 이유들이다. 당연한 것이 없는 세상에서 오늘도 우리가 살아갈 수 있는 것은 누군가의 도움 덕분에 가능한 것이다. 범사에 감사하자! /전북극동방송 방송부장 강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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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11.10 19:16

민관협력은 공짜가 아니다

박은재 전라북도지속가능발전협의회 사무처장 몇 해 전 지속가능발전협의회가 구성돼있지 않는 어느 군청 공무원과 미팅을 가진 일이 있다. 당장 사업비를 책정할 수는 없으니, 일단 성과를 내고 다시 만나자.라고 답변이 왔다. 지역민들과 함께 해당 지역이 지속가능하게 발전할 수 있는 의제와 실천목표를 만들고 사업도 진행했으면 좋겠는데 사업비는 줄 수 없다는 얘기다. 이어지는 얘기는 더 가관이었다. 계획서에 인건비가 책정돼있는데 이런 건 보통 봉사활동으로 하지 않나요?였다. 사무국장 한 명의 인건비가 시쳇말로 공돈으로 보였나보다. 지속가능발전법이 정의하는 지속가능성이란 현재 세대의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하여 미래세대가 사용할 경제사회환경 등의 자원을 낭비하거나 여건을 저하시키지 아니하고 서로 조화와 균형을 이루는 것을 말한다. 또 지속가능발전이란 지속가능성에 기초하여 경제의 성장, 사회의 잔정과 통합 및 환경의 보전이 균형을 이루는 발전을 말한다. 제21조와 22조에서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지속가능발전을 실현하기 위하여 지속가능발전협의회 등 민관협력단체에 해당 업무를 위임 또는 위탁할 수 있게 규정하고 국가와 지방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하여 수행하는 국내외 활동에 대하여 예산의 범위에서 운영비를 포함한, 재정적 지원을 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다. 법상 지속가능발전협의회는 민관협력단체로 규정돼있다. 일부 지자체의 해석이 개입되는 문구가 있다. 바로 예산의 범위 안에서다. 민관협력이 거추장스럽고 귀찮은 일이라고 여겨지면 예산이 없다고 하면 그만인 것이다. 전라북도에는 전주, 익산, 군산, 정읍, 임실, 장수에 지속가능발전협의회가 설치돼있다. 이 중 한 명 이상의 상근직원 인건비가 지급되는 곳은 네 지역이다. 나머지는 사업비도 미미하고 인건비가 거의 지급되지 않는다. 내년에 23회 대한민국지속가능발전대회가 개최되는 전라북도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정부는 한국판 뉴딜 중 그린뉴딜에서 2025년까지 약 66만 개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도시공간생활 인프라 녹색전환과 저탄소 분산형 에너지 확산, 녹색산업 혁신 생태계 구축 분야에서다. 제시된 모든 분야가 이해관계자의 충돌이 잦은 영역이고 민관협력이 필요한 분야다. 그런데 정작 민관협력을 위해 계획된 예산은 눈 씻고 찾아봐도 보이지 않는다. 사업은 제시되었지만 누가 혹은 누구와 함께할 것인가를 고민했는지 의문이다. 민관협력은 공짜가 아니다. 공무원이 혼자 사업계획을 세우고 집행하면 그만인 시대는 곧 종말을 맞게 되리라 감히 확신한다. 공무원과 시민, 전문가, 기업이 협력하는 일은 종종 귀찮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일처럼 보이지만 협력하지 않다가 저항에 부딪히는 것보다는 빠를 수 있다. 그래서 원탁회의 전문가들이 양성되고 있고 민관협력전문가나 활동가가 필요한 시대다. 환경보전전문가, 소통기획전문가, 거버넌스기획가 등의 새 직업들도 필요한 시대가 머지않아 다가올지 모른다. 이제부터라도 민관협력 일자리를 진지하게 고민했으면 한다. 일부 사업처럼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서 길거리 쓰레기를 줍자는 것이 아니다. 미래 세대에게 지속가능한 세상을 건네주기 위해 기획하고, 시민들을 모아내고, 공동의 의제와 실천목표들을 만드는 의미 있는 일을 하는 일자리를 만드는 것에 동의를 구하는 것이다. 그리고 국가 지속가능발전목표 8번에 기초한 좋은 일자리면 더 좋겠다. 꼭 지속가능발전협의회가 아니더라도 말이다. /박은재 전북지속가능발전협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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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11.03 19:30

공중보건의사 배치 제도 개선

강영석 전북도 보건의료과장 의료계를 염려하시는 주인이신 국민과 국민의 건강을 걱정하는 의사들이 더불어 잘 사는 방안들은 많습니다. 저는 허준 선배님처럼 깊이 아는 전문가는 아닙니다. 또한 솔로몬 임금님처럼 폭넓게 보는 정책결정권자도 아닙니다. 하지만 제 업무에선 전문가보다 폭넓게 볼 수 있고, 정책결정자보다 깊이 알 수 있기에, 오늘은 제한된 의료자원(공중보건의사)의 효율적 배치에 대해서 두 분께 여쭙는 대신 현장의 정책제안자로서 몇 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2020년 현재, 몇 건물 건너마다 존재하는 의료기관, 지금의 상대적 풍요 이전에 우리 선조들께서는 의료서비스를 받기 무척 어려웠습니다. 의사가 없는 무의촌(無醫村, 농어촌 의료취약지역)이 허다했습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 대한민국 남자라면 누구나 갖는 국방의무,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면허를 취득한 의사들에게 군의관공중보건의사의 역할로서 국방의무를 하도록, 보건소지소를 설치하고 공중보건의사를 배치하여 국민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해서 지금껏 수많은 미담과 함께 그 공헌은 실로 대단했다는 평가입니다. 시간은 흐르고, 상황도 변합니다. 우리나라처럼 국민께서 열심인, 발전하는 나라일수록 세월과 함께 상황도 급변합니다. 애초 공중보건의사 배치는 의료취약지역을 개선하기 위한 목적이었기에 현재 의료취약지역을 들여다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부족하나마 의사와 의료기관도 늘어 과거에 비하면 없다고 해야 할 의료취약지역이, 높아진 의식 수준과 문화 수준 그리고 함께 높아진 눈높이와 기대치에 따라, 개념을 달리하고 있습니다. 의료취약지역의 구분은 과거의 무의촌이 아닌, 지역 내의 의료 전문성과 접근성 등으로 판단합니다. 예로, 지역에 특정 과목(응급의학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등)의 전문의가 없으며, 교통의 발달에도 불구하고 30분 이내의 접근성을 갖지 못한다면 의료취약지역으로 분류됩니다. 현재 공중보건의사의 배치 권한은 전적으로 중앙정부에 집중되어 있습니다만 지역 상황에 맞는 정책을 펼칠 수 있게 지방정부에 권한이 주어져야 합니다. 현재 배치기준 또한 배치 기관과 시설 중 보건소 또는 보건지소를 가장 우선순위로 정하고 있습니다. 공공의료 실현 및 강화를 위해 우선순위도 획기적으로 변해야 합니다. 예로, 14개 시군으로 구성된 전북지역에 여러 의료취약지역이 존재하는데, 복수의 지역에 부족한 특정 과목 전문의를 특정 시군의 보건소지소에 배치하는 것보다 거점병원에 배치하는 것이, 응급의료기관에 배치하는 것이, 119 구조구급 지도의사로 배치하는 것이, 더 많은 국민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기에 우선순위에 변화가 필요합니다. 현재 공중보건의사의 수행 업무에도 변화가 필요합니다. 보건소지소에 머물며 하루에 10여 명 남짓의 지역민을 위한 단순(만성질환) 진료업무도 가치가 있습니다만, 다양한 의료업무로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부족한 지자체 역학조사관으로 배치되어 감염병 대응 업무를 수행한다면, 의료전달체계를 바로 세우는 형태의 원격의료(대면을 전제한 영상방문 진료 등)의 한 축을 담당한다면, 국민께 드리는 값진 선물이 아닐까 합니다. 지금까지의 역할을 부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유한한 자원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활용하느냐는 문제는 의료인력 양성 및 의료시설장비 구비 못지않게 매우 중요한 문제라 하겠습니다. /강영석 전북도 보건의료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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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10.27 17:22

호박고구마로 웃게 하는 힘

이은선 선이오페라앙상블 대표 우연히 티비를 보는데 연기 인생 60년이라는 나문희 선생님께서 영화 제작 발표회를 가는데 너무 떨리고 무섭다고 고백하는 모습을 보며 아, 저렇게 연륜이 있는 분도 떨리고 기대하시는구나 라고 생각이 든 적이 있었다. 그리고 연기가 60년이란다. 내 나이보다도 많은 세월이다. 그래서인지 그가 티비에서 그냥 얘기만 해도, 앉아만 있어도 괜시리 코가 찡한 느낌이 든다. 몇 마디 안 하는 생활연기에서도 마치 나의 엄마인듯 나의 할머니인듯 맘에 와 닿기도 하고 그가 조금이라도 눈물을 흘리기라도 하면 난 폭풍눈물이 나오고, 그냥 별 의미 없는 호박 고구마 한 마디 크게 외치는 게 왜 그리 웃긴 건지 한참을 배를 잡고 웃게 된다. 그리고 시상식에서 그가 내뱉은 첫 마디 또한 인상깊다.어머니의 하나님과 나문희의 부처님께 감사드립니다. 그도 그지만 어머니도 대단하게 느껴졌다. 딸의 종교를 존중해주고 인정해준 것이 아닌가? 딸아이야 어머니의 종교를 뭐라 할 수 없고 내 종교를 믿으시오 할 수 없는 약자이니 그의 어머니가 딸에게 자유를 준 것이지 않겠냐는 생각에서다. 그런 어머니 밑에서 컸으니 나문희 선생님 또한 어머니의 가치관과 종교관을 존중하는 저런 소감을 발표한 것은 아닐까? 이처럼 너무 갇히지 않은 생각의 소유자라는 사실 또한 그의 연기의 힘이 아닐까라고 새삼 느껴졌다. 지금의 사회적 이슈들을 볼 때 참 이런 분들만 계시면 뉴스에 나오는 험한 장면들은 보이지 않을 텐데. 종교의 자유를 이상한 곳에 붙이는 일도 없을 테고 어찌 됐건 남에게 피해가 갈 수도 있으니 그런 상황들을 만들지는 않을 텐데. 서로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어른이들이 계신다면 이런 일들이 발생하지는 않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크다. 다시 나문희 선생님 얘기로 돌아오면 죄송한 얘기지만 젊어서부터 주연보다는 나이 든 역할을 했기에 사실 존재감이 큰 연기자의 삶을 살았던 세월은 아니셨던 거 같다. 그러나 지금의 그는 그냥 평범한 말을 조용조용 뱉어내는 데 그 말에 힘이 있는 배우가 되어 있다. 그건 누구도 할 수 없는 역할이지 않을까? 예쁘고 멋진 역할은 누구든지 맡아서 할 수 있다. 그러나 배우 나문희만의 색깔은 인생을 그렇게 산 것이 아니라면 나올 수 없는 딱 본인만의 색깔이 입혀져 있다. 그래서 생각해 본다. 나는 어떠한 색을 입고 있을까? 내가 뱉는 얘기들이 과연 힘이 있을까? 힘이라는 것이 다른 게 아니라 믿음과 신뢰를 가지고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다. 적어도 또 뻥치시네 정도는 아니길 바라는데 나에 대해 느끼는 것은 상대방이기에 내가 판단을 할 수 없어 어러운 거 같다. 사회에서 어린이들이 미래이고 희망이지만 어른이들이 본인들의 색깔을 잘 입지 않으면 미래와 희망의 색이 밝을 수는 없을 것이다. 이기적인 것도 이해하겠고 개인주의적인 성향도 본인이 그렇다는데 따지고 어쩌고 실랑이하고 싶지도 않다. 저렇구나 하고 넘기면 되니까. 그런데 적어도 남에게 피해를 주는 어른이들만은 안됐으면 좋겠다. 나의 색으로 인해 남에게 상처로 번지지 않게 하는 어른님들이 되어줬으면 한다. 팍팍한 고구마 같은 시대에 나문희 선생님의 호박 고구마가 큰 웃음이 되듯 어른이들의 밝은 색채들로 어린이들이 환하게 웃을 수 있게 곱게 나이들어 갔으면 하는 게 내 바람이다. /이은선 선이오페라앙상블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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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10.20 16:02

틈과 흠

강주연 전북극동방송 방송부장 가을 햇살을 닮은 만개한 해바라기 밭이 친정집 근처에 생겼다. 분명 지난번 방문까지 쓰레기 더미가 쌓였던 곳이었는데 의아해하자 아버지가 그러신다. 비양심적인 사람들 한두 명이 쓰레기를 버리기 시작하며 점점 쓰레기가 쌓여갔고, 보다 못한 아버지와 동네 주민들이 꽃을 심으셨다고 한다. 시간이 흘러 해바라기 꽃이 피어나자 쓰레기 같은 양심들은 더 이상 찾아오지 않았고, 대신 사진을 찍으려는 방문객들이 찾아왔다. 활짝 피어난 해바라기 꽃을 바라보고 있으니 이것이 바로 깨진 유리창(Broken Window) 법칙의 실증이 아닐까 생각된다. 미국의 범죄학자인 제임스 윌슨과 조지 켈링이 1982년 발표한 이 법칙은 깨진 유리창 하나를 방치해두면 그 지점을 중심으로 범죄가 번져가듯, 사소한 문제를 방치하면 더 큰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이론이다. 실제로 지저분한 곳, 파손된 차량에는 쓰레기가 더 쌓이고, 반면 깨끗하게 청소하는 것만으로도 범죄율이 낮아졌다는 이야기들이 있다. 그러나 우리 사는 세상에서는 계속 깨진 유리창이 생겨나고, 때로는 그 틈으로 무절제의 만행들이 쏟아져 나오며 이로 인해 우리 사회가 시름한다. 공터에 쌓였던 쓰레기는 때로는 귀찮아서, 아무 생각 없이, 혹은 이기적인 마음으로, 남이 보지 않는 순간을 기다리며 사는 우리네 자화상은 아닐까 싶어 씁쓸한 잔상으로 남았다. 바르게, 그리고 옳게 산다는 것은 기본적인 삶의 태도일 텐데, 엄격한 자기수양을 하듯 많은 것들을 절제해야 하는 어려운 일이 되고 말았다. 최근 몇 달 사이에 그야말로 확찐자가 되었다. 팽팽하게 돌아가던 일상이 코로나에 순응하며 멈춰서자 그 틈을 타고 게으름이 스며들었다. 외부 일정이 없으니 괜찮아, 잘 먹어야 코로나를 이겨낼 것이 아니냐라는 핑계들로 삶이란 창에 구멍을 냈고, 에라 모르겠다란 한 마디로 모든 절제를 거부했다. 처음에는 공터에 버려지기 시작한 쓰레기마냥 하나, 둘씩 합리화로 이유를 만들기 시작하더니, 한계치를 넘어서며 죄책감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그렇게 몇 달 사이 놀랄 만큼 체중이 증가했다. 지난 시간들을 돌아보며 무엇이 문제였을까를 생각해보니 결국 괜찮을 것이라고 여겼던 틈을 방심했던 것이 치명적인 흠이 되었다. 견고한 성벽도 작은 구멍으로 인해 균열이 생기듯, 균형을 잃은 라이프사이클(life cycle)은 걷잡을 수 없게 무너져 내렸다. 미국의 정치인 벤자민 프랭클린은 삶을 바람직하고 규칙적으로 사는 것이 너무 힘든 일이라는 것을 고백하며 인생의 우선순위에 있는 일을 순서로 목표를 세웠다. 5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절제, 인내, 질서, 작은 것에 감사하는 소박한 삶, 성실하게, 청결하게, 실용적으로 살아가기 위한 13가지 덕목을 철저하게 적었고, 계획과 점검을 통해 수많은 업적을 남기며 존경받는 삶을 살았다. 위대한 이도 이렇게 자신의 연약함을 알아 계획을 세우고 지키려고 노력했는데, 무슨 배짱으로 하루하루를 방목하며 살아왔을까. 자유를 만끽하던 삶에 찬바람이 불어오며 마음이 스산해진다. 그동안 이런 저런 핑계로 눈을 질끈 감고 살아왔더라면 이제는 삶 속에 깨진 창문은 수리를 하고, 찰진 계획을 세울 때다. 더 매서운 바람이 불기 전에, 틈이 흠이 되지 않도록 말이다. 남들이 보지 않더라도 스스로의 존엄성을 포기하진 말아야겠다. /강주연 전북극동방송 방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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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10.13 17:43

아바라(아이스 바닐라 라떼)를 아십니까?

박은재 전라북도지속가능발전협의회 사무처장 574돌 한글날을 앞두고 있다. 누구나 자신이 가진 것이 어느 정도의 가치가 있는지 인지하지 못하듯 우리글이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지를 새삼 이때쯤에야 곱씹게 된다. 세계적인 석학들이 인정하는 세계에서 가장 과학적인 글자를 말이다. 언제부턴가 말 속에 영어단어 몇 개를 섞어야 자연스러워진다. 우리말로 바꿔 쓰는 것이 더 어렵다는 사람들도 왕왕 있다. 기업들도 영어로 이름을 짓는 것이 별일이 아니게 되어버렸다. 몇 해 전 공영방송에서 영어로 지어진 기업들 이름을 나열하며 세종대왕님은 얼마나 속상하실까요?라고 올린 글에 가장 많은 호응을 받은 댓글은 세종대왕님은 K*S를 모르실 텐데요?였다. 전 세계적으로 언어는 나라의 수를 넘어설 정도로 다양하지만, 고유의 문자를 가진 나라는 많지 않다. 영어, 독일어, 스페인어, 터키어, 심지어 필리핀어까지 약간의 변형과 변칙을 포함해 알파벳을 이용한 문자 생활을 한다. 우리말을 기록할 수 있는 우리글이 없는 상황을 우리는 상상이나 해봤을까? 그런데 요즘 느끼는 한글의 위대한 점은 따로 있다. 세계의 모든 언어를 소리 나는 대로 받아쓸 수 있다는 점이다. 비티에스가 빌보드차트 1위를 차지했다. 손흥민이 프리미어리그 원정 4라운드에서 두 골을 기록했다. 독일 사람들은 사랑한다를 이휘리베디휘라고 한다. 그렇다. 꼭 우리말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우리글로 세상 모든 언어를 표기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장점은 뜻하지 않게 실질 문맹률을 늘렸다. 최근 기사에 우리나라의 문맹률은 1% 정도인데 문장을 읽고도 이해하지 못하는 실질 문맹률이 75%에 달한다는 충격적인 소식이 있었다. 개진, 개소, 견지, 괴리, 금어기, 적기, 상시, 통상현안 등 법률 용어들이나 행정 용어들이 주범으로 지목됐다. 훈민정음에 따르면, 우리가 중국 글자를 빌려 우리말을 적고 있으나 이는 중국말을 적는 데 맞는 글자이므로 우리말을 적는 데 맞지 않아 (한자를 배우기 쉽지 않은) 일반 백성이 배우기 쉬운 글자를 만드신 세종대왕이 뜻하신 바와 다르게 우리는 여전히 한자를 한글로 표현하는 것으로 소통을 어렵게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실질 문맹률을 낮추기 위한 노력을 법제처가 10년 넘게 해오고 있다. 알기 쉬운 법령사업이다. 전문용어나, 어려운 한자어, 일본식 용어 등 어려운 법률 용어를 쉬운 용어로 바꾸고 길고 복잡한 문장을 간결하고 명확하게 고쳐나가는 사업이다. 개인적으로 느끼는 더 심각한 요인도 있다. 늘어나는 줄임말이다. 방송 프로그램의 글자 수를 줄이는 것은 물론이고, 일상생활 용어들을 줄이는 기사들이 쉽게 보이고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소위 힙한 것으로 여겨지면서 줄임말을 공부해야 아는 중장년층이 늘고 있다. 말과 글자는 소통을 위한 것인데 그 본연의 역할을 거스르는 일들을 우리는 스스럼없이 하고 있다. 쉬운 말을 쓰는 사람이 존중받아야 한다. 영어를 섞고, 한자어를 섞고, 줄임말을 섞어 소통에 어려움을 주는 사람들을 유식하고 멋지다고 생각하는 것을 그만둬야 한다. 아바라가 아이스 바닐라 라떼의 줄임말임을 모른다고 해서 세상에 뒤처진다고 생각해서는 우리의 말과 글이 산으로 갈 지 모른다. 이번 한글날에는 쉬운 우리말로 말하고 쓰는 연습을 해보면 어떨까? 의외로 쉽지 않은 일일지 모른다. /박은재 전북지속가능발전협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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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10.06 16:36

알아야 면장(免牆, 갑갑함을 면한다)

강영석 전북도 보건의료과장 권력엔 맞서되 국민엔 맞서지 말자. 국가가 있고 국민이 계셔 내가 있다. 언제든 돌아와 다시 마주할 국민이거늘. 선한 목적엔 선한 수단만을 선택하자라는 독백과 함께, 국민을 볼모(?)로 한 휴진으로 인해 곱지 않은 시선, 의료계의 어떤 설명으로도 관계 회복이 쉽지 않겠습니다만, 휴진의 이유를 들어보는 것과 생명을 담보로 휴진한다며 비난하는 것 중, 주인이신 국민께서 우선 선택하실 것은 듣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아프면 만나야 하는 그들이라서가 아니라 주인이시기에 그래, 이유나 들어보자 하셔야 합니다라는 생각입니다. 저 자신도 의사이기에 마음 아픈 시간이었습니다만 우리 국민께 더욱 다가서며 섬기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위기에 더욱 올바른 시각이 필요합니다. 때론 조언하듯 때론 내 일처럼 숲도 나무도 들여다봐야 하기에 오늘은 서로 다른 의견이 첨예한 공공의대설립에 대해서 허준 선배님과 솔로몬 임금님께 여쭤 들은 내용을 정리해보렵니다. 의학전문대학원을 예로 들며 공공의료대학원이 실패할 거라는 의견이 있습니다만, 실패는 대학이냐 대학원이냐 하는 학제 문제가 아닙니다. 공공의대는 스스로 공공의료의 길을 걷겠다는 지원자로 채워진다는 답이면 충분할 것입니다. 불공정한 학생선발에 대해 걱정이 많다고 합니다만, 대한민국은 국민이 주인인 민주공화국입니다. 용역보고서에 담긴 방안만으로도 국민께서 회초리를 드셨습니다. 숨겨져(?) 있던 과거의 부끄러운 사례들도 드러나 국민 앞에서 심판을 받는 나라입니다. 그러기에 국민의 관심과 전문가들의 논의로 누구나 수용할 수 있는 합리적인 입학전형이 준비될 것입니다. 음서제(蔭敍制) 운운하며 지속되는 논란은 공공의료에 대한 국민적 갈망을 호도왜곡하고자 하는 불순한 의도일 뿐입니다. 서남의대처럼 부실교육을 염려하는 분들도 있습니다만, 국가가 국민을 위해 직접 나서 운영하겠다는데 부실사학과 비교라니요. 대한민국 국민이면서 이런 말을 정말 믿는단 말입니까? 수련체계도 국립중앙의료원을 비롯하여 국내 다수 의료기관에서 최상의 내용으로 마련되어 부러움을 살 것입니다. 대안이라며, 기존 의과대학 정원의 일부를 지역의사로 양성하는 방안들, 지역의사 처우개선 및 의료전달체계 확립 등을 통한 다양한 공공의료 강화 방안들이 제시되고 있습니다. 이들 역시 공공의대 설립의 대안이 아닌 병행해야 할 좋은 방안들임이 분명합니다. 전북 남원의 지역사업이라고들 합니다. 이런 시각을 가진 사람이 우리의 정치인이고 의료인이라면 제가 이 나라의 유권자요 의료인 중 하나라는 것이 개탄스러울 따름입니다. 공공의료인력이 크게 부족하고 공공의대가 필요한 상황에서 서남의대 정원을 활용하여 양성된 의사들이 전북만이 아닌 전국의 모든 의료취약지역에 배치되는 엄연한 국가사업입니다. 다른 나라 사례를 들어 비교합니다만, 국토의 면적인구밀도며, 의료이용정도, 의사를 바라보는 시선, 국민을 섬기는 자세 등 하나같이 모두 다르기에 단순비교는 옳지 않습니다. 해외사례는 우리 것을 만들기 위한 자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우리 국민에게 지금보다 더 나은 공공의료 체계가 필요하다는 공감 아래, 행정인도 의료인도 정치인도 서로 진지하게, 오직 주인이신 국민을 위해, 우리 것을 만들어 갑시다. 신뢰는 상호작용입니다. 서로가 색안경을 벗어야 세상을 바로 볼 수도 자신을 바로 보여줄 수도 있습니다. /강영석 전북도 보건의료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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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9.22 16:38

버티기 그리고 또 버티기

이은선 선이오페라앙상블 대표 비가 주적주적 내리는 어느 여름날이었다. 비오는 날의 꿉꿉함보다 더 불쾌함을 담은 얘기를 들었다. 그 친구가 고등학생 때 내가 잠시 노래를 가르쳤고 다행히 대학도 좋은 성적으로 합격했었다. 세월이 흘러서 대학을 졸업했고 어느 학교의 임시교사로 부임했던 모양이다. 그런데 그 친구가 그 학교에서 성악을 전공하고 있는 두 아이를 두고노래도 너무 못하고 게다가 소리도 없는데 왜 전공을 하려는지 모르겠다.나라면 그만두라고 얘기하고 싶다는 얘기를 누군가에게 한 모양이다. 물론 뇌라는 것은 맘껏 사고할 자유가 있고 입이라는 것도 자유롭게 얘기할 권리가 있으니 쉽게 누군가에게 얘기할 수 있다.그리고 아직 그 친구도 어리기에 그럴 수도 있지 하고 넘기려다가도 아이들을 담당하고 가르쳐야 하는 사람의 마음 가짐이 그렇다는 것에 많은 실망을 한 적이 있다. 내가 대학시절 얘기다. 처음 전공을 결심했을 때 소리는 어느 정도 타고 났고 오랜 세월 피아노를 친 덕분에 노래를 하는데 좀 수월하게 접근했었다. 그러나 웬 일. 대학시절 난 노래를 너무 못했고 그로 인해 무대에 서는 게 벌벌 떨리게 무섭고 긴장되고 싫었다. 못했다는 수준이 보통 에이, 어느 정도는 했겠지 엄살은.이렇게 생각하겠지만 정말 수준 이하였다. 꼴등은 맡아서 했었고 성악 교수님은 다른 아이를 통해 내게 전공을 피아노로 바꾸기를 권유할 정도였다. 사실 지금 생각해봐도 왜 그렇게 노래를 잡고 했을까? 그 정도면 내 길이 아닌가? 한번 생각도 해볼 만 한데 그런 생각은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었다. 그냥 했다.내 처지와는 상관없이 말도 안되게 잘 하는 친구들과 비교하면서 왜 난 저렇게 못하지? 울면서, 속상해하며 그냥 연습실에 주구장창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일까? 그렇게 그냥 다른 생각 없이 꾸준히 잡고 버텨내서 그나마 지금의 내가 된 것 같다. 어찌되었건 지금의 난 공연을 하고 있고 적어도 노래를 못한다는 말은 듣고 있지는 않으니 말이다. 얼마 전 유재석의 놀면 뭐하니라는 예능을 처음부터 정주행하다가 울컥했던 말이 생각난다. 부캐로 라면을 팔던 유재석에게 장도연, 양세찬, 조세호가 가게로 찾아왔다. 한참 얘기를 진행하다가 그냥 설거지하다가 무심하게 턱하니 후배들에게 던진 유재석의 말 진짜 버티느라 고생들 했다. 그 말에 왜 그렇게 눈물이 나던지. 개그맨들이 어느 자리까지 가게 된다는 것이 녹록치 않은 걸 알기에. 유재석 본인도 너무 잘 하고 싶었으나 어려운 과정들을 겪어내고 버텨내서 그 자리까지 간 것에 감사하고 여전히 노력하는 사람이기에 던질 수 있는 말이 아니었나 싶다. 우리 모두는 어느 자리에서 버텨내고 있는 거 아닐까? 본인이 있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버텨내 보는 거다. 그러고도 안 된다면 아닐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내가 가보고 싶었던 길을 가보고 확인은 해보지 않겠는가? 후회는 없을 것이다. 어떤 일이든지 재능이 있어야 잘 하는 건 누구나 알 수 있는 일이다. 노래하는 사람에게 필요한 재능은 소리나 음감, 리듬감, 무대체질 등이라 여겨질 것이다. 그 어린 선생님에게 얘기해주고 싶다. 아무도 누구의 미래를 예측할 수 없고 버텨내는 고집과 집념이야 말로 가장 큰 재능이라는 것을. 적어도 칼을 꺼냈다면 무라도 베 보든지 적어도 무인지 배추인지는 구분할 때까지 칼을 갈아본 사람을 평가해야 된다는 것을. /이은선 선이오페라앙상블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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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9.15 16:34

브라보, 당신의 인생

강주연 전북극동방송 방송부장 죽기 전에 꼭 해보고 싶은 일들의 목록, 버킷리스트. 2007년에 개봉한 영화 버킷리스트 이후 우리에게도 친숙하게 쓰이는 말이 됐다. 이와 함께 2010년대 초, 생을 가치 있게 마무리 하자는 웰 다잉(Well Dying)이 트렌드로 확산되며 죽기 전까지 원하는 것들을 성취하며 살아보는 것에 대한 동경이 생겼다. 그동안 사회에서 부여받은 지위와 가정 안에서 맡은 역할을 충실히 하며 타인을 위한 삶을 살았으니 더 늦기 전에 본연 그대로의 자신에게 집중하고 자아를 찾아가자는 것인데, 후회 없는 생을 위한 귀한 도전이 된다. 라디오를 제작하고 직접 진행하는 일을 한다고 소개하면 많은 이들이 이런 말을 건넨다. 라디오 디제이(DJ)는 내 인생의 꿈이었는데 좋으시겠어요. 좋은 말과 따뜻한 사연, 선별된 곡을 보내주는 디제이는 누군가에게는 마음의 안식을 선사하는 자리, 꽤 근사해 보이는 자리인가보다. 물론 그것만이 업무의 전부는 아니지만 말이다. 그래서 언젠가부터 적어도 누군가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를 지워줄 수 있다면 얼마나 의미 있는 일이 아닐까 싶어, 라디오 진행이 꿈이었던 분들에게 라디오를 직접 진행을 해볼 수 있는 기회를 나눠드리고 있다. 올해도 제작하고 있는 프로그램을 통해 썸머스페셜 1일 디제이 이벤트를 진행했고, 17명의 청취자와 만났다. 50세가 되니 인생의 2막에서 여러 가지를 경험해보고 싶다는 주부님, 성우를 지망하는 학생으로 미래의 꿈에 한발 더 나아가고 싶다는 24살 청년, 사랑하는 세 남매에게 도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한 40대 어머니, 따돌림을 당해 힘들어 하는 초등학생 딸에게 자신감을 주고 싶어 함께 신청한 모녀, 편도 수술과 성대 결절로 아픔을 겪었지만 포기하지 않은 28살 가수지망생, 라디오를 정말로 사랑해서 디제이가 꿈이었던 58년 개띠 소녀까지. 다양한 이들의 삶의 이야기가 전파를 타고 각각의 색이 입혀져 세상에 나아갔다. 특히, 33살의 외동아들을 심정지로 잃은 아버지는 디제이로 참여하며 겸허하게 본인의 이야기를 풀어가셨다. 당시에는 죽을 것 같은 아픔이었는데 이제는 이렇게 살아간다는 고백으로 눈시울을 붉히셨다. 방송에서 이렇게 이야기를 하니 앞으로 아픔을 숨기지 않고 담대하게 살아갈 수 있게 됐다고 속이 시원하다고 하신다. 남들이 보면 소소해 보일지 모르나 갈망해오던 하나의 목록이 지워졌고 드디어 꿈을 이뤘다. 도전을 완성하며 본인의 삶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달았을 것이다. 그리고 성취의 기쁨을 맛보았기에 다음 도전도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의 심리학자 앤젤라 더크워스는 성공과 성취를 위해서 단순히 열정과 근성만이 아닌 담대함과 낙담하지 않고 매달리는 끈기 즉, 그릿(GRIT)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런 면에서 개인의 희망사항 집약체인 버킷리스트도 낙담하지 않고 끝까지 도전을 이어나갈 때, 비로소 자신이 꿈꿔왔던 최고의 성취와 만족을 얻을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각 사람의 인생의 주인공은 바로 자신이다. 아무도 대신 살아주지 않는다. 바라는 소원이 있다면 방향을 잡고, 더딜지라도 중단하지 않으면 도달할 것이다. 버킷리스트를 지우기 위해 1일 디제이에 신청한 17명은 적어도 용기를 냈기에 2020 여름 소중한 추억을 갖게 됐다. 각각의 인생 주인공들이 저마다 해피엔딩을 꿈꾸며 노력하는 삶이야 말로 브라보, 당신의 인생(Bravo, your life)이라고 칭송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찬란하게 빛날 우리의 미래를 위해 지금 무엇이라도 도전해보자! /강주연 전북극동방송 방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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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9.08 17:14

제로 플라스틱을 위한 즐거운 상상

박은재 전라북도지속가능발전협의회 사무처장 지난 칼럼에서 전라북도와 전라북도지속가능발전협의회(이하 전북지속협)이 객리단길 카페 업주들과 함께 실천하고 있는 제로플라스틱전북-객리단길 운동에 대해 소개드렸다. 이번에는 1회용 플라스틱을 없애거나 줄이기 위한 상상들을 공유하고자 한다. 혼자 꾸는 꿈은 단지 꿈이지만 여럿이 같이 꾸는 꿈은 종종 현실이 된다. 아래 장면들은 현실이 되기를 희망하는 가상이다. 언급한 기관명 역시 마찬가지다. 오해 없으시길 바란다. 장면 하나. 2020년 10월, 전라북도지사는 전북형 그린뉴딜 사업의 핵심과제 중 하나로 1회용 플라스틱 없는 전라북도를 표방하고, 2025년까지를 목표로 모든 부서에 실현방안 마련을 주문했다. 이와 더불어 우선 올해까지 도 산하 공공기관 모든 곳에서 1회용 플라스틱 퇴출을 지시했다. 이에 전북도 환경녹지국장은 제로플라스틱전북 시범사업을 정규사업으로 편성하고 확대 시행할 계획을 보고했다. 장면 둘. 전라북도교육감은 일선 교육 현장에서 1회용 플라스틱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의무적으로 교육할 것을 권고하고, 교육청 및 교육지원청과 학교 내로 1회용 플라스틱 반입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또한 모든 학생들이 등교 시 개인용 컵을 휴대할 수 있도록 협조를 구하고, 일선 학교에 개인용 컵 초음파 세척기 보급 검토를 지시했다. 장면 셋. 2020년 11월 전주시장은 1회용품 없는 도시, 전주 선언을 발표했다. 생태도시전주를 기반으로 한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탈탄소 정책의 일환으로, 2023년부터 전주시 모든 마트와, 시장, 식당, 커피숍, 편의점 등에서 1회용 비닐봉투와 플라스틱 컵을 사용할 수 없게 되는 고강도 대책이다. 마트나 편의점에서 판매할 수 있었던 비닐봉투는 판매가 금지되며, 생분해성봉투일 경우에만 판매가 가능하다. 또한 커피숍과 편의점 등에서 사용하던 1회용 플라스틱 컵 역시 사용할 수 없게 되고, 생분해성 용기의 경우도 제공은 불가하며 별도 판매만 가능하다. 1회용 플라스틱 빨대 역시 제공이 금지된다. 영세 자영업자의 경우 생분해용기 구입에 대한 보조금을 일부 지급하는 방안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숍도 마찬가지로 1회용 플라스틱 제공이 금지되며, 신규 출점시 뿐만 아니라 현재 영업중인 모든 곳이 이번조치에 포함된다. 전라북도와 마찬가지로 관공서 내에 1회용 플라스틱을 근절하기로 했으며, 전주 얼수의 포장도 생분해성 용기를 도입하는 것과 전주시 내 모든 현수막도 생분해성 재질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장면 넷. 전북지속협과 전주지속협은 전라북도, 전주시와 함께 전주형공유컵을 전주시 전체로 확산할 계획을 발표했다. 전주시 카페 모든 곳에서 공유컵 대여가 가능하며, 모든 카페에 반납할 수 있다. 전북창조경제혁신센터는 공유컵 수거 및 세척, 배달을 위한 청년벤처 육성을 지원하고, 전북디지털사회혁신지원센터는 위치기반 서비스와 빅테이터 분석을 통해 공유컵 사용량과 이동을 분석해 제공함으로써 활성화를 돕게 된다. 또한 현대자동차 전주공장은 전주 한옥마을에 길거리 음식 판매를 위한 다회용기를 제작제공하고 주요 입구 및 거점에 친환경 식기세척기를 장착한 기프티카를 제공하기로 했다. 혼자 하는 상상이니 빈약할 수 있다. 빈 곳들은 독자분들이 채워주시길 부탁드린다. 당장의 불편함을 이겨내면 우리는 전 세계적 모범이 되는 또 하나의 한류의 중심이 될 수 있지 않을까? 1회용품 없는 도시를 보기 위해 밀려드는 관광 인파를 마지막으로 상상하며 글을 맺는다. /박은재 전북지속가능발전협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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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9.01 17:14

자신에겐 엄격하고 주위에 관대하자

강영석 전북도 보건의료과장 솔로몬 왕, 허준 선배님의 늦은 휴가 덕분에 오늘은 제가 주연이 되렵니다. 꽤 오래전, 15년은 흘렀을까요. 30대 중반의 제가 모임에서 청년부 교사 역할을 맡고 있을 때의 일입니다. 하루는 대학생 두 명이 묻습니다. 선생님, 술 마시고 담배 피우는 것이 죄인가요? 제가 답합니다. 아니, 왜 내게 물어요? 신께 여쭤야죠? 묻는 걸 보니 평소 제가 싫지 않았나 봅니다. 제 생각을 말했습니다. 죄라 생각하면 조금의 고민도 마세요. 설령 죄가 아니라 생각해도 주변을 살피길 바랍니다.라며 그 이유도 이야기했습니다. 세상은 자신 혼자가 아니더군요. 자신과 달리 죄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분명 있을 것이고 그들에게 변명 또는 불필요한 설명을 해야 하는 상황을 만들지 않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특별히 어린이들에게는 신체적 위해와 교육적 혼란을 불러 나쁜 영향을 끼치기에 상대적 어른이라고 생각한다면 그들 앞에서 매우 조심해야 할 거예요.라고 말을 맺었습니다. 다행히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해주는 그들이 참 예뻤고, 동시에 저 자신을 돌아보며 가소로워 부끄러웠고 말에 책임지려 더 잘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7년 여전 햇살 화사한 어느 날입니다. 기다리던 건널목 파란불에 길을 건너는데 옆에 있던 표정 밝은 어린이가 손을 들고 함께 건넙니다. 마주한 어린이의 눈빛엔 궁금함이 담겨 있었습니다. 저는 오해하며 물었습니다. 공주님, 혹시 우리가 언제 만났던 적이 있었나요? 어린이가 되려 묻습니다. 아니오. 그냥 궁금해요. 어른들은 왜 그냥 건너세요? 순간 뭐라 할까 고민했지만 비교적 떨어지는 순발력은 아닌 터라 이렇게 답했습니다. 어른들은 키가 커서 손을 들지 않아도 차에서 잘 보여요. 저는 사실 아직도 그 이유를 확인하지 않았습니다. 어릴 적 호기심과 궁금증이 많았던 저였는데 더는 그런 제가 아니더군요. 하지만 어린이 덕분에 조금 더 성장하게 되었습니다. 우리 어린이들이 이렇게 깊게 생각하고 있구나! 이후 밝은 표정 맑은 눈의 어린이와 마주칠 때면 움찔하며 저를 돌아보게 되었고, 언어와 행동을 더욱 조심하며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최근 일입니다. 코로나19 대응 문제로 전문가인 친구와 대화를 나누다가 누가 봐도 다툰다고 생각할 만큼 서로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유는 서로 달랐습니다. 제 친구는 말귀를 못 알아듣는 제가 답답해서였고, 저는 알아들으면서도 자신이 너무 부끄러워 또한 서운해서 역정을 내는 속 좁음이었습니다. 같은 날 도청 밖 건널목에서 오래전 그 소녀를 떠올릴 어린이를 만났습니다. 여름날 의무화된 실내가 아닌데도 어린이라서 더욱 참기 어려울 텐데도 그는 어른스럽게 마스크를 잘 착용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구나! 정말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구나! 그에게 깊이 감사하는 마음으로 이후 시간을 맞이했습니다. 친구야, 고마워요. 날 깨워줘서요. 휴가 중 두 분께서 우리를 응원하십니다. 자신에겐 엄격하고 주위에 관대할 수 있다면, 실천할 수 있다면 우리는 머지않아 지금의 위기 상황을 추억 삼아 그리워하게 될 거라고요. 오늘도 본연의 방역업무에 더해, 방역수칙을 지키지 않는 소수에 대한 신고 민원까지 응대하느라 힘들어하는 동료들이 안쓰럽습니다. 모두가 애타는 상황에서 솔선, 이해와 배려, 겸손은 서로에게 참 중합니다. 오늘 하루도 누군가에게 배울 수 있기에 감사히 맞이하겠습니다. /강영석 전북도 보건의료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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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8.25 16:11

조커가 되기까지

이은선 선이오페라앙상블 대표 조커는 태어날 때부터 조커였을까?? 영화를 보고 나온 친한 동생에게 전화가 왔다. 조커도 힘들었겠네. 나라도 저렇게 될 수 있겠다. 세상의 악인이 태어날 때부터 악하게 태어났을까? 프로파일러 표창원 씨와 희대의 탈옥수라 불렸던 신창원 씨가 다른 점은 성씨 한 글자뿐이나, 다른 삶을 살게 되었다. 표창원 씨도 어려서 과일서리를 했었고 신창원 씨도 같은 실수를 저질렀다. 그런데 그들의 부모님은 다른 선택을 하셨다. 표창원 씨의 아버지는 자식을 야단치고 다시 따뜻하게 품어준 반면에 신창원 씨의 아버지는 자식을 야단치고 바로 소년원에 넣어버렸다. 그 이후 그들은 다른 삶을 살게 되었고 그들은 우리에게 다르게 유명한 사람으로 각인이 되었다. 요즘 뉴스에서는 하루 걸러 한 번씩 아동학대에 대한 얘기들이 나오고 있다. 아이를 가방에 넣어서 질식사를 시키고, 쇠사슬로 묶고 때리고 학대하는 등 사람이 자라나고 성장하는 데 있어 가장 기초적인 장인 가정에서 이런 일들이 수도 없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울 뿐이다. 다른 곳도 아닌 가정에서,가장 보호받아야 하는 부모에게서 학대를 받는 아이들이 사회에 나와서 어떻게 적응을 하겠고 다른 환경에 노출되었을 때 이 아이들이 어떻게 행동을 하겠는가. 그리고 또 다른 장소인 어린이집,학교에서도 교육자라는 사람들에게 아이들이 당하는 학대 또한 끊임없이 발생한다. 말하지 못하고 힘이 없기에 아이들은 영문을 모른 채 당연하다는 듯 그냥 당하는 것이다. 조커는 태어날 때부터 조커가 아니었다. 아버지에게 버려졌고 어머니는 정신질환자에 본인도 남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병에 걸렸었고 열심히 살아보려 노력하였으나 모든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악인이 되기까지 그는 얼마나 힘들었을까? 사실 악인이 되기까지는 우리가 상상하기 힘든 엄청난 환경들에 노출되어야 가능하기 때문에 악인을 만들어내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 어려운 일에 우리가 동참하지 않았으면 하는 게 이 얘기, 저 얘기를 꺼낸 이유이다. 그리고 편견과 선입견으로 사람을 판단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이다. 그 사람이 그렇게 되기에는 어떠한 이유들이 있을 거라 한번 생각을 하고 그의 과거나 지금의 환경에 대해 의문을 품고 그 사람을 궁금해 한다면 미운 마음보다 안쓰러운 맘이 먼저 들 수도 있다. 내 경험상 조금 많이 다른 아이들이나 친구들, 어른들을 보며 왜 저렇게 자라났을까? 생각을 하고 그 사람에 대해 고민을 해보면 꼭 원인이 있더라는 것이다. 세상에 이유 없는 악인은 없다. 어쩌면 내가 소외시켰던, 편견을 가졌던 아이가 위의 사례처럼 부모나 누군가에게 학대를 당했던 피해자일 수도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내 아들의 일화를 얘기하자면, 아들이 초등학교 2학년 때 엄마들이 나쁜 친구라 생각하는 아이와 자주 다니는 거였다. 나도 주변에서 저 아이 조심하라고 얘기를 몇 번이나 들었던 터라 아들에게 물었다. 그 친구 어때? 같이 다니는 거 괜찮아? 엄마는 안 좋은 얘기를 좀 들었는데. 난 아들의 답변에 너무 부끄러워졌다. 엄마도 다른 친구들과 똑같이 생각하는 거야? 이 친구가 나랑 다니면서 좋은 친구가 될 수도 있는 거 아냐? 초등학교 2학년보다 짧은 나의 변변치 못한 생각에 부끄러워 사람을 가려야 한다는 낡은 맘은 버렸다. 우리들도 아이들의 마음으로 누군가를 나쁘다 낙인 찍지 말고 다시 한번 그 친구를 궁금해 하면 어떨까? /이은선 선이오페라앙상블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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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8.18 16:33

당신이 듣고 싶은 말을

강주연 전북극동방송 방송부장 중학교 3학년 영어 선생님이 참 좋았다. 요즘 시대의 표현으로 걸크러시, 쿨한 언니처럼 거침없는 언변과 시원한 성격을 동경했다. 당연히 영어 수업 시간이 재미있었고, 영어를 좋아했다. 그런데 영어가 단번에 싫어지는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독해를 어려워하는 짝꿍을 잠시 도와주고 있었는데, 선생님이 언짢은 듯 일으키시더니 전후 사정은 묻지 않고 수업 시간에 떠드는 오만방자한 것이라며 일침을 가했다. 평소처럼 거침없는 선생님만의 말투였는데도 억울함이 더해지자 이는 비수로 변해 마음에 꽂혔다. 그날 이후, 그녀는 나의 경계 대상이 되었고, 영어 시간은 거부의 장이 되었으며, 그렇게 영어와 이별을 했다. 오만방자한 것이라는 그녀의 말은 영어만을 써야했던 미국 유학 중에도 종종 떠올랐고, 취업 후에도 불쑥 찾아와 마음을 두드렸다. 소심했던 여중생이 선생님께 묻지 못했던 질문, 왜 내가 오만방자한가요?는 십여 년이 넘는 세월 동안 풀리지 않는 숙제처럼 남겨졌다. 그날 선생님의 단 한마디의 말은 여린 마음에 상처가 되어 신기하게도 그 날 교실의 풍경, 선생님의 이름 세 글자와 함께 기억의 중심에 깊이 각인되었다. 사회생활을 시작한 뒤, 남들보다 한참 늦게 방송을 준비하게 됐다. 방송은 당시 하고 있던 일과는 전혀 다른 분야였기에 설마 네가..라는 물음표가 따라다녔었다. 하지만 혹시라도 있을지 모를 기회를 위해 준비하며 아카데미를 수강했고, 젊은 대학생들 사이에 어색하게 앉아 열심을 다 했다. 그러나 생각만큼 실력은 단기간에 향상되지 않았고, 어느 것 하나 보장되지 않은 막막한 현실 앞에서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자주 솟아올랐다. 호기롭던 자신감이 행방불명될 때마다 인자했던 한 선생님께서는 이런 말씀을 해주셨다. 잘 하고 있고, 강주연은 가능성이 있어! 수강생 모두에게 당연하게 해줄 수 있는 정답과도 같은 응원의 메시지였지만 그 한마디의 말에 다시 힘을 내보기로 다짐하고 포기하지 않은 결과 오늘에 이르게 됐으니, 말 한마디가 사람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한다해도 과언은 아니다. 가까이 있는 사람들과 불화가 생길 때는 늘 말이 단서가 될 때가 많다. 의미 없이 뱉은 말 한마디로 예기치 못한 극한의 감정싸움이 시작되곤 하니, 말의 힘이 두렵다고 느껴질 때는 언제나 말로 실수를 많이 하고난 후였다. 그래서 사회생활을 통해 철이 들기 시작할 무렵 내가 듣고 싶은 말과 행동대로 남들에게 그대로 해주기를 다짐했다. 후배였을 때 겪기 싫었던 것은 상사가 되어도 후배들에게 하지 말기, 긍정과 칭찬의 말로 사람 세워주기, 내가 듣고 싶은 말로 상대방에게 감동을 주기 등 간단한 규칙들을 정해 역지사지(易地思之)를 실천하려 노력하고 있다. 타인의 보이지 않는 마음을 헤아리긴 어렵지만, 내 마음이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는 정확히 알고 있다. 내가 아는 대로, 듣고 싶은 대로 상대방에게 해 주는 것, 그것은 타인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될 것이고, 이는 자아존중감을 보장받고 싶은 인간의 욕구를 충족시켜 준다.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엄마가 항상 해주시는 말씀이 있다. 남들이 다 하면 넌 더 잘할 수 있어. 우리 딸, 믿어! 나를 숨 쉬게 했던 이 말을 지금 당신에게도 전하고 싶다. 당신, 잘 할 수 있어! 난 그대를 믿어. 자기가 듣고 싶은 말이 남도 듣고 싶은 말이다. 위기의 순간에 있는 그 누군가에게는 당신이 건넨 당신이 듣고 싶어 하던 그 한 마디의 말로 인해 그 날이 평생 기억나는 하루로 기록이 될 것이다. /강주연 전북극동방송 방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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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8.11 17:32

1회용 플라스틱 없는 도시를 꿈꾼다

박은재 전라북도지속가능발전협의회 사무처장 플라스틱이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백 년 남짓한 시간 동안 우리는 철기시대를 넘어 플라스틱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쉽게 접하는 1회용 컵부터, 빨대, 비닐봉투, 식용기, 반도체, 자동차와 선박, 항공기 등의 내장재까지 플라스틱으로 만들 수 없는 제품을 찾기가 힘들다. 그런데 이 편리하고 값싼 플라스틱의 홍수가 언제부턴가 문제가 되기 시작했다. 지구와 생명체들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한다는 것이 밝혀지기 시작했다가 더 명확한 표현이겠다. 바다 거북의 콧구멍에 플라스틱 빨대가 박혀있는 한 장의 사진은 이미 전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인간이 버린 플라스틱이 태평양에 플라스틱 섬을 만들고, 햇빛과 물에 의해 입자가 작아진 플라스틱은 해양 생태계 먹이사슬을 거쳐 인간의 몸으로 섭취되고 있다.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우리는 매주 신용카드 한 장 분량의 플라스틱을 음식 등을 통해 섭취하고 있다고 한다. 이대로 괜찮은가?라는 현상을 반영한 질문에는 이대로 괜찮지 않다라는 답을 내포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듯, 전 세계 곳곳에서 플라스틱 관련 운동이 일어나고 있다. 플라스틱제로 챌린지, 제로웨이스트, 플라스틱 어택 등의 운동이다. 우리 지역에서도 전라북도와 전라북도지속가능발전협의회, 객리단길 내 카페들이 모여 제로플라스틱전북-객리단길 운동을 작년부터 시작했다. 기존의 운동들과의 차이점은 참여한 카페들에서 공통적으로 사용하는 공유컵인 턴(Turn)블러를 만들어 포장 판매 시 운용하고, 상단의 뚜껑과 빨대는 옥수수전분 성분으로 제작된 생분해용기(PLA)를 이용한다는 점이다. 모든 플라스틱을 없앨 순 없지만, 1회용 플라스틱과는 자신있게 이별을 택할 수 있다는 대안을 제시했다는 점이 자랑스럽다. 구역을 정해 연대해서 공유컵을 이용하는 전국 첫 사례다. 작년에는 18개 카페로 출발해서 폐업과 업태 변경 등으로 최종 9개 카페가 끝까지 참가했고, 올해는 이보다 1개 카페가 늘어 19개 카페가 참가해 현재 16개 카페가 운동을 벌여나가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방문객수와 매상이 줄어든 것에도 굴하지않고 매달마다 회의를 진행하며 좀 더 잘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머리를 맞대는 일명 섹시한 마인드의 소유자들이다. 성과도 분명히 있었다. 작년 한 해 1회용 플라스틱을 턴블러와 생분해용기로 대체한 것을 한 줄로 늘어놓기만 해도 약 43km에 달한다. 전주시청에서 군산시청까지의 거리와 맞먹는다. 또 수원시와 수원지속가능발전협의회가 우리지역의 사례를 활용해 (제로플라스틱전북-객리단길 사업을 참고했음을 명확히 하고) 수원 화성행궁 주변 카페들과 함께 같은 사업을 진행중이다. 더 큰 규모로 진행하고 있어 부럽기도 하고 배도 아프지만 뭐 어떤가. 좋은 사례는 나눠야하고 확산이 되는 것은 기뻐해야 하는 거다. 일부 언론이 코로나 여파 객리단길 다용도 공유컵 애물단지로 전락같은 기사로 깎아내리는 어려움도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방문객과 매출은 줄어드는 상처를 입고도 좋은 일 하겠다는데 소금까지 뿌려서야 되겠는가? 언론이 더 좋은 사례로 발전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도 있다. 작년 10월 21일자 전북일보 불편하지만 환경이 먼저 기사가 칭찬하는 언론, 칭찬받는 언론의 좋은 예다. 코로나19로 인해 위생을 먼저 생각하는 소비자들을 위해 가장 안전한 공유컵 소독제는 무엇일까?, 개인컵(텀블러)을 더 활성화시킬 방법이 뭘까?를 고민하는 전북도와 전북지속협, 16개 카페 업주들이 있다. 따뜻한 시선과 응원이 1회용 플라스틱 없는 도시를 꿈꾸는 이들에게 필요한 때다. /박은재 전북지속가능발전협의회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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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8.04 15:00

현명한 의사와 우리 국민

강영석 전북도 보건의료과장 보통 현명한 사람들은 서로 등지지 않고 등에 업는 선택을 합니다. 설령 다시 안 볼 사이라 할지라도. 코로나19로 인해서 사람들의 대화 주제로 오르내리는, 원격의료비대면 진료, 코로나 이후를 준비하는 정부의 정책에 포함되었지만, 찬반이 나뉜지라 국민과 의사 모두에게 친화적으로 준비하되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서 두 분께 여쭸습니다. 지혜의 임금, 솔로몬 왕이시여, 어찌 생각하시는지요? 지금이라면 유전자 검사로 쉽게 판단할 수 있지만, 달리 방법이 없던 당시로선, 현명하지만 아이를 칼로 베어 둘로 나누라는 지독히도 냉혹한 분이셨기에 이번에도 객관적인 명쾌한 답을 주실까 하여 여쭸는데, 아니나 다를까 단칼에 베어 토막을 내십니다. 그냥 두 동강을 내면 되지 않나! 찬성하는 측과 사업을 진행하면 되지 뭐가 문제인가?에구머니나! 그렇게 되면 보듬지 못함에서 발생하는 사회 통합의 저해, 우리 사회는 큰 혼란을 겪게 되는데, 어쩌죠! 지금과는 맞지 않는 전제(專制)적 말씀인지라 받잡기 어려워, 우리에게 늘 따스하신 허준 선배님께 여쭙기로 했습니다. 옛날엔 어땠는지요?뭐 지금이랑 별반 다르지 않았어요. 주로 환자가 찾아오고, 가끔은 환자를 찾아 나서고, 때론 환자의 상태를 가족에게 전해 듣기도 하고, 다만 분명한 기준은 있었지요. 인본주의, 사람 중심이었다는 것, 편리나 이윤 추구가 아닌 의학적 판단에서라는 것, 고관대작에 앞서 더 아픈 사람이 있으면 그에게 먼저 향했지요. 원격의료비대면 진료 시행에 걸림돌이 된다는 몇몇 법적 문제 해결은 국민을 진정한 주인으로 섬기는 국회와 정부에 잠시 잠깐 맡겨두고서 제 이야기를 마저 이어가겠습니다. 다양한 첨단기기들이 함께하겠지만 인간적인 대화가 존재하는 진료실, 예약제 정착으로 시간 허비도 없고 자연스레 거리 두기가 가능한 대기실, 병의원의 역할을 질병의 중한 정도에 따라 분명하게 나누는 의료전달체계 확립으로 도떼기시장을 벗어난 대학병원의 모습, 코로나 이후 국민에 대한 의료서비스가 이러하길 바라면서, 엉성한 이야기의 완성도를 높일 요량으로 다소 익숙해진 출연진을 불러봅니다. 환자 (영)석이, 1차의사 허준쌤, 23차의사 한성(漢城)쌤. 『공익광고 : 먼 사촌보다 가까운 이웃이 낫다는 속담처럼, 건강관리에는 코앞 동네 의원이 훨씬 좋습니다.』 석이는 건강 상태에 따라 동네 의원을 찾아도 가고, 악화되면 허준쌤이 찾아올 수 있으며, 상태가 안정적이면 서로의 약속으로 영상통화를 활용하기도 하며 관리를 해나갑니다. 이를 대면 진료를 전제(前提)한 보완적인 비대면 진료라고 하며, 편리 추구 아닌 의사의 의학적 판단을 바탕으로 하는 합리적 선택이기에 모두가 반기는 내일입니다. 세월과 함께 마음과는 달리 석이의 건강에도 큰 변화가 생겨 허준쌤의 안내로 큰 병원을 방문합니다. 이전의 소견서가 아닌, 석이를 앞두고 허준쌤과 한성쌤이 영상을 통해서 의견을 나누며 세운 계획과 치료로 이내 좋아지게 됩니다. 이를 의사 간 원격의료라고 표현합니다. 검사의 중복도 피하고 기록의 복사도 필요 없이 어디서든 환자의 동의 아래 안전하게 의료빅데이터가 활용됩니다. 건강을 회복한 석이는 거주지로 돌아와 허준쌤을 다시금 반갑게 대면합니다. 국민을 위해서 전문가와 손잡고 펼쳐지는 정책, 모범국가, 대한민국은 언제부턴가 세계인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습니다. /강영석 전북도 보건의료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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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7.28 16:42

난 좋은 사람인데 왜 화가 날까

이은선 선이오페라앙상블 대표 얼마전 핫하게 방영되었던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에 나온 일화 중 산부인과 전공의인 곰과 여우친구의 이야기를 담은 내용을 보면서 하아, 저 친구 억울하고 힘들겠네했던 기억이 있다. 곰친구는 잠도 못 자고 끼니도 거르면서 일하는데 여우친구는 하고 싶은 거 요령 피우면서 하는 모습을 보며 속이 답답했던 것이다. 그나마 우리의 주인공 산부인과 조교수 양석형님이 두루두루 살피는 성격이다 보니 곰친구가 열심히 일하고 있었다는 걸 알아주는 게 어찌나 고맙던지. 쑥스러워하며 건넸던 떡볶이가 어찌나 감동이던지. 내게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 대학을 다니면서 용돈도 벌고 경험도 쌓고 싶어서 합창단을 다니던 때의 일이다. 그때는 시립합창단이 상임이 아니어서 한달에 십만원 조금 넘는 돈을 받을 수 있었다. 내게는 큰돈이었고 돈으로 따질 수 없는 소중한 값어치를 하기 위해 주어진대로 시간 약속 잘 지키고 빠지는 일 없이 성실하게 실수하지 않으려는 마음가짐으로 열심을 냈던 거 같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항상 늦고 매번 요령을 피우시며 결석하는 몇 분이 있었는데 그날 역시 그 몇 분 때문에 일찍 오고 항상 출석하는 사람들이 리더의 기분 나쁜 차가운 온도를 받아들이던 순간이었다. 물론 앉아있는 그 사람들이 잘못했다고 말하는 건 아니었지만 안 온 사람들 대신 훈계를 들어야만 했고 그날의 연습 분위기는 노래를 부른다기 보단 눈치보며 주눅든 상태로 그냥 알 수 없는 비음악적인 소리를 냈던 거 같다. 그 어린 나이에도 이상했다. 왜 우리가 혼나야 하지? 안오신 분들이 혼나야 맞는 건데 왜 우리가 화풀이 대상이 되어야 하는 걸까? 그때 만약 리더가 성실하게 온 사람들에게는 여러분에게 정말 감사합니다.안 오신 분들 항상 늦으시는 분들 때문에 기분이 나쁘지만 잘 진행해 보겠습니다. 그리고 안 오신 분들에게 직접 징계를 하겠습니다. 순간적으로 나빠진 기분을 애써 누르며 이렇게 대응을 했더라면?? 살다 보니 이렇게 억울한 일들이 여기저기서 다른 형태로 많이 일어나는 걸 알 수 있었다. 성실하고 착하게, 그렇게 좋은 사람이고자 지냈는데 억울한 일들이 많은 세상. 요령 피우고 대충 윗사람들 분위기 맞추는 사람들이 오히려 잘되는 세상. 내가 겪은 상황이나 슬의생의 곰친구가 겪었던 상황은 주변에서 누구나 겪고 평범한 일상으로 자리잡고 있는데 맘이 불편하다. 난 좋은 사람이어야 하니 불편하면 안되는데 불편하다. 이런 일들이 누적이 되면 화가 나기까지 한다. 살아보니 좋은 사람으로 살아낸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깨닫게 된다. 내가 바보구나날 바보로 아는구나라고 생각될 때가 참 많더라는 말이다. 참는 거고 이해하려 하는 건데 그게 당연히 저 친구는 괜찮아, 다 이해해 이렇게 될 때는 내 속에 있는 다른 자아가 불쑥 튀어나와 욕이라도 하고 싶은 맘들이 불끈불끈 올라오는 경우가 그만큼 많은 것이다. 우리는 서로 참아내는 것이 아닐까? 더 많이 참아내고 있는 사람들이 소위 말하는 착하고 성실하고 좋은 사람으로 보이는 게 아닐까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 좋은 사람이 당연하다 생각해서 함부로 대하기보단 더욱 아끼고 보호해 줘야 하는 게 맞지 않을까? 그래야 그 보호와 아낌이 내게도 돌아올 테니 말이다. 따뜻한 떡볶이로 말이다. 마치 당신은 지금 좋은 사람으로 잘 살아내고 있다며 다독여주듯이. 나도 오늘 떡볶이 몇 인분을 누군가에게 나눠야겠다. △이은선 대표는 원광대학교 음악교육과를 졸업하고 전주시립합창단 상임단원을 역임했으며 국내외 다수의 오페라와 콘서트에 출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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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7.21 16:36

위기탈출비법

강주연 전북극동방송 방송부장 결혼 직후 위기가 찾아왔다. 우리는 서로 달라도 너무 달랐다. 시골 남자와 도시 여자. 차분하며 내향적인 남편과 적극적인 활동가 스타일의 아내는 마치 고양이와 개처럼 갈등만 반복하고 있었다. 원래 신혼이 다 그렇다는 말도 위로가 되지 않을 때, 17세기 독일의 신학자 루퍼투스 멜데니우스(Rupertus Meldenius)의 글귀를 묵상했었다. 본질적인 것에는 일치를, 비본질적인 것에는 자유를 그리고 모든 것에는 사랑을.. 남편과 나는 중요하지 않은 개인적인 라이프스타일에 집착하고 예민하게 반응을 했었다. 30년 넘게 다르게 살아온 남녀가 흔히 느낄 수 있는 이질감. 이는 틀린 것이 아닌 다른 것이었는데 옳고 그름의 문제로 여기며 얼마나 대치를 했었는지, 미련했다. 그러던 어느 날 함께 공유하는 가치와 신념이 일치한다는 것을 발견하며 비본질적인 것들로부터 진정 자유하게 됐다. 그리고 모든 것 위에 사랑하는 마음으로 존재 자체를 인정해주며 진짜 가정을 세워갔다. 우리 사회도 마찬가지다. 본질적인 가치에 일치를 찾아가고 비본질적인 것에 자유하며 서로의 다름을 인정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때론 굳어버린 머리와 생각, 그리고 행동양식들로 사회를 뻣뻣하게, 때론 불편하게 만든다. 이런 태도가 삶의 터전에서 매일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문제와 갈등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었다. 우리 시대 불통의 아이콘, 꼰대의 탄생 경위도 이와 같을 것이다. 권위적인 사고에 변화를 받아들이지 않고 다양한 해결방법이 있음에도 자신의 것만 주장해서 문제가 생긴다. 예측 불가능한 위기와 변화 속에서 유연한 사고와 무던한 수용력이 없다면 문제해결은 요원해지고 불통의 이미지만 공고히 쌓인다.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김주환의 저서 회복탄력성에서 어려움을 이겨내는 마음의 힘, 즉 역경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 그것을 도약의 기회로 삼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 가장 먼저 행해야하는 것은 단호하게 현실을 수용하는 것이라고 하는데, 결국 어떠한 갈등의 상황을 받아드릴 수 있는 유연한 마음을 시작으로 회복도 일어날 수 있다. 더위를 피한다는 복날의 복(伏)은 머리를 숙이다. 납작 엎드리라는 뜻을 담고 있다. 복날을 통해 우리 선조들은 이열치열(以熱治熱)이라는 정면 돌파만이 답이 아니라 때로는 어려움 앞에 엎드려 넘어갈 수도 있다는 지혜를 알려주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심지어 초복, 중복, 말복이라는 세 번의 장치를 제공하며 만회의 기회까지 주어졌다. 위기 앞에서 보이지 않는 탈출 비법을 찾아 머리를 쥐어뜯을 때, 때론 납작 엎드리는 것이 어려움을 극복하게 하는 지혜의 방법이 되지 않을까싶다. 고귀한 자태를 자랑하며 꼿꼿이 버틴 나무도 태풍 앞에선 부러지고 꺾인다. 반면, 바람을 유연하게 타고 흐름에 몸을 맡긴 연약한 갈대는 살아남듯이 말이다. 비본질적인 것에 더 이상 집착하지 말자. 목숨 걸고 지킬 사상과 신념이 아니라면 넉넉한 수용도 멋진 해결책이다. 첫 번째 안과 두 번째 안의 갈등이라면 세 번째 안을 선택하는 플렉스(flex)는 멋지지 않은가. 알 수 없는 인생의 풍파 속에 파도가 치거든 넘실대는 물결에 몸을 그대로 맡겨 본다. 적어도 난파라는 최악의 상황은 벗어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강주연 전북극동방송 방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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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7.14 17:08

그린뉴딜과 기후 위기, 그리고 지속가능발전

박은재 전라북도지속가능발전협의회 사무처장 그린뉴딜 논의가 연일 뜨겁다. 문재인 대통령이 한국형뉴딜에 그린뉴딜을 넣는 방안 검토를 지시하고 난 이후 정부와 국회, 시민사회에서 열띤 논의가 이어져오고 있다. 뉴딜이란 일반적으로 국가나 사회의 경제 체계를 재편내지는 전환하는 것을 뜻한다. 그 앞에 그린이란 단어는 탈탄소를 뜻한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간단하게 탈탄소를 위한 사회경제 체제로의 전환으로 정리할 수 있겠다. 탈탄소의 배경은 기후위기이다. 2018년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가 협의체(IPCC)는 지구온난화 1.5℃ 특별보고서에서 지구환경의 파국을 막으려면 지구 온도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 상승 수준으로 억제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구체적인 방법으로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2010년 대비 최소 45% 감축하고, 2050년까지 넷제로(=탄소순배출제로=탄소중립)를 달성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이후 전국적으로 환경단체 등이 각 지역에서 기후위기비상선언을 진행했고 지자체와 정부가 응답할 것을 요구해왔다. 이에 지난 6월 5일 환경의 날을 맞아 전국 228개 기초지자체중에 226개 지자체가 모여 대한민국 기초지방정부 기후위기비상선언을 진행했다. 전라북도에서는 14개 기초지자체 모두가 참여했다. 또 지난 7월 2일에는 109명의 국회의원이 기후위기 비상선언 결의안을 발의했다. 이 결의안에는 대한민국의 현 상황이 기후위기 비상상황임을 선언하는 내용이 담겼다. 우리 지역 국회의원인 김성주, 안호영, 윤준병, 이원택, 한병도 의원도 발의에 동참했다. 연간 약 7억 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세계배출량 7위 국가의 국민으로서 지방지자체와 국회의 기후위기 비상선언은 매우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새삼 우리사회와 지구가 지속가능성이 약해진 시대에 살고 있음을 되새기게 된다. 지속가능발전은 Sustanable과 Develpment가 합쳐져 만들어진 개념이다. 지구(생태계)가 지탱가능한 수준의 발전, 미래세대의 요구를 헤치지 않는 수준에서의 발전을 뜻한다. 지구는 지금까지 폭염과 한파, 예측이 더 어려워진 가뭄과 홍수, 대형 산불, 코로나19와 같은 신호를 보내고 있었는데 우리는 지속적인 경제성장에만 몰두해있던 것이다. 그리고 이제 위기상황에 직면했다. 경제불황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생존의 문제에 봉착한 것이다. 그린뉴딜을 논의하기에 앞서 지속가능발전이라는 개념과 지속가능발전목표를 살펴볼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속가능발전목표 중 7번은 모두를 위한 깨끗한 에너지, 8번은 양질의 일자리와 경제성장, 9번은 산업혁신과 인프라, 10번 불평등 감소, 11번은 지속가능한 도시와 공동체, 12번은 지속가능한 생산과 소비, 13번은 기후변화 대응, 16번은 정의, 평화, 효과적인 제도, 17번은 지구촌 협력(거버넌스)이다. 총 17개 목표 중 위 9개 목표는 그린뉴딜과 연관성이 매우 높고 같이 검토해야 할 과제라고 본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1번 목표인 빈곤퇴치와 3번 목표인 건강과 웰빙도 고려해야 한다. 위 목표들을 고려한 그린뉴딜 논의만이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탈탄소사회, 갈등을 최소화한 재생가능에너지의 확대, 기존 탄소중심 산업체계 재편 과정에서의 일자리 창출, 불평등 감소, 정의로운 전환을 가능하게 하리라 믿는다. △박은재 사무처장은 전북환경교육네트워크 운영위원장, 권역별대기관리위원회 위원(중부권), 새만금재생에너지민관협의회 위원, 지역에너지전환전국네트워크 운영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 오피니언
  • 기고
  • 2020.07.07 16:50

코로나19로 인해 떠올린 두 분

강영석 전북도 보건의료과장 하반기, 코로나19와 관련한 2차 대유행 예고가 있습니다만 우리 국민께서는 이미 경험을 통해 충분한 학습을 하셨기에 예측과는 다른 희망적인 결과를 저는 기대하고 있습니다. 한편 저 자신이 방역담당자이므로 보다 나은 대처로써 우리 국민을 모셔야 하겠기에 지혜의 대명사로 알려진 솔로몬임금께 여쭸습니다. 코로나 대응, 어떤 좋은 방법이 있을까요? 다 알면서 굳이 왜 옛사람인 날 깨우나? 하십니다. 얻은 게 없어서 서운한 마음에 존경하는 허준 선배님께도 여쭸습니다. 역시 같은 답을 주십니다. 지금처럼 높은 문화문명의 시기에 내가 옛것으로 무슨 역할을 할 수 있겠나? 이 사람아! 하십니다. 말씀이 맞습니다. 우리는 분명 그분들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매우 수준 높은 의학적 지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겨우 미생물인 바이러스에 대한 대응이 이처럼 어렵고 힘든 이유는 무엇일까요? 아마도 우리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개개인의 하나 됨이 그만큼 어렵기 때문 아닐까 합니다. 역지사지(남과 처지를 바꿔 이해함)라는 사자성어를 몰라도 잘 지키시는 분들과 한자로 쓰기까지 하시면서도 전혀 지키지 않는 분들로 우리 사회는 구성되어 있습니다. 제 동료들에게 묻습니다. 제가 만약 일제 강점기에 살았다면 어떤 역할을 했을까요? 라는 물음에 독립군광복군이라는 답을 주더군요. 제 동료들이 저를 의식하곤 정직한 답을 주지 않는 것 같습니다. 하여튼 땡 틀렸습니다. 제가 왜 그런 고난의 길을 택하겠습니까? 저는 아주 쉬운 길, 악랄한 일제의 앞잡이가 되었을 것입니다. 제 동료들에게 다시 기회를 주기 위해서 물었습니다. 그럼 625 사변 때라면 어땠을까요? 라는 질문에 동료들이 서로 눈치를 보면서 국방군? 인민군? 하며 이번엔 답이 둘로 나뉩니다. 역시 결과는 땡입니다. 제가 왜 그리 힘들게 하나만 고집하겠습니까? 당연히 양다리죠! 낮엔 국방군, 밤엔 빨갱이! 너무도 암울하고 어려운 시대 상황에서도 이 땅을 지켜주신 선열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이분들은 나라와 민족을 위해 자기 자신을 낮추고 뭉친 결과로 독립과 후대의 번영에 이바지하셨습니다. 감염병 대응에도 자기 자신을 낮춰야 가능합니다. 스스로에겐 엄격하고 타인에겐 관대한 구성원들의 사회라면 감염병으로부터도 자유로울 것입니다. 코로나19 극복, 방역수칙준수면 족합니다. 더불어 사는 사회에서 안전한 거리로 여겨지는, 침방울이 다다르지 않는 거리, 신체접촉이 불가능한 거리, 때론 지켜지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마스크 착용과 손 소독 시행, 서로를 위한 노력에 의해서만 가능합니다. 군중 앞에 사람이 쓰러져있습니다. 심폐소생술을 펼치는 사람이 주변에 119신고를 요청해도 대부분 당황하여 서로에게 미루거나 어쩔 줄 몰라 합니다. 그래서 이런 상황을 개선코자 한 사람을 분명하게 지명토록 했습니다. 거기 파란색 셔츠를 입으신 분이 119에 신고해주세요. 이런 역할 구분으로 소중한 생명을 구하게 됩니다. 이처럼 개개인으로 구성된 공동체에서는 누군가 역할을 맡아서 이끌어주셔야 합니다. 책임감이 강한 분, 헌신봉사의 마음을 가진 영향력 있는 분, 이런 분이라면 방역관리자로서 역할에 참 잘 어울리실 것입니다. 이런 분으로 인해 공동체의 안전은 지켜집니다. 코로나 대응, 서로를 위한 염려와 배려로 가능합니다. △강영석 과장은 전북대 의대 의학과를 졸업하고 전라북도 방역관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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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6.30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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