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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석에서 손 내미는 외로운 청년을 위해

지난달 21일 동부전선 GOP(일반전초) 총기사건 등을 비롯해 그동안 군에서 일어난 총기사건들은 여러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특히 함께 생활하던 동료를 향해 수류탄을 터뜨리고 사격을 가하는 과정에서 이들의 범행은 놀랍게도 상당기간 특수훈련을 받은 사람도 수행하기 어려울 정도로 침착하고 계획적이고 치밀했다는 것은 주목할만하다. 군 총기사건 원인, 다양하게 분석해야기무사령관 출신의 새누리당 한 국회의원은 컴퓨터 게임 중독이 동부전선 GOP 총기사건을 일으킨 임 모 병장에게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임 병장이 학교 다닐 때 컴퓨터 게임에 아주 몰두했다고 하는데 이런 것도 심리적으로 작용하지 않았는지 생각한다”며 “민간 정신심리학자들을 활용해 특수사례로 정밀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물론 한 개인을 둘러싼 모든 환경은 개인에 있어 심리적, 신체적인 면에서 영향을 주는 변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컴퓨터 게임을 그 주원인으로 찾는 것은 개인을 둘러싼 사회 환경에서 주는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무시한 안이한 사고라 할 수 있다. 특히 피해자의 유가족은 물론 현재 군 생활을 하고 있거나 해야 할 청년들과 그 부모들을 생각할 때 사령관 출신 현역 국회의원의 사고로는 부적절하고 무책임하다고 할 수 있다. 이 사건은 재수 없어 발생한 특수 사례가 아니다. 우리사회에서 지속적으로 발생해 왔으며 앞으로도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에릭슨의 성격이론을 근거로 하면, 청년기는 급격한 신체적 변화와 더불어 새로운 사회적 압력과 요구에 부딪치게 된다. 우리사회의 입시 위주의 경쟁교육과 학벌주의 순치교육 중심 등은 개인의 창의적인 사고와 자아정체감 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가져왔다. 빈부격차의 확대와 사회적으로 무관심한 환경은 이 시대 청년에게 새로운 상황에 어떻게 대응해 나가야 할 지 몰라 더욱 당황하게 만든다. 자기존재에 대해 새로운 경험과 탐색이 시작되는 이시기에 자신이 속한 곳에서 자신의 위치, 능력, 역할 및 책임에 대한 인식은 자아개념에서 매우 중요하다. 또한 동료로부터의 따돌림이나 모욕, 욕설, 무시는 청년기 개인의 윤리적 가치와 신념체계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게 된다. 자기가 속한 집단 대다수가 적대적이라는 지각 경험이 축적되면서 인간의 의식은 고립감과 좌절을 경험한다. 가중되는 부담은 결국 자아에 영향을 주면서 심리적 신체적 변화에 직면하게 된다. 모욕으로 인한 분노는 괴물로의 변화를 이끈다. 상처받은 외로운 존재는 자기조절능력을 통해 놀랍게도 치밀해지고 침착해지며 그 대담함으로 복수와 심판으로 합리화된 비극적 상황을 낳는다.공공의 선 위해 일할 수 있는 제도 필요벌써부터 “병영생활상담관을 확대한다”고 하거나 “그린캠프 확대” 등 제도개선책이 나온다. 이는 과거 군 총기사건 발생 때마다 나온 대책들과 비슷하다. 그렇다면 또 다른 따돌림인 관심사병제도나 그린캠프보다 공익요원제도의 확대를 통해 시민사회와의 가교를 놓는 것은 어떨까? 환경, 복지, 인권, 장애 등의 분야에서 공공성과 민주시민의식, 공동체 경험을 갖춘 선배들과 함께 공공의 선을 위해 일해 보는 경험은 어떨까? 외로운 청년들이 의무복무 기간을 통해 불완전한 청년기를 완성하고 사회 한 구성원의 역할을 담당하게 하는 의미 있는 기간으로 만들어줄 책임이 우리에게 있다.△김윤태 교수는 독일 마브륵대학교에서 철학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한국심리운동연구소 소장과 발달장애치료교육원 원장 등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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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7.16 23:02

교육감에 바란다

새 임기 시작 일주일이 넘었다. 늦었지만 먼저 교육감 당선과 취임을 축하한다. 전북교육과 아이들을 위해 부디 성공적으로 임기를 마치시기 바란다.성공하는 교육감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앞으로 지면이 허락하는 대로 몇 가지 조언해드리고자 한다. 선거기간 내내 그때그때 짚어주고 싶은 마음 굴뚝같았지만 선거의 속성 상 억측과 오해가 난무하기 일쑤여서 선거 후에야 꺼내는 것임을 이해하시기 바란다.지난 4년 임기 동안에도 나름으로는 조언을 한다고 했는데 귀 담아 들으셨는지 확신이 서지 않아 부질없는 짓이려니 여러 번 망설이다가 “좋은 약은 입에는 쓰나 병에는 이롭고, 충언은 귀에는 거슬리나 행함에는 이롭다(良藥苦口利於病, 忠言逆耳利於行).”한 옛말에 힘을 얻어 그래도 쓴 소리를 해보기로 용기를 내었으니 다소 거슬리는 바가 있어도 용서하시라.독선을 극복해야 소통 가능선거기간 동안 김승환 교육감이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던 단어는 아마 ‘불통’이었을 것이다. 당사자로서는 억울한 면이 있을지 모르지만 많은 이들이 지적한 것이라면 응당 이유가 있을 것이므로 인정하면서 돌아보아야 한다. 자신이 불통하고 있다고 여기는 사람은 거의 없다. 특히 권력을 쥔 자가 스스로를 불통이라 시인하는 경우는 더욱이 그렇다.하지만 사람들은, 권력자가 엄연한 잘못조차 인정하려 하지 않을 때, 그래서 사과와 반성이 따르지 않을 때 극심한 불통을 느낀다. 또 자신만 옳다는 독선과 아집에 사로잡혀 있어 더 이상 대화와 타협의 여지가 보이지 않을 때 이를 불통이라 부른다. 오만함도 불통의 다른 이름이다. 한마디로 불통은 자기성찰과 민주적 과정이 생략되었을 때 나타난다.이번 교육감 선거 때 교육감이 4년 전보다 훨씬 오만해진 것 같아 불안하다고 걱정을 토로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선거토론회를 지켜보면서 나도 그리 느꼈다. 다른 후보를 대하는 태도에서도, 기초학력 꼴찌라는 객관적 현실조차 일제고사라 묵살하며 수능성적 1등만 되뇌는 모습에서도 성찰적 겸손함은 느낄 수 없었다. 선거가 자기방어적 성격을 띠는 점을 고려해도 실망스러웠다.학생, 학부모, 교사 모두 학력저하를 걱정하는데 교육감 혼자만 일부 수치를 내세우며 자화자찬에 빠져 있는 모습에서 많은 이들이 괴리감을 느낀 것은 당연하다. 더구나 기초학력을 방치하면 낙오가 세습되어 계급 고착화로 이어질 심각한 문제인데도 진심어린 인정과 사과 한마디 없이 변명으로 일관한 점은 아쉬웠다. 지금이라도 반성하실 대목이다.흑백 논리식 이분법적 시각 벗어나야지난 4년 간 교육감이 매사를 선악으로 구분 지어 버릇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법학자인 탓이라 여기지만 교육감으로서는 이런 흑백논리 식의 이분법적 시각을 벗지 않는 한 제대로 된 리더십을 발휘하기 어렵다. 나만 선(善)이고, 나와 다른 남들은 하나씩 척결해야 할 악(惡)으로 보이기 시작하면 대결은 불가피하다. 사안마다 대립과 갈등만 되풀이될 뿐 해결에 이르긴 난망해진다. 교육감의 리더십에 대한 세간의 우려는 대체로 이 때문이 아닌가 한다.요즘 시국을 보면서도 우려는 여전하다. 전교조와 역사 교과서 문제에 대응하는 태도 때문이다. 명분에만 사로잡힌 채, 뜻을 같이하는 이들과도 발맞추지 못하고 독불장군처럼 혼자서만 앞서나가려 조급해 할 때, 불통은 언제든 내 몫이 된다. 다소 미흡해 보이더라도 보조를 맞춰 나가시길 바란다. 전북교육과 아이들을 위해…. △정우식 원장은 이일여고 교사, 전북혁신학교운영위원회 부위원장, 전북일보 독자권익위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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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7.09 23:02

農道(농도) 전북, 관광에 거는 기대가 남다른 이유

불과 30여년 남짓한 세월의 변화가 가져온 이 시대 최대의 화두는 복지사회다. 그 복지사회의 중심에 관광이 있다.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 복지사회의 목표라면,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방법이며 수단으로 관광이 주목받기 시작한 것이다. 그동안 관광산업이 대규모 투자에 의한 인프라 구축이 중요한 정책적 접근 방식이었다면 웰빙과 힐링으로 대변되는 최근의 관광 트렌드 변화는 오히려 대규모 개발보다는 파괴되지 않은 본래의 모습이 경쟁력으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이번 선거에 당선된 많은 단체장들의 첫 번째 공약이 관광이라는데 주목해 본다. ‘관광객 1억 명 유치’,‘관광 수입 1조원 시대’를 열겠다는 공약들이 관광을 자본의 싸움이 아닌 세상의 이치와 흐름을 이해하고 반영한다는 획기적인 사고의 전환을 통해 이루어 질 수 있기를 기대해 보며 관광전북에 또 다시 희망을 걸어 본다.젊은 예비 창업자들 농촌 관광 주목‘호남이 없으면 나라도 없다.’라는 표현대로 전북은 우리나라 역사에서 국가의 근간을 지탱해 주는 보고(寶庫)로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 왔다. 그러나 근대화를 거쳐 산업사회로 발전하면서 그 영광은 잊혀 진 역사 속에 묻혀버리고 말았다. 하지만 오랜 침묵과 위기 속에서도 농도(農道) 전북의 자부심은 한시도 잊어서는 안 된다. 도시민들이 스스로 찾아오는 농촌마을이 새로운 희망의 삶터로 각광받기 시작했다. 고령화를 탓하기 보다는 미래 농촌의 가치를 읽을 줄 알아야 한다. 지치고 찌든 도시생활에서 잠시 휴식을 통해 삶을 재충전할 수 있는 기회와 안전한 먹거리는 물론 각박한 세상의 착한 이웃으로 다가서야 한다. 도시와 농촌이 하나라는 인식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최근 필자가 담임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는 한국관광공사에서 주관하는 창조관광기업 공모전에 많은 20대 젊은 예비 창업자들이 농촌관광에 주목하고 있어 향후 우리 농촌에 새로운 변화의 바람을 예고하고 있다. 이는 급속한 고령화로 사라질 위기에 있는 수많은 마을들을 재생할 수 있는 잠재력으로 떠오른 베이비 부머들과 함께 우리 농촌에 새로운 기회로 떠오를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관광전북의 변화는 기존의 자원에서 벗어나 농촌이라는 새로운 경쟁력을 발굴하고 가치를 만들어 내는데 있다.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자원에 대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장자(莊子)의 ‘인간세(人間世)’에 나오는 “유용지용, 무용지용(有用之用, 無用之用)”의 ‘쓸모없는 것의 쓸모 있음’을 취하는 지혜가 필요한 때다. 머무를 이유를 만들려는 노력은 하지 않으면서 숙박 시설이 부족함을 탓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부족함을 탓하기 이전에 넘칠 때를 대비할 줄 아는 지혜도 가져야 한다. 농촌서 쓸모있는 가치 만들어 내야농가 마당이 캠핑장으로, 농장이 문화예술 공간으로 이제까지 생각지 못했던 것들에 대한 쓸모 있는 가치를 만들어 내는 것이 어려운 현실을 극복하는 첫걸음일 것이다. 모처럼 관광전북을 위한 결집된 목소리들이 이번 선거를 통해 멋진 하모니로 관광 전북의 새로운 희망의 불씨가 되기를 기대하며 앞으로 4년, 지역민의 관심과 진정한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지역민의 마음을 살 수 있는 진실이 담긴 공약이었음을 간절히 기대해 본다.△문두현 소장은 여행업체 대표를 지낸 뒤 전주시 관광진흥팀장 등을 역임하고 현재 한국농촌관광대학 교수로도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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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7.02 23:02

관계 상실 아닌 관계 회복

가정은 작은 사회이기에 사회화 과정의 첫걸음마를 가정에서 배운다. 5월은 가정의 달로 섬겨할 어르신, 부모님, 돌보아야 아이들과 함께할 시간이 주어지는 달이다. 올해 5월에는 우리 국민 모두가 한국사회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들에 대해서 돌아보고 성찰의 긴 시간을 가졌던 것 같다.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 나가기를 갈망했던 시간, 새로운 삶의 방향을 찾고자 했던 시간들이었다. 가정은 세상의 출발점·행복의 근원우리사회가 이전에 비해 더 많은 문제점을 가지게 된 원인으로 가정이 무너지기 때문이라는 것에 대다수 사람들이 동의할 것이라 생각한다. 가정은 자녀와 부부, 부모의 관계로 형성된 3세대 관계 속에 있다. 어쩌면 우리는 이런 관계들의 소중함을 지키기 위해 어린이날, 어버이날, 부부의 날을 정한 것 같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출생률 세계 최저, 이혼률 세계 최고, 자살률 세계 최고 등으로 관계상실의 시대로 달려가고 있는 것 같다. 조부모 관계상실, 자녀 관계상실, 부부 관계상실이 날로 심각해지고 있어 앞으로 다가올 미래가 지금보다 더 걱정이 된다. 건강한 사회는 개인이 건강해야만이 달성가능하기에 3세대 관계가 형성되는 가정의 울타리를 튼튼하게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하겠다. 하지만 우리사회에서는 보호받으며 양육되어야 할 아이들이 심각한 학대로 사망하고 있다. 최근 계모의 학대로 인해 사망한 아동학대 사건은 가정의 보호 기능이 상실되고 있는 현상을 보여주고 있다. 노인학대도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그 가해자가 아들, 배우자, 딸과 며느리이다. 보호해야할 약한 대상에 대한 가해현상은 학교와 군, 회사 등으로 확대되고 있고, 그 결과로 인해 우리 사회가 몸살을 앓고 있다. 개인의 행복은 가정에서 출발하기에 가정은 세상의 출발점이요 행복의 근원이다. 가정은 개인이 성장과정에서 행하는 잘못을 관대한 이해와 용서로 품어주는 순기능을 하기에 더욱 소중하다 할 수 있다. 왜냐하면 가정 안에서 훈련되지 못한 양보와 배려, 인내심의 상실은 사회 속에서 더 큰 대가를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 사회는 경제성장 보다 더 중요한 가정해체를 막는 것, 관계상실이 아닌 관계회복을 위한 방법들을 찾아야 한다. 경제성장의 목표도 개인의 성장의 목표도 개인의 행복추구가 그 목적이기에 개인이 행복해 질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가정 바로 세우는데 국가·사회 관심을개인의 행복은 사회가 행복해지는 기초가 되기에 개인의 사회화 교육과 인성교육이 가정에서 이루어질 수 있도록 가정의 울타리를 바로 세우는데 국가와 사회가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가정의 울타리가 바로 서지 못한다면 우리들이 추구하는 미래사회의 행복은 달성할 수 없기에 가정은 미래성장 동력이다. 지난날의 고통과 현재의 고통을 미래세대에 물려주고 싶지 않다면 우리 기성세대들은 가정을 바로 세우고, 관계상실이 되지 않기 위해 더 많은 시간과 정성을 투자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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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6.25 23:02

도덕성, 미래 결정 짓는 경쟁력

얼마 전 막을 내린 6·4 지방선거와 최근 청와대 장관 인선에 있어 가장 화두가 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도덕성’이다. 최근 한 정당의 차기 지도부를 선출하기 위해 일반 국민 대상으로 실시된 여론조사에서도 차기 지도부의 선택 기준으로 ‘도덕성’이 42.2%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처럼 최근 국민들은 우리 사회 지도자들에게 있어 가장 요구되는 것으로 개인적 자질과 역량 이전에 높은 도덕성을 꼽고 있다.사회 지도자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도덕성이란 선악을 구별하고, 옳고 그름을 바르게 판단하며, 인간관계에서 지켜야 할 규범을 준수하는 능력을 말한다. 도덕성은 세 가지 요소로 이루어져 있다. 첫째, 어떤 행동의 옳고 그름에 대한 평가인 도덕적 판단, 즉 분별력, 자제력, 책임감, 공정성 등이다. 둘째, 사고나 행동에 대한 정서적 반응인 도덕적 감정, 즉 양심, 공감, 이타심 등이고, 셋째, 어떤 행동이 옳은지 알고 있다고 해서 반드시 그렇게 행동하는 것은 아니므로 실제로 어떻게 행동하느냐 하는 도덕적 행동이 그것이다.도덕성은 어느 한 순간 습득되는 것이 아니고, 주의를 기울여 단시간 노력한다고 습득되는 것도 아니다. 도덕성 발달은 태어난 순간부터 자신이 속한 사회의 문화 규범에 따라 행동하도록 배우고 이를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을 통해 꾸준한 훈련과 연습으로 다듬어지고 성숙된다. 특히 유아기에 있어 부모가 어떤 양육태도를 갖느냐에 따라 이후 아이의 도덕성이 어떤 모양새로 자리 잡을 지 결정된다. 애정을 많이 주고 아이의 의견을 수용해주는 양육태도는 자녀의 도덕성 발달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지나치게 엄격하고 통제적인 양육태도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즉, 아동은 부모에게서 사랑받고 신뢰받음으로써 도덕적 기준을 내면화하고,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도 하게 된다. 한편, 체벌을 포함한 힘을 사용하는 훈육법은 자녀로 하여금 단지 잘못을 들키지 않도록 조심하게 함으로써 내적 통제능력을 길러주지 못한다는 것이다.유아기부터 형성되어가는 도덕성은 우리 삶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도덕성 관련 연구들에서 도덕성 지수가 높은 아이들이 삶의 만족도가 더 높고, 집중력도 높으며, 인생을 바라보는 낙관적인 태도 경향이 더 크고, 문제해결에 대한 믿음도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러한 도덕성은 누구나 같은 순서로 발달하지도 않고, 같은 양만큼 얻어지는 것도 아니다. 도덕성 발달은 환경, 대인관계, 교육 등의 여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도덕적 판단·감정·행동 노력해야도덕성 발달에 영향을 미치는 많은 요인들 중에 부모는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가진다. 아이의 도덕성을 키우기 위해서는 부모 자신의 도덕성부터 먼저 되돌아 봐야 한다. 부모의 도덕성은 아이가 보고 따라할 가장 가까운 모델이 되기 때문이다. 남에게 부끄럽지 않게 행동하는 것, 남의 입장을 공감하고 이해하는 것, 더불어 배려하는 것, 자신의 욕구와 감정을 조절하고 참을 수 있는 자제력을 갖는 것 등이 부모가 아이들에게 키워주기 위해 먼저 갖고 실천해야 하는 도덕적 삶의 자세이다. 품성은 습관에서 시작된다는 말이 있다. 도덕성도 습관인 동시에 미래를 결정지을 경쟁력이다. 미래 사회를 책임지고 갈 우리 아이들이 능력과 성과 보다 더 큰 경쟁력을 갖춘 사람으로 커 나가길 바라기 위해서는 우리 자신부터 도덕적인 판단, 감정, 그리고 도덕적인 행동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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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6.18 23:02

6·4 지방선거가 남긴 의미와 과제

치열했던 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끝났다. 앞으로 4년을 이끌어갈 지방정치의 리더 3952명이 선출됐다. 전북에서도 도지사와 교육감을 포함해 모두 251명(비례대표 포함)이 선출됐다. 이번 선거는 참혹한 세월호 사건을 겪은 뒤라 민심의 향배를 마지막 까지 알기 어려운 접전지역도 꽤 있었고 선거결과도 국민과 당선인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번 선거에서 가장 두드러진 특징이라 할 수 있는 것은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 교육감 가운데 서울, 부산을 비롯한 13곳의 교육감이 진보진영에서 당선됐다는 것이다. 필자는 이번 선거가 남긴 의미와 과제를 두 가지 측면에서 살펴보고자 한다.진보 교육감 많아져 기대 커먼저, 진보적인 교육감이 압도적으로 당선됐다는 것은 많은 국민들이 우리의 교육에 대해 전부터 가지고 있던 문제의식이 선거로 표출된 것이라 생각한다. 한창 건강하게 뛰고 감수성 및 인성이 발달해야 할 시기임에도 자녀들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부터 수업이 끝나면 학원으로 내몰리고 모든 생활이 대학입시와 연관되는 것이 현실이다. 게다가 엄청난 사교육비를 들이고도 모자라 해외유학 등으로 연간 40억달러의 유학수지 적자가 나고 있는 실정이다. 이미 많은 학부모들은 공교육에 대한 불신과 행복하지 못한 교육환경을 고민해 왔다. 무엇보다 물이 차오르는 선체 안에서 “가만히 기다리라”는 안내방송에 말 잘듣고 기다리다 배와 함께 가라앉은 학생들을 보며 교육의 문제를 다시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었다. 무엇을 위한 교육이며 누구를 위한 교육인가? 글로벌 경쟁체제에서 살아남으려면 우리의 교육은 시키는 대로 하는 것 보다 자율적, 비판적 성찰능력과 창의성을 키우는데 더 역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한편, 아쉬운 것은 17개 시·도지사 선거와 교육감 선거에서에서 당선된 34명중 여성은 단 한명도 배출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여성의 교육수준이 OECD 어느 나라에도 뒤지지 않으면서 정책대상으로서의 여성이 절반이상을 차지하는 이 시대에 남성들만이 지사와 교육감을 하는 것은 어딘지 조화롭지 못하다. 게다가 이번 지방선거에서 여성당선자 비율이 비례대표를 포함해 전북은16.7%로 전국 21.6%보다 훨씬 못 미쳤다. 비례대표를 제외하면 223명중 여성은 15명만 당선돼 당선율 6.7%로 전국 12.5%에 비해 절반 수준이다. 전국적으로 여성의 정치적 대표성이 낮지만 특히 전라북도의 경우 그 정도가 훨씬 더 심각하다고 볼 수 있다. 지방자치는 생활정치이기 때문에 여성의 수평적인 인간관과 부드럽고 섬세한 리더십을 필요로 한다. 그리고 여성들은 남성들 보다 더 투명하고 부패지수도 낮다고 이미 검증된바 있다. 여성 당선자 적어 아쉬움정치적인 철학과 능력보다 상대적으로 돈과 조직이 선거에 중요한 요소라면 상대적으로 이런 부분에 취약한 여성들에게 정치참여는 아직도 갈 길이 멀며 특히 전북에서는 정도가 더 심하다는 것이 이번 선거를 통해 드러났다. 때문에 지역구 선거에서 여성정치인들을 발굴하고 지원하려는 적극적이고도 지속적인 제도적 장치와 더불어 지역도민들의 평등의식 향상을 위한 활동들을 펼쳐나가야 할 것이다. 여성들이 정책을 집행하고 심의 및 감시하는 분야 곳곳에 있다면 양성의 관점이 고루 반영된 정책산출과 반부패적이고 투명한 정치활동을 통해 보다 경쟁력 있고 지속가능한 사회를 가능하게 할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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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6.11 23:02

KBS를 '국민의 방송'으로 되돌리는 방법

제목에서 암시하듯 이 글은 두 가지 사실을 전제로 한다. 하나는 KBS가 ‘국민의 방송’이어야 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현재의 KBS는 ‘국민의 방송’이 아니라는 것이다. 전자는 KBS가 수신료라는 공적재원을 통해 운영되고, 공정성과 독립성을 확보해야 하는 공영방송이라는 위상을 바탕으로 한다. 후자는 마땅히 해야 할 역할을 하지 않는 부작위한 KBS의 현실을 바탕으로 한다. ‘국민의 방송’이 아니라 ‘청영방송’이라는 비난을 듣고 있는 것이 KBS의 현재 모습이다. 그렇다면, KBS를 어떻게 다시 국민의 방송으로 되돌릴 수 있을까?지배구조 개선 통해 낙하산 사장 방지KBS 양대 노조(KBS에는 KBS노동조합과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라는 두 개의 노조가 있다)가 지난달 29일부터 무기한 파업에 돌입했다. 보직을 사퇴한 300여명의 간부들 역시 양대 노조와 뜻을 같이하고 있다. KBS 구성원의 90%가 파업에 참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이 내세우는 주장은 일차적으로 길환영 KBS 사장의 퇴진이다. 해바라기 사장이 청와대의 의중을 따르며 KBS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훼손하고 있다는 것이다. 세월호 보도 참사 수습과정과 전 보도국장의 폭로 속에서 이에 대한 구체적 상황이 드러났다. 그렇다면 사장이 물러난다고 해서 KBS가 바뀔 수 있는 것일까? 그건 아니다. 지금의 KBS 지배구조로는 언제든지 제 2의 길환영, 또는 그 보다 더 권력에 충실한 사장이 내려올 수 있다. KBS 지배구조란 KBS 운영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경영진의 구성에 관련한 구조를 말한다. KBS 이사회와 사장 선임 방식이 대표적이다. KBS 사장은 KBS 이사회가 추천하고 대통령이 임명한다. 그리고 KBS 이사회는 정부 및 여당 추천 7명과 야당 추천 4명의 인사 11명으로 구성된다. 더 나아가 KBS 이사를 추천하는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은 정부 및 여당 추천 3명과 야당 추천 2명으로 이루어진다. 이처럼 정부 여당 측 인사가 우세한 가운데 연쇄 사슬처럼 이어진 지배구조가 KBS의 향방을 결정짓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KBS의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얘기가 나온다. 공영방송 이사 구성을 국회에서 결정하거나 범국민 이사추천위원회를 만들어 이사를 선출하자는 제안도 있고, 이사 구성을 여야 동수로 균형을 맞추자는 의견도 있다. 사회 각계를 대표하는 다수의 인사들로 구성된 방송의회를 구성해 사장 선임권을 맡기자는 주장도 있다. 이사 구성 방식의 변경이 어렵다면 특별다수제를 도입해 사장 추천과 같은 주요한 결정에는 다수의 합의를 바탕으로 하자는 제안도 있다. 내용은 다소 다를지라도 정부 여당의 입김 속에서 해바라기 인사가 낙하산으로 내려앉는 것을 방지하고, 이를 통해 공영방송의 독립성과 공영성을 확보하자는 것이 공통된 핵심이다. 결국 국민의 힘으로…꼭 투표해야이처럼 개선 방안이 없는 것도 아니다. 이를 바탕으로 지혜를 모은다면 합리적인 개선 방안이 찾아질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구조를 개선하는 권한을 가진 정치권이며, 특히 칼자루를 쥔 여당이다. 자신들에게 얼마든지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구조를 굳이 바꾸고 싶지 않은 것이다. 그러기에 대통령 후보 시절에는 지배구조 개선을 약속해 놓고도 모른 체 하고 있으며, 여당은 지배구조 개선을 논의하자던 방송공정성특별위원회를 무력화시키고 방송법 개정안을 누더기로 만들어 버렸다.결국, 다시 국민의 힘이다. 공영방송 KBS를 국민의 방송으로 되돌리기 위해 국민이 나설 수 밖에 없다. 이미 힘을 가진 정치권력은 국민을 내세우면서도 사실은 별로 안중에 두지 않는다. 그렇지만 선거 국면에서는 상황이 다르다. 국민이 대표를 선출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한 표 한 표를 통해 정치권이 바뀌고 제도가 바뀌는 것이다. 오늘은 지방선거가 실시되는 날이다. 투표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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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6.04 23:02

감사하는 마음

여기 저기 강의실에서 스승의 날을 맞아 학생들이 불러주는 ‘스승의 은혜’ 노래들이 들린다. 스승의 은혜는 하늘과 같아서 우러러 볼수록 높아만 지네. 참 되거라 바르거라 가르쳐 주신 스승의 마음은 어버이시다. 아~ 고마워라 스승의 사랑. 아~ 보답 하리 스승의 은혜. 어린 시절부터 해마다 불러왔고 선생님이 된 이후로 해마다 듣던 노래지만 올해는 학생들이 불러주는 노래의 가사 하나하나가 더 마음에 와 닿는다.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마음 가져야요즈음 유아교육에서부터 대학교육까지 ‘인성교육’이 화두가 되고 있다.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인재 양성을 위해 필수 요소인 창의성과 인성을 교육현장에서 강조하고 있고 특히 2013년에는 교육부의 ‘배려와 나눔으로 모두가 행복한 인성교육 강화 기본계획’에 따라서 인성이 중요한 요소로 발전되고 있다. 인성교육이 우리교육의 당면문제로 떠오르면서 유아교육기관에서부터 초·중·고교, 대학교에 이르기까지 인성교육을 위한 각종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많은 프로그램들 중에서 일상의 작은 일에서 감사함을 찾아 기록하는 ‘감사 노트 쓰기’가 눈에 띈다. 평소 많이 갖는 불평과 불만의 감정을 감사와 긍정의 감정으로 변화시키기 위해 매일 감사한 일 몇 가지를 찾아 기록하는 활동이다. 감사한 일에 대해 누구나 처음엔 거창하고 대단한 것을 써야 한다는 생각에 몇 개 적지 못하지만 작은 일부터 적어보고 이를 자꾸 읽어 보면 정말 감사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한다. 서울 한 교도소에서 일상이 불만으로 가득 차 있던 장기 수형자가 감사노트에 감사한 일을 떠올리고 적어보면서 변화된 일상을 소개한 뉴스를 본 적이 있다. “밤에 누웠는데 창 밖에 둥근 달이 떠 있었다. 작은 창인데 달이 딱 거기로 온 거다. 얼른 일어나서 ‘창문 한 귀퉁이로 달을 볼 수 있어 감사하다’고 쓰고 잤다”는 일화와 같이 감사하는 것은 대단하고 거창한 것만이 아닌 같은 상황에서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마음에서 시작된다. 감사하는 태도를 가진 사람은 정신적 상처나 스트레스를 훨씬 덜 받는다고 한다. 또한 긍정적인 마음을 유지하는 사람들은, 부정적인 사람들보다 강한 면역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같은 스트레스의 상황에서도 평균 10년 이상 장수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러한 감사의 힘은 자신의 행복 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쉽게 전이된다고 한다. 그런데 이러한 감사하는 마음처럼 긍정적인 생각을 선택할 수 있는 힘은 그냥 저절로 생기는 것이 아닌 꾸준한 연습을 통해 가능하다. 일상에서 주변을 돌아보고 감사함을 찾아 기록해 보는 시간은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힘을 길러 주는 소중한 시간이 될 것이다. '행복은 감사하는 사람의 것'5월은 감사의 달이다. 내 주변을 둘러보고 나에게 소중한 것들, 고마운 사람들에게 감사한 것들을 기록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좋겠다. 그리고 그 고마움을 표현해 보는 시간도 가지면 좋겠다. 우리 사회가 강조하는 인성교육의 실천은 학생들부터가 아닌 바로 우리 자신부터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행복은 감사하는 사람의 것이다. 많은 것을 가졌어도 감사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진정한 행복이 없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을 다시금 떠올려보며 내가 가진 작은 것들에 대해서도 감사함을 갖고 행복함을 느끼는 시간들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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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5.21 23:02

신뢰 한국을 위하여

나라 안팎이 세월호 침몰사건으로 온통 침통하다. 고만한 또래의 아들을 둔 나도 아침에 눈을 뜨면 밤사이 상황을 보기 위해 뉴스부터 살핀다.지난 세월 성장에만 집중하고 달려온 결과 세계가 부러워하는 경제적 성과를 이룩하였지만, 정신문화와 생명의 가치에 대해서는 오히려 더 빈곤해졌다. 서해훼리호 침몰, 성수대교 붕괴, 삼풍백화점 붕괴, 씨랜드화재, 대구지하철참사, 경주마우나리조트 참사, 세월호 침몰, 서울지하철열차 추돌 등 이젠 육·해·공 가리지 않고 사방에서 대형 사고가 반복해서 터지고 있다. 원인을 따져보면 거의 모든 사고가 인재(人災)와 관재(官災)로 요약된다. 이제 국민은 누구도 안전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번 사건으로 우리사회는 고위험군 사회라는 것이 확인되었으며 정부에 대한 불신, 권위에 대한 불신은 더욱 높아졌다. 서울지하철 추돌사고를 보더라도 승객들이 열차 내에서 대기하라는 방송에 따르지 않고 생명을 걸고라도 객차 문을 열고 모두 선로로 걸어 나왔다고 하지 않는가. 한편으로는 이 무슨 코미디인가 싶기도 하다가 그럴 수 밖에 없는 현실을 생각하면 마음이 씁쓸하다. 누구의 말을 믿어야 하며 따라야 하는가?프랜시스 후쿠야마 교수는 한 사회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데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로 ‘신뢰’를 꼽았다. 사회적 자본으로서의 신뢰는 불필요한 거래비용을 줄일 수 있어 사회적 효용을 높일 수 있으며 사회통합에 기여한다. 그런데 최근 OECD가 내놓은 자료를 보면 한국은 응답자의 23%만 “정부를 믿는다”고 응답해 조사국가중 바닥권을 보였다. 가뜩이나 신뢰자본이 부족한 터에 이번 사건은 더 더욱 정부불신을 높였다.무엇을 믿으며 누구의 말을 따를 것인가? 경제성장의 속도전 속에서 빈부의 양극화는 심화되었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약화되었으며 국민을 위해 존재해야 할 관료들은 퇴직 후에도 각종 산하기관에서 관피아로 행세하며 공공의 이익과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선거 때만 되면 “국민을 위해서”라고 외치지만 막상 선거가 끝나면 정파와 계파로 나뉘어 싸우느라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듯하다. 국민 또한 정부와 정치인들을 믿지 못한다. 도처에 불신이 팽배해있다. 이번 사건으로 교사들은 학생들을 가르치기가 더 어려워 졌다고 한다.이 봄, 만물이 생동하는 신록의 계절이다. 마지막까지 기다리라는 선내방송을 믿으며 구조를 기다리다가 미처 꽃도 피우지 못하고 차가운 바닷속으로 가라앉은 우리의 아이들이 바로 이 신록의 청춘이기에 더 가슴이 아프다. 그러나 마냥 슬퍼만 할 순 없다. 그들의 죽음이 결코 헛되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철저히 책임질 사람을 가려내어 책임지게 하고 우리에게 정말로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다시 한번 정립해야 할 것이다. 또한 정부는 뼈를 깍는 심정으로 도처에 만연한 부정과 부패의 먹이사슬과 제도를 개혁하고 기본이 제대로 작동하는 사회, 신뢰할 수 있는 정부, 정말로 안전한 사회를 만들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이것이 진정한 선진국으로 거듭나는 길이며 살아있는 우리가 더 이상 부끄럽지 않기 위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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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5.14 23:02

세월호와 함께 침몰한 정부와 언론

세월호와 함께 침몰한 것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국가와 정부에 대한 신뢰가 침몰했고, 한국 언론이 침몰했다. 어른들이 설 자리가 침몰했고,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자부심도 침몰했다. 무능과 무책임을 보여주는 정부세월호 참사 상황에서 보여준 정부의 대응은 ‘정부가 왜 존재하는가’라는 회의가 들 정도로 무능한 모습이었다. 권력 쟁취와 유지를 위해서는 그야말로 치밀했던 정권이었다. 국정원을 비롯 국가기관을 총 동원했고, 언론까지 완벽하게 장악했다. ‘종북’이라는 프레임을 만들어 반대자들을 옥죄는 요술방망이까지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재난상황에서는 그야말로 무능 그 자체였다. 위기관리 매뉴얼도 없었고, 재난을 대처하는 지휘본부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탑승자의 숫자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갈팡질팡 하던 모습, 생존자 구조 골든타임을 최선의 노력이라는 수사적 어휘 속에서 보내버린 구조 상황과 시스템, 부적적한 고위 관료들의 행동들은 무능한 정부의 모습을 보여주는 단면들이다. 바뀌지 않는 ‘구조자 174명’을 보면서 국민들은 한탄스러웠고 무능한 정부에 실망했다. 실망이 분노로 바뀐 것은 책임지지 않은 정부의 모습을 보면서부터이다. 무능했던 정부는 이에 대해 책임지는 모습에서도 무능했다. 국가 최고 책임자는 관련자 엄벌을 강조하면서 자신을 무능한 정부로부터 분리시켰다. 대신 실질적 권한 없는 총리를 내세워 책임론을 무마하고자 했다. 이러한 시도가 공감을 얻지 못하자 대통령은 국무회의 모두 발언을 통해 과거의 적폐를 거론하며 유감을 표명했다. 충격과 비통에 잠겨있는 국민정서와 달리 다시 한번 남의 탓으로 책임을 돌린 것이다. 때문에 실망과 분노가 겹쳐지면서 ‘대통령 하야’라는 주장까지 나왔고, 민심은 동요했다. 언론 역시 마찬가지이다. 사고 초기 언론보도에는 오보와 선정성이 난무했다. 재난보도에 대한 최소한의 원칙도 없었다. 받아쓰기 저널리즘과 속보 경쟁 속에서 확인되지 않은 얘기들이 기사화 되었고, 대형 오보들이 등장했다. 구조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보상금 문제를 거론하기도 했고, 클릭수를 올리기 위한 검색어 장사를 하기도 했다. 희생자와 가족들의 심정을 배려치 않은 흥미성 내용들이 전달되면서 언론으로서의 품격도 잃었다. 당연히 언론은 비판과 불신의 대상으로 전락했다. 언론은 ‘기레기(기자와 쓰레기의 합성어)’가 되었다.재난보도 가이드라인이 제시되면서 초기 보도의 부작용은 그나마 잦아들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언론이 제 역할을 찾아가고 있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또 다른 비판과 불신의 길을 걷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대통령 띄우기 식의 보도이다. 민심과 동떨어진 대통령의 국무회의 모두발언은 대통령의 사과로 포장되고, 분노와 절규는 축소되거나 삭제된 채 유족과 민심을 어루만지는 대통령의 이미지가 언론에 의해 만들어졌다. 책임 규명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부각되는 일련의 언론 보도들 역시 찜찜했다. 문제 있는 조직에 대해서는 집중적으로 보도하면서도, 이를 관리 감독하는 정부의 책임추궁에 대해서는 인색했다. 정부의 무능과 책임을 엄중히 따져 물어야 할 상황에서 위기 의식을 느낀 정부의 국면전환용 도구로 역할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는 언론의 모습이다. 예의·책임 없는, 도구 기능하는 언론‘거친 파도에 흔들려도 침몰하지 않으리’. 최근 프랑스의 한 독립언론이 세월호 참사에 대한 우리 정부의 대응을 비판한 기사를 게재하면서 제시한 제목이다. 침몰한 정부와 언론, 그리고 이들에 의해 보호되면서 침몰하지 않는 최고 책임자…. 핵심을 찌르기에 더욱 아프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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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5.07 23:02

직업적 사명 의식

사회복지사에게 있어서 직업적 사명의식을 갖추는 것은 사회복지사 역할 수행에 있어서 기초적인 조건이다. 80년대 초에 사회복지를 공부한 필자가 지금까지도 기억하는 당시의 강의내용은 사회복지사의 직업적 사명의식이다. 지금 필자도 여전히 예비 사회복지사들에게 휴먼서비스 제공자가 갖추어야할 직업적 사명의식을 강조하고 있다. 이렇듯 각 직업군에서 직업적 사명의식이 중요하다는 것은 두말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최근 우리사회 각계각층에서 발생되는 여러 현상들을 보면서 각 직업군에서 직업적 사명의식이 실종되어버린 것만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세월호 참사, 무책임한 어른들 때문세월호 참사는 우리사회에서 안전을 지키는 직무를 책임감 있게 수행해야할 직업군들에서 직업적 사명의식이 상실된 현상을 보여주고 있다. 이 참사에서 더욱 가슴 아픈 것은 아이들을 지켜할 어른들이 아이들을 지키지 못했다는 것이다. 미래 사회가 현재보다 더 안정되고 행복하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기성세대의 열망이다. 하지만 우리 어른들은 미래세대가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는 기반조성에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는지를 반성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우리 아이들은 기성세대의 직업의식을 어떤 모습으로 보고 있는지를 되돌아보아야 한다. 우리사회의 청소년들은 황금만능주의를 쫓아가는 어른들의 모습을 최선이라고 받아들이고 있는 것만 같다. 이는 2013년 9월 전국 청소년 531명을 대상으로 일·직업의식에 대한 민주당 환경노동위원회 은수미의원의 설문조사결과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이 조사결과에서 보면 청소년들은 일·직업 선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으로 ‘보수’로 꼽고 있었다. ‘남들 보기에 좋더라도 보수가 낮은 직장은 선택하지 않을 것’이라는 답변이 43.9%를 차지했으며, 42.4%가 ‘일이 힘들더라도 보수가 높을 경우 취직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렇듯 청소년들은 좋은 일자리=높은 보수로 인정하고 있었다. 이러한 결과는 청소년들의 직업의식이 개인주의화 되어있고, 직업적 사명의식은 직업선택에 있어서 주요 요인이 아니라고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응답 결과를 탓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청소년들이 가지고 있는 직업의식은 어른들의 모습을 투영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기업주들은 기업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보다는 수익창출에 더 몰입하고 있고, 고도의 기술과 높은 사명감이 요구되는 전문직들도 자신이 미치는 사회적 영향력 보다는 소득창출에 더 몰입하고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 되어버렸다. '좋은 일자리=높은 보수' 의식 버려야우리가 살아가는 이 사회는 서로 얽혀 있어 어느 한 부분에서 문제가 발생되면 모두가 고통을 받을 수밖에 없는 운명 공동체이다. 하지만 우리사회의 각 직업군에서 직무를 수행하는 행태를 보면 공동체적 의식은 상실되어 버린 것만 같다. 기성세대들이 가지고 있는 직업의식과 공동체 의식에 대한 성찰만이 미래세대에게 건강한 사회를 물려줄 수 있는 토대이기에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직업적 사명의식을 회복하는 것이다. 우리 어른들이 미래세대에게 물려줄 것은 물질이 아니라 정신이라는 것, 이번 세월호 참사를 통해 우리 어른들이 참회해야 할 부분 또한 바로 이것이며 가장 큰 교훈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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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4.30 23:02

유아와 스마트폰

요즘 식당이나 카페에서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고 있는 엄마들 곁에서 스마트폰 영상에 집중하고 있는 유아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스마트폰은 그런 엄마들에게 휴식을 제공해주는 정말 고마운 존재이다. 유아들이 스마트폰 영상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며 집중력이 뛰어나다고 칭찬하기도 하고 간혹 스마트폰을 터치하며 조작하는 모습을 보며 신기해하며 좋아하기도 한다. 3세 미만도 스마트폰 사용 척척칭얼대는 유아들을 달래기 위해서, 아이들이 너무 좋아하기 때문에, 동화나 그림그리기 앱 등 교육용으로 활용하기 위해서 등등의 여러 가지 이유로 유아에게 스마트폰을 보여준다. 그러나 점점 유아들이 스마트폰과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가면서 엄마들은 마음의 갈등을 하게 된다.스마트폰이 유아들에게 좋지 않을 거라는 것을 알면서도 엄마들은 휴식시간과 여유를 위해 유혹에 넘어가거나 때로는 교육적으로 필요하다고 합리화하며 자기 통제력이 부족한 3세 미만의 유아들에게도 스마트폰을 자주 보여주게 된다. 많은 언론매체를 통해 유아들의 스마트폰 사용에 대한 부작용을 접해 봤을 것이다. 스마트기기에 빠지게 되면 여러 가지 문제가 나타나지만 가장 큰 문제점은 바로 뇌의 불균형적인 발달에 있다. 유아들은 비언어적인 기능(눈짓, 몸짓 등)을 담당하는 우뇌가 먼저 발달하고, 3세부터는 언어적인 기능을 담당하는 좌뇌가 발달하게 된다. 하지만 스마트폰은 우뇌가 발달해야 하는 시기에 좌뇌의 기능을 활성화시켜 우뇌가 발달할 여지를 줄여 버린다. 뇌가 완전히 발달이 되지 않은 시기에 좌뇌가 더 발달하게 되면 반복적이고 단순한 것에 쉽게 빠지는 성향을 가지게 된다. 이렇게 되면 뇌의 불균형을 가져와 초기에는 주의가 산만하거나 물건에 집착하는 행동, 또래 보다 말이 늦는 등의 증상으로 나타난다. 계속 진행될 경우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틱장애, 발달장애 등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유아기는 오감을 자극하는 활동을 통해 인지발달과 정서발달이 이루어지고, 부모와 또래들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사회·정서발달, 언어발달이 이루어진다. 따라서, 아무리 좋은 교육용 앱이라고 하더라도 오감을 자극하는 놀잇감에 비해서는 한계점을 갖는다.최근 어린이집 유아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인형, 장난감, 스마트폰을 각각 책상 위에 놓아두고 아이들이 그 중 하나를 선택해 가지고 놀게 하였는데, 원아 16명 중 10명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스마트폰을 선택하는 모습을 보였다. 유아들이 스마트폰을 한번 두 번 경험하게 되면 그 매력에 푹 빠지게 되고 이를 통제하기가 정말 힘들어지게 된다. 청소년기의 부모들이 자녀들의 컴퓨터 게임과 스마트폰 중독에 대해서는 너무 많이 고민하고 힘들어하면서도 유아들에게는 그리 많은 생각을 하지 않고 손에 스마트폰을 쥐어준다. 동화는 엄마가 직접 읽어주어야최근 웨어러블 컴퓨터(wearable computer)인 구글 글래스와 같이 첨단 디지털 기술이 날로 발전되어 가는 사회 속에서 유아들의 스마트폰 사용은 자연스러운 모습일지 모른다. 그러나 유아기만큼은 디지털적 방법 보다 아날로그적 방법이 발달에 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엄마의 휴식과 여유를 위해 스마트폰 어플 속 동화를 아이에게 틀어주기 보다 아이를 무릎위에 앉히고 함께 책장을 넘겨가며 엄마가 직접 이야기를 들려주는 시간을 많이 갖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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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4.23 23:02

이 봄, 자연으로부터 얻은 교훈

누군가 자연이 가장 큰 스승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모악산 근방으로 둥지를 옮긴 후에 더욱 자연과 가까이 할 기회가 많아졌다. 창밖으로 훤히 보이는 모악산 전경도 좋지만 이른 아침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과수원길을 지나 산으로 산책하는 것은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지난 주말 날씨가 좋아 모악산 정상까지 맘먹고 오르면서 보니 많은 것들을 보고 느낄 수 있었다. 누가 가꾸거나 옮겨 심지도 않았을 터인데도 나무며 꽃들이 참 조화롭게 어울려 있다는 것을 알았다. 모악산 자락의 봄 꽃 자연의 경이로움특히 산 곳곳에 피어 있는 진달래는 얼마나 자태가 호젓하며 아름다운지. 산 중턱 큰 나무들 사이의 진달래나무의 키는 내 키 보다 컸다. 평상시에 야트막하게 자란 진달래만 보아왔던 내겐 새로운 발견처럼 느껴졌다. 연분홍 빛깔로 얌전히 피어있는 진달래를 보며 잠시 발길을 멈추고 김소월 시인의 시를 읊다보니 꽃에 딱 어울리는 정말 아름다운 시라는 생각에 스스로 감탄한다. 중인동은 온통 하얀 배꽃이 한창이다. 대학시절 학교교정에도 배나무가 있었는데 배꽃이며 목련꽃이 아름답게 필 때쯤이면 여지없이 중간고사기간으로 학생들이 자연을 감상할 여유가 없었다. 학창시절에 왜 하필이면 중간고사는 이렇게 꽃 필 때 있는가 하며 투덜거렸던 기억이 떠올라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교수가 된 지금도 한창 감성을 충전시켜야 할 때인데 온갖 시험준비로 자연을 돌아볼 마음의 여유가 없는 학생들을 보면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 새삼 그 시절을 생각하며 활짝 핀 배나무의 꽃을 바라보다가 꽃잎 색이 드문드문 분홍빛으로 붉어져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배꽃이 하얀색인줄 알았는데 이상하다 싶어 자세히 들여다보니 여기저기 햐얀 꽃잎에 분홍색 뭔가가 묻어있었다. 알고 보니 아주머니 몇 분이 배꽃에다 분홍 꽃가루를 찍어 바르고 있었다. 원래는 벌이 수꽃으로부터 꽃가루를 가져와야 하는데 요즘은 벌이 없어 인공으로 이렇게 찍어서 수정을 한다는 것이다. 도회지에서 태어나고 자란 나에게는 새로운 발견이었다. 신기해서 나도 붓을 빌려 분홍 꽃가루를 하얀 배꽃 위에 살짝 찍어보았다. 꽃도 이렇게 암수가 함께 있어야 열매가 맺힌다는 사실을 새삼 상기하면서 다시 어울림에 대해 생각해 본다. 자연도 이렇게 암수가 어울려야 하듯 사람의 삶도 남녀가 평등하고 조화롭게 어울릴 때 최고의 아름다움과 가치가 나올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세간을 떠들썩하게 하고 있는 계모의 의붓딸 폭행사망사건, 일당 5억의 황제노역사건도 이러한 어울림의 철학 부족에서 나온 결과가 아닌가 싶다. 조화를 이루는 삶의 즐거움 배워야내가 낳은 자식이 아니라고 어린 아이를 때려서 죽게 하는 비정함도, 부도를 내고 내 회사로 인해 수 많은 사람들이 복구하기 힘든 피해를 입어도 나 몰라라 하고 해외에서 초호화 생활을 하다가 들어와 50일만 몸으로 때우면 된다고 생각하는 중견기업 회장의 발상도, 서민들의 아픈 마음을 읽지 못한 판결도 모두가 더불어 사는 조화의 의미를 깨닫지 못한데서 나온 결과가 아닌가 생각된다. 만물이 생동하며 꽃 피우는 이 봄, 자연으로부터 함께 어울리며 조화를 이루는 삶의 즐거움을 다시 배워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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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4.16 23:02

신문의 날 단상

기억하고 관심 갖는 이가 많지는 않겠지만, 매년 4월 7일은 ‘신문의 날’이다. 신문의 날은 1896년에 창간한 독립신문 창간일을 기념해 제정됐다. 한국신문편집인협회가 1957년부터 이 날을 기념하기 시작했기에, 올해는 58회째 맞는 신문의 날이다. 독립신문 창간일 기념해 제정사실, 국내에서 발행된 최초의 신문은 정부기관인 박문국에서 1883년에 창간한 한성순보이다. 이에 반해 독립신문은 갑신정변 이후 미국으로 건너 갔던 서재필이 귀국하면서 창간한 국내 최초 민간신문이라는 형식을 띠었다. 역사적으로 먼저 창간된 근대신문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독립신문 창간일을 신문의 날로 제정한 것은 최초의 민간신문이라는 점과 애국 계몽운동을 표방했던 독립신문 창간정신에 주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독립신문은 고종의 허가 속에서 국고 5000환 가량을 ‘필립 제이슨’(서재필)에게 내주며 발행토록 한 배경을 가지고 있다. 형식상은 민간신문이지만 발행 과정을 보면 순수 민간신문은 아니었던 것이다. 아무튼, 신문의 날을 제정하고 이를 기념하는 것은 단순히 특정 신문의 창간을 기리자는 것은 아니다. 신문의 날을 기념하는 진정한 의미는 언론매체로서 신문의 사명과 사회적 책임을 되새기고 신문이 나아가야 할 올바른 방향을 자각하는 계기로 삼자는 것이다. 지난 4일 개최된 신문의 날 행사 역시 신문의 역할과 사명을 다시 한번 되새기는 자리였다. 기념식에서는 “신문의 기본적 기능은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키고 공동체에 공적 담론을 제공하는 것”, “건전한 여론을 형성하고, 우리 사회가 가야 할 바람직한 미래상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내며, 권력에 대한 끊임없는 견제와 감시를 통해 국민의 기본권을 굳건히 지키는 것이 진정한 신문의 존재 이유”라고 강조됐다. 신문의 사명과 가치를 정확히 짚어내는 적절한 언급이다. 그러나 이러한 말들이 기념식장의 다짐이나 덕담으로서만 그쳐서는 안 될 일이다. 그러기엔 신문의 현실이 녹록치 않기 때문이다. 오늘날 신문 매체는 위기에 처해 있다. 신문 위기의 원인은 일차적으로 미디어 융합과 디지털 미디어 시대라는 매체 환경적 변화에서부터 찾아진다. 이른 아침 잉크 냄새 물씬 풍기는 신문을 접하면서 하루를 시작하던 독자들이 스마트한 미디어를 통해 자신이 필요로 하는 정보를 수집하는 미디어 수용자들로 변화하는 세상이 된 것이다. 더불어, 중앙에 치우친 사회문화적 풍토, 보수 언론과 보수 정치세력의 공고한 결합, 신문시장의 과점 구조, 지역 신문의 난립 등 사회구조적 문제와 신문시장의 구조 문제가 중층적으로 얽히면서 한국 신문의 위기를 가중시키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미디어 환경의 변화와 구조적 문제만이 신문의 위기를 초래한 것은 아니다. 권력과 자본의 횡포를 견제하는 것이 아니라 이들의 눈치를 보는 신문들, 건전한 공론장이 아니라 정파적 견해에 치우친 신문들, 정확하고 진실한 내용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모기업의 방패막이로 그 역할을 왜곡하는 신문들과 같이 일그러진 일부 신문의 모습들 역시 신문의 위기를 초래하는 한 원인으로 자리한다. 사회적 공기로서의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는 신문들을 누가 어여삐 읽어 주겠는가. 신문계 역시 이러한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해 보아야 한다. '시대가 빨라질 때 신문은 깊어집니다'올해 신문의 날을 대표하는 문구는 ‘시대가 빨라질 때, 신문은 깊어집니다’라는 표어이다. 신문의 위상과 생존 방향을 생각해 볼 때 예리하고도 적절한 표현이다. 스마트 미디어를 통해 소통하는 사회에서 신문 매체 역시 그 스마트함을 얼마나 결합시키느냐가 관건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저널리즘의 대표 주자로서 신문의 경쟁력은 무엇보다도 내용의 깊이에서 찾아져야 한다. 진실한 정론이 있다면 독자들은 결코 신문을 외면하지 않을 것이다. 공자님 가라사대와 같은 말들이지만, 신문의 날을 맞이하고 신문 주간을 보내면서 새삼 되새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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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4.09 23:02

복지와 세금

우리나라 사회복지는 유럽형 사회복지모형(보편적 사회복지)을 추구하고 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많은 재원이 필요한데, 그 재원은 세금과 기여금 등이다. 보편적 사회복지는 의료, 교육, 주택 등 국민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모든 분야에 적용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사회복지에 대한 국민들의 요구는 높아가고 있지만, 그 재원을 마련할 대책은 없다는 점이 보편적 사회복지 달성을 어렵게 하고 있다. 국민들의 복지에 대한 요구를 알고 있는 대부분의 정치인들은 선거철이 되면 지키지도 못할 복지공약을 쏟아내고 있고, 국민들은 그 공약의 실현 여부를 검증하지 못한 체 해당 정치인을 지지하고 있는 현실이다. 하지만 그들의 공약은 대부분 지켜지지 않고 있어 정치인들의 공약(公約)은 공약(空約)이라고 하는 우스운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이는 곧 정치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져 우리사회에서 정치인들의 신뢰는 바닥에 떨어진지 오래되었다. 세금·벌금 안 내는 고소득층 많아대부분의 유럽 국가는 국민의 전 생애 즉, ‘요람에서 무덤까지’를 국가가 보장하는 복지제도를 마련하고 있다. 이들 국가들은 100여년이상의 사회복지역사를 통해 국민들이 복지에 대한 권리만 찾는 것이 아니라 세금과 기여금 납부의무를 다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보편적 사회복지를 실현하기 위해 많은 재원이 필요하다는 것에는 대부분 동의하고 있지만, 그 재원마련을 위한 세금과 기여금 납부에 대해서는 인색한 것이 현실이다. 특히 사업자의 탈세, 고소득층의 탈세는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으며, 월급쟁이들의 불만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를 막기 위해 현금카드사용, 신용카드사용 등을 활성화하고 있지만 대기업의 탈세는 여전히 일반화되어 있다. 이러한 현상은 벌금의 경우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나고 있다.최근 모 기업의 회장이 탈세와 회삿돈 횡령으로 인해 벌금형 254억원을 판결 받은 것이 사회적 이슈가 되었다. 벌금형을 받은 허 회장이 벌금형 대신 노역을 하고 있는데, 일반인에게는 하루 5만 원에서 10만 원으로 환산되는 것이 통상적이지만, 허 회장의 경우는 하루 5억의 노역으로 자신의 벌금형을 치르는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법 판결로 인해 국민들의 사법부에 대한 불신과 분노는 높아만 가고 있다. 국민들이 분노하는 점은 그가 벌금형을 낼 경제력이 없어서 황제노역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처럼 우리 사회의 비양심적인 고소득층들은 공공연히 세금과 추징금, 벌금을 내지 않고도 잘 살고 있어 국민 대통합이 이루어질지가 의문이 된다. 또한 이러한 현상이 갑자기 생긴 것이 아니며 오래된 우리사회의 병리적 현상이라는 점이 난제인 것이다. 이렇듯 우리사회에서는 세금과 관련된 부분은 할 수 있으면 납부하지 않으려는 풍토이다. 납세 의무 지켜져야 보편적 복지 달성정직한 납세자는 얼마나 있는지? 정직한 납세자들의 범주에는 아마 월급쟁이들이 대부분 해당될 것이다. 납세에 대한 의무가 충실히 지켜지지 않는 한 보편적인 사회복지제도의 달성은 어렵다. 대부분의 유럽국가에서 소득의 절반을 세금으로 납부한다는 사실을 우리국민들은 인식할 필요가 있다. 이를 공감하고 보편적으로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우리들이 추구하는 보편적 사회복지제도는 달성하기가 점점 어려워질 것이며, 우리사회의 진정한 사회통합 또한 어려울 것이다. 세계 1위의 자살국이라는 슬프고도 부끄러운 현실은 우리사회의 지나친 경쟁현상 때문만이 아니라 보장되지 않는 현실과 미래로 인해 국민들의 불안지수와 우울지수가 높기 때문이다. 국가가 국민의 삶을 ‘요람에서 무덤까지’ 보장해준다는 믿음이 있다면 이러한 극단적 선택은 줄어들 것이다. 그리고 우리들은 그 믿음을 조성하기 위해 사회와 국가를 위해서 지금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를 생각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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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4.02 23:02

진실한 칭찬

최근에 한 초등학교 3학년 교실에서 비커에 같은 조건의 콩나물을 기르면서 한쪽의 콩나물에는 바르고 고운말로 칭찬을 하고, 다른 한 개의 콩나물에는 나쁜 말로 비난하는 실험을 실시했다. 실험 결과 바르고 고운말을 듣고 자란 콩나물이 더 잘 자라는 것을 관찰할 수 있었다. 칭찬의 힘을 ‘눈’으로 확인하면서 학생들 각자가 생활 속에서 얼마나 칭찬이 중요한 지를 깨닫게 하는 중요한 실험이 되었다는 기사를 보았다. 이와 같은 얘기는 새로운 것은 아니다. 이미 칭찬의 효과가 많은 연구 결과를 통해서 전해지면서 이미 농축산업에서는 칭찬요법이 활발히 적용되고 있다. 벼의 생육과정에도 칭찬요법을 적용하였더니 도정시에 좁쌀량이 현저하게 줄어들고 밥맛이 개선되었다거나, 물에게도 칭찬을 하면 품질과 상태가 좋아진다는 등 많은 연구결과들이 칭찬의 효과를 입증해주고 있다. '접대용 멘트' 부작용 날 수도사람들에게 있어 칭찬은 더 큰 힘을 발휘한다. 칭찬을 들으면 엔돌핀이 생성되어 행복감을 느끼게 되고 성취동기가 유발된다고 한다. 특히 유아들에게 있어 칭찬은 일상에 있어 그들의 행동을 결정하는데 많은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앞으로의 삶에도 큰 영향을 주게 된다. 자기 자신의 인성, 기질, 가치관, 행동, 그리고 능력 등에 관한 주관적 이해와 평가를 의미하는 자아개념은 유아의 평생에 걸친 삶과 행동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므로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자아개념이 긍정적으로 형성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다. 그런데 이러한 자아개념은 다른 사람의 눈에 비친 내 모습이라고 할 만큼 다른 사람의 역할이 정말 중요하다. 즉 다른 사람들로부터 받은 칭찬이 긍정적 자아개념을 형성하는데 큰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또한 유아들의 바람직하고 건설적인 행동을 인정해주고 칭찬해 주는 태도는 유아들이 자신의 긍정적인 행동을 명료화시키는 계기가 된다. 이와 같이 칭찬은 우리의 생활에 정말 긍정적인 효과를 내는 특별한 힘을 갖고 있다. 그런데 최근 과학적인 실험을 통해 칭찬의 역효과를 입증한 흥미로운 연구들도 눈여겨 볼 만하다. 칭찬을 과도하게 하면 교사의 눈치를 더욱 많이 살피게 되며 대답을 질문처럼 한다는 결과를 발견하였다. 또한 부모들은 자녀들을 지지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아이는 부모의 높은 기대치를 감지하고 압박감을 느끼기 때문에 과목 자체에 집중하기 보다는 받게 될 점수에 더 집중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일상에서 많이 사용하는 칭찬 스티커 활용에 대해서도 실험한 결과 아이들은 단순히 스티커라는 보상을 받기위해서만 노력을 할 뿐이지 본질적인 과업을 이루는 것은 대충대충 하고 만다. 즉 스티커에 길들여진 아이는 나중에는 큰 보상이 함께하지 않으면 아이의 행동에 변화가 없고 큰 동기부여조차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상대방에 깊은 관심 갖고 칭찬을따라서 칭찬이 우리에게 긍정적인 효과를 주기 위해서는 칭찬도 무작정 많이만 하는 것이 아니라 현명하게 해야 한다. 칭찬을 받았을 때 내가 납득할 수 없는 칭찬은 효과도 없을뿐더러 부작용을 낳는다. 접대용 멘트 내지는 꾸며낸 칭찬은 운 나쁘면 기만으로까지 생각될 수 있는 적절치 못한 칭찬이 된다. 고래를 잘 알지 못하는 인간은 고래를 춤추게 만들 수 없을 것이다. 칭찬은 상대방에 대한 깊은 관심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또한 무엇인가를 기대하고 바라고 하는 의도를 가진 칭찬이 아닌 진실한 칭찬을 할 때 칭찬의 긍정적인 힘이 발휘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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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3.26 23:02

국방장관이 여성?

최근 공군사관학교 졸업식에서 대통령상 수상자가 수석인 여생도에서 차석인 남생도로 다시 수석 여생도로 바뀌는 해프닝이 있었다. 공군사관학교 뿐만 아니라 올해 육군사관학교도 2년 연속 여생도가 수석졸업을 했다. 이 때문인지 육사는 그동안 일반학 분야의 비중이 높았던 것을 군사 및 체육분야의 비중을 높이는 방향으로 성적평가기준을 개정하겠다고 한다. 때문에 여생도의 상위권 진출을 막아보려는 의도가 아닌가 의심을 사고 있다. 어머니 마음으로 병사 더 소중하게1990년대 후반부터 여학생을 받아들이기 시작한 사관학교는 여성에 대한 높은 편견과 장벽으로 문호개방에 어려움이 많았다. 이제 문호를 개방한지 십여 년이 좀 지나 입학 및 졸업에 수석 및 차석 등 우수한 여생도들이 나타나자 여성의 전쟁수행능력을 운운하며 갑자기 학업능력평가 기준까지 바꾸고 있는 실정이다. 국방만큼은 남성의 영역이라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에 이런 일들이 일어나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그렇다면 최근 뮌헨에서 열린 국제안보회의에 참석한 유럽의 국방장관 4인이 여성이라는 사실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그들은 노르웨이(37세), 네델란드(40세), 스웨덴(47세), 독일(55세)의 국방장관이었다. 우리보다 선진국이라는 것은 차치하고 여성장관들의 나이가 젊다는 것도 놀랍지만 경력 또한 군 경력과 큰 관련이 없다는 것도 놀라운 사실이다. 한 예로 독일의 여성국방장관인 우르줄라 폰테어라이엔은 7남매의 어머니이다. 우리의 경우 아무리 경제적 사회적 지위가 높다 하더라도 이렇게 자녀를 많이 둔 여성의 사회활동을 상상할 수 있는가? 봉사활동도 아닌 수많은 젊은 군인의 목숨을 책임지며 전쟁수행도 불사해야 하는 막중한 업무에 말이다. 작년 말에 취임한 주한 미 해군사령관 리사프란케티(49세)도 여성이다. 생각을 뒤집어서 해보면 자녀를 낳아본 여성은 군에 있는 병사들을 더 소중하고 세심하게 배려할 수 있을 것이며 위급한 상황이 되면 누구보다 냉철하게 판단을 내릴 것이다. 이번에 논란이 되었던 수석 여사관생도의 대통령상 수상 해프닝을 볼 때 여성국방장관을 배출하고 여성사령관을 배출한 그들 나라의 정치인과 국민의식 수준이 가히 경이롭게 여겨진다. 혹자는 우리는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특별한 상황이라 반박할지 모른다. 지금은 최첨단 전자무기로 전쟁수행능력을 높이고 있다. 따라서 전쟁지휘관은 근육력이 있는 남성이 해야 한다는 것은 시대착오적 발상이 아닐까? 보통의 근육으로도 인내력 있고 리더십과 책임감이 있으며 상황을 잘 판단하고 지휘해야할 두뇌력이 더 필요한 시대이다. 축구선수들도 근육보다는 두뇌로 운동하는 선수들이 더 우월하다고 하지 않던가? 21세기 글로벌시대 성평등 중요요즘 신문이나 방송을 보면 온통 나라가 저출산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저출산현상의 내면을 들어가 보면 양성불평등이 깊게 자리잡고 있다. 수석이 남자이면 어떻고 여자이면 어떤가? 그들이 대한민국의 국민이고 들어가고자 하는 자리에서 필요로 하는 자질과 능력 그리고 품성을 갖추었다면 생물학적 사회경제적 차이가 차별이 되지 않고 인정받을 수 있는 사회가 좋은 사회 아니겠는가? 인적 자원만으로 무한경쟁으로 치닫고 있는 21세기 글로벌시대이기 때문에 그 어느때 보다 성평등이 요구되는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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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3.19 23:02

방송가의 봄은 언제 올 것인가

새 봄이 왔다. 따스한 기운이 대지를 녹이면서 여기저기서 봄 기운이 올라오고 있다. 봄 바람과 함께 우리 사회에도 곳곳에도 신선한 기운이 전해지기를 바라는 마음 모두 간절할 것이다. 하지만, 금년들어 진행되는 방송계의 상황을 보면 봄 내음과 함께 전해지는 상큼함을 느껴볼 수 가 없다. 오히려 매서운 삭풍이 다시 불 것을 예고하는 것 같다.권력 지향 사장·수신료 인상 문제지난달 말, MBC의 사장이 새로 선임됐다. 문제는 신임 사장이 MB정부시절 ‘조인트 사장’이라는 오명까지 들어가며 정권의 방송장악에 일조했던 김재철 전 사장의 최측근으로, 방송 공정성 쟁취를 위해 노력했던 후배들을 핍박한 전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권력의 의지에 더욱 부합하는 행보가 예상되기에 공영방송 MBC의 앞날을 걱정하는 이들의 우려가 크다. 지난해부터 논란이 되어온 KBS 수신료 인상안 문제는 국회로 넘어갔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달 28일 야당 추천 위원들의 반대의견에도 불구하고 3:2라는 표결 결과를 토대로 수신료 인상안을 의결했기 때문이다. 수신료 인상이라는 뜨거운 감자는 이제 국회에서 다루어지게 됐다.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부 여당도 섣불리 강행처리하기에는 힘들겠지만, 수신료 인상 문제를 두고 세찬 공방이 예상되고 있다.방송 공정성을 위해 여야가 합의한 방송법 개정안이 하룻만에 뒤바뀌기도 했다. 지난달 26일 국회 미래창조방송통신위원회(미방위)는 지상파 방송과 종편 보도채널에 노사 동수가 참여하는 ‘편성위원회’를 구성토록 하는 방송법 개정안에 합의했다. 하지만, 여당의 미방위 위원들은 하룻만에 이를 번복했다. 종편이라는 민영방송을 소유한 조중동 보수언론이 이를 반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결국 합의안은 반쪽이 됐다. 자신들의 이익만을 앞세우는 보수언론과 이에 휘둘리는 여당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것이다. 지난 10일부터는 종합편성채널 재승인 심사가 시작됐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이를 위해 15명이 참여하는 재승인심사위원회를 구성했다. 그런데 15인의 심사위원 구성 중 야당 추천 인사는 3명뿐이다. 이와 관련, 언론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종편국민감시단’은 재승인심사위원회가 정치적 의도와 전문성 부재 속에 구성됐으며, 방통위의 재승인 심사는 승인을 위한 알리바이에 불과하다고 비판하고 있다. 한편, 오는 25일부터는 제3기 방통통신위원회가 시작된다. 이에 따라 정부 및 여당 추천 3명(청와대 2명, 여당 1명), 야당 추천 2명이라는 위원 구성을 위한 인선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또한 이어서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도 재구성되는 일정이 진행 된다. 방송통신위원회의 위원은 실질적으로 대통령 추천 3인, 여당 추천 3인, 야당 추천 3인 등 총 9명으로 구성된다. 정부여당 측 6명, 야당 측 3명인 셈이다. 방통위·심의위 구성도 여당 우위방송통신위원회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국내 방송환경의 구도와 내용을 좌우하는 핵심적 거버넌스이다. 그러기에 공정성과 독립성의 문제가 관건이다. 하지만, 현재의 위원구성 시스템은 정부여당 측이 우위를 차지하며 대통령과 여당의 의지에 따라 일방적 의사결정이 가능한 구조이다. 때문에 근본적인 지배구조 개선 없이는 여전히 ‘기울어진 운동장’이 형성될 수 밖에 없다.새 봄이 왔건만 한국 방송의 구도를 좌우할 일련의 움직임은 이처럼 그리 훈풍이 아니다. 방송가의 봄은 언제 오려나, 그저 기다리기에는 너무 엄중한 세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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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3.12 23:02

우리사회의 얽힘 풀기

지금 우리 사회에는 한 가족이 최소한의 생활유지가 어려워 자살하는 생계형 사건·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건이 발생될 때 마다 많은 사람들은 의문을 갖게 됩니다. 정부가 지원하고 있는 사회보장제도는 도대체 작동하고 있는 것인지? 기초수급 제도, 긴급구조 제도가 있는데 이분들이 왜 이 제도를 이용하지 못했을까? 자격이 미달인지? 이러한 의문으로 인해 현행 복지제도 전반에 대한 회의를 가지게 합니다. 해당 구청, 동사무소 담당자들은 이분들이 이 제도를 신청하지 않았다고 답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이 발생되는 이유는 우리나라 대부분의 복지제도가 ‘신청주의’를 원칙으로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당사자가 신청하지 않아서 발생되는 부분은 공적책임이 없다는 것입니다. 신청하지 않으면 보살핌 없는 사회나날이 복잡해지는 우리나라의 경제구조만큼 우리의 삶은 복잡해지고 있습니다. 무한경쟁으로 달려가는 작금의 현실에서 모두들 바쁘게 일상을 보내고 있어서 누가 누구를 돌봐야한다는 기존의 관념들이 사라진지 오래되었던 것 같습니다. 워킹 맘은 바쁜 하루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자녀를 돌봐야 하는 일에 쫓겨 어쩌면 스스로를 돌아볼 시간조차 없는 것 같습니다. 날마다 인터넷에서는 ‘이런 직업군의 연봉은 이렇고, 신이 내린 직장은 이렇다’라고 외치는 바람에 청년층들은 그러한 직업군을 희망하며 취업을 향한 바쁜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우리사회는 가족과 자신을 돌아보고 이웃을 돌아볼 여유가 점점 없어지고 있는 것만 같습니다. 결국 세계1위를 갈망하는 경쟁적 현실을 견디지 못하는 사람들은 스스로를 지키지 못하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세계 1위의 자살국가가 되어버린 지금. 사회안전망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은 누구에게 손을 내밀어야 할지도 모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손을 댈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하게 얽혀버려 있는 우리사회의 얽힘을 풀기위해서 차분히 대처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제도가 있지만 이를 이용하지 못했다는 것은 복지제도에 대한 홍보가 부족한 이유일 것입니다. 영국 등 유럽국가에서는 TV 등 대중매체에서 복지제도에 대한 홍보를 통해 제도이용 방법을 널리 알리고 있습니다. 한 개인이 생존하기 위한 경제적·심리적 지원 제도와 이를 담당하는 전화번호를 공영방송에서 적어도 하루 한번이라도 알려주었다면 가족과 이웃으로부터 외면되었다 하더라도 국가와 사회가 내밀고 있는 희망의 손길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이들이 간절히 원했던 것은 누군가의 따뜻한 말 한마디, 따뜻한 손길이었을 것 같습니다. 힘들고 지쳐있는 이들을 붙잡아 일으킬 수 있는 든든한 손길은 가족과 이웃보다는 공적책임의 손길입니다. 생계형 사건·사고가 발생될 때마다 우리사회에서는 복지제도의 개선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복지제도 지속적으로 홍보해야하지만 복지제도 개선에 선행되어야 할 점은 기존 복지제도의 지속적 홍보입니다. 언제나 큰 변화는 작은 변화로 시작되기에 복지제도의 지속적인 홍보는 긴급 상황에 있는 이들에 대한 개입, 복지제도의 개선뿐만 아니라 우리들의 삶을 변화 시킬 것이라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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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3.05 23:02

관계의 힘

얼마 전 베스트셀러이기도 하였던 ‘관계의 힘’이라는 책을 읽었다. 주변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많은 생각을 해서인지 유독 제목이 마음에 들어서 내심 기대를 하며 읽게 된 책이었다. 필자가 지도했던 학생들이 졸업을 하고 처음 직장에 취업한 후 채 1년이 안되어 직장을 그만 두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 이유를 물어보면 한결같이 “직장 동료 또는 상사나 그 밖의 사람과의 관계가 힘들어서.”라고 답하였다. 대한민국 직장인들이 직장생활에서 가장 힘든 것이 ‘일’이나 ‘보수’ ‘근무환경’등의 이유보다 ‘사람과의 관계’라고 답한 조사결과와 같은 맥락이다. 인간은 사회를 떠나서 살 수 없다보니 모든 생활 속에서 수많은 관계를 맺고 살아가고 있다. 이러한 관계는 인생의 질을 결정할 만큼 중요한 역할을 한다.영아기 안정적 애착관계 형성해야이렇게 수많은 관계들 중에 가장 최초이면서 인생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관계인 ‘애착’이 있다. 애착은 영아와 양육자간에 형성되는 친밀한 정서적 유대감을 말한다. 영아기에 형성되는 애착은 이후 발달에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 많은 연구들에서 안정된 애착관계를 형성한 경우 도전적인 과제를 잘 해결하고, 좌절을 잘 참아내며, 문제행동을 덜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친구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있고 리더십이 높았다. 뿐만 아니라 높은 자아 존중감을 지니고, 학교에서의 교사와의 관계 및 동성친구, 이성친구와의 상호작용에서 사회적 유능성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즉 영아기에 형성된 애착은 주변세계에 대한 신뢰감으로 확대되는 것이다.그렇다면 안정적인 애착관계는 어떻게 형성되는 것인가? 관계 형성에 있어 주 양육자의 역할이 매우 크다. 안정된 애착이 형성되려면 우선 영아가 보내는 신호에 대한 민감성과 반응성이 매우 중요하다. 아기의 신호에 빠르게, 적절하게 반응하는 것이다. 이러한 민감성과 반응성은 상대방에 대한 사랑과 관심 속에서 가능한 것이다. 또한 긍정적인 상호작용을 많이 해 주는 것이다. 즉 많이 눈맞춰주고 많이 웃어주는 것. 그리고 스킨십을 많이 해주는 것이다. 스킨십은 정서적인 관계 형성 뿐 아니라 신체 발달에도 도움을 주는 것으로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미숙아들을 대상으로 일정시간 엄마의 맨살에 닿게 안아주는 시간을 가졌을 때 실제 신체성장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나타나 많은 병원에서 이러한 방법, 일명 ‘캥거루 요법’을 시행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것은 위에서 말한 것들을 일관성 있게 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엄마들은 아기의 신호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긍정적으로 상호작용해주며 스킨십을 잘 해준다. 그러나 이것을 항상 일관성있게 한다는 것은 많은 노력이 필요한 부분이다. 사실 안정된 애착관계를 형성하기 위한 방법들은 지극히 당연하고 쉬운 것들일 수 있다. 단지 이것을 실천하는 지의 여부에 따라 관계 형성은 달라질 것이다. 상대방에 대한 관심·공감·칭찬 필요‘관계의 힘’이라는 책에서 주인공은 어려운 인간간의 관계를 잘 맺는 비결은 ‘관심, 먼저 다가가기, 공감, 진실한 칭찬, 웃음’이라고 말하였다. 상대방에게 관심을 갖고 먼저 다가가서 그의 의견에 공감하고 진실하게 칭찬해주고 웃어 주는 것이다. 인생 최초의 관계인 애착관계나 그 이후의 모든 인간관계에서는 상대방에 대한 애정과 관심 긍정적인 상호작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을 아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것을 항상 생활 속에서 실천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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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2.26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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