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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메아리] 스마트폰의 그늘

애플의 아이폰으로 촉발된 스마트 열풍이 세계를 휩쓸고 있다. 이 열풍은 트위터, 페이스북으로 대표되는 소셜 네트워크라는 사이버 공간을 형성했고, 중동과 아프리카에서 민주화의 불을 지피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소셜 네트워크는 내년 총선과 대선에도 위력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된다.정보화의 흐름에 편승하지 못하면 마치 시대정신에 부응하지 못하는 낙오자처럼 취급된다. 변화의 속도는 아주 빠르고, 변화의 굽이마다 신제품이 쏟아져 나온다. 새로운 정보기기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은 뜨겁다. 그러나 일견 화려하게 보이는 이런 변화에도 어둡고 쓸쓸한 뒤안길이 있으니, 갈수록 심화되는 정보격차(digital divide)가 그것이다.웬만한 스마트폰은 가격이 100만원에 육박한다. 한 달 사용료는 아껴 써도 5~6만원이다. 겨우 하나 장만해봤자 2년 넘으면 이미 구닥다리가 된다. 시류에 뒤처지지 않으려면 다시 개비해야 한다. 이런 정도의 지출이 문제가 안 되는 가정도 많겠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많다. 정보화로 인하여 소득이 적은 빈곤층이 겪는 고통은 날로 커지고 있다.연전에 성실하지만 가계가 곤란한 학생이 있어서 장학금을 주선해 주었더니 그는 장학금을 받자마자 고급 핸드폰을 구매했다. 등록금에 보태고, 책도 사보기를 기대했던 우리의 기대와는 달라서 적잖게 실망한 일이 있었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럴 것도 아니다. 그 또래에서는 책보다 휴대폰이 더 중요했을 테니까. 편모슬하에 사는 여고생을 안다. 그녀의 어머니는 식당에서 밤늦게까지 힘든 일을 하지만 딸이 쑥쑥 커가는 재미로 산다. 그 학생은 유행하는 스마트폰을 갖고 다닌다. 엄마는 딸이 그런 것 때문에 친구들 사이에 기죽지 않기를 바란다. 그 어머니의 바람은 잘못된 것인가?전북발전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2009년 기준 도내 빈곤층은 11만3780명이라고 한다. 이 중 청소년이 2만3690명이다. 요즘 무상급식으로 교육현장이 떠들썩하지만, 감정이 예민한 청소년들에게는 끼니 못지않게 휴대폰이 중요하다. 그들은 휴대폰 비용을 마련하기 위하여 밤샘 아르바이트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들은 그것으로 친구들과 대화하고 세상과 소통한다. 요즘은 엥겔지수 못지않게 가계에서 통신비용이 차지하는 정도를 나타내는 통신지수가 삶의 수준을 가늠하는 척도로 부각되고 있다.가난하니까 정보통신의 사용을 자제해달라는 것은 사회적 억압이다. 머지않아 학교에서는 교과서가 사라지고, 태블릿 PC 하나를 들고 등교하는 풍경을 보게 될 것이다. 애플의 iTunes에 가보라. 이미 하버드, 예일, 옥스퍼드, 캠브리지 등 세계 유수의 대학들이 강의를 오픈하고 있다. 올해는 EBS와 수능의 연계가 더 강화된다고 한다. 핸드폰에 의한 전자투표로 대통령을 뽑을 날도 그리 멀지 않았다.정보통신은 이미 우리네 삶의 한자리를 차지했다. 그것도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자리를 차지했다. 그것으로부터 소외된다는 것은 곧 세상으로부터 소외되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우리는 정보통신의 사각지대를 찾아야 한다.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찾아야 하고, 그들에게 정보화의 샘물을 걱정 없이 마시게 해주어야 한다. 스마트폰의 그늘에서 말 못하고 가슴앓이를 하는 정보빈곤층을 비출 횃불을 준비해야 한다. 이 일이 IT 강국 코리아에 사는 우리의 사명이다./ 최연성(군산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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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3.30 23:02

[새벽메아리] 학교 달력

졸업식과 입학식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과거에는 졸업식장이 밀가루 세례나 계란 투척으로 얼룩졌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요사이 졸업식에서는 의례적인 식순은 생략하고 재학생과 졸업생이 함께 축하공연을 한다든지, 더 나아가서는 선생님들이 무대에 나서 축가를 불러주는 학교도 있다.특히 소규모학교에서는 졸업생이 미래에 무엇을 하는 사람이 되고 싶은가를 개인별로 발표하는 시간이 있기도 하다. 아예 현수막에 제 몇 회 졸업식이 아니라 '꿈, 생각, 행동이 있는 희망이야기'라는 주제를 적어넣은 졸업식이 진행되기도 한다.입학식도 마찬가지이다. 입학식에서 어떤 학교는 책을 주는가 하면, 교통카드나 앨범, 화분을 선물로 주는 행사로 진행되기도 한다. 또한 상급생이 신입생에게 이름표를 달아주고 오카리나 연주로 축하해 주기도 하며, 심지어 어느 교장선생님은 손수 아이들의 발을 씻어주는 세족식 행사로, 그리고 학교 교화를 심는 행사로 입학식이 진행되기도 한다. 이쯤 되면 예전에 관행적으로 진행되던 졸업식과 입학식이 아니라 학교 축제로 변한 느낌이다.새 학기가 시작하는 날 둘째딸 학교에서 문자가 왔다. '2011학년도 학교 달력, 귀 자녀편에 보냈습니다. 학사일정을 잘 활용하시기 바랍니다' 라는 내용이었다. 무심코 지나쳤다. 그리고 책상 위 서류 봉투 속에 탁상 달력이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때서야 학교에서 온 문자의 의미를 떠올리게 되었다.지난해 고3 담임을 하면서 무던히도 많은 대학으로부터 홍보용 달력을 받아 보았다. 대학에서야 홍보차원에서 달력을 만든 지 오래 되었다. 물론 대학마다 학교 학사일정이나 특색을 살려 만들기는 하지만 그런 달력을 볼 때 그렇게 마음에 다가오지는 않았다. 또한 수많은 사업체나 단체에서도 역시 오래전부터 탁상 달력을 만들어 홍보 수단으로 사용해온 터였다.중학교에서 나누어 준 탁상 달력에 학생과 학부모가 알아야 할 학사 일정이 있으니 얼마나 좋은 일인가? 물론 이미 여러 학교에서 학교달력을 제작하고 학교 나름대로 내용을 담아 만들기도 했다. 그런데 막상 학부모 입장에서 학교달력을 받아보니 학교에서 학생과 학부모와 소통하고자 얼마나 노력하는지 새삼스럽게 알 수 있었다. 그렇다. 학사일정이야 언제고 학교 홈페이지에 들어가 볼 수 있다. 그렇지만 달력으로 매일 학교 일정을 살필 수 있다는데서 다른 느낌을 주었다.정성이 담긴 학교 달력을 받으면서도 몇 가지 아쉬움이 남았다. 학교 로고와 함께 '꿈과 사랑이 가득한 즐거운 학교'란 구호와 매달 새롭게 기록되어 있는 것은 시험, 토요휴무, 현장체험학습, 체육대회 등 그야말로 학사 일정만 국한된 내용이었다. 그동안 학교에서 이루어진 행사나 특색사업 이야기도 소개되었으면 보다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또 한 가지는 학교 달력에 들어간 사진이다. 달력을 계절에 맞게 풍경사진으로 처리했는데, 학교행사나 학생들의 행복한 모습으로 채워졌으면 얼마나 좋았겠는가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물론 학교의 의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필자의 생각일 수도 있다.그럼에도 새 학기 시작하는 날, 학부모는 무엇보다도 뜻 깊은 선물을 받은 셈이다. "고맙습니다, 전일중학교."/ 이상훈 (전주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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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3.23 23:02

[새벽메아리] 전북에는 '정치' 가 없다

일본 열도를 강타한 특급 재난 소식에 연일 마음이 무거운 가운데 전주 버스파업 100일을 맞았다. 이제 막 사랑을 시작한 연인들의 100일처럼 설렘 속에서 하루하루를 세는 기쁨이 아니라 칼바람 치는 겨울 거리에서 목쉰 함성과 빈손으로 버틴 100일이기에 버스 노동자들의 심경은 정말 봄이 봄 같지 않을 것이다.겨우내 이를 악물며 오지 않는 버스를 기다렸던 승객들의 분통을 따라 저잣거리 민심은 무서운 쓰나미처럼 번져갔다. 버스나 택시 안, 술집에서 만난 보통시민들은 노사는 물론 지역 정치권을 향해 원색적인 욕설을 털어놓았다. 80일, 100일이 되도록 버스파업 하나 해결 못하는 지역 역량에 부글부글 끓는 마음들이 그렇게 분출한 것이다.물론 법원의 교섭권 인정 판결과 고용노동부의 불법파업 규정이 서로 충돌하면서 노사간 장기대치의 명분으로 작용한 것이 사실이다. 행정이 이 양 측 논거의 사이에 끼어 운신할 폭이 좁다는 말에도 일부 수긍할 점이 있다. 정동영 의원은 고용노동부의 태도를 들어 이명박 정부에 가장 큰 책임이 있다는 논리를 들고 나왔다. 청문회도 준비한다고 한다. 민주당 시장, 도지사에 유력 정치인이 다 같은 당인 텃밭에서 일어난 노동문제를 여야 대결구도로 희석시키면서 빠져나가나 싶지만 일단 경청해보자.그러나 청문회를 연다면 시민들이 가장 먼저 말을 듣고 싶은 사람 1순위는 정 의원의 표현처럼 '무리한 버티기'를 하고 있는 사업주들이다. 세간의 이야기처럼 도대체 어떤 '빽'이 있길래 그 많은 버스보조금을 그렇게 허술한 절차를 거쳐 편하게 갖다 쓸 수 있는지, 막강한 행정권한을 가진 단체장들의 '중재'와 설득을 쉽게 뭉갤 수 있는지 의구심이 드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전국과 지역에서 파트너 당을 바꿔가면서 이른바 정책연대와 선거 캠프 참여를 통해 유력 정당, 단체장과 정치적 특수관계를 맺어온 일부 노동 관계자들도 목소리를 듣고 싶은 사람들이다. 수평적 정권 교체를 이루고 수구세력 집권 연장을 막아야 한다는 열망 때문에 진정한 검증과 경쟁 없이 오래 편안하게 정치적 독점의 과실을 누려온 전북의 정치권 유력인사들도 말문을 열어야 한다. 이른바 토호들과 특정한 학연과 지연, 이해관계로 얽혀서 후견, 지원의 관계를 맺고 있는 것 아니냐는 세간의 평을 제때에 반박할 좋은 기회가 아니겠는가.파업 80일을 맞아 버스 승강장에서의 1인 시민시위를 제안한 것은 그것이 노사협상 타결을 위한 무슨 힘있는 사회적 압력이 될 수 있다고 믿어서가 아니었다. 우리 모두 버스를 기다리는 교통약자의 마음이 되어보자는 것이었다. 단체장을 비롯한 지역 정치권에 정말 아쉬웠던 것도 권한의 한계를 넘어서 소통을 만들어내려는 절박한 호소의 부족이었다. 한마디로 지역에서 정치가 실종되어 버리고 속수무책의 진영 대결만 남는 것에 대해 시민들의 목소리라도 내보자는 것이었다.파업이 나날이 길어지면서 사회적 약자라는 것을 알면서도 노동 측에 아쉬운 마음도 적지 않았다. 시민의 눈높이를 고려한 유연성을 주문하고 싶었다. 오거리 촛불집회에서 이제 노동자가 통큰 결단으로 먼저 파업을 풀어주고 시민들의 지지 속에서 드러난 문제점들을 하나하나 짚어가면 어떻겠느냐는 마음 아픈 제안도 했었다. 곧바로 일부 노동자의 항의성 발언도 들었다.그런데 바로 다음날 전북대 승강장 앞을 지나가던 파업시위 행렬 중 한 분이 피켓을 들고 선 내게 다가와 주머니에서 꺼낸 홍삼즙 한 봉을 내밀었다. 추운데 드세요. 아니, 먼저 드셔야. 서로의 입장을 넘어 건네진 그 작은 소통이 못내 안타까워 난 아직 음료팩을 뜯지 못하고 있다. 버스는 여전히 파업중이다./ 이재규 ( '희망과 대안 전북포럼'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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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3.16 23:02

[새벽메아리] 건강한 내일을 위해서라면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 중에서 나는 행복하다고 호탕하게 말 할 수 있는 사람이 이 세상에 과연 얼마나 있을까. 소중한 내 인생에서 어떤 것들이 나를 행복하게 했고, 무엇이 나를 초조하고 가슴 아프게 했을까.새해 들어 어느 일간지를 읽던 중 눈에 띈 기사가 있었다. '출세의 대가가 단명을 불러온다면 당신은 어떻게 하겠는가?' 과연 성공과 단명은 상관관계가 얼마나 깊을런지! 이 시대 최고의 성공 아이콘으로 불리는 CEO 스티브 잡스(56세)도 건강문제로 시한부 삶을 살아가고 있다 한다. 29세에 매킨토시 컴퓨터를 출시했고, 35세에 애플을 설립하여 세계적인 IT회사로 성장시킨 유명한 잡스 CEO도 '일찍 성공하면 단명한다' 는 의료계의 정설화된 가설에 해당되는 것일까.성공지향적인 성향과 스트레스가 만들어내는 건강 시나리오는 최악이라 한다. 서울대 임재준 교수의 <가운을 벗자>에서 '성공한 사람이 대접받는 사회에서 그 대가는 수명의 단축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라고 하면서 과연 짧고 굵게 사는 것이 최선의 삶인 지, 뒤돌아 볼 때라고 했다. 건강을 잃은 성공이 어떤 의미로 다가 올까.우리들은 눈만 뜨면 경쟁의 늪 속으로 빠져들 수밖에 없는 사회구조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더 빨리 해결해야 하고, 더 많이 일해야 하고, 더 좋은 환경여건과 높고 힘있는 사람 앞으로 줄을 서야 하고, 너보다는 내가 먼저 해내야 하는 경쟁의식은 지금까지 우리들의 자율신경을 압박해왔으며, 그 길만이 행복으로 연결된다고 믿었기 때문에 받았던 스트레스의 양은 어떻게 계산되어야 하며 얼마나 축적되었을까.잘 사는 사람은 요란하지 않고, 좋은 친구는 어렵고 슬픈 일이 있을 때마다 그림자처럼 옆에 있어 준다고 했다. 옆에 있는 사람들을 의식하지 않고 자기 생각대로만 욕심을 채우려든다면 과연 그 길이 순조롭게 이루어질까. 우리는 결국 자기만족으로 나름대로의 행복을 그리며 살아간다.행복(충족) 강박증 환자는 만족을 모른다. 이런 현상은 욕구 충족을 위해 스스로 빠져 들어가는 늪이 될 수도 있다. '한 가지의 욕심을 버리면 열 개의 걱정이 없어진다'고 한다. 물질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인격도 체면도 친구도 때로는 부모형제도 버리는 사람들, 명예나 권력 그리고 출세 길을 찾아 모두에게서 등을 돌리면서까지 얻어내고자 하는 소유욕과 성취욕이 강한 사람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부터 정신과 육체는 멍이 들어갈 것이다. 이런 상황들이 자기도 모르는 사이 죄업이 되고, 스트레스로 쌓여 얻고자 하는 행복의 화려함의 대가보다 더 큰 돌이킬 수 없는 고독에 휩싸일 수도 있으리라.이솝우화에 나온 인간의 수명은 본래 30년인데 인간들이 너무 짧다고 불평하는 소리를 들은 제우스 신은 나귀에게서 18년, 개에게서 12년, 원숭이에게서 10년을 덜어와 40년을 더해 주어 70년으로 수명을 늘려주었다. 인간들은 25년은 정신과 육체가 성장해가지만 나머지의 세월은 늙어가는 삶이라고 했다. 그래서 나귀에게서 덜어 온 시간은 힘차게 일하는 나이, 개로부터 덜어 온 시간은 가족들을 부양하는 나이, 원숭이에게서 덜어 온 시간은 어린이처럼 보호를 받으면서 살아가는 시간이란다. 어찌했든 수명이 다하는 날까지 사무엘 존슨이 말한 것처럼 '짧은 인생은 시간의 낭비에 의해서 더욱 짧아진다'고 했으니, 의미를 재분석해서 오늘을 새로운 모습으로 유쾌하게 활용하고 건강한 삶을 찾아야 할 것 같다.혹여 자기가 불행하다는 생각이 든다면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 살며시 웃어보면 그 답이 거울에서 나오리라. 평균 수명 80을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고 봤을 때, 삼만 여 날을 다하지 못하는 삶에서 건강을 잃어가면서까지 아웅다웅 성취한 성공과 출세가 과연 어떤 보람이 있을까?/ 김형중 (원광보건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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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3.09 23:02

[새벽메아리] 상괭이의 죽음을 생각한다

봄비가 촉촉이 대지를 적셨다. 날씨는 여전히 싸늘하지만 지난 겨울의 추위에는 비길 바가 아니다. 칼바람 눈보라가 기승을 떨치던 고군산군도에도 동백의 꽃망울이 한층 부풀었다. 이제야 안심이다. 더 이상 그들의 주검을 보지 않아도 될 듯해서.상괭이는 쇠돌고래의 일종으로 동으로는 우리나라에서부터 서로는 아라비아반도에 이르기까지 넓게 분포한다. 고래지만 몸집이 매우 작아 상어의 먹이가 되기도 한다. 주로 근해에 살기 때문에 사람 눈에 자주 띈다. 그러나 겁이 많아 다가가면 곧장 도망간다. 등지느러미가 없지만 카이저수염 모양의 꼬리를 보면 영락없는 고래다. 숨쉬기 위해 물 바깥으로 머리를 쳐들 때나 살래살래 꼬리를 흔들며 헤엄치는 모습은 참으로 앙증맞다.옆구리에 젖먹이 새끼를 달고 다니기도 하는데, 새끼는 먹이를 찾아 이리저리 움직이는 어미를 행여 놓칠 새라 착 달라붙어 떨어질 줄을 모른다. 마치 나들이 나선 어린이가 엄마 손을 꼭 잡고 졸졸 따라다니는 것 같다. 정약전은 '자산어보'에 사람처럼 젖이 두 개가 있다고 하여 人魚라고 표현하였다. 그 이름의 뜻을 알 수 없으되 다만 볼품없는 고래라는 뜻의 상경(常鯨)에서 유래하지 않았나하고 짐작할 뿐이다.이 상괭이가 새만금 호수에서 떼죽음 당했다. 안타깝다. 발견된 사체만도 200여 마리. 사인에 대해서는 이래저래 말들이 많았으나 부검 결과 이상한파로 호수가 얼어붙자 물 바깥으로 머리를 내밀지 못해 질식사한 것으로 판명되었다. 양식장의 전어나 장어, 숭어가 얼어 죽었다는 소식을 간간이 듣기는 했지만 고래가 얼음에 갇혀 질식사했다는 소식은 전대미문이다.상괭이의 죽음은 우리에게 여러 가지를 시사한다. 첫째, 새만금 호수에서는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나 하는 것이다. 이들은 언제, 그리고 왜 호수에 갇혔으며, 얼마나 많은 개체가 서식하고 있으며, 무엇을 먹고 번식하고 있느냐하는 것을 밝혀야 한다. 이 문제를 풀다보면 자연스레 새만금 호수의 생태계를 규명할 수 있을 것이다.둘째, 상괭이를 보호할 체계적인 방법은 없는가 하는 것이다. 상괭이는 국제 보호종으로 지정되어 있기 때문에 포획과 거래가 금지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판장에 가면 종종 볼 수 있다. 딴 어종을 잡기 위해 쳐놓은 그물에 스스로 걸려든 이른바 혼획으로 잡힌 것들이다. 우리나라 학계에서 상괭이에 대하여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최근이다. 연구와 조사는 주로 울산의 고래연구소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차제에 학계, 관계뿐만 아니라 NGO 등도 나서서 이 보호종의 안전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셋째, 상괭이가 새만금 인근 해양생태계의 건강함을 가늠하는 바로미터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순천의 시조(市鳥)는 흑두루미이다. 서천군의 군조(郡鳥)는 검은머리물떼새이다. 다 천연기념물로 자기 고장은 깨끗하다는 것을 내세우기 위한 일환이다. 인간과 마찬가지로 숨 쉬며 살아가는 포유류의 질식사를 전례 없는 강추위로 인하여 생긴 어쩔 수 없는 죽음이라고 간단히 치부해서는 안 된다. 상괭이의 죽음은 환경파괴로 인한 기후변화가 우리의 숨통을 서서히 죄어오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기 때문이다.상괭이는 해양에서뿐만 아니라 하구나 강 등 민물에서도 잘 산다. 염도가 낮아서 못살지는 않는다. 새만금에 서식하는 상괭이가 그 개체수를 꾸준히 보전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면 이 사건은 오히려 전화위복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새만금이 친환경적으로 개발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가 되니까. 아이콘 없는 새만금에 상괭이가 아이콘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최연성 (군산대 정보통신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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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3.02 23:02

[새벽메아리] 학생이름

우수(雨水)가 지났다. 그렇게 추웠던 겨울도 지난 듯 그동안 얼어붙었던 것들이 녹아내린다. 노오랑 개나리와 연분홍의 참꽃, 하얀 목련도 필 날이 멀지 않았다. 선생님들은 새로운 학생을 만날 날을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다.이름대로 살아간다는 말이 있다. 이름을 신중하게 잘 지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말도 있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 사람은 이름 석 자를 남기기 위하여 살아간다는 말일 것이다.자식이 태어나면 부모나 할아버지가 이름을 지어준다. 아니면 작명가에게 부탁하기도 한다. 평생 불릴 이름이니 얼마나 고심하며 지었겠는가. 하지만 '장고 끝에 악수'를 둔다고 막상 작명한 이름이 좋지 않은 경우도 있고, 호적에 올릴 때 착오가 생길 때도 있다.요사이는 자식 이름을 지을 때 한글 이름으로 많이 짓는다. 부르기도 좋고 예쁘다. 필자도 그렇게 지었다. 큰딸은 푸름이 둘째 딸은 푸른들이라 지었다. 셋째는 아들인데 한자로 산하(山河)라 지었다. 그런데 둘째딸 이름은 커갈수록 뭔지 모를 아쉬움과 어색함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친구들이 '푸들'이라 부른다고 하는데, 아직 이름을 새롭게 지어달라고는 하지 않는다. 필자는 지금도 한자로 항렬대로 짓지 않은 것을 후회하지는 않는다. 혹 아이가 성장하여 이름이 맞지 않으면 새로 이름을 지어줄 생각이다.대부분의 교사들이 교직생활을 하면서 이름에 얽힌 한두 가지 일화는 있을 것이다. 필자의 경우, 한 학생의 이름은 '이나'였다. 성은 '이'가고 이름이 '나'였다. 무척이나 특이하여 언니나 오빠 이름을 물어보았다. 오빠는 없고 언니 둘이 있는데, 큰언니 이름은 '겨자씨'였다. 성경에서 "또 비유를 베풀어 가라사대 천국은 마치 사람이 자기 밭에 갖다 심은 겨자씨 한 알 같으니 이는 모든 씨보다 작은 것이로되 자란 후에는 나물보다 커서 나무가 되매 공중의 새들이 와서 그 가지에 깃들이느니라" 말하는 그 겨자씨를 의미했다. 작은 언니는 '딸기'였다. 지금 이분들이 결혼하여 살고 있으니 30~40여 년 전에 지어진 이름으로 당시로써는 파격적인 이름이 아닐 수 없었다. 이런 이름이라서 지금도 기억하고 있는 것 같다.이름 때문에 고생한 학생들도 있다. '일성'이라는 이름은 북쪽 김주석 이름이라서 놀림감이 되어 일찍이 개명했고, '완용'이나 '원균' 등 이름도 마찬가지다. 학생 이미지와 이름이 맞지 않아 고생한 아이들도 있었다. 초롱, 샛별, 큰별, 소망 등의 이름을 가진 아이들이 학생생활이 이름과 걸맞지 않아 놀림감이 되기도 하여 개명한 경우도 있다.여기까지 왔는데, 실은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이다. 수업을 할 때 번호 보다는 이름을 불러주는 것이 좋다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이다. 학생들을 새롭게 만나고 몇 달이 지나고도 이름을 알지 못하여 이름을 제대로 부르지 못할 때, 교사 스스로 화끈함을 느낄 때도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실천이 중요하다. 교사의 조그마한 관심이 학생들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즐거운 수업을 할 수 있다. 학생 이름을 다정하게 불러주면서 말이다.곧 새 학기가 시작된다. 학생 이름부터 알고 보다 관심을 보여주는 선생님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상훈 (전주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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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2.23 23:02

[새벽메아리] 버스파업, 시민의 입장에서 풀자

버스파업 70일을 넘겼다. 처음엔 며칠 참으면 되는 일로 알았는데 연말을 넘겨 이제 봄을 앞두고 있다. 유별난 엄동설한에 오지 않는 버스를 기다리느라 가장 고통 받은 이는 학생, 노인과 주부 등 교통약자이다. 물론 명절을 낀 두 달간 생활비 없이 추운 겨울을 나고 있는 버스노동자들도 몸이 시리다. 다 우리 이웃들이다. 아프다. 문제가 심각한 것은 두 달을 넘긴 지금도 해결의 전망이 안 보인다는 것이다. 꽃피는 봄이 오면 전세버스도 행락객을 찾아 갈 것이고 개학으로 버스 수요는 배가될 터인데 대치국면만 고조되면서 곧 터질 풍선처럼 뭔가 정점을 향해 부풀어 오르는 느낌이다.버스파업은 기본적으로 노사문제이니, 바깥에서 별로 개입할 여지가 없다는 주장이 있다. 노사의 불법행위는 별도로 처리할 수 있지만 사태를 해결할 유효한 수단이 없다는 것이다. 정말 그렇게 무한정 양자의 선의와 양식을 촉구할 뿐 방법이 없는 문제인가. 원래 파업이라는 것은 경제적 사회적 약자인 노동자 측이 사용자에 대항하는 마지막 수단이고 기업주는 파업으로 인한 손실비용이 타협에 들어가는 비용보다 커지기 전에 노사협상으로 이를 수습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버스 같은 공공재적 성격이 강한 사업장은 그 공공성 때문에 행정이 나서서 대체버스를 투입하고 인력을 지원하기 때문에 기업주가 경영 압력을 받아 적극적 협상에 나서지 않는 경우가 많다.막대한 보조금이 보여주듯 평소에도 민간 사업주에 대한 혜택을 보장하는 데 비해 버스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은 열악한 것이 현실임에도 대항수단은 마땅치 않다. 더하여 파업이 일어나면 행정이 나서서 대처해주는 상황에서 시일을 끌면 대체로 노동 측에 시민의 불만이 쌓이게 되니 파업의 결과는 대부분 노동 측의 사회적 힘의 한계만 확인하고 끝나기 쉽다. 그 때문에 파업이 길어질수록 노동자들은 절망적 심정으로 격하게 나오기 마련이다.민간기업 영역을 넘어서 소중한 세금이 투여되며 시민 다수의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이런 공공영역의 파업에는 권한과 책임을 가진 사람들이 적극 개입해서 사태를 빠른 시일 내에 매듭지어야 한다. 그 출발은 버스파업을 단순 노사문제로 보는 것이 아니라 공공서비스의 중단이라는 중대 사태로 보고 단기적, 장기적 해법을 내는 것이다.단기적으로는 노사 양쪽의 최대한 양보 가능한 주장을 바탕으로 권한과 책임을 가진 주체들과 상호 신뢰할 수 있는 중재자들이 사회적 보증을 하는 방법으로 일단 파업을 해결하되 장기적으로는 버스문제를 공공성의 관점에서 해결하기로 하는 것이다.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제 85조(면허취소) 1항 2호(사업경영의 불확실, 자산상태의 현저한 불량, 그 밖의 사유로 사업을 계속하는 것이 적합하지 아니하여 국민의 교통편의를 해치는 경우)조항을 적극적으로 해석하고 제대로 권한을 행사하면 전주시가 사업주를 압박하고 노조를 설득할 경로는 얼마든지 있다.버스사업은 시장경제 원리를 넘어 공공적 재정이 충분히 투자되어야 하는 영역이다. 공공서비스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 종사 노동자들의 노동조건 또한 제대로 보장이 되는 쪽으로 풀어야 하는 것이다. 버스업계의 구조적 문제 파악은 일단 전주시의회 버스특위가 출범했으니 그 과정을 투명하고 공정하게 가져가 중장기적 논의의 단초로 삼았으면 싶다. 장기적 방향으로 제시할 수 있는 버스공영화는 우리 대중교통정책의 대전환을 전제로 한다. 국가가 책임지는 재원, 교통망의 재배치 등 큰 변화를 필수적으로 동반한다. 꼼꼼하게 따지며 하나씩 준비하며 가는 게 옳을 것이다.70일을 넘긴 버스파업. 시민들의 발이 길게 편안할 수 있도록 이번의 아픈 경험을 잘 해결하여 두고두고 약으로 삼는 모두의 지혜와 양보가 절실한 때다. 분쟁의 당사자인 노동자와 사업주 모두를 먹여 살리는 버스업의 고객이 누구인가. 자치단체장을 뽑아주고 유력한 정치인들을 세워준 사람이 누구인가. 당신들이 평소에 왕이라고 모시던 전주시민이 지금 가장 추운 곳에서 덜덜 떨며 이를 갈고 있다./ 이재규 ('희망과대안 전북포럼'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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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2.16 23:02

[새벽메아리] 삶의 의미를 실현하는 사람들

귀엽고 앙증맞은 토끼가 우리들 곁으로 다가온 지도 벌써 한 달이 훌쩍 지나갔다. 새로운 기분으로 알차게 세운 계획의 매듭을 이제 서서히 풀어나가 보자. 드넓은 세상을 색안경을 끼고 바라 볼 때와 육안으로 보았을 땐 시각의 차이는 너무나 다를 것이다. 이미 펼쳐진 인생을 어떻게 재단해 나가느냐가 스스로의 운명을 좌우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제대로 된 인생설계도가 있다면 살아가다가 계획이 빗나가거나 실수하는 일이 있더라도 중심을 잡고 제자리로 돌아 올 수 있으나, 그렇지 못했을 땐 방향감각을 잃고 상당한 시간을 방황 할 수도 있으리라.사람들은 흔히 여행을 할 땐 설렌 마음으로 치밀한 계획을 세우면서도 자기의 인생은 정해진 틀에 맡겨 놓고, 꿈만 먹고 살아가는 경우가 허다하다. 삶이란 짧게 맛보는 행복의 시간을 벗어나면, 어쩌면 고난과 고통, 좌절과 불안의 연속일지도 모른다. 모든 사람들이 찾아가고 싶어 하는 행복이라는 낙원을 향한 발걸음을 가볍게 하고 싶다면, 지금 이 시간 자신들이 흘리고 있는 땀의 분량과 생각하는 수준의 정도를 조절해야 될 것이다.살아오면서 맺은 좋은 인연들 중에서 인상이 깊은 젊은 사업가 k씨 얘기를 하고자 한다.충청도 출신으로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다가, 익산에 뿌리를 내린 자동차 부품을 생산하는 중소기업의 오너다. 그는 사원들에게 "능력 있는 사원도 꼭 필요하지만 더 소중한 구성원은 내 회사라는 주인의식으로 업무에 종사하는 것"이라고 고취시키며, 성과급을 줄 때는 만족할만한 수준으로 지급하려 노력하고, 애사정신을 각인시키다보니 노사분규는 말할 것도 없고, 이직률도 전혀 없다고 한다. 부품제작을 의뢰한 회사 중간책임자에게서 들은 얘기로는 k씨가 운영하는 회사는 약속한 기일을 어긴다거나 부품에 흠이 있어 돌려보낸 일이 지금까지 한 번도 없었다고 칭찬을 한다. 매월 k사장과 전 사원들은 일정부분의 성금을 모아 목표액을 채워 봄이 되면, 시내 초중등학교의 추천을 받아 어려운 학생들에게 매년 매우 큰 액수의 장학 혜택을 실행한다. 지금은 많은 시련을 겪는 그들에게 용기를 불어 넣어 세상을 바로 보게 하고, 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마음을 여는 작은 위로가 훗날 이 나라의 주춧돌이 될 것이라는 신념으로 순수한 땀과 열정을 모으는 일은 앞으로도 계속된다고 한다.마음을 나누어 주는 그 흔적은 오랜 시간이 흘러도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다른 사람들의 가슴에 깊이 저장되기 때문이다. 몸보다는 마음이 배가 부를 수 있어야한다는 말처럼 외롭고 힘이 들 때에 따뜻한 위로와 격려는 그 어떤 것과도 비교 할 수 없는 큰 용기를 줄 것이며, 겉치레로 위장된 나눔이 아닌 진정 보석 같은 나눔의 희열은 그들의 삶의 의미와 가치를 충족시킬 것이다.톨스토이는 "진정으로 가난한 사람은 꿈을 잃은 사람이며, 또한 진정 행복한 사람은 자기가 해보고자 했던 생각을 현실로 옮겨 실현해 보는 것이다"라고 했다. 벚꽃은 활짝 피었을 때, 배꽃은 가까이서 보았을 때가 가장 아름답다고 한다. 나는 K사장을 가까이서 지켜보면서 유년기의 꿈을 현실로 옮겨 조용히 시행하는 모습을 보면서 지인의 입장에선 마냥 흐뭇하다. 누구를 돕거나 좋은 일을 했을 때는 지면이나 방송매체를 통해 소문을 내려고 하는 세상의 풍경에서 조용히 실행해가는 아름다운 모습을 볼 때 화려하진 않지만 해맑은 배꽃을 연상해본다. 이런 품성들은 인성의 기본을 확립하는 가정환경과 교육이 뒷받침했을 것이다.인생설계는 자신이 지니고 있는 지혜와 지식과 용기와 신념의 결정체로 수립해야만 어떤 상황에 처하든 소신껏 행동할 수 있고, 가치 있는 선택으로 흔들림 없는 인생의 아름다운 그림으로 완성되어지면서 그 삶은 윤택해질 것이다./ 김형중 (원광보건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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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2.09 23:02

[새벽메아리] 대학생 사교육 대책이 시급히다

어려운 경제 여건을 감안하여 여러 대학에서 2011년도 등록금을 동결했다고 한다. 반가운 소식이다. 그런데 정작 대학생들의 형편을 어렵게 만드는 주범은 따로 있다. 바로 등록금 못지않은 사교육비다. 사교육하면 대개 초중고등학생들이 정규 학교가 아닌 곳에서 학습하는 것을 지칭하고, 정부의 사교육 대책도 여기에 집중되고 있다. 그러나 대학생 사교육 또한 만만찮다. 그 시장은 초중고등학생에 비하여 결코 작지 않으며, 사교육 없이 대학생활을 하기는 쉽지 않다.사교육 시장의 인기품목은 단연 어학이다. 특히 영어는 필수라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학생들은 입학과 동시에 토익, 토플 등의 공인영어시험 점수따기 경쟁에 돌입한다. 흔히 말하는 취업을 위한 '스펙(Specification)'을 쌓아야 하기 때문이다. 불행하게도 대학의 영어수업은 이런 시험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각 대학마다 어학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하여 나름대로 다양한 메뉴를 마련하고 있지만 학생들에게 그리 인기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학생들은 학교 강의가 끝나면 학원으로 간다. 정규수업과의 병행이 여의치 않기 때문에 방학을 요긴하게 활용하기도 한다. 여유가 있다면 해외연수도 마다하지 않는다.스펙에는 어학점수뿐만 아니라 전공 자격증도 필요하다. 4년간 교수들이 가르치는 전공수업을 충실히 들었건만 자격증을 따기 위해서는 학원으로 가야 한다. 학생들도 처음에는 이런 기이한 상황이 어리둥절하지만 곧 취업을 위해서는 공교육보다는 사교육이 낫다는 인식을 갖게 된다.공무원시험이나 국가고시, 교사 임용고시, 타 대학 편입에도 사교육은 필수적이다. 학원 한두 달 다녀서는 합격은 어림도 없다. 그러다보니 학원 다니기 위하여 1~2년씩 휴학하거나 졸업 후에 본격적으로 고시학원에 다닌다. 의학대학원, 치의학대학원, 약학대학원, 법학대학원은 인기가 높다. 사교육 도움 없이는 이런 대학원에 입학이 어렵다. 이들 대학원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MEET, DEET, PEET라는 요상한 이름의 시험을 봐야 하는데 그 학원비는 대학 등록금 뺨친다.캠퍼스에서 대학생 사교육은 당연시된다. 이미 보편화된 현상이다. 그런데 사실 이런 교육의 대부분은 대학이 책임져야 한다. 이런 교육을 받기 위해서 대학에 진학한 것이다. 도대체 대학에서는 무엇을 가르치는가? 가르칠 것이 너무 많다보니 이런 것들은 사교육에 맡길 수밖에 없나? 그렇지 않다. 대학은 정작 기업이나 사회가 필요로 하는 것을 모르고 있다.이제 대학은 상아탑의 고고함을 깨고 세상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 21세기를 살아가기 위해서 청년들에게 공급해야 할 지식이 무엇인지 파악해야 한다. 정부도 이런 기이한 현상을 방치할 것이 아니라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사교육 도움으로 교단에 선 선생님이 공교육에 충실하라고 외치는 모순은 개선되어야 한다.엊그저께 전주에서 대학생 절도범이 붙잡혔다. 그는 지독히 가난했다. 사교육은 꿈도 못 꾼다. 그의 손에는 서점에서 훔친 영어책이 들려있었다. 과다한 사교육비는 사회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주범이다. 가난 때문에 사교육 제대로 못 받아 그렇고 그런 대학에 왔는데, 들어오고 보니 어마어마한 사교육비가 또 앞을 가로막는 현실을 이 시대의 젊은이들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최연성 교수는 중앙대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정보공학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학계에서 한국전자통신학회 이사와 한국해양정보통신학회 감사한국정보전자통신기술학회 IT융합분과위원장 등을 맡았다. 또 군산발전협의회 집행위원장과 군산시 국책사업추진단 홍보팀장군산공항사랑시민모임 사무국장 등으로 활동했다./ 최연성(군산대 정보통신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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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1.26 23:02

[새벽메아리] 학급과 담임

연일 맹추위에 고 3이 된 큰 딸이 아침 일찍 등교하여 저녁 야간자율학습을 마치고 돌아올 때면 안쓰럽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하다. 지난 주말에는 자율학습이 끝날 무렵에 맞춰 학교에 가서 함께 돌아오는 도중에 담임 이야기를 했다. 큰 딸은 담임선생님이 좋다며 싱글 벙글이다. 이름을 물어보니, 후배의 이름이다. 후배의 이름을 듣는 순간, 1년 동안 그것도 고3 담임을 맡아줄 후배가 담임이라니, 내 마음이 든든했다.송기숙 선생님이 펴낸 산문집 '마을, 그 아름다운 공화국' 이 있다. 선생님은 세상의 축소판인 마을에는 대개 5가지 유형의 인물이 존재한다고 이야기한다. 한 유형의 사람이 없어지면 곧 새로운 인물이 나타나 그 자리를 메우게 마련이라는데, 존경 받는 마을 어른이 있고, 늘 말썽만 부리는 버릇없는 후레자식, 일삼아서 이집 저집으로 말을 물어 나르는 입이 잰 여자와 틈만 있으면 우스갯소리로 사람들을 웃기는 익살꾼, 그리고 좀 모자란 반편(半偏)이나 몸이 부실한 장애인 등 다섯 가지 유형이라고 한다.실은 학교 안의 학급도 마찬가지이다. 학급에는 다양한 학생들이 모여 서로 친구 관계를 맺으며 사회성을 기른다. 친구들로부터 신임을 받고 지도력이 있는 학생이 있다. 늘 말썽만 부리는 버릇없는 학생도 있다. 송기숙 선생님은 후레자식으로 표현했다. 후레자식은 마을의 젊은이에게 도덕적 기준을 제공한다. 본받지 말아야 할 전범의 기능을 담당하는 것이다. 이런 유형의 학생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성장해가는 학생은 언제나 변화 가능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선입견을 가져서는 안 될 것이다. 여기에 좀 모자란 반편이나 몸이 부실한 장애인도 있다. 이런 학생은 개별 학습반이라 하여 지도하고 있으며 보다 많은 관심과 배려가 필요한 학생들이다. 수업시간마다 입을 쉬지 않고 반 학우들에게 웃음을 선사하는 학생도 있다.그런데 이런 저런 학생이 있어야 한 시간 수업도, 하루해도 빨리 저무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송기숙 선생님은 다양한 구성원의 개성이 존중되는 마을은 안정적이라고 말한다. 학급도 마찬가지다, 다양한 개성을 가진 학생들이 부대끼면서 생활하여야 한다. 친구끼리 다투기도 하지만 서로 화해하고 잘못을 인정하는 학생, 친구 집안에 어려운 일 생길 때 친구를 돕고자 하는 학생, 공부를 잘하는 학생, 운동을 잘하는 학생, 노래나 악기를 잘 다루는 학생, 인사성이 바른 학생, 청소를 잘 하는 학생 등 모두가 구성원이 되어 학급을 이룬다.물론 여기에는 담임 역할이 중요하다. 학교에서 담임만큼 중요한 역할이 없다. 1년 동안 학급을 운영하면서 누구보다도 학급의 학생을 보살피며 생활하기 때문이다. 특히 초등학교 저학년일수록 담임이 누구인가가 학부모의 주된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학부모에 그치지 않고 교사도 그렇거니와 같이 생활할 학생 입장에서도 누가 담임을 맡느냐는 초미의 관심사다.실제로 교사들은 담임을 하고 안 하고에 따라서 학생들과의 친밀도가 확연하게 다르다. 초등학교의 경우 담임이 아이들과 하루 일과를 거의 함께하기 때문에 그만큼 친밀하지만 중등의 경우는 담임을 하지 않을 수도 있어 학생들과 친밀도는 그마만큼 약해진다. 학생과 학부모 입장에서는 선생님이 차별 없이 누구에게나 관심을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한 반에 30여 명의 학생이 있을 때 담임이 전체학생을 챙겨주기에는 힘든 것도 사실이다.요사이 학교에서는 교사들이 가능하면 담임을 하지 않으려 한다. 흔히 교직사회에서 담임은 3D업종이라고 한다. 오죽했으면 담임을 맡는 교사에게 수당도 주고, 전보와 승진 가산점도 주겠는가? 진짜 담임을 하지 않으면 편하다. 아직은 담임을 하지 않으면 서운할 것 같다.신묘년 새해다. 고3 수험생을 둔 학부모에 행운을 빈다. 그리고 모든 선생님이 존경받고, 아이들은 행복하고, 학부모는 만족하는 학교모습이 되길 기원해 본다./ 이상훈 (전주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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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1.19 23:02

[새벽메아리] 멈춰선 버스와 '통큰' 마트를 생각한다

버스를 타 본 기억이 가물가물한 중년 세대가 많을 것이다. 생활이 광역화하고 시간이 돈인 세상이 되면서 경제적 여유와 상관없이 자가용을 가지는 것이 보편화되었고 특히 지역에서 버스는 노인층과 청소년 등 경제적 약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교통수단이 되었다. 만일 목소리가 큰 중장년 세대가 버스 파업의 불편함을 날마다 몸으로 느끼는 상황이 되었다면 버스 사태 해결을 위한 사회적 압력은 훨씬 높아졌을 것이다.교통약자의 불편함이 너무 큰데도 사태 해결이 지연되는 것에는 이같은 정황도 적지 않게 작용하고 있다. 사회적 약자의 이동권 보장까지는 논의하지 않더라도 버스운행은 이제 사적 이윤에 기초한 기업활동의 영역 보다는 공공영역의 서비스로 전환을 적극 모색해야할 시점에 있다. 공적 자금에 의한 보상이 아니고서는 타산이 맞지 않는다면서도 일부 관리층이 과대한 보상을 받고 실제적인 운송종사자들의 처우는 바닥이라면 그런 수준의 기업윤리에 더 이상 눈먼돈을 퍼줄 수는 없지 않겠는가. 눈앞의 파업사태 해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차제에 버스업계의 구조적 문제와 공영화를 포함한 교통정책에 대한 근본적 논의가 깊이있게 이루어져야 한다. 그것이 한두달 불편의 대가를 제대로 보상받는 길일 것이다.버스 파업의 한편으로 치킨, 넷북, 갈비로 이어지는 통큰 시리즈 가격파괴 마케팅이 해를 넘겨가며 화제가 되었다. 대통령까지 가세한 이 논란에서 대형유통기업은 소비자 선택권을 내세운다. 싸게, 다양한 물건을 편리하게 살 수 있으면 됐지 않은가. 경쟁과 기업활동의 자유가 보장된 자본주의 사회에서 누군가는 경쟁에서 밀려나고 강자가 일정 독식하는 것은 불가피하지 않은가 하는 논리다.그러나 소비자의 입장에서 제대로 계산해본다면 앞으로 남고 뒤로 밑진다는 경우가 딱 이런 경우다. 대형유통기업은 자본의 힘과 물류시설의 선진화로 다양한 품목 확보와 매입가격에서 동네상권과는 한참 우위에 서있다. 그렇게 우월적 지위를 이용하여 한두 미끼상품을 내세워 소매 시장을 평정한 후에는 자기들 마음대로 시장을 농락한다. 서민들 삶터의 몰락은 지역경제의 침체와 고용불안 및 사회양극화 심화라는 더 큰 문제를 일으키게 된다. 그 대가로 우리는 오천원짜리 통닭 한 마리를 손에 들게 되는 셈이다. 우선 눈앞의 작은 이익이 자기가 딛고 사는 공동체의 발밑을 허문다. 동네 상권이 무너진 곳에서 SSM의 간판만 휘황찬란하다. 이것을 개별 소비자가 대응하기에는 어렵다. 버스 문제와 마찬가지로 그래서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고 정치가 작동해야 하는 것이다.구랍 23일부터 전주이마트 앞에서는 조지훈 전주시의회 의장이 천막농성을 하고 있다. 대형할인점의 영업시간 제한, 월 3회 휴무로 대형유통업체와 동네상권이 상생하자는 것이다. 박수를 보낸다. 정치가 설 자리가 그곳 아니겠는가.물론 한계는 있다. 그러나 가능한 저지선을 쳐보자는 노력에 공감한다. 이후 유통산업발전법 개정 등 입법적 보완을 거쳐서 정책적인 뒷받침이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 카드수수료 인하와 대형마트 규제, 고용보험도입 등은 영세자영업자들이 내건 최소한의 요구이다. 프렌차이즈 본사의 횡포 등 여러 겹의 고통을 겪고 있는 중소상공인을 제대로 살려야 지역공동체의 활력이 생기고 지역발전의 다음 단계를 말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긴다.버스와 마트, 모두 평범한 시민이 매일 경험하는 생활의 일부분이다. 거대한 정치경제 담론을 들먹일 것도 없이 여기에도 권력과 금권, 날것의 경쟁만을 우선시하는 낡은 시스템이 의연히 작동한다. 그냥 편승하지 말자. 가능한 대안을 찾자. 조금이라도 나은 쪽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이웃의 문제에 눈을 돌리자. 손을 거들자. 늦은 겨울밤 오래도록 오지 않는 버스를 기다리느라 동태가 되어 돌아온 고1 아들녀석을 껴안으며 든 생각이다.*이재규 대표는 전북대 법대를 졸업하고 전북CBS 진행자, 시민행동21 대표 등 지역 시민사회에서 오래 일했다. 현재 겨레말큰사전 남북공동편찬사업회 사무처장, 615남측위원회 부대변인을 맡고 있다. 또 2012년을 우리 사회의 중요한 전환기로 보고 정치혁신과 정책대안을 연구하는 '희망과 대안 전북포럼'을 준비하고 있다./ 이재규 (희망과 대안 전북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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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1.12 23:02

[새벽메아리] 다듬어 가는 인생

순수와 평화의 상징인 토끼가 어수선했던 지난해의 어둠을 밀어내며 우리들 곁으로 성큼 다가왔다. 모두가 밝은 꿈으로 새해를 맞이하면서 올 한 해 동안 꼭 하고 싶거나 해야 할 목표를 설정했으리라. 이제 막 사회에 첫발을 내딛으려는 젊은이들에게 환한 웃음꽃이 피어나는 토끼해가 되었으면 한다.우리들 삶이 고난과 힘든 일에 부딪힐 때마다, 새로운 힘이 솟아오르듯이 길을 걷는 나그네가 언덕이 있고, 굽이치는 길이 있어야 숨고르기도 하고 평탄한 길과 비교가 된다. 이처럼 인간사도 누군가를 멀리 두고 그리워하거나 회포를 풀 때 먼 훗날 가장 아름다운 추억이 되지 않을까.몽테뉴는 그의 수상록에서 "인생의 가치는 우리가 살아온 세월의 길이에 있는 것이 아니다. 아무리 오래 살아도 얻는 것이 적을 수도 있으며, 인생에서 어느 만큼 만족을 찾느냐 하는 것은 몇 살이라는 나이로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오직 자신의 의지에 달려있다."라고 했다.공자는 평소에 이웃집에 놀러가는 것을 매우 즐겼다고 한다. 그 이웃집에는 돌을 다루는 석공기술자가 살고 있었는데 일반인들이 보면 쓸모가 없다고 버리는 돌덩이도 그의 손을 거치면 금방이라도 날 것 같은 새의 모양으로 바뀌는 기능을 보고 감탄하곤 했단다.어느 날 석공의 집을 찾았는데 석공은 노나라의 어느 명의를 위한 비석을 만드느라 여념이 없었다. 공자는 그 모습을 보고 '어떤 누구는 하늘을 떠다니는 구름처럼 이 세상에 왔다가, 어느새 흔적없이 사라져 가지만 어떤 사람은 자신의 이름을 비석에 새기고 역사에 오래오래 남아 사람들의 기억에 머무는 보람된 인생을 살다가는 것일까?' 라고 중얼거렸다. 그러자 그 석공이 공자에게 말하길 '자네는 일생을 어떻게 살고 싶은가.' 라고 물었을 때 공자는 '자기 이름을 세상에 남기는 것은 하늘에 오르기보다 더 어렵지 않겠습니까.' 라고 대답했다. 이에 석공은 머리를 가로 저으면서 '그보다 어렵지는 않겠지. 하지만 하잘 것 없는 이 돌덩이도 정교하게 다듬어진 비석으로 다시 태어나기 위해서는 석공의 정성과 함께 많은 시간과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다네' 라고 말했다. 석공의 수만 번의 망치질이 결국은 향기를 내뿜는 아름다운 꽃 조각으로 새겨져 가는 것이다.어느 철학자는 높은 나무의 열매를 바라보면서 "그 높이를 헤아려 보지 않는 사람은 어리석은 사람이다"라고 했다. 우리는 늘 변화의 흐름 속에서 살아가야만 하는 운명이다. 분명한 것은, 나는 나에게서 달아날 수 없고 이 지상을 벗어나 살 수 없듯이 고통과 즐거움을 받는 것, 또는 목표를 세우고 꿈을 이루려 노력하는 일의 주인은 바로 나다. 아울러 고통과 즐거움을 만들어 내는 사람도, 인생을 설계하고 이뤄내고자 하는 그 주인 또한 바로 나일 것이다.사람들은 저마다의 꿈이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꿈을 자기 것으로 만들어 내기 위해 얼마만큼 땀을 흘리며 정성을 들였는지가 성공의 열쇠이다. 그래야만 자신의 숨결과 심장의 박동을 실감하고 인생의 특별한 의미를 새길 수 있을 것이다. 인생은 단 한 번의 행운이자 흥미롭고 스릴 넘치는 소중한 여행이다. 그러나 현실은 생각하는 것처럼 쉽지만은 않다. 화살처럼 빠른 속도의 세월 앞에서 우리는 어느 순간 차가운 겨울 문턱에 서 있는 쓸쓸하고 고독한 모습을 하고 있을 수 있다. 그래서는 안되겠지. 살아가면서 늘 자신을 뒤돌아보자. 그리하면서 거울에 비춰보며 한 번뿐인 내 인생을 세련되게 다듬어가자. 그래야 귀여운 토끼도 반겨하지 않을까.* 시인 / 문학박사 / 前 이일여고 교사 / 前 벽성대학 교수前 전주 전북여고 교장 /한국농촌문학회 회장 / 전북문인협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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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1.05 23:02

[새벽메아리] 그득그득 넘쳤던 홈스쿨링 심포지엄

이달 초에 서울에서 열렸던 홈스쿨링 심포지엄에 발제자로 참석했다. 학교를 다니지 않고 가정을 중심으로 배우는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었다. 생각 이상으로 많은 분들이 함께 했다. 행사장 그득, 어림잡아도 150 여분은 넘는 거 같다. 지역도 서울과 수도권만이 아닌 대구, 제주, 무주, 영주, 봉화. 전국 곳곳에서 올라왔다. 나이도 어릴 때부터 홈스쿨러로 자라 어른이 된 젊은이들부터 이제 막 결혼해서 아이를 임신한 신혼부부까지.우리나라에 홈스쿨링이 도입된 역사가 그리 길지 않는 걸 감안하면 앞으로도 점점 더 늘어나리라고 예상할 수 있다. 무엇이 이런 흐름을 가능하게 했을까.그 첫째 이유는 아무래도 학교 교육이지 싶다. 세상은 빠르게 변화하는데 제도교육은 뒷걸음치는 부분이 적지 않다. 교실이 무너지고 있다는 소리가 점점 크게 들리지 않는가. 배움이 즐거움이자, 자아실현의 한 과정이라는 애초의 교육 취지 역시 점점 멀어지다 보니 아이와 부모들은 새로운 선택을 하게 된다.또 하나의 흐름이라면 요즘 아이들 개성이지 싶다. 지금 아이들은 개성이 이전 세대보다 한결 뚜렷하고 강한 편이다. 기존의 틀이나 잣대로 아이들을 묶어두려고 하면 가만히 있는 아이들이 드물다.그렇다고 학교만 벗어나면 모든 문제가 다 해결되는 것은 아니리라. 이날 토론장의 열기가 이를 말해준다. 장장 네 시간을 함께 하고도 모자라, 늦은 밤까지 뒤풀이를 하고 또 이 다음에 다시 보자고 약속하며 헤어진 사람들도 많았으니 말이다.이렇게 이야기를 그득그득 쏟아낼 수 있는 데는 가정이라는 울타리가 크게 작용한 게 아닐까 싶다. 가정이란 부부를 기본으로 아이를 낳고 키우는 공간이자, 삶의 뿌리가 되어 전체 삶을 아우르는 생활 공동체다.홈스쿨링은 말 그대로 가정을 토대로 배우고 성장하는 걸 중요하게 여긴다. 그러다 보니 배움의 과정이나 결과 이전에 부모와 자녀가 서로 소통하고, 부부가 자녀 양육을 놓고 열린 토론을 할 수 있는 계기를 자주 갖게 된다. 가정마다 이런 분위기가 가능하니 전체 심포지엄 역시 어른들과 아이들이 함께 참여하고 서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지 싶다. 그 어떤 심포지엄과 달리 진지하면서도 화기애애하게.이 날 뒤풀이 때 많이 나온 이야기가 '사회성'이다. 학교를 벗어나려는 부모들의 걱정거리 가운데 하나가 사회성이기 때문이다. 가정에 매몰되어 사회에 적응을 하지 못하는 건 아닐까 하는 두려움. 하지만 조금만 근본을 들여다보면 답은 간단하다. 사회란 꽤나 복잡한 것 같지만 그 뿌리를 더듬어 가면 가정이 된다. 사회성의 토대도 당연히 가정에서 출발한다. 부부 사이 또 부모 자식 사이 관계가 막혀서는 사회성이 좋을 수가 없다.반면에 식구들끼리 잘 통한다면 다른 사람들과 관계도 큰 어려움은 없다고 나는 본다. 누군가와 소통하는 기본자세를 가정 안에서 자주 되돌아보면서 그 힘으로 관계들을 조금씩 넓혀가니까 그렇다. 가정이 중심이 된 사회. 남을 밟고 올라서는 경쟁이 아닌, 서로의 성장을 즐거워하고 기꺼이 성장잔치를 열 수 있는 만남. 그리하여 배움은 힘든 과정이 아니라 기쁨이자, 나눔의 과정이 되는 사회를 나는 바란다./ 김광화 (농부 '피어라, 남자'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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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12.29 23:02

[새벽메아리] 연대와 협력만이 희망이다

1997년 IMF 경제위기로 인해 발생한 대량 실업사태에 따른 사회적 위기는 정부나 기업뿐만 아니라 그동안 정부정책에 비판적 태도를 견지했던 시민사회단체들도 실업자 지원사업에 참여할 것을 강제하였다.재정여건이 열악한 상황에서 실업극복국민운동위원회를 통해 모금된 국민성금은 긴급구호사업 등 실업자 지원사업의 물적 기반이 되었고, 이후 공공근로 민간위탁사업, 자활근로사업, 사회적 일자리사업 등 정부의 취약계층 일자리사업을 통해 지속가능한 일자리 창출을 위해 노력하였다.이처럼 시민단체들이 정부의 일자리사업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실업빈곤, 사회 양극화, 지역공동체 파괴 등 신자유주의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문제에 적극 대응하고, 경쟁과 독점의 논리로 작동되는 자본주의 시스템이 아닌 연대와 호혜라는 가치 중심의 대안경제를 모색하기 위함이었다.그러나 빈곤과 실업 극복을 위한 민간 차원의 노력이 국가정책으로 제도화되면서 민간 활동의 조직적 성과는 정부의 실업복지정책의 전달체계로 편입되었고, 사회적 가치 실현 보다는 이윤 창출과 경제적 자립이라는 정책 목표 달성 요구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에서 많은 민간 단체들이 활동의 정체성에 대한 혼란을 겪고 있다.게다가 현 정부 들어 사회서비스 일자리를 제도화하면서 공급기관간의 경쟁체제를 도입하고, 각종 민간위탁사업의 경제적 성과에 따른 차등지원이라는 관리정책이 노골화되면서, 민간단체들 간의 경쟁이 진행되어서 신자유주의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오히려 신자유주의 논리를 그대로 되풀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더욱 염려스러운 것은 정부의 재정지원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일자리 프로젝트에 길들여지면서 우리 안에 존재하는 학습화된 무력감이다. 제도와 정책의 문제점에 대해 공론화하고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실천하기 보다는 개별 단체의 생존이 우선시되면서 성장과 독점의 논리가 우리를 지배하고 있지는 않은지 성찰할 필요가 있다.신자유주의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민간 차원의 활동을 '사업'이 아닌 '운동'이라고 표현하는 이유는 문제해결을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아닌 새로운 대안경제 활동을 통해 찾고자 함이고, 그러한 실천활동을 지속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전북지역에도 실업, 자활, 사회적 기업, 마을만들기 등 다양한 활동영역에서 실업빈곤문제 해결과 지역공동체 회복이라는 공동 목표를 가지고 시민단체들이 활동하면서 새로운 시민운동 영역을 개척하고 있다.그러나 동일한 목표를 가지고 있음에도 관련 부처와 제도의 다름으로 인하여 활동이 고립 분산적으로 진행되고 있고, 유사한 사업내용이 지역 내에 중복되면서 경쟁과 갈등의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이제 고립적이고 경쟁적인 사업방식을 탈피하고 정부정책을 기반으로 지역의 욕구와 필요를 재 조직화 하는데 관련 시민단체들의 역량과 지혜를 모아야 한다.우선 관련분야 활동주체 공동의 평가논의를 제안한다. 성과와 한계를 공유하고 지역을 기반으로 역할 분담과 사업 개발을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는 물론 연대와 협력의 논리를 통해서도 사회가 성장발전할 수 있음을 증명하자./ 서성원(사회적기업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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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12.22 23:02

[새벽메아리] 위기의 농촌노인, 생산적 일자리가 필요하다

김씨 할머니는 겨울이면 걱정이 크다.홀로 사는 집이라고 하지만 한 칸 방 외풍을 잡아줄 기름값도 걱정이고, 채마밭도 없으니 밑반찬 장만도 녹록치 않다. 마땅한 일자리가 없으니 생활비 나올 곳이 없다. 유일한 낙이래야 경로당(마을회관)에 가서 동전화투로 시간을 보내고 점심 한 끼를 해결하는 것이다. 여느 농촌의 겨울나기 풍경이 이와 다를 바 없다.완주군 소양면 인덕마을 이씨 할머니(83)는 물리치료차 하루가 멀다하고 가던 병원 발길을 뚝 끊었다. 대신 마을 안 두레농장으로 출근을 한다. 농장 하우스에는 풋풋한 참나물과 상추가 자라고 있고, 한 켠에는 토종닭이 노닐고 있다. 분초를 다투어 일하지 않아도 눈치 볼 사람이 없어 마음이 편하다. 마을이 만든 공동 일터여서 그렇다. 오전일이 끝나면 하우스를 엮어 만든 공동식당에 둘러앉는다. 찬이라고 해야 거창할 것 없지만 집에서 홀로 때우는 밥과 비할 바가 못 된다. 일당은 3만원. 월 평균 20일을 일한다. 할머니는 이 돈을 차곡차곡 모아오고 있다. 내년 설이면 손자 녀석에게 컴퓨터를 사 안기겠다는 계획 때문이다. 마을농장에서 공동 생산한 농산물은 도시소비자의 건강밥상꾸러미용으로 판매되기에 은근한 자부심도 생긴다.흔히 돈 없어 겪는 고통, 몸 아픈 고통, 찾는 이 없어 외로운 고통을 노인의 3고라 부른다. 여러 환경과 여건을 감안하면 농촌이 도시보다 더 혹독하다. 복지(福祉)는 삶의 질, 인간이 살 수 있는 물질적문화적 조건의 충족상태를 말한다. 복지국가는 국민의 삶의 질과 행복에 대해 책임지는 국가이며, 후진국은 최소한의 복지를, 선진국은 최적화 또는 최대한의 복지를 추구한다. 엄연히 사전에 나오는 말이다.G20정상회의에 즈음해 소위 '선진국으로서의 국격' 논의가 한창이다. 그러나 최소한의 복지조차 까마득한 우리 농촌현장에 서면 마음이 착잡해진다. '복지'라는 단어가 우리사회의 보편적 의제가 된 지 오래지만 사람들은 '먼 나라 이야기'라 여긴다. 변하는 것은 없고, 고단한 삶은 계속되기 때문이다.현장 얘기에 따르면 농촌노인에게 필요한 최소한의 실 생활비용은 월 40여만원 안팎이라고 한다. 겨울철 난방비, 교통비, 전화세 등 가장 기본적인 쓰임새만 따져 그렇다. 조금 더 편안한, 조금 더 떳떳한, 조금 더 보람된 일자리로 생활을 보장하는 길은 없을까?앞서 이야기한 완주군 농촌노인 두레농장 사례는 신선한 충격이다. 마을공동체 스스로 문제 해결을 해나갈 수 있음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주민에 의한 계획, 행정의 통합적 지원, 로컬푸드 연계 등 그물망도 촘촘하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점은 이 프로그램이 소득, 일자리, 건강이라는 측면에서 노인들의 삶에 직접적인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는 것이다. 두레농장은 최근 고용노동부의 일자리브랜드경진대회에서도 좋은 평가를 얻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일자리란 모름지기 점에서 선으로, 선에서 촘촘한 거미줄 그물망으로 엮여질 때 지속가능하다. 또 일자리 그물망 구축은 통합적인 지역경영 관점과 정책통합, 지원통합, 사회통합 조치가 뒤따를 때 그 지평이 넓어진다. 전통 먹을거리(슬로푸드) 생산, 나무공예나 짚풀공예, 다랑이 논을 활용한 썰매장 운영 등 농촌자원을 활용한 생산적인 일자리 창출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단, 농촌노인을 일방적 수혜자에서 농업농촌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는 조력자로, 주력군으로 자리매김하는 혜안이 전제된다면 말이다./ 나영삼 (완주군 지역경제순환센터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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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12.15 23:02

[새벽메아리] 전북교육의 희망을 만들자

한 해를 돌아보는 12월이지만 전북교육계는 왠지 모를 스산함이 감돈다.지난 6월 도민들은 전북교육을 책임지고 나갈 교육감과 교육의원을 선출하였다. 선거 결과를 보면 도민들은 교육감에게 구태의연한 교육행정의 변화와 혁신을 주문하였고, 교육의원들에게는 이를 견제하고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해 줄 것을 요구하였다.전북교육의 발전을 위해서 도교육청과 도의회는 적당한 긴장관계가 유지되어야 한다. 작금의 전임 교육감 사태나 전북교육의 문제는 기존 교육위원회와 도의회가 도교육청에 대한 견제 감시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한데도 원인이 있다.그러나 회기 시작과 동시에 석 달이 넘도록 지속되는 전북교육청과 도의회의 불협화음에 도민들은 마음이 편치 못하다. 두 기관의 불협화음은 비판과 대안 제시의 건강한 민주적 관계를 원했던 교육가족들을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구경꾼으로 전락시키고 있다. 우리가 두려워해야 할 일은 구경꾼들은 싫증이 나면 자리를 뜬다는 것이다.산적한 전북교육의 해법을 찾아내기 위해서 교육감은 도민들을 교육주체로 세워 새로운 교육 에너지를 창출해내야 한다. 즉 우리 지역의 모든 인적, 물적 자원을 발굴하고 활용할 때 전북 교육력은 높아질 수 있는 것이다. 전북 교육계는 그동안 교육감들의 철학과 정책에 특별한 변화가 없는 가운데, 학연, 지연에 의한 행정 난맥상으로 교육가족들의 무기력감이 팽배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기에 새 교육감은 교육개혁에 대한 공감대를 도민에게서 얻어내는 과정에 더욱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올해부터 도의회는 교육의결기관이었던 교육위원회가 통합되면서 교육행정에 대한 비판 견제 및 의결기능이 한층 강화되었다. 따라서 도교육청은 도의회와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관계 설정을 해야 한다. 또 도민을 상대로 교육정책을 설명하고 협력을 얻어내는 일도 중요해졌다. 물론, 도의회에게도 보다 전문적인 식견과 정책 대안 제시로 전북교육을 발전시켜야 하는 막중한 책임이 주어졌다.지난달 필자는 충남도의회 산하 '농산어촌 교육 연구회'에서 농촌교육 발전에 관한 정책 마련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신선함과 부러움이 앞섰다. 벌써 충남도의회에서는 구체적인 정책 마련을 통해 교육청을 견인해 나간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었다. 이러한 가운데, 전북도의회가 내년 예산에서 학교 교육의 문제를 극복하고 미래형 교육과정을 운영하게 될 혁신학교 관련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는 소식은 당혹스럽기 그지없다. 혁신학교는 교사들의 자발성과 헌신성에 기초하고 있어 교육 주체들의 동력을 모아내는데 유효하다는 생각에서 주목해왔기 때문이다.한 해를 마무리하는 즈음 이제는 전북교육의 희망을 만들어가자!지금은 열악한 전북지역 학생들의 학업성취도 향상과 청소년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도민 모두의 노력과 협력이 절실하다.새해에는 새로운 교육 의제를 발굴하고 토론하는 분위기 형성을 위해 노력하자. 그리하여 미래 전북교육의 희망을 찾아갈 교육개혁 방안에 대해 교육 관계자 모두가 함께 토론하고 의견을 모아보는 것도 좋겠다.또한 도교육청과 도의회 두 기관은 활발한 의사소통으로 전북교육의 희망을 만들어주기를 기대해본다. 그래야 전북 교육도 건강한 생명력으로 되살아난다./ 이미영(전북청소년교육문화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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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12.08 23:02

[새벽메아리] 돈 쓰는 재미보다 일하는 즐거움을

시골은 돈은 안 되고 일은 참 많다. 큰돈 벌려고 악착같이 농사지어봐야 거꾸로 빚지기도 한다. 우리 사회 농업 소득은 계속 줄어왔다. 쌀값 하나만 봐도 오르기는커녕, 오히려 떨어지고 있지 않은가. 예전에는 어렵사리 농사지으면 자식들 다 키워냈으나 지금 구조로는 결코 쉽지 않다. 그런데도 일은 끝이 없다.그럼, 무슨 재미로 사나? 나는 일하는 즐거움이라 말하고 싶다. 농사는 무엇보다 생명을 돌보고 가꾸는 일이다. 우리 사람도 생명이니 농사일에서 배우는 바가 많다. 해마다 자연이 다르기에 농사도 다르다. 농사는 '별의 노래'란 말도 있다. 태양과 별과 달과 지구가 서로 어우러져 생명들이 살아가고 또 자손을 이어가니, 농사짓는 과정에서 생명의 장엄한 서사를 읽곤 한다. 또한 자연은 얼마나 무궁무진하고 경이로운가. 가까운 둘레를 산책해보면 십여 년을 이 곳에서 살았지만 아직 보지 못한 것들이 많다는 데 스스로 놀란다.농사지은 것들로 밥상을 차리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일이다. 그 과정에서 재료에 따라 맛의 차이나 건강의 차이가 크게 난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동안 무슨 기념일이라고 어렵사리 외식 하고 나면 가끔 배탈이 나곤 했다. 시간 버리고 돈 버리고 몸까지 버린 셈이다.손수 하면 내용을 다 안다. 재료를 알고, 요리 과정을 알며, 갓 조리한 음식이 신선하다는 걸 몸이 고스란히 느낀다. 이러한 과정의 여러 일들을 힘들다 여기지 않고 즐기는 것이다. 돈 아끼기 전에 몸 아끼고, 나다운 마음을 보살피는 일이 된다.먹을거리만 그런가. 집도 그렇다. 시골집은 왜 그렇게 손볼 일이 많은지. 우리 집은 손수 지은 지 10여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공사 중이다. 태풍이라도 한번 몰아치면 여기저기 흙이 떨어져서 다시 발라야하고, 나무와 흙벽 틈새는 세월이 가면서 점점 벌어지니 메워야한다. 살아있는 생물처럼 집을 돌보다 보니 집이 그냥 내 몸의 일부가 된 듯하다. 집이 허술해도 잠자리는 편하다.무슨 일이든 그렇겠지만 하고 싶어서 그 일을 하면 그리 어렵지 않다. 일하는 즐거움에 다른 영역으로까지 자꾸 일을 새로 만들고 또 하기도 한다. 아이들 교육도 돈 들여가며 끝없는 입시경쟁에 시달리기보다 아이들 의사를 존중해서 믿고 맡긴다. 아이가 대학을 가지 않으니 큰돈 들일 일도 없다. 또 경쟁으로 지칠 필요 없으니 싱그러운 배움이 가능하다. 제 앞가림을 기본으로 성장하니 경쟁 분위기에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문화도 그렇다. 우리 식구는 문화를 거창하게 생각지 않는다. 손수 글 쓰고, 사진 찍고, 어설프나마 손수 그린 달력으로 한 해를 난다. 묵혀두었던 기타를 다시 꺼내 둥당거리며 내 안에 쌓인 감정을 치유한다. 좀 부족하면 어떤가. 누군가 만들어둔 문화를 돈 주고 소비하는 게 아니라 소박한 우리만의 문화를 만들고 또 즐긴다. 나는 이를 삶의 문화라고 이름 짓는다.어느 새 올 한 해도 한 달 남짓 남았다. 이렇게 일하는 즐거움을 누리다 보니 돈쓰는 재미가 심드렁하다. 예전에는 해야 했던 일들이 이젠 하나둘 하고 싶은 일들로 바뀌고 있다. 일하는 삶을 소중히 여기는 사회를 그려본다./ 김광화(농부 '피어라, 남자'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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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12.01 23:02

[새벽메아리] 사회적기업, 시민자본을 준비하자

모든 제도와 정책이 입법화와 시행과정을 거치면서 각 이해집단의 이해와 요구를 실현시키기 위하여 노력하듯이 '사회적기업육성지원법'도 정부와 시민사회 진영간의 정책목표의 차이가 존재하였다.신자유주의 노동정책에 근거하여 노동취약 계층의 일자리 창출 사업을 저임금, 저예산으로 효율적으로 준비하고 통합하고자 하는 정부의 입장과, 신자유주의로 인하여 발생하는 실업과 사회 양극화, 지역공동체 파괴라는 사회문제에 대응하여 지역을 기반으로 새로운 경제모델과 가치를 창출하기 위한 활동 전반에 대한 지원을 법제화하고자 했던 시민사회 진영의 입장이 그것이다.하지만 제도 시행 3년을 경과하면서 정부의 정책목표가 일방적으로 관철되고 민간의 활동주체들이 이에 동의하면서 사회적기업의 활동은 지역의 사회문제 해결과 대안경제 모색이라는 가치보다는 저임금 불안정 노동의 양산이라는 신자유주의 노동정책의 전달체계로 비춰지고 있다.이제 시민사회 진영에서 본래 사회적기업 활동에 참여하고자 했던 가치와 목적을 다시한번 확인하고 이를 실현시키기 위한 시민자본을 준비해야 한다.시민자본을 물적 자본(예산), 인적 자본(인력), 사회적 자본(신뢰에 기초한 사회적 관계)로 나누어 살펴보고자 한다.첫째, 정책요구가 수반되는 예산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재정마련이 요구된다.재정구조가 취약한 민간단체들이 사회적기업 활동에 참여하면서 정부의 예산지원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하지만 정부의 예산지원은 정책목표의 달성이라는 요구를 수반하고 있어서 지역의 다양한 사회적 요구에 대응한 사업에 필요한 예산으로 사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따라서 사회적기업 활동주체들과 시민사회 진영이 공동으로 기금을 조성하여 제도개선, 사업개발, 인력양성 등에 필요한 각종 교육조사사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둘째, 사회적기업 활동가(지역 조직가) 육성이 필요하다.지역에서도 '고용노동부 사회적기업가 아카데미'를 비롯한 각종 교육사업이 시행되고 있으나 기업경영을 우선시하는 교육내용과 1회성 교육에 한정되는 아쉬움이 있다.사회적기업이 지역의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다양한 시민세력의 참여가 필요하고 이를 통해 공동체적 안전망의 일자리를 늘리고 지역활성화에 기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면 '기업 경영가' 로서의 능력 못지않게 '지역 조직가' 로서의 소양과 능력이 필요하다.셋째, 신뢰에 기초한 사회적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자활공동체, 사회적기업, 커뮤니티 비즈니스는 신자유주의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진영의 노력의 결과물로 제도화 되었으나 제도 시행 이후 성과별 차등지원, 수익률에 따른 계약 지속 이라는 현 정부의 관리정책으로 인해 지역 내에서 상호 경쟁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사소한 차이로 차별성을 드러내기보다 공통으로 지향하는 대안적 가치 실현을 위하여 지역 단위로 연대와 소통을 위한 협의기구를 만들 필요가 있다./ 서성원 (사회적기업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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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11.24 23:02

[새벽메아리] 이른바 '착한 소비'를 다시 생각한다

가히 신드롬에 가깝다.착한 소비, 착한 가격, 착한 여행, 착한 몸매, 착한 밥상, 착한 요리, 착한 초콜릿, 심지어 착한 자본주의, 착한 자동차, 만사형통이다. 백화점과 대형마트는 앞 다투어 마케팅전략으로 활용하느라 바쁘다. 얼마 전에는 한 대형마트의 피자판매가 '착하지 못한 상품' 으로 곤혹을 치르기도 했다. 이쯤되면 궁금해진다. 왜 사람들은 썩 어울리지 않는 단어에 '착하다'는 말을 경쟁적으로 붙이고 나선 걸까? '착한'이라는 접두어를 붙이면 마치 모든 것이 공정하고 선한 것이라는 착각마저 생길 지경이다.우후죽순식 '착한 소비' 캠페인을 접할 때면 적잖이 불편하다. 현상이 본질을 지나치게 가리고 있다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 실타래처럼 엉킨 복잡한 현실을 바꾸는 일은 객관적 상황인식과 사회적 합의, 공동의 실천을 요구하지만 많은 이들이 착한 소비에서 얻는 일종의 위안감에 안주하려 한다.착한소비의 대명사격이 '공정무역'이다. '공정무역'은 중간 상인의 개입을 줄여 개발도상국에서 생산하는 상품에서 발생한 이익을 생산자에게 조금이라도 더 많이 주는 무역 형태다. 아름다운 가게의 아름다운 커피와 초콜릿, 신발 한 켤레가 팔릴 때마다 저개발 국가 어린이에게 또 다른 신발 한 켤레를 기부하는 탐스슈즈의 신발 등이 공정무역 제품에 해당한다.그런데 이들의 역사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20세기 중반부터 선진국들은 가난한 나라에 돈을 꿔주고 엄청난 고금리로 이 돈을 갚도록 했다. 외채의 덫에 걸린 가난한 나라들은 자국의 식량공급까지 파괴하면서 선진국 시장에서 돈 되는 작물의 단일경작으로 농업구조를 바꾸게 된다. 공정무역이 취급하는 품목들이 대체로 여기에 해당한다. 근본문제 해결에는 미치지 못한다.과정은 다소 다를지라도 식량자급률 25%에, 쌀을 제외하면 5%수준의 OECD최대 식량수입국이 대한민국이다. 한-미, 한-EU, 한-중간 FTA가 체결되면 총 45개국에 시장을 개방하게 되어 식량자급 기반은 그만큼 취약하게 될 전망이다. 소비자는 밥상이 늘 불안하고 생산자는 소득에 늘 목마른 시대는 끝이 없다.식량자급률 72.4%(2008년 기준)를 이룬 영국의 농업정책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영국농업을 지탱하는 원천력은 보조금이다. 대표적인 것이 1946년부터 시행된 일종의 조건불리지역 농업장려정책인 구릉지 농장보조금이다. 농가소득의 50%는 이런 보조금에서 나온다. 심지어 농가소득이 국민평균소득을 상회한다. 영국 국민의 92%는 '농촌을 보존하는데 도덕적 의무를 갖고 있다'고 말한다. 튼튼한 사회적 합의가 전제되어 있는 것이다.'착한 밥상'은 어떤가?기왕이면 단순한 먹을거리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농촌과 농업이 처한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함께 보았으면 좋겠다. 지난 50여년 간 양보와 희생을 강요당해 온 결과 가장 홀대받는 직업이 농업이고, 재생산이 가장 어려운 계층이 농민이 되어버렸다. 생명창고지기로서의 무너진 자긍심을 어떻게 되살려 줄 것인지 온 사회가 배려하고 나서야 한다.'소비자가 왕'이라는 인식은 소비자 스스로 거둘 수 있어야 한다. 공존과 상생의 시대에 맞지 않는 낡은 마케팅전략의 잔재이기 때문이다. 주장이 배려를 만나면 마음을 움직인다고 했던가!/ 나영삼(완주군 지역경제순환센터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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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11.17 23:02

[새벽메아리] 독서는 즐거움을 주는 놀이

3천여 개의 학교, 15만 명의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1년 동안 후보작을 모두 읽고 작가와의 대화, 책에 대해 토론하는 시간을 가진 후에 직접 투표하여 수상작을 선정하는 아동문학상이 있다.프랑스의 '앵코티블상'이다. 우리나라 작가로는 몇 해 전에 판타지 동화 '고양이학교'로 김진경 시인이 수상한 적이 있다. 김진경 시인도 후보작에 올랐던 기간 동안 프랑스 전역의 초등학교를 방문하여 어린이들의 상상력과 질문에 답변하는 시간을 가졌다고 한다. 학교에서는 작가를 만나는 이 날을 자연스럽게 한국 문화를 체험하는 날로 정하고, 아이들은 한복을 입거나 태극기를 그려 교실에 달아 작가를 환영해주었다고 한다.'앵코티블상'위원회가 이렇듯 독특한 방식의 상을 제정하게 된 취지는 책이 아이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놀이라는 시각을 갖게 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아이들에게 독서는 즐거움을 주는 놀이여야 한다. 그래야 독서의 생명력인 자발성과 자율성이 밑바탕이 되어 아이들은 책을 읽게 되며, 그 힘으로 스스로의 삶을 꾸려갈 수 있을 것이다.독서가 즐거우려면 어린이와 청소년기엔 다양한 놀이를 독서와 연계하고, 신문, 잡지, 음악, 영화, 그림 등 다양한 매체와 연결하는 독서 문화를 형성해주어야 한다. 또 다양한 체험과 여행 등을 통해 상상력을 자극해 줄 때 아이들은 독서는 즐겁고 가치 있다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우리 청소년들이, 가정에서는 책을 읽는 부모의 모습을 늘 접하고, 지역사회와 학교에서는 예술교육과 동아리 체험 활동이 연계된 다양한 독서 환경을 제공받으며, 모든 학교도서관마다 배치된 사서교사에게 친절하게 독서활동의 도움을 받는 모습을 상상해보는 것은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최근 경남교육청은 독서교육 활성화를 위한 '학교 독서교육에 관한 조례안'을 입법 예고하고 범도민 독서운동에 나서겠다고 발표하였다. 우리 지역에서도 작은 도서관 설립 운동 등 책 읽는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그러나 아직은 다양한 읽을거리나 읽고 싶은 꺼리를 충분히 제공하지 않는 우리의 교육현실에서 아이들은 독서에 흥미를 갖기가 쉽지 않다. 나이와 학년에 맞춰 부여된 추천 도서 목록에 매달린 독서 학습, 학생부에 기록하기 위해 책을 읽고 독후감을 써야 하는 자발성이 결여된 독서는 아이들에게 흥미를 잃게 만들 뿐이다.이러한 가운데서도 올바른 독서교육을 위해 10여 년째 노력해오고 있는 교사들이 있어 소개할까 한다. (사)전북청소년교육문화원 소속 중등교사 독서모임 '책만세'와 초등교사 독서모임 '읽고살고' 회원들이 그들이다. 이들은 매주 모여 책을 읽으며 독서교육 방법과 정보를 교류하고, 학교와 지역에서 꾸준히 독서교실과 독서캠프를 열고 있다.'책만세'에서는 올 여름방학에도 어김없이 열두 번째 3박 4일의 '청소년 독서학교' 캠프를 개최하였다. 처음엔 부모의 강권으로 참가했다는 학생들도 캠프가 끝나자마자 벌써 다음 캠프가 기다려진다고 아우성이었다. 또 독서교실과 독서캠프를 거쳐 온 고교생, 대학생 선배들이 자원봉사자로 참가해 후배들의 독서활동 지도와 멘토 역할을 하고 있는 모습은 교사들의 그동안의 땀방울이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증명해주었다.이들 교사들이 오는 11월 20일 국립전주박물관에서 '책과 함께 놀자'는 주제로 '2010 어린이청소년 독서한마당'을 마련한다. 깊어가는 가을 주말, 아이들의 웃음소리 들리는 독서한마당으로 자녀와 함께 책 나들이 한 번 가 보는 것은 어떨까?/ 이미영(전북청소년교육문화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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