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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메아리] 대지의 여신 - 김관식

실내에서 키우던 상록수가 지난 주 털갈이 하듯 오래 묵은 잎새들을 떨궈냈다. 지난해에는 나무가 행여 잘못되지 않을지 노심초사했으나 이번에는 봄이 오는 모양이라고 생각했다. 둘러보니 곳곳에 생기가 차오르고 있었다. 요즘은 흔히 말하는 기후 변화 때문에 우리나라도 사계절의 변화가 무뎌지기는 하였으나 순환의 봄이 가져오는 만상의 변화는 매번 경이롭고 경이롭다.최근의 환경 변화와 그에 따른 현상이나 재앙은 지구 전체를 하나의 거대한 생명체로 보는 가이아 이론을 새삼 떠오르게 한다. 1960년 후반 과학자 제임스 러브록에 의해 제시된 가이아 이론은 1979년 '지구상의 생명을 보는 새로운 관점'이라는 저서를 통해 대중에게 소개되고 발전된 이론이다. 그리스 대지의 여신 '가이아'의 이름을 빌려 지구에 살고 있는 생물과 대기권, 대양, 토양 등 무생물까지 포함하여 살아있는 통합적 시스템을 표현하고 있는데, 지구를 생물과 무생물이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며 스스로 변화하고 진화해나가는 하나의 생명체이자 유기체로 바라보는 것이다. 최근 환경과 기후에 대한 세계적 담론과 관련되어 주목할 만한 이 이론은 종양학 분야에서 생명현상을 연구했던 필자에게도 매력적이다.하나의 세포가 생명력을 유지하기 위해 이용하는 네트워크를 들여다보면 지구상의 모든 현상을 하나의 세포에 응축시켜놓은 것처럼 복잡하고 난해하다. 생명현상을 단적으로 정의하기는 불가능하지만 생물의 특성은 대사작용이나 생식능력, 환경에 적응하는 변화 또는 진화능력 등으로 설명될 수 있다. 그러한 생물의 대사, 생식, 변화 과정에 세상을 구성하는 물질이 생물과 무생물의 경계를 끊임없이 넘나들어, 생물적 존재와 무생물적 존재가 복잡한 네트워크를 통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대지의 여신 가이아를 한차원 높은 생명체 또는 생명현상의 주체로 봐도 좋을 것이다.우리가 건강을 점검할 때 보는 가장 기본적인 생체활력징후는 혈압, 맥박, 호흡수, 체온을 들 수 있다. 건강이 악화되면 이러한 활력징후가 불안정해지며 병원은 환자의 활력징후를 불안정하게 하는 원인을 찾아 처방하고 치료하게 된다. 최근 지구상 곳곳에서 일어나는 홍수, 가뭄, 태풍과 해일 등 기후 변화, 지각변동에 따른 지진이나 화산활동 등 예기치 않은 현상들은 대지의 여신 가이아의 건강에 이상이 있음을 알려주는 징후들이다. 국제사회는 그 징후를 이해하기 시작했으나 기후변화협약이라는 처방을 협의하는데 난항을 겪고 있다는 소식이다.우리는 지구생명체의 일원으로 가이아의 뼈를 잘라 집을 짓고 살점을 나누어 먹고 어둠을 밝혀 왔다. 그러나 대지의 여신이 한없이 인간의 문명만을 편애하지는 않을 것이다. 모든 생명체가 그렇듯 지구상에 기록된 시간의 역사는 가이아 역시 스스로의 상처를 치유해낼 수 있는 자생력이 있으며 그것이 우리에게 파멸을 가져올 수도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국가간의 기후협약은 멀리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개개인의 실천은 사실 먼 곳에 있지 않다. 나무심기 좋은 요즈음 한 그루 나무를 심고 가꾸거나, 일상에서 자원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불필요한 에너지 소비를 최대한 줄이는 것이 여신의 수고를 더는 일이 될 것이다./김관식(자인산부인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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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03.10 23:02

[새벽메아리] '죽은 시인의 사회'와 우리 현실 - 허소라

바야흐로 만물이 약동하는 3월이다. 아파트 주변엔 벌써 밝은색 차림의 어린이들 발걸음이 분주하다. 친구집에 놀러 가느냐고 물으니 일거에 고개를 흔든다. 그런데 토요일 오후나 일요일에도 한결같이 빈 손이 아니다. 알고보니 무슨무슨 학원이나 개인지도를 받으러 가는 길이다. 이런 모습은 미국의 오바마대통령도 인정하리만큼 세계적으로 교육열이 높은 우리 사회의 풍속도가 된지 오래다. 여기에 TV, 컴퓨터, 문제집 등 가까이 보는 데에만 익숙해져 점차 근시가 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다시 말해 '먼 산마루', '높푸른 하늘과 구름', '쟁반같이 둥근 달과 별', 나아가 '유유히 흐르는 강' 등 멀리, 높이, 그리고 깊은 곳을 쳐다 볼 기회가 현저히 줄어들었다는 뜻이다. 이는 단순히 이격된 거리상의 문제라기보다 그만치 '상상의 공간'이 일실되어졌다는 데에 심각성이 있다. 이 상상의 공간이야 말로 남을 배려하고, 용서하고, 사랑하며 희생할 줄 아는, 이 시대에 그무엇보다 소중한 시적 공간이 아닐 수 없다.지난 80년대 말에 상연된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를 기억할 것이다. 톰 슐만 원작의 이 영화는 1859년에 창립된 미국의 웰튼학원에 들어온 50명의 신입생 입학식으로 시작된다. 배가 나온 교장선생은 본교가 전통있는 명문교임을 자랑하며 마치 사관학교에 준하는 엄격한 규율을 강조한다. 이어 본교 출신의 새 교사 죤 키티선생을 소개한다.그런데 키티선생은 수업 첫 시간부터 학생들을 놀라게 한다. 낭랑히 시를 읊조려 주는데 "모을 수 있을 때 장미를 모으라/ 언젠가 우리는 죽는다." 라면서 학생들을 모두 교실 벽에 걸린 선배들의 빛바랜 사진 앞에 모이게 한다. 그리고는 '제군들 이미 그들은 묻혔다, 그들의 속삭이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라며 목청을 높인다 오랜기간 엄격한 통제 속에서만 자라온 이들을 그 틀에서 과감이 벗어나게 하려는 키티선생의 깊은 뜻을 알아차린 것은 그 이후였다.어느날 키티선생은 학생시절 어느 동굴 속에서 동료들과 낭만주의자가 되어 시와 영혼, 자유 그리고 여자이야기로 날을 샜던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 때 만든 써클명이 바로 '죽은 시인의 사회'였다. 키티선생을 유달리 따랐던 닐 군이 몇몇 동료들과 한밤중에 이 동굴을 찾아내어 선생처럼 테니슨의 시를 낭송하며 이상한 춤과 노래, 그리고 여학생 사진을 돌려보는 등 실로 오랜만에 자유를 만끽한다. 다음날 수업시간엔 키티선생이 갑자기 교탁위에 오르더니 모두를 책상위에 오르라 한다. 머뭇거리던 이들이 '죽은시인의사회' 멤버들을 중심으로 하나 둘 오르자 '저 멀리를 보아라! 저 하늘은 모두 너희의 것이다' 라고 외쳐댄다. 그 후 닐군이 키티선생이 연출하는 섹스피어의 극 '한여름밤의 꿈'에 오로지 의과대학 진학만을 열망하고 있는 아버지의 강한 경고에도 주연으로 출연한다. 이윽고 막이 내리고 기립박수가 쏟아지는 속에 나타난 아버지는, 당장 전학 후 육군사관학교에 보내겠노라면서 닐을 끌고 나간다.가족 모두가 깊이 잠든 밤 이충에서 '빵!' 하고 총성이 났다. 잠결에 달려온 아버지가 '안돼!' 하며 끌어 안았으나 그 때 닐은 실로 오랜만에 그 누구의 제지도 없이 '한여름밤의 꿈' 속에서 드넓은 하늘을 훨훨 날아가고 있었다.- 지금 이 시대가 바로 '죽은 시인의 사회'가 아닌지 더듬어볼 일이다./허소라 (시인. 군산대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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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03.03 23:02

[새벽메아리] 진정성 있는 마을전문가 발굴해야-임경수

정부가 지원하는 마을만들기 사업에서 많은 전문가들이 마을컨설팅이란 이름으로 참여하고 있다. 컨설팅 과정을 통해 주민을 교육하고 마을에서 필요한 사업을 계획하면 건축, 토목, 조경설계업체가 실시설계를 하고 그 설계에 따라 각 분야에서 시공을 하는 방식으로 마을만들기 사업이 추진된다. 사업단계별로 사업시행자가 달라 처음 기본계획에서 의도하지 않았던 방향으로 사업이 이루어지거나 서로 다른 개념으로 사업이 추진되어 사업이 누더기처럼 변하는 것을 수없이 경험하였다. 실제로 몇 년전 충남의 한 마을사업의 추진과정에서 방문자센터 건축물이 목조의 아담한 건물로 제안한 기본계획과 달리 벽돌의 우람한 건물로 바꾸어지는 과정에서 기본계획을 한 나는 어떤 문제제기도 할 수 없고 주장도 할 수 없는 암담함을 체험하였다. 이러한 단점을 극복하고자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추진하는 문화역사마을만들기 사업에 자문단으로 참여하면서 책임전문가제도를 도입하자고 주장하였다. 책임전문가제도는 기본구상, 기본계획, 실시설계, 시공, 감리, 사업의 시행 및 시설의 운영까지 한명, 혹은 다수의 전문가가 책임을 지고 관리, 감독하는 시스템이다. 책임전문가는 사업을 시행하고 관리할 권한을 가지지만 사업의 성공여부와 투명성에 대한 책임을 지게 되고 이러한 권한과 책임에 따르는 적절한 경제적 보상을 해야 한다.문화역사마을만들기 사업에 이 제도가 채택되어 사업대상 마을은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이 추진위원회에 마을사업에 적합한 외부 전문가 2-3명을 추천하여 선정하였다. 외부전문가는 명망있는 건축가 한명과 마을 특성에 맞추어 관광, 체험교육, 문화재 등의 전문가로 구성하였다. 한 마을의 책임전문가가 첫 번째 사업으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와 추진위원이 모두 모여 마을사업에 대한 웍샵을 진행한 적이 있다. 1박 2일로 진행한 웍샵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미리 말을 맞추지 않았지만 하드웨어 중심의 계획, 단순 관광소득 중심의 사업내용, 환경이나 경관을 무시한 건축과 공간계획의 문제점에 대해 주민들을 설득하고 장기적인 안목에서,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문화역사마을을 만들자는 이야기를 했다.그 웍샵 후에 회의에 참석한 문화재 분야의 원로 선생님이 저에게 싱글벙글한 얼굴로 이렇게 이야기하셨다."세상에 이런 위원회는 처음 봐. 모든 위원회가 이것 하자 저거 하자, 뭐든지 만들고 세우자라고 결정하는 것이 보통인데 이 위원회는 뭐든지 하지 말자고 하니... 참. 재미있어요. 뭔가 될 것 같아요."지난 정부에서부터 활발하게 벌어지기 시작한 마을만들기 사업은 여전히 농촌개발사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농촌마을을 위해 지원하는 사업이 여러 분야로 나뉘어지고 그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주머니만 채워주는 사업이 돼서는 되지 않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농촌마을의 사회적, 경제적 상황을 이해하고 이를 해결하고자 하는 진정성있는 전문가를 발굴해야 한다. 그리고 그런 전문가들이 책임지고 일할 수 있고 사업의 성과에 따라 경제적인 보상과 사회적인 보상, 즉 보람과 명예를 얻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런 방식을 통해 행정, 지역주민, 전문가가 협력하는 새로운 마을만들기의 사례가 전라북도에 많아지기를 기대해본다./임경수(사회적기업 이장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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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02.24 23:02

[새벽메아리] 정동영의원 변화의 길로 나서야 - 김영기

이제 본격적인 지방자치 동시선거가 시작되고 있다. 특히 설전에 정동영의원의 탈당과 출마, 신건 의원과의 동반 당선으로 조성된 민주당의 지루한 분열상이 정리되고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되었다. 이제 정동영 의원은 본인의 말대로 이명박 정부의 독선과 독주를 견제하고 한국사회 민주주의의 후퇴를 막아내는 일에 백의종군하여 온힘을 다해야한다. 이것이 자신을 당의장과 대선후보로 만들어 준 민주당을 탈당하며 출마한 보궐선거에서 다시 한 번 지지를 보내준 전주 시민들에게 보은하는 길이다. 전주 시민들은 정 의원이 잘했다고 지지한 것이 아니다. 당시 민주당이 당위성에 얽매여 자충수를 둔 상황에 대한 불만과 '너무 심한 것 아니냐'는 판단의 결과이다. 이제 정 의원은 과거를 반성하고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한마디로 큰 정치를 해야 한다. 또한 큰 정치를 하려면 지역구에 대한 일대 혁신을 통해 새로운 활력을 불어놓고 개혁성과 참신성, 변화에 대한 열망을 반영하는 개혁공천을 해야 한다. 과거 정 의원의 지역구는 본인의 전국적인 지명도와 개혁적 이미지에 반하는 토호세력과 토목, 건축업자들이 주류를 이루어 전북 정치를 후퇴시켰다. 주변 인물들과 의원들이 지역사회민주화화는 거리가 먼 경우가 많았다. 이제 새로운 출발을 하는 정 의원은 지역구에서부터 참신하고 개혁적인 인물들도 일대 물갈이를 하고 이들로 하여금 전북과 전주의 정치에 새바람을 일으킬 수 있는 조건을 형성해야 한다. 이것이 정 의원이 다시금 새롭게 거듭나고 있다는 진정성을 보이는 유일한 길이다. 청년과 여성, 시민세력, 소외된 계층을 대변하는 인물들을 실질적으로 전진배치하며 서민을 위한 열린 정치와 화합의 정치, 개혁의 정치, 범민주연합적인 정치를 실현해야 한다. 이와 함께 전북지역 여타의 각급지방선거에는 일절개입하지 않고 전국을 순회하며 과거 집권당의 대선후보로서 국민적지지 획득에 실패한 상황에 대해 반성하고 현재 고통에 시달리고 있는 이 땅의 민초들을 위로하며 민주당 지도부의 부족한 부분을 메워주는 역할을 전개해야 한다.학연과 측근들에 의존하는 정치를 버리고 능력과 참신함을 갖는 비주류나 정치 신인들을 적극 발굴하는 모습의 정동영을 기대한다. 벌써부터 '어머니 정동영입니다'를 흉내 내며 줄서기와 후광으로 정치하려는 꾼들이 전주를 덮어 가고 있다. 무소속으로 뛰면서 주변에 몰려든 퇴락한 인사들을 멀리하는 것에서부터 '정동영은 변했다'는 분명한 모습을 보이기를 강력하게 촉구한다.그리고 본인에게도 일정한 책임이 있는 공당조직체계의 훼손과 당의 입장에서 일한 사람들을 배려하는 모습을 통해 말이 아닌 행동으로 사과해야 한다. 과거 집권까지 한 정당이 해당집권자들을 최소한의 징계조차 하지 못하는 현재의 모습으로는 국민에게 희망을 주고 새로운 집권의 길로 나아갈 수 없다는 것을 본인 스스로 잘 알 것이다. 하물며 친목단체에서도 위해를 가한 자들에게는 그에 합당한 조치를 취한다. 물론 선거 코앞에서 이제야 징계를 하겠다는 것도 정략적이며 속보이는 일이다. 하지만 해당집권자들이 징계를 받지 않았더라도 마치 점령군처럼 행세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정동영 의원은 지난 선거 시기에 본인이 구원을 요청한 '어머니'가 당근뿐만 아니라 회초리도 들고 있다는 사실을 항상 가슴에 새기며 이후 정치 활동에 타산지석으로 삼아야할 것이다. 불효는 대선 패배와 무소속 출마 두 번으로 족하다. 더 이상 어머니의 가슴을 아프게 하면 남는 것은 삼진아웃이다./김영기(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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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02.17 23:02

[새벽메아리] 선택우선론 VS 생명우선론 - 김관식

2008년 신생아 수는 46만여명, 작년 한해 출생한 신생아 수는 약 45만 전후 일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정확한 통계치는 없으나 인공유산 수는 한해 신생아수의 2-2.5배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인공유산 문제에 대하여 정부는 2009년 11월 25일 미래기획위원회의 '제1차 저출산 대응전략 회의' 에서 적극적 대응을 천명하였다. 이에 산부인과의사회에서는 불법적 인공유산을 중단할 것을 회원들에게 권고하였으며 대한산부인과학회가 인공유산수술에 대한 설문조사에 나서는 등 대책마련에 분주하다.태아의학의 연구에 따르면 6-7주경부터 뇌파가 감지되고 12주가 되면 주민등록증에 찍히는 지문이 형성된다. 그렇다면 의학적으로 태아의 생명은 언제 시작되는 것인가. 이 질문에 아직까지도 명쾌한 해답은 없다. 가장 널리 읽히는 산과학 교과서에 따르면 길이가 25cm 또는 몸무게 500g미만일 때 -이를 주수로 환산하면 제태령20주 내지 22주에 해당하는데- Arbotus(유산아)라고 부른다. 그 이상이 되어야 자력으로 세상을 살아낼 최소한의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고 여기는 것이다. 달로 치면 5-6개월에 해당하는데 그렇다고 이것이 의학에 있어 태아의 생명을 논하는 기준은 아니다.인공유산의 적응증은 크게 보아 네가지로 볼 수 있다. 첫번째는 의학적 적응으로 임신의 지속이 모체의 생명에 위협이 되거나 모체 또는 태아의 정신 및 신체의 기능에 중대한 장애를 초래할 경우이다. 다음은 우생학적 적응으로 모체 또는 태아가 유전성 질병 또는 장애가 있는 것이 확실한 경우다. 또한 강간, 근친간 또는 임부 및 그 가족의 명예가 지켜져야할 특수한 상황인 윤리적 적응들 수 있으며 그외 사회 경제적인 이유로 출생아의 양육이 곤란하거나 출생아 때문에 가정생활이 곤란해질 우려가 있는 경우를 들 수 있다. 이러한 적응증의 허용범위는 나라마다 다르다. 우리의 경우는 모자보건법에 인공유산의 허용범위를 정해 형법상 낙태죄를 규정하고 있으나 현실적으로 칼집 속의 칼이었다. 그러니 한편에서는 현실을 반영한 법개정을, 다른 한편에서는 기존의 법조항을 엄격히 시행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한두가지 예를 들자면 우리의 현행법으로는 '스스로 생명을 유지하고 있는' 유전질환이나 기형이 확인된 임신, '법적으로 증명되지 않은' 성폭행 임신의 인공유산이 모두 불법에 해당한다. 인공유산 찬성단체를 중심으로 여권신장에 노력해온 선택우선론자들은 자신의 신체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처함에 있어 자신이 결정할 권한이 있다고 말한다. 반면 종교계를 중심으로 낙태 반대자들은 생명의 존엄성은 그 어떠한 것보다 우선한다는 생명우선론을 제기하고 있다. 세상에 존재하는 생명에는 우열이 없으며 생명의 시작이 언제부터인가 하는 문제는 완전한 합의에 도달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그러나 앞서 예로 든 임신의 환자에게 생명이 우선이니 라고 쉽게 운을 떼기 또한 힘들다.생명과 관련된 인공유산 문제는 선택우선론과 생명우선론이 팽팽하게 맞서는 영역이다. 그러나 이성적 논의의 틀 안에서 사회적 공감대를 만들고 다듬어주기를 기대한다. 이 논의가 전투적일 때 그 상처는 우리의 딸들에게 그리고 우리사회에 되돌아올 것이기 때문이다./김관식(자연산부인과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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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02.10 23:02

[새벽메아리] 신(神)이 놓고 간 '물음' 하나만으로도 - 허소라

여기서 '신'이란 굳이 특정 종교로 한정하지 말고, 그 주체를 '자연'이라 해도 무방하다. 거슬러보면 인류는 선사시대부터 엄위한 절대 앞에 무릎을 꿇는데 익숙해왔으며 그 절차 또한 지극정성이었다. 그것은 내 힘의 한계, 내 모자람에 대한 고백이기도 하다. 그런데 어느 때부턴가 엄위한 그 자리에 사람들이 차지하기 시작했고, 구체적으로는 '나' 스스로가 골리앗 장군이 되어 버티고 있는 것이다. 정작 스스로가 '큰 바위 얼굴'임에도 마냥 큰 바위 얼굴만 찾아다니던 시절에서 이제는 자신이 '큰 바위 얼굴'이 되어버린 것이다.지난 60년대 초, 최전방에서 S대학 재학 중에 학보병으로 입대한 최모 일병이 내무반에서 선임하사와 고참병을 사살한 사건이 일어나 전국이 떠들썩한 적이 있었다. 사연인즉 홀어머니 밑에서 가정교사로 근근이 학비를 조달하던 최군이, 가르치고 있던 학생의 누나와 사랑하는 사이가 되었다. 입대한 이후에는 거의 사흘에 한통씩 편지를 주고받았다. 그런데 이 편지를 맨 처음 뜯어 읽는 사람은 당시의 선임하사였다. 상대적으로 학력이 낮았던 선임하사는 이 편지를 최일병에게 고분고분 전해주지 않았다. 어느 땐 야외 화장실아래에 휴지로 떨어져 있었는가 하면 아침 소대원 점호 시 교태스런 목소리로 크게 낭독하여 전 소대원으로 하여금 킬킬대게 하는 모욕도 당했다. 그러던 중 그해 크리스마스이브 때 대학에 재학 중이던 최일병의 연인이 전방으로 면회를 왔다. 가까스로 하루의 외박을 허락받은 최일병은 산 아래 민가의 처마 밑에서 밤새도록 정담을 나누다 다음날 아침에 서둘러 귀대를 하였다. 그런데 이 때 선임하사가 여러 소대원 앞에서 강제로 웃통을 벗게 하였다. 애인의 손톱자국이 있는지 확인하겠다는 것이다. 이 순간 수없이 참기만 해온 최일병이 그만 이성을 잃고 만 것이다. 태어난 이래 처음으로 쌓아올린 이 고귀한 사랑을 목숨으로 지키고 싶었던 것이다. 내무반으로 달려간 최일병은 M.1 소총을 꺼내어 서임하사와 틈만 나면 자신을 괴롭혔다고 생각되는 고참병을 향해 방아쇠를 당기고 말았다. 이후 최일병은 사형만은 면케 해 달라는 각계각층의 탄원에도 불구하고 "이 캄캄한 무덤 속에서 나를 잠들게 하라"는 옥중수기를 남긴 채 저세상으로 갔다.그런데 엊그제 보도를 보니 아파트 지하에서 단순히 쳐다보았다는 이유만으로 공기총으로 사람을 죽게 하였다. 같은 살인사건이지만 그 본말에서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지금 이 시대의 가장 큰 고뇌는 쌀이 없어서도 아니고, 물이 없어서도 아니다. 옛날에 비해 물질적으로 얼마나 부유하고 편리한 세상인가? 그럼에도 사회는 전방위적으로 일촉즉발이다. 마치 대회전의 전야와 같다. 저 유유히 흐르는 강물을 보자. 물은 저 홀로 흐르지 않는다. 그리고 서로의 몸을 받아들이면서 함께 흐른다. 바야흐로 문화적 체르노빌에 직면한 이 시대에 우리가 할 일은 무엇인가? 지체없이 '나'를 귀향시키는 일이다. 인간생명의 본향으로 나를 달래며 돌아오는 일이다.신(神)이 놓고 간 '물음' 하나만 가지고도 평생을 행복하게 보낼 수 있는 그런 날은 언제나 올 것인가?/허소라(시인, 군산대 명예교수)▲ 허소라 교수는시인이며 1959년 '자유문학'지를 통해 문단 데뷔했다. 제28대 한국기독교문인협회장을 거쳐 현재 '전북문학연구원'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황주연기자test1@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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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02.03 23:02

[새벽메아리] 세계화시대의 마을만들기 운동 - 임경수

우리나라의 마을만들기 운동은 1997년 『이런 마을에서 살고 싶다』라는 김찬호의 책으로부터 촉발되었다. 그 이후 지방자치의 시작과 마을을 새로운 문화 창조의 공간으로 바라보려는 시도와 맞물리면서 다양한 방식으로 발전하기 시작하였다.도시에서의 마을만들기 운동은 서울 인사동에서 지역의 정체성과 장소성을 찾기 위한 활동으로 시작하여 북촌 한옥마을로 이어졌으며 여러 도시에서 차 없는 골목 만들기, 쌈지 공원 만들기, 어린이 통학로 확보 운동 등으로 번져나갔다. 이후 대구 삼덕동의 담장 허물기 운동, 홍익대학교 주변 클럽을 중심으로 한 거리문화 운동, 성미산의 나무를 지키기 위해 시작된 마포 성미산의 사례로 발전하였다.농촌의 경우는 90년대 후반 녹색연합의 금산 건천리 생태마을 사업을 그 시작으로 보고 있다. 녹색연합은 강화도 장화리, 무주 진도리, 홍성 문당리에서 사업을 추진하면서 농촌에서의 마을만들기 운동을 주도하였다. 이를 계기로 농촌살리기, 그린투어리즘의 차원의 중앙정부 지원이 이루어지면서 화천 토고미마을, 양평 부래미 마을, 남해 다랭이 마을 등 이른 바 스타 마을을 탄생시키기도 했다.그런데 마을이 존재하고 있는데 왜 마을만들기 운동일까. 이는 마을의 외형은 있지만 예전의 마을에서 운영되고 동작되었던 많은 일들이 일어나지 않고 있으며 이를 통해 마을이 해체되고 있기 때문이다. 예전의 마을은 마을주민들이 소속감과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공간이었으며 생산, 소비, 교육, 문화, 복지가 한 번에 어우러져 있는 공간이었다. 대규모 아파트의 건설, 부동산 가격과 교육여건에 의한 잦은 이사, 대형유통센터 중심의 소비생활은 도시마을을 그저 우편물이 찾아오게 하는 주소의 의미로 전락시켰다. 인구의 유출과 고령화에 의해 농촌마을은 이제 작목반마저 구성하기 어려워졌고 주민 활동은 거의 없는 반 양노원이 되어가고 있다.더욱 중요한 것은 이러한 마을의 해체가 경제적으로도 우리 삶의 위협하고 있다는 것이다. 예전에 마을에서 공동체적으로 해결했던 많은 일을 현금을 주고 해결할 수밖에 없어 많이 벌지만 더 많이 지출해야 하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 또한 대부분의 소비활동을 외부에 의존하다 보니 지역의 일자리 줄어들고 있다. 외국의 마을만들기 운동은 이러한 모순적인 구조에도 도전하고 있다. 다양한 생활협동조합운동, 농민중심의 지역시장(Farmers Mraket), 로컬푸드(Local Food) 운동, 지역화폐(LETS) 등 지역의 공동체성을 바탕으로 지역경제를 살리고 사회적 약자를 돕는 다양한 운동과 사업이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다.세계화의 진전에 따라 마을의 해체는 더욱 가속화되고 지역경제는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우리나라의 마을만들기 운동이 더욱 발전하여 세계화 시대에 마을을 건강하게 유지하고 지역사회와 지역경제를 지속가능하게 하는 든든한 지킴이가 되기를 희망해본다./임경수(사회적기업 (주) 이장 대표이사)▲ 임경수 이사는서울공대를 졸업했으며 풀무농업고등기술학교 환경농업과 교수를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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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01.27 23:02

[새벽메아리] 무늬만 지역정치인 퇴출시켜야 - 김영기

이명박 정부 들어 독선과 오만, 아집의 정치가 되풀이 되고 있다. 촛불 민심외면, 싸용차와용산참사, 미디어법 날치기 등 대화와 타협보다는 대립과 갈등을 불러오고 있다. 이는 이명박 정부가 민심에 귀 기울이지 않고 불도저식 밀어붙이는 정치를 계속하는데 있다. 검찰과 경찰을 앞세운 공안적 탄압으로 민주주의의 후퇴를 가속시키고 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서울 및 수도권의 과밀과 집중 정책을 가속화시키는 것이다. 서울공화국의 오명을 벗고 지역균형발전을 추진하는 것은 역대 정권의 숙원사업이었다. 산업화 초기 단계에 압축 성장을 위해 숱한 지역의 희생 위에 오늘의 한강의 기적 이라 불리는 서울이 가능했다. 하지만 지나친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집중과 인구의 과밀은 비효율을 극대화시키고 결국 지속가능한 성장을 가로막는 장애물로 전락된 것이 오래전이다. 산업화의 상징인 서울은 더 이상 발전을 선도하는 곳이 아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지역균형 발전 모색과 서울의 과밀을 막기 위한 정책이 이명박 정부 들어 송두리째 무너졌다.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수도권 집중이 되풀이되며 지역은 황폐화를 지나 존립자체의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여기에 행정중심복합도시인 세종시의 무력화는 이명박 정부의 지역 말살정책의 기본입장의 반영과 더불어 지금까지 힘겹지만 그나마 진행되었던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싹조차도 송두리째 허물어버렸다. 이제 중앙정부의 지원에 근거한 지역균형발전은 세종시와 더불어 또 하나의 축인 혁신도시와 기업도시의 무력화와 지연 정책에서 보듯이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다. 이미 수도권은 제동장치를 제거하고 무한질주하며 모든 지역의 역량을 빨아들이고 있다. 이제 지역이 살 길은 중앙정부에 대한 '대답 없는 메아리'와 짝사랑을 버리고 스스로 살 길을 모색하는 길 밖에 없다. 중앙정부가 주는 떡고물에 기대어 종자돈을 마련하여 투자확대를 통한 산업발전은 물거품이 되었다. 중앙정부는 4대강처럼 기득권 유지에는 수십조를 단박에 책정하며 밀어붙이면서 지역에는 때 쓰는 아이에게 사탕하나 주듯이 입막음으로 찔끔찔끔 주면서 오만 생색은 다 내고 있다. 대형마트와 백화점의 진입장벽은 다 풀어주고 지역 상권을 붕괴시키면서 특성화 시장이나 재래시장 살리기에 돈 몇 푼주며 중소상인을 살린단다. 공룡신문과 미디어는 온갖 탈법과 세력 확장을 허용하고 지역신문 살리는 데는 몇 푼 안 되는 기존 지원마저 끊어가고 있다. 전북지역은 당장 혁신도시와 새만금자유경제구역을 비롯한 지역 산단이 수도권의 빨대효과와 세종시에 대한 특혜로 인해 경쟁 자체가 불가능해지고 있다.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패러다임의 변화를 추구하는 것이다. 한국경제에서 지역경제로, 한국학에서 전북학, 한국인에서 전북인, 서울 대학에서 지역 대학으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모든 것에 우리도 모르게 몸속 깊이 배어있는 중앙주의적 습속과 사고를 버리고 지역을 주체로 놓고 새롭게 정체성을 확립해가야 한다. 서울에 대한 독립군 의식 없이 지역은 살길이 없다. 독립투쟁하는 심정으로 모든 것에 변화를 위한 기초를 다져야 한다. 정치도 지역정치만이 살길이다. 오늘의 전북을 망친 30여년 넘게 지역을 장악한 대다수 유력 지역 정치인이 뜨내기로 거의 서울 사람이다. 잠시 주소만 놓고 주말 자취하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서울 사람인 그들을 금의환향한 전북사람인 줄 알고 짝사랑하며 찍어준 우리의 책임이 크다. 비록 시작은 계란으로 바위치기일지언정 지금부터 이들을 퇴출시키는 일을 해야 한다. 이번 6,2 지방선거도 이명박 정부에 대한 심판과 더불어 중앙에 줄 댄 기생 지역정치인, 금의환향을 가장한 서울 사람들을 가려내고 진본 지역정치인을 가려내는 투표를 통해 지역사회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는 서울 중심 카르텔을 허물어 가야 한다. 지역사회민주화는 서울 정치권 및 중앙정부와 야합한 지역의 가짜 정치인들을 퇴출시키는 작은 걸음부터 출발한다는 것을 투표를 통해 보여주자! 지역은 지역 정치인에게 맡기자! 전북정치의 중심을 여의도에서 전북으로 옮겨와야 한다. 여기에 전북이 살 길이 있다./김영기(전북참여연대 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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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01.20 23:02

[새벽메아리] 결찰과 복원 - 김관식

2009년의 마지막 날을 보내며 대학병원 산부인과 교수 몇 분과 송년모임을 가진 적이 있다. 불임과 내분비학, 산과학, 종양학 등의 전공 교수들이 모여 담소를 나누던 중 화제는 당연한 듯 최근 분만수의 현저한 감소와 함께 산부인과의 어려운 사정이 회자되었다. 의례 그렇듯 산과 담당 교수들의 탄식 어린 이야기를 들으며 출산율을 유지하는 것이 국가적으로 얼마나 중요한지를 기회 있을 때마다 되짚어야 한다는데 한 목소리가 되었다.우리나라는 산업화와 민주화를 겪으며 많은 것을 빠른 시간 내에 성취해 왔다. 그 중 하나가 가족계획사업이다. 한때 우리는 출산율이 현저히 떨어지자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단기간 내에 성공한 인구정책이라 자랑했으나 지금은 그 자랑이 우려스러운 것이 되고 말았다. 필자가 1980년대 무의촌에서 공중보건의사로 복무하던 시절에 읍면 단위에도 보건업무 담당직원이 있었다. 이들은 가가호호 방문하여 산아제한 정책의 핵심사업인 남성의 정관결찰술이나 여성의 난관결찰술 등 불임시술 실적을 다투던 이들이었다. 그러다 90년대 초 전공의 시절엔 대학병원에서 불임수술을 위해 묶였던 난관을 복원하는 수술팀의 일원이 되어 일했던 필자로서는 최근 저출산과 관련된 논의들이 남다르게 느껴진다.복원수술의 성공을 위해서는 복원하려는 이유에 대한 상담에서부터 환자의 생식력에 대한 객관적 평가, 수술과정의 현미경적 정밀함, 적절한 수술 후 처치, 임신 성공률에 미치는 영향요인의 분석을 통한 지속적인 수술 술기의 향상노력 등이 있어야 한다. 하물며 출산율의 복원은 거시적이면서도 정밀한 노력을 다하여도 선진국의 경험에 비춰보면 일시에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니다.최근에는 중앙정부나 지자체에서도 출산율 증가를 위한 다양한 대책을 내놓고 있다. 한편으론 출산율과 관련지어, 개인적 가치관에 따라 태도의 편차가 심하여 선진국에서도 항상 쟁점이 되어온 인공유산 문제에 대한 대책도 논의되고 있다. 심지어 병무청은 있는데 출산청은 왜 없느냐는 이야기도 들린다.이같은 무성한 논의에도 여전히 신생아실의 아기울음소리는 돌아오지 않는다. 과거 출산율 감소는 정책의 결과지만 현재의 낮은 출산율은 본질적으로 젊은이들의 의식의 변화에 기인한 것이다. 그러나 많은 대책들은 젊은이의 내적 변화를 반영하고 있지 못하다. 특히 여성의 경우 스스로를 제어할 수 없었던 남성 중심의 과거와 달리 현재는 다양한 피임법의 보급과 함께 여성 자신의 몸에 관한 자기결정 의식이 높아져 있다. 사회경제적 이유로 아이를 안낳는 여성 뿐만 아니라 출산이 인생에 있어 반드시 해야 할 가치 있는 일의 우선순위가 아니므로 아이를 낳지 않겠다고 말하는 여성이 늘고 있는 것이다. 출산이 의무가 아니라 일생 중 하고 싶은 버켓리스트의 상위를 차지할 때 출산율 복원에 대한 다양한 대책도 효과를 나타나게 될 것이다. 출산 문제가 여성의 주도하에 있음을 인식하고 여성들의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김관식(자인산부인과 원장)※ 김관식 원장은전북대 산부인과학 교수전북대학교병원 교육연구실장를 역임했다. 현재 전북대 의학전문대학원 외래교수대한산북인과학회 재정위원세계산부인과학회 자문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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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01.13 23:02

[새벽메아리] 이웃과 이웃속에 발견하는 희망의 싹 - 김길중

한해가 저물고 또 다른 한해가 열리면서 지난 시간에 대한 아쉬움에 대한 정리와 새로 맞이하는 한해에 대한 여러 소망이 사람들 속에서 오르내리는 시기다.소망하고 기대하는 새해의 희망 중 으뜸으로 꼽는다면 자신과 가족, 그리고 사회와 나라의 건강과 평화로움, 그리고 풍요로움에 대한 내용이 많을 것이다. 이 모든 소망과 기대들이 나와 이웃들에게도 이루어지기를 이 자리를 통해 빌어본다.필자가 거주하는 동네는 전주시내 여러 권역중 생활수준이 중간이상에 속하고 교육열이 높은 지역에 포함되는 편이다. 인구밀도가 높고 아파트 거주자의 비율이 또한 매우 높은 지역이다. 이 동네는 이러한 주변환경 속에서 몇 년 전부터 관심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서 회자될 만큼 주민공동체에 의한 여러 지역 활동이 진행 중이다. 입주민들끼리 팔 걷어붙이고 만들고 잔치를 벌이는 '섶다리'가 있고, 여러 아파트가 힘을 합해 '한동네 큰잔치'라는 이름의 조그만 주민축제를 스스로 준비하고 진행하며, 아파트가 아닌 원거주민들의 지역에서는 문화적으로 소외되기 쉬운 동네에서 스스로 동네를 디자인하고 문화적 프로그램으로 꾸며가는 '재뜸마을'이 있는 지역이다. 아파트 숲과 어울릴 것 같지 않던 섶다리가 아파트 숲 한가운데 있어 더욱 빛나며, 한동네 큰잔치를 통? ?이웃과 이웃을 넘어 동네가 어우러져 시골에서의 면민의 날과 같은 분위기가 물씬 풍겨나는 어울림의 마당을 이어가고 있다. 그리고 재뜸마을로 불리는 동네에서는 오래전 기억속의 풍경이 살아나온 듯 천막치고 스크린 걸고 동네 마당에서 영화와 연극을 본다.누군가 목적의식적으로 기획하여 만든 것이 아니며 시민단체가 결합되어 공동체복원과 활성화를 목적한 작품의 결과물도 아니다. 섶다리 마을에서는 그 마을의 사연이 있다. 기존의 동민의 날과 경쟁하는 관계로 이해되었던 초창기를 지나 주민들 스스로 준비하고 이끌어가는 '한동네 큰잔치'가 말 그대로 자연스레 지역을 대표하는 작은 잔치로 잡아 해마다 그 시기가 되면 또한 묵묵히 어떤 사람들에 의해 준비되는 과정을 통해 정착해가고 있다.얼마 전 위에서 언급한 것 중 하나인 섶다리의 경험을 담아, '섶다리를 통해 만들어진 민관협력의 사례'라는 내용으로 지역의 한 시의원이 전국의 지방의원들 중 우수의정활동사례로 꼽혀 시상하게 되었다. 상은 시의원이 타지만 주민들에 의한 지역공동체의 노력이 긍정적으로 평가받고 모범사례로써 언급된 것으로 여겨 이러한 노력에 관계했던 한 사람으로써 매우 기쁘고 또한 이러한 사례들이 형태와 내용을 달리하지만 확산되고 정착해 가야할 대안으로써 평가받음에 대해 반갑다.필자는 개인적인 사정이 있어 이 지역을 떠나 새로운 동네로 이사를 간다. 사는 곳은 달라지지만 이 동네에서의 이 활동들의 앞날이 어떻게 전개되고 어떤 식으로 발전되어 나갈 것인지에 대해 매우 관심이 깊다. 삭막하고 단절감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아파트에서 이웃과 동네를 이루어내고, 다양하고 활발한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문화적 프로그램을 통해 그것이 넓혀져 마을을 이루고 도시를 이뤄가는 것, 그것이 모두의 희망이지만 섣부르게 말하기 쉽지 않아 묻어둔 우리 모두(공동체)가 바라는 우리들의 삶의 가장 구체적인 상이 아니겠는가? 실컷 자랑한 동네를 떠나면서도 이 동네에 대한 관심의 끈을 놓지 못하는 나의 새해의 희망이 여전히 이곳의 여러 활동에 있는 이유이자 근거이다./김길중(전주섶다리만들기시민모임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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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01.06 23:02

[새벽메아리] 동네민주주의의 실천 - 최성은

얼마 전 이메일 하나를 받았다. 풀뿌리 다큐멘터리 "우리동네" 라는 제목이었다. 타 지역에서 만든 다큐멘터리 소식을 전하는 이메일이다. 아마 동네사람들의 진솔한 삶이나, 동네사람들이 주인공이 되어 자기의 이야기를 펼쳐나가는 내용이겠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메일을 열어보았다. 그런데 기획의도가 심상치 않다. "민주주의란 무엇입니까?" 라는 다소 도발적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30년전 유신체제에 반대해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을 표출한 이후 오늘날 한국의 민주주의가 얼마나 성장 했을까? 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동네 이야기를 다루면서 다소 거창한 표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도대체 어떤 내용을 담고 있기에 민주주의라는 거대 담론을 이야기 하고 있을까? 그리고 민주주의는 무엇이지? 라는 의문이 들었다.답은 의의로 간단했다. 바로 대화와 소통이었다. 다큐멘터리의 주인공이 되는 지역의 여러 동네는 주민들이 참여하고 하나가 될 수 있는 다양한 매개체를 활용하고 있었다. 지역화폐, 마을 도서관, 공동육아, 마을 축제 등 여러 가지 통로를 통해 지역의 주민이 참여 할 수 있는 바탕을 만들어 가고 있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지역의 의제를 결정하는데 있어 주요한 절차가 표결과 다수결이 아니라 대화와 소통이라는 것이다. 때론 수다처럼, 때론 격렬하게 서로의 의견을 표현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 다큐는 결과에 탄복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걸리더라도 그걸 이뤄나가는 과정에서 서로 의견을 나누고 소통하는 것이 민주주의를 구현하는 것이라는 것을 말하고 있었다. 결과보다는 과정에서 민주주의의 진정성을 바라보고 있었다.물론 국가적인 의제에서는 상황이 다를 수 도 있다. 전 국민이 모두 모여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 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지난 한 해를 돌이켜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거론하는 것 중에 하나가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고, 그 원인의 하나가 대화의 단절과 소통이 부재하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것을 보면 대화와 소통이 얼마나 민주주의를 실천함에 있어 중요한 매개체임을 알 수 있다.자신의 주장만을 일방적으로 강요한다면, 자유로운 의견의 교환이 이뤄지지 못한다면, 매섭지만 비판이 허용되지 못한다면, 과정 보다는 결과만을 중시한다면 살아있는 민주주의라 하기 어려울 것이다.한해가 저물어 간다. 이맘때쯤이면 아마 대부분 한해를 돌이켜 보는 것이 당연한 일이라 생각된다. 좋았던 점, 아쉬웠던 점 등을 돌아볼 시간인 것 같다. 돌이켜 보니 올해도 역시 다사다난 했던 한해였다. 뜨거웠던 광장의 촛불, 두 전직 대통령의 서거, 미디어법을 둘러싼 국회의 대치 등 그 어느 해 보다도 다사다난 했다. 아마 내년에도 어김없이 많은 일이 있을 거다. 그러나 올해와 조금 달라졌으면 한다. 새해엔 소통과 대화가 넘치는 왁자지끌한 한해가 되길 소망한다. 상대방을 배려하고 문제를 토의하는 민주주의, 과정과 소통을 중시하는 민주주의, 느리지만 모두가 함께 할 수 있는 동네 민주주의가 이 동네 저 동네를 비롯해 우리사회 전반에 널리 퍼졌으면 한다. /최성은(전주 시민미디어센터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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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12.30 23:02

[새벽메아리] 아이 낳고 애국도 하고 - 이윤애

'아이 낳아 애국하자고? 그럼 국가가 나와 아이를 위해 뭘 해 줄 건데?' 다섯 살 된 딸아이를 키우며 직장생활을 하는 엄마가 도발적으로 반문한다. 어린이집 종일반에 딸아이를 출근하면서 데려다주고 퇴근하면서 데려오는데, 출장이나 교육, 연장근무 등으로 아이를 제시간에 인계인수할 수 없는 상황이나 요즘처럼 신종플루비상으로 갑자기 어린이집이 휴원을 하면 아이를 잠시 돌봐줄 사람을 찾느라 쩔쩔 매곤 한다. 또한 법적으로 당당하게 쓸 수 있는 출산휴가도 눈치 보이는 데 육아휴직은 그야말로 그림의 떡이다. 더구나 끝이 보이지 않는 양육비와 교육비 부담, 일하는 엄마들을 전혀 배려하지 않는 보육시스템. 그 뿐인가? 우리 사회 곳곳에 아이의 안전을 위협하는 사건사고들, 유해음식들, 유해환경들... 무모한 엄마가 아닌 다음에야 아이를 제대로 키울 자신이 없어 둘째는 일찌감치 포기했다고 한다.인구보건협회가 발간한 '2009 세계인구현황보고서'에 따르면 대한민국 합계출산율은 전 세계 평균(2.54명)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1.22명이며, 186개 조사대상국 가운데 최하위에서 두 번 째 국가이다. 급격한 인구고령화 추세와 맞물린 저출산의 심각성은 생산인구를 감소시켜 잠재성장률을 떨어뜨리고 엄청난 사회보장재정 부담으로 국가적 재앙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정부도 미래 지속성장 가능성을 제고하기 위해 2006년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출산장려금 지원, 보육료 지원, 각종 세제혜택, 가족친화적 사회문화 조성 등 꾸준히 저출산 극복을 위한 노력을 해왔다. 그러나 정부의 저출산 대책은 범위가 제한적이고 제도를 만들어도 젊은 부부들의 피부에 와 닿지 못해 아이낳기를 꺼리는 이들의 마음을 돌려놓기에는 역부족이다. 예를 들어 충북 괴산군에서는 다섯째 아이를 낳으면 천만원의 출산장려금을 지원한다고 한다. 첫째 낳기마저도 주저하는 가임부부들에게 과연 다섯째아이 천만원이 출산유인책이 될 수 있을지 그 실효성에 의구심이 들 뿐이다. 자치단체의 정책이라지만 참 한가한 출산장려책이다.생태경제학자 우석훈은 환경과 인간을 학대하는 토건사업이 인간의 성욕을 감퇴시켜 성관계 횟수를 줄이고, 결과적으로 출산율이 낮아질 수 밖에 없다고 열변을 토했다. 토건과 출산율이 반비례한다는 명제가 과학적 증명을 통해 성립되었는지 모르겠으나 그 명제에 동감한다. 걱정된다. '아이낳기 좋은세상 운동본부'는 다자녀가족 시상뿐만 아니라, 일과 양육을 병행할 수 있는 가족친화적 일자리나 일하는 엄마를 배려하는 보육시설들을 발굴해 '칭찬합시다'와 같은 프로그램을 만들어 사회적 모델로 삼고, 워킹맘들에 비친화적인 기업과 기관들의 사례를 찾아 사회적으로 고발하는 등의 활동으로 모니터링을 철저히 해야 한다. 이러한 사회적 활동들이 많아질수록 정부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효과적인 정책들을 펴 나갈 것이며, 가임부부들의 마음을 돌려놓을 수 있을 것이다. 가까운 훗날 나의 딸과 아들이 아이 좀 봐 줄 수 없냐고 간청한다면 단호히 거절하고 자손만대로 부모들이 마음 놓고 아이 키우기 좋은 사회적 돌봄시스템구축을 위한 할머니운동을 해야 할 것 같다. 한편 할머니가 되기 전 이미 운동의 필요성이 해소되진 않을까 과도하게 욕심스러운 기대도 함께 해본다./이윤애(전북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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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12.23 23:02

[새벽메아리] 소중한 사람들이 함께한 주거복지 실천 - 김영찬

2009년 한 해 동안 많은 일들을 지역의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해왔다. 주거복지라는 화두를 던지면서, 조금은 낯설고, 어렵기만 한 그러나 꼭 필요했던, 그간 다루지 못했던 주거복지에 대한 관심을 전북지역 곳곳에 알려내기 위해서 다양한 활동을 해왔다. 벌써 3년이라는 시간이 흘렸다. 지역의 소중한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 주거복지가 무엇인지 함께 토론하고, 설명회도 개최하고, 그러한 과정 속에서 민간단체들이 함께 하여 전주주거복지네트워크가 구축이 되고, 전북주거복지협의회가 구축되어 올 한 해 동안 전북지역에서 주거복지를 공론화 시켜왔다.정부에서는 저소득층의 주거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다양한 형태의 주거복지 프로그램들을 시행하고 있다. 그런데 주거복지 프로그램의 주요 대상이 되는 이른바 주거취약계층의 대부분이 정부의 주거복지 프로그램이 시행되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는 실정을 알게 되면서부터 주거복지에 대한 고민을 시작하게 되었다. 주거복지는 사회복지영역에서 막내둥이다. 또한 정부의 정책과 제도가 미흡한 게 사실이다. 그 결과 주거복지 인적/물적 자원이 한정되어 있고, 수도권에 집중되어져 있고, 주거복지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게 사실이다.정부의 주거복지 프로그램은 지원내용에 따라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구분된다. 첫째는 공공임대주택(영구임대, 국민임대, 전세임대, 매입임대 등)을 제공하는 것이며, 두 번째는 주택임차자금(저소득 전세자금대출, 근로자, 서민 전세자금 대출 등)을 지원하는 것이며, 세 번째는 주택개량(주거현물집수리, 서민주택 집수리, 농어촌장애인주택개보수 등)에 대해 지원하는 것이다. 이러한 정부의 주거복지 프로그램을 주민교육, 상담진행, 홍보 등을 통해 주민들에게 알려내고 자신들의 주거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활용하도록 하여 지금은 많은 분들이 알고 있다. 다만, 여전히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현실이 안타깝다.주거복지 자원이 부족한 현실에서 지역주민ㆍ복지시민사회단체, 집수리자활공동체들의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하여 지역의 주거취약계층을 돕기 위해 주거상담 및 각종 주거정보제공, 집수리지원, 공공임대주택 입주지원, 긴급임대료 지원, 주거지 마련을 위해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월세가 밀려 강제퇴거에 몰린 모자가정에 대해 민간자원을 연계하여 주거안정을 찾게 하고, 주택이 붕괴되어 어려움에 처한 노인, 장애인 가정에 주택을 마련해주고, 몸이 불편한 노인, 장애인 분들을 직접 모시고 공공임대주택에 입주를 지원하기 위해 신청에서부터 입주까지 도움을 주기 위해서 작은 실천들을 해오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것들이 "소중한 사람들이" 함께 하였기에 가능한 일이였습니다.집수리자활공동체, 네트워크 참여단체 실무자, 솔내주거복지사업단의 어르신, 개별 후원인 들의 "소중한 사람들이" 정말 고맙습니다./김영찬(전주주거복지센터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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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12.16 23:02

[새벽메아리] 지속가능한 전주를 위한 희망사항 - 김길중

한해가 저무는 12월, 전주에도 달라진 게 많을 것이다. 그중 눈길을 끈 것은 간선도로상의 화단형 중앙분리대 설치다. 무단 U턴과 사고방지, 열섬현상 해소 등을 목적한 것으로 알고 있다. 기린로 등 대로에 재설치 된 중앙분리대의 경우 수십년 째 설치와 해체를 반복 하였다. 교통정책과 도시계획 변동 탓으로 이해 하지만, 나에겐 반복되었던 과정으로 유추할 때 이번에 설치한 중앙분리대는 몇 년 후에 없어질지에 더 관심이 간다. 매번의 설치와 복구에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또한 두는 게 좋은지 없는 것이 나을지는 내가 잘 모르는 일이다. 다만, 갈팡질팡하며 벌어지는 과정상의 낭비를 지적하고자 한다. 중앙분리대를 들어서 이야기 했을 뿐, 이런 사례들은 많다. 자전거도시나 경전철 번복도 자치단체장의 교체에 따른 일관성 결여와 연속성 없는 도시계획 사례에 포함 될 것이다.런던이나 베를린과 같은 도시도 구도심 공동화와 대중교통 문제, 새로운 도시계획의 수립과 형성에 있어 우리가 현재 겪는 문제를 앞서 걸었다. 여러 차이가 있겠지만, 그 도시들과 우리도시의 가장 큰 차이가 도시계획에서의 일관된 정책의 고수가 아닌가 싶다. 일관된 도시정책의 핵심은, 도시공동체에 의해 수립되고 지켜졌다는 점이다. 우리처럼 자치단체장의 교체에 따른 중단이 존재 할 수 없는 도시 정책 수립에 대한 공동체의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전주에도 장기적인 발전계획과 관련해 논의하는 위원회가 있다. 과문한 탓인지 시민들의 공감과 참여, 합의 속에 만들어진 비전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있다면 선거에서 새로 당선된 시장을 중심으로 나왔던 추상적인 구호와 상징적인 이미지에 불과할 뿐, '자전거도시', '전통문화예술도시' 역시 시민에 의해 공유되고 합의된 것은 아니다. 필자도 이 방향에 동의하며 적극 추진되어야 한다고 믿지만 그것이 도시공동체에 의해 수립되고 동의된 것인가 와는 다른 문제다.내년이면 지방선거가 실시되고 시장과 선량들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여기서 입지자 들에게 주문하고 싶은 게 있다. 어김없이 등장할 '**비전연구소', '**발전연구원'과 같이 연구의 실체가 없는 조직 말고, 입지자로서 가져야할 비전을 갖추기 위해, 또는 그 비전을 창출하는데 기여하고 참여하는 목적의 네트워크를 만드는데 앞장서 달라는 주문이다. 남들과 차별화된 공약으로써 내세우기 위한 목적 대신에, 흔들리지 않고 가야할 전주의 비전을 만드는데 노력해 주는 정치인들이 있었으면 한다. 교통정책 수립시 대중교통과 자전거는 자동차 정책과 어떻게 연계시켜야 하는지를 고민하고 연구하며 한옥마을과 전주천, 그리고 영상산업을 어떻게 배치해야 전통문화와 현대가 어우러진 도시로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해 전문가와 시민의 총의를 모아 만들 방법을 논의하는 조직을 필! 요로 한다. 시민의 의견을 수렴하여 전주가 나아갈 길을 열어가는 앞머리에 서야 하는 게 바로 그들의 책무이기 때문이다.한 표가 아쉬울 입지자 들에게 이런 주문이 접수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다만 완성되고 걸러지지 않은 구상을 섣부르게 공약으로 내세우려 하기보다 시민에 의해 합의되고 마련된 '전주의 정책'을 만드는데 역할 해 주었으면 하는 바램 이자 나의 희망사항이다./김길중(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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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12.09 23:02

[새벽메아리] 솔직, 담백한 마음의 소리 - 최성은

지난 주말 필자가 몸담고 있는 미디어센터에서는 아주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지난 1년 동안 여러 시민들과 다양한 계층에서 실시되었던 미디어 교육 과정의 작품들과 지역 영화 제작 지원 작들을 모아 영화관에서 시민들이 주인공이 되는 영상제를 열었다.장애를 가진 여성이 가정을 이루고 엄마가 되기 위해 한 걸음, 한 걸음의 과정을 불편한 몸에도 불구하고 당사자가 직접 담은 이야기, 이주여성들이 낯선 이국땅에서 생활해가면서 느끼는 애환과 고민 그리고 희망을 서툰 한국말과 함께 캠코더에 담은 이야기,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성범죄에 관한 여고생들의 독특한 시각을 담은 이야기, 초등학생들의 재치 있고 생기발랄한 이야기, 마을 사람들의 라디오방송 진행에 관한 생각과 에피소드를 담은 이야기, 지역에서 영화를 만드는 이들의 실험적 작품 등 대중적인 매체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다양한 이야기들이 소통의 시간을 가졌다.소재나 형식은 조금씩 달랐지만 모두 솔직, 담백한 자신의 마음의 소리를 담은 영상들이었다. 전문가들이 만든 영상이나 스케일이 큰 상업적 영상에 비해 화려한 기교는 없었지만, 그들의 솔직 담백 마음의 소리는 보는 이로 하여금 때론 눈물을 때론 웃음을 던져 주며 잔잔한 감동을 주었다.감동은 이러한 영상들이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소통되어지고 공유되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게 해주었다. 이런 생각은 비단 나 혼자 만이 아니라 영상제에 참여한 많은 분들이 동일한 생각들을 전해 주셨다.물론 언론에서도 이러한 이야기를 다루긴 한다. 그러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 않다. 형식도 당사자가 직접 이야기를 하는게 아니라 제 삼자의 시각으로 다뤄지고 때론 흥밋거리로 치부되거나 왜곡된 시각에 의해 그들의 목소리가 올곧이 전달되지 못하고 있다. 일반시민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직접 내볼 수 있는 제도도 있긴 하다. 퍼블릭 액세스라는 제도다. 하지만 때론 질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때론 내용의 객관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때론 경제적 이유로 이러한 영역들은 점차 줄어들고 있으며 관심의 사각지대로 밀려나고 있다. 그리고 그 공간을 자극적이거나 상업적인 것들로 채워가고 있다.이러한 사정은 다른 사회 문화적인 정책에서도 마찬가지다. 많은 사회 문화적 정책들이 전문적이나 상업성을 지닌 영역에만 치우쳐져 있다. 특히 단기간에 눈에 보이는 효과나 경제적 효과, 상업성 등을 우선적으로 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것들도 중요하다. 하지만 이러한 것들은 이와 관련된 저변의 문화적인 것들이 밑바탕이 되지 않고서는 이뤄내기 힘들다. 더디 진행 될 수 있겠지만 저변의 영역들이 잘 갖춰진다면 오히려 큰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수동적으로 혜택을 받는 입장이 아니라 직접 참여하고 능동적인 역할을 할 수 있게 된다면 더 큰 기대효과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때문에 좀 더 긴 안목으로 문화적 다양성을 이룰 수 있는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내년에는 우리 주변의 작지만 솔직 담백한 마음의 소리를 담은 이야기들이 더 많이 만들어지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소통되고 공유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최성은(전주시민미디어센터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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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12.02 23:02

[새벽메아리] 군가산점제와 여성지원병제 - 이윤애

10년 전 위헌판결을 받고 폐지되었던 군가산점제도를 다시 부활시키자는 정치권 마초들의 논의가 얼마 전 제법 구체적으로 이루어졌다. 그것도 병역비리가 불거지자 그 해결방안으로 내놓은 묘수가 군가산점제도라고 주장하는 데는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역사를 퇴보시키는 퇴행적 습성이 또 작동되고 있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여성들에게도 동등하게 병역의무를 부여해야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가운데 국방부가 '여성지원병제도'를 도입하기위해 검토했다고 한다. 글쎄 군가산점제 논의과정의 연장선에서 불거진 여성지원병제가 과연 성평등한 관점에서 고려되는 제도일까?국방의무를 이행한 사람에게 그에 합당한 보상을 하는 것은 옳지만, 다른 사람의 권리를 침해하는 방법이어서는 안된다. 또한 여성을 징병도 하지 않으면서 군가산점으로 차별하는 행태는 분명 성차별이다. 그렇다고 군가산점제도가 군복무를 마친 모든 젊은이들에게 적용되는 것도 아니다. 단지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나 혜택이 돌아갈 뿐이다. 그런데도 국민의 평등권 운운하며 마치 군가산점이 취업전선의 출발점에 대기하는 모든 남과 여의 대결인 것처럼 사회적 조장을 일삼는다. 기실 군대를 마친 사람들이 느끼는 박탈감은 군대에 가지 않아도 되는 '신의 아들들'에 대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군가산점제도는 상대가 여성인 것처럼 우겨서 사회적 약자들끼리 이간질시키는 몹쓸 제도이다. 재벌 총수의 아들이 군가산점 받고 기업을 물려받았는가 아니면 어느 정치인이 군가산점 받고 그 자리에 올라갔는지 따져보자. 우리사회의 고위층에 있는 사람들과 그 자녀들이 '신의 아들'로서 사회적 지탄을 받게 되자 다시 군가산점제도를 들먹이며 마치 군대갔다온 사람들에게 보상이라도 해주는 것처럼 논쟁에 불을 붙인 꼴이다.'너희가 군대를 알아?' Vs '너희가 출산의 고통을 알아?'로 촉발된 군가산점제의 대결은 여성지원병제를 검토했다는 국방부의 발표로 대결 2라운드로 접어들었다. 취지는 여성에게도 동등하게 병역의무를 부여한다는 표면적 이유이겠지만, 속내는 저출산으로 인해 향후 남성만으로는 병력자원이 부족해지는 것을 확충하기 위해 도입을 검토한 것으로 보는 것이 합당하다. 남성만을 징집하도록 명시한 병역법의 위헌성을 제기한 서울대 양현아교수가 주장했듯이 여성징병제가 성평등한 고려라는 점에서 이의를 제기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일과 가정이라는 성별분업체계가 강고했던 우리 사회에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생산노동력이 부족하자 여성들의 사회참여라는 근사한 구호아래 여성들을 노동현장으로 불러내 임금이나 처우에서 차별을 하고 있는 현실을 직시해 볼 때, 여성지원병제 또한 현재의 군대조직과 환경적 토대는 그대로 유지한 채 부족한 병력을 보충해 주는 정도의 역할이라면 군대내 성차별로 이어질 수 있는 불 보듯 뻔한 제도이다. 극구 사양해야 한다. 군대에서 축구한 얘기는 절대 하지 말라는 가족들의 성화에 6주마다 한 번씩 외박 나와 족구얘기로 열을 올리는 아들을 보며, 철저한 준비 없이 여성지원병제가 도입된다면 세상에서 가장 재미없는 얘기는 단연 군대에서 혼성족구했던 얘기가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이윤애(전북여연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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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11.25 23:02

[새벽메아리] 저소득층 주택에너지 효율화와 일자리 - 김영찬

현재 저소득 빈곤층의 애로사항 중 하나인 비싼 주택 에너지 비용은 저소득층의 생활에 많은 고통을 주고 있다. 전기료 체불로 인한 단전, 적절한 난방과 조명 확보를 못하여 건강악화와 학습권 악화, 촛불 사용으로 화재 발생 등이라 하겠다. 저소득층(가구소득 월 110만원 미만)의 에너지 비용이 전체 가구소비의 6~10%대임을 감안하면, 이는 월 소득 400만원이상 가구의 3~5배에 달하는 에너지 비용에 대한 부담을 가지고 있다.저소득층 주택에너지 효율화사업은 기존 주택의 창호 및 문 교체, 벽체보강 등의 조치를 통해 단열성능을 개선해 주택 에너지효율을 높여내어 저소득층의 에너지 비용을 줄이고,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일련의 정부의 에너지 정책사업의 하나이다. 07년부터 기초생활수급가구, 차상위계층에 대한 창호, 단열공사, 전기매트, 보일러 지원 등을 통한 에너지빈곤층 감소에 기여하기 위해 지식경제부는 한국에너지재단을 통해 저소득층 주택에너지 효율개선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 가장 큰 문제점은 저소득층 주택에너지 효율을 높인다고 하나, 대부분이 전기매트 지급이며, 가구당 지원 예산도 부족하고(호당100만원), 사전/사후 에너지 효율에 대한 진단과 시공후 에너지효율정도에 대한 평가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사업에 효과성을 알수가 없다는 점이다. 이는 실적을 높이기 위해서 원래 취지와는 다른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러한 지적은 09년 5월에(전북의제21, 전주주거복지센터 등과 공동주관으로) "저탄소 녹색성장기본법 이해와 에너지 효율화 사업을 통한 일자리 모색 간담회" 및 현재 위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시행기관인 복지단체 및 시공업체들의 경험에서도 지적되어 지고 있는 현재의 모습이다.환경정의 에서는 2006년부터 에너지 빈곤 상태에 빠진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진행된 미국의 저소득층 주택 에너지 효율화 개량 사업 지원 프로그램인 웨더라이제이션 (Weatherization)을 소개하고, 미국의 사례 실제 사례(델라웨어 주의 사례)를 통해 이들이 어떻게 에너지 효율 개선, 연료 빈곤 완화, 보건향상의 결과를 얻을 수 있었는지 알아보고, 더 나아가 이를 통하여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의 결과를 가져오는지를 인천과 원주지역에서 매년 30세대의 저소득층 가구를 상대로 시범사업을 진행해 왔다.심각한 에너지, 환경 문제에 대한 사회적 대응 요구는 에너지 안보, 에너지 복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주택에너지 효율화의 중요성은 국가 및 지구적 생존과 발전의 화두임은 어느 누구도 부정하지 못할 것이다. 여기에 저소득층 주택에너지 효율화 사업이 제대로 된 효과를내기위해서는 중앙정부의 일방적 방식을 탈피하여, 민간을 포함한 각 지자체의 다양한 주체의 참여를 통해 저소득층 에너지빈곤을 해결하고 또한 주택에너지 진단 및 분석 분야 교육생 배출, 단열재 생산 및 시공분야, 태양광 등 대안 에너지 설치 분야 등에 다양한 일자리와 연계하여 에너지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될 수 있는 긍정적 미래를 열 수 있다./김영찬(전주주거복지센터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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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11.18 23:02

[새벽메아리] 자전거 타는 시장님 - 김길중

자전거이용 활성화를 솔선하기 위해 자전거를 통해 출퇴근을 하던 어느 중소도시의 시장이 어느날 술자리에서 타고간 자전거를 놔두고 관용차를 불러 집으로 퇴근했고 다음날 아침 다시 차를 타고 자전거가 보관된 음식점을 찾은 일이 있다고 한다. 그 사실을 다룬 한 칼럼의 요지는 일반적인 예상과 달리 '쇼맨쉽 이어도, 이벤트성 접근이라도 자꾸 대중교통이나 자전거이용 실태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만들어지는 것이 더 유익하다'였다. 꾸지람 대신 시민생활 현실에 대한 자치단체장의 현장감에 바탕한 현실 인식이 더 필요하다는 취지였다. 온전히 자전거를 통해 생활하는 사례는 아니지만 꽤 긴 시간 자전거 출퇴근을 실천 한 것으로 전해진다.많은 지방자치단체장과 정치인들의 이런 '흉내내기' 사례도 많은데 역시 비난과 냉소보다 긍정적인 시선으로 대할 필요가 있다. 적어도 버스요금이 얼마인지 모르는 게 흉볼 일은 아니라는 현직 여당 대표의 시민생활과 괴리된 현실감각보다 그 긍정성이 크기 때문이다.이 이야기에 덧붙여 내가 원하는 우리 도시의 시장상을 말해보자면 이렇다.부인할지 모르지만 '자동차중심의 도로수요를 해결하는데 치중되었고 부차적으로 대중교통과 녹색교통을 통해 보완하려는' 교통정책의 한계를 인식하고 '사람 중심의 새로운 교통체계를 만들기 위해' 혁명적 사고의 전환과 제반 실천을 필요로 하는 우리 도시의 현재에 무엇을 할지가 분명한 시장의 등장이다. 그는 임기내 가시화한 업적을 남기기 위해 치밀한 고려와 준비 없이 지불하지 않아도 무방한 예산낭비를 하지 않는다. 대신에 이웃과 공무원, 그리고 시민사회에 자기가 생각하는 교통체계에 대한 설득력 있는 대안제시와 중단 없는 설득과정을 통해 '우리시가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한 합의를 소중하게 여긴다. 자전거 타기가 얼마나 이로운지를 설파하고 출근길에 만난 시민의 불편사항을 체크한다. 그 설득과정에 전력을 다해 투자하는 시장으로 기억되면 족할 뿐! , 자전거 다니지 않는 자전거 도로를 만들며 '자전거도시'를 식상하게 만들지 않는다.마지막으로 '시장이 아니었으면 몰라도, 시장이기 때문에' 해야 할 중요한 일로 여기며 자전거 출퇴근을 공약의 1번에 내걸고 실천한다.(우리는 이를 언제까지 드라마에서나 봐야 하는지) 자전거 도로를 몇 km 만들겠다는 시장 보다 자전거 출퇴근을 임기내 빼먹지 않고 실천한 시장이 자전거도시를 만드는데 훨씬 접근해있지 않겠는가?시장이 대중교통에 대한 체감을 하는데 있어 직접 이용해보고 챙겨가는 것이 보고받은 수백 쪽 보고서보다 훨씬 효율적임을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되듯이, 날마다 직접 보고 느낀 자전거 이용실태를 아는 시장이라면 표방한지 십여년에 이르는 전주의 현재가 자전거도시와 어느 곳에서 얼마나 멀어졌는지 어느 곳에서부터 무엇을 손봐야 할지에 대한 부연이 필요 없으리라 생각한다.장담컨대, 이런 시장이 나온다면 '나와 관계없는 시청사 시장실의 시장님'이 아니라, 우리가 그토록 갈구하고 기다렸고 시민들의 힘을 모아 함께 만들어나갈 도시의 중심에 있는 '우리들의 시장님'으로 추앙받고, 새로운 천년 전주로 가는 비전의 중심에 있는 시장으로 평가될 것임을 확신한다.구체적인 상과 목표, 방법론이 생략된 공허한 구호 속의 자전거도시 보다 출근길에서 만난 자전거위의 시장님이 말없이 던져주는 '우리 도시의 비전'에 훨씬 공감이 가지 않을까? 우리 모두가 선택하고 따르는데 주저함이 없을 시장님이 아니겠는가?/김길중(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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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11.11 23:02

[새벽메아리] 지역방송이 사라진다면 - 최성은

최근 미국에서는 국내 흐름과 다른 방향으로 진행되는 미디어관련 법안이 있다. 일명 지역공동체라디오 법안(The Local Community Radio Act)이다. 이 법의 요지는 기존의 상업적 라디오 주파수와 인접한 최소거리 주파수 규정을 삭제해 많은 지역에서 공동체라디오를 설립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 법안은 지난 달 미 하원 소위원회를 만장일치로 통과했고 전체회의 통과를 목전에 두고 있다.그런데 법안도 법안이지만 이 법안의 배경이 되는 내용에는 최근 국내에서 일어나고 있는 미디어 관련 논의에 참고할 만한 내용이 담겨져 있다. 바로 미디어 소유권 완화로 인한 미디어 집중에 대한 폐해다.미국의 경우 1996년 통신법통과로 미디어 소유 규제가 완화되었고, 이로 인해 거대 미디어 그룹들의 자유로운 인수합병이 가능해졌다. 이후 미국에서는 많은 지역방송들이 거대 주류미디어에 합병되었다. 이러한 통합의 결과 여론의 독과점이 심해졌다. 또 거대 미디어 그룹들은 재정을 줄이기 위해 지역에 대한 투자를 줄이고, 수 백개의 방송국을 위해 생산된 동일한 프로그램을 방송해왔다. 이로 인해 지역 중심 예술, 뉴스, 문화 등 다양한 지역프로그램이 줄어들었다.그리고 이로 인한 폐해는 고스란히 지역민들에게 돌아왔다. 몇 가지 사례를 보자면, 지난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은 유력 정당으로서는 처음으로 흑인 대통령 후보를 선택했지만, 그의 연설을 방송한 것은 CNN등 케이블 방송 뿐 이었다. 지상파 네트워크 방송사들의 경우 오로지 한 방송국만이 14분동안 정규방송을 중단했고 나머지 주요 네트워크 방송사들은 그의 연설을 듣는 대신 네트워크 재방 드라마나 오락 프로그램만을 방영했다. 이처럼 소수 몇몇 언론의 독과점은 여론의 다양성을 훼손하는 결과를 가져왔다.두 번째 사례는 지역민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로 나타났다. 2005년 미국에서는 카트리나로 많은 피해를 입었다. 그런데 이 기간 동안 주류 미디어들은 지역 주민들의 생존을 외면했다. 피해지역의 주민들은 생존에 직결된 정보를 얻고자 했으나, 지역 네트워크 방송사들은 음악방송을 보내 등 침묵으로 일관했다. 반면에 지역의 작은 공동체방송국만이 카트리나 기간동안 방송을 유지했고, 대피소의 수천명의 난민들에게 생존에 필요한 음식과 식수에 대한 정보를 제공했다. 그리고 실종자의 행방에 대한 소식을 다루는 등 지역민의 생존을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위 두 사례는 미디어 소유 집중으로 인해 소수 미디어의 네트워크국으로 전락하고 사실상 편성권을 갖지 못하는 지역방송국들이 지역적 가치보다는 얼마나 정치적, 상업적 논리에 의해 움직이고 있는지, 또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지역민들에게 돌아온다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는 사례다.이러한 현실은 국내에서도 조만간 일어날 지도 모른다. 며칠전 있었던 헌재의 이상한 논리의 미디어법 유효 판결로 미디어 소유 집중 현상이 가속화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디어 소유 집중으로 인한 여론 독과점 현상은 이념적 가치를 뛰어넘어 지역 언론 생존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로 인해 지역의 목소리가 사라진다면 그 피해는 우리들 모두에게 돌아올 것이다./최성은(전주 시민미디어센터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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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11.04 23:02

[새벽메아리] 조두순사건과 나영이사건 - 이윤애

두 사건은 동일한 사건이다. 항거불능의 8세 여아를 화장실로 끌고가 무자비하게 신체를 훼손하면서까지 성폭행하고 그것도 모자라 증거를 인멸하려 시도한 흉악범죄 사건이다. 피해아동 나영이는 현재 생식기와 항문의 80%이상이 훼손되어 치료를 받고 있으나 영구장애상태로 평생을 살아가야 된다고 한다. 무기징역까지 선고할 수 있었던 사건이었음에도, 법원은 술에 취해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에서 저질러진 범행으로 간주하고 '심신미약 감경'조항을 적용시켜 고작 12년형을 선고하였다. 용의주도하게 증거인멸을 시도한 점을 보면 어디에도 술취한 흔적은 없었다. 더욱더 참을 수 없는 것은 12년 징역이 과하다며 흉악범 조두순이 항소를 했다는 뻔뻔함이다. 여기서 드러난 현상이 흉악한 성폭력범죄에 대한 우리사회의 법감정이고 의식수준이다. 이 사건을 우리는 성폭력범죄자 이름을 붙여 "조두순사건"이라고 명명하기로 하였다.실제 아동성폭력 사건은 10% 미만의 사건만이 신고되고, 그 중에서 증거불충분으로 일부에 대해서만 기소가 이루어지고, 또 일부에 대해서만 유죄판결이 내려진다. 법원의 판결이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최저형량을 적용시키거나, 조두순사건처럼 피해자의 피해정도에 비해 낮은 형량의 판결을 하는 것이 사법현실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피해자나 그 가족들이 사건을 신고하고 수사과정에서 겪는 2차 피해이다. 피해아동이 성폭력 피해사실을 증명해야 하고, 피해사실에 대한 반복적인 진술과 4~5세 되는 아이들에게 조차 진술내용의 일관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증거채택이 안되고, 가해자와 대질심문을 시키고, 법정에 세우는 등 어린아이들의 악몽을 반복해서 재현시키는 과정이 돼버리기도 한다. 일련의 과정들에서 오는 2차 피해의 두려움으로 인해 피해자와 그 가족들은 가해자들에 대한 단죄를 포기하고 만다.처벌강화론 만으로는 사태가 나아지지 않는다. 최고 무기징역까지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법집행의 중심에 있는 사람들의 아동성폭력에 대한 무지와 안이한 판결이 피해자와 그 가족들을 두 번 울렸던 것이다. 형량을 높이겠다고 벼르기 보다는 아동성폭력의 피해증상과 후유증의 심각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법집행의 중심에 있는 사람들의 의식수준을 높여내는 일이 급선무이다. 또한 음주 후 범행에 대한 우리사회의 관대함이다. 물론 음주가무가 우리민족의 놀이문화 형태이기는 하지만, 사람이 아닌 술이 저지른 잘못이기 때문에 용서해야 한다는 사회적 함의는 변경되어야 한다. '술마시고 저지른 범죄는 가중처벌 되어야 한다.'로 규정하고, 음주문화에 대한 사회적 정의도 사회변화에 걸맞게 다시 내려져야 한다.다행스럽게도 조두순사건을 계기로 우리사회에서는 성폭력범죄에 대한 수준 높은 논의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형량의 문제, 수사절차상의 문제, 피해자 후유증의 문제, 가해자 교정문제, 성폭력예방 시스템 등. 무엇보다도 그동안 피해자 이름을 붙여 사건을 명명하던 관례에서 벗어나 처음으로 가해자 이름으로 명명하자는 사회적 합의는 성폭력 사건을 보는 사회적 시선이 성숙해 가는 과정이다. 사건이 터질 때마다 보여주는 사회적 호들갑이나 정치인들의 정치적 레토릭이 아니라 성폭력 사건에 대한 우리사회의 진정성으로 결실되기를 바란다./이윤애(전북여연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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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10.28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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