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교육감, 진보 맞아?
#장면 1. 2014년 1월 29일 설 연휴 전 날 오전. 도교육청 정문 앞 광장에서 젊은 남녀 열댓 명이 기운 없이 시위를 하고 있다. 현관문 앞에는 출입 봉쇄를 알리는 붉은 띠가 둘러쳐 있고, 문은 굳게 잠겨 있다. 뒷문 역시 하나만 열어둔 채, 직원들이 지켜 서서 일일이 출입 사유를 검문하며 통제한다. 2시간 후에도 여전히 출입은 통제되고 있다. 앞마당에는, “Wee클래스 전문상담사 및 스포츠 강사, 학교비정규직 대량해고 철회하라”고 쓰인 현수막이 걸려 있다. 정문 옆 한쪽 모퉁이엔 4~5살 먹은 어린아이 둘이 골판지 상자로 차가운 겨울바람막이를 한 채, 쪼그리고 앉아 있다. 하루아침에 길거리에 나앉은 젊은 전문상담사 엄마는 아이 맡겨둘 곳조차 없어 데리고 나와야 했다. 도교육청 정문 이마 간판엔 ‘가고 싶은 학교 행복한 교육공동체’ 슬로건이 선명하다.#장면 2. 2014년 10월 오후 35명 정도밖에 자리가 차지 않아 안쓰러워 보이는 익산교육지원청 대회의실. ‘전라북도 평준화지역 고입제도 개선을 위한 공청회’가 열리고 있다.학교 비정규직 대응 보며 실망많은 이들이 김승환 교육감을 진보교육감이라 부르지만, 지금 필자는 이런 평가에 동의하기 어렵다. 앞의 두 장면이 주요 근거이다. 물론 필자의 관점에서 본 주장이다.첫 장면에선 냉혹하고 비인간적인 ‘갑’의 횡포를 느꼈고, 두 번째 장면에서는 아이들을 삶을 바꾸려는 정책 역량이나 의지가 부족하다 느꼈다. 인간적 측면이나 정책적 측면 모두에서 실망스러웠다.지난해 전북은 스포츠강사와 전문상담사 등 학교비정규직 대량해고 문제로 심한 몸살을 앓았다.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은 이 글의 논점이 아니므로 생략한다.필자의 관심은 수백 젊은이들의 생계가 걸린 중대 사안을 실무 처리하듯 한 교육감의 태도와 추운 겨울날 이들을 거리에 내몬 데 있다. 시위자들이 폭도도 아니고, 바로 얼마 전까지 학교에서 학생들을 돌보며 더불어 생활하던 교육자들인데, 단지 교육감과의 성의 있는 대화를 요구한 힘없는 ‘을’들인데, 출입문까지 봉쇄해가며 현관에조차 들이지 않은 처사는 이해하기 어려웠다. 교육감의 정책을 지지하는 사회단체 집회 때, 200여 명이 넘는 이들이 교육청의 도움을 받으며 현관 안 로비를 점유하던 장면과 확연히 대비되었다.그러나 그보다 더 충격으로 다가온 것은 상담사 엄마가 대동한 어린아이들이 몇 시간 동안 차가운 돌바닥에 은박지 한 장 깔고 노출돼 있는데도 나 몰라라 외면한 행위이다. 이는 변명할 여지없는 명백한 아동 학대이다.인간의 얼굴을 한 진보는, 옳고 그름 이전에 인간의 존엄에 대한 인식이 바탕에 깔려 있어야 하며, 인간을 최우선 가치로 삼아야 한다고 믿는다. 교육감은 그러지 못했다.게다가 교육감은 ‘대량 해고’가 아니라 ‘계약 해지’일 뿐이라고 강변했지만, 그런 주장은 우리 사회의 못된 ‘갑’들이나 되뇌던 초라한 자기 위안의 넋두리일 뿐이다.고입 연합고사 폐지 의지 보여야고교연합고사 폐지, 곧 완전내신제 도입은 공교육 정상화와 창의적 인재 육성을 위한 필수 과제다.서울, 부산, 광주, 대전, 대구 등 광역시는 오래 전 폐지되었고, 2010년 함께 당선된 경기도 김상곤 교육감과 강원도 교육감은 취임 즉시 추진하여 2013학년도부터 폐지한 바 있다. 전북은 2012년 1월, 임기 후인 2015년부터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가 그마저 며칠 만에 검토 운운하며 발 뺀 적 있다. 그랬을 리 없다 믿지만, 학원 눈치를 봤다는 둥, 뒷말이 무성했다.그렇게 아무 조치도 없다가 또 임기 말인 2018년부터 시행하겠다고 얼마 전 공청회를 시작했는데 이처럼 성의 없고 부실하니 의지와 진정성을 의심하는 이 많다. 믿음을 주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