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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맞벌이 여성의 이야기

공무원 교육원에서의 일이다. ‘양성평등과 성주류화’라는 주제로 강의를 맡았다. 통상 양성평등 이야기만 나오면 남성공무원들의 표정이 밝지 않다. 직급과 연령이 높을수록 그 현상은 더 하다. 그들은 성 평등을 한쪽이 더 가지면 나는 그만큼 덜 갖게 되는 제로섬 게임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양성평등은 기존에 가지고 있던 성차별적 고정관념이 바뀌어야 하는 관계로 강의 외에도 동영상과 토론도 많이 활용하는 편이다. 토론과 발표를 하다보면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이해하며 소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성차별 고정관념 바꾸는게 양성평등사실 가부장적 권위주의 사회에서 고도성장을 해오는 과정에서 한국의 남성들도 얼마나 힘들었겠는가? 직장에서는 상사의 눈치를 봐야하고 퇴근 후에는 원치 않더라도 술집과 노래방도 전전하면서 주말과 휴일도 반납하며 일해 왔다. 외벌이 가장으로서의 책임감과 경제적 부담 또한 상당하다. 그래서 한국의 40대 남성 사망률이 세계 1위라 하지 않던가? 주제를 몇 개 만들어 제시하고 토론 및 발표시간을 갖는다. 그런데 어떤 여성공무원이 질문의 취지와 좀 다르게 발표해도 되겠는가 물어왔다. 질문은 “살아오면서 가장을 포기하고 싶을 때가 있었는가? 있다면 어느 때였는가?” 였는데 돌연 그 분은 “엄마이기를 포기하고 싶었던 때가 있었다”며 이야기를 했다. 직장인으로서 자신도 주어진 업무를 감당하기 바쁜데 집에 들어오면 난장판이 되어 있는 집을 청소해야 하고 저녁준비하고 식사 후에는 설거지며 아이들 숙제도 봐줘야 한다. 이런 일들이 다 끝나면 파김치가 된다고 한다. 그동안 남편은 신문보거나 TV 리모컨만 돌리고 있다. 다시 아침이면 식사준비하고 아이들 준비시켜 유치원과 학교에 데려다 주고 출근한다. 그러면서 시집의 온갖 대소사도 챙겨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남자들이 가장으로서 겪는 애환을 발표하리라 생각했다가 뜻 밖에 맞벌이 여성의 이러한 발표를 듣고 모두들 조용해졌다. 어떤 여성은 연신 공감한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으며 또 다른 분은 치열했던 과거 또는 현재가 생각나는지 손으로 눈가를 닦고 있었다. 굳이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하겠는가? 남성들도 이 시대 직장여성의 애환에 대해, 자신들의 아내에 대해 그리고 또 자신을 돌아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통계에 따르면 맞벌이 부부인 경우 여성의 가사노동시간이 남성의 5~6배 이상이나 된다. 게다가 요즈음 아이를 키우는데 들어가는 양육비며 사교육비는 또 얼마인가? 이렇게 살기 싫어 오늘날 많은 젊은 여성들은 과거에 선배들이 했던 인고(忍苦)의 길을 걷고 싶어 하지 않는다. 일하는 女 가사 노동, 男보다 5~6배여성뿐만 아니라 남성도 결혼하지 않고 혼자 여유 있게 즐기며 사는 비혼이 증가하고 있다. 결혼 및 출산 기피현상은 출산율 세계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는 반면 고령화는 세계에서 가장 빨리 진행되고 있는 게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저출산 고령화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어렵게 하며 경쟁력을 떨어뜨린다. 연금은 줄어들고 세금은 더 많이 내야 하는 상황을 가져올 수 있고 그런 조짐은 벌써 나타나고 있다. 암울한 이야기이다. 그러니 우리나라가 글로벌경쟁체제에서 생존하고 노후에 큰 걱정 없이 지내려면 여성의 사회참여를 높이고 출산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범 사회적 노력이 필요하다. 굳이 세계 성 격차지수(GGI)나 성평등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직장인이어서 보람있고 엄마이어서 행복할 수 있는 사회가 좋은 사회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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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2.19 23:02

무지와 편견

심리학의 아버지 프로이드는 행복의 근원을 사랑과 일이라고 했는데, 이처럼 직업을 갖는다는 것은 생존을 위한 필수적 조건으로 일을 한다는 것은 경제적인 측면에서의 생존뿐만 아니라 사회·심리적인 생존에 있어서도 필수적이라 할 수 있다. 어쩌면 우리들은 살아가는 동안 자신에게 맞는 일자리를 찾기 위해 분주한 나날들을 보내고 있는 것 같다. 정년퇴직 후 경제적 안정을 보장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할 일을 찾고 있는 많은 노년기 사람들의 현주소를 통해 일은 세상과의 소통, 존재감의 확인인 것 같다. 장애인 실업률, 비장애인의 3배 이상날로 발전해가는 듯이 보이는 우리나라의 경제상황에 비해 많은 사람들이 실업문제로 고통받고 있으며, 더욱이 청년 실업문제는 출산률 저하에 영향을 주고 있다. 오랜 시간 직업을 찾기 위해 공부하지만 졸업 후 일자리를 찾지 못할까 불안해하는 대학생들은 졸업을 미루면서까지 취업을 위한 공부를 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결혼시기에 영향을 주며, 결국 우리사회는 저출산문제로 인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처럼 우리사회에서는 다양한 형태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이들이 있고 이는 또 다른 사회문제를 양산하고 있다. 이토록 어려운 취업현장에서 누구보다도 더 고통받고 있는 이들이 있다. 우리나라 장애인 중 실업률은 비장애인 실업률의 3배 이상이며, 이들의 취업분야는 단순노무 등에 편중되어 있으며, 취업한 장애인의 월평균 소득도 매우 낮은데, 최근 보도에 의하면, 중증장애인생산시설 고용 장애인의 평균인금이 최저임금의 4분의 1 정도인 27만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 우리사회에서 장애인이 직업을 통한 경제적 자립은 매우 어려운 현실이다. 세계적으로 볼 때 장애 발생 원인이 질병과 사고 등으로 인한 후천적 원인(95%)이라는 점은 장애로 인해 겪는 고통이 결코 남의 일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고통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미 장애인복지 선진국이라 할 수 있는 호주, 미국 등은 전 인구의 20% 이상이 장애인인데, 이들 국가의 장애인 출현률은 그 나라 사회전반의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보여주고 있다. 왜냐하면, 이들 나라는 에이즈 환자, 암 환자 등도 장애인으로 포함되는 등 장애인 범주가 넓다는 것인데, 한 나라의 장애인 범주는 그 나라의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장애인 복지수준을 대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나라는 장애인 고용에 대해서도 적극적인데, 이들 국가에서는 장애인에게 있어서 경제활동은 장애인의 사회통합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볼 때 사회적 부담을 경감시킨다는 점에서 경제적이며, 생산적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 장애에 대한 편견은 무지에서 나와그러나 아직도 우리사회에서는 장애인이 가치있는 근로자로서 대우 받지 못하고 있으며, 한 개인으로서 건강하고 문화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는 장애에 대한 잘못된 인식 즉, 편견에 의해서 발생되며, 편견은 무지에 의해서 시작된다고 볼 수 있다. 대부분의 장애인이 후천적 장애이며, 나이가 들어가면서 장애발생률이 높아진다는 통계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우리사회의 장애에 대한 올바른 이해는 장애인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가져올 것이며, 나아가 우리 사회가 추구하는 사회통합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즉, 장애는 결코 개인적 문제가 아니라 개인의 신체적 손상에 대해 사회가 적절한 지원을 하지 못함으로 인해서 발생되는 차별이라는 인식의 전환은 또 다른 사회문제를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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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2.12 23:02

'수신료 현실화' 어법과 건강한 공영방송

요즘 KBS 프로그램을 시청하다보면 자주 접하는 문구가 있다. ‘수신료 현실화, 건강한 공영방송의 시작입니다’와 ‘이 프로그램은 여러분의 소중한 수신료로 제작 되었습니다’라는 것. 이를 다른 말로 하면, 공영방송 KBS는 국민들의 수신료를 통해 운영되니 수신료를 인상해 달라는 것이다. 간단히 말해 수신료 올려달라는 것인데, KBS는 이를 왜 ‘수신료 현실화’라는 말로 포장하고 있는 것일까? '인상'을 '현실화'로 포장이를 해독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점을 살펴보아야 한다. 하나는 국내 공영방송의 수신료가 현실적으로 낮게 책정되어 있다는 것이다. 공영방송인 KBS의 주 재원이 수신료이고, 물가상승, 경제성장 등의 상황을 고려할 때 수신료 인상이 필요하다는 논리이다. 실제 국내 수신료는 1981년에 2,500원으로 책정된 후 지금까지 변화 없이 고정되어 있다. 또 다른 하나는 수신료는 TV 수상기를 보유한 가구는 의무적으로 납부해야 하는 준조세라는 점이다. 과거에는 각 가정을 방문하여 수신료를 징수하였지만, 1994년부터 징수업무를 한전에 위탁해 전기세에 포함 납부토록 하고 있다. 때문에 수신료 인상은 결국 국민들의 호주머니에서 나오는 지출을 증가시키는 것이다. 경제가 어렵다고 여기저기서 아우성인 상황에서 준조세의 인상을 반기는 국민이 누가 있을까. 때문에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지혜를 발휘하여 ‘수신료 인상’이 ‘수신료 현실화’라는 말로 포장되어 있는 것이다.하지만 ‘수신료 현실화’ 어법에서는 정작 중요하게 고려해야 될 본질적인 요소가 빠져있다. 바로 ‘공영방송’의 가치이다. 공영방송은 독립성과 공정성이 생명이다. 그러기에 공영방송의 재원으로 수신료를 납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작금의 KBS를 보면 공영방송으로서의 존재감이 드러나지 않는다. MB정부 시절 진행된 방송장악의 결과로 국정홍보 방송으로 전락되어 있고. 많은 국민들이 공영방송 KBS를 외면하고 있다. 수신료가 준조세인 만큼 인상을 위해서는 KBS 이사회 심의, 방송통신위원회 검토, 국회 승인의 절차가 필요하다. 현재는 기존 2,500원에서 4,000원으로 인상한다는 안이 방송통신위원회에 넘어가 있는 상황이다. KBS 이사회의 야당 추천 이사들의 불참 속에서 여당 추천 이사들만의 일방적 의결로 통과된 안이 방송통신위원회의 검토를 기다리고 있다. 정부여당 측 위원이 우세인 방송통신위원회, 여당이 다수 의석을 확보한 국회의 논의 절차가 남아 있는 것이다. 소통보다는 힘의 논리가 우선시되는 현재의 한국 사회에서 수신료 인상안을 밀어붙일 수 있는 구조이다. 그러나 공영방송에 대한 현재적 실망과 원칙적 기대가 공존하는 상황에서 밀어붙이기식 힘의 논리는 국민적 저항을 초래 할 수 있다. 벌써부터 KBS 수신료 인상 반대 및 납부거부 서명운동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먼저 독립성·공정성 확보해야결국 수신료 인상 논의에서 우선시 되어야 할 것은 공영방송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확보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정권의 입맛에 따른 낙하산 인사를 방지하는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공정한 저널리즘의 실현 방안 등에 대한 대책이 먼저 제시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수신료 현실화’가 포장이 아닌 진정성을 갖는 어법이 될 것이고, 국민들도 기꺼이 지갑을 열 것이다. 수신료 현실화가 건강한 공영방송의 시작이 아니라, 건강한 공영방송 대책 마련이 수신료 현실화의 시작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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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2.05 23:02

당신의 아이 믿고 맡기시나요?

작년에 유독 보육교사의 원아 폭행과 관련한 기사가 많이 보도됐다. 화면 속에 보이는 유아의 적나라한 몸의 멍 자국과 상처들, 보육교사의 무지막지한 행동들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분노를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어찌 보면 뉴스에 보도되는 사건들은 정말 소수의 자질 없는 교사들의 개인적인 문제로 볼 수도 있겠지만 그러기에는 너무나 자주 그리고 점점 증가되고 있다는 점에서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어린이집 아동학대 신고건수가 최근 5년간 연평균 104건에 달하는 실정이다. 이런 뉴스를 볼 때마다 워킹 맘으로서 또 예비 유아교사를 양성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보육교사 처우·근로환경 열악2013년 집계에 따르면 어린이집은 4만2527개로 148만7000명 규모다. 또한 유치원은 총 8538개로 61만4000명의 유아들이 다니고 있다. 이와 같이 총 210만 1000여명의 영유아들이 하루에 많은 시간을 기관에서 교사들과 함께 보내고 있다. 인생에 있어 가장 결정적이고 중요한 시기의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유아 교사들의 역할은 우리의 미래를 책임지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렇게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유아 교사들이 여러 가지 문제로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많이 안타깝다.지난해 어느 광역시에서 어린이집 148개소를 대상으로 사업장 감독을 실시한 결과 어린이집 보육교사들이 장시간의 근로와 저임금, 출산휴가 미부여 등 열악한 근로환경에서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결과가 의미 있는 점은 조사 대상 지역이 지난해 어린이집 아동 학대 사건으로 뉴스에 가장 많이 보도된 지역이라는 것이다. 즉 최근 급증하고 있는 보육교사 아동학대 사건들에 대해 개인적인 문제로 다루고 처벌만 강화하기 보다는 사회적 시스템의 개선과 사람들의 인식 개선이 절대 필요한 부분이다. 교사들의 처우를 개선하고 그들을 대하는 부모의 인식전환이 필요하며 정부차원에서 적극적인 시스템 개선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 유아교사는 뒤통수에도 눈이 달려 있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정신없이 하루를 바쁘게 지낸다. 교육부에서 지난해 11월 만 3~5세 누리과정 수업시간을 5시간(60분 기준)으로 단일화하는 지침을 내려 최근 전국 유치원 교사들의 집회가 계속되고 있다. 유아 발달을 반영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방과 후 전담교사를 확보하지 못해 다음 수업준비 및 행정업무 처리 등의 시간이 없어 결국엔 아이들의 교육활동에 전념하지 못하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인권위에서 지난해 보육교사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결과에서도 보육교사들이 장시간 근무, 휴식 또는 휴가의 제한적 사용, 높은 강도의 업무 등에 시달리는 것으로 파악됐다. 유아 교사들에게 사명감과 책임감만으로 이 모든 것을 감수하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본다. 정부차원 적극적인 지원 필요영유아 부모들이 진정으로 바라는 것은 공짜 보육이 아니라 질 높은 보육이라고 입을 모은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뛰어 넘을 수 없다는 점을 다시 한 번 생각하면서 유아 교사의 질을 높이기 위한 우리 사회의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오늘도 유아교육 현장에서 사명감을 가지고 영유아들을 위해 정말 애쓰고 있는 교사들의 노력과 헌신에 진실한 칭찬을 보내고, 아울러 교사들 자신도 교사로서의 사명감과 책임감, 그리고 전문성 등에 대해 스스로 물어볼 기회를 갖길 바란다.△이정미 교수는 한국교원대에서 교육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전북고용포럼 운영위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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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1.29 23:02

성 평등으로 모두가 행복하기를

여풍(女風)의 시대가 열렸다고 하나 청년 취업난이 가중되는 가운데 대학을 졸업한 여학생들의 취업은 여전히 불리하다. 기업의 남성중심적 관행으로 여학생들은 남학생들 보다 취업준비활동과 스펙을 더 많이 쌓더라도 불리하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리나라가 많은 분야에서 선진국 수준에 진입했고 여학생의 대학진학률이 남학생을 추월해 OECD 최고 수준인데도 여성의 경제활동참여율은 최하위이다. 아직도 뿌리깊은 성차별과 도처에 산재해 있는 유리천장을 부정할 수 없는 현실에 여대생들이 맛보았을 좌절과 상실감에 안타까움을 느낀다.가정·직장 내 여성 차별 여전맞벌이부부인 경우 여성의 가사노동시간이 남성의 5~6배 이상이나 되며 직장에서는 임금, 보직 등에서의 성차별이 존재한다. 이런 저런 이유로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며 싱글의 여유로움을 즐기는 젊은이들이 증가하고 있다. 고령화는 세계에서 가장 빨리 진행되는 반면 출산율은 세계 최하위인 우리의 현실은 미래를 어둡게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글로벌경쟁 체제에서 생존하려면 여성인적자원을 지금보다 더 잘 활용하고 여성들이 직장이나 사회에서 차별받지 않고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고 돕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최근 정부나 지자체에서도 출산지원이나 육아휴직 확대 및 수당 제공, 보육시설 확충 등으로 이전 보다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이러한 경제적 지원만으로는 부족하다. 총체적으로 사회의식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1995년 북경에서 개최된 유엔 제4차 세계여성대회에서 각 국이 성 주류화(여성문제가 정책의 주류로 통합되는 것을 의미함)를 행동강령으로 채택한 이후 우리정부도 여성의 사회참여 확대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러나 사회의 다른 부문의 발전과는 달리 양성평등은 더디기만 하다. 세계경제포럼(WEF)에서 발표하는 2013년 세계 성 격차보고서에서 여성지위와 관련한 성 격차지수(GGI)는 세계 최하위 수준이다(136개국 중 111위). 아무리 우수한 경제적 성과가 있다 하더라도 우리나라가 과연 선진국이라 할 수 있는지 자문하게 된다.정부는 성평등 실현을 위해 작년부터 성별영향분석평가 및 성인지예산제도를 전국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지면관계상 이의 사례를 몇 가지만 보면, 고속도로 등 공중 화장실의 여성변기 개수 확충, 여군체형을 반영한 군복 및 전투화 보급 등으로 활동성 및 전투력 향상, 남성화장실의 아기 기저귀대 설치, 골목길 가로등을 밝게 하고 공원의 CCTV 설치 등을 통해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를 사전에 예방하기 등은 여성의 생물학적, 사회적 특성을 반영한 정책이다. 한편 성 고정관념으로 남성에게 차별적이었던 제도도 성별영향분석평가를 통해 개선되고 있다. 기존에 외모에 뚜렷한 흉터가 남은 경우 여성에게 더 많은 보험금이 지급되도록 한 것을(남성12급 600만원, 여성7급 2400만원) 여성의 외모를 강조하는 성차별적 조항으로 보아 성별 불문하고 동일상해에 대해서는 동일하게 보험금을 적용(남녀 불문 2400만원)하게 한 것 등이다. 이렇게 복지, 보건, 일반행정, 농어업, 교육, 문화, 국방 등 전분야로 범위를 확산시켜 성 평등한 관점에서 정책이 분석·평가되고 이의 실행을 위하여 예산이 뒷받침되도록 하고 있다.남녀평등 관점서 정책·예산 집행을새해에는 정치·경제·사회 각 부문의 여성참여를 더욱 확대하고 성평등한 사회에서 국민의 삶의 질과 만족도를 높여 모두가 행복한 사회가 되기를 소망한다.△김경주 교수는 이화여대 대학원 행정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전북도출연기관경영평가위원, 전북도재정평가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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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1.22 23:02

방송 장악 2.0

지난해 말 유튜브에 올라온 ‘독재 1.9’라는 다큐 동영상이 해가 바뀌고서도 여전히 세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26분짜리 이 다큐는 18대 대선에서 행해진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과 이에 대한 진실 은폐 문제를 화두로 삼아 한국 민주주의의 위기를 묻고 있다. 폭압성이 선명히 드러나는 독재 보다 훨씬 진화되고 공고화된 형태를 ‘독재 2.0’이라 부를 수 있지만, 아직은 완성되지 않았기에 1.9 형태라는 사회적 진단도 담고 있다. 마지막 남은 0.1은 한편으로는 불안이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희망이기도 할 것이다. 유사보도 실태조사 발표는 엄포‘독재 1.9’의 소재를 ‘방송’으로 바꾸어도 동일한 맥락의 다큐가 완성된다. 제목을 차용하자면 ‘방송장악 1.9’라고나 할까. 혹자는 방송이 보수 정권과 보수 진영에 의해 이미 완전히 장악된 상황이기에 ‘방송장악 2.0’이 완성된 것 아니냐고 반문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최근 방송통신위원회와 방송심의위원회의 행보를 보면 아직은 방송장악 1.9 상태가 맞는 듯 하다. 보수 진영이 보기에는 완전한 방송장악을 위해 더 손보아야 할 0.1이 여전히 남아 있는 것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12월 30일 ‘유사보도 실태조사 결과 발표’라는 보도 자료를 배포했다. 내용은 다수의 전문편성 방송사업자가 전문분야 이외에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을 다룬 프로그램을 편성 및 보도하고 있는데, 방송법 시행령(50조)에 따라 보도 전문편성 방송사업자 외에는 보도를 할 수 없으므로 관련 법규를 지켜달라는 요구이다. 그리고 CBS를 비롯한 종교방송과 교통방송, 전문편성 채널, 케이블방송의 지역채널 들의 유사보도 프로그램 목록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들 프로그램은 대부분 사회적 이슈를 다루는 시사 프로그램들이거나 지역 소식 프로그램들이다. 결국 방송통신위원회의 요구는 겉으로는 법규를 지키라는 것이지만, 실질적으로는 ‘그 입 다물라’는 엄포인 것이다.그리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는 지난 9일 ‘헌법의 민주적 기본질서’ 조항을 신설하는 것을 토대로 하는 방송심의 규정을 개정했다. 이 조항은 ‘방송은 헌법의 민주적 기본질서를 해치는 내용을 방송하여서는 아니 된다’와 ‘방송은 남북한 간의 평화적 통일과 적법한 교류를 저해하는 내용을 방송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어찌보면 너무나 지당한 내용이다. 하지만 이 조항은 반대의견을 내 야당 측 방송통신심의위원들의 주장처럼 자의적 해석에 의해 악용될 소지를 충분히 안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6:3(정부여당 추천 6명, 야당 추천 3명)으로 기울어진 심의위원의 구성과 다수결 의결 구조, 그리고 모호한 심의규정 속에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행보는 표적심의, 정치심의, 편파심의, 자판기심의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여기에 해석하는 사람의 입맛에 따라 얼마든지 편의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민주적 기본질서 조항의 신설은 기울어진 운동장 구조를 더욱 기울게 하는 것이다. 심의규정 개정도 언론 길들이기그러기에 언론단체들은 이번 심의규정 개정이 ‘공안통치를 위한 언론 길들이기’, ‘국가보안법의 방송심의 버전’이라고 주장하며 이의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결국 방송통신위원회의 심의규정 개정 역시 ‘그 입 다물라’는 또 다른 엄포인 것이다. 한편으로는 방송장악 완성을 위해 남은 0.1은 우리가 함으로써 공적을 치하 받아야 한다는 강박관념도 엿보이는 것 같아 더욱 씁쓸하다. △김은규 교수는 중앙대에서 언론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민주언론시민연합 편집위원장·전주시민미디어센터 운영위원장 등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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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1.15 23:02

나눔

해마다 연말연시가 되면 ‘구세군 자선냄비’ 종소리가 울리고 있다. 이 종소리는 듣는 사람에 따라 다른 느낌으로 들릴 것 같다. 연말연시를 알리는 종소리, 크리스마스를 알리는 종소리, 나눔에 동참해달라는 요청의 종소리로.날씨가 추워질수록 늘어나는 연료비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저소득계층들이 늘어나고 있다. 올해 겨울은 예년에 비해 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어 이들에게는 올겨울을 나기가 더 힘든 것 같다. 공공 복지 불완전, 민간서 채워우리나라의 경제발전 속도는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볼 수 없었던 고속성장을 해왔다. 이런 발전은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국민성에서도 비롯된 것이 아닐까 싶다. ‘빨리빨리’를 외치는 국민성과 어려운 시기가 닥쳐오면 한마음으로 뭉치는 공동체 의식도 그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빠르게 성장해온 경제상황 만큼 사회복지제도도 복지선진국을 모방하여 빠르게 변화되어왔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여전히 사회안전망 사각지대는 존재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나라만의 현상이라고 볼 수는 없다. 인간이 만든 제도는 완벽하지 않기 때문인지? 국가는 부자지만 빈곤하게 살아가는 선진국의 노숙자들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기에, 세계 어느 나라에도 완벽한 사회복지제도는 없는 것 같다. 완벽하지 못한 사회복지제도 즉, 공공부분의 불완전성을 보충해주는 역할이 민간부분의 복지행위일 것이다.따라서 민간부분의 자발적인 복지행위는 제도적 사회복지의 모순을 보완할 뿐만 아니라 우리사회 공동체가 인정하는 나눔의 대상과 나눔의 영역, 나눔의 수준 등에서 합의를 가져와 궁극적으로 공공부분의 사회복지를 변화시킬 수 있는 촉매가 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우리들의 작은 기부, 나눔의 행위는 공공부분 사회복지를 변화시킬 수 있는 첫걸음이라고 단언한다. 연말연시 얼굴 없는 천사들의 아름다운 기부들에 대해서 그들은 누구일까? 라는 궁금증을 자아내게 하고 있다. 분명한 것은 그들은‘천사들이다’는 것이다. 천사들의 행위를 통해 도움을 받는 이들도 있지만, 천사들의 행위를 모방하고 싶은 욕구도 생기게 하는 것 같다. 누구나 한번쯤 천사가 되고 싶었던 열망을 가졌던 기억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이유로 얼굴 없는 천사들의 나눔 행위는 나눔에 대해 좀 무관심한 사람들에게 많은 자극이 될 것 같다. 우리들은 그들의 행위로 인해 오랫동안 마음속에 잠재되어 있던 천사들로의 변신에 대한 열망이 꿈틀거리는 것을 느끼고 있다. 그래서 그들은 진정한 천사인 것 같다. 누구나 이웃 도울 수 있어최근 기부문화 조성에 있어서 노블리스 오블리제 실천을 강조하고 있다. 노블리스 오블리제가 중요한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자신의 생계도 힘든 상황에 있지만 자신보다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돕는 기부자들도 있다. 이처럼 나눔은 특별한 사람만이 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할 수 있는 이웃에 대한 관심을 보여주는 행위이다. 특히 민간차원의 나눔 행위는 기부자에게 직접적인 행복감을 줄 뿐만 아니라 그 혜택을 받는 사람들에게도 공공차원의 지원보다 이웃사랑이 직접적으로 전달되는 느낌을 준다. 나눔은 ‘주는 사람 받는 사람’모두에게 정신적 풍요를 줄뿐만 아니라 아름다운 행위를 대물림하게 하는 좋은 교육적 본보기가 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나눔에 동참하는 용기인 것 같다. 주저하지 말고 나눔의 행위에 동참하면 될 것 같다. 작은 촛불이 모여 우리사회 전체를 환하게 비추게 될 그날을 위해.△남연희 교수는 대구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한국복지행정학회 부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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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1.08 23:02

훈습

훈습(薰習, working through)의 일반적 의미는 열심히 노력하여 숙달되는 것을 말하지만 원뜻은 이와 좀 다르다. 앞에 훈자가 향풀·향기 훈자이기 때문에 좋은 향을 배게 하면 그 향기가 풍기게 되는 것처럼 신체와 언어, 마음으로 노력하면 그것이 마음에 잔류하게 됨을 말한다. 인내하고 참을 수 있는 능력 필요여기에는 두 가지 뜻이 함축되어 있다.첫째는 외훈습으로 생선가게에서 일하는 사람과 꽃가게에서 일하는 사람에게서 나는 냄새가 다르듯이 우리가 어떤 곳에 처하고 어떤 사람들과 어울리며 어떤 환경에 머무르느냐에 따라 우리 성품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으로 환경적 요인의 중요성을 내포하고 있다. 런던 택시 기사들의 뇌를 찍어보면 공간기억력을 담당하는 해마가 일반인보다 크다고 한다. 좁고 복잡한 길을 계속 다니다 보니 훈련의 결과로 해마가 커진 것으로 해석되어지는 유명한 연구 결과이다.산삼이나 인삼이나 원래의 종자는 같으나 자라는 환경의 영향 차이로 효능이나 가격이 큰 차이가 나게 되는 것이다. 두 번째는 내훈습으로 환경이 어떻든지 간에 자신의 마음을 잘 갈고 닦으면 내부에서부터 향이 우러나올 수 있다는 뜻으로 이것이 훈습의 본래 의미일 것이다. 정신분석에서의 훈습의 의미는 어떤 내용이 완전히 자신의 자아에 통합될 때까지 반복적으로, 점진적으로 그리고 정교하게 탐색을 하는 과정을 가리킨다. 과거의 중요 인물과의 갈등의 문제를 현재 문제의 원인으로 보는 점이 강조된다는 것 외에 정신내면적 인식과 깨달음을 중시한다는 점에서는 내훈습과 본질적은 뜻은 동일하다. 내가 오늘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말을 하느냐에 따라 10년 뒤의 내 모습이 결정된다는 마음으로 사는 것이 내훈습을 실행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참살이 모습일 것이다. 성공적인 내훈습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인내하고 참을 수 있는 능력이다. 요즘 세상은 손바닥 안에 있는 스마트 폰을 클릭만하면 모든 것이 해결되기 때문에 사람들이 참을 줄을 모른다. 매경한고발청향이란 말처럼 어려움을 이겨내는 정신적 가치가 더욱 존중되고 발굴되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고 사람을 평가할 때 그 사람에게서 나는 향수가 아니라 태도, 말투, 표정 등을 통하여 느낄 수 있는 내향을 볼 수 있으면 좋겠다. 호흡 길게 하고 내년 준비해야벌써 한해도 얼마 남지 않았다. 열심히 살겠다고 새해마다 결심을 하지만 연말이 되면 항상 아쉬움과 후회가 남고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내가 무심코 한 말에 다른 사람이 상처는 받지 않았을까? 나는 다른 사람에게 어떤 도움과 희망을 주었는가? 나 자신에게 정직하고 최선을 다하였는가?”를 되돌아본다. 또한 “내년에는 무엇을 바라고 희망하고 싶은가? 어떤 삶이 되고 싶은가?”를 잠시 생각해본다. 훈습이란 한 번에 이루어지는 기록이 아니라 끊임없이 진행되는 과정이기 때문에 호흡을 길게 하고 내년을 또 준비하여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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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12.25 23:02

학교는 배움의 생태계

요즘 학교가 참으로 어려운 시기를 맞고 있다. 학부모의 교육관과 가치의 다양화, 성장세대의 변화하는 인권의식, 이를 미처 뒤따라가지 못하는 교직문화 사이에 존재하는 괴리감으로 인해 다양한 갈등상황들이 발생하고 있다.특히 학교문화의 급속한 변화 속에서 교사와 학생 사이에 촉발된 문제가 급기야 교사와 학부모와의 갈등을 뛰어넘어 학교구성원 전체의 문제로 확산되는 사례가 발생하지 않을까 우려되기도 한다. 안타까운 점은 학교에서 이러한 갈등사례가 발생할 경우 학교단위 구성원 간에 적절한 대처와 문제해결을 위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학교의 적절한 위기대응시스템이 부재한 가운데 섣부른 판단과 접근으로 오히려 사태가 악화되어 문제해결을 더욱 어렵게 만들곤 한다는 점이다. 학내 갈등 대처 시스템 미흡물론 학교갈등 상황을 조정하기 위한 법적인 장치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전라북도 학교교육분쟁조정위원회 설치·운영에 관한 조례가 바로 그것이다. 학교교육분쟁조정위원회는 고등학교 이하의 각급 학교에서 학생생활지도 등 교육활동과 관련하여 교원과 학부모간에 발생한 분쟁사안을 심의·조정·권고하는 역할을 담당하게 되어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위원회의 운영이 지극히 형식적이고 유명무실하다는 것이다. 심지어 교사들의 경우 설치 여부를 모르고 있거나, 학부모에 대한 홍보 역시 부실한 실정이다. 과연 올 한 해 동안 도내 각급 학교에서 발생한 다양한 갈등 상황이 학교교육분쟁조정위원회를 통해서 해결된 사례가 있었는지도 의심스러울 따름이다.또한 학교장은 학내 분쟁상황이 발생할 경우 사안의 경중에 비춰 이를 공론화하고, 적극적인 해결의지를 갖기 보다는 사건의 확대만을 우려해 조용히 해결되기만을 바라는 소극적인 조직 경영 자세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아직도 있다는 것이다. 위기관리자로서 학교장이 구성원들을 설득할 수 있는 능력과 함께 서로 다른 의견을 조정할 수 있는 협상 능력을 발휘하는 등의 교육갈등 중재자로서의 역할이 아쉽다는 것이다. 학교는 다양한 구성체가 함께 살아 숨 쉬는 배움의 생태계이다. 때론 생태계의 질서가 파괴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이런 경우 먼저 스스로의 자정과 정화 노력이 선도되어야 한다. 물론 자정능력이 한계에 도달했다고 판단될 경우 긴급한 외과적 처방을 통한 문제해결도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섣부른 외부의 힘에 의한 해결은 학교생태계에 존재하는 많은 구성원들에게 깊은 생채기만을 남길 수도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때론 조금 더디더라도 학교 스스로의 치유력과 복원력을 위해 서로 간에 인내의 시간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힘으로 해결하기보다 자정 노력 필요어느 조직을 막론하고 갈등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갈등을 불필요하거나 불온시 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건강한 갈등은 불합리나 비이성, 모순을 제거하거나 해소하면서 한 차원 더 인간적인 사회로 만들어가는 원동력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갈등의 지속은 공동체의 분열과 구성원간의 불신으로 이어지기 쉽다. 학교구성원 서로의 상황을 이해할 수 있는 상호 공동 연수나 교원들의 인권감수성 향상 연수가 지속되어야 하며, 교육청 단위에서는 교육갈등 중재 전문가의 양성도 필요하다. 학교단위의 갈등을 조정하고 중재하며, 협상을 통한 원만한 문제해결이라는 프로세스 마련이 우리의 시급한 과제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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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12.18 23:02

전북 음식문화 콘셉트와 콘텐츠 발굴

전북 음식문화를 주제로 기고하면서 우리의 음식문화에 대해 다양한 측면에서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였다고 생각한다. 특히 우리 음식문화의 장점은 물론 발전해야 할 부분은 무엇인지, 그리고 함께 노력해야 할 부분은 무엇인지 생각하면서 한 가지 중요한 포인트를 놓치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하게 됐다. 바로 음식문화 콘셉트와 콘텐츠의 발굴이다. 문화 콘텐츠란 공감할 수 있는 문화적 요소를 발굴해 의미를 부여한 후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하는 창조의 과정이다. 이를 음식문화에 활용해 다양한 가치를 발굴하고 활용함으로써 전북의 식문화 발전과 함께 경제의 성장 동력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맛의 고장 명성 살려 고부가가치 기대음식문화 콘텐츠의 한 예로 한식 한상차림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한정식 집에서 한식 한상차림을 먹는다고 가정해 보면 하나는 우리가 흔히 접하는 한식 한상차림이고, 다른 하나는 춘향가의 월매가 사위 이몽룡을 위해 차린 한상차림을 재현한 것으로 전북의 대표 로컬푸드를 식재료로 활용하고 국제한식조리학교 한식교수인 최영호 조리기능장이 손수 조리한 음식을 전북무형문화제 43호 이종덕 방짜유기장이 만든 그릇에 담아 한상을 차린 후 춘향가 한 대목을 들으며 먹을 수 있다면 어떤 한상차림을 선택할 것인가 생각해 볼 수 있다. 같은 가격이라면 대부분은 춘향가 한상차림을 선택할 것이며 가격이 조금 더 비싸더라도 아마 그럴 것이다. 즉 음식의 맛도 중요하지만 음식에 스토리를 담을 수 있는 문화 콘텐츠 역시 중요하며, 이러한 문화 콘텐츠 개발을 위한 문화 콘셉트 역시 중요하다. 전북은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가지고 있다. 음식문화뿐 아니라 한지, 한옥, 한소리(판소리) 등 다양한 한(韓)스타일적 요소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맛의 고장이라는 명성을 가지고 있다. 전북의 이러한 문화적 요소를 공감할 수 있는 문화 콘셉트 설정하고 이를 음식문화 콘텐츠로 만든다면 외식산업뿐 아니라 문화관광산업 등 다양한 고부가가치 산업 육성의 든든한 토대가 될 것이라 확신한다. 필자가 학교장을 맡고 있는 국제한식조리학교 역시 전북의 식문화 발전과 음식문화 콘텐츠 개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전라북도청의 후원으로 개최한 미식행사인 전북 고메(Jeonbuk Gourmet)에서는 다양한 식문화에 기반을 둔 유명 셰프들을 초청해 전북의 로컬푸드를 새롭게 재해석한 메뉴를 선보였으며 이들의 조리철학과 스토리를 직접 나눌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전북의 식문화에 다시 한 번 주목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또한 외교부와 전라북도가 주최하고 학교에서 결승전을 치른 K-FOOD WORLD FESTIVAL의 콘셉트를 전북 로컬푸드를 활용한 한식 한상차림으로 정함으로써 세계 10개국에서 선발된 외국인들에게 전북의 식재료를 널리 알릴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었다. 그리고 위에서 언급한 춘향가 한상차림 역시 전주세계소리축제 때 학교에서 춘향가와 흥부가의 한상차림을 직접 재현해 한국소리 문화의 전당에서 전시했는데 한국의 소리와 음식문화의 결합이라는 문화 콘셉트를 설정하고, 판소리 한상차림이라는 음식문화 콘텐츠를 개발함으로써 관람객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한국 식문화 발전 기회로 삼아야전북은 맛의 고장이다. 그리고 가장 한국적인 요소들을 많이 가지고 있다. 이러한 문화적 요소들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 문화 콘셉트 설정과 이를 실현할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만든다면, 전북의 식문화 발전뿐 아니라 한국의 식문화를 더욱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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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12.11 23:02

건강한 한 해로 잘 마무리 합시다

한해를 마무리하는 12월이다. 세월은 흐르고 흘러도 그 안에 1년이라는 마디를 두어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고 새로운 마음가짐을 갖게 하니 항상 감사하며 살아야 할 일이다. 이때쯤 되면 사회생활의 정도에 따라 다양한 송년회 모임이 만들어진다. 이미 11월부터 시작한 분들도 많았으리라 생각한다. 한해를 보내느라 온 몸과 마음이 다 힘들어 있는데 송년모임까지 남아 있으니 건강을 챙기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다 보면 의외로 많은 분들에게 피로 누적이라는 가벼운 상태부터 쌓인 피로가 더욱 가중된 만성화는 심각한 질병과 합병증의 원인을 제공하기도 한다. 만성 피로 증후군 방치해선 안 돼‘만성 피로 증후군’, 참 쉽지 않은 질환이다. 많은 환자분들이 만성피로로 고생하면서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 질 것이라는 믿음 하나로 굳건하게 버티기를 한다. 만성피로는 고혈압이나 당뇨처럼 검사수치를 통해 진단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개인에 따라 매우 주관적이어서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한의학에서 만성피로는 ‘허로(虛勞)’라고 한다. 허로는 피부, 근육, 인대, 골수, 기혈, 진액 등이 부족해진 것을 말한다. 만성피로 증후군은 휴식으로 회복되는 일과성 피로와는 달리, 휴식을 취해도 호전되지 않으면서 환자를 매우 쇠약하게 만든다. 지속되는 심각한 스트레스부터 바이러스 감염, 심지어는 중추신경계의 장애로도 보여진다는 연구보고들이 나오고 있는데, 이러한 원인들에 의해 발생된 만성 피로 증후군은 일반적인 질환과 동반된 만성 피로와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우울, 불안, 신경안정제와 같은 약물의 남용, 갑상선과 당뇨와 관련된 내분비 및 대사 질환, 심한 빈혈이나 암, 류마티스와 알레르기 등 많은 질환으로 고생하면서 신체는 만성 피로에 노출되게 된다. 이러한 증상이 6개월 이상 지속되면 다양한 증상과 함께 만성피로를 호소하게 된다. 실제로 만성피로는 불규칙한 생활 습관과 수면 습관, 육체적 과로, 심리적 긴장과 스트레스가 그 원인이 된다. 또한 기존에 당뇨, 간염, 갑상선 질환과 같은 질환이 있었다면 그로 의한 피로감이 만성피로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예전에는 만성 피로 증후군에서 운동이 오히려 증상을 악화시키는 것으로 생각해 운동을 권유하지 않았지만, 최근에는 점진적으로 유산소 운동량을 늘려나가는 운동 요법이 만성 피로 증후군 환자들의 증상 개선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들이 발표되면서 관심을 끌고 있다. 걷기, 자전거 타기, 수영 등을 포함한 가벼운 유산소 운동이 스트레칭이나 이완 요법만을 시행한 경우에 비해서 더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환자의 상태에 따라서 매주 5분 전후로 운동 시간을 점진적으로 최대 30~40분이 될 때까지 운동량을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 전문가들은 만성피로를 극복하는 방법으로 피로에 원인이 되는 기존 질환이 있다면 그것을 치료하는 것에 집중하고 특별히 몸에 이상이 없는 경우라면 생활습관을 개선하고 규칙적인 식습관과 충분한 수면을 취해야 하며 과음, 야식, 맵고 짠 음식은 피하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더불어 수분을 수시로 충분히 보충하고 근무시간에는 시간을 내어 스트레칭을 해주며, 가벼운 산책으로 햇볕을 쬐며 머리를 식히면 피로 해소에 더욱 도움이 된다. 점차 증상이 호전되고 운동에 자신이 생기면 매일 40분 이상 천천히 또는 빠른 걸음을 반복하며 두 팔을 흔들면서 걷는 것을 추천한다. 20분 정도의 반신욕이면 더욱 좋고 때로는 단식이나 절식의 방법으로 전문가와 상의해 치료와 관리를 동시에 하기도 한다. 한의학에서는 만성피로에 효과적인 약으로 공진단, 경옥고, 십전대보탕, 쌍화탕 등을 사용하는데 이러한 처방은 전문가의 진찰과 상담을 통해 결정하는 게 좋다. 송년모임 때 몸과 마음 건강 잘 챙겨야어려운 한해를 열심히 살았고 내년을 위해 한해를 마무리 해야 하는 시점에서 자신과 가족의 건강에 대해 다시한번 돌아보고 행복하고 즐거운 삶은 좋은 건강상태에서 비롯된다는 생각으로 몸과 마음에 무리를 주지 않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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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12.04 23:02

터닝 포인트

터닝 포인트(Turning point)는 방향의 전환이 일어나는 지점을 뜻하며 전환점 또는 전기라고 번역한다. 이 용어는 흔히 막다른 상황에 부딪혀 절망과 어려움이 있을 때 그동안 자신이 줄곧 추진해 온 방향과 목표를 바꿀 때 새로운 삶이 열린다는 의미를 뜻하는 경우가 많아서 인생의 전기, 전환점과 관련되어 언급된다. 그런 의미에서 임계점(critical point)과도 비슷한 맥락을 가지고 있다. 임계점은 물이 수증기로 변하는 결정적인 온도와 압력을 가리키는 것으로서 어떤 목표를 이루기 위해 요구되는 고통을 감내해야만 된다는 상징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다. 자신 잘못 인정해야 새로운 삶 가능요즘 삶이 주는 무게와 상처에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보고 듣는게 많고 삶의 풍요로움이 어디까지인지 잘 알기에 상대적 박탈감은 더욱 크게 느껴진다. 자신이 겪고 있는 문제가 절대·절명적이기 때문에 주변의 어떤 조언과 충고도 의미가 없다. 이 분들에게 어떤 말이 위로가 될까요? 조금만 더 견디면 상황이 변할거라고…, 아니면 지금이 방향을 바꿔야할 시점이라고…. 문제는 둘 중 어느 것이 맞는지 판단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따라서 견디어야 하는지 또는 방향을 바꾸어야 하는지와 같은 결정의 문제보다 더 중요한 것은 무엇을 믿고 무엇을 바꾸어야하는 점 같다. 성경 인물인 욥이 이해할 수 없는 고난과 비난을 감내할 수 있었던 것은 하나님에 대한 믿음이었다. 시각장애 및 청각장애를 극복한 헬렌켈러는 설리반을 만난 뒤 세상에 대한 생각이 달라짐으로써 인생의 전환점이 이루어질 수 있었다. 믿음이나 신념은 상념과는 다른 것으로 어려움이나 시련이 있을 때 확인되어질 수 있다. 힘들어할 때 가족이 채근하지 않고 묵묵히 바라봐줄 수 있는 것도 믿음이 있어야만 가능한 것이다. 사람에게 지치고 실망이 클 때 자연을 만나고 힐링되면서 새로운 가치관과 삶의 방향이 정해질 수 있다. 특히 터닝 포인트에서 중요한 것은 자신이 추구해온 생각이나 삶의 방향이 잘못됐음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일이다. 기독교에서의 회심(廻心)은 자기 중심의 삶을 회개하고 하나님 중심의 삶으로 전환되는 것을 의미한다. 불교에서 말하는 회향(廻向)은 자신의 공덕을 다른 사람에게 돌리는 것으로 결국은 아집의 어리석음을 깨닫고 타인에 대한 자비와 공덕을 베푸는 삶을 강조하는 개념이다. 변화 위해선 주변의 지지·응원 필요지중해 연안이 원산지인 두해살이 풀로서 초여름에 가지 끝에 노란색의 작은 꽃이 우산모양으로 피는 회향(茴香)이 있다. 예로부터 향신료나 약초로 사용하였는데 음식에 넣으면 맛과 향이 좋아지고 상한 냄새도 원래대로 돌아온다하여 회향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한다. 누구와의 만남을 통해서 그리고 무엇을 새로 느끼고 깨달음으로서 방향 전환이 될 때 고통스러운 감각(感覺)의 상태에서 새로운 관(觀)이 열릴 것이다. 다만 그러한 변화가 생길 때까지 주변에서의 따뜻한 지지와 응원 그리고 자기 자신이나 절대자에 대한 믿음이 있을 때 견디는 것이 가능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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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11.27 23:02

요즘 청소년들 언어문화 이렇다

“뭘 봐, X발 X새끼야”, “야, 이런 병X~ XX이~ 새끼야!”, “내가 맞지 X발 내가 낫다니까 X새끼들아”.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은 아침부터 왠 욕지거리냐고 당황스러울 것이다. 얼마 전 TV에 비춰진 초·중학교 교실에서 일상적으로 이루어지는 학생들간의 대화 내용이다. 2011년도 국립국어원에서 전국에 있는 중·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욕설을 하게 되는 이유를 물었다. “19.6%는 상대방에게 화가 나기 때문, 15.1%는 친근감을 나타내기 위해서, 14.1%는 이제 습관이 돼서”라고 답했다. 학생들 문제의식 없이 불량언어 사용전문가들의 진단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욕이 호칭이 되고 부사가 되고, 감정표현의 대체수단이 됐는 것이다. 또한 욕을 씀으로써 소속감과 동질감을 느끼고, 소외감을 당할까봐 두려움에 욕을 일상적으로 사용한다는 것이다. 욕도 문제지만 ‘외계어’에 가까운 신조어를 안 쓰면 대화가 불가능할 정도라고 한다. ㄷㅊ, ㅈㅅ, ㅇㄷ 같은 초성묶음(?)은 뭐고, 자삭, 근자감, 버카충, 초글링, 몰컴, 뚜벅이는 또 무슨 뜻이란 말인가! 특히 최근에는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소위 ‘일베어’들이 어린 10대 학생들 사이에 유행처럼 번지고 있어 또 다른 우려를 낳고 있다.언젠가부터 심한 욕설과 비속어, 외계어 및 유행어, 은어, 신조어 등이 청소년 언어생활의 한 부분이자 문화로 자리 잡았다. 그런데 문제의 심각성은 욕설을 비롯한 비교육적 언어의 사용이 옛날처럼 일부 특정 불량 청소년이나 문제아들에게서만 나타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공부 잘하고 인기 있는 모범생은 물론이고, 여학생들에게서도 비교육적 언어 사용이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즉 예전에는 공부가 뒤떨어지거나 성장환경이 열악한 아이들이 욕설이나 거친 말을 더 많이 한다는 조사 결과가 많았으나, 최근에는 학생의 학업성적이나 부모의 직업, 학력 등과 비교육적 언어사용 사이에 그다지 상관관계가 없다는 것이다. 이제 욕설이나 폭력적인 언어, 저속한 신조어와 같은 비교육적 언어는 소수 학생의 전유물이 아니라 다수 학생이 문제 의식을 느끼지 못하고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일상생활어’나 ‘습관어’가 되어가고 있다. 문제는 학생들 스스로가 심한 성적인 욕이나 파괴적이고 공격적인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토해내는 것도 그러하거니와, 그러한 욕이나 거친 말을 듣고도 심한 모욕감이나 불쾌한 반응도 별반 내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청소년들의 언어문화는 가정과 학교와 사회의 경계 벽을 자유롭게 뚫고 삼투한다. 나쁜 언어는 이들 세 경계 벽을 쉽사리 뚫고 침투하는 것이다. 이를 효과적으로 대처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그럴수록 ‘가정-학교-지역사회의 연대’에 의한 노력과 공론화는 매우 중요하다. 여기에는 일종의 성실성과 인내가 필요하다. 문제의 원인을 하나하나 일상생활 속에서 고쳐나가야 하는 것이다. 가정-학교-사회 공동으로 개선해야특히 청소년들이 기성세대와 갈등을 일으키고 기성세대와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은 청소년들의 불량 언어사용을 촉발하고 조장하는 원인이 되기 때문에 부모-자녀, 교사-학생 간의 건전한 소통 및 교육이 필요하다. 가정과 학교와 사회가 각기 인근 영역의 어려움을 도울 수 있는 가능성을 모색하고 적용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지속성만 살린다면 가시적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학생 언어문화 개선은 일부 학교의 캠페인 수준으로 끝나서는 안 될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우리의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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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11.20 23:02

'전북 고메' 아시나요

요즘 각 지자체마다 다양한 축제를 개최한다. 축제의 주제가 어떠하든 그 목적은 사람들을 불러 모아 함께 즐기는 것이다.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는 음식이 빠질 수 없는데, 때론 음식이나 식재료를 주제로 축제를 열기도 한다. 전북은 맛의 고장인 만큼 '전주 비빔밥축제, 완주 와일드푸드 축제, 고창 복분자와 수박 축제' 등 음식과 식재료를 주제로 해마다 다양한 축제를 개최하고 있어 우리의 입과 마음을 즐겁게 할 뿐만 아니라, 이러한 음식 축제를 통해 전북의 식문화는 더욱 발전된다고 생각한다.작년부터 여는 전북의 미식 축제지난해 학교에서는 '2012 전북고메(Jeonbuk Gourmet)'를 통해 이탈리아 제냐 국립조리학교 안드레아 보탈라 교수, 롯데호텔 피에르가니에르 봉준호 차장, 前 프랑스 영사관 로렝달레 수셰프 등을 초청하여 전북의 식재료와 대표음식을 새롭게 재해석하는 미식행사를 개최하였고 이를 통해 새로운 전북의 맛을 선보일 수 있었다.이와 더불어 올해 학교에서 결승전을 치룬 'K-Food World Festival'에서는 세계 10개국에서 선발된 외국인들이 전북의 식재료와 자국의 조리법을 더한 한상차림의 요리대회를 준비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전북 식재료의 신선함에 매료된 것을 볼 수 있었고 이들을 통해 세계인이 즐길 수 있는 전북 식재료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 이러한 음식 축제는 눈과 입을 즐겁게 할 뿐 아니라, 식문화 발전에 기여한다는 점에서 우리의 관심과 참여가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작년에 이어 학교에서는 14일과 15일 이틀 동안 '2013 전북고메'를 준비하였다. 제2회 전북고메의 주제는 '온고지신(溫故知新)'이다. '옛것을 익히고 그것을 통해 새것을 앎'이란 뜻처럼 조리분야 거장인 올드셰프(Old Chef)들을 초청해 그들의 오랜 지혜와 철학을 배우고, 유명 레스토랑의 부주방장인 영셰프(Young Chef)들과 함께 창의적으로 계승하자는 의미이다. 또한 전북의 오랜 식문화를 익히고 나아가 새로운 미식(美食)을 개발함으로써 전북을 맛과 멋을 더욱 발전시키고자 마련한 행사이다. 올해로 2회째를 맞는 '2013 전북고메'에는 국내 최정상급 셰프 12명을 초청해 전북의 식재료를 활용한 조리시연, 셰프들의 조리철학과 스토리를 나누는 셰프토크와 함께 갈라 디너로 구성하였다. 하루 3회씩 진행하는 조리 시연에는 유명 레스토랑의 주방을 실질적으로 이끌어 가는 수셰프(부주방장)를 초청해 최신 조리트렌드와 조리기법을 직접 선보일 뿐 아니라 이들이 만든 음식을 직접 맛볼 수 있게 함으로써 눈과 입을 더욱 즐겁게 할 계획이다.최정상 셰프 초청 다양한 행사앞으로 전북의 맛을 이끌어갈 조리전공 학생들과 행사 참석자들에게 살아있는 현장이야기와 식문화 발전에 대해 생각을 나눌 수 있는 시간도 마련하였다. 서두에 말한 것처럼 '사람들을 불러 모아 함께 즐기는 미식축제'이자, 해가 거듭될수록 '전북의 식문화 발전에 기여하는 미식축제'로써 전북을 대표하는 음식축제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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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11.13 23:02

면역 강화로 건강 유지하자

가을이 한창이다. 울긋불긋 아름다운 자태를 품어내는 단풍이나 높고 푸른 하늘은 우리의 마음을 넉넉하게 해준다. 항상 지금만 같으면 날씨로서는 좋으련만 이제 곧 추운 겨울을 맞이하게 될 것이고 우리의 몸은 움츠려들 것이다. 이럴 즈음에 보건소와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독감예방접종이 붐을 이룬다. 접종을 통해 면역을 키우고 저항력이 약한 많은 분들이 다가올 겨울을 건강하게 보낼 수 있도록 예방하자는 것이다. 氣의 방어작용이 한의학서 면역서양의학에서 말하는 면역은 생체의 내부 환경이 외부인자인 항원(병원미생물, 음식물, 화학물질, 약, 꽃가루 등)에 대해 방어하는 체계로 태어날 때부터 갖게 되는 선천면역과 자라면서 후천적으로 얻어지는 획득면역으로 구별한다. 선천면역으로는 항원의 침입을 차단하는 피부 ·점액조직, 혈액에 존재하는 보체 등이 있고 세포로는 식균작용을 담당하는 대식세포, 감염세포를 죽일 수 있는 K세포 등이 있다. 실제로 대부분의 감염은 이 선천면역에 의해 방어된다. 또한 후천면역은 획득면역을 의미하는 것으로 인간이 성장하면서 얻어지는 후천적 면역이다. 처음 침입한 항원에 대해 기억하고 있다가 다시 침입할 때 특이적으로 반응해 효과적으로 항원을 제거할 수 있다. 대부분 국가에서 권장하는 접종의 경우는 예상되는 전염병의 예방과 방역을 목표로 접종에 필요한 약물을 개발하고 생산해 보급하게 된다. 한의학에서 면역의 의미는 서양의학의 범위를 포괄하는 것으로 인체의 방어기전 전체를 말한다. 한의학에서는 선천지기(先天之氣)라 하여 부모로부터 받은 유전적 방어기전을 통해 건강한 부모가 건강한 기운을 자식에게 전달해 건강하게 태어나고 질병으로부터 이겨낼 수 있게 한다. 그리고 성장하면서 얻어지는 면역의 범위인 후천지기(後天之氣)는 인체가 외부자극으로부터 하나씩 터득해나가고 적응해가는 방어기전을 모두 포함한다. 특히 기(氣)의 기능 중에는 방어작용(防禦作用)이라는 것이 있는데, 이것이 곧 한의학에서 면역의 의미를 담고 있다. 예방접종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어떤 이는 접종 후에도 심하게 독감을 앓기도 하고, 또 어떤 이는 접종은 하지 않았으나 건강하게 겨울을 나기도 한다. 이것은 무엇 때문일까? 한의학에서는 '정기존내 사불가간(正氣存內 邪不可干)'이라 하여 좋은 기운인 정기(正氣)가 우리 몸에 충분하면 질병의 기운인 병사(病邪)가 침범하지 못하게 한다는 것으로 우리 인체의 면역력과 체력이 좋으면 질병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고 저항력이 좋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우리는 접종을 통해 면역의 생성이나 강화를 목표로 하지만 사람에 따라서는 면역이 여전히 힘들거나 면역이 생겼다하더라도 실제 질환에 이환되는 경우가 있다. 따라서 건강한 생활을 위해서는 손 씻기를 포함한 개인위생관리와 각 개인에 맞는 체질개선을 통해 튼튼한 신체를 유지해야 할 것이다. 인체의 저항력 즉 면역력이 저하되면 독감을 비롯한 바이러스 질환, 세균성 질환, A형 간염, 대상포진, 식중독, 눈병 등의 질환이 쉽게 발생하게 된다. 반면 면역력이 충분하면 저항력을 확보하게 되어 질병을 이겨내게 된다. 보약은 질병 방어·자연치유력 높여흔히 말하는 보약이라는 약재의 대부분이 면역력을 높이는 것들로 구성돼 있는데, 이것은 바이러스나 세균에 직접 작용하지 않더라도 인체의 부족한 요소들을 균형있게 조절해 질병에 대한 방어와 자연 치유력을 강화하는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다만 보약도 모두 같은 것이 아니고 사람에 따라 체질에 따라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는 측면에서 치료의 개념도 함께 하므로 반드시 전문 한의사를 통해 처방받아야 한다. 또한 청국장 등의 발효식품을 포함한 면역력 강화에 도움이 되는 식품인 버섯, 당근, 무, 단호박, 사과, 감 등을 골고루 섭취한다면 자신의 면역력을 한층 강화시켜 올 겨울도 건강하고 행복하게 보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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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11.06 23:02

성공적인 노화를 위해

BC 221년에 중국을 천하 통일한 진나라의 진시황제는 불로장생을 위한 영약을 구하기 위해 신하들을 내보내 불로초를 구하러 사방으로 보냈으나 불로초를 구하지 못했다. 이에 제나라 출신의 서불(徐福)이 "저 멀리 바다 건너 봉래(蓬萊), 방장(方丈), 영주(瀛洲)의 삼신산에 신선이 사는데, 동남동녀를 데리고 가서 모셔오고자 한다"며 상소를 올리고, 마침내 삼신산을 찾아 떠났다. 그러나 그도 역시 다시 돌아오지 못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역사 속의 삼신산이 한반도에 있는 봉래산(금강산), 영주산(지리산), 방장산(한라산)이라는 점이다. 실제로 진시황제가 찾던 불로초가 한반도에 존재하고 있다면 관심 있어 하지 않을 사람이 얼마나 될까?병들지 않고 오래 사는 방법 고민이처럼 오랜 역사속의 유명한 일화로 회자되고, 현대에도 각종 건강식품과 실비보험 광고같은 것들이 넘쳐나는 것을 보면 모든 사람들에게는 늙고 병들지 않게 오래 살고 싶은 마음이 있지 않나 싶다. 하지만, 과거나 지금이나 노화는 세월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찾아오게 불변의 진리다. 우리나라의 경우 선진국으로 도약하면서 평균수명이 연장됐고, 2013년 현재 65세 이상의 노인 인구가 12.2%를 차지한다. 또한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81.2세로 1980년도에 66.2세에 비해 15세가 늘었다. 현재 나이가 50세이라면 앞으로도 31.2년은 더 살 것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지금을 어떻게 사느냐도 물론 중요하지만, 앞으로 '어떻게 하면 성공적으로 나이를 먹을 수 있을 것인가? 노화에 대해서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라는 문제 역시 매우 중요하다. 전통적으로 성공적인 노화와 관련해서 나이가 들어서도 신체적으로 질병이 없으며, 계속 자기 자신을 성장시키고자 노력하고, 편안하고 행복한 상태를 유지하고자 주변 환경을 거부하지 않고 수용하는 태도를 가지며, 동시에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지 않고 삶을 주체적으로 살며, 경제적인 자립이 가능한 상태로 여겨져왔다. 성공적인 노화가 행복한 삶으로 이어진다고 생각했을 때 성공적인 노화를 겪는다는 것은 매우 의미있는 일일 것이다. 그러나 결코 시간의 흐름을 거슬러 다시 젊어질 수는 없는 것이고, 우리의 관심은 필연 노화를 조금이라도 늦추고 행복한 노년을 맞이하기 위한 방법으로 이어질 것이다.현대 사회는 급격히 변화하고 있어 모든 영역에서 미리 준비하고 투자하는 게 중요하다. 앞으로 다가올 노년의 시간에 대해서도 윤택한 미래를 위한 투자라는 생각을 갖고 어떤 방법이 좋을지를 고민해보았다. 첫째, 꾸준한 운동이다. 노화가 진행되면서 체내에 근육 양이 줄고 지방이 늘어나는데, 규칙적이고 적절한 운동을 통해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주 3회 정도 유산소 운동과 근육운동을 병행하면 그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운동은 또한 우울증의 예방이나 인지기능 손상에도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다. 둘째, 건강한 식사다. 기름진 음식이나 단 음식을 피하고 균형 잡힌 식사를 지켜가는 것이 중요하다. 셋째, 폭넓은 대인관계를 갖는 것이다. 가족을 비롯해 친구들을 만나고 함께 취미생활을 즐기는 것 또한 정신적인 건강을 유지시키는데 중요하다. 꾸준한 운동·건강한 식사로 대비를넷째, 생산적인 활동을 유지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경로당이나 마을회관을 다니는 것을 비롯하여 봉사활동, 종교활동, 평생학습의 기회를 찾는 것들이 해당될 것이다. 다섯째, 주기적으로 건강을 체크하는 것 또한 중요할 것이다. 질병을 대처하는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효과적인 방법은 예방과 조기 발견이다. 독감예방접종을 규칙적으로 맞고 나라에서 실시해주는 생애전환기 건강진단도 주기적으로 받아볼 필요가 있다. 아무리 오래 살더라도 몸과 마음이 건강하지 못하다면 성공적이지는 못할 것이다. 고령사회에 살고 있는 지금 지금 미리미리 성공적인 노화를 준비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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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10.30 23:02

좋은 학생, 좋은 교사에 대한 딜레마

최근 교사의 생활지도와 관련된 부당한 처사(?)에 대한 문제 제기와 재발 방지를 촉구하는 학생들의 민원이 늘고 있다. 한편, 교사들은 교사들대로 그 어느 때보다 학생들을 지도하기 어렵다고 호소한다. 특히 학생인권조례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학교현장에서 아이들에 대한 생활지도는 이제 물 건너 간 것이 아니냐고 호소하는 교사들의 시각도 여전하다. 그렇다면 왜 학생과 교사 간에 갈수록 이러한 긴장관계가 그 수위를 높여가고 있는 것일까?학교 현장 이분법적 사고 만연 우리 사회는 모든 학생이 학생다운 학생이 돼야 하고, 모든 교사가 좋은 교사가 될 것을 요구해 왔다. 또한 각자 역할에 대해 우리 사회가 암묵적으로 동의하고 있는 모습들이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전통적으로 생각해온 학생다운 학생은 어떤 학생이고, 좋은 교사는 어떤 교사인가에 대해 요즘 현실에 맞게 새롭게 그 모습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우리 사회는 학생을 미성숙한 존재로 인식하고, 이들을 훈육하고 관리하는 것을 교육의 주된 목적으로 보는 시각이 여전하다. 그러다 보니 학교체제에 순응하면서 소위 말 잘 듣고, 공부 잘 하는 학생을 학생다운 학생으로, 학교가 정해 놓은 규칙과 틀을 벗어나는 학생들을 문제학생으로 규정해 버리는 이분법적인 사고로 학생들을 가둬놓고 있다. 하지만 요즘 아이들을 어찌 이런 잣대로만 이해할 수 있을까! 이런 기준대로라면 과연 학생다운 학생은 몇 명이나 될까 하는 의문이 든다. 요즘 같은 세태에 좋은 교사 노릇 역시 쉽지만은 않다. 아침 일찍부터 학교에 나와 생활지도를 시작으로, 수업은 수업대로 열심히 해야 하고, 쉬는 시간에는 학부모와 학생에 대한 상담, 때론 밤늦게까지 학교에 남아 야간 자율학습지도까지 열심히 해야 소위 모범적이고 헌신적인 교사 반열에 오를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사회가 교사에게 너무 많은 책임과 희생을 강요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든다. 특히 학생들의 생활지도부분에서는 더욱 그렇다. 분명 교사가 학생들의 인생에 개입할 수 있는 선이 있을 것인데, 도대체 어느 선까지 책임의식을 가져야 하는가 말이다. 물론 교사와 학생간 인간적인 관계는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교사는 교사일 뿐, 교사가 학생의 어머니나 아버지가 될 수는 없다. 그렇다고 학생들이 잘못한 부분을 묵인하고 방임하자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우리 교육이 안고 있는 열악한 현실을 바꾸기 위한 노력보다 교사에게 무한의 희생과 노력을 요구하다 보니 자연스레 학생들에게 과도하게 개입하고, 결국 학생과의 충돌 내지는 인권침해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좋은 학생, 좋은 교사는 우리 교육의 궁극적인 지향점일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기존에 우리가 지녔던 서로간의 '다움'에 대한 시각을 바꿀 필요가 있다. 소위 범생이 캐릭터의 학생뿐만 아니라 자신만의 개성도 표출할 줄 알고, 학교내에서 자신과 관련된 부당한 처우나 문제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고, 교사에게 당당히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는 학생도 되바라진 학생이 아닌, 학생다운 학생으로 받아들여 보자는 것이다. 학생-교사 인간적인 관계로 거듭나야또한 교사는 전지전능한 신이 아니다. 우리 사회가'좋은 교사'라는 상(像)을 만들어 놓은 후, 그들에게 지운 과도한 짐이 과연 교사 개인의 교육적 신념과 의지만으로 해결될 문제인지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 보자. 교사 역시 과도한 좋은 교사 콤플렉스에서 벗어나 보자. 학생과의 관계에서도 눈에 드러난 문제행동에 대한 즉각적인 지도도 중요하지만, 드러난 그 이상의 내면을 들여다봄으로써 학생 개개인의 학생다움에 대한 이해의 폭도 넓혀보자. 학생과 교사가 학교라는 구조속에서 상하간의 권력관계가 아닌 지금보다 더 인간적인 관계로 거듭날 때 서로간의 긴장은 해소되고, 둘 사이가 기대하는 '다움'에 대한 교집합도 찾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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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10.23 23:02

해외에서 느끼는 한식의 매력

해외에서 개최하는 한식관련 행사와 교육을 진행하기 위해 미국, 덴마크, 네덜란드, 일본, 대만, 터키, 몽골 등 다양한 국가의 외국인들에게 한식을 선보이면서 한식에 대한 외국인들의 느낌과 선호를 더욱 이해하게 되었는데, 한 가지 놀라운 것은 '한식에 대한 외국인들의 생각'과 '우리의 예측'에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우리가 좋아하는 한식의 요소를 외국인들은 싫어할 수도 있다고 예측하여 '외국인들이 선호할 것 같은 한식'만을 선보이려고 노력했는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좋아하는 음식, 외국인도 선호예를 들어, 한국 사람들이 생각하는 '외국인을 위한 음식'은 외국인이 좋아하는 음식이어야 하고,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 불고기와 갈비만을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외국에서 행사를 진행하다 보면 이러한 생각이 항상 올바르지는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특히 필자가 올해 덴마크에서 진행한 한식 페스티벌의 경우를 살펴보면, 한국인이 좋아하는 한국음식 모두를 덴마크에 주요 인사들이 좋아하셨고 덴마크 왕실에서 참석한 왕자까지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외국에서 만찬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가장 많이 하는 고민은 외국 귀빈들이 우리 한식의 맛과 향기를 싫어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다. 한식의 많은 요리들이 고춧가루나 장류가 들어가기 때문에 향이 나쁘게 느껴지거나 매운맛이 강하게 느껴질까 하는 고민이 생긴다. 그러나 해외 한식 행사를 거듭하면서 외국인들이 우리 한식의 맛과 향에 대해 긍정적인 느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행사에 참여한 어느 누구도 한국인이 즐겨하는 매운맛이나 발효의 향기 때문에 불쾌하다거나 먹기 어렵다는 경우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그렇다고 한국의 묵은지를 유럽에 선보이기에는 아직 시기상조라고 생각한다. 다만 그동안 걱정했던 한식의 요소를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생각해 보면 필자가 한국음식을 해외에서 만들고 선보이는 과정에도 변천사가 있었던 것 같다. 초기에는 가능하면 그들의 음식과 유사한 형태로 변형시키는 노력이 많았고, 때로는 한식을 변형하여 자세히 살피지 않으면 한식인지 구분하기 힘든 음식을 제공하려고 했던 것 같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해외에서 행사를 진행하면서 가능하다면 '한국적인 음식'으로 접근하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지금까지 우리가 한식을 선보이면서 '한식 특유의 냄새와 맛으로 인해 외국인들에게 혐오감을 줄까하는 고민이 혹시 열등감은 아니였을까?'하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한다. 이제는 외국인들이 한식의 깊은 맛에 감동받아 지속적으로 찾을 수 있도록 우리의 음식문화를 있는 그대로 전하고자 노력할 때라 생각한다. 한식문화, 있는 그대로 세계시장에일본의 경우를 예를 들면, 해외영화에 등장한 일본음식을 '날 생선을 먹는 이상한 음식'으로 표현하면서 때론 비아냥거리는 대사를 볼 수 있다. 그러나 일본의 경제력과 함께 일본음식이 세계 각국에 진출하기 시작하면서 고급음식으로 탈바꿈하는 과정을 볼 수 있는데, 이 때 일본은 그들의 스시를 변형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스시를 가지고 진출했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이제는 세계인들이 일본의 음식문화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을 볼 수 있다. 이제는 우리의 한식 역시 정체불명의 이상한 음식이 아닌 먹고 싶은 음식으로 인식되고 있으며, 이제 본격적으로 세계시장에서 우리 한식의 아름다움과 풍미를 선보일 때라 생각한다. 한식에 대한 자부심과 지속적인 노력을 통해 더 많은 외국인들이 한식의 매력을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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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10.16 23:02

100세 향한 건강한 장수 요건

올해 65세 이상의 고령인구가 처음으로 600만명을 돌파했다고 한다. 정확히 65세 고령인구는 613만 7702명으로 전체 인구의 12.2%를 차지했다. 2025년에는 1000만명을 넘어서고 2050년에는 1800만명정도를 기록해서 전체 인구의 37.4%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러한 고령화는 한 나라의 경제활동과 의료비 지출 등 발생될 수 있는 여러 문제점에 대한 적절한 대책이 국가의 주요 의제가 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100세를 지향하고자 하는 인간의 장수에 대한 본능을 어찌 막을 수 있겠는가? 그러나 90세를 산다하더라도 20~30년간을 질병의 고통으로 산다면 장수의 의미는 많이 퇴색될 것이다. 결국 우리에게 생존 기간은 길어졌지만 정작 건강한 100세를 위해 스스로 어떤 노력을 하는지 되돌아 볼 일이다. 많은 방송 매체를 통해 장수에 대한 연구보고가 넘쳐나는데 이것을 되짚어보며 정리해보면 쉽게 실천할 수도 있을 것 같다. 2009년 영국의 한 의학 잡지에 2만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가 있었다. 하루 30분을 활발하게 걷고 매일 과일과 야채를 5회 복용하며 금연과 제한된 음주(약간씩)를 실천하면 뇌졸중의 위험을 50%이하로 줄일 수 있다는 보고였다. 뇌졸중, 우리가 중풍이라고 말하는 뇌혈관질환이다. 모든 사람이 두려워하는 질환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질병을 줄이고 행복해지며 건강하게 100세를 살기위한 노력, 이것이 쉽지는 않겠지만 몇 가지 실천으로 그 가능성을 높여보자. 우선 자신의 일을 꾸준히 지속하는 것이다. 가능하면 은퇴를 늦추고 은퇴를 했다면 소일거리를 찾아서 자신의 몸에 힘들지 않게 지속적으로 움직이면 비만이나 만성 대사성 질환에 걸릴 확률이 줄어든다. 텃밭에서 약간의 채소를 기른다든지 봉사를 통해 몸과 마음의 긴장을 적절히 유지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활동이다. 나이가 들수록 음식의 섭취는 매우 중요하다. 최근에는 임플란트를 통해 음식을 씹는 행복을 지속하게 되었지만 가능하다면 자신의 치아로 평생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것도 무척 중요하다. 치아의 건강이 오복에 들어가는 이유일 것이다. 뉴욕대학교 연구에 따르면 매일 치실을 사용하면 입안의 세균이 일으키는 치주질환의 위험을 낮출 수 있는데 이 세균이 혈관을 통해 심장질환을 일으키는 위험으로부터 줄일 수 있고 실제로 기대수명도 늘릴 수 있다니 치아의 건강이 세삼 장수의 비결인 것이다. 꾸준한 운동이 건강을 유지하는데 반드시 필요하고 장수하는데도 효과가 있다는 연구는 무척 다양하고 많다. 운동을 통해 기분전환과 근육, 뼈 등의 건강관리, 그리고 정신력이나 균형감각을 통해 전신건강이 유지되도록 한다. 하루 30~40분 정도를 한번 혹은 아침 저녁으로 가볍게 해주며 일주일에 한번은 운동을 쉬어주는 것도 많은 도움이 된다. 햇볕을 쬐며 운동한다면 더욱 좋다. 그리고 원활한 배변의 활동은 참으로 몸과 마음에 많은 안정을 준다. 규칙적이고 편안한 대변 습관은 안정적인 생활을 도모하게 하므로 건강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된다. 특히 대변에 있어서 야채와 과일, 그리고 곡물의 섭취는 식이섬유의 충분한 섭취로 배변활동을 원활하게 하며 혈당의 안정화도 이룰 수 있어서 더욱 요구된다. 더불어 채소나 과일 중에 토마토의 위력은 많은 연구보고를 통해 이미 알려져 있다. 이 외에도 각종 다양한 색의 채소와 과일이 필요하다. 또한 충분한 수면은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기상시에 피로감이 없도록 충분한 잠을 자는 것도 장수에 중요한 요건이다. 이러한 관리는 스스로 적당한 계획과 실천으로 만들어 가야 할 것이며, 혼자서 힘들다면 부부나 친구 또는 이웃과 함께 그룹을 이루어서 하면 더욱 실천이 쉬울 수 있다. 이러한 방법도 힘들다면 자신이 현재 앓고 있는 질병에 맞추어 병도 치료하고 건강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담당 의사와 상의를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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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10.09 23:02

응무소주 이생기심

응무소주 이생기심이란 말은 "마땅히 머무는 바가 없이 마음을 내라"는 뜻으로 금강경(Diamond Sutra) 내용 중 가장 진수에 해당된다. 마음이 한 곳에 머무는 것은 어떤 것에 집착이 있기 때문으로 이것이 없어야만 진정한 마음을 낼 수 있다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겠다. 집착의 원인으로는 양자 관계에서는 의존 욕구와 상대를 통제하려는 욕구, 삼각관계에서는 경쟁심이나 시기질투가 작용한다. 양자관계에서의 문제는 거절감, 가학적 공격성, 위협감 등을 일으키며 삼각관계에서는 열등감, 소외감 등이 발생한다.집착과 정신건강과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앞일에 대해 걱정을 하면서 잠시도 그 생각을 떨쳐버리지 못하는 범불안장애, 부정적인 사건이나 감정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점점 미래와 자신에 대해 절망 속으로 빠져 들어가는 우울증이나 자살, 어떤 특정한 생각이나 행동에 반복적으로 매여 버리는 강박, 상대가 '왜 그런 말을 했을까·왜 그런 일이 있었을까'하면서 의도나 의미를 파고드는 의심이나 망상 등 많은 정신병리 현상과 집착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집착이 일단 생기면 사물을 바라보거나 해석하는 방향이 한 방향으로 고착되어져서 다른 다양한 관점이나 입장을 받아들이지 못하게 되므로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또한 한 방향으로 갇힌 생각과 감정은 점점 확대·확산되어 브레이크가 없는 위험한 생각으로 치닫거나 현실감을 상실할 수 있게 된다. 집착과 정신건강과의 관계에 대한 연구는 동양권보다 오히려 외국에서 관심이 많은데 미국 예일대학 심리학 교수인 Susan Nolen-Hoeksema는 지나친 반추(rumination)는 우울증의 발병과 유지와 높은 관련성이 있다고 보고하였고 영국에서는 최근 반추에 초점을 맞춘 인지행동치료가 치료 저항성 우울증에 효과가 있음을 발표하였다.어떻게 하면 집착으로부터 벗어나 자유롭고 가벼운 마음이 될 수 있을 까? 가장 간단한 행동적 접근은 일단 생각하는 시간을 줄이는 것이다. 즉 10분을 생각하나 1시간을 생각하나 결론은 크게 다를 것이 없다는 점을 상기하고 무조건 생각을 짧게 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평상 시 생각을 짧고 간결하게 하는 연습과 습관을 들이는 것은 마치 정갈하고 소박한 음식을 먹어 몸과 마음이 가벼워지는 원리와도 같아서 이것만 배워도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두 번째는 감정의 환기, 분리(detachment), 정화·중화를 통해서다. 감정의 환기는 내 이야기를 믿고 들어줄 수 있는 사람에게 충분히 말함으로서 스스로 힐링할 수 있는 마음상태가 되는 것이며 분리는 현재 상태에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에 마치 마음속에 절연체를 넣어서 애써 못 느끼는 척하면서 시간을 지연시키는 방법이다. 환기나 분리는 잠시 집착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게는 해줄지 모르나 진정한 해결책은 아니며 중화나 정화 과정을 겪어야만 마음이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이다. 감정적 중화나 정화는 걷잡을 수 없는 분노, 수치감, 죄책감 등이 다스려지는 것으로서 인지적 변화가 동반되어야만 가능해진다. 셋째는 주변으로부터 좋은 기운을 받는 것이다. 내가 깨달음이 더디더라도 따뜻한 가족, 좋은 친구나 맨토, 훌륭한 스승이 있으면 고생을 덜할 수 있을 것이다. 좋은 인연을 따르시고(수연행) 집착을 벗어나 사시기를(무소구행)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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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10.02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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