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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아이를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

강동화 전주시의회 의장 어린것들에게서는 좋은 향이 난다. 막 움튼 쪽빛의 잎새에서도 신선한 향이 나고, 꼬물거리는 새끼 고양이에게도 늘 달콤한 향이 난다. 강보에 싸인 갓난아기는 말할 것도 없다. 씻기지 않아도, 땀을 좀 흘려도, 그토록 사랑스러운 향기가 나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다. 존재의 향기라는 건, 물론 상대적이다. 아마도 어린것들에게서 나는 모든 향기는, 그 대상에 대한 우리의 사랑일 것이다. 우리는 세상을 향해 막 뻗어난 그 나약한 생명을 기꺼이 사랑하고 보듬고 지켜주려 한다. 그것이 인류와 자연이 지금까지 이어질 수 있던, 가장 가치 있는 본능일 것이다. 그 본능이 흔들리는 사회란, 현재는 물론 미래의 희망 또한 함께 흔들리는 것이리라. 최근 극악무도한 아동학대 사건이 번번이 발생하고 있다. 백골 상태로 발견되기까지 빈집에 갇혀 있던 구미의 보람이 사건은, 슬프다 못해 치가 떨릴 지경이다. 입양 후 결식, 폭행 등 학대를 일삼은 정인이 사건, 조카를 물고문으로 학대해 숨지게 한 이모 부부, 작년엔 계부의 폭행과 학대에 시달리다 지붕을 건너 극적으로 탈출한 소녀도 있었다. 얼마 전 전주에서도 생후 7개월 된 딸을 상습 폭행해 뇌사상태에 이르게 한 20대 친모가 살인미수로 송치됐다. 참으로 억장이 무너진다. 물론 아동학대는 어느 사회나 내재해 있던 사회문제다. 다만, 현대에 달라진 점이 있다면 학대나 가정폭력이 발생했을 때, 함께 대응해줄 가족 외의 존재, 즉 공동체가 부재하다는 것이다. 특히 핵가족, 1인 가구, 재혼 가구, 입양가정 등 기존과는 다른 형태의 가정이 늘어나다 보니, 아동의 보호 울타리가 더욱 낮아진 게 사실이다. 모든 부모들은 양육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자녀에게 상처를 남긴다고 한다. 다 완벽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 부족함을 메워주는 것이 조부모, 형제, 친인척이라는 혈연의 울타리였고, 또 옆집이나 앞집으로 이어진 마을의 공동체였다. 현대사회에 아동학대, 친족간 강력범죄 등의 비율이 증가하는 것은, 가족의 울타리와 지역공동체가 무너지고 있는 사회현상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전북아동보호전문기관에 따르면 지난해 접수된 아동학대 의심사례는 2452건이다. 이 중에서 아동학대 사례로 판명된 건 무려 2088건에 이른다. 단순한 신체 폭력에만 그치지 않고 정서학대, 방임 등 신체적정서적 복합 사례가 1075건이나 된다. 극단적인 사례로 세상에 드러난 사건 외에도, 우리의 아주 가까운 곳에서도 미처 인지하지 못하는 아동학대가 이루어질 수 있다. 훈육이라는 명분으로 이루어지는 어떤 체벌도 정당화될 수 없으며, 감정이 담긴 폭언이나 정서적 학대 또한 분명한 아동학대임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모든 보호자는 자녀의 소유나 권리 주체가 아니라, 다만 더 나은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조력자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고 한다. 무심히 지나친 어느 창문 아래 울고 있는 아이는 없는지, 이웃과 지역공동체의 따뜻한 관심과 인식 개선이 필요할 것이다. 현재 전주시는 아동보호전담요원을 채용하는 등 선도적인 아동보호 정책을 추진 중이다. 앞으로도 촘촘한 사회 안전망 마련과 아동학대 예방정책으로 아이들이 먼저 웃는 행복한 전주를 만드는데 모두의 뜻을 모을 수 있기를 희망한다. /강동화 전주시의회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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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4.06 18:28

지방대 육성 해법 시급하다

송지용 전북도의회 의장 코로나 시국이 엄중한 가운데 새 학기가 시작된 지 한달이 지났다. 학교에는 모처럼 활기가 넘쳐나지만 깊은 시름에 잠긴 곳이 있다. 정원을 채우지 못한 지방대학교다. 전북지역 주요 4년제 대학은 올해도 신입생 미달사태가 속출했다. 학령인구 감소와 수도권 쏠림현상, 여기에 코로나19 여파로 유학생 유치까지 어려워진 탓이다. 이제 지방대는 누구나 갈 수 있게 됐다. 장학금을 준다고 해도 정원을 채울 수 없는 씁쓸한 시대가 되었다. 지난해 고3 학생수는 44만5479명으로 전년에 비해 5만6137명 줄었으며, 실제 수능 응시인원은 42만1034명으로 50만명을 밑돌았다. 교육부는 2024년 대입가능자원이 37만3470명까지 줄어 정원의 25%를 채울 수 없게 될 것으로 전망했고, 한국경제연구원도 2060년에는 621세 학령인구가 42.8%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지방대 정원미달 사태는 점점 심화될 것이 명약관화(明若觀火)하다. 지방대 정원미달은 지방대 경쟁력을 약화시켜 수도권 쏠림 현상을 가속화시키는 악순환이 될 것이다. 교육과 일자리를 찾아 고향을 떠나는 청년들이 많아지면 지방소멸 가능성은 높아질 수 밖에 없다. 실제 익산 젊음의 거리는 40년 동안 인구가 25% 이상 감소했다. 지방소멸은 더 이상 농촌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방대학을 살리기 위해서는 인재 유출을 막기 위한 일자리가 있어야 한다.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산업을 육성하고, 대학에서는 필요한 인력을 공급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 지역의 인재가 유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전북은 미래먹거리로 수소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이에 발맞춰 대학에서도 수소산업과 관련된 특성화된 교육과정을 개설해 우수한 인재가 지역에 남아 공부하고 일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지방대 특성화 분야 학생에게 장학금을 지원하고, 맞춤형 진로 및 취업 컨설팅을 강화하거나 창업을 도와주는 것도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이다. 복지분야도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분야다. 노인 전용 복합주거단지 구축과 양육 공백이 발생한 가정의 만 12세 이하 아동을 위한 돌봄서비스도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방안이다. 노인 전용 복합주거단지는 24시간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스템으로, 요양보호사를 비롯해 일손이 많이 필요한 분야다. 또한 돌봄서비스가 체계적으로 이뤄진다면 양육환경이 나아져 출산율을 높이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지방대가 노인복지나 돌봄분야 인력을 체계적으로 양성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포스트코로나시대에는 재택근무가 일상화되고 안전한 환경에서의 삶을 선호하게 될 것이다. 교육 인프라가 잘 갖춰진다면 굳이 수도권까지 가지 않을 것이다. 귀농귀촌을 지원하는 시스템도 지방대에서 갖출 필요가 있다. 지역의 다양하고 정확한 정보를 찾고 정착과정을 돕는 인력양성과 교육프로그램 개발도 지방대가 할 수 있는 역할이다. 지방대학이 살아남아 지역에 훌륭한 인력을 공급하기 위한 방법을 서둘러 찾아야 한다. 도의회에서는 지방대가 자구책을 찾아 지역의 인재양성기관으로 역할을 다 할 수 있도록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송지용 전북도의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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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3.30 18:29

나부터 제로 웨이스트

송태규 원광중 교장 코로나19로 지구가 신음하고 있다. 머지않아 끝날 것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오만하게 인간의 능력을 믿었다. 이를 비웃듯 한번 기울어진 환경은 오히려 우리를 변종 바이러스로 위협하고 있다. 코로나19는 우리가 겪을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은 감염병일 수도 있다. 이 근본 원인은 기후위기에서 비롯됐다. 세계보건기구는 기후위기로 인해 신종 감염병이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라고 했다. 대면 활동을 억제하면서 플라스틱을 비롯한 일회용품 사용이 급증하고 있다. 문제는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일회용품을 재활용하지 않고 묻거나 태운다는 것이다. 이때 이산화탄소와 메탄으로 온실가스가 발생하고 지구 온도가 상승한다. 극지방의 빙하가 녹으면서 수천 년 동안 갇혀 있던 박테리아나 바이러스가 나타나게 될 것이다. 이들이 신종 전염병을 불러올 수 있다. 코로나19 확산을 피한다는 것이 부메랑이 되어 더 큰 재앙을 불러오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해답은 화석연료와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는 것이다. 지난해 10월 학생회 임원을 대상으로 리더십 캠프를 열었다. 학교장과 대화하는 시간이 있었다. 환경의 중요성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 미리 책을 골라 한 권씩 전달했다. 나도 꼼꼼히 자료를 준비했다. 영상 하나가 눈길을 잡았다. 소녀의 절절한 목소리에 마음이 불에 덴 듯 화끈거렸다. 10대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 2019년 9월 23일 UN 기후행동 정상회의에서 이 소녀가 울먹이면서 호소했다. 여러분은 헛된 말로 저의 꿈과 어린 시절을 빼앗았습니다. 여러분이 공기 중에 배출한 수천억 톤의 이산화탄소를 제거할 임무를 우리와 우리 자녀 세대에게 떠넘긴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중략) 어떻게 감히 여러분은 지금까지 살아온 방식을 하나도 바꾸지 않고 몇몇 기술적인 해결책만으로 이 문제를 풀어갈 수 있는 척할 수 있습니까? 우리 세대는 여러분이 배신하고 있다는 걸 알기 시작했습니다. 여러분이 우리를 실망하게 하는 것을 선택한다면, 우리는 절대 용서하지 않을 것입니다. 기성세대에게 보내는 단호한 메시지였다. 이렇게 경고하며 끝을 맺었다. 여러분이 이 책임을 피해서 빠져나가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것입니다. 바로 여기, 바로 지금까지입니다. 더는 참지 않습니다. 2003년 스웨덴에서 출생한 이 작은 소녀의 울림은 절대 작지 않았다. 그는 2018년 8월 스웨덴 의회 건물 앞에서 처음으로 청소년 기후 행동인 기후를 위한 등교 거부에 관한 1인 시위를 시작했고, 2019년 3월에는 전 세계적인 기후 관련 동맹휴학을 이끌었다. 교장으로 부임하면서 선생님들께 종이컵을 사용하지 말자고 했다. 사소한 것부터 내가, 우리가 앞장서자고 했다. 처음에는 불편하다는 볼멘소리가 들렸다. 기분 상하지 않도록 목소리를 낮추고 꾸준히 다가갔다. 며칠 전, 실무사 선생님이 전체 교직원에게 메신저를 보냈다. 환경을 지키는 마음으로 교무실 싱크대에 안 쓰는 컵은 치우고, 오늘부터 종이컵은 비치하지 않겠습니다. 불편하시더라도 개인 컵을 사용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발휘해 주시기 바랍니다. 마스크 쓴 학생을 볼 때마다 미안함을 느끼는 참 고마운 선생님들이다. 코로나19는 자연이 보낸 경고이다. 애써 외면하고 싶지만, 결코 숨을 수도 피할 수도 없는 불편한 진실이다. 늦지 않았다. 이제 실천하는 행동으로 보여주어야 한다. 그레타 툰베리의 경고를 흘려듣는다면 더 혹독한 재앙이 숨통을 조일 것이다. /송태규 원광중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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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3.23 17:45

창조적 파괴와 파괴적 혁신

김재구 전북연구원 연구위원 가까운 미래에 있어 사회적 그리고 경제적 성장을 위해서는 흔히 말하는 혁신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새로운 것이 무조건 혁신이라 할 수는 없으며, 새로움이 시대의 가치와 연결되어 있을 때 비로소 우리는 혁신이라 부를 수 있다. 현대 경영학의 창시자로 불리는 피터 드러커(Peter F. Drucker)는 혁신을 소비자들이 이제껏 느껴온 가치와 만족에 변화를 일으키는 활동으로 정의하였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자원이 가진 잠재력을 바탕으로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하는 것도 혁신이고, 없던 것 혹은 좋지 않은 것에서 가치를 창출하는 것도 혁신이다. 이렇듯 혁신은 넓은 의미에서 가치 창출의 활동을 의미한다 할 수 있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는 가까운 미래에 혁신이라는 기술 변화를 통해 공장과 사무실, 병원, 학교, 집 그리고 모든 사회기반시설에 수십억 개에 달하는 컴퓨터와 센서, 로봇 기술이 투입되는 세상을 만날지도 모른다. 기술의 발달과 변화는 우리가 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해 줄 수도 있지만 동시에 또 다른 문제를 만들기도 한다. 예를 들어 농업의 스마트팜과 제조업의 스마트팩토리와 같은 자동화된 설비는 인간을 노동으로부터의 해방이라는 기대를 높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안정적인 일자리를 빼앗아 갈 것이라는 두려움도 준다. 이처럼 혁신은 파괴와 창조라는 야누스의 얼굴을 가지고 있다. 이를 가리켜 오스트리아 출신의 경제학자이자 정치학자 슘페터(Joseph Schumpeter)는 창조적 파괴로 정의하였다. 슘페터는 새로운 기술을 바로 받아들이는 시장경제의 특성과 그로 인하여 발생하는 낡고 비효율적인 것들을 몰아내는 영향력 모두 시장경제가 가진 빛과 그늘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1차 산업혁명인 이른바 농업혁명이 시작된 이후 새로운 파괴와 창조는 우리의 삶을 계속해서 바꿔왔으며, 이는 창조적 파괴라는 것이 성장을 위해 우리가 늘 경험해 온 일반적인 일이라는 사실을 의미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크리스텐슨(Clayton M. Christensen)이 제안한 파괴적 혁신이라는 용어도 나오고 있다. 창조적 파괴와 파괴적 혁신이 시장경제하에서 가지는 공통점은 기존 기업과 시장을 대체하기 위해 혁신으로 가치를 창출한다는 점이지만, 창조적 파괴가 우월한 기술에 의한 시장 창출을 지향하는 것인 데 비해 파괴적 혁신은 기존 기대와 전혀 다른 기능이나 내용으로 시장 우위를 점하는 것에서 그 추구하는 목적에는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애플은 단순히 아이폰이라는 기술혁신뿐만 아니라, 앱 스토어라는 플랫폼을 통한 새로운 소비패턴을 만들어 기존의 소프트웨어 유통산업 및 셀룰러폰의 퇴장가져왔다는 점에서 창조적 파괴라 할 수 있다. 반면에 스마트폰을 제조원가 수준에 판매하는 전략으로 세계 3위의 휴대전화 업체로 성장한 샤오미와 DVD 대여 업체에서 온라인 기반 스트리밍 콘텐츠 사업으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 넷플릭스 등은 대표적인 파괴적 혁신의 사례라 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혁신을 위한 파괴와 창조의 과정이 비록 오늘날의 새로운 현상은 아닐지라도 시간이 지날수록 더 자주, 그리고 더 빠르게 일어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파괴와 창조에 따른 변화가 누구는 기회로 인식하기도 하지만 누구에게는 크나큰 두려움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혁신에 따른 양극화를 최소화 할 수 있는 사회적 장치가 마련되어야만 한다. 이를 통해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 모두가 행복한 사회가 만들어지길 기대한다. /김재구 전북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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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3.16 18:09

“기어코 봄은 오고야 만다”

강동화 전주시의회 의장 매화가 피었다. 별 같은 꽃송이가 멀리서도 선명하고, 달콤한 향내가 바람을 타고 봄이 왔다고 속삭인다. 영원할 것만 같던 겨울도 이렇게 서서히 녹아내리고 있다. 봄볕에. 봄바람에. 봄 노래에. 참으로 길고 힘든 겨울이었다. 지난 석 달 뿐 아니라 작년 한 해가 온통 겨울이었던 것 같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휩쓰는 동안 모두에게 그랬을 것이다. 사회와 경제가 마비되고, 공공시설과 학교는 물론 개인적 접촉도 모두 차단되었다. 가족 간의 만남조차 쉽지 않았던 긴 시간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어코 봄은 오고야 만다. 전 세계 코로나19 백신 접종횟수가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를 넘어섰고, 우리나라 또한 1단계 접종대상자인 요양시설 및 코로나19 관련 병원 종사자를 시작으로 차근차근 접종을 진행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오는 9월까지 전 국민 70%에 대한 1차 접종을 마친 뒤 11월까지는 집단면역을 형성하겠다는 정부의 계획이 어느 정도 실현되리라는 기대다. 그러나 지금 중요한 것은, 끝까지 긴장을 늦추지 않는 일이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고 백신 접종에 따른 코로나19의 종식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자칫 기본적인 방역수칙도 지켜지지 않을 수 있는 상황이다. 최근 우리 지역에서도 PC방과 체육시설을 중심으로 집단감염이 발생해 가슴을 철렁하게 했다. 발 빠른 지자체의 대응으로 더 이상의 집단감염이 이어지지는 않았으나, 마스크 착용, 사회적 거리 두기, 손 위생 등 방역수칙을 준수하며,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통제 가능한 시점이 올 때까지 결코 방심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래도 봄은 온다. 더딜지언정 오고야 만다. 무엇보다 주목할 것은, 이 겨울이 우리에게 많은 흔적을 남겼다는 점이다. 상처의 흔적만은 아니다. 오히려 상처를 극복할 수 있다는 용기의 흔적이다. 우리 시는 코로나19라는 유례없는 재앙 앞에 시민을 먼저 생각하는 과감한 정책 추진으로 전국은 물론 세계적으로 전주라는 지역 가치의 눈도장을 찍었다. 전국에서 가장 먼저 추진하였던 「전주형 재난기본소득」, 임대인과 임차인의 상생을 추구하는「착한임대료운동」,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을 위한 「착한선결제운동」은 막막한 시민들의 마음을 비추는 하나의 등불이었다고 자부한다. 전주시의회 또한「임대료 인하 동참」촉구, 「전주형 재난기본소득」추경예산 증액 의결, 「착한 선결제 운동 선언」등 적극적인 의정추진으로 코로나19 방역과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난제(難題)의 실마리를 풀어왔다. 무엇보다 값진 것은, 가장 어려운 순간에도 더 어려운 사람을 생각하는 사회의 연대의식과 이타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천마스크 기부, 의료진에 대한 응원, 임대인들의 임대료 인하 동참, 선결제를 통한 소상공인 지원 등, 우리 사회가 결코 과학과 산업의 발전으로만 쌓아온 것이 아님을 입증하였다. 우리 시는 천사의 도시답게, 이러한 선행에 너나없이 동참했을뿐더러, 최근 전주사랑상품권의 캐시백 기부,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익명의 기부가 이어지는 등 그 따뜻한 명성에 빛을 더하고 있음이 자랑스럽다. 자연 앞에 어쩌면 우리는 한 포기 풀처럼 연약한 존재일지 모른다. 그러나 중지동천(衆志動天), 많은 사람의 뜻이 모이면 하늘도 움직일 수 있다. 위기를 기회로 삼아, 우리의 잠재력과 연대의 힘을 더 확장시킬 수 있는 봄이 되기를 희망한다. /강동화 전주시의회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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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3.09 17:59

위대한 역사는 위대한 길에서 만들어진다

송지용 전라북도의회의장 국토 균형발전의 시금석은 도로와 철도 교통망의 불균형적 개발을 해소하는 것이다. 근대화부터 시작된 지역 간 불균형과 수도권 중심의 개발은 지방의 쇠퇴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경제성 논리만을 앞세운 국가교통망 계획은 불균형적 국토개발정책의 대표적인 사례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지역 균형발전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그 효과는 미미하다. 지역 균형발전 정책의 핵심은 지역 간 균형적인 광역교통망 구축이다. 정부는 올 상반기 중에 국가교통망 건설계획을 담은 제4차 국가철도망 계획과 제2차 국가도로망 종합계획 및 고속도로 건설계획 수립을 추진하고 있다. 필자는 이번 국가계획에 동서 교통망 구축사업을 반드시 포함할 것을 제안한다. 이 사업은 새만금에서 경북 포항을 연결하는 282.8㎞ 구간이며, 3개 구간으로 나눠 추진 중이다. 지난 2004년 포항~대구 구간은 개통됐으며, 새만금~전주 구간은 2018년 착공, 현재 진행 중이다. 하지만 무주~성주~대구를 연결하는 86.1㎞ 구간은 경제성이 낮다는 이유로 사업 추진이 중단된 상태다. 이와 함께 지난 2016년 제1차 국가도로망 종합계획 수립 당시 동서 3축의 전주~무주 구간은 익산~장수, 통영~대전 노선과 중복돼 불합리하게 반영됐다. 현재 수립 중인 제2차 국가도로망 종합계획에 전주~장수~무주 구간을 전주~무주 직격 노선으로 조정이 필요하다. 이 노선은 당초 75㎞로 45분이 소요되지만, 직결노선으로 조정되면 42㎞, 25분으로 33㎞, 20분 단축되는 효과가 있다. 또한 전주~김천간 철도는 전주~진안~무주를 지나 경북 김천을 잇는 길이 101.1㎞의 단선철도로 사업비는 2조3894억 원이 예상된다. 이 구간은 새만금에서 영남권을 연결하는 한국 경제의 중심축이다. 새만금 신항만 건설에 따른 물류 수송 연계 네트워크 및 중부내륙과 남부내륙 철도를 연결하는 십자형 철도망이 구축되면 영호남간 활발한 인적물적 교류 등이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국가교통망 계획에 동서 교통망 구축사업이 반영되어야 하는 이유다. 특히 그동안 막혀있던 동서내륙간 교통망이 구축되면 환서해, 환동해, 국토 전체를 아우르는 글로벌 신경제벨트를 형성하는 효과도 있다. 그런데 전북과 경북 간 연결 교통망 구축은 수도권 및 중부내륙권, 남부 해안권 연결 교통망과 비교해 한참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이로 인해 산업경제, 인구, 국토개발 등 모든 면에서 지역 간 불균형이 더욱 극심해졌다. 이제 정부가 나서 지역균형발전과 국가차원의 신성장 동력 개발을 위해 동서 교통망 구축을 조속히 추진해야 할 때다. 정부가 국토의 불균형 해소와 국가의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전북(전주)-경북(김천)간 철도를 신규사업으로 반영하고, 제2차 국가도로망 종합계획 및 고속도로 건설계획에 전주~무주~성주(경북)~대구금호JCT간 고속도로 건설사업을 신규사업으로 반드시 추진해야 한다. 동서 교통망의 완전 연결은 경제적 논리를 넘어 동서화합의 상징성과 지역 균형발전, 영호남 상생발전을 의미함과 동시에 교통망 구축을 통해 새로운 경제 수요를 창출할 수 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위대한 역사는 위대한 길에서 만들어진다는 말처럼 철도와 고속도로의 조속한 개통으로 동서화합의 대역사를 넘어 국가 전체의 조화롭고 균형 있는 성장을 기대해 본다. /송지용 전라북도의회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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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3.02 17:59

공감한다는 것

송태규 원광중 교장 어제 컴퓨터 자료를 정리하는데 눈에 익은 글이 빼꼼히 고개를 내밀었다. 찬찬히 읽다 보니 지난해 일이 떠올랐다. 지금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당시 코로나19라는 뾰족한 통증에 상하지 않은 곳이 한 군데도 없었다. 학교라고 아픔을 피해갈 도리가 없었다. 학생이 없는 개학을 상상하지도 못했으니 말이다. 주인공이 빠진 영화처럼 선생님도 갈피를 잡지 못했다. 학생 얼굴을 못 본 지 한 달이 지나고 두 달을 넘겼다. 직원회의를 앞두고 선생님들께 메신저를 통해 글 한 편을 보냈다. 우리는 여태 한 번도 가지 않은 길에서 기우뚱거리고 있다. 이럴수록 지혜를 모으고 서로 배려하자는 그런 내용이었다. 이 글을 읽은 선생님이 답을 보냈다. 모든 국가의 유기적인 시스템이 마비되고 붕괴하면서 허둥대지 않는 나라가 없습니다. 이런 판국에 학교 현장의 혼선은 어쩌면 당연합니다. 교장 선생님의 고민을 담은 진솔한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함께 힘을 모아 나아가자고 읽었습니다. 단번에 공감해서 읽자마자 교장 선생님도 힘내시라고 얼른 몇 줄 보냅니다. 때로 교장은 학교 안에 떠 있는 고도(孤島)에서 산다. 이따금 의견이 분분한 사안은 교장이 판단하고 결정해야 한다. 교장은 책임질 뿐 불평해서는 안 된다. 답장을 읽는 짧은 순간 눈시울이 노을처럼 벌겠다. 외롭지 않았다. 고마웠다. 이 글을 출력해서 직원회의 시간에 읽었다. 회의를 마치고 선생님이 교장실을 찾았다. 세상에! 제가 쓴 글을 읽으실 줄 상상도 못 했어요. 첫 마디 듣는 순간 얼마나 민망하고 당황스럽던지. 누가 물어보지도 않겠지만 행여 알까 부끄러워 나 아닌 듯, 아무렇지도 않은 듯 표정 관리하느라 혼났어요. 그가 멋쩍게 웃었다. 난 그저 공감하며 고개만 끄덕였다. 그 자리에서 선생님이 들려준 이야기이다. 소설가 이외수 씨는 대상과 하나 되는 가슴으로 글을 쓰고 싶다라면서 세상에서 제일 매운 고추는 마른 고추도, 빻은 고추도, 파란 고추도, 빨간 고추도 아니다. 눈에 들어간 고추다라고. 눈에 들어간 고추라니. 순간 그 아리고 매운 감각이 그대로 느낌으로 전해왔다. 대상과 내가 하나 되면서 나도 모르게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오 헨리의 단편소설 『강도와 신경통』에는 신경통 치료비를 마련하기 위해 도둑질을 하는 강도 이야기가 나온다. 어느 날 그가 들어간 집에서 주인이 신경통을 앓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도둑질은 안 하고, 밤새 주인과 마주 앉아 신경통 치료 이야기만 하다가 새벽에 그 집을 나온다. 이 또한 공감의 문제이다. 서로 고통과 약점을 나눌 때 강도는 어느새 강도가 아니었다. 공감하면 도둑놈도 친구로 변한다는 이야기다. 경제학자이자 사회학자인 제레미 리프킨은 『공감의 시대』에서 말했다. 21세기에 최고의 강자는 공감의 능력을 갖춘 사람이라고. 세상을 사는 데 공감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한 자질임을 강조하고 있다. 알고 보면 그만큼 일상에서 공감 능력을 내면화하기가 어렵다는 말이기도 하다. 이따금 교장실에 찾아와 마음의 상처를 하소연하는 선생님이 있다. 내 한마디에 위로와 희망이라는 새순을 키우고 싶은 것이다. 선생님의 입장으로 다가가 건네는 내 추임새가 그의 마음에 구구절절하게 닿는 것, 이것이 소통이고 공감이다.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이 상식적인 사람이고, 세상을 따뜻하게 만들어나갈 능력 있는 사람이란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송태규 원광중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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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2.23 17:33

국가균형발전의 꿈

김재구 전북연구원 연구위원 코로나19로 변화된 일상을 보낸 2020년은 국가균형발전 측면에서도 심각한 위기를 나타내는 지표가 계속해서 제시되고 있다. 2020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주민등록인구는 2만여명이 줄어 사상 처음 감소하였으며, 수도권의 인구는 2천596만명, 비수도권의 인구는 2천582만명으로 사상 최초로 수도권 인구가 비수도권 인구를 추월했다. 또한 2020년 5월 기준으로 인구소멸위험 지역은 전국 228개 시군구 중 105곳으로 사상 처음으로 세자리수를 넘어섰다. 특히 비수도권 전체 162개 시군 중에서 전라북도의 11개 시군을 포함해 약 60%인 97곳이 인구소멸위험 지역에 포함되는 등 지방소멸의 위기감은 농어촌지역을 넘어 지방 대도시 권역까지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국가균형발전 자체는 어제오늘 나온 이야기가 아니다. 국가균형발전은 우리나라 헌법 제122조와 제123조에 각각 국토의 효율적이고 균형있는 이용개발과 보전, 지역 간의 균형있는 발전을 위한 지역경제 육성의 국가적 의무로 제시되어 있으며, 대통령 선거 때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정책공약 중 하나이다. 지금까지 수도권 규제완화를 비롯한 국가균형발전에 지역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수십 년간 지속되어 온 지역간 균형발전, 상생발전 정책이 구호로만 외쳐졌을 뿐 체감할 수 있을 만큼의 큰 진척이 없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표적인 국가균형발전사업으로 참여정부에서 추진한 행정중심복합도시와 혁신도시 건설사업이 있으며, 그에 따라 중앙부처의 세종시 이전과 함께 전국 10개의 혁신도시 건설로 153개 공공기관이 지방으로 이전하면서 국가균형발전에 있어 미약하지만 가시적 성과가 나오는 듯 했다. 그러나 혁신도시 건설 이후 잠시 멈추었던 수도권으로의 인구 유입은 2017년부터 다시 증가하기 시작하였으며, 지방의 낙후와 수도권 집중은 다시 가속화되고 있다. 그러나 더욱 안타까운 것은 최근 몇 년 간 지역불균형을 해소하고 국가균형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정부의 뚜렷한 대책이 무엇인지, 눈에 잘 띄질 않는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 초기 공공기관 추가이전을 포함한 혁신도시 시즌2가 제시되었으나, 최근에는 언급조차도 드문 상황이 되었다. 반면에 수도권을 중심으로는 GTX와 3기신도시 건설, 판교테크로밸리 조성 등이 추진되고 있는 상황에서 과연 전 지역 고르게 잘사는 대한민국이 어떻게 실현가능한가에 대한 의문과 함께 상대적 박탈감이 들 수밖에 없다. 비수도권의 경우 수요중심의 예비타당성조사로 인해 대규모 사업을 추진하는데 발목을 잡히는 경우가 일반화되어 지역발전을 위한 기반다지기가 더디게 진행되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또한 수도권을 제외한 비수도권 지역들 간에는 중앙부처의 공모사업 선정을 위하여 말 그대로 살아남기 위한 무한경쟁이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다. 따라서 전 지역 고르게 잘사는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서는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보다 과감한 정책적 전환이 깊이 있게 논의되어야 할 필요가 있으며, 그 출발점은 지방분권을 통한 실질적인 지방자치 시대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지방분권으로 지역별로 보유하고 있는 각각의 특색과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여 지역경쟁력과 차별성 확보, 그리고 지역간 연계협력을 통해 지역발전의 동력을 만들어 냄으로써, 청년들에게 일자리와 주택 등 지역에서 정착하여 살아갈 수 있는 기본적인 삶의 질과 환경을 제공해 줄 수 있다면 국가균형발전에 한걸음 다가갈 수 있을 것도 꿈은 아닐 것이다. /김재구 전북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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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2.16 16:48

입춘대길(立春大吉), 회복과 도약이 함께하기를

강동화 전주시의회 의장 입춘대길(立春大吉), 봄의 시작인 입춘을 맞이해서 길운(吉運)을 기원하는 말이다. 우리 선조들은 봄이 되면 입춘방(立春榜)이라 하여 이 글귀를 대문마다 붙였다. 올해도 벌써 입춘이 지났다. 겨울이 언제 왔나 싶게 오더니 떠나는 것도 속전속결이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지난해는 전주는 물론 전국적으로 매우 혹독한 한해였다. 작년에 첫 코로나 확진자가 나온 이래, 신천지 사태와 이태원 발 집단 감염, 그리고 지난 11월 있었던 코로나19 3차 대유행까지 쉴 새 없는 위기의 연속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춘(立春), 우리에게도 봄은 오고 있다. 시인 이상화는 일제강점기의 암울한 시대를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라고 노래한 바 있다. 우리는 코로나19로 인한 단절과 상처 속에 유난히 쓸쓸했던 겨울 속에 이 봄을 기다렸다. 봄은 새 하늘을 보고, 새 땅을 보고, 새 사람을 보는 계절이다. 우리는 흐드러진 벚꽃이 날리고 따스한 바람이 불어오는 봄을, 그 희망을 기다린다. 발명가 에디슨은,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은 일하는 사람, 사랑하는 사람, 희망이 있는 사람이다고 하였고, 미국의 소설가 앤 라모트는 희망은 어둠 속에서 싹이 튼다. 꺾이지 않는 희망을 가지고 정말로 드러내놓고 올바른 일을 하려고 노력한다면, 반드시 새벽이 오게 마련이다고 하였다. 꼭 이런 명언을 들지 않더라도, 희망은 세계의 시작이고 또 살아있다는 증거다. 그래서 우리는 넘어져도 또 일어나고, 좌절 속에서도 다시 희망하고 기대하는 것이다. 지금 우리는 코로나19라는 기나긴 터널을 지나고 있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은 극심한 경기침체 속에 하루하루 기약 없는 희생과 인내를 감내하고 있다. 코로나 쇼크는 지역경제를 파국으로 몰고 갔고 수많은 실업자와 구직포기자를 양산했다. 비교적 선방했다는 평을 받고 있기는 하지만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성장을 기록했다. 일반 시민들 역시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일상에 많은 제약을 받고 있다. 명절날 가족 간의 정을 나누지 못하는 것은 물론 자유로웠던 지인 간의 교류, 보다 나은 세상을 보기 위한 관광 명소 방문 등 코로나19 이전의 일상으로는 더이상 돌아가기 어렵다는 비관적 전망 또한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이 전대미문의 재앙은 과거 사스가 그랬고 신종 플루가 그랬듯, 언젠가는 우리 눈앞에서 자취를 감추게 될 것이다. 여태껏 그래왔듯 우리가 할 일은 단단한 사회적 연대 속에 서로를 믿고 의지하며 희망의 내일로 나아가는 것이다. 코로나19에서 비롯된 주변의 아픔과 상처를 보듬어 줄 수 있을 때 비로소 우리 사회는 코로나라는 허물을 벗고 부활의 날갯짓을 활짝 펴고 저 멀리 비상할 수 있음을 우리는 명심해야 한다. 신축년은 흰 소의 해이다. 우직한 소처럼 천천히 걸어서 만 리를 간다는 우보만리(牛步萬里)라는 말처럼, 시민들의 간절한 염원과 푸르른 희망이 전주의 내일을 깨우기를 희망한다. 그리하여 코로나19의 상처를 치유하고 모두가 더불어 함께 잘살아가는 사람 사는 사회, 서로를 사랑하고 미래의 비전을 공유할 수 있는 희망찬 사회가 이루어지기를 진심으로 소망한다. 희망의 새봄, 코로나19 극복의 원년(元年)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강동화 전주시의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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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2.09 14:01

‘상용차 종가(宗家)’마저 내줄 텐가

송지용 전라북도의회의장 전라북도는 대한민국 상용차산업의 주요기지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화물차와 버스 등 중대형상용차 10대 중 9대가 전북산이다. 전북이 우리나라 상용차산업을 이끌어온 것은 1995년 현대자동차 전주공장과 타타대우상용차 군산공장(당시 대우상용차)이 잇따라 들어서면서부터다. 현대자동차 전주공장은 세계 최대 규모의 상용차생산시설임을 내세우며 대형트럭과 버스를 만들어왔고, 타타대우는 중대형트럭을 생산했다. 두 회사는 대한민국 상용차의 상징이다. 현대자동차와 타타대우가 전북에서 차지하는 위치도 독보적이다. 전북제조업 생산의 20%를 차지하며, 수출을 주도했다. 두 회사의 상시고용 인원만 지난해말 기준 6357명이며, 1차 협력업체만도 70여 곳에 달한다. 20년 넘게 전북제조업 경기와 수출 지표가 되었던 두 기업은 2014년부터 내리막을 걷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자료에 따르면 현대차전주공장 생산량은 2014년 6만9577대에서 지난해 11월 현재 3만3153대로 급감했다. 수출도 3만1700대에서 7451대로 떨어졌다. 타타대우군산공장도 생산량이 2014년 1만1173대에서 3661대로, 수출은 3678대에서 947대로 곤두박질쳤다. 상용차산업이 이처럼 위기를 맞은 것은 상용차산업을 둘러싼 환경변화 때문이다. 가격경쟁력을 앞세운 중국과 친환경시장을 선점한 유럽업체들의 공세가 거세기 때문이다. 특히 코로나19사태를 계기로 산업 패러다임이 친환경으로 급속하게 변화하고 있어 혁신적인 체질개선이 이뤄지지 않으면 생존마저 장담할 수 없다. 그나마 반가운 것은 현대차전주공장이 지난해부터 수소전기버스와 수소트럭을 생산해 수출에 나선 점이다. 현대차는 2023년까지 내연기관 상용차라인 상당부분을 친환경수소상용차라인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전라북도도 지역 자동차산업구조를 친환경미래차로 전환하기 위해 군산과 완주를 중심으로 전기차클러스터와 수소상용차생산기반 구축에 돌입했다. 정부가 지난해 정책기조로 선언한 그린뉴딜에도 상용차산업 혁신계획이 담겨있어 기대를 걸고 있다. 관건은 속도전이다. 업계에서는 수소전기차 시스템으로 전환하는데 5년 이상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타타대우군산공장은 이미 지난해 150여명이 희망퇴직을 하거나 전환배치됐다. 현대차전주공장도 2018년 300여명을 울산공장과 사무직으로 돌렸다. 기업들은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고 밝히지만 지표가 보여주는 상용차산업의 현실은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전북에는 한국지엠군산공장의 뼈아픈 교훈이 있다. 연간 1만2000여명을 상시고용하고, 전북수출의 30%까지 차지했던 군산공장이 폐쇄되면서 전북경제가 송두리째 흔들렸다. 전북상용차산업이 존속할 수 있는 길은 빠른 체질개선과 전환기를 버틸수 있는 먹거리다. 최근 우리 전라북도의회는 전북상용차산업의 위기 극복을 위해 정부와 중앙정치권, 지방자치단체, 그리고 기업에 대응책 마련을 촉구하는 건의문을 채택했다. 정부는 국가기간산업 육성차원에서 친환경상용차 연구개발과 생산인프라 구축을 서둘러야 하며, 고용안정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기업도 친환경전문공장으로의 집중적인 투자와 함께 로봇산업과 플라잉카 등 신산업 전진기지로의 활용 등 자구책 마련에 적극 나서야 한다. 노조에서 요구해온 픽업트럭 같은 전략차종의 물량이관도 시급하다. 비슷한 상황에 처한 경남과 울산은 지역정치권과 관계기관, 노조가 한마음으로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우리도 더이상 손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 머뭇거리다간 수많은 노동자와 협력업체, 지역사회가 또다시 수렁에 빠지게 된다. /송지용 전라북도의회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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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2.02 16:54

보이지 않는 선물

송태규 원광중 교장 TV 시청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일기예보는 챙겨보는 편이다. 따뜻한 옷차림을 한 아나운서가 오늘 수은주가 곤두박질할 것이라고 했다. 출근길에 아내가 겉옷 하나를 더 챙겨주었다. 현관문을 나서니 찬바람이 목덜미를 훑고 지나갔다. 해마다 이맘때면 피부로 느끼는 추위보다 더한 마음속 추위를 안고 살았다. 새 학년을 맞이하려면 신임 부장과 담임 선생님을 정해야 한다. 선생님들과 줄다리기한 지 십 년이 넘었다. 교사들 사이에 12월 한 달만 교장교감과 등 돌리면 1년이 편하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이때만 피하면 1년간 어려운 업무를 벗어난다는 말이다. 학령인구가 감소하면서 올해 우리 학교에 적잖은 변화가 올 것이다. 신입생 학급수를 감축한다. 당연하게 교원 정원과 부장 수도 줄어든다. 정원에서 2명을 감축해야 한다. 수업시수가 적은 한 과목은 순회 교사를 지원받기로 했다. 다른 한 과목은 열심히 근무하는 기간제 선생님이 학교를 떠나야 한다. 추운 겨울에 학교를 그만두어야 할 선생님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렸다. 요즘 방송이나 신문에 빠짐없이 등장하는 기사가 있다. 바로 비정규직과 하도급업체 근로자들에 관한 것이다. 그들은 어느 날 해고노동자가 되어 혹한의 거리에 나앉았다. 복직을 요구하는 피눈물 나는 투쟁 소식이 가슴을 후벼판다.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드는 위험한 작업을 떠맡은 하도급업체 근로자의 현주소는 결코 이웃집 이야기가 아니다. 선생님 한 분이 교장실에 들어왔다. 담임이나 복잡한 업무를 피하기 위한 하소연 때문일까 생각했다. 그가 머뭇거리다가 말문을 열었다. 최선을 다하는 기간제 선생님이 떠나게 된 것을 안타까워하는 마음을 전했다. 전주 모 학교에서 기간제를 모집하는데 혹시 그 학교 교장 선생님과 인연이 닿으면 추천해 달라는 청이었다. 자기 일처럼 간곡했다. 나는 거기까지 생각하지도 못했는데 가슴이 뭉클했다. 내가 교장인데, 그런 일은 내가 먼저 해결해야 하는데 하면서 눈시울이 뜨거웠다. 조금 전, 개인 사정을 부탁하러 온 것으로 지레짐작했다. 끈끈한 동료애가 속물 같은 나를 부끄럽게 했다. 다행히 잘 알고 지내는 교장 선생님이었다. 바로 전화기를 꺼내 버튼을 눌렀다. 그동안 성실하게 살아 온 기간제 선생님에 대해 있는 대로 전달했다. 충분히 참고해서 소식을 주겠다고 했다. 면접을 마치고 답이 왔다. 이 선생님이 일단 올겨울 추위를 피할 수 있어서 그나마 마음이 편했다. 위험과 기회, 위기를 일컫는 또 다른 얼굴이다. 다가올 학교의 상황이다. 일부 부서는 업무변경이 불가피하다. 교감 선생님과 퍼즐 조각을 맞추었다. 힘을 보탤 수 있는 선생님을 한 분씩 교장실에서 만났다. 따뜻한 차 한잔을 놓고 마주 앉았다. 툭 터놓고 하고 싶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내가 생각했던 이상으로 모두 흔쾌히 수락해 주었다. 성능 좋은 블루투스처럼 선을 연결하지 않아도 선생님들과 마음이 오갔다. 한 달만 교장교감과 얼굴 붉히면 일 년 농사가 편하다는 속설은 적어도 우리 학교에서는 통하지 않는 말이다. 눈으로 보고, 손으로 들 수 있는 것만이 선물은 아니다. 잡히지 않지만 매운 추위를 뚫고 온기를 전할 수 있는 선물이 최고다. 오늘 선생님들에게서 푸짐한 선물을 받았다. 방구들 아랫목처럼 따끈한 선생님들 선물이 아내가 입혀준 겉옷을 뚫고 왔다. 덕분에 2021학년도에도 우리 학교는 내내 훈풍이 불겠다. /송태규 원광중 교장 △송태규 교장은 교육학박사로, 전북혈액원 헌혈홍보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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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1.26 17:51

겨울 한파와 생태문명의 시대

김재구 전북연구원 연구위원 지난 2020년 3월 세계보건기구(WHO)는 코로나19로 전염병 경보단계 중 최고 위험 등급에 해당하는 팬데믹을 선언하면서 인류는 현대 문명에 대한 위기를 실감하였다. 게다가 올 겨울은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북미와 유럽지역은 물론 지구촌 곳곳이 북극한파와 폭설, 겨울철 코로나19 바이러스 대확산으로 인류는 역사상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가장 힘든 고난과 위기의 시기를 겪고 있다. 북극한파는 지구온난화로 북극의 빙하가 녹아내리고 기온이 올라 극지방에 대류권 중상부와 성층권에 위치한 소용돌이 기류인 폴라 보텍스(Polar Vortex)가 약화되면서 북극의 한기가 북반구의 중위도까지 내려오면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이러한 현상은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매년 지속되고 강화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는 상황이다. 코로나19와 북극한파 등 전 인류적 위기 속에서 산업문명에 대한 대안적 미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기후변화위기, 금융위기, 전염병위기 등 위기상황이 계속되면서 산업문명에 대한 대안적 미래의 하나로 제시되어 온 생태문명으로의 전환이 최근 화두가 되고 있다. 생태문명은 성장보다 분배를 중시하고, 물질적 번영을 넘어 정신적 풍요의 가치를 전파하는 개념으로 기후위기와 동식물의 멸종, 빈곤과 양극화를 일으킨 산업문명을 지탱해온 인간중심주의를 반성하는 과정에서 등장했다. 생태문명의 개념이 철학적인 부분에 기인하고 있으나 본질은 산업문명이 주는 산업자본의 환상에서 벗어나 생명친화적인 지속가능한 삶과 사회체계로의 전환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미국의 철학자이며, 신학자이자 환경사상가인 존 캅 교수는 인간을 자연에 온전히 포함된 존재로 이해하는 것이 새로운 문명의 기초라고 언급하며, 근대화로 인해 변화된 세계를 물려받은 현재의 우리는 인간이 자연과 분리되고 자연을 착취하던 과거 시대에서 벗어나 인간과 자연의 통합이 모든 인류의 활동에 바탕이 되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전라북도 송하진 도지사는 2021년도 신년사에서 신축년(辛丑年)을 생태문명시대를 선도하는 원년으로 삼겠다라고 새해 도정운영 계획을 밝히며, 코로나19 극복, 기후변화 대응, 신산업 육성 등을 통해 생태문명시대로 가는 길을 전북이 선도적으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바 있다. 이를 위해서는 지구온난화와 코로나19 등 산업문명에 따른 위기에 대한 충분한 상황 인식을 바탕으로 산업문명에서 생태문명으로의 전환으로 한 걸음씩 지속적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기초를 다지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인류의 활동 중 하나인 경제와 생태의 통합은 지속가능한 문명을 만들어 가기 위한 중대한 선택이 될 것이다. 지구온난화와 코로나19 등으로 인한 그 동안 경험해보지 못한 예외 없는 재난으로 인해 충격과 위기를 경험하고 있으며, 그로 인해 생태문명으로의 전환에 대한 인식이 더욱 확산될 것이다. 따라서 생태문명의 시대를 선도하기 위해서는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인간과 자연의 통합과 문화라는 인류의 가치 위에 협동조합, 사회적기업 등 사회적경제 생태계 구축과 에너지 전환을 위한 그린뉴딜, 자원순환과 로컬푸드, 자치분권 등의 상호 유기적인 작동체계가 필요하다. 그리고 생태문명으로의 전환에 더욱 속도를 높일 수 있는 것은 에너지 절약과 재활용 분리수거 참여, 적극적인 커뮤니티 활동 등 나로부터 시작하는 일상에서의 작은 실천이 될 것이다. /김재구 전북연구원 연구위원 △김재구 연구위원은 한국도시계획가협회 이사와 한국재정정책학회 이사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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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1.19 17:19

자치분권 실현의 원년을 기대한다

강동화 전주시의회 의장 새해의 태양이 떠올랐다. 하지만 예년과 달리 새해를 맞이한 데 대한 기쁨과 희망의 기운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학교에는 학생들의 웃음소리 대신 아쉬움과 허전함의 기운만이 남았고 서민들의 애환이 묻어있는 재래시장은 시민들의 발걸음이 끊겨 냉기만이 가득했다. 매년 해맞이를 위해 새벽잠을 줄이면서까지 강원도 바다로 달려가던 이들 또한 올해는 보기 어려웠다. 되돌아보면, 지난 한 해는 끊임없는 희생과 인내의 연속이었다. 코로나 발 경제위기로 지역경제 또한 극심한 침체를 겪어야 했다. 코로나 19가 우리의 일상을 송두리째 뒤흔들었고 우리는 전혀 다른 세상을 살아나가고 있다. 그렇다고 하여 코로나 19라는 전대미문의 재앙이 우리에게 좌절과 슬픔만을 안겨준 것은 아니었다. 코로나 위기는 물질만능주의 세태에 화합과 상생, 즉 사회적 연대의 가치를 일깨워주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우리 전주에서 시작된 착한 임대인 운동,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의 불을 당긴 전주형 재난기본소득, 노사민정간의 사회적 대타협인 해고 없는 도시 상생 선언이 바로 그 대표적인 예다. 이 같은 코로나 위기 극복 모범 사례와 함께 지난 경자년은 전주시의 새로운 발전 동력을 확보했던 뜻깊은 해였다. 그동안 전주시는 전통문화, 예술진흥, 경제발전, 신도시 개발 등 큰 발전을 거두어왔으며, 시민의 삶 깊숙이 개입하여 모두가 함께 꿈꾸고 행복한 도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다. 수소산업 선도를 위한 지역 간의 치열한 유치 경쟁을 뚫고 수소시범도시로 당당히 선정되어 지역 발전의 전기를 마련한 것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그린 뉴딜의 핵심 중 하나가 바로 수소 경제구현이기에 지역의 미래가 더욱 기대가 된다. 관광 분야에서도 큰 성과가 있었다. 지역관광거점도시 선정이 바로 그것이다. 이는 대한민국 대표 관광도시라는 도시 브랜드 구축과 전주 관광 저변 확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쾌거였다고 자부한다. 이에 발맞춰 우리 전주시의회 또한 민의의 대변인으로서 그 역할과 사명을 완수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지역의 주인인 주민의 목소리가 시정에 반영될 수 있도록 발로 뛰는 현장 의정을 펼쳤으며 풀뿌리 민주주의의 정착을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왔다. 최근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안이 32년 만에 통과되었다. 주민 주권이 크게 강화되었고 풀뿌리 민주주의의 산실이라 할 수 있는 지방의회의 역할과 책임 또한 커졌다. 주민이 지역의 비전과 정책을 스스로 발굴책정하고 이를 실현할 수 있??며 그 권한과 책임을 다해내는 지방분권 국가가 가까워진 것이다. 특히, 지방의회의 인사권 독립을 비롯한 지방의회의 숙원이었던 정책지원 전문 인력 도입 등의 내용이 담겨 어느 때보다 의회 내 자치분권을 향한 열기가 뜨겁다. 그러나 아직 가야 할 길은 멀기만 하다. 예산편성 자율화가 여전히 실현되지 못했고 온전한 의정활동을 위한 정책지원 인력 또한 의원 정수의 절반으로 제한되었기 때문이다. 진정한 자치분권 시대를 맞이하기 위해 더 많은 노력과 열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주민과 함께, 주민에 의한 전주를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갈 때 지역사회는 물론 개인의 삶까지도 변화시켜갈 수 있다고 믿는다. 신축년(辛丑年) 새해, 자치분권의 중심지로 거듭날 새로운 전주 시대의 원년(元年)이 되기를 희망해본다. /강동화 전주시의회 의장 △강동화 의장은 전국시군자치구의회의장협의회 부회장과 전북시군의회의장협의회 회장, 더불어민주당 전북도당 자치분권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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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1.12 16:32

신축년(辛丑年), 새 희망을 노래하자

송지용 전북도의회 의장 코로나 해라는 별칭이 붙을 만큼 그 어느 해보다 다사다난했던 경자년을 뒤로하고 2021년 새해가 밝았다. 도의회는 지난 한 해 책임과 의무로 도민께 사랑받는 의회, 번영하는 전북의 기틀을 다졌고, 신뢰 확보를 위한 제도 강화는 물론 의원 모두가 청렴 실천 의지를 다짐했다. 후반기 출범 이후 4차례의 정례회와 임시회 기간 78건의 민생 조례 제개정, 46건의 건의결의문을 발표하며 도정 현안에 즉각 대응했다. 도와 도 교육청 대상 행정사무감사를 실시해 715건의 문제점을 찾아내 개선 요구 등 도정 및 교육행정의 기준도 제시했다. 꽉 막힌 현안은 선제 대응과 정책 대안을 제시하며 전북 몫을 찾았다. 한국탄소산업진흥원 지정과 수해 피해로 남원만 지정됐던 특별재난지역은 의회의 강력 대응에 힘입어 6개 시군으로 확대됐고, 홍수피해 원인 규명 및 재발방지책도 마련됐다. 또한 전북도에 직간접 지원 방향을 제시하며 코로나19 지원 사각지대 해소에 주력했고 식품영업자 위생교육 연장 및 과태료 부과 유예 등 크고 작은 성과도 거뒀다. 전라북도의회는 새해 4차산업혁명 시대 전라북도가 뉴노멀을 선도적으로 이끌기 위한 선제 대응과 함께 대안을 제시할 계획이다. 재생에너지와 탄소, 수소와 전기차, AI와 로봇, 드론 분야에서 전북이 정부 정책에 발맞춰 선점하도록 기준을 제시해 나갈 것이다. 이와 함께 경자년에 해결하지 못한 현안 해결도 시급하다. 의료계 집단 반발에 멈춘 국립공공의료대학법과 새만금에 입주하는 기업의 세제를 지원하는 새만금사업법 개정, 방사선 비상계획 구역 내 지역의 균형 있는 재원을 지원하는 지방세법 개정도 도의회가 올해 해결해야 할 목표다. 이뿐만 아니라 올해 4월 확정될 예정인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도 중요하다. 전주~김천 철도와 전라선 고속화, 국가식품클러스터 산업선, 새만금~목포 철도 건설 등은 지역발전을 넘어 영호남 화합과 서해안 신경제시대를 열어가는 전기를 마련할 것이다. 이에 올해 4차 계획에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 특히 메가시티 육성에서 소외된 전북은 독자 권역을 지키면서 행정수도 세종의 배후 거점지역 전략은 물론 경북과 철도고속도로망 연결사업 공동 협력 체제 구축을 통한 동서간 연계로 전북만의 발전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아울러 전북형 뉴딜사업, 공공기관 추가 이전, 지방의원들의 전담 교육기관인 지방의정연수센터 설치 등 도정과 의회 현안 해결을 위해 도의회가 선제적으로 대응해 나갈 계획이다. 아야 뛰지 마라, 배 꺼질라. 가슴 시린 보릿고개 길...트롯 가수 진성의보릿고개첫 소절이다. 산업화에 소외됐던 전북은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면서 1950년대 보릿고개를 겪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북은 4차산업혁명 시대를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 도약과 후퇴를 결정하는 중대한 갈림길에 서 있다. 3차 산업화까지 뒤처져 일자리가 없어 전북을 떠나는 현실에서 경제적 낙후를 후대에 물려줘선 안 된다. 신축년 전라북도의회는 더는 산업화에 뒤처져 낙후된 전북이 아닌, 번영하는 전북을 위한 주요 현안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대안을 제시하며 도민들에게 새 희망을 주는 의정활동을 펼칠 것이다. 전대미문의 코로나19 사태는 언제 종식될지 모른다. 사회적 소외계층,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비정규직 등을 위한 직간접적인 지원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전라북도의회는 엄중한 시기에 작년에 이어 올해도 사회적 약자를 위한 지원 방안과 민생경제 활력, 무너진 전라북도 경제 활성화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송지용 전북도의회 의장 △송지용 의장은 제56대 완주군의회 운영위원장산업경제위원장, 전국 시도의회 운영위원장협의회 부회장 등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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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1.05 18:11

우리집 RE100, 우리동네 RE100

박은재 전라북도지속가능발전협의회 사무처장 구글, 애플, 제너럴모터스 등 글로벌 기업들이 RE100을 선언했다. RE100이란 Renewable Energy와 100%의 약자로, 2050년까지 기업이 사용하는 모든 에너지를 재생에너지로 바꾸겠다는 의미다. 최근에는 SK그룹도 이 대열에 합류했다. 글로벌 기업들은 한 발 더 나아가 거래하는 모든 기업들도 RE100을 준수할 것을 강요하고 있다. 재생에너지는 어느새 가능한가, 불가능한가를 넘어서 기업과 국가의 경쟁력 확보의 필수 요건이 되고 있다. 재생에너지를 확대해야 하는 이유는 최근 전기차와 수소전기차 보급 확대와도 맞닿아 있다. 최근 그린피스가 폭스바겐 매장을 대상으로 어떤 자동차 판매를 권하는지 조사를 했고, 전기차 구매를 할 수 있는 여건을 제시했음에도 대부분 내연기관차를 권했다며 전기차 판매를 더 권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이와 관련한 보도에 달린 댓글 중 하나인 전기차에 충전하는 전기는 원자력과 석탄발전으로 만드는데 무슨 친환경 행세냐를 주목해야 한다. 수소전기버스가 달리는 도로는 금세 매연과 미세먼지가 사라질 것 같지만, 현재 수소전기버스에 충전한 수소는 LNG 발전에서 얻어지는 부생수소다. 전기차와 수소전기차 모두 운행중에는 탄소와 미세먼지를 발생시키지 않지만, 자동차의 생산 과정부터 연료를 얻는 과정은 그렇지 않은 것이다. 전기차와 수소전기차가 진정한 친환경 자동차가 되려면 자동차 생산에 필요한 모든 전기와 연료로써의 전기와 수소도 재생에너지로 얻어야 합당하다. 재생에너지로 만든 전기를 이용해 만드는 수소는 그린수소라고 이미 이름도 붙여두었다. 기업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투자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응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민간의 영역에서의 실천도 이 못지않게 중요하다. 그래서 우리집 RE100, 우리동네 RE100이라는 개념도 등장하고 있다. 말 그대로 가정에서 사용하는 에너지와, 동네 혹은 마을에서 사용하는 에너지를 재생에너지 100%로 만들어보자는 의미다. 이전에 진행했던 에너지자립마을과 유사하지만 아쉽게도 전체 자립을 추구할만한 여건은 주어지지 않았고, 일부 대체에서 만족해야 했다. 가정에서 재생에너지를 도입하는 것은 태양광발전 설비를 구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다만,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의 경우에는 전체를 대체할만큼의 설비를 갖출 면적이 부족하다. 도심 마을도 여건은 비슷하다. 이에 대한 대체적 수단으로 시민발전협동조합이 있다. 재생에너지 설비를 설치할 건물 옥상이나 토지를 소유하지 못한 이들은 앞서 언급한 협동조합을 이용해 각 가정 에너지 사용량을 상쇄할만큼 투자하면 된다. 전주에는 전주햇빛발전협동조합이 있고 최근에 4호기를 완공했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1호기와 4호기가 가동중이고 2, 3호기는 여전히 건설중이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전라북도 14개 시군 중, 일부러 협동조합 형태를 갖추기 위해 5인 이상을 모아 만든 협동조합을 제외하고 시민기반으로 구성된 재생에너지 관련 협동조합은 전주 외에는 없다는 것이다. 동네나 마을의 경우는 아파트 옥상과 공유지, 혹은 주차장 등을 이용해 공용발전시설을 설치해보면 좋겠고, 학교나 교회 등의 인근 대규모 건물 옥상을 임대하는 것도 고려해볼만 하다. 우리집 RE100, 우리동네 RE100이 2021년의 트랜드가 되길 희망한다. RE100-커피숍, RE100-NGO, RE100-유치원, RE100-대학 등이 속속 등장하길 기대한다. 그리고 전주시를 제외한 전라북도 13개 시군에도 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이 생겨나고 경쟁하듯 지속가능성을 확장해가길 소망한다. /박은재 전북지속가능발전협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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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12.29 18:52

찰나면 족합니다… 금세라도 맞이할 살만한 세상

강영석 전북도 보건의료과장 사랑하는 조카님들, 고마워요. 엄마아빠를 배려해드리는 지금처럼,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아름다운 청년으로 자라주기를 바라며 진심으로 응원할게요. 사랑해요. 영아~, 두리~, 예쁜 아가들은 요즘 어때요? 네, 과장님, 신랑이 잘 놀아줘요. 설명이 없다면 무척 이해하기 어려운 대화 내용입니다. 제가 유아 자녀를 둔 동료들에게 물었습니다. (제 부서 30명 중 26명 여성, 유독 높은 여성 비율) 코로나19 대응 때문에 연일 야근이라서 자녀를 제대로 돌보지 못하는 상황이 안타깝고 미안한 마음에서 묻는 인사였는데, 돌아오는 답이 더욱 애처롭습니다. 착한 남편이 잘 참아주는, 착한 아이가 엄마와 아빠를 배려해드리며 잘 따라주는 것이겠죠! 아니 실상 겨우 견뎌내는 것이리라. 아내와 엄마 없이, 열심히 일에 집중하시라고. 벌써 11개월째입니다. 곧 있을 인사이동 때는 다른 역할을 맡을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하는데, 부서장인 제게는 지금 상황에서 그동안 쌓아온 경험이라는 달콤한 유혹이 제 머리와 마음 모두를 아프게 합니다. 도민 여러분들의 성숙한 대처와 협조로 인해 그동안 비교적 안정세를 유지해왔으나, 지속 상황에서의 긴장 이완과 환자발생 지역과의 이동과 만남이 자유롭기에 최근 급격히 증가하여 보건위기의 임계점 앞, 중대한 갈림길에 섰습니다. 만성비감염성 질병과는 달리 전염성 감염병은 사회에 끼치는 영향이 지대합니다. 국민의 30%인 고혈압과 달리 0.1%에도 미치지 못하는 코로나19는 우리 삶을 황폐케 하며, 지속 시 취약층에게 더욱 혹독하여 양극화는 심화하고, 악순환으로 국가 경제와 산업 전반에 먹구름을 드리우며, 국민들 마음에 다다라 추운 겨울 갈라진 동토마냥 국론분열을 일으킬 것입니다. 저는 신의 존재를 믿습니다. 신께 이 상황에 개입해 주시길, 그래서 제발 얼마간 어떤 이유로도 사람들이 모이지 않기를, 수칙 준수 없인 누구도 예외일 수 없으며, 실천만이 상황을 개선 시킬 수 있다는 것을 모두가 인정하기를, 기도드립니다. 모든 생명체와 구분되게, 지식과 지혜를 다루고 나누는, 우리는 위대한 인간입니다. 앞선 사람들의 업적인 상식과 과학을 인정하기만 하면 됩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우리의 코와 입을 통해 나고 듭니다. 그래서 예방을 위해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며, 말하기 노래하기 등의 행위로 더 쉽게 더 많이 바이러스가 배출되기에 삼가달라 합니다. 또한 마스크는 얼굴에 완전 밀착이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실내 공간에 오래 머물면 마스크를 착용하셔도 위험하기에 모임을 삼가달라는 것입니다. 무증상 및 경증이 80%를 넘습니다. 즉 발열이 없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최근 삼가야 할 만남이 있었다면 수칙을 지키지 못한 상황이 있었다면 발열 없는 가벼운 증상에도 신속히 검사를 받아주시길 바랍니다. (곳곳에서 출입할 때 확진검사 아닌 발열체크를 하는 것은 발열이 없다면 안전하다는 것이 아니라 검사를 위해 대상자를 6시간 동안 잡아둘 수 없으므로 선택한 불가피한 대응일 뿐입니다.) 의료수준(시설장비, 의료인력 등)을 높이는 데는 상당한 시간과 막대한 재정이 필요합니다만 주인시민의식 수준을 높이는 데는 마음의 문을 여는 데 걸리는 찰나의 시간이면 족하답니다. 감염병 없는 세상, 그리고 사람 사는 따뜻한 세상을 사랑스런 조카들에게 선물하고 싶습니다. 출산율 제고를 말하기 전에 후손들이 살만한 세상을 만드는 게 먼저가 아닐까 생각하며 저 자신을 돌아봅니다. /강영석 전북도 보건의료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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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12.22 17:41

꼭 안아줄래요

이은선 선이오페라앙상블 대표 어느덧 마지막 글이 되었다. 고민고민하다가 특별히 아름다운 동요의 가사로 마무리를 하고 싶었다. 한경아 선생님의 작사와 윤학준 선생님의 작곡으로 탄생한 예쁜 동요이다. 우리의 마음 속에서는 언제부터인가 사라졌을 법한 예쁜 말들의 나열. 왜 어린 아이들만 이런 가사로 노래해야 하는가. 우리에게도 노래할 자유가 있지 않은가? 우리도 조금은 쑥스럽고 오글오글하겠지만 불러보자. 아이들의 동요를. 꼭 안아줄래요. 내 친구 아픈 마음을. 내가 속상할 때 누군가 그랬던 것처럼. 친구의 잘못은 따뜻한 용서로 안아주고 친구의 실수도 이해로 안아줄래요. 어쩌다 생긴 미움은 어떡할까? 사랑으로, 사랑으로 안아줄래요. 꼭 안아줄래요. 따뜻한 마음으로 꼭 안아주세요. 포근한 마음으로 행복꽃이 활짝, 우리들 마음에 피어나게 꼭 안아줄래요. 내 친구를. 꼭 안아줄래요. 이 노래의 배경은 작사가 한경아 선생님께서 초등교사로 계시면서 아이들이 싸울 때 어떻게 대처하게 할까 고민해서 나온 글이라고 한다. 그 따뜻하고 아름다운 말, 예쁜 말들의 나열에 파스텔톤의 동심이 우러나게 윤학준 선생님이 오선에 그림을 그려 완성시킨 곡이다. 처음 팬텀싱어에서 이 곡을 접했을 때 왜 그리 눈물이 나는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내가 그렇게 살지 못한 죄의식에서인지 따뜻한 위로의 포옹에 감동을 받아서인지 아이들의 순수함이 내게는 다 사라져 버린 아쉬움 때문인지. 누군가는 갱년기라 그래라며 일침을 놓기도 했다. 누구의 실수를,누구의 잘못을 용서와 이해로 안아주라는 이 노래는 현대사회와는 너무나도 동떨어져 있는 현실감 없는 가사임에 분명하다. 하루에도 몇 번씩 나오는 잔인한 뉴스나 범죄의 내용을 보면 얼마나 거리감이 있는 동요인가? 그런 현실에 있으니 동요를 부르거나 들을 때 오글거리고 간질거리는 게 당연할 것 같다. 눈물이 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 아닐까? 우리가 바라는 꿈 같은 세상. 그러나 어쩌면 이루어질 수 없는 세상일수도 있기에. 우리 딸아이가 초등학교 2학년 때였다. 반 친구 중 남학생 아이가 너무 괴롭힌다는 얘기를 눈물을 글썽이며 하더랬다. 그 아이에 대해서는 선생님을 통해서도 들었고, 엄마들 사이에서도 유명한 아이었다. 내가 실제로 보니 관리가 집중적으로 필요한 아이여서 딸아이에게 뭐라고 해 줄 말을 찾기 어려웠다. 왜냐면 선생님께 말씀드려라기에도 한두명 아이가 얘기하는 것도 아닐 테고 학부형들도 한두명이 건의를 했겠는가? 그래서 내가 해준 말은 자꾸 속상하게 하면 그냥 꼭 안아줘봐라고. 사실 실천하기 어려웠을 얘기다. 내가 겪은 일이 아니기에 쉽게 아이에게 주문한 것이지 직접 겪었더라면 욕을 한 바가지, 폭력도 쓸 수 있다면 쓰지 않았을까? 상상으로는 100% 그랬을 거다. 이렇듯 아이들에게만 조언하고 예쁜 세상을 떠넘기는 책임처럼, 동요라 이름짓고 너희들이 부르는 노래야라고 지정하지 말고 우리도 오글거리겠지만 계속해서 되뇌고 불러 보면서 예쁜 말들과 착한 맘들을 지켜보려 노력하면 어쩌면 동요 같은 일들이 더 많아지지 않을까? 실제로 말썽부리던 그 아이도 6학년 연극제에서 보았을 때 조금은 아이들과 어우러져 있었다. 아이들이 우리보다 훨씬 나은가 보다. 버리지 않고 안아 가는 걸 보면. 많이 힘들 수도 있겠지만. 실수한 누군가를 꼭 안아주는 오늘이었으면 한다. /이은선 선이오페라앙상블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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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12.15 18:08

연약함의 미학

강주연 전북극동방송 방송부장 어머니의 두 번째 암 수술 후 항암치료 때문에 머리가 빠져 가발을 쓰셨다. 오랜만에 방문한 외할머니 댁 청소를 하고 어머니는 덥다며 평소 집에서 하시듯 가발을 벗었는데, 딸의 민머리를 처음 본 할머니는 눈물을 터트리셨다. 할머니의 눈물은 어머니를 울게 했고, 손녀까지 통곡하게 했다. 어느 토요일 오후, 그렇게 삼대가 주저앉아 펑펑 울었던 날이었다. 아직도 그날을 잊지 못하는 것은 연약함이 가져다 준 울림이 있었기 때문이다. 방사선 치료를 하느라 온 몸에 그어진 선과 벌겋게 그을린 피부, 연약해진 어머니를 간호하며 붕대를 감아주시던 아버지. 두 분의 대화가 그들을 지켜보던 딸의 귓가까지 들리진 않았지만 아버지는 분명 그리 말씀하셨을 것이다. 그동안 더 잘해주지 못해 미안해. 앞으로 더 잘할게.. 경제 불황 속에 사업하는 남편을 안팎으로 내조하고, 백수(白壽)를 넘긴 시어머니를 보살피며 살았던 한 여인의 희생이 빛을 발하던 순간이었으니 아이러니하게도 그녀의 연약해진 모습 앞에서야 식구들은 어머니의 사랑과 소중함을 재발견했다. 어머니의 투병 속에서 자녀들은 철이 들고, 가정의 결속력이 강해졌으니 고난이 유익이란 아이러니가 진리가 되었다. 그러고 보면 연약함에는 역설의 미학이 담겨있다. 길가에 수줍게 핀 들꽃이 삶의 여유를 선사하고, 어린 아이의 작은 미소가 굳은 마음을 녹이듯, 강한 힘이 만들어 낼 수 없는 부드러운 혁명인 약함은 신비롭다. 약육강식의 세상에서 연약하다는 것은 때로 불리한 요소처럼 보이기도 한다. 약자는 강자에게 쉽게 공격을 당하기도 하고, 스스로를 지키지 못하며, 자신의 것을 온전히 주장하지 못한다. 오래전 수렵채집 사회 때부터 이어진 강함이 주는 위력은 오늘 날에도 여전히 존재한다. 그러나 연약함은 강함이 줄 수 없는 유연함을 지녔고, 강퍅해진 마음을 측은함으로 메꿔주니, 일반적으로 강하고 남성다움을 지향하던 사회에서 최근에는 연약함으로 일컬어지던 부드럽고 평온한 여성적인 리더십으로 전환이 되며 강육약식의 반전도 펼쳐지고 있다. 몇 달 전 만났던 한 유명 작가는 글을 잘 쓰고 싶다면 아픈 이야기를 쓰라고 권한다고 했다. 삶의 진솔한 고백만으로도 감동의 이야기가 될 것이라는 역설이었는데, 그는 연약함을 자랑할 것을 당부했다. 연약함을 인정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오히려 약함을 내려놓고, 부족함을 공유할 때 가식 없는 진솔한 마음이 전해진다. 타인과 비교하며 생기는 시기, 질투에서 자유로워지고, 경계의 대상에서 협력해야하는 존재로 거듭날 수 있다. 이것은 자포자기가 아닌, 스스로를 받아들이는 과정이며 세상속에서 당당하게 살아가게 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도종환 시인은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며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느냐고 묻는다. 이 세상 모든 아름다운 꽃들이 흔들리며, 그리고 젖으며 피었듯, 우리의 인생도 비와 바람에 젖지 않고서는 살 수 없다. 지금의 연약함도 지나고 보면 강함으로 새로운 꽃을 피워낼 것이다. 성탄절을 맞으며, 낮고 천한 말구유에서 태어난 아기 예수를 떠올린다. 세상에서 소외된 이들, 아픈 이들, 고통 받는 이들의 친구가 되기 위해 몸소 연약함을 택했고, 이로 인해 인류에게 신의 사랑이 전해졌다. 우리도 지금의 약함을 부끄러워하지 말자. 훗날 가슴에 빛나는 훈장처럼 모진 풍파 이겨낸 썰을 누군가에게 풀어주고, 위로해주고 있을 그날을 위해 지금 그 약함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자. 약할 때가 곧 강함이다. /강주연 전북극동방송 방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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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12.08 18:01

지역에너지센터는 전북형 K-뉴딜 성공의 첫 단추다

박은재 전라북도지속가능발전협의회 사무처장 미 대선 결과 바이든이 선출되었다. 바이든은 그의 공약으로 취임 첫날 파리협정에 재가입하고, 100일 이내에 기후정상회의를 소집해 주요배출국의 2030년 목표 상향을 설득하겠다고 했다. 기후의무를 다하지 않는 국가가 생산하는 고탄소제품에 탄소국경세 등의 조치를 취하고, 기후목표 달성과 무역 정책을 연계해 파리협정 목표 상향을 무역 협정의 조건으로 하겠다고 약속했다. 몇몇 기업들의 움직임이 발 빨라 보인다. 더이상 석탄화력발전에 투자하지 않겠다고 하고, RE100 기업을 선언하기도 하며 재생에너지 투자 펀드를 긴급히 신설하기도 한다. 시의적절하게 지혜를 모으면 새만금을 중심으로 RE100 선언 기업들을 모아 특구를 조성해 향후 전북의 먹거리를 확보할 수 있는 대내외적인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 지난 27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분산에너지 활성화 로드맵에 대한 온라인 설명회를 개최하면서 지역 에너지센터 신설 추진계획을 밝혔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국주영은 전라북도의원은 더불어민주당 전북도당과 전라북도, 전라북도의회가 공동 주최한 전북형 K-뉴딜, 무엇을 어떻게 할것인가?를 주제로 한 전북도당 K-뉴딜위원회 종합토론회에서 K-뉴딜 전담 실행기구로서 지역 에너지센터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2년 전부터 논의가 있었고 마침내 제4차 전라북도 지역에너지계획에 과제로 담겼으나 1년여간 수면 아래에 있던 지역에너지센터가 산업부라는 기대하지 않았던 인공호흡기를 만난 격이다. 산업부는 정부의 에너지전환정책과 그린뉴딜 정책이 지역사회에 확산될 수 있는 방향으로 지역에너지센터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중장기적인 활성화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지역에너지센터 신설에 시범적으로 내년에 25억 원의 사업비를 편성했고, 12월에 공모를 통해 지원 지역을 선정할 예정이다. 정부가 K-뉴딜 발표 당시 빠졌던 지역균형뉴딜을 뒤늦게 추가한 것과 부합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K-뉴딜의 핵심인 그린뉴딜에서의 구체적인 어떻게의 첫 단추를 끼우는 일로 평가할 수 있겠다. 지역에너지센터를 설립하면 어떤 일들을 할 수 있을까? 우선 국가가 검토하고 있는 탄소배출 감축량에 부합하게 감축 계획을 세우고 실행해야 한다. 2030년까지 2010년 대비 45%를 감축하고, 2050년까지 순배출 제로에 맞추는 누구도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이다. 구체적으로는 재생에너지 확대계획 수립 및 실행, 재생에너지 관련 갈등관리, 건물에너지 효율개선사업, 에너지빈곤실태 조사 및 지원사업, 햇빛발전협동조합 설립 지원 등을 진행하고 지속적인 전라북도 에너지전환을 위한 전문 집행기구로 안착해야 한다. 이를 위해 몇 가지 조건들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첫째, 그린뉴딜과 관련한 모든 도 부서들과 기관들, 연구자들과 민간 활동가들과의 거버넌스가 이뤄져야하고 기후위기와 그린뉴딜에 한해서는 부서 간 통합 정책을 논의하고 실현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목표 실현을 위한 안정적인 재정 지원과 자율적인 예산 편성 및 지출이 가능해야 한다. 셋째, 에너지전환을 고민하고 실행하는 활동가 집단과 연구자 집단, 그리고 행정의 결합 형식을 취하는 상근 구조가 필요하며 사람을 남기는 지역 역량 강화의 장이 되어야 한다. 넷째, 어떤 기관이나 특정 인물에 휘둘리지 않는 운영의 독립성을 갖춰야 한다. 어느 하나 쉽지 않은 조건들이지만 충분한 숙의를 거쳐 향후 전북형 K-뉴딜을 평가할 때 성공의 첫 발로 기억되기를 바라본다. /박은재 전북지속가능발전협의회 사무처장

  • 오피니언
  • 기고
  • 2020.12.01 18:14

질병 대응의 으뜸은 예방, 예방 중 가성비 최고는 접종

강영석 전북도 보건의료과장 개선되어 더는 볼 수 없는, 앞으론 있어서는 안 될, 가여웠던 과거를 회상해봅니다. 수년 전 쌀쌀한 늦가을 어느 새벽, 당시 근무하던 보건소 현관 앞에 수많은 어르신이 깔개에 움츠리고 앉아서 독감예방접종을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안타까운 마음에 조금이라도 따스한 낮 시간에 오시지 그러셨어요.라고 말씀드리니, 강선생은 몰라서 그런 말을 하오. 얼른 맞고 가서 할 일이 좀 많아야지! 하십니다. 지금 생각해도 눈물이 글썽여집니다. 우리를 키워주시고 지금의 이 나라가 있게 하신 분들인데, 이런 애처로운 모습이라니! 다행히도 이제 더는 대한민국에 이런 장면은 없습니다. 참으로 감사드릴 상황입니다. (참고로, 우리 몸은 아침에 깨워져 흐르는 시간과 함께 준비되어 갑니다. 접종은 충분히 준비된 몸 상태의 낮 시간을 선택해주세요.) 약제의 이송과정을 철저히 살피고, 접종 전 주사제 육안검사를 의무화하여, 문제점 발생 시 이를 인정하고, 세계보건기구의 안전을 위한 권고수준 이상으로 적극대응하여 전량 회수 조치하는, 이렇듯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챙기는 신뢰할 수 있는 나라, 바로 우리 대한민국입니다. 코로나19를 맞아 열심히 싸우는 지금, 독감예방접종이 안전할까 하시며 여전히 망설이시는 분들까지도 가장 기다리는 선물은 바로 예방백신일 것입니다. 해마다 대규모 예방접종이 시행되므로 안전성에 대한 의구심은 반복될 수 있기에 오늘의 주제로 삼아서 말씀드립니다. 백신은 감염성 질병에 대항하는 전략 중 하나입니다. 가정해 봅니다. 만약 근육에 주사하는 독감예방약제에 진짜로 문제가 있다면, 발생률의 차이는 다소 있겠지만 세대를 막론한 이상반응이 발생했어야 하고, 특정 장기(臟器) 또는 여러 장기에 걸친 이상반응이 발생했어야 했는데,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이렇듯 생산적 의심을 하시는 여러분이 국민으로 존재하는 대한민국은 언제나 개선의 방향으로 나아감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종두법, 감염병(천연두)으로 쓰러져가는 많은 백성을 살리기 위해 일찍이 지석영 선생과 같은 선각자들이 자신의 생명까지도 내어 걸고 이룬 업적 위에 지금의 우리가 있습니다. 독감접종은 엄격한 임상시험은 물론, 해마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분에게 상용되고 있음을 상기하시길 바랍니다. 질병에 대한 다양한 분류 중 비감염성과 감염성으로 구분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비감염성은 좋지 않은 생활습관 등을 원인으로 우리 몸에 변화가 발생하는 질병, 즉 손목염좌(손목 삠), 퇴행성관절염, 고혈압, 당뇨 등이 이에 속합니다. 감염성은 몸 밖 병원체가 우리 몸 안으로 들어와 변화를 일으키는 질병, 즉 바이러스성 감염(코로나19 등), 세균성 감염(결핵 등), 진균성 감염(무좀 등) 등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감염성 질병에 대한 대응은 방역수칙 준수, 백신접종 등 예방요법과 항생제 등 투약에 의한 치료요법이 있습니다. 손 씻기, 마스크 착용 등 방역수칙을 지켜주시면 침입 차단이 가능하며, 병원체를 조작하여 안전하게 만든 약제인 백신은 접종을 통해 싸워줄 군인(항체)을 미리 양성하여 침입한 병원체에 대응하기에 적극 권장하는 예방법입니다. 우리 몸은 백신접종 후 항체 만드는 일을 시작하니 몸상태가 안정적일 때 맞으셔야 하고, 접종 후 과로를 피하시고 충분한 안정을 취하셔야 정상적으로 항체형성이 가능합니다. 제가 선조의 피와 땀, 국민의 노력으로 일궈지는 대한민국의 일원임이 진정 자랑스럽습니다. /강영석 전북도 보건의료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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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11.24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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