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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경제

한병성 전북대 명예교수 지난 여름, 오랜만에 휴가를 가족들과 파리에서 보냈다. 여행할 때마다 느끼는 일이지만 파리는 역시 세계적인 관광도시임이 분명하다. 한 나라의 수도인 데다, 과거와 현대가 어우러진 역사가 깊은 도시라 관광객도 많아 교통이 매우 복잡하다. 파리는 약 500년 전 프랑수아 1세(1515~1562) 때부터 지금과 같은 근대도시의 형태를 갖추기 시작한 도시로, 중세 때의 모습을 최대한 보존하려다 보니 도로가 좁고 일방통행이 많다. 그래서 한번 교통정체가 발생하면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아 답답하다. 기본요금도 우리보다 비싼 데다 교통체증에 의한 할증까지 높아 택시타기가 두렵다. 거기다 택시 잡는 일도 녹록하지 않은 것이 파리의 상황이다. 미국에서 살고 있는 아들이 합류할 때까지만 해도 택시이용이 불편해도 당연하게 생각하며 받아들였다. 이런 상황을 접한 아들이 우버택시(공유택시)를 이용하자고 제의했다. 말로만 들었던 것이고 사용방법도 몰라 망설이자, 아들이 휴대폰에 이용 앱을 설치해 주고 사용방법도 가르쳐 주어서 그 후로는 우버택시를 이용했다. 우버택시는 참 편리하다. 우선 승객이 있는 곳까지 차가 와주고 가능한 목적지까지 데려다 준다. 요금은 출발과 동시에 승객의 은행계좌에서 자동으로 지불되므로 직접 거래할 필요가 없고 또 요금이 출발 전에 정해지므로 도로상황에 따른 추가요금도 발생하지 않아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택시보다 저렴하다. 이번 여행에서는 교통편뿐만 아니라 숙소도 호텔 대신 공유경제의 한 종류인 Airbnb(에어 비앤비)를 이용했다. 이 시스템은 일반인이 소유하고 있는 여분의 건물이나 방을 필요한 사람에게 대여해 주는 것으로, 이 또한 인터넷으로 예약과 결제가 이루어지며 호텔보다 값도 저렴하다. 이러한 공유경제 또는 플랫폼경제 활동이 아직은 우리에게 낯설지만, 선진국 또는 우리나라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매우 보편화되고 있다. 아마 향후 이러한 공유경제 서비스가 경제활동에 큰 축을 담당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공유경제란? 재화나 공간, 경험과 재능을 다수의 개인이 협업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고 나눠 쓰는 온라인 기반 개방형 비즈니스 모델을 일컫는다. 독점과 경쟁이 아니라 공유와 협동의 알고리즘이라 할 수 있겠다. 공유경제라는 이름은 2008년 미국 하버드대학 로렌스 레식 교수가 붙였지만, 이미 2000년대 초부터 주목받은 개념이다. 공유경제를 널리 알린 것은 미국의 차량 공유 서비스 우버(Uber)와 숙박 공유 서비스 에어비앤비(Airbnb)다(백과사전 인용). 또 다른 어학사전에서는 재화를 여럿이 공유하여 사용하는 공유 소비를 기본으로 하여 자원 활용을 극대화하는 경제 활동 방식. 대량 생산과 대량 소비가 특징인 20세기 자본주의 경제에 반하여 생겨났다고 풀이하고 있다. 최근 들어 우리주변에서 활발하게 이용되고 있는 카풀제도(승용차 함께 타기)도 공유경제의 한 형태다. 편리함과 저렴함이 크게 부각되고 있는 공유경제가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향후 함께 고민해야 할 몇 가지 단점들이 있다. 우선 공급자와 소비자를 연결시켜 주는 중간자인 플랫폼의 독점을 통해 부의 편중이 발생할 수 있다. 다음으로는 남는 자원을 공유한다고 하나 자원낭비를 초래할 수도 있고, 세금회피나 정부규제를 피할 수도 있다. 또 최근 우리나라에서 크게 이슈가 되었던 카카오택시처럼, 노동시장이 모호해지고 노동자 등 많은 사람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다. 비록, 이런 부작용들이 예상된다 할지라도 공유경제를 향한 시장의 변화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도도하게 흐르고 있어, 우리도 하루 빨리 변화에 대처할 수 있는 준비가 필요하다. /한병성 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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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11.12 20:37

어머니의 삶과 기억, 그리고 일상의 구술사

구사회 선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고향 집에 가면 어머니 곁에서 잠을 잤다. 내가 어머니 곁에 가서 자는 게 아니고 어머니가 내 곁에 와서 주무셨다고 하는 표현이 정확하리라. 그건 내가 나이가 들어서 모처럼 아들이 오면 아들보다는 내가 아들과 함께 자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어머니는 잠을 자려는 내 곁에서 불을 끄고 자라고 하면서 그동안 있었던 동네의 이런저런 일들을 구술하셨다. 그건 내가 좋아하든 싫어하든 관계없이 한없이 이어졌다. 누구네 머슴이 섣달 그믐날에 도박하다가 일 년 새경을 모두 잃었다는 이야기, 누구네 부인이 바람나서 남편과 자식을 버리고 야반도주했다는 이야기, 누구네 집 아들이 서울대에 들어갔다는 이야기 등, 끝없이 이어졌다. 그러다가 내가 잠이 들어 듣지 않는다는 것을 아시고 아쉬워하며 당신도 등을 돌려 주무시곤 하였다. 그리고 다음에 가면 이전의 이야기가 다시 반복되었다. 나는 들었던 이야기를 몇 번이고 다시 들어야 했다. 전주최씨이신 어머니는 김제군 공덕면 마현리가 고향이다. 어머니께 들은 이야기인데, 외할머니의 성씨가 동래정씨이고 그곳에는 정여립 후손들이 많이 살았던 곳이란다. 선조 때 기축옥사로 정여립 직계가 몰살되었고, 그 방계는 김제군 공덕면 일대로 격리되었다고 한다. 그러니까 전주최씨인 나의 외할아버지가 정여립 후손이며 동래정씨이신 나의 외할머니와 혼인하여 처가 동네로 이주한 셈이다. 내가 들었던 어머니 구술 중에는 어머니의 자부심과 관련된 이야기도 있다. 어머니가 일제강점기에 초등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하여 송아지를 받았다는 이야기, 나중에 영광스럽게 간호부로 가려고 하였는데 외할머니 반대로 가지 못했다는 아쉬운 이야기도 있었다. 나는 어머니의 간호부 이야기를 까마득하게 잊고 있었다. 그러다가 근래에 이영훈 교수의 일제강점기 위안부가 자발적 매춘이었다는 주장으로 우리 사회가 시끄러워졌다. 문득 나는 느낀 바가 있어 어머니에게 넌지시 간호부 이야기를 여쭤보았다. 어머니 말씀은 처음에 동네 이장이 아침마다 찾아와서 간호부로 취직하면 외국에 가서 돈을 벌 수 있다고 설득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나중에는 파출소 순사까지 찾아와서 약간은 으름장을 놓기도 하였다고 한다. 나는 속으로 숨이 콱 막혔고 어머니께 속내를 드러낼 수 없었다. 혹시 어머니께서 평생을 간직해오신 추억과 자부심이 깨질까 두려웠다. 요즘에는 어머니의 이야기들을 기록으로 남겨야겠다고 생각해본다. 어머니는 이제 구순을 바라보는 노인네로 머잖아 총명도 잃으실 것이다. 어머니는 일제강점기와 대동아전쟁, 해방 정국과 남북 분단, 그리고 한국 전쟁, 이승만 정권과 419혁명, 516 군사쿠데타와 유신 독재, 5공 독재정권을 거쳐 민주화 시대인 오늘에 이르렀다. 한 마디로 어머니는 한국의 역사적 격변기를 모두 거치며 살아온 셈이다. 나의 전공은 구술사와 관련이 없다. 하지만 그것에 너무 얽매일 필요는 없다고 본다. 대단한 거대담론이 아니더라도, 어머니께서 겪었던 집안의 소소한 일상사부터 주변의 보고들은 모든 이야기가 우리 가족사의 추억이 되고 기록이 될 것이다. 더 나아가 그것은 나중에 하나의 훌륭한 생활사 자료도 될 것이다. 나를 비롯한 우리 일반인들도 더 늦기 전에 가족과 주변의 일상을 글로 써보고 사진으로 찍어두거나 음성 기록으로 남겨보기를 새삼 권해본다. /구사회 선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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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11.05 20:03

새로운 민주주의와 시민, 그리고 시민사회

임성진 전주대학교 교수 지금의 조국 정국은 한편으로는 끊임없이 성장하고 있는 시민의 힘을, 다른 한편으로는 시민사회의 외적인 위기와 내적인 진통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특히 광화문 광장에 모인 태극기와 성조기 부대가 87년 시민들이 외쳤던 민주화 구호를 반복하는 기막힌 현실은 시민사회의 자기성찰과 새로운 변화의 노력이 시급함을 깨닫게 한다. 현재와 같은 혼란은 본질적으로 시대적 환경과 시민의식이 급격히 변했음에도 불구하고 과거의 패러다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우리의 정치사회체제가 낳은 구조적인 문제이다. 게다가 그동안 한국사회의 변화를 주도해온 시민사회운동마저 대안으로서의 중심동력을 잃고 있는 것도 또 다른 이유 중 하나이다. 시대적 변화를 이해하려면 민주주의의 내용이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를 먼저 보아야 한다. 학자들은 현재의 민주주의가 절차적 민주성을 확보하는 데 주안점을 두었던 선거민주주의와 자유민주주의를 넘어 시민민주주의와 숙의민주주의로 발전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기존의 자유민주주의적 절차로는 자원 배분의 불공정과 불평등 문제를 예방하거나 해결하지 못하기 때문에 소수집단의 이해가 대표되고 합의주의가 존중되며 높은 수준의 정책적 반응성이 가능한 새로운 민주주의 양식이 등장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러한 변화는 민주화 이후 성장해온 시민의 자유주의 정향이 새로운 스마트 ICT기술을 매개로 서로 연결되고 공유되고 있는 상황과 깊은 연관성이 있다. 스마트 민주주의의 발달로 심의, 비판 능력을 갖춘 시민들은 자유롭고 신속한 소통을 통해 더는 권력에 제한되지 않고 스스로 변화를 추진해나갈 동기와 힘을 얻게 되고, 이를 바탕으로 일반시민들의 선호와 필요가 효과적이고 신속하게 합의에 반영되는 시민민주주의가 더욱 발달하기 때문이다. 시민민주주의에서는 특정한 공동체의 성원을 넘어선 개별적인 개인들이 무정형으로 네트워크화되어 시민사회의 주인으로 새롭게 등장했다. 이들은 선거나 정당을 통한 기존의 간접참여를 넘어 직접적으로 정치 과정에 개입하는 주체적이고 참여적인 시민공중을 형성한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가 이제는 생산, 사용 및 소비에 있어 스스로 콘텐츠를 창조하는 프로슈머(prosumer)나 프로듀시지(produsage)의 등장으로까지 진화하고 있다. 이 새로운 시민공중은 과거와 달리 보수세력에 대한 비판뿐 아니라 계급적 가치를 중심으로 하는 진보세력에 대해서도 근본적인 성찰을 요구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개개인이 집단지성의 협력을 통해 강한 주도권을 행사하는 주체로서 진보와 보수의 주어진 틀 속에서 사회 문제를 이분법적으로 재단하는 것에 동의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들의 관심사는 오히려 양극화 해소, 참여, 자치, 생태와 같은 사회경제 생활이슈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현재의 상황은 사실상 혼란이 아니라 더 높은 차원의 민주주의와 정부, 그리고 더 강한 사회적 책임감과 공정성을 갖춘 시장체제를 만들어가는 진통의 과정이다. 그래서 고통스럽더라도 과감한 변화와 혁신이 그만큼 더 필요하다. 이러한 이유로 정치권과 엘리트층이 시대정신을 담아내지 못한 채 개혁에 더디고 불신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는 지금 같은 때일수록 권력을 감시, 비판, 견제하며 대안을 찾는 시민사회 본연의 역할이 더욱 중요할 수밖에 없다. 새로운 민주주의와 시민공중의 등장에 발맞춘 시민사회의 진화와 미래를 향한 방향성 제시가 절실한 시기이다. /임성진 전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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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10.29 17:59

지역경제를 살릴 히든카드, 해양 신산업

박정인 군산지방해양수산청장 전북 지역내 총생산(GRDP)과 어음 부도율, 세수율이 전국 최하위권이라고 한다. 올 상반기 청년 고용률도 32.8%로 전국 평균 43.1%보다 훨씬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중공업 사태 등의 여파도 있겠지만 1차 산업의 비중이 큰 데다 지역 경기를 주도할 만한 핵심 산업이 없는 구조적 취약성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어 줄 돌파구 마련이 절실한 시점이다. 한때 세계 휴대폰 시장의 절대강자였던 노키아의 몰락으로 수년간 극심한 불황에 시달려온 핀란드는 게임과 헬스케어 등 신산업 육성으로 매년 4000개 이상의 스타트업이 생길 만큼 예전의 활력을 되찾았다. 주력 석유산업이 위축되자 해양플랜트 등 신사업 구조로 재편한 미국의 휴스턴도 마찬가지다. 전북 지역의 산업 구조도 체질 개선이 시급하다. 눈길을 해양으로 돌려보자. 해양 신산업의 글로벌 시장규모는 2017년 1,638억달러에서 2030년 5,000억달러로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해양 에너지, 해양 바이오, 치유 산업 등 발전 분야가 무궁무진하다. 척박한 지역 경제를 떠받칠 신산업과 스타트업 등 미래 성장동력이 여기에 있다. 다른 지자체에서는 해양이 가진 무한한 잠재가치를 진작부터 주목하고 해양 신산업의 주도권 확보에 경쟁적으로 뛰어 들었다. 충남의 경우 지난 10일 대통령이 참석한 보고회에서 충남 해양신산업 발전전략을 발표하고 해양 치유산업, 해양 바이오 클러스터 조성 사업 등에 사활을 걸었고, 전남은 국가 공모 사업인 200억원대 해양치유 블루존 조성 사업을, 경북은 해양바이오산업 연구원을 통해 45건의 특허 출원과 핵심 기술 이전으로 해양 스타트업 지원에 발벗고 나서는 등 해양에서 미래 먹거리를 찾기 위한 움직임이 도처에서 감지되고 있다. 그러나 전북지역은 어떠한가? 해양신산업 분야 창업기업 육성을 위한 인큐베이팅 사업은 전국 대비 1.2%로 최하위다. 바다를 접한 웬만한 광역 자치단체라면 하나씩 있는 해양수산 창업투자 지원센터나 변변한 해양 전문 연구기관 하나 없다. 해양산업의 중소벤처기업 투자 환경이 얼마나 열악한 수준인지 짐작할 수 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정부는 지난 10일 발표한 해양수산 신산업 혁신 전략에서 현재 3조원 수준의 해양 신산업 시장을 2030년까지 11조원 수준으로 끌어 올리고 매출 1000억 원이 넘는 해양 스타트업, 오션스타 기업도 20개 이상을 발굴하여 지원하겠다고 한다. 해양산업 유망 중소벤처기업에 중점 투자하는 해양 정책펀드도 올해 처음으로 출시되었다. 앞으로 5년간 총 1500억원 이상을 조성하여 해양신산업에 투자할 예정이다. 우리 지역도 이제 나서야 한다. 해양자원은 다른 어느 시도 못지않게 풍부하다. 577㎞에 이르는 해안선, 여의도의 24배에 달하는 고창부안 갯벌과 천혜의 해양관광 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또 새만금의 농생명 단지 개발계획 등과 연계성도 용이하다. 지역적 강점을 살려 해양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해 나간다면 지역경제의 한 축으로 충분히 성장할 수 있다. 그러려면 해양신산업 각 분야의 성장 가능성을 분석해서 유망 사업에 대한 집중적인 육성 전략을 마련하고, 기술 개발부터 사업화 단계까지 지원할 수 있는 R&D 기반과 스타트업 육성 플랫폼 구축 등 창업투자 생태계 조성이 필요하다. 준비없이 기다리는 미래는 희망이 없다. 젊은 기업들이 바다와 더불어 원대한 꿈을 펼칠 수 있는 해양신산업의 무대가 하루 빨리 조성되길 고대해 본다. /박정인 군산지방해양수산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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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10.22 17:42

지역불균형과 소외를 막는 선거구획정이 되려면

임성진 에너지전환포럼 공동대표전주대학교 교수 지역의 인구소멸 현상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인구 20만 이하의 비수도권 중소도시 99곳 가운데 주민수가 정점 연도 대비 감소하지 않은 곳은 겨우 5곳에 불과하고, 인구감소율이 70%가 넘는 군 지역만 해도 25곳에 달한다. 또 작년 한국고용정보원의 보고서도 이들 중소도시의 81%에 해당하는 80곳이 이미 인구소멸 위험지역에 진입했음을 보여준다. 농어촌지역이 많은 전북은 다른 지역보다 인구감소 문제가 특히 더 심각해 미래에 대한 걱정이 훨씬 크다. 2000년대 들어 이미 200만 명 선이 무너진 도내 인구는 언제 180만 아래로 떨어질지 모르는 상황에 처해있고, 이렇게 가다간 현 14개 시군 중 임실, 무주, 장수, 진안 등의 순으로 10곳의 지역이 향후 30년 이내에 소멸할 위기이다. 여기에다 최근 수년 간 2029세의 젊은 층 감소폭이 전국에서 최고일 만큼 청년인구유출 또한 심각하다. 청년층 인구의 감소는 도내 고령인구비율의 급속한 상승과 맞물려 지역경제의 생산인구 감소와 생산력 저하, 재정부담 가중, 고용감소 등을 유발한다. 그리고 이것은 지역의 기본 정주여건과 기반시설의 약화로 이어지고 다시금 지역인구 유출의 가속화라는 악순환을 초래한다. 지역인구 감소와 경제적 낙후는 정치적으로도 지역의 대표성과 영향력이 약화되는 원인이 된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인구수를 기준으로 한 선거구 개편과 이로 인한 지역 국회의원 수의 감소이다. 전북의 경우 헌재의 선거구 인구편차 축소 결정으로 15대 총선 때 14곳이었던 지역구가 이미 10곳으로 감소했다. 전체 국회의원 지역구에서 수도권이 차지하는 비중이 48.2%에 이르는 것과는 극단적으로 대비되는 상황이다. 제21대 총선을 불과 6개월 남겨놓고 국회의원 선거구 획정위원회가 강원도를 시작으로 지역의견을 청취하기 시작했다. 선거법 개정 여부가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지만 어떠한 결론이 나든 간에 정책 실패로 야기된 현재의 지역 간 불균형과 심각한 지역소외 문제는 선거구획정에 있어 정치권이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안이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 국회에 상정된 개정안이 진정한 의미의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될 수 있도록 국회의원 정수를 지금이라도 30~60석 정도 확대해야 한다. 그래야만 표의 등가성과 비례성 확대라는 원래의 취지를 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의원정수 확대에 대해서는 부정적 여론이 강하다. 하지만 한편으론 다수의 시민이 선거제도를 비례성 높은 연동형 제도로 개편하는 데에 동의하고 있다. 이것은 만일 국회의 총예산 동결, 국회의원 특권 포기, 의원소환제 도입 등과 같은 진정성 있는 정치개혁이 함께 추진될 경우 의석수 확대도 수용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조사결과이다. 현재 논의 중인 새 선거법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하는 사람들이 많다. 만일 현 선거법대로 총선이 치러질 경우, 전북과 같이 소외된 지역은 지역 대표성이 더 약화되지 않도록 현재의 지역구 10곳을 그대로 유지하는 게 마땅하다. 다행히 공직선거법 25조가 규정하는 선거일 15개월 전 인구 기준을 적용한다면 내년 총선에서 전북은 지역구 축소 대상에 원칙적으로 해당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 또한 지역대표성을 유지, 확대하기 위한 정치적 관심과 적극적인 노력이 뒷받침됐을 때 확실해진다는 사실을 도민 모두가 인식해야만 한다. /임성진 에너지전환포럼 공동대표전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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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10.15 17:12

전북 전통의 혁신 사상과 호남 정신

구사회 선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전북의 역사를 살펴보면 몇 가지 특징과 일정한 흐름이 있었다. 전북지방은 지리적으로 한반도 서남부에 위치한다. 그리고 비옥한 호남평야를 중심으로 남북이 열려 있고 동쪽과 서쪽은 산과 바다로 이어진다. 성품이 온화하고 너그러운 편이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새로운 문물을 받아들이는 개방성과 함께 전통을 중시하는 성향을 갖고 있다. 20세기를 전후로 격변기의 전북지역을 살펴보자. 전통적인 성리학을 견지하려는 간재학파가 있는가 하면, 반봉건의 기치를 부르짖던 동학 세력이 공존하였다. 전북지방의 매력을 꼽으라면 필자는 사상의 다양성을 꼽겠다. 예전에는 그와 같은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런데 어쩌다가 고향을 떠나 타향에 살다 보니까 이전에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고향인 전북의 좋은 모습이 보인다. 현재 내가 거주하고 있는 곳은 잘살든 못살든, 지식이 많든 적든, 대체로 수세적이고 보수적이다. 반면에 나의 고향인 전북은 개방성과 보수성이 적당하게 공존하며 조화를 이루고 있다. 이참에 내가 주목하고 싶은 것은 전북이 보여준 근대 이전의 혁신 사상이다. 이것은 오늘날 한국 변혁의 모태이자 미래 전북의 힘이 된다고 하겠다. 역사적으로 전북의 혁신 운동은 정치와 사상이 결합하는 특징이 있다. 그 중심에 모악산과 금산사가 있다. 8세기에는 김제 만경 출신의 진표율사가 민중을 교화했던 실천적 종교 운동이 있었다. 진표율사는 모악산 아래 금산사에서 고통에 허덕이는 중생을 구제하려 부처님이 내려온다는 미륵신앙을 펼쳤다. 어쩌면 이것은 한반도 미륵신앙의 시작으로 기록될 것이다. 10세기 신라 말기에 견훤은 금산사의 미륵신앙에 의지하고 세력을 규합하여 후백제를 세웠다. 16세기 조선 중기에는 정여립이 금산사를 거점으로 도참사상을 퍼뜨리고 사회 변혁을 꾀하면서 일대 파란을 일으켰다. 당시 정여립이 주창한 대동사상은 오늘날로 말하면 봉건체제의 근간을 부정하고 공화정을 주창하는, 그야말로 혁명적인 사상이었다. 그리고 서세동점의 격변기였던 19세기 말엽에는 동학 지도자 전봉준이 나타나서 반외세, 반봉건의 사회 변혁 운동이자 민족해방운동을 벌였다. 이들은 봉건 사회에서 벌어졌던 전북의 대표적인 혁신 운동이었다. 이들은 표면적으로 탄압을 받고 실패했다. 하지만 내부적으로 사회 전체에 충격을 주면서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필연적인 과정이었다. 다른 한편으로, 전북지역에서 벌어졌던 혁신적인 종교 운동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들 전북지역에서의 종교 운동은 서로 달라도 실천 방식에서 하나같이 혁신적인 측면이 있었다. 동학혁명 이후로 강증산이 사회적 참상과 혼란을 목격하고 새로운 종교 운동을 펼쳤다. 그는 새로운 이념에 의지하여 과거의 이념이나 질서를 바로잡겠다며 후천개벽의 틀을 세웠다. 이어서 소태산 박중빈은 물질이 개벽하니 정신을 개벽하자며 새로운 종교 운동을 주창하였다. 현재 같은 조계종이라도 금산사는 개혁 불교의 중심에 있다. 다른 지역과 달리, 전북의 천주교는 민주화에 열중하고 생명 운동에도 적극적이다. 그리고 개신교회도 다른 지역보다 진보적이고 실천적으로 사회정의에 힘쓰는 특징이 있다. 최근에 일고 있는 한국의 개혁 운동에 전북지역이 적극적으로 찬동하고 나서는 것은 그런 사상적 흐름과 무관하지는 않다고 생각된다. /구사회 선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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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10.08 16:41

누구시더라

한병성 전북대 명예교수 치매 요양병원에 입원중인 어머니를 만나고 온 친구 얼굴이 오늘따라 유난히 어두워 보인다. 아마 어머니의 상태가 많이 안 좋은 모양이다. 어떤 날은 병세가 호전되어 지난날의 추억 등 여러 가지 이야기를 재미있게 나누고, 또 어떤 날은 아들도 알아보지 못하여 처음 만난 사람처럼 누구시더라하며 인사를 하는 등 엉뚱한 말씀을 하신단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날이 갈수록 더 빈번하게 일어난다는데 있다. 친구는 어머니와 정답게 담소할 수 있는 시간들이 요즘 들어 더 줄어들고 있다며 안타까워한다. 친구 어머니도 우리 부모님처럼 깊은 산골에서 일군 몇 두렁 척박한 땅으로 많은 가족들의 생계를 꾸리셨다. 따라서 가난할 수밖에 없었고, 당연히 배고픔도 뒤따랐다. 이러한 어려운 형편을 해결하기 위해 허리끈을 불끈 졸라맸고, 특히 자식에게 만은 그 지긋지긋한 가난을 대물림 하지 않겠다는 각오로 이를 악물었다. 이런 어려웠던 상황들이 어머니와 자식 간에 오히려 끈끈한 감정의 교차점들을 더 많이 만들게 했나 보다. 치매가 무엇인가, 사람의 기억이란 창고에 쌓아둔 추억의 보고들을 야금야금 갉아 먹는 질병이 아닌가. 종국에 가선 주변사람들과 함께 공유했던 추억들이 모두 사라지고, 그 자리에 하얀 백색들로 가득 채워지는, 생각만 해도 끔찍한 질병이다. 참 안타깝고 애처롭다. 실체는 버젓이 존재하는데도, 생각을 서로 나누지 못한다는 것이. 이 일이 어찌 친구 어머니의 이야기로만 한정 지을 수 있겠는가. 요즘 우리사회는 개인 간, 가족 간, 계층 간, 조직 간 또는 추구하는 정치적 논리가 상이한 집단 간에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 모르나 모두 치매에 걸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상대편의 입장이나 의견을 이해하려는 노력은 전혀 하지 않고, 각자 생각의 프레임에 갇혀 사고가 고착화 되고 소통이 단절된 치매 상태가 되어 버렸다. 비록 나는 아니다. 나는 매우 정상인데, 상대가 비정상이다라고 항변한들 그게 무슨 대수란 말인가. 주변 모두가 치매상태라면 그들과 공감할 수 있는 영역이 없으니 나 또한 치매라 할 수 밖에. 그러지 말자, 상대는 치매이고 나는 정상이라며 스스로를 합리화할 수는 있을지 모르지만 주변 모두를 치매집단으로 정의해 놓고 혼자 정상인들 그것이 어찌 진정한 의미의 정상이라 할 수 있겠는가. 살아온 삶과 살아야 할 삶을 함께 이야기하며 공감할 수 있는 치매 없는 사회야 말로 꿈꾸어 볼만한 가치가 있지 않을까? 희미하게 꺼져가는 기억의 단편이나마 붙잡고 싶어, 어머니와 함께 했던 장소를 인지시켜 드리면서 지난날의 추억을 공유하고 싶어 하는 친구의 몸부림이 안타까우면서도 고마운 마음이 든다. 내 친구처럼 우리 모두 함께 노력해서 서로의 욕심, 이기심, 편견을 훌훌 털어 버리고 소통하는 삶, 서로 으르렁대며 싸우는 천박한 삶이 아닌, 타인을 더 배려하는 멋진 삶을 꿈꾸어 보자. 내 소중한 친구 어머니도 병이 호전되시어 친구와 담소를 나누며 환하게 웃음 짓는 얼굴을 하루빨리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한병성 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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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10.01 20:24

‘쇠퇴’냐 ‘도약’이냐…갈림길에 선 군산항

박정인 군산지방해양수산청장 군산항이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올해도 지난 8월 말 기준 물동량이 작년보다 8%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 감소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 비록 한국지엠 사태 등의 여파라고는 하지만 지역 항만행정에 책임이 있는 필자의 입장으로서는 여간 착잡한 게 아니다. 항만의 중요성이야 굳이 언급할 필요도 없다. 경제산업의 원천으로서 최근에는 종합물류 외에 도시형성 기능까지 그 역할이 확대되어 지역경제 상황을 가늠하는 중요한 척도가 되고 있다. 그러나 군산항의 현실은 어떠한가? 2018년 기준으로 군산항의 물동량은 전국 31개 항만 물동량의 1.1%, 컨테이너는 0.3%에 불과할 정도로 존재감이 미미하다. 연간 하역능력은 서해권 경쟁 항만인 목포항과 보령대산항보다 앞선 전국 7위권(2921만톤) 수준이지만 실제 화물처리량은 이들 항만보다 뒤진 11위권에 머물러 있다. 이처럼 군산항의 입지가 좁아진 사이에 평택항 등 주변 항만들이 맹렬한 기세로 부상하고 있다. 물론 군산항도 항만 마케팅 등 다양한 노력을 펼치고는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하고 있다. 각 항만마다 신규 인프라 확충으로 처리능력이 늘어난 반면 물동량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군산항은 이대로 주저앉고 말 것인가? 한때 세계 5위권에서 지금은 자국 내 군소항으로 전락한 일본의 고베항과 같은 전철을 밟을 것인지, 1966년에야 첫 컨테이너선이 입항했지만 지금은 유럽 최고의 허브로 성장한 로테르담과 같은 항만으로 도약할 것인지 중대한 기로에 서있다. 지금이라도 군산항의 현실을 냉철히 직시하고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 할 때다. 주요 국가물류망이 부산과 수도권에 몰려있는 데다 빈약한 배후산업, 심한 조수차와 토사 퇴적 등 취약한 여건 속에서 단순히 물동량 위주의 양적 경쟁을 해서는 도저히 승산이 없다. 결국 타 항만에 비해 경쟁력이 우월한 특화항만을 만들지 않고서는 미래를 기약할 수 없게 되었다. 국내 자동차 물류처리 1위의 위상을 확고히 다진 평택항, 오일 허브를 꿈꾸는 울산항 등 특화 전략을 추진하고 있는 후발 항만들이 그 분야에서 국내 주요 항만들을 압도하고 있다. 단순 선박 입출항과 화물 하역, 보관, 운송기능에 머물러 있는 군산항의 체질 개선이 시급한 이유다. 그렇다면 군산항만의 특화된 장점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전략이 필요할까? 전문가와 업계의 의견을 종합해 보면 대체적으로 다음 세 가지로 요약되는 것 같다. 첫째는 농수산식품 특화항만 육성이다. 국가식품클러스터 등과 연계해 식품의 저장가공배송을 위한 신선물류시스템 구축과 전문 물류기업의 투자 유치 등이 필요하다. 둘째는 중국 등과의 지리적 이점과 교역 흐름을 반영한 선제적 물류거점 구축이다. 인근의 대전 택배 허브를 십분 활용한 전자상거래 물류센터 구축과 신남방대중국 환적 화물 유통기지화, 신 물류 루트 개척 등을 통해 경쟁 우위의 고부가 사업모델을 개발해야 한다. 셋째는 배후산업에 최적화된 종합물류기지 구축과 맞춤형 항만서비스를 통한 신규 물동량 창출이다. 중고차 수출, 전기차 생산 등 배후산업과 연계된 원스톱 물류서비스, 스마트 항만, 항만배후의 대규모 복합물류단지 조성을 통한 물류산업 집적화가 그것이다. 쇠퇴와 도약의 기로에 선 군산항! 선택은 분명하다. 향후 1, 2년이 군산항의 도약 여부를 결정짓는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다. 온 도민의 관심과 협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선박과 기업사람이 북적대는 자랑스러운 군산항을 꿈꿔 본다. /박정인 군산지방해양수산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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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9.24 17:30

도약일까, 침체일까

한병성 전북대 명예교수 최근 들어 국가경제에 강한 먹구름을 드리우게 하는 한일 무역 갈등이 해결 기미는 보이지 않고 서로 대척 점을 향해 치닫고만 있다. 일본이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것을 시작으로 우리 정부는 지소미아(GSOMIA : 군사정보 보호협정) 파기를 선언하면서 서로 갈등을 고조 시키고 있다. 무엇보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자국 우선주의를 옹호하며 기존의 세계 무역질서를 크게 흔들고 있고, 한일 양국 간의 조정자로서의 역할마저 포기한 상황이라 해결될 전망이 밝지 않다. 이러한 어려운 상황에 대처하는 방법과 상황극복 후 우리사회가 갖게 될 변화에 대한 예측을 과거 우리가 경험했던 외환위기에서 찾는 것도 좋을 것 같다. 1980년부터 1990년까지 우리경제는 유사 이래 최고의 호황기를 누려왔다. 그러다 1997년 한보 부도를 시작으로 우성과 삼미가 도산하면서 재벌들이 줄줄이 무너지기 시작했고, 급기야 그해 말 11월 21일 정부는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하였다. 이 후 3개월 만에 3000여 기업이 도산하고 실업률도 4.5%로 폭등하는 등 경제위기를 맞게 되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국민의 노력은 급기야 금 모으기 운동과 물건을 아껴 쓰고 나누어 쓰고 바꿔 쓰고 다시 쓰자는 '아나바다'운동, 국산품 애용 운동으로 나타났다. 이런 단합된 국민들의 노력으로 구제금융을 신청했던 나라 중 가장 빠르게 국제통화기금의 모든 부채를 조기 상환하고, 2001년 8월 IMF 관리 체제를 종료했다. 매우 힘든 여정이었으나 이런 과정을 통해, 절약문화 확산과 사회전반의 투명성이 제고되고, 구조조정을 통한 대기업과 금융기관의 건전성 및 경쟁력도 확보했다. 한편 외환위기를 겪고난 후 우리사회에는 다양한 변화가 나타났다. 우선 우리 일부 기업들이 세계 시장을 주도하면서, 한국경제가 글로벌 경제를 선제적으로 이끌어 나갔다. 반면 대기업과 중소기업, 고소득층과 저소득층 간의 심한 격차와 세대 간 계층 간의 사회적 갈등과 반목의 골은 깊어져 갔다. 실업문제는 더욱 심화되고, 비정규직도 전보다 확대됐다. IT 관련 인프라 구축과 창업 열풍은 정보통신산업을 세계 경제의 선도 산업으로 이끌어 올렸으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이용한 여론 조작 등 심각한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외환위기 못지않게 어려운 이번의 위기를 극복하고 보다 긍정적인 사회적 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가 외환위기 때 보여주었던 단결된 모습과 위기를 경쟁력 강화의 기회로 만드는 슬기로운 지혜가 모아져야 한다. 어느 누구도 대중들이 갖고 있는 감정과 불만을 표출시키기 위한 통로로 이 상황을 이용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 주자는 不治垣長 盜後悔(불치원장 도후회), 즉 담장을 미리 고치지 않으면 도둑맞은 후에 후회한다고 말했다. 그러기에 이 난관이 새로운 도약의 기회가 되도록 향후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한 아낌없는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 또 이러한 한일 양국의 갈등 구조가 양국 모두의 생산력을 떨어뜨리기 때문에 두 나라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 사회발전 과정에서 경험하게 되는 여러 상황들은 구조적 성격을 어떻게 인식하느냐에 따라 그 대응방식도 달라지고, 그 결과 역시 항상 다양한 모습으로 표출될 수 있다. 이번 위기가 향후 국가발전의 전환점 역할이 되도록 단합된 힘과 지혜가 함께 모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병성 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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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9.17 19:55

애향의식과 문화적 자부심

구사회 선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석정(石亭) 이정직(李定稷,1841-1910)의 서화 전시회가 국립전주박물관에서 열린다. 석정 이정직 선생은 근대계몽기에 전북이 낳은 시인이자 문장가였고 예술가이자 실학자였다. 그의 학문과 예술은 시와 문장, 글씨와 그림, 문예이론, 성리학과 양명학, 천문과 역학 등의 여러 방면에 걸쳐 있다. 그는 우리나라에 서양 철학을 처음으로 도입하였고, 조선 후기의 당송고문인 한구정맥(韓歐正脈)을 호남에 정착시킨 인물이기도 하다. 석정은 학문 이외에도 예술 분야인 서화에서 일가를 이뤘다. 그는 특별한 스승도 없이 오랜 세월에 걸쳐 스스로의 부단한 학습과 끊임없는 노력을 통해 한국 예술사에 뚜렷한 발자취를 남겼다. 흔히들 시와 글씨, 그리고 그림에서 두루 뛰어난 예술가를 시서화 삼절(詩書畵三絶)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우리나라 예술사에서 시서화를 두루 갖춘 인물은 그리 많지 않았다. 굳이 꼽는다면 조선후기의 표암(豹菴) 강세황(姜世晃, 1713~1791), 자하(紫霞) 신위(申緯, 1769~1847), 추사(秋史) 김정희(金正喜, 1789~1856) 정도이다. 그런데 근대계몽기에 호남에도 시서화 삼절을 갖춘 인물이 있었다. 그분이 바로 석정 선생이었다. 석정은 다른 인사들과 달리, 전북이라는 지방예단에서 일궈냈다. 석정의 학문과 예술은 교육을 통해 이곳 전북의 제자들에게 그대로 전수되었다. 그 결과 일제강점기와 해방 정국을 거치면서 석정의 학문과 예술은 오늘날 전북문화의 자양분이 되었다. 석정의 교학 성과를 짚어보건대, 그의 문하에서 많은 인물이 나왔다. 예로써 유재(裕齋) 송기면(宋基冕)은 주로 도학과 글씨에서, 상곡(象谷) 정노식(鄭魯湜)은 판소리 연구와 사상가로 두각을 나타냈다. 오당(吾堂) 강동희(姜東曦)는 행정가로 성장하였다. 서화계에서는 벽하(碧下) 조주승(趙周昇), 설송(雪松) 최규상(崔圭祥), 유하(柳下) 유영완(柳永完) 등이 그의 문하에서 나왔다. 그래서인지 이번 국립전주박물관 전시회에서는 벽하 조주승과 유하 유영완의 작품도 함께 전시되고 있다. 생각해보자. 우리 전북인은 태어나 고향에 살기도 하지만 많은 사람이 고향을 떠나 살고 있다. 이때 고향을 떠난 사람들은 부모 형제나 자신이 태어난 산천, 그리고 성장하면서 먹고 마시며 보고들은 고향의 향토 문화를 잊지 못한다. 이것은 생득적이자 원초적이다. 반면에 고향 문화에 대한 자부심은 체험과 학습을 통해서 후천적으로 내면화된다. 그래서 사람들은 평생 동안 고향을 잊지 못하고 그리워한다. 그런 점에서 필자는 이번 국립전주박물관의 석정 이정직의 전시회가 무척 반갑다. 석정이야말로 우리 전북 문화의 유산이자 모두의 자부심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번 석정 이정직 서화 전시회는 전시로 그치지 않는다. 관계자의 전언에 따르면 지역민이나 학생들과 다양한 콘텐츠로 소통하면서 전시회가 이뤄진다고 한다. 이번 전시회를 통해 석정 이정직의 예술세계가 전북 사회에 굳게 뿌리를 내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더 나아가 석정 이정직은 이곳 지역민이나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전북 문화의 자부심으로 다가올 것이다. /구사회 선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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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9.10 17:17

꿀벌의 민주주의

임성진 에너지전환포럼 공동대표전주대 교수 지난 주말에도 홍콩에서는 대규모 시위가 이어지며 송환법 반대 집회가 3개월이 넘도록 지속되고 있다. 홍콩 시민들의 이 같은 저항이 우리의 시선을 끄는 이유 중 하나는 이것이, 한국의 촛불혁명과 마찬가지로, 시민의 자발적이고 집단적인 소통과 의사결정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의 홍콩은 현대의 스마트한 초연결 사회에서 시민의 집단지성과 직접민주주의 양식이 끊임없이 진화 발전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이다. 집단지성에 관한 논의가 있을 때마다 자주 거론되는 개념으로 꿀벌의 민주주의(Honeybee Democracy)라는 게 있다. 1만여 마리의 벌떼가 한 집단 내에 거주하면서도 무리의 질서를 체계적으로 유지하고 보금자리를 가꾸며 1억 년 이상을 생존해온 꿀벌의 수평적 집단 의사결정 방식을 가리키는 용어이다. 꿀벌은 개체 수가 크게 불어나는 시기가 되면 분가를 위해 새 집터를 찾아 이사를 준비한다. 장소 물색은 경험이 풍부한 벌들이 맡는데, 이들은 정찰대로서 흩어져 날아다니며 집터를 물색한 뒤 되돌아와 각자 자신이 찾은 곳을 보고한다. 이때 정찰벌들은 꼬리를 흔들어대고 왼쪽으로 한 바퀴, 오른쪽으로 한 바퀴 돌며 자신이 찾은 장소에 관한 설명을 하게 된다. 꿀벌의 팔자춤이라 불리는 이 동작을 통해 정찰벌들은 팔자의 기울기와 꺾이는 각도, 춤의 횟수와 시간 등에 따라 집터의 위치와 방향을 정확히 전달한다. 이어서 일반 꿀벌들은 후보지를 방문 확인한 후 마음에 드는 집터의 춤에 동참함으로써 의사를 전달하고, 다수가 선택한 곳이 새로운 서식지로 선택된다. 우리가 왜 꿀벌의 집단적 의사결정 방식에 주목해야 하는지, 최근 발간된 SNS 민주주의와 주민참여(임승빈 외)를 보면 이해가 쉬울 것 같다. 이에 따르면 현대 사회에서 시민의 정치 참여방식은 스마트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인해 기존의 정당이라는 틀에서 벗어나 비관습적 시민참여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그리고 SNS 민주주의의 발전으로 인해 거버넌스 구축에 있어서도 자발적 대중참여의 중요성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또한 주민참여의 비중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현대사회에서는 주류 언론의 영향이 지대하던 과거와 달리 시민이 스스로 상품에 대한 평가를 내리고 호불호를 결정하며 밑으로부터 여론을 형성하는 소위 소비자 민주화가 발달한다. 이와 같은 시민 중심의 SNS 직접민주주의가 발전할수록 꿀벌사회가 보여주는 방식의 집단 지성적 의사결정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꿀벌집단을 보며 우리가 반드시 주목해야 할 점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모든 꿀벌이 상호 존중을 바탕으로, 오직 공동의 이익에 기초해 수평적으로 의사를 전달하고 결정하기 때문에 집단지성에 기초한 민주적 공동체가 가능하다는 사실이다. 우리 사회는 어느덧 50대 이상이 유튜브를 가장 많이 보는 연령대로 꼽힐 만큼 스마트 초연결사회로 진입해있다. 그러나 심판 대상인 친일 정치세력이 유튜브에서 활개를 치고, 망국적 지역주의를 노골적으로 조장하며, 기득권층의 거짓 뉴스가 미래의 재생에너지조차 혐오시설로 몰아가는 등, 자유를 빙자한 진실 왜곡이 SNS 상에서 버젓이 벌어지고 있다. 올바른 스마트 민주주의는 저절로 오는 게 아니다. 꿀벌의 민주주의가 보여주는 공익과 공존, 그리고 상호 협력의 집단 지성적 시민사회를 이루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적폐 청산과 개혁이 절실함을 통감하는 요즈음이다. /임성진 에너지전환포럼 공동대표전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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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9.03 17:48

무관심 속에 멍든 바다

박정인 군산지방해양수산청장 과학이 거의 모든 질병에 대한 치료약을 찾아냈지만, 인간의 무관심에 대한 약은 찾지 못했다헬렌켈러의 이 지적은 인간이 만들어낸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는 바다에 그대로 적용해도 될 듯하다. 얼마 전 군산에서 있었던 꽃새우 논란은 일단 정리되긴 했지만 우리가 무관심했던 해양 쓰레기 문제를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인류가 화학물질을 만들어내기 이전 시대에는 해양 쓰레기라고 해봐야 대부분 자연의 부산물이거나 유기물이어서 생태계 안으로 보듬어 안을 수 있었다. 그런데 20세기 들어 바다를 삼켜버린 괴물이 나타났다. 바로 기적의 소재로 한때 각광받던플라스틱이다. 지난 65년 동안 전 세계에서 생산된 플라스틱은 83억톤으로 이 가운데 63억톤이 쓰레기로 폐기됐다. 이렇게 쏟아져 나온 플라스틱 쓰레기는 다 어디로 갔을까? 미국 해양대기청(NOAA)에 따르면 매년 800만톤의 플라스틱이 바다로 흘러든다고 한다. 2010년 기준으로 참치 생산량 660만톤 보다 1.2배나 많은 양이다. 플라스틱은 이처럼 엄청난 생산과 폐기량에 비해 썩지도 않아 해양 생태계 뿐만 아니라 인간의 안전을 위협하는 부메랑이 되고 있다. 바다에서 플라스틱이 분해되는 시간은 낚시줄 600년, 플라스틱병 450년 등으로 음료수캔 보다 두세 배 이상 오래 걸린다. 그러다 보니 전체 해양 쓰레기의 80%가 플라스틱이다. 북태평양에서는 한반도의 7배가 넘는 초대형 플라스틱 섬이 발견되기도 했다. 종종 언론을 통해 빨대 등 플라스틱을 먹고 죽은 바다거북이나 고래, 바다새 등을 볼 수 있는데 모두 해양 오염의 심각성을 경고하는 상징적인 모습들이다. 해양쓰레기로 인한 피해는 이 뿐만이 아니다. 국내 선박사고의 10분의 1은 바다에 떠다니는 폐그물 같은 쓰레기 때문에 발생한다. 전북의 바다 또한 상황은 마찬가지다. 작년 부안 앞바다에서 플라스틱 생수병을 삼킨 아귀가 발견되기도 했고, 금년 5월에는 부안 위도 해상에서 폐로프 때문인 것으로 추정되는 어선 전복 사고로 3명이 사망하는 일도 있었다. 1인당 플라스틱 소비량이 세계 최상위권이라는 우리나라의 경우 2018년에 발생한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가 대략 6만 7천 톤이나 된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해상에서 발생하는 쓰레기 중 53%가 어업 활동 과정에서 생긴다고 한다. 어업인들 스스로가 자신들의 생활 터전을 오염시키고 있는 셈이다. 도내 바다에 쌓인 쓰레기도 바다 이용자가 사용한 것, 국내 육상과 중국, 대만 등지에서 밀려온 것이 뒤섞여 정부의 해양 정화 사업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고 있다. 정부는 2030년까지 해양 플라스틱 50% 감축을 목표로 종합대책을 세우고, 폐어구나 폐부표를 정해진 장소에 반납하면 보증금을 지불하는 어구부표 보증금 제도에서부터 단기간에 미세 플라스틱으로 변형되기 쉬운 스티로폼 부표를 친환경 부표로 교체보급하는 사업까지 다양한 유인책을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건강한 바다를 원하는 당사자들이 친환경 어구 사용을 외면하고 폐어구 등을 버리는 행위도 멈추지 않고 있다. 일반 국민들의 관심도 필요하다. 바다에 가장 많이 버려지는 담배꽁초도 대부분 플라스틱 성분이다. 필자가 있는 직장에서도 동참했던 플라스틱 프리 챌린지캠페인 같은 친환경 운동도 전개되고 있고, 정부 차원에서 매월연안 정화의 날을 통해 해양 정화활동을 하고 있지만 국민들은 그렇게 심각한 당면 과제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느낌이다. 우리 모두가 무심한 사이에 바다는 병들어 가고 있다. 쓰레기 회수와 재활용을 극대화하는 혁신적인 변화가 필요하지만, 결국 우리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는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려는 작은 실천과 주인의식 만이 우리의 삶의 터전을 회복시키는 해법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박정인 군산지방해양수산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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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8.27 16:46

아이돌( idol:우상) 찾기

한병성 전북대 명예교수 요즘은 해외 여행가는 것이 참 즐겁다. 20~30년 전 만해도 입국에 필요한 행정절차도 까다로웠을 뿐만 아니라, 외국인과 인사를 나누다 보면 많은 사람들이 한국이란 나라가 어디에 있는지조차 알지 못하거나, 그나마 알고 있다하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6.25 전쟁 때의 기억을 더듬으며 아직도 가난한 나라의 국민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아 자존심이 상했다. 그런데 요즘은 유럽은 물론 동남아 오지마을에서도 현지인을 만나면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등 서투른 우리말로 인사를 하고는 아이돌 그룹의 멤버들 이름을 열거하는 젊은이들을 보면 나 자신 한국인임이 매우 자랑스럽고 뿌듯하다. 이렇게 된 데는 열심히 일한 우리들 자랑스러운 선배들의 힘도 컸겠지만, 요즘 젊은이들의 우상으로 전 세계 음악계를 주름잡고 있는 K-팝가수들의 공로가 매우 지대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한국 가수로는 처음으로 미국 빌보드차트에서 1위를 차지하며 K- 팝의 세계적인 열풍을 주도하고 있는 방탄소년단(BTS)도 외국인들의 아이돌(우상)이 되고 있다. 이처럼 해외에서 아이돌 그룹 멤버들의 인기가 치솟다보니, K-팝 가수를 직접 만나보고자, K-팝의 본고장인 대한민국을 찾는 외국인들 사이에, K-팝 성지순례라는 말까지도 생겨났다. K-팝의 가수뿐만이 아니다. 얼마 전 스크린을 뜨겁게 달궜던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의 실제 인물인 영국 락밴드 퀸의 프레디 머큐리 역시 BTS 보다 먼저 오랜 기간 동안 많은 사람들의 우상이 되었다. 이처럼 예술과 스포츠뿐만 아니라 다양한 영역에서 좋아하고 따르고 싶어지는 각자의 우상을 갖고 있다는 것은 삶을 매우 행복하게 만들어 준다. 나도 지난날을 되돌아보면, 나의 우상이 되어주었던 몇 분의 인물이 있었다. 초등학교 때는 고시를 준비하던 집안 삼촌이 우상이었다. 멋진 외모와 폭넓은 지식이 참 매력적이었다. 그래서 삼촌을 따라서 그분이 좋아하셨던 중국인민의 정신적 지도자 손문선생님을, 또 호랑이상을 가졌다는 장면박사를 나도 마냥 좋아했고 그분들의 위인전을 읽었다. 고등학교 땐 존경스런 철학과 출신 영어선생님이 계셨고, 그분의 성화에 못 이겨 가난한 가정형편임에도 불구하고 대학진학을 결심하였으며, 그것이 오늘날의 나를 있게 한 계기가 되어주었다. 나이가 들면서는 아르헨티나의 혁명가 체 게바라를 닮고 싶어 그의 초상화를 벽에 걸어두었고, 제 3공화국 시절 빨갱이의 괴수로 어린마음에 각인되었던 베트남 민주공화국 호찌민 초대 대통령의 평전을 탐독하기도 했다. 이처럼 삶의 매 순간마다 적절한 우상을 가졌던 나는 참으로 행복했다. 우상의 대상은 꼭 너무 거창할 필요는 없다. 부모, 할머니 할아버지도 우상이 될 수 있고, 학창시절 선생님, 또는 종교지도자도 롤 모델이 될 수 있다. 아니 어쩌면 주변 사람들 모두가 후보군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상대방이 갖고 있는 장점, 전문지식 등을 긍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받아만 드린다면, 그 역시 좋은 롤 모델이 되어 줄 것이다. 역으로 나도 주변사람들의 우상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며 모범적인 삶을 살아가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완벽한 사람은 없다. 그저 약간의 단점이 있을 뿐이다라며 우리의 생각을 고쳐먹는다면, 우리 주변에서 아이돌(우상)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약간 부족해 보일지라도 우리는 각자의 우상을 가질 필요가 있다. 따르고 닮고 싶은 우상을 가지면 우리의 삶은 더욱더 윤택하고 풍요로워질 것이며, 보다 더 크게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병성 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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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8.20 17:39

선비정신과 호남삼걸(湖南三傑)

구사회 선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선비는 지식과 인격을 함께 갖춘 사람이다. 한편으로 직분을 갖고 벼슬을 한다는 의미도 있다. 그래서 옛날에 선비는 때를 만나면 임금을 도와 국정에 참여해서 봉사를 하였다. 반대로 자신의 뜻이 시대와 맞지 않으면 조용히 물러나서 수양하며 세상과 일정한 거리를 두며 살았다. 이 과정에서 선비는 불의에 맞서 저항하고 시대를 바로 이끌어야 한다는 사명감과 책임 의식을 본분으로 삼았다. 우리는 이것을 흔히 선비정신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선비정신은 외세의 침략으로 나라의 존망에 처한 시기에 빛을 발했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는 나라 운명이 바람 앞의 등불과 같은 구한말에 호남 지성을 대변했던 호남삼걸(湖南三傑)을 함께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바로 석정(石亭) 이정직(李定稷, 1841~1910), 해학(海鶴) 이기(李沂, 1848~1909) 매천(梅泉) 황현(黃玹, 1855~1910)이 그들이다. 이들 세 선비는 성향이 달랐지만 서로 친교를 나누던 사이였다. 몇 차례 함께 만난 적도 있었다. 석정 이정직은 말년에 고향인 김제에 칩거하며 학문과 예술에 전념하면서 인재 양성에 심혈을 기울였다. 이 과정에서 그는 시문과 서화를 시작으로 경학과 역학 등 여러 분야에서 많은 업적을 남겼다. 그는 서양 철학에도 관심을 보여 칸트 철학을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하였다. 석정은 자신의 학문과 예술을 이곳 전북 출신의 제자들에게 전수하였다. 그 결과 일제강점기와 해방 정국을 거치며 그의 학문과 예술은 근대 전북의 문화적 자양분이 되었다. 반면에 같은 김제 출신의 해학 이기는 일제에 항거하면서 국권 회복을 위한 실천적 지식인의 모범을 보인다. 그는 민중을 일깨우기 위해 『호남학보』라는 잡지를 발간하여 계몽에 힘썼다. 그러다가 일제 침략이 가속화되자 해학은 열정적으로 구국 투쟁의 길로 나선다. 이 과정에서 해학은 피로와 굶주림으로 객지인 서울의 이름 없는 여관에서 홀로 숨을 거두었다. 한편, 매천 황현은 살고 있던 구례에서 서울을 오가며 활동하였다. 그는 시문으로 날카로운 현실 인식을 드러내며 일제 침략을 고발하며 애국심을 고취하였다. 『매천야록』을 통해서는 당대의 부조리한 현실을 낱낱이 기록하여 후세의 귀감을 보였다. 그리고 1910년 8월 한일합방이 체결되자 그는 유언으로 절명시를 남기고 자결하며 일제에 대한 저항정신을 분명히 하였다. 이들 호남삼걸은 하나같이 시대를 고뇌하며 암울한 삶을 영위하였다. 그리고 이들은 하나같이 1910년을 기점으로 모두 삶을 마감한다. 이들 세 사람은 삶의 방향에서 차이를 보이지만 선비 정신을 지니고 있었다. 매천은 나라가 망하자 자결로써 선비정신의 면모를 보여준다. 해학은 일제 침략을 막기 위해 부지런히 국내외를 넘나들며 선비의 의리 정신을 보여주었다. 석정이라고 나라 걱정이 없었겠는가. 석정은 향리에서 학문과 예술을 연마하며 교육에 전념하였다. 그리고 한일합방이 체결되자 시름시름 앓다가 생을 마감하고 말았다. 한 마디로 이들 호남삼걸은 일제 침략이라는 국난을 처해 현실을 고발하거나 저항하였다. 또는 석정처럼 교육을 통해 조국의 앞날을 대비하였다. 이들 호남삼걸은 서로 행방이 달랐지만, 당대 호남을 대변하는 참다운 지식인의 전형을 보여주었다고 말할 수 있다. /구사회 (선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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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8.13 15:57

내 아픔으로 기억되는 역사

임성진 에너지전환포럼 공동대표전주대학교 교수 필자가 유학생활을 시작했던 31년 전 베를린 국립도서관 1층에는 사람들의 휴식 공간 옆에 나치의 유대인 학살 장면을 담은 사진들이 상설 전시된, 일종의 열린 전시장이 자리하고 있었다. 당시는 지금처럼 인터넷을 쓰던 시절이 아니어서 쉽게 접할 수 없는 사진들을 보며 적잖이 충격을 받고 가슴이 저렸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러다 어느 날 문득 우리도 일본에 저렇게 당했는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식민지 역사에 대한 지식은 자주 듣고 읽으며 살았지만 고통 받고 죽어간 민중들이 겪었을 아픔과 통한을 내 것처럼 느끼지 못했음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독일인들이 역사적 과오를 기억하는 방식 속에서 한 한국 유학생이 얻은 소중한 교훈이었다. 철학에서는 정의의 출발은 인간애이고, 이는 다른 사람의 아픔을 내가 같이 느끼면서 시작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역사를 바로잡는 일 역시 그 시대 민중의 억울한 원한과 슬픔을 함께 느끼고 기억하는 데에서 출발해야 한다. 이것은 최근 경제 보복의 원인이 된 일제 강제 동원 노역의 역사문제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일제 식민지 시절 강제 징용된 조선인 숫자는 연인원 600~700만 명이고 이중 일본과 만주 등 국외로 동원된 노무인력이 150만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리고 그중 10~20만 명 정도가 사망한 걸로 알려져 있다. 숫자가 말해주듯 이것은 당시 총 인구 2500만 정도에 불과하던 조선인을 상대로 벌어진 전방위적 강제 노동 동원이었다. 일제 강제 노역의 역사 중에서도 미쓰비시가 해저 1000m에 매장된 석탄을 캐기 위해 만들었던 하시마섬은 지옥의 노예 노동지로 악명이 높다. 그곳은 사람이 옆으로 누워서 채굴해야 할 만큼 굴이 좁아 어린 소년들이 많이 끌려간 곳이기도 하다. 45도가 넘는 지하탄광에서 하루 12시간씩 쉬지도 못하며 노동에 시달리다 맞아 죽거나 질병, 영양실조, 사고 등으로 죽어 나갔던 기록은 차마 눈물 없이 읽기 어려울 정도다. 이들 징용 노동자들은 나가사키 원폭 투하 뒤 아무런 보호장비 없이 복구현장에 투입되기까지 했는데, 돌아오지 못하고 죽은 유해들은 화장돼 마구잡이로 섞인 채 현재 한 탑 밑에 매립돼있다고 한다. 이렇듯 일제 강제 동원 노역의 핵심 가해세력에는 일본 정부와 군부뿐 아니라 조선인 노동력 수탈에 일찍부터 발 벗고 나선 일본 기업들이 있었다. 일본 기업들은 1938년 국가총동원법이 제정되기 전부터 이미 일본 정부에 조선인 노동력의 활용을 적극 건의하며 강제 동원 일선에 집요하게 나선 장본인들이다. 결국 조선인 강제 동원은 일본 정부와 이윤에 탐욕스러운 일본 기업의 이익 연합이 걸어온 역사의 한 과정이며, 오늘날 전범 기업의 손해배상 판결에 일본 정부가 앞장서 경제 보복에 나서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보아야 할 일이다. 현재 전국적으로 번지는 일본에 대한 항의와 불매운동은 일본에 대한 우리의 분노 표출이며 의미 있는 대응임이 분명하다. 그런데 이번 일을 일시적 항의 표시를 넘어 잘못된 역사를 바로 세우는 계기로 삼으려면, 먼저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꽃다운 시기에 겪었던 비통한 육체적, 정신적 고통의 참상을 후세대들이 자신의 아픔처럼 느끼고 공유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는 체계적인 접근이 중요하다. 이 땅에 살아온 수 없는 사람들의 시대적 고통이 우리 가슴에 느껴지지 않을 때 그 시대의 역사도 우리 기억에서 멀어지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임성진 에너지전환포럼 공동대표전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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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8.06 18:19

등대가 있는 휴가길

박정인 군산지방해양수산청장 7말 8초, 여름 휴가 시즌이 절정을 맞고 있다. 얼마 전 필자는 서해의 영해 기점 도서이자 어업 전진기지, 감탄(於)이 절로 난다는 푸른 섬(靑島) 어청도를 찾았다. 30년 만이다. 어청도 하면 단연 등대, 섬이라고 어찌 세월의 흐름을 거역할 수 있으랴마는 푸른 바다와 어우러진 어청도 등대만의 아름다움은 여전히 변함이 없다. 등대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마치 동화 속 세계에 온 듯한 이국적인 정취에 가슴이 뻥 뚫리는 시원한 청량감까지 더해 준다. 등대는 해양 개척과 희망을 상징하기도 하고, 때론 서정성의 대명사가 되기도 한다. 실제로는 빛과 음향, 전파를 이용하여 뱃길을 잡아 주는 역할을 한다. 전북 관내의 해안과 섬에는 이러한 등대가 모두 580곳이 있다. 이 중 등대원이 상주하고 있는 유인등대는 어청도와 말도 단 두 곳 뿐이다. 1912년에 처음 불을 밝힌 어청도 등대는 마을 반대편 외딴 곳 절벽위에 세워져 있다. 멀리 48km 떨어진 해역까지 12초에 한 번씩 불빛을 비춘다. 지금이야 전기 공급과 정보통신기술(IT) 발달 덕분에 비교적 수월하게 관리하고 있지만, 80년대까지만 해도 등대원들의 가장 큰 일은 한 달에 한 번 정도 표지선이 싣고 온 보급품을 등대로 옮기는 일이었다. 발전기와 발동기를 돌릴 경유와 축전지 등을 지게에 지고 해발 100m 가까이 되는 험한 산길을 올라가서 등댓불을 밝힌 것이다. 조형미가 일품인 어청도 등대는 원형 그대로 잘 보존되어 있는데다 해양문화사적, 예술적 보존 가치가 높아 등대문화유산 제2호, 등록문화재 제378호로 지정되어 있다. 해양수산부가 한국의 아름다운 등대 16경 중 하나로 선정할 만큼 자태 또한 빼어나다. 빨간 지붕과 하얀 등탑, 등대를 둘러싼 나지막한 돌담이 서로 조화를 이루어 그야말로 한 폭의 수채화를 선사한다. 해 질 무렵 석양에 물든 바다의 운치는 더 말할 나위가 없고, 벼랑 위 정자에 앉아 파도 소리에 파묻혀 있다 보면 신선이 따로 없다. 어디 어청도 등대 뿐이랴. 고군산군도의 맨 끝자락에 위치한 섬 말도에도 유인등대가 있다. 어청도 등대보다 3년 앞선 1909년에 설치되어 110년이 지난 지금까지 하루도 거르지 않고 불을 밝혀 오고 있다. 아쉽게도 내일부터 등대원이 없는 무인등대로 바뀌지만 대신에 이 곳을 더 멋진 해양관광 명소로 가꿀 예정이라 하니 기대가 된다. 말도는 장자도에서 뱃길로 40분이면 도착할 수 있다. 잘 정돈된 푸른 잔디 언덕 위에 예쁘장하게 서있는 말도 등대, 여기서 바라보는 바다는 어청도 등대와는 또 다른 느낌이다. 고요하게 마을을 안고 있는 포구와 그 너머로 아스라이 펼쳐진 쪽빛바다는 마음의 평화를 얻기에 그만이다. 해안을 따라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신원생대 습곡지형 지층이 아릅답게 펼쳐져 있고, 한 여름 뙤약볕을 피해 울창한 숲길을 따라 가볍게 트레킹하기도 좋다. 비록 지리적 특성 탓에 그다지 주목을 받지 못한 작은 섬이지만 등대와 어우러진 때묻지 않은 자연은 말도만의 매력이다. 섬 여행에는 이처럼 한적함과 여유로움이 있다. 잔잔한 이야기를 담은 등대가 있다. 세상이 아무리 변해도 언제나 같은 모습으로 우리를 기다려주는 바다가 있다. 올 여름 휴가지가 아직도 고민이라면 꼭 어청도와 말도가 아니어도 좋다. 차량과 사람으로 붐비는 유명지보다는 등대가 있는 아름다운 섬, 넉넉한 바다의 품에서 일상에 지친 심신을 달래고 새로운 힘을 충전해 보는 것은 어떨까? /박정인 군산지방해양수산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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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7.30 17:26

런징페이(화웨이 회장)의 지도력

한병성 전북대 명예교수 최근 들어 미국으로부터 강한 무역제재를 받고 있는 중국 기업들 대부분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크게 타격을 받고 있는 기업은 통신 네트워크 회사인 화웨이가 아닌가 싶다. 화웨이를 미국 상무부가 수출 제한 기업으로 지정함에 따라 스마트폰 생산에 필요한 핵심 반도체 부품을 공급하고 있는 미국의 인텔과 마이크론사로부터 부품공급이 언제 중단될지 모르는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이런 절체절명의 위기를 매우 현명하게 해쳐나가고 있는 화웨이의 런징페이 회장의 지도력이 나에게 큰 감동을 준다. 런징페이 회장은 직면한 어려운 상황 앞에 무릎을 꿇기에 앞서 적을 상대로 장기 지구전을 준비 중에 있다. 그는 회사구성원들 모두에게 싸워야할 목표, 전투에 임하는 자세 등을 분명하게 제시하고 있으며, 특히 투사에게 필요한 용기를 끊임없이 불어 넣고 있다. 우선, 중국을 상징하는 붉은색 바탕위에 은색글씨로 우리는 매일 세계 최고의 스마트폰을 생산한다라는 문구를 써 공장 벽면 가득히 채워두어 이를 보는 모든 사원들에게 자긍심을 고취시키고 있다. 다음으로는 미래에 닥쳐 올 끊임 없는 무한경쟁에 대비하기 위해 연구에 아낌없는 투자를 하고 있다. 면적이 여의도 2/3에 해당되는 땅에 옥스 혼(Ox Horn)이라는 연구용 캠퍼스를 지어 1만 3000여 명의 연구원들에게 최고의 연구 환경을 제공함으로써 미래의 먹거리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화웨이는 1988년 자본금 360만원 직원 5명으로 시작하였으나, 지금은 100조원 규모의 큰 회사로 성장하였다. 이러한 성장배경은 척박한 환경에서 살아 남기위하여 극한을 두려워하지 않는 늑대의 정신으로 삶을 살아온 설립자 런징페이 회장의 삶이 배경이 되었다. 그는 평소 직원들에게 눈은 고객을 향하고 엉덩이는 사장을 향하시오. 상사의 눈에 들었다고 해서 승진할 수 있을 거라는 헛된 꿈은 버리십시오. 그렇게 생각하고 행동하면 화웨이의 전투력만 악화시킬 뿐입니다 라 말하곤 했다. 그는 전쟁의 생리를 잘 알고 있는 명장임이 분명하다. 구성원들이 사용하는 물건 포장에 2차 세계대전 당시 적들의 공격으로부터 무수한 상흔을 안고 귀국한 소련제 미그기 '블랙스완'을 그려 넣고 영웅은 태어나지 않고 단련을 통해 만들어진다.라는 문구를 부착함으로써 구성원들에게 강인한 결전의 의지를 심어주고 있다. 오랫동안 젊은이들을 가르치면서, 과연 공부해야할 목표와 이유 그리고 삶을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 힘겨운 상황 앞에서 다시 설 수 있는 용기를 그들에게 불어 넣어 주었던지 나 스스로에게 반문해보면 자신이 없다. 우리 각자는 본인 스스로의 의사결정 과정은 물론, 가정 또는 소속되어 있는 조직과 사회에서 크든 작든 지도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런 일련의 과정에서 과연 지도자로써의 올바른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지 매 순간 자문해 보아야한다. 나아감에 있어서 올바르게 방향이 제시되고 있는지, 몰려오는 고난 앞에서 전진을 망설이거나 주저 앉아 다시 일어서려는 용기마저 포기하고 있는지 스스로를 점검하는 일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할 것이다. 겉으로 볼 때 비록 보잘 것 없어 보이는 무쇠라 할지라도 반복되는 제련과정을 통해 보검으로 다시 태어나는 것처럼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이 갖고 있는 자질을 함양시켜 각자가 훌륭한 지도자로 우뚝 설 수 있게 이끌어 주었던 값진 보람을 향유할 자격이 있는지 반문해 보아야할 것이다. 지도자에게는 성공에 따른 무한한 영광도 주어지지만, 그 영광 뒤에는 무서운 비판과 무거운 책무가 항상 함께하고 있음을 매순간 잊지 않는 삶이 되어야 한다고. 나 스스로를 다그치며 이 아침을 맞는다. /한병성 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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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7.23 20:39

호남 문헌 자료와 춘강(春岡) 유재영(柳在泳)

구사회 선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내가 한국 고전문학을 연구하면서 언제나 마주치는 것이 자료의 확보와 해석의 문제이다. 한국 고전문학 분야는 주로 문헌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관련 자료의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나도 대부분의 고전연구자들이 그렇듯이 이들 문헌을 검토하고 분석한다. 그렇지만 나는 책상 앞에만 있지 않고 시간만 있으면 틈틈이 발로 뛰며 자료를 확보하려고 노력한다. 애쓰고 노력하는 만큼 새로운 자료를 발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호남 출신이지만 인연 따라 살다보니 성년 이후로 줄곧 타향살이를 하고 있다. 하지만 한 번도 고향을 잊은 적이 없고 나는 남다른 자부심을 갖고 있다. 박사학위를 받고 고전문학 교수로 있다가 늦게야 깨달은 바가 있었다. 오래 전 서울에서 대구까지 가서 문헌 자료를 찾고 있었다. 그런데 그곳에 많은 호남 자료가 수장되어 있었다. 호남에서 찾아야 할 문헌이 다른 지방으로 반출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를 계기로 나는 호남 문헌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나는 유재영 교수를 알게 되었다. 선생은 원광대 국문과 교수로 계시면서 호남 지명을 연구를 하셨다. 선생은 국어학 전공자였는데 오히려 한학으로 유명하였다. 선생은 전북 지역에 산재해 있던 2만여 권의 문헌 자료를 소장하고 계셨다. 그것은 전북 지역 내의 문중이나 개인이 소장하고 있던 문집을 비롯한 문헌 자료가 망라되어 있었다. 더 나아가 충남 논산이나 전남 장성 지역에서 나온 다수의 자료도 있었다. 선생은 익산에 거주하면서 누군가 문헌을 가지고 있다면 불원천리하고 찾아가서 그것을 복사하고 돌려주었다. 일부 인사들이 자료를 빌려가서 돌려주지 않는 경우도 있는데, 선생은 반드시 약속을 지켰다. 나중에는 소문이 나서 원광대 유재영 교수라면 자료 제공을 거절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고 한다. 그렇게 신용을 쌓고 신의를 지켜서 50여 년에 걸쳐서 전북 지역에 산재하던 대다수의 고문헌을 복사해서 소장할 수 있게 되었다. 선생이 수집해 놓은 전북 자료는 인구 이동이 적었던 70년대 산업화 이전의 자료들이 대부분이다. 산업화와 함께 인구 이동이 잦으면서 이들 자료는 전국으로 흩어졌다. 그런 점에서 선생이 수집해놓은 자료는 비록 복사본이지만 앞으로 전북 문화를 연구하는데 가치가 매우 높다. 나는 복이 많아서 춘강 선생이 평생 수집한 자료를 힘들이지 않고 빌려서 연구할 수 있었다. 한 번은 사라졌던 석정(石亭) 이정직(李定稷, 1841 ~ 1910)의 『간오정선(刊誤精選)』을 선생의 서고에서 다시 찾아 연구할 수 있었다. 나는 이것을 중국 사회과학원이 주최한 국제학술대회에 가서 발표할 수 있었다. 중국 연구자들이 놀라는 반응이었다. 그들은 한국에 그런 독자적인 자료가 있는 줄을 전혀 몰랐다는 것이다. 이제 춘강 선생이 돌아가신지 십여 년이 흘렀다. 오늘은 새벽에 일어나서 고향에 있는 신문사로부터 청탁받은 칼럼을 쓰면서 새삼스럽게 제일 먼저 선생을 떠올린다. 내가 빌려간 자료가 약속보다 조금만 늦더라도 전화해서 나무라던 음성이 아직 생생하다. 선생께서 모아놓은 이들 자료는 앞으로 전북을 연구하고 언젠가 이곳 사람들의 문화적 자부심을 갖게 할 것이다. /구사회 선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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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7.16 21:05

새만금이 미래가 되려면

임성진 에너지전환포럼 공동대표전주대학교 교수 새만금 지역을 재생에너지만 사용하는 재생에너지 100%(RE 100) 특구로 조성하자는 제안이 논의 중이다. 국제사회로부터 기업에 대한 재생에너지 전환 압력이 심상치 않은 상황에서 정부의 에너지정책에 활로를 열어주는 동시에 새만금지역을 지속가능한 미래산업의 메카로 발전시키자는 발상이다. 새만금지역의 재생에너지단지 조성이 장기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는지 이해하기 위해서는 군산의 경우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2010년 12월 군산 현대중공업 유치 당시 이명박 정부가 조선 산업의 군산시대 도래를 선전했음에도 불구하고 불과 6년 반 만에 군산조선소는 폐쇄되었다. 게다가 한해 최대 26만대의 자동차 생산기지였던 군산 GM 공장마저 결국 작년 5월 문을 닫고 말았다. 지역경제에 치명상을 입힌 두 사건은 모두 조선과 자동차 산업의 위기와 변화에 대한 시대적 요구를 읽지 못한 결과였다. 뼈아픈 경험을 거친 군산은 현재 조선소 협력사들이 힘을 합쳐 풍력과 태양광 발전 구조물 분야에 뛰어들고 있다. 그리고 GM 군산 공장이 전기차 제조업체에 매각된 후 인근 새만금 단지에 대규모 전기차 공장도 설립될 예정이어서 전기차 중심지로의 변신이 시도되고 있다. 혁신은 위기에서 출발한다고 했다. 새만금-군산에서 오히려 새로운 희망이 발견되는 것은 세계 자동차 시장의 중심이 전기차 쪽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으며, 전 세계가 이미 재생에너지혁명의 시대로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노르웨이, 덴마크, 네덜란드,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수많은 국가가 2025~2030년, 늦어도 2040년에는 내연기관 신차의 판매 금지를 결정했고, 이와 함께 전기차 시장과 기술의 발전도 급격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전기차 급성장의 배경에는 에너지전환에 선도적인 국가들이 추진해온 재생에너지정책의 성과가 자리하고 있다. 유럽의 경우 덴마크는 2030년에, 스웨덴은 2040년에 100% 재생에너지 발전국가가 된다. 독일 또한 2050년까지 완전한 재생에너지 공급을 계획하고 있으며, 이미 74개 이상의 지자체가 재생에너지 자립을 이룬 상태다. 미국에서도 뉴욕, 캘리포니아 등 수많은 주들이 2040~2045년까지 100% 재생에너지 전기 공급을 법으로 의무화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한국은 순수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아직도 3%대에 불과하며 전기차 시장의 육성 지원도 크게 부족한 상황이다. 기업이 100% 재생에너지로 생산하고 싶어도 국내에서 살 수 있는 재생에너지 전력량이 턱없이 부족한 데다 그나마 있는 것에 대한 직접구매(PPA)제도는 여러 가지 이유로 정부가 시도조차 못 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새만금지역의 풍부한 재생에너지 발전 잠재량을 활용해 입주기업과 인근 지역을 재생에너지자립 RE100 특구로 만든다면 엄청난 경제적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우선 새만금 지역에는 당장 재생에너지 구매가 절실한 Re100 참여 기업을 시작으로 전기차 등과 같은 연관 미래산업, 그리고 각종 에너지전환 산업과 연구기관 등의 입주가 줄을 이을 것이다. 이로 인해 구축될 미래형 청정에너지-산업클러스터가 지역과 국가 경제의 혁신적 성장과 일자리 창출, 온실가스 감축, 에너지전환을 견인함은 물론이다. 사실 새만금지역의 발전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고 무엇이 필요한지 이제는 논쟁의 대상이 아니다. 지금 우리에게 요구되는 건 바로 미래사회를 향한 결단과 추진력이다. /임성진 에너지전환포럼 공동대표전주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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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7.09 17:15

여름, 바다를 생각한다

박정인 군산지방해양수산청장 바야흐로 여름이다. 도내에서는 지난 달 25일 선유도해수욕장을 시작으로 다음 주말이면 나머지 7개 해수욕장이 일제히 문을 연다. 한해 전국 해수욕장 이용객이 1억명을 넘는다고 하니 역시 여름은 바다다. 어디 해수욕장 뿐인가. 섬 여행, 바다 낚시, 해양 레저 등을 즐기는 사람들을 합하면 국민 한 사람이 해마다 3일 이상은 바다를 찾는 셈이다. 이처럼 바다는 낭만과 여행, 휴식과 힐링의 장이자, 영화 언더워터의 주인공 처럼 파도를 가르며 환상적인 서핑을 즐기는 모험과 도전의 공간이다. 반면에 누군가에게는 거센 파도와 바람에 맞서 싸워야 하는 생업의 장이자 조상대대로 물려 온 삶의 터전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주로 육지에서 생활하는 우리에게 바다는 과연 어떤 존재일까? 바다하면 언뜻 해안에 즐비한 횟집, 해변과 파도, 오가는 배와 갈매기, 등대나 망망대해 등 일상적인 경관들을 떠올리기 십상이다. 그러나 바다의 실체에 대해 우리가 아는 부분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바닷속에 잠긴 95%의 실체를 간과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세계 최대 규모의 비정부기구인 세계자연기금(WWF)이 해양에서 매년 2조 5천억 달러의 가치를 새로 창출한다고 평가한 점은 주목해 볼 만하다. 전북의 서해는 어떤가? 천혜의 자연보석 고군산군도를 포함한 93개 유?무인도, 여의도의 38배 크기 만한 갯벌, 수출입 물류 관문 군산항, 연간 30만명이 이용하는 연안여객선, 7천어가가 넘는 어업경영체를 품고 있다. 여기에 전라북도 전체 육지 보다 3.5배나 넓은 해양 영토는 그 자체만으로도 이용 가치가 무궁무진한 자원의 보고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렇게 광활한 바다 속에 숨겨진 가치를 우리는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서해 바다는 아직까지 어업 활동과 뱃길 등 대부분 전통적인 이용에 머물러 있다. 주인없는 바다에 먼저 가서 선점하면 그만이라는 인식 때문인지 어업인간 갈등이나 불법 어로 행위 등 무질서한 모습도 자주 목격하게 된다. 게다가 최근에는 자원개발 등 바다 이용이 다양해지면서 다른 산업 분야간 분쟁의 장으로 바뀌고 있다. 어청도 인근 배타적경제수역(EEZ)에서 골재채취를 하기 위해 지난 달 11일 열릴 예정이던 공청회가 어민들의 반발로 무산되고, 서해 해상풍력단지 건설 또한 반발 움직임이 지속되고 있는 점 등이 그 예이다. 이제는 바다의 가치를 제대로 향유하고, 혜택을 골고루 누릴 수 있도록 바다를 활용하는 방식에 변화를 줘야 할 때가 왔다. 마침「해양공간계획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어 올 4월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해양공간계획이라는 말이 생소하겠지만, 육지를 국토계획법에 따라 도시?농림지역 등과 주거?상업 지역 등으로 나누어 관리하듯이 바다도 어업, 자원개발, 항행 구역 등 그 공간에 가장 적합한 용도를 설정하여 통합적으로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우리 지역 해양도 공간별로 어떻게 활용해야 경제, 사회적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지 핵심가치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항만, 어업 나아가 레저, 에너지 등 각 분야에서 해역 특성을 고려한 종합적이고 조화로운 해양공간계획이 수립될 수 있도록 도민 모두가 함께 고민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경제 가치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치러야 했던 대항해시대의 교훈처럼 해양을 통한 가치선점과 전략보유가 우리 지역의 미래를 좌우할 수 있다. 이제는 해양을 통해 확보해야 할 미래가치가 무엇인지에 대해 깊은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서해 바다는 열려 있다. /박정인 군산지방해양수산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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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7.02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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