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26-02-04 06:45 (Wed)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chevron_right 새벽메아리

공항(空港)

양현호 군산대 기획처장 뉴욕의 JFK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갑자기 국적이 없어져버린 남자가 있었다. 이 남자 빅터 나보스키의 고국 크라코지아는 유럽에 있는 작은 나라로 빅터가 출국하여 뉴욕으로 오는 도중에 쿠데타가 일어나 내전에 휩싸이게 된다. 이에 따라 모든 국민들의 여권이 정지되고, 무국적자가 된 빅터는 입국심사대를 통과하여 뉴욕으로 들어갈 수도 없고, 전쟁으로 비행기 운항이 중단된 고국으로 돌아갈 수도 없어서 9개월을 공항에서 살게 된다.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되어 2004년 개봉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톰 행크스 주연의 영화 터미널(The Terminal)의 큰 줄거리이다. 국내에도 개봉되었으나 큰 흥행을 이루지 못했지만, 개인적으로는 톰 행크스의 어눌한 듯 찰진 연기와 공항을 배경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인간미 넘치는 일화들이 어우러져 잔잔한 감동을 느꼈다. 그래서 그런지 공항에 갈 때면 항상 이 영화가 떠오른다. 공항의 역사는 라이트형제가 세계 최초로 동력 비행에 성공한 이후 시작되었다. 1909년 미국 메릴랜드 주의 컬리지파크에 라이트형제의 비행 실험 지원과 군 조종사 양성을 위해 비행장이 건설 되었고, 현재까지 운영되는 가장 오래된 공항이 되었다. 지난 100여 년간 전 세계에는 3만5000개 이상의 각종 비행장이 생겨났으며, IATA 공항 부호를 부여받은 공항만 해도 대략 7천개가 넘는다. 이제 공항은 국제 운송체계의 한 축을 담당하는 중요한 핵심 시설이 되었고, 영화에서 보여주듯이 단순히 많은 사람과 물자의 이동 경로뿐만 아니라 어떤 사람들에게는 생활의 터전이 되기도 한다. 현재 국내에는 8개의 국제공항과 7개의 국내공항이 있고, 이 중 8개는 군용 공항이다. 전라북도에는 과거 전주, 군산의 2개 공항에서 김포, 제주 노선이 운항되었으나 고속도로와 고속철도 건설에 따른 항공수요 급감에 따라 지금은 군산공항에서 제주행 노선만 운항되면서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새만금 개발과 함께 지역의 새로운 항공수요를 담당하기 위한 신공항 건설 논의가 일찍부터 진행되어 왔다. 현재는 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결정에 따라 새만금 신공항건설이 추진 중이지만, 지역 내에서는 신공항 건설에 대한 낙관론과 비관론의 대립이 격렬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낙관적으로 보는 견해는 군용 공항인 군산공항을 대체하는 순수 민간 국제공항으로서 인접 국가를 취항하는 노선의 수요 증가에 대응하여 국제 항공 소외지역인 전북지역에 항공 서비스 수준을 향상시키고, 지역경제 특히 침체된 군산 경제에 활력을 갖게 하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라는 관점이다. 이에 반해 비관적인 견해는 수익성이 기대치만큼 높지 않을 것이라는 점과 육상교통 대비 우월한 점이 없다는 점, 이에 더하여 최근에는 건설 부지인 수라갯벌에서 발견된 멸종위기 동물보호 등 환경 보존에 역행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어느 쪽의 얘기나 다 나름대로 논리적 타당성을 갖추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만, 한편으로는 수없이 반복되는 개발과 보전을 둘러싼 승자 없는 싸움으로 번지지는 않을까 우려하는 마음이 앞선다. 단군 이래 최대 역사(役事)로 일컬어지는 새만금 개발은 많은 이슈를 만들어 왔다. 그렇지만 그 때마다 지혜를 모아 대안을 찾아가며 30년이 넘는 시간동안 멈추지 않고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고 있다. 지금 가장 뜨거운 이슈인 새만금 국제공항 건설 문제 또한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빠른 시일 내에 모두가 승자가 되는 현명한 대안을 찾게 되기를 기대한다. △양현호 처장은 군산대 대외협력본부장과 군산의료원 감사를 맡고 있다.

  • 오피니언
  • 기고
  • 2021.07.20 16:50

전북사회서비스원 출범, 전북도 적극 의지 필요

양병준 사무국장(전북희망나눔재단) 전라북도는 올해 초부터 7월에 전라북도 사회서비스원을 출범시키겠다고 발표하였으나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사회서비스원 설립 타당성 연구 용역을 시작으로, 9월에는 공청회를 진행하였고, 올 2월에는 「전라북도 사회서비스원 설립 및 운영 조례」를 제정하였다. 사회서비스원이란 「지방출자출연법」에 따라 시도지사가 설립하는 공익법인으로, 긴급돌봄 제공, 안전점검 및 노무재무 컨설팅 등 민간기관 지원, 종합재가서비스 제공과 국공립시설 수탁운영 등을 통해 사회서비스의 공공성 제고, 종사자 처우 개선을 통해 사회서비스 품질향상을 목적으로 설립된 지방자치단체 출연기관이고, 독립채산제로 운영하도록 되어 있다. 복지부에 따르면, 2019년 4개 지역(서울, 대구, 경기, 경남), 2020년에는 7개 지역(인천, 광주, 대전, 세종, 강원, 충남, 전남)에서 사회서비스원이 설립되어 운영을 시작했다. 2021년 사회서비스원 사업대상지역 선정 관련 심사결과 3개 지역(울산, 전북, 제주)이 최종 선정되었다. 2019년 이후 2년간 추진된 사회서비스원 시범사업에서 여러 문제와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그나마 사회서비스원 운영 여력이 있는 서울시도 힘겨운 상황이고, 경기도는 직원의 80%, 대구는 전체의 1/3, 경남은 74%가 계약직이라고 한다. 2020년 예정했던, 부산시사회서비스원은 재정 부담이 크다는 결론에 이르러 출범을 보류하였다. 2017년에 문재인 정부 국정과제로 사회서비스원 설립 운영의 기본 원칙을 발표하였다. 하지만, 당초 계획과는 다르게 지자체가 사회서비스원을 설립해 일부 사회서비스만 위탁 운영하는 것으로 후퇴되었고, 사회서비스원 일자리도 대폭 줄어 전국 6만3000명(전체 돌봄 노동자의 5.7%)으로 줄었다. 정부가 재정을 투입해 사회서비스를 제공하고 노동자들의 조건을 개선해야 하는데, 각 지자체에 맡겨 버린 것이다. 정부는 지자체가 사회서비스원을 설립할 경우 본부 운영비만 지원하는 것으로 하고 있어서, 무늬만 사회서비스원이 될 것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그래서, 사회서비스원의 근본취지를 무색하게 하는 독립채산제 원칙을 폐기하고, 재정은 중앙정부가 부담하고 서비스를 지자체가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법이 통과되어야 내년 예산이 확보될 수 있는데, 여야간 이견으로 아직까지 사회서비스원 설립 운영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여곡절 끝에 국회 지난 6월 16일에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만 통과한 상황이다. 사회서비스원은 사회복지전달체계의 축을 민간에서 공공으로 전환하는 시발점이다. 시작이 중요하다. 전라북도의 적극적인 의지와 지역사회와의 공감대 형성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준비과정의 투명성이 핵심이다. 이후로도 지역사회 의견을 계속 수렴하는 자리를 만들고, 인사와 운영에 있어서 정치적인 개입이 없도록 해야 한다. 현재 전라북도사회서비스원은 본원 설치 소재지에 따른 도내 지역간 갈등이 있다. 이를 비롯해 넘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하다. 전라북도와 정치권이 힘을 합쳐서, 예산지원이 정부의 책임임을 분명히 요구해야 하고, 나아가 태생적 한계를 갖고 있는 사회서비스원이 성공적인 사회서비스 공공성 강화 모델이 될 수 있도록 앞장서야 한다. /양병준 사무국장(전북희망나눔재단) △양병준 사무국장은 지역복지운동단체네트워크 운영위원과 전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운영위원을 맡고 있다.

  • 오피니언
  • 기고
  • 2021.07.13 16:36

양정모, 유인탁 그리고 올림픽 보이콧

정강선 전북도체육회장 얼마 전 일이다. 부산에서 양정모 올림픽 챔프와 소주 한잔 걸치는 저녁 식사를 함께 했다. 그가 누구인가.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레슬링 자유형 62kg급에서 우리나라 최초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그가 전북 촌놈 정 회장이 부산에 왔다며 뱃살 참치로 유명한 한 일식집으로 땅거미가 질 무렵 초대했다. 소주가 몇 잔 돌자 현역 시절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세계선수권 대회에 출전했던 얘기들이 자연스레 흘러 나왔다. 궁금해서 물었다. 80년 소련에서 열린 모스크바 올림픽에 출전했더라면 2연패 가능성이 높지 않았냐는 질문이었다. 망설임 없이 돌아온 양 챔프의 대답은 아마도 힘들지 않았겠냐는 그 다운 겸손한 짧은 부정이었다. 23세에 올림픽을 제패했던 그에게 다음 올림픽 2연속 제패 및 방어전은 당시 우리나라 선수단과 언론에서 최대 관심사였으리라. 그러면서 양 챔프는 80년 모스크바 올림픽보다도 오히려 72년 뮌헨 올림픽에 출전했더라면 금메달이 가능했을지 몰랐다는 말을 덧붙였다. 만 19세의 나이였던 그 시절이 최고의 몸 상태였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양 챔프는 72년 뮌헨, 76년 몬트리올 80년 모스크바 올림픽 파견 국내 선발전에서 3연속 태극마크를 가슴에 달았다. 하지만 72년 뮌헨 올림픽에 대표 선수로 선발이 됐지만 정부와 대한체육회에서 메달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이유로 비행기에 태우지 않았다. 사실은 파견 예산에 여유가 없었다. 양 챔프는 하늘만 보고 하염없이 눈물을 삼켰단다. 80년 모스크바 올림픽은 또 다른 이유로 비행기 트랩에 오르지 못했다. 이번에는 나라에서 돈이 없어서 못 보낸 것이 아니고 바로 정치적 이유에서였다. 당시 소련이 아프가니스탄에 침공을 이유로 미국이 모스크바 올림픽에 반기를 들면서 미국의 눈치를 봐야했던 우리나라도 동맹국이라는 명분 아래 함께 불참을 선언했다. 양 챔프는 72년 올림픽에 이어 힘 한번 써보지 못하고 올림픽 2연패의 꿈을 접어야 했다. 그길로 은퇴를 선언했다. 현 전라북도체육회 유인탁 사무처장. 84년 LA 올림픽 자유형 68kg급 금메달리스트다. 태릉선수촌에서 한 체급 아래 4년 선배인 양정모 챔프의 연습 파트너였던 유 처장 역시 80년 모스크바 올림픽 파견 레슬링 자유형 68kg급에서 당당히 태극마크를 획득했다. 유 처장 입장에선 올림픽 첫 출전인 셈인데 선수촌 목욕탕에서 동료 선수로부터 우리 선수단이 모스크바 올림픽에 출전하지 않는다는 비보를 들었다. 하늘이 무너지는 느낌이었다는 것이 유 처장의 말이다. 그러나 유 처장은 이를 극복하고 4년 뒤 미국 LA로 날아가 홈 매트인 세계선수권자 앤드류 라인을 결승에서 꺾고 올림픽 챔피언에 올랐다. 양 챔프나 유 처장 모두 올림픽 2연패도 가능했었던 정치의 희생양들이다. 이제 더 이상 정치로 인해 희생 당하는 체육이 돼서는 안 된다. 최근 2020 도쿄올림픽에 도내 정치권을 비롯해 중앙 정치권에서 일본 극우 세력들의 행동에 반발하며 올림픽 보이콧 주장을 펼치고 있다. 올림픽 공식 홈페이지에 독도를 일본 영토로 표기,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결정 등 일본의 행태는 규탄 받아 마땅하다. 근대 올림픽 창시자 쿠베르탱은 정치가 체육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강조했다. 우리 전라북도 출신 선수들은 이번 도쿄 올림픽에 모두 18명이 출전할 예정이다. 이 선수들은 이번 올림픽을 위해 평생을 운동에 헌신한 엘리트 선수들이다. 이 자랑스러운 선수들에게 더 이상 정치권에서 올림픽 불참이라는 무책임한 돌멩이를 던져서는 안 될 일이다. /정강선 전북도체육회장 △정강선 회장은 ㈜피앤 대표이사로, 뉴시스 국제부 북경특파원 전라일보사 기자 등을 지냈다.

  • 오피니언
  • 기고
  • 2021.07.06 16:50

독도, 내 사랑

송태규 원광중 교장 1993년 7월, 일본국제교류협력단 초청으로 한 달 동안 일본에 다녀왔다. 하루는 일본 교수가 하는 강연을 들었다. 자신을 친한파이자 지한파라고 소개했다. 통역을 두고 강의가 무르익을 때였다. 그가 갑자기 독도 이야기를 꺼냈다. 뒤에 독도가 일본 영토라는 이야기를 보탰다. 통역하는 유학생이 잘못 전달한 것이리라 생각하며 확인했다. 대답은 변하지 않았다. 대체 무슨 근거로 그런 말을 하는지 따졌다. 그가 멈칫했다. 이어서 만주벌판을 호령했던 대한민국이 그깟 조그만 섬에 무슨 애착을 갖느냐고 둘러댔다. 자칭 친한파, 지한파라는 교수의 입에서 나오는 답변을 듣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집에 돌아와서도 충격은 지워지지 않았다. 2년이 지나서 해양소년단 지도자로 군함을 타고 독도에 갈 때였다. 독도에 다가가자 함장이 안내 방송을 했다. 우측 해상에 일본 순시선이 오고 있다는 것이다. 정말 그쪽에 흰색 일본 순시선이 보였다. 그들은 정기적으로 독도 부근을 순시하고 일지를 기록한다고 했다. 훗날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기 위한 속셈이다. 답답한 마음이 풀리지 않았다. 딱히 나 혼자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그때 언젠가 들었던 독도를 사랑하는 손쉬운 방법이 떠올랐다. 가족과 상의한 끝에 2008년 1월 1일 동사무소를 찾았다. 경북 울릉군 울릉읍 독도 이사부길 63번지로 가족 등록기준지(본적)를 변경했다. 지금도 명함에 똑똑히 새겨두고 있다. 명함을 받는 사람이 묻는다. 독도에서 태어났느냐고. 그 내막을 설명하면 다시 한번 내 얼굴과 명함을 훑어본다. 2021년 6월 말 현재 독도에 등록기준지를 둔 국민은 3615명에 이른다. 일본은 끊임없이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도쿄올림픽 조직위가 공식 홈페이지에 독도를 일본 영토로 표기한 지도를 내걸었다. 우리 정부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일본 정부에 강력하게 항의하고 있지만, 일본은 침탈 야욕을 거두지 않고 있다. 지난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때 우리 정부가 한반도기에 독도를 표기했다. 일본이 IOC에 항의하자 IOC는 정치적 중립을 이유로 우리 정부에 독도 삭제를 권고했다. 그런 IOC의 태도가 이번에는 석연치 않다. 일본 정부로부터 재정지원을 많이 받은 까닭에 일본의 독도 표기를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올림픽은 스포츠를 통해 인류의 화합과 평화, 공존과 공영을 이야기하는 축제의 장이어야 한다. 이번 일본 정부의 독도 지도 표기 사건으로 우리나라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림픽 불참에 대한 여론이 커가고 있다. 일본과 IOC가 올림픽을 갈등과 정쟁, 국가 간 평화를 위협하는 도구로 사용하는 한 우리는 올림픽 참가를 거부해야 한다. 그동안 흘린 땀방울로 국위를 선양하고 꿈을 설계할 수 있는 선수들에게 올림픽 보이콧이란 가슴 아픈 일이지만, 노골적으로 우리 주권과 영토권을 침해하는 도쿄올림픽에 우리나라가 참가할 이유가 없다. 올림픽 때문에 독도를 포기해서야 되겠는가. 일본 정부가 지도에 독도를 표기한 것은 대내외에 독도를 일본 영토라고 홍보하는 것이다. 여기에 우리가 모양새를 갖춰 참가하는 것은 이를 인정하고 거들어 주는 꼴이다. 내 살점을 떼어 차린 이웃집 잔칫상에 수저 들고 흥청대는 것에 다를 바 없다. 길이라고 다 밟고 지나야 하는 것은 아니다. 산이라고 다 올라가야 하는 것도 아니다. 건드리지 말아야 할 것에 욕심을 내면 반드시 후환이 있음은 불문가지이다. 일본을 두고 하는 말이다. /송태규 원광중 교장

  • 오피니언
  • 기고
  • 2021.06.29 17:27

뜨는 도시 지는 국가

김재구 전북연구원 연구위원 신은 자연을 만들었고 인간은 도시를 만들었다 는 영국의 시인 윌리엄 쿠퍼의 말처럼 도시는 인간의 창조물이자 주된 정주 공간이다. 현재 전 세계 인구의 60%가 도시에 거주하고 있으며, 특히 우리나라는 약 90%의 인구가 도시에 살고 있다. 정치적 그리고 공간적 의미로 볼 때 도시는 국가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그러나 기술의 발달과 가치관의 변화로 인해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지금 사회에는 도시와 국가의 역할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뜨는 도시 지는 국가는 2014년도에 국내에 출간된 사회학자이자 정치이론가인 벤자민 R. 바버의 저서 제목이다. 벤자민 R. 바버는 도시가 국가를 넘어서는 생명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 말은 도시는 도시만이 가지고 있는 특별한 활력이 있다는 것과 시간이 지나고 국가가 바뀌어도 도시는 그대로 있다는 것 두 가지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후자의 경우는 이탈리아의 로마, 중국의 시안 등 역사적 사실만 보더라도 확인할 수 있다. 나라는 망해도 그곳에 사람이 살고 도시도 계속 남아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도시만이 가지고 있는 특별한 활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기후변화, 전염병, 테러 등 초국경적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 현재와 같이 복잡한 이해관계로 얽혀 있는 국가는 그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기 어렵다. 오히려 도시는 국가가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영역에서 국가를 넘어서고 있다. 실제로 1997년 180여 개국이 맺은 교토 기후협약은 지금까지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지 못하였지만 2010년 207개 도시가 참여한 멕시코시티 협약으로 온실가스를 줄이려는 실질적인 노력이 지금도 전 세계 곳곳의 도시를 중심으로 지속하고 있다. 이처럼 현재 직면한 전 세계적 문제들은 국가가 다루기엔 한계가 분명하다. 따라서 국가보다 민첩하고 실용적인 공간 단위인 도시가 움직일 때 지금보다 다양한 역할과 문제해결이 가능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지방분권과 균형발전, 초광역 메가시티 등 최근 지역을 중심으로 중요하게 다루어지고 있는 내용만 보더라도 지역, 즉 도시의 역할이 상대적으로 증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국민의 의무와 권리와 시민의 의무와 권리는 분명히 다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도시라는 공간에 한정되어 보았을 때, 국민보다는 시민으로서 필요로 하는 체감형 정책들에 대한 요구가 더욱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국가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정책들이 다양한 모습의 도시에 동일하게 적용한다는 것은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인식이 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회적 공동체와 거버넌스에 있어 핵심주체는 국민이 아닌 시민이다. 국가가 국가의 존립과 발전을 바라볼 때 도시는 행정과 시민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등 실용적 업무에 더욱 집중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도시의 경쟁력이 모여 국가의 경쟁력이 될 수 있다는 신뢰가 우선되어야 한다. 도시가 아무리 날고 기어도 국가와 그 국가의 법은 더 높은 자리에 존재한다. 그렇기에 도시와 국가의 역할에 대한 고민과 과감한 실행이 요구된다. 우리나라의 중요한 아젠다인 국가균형발전은 주민체감도를 주요지표로 중앙정부의 역할 축소와 지방정부의 역할 중시에서부터 출발되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재정에 있어 지방정부의 자율성 확대와 재정분권의 실현이다. 시냇물이 모여 강이 되고 바다로 흐르듯이 살기 좋은 도시가 모여 살기 좋은 국가가 되고 국가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김재구 전북연구원 연구위원

  • 오피니언
  • 기고
  • 2021.06.22 17:20

지방자치 부활 30주년, 새로운 미래를 향해 나아가자

강동화 의장 지방자치라는 말은 어렵다. 오히려 향약(鄕約)이라고 하면 더 쉽게 와닿을 것이다. 조선 시대 중엽, 주민들은 향약을 제정하여 부분적으로 지방 공공사무를 처리하였다. 갑오개혁 이후에 발표된 「향회조규」등에는 지방주민이 그 지방행정 단위의 공공사무 처리에 참여할 수 있도록 규정함으로서 지방자치의 발달에 전기를 마련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방자치란 말은, 근대 이전의 향약이나 토호와 같은 한계적인 지위와는 다른 개념이다. 일부 계층의 봉권적 특권에 가까웠던 전자와 달리 근대의 지방자치는 다원적 분열이 아닌 민족적 통일국가를 이룩하면서 형성된 개념이다. 국가 주도의 일방적 하급행정기관이 아닌, 지역 내의 사무를 주민이 자주적으로 결정 처리하고, 주민의 의사를 우선으로, 행위의 자기 책임성까지 아우르는 민주주의적 가치를 추구한다. 우리나라는 1949년 지방자치법이 제정된 후 1952년 시읍면의회 의원 선거 및 시도의회의원 선거를 실시하면서 지방자치제의 법률적 제도가 처음 시행되었다. 그러나 1961년 516 군사정변으로 지방의회가 강제 해산되면서 우리나라의 지방자치제도는 무려 30년이나 중단되는 아픔을 겪었다. 전주시의회 또한 제3대 의회가 5개월 만에 해산된 이후 오랜 침묵의 시간을 견뎌야 했다. 그리고 마침내 1991년, 구시군의회 선거와 시도의회 의원선거가 실시되면서 지방자치제도가 부활하여 오늘까지 30년 지방의회의 역사를 새로이 써 내려올 수 있었다. 과거에는 무늬만 지방자치였지 실질적으로는 관치행정의 연속이었던데 비해, 지난 30년의 발자취는 한 걸음씩 풀뿌리 민주주의의 실현을 향해 내딛어왔다고 자부한다. 특히, 우리 전주시의회는 당시 낙후되고 있던 전주의 미래 비전을 설계하고 새로운 발전의 동력을 찾기 위해 일선의 현장에서 발로 뛰며 주민과 그 길을 함께 하였다. 지난 30년간 전주는 지자체와 주민, 또 의회와 함께 숱한 기적을 만들어왔다. 자랑스러운 관광거점도시, 아름다운 전통문화중심도시, 첨단 탄소산업도시, 따뜻한 천사의 도시이자 푸르른 정원도시 등 그 빛나는 이름도 여러 가지다. 이처럼 지난 30년간 민주주의와 지방자치를 열망하는 주민과 선배의원들의 열정과 헌신적인 노력이 지금의 지방의회를, 또 전주를 만들어 왔음이 자랑스러우며, 앞으로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최근 32년 만에 지방자치법이 전면 개정되었다. 새로 개정된 지방자치법은 변화된 지방환경을 반영하여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주민중심의 지방자치를 구현하고 지방자치단체의 자율성 강화와 이에 따른 투명성 및 책임성을 확보를 추구하고 있다. 특히, 지방의회의 역량 강화 및 인사권 변화 등은 앞으로 지방의회가 맡아야 할 막중한 책임을 느끼게 한다. 전주시의회는 지방자치를 향한 거대한 흐름 속에서, 주민을 최우선으로, 주도적으로 선진미래를 견인하는 역할에 최선을 다할 것이며, 아직 미흡한 재정분권 현실화, 중앙 권한 지방 일괄이양, 지방의회 정책지원 전문인력 보강 등 자치분권 2.0시대의 기반을 닦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지방자치, 아직은 가야 할 길이 멀다. 그러나 멈추지 않는다면 반드시 원하는 것을 얻게 되리라 믿는다. 그 미래를 향해 모두가 일심(一心)으로 전진해나가길 소망한다.

  • 오피니언
  • 기고
  • 2021.06.15 18:55

기후변화대응 농업현장부터 챙겨야

송지용 전북도의회 의장 십여 년 전 한라봉 재배에 성공한 전북 익산의 한 농가에 가본 적이 있다. 제주도에서만 볼 수 있었던 한라봉을 우리 지역에서 키운다는 것이 신기했는데, 일교차가 커 맛이 더 좋다는 이야기를 듣고 반길 수만은 없었다. 전북을 넘어 충청지역에서도 아열대작물 재배에 성공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모두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 영향이다. 농업농촌은 기후변화에 가장 민감하면서 심각한 피해를 입는 분야다. 이상기후와 이에 따른 재해는 농업생산에 큰 위협이 된다. 농업환경의 변화를 몰고 오는 것은 물론 작물생육을 방해하고, 가축질병을 증가시킨다. 동시에 농업은 산림과 함께 탄소흡수원으로 기능할 수 있는 유일한 분야이자 재생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는 주요 자원을 보유한 공간이다. 그런데 역설적이지만 농업분야 온실가스 배출비중이 높다는 점에도 주목해야 한다. 농업분야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9년 기준 국가 총 배출량의 2.9%에 해당한다. 이 가운데 벼재배가 29.5%, 농경지토양 28.3%, 가축 장내발효 21.4%, 가축분뇨 20.7%를 차지한다. 그러나 이 수치에는 농업농촌분야에서 직접 사용하는 에너지와 곡물수입 등을 위한 운송과정에서 생산되는 온실가스양 등은 빠져 있어 실제 배출량은 이를 크게 웃돌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전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에서 먹거리분야가 차지하는 비중이 26%에 달한다는 보고가 있다. 정부는 지난 2011년 농림수산식품분야 최초로 기후변화대응기본계획(20112020)을 마련하고 지난해까지 농업분야 온실가스 배출을 35% 감축하겠다고 발표했지만 대부분의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화학비료 사용량은 10년 동안 큰 변동이 없었고, 친환경농업 비율은 2019년 기준 5.2%에 그쳤다. 경종(耕種)분야는 논면적 감소로 온실가스배출이 줄었지만 축산분야는 사육두수 증가로 온실가스 배출량이 늘었다. 가축분뇨 자원화 및 에너지화시설은 250개소 설치를 목표로 했지만 실제로는 84곳에 그쳤다. 탄소중립에서 농업부문이 차지하는 기능과 가치가 크지만 아직까지 효율적인 대응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정부가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그린뉴딜을 정책기조로 밝힌 이후 전라북도에서도 전북형 뉴딜정책을 마련했다. 그러나 농업분야 대책은 찾아보기 힘들다. 전북은 논밭 경지면적이 19만5192㏊로 전국의 12.3%를 차지한다. 소와 돼지 등 가축사육두수도 전국 상위권을 차지하는 등 대표적인 농업농촌지역이다. 따라서 농업생산방식과 농촌에너지를 바꾸지 않고는 탄소중립을 실현할 수 없다는 점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앞으로 농업의 탄소중립을 위해 화석 에너지를 집약적으로 사용하는 시설원예농업과 가축분뇨를 배출하는 축산업, 화학비료와 농약 등을 상대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관행 농법에 대한 규제가 잇따를 전망이다. 탄소중립 사회로 가기 위해서는 탄소배출과 환경관련 규제가 강화되고 기존 보조금은 감축될 수 밖에 없다. 아직까지 농업현장이나 관련기관의 인식이 엄중하지 않아보여 안타깝다. 서둘러 대응하지 않으면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 모두의 몫으로 돌아온다. 마침 지난 3월 정부에서 제2차 농업농촌분야 기후변화 대응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농축산업과 농촌, 식품유통, 산림부문의 온실가스 감축과 흡수, 기후변화 적응을 위해 저탄소농업과 에너지전환을 이루겠다는 것이다. 면밀히 들여다보고 선제적으로 대응해야할 부분을 찾아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 /송지용 전라북도의회 의장

  • 오피니언
  • 기고
  • 2021.06.08 18:56

사승마

송태규 원광중 교장 뱀 사(蛇), 노끈 승(繩), 삼 마(麻)를 쓴다. 어떤 나그네가 달밤에 길을 걸어갔다. 갑자기 길 가운데에서 시꺼먼 뱀이 움직이는 것처럼 보였다.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무서운 생각이 들어 급히 돌아서 도망가다 넘어졌다. 무릎이 깨지고 피가 나기 시작했다. 아프고 놀라서 주저앉아 울었다. 얼마 후 지나가던 사람이 왜 우느냐고 묻기에 자초지종을 얘기했다. 사정을 들은 그가 뱀이 어디 있는지 가보자고 했다. 등불을 들고 가서 자세히 보았다. 조금 전 그것은 뱀이 아니라 끊어진 노끈의 한 부분이었다. 나그네가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눈여겨보았다면 뱀(蛇)이 아니라 삼(麻)으로 만든 새끼(繩)인 줄 알았을 것이다. 그러면 도망가지 않았을 것이고, 무릎도 깨지지 않았을 것이다. 미혹한 우리가 마음속에 뱀에 대한 불안과 공포라는 잠재의식(선입견)을 키우기 때문이다. 자신이 만들어낸 착각과 허상에 놀라고, 화내고, 의심하게 되는 것이다. 이로 인해 일이 뒤얽히고 고통과 괴로움에 시달린다. 담임을 맡았던 시절이었으니 벌써 십여 년이 훌쩍 지난 일이다. 우리 반에 2년 전 졸업생과 이름이며 얼굴이 비슷한 학생이 들어왔다. 알고 보니 친형제였다. 공교롭게 내가 형제의 담임을 맡았다. 형은 예의가 바르고 단정한 흔히 말하는 모범 학생이었다. 동생이 학기 초에 학교에 적응하지 못해 심하게 몸살을 앓았다. 그와 몇 차례 상담했다. 어릴 때부터 가정과 학교에서 동생과 형을 비교했다. 동생은 서서히 열등의식이 생겼다. 밤늦도록 인터넷 게임에 정신을 팔았다. 당시 내 눈에는 장점이 보이지 않았다. 전혀 나아질 기미가 없었다. 어느 날 이야기를 나누는데 녀석이 공부는 도저히 관심이 없고, e스포츠 프로게이머가 되고 싶다고 했다. 그의 손을 꼬옥 잡아 주었다. 이쪽에 흥미가 있으면 부모님께 사실대로 말씀드리고 함께 진로를 고민하자고 했다. 공부야 하고 싶어질 때 시작해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그 뒤로 자기 생각을 솔직하고 거침없이 표현했다.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자유분방했다. 편견을 버리고 틈날 때마다 그의 진로에 관심을 보이며 격려했다.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어서인지 차츰 학교생활에 재미를 붙였다. 3학년 2학기를 시작하면서 일찌감치 수시모집에 원서를 넣었다. 다행히 원하는 게임 관련 학과에 진학했다. 그 학생이 지닌 성품(본질)은 객관적인 사실이다. 그는 단지 그 자체일 뿐이다. 앞서 형의 담임을 맡았던 내 편견이 걸림돌이었다. 애초에 내게 형에 대한 정보가 없었다면 그를 왜곡해서 바라보지 않았을 것이다. 대상을 있는 그대로 보아야 하는데 선입견이라는 상(편견)에 가려 해석하고 대했다. 내 마음 한구석에 다른 감정의 찌꺼기가 고여있었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생각하고 싶은 대로 생각했다. 그 순간 이미 내 마음이 요란해진 것이다. 사람을 대하면서 먼저 판단(주관)하려 하지 말아야 한다. 내 마음에 들 때까지 다그치기보다는 스스로 경험하고 깨우치도록 기다려야 한다. 한동안 미로 안에서 헤매기도 할 것이다. 그러다가 길을 찾고 지난 행동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도록 해야 한다. 나는 여태 사람의 속을 제대로 살피지 못한다. 어두컴컴할 때 새끼 토막을 뱀으로 보는 그런 시각을 떨치지 못했다. 사승마(蛇繩麻)라, 오늘도 새끼 토막을 뱀으로 보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본다. 예쁘다 밉다, 옳다 그르다 하는 것 말이다. /송태규 원광중 교장

  • 오피니언
  • 기고
  • 2021.06.01 18:15

모빌리티 시대의 의미

김재구 전북연구원 연구위원 최근 정보기술(IT) 관련 기사뿐만 아니라 일반 언론기사를 통해 모빌리티(mobility)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스마트폰 앱을 활용한 차량 및 승차공유, 차량호출 서비스 등과 함께 길거리에서도 공유 자전거, 공유 전동 킥보드 등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이들은 서비스형 모빌리티 이른바 MaaS(Mobility as a Service)라 불리우며, MaaS는 모든 교통수단 시스템을 하나로 통합해 출발지부터 목적지까지 최적의 방법을 찾고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의미한다. MaaS는 수십 년간 이어져 온 자동차의 개념을 소유에서 공유로, 자산에서 서비스로 바꾸는 역할을 하고 있으며, 이용자에게는 편리함과 비용 절감을 그리고 도시 차원에서는 교통혼잡 저감, 대기질 향상, 교통사고 감소, 주차 공간 부족 등의 교통문제 해소에 기여하기 때문에 미래형 모빌리티로 크게 각광받고 있다. 모빌리티는 사전적으로는 유동성 또는 이동성기동성을 뜻하는 말로, 일반적으로 사람들의 이동을 편리하게 하는 데 기여하는 각종 서비스나 이동수단을 광범위하게 일컫는 말로 사용되고 있다. 더 나아가 비즈니스 영역에서 모빌리티 산업은 하나의 고유 명사화되어 인간과 사물, 혹은 원하는 대상의 물리적 이동을 가능하게 하는 모든 디바이스, 서비스 알고리즘과 플랫폼 연구개발(R&D), 사용자 경험과 상호작용의 설계, 운영 및 유지 보수, 폐기 등의 전 과정으로 정의하기도 한다. 그러나 복잡한 사회 속에서 모빌리티를 단순히 이동의 편리성과 산업적 영역에만 한정하여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지극히 제한적이라 할 수 있다. 이미 1990년대부터 움직임을 뜻하는 모빌리티는 인문학의 새로운 화두로 떠올랐다. 비행기기차자동차 같은 교통수단은 물론, 인터넷과 모바일 같은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에 따라 인문학의 관심도 정주(定住)에서 이동(移動)으로 변화한 것이다. 예를 들어 인문학적 영역에서 이전까지는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 국가지역 등으로 고정되어 있었다면, 지금은 그 영역과 경계가 급속히 허물어지고 있으며, 모빌리티 즉, 이동이라는 주제에 있어서 교통 인프라 같은 정책적 연구뿐 아니라 역사문학사회 등 인문학에서도 진지하게 다루기 시작한 것이다. 모빌리티를 학문적으로 접근한 사람은 영국 사회학자인 존 어리(John Urry)교수로, 그는 2007년 저서 모빌리티를 통해 사회학적 관점에서 사람뿐 아니라 물건의 이동과 정보의 전송, 그리고 이를 가능하게 해주는 각종 장치와 인프라, 제도들까지 모두 모빌리티에 포함시킨다. 또한 사람, 물건, 기계, 정보, 생각, 이미지 등 모든 것의 이동이 모두 모빌리티 개념에 들어간다고 그는 설명하고 있다. 이를 배경으로 하는 이른바 모빌리티 인문학은 교통통신 발달에 따른 인간의 움직임을 연구하는 학문으로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지금과 같이 촘촘한 네트워크로 구성된 복잡한 사회에서 모빌리티는 사회 전 분야에서 걸쳐 없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매개이며, 이를 통해 도시 및 지역이라는 각각의 공간은 사회적 확장과 발전을 위한 변화의 동력을 만들어 내고 있다. 따라서 모빌리티 시대에는 지역 경쟁력을 높이기 위하여 산업적 영역뿐만 아니라 인문학적 영역을 포함한 사회 전반에 걸친 모빌리티의 역할과 영향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미래 모빌리티의 지역 내 수용성을 얼마나 높일 수 있는가가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또한 다양한 모빌리티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지역 간 주요자원의 연계협력 및 융복합을 위한 유무형 플랫폼 구축을 통해 지역의 지속가능한 발전 기반 마련이 필요하다. /김재구 전북연구원 연구위원

  • 오피니언
  • 기고
  • 2021.05.25 17:48

“생존자, 배우 윤여정이 세계에 보여준 희망의 힘”

강동화 전주시의회 의장 저를 일하게 해준 두 아들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싶네요. 한국 배우 최초 오스카 여우조연상을 거머쥔 배우 윤여정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한 수상소감이다. 그녀는 항상 입버릇처럼살기 위해 연기했다고 말했다. 국내외 언론은 이 수상을 그녀의 생애와 연결하여 그야말로 인간승리로, 심지어생존자라 칭하며 찬사를 보냈다. 그도 그럴 것이, 천재 배우로 조명받으며 각종 여우주연상을 휩쓸던 여배우가 은퇴했다가, 이혼 후 복귀하여 40여년에 걸쳐 최고의 배우로 우뚝 서기까지는 그야말로 생계가 아니었다면 포기할 만큼 어려운 길이었다. 까랑까랑한 목소리, 거친 피부, 할 말 다 하는 드센 여자 캐릭터. 배우 윤여정이 브라운관에 다시 나타났을 때, 시청자들은 그녀의 모습을 불편하게 여겼다. 심지어 배우 교체를 요구하는 전화까지 빗발쳤다고 하니, 마음에 큰 상처가 됐을 것이다. 그래도 견뎠다. 그녀의 수상소감처럼, 두 아들을 위해서다. 내 새끼 둘을 먹여 살려야 했다는 담담한 회고가 슬프게 들리지 않는 것은, 그 맹목적인 목표가 그녀를 강인하게 했기 때문이다. 보통의 여배우라면 꺼려했을 술집 작부, 바람난 엄마, 매 맞는 아내 역할도 걱실걱실 해냈고, 까다로운 며느리, 딴지 거는 친구, 돈만 좇는 부호, 매춘여성 등에도 과감히 도전하더니, 끝내는 누구도 기대하지 않았던 독립영화 <미나리>로 전세계에서 총 42개의 트로피를 휩쓸었다. 대본을 성경처럼 여겼던 정성과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 기적 같은 성과에 우리 사회가 열광하는 것은, 단순히 결과에 대한 찬사가 아니다. 윤여정이라는 한 인간이 자신의 생애에 닥쳐온 고난과 상처에도 굴하지 않고,그럼에도 불구하고앞으로 나아갔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실업난, 부동산 블루 등 사회적 우울감이 깊어지는 시대에, 그녀가 걸어 나간 길은 우리의 깊숙한 바람과 희망을 정곡으로 찌른 것이나 다름없다. 어떤 절망이나 어려움 속에서도 우리는 희망을 꿈꾼다. 그것이 절실할수록 어쩌면 짐짓 포기하는 것처럼 구는 것이다.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다는 삼포세대를 넘어 이제는 인간관계와 주택구입까지 포기한 오포세대라는 말이, 그래서 더 아프다. 많은 것들이 더욱더 혼란하고 복잡해지는 다양성의 시대다. 경제적 빈곤은 더이상 절대적이지 않고 상대적이며, 사회적 이념이나 사상 또한 어제와 오늘의 반향이 전혀 다르다. 작은 뉴스 하나가 SNS를 통해 확대되기도 하고 코로나19처럼 뜻밖의 사회재난이 세계를 마비시키기도 한다. 이런 시대에 무언가를 확실하게 예측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희망도 좌절도 쉽게 말하기 어렵다. 다만 분명한 것은, 포기하지 않는 자만이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배우 윤여정의 유명한 어록이 많은 이들에게 회자되고 있다. 처음 살아보는 거잖아. 나도 67살이 처음이야. 누구나 자기의 생 앞에서 처음이며, 두려운 것도 당연하다. 상처도 실패도 생의 일부다.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이 암울한 시대도 결국 지나간다. 처음이니까 힘든 것이 당연하겠지만, 배우 윤여정 식으로 생존하겠다는 단순한 명제로 놓고 보면 우리는 결국 희망의 승리자가 될 것이다. 오늘 하루의 최선이 찬란한 미래를 앞당길 것을 믿으며, 봄빛 같은 희망으로 한걸음 나아가는 오월이 되기를 소망한다. /강동화 전주시의회 의장

  • 오피니언
  • 기고
  • 2021.05.11 17:40

인구정책 패러다임의 대전환 필요하다

송지용 전북도의회 의장 179만8000명, 학생수 4000명 감소, 합계출산율 0.91명. 전북 인구의 현주소다. 1966년 252만2000여명으로 정점을 찍었던 전북의 인구는 2001년 200만명 아래로 떨어졌고 10년이 지난 2021년 3월, 179만8000여명으로 줄었다. 지난 55년간 73만명이 감소했다. 이 같은 추세는 2006년 이후 15년 동안 유지해 오던 180만명 선마저 무너뜨렸으며 도내 14개 시군 중 인구가 늘어난 지역은 단 한 곳도 없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전북인구 이동현황에 따르면 도내에는 24만9000명이 전입했으나 25만8000명이 전출된 것으로 나타나 8000여명의 순유출이 발생했다. 특히 20~30대 청년인구 유출이 1만명을 넘어서 전북의 사회경제 시스템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고 있다. 이 같은 청년인구 감소는 출산인구, 그리고 생산연령인구 감소를 뜻한다. 결과적으로 노동 공급을 줄여 지역의 성장잠재력 약화를 초래할 수 있다. 저출산으로 도내 출생아수 역시 지난 2011년 1만7000여명에서 2019년 9078명, 2020년에는 8318명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합계출산율도 0.91명에 불과해 경기도 다음으로 낮은 상황이다. 또한 출생아수 감소는 학생수에도 영향을 미친다. 2011년 이후 최근 10년간 초중고교의 학생수는 7만3000여 명 줄었다. 학령인구 감소는 도내 대학 입학정원 미달사태로도 이어졌다. 실제로 올해 전북대 등 도내 4년제 대학은 3000여 명의 신입생을 추가로 모집했다. 반면 지난 2016년 이후 사망자수가 출생아수를 앞지르는 데드 크로스(Dead Cross) 현상도 굳어졌다. 2011년 도내 사망자수가 1만3216명으로 출생아수 1만6439명보다 적었다. 그러나 2016년에는 출생아수 1만2913명보다 사망자수가 1만3976명으로 앞질렀다. 인구 감소 문제는 저출산이 뿌리내리면서 이미 예견됐으며 다른 지역에서도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러나 20~30대 청년인구 유출은 지방소멸의 주요 지표여서 결코 가볍게 볼 사안이 아니다. 이제는 전북형 인구정책의 패러다임 대전환으로 청년인구 유출 문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또한 베이비붐 세대, 청년층 등 세대 맞춤형 정책이 펼쳐져야 한다. 과거 저출산 해소에만 집중하고 인구구조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다 보니 인구정책의 실효성이 떨어진다. 그동안 인구 늘리기를 위한 출산 장려나 귀농귀촌 등 지원 우선 정책으로 인구 유출을 억제하기에는 한계점에 도달한 것이다. 제로베이스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 청년인구 유출 해소를 위한 괜찮은 기업 유치,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 지역경제 안정 성장세 유지 등이 필요하다. 또한 노동 수요자와 공급자간 임금격차 해소 방안, 근무환경 개선, 공공부문 취업 알선 프로그램 강화를 통한 청년들의 일자리 창출과 함께 주거와 문화, 복지 등 정주 여건 전반을 아우르는 정책을 수립해 청년들이 도내 소재 기업에 취업할 확률을 높여야 한다. 도 집행부가 최근 출산 장려를 통한 기존의 인구증감 정책을 청년 중심의 인구 유입 정책으로 전환한다고 한다. 이를 위해 조직개편도 예고한 상태다. 지켜볼 일이다. 정책을 바꾸고 조직을 개편하더라도 10년 전, 20년 전과 같은 인구정책이라면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일에 불과하다. 인구구조 변화, 특히 청년인구 유출은 전라북도가 직면한 가장 큰 구조적 위협요인이다. 지금이야말로 인구문제 해결을 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두고 지속적인 노력을 펼쳐나가야 할 때다. 혁신적이고 새로운 인구정책으로 인구절벽 대비가 절실하다. /송지용 전라북도의회 의장

  • 오피니언
  • 기고
  • 2021.04.27 17:52

작은 날갯짓

송태규 원광중 교장 그러니까 지난달 일이다. 모처럼 도 교육청에 볼일이 있었다. 일을 마치고 나니 이른 점심때였다. 도 교육청 마당 건너편 콩나물국밥집으로 갔다. 처음 가는 집이었다. 들어서자 벽에 간단한 메모와 함께 자석에 붙들려 있는 지폐들이 눈길을 잡았다. OO아! 맛있게 먹고 가. 힘이 필요한 분들, 맛있게 드시고 힘내세요. 따뜻한 국밥 한 그릇을 대접하고 싶은 지인이나 실직한 가장들이 부담 없이 찾을 수 있도록 지폐가 마음을 나누는 소박한 식사 티켓인 셈이다. 자리에 앉는 것도 잊은 채 쪽지를 읽는 내내 가슴이 훈훈했다. 나눔 릴레이는 후원자의 마음도 기쁘지만 받는 사람의 만족감을 높여주는 순기능 작용을 한다. 주인의 이야기를 보태자면, 후원을 받은 사람이 또 다른 사람에게 식사 티켓을 전달하는 소박한 행위가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이것은 한 끼 밥을 해결하는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누군가의 행동 하나가 세상의 흐름을 바꿀 수는 없다 해도 그가 베푼 선행은 그 자체로 귀한 것이다. 설령 남에게 보여주기 일지라도 이마저 없는 것보다는 낫다. 문득 나비효과라는 말이 떠올랐다. 미국의 기상학자 에드워드 로렌즈(Lorenz, E.)가 주장한 것으로, 브라질에 있는 나비의 날갯짓이 미국 텍사스에 토네이도를 발생시킬 수도 있다는 이론이다. 일반적으로는 어떤 일을 시작할 때 있었던 아주 작은 변화가 나중에 커다란 효과를 가져온다는 의미다. 처음에는 과학이론에서 발전했으나 점차 경제학과 일반 사회학 등에서도 널리 쓰고 있다. 올해 초, 한겨레 신문에서 실었던 화보와 기사가 많은 이의 마음을 뭉클하게 달구었다. 커피 한 잔 부탁한 노숙인에게 점퍼와 장갑을 벗어 건네고 사라진 시민. 그날의 눈은 이미 녹아버렸지만, 소낙눈 쏟아지던 서울역 출근길에 찍은 이 사진 한 장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이날 녹은 것은 눈이 아니었다. 꽁꽁 얼었던 우리 마음이었다. 내가 하는 작은 선택이 모여 원하는 긍정적인 효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조동화의 시를 떠올리며 미소 지었다. 수첩 안쪽에 붙여 놓고 애송하는 시다. 나 하나 꽃피어 / 풀밭이 달라지겠냐고 / 말하지 말아라. // 네가 꽃피고 나도 꽃피면 / 결국 풀밭이 온통 / 꽃밭이 되는 것 아니겠느냐. // 나 하나 물들어 / 산이 달라지겠냐고도 / 말하지 말아라. // 내가 물들고 너도 물들면 / 결국 온 산이 활활 / 타오르는 것 아니겠느냐. (나 하나 꽃피어). 헌혈을 시작한 지도 20년이 넘었다. 초기 몇 년 동안은 1년에 두어 차례가 고작이었다. 간호사 선생님에게 혈액이 부족하다는 말을 들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했다. 다행히 건강하다. 이것을 나눌 기회가 생겼다. 올해 초 300회를 넘겼다. 100회, 200회를 넘기면서 우쭐했다. 사실은 지금도 은근히 그렇다. 다행히 주변에서 헌혈에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이 늘었다. 고등학교에 근무할 때, 학교에 헌혈차가 오면 학생들이 다투어 헌혈 대열에 섰다. 내 작은 날갯짓이 바람을 일으켜 주위를 조금씩 바꿔 갈 수 있다는 즐거운 상상을 한다. 그럴 것이라고 믿는다. 교실 안에는 많은 나비가 있다. 선생님의 따뜻한 격려 한 마디가 방향을 잃고 퍼덕이는 나비의 삶을 바꾸었다는 이야기를 여기저기에서 듣는다. 어느덧 30년 이상 교단에서 살았다. 제자들이 힘차게 날갯짓할 수 있는 말 한마디를 제대로 해주었는지 되돌아본다. /송태규 원광중 교장

  • 오피니언
  • 기고
  • 2021.04.20 17:48

대도시의 시대와 초광역 협력

김재구 전북연구원 연구위원 최근 국가균형발전 전략으로 초광역 메가시티라는 용어가 언론에 자주 등장하고 있다. 저출산 및 고령화로 인한 인구 감소와 수도권 집중 심화에 따른 지방 소멸의 위기감이 점점 커지는 상황에서 지역의 경쟁력을 높이고 지역 간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초광역화 및 초광역 연계협력의 중요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이에 정치권을 중심으로 3+2+3 메가시티 전략, 즉 3개의 국제경쟁력을 가진 독자적 메가시티인 수도권, 동남권, 충청권과 2개의 행정통합형 메가시티인 대구경북, 광주전남 그리고 3개의 강소권역으로 전북권, 강원권, 제주권을 제시한 바 있다. 초광역 메가시티는 과거의 광역경제권과 같은 중앙정부의 하향식 전략이 아니라 지역주도의 상향식 전략으로 출발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지역주도의 움직임 속에 부산, 울산, 경남의 동남권과 세종, 대전, 충북, 충남의 충청권은 공동연구 등을 통해 이미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상황이다. 전라북도 역시 초광역 시대의 지역 경쟁력 향상을 위하여 독자권역 설정을 지속적으로 도모하고 있다. 기원전 4000년전경 메소포타미아를 중심으로 인류 최초의 도시적 정착지가 출연한 이래, 도시는 대규모의 정보와 물건의 교환의 장으로 역할을 해 왔다. 특히 사람들이 인구밀도가 높은 도시에서 활발하게 교류함에 따라 각종 종교 및 문화 관련 사상, 정치 및 경제적 혁명과 혁신이 발생하는 등 역사적으로 도시는 항상 인류의 거대한 실험장으로의 역할을 해 왔다. 도시는 18세기 후반부터 기계와 전기기술 등의 발달에 따른 두 차례의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점점 더 몸집을 키워 왔으나, 급격한 산업화로 인해 사회적 양극화와 환경오염 등 다양한 도시문제에도 직면하게 되었다. 20세기 후반이 되자 이러한 산업화 및 도시화의 폐해와 함께 자동차, 전화, 금융, 인터넷 등 교통과 정보통신의 발달로 사람들의 활동반경이 자유롭고 넓어지면서, 한때 세계적인 주요 대도시들이 쇠퇴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으나 오히려 세계경제는 국가간 경쟁이 아닌 도시간 경쟁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도시가 점점 더 거대해 지고 있다. 특히 지식경제와 초고속 통신망은 사람들의 분산을 촉진하기보다 오히려 대기업, 중소기업, 벤처기업, 창의적인 노동자 등의 도시로의 집적을 유도하고 있다. 인류는 도시화라는 오랜 기간의 경험을 통해 대면적 환경과 정보의 흐름을 촉진하는 장소에서 서로의 지식 공유를 통해 상호 협력과 경쟁할 때 번창해 왔음을 인지하고 있다. 따라서 지금의 도시들은 대규모 공장을 유치하거나 시장점유율을 확보하려고 노력하기 보다는 지식자본과 고급두뇌를 유치하기 위해 경쟁한다. 전세계적인 거대도시간의 경쟁이 치열해 지고 있는 상황에서 지역주도의 상향식 초광역 메가시티 전략은 향후 국가 및 지역 경쟁력에 중요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그러나 과거 대도시권에 대한 획일화된 인식 혹은 도시공간에 대한 중심-주변 이론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세밀한 공간적 연계전략 없이 초광역권의 강조만 이루어질 경우 지역간 격차는 오히려 심화될 수 있다는 점도 충분히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는 과거 산업혁명 이후 도시가 더욱 거대화되어 왔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따라서 제4차 산업혁명 이후의 도시는 수평적 연계와 네트워크를 중시하는 광범위한 상호연결형 지역으로 발전하면서 외연적 확장은 계속해서 진행될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 따라서 바로 지금이 21세기 대도시의 시대를 맞이하여 지역내 연계뿐만 아니라 다른 초광역권과의 대외적 연계협력을 위해 다양한 정체성을 포용할 수 있는 지역여건을 만들기 위한 지혜가 필요할 때다. /김재구 전북연구원 연구위원

  • 오피니언
  • 기고
  • 2021.04.13 17:52

한 아이를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

강동화 전주시의회 의장 어린것들에게서는 좋은 향이 난다. 막 움튼 쪽빛의 잎새에서도 신선한 향이 나고, 꼬물거리는 새끼 고양이에게도 늘 달콤한 향이 난다. 강보에 싸인 갓난아기는 말할 것도 없다. 씻기지 않아도, 땀을 좀 흘려도, 그토록 사랑스러운 향기가 나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다. 존재의 향기라는 건, 물론 상대적이다. 아마도 어린것들에게서 나는 모든 향기는, 그 대상에 대한 우리의 사랑일 것이다. 우리는 세상을 향해 막 뻗어난 그 나약한 생명을 기꺼이 사랑하고 보듬고 지켜주려 한다. 그것이 인류와 자연이 지금까지 이어질 수 있던, 가장 가치 있는 본능일 것이다. 그 본능이 흔들리는 사회란, 현재는 물론 미래의 희망 또한 함께 흔들리는 것이리라. 최근 극악무도한 아동학대 사건이 번번이 발생하고 있다. 백골 상태로 발견되기까지 빈집에 갇혀 있던 구미의 보람이 사건은, 슬프다 못해 치가 떨릴 지경이다. 입양 후 결식, 폭행 등 학대를 일삼은 정인이 사건, 조카를 물고문으로 학대해 숨지게 한 이모 부부, 작년엔 계부의 폭행과 학대에 시달리다 지붕을 건너 극적으로 탈출한 소녀도 있었다. 얼마 전 전주에서도 생후 7개월 된 딸을 상습 폭행해 뇌사상태에 이르게 한 20대 친모가 살인미수로 송치됐다. 참으로 억장이 무너진다. 물론 아동학대는 어느 사회나 내재해 있던 사회문제다. 다만, 현대에 달라진 점이 있다면 학대나 가정폭력이 발생했을 때, 함께 대응해줄 가족 외의 존재, 즉 공동체가 부재하다는 것이다. 특히 핵가족, 1인 가구, 재혼 가구, 입양가정 등 기존과는 다른 형태의 가정이 늘어나다 보니, 아동의 보호 울타리가 더욱 낮아진 게 사실이다. 모든 부모들은 양육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자녀에게 상처를 남긴다고 한다. 다 완벽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 부족함을 메워주는 것이 조부모, 형제, 친인척이라는 혈연의 울타리였고, 또 옆집이나 앞집으로 이어진 마을의 공동체였다. 현대사회에 아동학대, 친족간 강력범죄 등의 비율이 증가하는 것은, 가족의 울타리와 지역공동체가 무너지고 있는 사회현상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전북아동보호전문기관에 따르면 지난해 접수된 아동학대 의심사례는 2452건이다. 이 중에서 아동학대 사례로 판명된 건 무려 2088건에 이른다. 단순한 신체 폭력에만 그치지 않고 정서학대, 방임 등 신체적정서적 복합 사례가 1075건이나 된다. 극단적인 사례로 세상에 드러난 사건 외에도, 우리의 아주 가까운 곳에서도 미처 인지하지 못하는 아동학대가 이루어질 수 있다. 훈육이라는 명분으로 이루어지는 어떤 체벌도 정당화될 수 없으며, 감정이 담긴 폭언이나 정서적 학대 또한 분명한 아동학대임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모든 보호자는 자녀의 소유나 권리 주체가 아니라, 다만 더 나은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조력자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고 한다. 무심히 지나친 어느 창문 아래 울고 있는 아이는 없는지, 이웃과 지역공동체의 따뜻한 관심과 인식 개선이 필요할 것이다. 현재 전주시는 아동보호전담요원을 채용하는 등 선도적인 아동보호 정책을 추진 중이다. 앞으로도 촘촘한 사회 안전망 마련과 아동학대 예방정책으로 아이들이 먼저 웃는 행복한 전주를 만드는데 모두의 뜻을 모을 수 있기를 희망한다. /강동화 전주시의회의장

  • 오피니언
  • 기고
  • 2021.04.06 18:28

지방대 육성 해법 시급하다

송지용 전북도의회 의장 코로나 시국이 엄중한 가운데 새 학기가 시작된 지 한달이 지났다. 학교에는 모처럼 활기가 넘쳐나지만 깊은 시름에 잠긴 곳이 있다. 정원을 채우지 못한 지방대학교다. 전북지역 주요 4년제 대학은 올해도 신입생 미달사태가 속출했다. 학령인구 감소와 수도권 쏠림현상, 여기에 코로나19 여파로 유학생 유치까지 어려워진 탓이다. 이제 지방대는 누구나 갈 수 있게 됐다. 장학금을 준다고 해도 정원을 채울 수 없는 씁쓸한 시대가 되었다. 지난해 고3 학생수는 44만5479명으로 전년에 비해 5만6137명 줄었으며, 실제 수능 응시인원은 42만1034명으로 50만명을 밑돌았다. 교육부는 2024년 대입가능자원이 37만3470명까지 줄어 정원의 25%를 채울 수 없게 될 것으로 전망했고, 한국경제연구원도 2060년에는 621세 학령인구가 42.8%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지방대 정원미달 사태는 점점 심화될 것이 명약관화(明若觀火)하다. 지방대 정원미달은 지방대 경쟁력을 약화시켜 수도권 쏠림 현상을 가속화시키는 악순환이 될 것이다. 교육과 일자리를 찾아 고향을 떠나는 청년들이 많아지면 지방소멸 가능성은 높아질 수 밖에 없다. 실제 익산 젊음의 거리는 40년 동안 인구가 25% 이상 감소했다. 지방소멸은 더 이상 농촌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방대학을 살리기 위해서는 인재 유출을 막기 위한 일자리가 있어야 한다.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산업을 육성하고, 대학에서는 필요한 인력을 공급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 지역의 인재가 유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전북은 미래먹거리로 수소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이에 발맞춰 대학에서도 수소산업과 관련된 특성화된 교육과정을 개설해 우수한 인재가 지역에 남아 공부하고 일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지방대 특성화 분야 학생에게 장학금을 지원하고, 맞춤형 진로 및 취업 컨설팅을 강화하거나 창업을 도와주는 것도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이다. 복지분야도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분야다. 노인 전용 복합주거단지 구축과 양육 공백이 발생한 가정의 만 12세 이하 아동을 위한 돌봄서비스도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방안이다. 노인 전용 복합주거단지는 24시간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스템으로, 요양보호사를 비롯해 일손이 많이 필요한 분야다. 또한 돌봄서비스가 체계적으로 이뤄진다면 양육환경이 나아져 출산율을 높이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지방대가 노인복지나 돌봄분야 인력을 체계적으로 양성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포스트코로나시대에는 재택근무가 일상화되고 안전한 환경에서의 삶을 선호하게 될 것이다. 교육 인프라가 잘 갖춰진다면 굳이 수도권까지 가지 않을 것이다. 귀농귀촌을 지원하는 시스템도 지방대에서 갖출 필요가 있다. 지역의 다양하고 정확한 정보를 찾고 정착과정을 돕는 인력양성과 교육프로그램 개발도 지방대가 할 수 있는 역할이다. 지방대학이 살아남아 지역에 훌륭한 인력을 공급하기 위한 방법을 서둘러 찾아야 한다. 도의회에서는 지방대가 자구책을 찾아 지역의 인재양성기관으로 역할을 다 할 수 있도록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송지용 전북도의회 의장

  • 오피니언
  • 기고
  • 2021.03.30 18:29

나부터 제로 웨이스트

송태규 원광중 교장 코로나19로 지구가 신음하고 있다. 머지않아 끝날 것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오만하게 인간의 능력을 믿었다. 이를 비웃듯 한번 기울어진 환경은 오히려 우리를 변종 바이러스로 위협하고 있다. 코로나19는 우리가 겪을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은 감염병일 수도 있다. 이 근본 원인은 기후위기에서 비롯됐다. 세계보건기구는 기후위기로 인해 신종 감염병이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라고 했다. 대면 활동을 억제하면서 플라스틱을 비롯한 일회용품 사용이 급증하고 있다. 문제는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일회용품을 재활용하지 않고 묻거나 태운다는 것이다. 이때 이산화탄소와 메탄으로 온실가스가 발생하고 지구 온도가 상승한다. 극지방의 빙하가 녹으면서 수천 년 동안 갇혀 있던 박테리아나 바이러스가 나타나게 될 것이다. 이들이 신종 전염병을 불러올 수 있다. 코로나19 확산을 피한다는 것이 부메랑이 되어 더 큰 재앙을 불러오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해답은 화석연료와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는 것이다. 지난해 10월 학생회 임원을 대상으로 리더십 캠프를 열었다. 학교장과 대화하는 시간이 있었다. 환경의 중요성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 미리 책을 골라 한 권씩 전달했다. 나도 꼼꼼히 자료를 준비했다. 영상 하나가 눈길을 잡았다. 소녀의 절절한 목소리에 마음이 불에 덴 듯 화끈거렸다. 10대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 2019년 9월 23일 UN 기후행동 정상회의에서 이 소녀가 울먹이면서 호소했다. 여러분은 헛된 말로 저의 꿈과 어린 시절을 빼앗았습니다. 여러분이 공기 중에 배출한 수천억 톤의 이산화탄소를 제거할 임무를 우리와 우리 자녀 세대에게 떠넘긴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중략) 어떻게 감히 여러분은 지금까지 살아온 방식을 하나도 바꾸지 않고 몇몇 기술적인 해결책만으로 이 문제를 풀어갈 수 있는 척할 수 있습니까? 우리 세대는 여러분이 배신하고 있다는 걸 알기 시작했습니다. 여러분이 우리를 실망하게 하는 것을 선택한다면, 우리는 절대 용서하지 않을 것입니다. 기성세대에게 보내는 단호한 메시지였다. 이렇게 경고하며 끝을 맺었다. 여러분이 이 책임을 피해서 빠져나가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것입니다. 바로 여기, 바로 지금까지입니다. 더는 참지 않습니다. 2003년 스웨덴에서 출생한 이 작은 소녀의 울림은 절대 작지 않았다. 그는 2018년 8월 스웨덴 의회 건물 앞에서 처음으로 청소년 기후 행동인 기후를 위한 등교 거부에 관한 1인 시위를 시작했고, 2019년 3월에는 전 세계적인 기후 관련 동맹휴학을 이끌었다. 교장으로 부임하면서 선생님들께 종이컵을 사용하지 말자고 했다. 사소한 것부터 내가, 우리가 앞장서자고 했다. 처음에는 불편하다는 볼멘소리가 들렸다. 기분 상하지 않도록 목소리를 낮추고 꾸준히 다가갔다. 며칠 전, 실무사 선생님이 전체 교직원에게 메신저를 보냈다. 환경을 지키는 마음으로 교무실 싱크대에 안 쓰는 컵은 치우고, 오늘부터 종이컵은 비치하지 않겠습니다. 불편하시더라도 개인 컵을 사용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발휘해 주시기 바랍니다. 마스크 쓴 학생을 볼 때마다 미안함을 느끼는 참 고마운 선생님들이다. 코로나19는 자연이 보낸 경고이다. 애써 외면하고 싶지만, 결코 숨을 수도 피할 수도 없는 불편한 진실이다. 늦지 않았다. 이제 실천하는 행동으로 보여주어야 한다. 그레타 툰베리의 경고를 흘려듣는다면 더 혹독한 재앙이 숨통을 조일 것이다. /송태규 원광중 교장

  • 오피니언
  • 기고
  • 2021.03.23 17:45

창조적 파괴와 파괴적 혁신

김재구 전북연구원 연구위원 가까운 미래에 있어 사회적 그리고 경제적 성장을 위해서는 흔히 말하는 혁신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새로운 것이 무조건 혁신이라 할 수는 없으며, 새로움이 시대의 가치와 연결되어 있을 때 비로소 우리는 혁신이라 부를 수 있다. 현대 경영학의 창시자로 불리는 피터 드러커(Peter F. Drucker)는 혁신을 소비자들이 이제껏 느껴온 가치와 만족에 변화를 일으키는 활동으로 정의하였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자원이 가진 잠재력을 바탕으로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하는 것도 혁신이고, 없던 것 혹은 좋지 않은 것에서 가치를 창출하는 것도 혁신이다. 이렇듯 혁신은 넓은 의미에서 가치 창출의 활동을 의미한다 할 수 있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는 가까운 미래에 혁신이라는 기술 변화를 통해 공장과 사무실, 병원, 학교, 집 그리고 모든 사회기반시설에 수십억 개에 달하는 컴퓨터와 센서, 로봇 기술이 투입되는 세상을 만날지도 모른다. 기술의 발달과 변화는 우리가 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해 줄 수도 있지만 동시에 또 다른 문제를 만들기도 한다. 예를 들어 농업의 스마트팜과 제조업의 스마트팩토리와 같은 자동화된 설비는 인간을 노동으로부터의 해방이라는 기대를 높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안정적인 일자리를 빼앗아 갈 것이라는 두려움도 준다. 이처럼 혁신은 파괴와 창조라는 야누스의 얼굴을 가지고 있다. 이를 가리켜 오스트리아 출신의 경제학자이자 정치학자 슘페터(Joseph Schumpeter)는 창조적 파괴로 정의하였다. 슘페터는 새로운 기술을 바로 받아들이는 시장경제의 특성과 그로 인하여 발생하는 낡고 비효율적인 것들을 몰아내는 영향력 모두 시장경제가 가진 빛과 그늘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1차 산업혁명인 이른바 농업혁명이 시작된 이후 새로운 파괴와 창조는 우리의 삶을 계속해서 바꿔왔으며, 이는 창조적 파괴라는 것이 성장을 위해 우리가 늘 경험해 온 일반적인 일이라는 사실을 의미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크리스텐슨(Clayton M. Christensen)이 제안한 파괴적 혁신이라는 용어도 나오고 있다. 창조적 파괴와 파괴적 혁신이 시장경제하에서 가지는 공통점은 기존 기업과 시장을 대체하기 위해 혁신으로 가치를 창출한다는 점이지만, 창조적 파괴가 우월한 기술에 의한 시장 창출을 지향하는 것인 데 비해 파괴적 혁신은 기존 기대와 전혀 다른 기능이나 내용으로 시장 우위를 점하는 것에서 그 추구하는 목적에는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애플은 단순히 아이폰이라는 기술혁신뿐만 아니라, 앱 스토어라는 플랫폼을 통한 새로운 소비패턴을 만들어 기존의 소프트웨어 유통산업 및 셀룰러폰의 퇴장가져왔다는 점에서 창조적 파괴라 할 수 있다. 반면에 스마트폰을 제조원가 수준에 판매하는 전략으로 세계 3위의 휴대전화 업체로 성장한 샤오미와 DVD 대여 업체에서 온라인 기반 스트리밍 콘텐츠 사업으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 넷플릭스 등은 대표적인 파괴적 혁신의 사례라 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혁신을 위한 파괴와 창조의 과정이 비록 오늘날의 새로운 현상은 아닐지라도 시간이 지날수록 더 자주, 그리고 더 빠르게 일어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파괴와 창조에 따른 변화가 누구는 기회로 인식하기도 하지만 누구에게는 크나큰 두려움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혁신에 따른 양극화를 최소화 할 수 있는 사회적 장치가 마련되어야만 한다. 이를 통해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 모두가 행복한 사회가 만들어지길 기대한다. /김재구 전북연구원 연구위원

  • 오피니언
  • 기고
  • 2021.03.16 18:09

“기어코 봄은 오고야 만다”

강동화 전주시의회 의장 매화가 피었다. 별 같은 꽃송이가 멀리서도 선명하고, 달콤한 향내가 바람을 타고 봄이 왔다고 속삭인다. 영원할 것만 같던 겨울도 이렇게 서서히 녹아내리고 있다. 봄볕에. 봄바람에. 봄 노래에. 참으로 길고 힘든 겨울이었다. 지난 석 달 뿐 아니라 작년 한 해가 온통 겨울이었던 것 같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휩쓰는 동안 모두에게 그랬을 것이다. 사회와 경제가 마비되고, 공공시설과 학교는 물론 개인적 접촉도 모두 차단되었다. 가족 간의 만남조차 쉽지 않았던 긴 시간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어코 봄은 오고야 만다. 전 세계 코로나19 백신 접종횟수가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를 넘어섰고, 우리나라 또한 1단계 접종대상자인 요양시설 및 코로나19 관련 병원 종사자를 시작으로 차근차근 접종을 진행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오는 9월까지 전 국민 70%에 대한 1차 접종을 마친 뒤 11월까지는 집단면역을 형성하겠다는 정부의 계획이 어느 정도 실현되리라는 기대다. 그러나 지금 중요한 것은, 끝까지 긴장을 늦추지 않는 일이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고 백신 접종에 따른 코로나19의 종식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자칫 기본적인 방역수칙도 지켜지지 않을 수 있는 상황이다. 최근 우리 지역에서도 PC방과 체육시설을 중심으로 집단감염이 발생해 가슴을 철렁하게 했다. 발 빠른 지자체의 대응으로 더 이상의 집단감염이 이어지지는 않았으나, 마스크 착용, 사회적 거리 두기, 손 위생 등 방역수칙을 준수하며,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통제 가능한 시점이 올 때까지 결코 방심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래도 봄은 온다. 더딜지언정 오고야 만다. 무엇보다 주목할 것은, 이 겨울이 우리에게 많은 흔적을 남겼다는 점이다. 상처의 흔적만은 아니다. 오히려 상처를 극복할 수 있다는 용기의 흔적이다. 우리 시는 코로나19라는 유례없는 재앙 앞에 시민을 먼저 생각하는 과감한 정책 추진으로 전국은 물론 세계적으로 전주라는 지역 가치의 눈도장을 찍었다. 전국에서 가장 먼저 추진하였던 「전주형 재난기본소득」, 임대인과 임차인의 상생을 추구하는「착한임대료운동」,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을 위한 「착한선결제운동」은 막막한 시민들의 마음을 비추는 하나의 등불이었다고 자부한다. 전주시의회 또한「임대료 인하 동참」촉구, 「전주형 재난기본소득」추경예산 증액 의결, 「착한 선결제 운동 선언」등 적극적인 의정추진으로 코로나19 방역과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난제(難題)의 실마리를 풀어왔다. 무엇보다 값진 것은, 가장 어려운 순간에도 더 어려운 사람을 생각하는 사회의 연대의식과 이타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천마스크 기부, 의료진에 대한 응원, 임대인들의 임대료 인하 동참, 선결제를 통한 소상공인 지원 등, 우리 사회가 결코 과학과 산업의 발전으로만 쌓아온 것이 아님을 입증하였다. 우리 시는 천사의 도시답게, 이러한 선행에 너나없이 동참했을뿐더러, 최근 전주사랑상품권의 캐시백 기부,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익명의 기부가 이어지는 등 그 따뜻한 명성에 빛을 더하고 있음이 자랑스럽다. 자연 앞에 어쩌면 우리는 한 포기 풀처럼 연약한 존재일지 모른다. 그러나 중지동천(衆志動天), 많은 사람의 뜻이 모이면 하늘도 움직일 수 있다. 위기를 기회로 삼아, 우리의 잠재력과 연대의 힘을 더 확장시킬 수 있는 봄이 되기를 희망한다. /강동화 전주시의회의장

  • 오피니언
  • 기고
  • 2021.03.09 17:59

위대한 역사는 위대한 길에서 만들어진다

송지용 전라북도의회의장 국토 균형발전의 시금석은 도로와 철도 교통망의 불균형적 개발을 해소하는 것이다. 근대화부터 시작된 지역 간 불균형과 수도권 중심의 개발은 지방의 쇠퇴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경제성 논리만을 앞세운 국가교통망 계획은 불균형적 국토개발정책의 대표적인 사례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지역 균형발전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그 효과는 미미하다. 지역 균형발전 정책의 핵심은 지역 간 균형적인 광역교통망 구축이다. 정부는 올 상반기 중에 국가교통망 건설계획을 담은 제4차 국가철도망 계획과 제2차 국가도로망 종합계획 및 고속도로 건설계획 수립을 추진하고 있다. 필자는 이번 국가계획에 동서 교통망 구축사업을 반드시 포함할 것을 제안한다. 이 사업은 새만금에서 경북 포항을 연결하는 282.8㎞ 구간이며, 3개 구간으로 나눠 추진 중이다. 지난 2004년 포항~대구 구간은 개통됐으며, 새만금~전주 구간은 2018년 착공, 현재 진행 중이다. 하지만 무주~성주~대구를 연결하는 86.1㎞ 구간은 경제성이 낮다는 이유로 사업 추진이 중단된 상태다. 이와 함께 지난 2016년 제1차 국가도로망 종합계획 수립 당시 동서 3축의 전주~무주 구간은 익산~장수, 통영~대전 노선과 중복돼 불합리하게 반영됐다. 현재 수립 중인 제2차 국가도로망 종합계획에 전주~장수~무주 구간을 전주~무주 직격 노선으로 조정이 필요하다. 이 노선은 당초 75㎞로 45분이 소요되지만, 직결노선으로 조정되면 42㎞, 25분으로 33㎞, 20분 단축되는 효과가 있다. 또한 전주~김천간 철도는 전주~진안~무주를 지나 경북 김천을 잇는 길이 101.1㎞의 단선철도로 사업비는 2조3894억 원이 예상된다. 이 구간은 새만금에서 영남권을 연결하는 한국 경제의 중심축이다. 새만금 신항만 건설에 따른 물류 수송 연계 네트워크 및 중부내륙과 남부내륙 철도를 연결하는 십자형 철도망이 구축되면 영호남간 활발한 인적물적 교류 등이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국가교통망 계획에 동서 교통망 구축사업이 반영되어야 하는 이유다. 특히 그동안 막혀있던 동서내륙간 교통망이 구축되면 환서해, 환동해, 국토 전체를 아우르는 글로벌 신경제벨트를 형성하는 효과도 있다. 그런데 전북과 경북 간 연결 교통망 구축은 수도권 및 중부내륙권, 남부 해안권 연결 교통망과 비교해 한참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이로 인해 산업경제, 인구, 국토개발 등 모든 면에서 지역 간 불균형이 더욱 극심해졌다. 이제 정부가 나서 지역균형발전과 국가차원의 신성장 동력 개발을 위해 동서 교통망 구축을 조속히 추진해야 할 때다. 정부가 국토의 불균형 해소와 국가의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전북(전주)-경북(김천)간 철도를 신규사업으로 반영하고, 제2차 국가도로망 종합계획 및 고속도로 건설계획에 전주~무주~성주(경북)~대구금호JCT간 고속도로 건설사업을 신규사업으로 반드시 추진해야 한다. 동서 교통망의 완전 연결은 경제적 논리를 넘어 동서화합의 상징성과 지역 균형발전, 영호남 상생발전을 의미함과 동시에 교통망 구축을 통해 새로운 경제 수요를 창출할 수 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위대한 역사는 위대한 길에서 만들어진다는 말처럼 철도와 고속도로의 조속한 개통으로 동서화합의 대역사를 넘어 국가 전체의 조화롭고 균형 있는 성장을 기대해 본다. /송지용 전라북도의회의장

  • 오피니언
  • 기고
  • 2021.03.02 17:59

공감한다는 것

송태규 원광중 교장 어제 컴퓨터 자료를 정리하는데 눈에 익은 글이 빼꼼히 고개를 내밀었다. 찬찬히 읽다 보니 지난해 일이 떠올랐다. 지금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당시 코로나19라는 뾰족한 통증에 상하지 않은 곳이 한 군데도 없었다. 학교라고 아픔을 피해갈 도리가 없었다. 학생이 없는 개학을 상상하지도 못했으니 말이다. 주인공이 빠진 영화처럼 선생님도 갈피를 잡지 못했다. 학생 얼굴을 못 본 지 한 달이 지나고 두 달을 넘겼다. 직원회의를 앞두고 선생님들께 메신저를 통해 글 한 편을 보냈다. 우리는 여태 한 번도 가지 않은 길에서 기우뚱거리고 있다. 이럴수록 지혜를 모으고 서로 배려하자는 그런 내용이었다. 이 글을 읽은 선생님이 답을 보냈다. 모든 국가의 유기적인 시스템이 마비되고 붕괴하면서 허둥대지 않는 나라가 없습니다. 이런 판국에 학교 현장의 혼선은 어쩌면 당연합니다. 교장 선생님의 고민을 담은 진솔한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함께 힘을 모아 나아가자고 읽었습니다. 단번에 공감해서 읽자마자 교장 선생님도 힘내시라고 얼른 몇 줄 보냅니다. 때로 교장은 학교 안에 떠 있는 고도(孤島)에서 산다. 이따금 의견이 분분한 사안은 교장이 판단하고 결정해야 한다. 교장은 책임질 뿐 불평해서는 안 된다. 답장을 읽는 짧은 순간 눈시울이 노을처럼 벌겠다. 외롭지 않았다. 고마웠다. 이 글을 출력해서 직원회의 시간에 읽었다. 회의를 마치고 선생님이 교장실을 찾았다. 세상에! 제가 쓴 글을 읽으실 줄 상상도 못 했어요. 첫 마디 듣는 순간 얼마나 민망하고 당황스럽던지. 누가 물어보지도 않겠지만 행여 알까 부끄러워 나 아닌 듯, 아무렇지도 않은 듯 표정 관리하느라 혼났어요. 그가 멋쩍게 웃었다. 난 그저 공감하며 고개만 끄덕였다. 그 자리에서 선생님이 들려준 이야기이다. 소설가 이외수 씨는 대상과 하나 되는 가슴으로 글을 쓰고 싶다라면서 세상에서 제일 매운 고추는 마른 고추도, 빻은 고추도, 파란 고추도, 빨간 고추도 아니다. 눈에 들어간 고추다라고. 눈에 들어간 고추라니. 순간 그 아리고 매운 감각이 그대로 느낌으로 전해왔다. 대상과 내가 하나 되면서 나도 모르게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오 헨리의 단편소설 『강도와 신경통』에는 신경통 치료비를 마련하기 위해 도둑질을 하는 강도 이야기가 나온다. 어느 날 그가 들어간 집에서 주인이 신경통을 앓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도둑질은 안 하고, 밤새 주인과 마주 앉아 신경통 치료 이야기만 하다가 새벽에 그 집을 나온다. 이 또한 공감의 문제이다. 서로 고통과 약점을 나눌 때 강도는 어느새 강도가 아니었다. 공감하면 도둑놈도 친구로 변한다는 이야기다. 경제학자이자 사회학자인 제레미 리프킨은 『공감의 시대』에서 말했다. 21세기에 최고의 강자는 공감의 능력을 갖춘 사람이라고. 세상을 사는 데 공감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한 자질임을 강조하고 있다. 알고 보면 그만큼 일상에서 공감 능력을 내면화하기가 어렵다는 말이기도 하다. 이따금 교장실에 찾아와 마음의 상처를 하소연하는 선생님이 있다. 내 한마디에 위로와 희망이라는 새순을 키우고 싶은 것이다. 선생님의 입장으로 다가가 건네는 내 추임새가 그의 마음에 구구절절하게 닿는 것, 이것이 소통이고 공감이다.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이 상식적인 사람이고, 세상을 따뜻하게 만들어나갈 능력 있는 사람이란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송태규 원광중 교장

  • 오피니언
  • 기고
  • 2021.02.23 17:33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