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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교육의 현주소와 장애학생의 교육권

지금의 얘기는 현재 진행형일 수 있는 사례다. 무대는 대학입시의 최전선 인문계고! 그런데 올해 3월초 이 학교에 처음으로 자폐성 장애를 가진 영호(가명)가 입학했다. 이곳은 특수학급도 없다. 장애학생 학부모는 당연히 법으로 보장된 교육권을 충분히 보장받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학교 역시 장애 학생 입학이 처음이라 당황스러웠지만 그래도 나름 최선을 다해보자는 심산이었다. 같은 반 학생들 역시 영호를 끌어안기 위한 나름 학급 규칙도 세웠다. 하지만 이러한 허니문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일반학생들은 공부도 해야 하고 시험 준비도 해야 한다. 교사들 역시 솔직히 영호에게 신경 쓸 겨를이 없다. 영호 역시 하루 내내 자리에 앉아 있는 것이 얼마나 지겹겠는가! 언젠가부터 영호는 수업시간에 관심을 끌려는지 소리를 지르거나 책상을 두드리는 등 문제행동을 시작했다. 다른 학생들의 인내심도 임계점에 달했다. 학부모들 역시 학교에 항의를 시작했고, 학교측도 영호 부모를 불러 문제행동에 대해 설명과 함께 지도상의 어려움도 호소했다. 하지만 영호 부모는 이를 영호에 대한 전학 압력으로 받아들이면서 학교와 갈등이 시작되었다. 급기야 양측은 교육청에 각각 서로의 교육권 보장을 요구하며 민원을 내기에 이른다. 특수교육은 장애학생들만의 리그가 아닌 통합교육을 지향한다. 그것도 가능하다면 특수학교나 특수학급형태의 분리교육이 아닌, 일반학급의 완전통합 말이다. 물론 장애학생 부모들도 자기 자녀들이 일반학급에 있다고 해서 학업성취면까지 크게 기대하진 않는다. 다만 이러한 생각의 이면에는 그래도 비장애학생들과 함께 생활하면 무엇이라도 좀 더 배울 수 있지 않을까, 좀 더 낫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가 깔려 있다. 당연히 인정해줘야 할 기대감이다. 하지만 이러한 기대 역시 학교급이 높아질수록 벽에 부딪히게 된다. 예전과 달리 장애학생을 바라보는 시각이 많이 개선되긴 했다. 하지만 여전히 '공부도 안 되는 얘들, 왜 일반학급에 보내 다른 애들 공부까지 방해하는지 모르겠다!' 라는 인식이 존재하는 것도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하지만 이러한 인식을 대놓고 비판하기 어려운 것은 이들의 비판 앞에 내세우는 논리라고 해봤자 너무 원론적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장애학생도 교육권이 있다는 것, 당신도 장애인이 언제 될지 모르니 장애인을 차별해선 안 된다는 것, 장애인과 같은 사회적 약자와 함께 살아가는 방법과 태도를 습득함으로서...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이들의 교육권이 실현되기엔 너무 척박하다는 것이다. 특히 인문계 고등학교에서는 말이다. 이것이 바로 궁색하기 그지없는 통합교육의 현실인 것이다. 이제는 통합교육에 대한 근본적인 관점을 당사자 모두 함께 새롭게 고민해봐야 한다. 그저 일반학교 내 비장애학생들과 함께 생활하는 것이 '통합교육'의 전부는 아닐테니 말이다. 이러한 통합은 장애학생도 괴롭고, 비장애학생들도 괴롭고, 교사들도 마찬가지이다. 그렇다고 이 문제는 법이나 제도, 물리적 지원으로도 해결될 일이 아니다. 왜냐하면 우리 사회 학교 풍토가 앞으로 크게 변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장애학생이 여느 학생과 같이 함께 살아가기 위한 사회적 통합 노력은 결코 양보할 수 없는 고유명제다. 다만 일반교육에 무조건 통합만이 장애학생에게 좋을 것이라는 관점도 탈피해야 하며, 장애학생의 교육권도 보호자의 친권행사 차원이 아닌 장애학생 자신의 행복추구권이라는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장애학생의 교육권과 일반학생들의 교육권이 서로 조화를 이루며 함께 공존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공론화 과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영호 문제는 보조인력 지원으로 가까스로 봉합은 되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영호는 웃음도 잃었고, 자기 교실에 들어가는 것조차 두려워하기 시작했다. 아직도 모두가 힘들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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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07.31 23:02

전북 음식문화 발전을 위한 첫 걸음

전북의 음식문화와 관련된 글을 쓰기로 시작하면서 '우리에게 우리의 음식문화는 어떻게 인식되는지'를 곰곰이 생각해 봤다. 필자가 전주 살이를 시작한지 어느덧 1년하고도 반이 흐른 시점이면서 전북의 음식에 대한 소고를 연재하기로 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전북의 음식은 다양하다. 평야와 바다가 조화롭게 이루어진 지형적 특성과 함께 전북 사람들의 섬세함이 더해져서 화려하고 맛깔스러운 음식문화를 형성하고 있다. 발효를 통해 음식에 깊은 맛과 향취를 담아내는 전북은 '맛의 고장'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여기서 안주할 것이 아니라 전북의 음식을 더욱 발전시킬 수 있는 요소가 무엇인지를 생각해봐야 한다. 전북을 대표하는 전주비빔밥을 인터넷에서 찾아보면 훌륭하고 건강에 좋다는 기사도 많이 있지만 비싸고 품질이 좋지 않다는 기사를 찾아 볼 수 있다. 한 가지 안타까운 것은 비빔밥의 가격이 정말 비싸냐하는 것이다. 비빔밥은 많은 노력이 드는 음식이다. 칼로 가늘게 잘려진 채소류는 외국인들의 눈에는 놀랍고 경이로운 결과물이다. 그만큼 손이 많이 가는 음식으로 음식점에서 다량의 비빔밥을 만들기 위해선 많은 조리인력이 필요하다. 요즘 외식산업의 성패를 가르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바로 인건비의 비율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 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비빔밥은 상당히 노동집약적인 음식이다. 이러한 노동집약적 음식을 비싸다고 매도하는 우리의 인식이 과연 올바른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한다. 한 예로 우리는 레스토랑에서 파스타를 먹고 지불하는 금액에 대해서는 비교적 관대하게 생각하지만, 고풍스러운 장소에서 비빔밥을 먹고 파스타와 비슷한 가격을 지불한다면 비싸다고 생각한다. 즉, 파스타보다 비싼 식재료와 인건비가 들어가고 비슷한 수준의 인테리어에서 동일한 서비스를 받더라도 비빔밥은 파스타보다 저렴해야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러한 우리의 인식과 태도가 전북의 음식문화를 발전시키는 데에 방해가 되는 것은 아닐지 걱정스럽다. 전북이 맛의 고장이란 명성을 이어가고, 전북의 음식문화와 외식산업이 더욱 발전하기 위해선 먼저 우리의 인식부터 변해야 한다. 우리 음식이 갖는 가치를 인정하고 존중할 때 음식문화는 더욱 발전할 수 있으며, 이렇게 발전된 음식문화를 통해 결국 우리의 품격을 더욱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전북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맛의 고장이다. 천연의 식재료를 마음껏 공급받을 수 있으며 오랜 시간 축척한 음식문화는 우리의 마음을 즐겁게 한다. 이와 더불어 최근 전주는 유네스코로부터 음식창의도시로 선정되었고 익산에는 국가식품클러스터가 조성되고 있으며, 완주의 로컬푸드는 다른 지역의 벤치마킹의 대상이 될 만큼 전북은 음식문화 발전을 위한 훌륭한 인프라를 가지고 있다. 여기에 우리음식에 대한 인식변화가 더해진다면 전북은 맛의 고장을 넘어 한식 글로벌화를 주도할 핵심지역으로 성장할 것이라 확신한다. 최근 음식은 문화의 주요 키워드이자 한 국가의 국가이미지를 대표하는 요소로 인식되고 있으며 식자재 유통업, 외식산업, 문화관광산업 등 다양한 고부가가치 산업의 핵심키워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는 전북의 음식문화 발전을 통해 관련 산업의 동반성장을 기대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정리하자면 우리의 인식변화는 전북 음식문화 발전의 핵심요소이다. 우리의 인식변화를 통해 전북의 음식문화는 더욱 발전할 것이며, 이는 관련 산업의 동반성장을 이끌어 더욱 풍성한 전북을 만들 것이라 기대한다. △ 정 학교장은 연세대 석사 및 박사학위를 취득하였으며 미국 CIA 조리학교를 수료했다. 한국 외식산업학회 부회장, 한국 조리과학회 사업이사, 한국 식생활문화학회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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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07.24 23:02

공공의료, 진심으로 돌아보자

최근 진주의료원 폐업과 관련하여 찬반논쟁이 뜨겁다. 공공의료의 범위와 역할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그 만큼 크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의 초고속 노령화로 인한 만성질환의 증가와 급성장을 추구하며 가중된 빈부격차는 취약한 의료 사각지대를 더욱 크게 만들었다. 이에 따라 정부의 재정적 지원과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시점이라고 여겨진다. 그러나 아쉽게도 중지를 모아야할 시기에 공공의료의 축이 무너지고 있다. 어떤 이유에서건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정부는 공공의료의 큰 틀을 다시한번 숙고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우리 사회는 자유민주주의와 자본주의를 지향하고 있으면서도 상부상조의 정신을 국민과 사회의 내면에 담고 있기에 의료의 공공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따라서 의료의 상업화가 공공성과 어우러지지 못하고 오히려 해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면 보건의료체계는 중심을 잡기가 쉽지 않게 될 것이다. 정부와 의료단체, 그리고 시민관련단체들의 협력과 노력에도 불구하고 날이 갈수록 상업화와 공공성의 간격은 더욱 벌어지고 있다. 과거에는 의료인의 공급과 병원의 희소성이 대부분의 병원들의 경영을 일정수준 이상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었지만, 2013년 현재는 넘치는 의료인들과 새로 개설되는 많은 대형 민간 병원들, 그리고 지역거점병원이라는 국립대병원의 상업적 경영 등이 경제성이라는 논리에 공공성은 희석되면서 취약한 의료사각지대를 넓혀 놓고 있다. 이로 인해 지금까지 다소나마 공공성을 지녀왔던 지방의료원들과 중소병원들에게는 악재가 되어 경영상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물론 이러한 변화에 대해 안일하고 소극적으로 대응한 지방의료원들이나 중소병원들에게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지만, 중요한 것은 정부에서 상업화와 공공성을 어떻게 유지하며 의료를 발전시켜 나갈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과 장기적인 관점이 현실에서는 부족하게 느껴질 뿐이다. 현재의 지역거점병원의 대형화와 한 두 곳에만 집중된 정부 지원은 공공성을 유지하는데 결코 바람직해 보이지는 않는 것 같다. 해가 바뀔 때마다 지역 거점병원이라는 명목아래 국립대병원들은 끊임없는 공사와 시설확충으로 통계수치상으로는 공공성을 확보한 것처럼 보여질지는 모르겠으나 국민의 피부에 와 닿는 현실은 그렇지 않아 보인다. 이런 점에서 오히려 지방의료원들과 중소병원을 활용한 분야별 발전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고려된다면 국립대병원의 대형화에서 확보하지 못한 공공성을 현실적으로 획득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해본다. 간단한 대부분의 질병은 지방의료원과 중소병원에서 해결이 가능하며 각 병원마다 좀 더 특성화된 치료기술을 확보할 수 있도록 객관적 심사를 통해 지원을 유도한다면 그리고 그것이 공공성이라는 큰 테두리 안에서 진행이 된다면 지방의료원들의 경영상태의 호전과 중소병원들의 활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시대와 환경은 의료의 역할과 범위를 결정하게 하는 중요한 요인이다. 현실의 의료는 그 시대를 사는 사람들의 요구에 맞춰지거나 신기술의 개발과 안전한 치료방법의 확보를 목표로 끊임없는 변화를 요구한다. 그렇지만 변하지 말아야 하는 의료의 근본이 있다. 바로 생명을 존중하고 의료의 사각지대를 보호하며 측은지심으로 환자를 사랑할 수 있는 자세가 바로 그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의료를 좀 더 세분하여 관리하고 정리해서 효율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일 듯 싶다. 진주의료원의 폐업문제가 그저 한 지방 병원의 어려움이 아니라 온 국민의 기대와 염려가 의료의 공공성 확보와 건강한 삶의 질에서 소외되지 않기를 바라는 간절함에서 더욱 큰 이슈가 아니었나 생각된다. 슬기로운 해법을 찾아낼 수 있도록 중지를 모아야 할 것이며 공공의료의 역할이 축소되지 않았으면 한다. △ 송 원장은 우석대 한의학과 졸업 후 동대학 석사를 거쳐 원광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대한체열의학회 이사, 한의사 국가고시 출제위원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대한약침학회 학술위원, 대한침구학회 평생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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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07.17 23:02

통증과 정신건강

영국 교육청은 정신건강을 "통증, 실망과 슬픔을 극복하게 하는 정서적이고 영적인 쾌활함이며, 근본적으로 자기자신과 타인의 존엄성과 가치를 신뢰함"으로 정의하고 있다. 영국의 정신분석가 윌프래드 비온도 통증을 이겨낼 수 있을 때 상처를 치유하고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 있게된다고 하였다. 그런데 "왜 여기서 통증과 정신건강을 연결시켜서 이야기하고 있을까?" 잠시 생각해본다. 우리는 살면서 신체적으로 아프기도 하고 정신적으로 상처를 받고 마음 아파하기도 한다. 그렇게 아플 때 힘겹다는 느낌도, 좌절도 있지만 반대로 나를 위해주는 사람의 고마움도, 희망의 소중함도 알게 된다. 인간의 대뇌에서 엔돌핀이 가장 많이 분비되는 때는 분만을 할 때라고 한다. 마라토너들이 러너스 하이를 느낄 때도 가장 힘든 정점에 다다를 때라고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통증이 있을 때 내가 어떤 경험을 하느냐가 평생을 결정짓는 중요한 행동 양상이 결정되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아팠을 때 어머니가 맛있는 음식을 해주었던 달콤한 기억이 있거나 힘들게 공부하고 나서 좋은 성적과 함께 칭찬을 들었던 기억이 많은 사람과 힘들 때 격려보다는 핀잔과 오히려 무시를 받았던 사람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에 있어 큰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정신분석에서는 상처나 갈등이 있을 때 문제를 부인하거나, 남을 탓하거나, 극단으로 나누어 이해하지 않고 승화나 기대, 유머와 같이 성숙된 방어기제를 사용해야 한다고 말한다. 최근 정신건강의 중요한 지표로 역경 극복력 또는 자아 탄력성(resilience)이 많이 언급된다. 힘든 일이 있어도 잠시는 위축되지만 고무 탄성처럼 다시 회복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하는 것으로 탄력성을 구성하는 여러 요소들에 대한 다양한 주장들이 있지만 필자가 개인적으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3가지를 소개한다. 첫째, 배울 수 있는 마음이다. 우리가 어떤 어려움을 겪었을 때 힘들어하는 대부분의 이유는 원인을 또는 왜 그러는지를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분이 나쁘고 속상하지만 "아-- 그런 점도 있겠구나--"라고 조금이라도 배우거나 깨달은 점이 있으면 마음적으로 넘길 수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라는 생각에서 동양과 서양의 사고방식은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서양은 기독교 문화로 내가 뭘 잘못 했구나라는 죄책감을 강조하는 반면 동양은 부끄럽거나 창피한 윤리를 강조한다. 특히 불교에서는 어리석음을 마음의 삼독(탐진치) 중 하나로 중요하게 생각한다. 둘째는 타협할 수 있는 마음이다. 타협을 모르는 사람은 추진력은 좋을지 모르지만 꺽이거나 지치기가 쉽다. 타협은 어떤 일에 대해 세밀하게 분화된 이해가 있어야만 가능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인지적으로 서로 다른 경우를 잘 구분할 수 있어야하고 이에 따라 정서적 반응도 미룰 수 있는 중간 감정이 있어야 한다. 인지적으로 서로 다른 경우를 잘 구분하면 스트레스를 쪼개어서 일부만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어려움을 보다 쉽게 넘길 수 있다. 중간 감정이란 그럴 수 있구나라고 이해는 하지만 정서적으로는 와락 친밀하지 않을 때의 느낌인데 개운하게 정리 돤 감정이 아니어서 부정적 뉴앙스가 있지만 허용해줄 수 있다는 점에서 정신건강 유지에 중요할 수 있다. 셋째는 어떤 일을 병행할 수 있는 마음이다. 성격에 따라 어떤 사람은 한 가지가 걸리면 그것이 해결되기 전까지는 다른 것을 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마음은 벌집처럼 많은 방을 가지고 있어야만 건강하다. 즉 방이 한 칸이면 어느 구석에서든 연기가 필 때 전체가 영향을 받지만 방이 여러 칸이면 연기가 나더라도 그 칸 하나만 영향을 받으므로 다른 일을 수행할 수 있게 된다. 인생 자체가 상처투성이기 때문에 어떤 일로 사람 관계가 틀어졌다고 해서 그 일을 풀려고만 전전긍긍할 필요가 없이 그냥 내버려 두고 다른 일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되기도 한다.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은 없다는 시구를 떠올리면서 마음의 여유를 가져볼 일이다. △ 정 교수는 전북대 의대를 졸업했으며 전주시 건강증진센터장, 대한조현병학회 부이사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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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07.10 23:02

에듀라이브러리를 만들자

최근 유력 정치인의 지역구 내에서 행사 장소를 둘러싸고 벌어진 논란 속에 한 가지 알게 된 사실이 '휴먼라이브러리'의 존재였다. 조금 생소할지 모르는 분들을 위해 '노원휴먼라이브러리'의 누리집에 있는 의미와 유래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휴먼라이브러리는 덴마크 출신의 사회운동가 로니 에버겔이 지난 2000년 덴마크에서 열린 한 뮤직 페스티벌에서 창안한 것으로, 유럽에서 시작되어 빠른 속도로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는 신개념의 '이벤트성 도서관'이다. 즉 도서관에 와서 '책'을 빌리는 것이 아니라 '사람(휴먼북)'을 빌리는 것이다. 독자들은 준비된 휴먼북 목록을 살펴보고 읽고 싶은 책(휴먼북)을 선택하여, 휴먼북과 마주 앉아 자유로운 대화를 통해 그 사람의 경험을 읽는 것이다. 전주교육지원청에서 3년째 생활지도 업무를 담당하면서 Wee센터를 중심으로 사회적 배려 대상자를 위한 다양한 특별 프로그램을 기획·운영해 왔다. 특히 복지시설에 있는 학생들을 위해 토요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회기를 거듭할수록 아이들의 표정이 자신감으로 변해가는 모습을 보았다. 이 프로그램의 기획 의도는 '최소한 너희들 곁에서 너희들이 바르게 커가기를 바라고, 지지하는 어른들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하지만 어른들의 관심과 지원이 일회성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교육청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 매번 고민을 하게 되었다. 부득이한 사정으로 시설에 있거나, 다문화 가정, 한부모 또는 조손 가정에 있는 학생들을 위해 이들이 성장해서 사회의 당당한 일원으로 커 나갈 때까지 때로는 집안의 어른이자 한편으로는 인생의 멘토로서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해 줄 수 있는 누군가를 교육기관 차원에서 만들어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바로 그것이었다. 이러한 차원에서 휴먼라이브러리를 사회적 배려 대상자만을 위해 특화된, 그리고 교육청이 주도하는 일명 교육형 '에듀라이브러리'를 제안하고 싶다. 그 중심에는 교육청 소속 교육문화회관이나 공공도서관에서 그 역할을 하면 어떨가 싶다. 그리고 여느 휴먼라이브러리처럼 도내 각 지역에 있는 각계 각층의 다양한 배경을 가진 인사를 중심으로 휴먼북을 확보하자. 그 중심에는 교원, 특히 퇴직교원들의 역량과 경험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해마다 도내에서 퇴직하는 초, 중등교원수가 수백명임을 감안할 때 이들이 그동안 교육현장에서 쌓은 역량을 다시 사회에 환원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마련해 주는 것도 교육청이 나서야할 몫이라고 생각한다. 확보된 휴먼북은 그들을 필요로 하는 사회적 배려 대상과 1:1 멘토 관계를 맺거나 필요할 때마다 사람책을 대출하는 식이다. 요즘 교육청이나 지자체 중심으로 사회적 배려대상자에 대한 다양한 경제적 지원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을 직접 대하면서 느낀 점은 경제적 지원도 중요하지만 진정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들이 이 사회로부터 관심을 받고, 사랑을 받고 있다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진한 사람 냄새를 맡도록 해 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느꼈다. 아무리 아름다운 꽃도 아름다움으로 주는 감동에 있어서는 사람에 못 미친다는 말이 있듯이 말이다. 우리가 배려해야 할 학생들이 꿈조차 꿀 수 없다고 생각했을 때 휴먼북 개개인들이 가지고 있는 재능, 지식, 지혜 등을 통해 그들의 인생이 조금이나마 바뀔 수 있다면 우리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한 교육형 '에듀라이브러리'탄생은 충분한 가치가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한 지역사회의 관심과 교육청의 적극적인 의지를 기대해 본다. △ 정 장학사는 익산남성고·공주사범대학을 졸업한 후 전북대 교육대학원 석박사과정을 마쳤으며 현재 전주교육지원청 중등교육과 장학사로 재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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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07.03 23:02

소리의 고장 전북이라면

전라북도는 소리의 고장이고, 많은 소리꾼들이 활동하던 곳이며, 전주대사습이 열리고 매년 가을 전주세계소리축제가 펼쳐지는 곳이기도 하다.그렇다면 그 많은 소리꾼들의 활약상을 느껴볼 수 있는 기념비적 장소로는 어느 곳이 있을까?어렵지 않게 세 곳이 떠오르는데, 동편제 시조인 가왕 송흥록의 남원 운봉 생가와 판소리를 집대성한 신재효의 고택이 있는 고창읍내 그리고 여류명창이었던 김소희의 고창 흥덕 생가이다.세 곳의 공통점은 예전 모습을 최대한 살려내기 위해서 만들어진 전통 한옥이라는 것과 하나같이 황토를 사용해 새롭게 지어진 집이라는 사실이다. 너무나도 친절하게 예전 명창들은 이러한 황토방에서 생활하지 않았겠느냐는 안내를 해주고 있는 것인데, 결정적으로 예전의 감흥을 느끼기에는 너무 신선하고 세련되기까지 한 이 건축물에게서 무언가 특별한 시간을 갖기에는 무리가 따르기도 한다.반면 소리꾼들이 판소리 한바탕을 연마하다 방금에서야 일어났을 것만 같은 장소가 있으니 바로 동초각이다. 동초각은 동초 김연수의 소리를 이어받기 위해 우리지역의 소리꾼 오정숙 명창이 완주군 운주면 산북리에 건축한 판소리 전수관이다. 정확히 대둔산 바로 아래에 위치해 있는데, 오정숙 명창에게도 소음으로 인한 민원은 어찌할 도리가 없었던 것인지 주변 사람들을 피해 대둔산 자락 아래 첫 번째 자리 잡은 집이 동초각이다. 동초각은 다른 곳과는 다르게 양옥으로 지은 2층집이다. 오정숙 명창이 직접 지은 집이니 황토집이 아닌 게 당연한 것인지도 모를 일이며, 생활을 하면서 소리를 전수하기에 부족함이 없을 만큼 넓은 공간을 갖춘 건축물이다.당대 최고의 소리꾼이었던 오정숙 명창이 말년을 이곳에서 지내며 후학을 양성했던 곳이라 하니 이곳을 거쳐 간 소리꾼의 수는 쉽게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을 것이며, 이곳에서 선생의 지도를 받았던 소리꾼들이 지금도 명창의 반열에 이르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고 하니 동초각은 참으로 의미 있는 장소이다.소리전공자가 아닌 내가 이곳의 의미를 정확히 이해할 수는 없겠으나, 이곳은 한 개인에게는 주거의 공간이자 경제적 가치로 따질 수 있는 자산의 일부일 수 있겠지만, 그 이전에 수많은 소리꾼들에는 추억의 장소이자 삶의 향기가 그대로 묻어있는 수련의 장소일 수도, 또 우리에게는 전라북도가 소리의 고장이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역사적 장소일 수도 있는 것이다.오정숙 명창이 떠난 후 사람들에게서 잊혀져가는 이곳을 몇 차례 방문해 보았다. 항상 닫혀있는 문과 그 기능을 상실해 가고 있는 모습에 안타까운 마음을 지울 수 없었는데, 전주를 비롯한 여러 지자체에서 오정숙 선생을 기리는 기념관을 별도로 지정하려고 한다니, 머지않아 이곳도 존재의 의미를 상실하고 그 기능을 마감할 수도 있을 것이다.또다시 어느 곳에선가 황토로 지은 오정숙 생가가 새롭게 등장할 수도 있을 것이며, 또 우리는 별다른 의미도 없는 황토집에서 쓸쓸하게 오정숙 명창의 삶을 어렵게 반추해보게 되는 것은 아닐지 모를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며, 소리의 고장 전북의 미래를 기대하게 만드는 이곳 동초각은 그 어떤 판소리 명소보다 의미 있는 곳이자 소중한 곳일 수 있는 것이다.이제 며칠 후면 오정숙 명창이 우리 곁을 떠나간 날이 다가온다. 타고난 재능과 불굴의 의지로 당대 최고의 소리꾼으로 우리지역의 가치를 드높였던 선생의 정신을 잊지 않고 기억하는 일, 그리고 우리지역을 비롯해 전국의 수많은 소리꾼들이 거쳐 갔던 곳이자 판소리 수련을 위해 선택된 동초각을 보존하고 기리는 일이야말로 우리가 소리의 고장에서 살고 있음을 잊지 않을 수 있는 이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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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06.26 23:02

혁신학교, 공교육 반성에서 출발

현행의 학교교육은 지식 위주 교육과 대학입시에 매몰된 채 과거의 산업주의 패러다임에 갇혀 한 발 짝도 앞으로 내딛지 못하고 있고, 그럼으로써 우리 교육이 미래사회의 요구와 변화를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 그 결과 한해 200여명의 학생들이 자살 행렬에 뛰어들고, 매년 60,000여명의 아이들이 학교를 떠나며, 20여만명의 가출 청소년이 각종 범죄와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아이들의 현재가 이렇게 불행하고 절망적이라면, 아이들의 미래도 국가의 미래도 어둡다. 혁신학교는 기존의 공교육에 대한 통렬한 반성에서 출발한다. 그래서 혁신학교는 현행 학교 체제의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적·실험적 성격을 지닌다. 구성원들의 자발성과 집단지성을 통해 학생·교사·학부모 모두의 행복한 배움과 행복한 성장 가능성을 실험하고 있는 것이다. 현실적인 여러 제약과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작년 말에 실시한 혁신학교 자체평가 결과는 교사·학생·학부모 모두 80%를 훌쩍 넘는 만족도를 보여줬다. 혁신학교는 대안학교가 아니다. 혁신학교는 대안학교가 추구하는 다양한 가치를 존중하지만, 대안학교처럼 공교육의 밖에서 공교육의 '대안'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공교육 안에서 공교육의 전체를 바꾸려는 시도로써의 선도학교이자 거점학교다. 혁신학교를 통한 학교 혁신이라는 거대한 공교육 개혁의 프로젝트인 것이다. 혁신학교는 놀기만 하는 학교이고 그래서 학력이 떨어지는 학교라고 단순화해서 폄하하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이렇게 말하는 이는 혁신학교를 그저 껍데기만 본 것일 뿐 자세히 들여다 본 사람은 아니다. 혁신학교는 '새로운' 학력을 추구한다. 협력수업을 통해 학생 간 상호작용을 중시하고 호혜적이고 평등한 배움이 이루어지도록 하기 위해, 혁신학교 교사들은 함께 독서하고, 토론하고, 연구하고, 실천하고, 수업을 열고, 아이들의 배움을 관찰하고, 대화하는 일을 일상으로 여긴다. 아이들에게 깊이 있는 배움이 일어나도록 돕는 것이다. 이러한 협력수업을 통해 아이들은 나와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존중하고 경청하고 서로 돕는 관계까지도 체득해나간다. 학력과 인성은 이런 과정 속에서 함께 길러진다. 혁신학교는 다양한 교육과정의 재구성을 통해 아이들로 하여금 문화와 예술의 감수성, 생명과 생태 감수성, 평화와 인권 감수성을 기를 수 있도록 노력한다. 민주적이고 개방적인 학교 문화를 만들어가는 과정 속에서 아이들은 민주적 시민성을 길러가고 있다. 교과 통합 프로젝트 학습, 몸으로 느끼는 주기집중 체험활동 등을 통해 창의력과 문제해결능력을 길러간다.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새로운 학력을 추구하고, '성적'이 아닌 '성장'을 추구하는 것이다. 이것이 정말 '나쁜' 교육인가? 그저 국·영·수 중심으로 시험문제 열심히 반복해서 풀면 학력이 높아지는가? 효율이라는 명분으로 수준별로 아이들을 나누어 수업하는 것이 학력을 높이는 방안인가? 학습부진아반을 편성해서 한 달에 몇 시간 보충수업을 진행하면 학습부진은 근본적으로 해결되는가? 상위권 아이들 중심으로 유명 대학 몇 명 더 보내면 교육에 성공하는 것이고 의무를 다하는 것인가? 이러한 교육이 포기할 수 없는 정말 '좋은' 교육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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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06.19 23:02

공천보다 여성정치 참여 확대방안 중요

며칠 전 지역 여성의원들과 자리를 함께 했다. 지역정치를 하는데 있어서 여성인 것이 장점으로 작용하는지 단점으로 작용하는지를 물었다. 공통된 의견은 여성의원들이 남성의원들에 비해 의정활동에 성실히 임하고 사회적 약자에 대한 이슈에 민감하며, 투명하고 깨끗하다는 데 이견이 없었다. 여성의원의 존재 자체가 지방의회를 개혁적으로 이끈다는 의견에 대부분 고개를 끄덕였다. 반면 단점으로 작용하는 경우는 여성이 소수이다 보니 남성중심 정치문화를 바꿔가기 힘들고 여성의제를 남성의원들이 이해하지 못해 본질이 변질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었다. 또 다른 질문은 정당이 의정활동에 걸림돌인가 디딤돌인가 하는 것이었다. 정당에 따라 다르게 답했다. 진보정당의 경우 의회 진입 할 때나 의정활동 중 모두 디딤돌로 작동한다고 답한 반면 전북지역 집권당 소속 의원들은 진입 할 때는 디딤돌이나 의정활동에는 걸림돌인 경우가 많다고 답했다. 정치현실 현 주소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말이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가장 뜨거운 이슈는 기초단체?기초의원 정당공천 여부다. 대선시기 정치개혁의 과제로 여야 후보 모두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를 공약했다. 정치개혁 과제로 제기된 점, 지방선거 때마다 정당공천 폐지론이 불거지는 점은 그만큼 정당공천 폐해가 크기 때문이다. 가장 큰 폐해는 정당이나 국회의원들이 공천권을 무기로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에게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등 국회의원 개인의 머슴 부리듯 하는 잘못된 관행 일 것이다. 또 영?호남 분할 구도하에 정책이나 인물을 검증하는 선거가 아닌 정당중심의 `묻지마`식 투표로 전락했다는 점이다. 공천비리 등 불법선거사범과 지방의회 의원의 뇌물 비리 등이 급증, 정당공천이 지방의회 의원 자질 향상에 기여하지 못한 점도 있다.그러나 정당공천 폐해가 크다 해도 섣부른 판단과 결정을 해선 안 된다. 여성에게 의사결정권한이 현저히 낮은 현 시점에서 단순히 정당공천 존립이냐 폐지냐 만 놓고 왈가왈부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케이트 밀레트(Kate Millet)는 『성의 정치학』에서 정치를 "한 집단이 다른 집단에 의해서 통제되는 권력구조화 된 관계 혹은 그 배치"라고 정의했다. 한국 정치구조에서 여성은 남성에 의해 통제되는 관계에 위치지어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 정치개혁의 물꼬로 기존 정치문화에 덜 오염되어 있는 여성이 새로운 정치의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치열한 경합이다. 지난해 말 여성가족부는 우리나라 성평등 점수가 63.5점으로 전년도 63.2점 대비 0.3점 상승한 것으로 보고했다(2011년 자료 기준) 이는 완전 성평등한 상태를 100점 만점으로 가정할 때 성평등지수가 63.5점이라는 것이다. 8개부문 21개 지표로 산정된 이 지표 중 가장 높은 점수는 보건 부문 91.2점이며, 다음으로 교육?직업훈련 부문 78.1, 문화?정보 부문 73.6점, 경제활동 부문 69.4점이며, 가장 점수가 낮은 부문은 의사결정 부문으로 19.3점이다. 의사결정 부문은 국회의원 성비와 5급 이상 공무원 성비, 민간부문 관리자 성비를 지표로 계산된다. 의사결정지표는 한국사회 여성의 낮은 지위를 나타내며, 여성에게는 의사결정권한이 없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다. 기초의회 정당공천 유지냐 폐지냐의 논쟁에서 중요한 것은 지방의회의 개혁과 성평등한 지역정치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보여준 18.7%에 머문 여성의 정치 대표성을 어떻게 높일 것인가의 과제가 개혁이며, 성평등한 정치인 것이다.정당공천을 유지할 경우 정당공천 폐해를 어떻게 개혁할 것인가 또 폐지할 경우 여성의 정치참여 확보 방안, 비례대표선거 유지 여부 등 대책 모색이 선결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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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06.12 23:02

흔들리는 사회복지사의 다짐

사회복지사로서 현장에서 일한지 18년이 되었다. 나는 여전히 사회복지가 즐겁고, 현장에서 만나는 사람들로 인해 행복한 순간을 보내고 있다. 처음 사회복지관에 취업했을 때 받은 급여 70만원에 비해 지금은 거의 3~4배 가까이 늘어난 급여를 받으면서 나름 행복하게 현장을 가꾸어가고 있다. 때로는 일에 지치기도하고, 진심을 오해 하는 사람들로 인해 허무함에 잠 못 이루는 날들도 많았다. 하지만 동서고금 어디에서도 부정할 수 없는 역사적 진리 중에 하나인 '시간이 약','겸손'이라는 대전제로 지금의 단단함이 만들어져 온 듯하다. 나는 지금도 꽤 많은 지역사회 활동을 수행하고, 주위의 참 많은 분들의 넘치는 지지도 받는다. '늘 좋은 일을 하고 있다', '수고한다'는 격려도 받는다. 이러한 말들은 나의 외모와는 어울리지 않는 말인 듯해서 쑥스러울 때도 있다. 나는 지금까지 참 많은 직원들과 일하고, 회노애락을 함께하면서 세월을 보내고 있다. 함께 성장하고, 실패하고, 서로의 신뢰를 잃어 머쓱해 지기도 하고, 너무 많은 업무로 인해서 직원들의 미움을 사기도 했다. 그러면서 나는 오늘도 어르신들을 기다린다. 나는 지금껏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고자 노력했고, 그것이 사회복지발전에 기여하는 일이라 생각했다. 가끔은 너무 많은 일들을 만들어서 질책을 받기도하고, 힘들어하기도 한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나 자신과 지역사회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 취약계층의 복지증진을 위해서 지금 이 순간최선을 다하고 있다.하지만 나는 지금 흔들리고 있다. 기관장으로서, 사회복지사로서 안정적인 듯 해 보이는 자리에 앉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제 막 현장에 들어온 사회복지사들에게 100만원 미만의 급여를 지급하는 문서에 결재를 하면서 결혼도 해야 하고, 새로운 미래를 설계하는 동료와 후배사회복지사들을 바라보면서 나는 참 많은 갈등을 한다. '내가 좀 더 여유가 있다면 내가 받는 급여를 줄여서라도 후배들에게 안정적인 도움을 줄 수는 없을까?' '제도적이고 안정적인 사회복지현장을 만들어가기 위해서 공익적인 지지체계를 어떻게 만들어갈까?' 등을 생각하면서 봄바람 사이로 살며시 흔들리고 있다. 현재,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사회복지사들의 60%이상이 이직을 고민하고 있으며, 경력과 노하우가 쌓여갈수록 전문적인 처우를 받는 것이 아니라 기관에 부담을 주는 것을 걱정하면서 다른 길을 모색해야 하는 등의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나마저도 기관장으로서의 시간이 길어지면서 나로 인해서 지역사회와 직원들이 안정적인 지원을 받지 못하게 될까가 두려워진다. 내가 받는 급여를 줄여서 직원 2명을 안정적으로 고용할 수 있다는 부담은 꽤 오래된 고민이 되어 버렸다. 사회복지사처우개선 문제를 이야기할 때 대다수의 사람들은 인건비의 문제를 이야기한다. 물론, 인건비의 문제도 중요하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문제는 안정적인 환경에서 전문적으로 일하는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것이며, 안전과 안녕이 보장되는 현장에서 일하는 것이다. 또한 적어도 사회복지 현장에 근무하는 종사자들의 인건비를 국가와 지방정부가 책임지고자하는 마음이며, 공공이든 민간이든 사회복지분야가 전문적인 영역으로 자리잡아가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 생각한다.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서 우리가 흔들리고 있지만, 그 흔들림 또한 복지가 중심이 된 지역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진보의 고통이라고 믿고 싶다. 조금이라도 진보해 나가는 현장이 이루어지길 기대하는 마음, 그 기대의 마음을 위안삼아 오늘도 흔들리는 마음을 다 잡아본다. 다만, 그 기대가 기대로 끝나지 않고, 그 기대가 현실이 되는 일이 조금 더 빨리 오기를 간절히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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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06.05 23:02

전주 한옥마을과 함라 삼부잣집

전주의 대표 관광지는 누가 뭐라 해도 전주한옥마을이다. 주말이면 많은 인파들이 한옥마을 은행로를 거닐고 있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는데, 나지막한 돌담길과 단층의 기와집, 예전 마당이 주는 포근함과 전통 문화가 숨겨져 있을 것만 같은 기대감을 갖게 만드는 골목길은 전주한옥마을이 가지고 있는 색다른 가치이다. 더욱이 이런 한옥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는데, 전주한옥마을은 이제 전주를 넘어 전라북도를 대표하는 관광지가 되었으며, 계절이나 날씨와는 상관없이 수많은 관광객이 방문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이렇게 전주를 널리 알리고 전국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전주한옥마을이지만, 아쉬운 부분은 없는 것일까?몇 해 전 전라북도의 역사와 문화를 발견해보는 프로그램을 제작하면서 알게 된 사실이지만, 전주한옥마을의 역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그리 오래되지는 않았다. 풍남문에서 경기전 앞을 지나는 전주성곽이라는 거대한 장벽은 물론 전주천의 잦은 범람으로 인해 지금의 한옥마을 일대는 주거의 공간으로 그리 선호되는 지역은 아니었다. 실제 100여 년 전 사진에서 지금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모습들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더 가까이는 칼국수집과 자장면집만 생각나던 10여 년 전 모습과는 달리 너무도 많은 식당과 커피전문점이 점령한 한옥마을에서 무언가 허전함을 느끼는 것은 나만의 경우일까. 더욱이 경기전과 전동성당 등 대표적 전통 건축물 이외에는 뚜렷한 이야기나 전설이 전해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은 전주한옥마을이 가지는 태생적 한계일지도 모른다.이와는 반대로 100여 년 전 원형을 오롯이 간직하고 있는 한옥마을이 있는데, 익산의 함라마을이다.조선시대까지만 해도 익산과는 별개로 '함열현'이었던 이곳은 지대가 높아 홍수 등 자연재해를 피해 갈 수 있었으며, 농사짓기에 유리한 비옥한 토질과 조선 5대 포구 중 하나인 웅포 포구를 지척에 두고 있어 살기에 좋은 고장이었다. 이 함라마을에 3명의 부자가 살았는데, 그들은 서로 경쟁하듯 선행을 베풀며 주변 사람들과 어울려 살았다고 한다. 1925년 3월 3일자 동아일보에는 "익산 함열면 사는 양심 있는 부자, 구차한 사람에게 삼천 원을 기부, 걸인으로 성시한 함열, 밥을 구하는 수 백 여명의 동포, 집마다 과객의 답지로 대번창" 이란 기사가 실려 있는데, 당시에도 함라마을 삼부자의 선행을 칭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다행히도 함라마을 삼부자의 가옥이 지금껏 남아있는데, 조해영, 김안균, 이배원 가옥이다. 이 세 가옥에는 역사적 건축물뿐이 아니라 살아 숨쉬는 이야기들이 다양하게 전해오는 것이 특징이다. 국창이란 칭호를 받았던 판소리 명창 임방울은 자신의 대표곡 '호남가'에 "풍속은 화순이요, 인심은 함열인데"라는 가사로 노래를 불렀는데, 국창 임방울 또한 함라마을 삼부잣집에서 많은 혜택을 받았음을 알 수 있다. 실제로 조해영 가옥의 사랑채는 판소리 공연을 하기에 적합한 구조로 건축되어 있으며, 임방울과 김소희를 비롯한 소리꾼들이 즐겨 찾는 곳이었다고 한다. 지금도 조해영 가옥 사랑채에서 그 옛날 판소리 가락을 틀렸던 임방울의 이야기를 직접 전해주는 노인들을 만나볼 수 있으며, 조선의 궁중에서나 볼 수 있었던 모자이크를 사용한 김안균 가옥의 담벼락과 화려한 색유리창에서 그 시절 뛰어난 예술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또한 유리와 함석을 사용해 전통과 서양의 장점만을 채택해 지었던 이배원 가옥의 한옥에서 우리는 100여 년 전 사람들의 삶을 생생하게 만나볼 수 있으니, 함라마을에는 숨겨진 지난날의 이야기, 그 '이야기'를 찾아보는 묘미가 숨겨져 있다. 결국 역사와 문화란 그런 것이며, 살아 숨쉬는 이야기가 남아있을 때 진정한 가치가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이제는 함라마을도 옛 명성을 잃었으나, 세 명의 부자가 남겨놓은 정신과 가옥은 아직도 온전히 남아있다. 임방울과 김소희의 향기가 묻어있고 주변 사람들을 보살피던 삼부자의 온기가 남아있는 함라마을로 떠나 보는 것은 어떨까? 더욱이 매주 토요일 저녁이면 이배원 가옥 앞마당에서 '함라 삼부잣집 잔치날'이라는 공연도 펼쳐진다고 하니 가벼운 마음으로 아이들의 손을 잡고 함라마을 삼부잣집을 찾아보는 것을 권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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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05.29 23:02

전주시에도 혁신학교가 많다

전라북도 혁신학교 84개 중, 전주시에 14개 학교가 있다. 30학급 이상의 대규모 학교도 여럿이다. 초등학교 5개교, 중학교 8개교, 고등학교로는 신흥고가 혁신학교로 운영되고 있다. 이 학교들은 무엇이 다를까? 먼저 한옥마을에 위치한 전주중앙초등학교. 전주중앙초는 전통 오방색의 의미를 담은 전인적인 인간상을 기르기 위하여 자기 스스로를 새롭게 하는 사람, '나'를 찾아가는 자유로운 사람, 머리·가슴·손이 조화로운 사람, 더불어 사는 정직하고 진실한 사람, 전통문화예술을 사랑하고 소중히 여기는 사람으로 다섯 가지로 교육과정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올해 특색 있게 운영하고 있는 내용은 지역문화가 살아 있는 전통문화예술교육 분야다. 학교주변의 우수한 전통문화를 바탕으로 학년의 벽을 깬 14개 전통문화예술 동아리 운영을 통한 예술적 감수성 기르기, 학년과 학급특색에 맞게 지역사회 문화·환경단체·전주시 대표가 참여한 중앙교육공동체와 교육과정 운영 전반에 관한 내용을 협의하여 외부기관과 전문 인력을 활용하는 교과 연계 학습 프로젝트, 전문 멘토와 함께 한옥마을의 직업인들의 삶과 일을 체험하는 진로체험 학습 프로젝트, 전주천·기린봉 탐사와 생태도감 만들기 수업, 인근의 전주초·전주완산초와 결합한 원도심교육공동체의 교원 공동연수 및 학생 공동캠프 실시 등이 주요 내용이다. 이러한 교육내용을 통해 교사, 학부모, 지역사회가 교육공동체를 운영함으로써 참여형 지역사회 학교의 모델을 제시하며 원도심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다음은 평화동에 위치한 전주남중학교. 전주남중은 배려대상 학생의 비율이 가장 높은 학교 중 하나다. 그래서 모든 구성원들이 단 한 명의 학생도 배움으로부터 소외되지 않도록 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치열한 토론과 합의로 전주남중만의 독특한 교육철학을 만들어 냈다. 첫째 모든 아이가 배움으로부터 소외되지 않도록 약자를 배려하는 공공성 교육, 둘째 지역 공동체와의 연대에 기반을 둔 지역성 교육, 셋째 참여와 소통이 함께하는 자발성 교육, 넷째 교육과정의 다양화와 특성화를 통한 창의성 교육이 그것이다. 올해 최우선 목표는 수업혁신을 통한 전문적 학습공동체 구축이다. 학생배움 중심의 협력학습을 촉진하는 수업을 진행하며, 해당 학년 교과 담임들이 모두 참여하는 학년별 수업공개와 협의회를 매월 실시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둘째는 소통과 존중의 자치공동체 실현이다. 학급별 월드카페와 신호등 기법을 통한 학급자치회 활성화, 학생자치법정 운영을 통한 학교 부적응학생 지원, 학생자치회의 적극적인 활동을 통한 학교 내 자치문화 정착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셋째는 업무경감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질 높은 수업에 매진할 수 있게 업무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교무행정 전담인력 확보를 통한 교사의 행정업무 지원, 교사연구실 확충, 업무경감 T/F팀 상설 운영 등을 추진하고 있다. 넷째는 특성화된 교육과정 운영이다. 블록타임제를 7개 교과로 확대 운영하고, 학생들이 스스로 학교와 학급의 생활규칙을 만들고 준수하도록 하는 등 학생 자치활동을 활성화하기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어떤가? 전주시 혁신학교가 추구하는 색깔도 저마다 깊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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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05.22 23:02

돌봄노동 가치를 배우는 멋진 남자가 돼라

최근 대중문화가 강력하게 부각시키고 있는 것은 '부성애'다. '7번방의 선물' '일밤-아빠 어디가?' '내딸 서영이''힘내요 미스터 김' 등 지금 대중문화 코드는 온통 '아버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전에도 딱 한번 아버지가 부각됐던 적이 있다. IMF 외환 위기시대 이후에 가족주의 열풍, 그 중 아버지 신드롬이 있었다. 당시 아버지들은 평생직장을 잃고 축 쳐진 어깨를 한 채 가족의 품에 안긴 초라한 자화상이었다. 이 시기 광고는 빨간 옷을 입은 아이들이 "아빠 힘 내세요~"를 외치거나 "부자아빠"를 통해 가정의 경제를 책임지는 사람이 '아버지'임을 전제했다. 또 부자가 아니라서 자식들에게 미안하다는 '힘 없는' 아버지들의 고백이 상당했다. 최근 아버지 모습은 '딸 바보'로 대표된다. 가부장적이고 권위적인 모습으로 무게만 잡던 과거 아버지들과 달리 가족을 돌보기 위해 초보적인 음식솜씨를 발휘하고, 자녀와 미숙한 의사소통으로 좌충우돌 하면서도 낯선 자녀와 관계를 극복하고자 노력하는 친구 같은 아버지다. 자주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전통적 남성상과는 거리가 먼 새로운 남성성의 모습을 어떻게 읽어내야 할까? IMF 외환위기 이후 노동시장은 급격히 위축되고 노동의 영역에서 남성적인 것의 가치보다 여성적인 것을 보다 더 생산적이고 효율적인 것으로 여기게 만들었다. 남자들은 감정을 표현하는 말을 하지 않도록 훈련 받아왔다. 남자들을 지배해왔던 건 경쟁으로 '악수 할 때부터 싸움이 시작 된다'는 말이 있다. 그러다보니 남자들은 눈물을 보이지 말아야 하고 약점을 감추어야 하며, 감동을 줄지언정 감동을 받으면 안 되었다. 그러나 사회는 이미 사회서비스 영역이 확대되면서 감정노동이 일반화되고 있다. 여성들이 생활에서 경험하고 훈련해 온 수평적 관계, 감수성, 섬세함과 소통능력 등이 경쟁력이다. 그러다보니 사람의 감정을 다루는 사업이 발달할수록 남성들은 점점 노동영역에서 밀려나게 되었다. 그 자리에 값 싸고 사람의 감정을 보다 잘 다루는 여성들, 거기다 능력까지 우위인 여성들이 진출하고 있는 것이다. 남자들은 한꺼번에 한 가지 일밖에 할 수 없지만 여성들은 여러 가지 일을 한꺼번에 해결하는 멀티태스팅 뇌를 가지고 있고 그것은 여성적 경험을 기반으로 한다.패러다임이 변했다는 말을 수도 없이 들어왔지만 여전히 남성들은 새로운 패러다임에 당혹하며 불안 해 하고 있다. 어린 여자아이나 여성을 대상으로 한 성적 범죄 즉 '묻지마 범죄'를 두고 학자들은 여성에게 추격당하기 시작했다는 불안과 여자는 지배의 대상이라는 성적 이데올로기의 틈바구니에 서 있는 남자들의 사회에 대한 분노 폭발로 해석했다. 남성연대라는 조직을 만들어 성평등 정책활동에 사사건건 시비를 걸면서 여성에 대한 차별을 정당화하는데 공을 들이는 찌질남도 있다. 사회는 더 이상 남성다움으로 이름 붙여졌던 위험과 용기를 추켜세우지 않으며 엄마나 아내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돌봄 노동을 하쟎은 일로 여기지 않는다. 요리하는 남자(쿡남)가 멋진 남자고 아이들과 소통 잘 하는 아버지가 인기투표에서 최고며 행복한 아버지다. 사회변화와 트렌드를 읽는 남성들은 어떤 선택이 남자와 여자가 함께 공존하기 위한 합리적인 선택인지를 안다. 남성역할과 여성역할을 구분하는 찌질남이 되지 말고 감정을 표현하는 법, 상대의 말에 공감해주는 능력, 부드러운 돌봄의 방법을 배우자. 그럴 때 여성들도 남성들의 노력을 가상히 여겨 손을 맞잡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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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05.15 23:02

어버이날, 우리 어르신들의 현주소

1956년 어머니날이 시작된 이래로 57년 동안 우리는 매년 (어버이날이면) 어머니와 어버이께 효도의 의미를 되새겨 왔습니다. 올해에도 여전히 우리는 카네이션을 달아드리고, 용돈과 선물을 드리면서 어르신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표합니다. '어버이 은혜'라는 노래를 부를 때는 왠지 모르게 마음 속 한 곳이 뭉클해짐을 느끼곤 합니다. 오늘 하루도 그런 마음으로 시작하는 날입니다.부모님과 어르신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으로 시작하는 하루이지만 우리 어르신들의 삶은 고단하고 우울한 삶을 계속 살아가고 있습니다. 인구의 10%가 노인이 된 나라, 향후 10년 안에 인구의 20%가 노인이 될 나라, 이런 나라에서 어버이날을 보내는 우리 어르신들의 현주소를 살펴봅니다. 우리 어르신들의 현주소는 크게 두 가지로 이야기 할 수 있습니다.첫째는 OECD 국가중에서 노인빈곤율 1위입니다. 노인빈곤율의 문제는 다양한 자료를 통해서 언론에 발표되고 있는 것으로 그 심각성이 매우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으나 여전히 어떤 대안도 제시되지 제시되고 있지 않습니다. OECD 발표에 의하면 한국 노인 빈곤율은 45.1%로서 OECD 국가 중에서 최고를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OECD 국가 평균 13.5%의 3배를 넘는 수치이었습니다. 가까운 일본이 22%, 그리스가 23%, 미국 24%, 아일랜드 31%, 뉴질랜드가 1.5%로 발표되었으며, 최근 금융위기를 호되게 겪은 아일랜드가 30.6%로 한국의 뒤를 이어 2위를 차지했으며, 뉴질랜드가 1.5%로 가장 낮은 수치를 보였습니다. 최근 금융위기를 심각하게 겪고 있는 그리스, 아일랜드보다 대한민국의 노인 빈곤율이 매우 심각한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우리는 선진국대열에 들어가고 있다고 나름 자부하지만 우리 어르신들의 삶의 모습은 아직도 후진적인 면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불안한 현실입니다.두번째는 전세계 노인자살율 1위입니다.노인자살율의 경우에는 통계청의 '최근 5년간 연령대별, 성별·월별 자살통계'자료를 분석한 결과, 2004년 1만1492명이던 자살사망자는 2006년에 1만653명으로 줄었다가 2007년 1만2174명, 2008년 1만2858명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60대 이상 노인 자살자는 2004년 4099명, 2007년 4351명, 2008년 4365명으로, 매일 12명씩 사망하고 있는 것으로 발표되었습니다. 또한, 2010년 OECD 국가 자살율 비교 자료(통계청)에서는 매일 자살하는 사람이 헝가리 19.6명, 일본 19.4명, 프랑스 13.4명, 미국 13.5명, 독일 9.1명, 영국 5.8명, 이탈리아 4.9명, 그리스 2.6명이었습니다. OECD평균은 11.2명 이었습니다. 이에 반해서 우리나라는 28.4명으로 발표되었고, 이를 연령별로 살펴본 결과 60대 이상의 자살율이 60.5%이상이었고 그 중에서 70세 이상의 자살율이 48.4%이상이었습니다. 한국에서 자살율을 지탱하는 중심축이 75세 이상 고령노인 이라는 것은 어버이날에 매우 불편한 우리의 현실인 듯 합니다.2013년 어버이날 ! 우리 어버이들은 나이가 들어갈수록 가난해지고, 나이가 들어갈수록 자살욕구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노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그 만큼 많은 어려움과 인내를 감당해야 하며, 자녀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서 스스로 우울해지고, 가난해지는 것을 선택할 수 밖에 없는 실정입니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 어르신들에게는 적절한 연금대책과 노인자살을 줄여나가기 위한 구체적인 대안은 거의 전무한 실정입니다. 지난 주말 ! 우리는 어버이날을 맞이하여 자녀들의 도리를 다하고자 했습니다. 자녀의 도리를 다하는 것 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국가차원의 제대로 된 대책이 절실하게 마련되는 것과 어르신들의 고단한 삶을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이해하기 위한 노력이 절실해 보입니다. 우리 어르신들의 고단한 삶이 자식에 대한 무한 사랑으로 시작되었음을 반성해 보는 날 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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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05.08 23:02

전북 사람, 강준만

전라북도는 사람이 재산이고 우리 지역의 인물을 잘 키워야 발전할 수 있다고 흔히들 말한다.각종 사회단체는 물론 지역 언론사와 자치단체에 이르기까지 때만 되면 '지역의 인물'을 선발해서 그들의 탁월함을 널리 알리고 그동안의 노고를 치하하고는 하는데, 그게 지역의 젊은이들에게 많은 용기를 줄 수 있다고 굳게 믿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말하는 지역의 인물이, 정말로 '지역의 인물'인지 아님 '지역 출신의 인물'인지는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지역의 인물은 우리지역에 머물고 있는 인물을 뜻하는 것일 테고, 지역 출신의 인물은 우리지역에서 출생한 후 지금은 타지에서 활동하고 있는 인물을 말하는 것이다. 물론 더 많은 경우의 수가 있겠으나, 편의상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해서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자.전북 지역 출신(주로 고등학교까지만)이라는 그들에게 우리는 본능적으로 '우리편'이라는 동질감을 느낀다. 그들은 대부분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성공하며, 출세하였다. 좋은 대학을 나오고 좋은 직장에 다니며, 이제는 비좁은 한국을 벗어나 글로벌 시장인 미국과 유럽에까지 진출해 전북인의 자부심을 널리널리 알리고는 한다. 우리지역이 준 자양분을 바탕으로 활동하는 그들에게 전북은 성장을 하기 위해 출생할 수는 있으나 활동하기에는 부족한 공간이다. 딱히 그렇다라고 말한 적은 없으나, 성공을 위해서는 고향을 등지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는 실례를 극명하게 보여주고는 한다.몇 해 전 우리지역 국립대의 한 교수가 자신의 두 아들과 더불어 지나온 이야기를 정겹게 나누는 신문기사가 있었는데, 주된 내용은 미국 명문대에 들어간 아들의 장한 모습을 소개하고 자신의 교육철학은 물론 아이들의 밝은 미래를 이야기하는 내용이다. 많은 이들에게 교훈과 용기를 줄 수 있을 기사였으나 다소 아쉬운 것은 기사 어는 곳에도 전북과 자신이 몸담고 있는 대학의 이야기는 빠져있다는 것이다. 더 성공하려며 지역을 등지고 지역 대학을 벗어나야 한다는 메시지를 은연중에 전달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반대로 우리지역 출신이 아니면서 지역에 터를 잡고 나름의 성과를 거두고 있는 사람들도 있는데, 강준만이 바로 그런 사람이다.개인적으로 전주에서 직장생활을 하면서 누릴 수 있었던 호사 가운데 하나는 부담스럽지 않은 학비에 대학원에 다닐 수 있었다는 것인데, 서울에서 학부시절 신문방송학과를 전공했던 내가 주저 없이 전북대 대학원을 선택한 이유는 강준만 교수를 만나기 위함이었다.전북대 강준만 교수는 우리나라 신문방송학과 교수 중 가장 유명한 교수이다. 전남 출신인 그는 80년대 후반 전북대 신문방송학과의 개설과 더불어 우리지역에 터를 잡고 수많은 연구와 저술활동을 해오고 있다. 그의 말과 글은 수많은 이들에게 사고와 발상의 전환을 이끌어내고 있으며, 지역보다 서울에서 더 유명한 그가 끊임없이 주장하는 지역차별의 문제는 많은 이들에게 고민과 희망을 전달해주고 있다. 지역의 문제를 고민하고 우리 모두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강준만은 전북이 낳은 인물임에 분명하다.우리 지역의 젊은이들이 또 우리 스스로가 전북의 희망을 발견하고 싶고 지역의 인물을 키우고 싶다면, 이제는 관심을 우리들 스스로에게 돌려보자. 지역의 인재가 지역을 바탕으로 성장하고 성공하는 것이 진정 우리지역이 살기 좋은 고장이라는 이야기가 될 수 있을 것이며, 지역에서도 성공할 수 있다는 사례가 더 많은 젊은이에게 진정한 희망으로 다가갈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지역의 대학을 키우고 우리지역에서 인물을 성장시켜 나가는 것. 그것이 우리 모두의 행복을 위해서 더 가치 있는 일인 것은 너무도 자명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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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05.01 23:02

혁신학교, 예산만 주면 누구나 한다고

혁신학교에 대한 오해 중 가장 흔한 것이 '돈 주면 누가 못하냐?'는 것. '왜 그런 혜택을 혁신학교만 주냐?'는 식의 반감 섞인 생각이다. 그러나 그런 생각을 가진 분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혁신학교는 구성원의 높은 자발성과 열정, 헌신이 없이는 애당초 시작조차 불가능하다는 점을 말해두고 싶다. 혁신학교는 선정 과정에서부터 투명하게 열린 공모 방식이다. 그러니 원하면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리고 선정 심사에서 유일하게 중요한 기준은 구성원의 자발적 변화 의지와 준비 정도이다. 어떤 실적도 성과도, 학교급도 규모도 보지 않는다. 따라서 이런 오해는, 혁신학교가 그 동안 교육의 본질을 회복하기 위해 노력했던 점이나, 입시교육과 성적, 시수와 진도 중심의 학교 교과과정을 아이들의 삶과 성장과 배움이 살아있는 진정한 교육과정으로의 창조적 파괴를 시도해왔던 점, 협력적 배움 중심의 수업 혁신을 지속적으로 실천해왔던 점, 학교운영의 민주화를 통해 구성원들의 자발성을 이끌어냈던 점, 아이들을 중심에 두고 학교문화를 새롭게 창조하려고 노력한 점, 학부모와 지역사회와 함께 학교를 개방적으로 운영한 점 등 내적인 변화 노력과 과정을 바라보지 못하는 데에서 오는 단견일 뿐이다. 그러니 '혁신학교는 돈으로 한다'는 오해는 전적으로 틀린 말이다. 돈 있다고 아무나 할 수 있는 그리 쉬운 길이었다면, 엄청난 예산을 쏟아부었던 그 수많은 사업 속에서 우리 교육은 왜 변하지 않았나? 혁신학교에 대한 또 다른 오해는 기존의 연구· 시범학교와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다. 앞의 '예산만 주면 누가 못하냐?'는 식의 오해와 마찬가지로, 이러한 오해의 가장 큰 원인은 혁신학교가 연구·시범학교처럼 하나의 주제나 기간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학교교육 전반에 만연한 잘못된 관행과 문화와 운영시스템을 바꾸고 교육의 본질을 회복하자는 교육혁신 운동이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기 때문에 생기는 오해이다. 혁신학교가 추구하는 핵심 가치와 문화는 다음과 같다.첫째, 토론과 협의의 문화, 참여와 소통의 민주적 과정을 통해 민주적, 수평적, 개방적 리더십을 구현한다. 둘째, 기존 교육과정의 창조적 파괴, 학생의 온전한 성장을 도와주는 교육과정 재구성을 통해 학교공동체의 철학, 비전의 창조와 공유, 학교철학을 담은 교육과정 만들기에 주력한다는 점이다. 셋째, 체험활동, 방과후 활동 등 보조 교육과정에 매몰되지 않고 교육 본질에 집중해 전인교육에 이바지 하고 있다. 넛째, 교원 성장을 위한 전문적 학습공동체 구축하고 학생 배움 중심의 수업 공개와 수업 관찰, 수업대화 나누기를 통해 자율과 자치, 학생 인권 존중의 학교 문화 세우기에 힘쓰고 있다. 마지막으로 학부모·지역사회와의 협력, 참여, 협치 문화 만들기에 적극 나서 학교안에서 교육에 그치지 않고 학생교육 전반에 대해 소통의 장을 넓히고 있다,혁신교육은 이 중 하나를 골라서 실현해보자는 것이 아니다. 저마다의 학교 철학과 특색을 담은 교육과정을 운영하기에 앞서 기본적으로 이러한 가치와 문화들을 토대로 학교를 재구조화하자는 것이다. 이래도 연구·시범학교와 같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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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04.24 23:02

불쌍한 여자, 나쁜 여자

존스쿨(John School)에 강의 하러 간 적 있다. 성범죄자들과 민낯을 마주하면서 교육하는 내내 이 장소를 빨리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 뿐이었다. 교육대상자들은 20대~60대 너무도 평범한 남성들이었고 대부분 이 교육을 받는 것에 대해 억울하고 분노스러운 표정으로 엎드려 있거나 멍하니 시간을 때우고 있었다. 존스쿨은 미국 샌프란스코 시민단체 세이지(Sage)가 성관련 범죄자의 재범을 방지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로 대부분의 성구매 남성들이 자신의 본명대신 존(John)이라는 가명을 많이 사용한데서 명칭이 유래되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2005년 8월부터 전국 13개 보호관찰소에서 시행되고 있다. '뭉치'라는 성매매 경험 당사자 모임은 지난 3월 전주를 시작으로 대구, 서울, 부산을 순회하면서 당사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녀들은 묻는다. '성매매를 왜 선택했는가'라는 질문을 성구매 남성들에게는 하지 않고 성판매 여성에게만 던지는 이유를. 사회는 성판매 여성만을 공격 대상으로 삼고 있으며 성구매자인 남성들에게는 왜 아무런 책임을 묻지 않는가. 여성들에게만 탈(脫)성매매를 이야기할 게 아니라, 남성들에게도 탈(脫)성구매를 얘기해야 한다2002년 제정된 성매매방지법은 성판매여성의 인권을 보호하고 성산업 착취구조에 강력히 대응하는 국가 책임을 부여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현 성매매방지법이 성판매 여성을 자발적 선택인가와 비자발적 선택인가로 나눠 자발적 성판매 여성은 피의자(나쁜 여자), 비자발적 성판매 여성은 피해자(불쌍한 여자)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성판매 경험이 있는 당사자 목소리는 의미심장하게 들린다. '나는 업소에 들어 갈 때 고민을 많이 하지 않았다. 고민이라고 하는 것은 선택의 여지가 많을 때, 선택이 가능할 때 하는 것인데, 10대의 어린 나는 그것 밖에 다른 것을 고민할 수 없었다. 업소가 나를 보호 하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깔리고 깔린 것이 업소, 집밖에 나왔을 때 나에게 손을 흔든 사람은 업주, 나는 취약한 어린 아이였을 뿐' '지금 성매매현장을 떠올리면 진짜 무섭다. 내가 어떻게 될지도 모르고 죽을지도 모르는데 그때는 몰랐다. 언제나 폭력에 노출되어 있는 그게 일상이었으니까. 나 좀 살아 볼라고 했던 건데. 폭력에 노출되어서라도 살아 볼라고, 그런데 사람들은 그것도 내 선택이니까 책임지라고 한다. 내가 무엇을 선택했는가 폭력에 노출되는 것을 선택 했나 그런 사람이 어디 있겠나?' 일상에서 모든 순간을 선택했냐 안했냐로 이야기 할 수 없다. 일상은 삶의 연속이고 맥락이 있기기 때문이다.또 다른 여성은 이렇게 항변한다. 난 10대에 성폭력 경험으로 학교를 다니지 못했다. 그때 부모가 나를 보호해주지 못했고, 학교에서도 버려진 아이가 되었다. 주변의 시선들도 그랬다. 이렇게 성폭력 당하느니 차라리 돈을 벌자 했다. 처음부터 성매매를 생각한 게 아니었다. 성폭력과 성매매의 경계를 넘나들면서 매 순간 살기 위해서 존재했던 여성들에게 자발적 선택과 비자발적 선택의 경계는 이미 존재하지 않았다. 성폭력을 선택하는 여성이 없듯이 성매매를 선택하는 여성도 없다. 티겟다방 여성이 차배달을 나가서 성폭력 피해를 당했을 경우도 찻잔에 돈이 있었다는 이유로 피의자(나쁜 여자)가 되어야 하듯이 오직 댓가(돈)를 받았다는 이유로 성폭력이 성매매로 간주된다. 성구매 남성의 문제는 용납(묵인) 된 채 성판매 여성에게만 사회적 낙인을 찍어 자발적 선택인지 비자발적 선택인지를 밝히라는 것이 얼마나 비상식적이며 성차별적인가! 남성의 왜곡된 성적욕망에 대해서는 관대하면서 인권착취 당하는 여성들을 투명인간 대하 듯 하는 사회에서 여성들은 오늘도 생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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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04.17 23:02

지금은 콩나물시루를 바꾸어야 할 때

최근 4~5년 동안 매년 선거 때마다 등장하는 주요 화두가 보편적 복지국가의 문제이다.보편적 복지국가의 문제는 2012년 대선에서도 주요 화제였고, 2010년 지방선거와 2011년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무상급식, 무상보육, 무상의료 등이 대한민국에서 보편적 복지국가를 대표하는 정책이 된지 오래이다. 무상급식도 시행중이고, 무상보육도 시행중인데, 국민의 삶은 왜 나아지질 않는 것일까? 과연, 보편적 복지국가로의 길은 얼마나 더 많은 것이 있어야 가능할까? 보편적 복지국가에 대한 사람들의 입장은 크게 다음의 두 가지로 나누어진다. 현재 우리나라 수준에서 지금과 같은 정책의 확대라도 절실하다는 측과 무조건적 보편주의가 복지영역 전체를 하향 평준화한다는 두 가지 입장이다. 무상시리즈를 중심으로 하는 정책이라도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라는 측면에서 일면 의미가 있다. 다만, 국민들의 의식, 제도, 재원, 전달 시스템 등의 복지수준이 그 정도에 도달했는가에 대해서는 생각해 볼 문제이다.기업과 조직의 생산성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생산 인력과 시스템을 우선 갖추어야 한다. 인력과 시스템을 마련하지 않고 생산성을 높이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실패하는 조직과 기업에서 반복되는 오류 중에 하나가 제대로 된 시스템을 갖추지 않고 최대한의 이익을 창출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 복지현장에서 일어나는 일과 흡사하다. 선거 때마다 등장한 약속을 이행하기 위해, 또 증가하는 국민들의 복지욕구에 부합하기 위해 새롭게 실시되는 사업들(프로그램)은 증가하였으나 이를 감당할 시스템에 대한 투자는 지나치게 인색하기 때문이다. 최근 잇따른 사회복지공무원들의 자살을 통해 알려졌듯이 복지정책을 수행하는 일선 사회복지사들의 업무과다와 열악한 근무환경, 성과위주의 복지서비스 현장을 방치한 채 새로운 정책 들을 시행한다면 예측 가능하고 지속가능한 복지서비스의 구축은 실패하게 될 것이다. 대중의 인기에만 영합하는 프로그램과 눈에 띄는 것만을 추구하는 복지풍토와 고용불안과 지자체의 보조금에 의존해야 하는 민간복지서비스 현장에서 보편적 복지국가는 남의 일처럼 멀게만 여겨진다.중요한 문제는 지금 부터이다. 국민들 대다수에게 인식되고 있는 복지제도를 넓고 깊은 보편적제도로서 자리잡아가도록 하기 위해서는 프로그램에만 의존하는 현상을 벗어나고,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의 꿈만 따라가는 망상을 버리고 한국형 복지국가에 대한 진지한 모색이 이루어졌으면 한다.지금의 보편적 복지국가 논쟁은 복지현장을 지켜나가는 주체들에게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 고용불안과 미래에 대한 불안정한 상황에 놓여있는 민간분야 복지전문가들에게, 나이가 들어가고 경력이 쌓여갈수록 현장을 떠나야하는 것을 걱정하는 사람들에게 지금의 논쟁이 그리 즐겁지마는 않을 것이다. 물론, 지금과 같은 제도의 확대가 전혀 불필요하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러한 것들을 담아야 할 콩나물시루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콩나물시루는 확대하지 않고 콩나물 생산량만 늘리고자 하는 정부와 지자체의 마인드로는 제대로 된 성장이 어려움을 기억했으면 한다.이제, 우리는 우리방식의 복지전달체계를 제대로 고민해야 한다. 지방선거의 방편으로서의 복지제도가 아니고, 선거용 공약으로서의 보편적 복지가 아니라, 국민의 삶이 질적으로 풍요로워지는 제대로 된 변화가 일어나길 간절히 희망한다. 콩나물시루가 작음을 탓하지 않고 콩나물 생산량만 늘릴 것을 요구하는 우매함을 조속히 거두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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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04.10 23:02

달려라 118번 버스

전주에 살면서 가장 불편한 점이 무엇이냐? 라고 내게 묻는다면, 두 번 생각할 필요도 없이 나오는 대답은 "버스"이다.전주에서 생활하기 시작한 초창기, 기차를 타고 전주역에 내려서 자취방이 있던 전북대 근처로 이동하기 위해 당연히 전주역 우측, 대형 나이트클럽 건너편 정류장에서 전북대라고 쓰인 118번(지금은 119번으로 바뀌었다)버스를 탄다. 이 버스는 백제로를 따라 전북대쪽으로 달리는가 싶더니, 이내 아중리쪽으로 방향을 틀더니 결국 시내로 향하고 말았다. 회사로 돌아와 동료PD들과 기자들에게 전주 버스 노선이 좀 이상하지 않냐 물어보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듯 "전주 버스는 원래 그래"라는 것이며, 118번의 노선에 대해서 전혀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참고로 우리 직원 중 차가 없던 나를 제외하고는 어떤 PD나 기자도 버스를 타지 않는다. 정말로 버스 문제가 어려운 것은 중요한 그분들은 아무도 버스를 타지 않는다는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하여간 내 스스로 정확한 노선을 체험해보고 글을 쓰기 위해 오랜만에 전주대에서 119번 버스에 탑승한다. 기분 좋게 출발한 버스는 이내 우회전을 한 후 서부신시가지를 경유 이동교를 건너 당연하다는 듯이 또 우회전을 해서 서전주중을 지나 상산고 방향으로 가는가 싶더니 다시 효자광장 방향으로 어렵게 좌회전을 한 후 효자주공아파트를 들려주시는 친절함을 베푸시고는 용머리고개를 넘어 힘차게 전주천을 따라 터미널과 법원을 지나 전북대에 도착한다. 소요시간은 40분. 정말 전주대에서 전북대까지 오기도 쉽지 않다.버스는 또 쉼 없이 달려 사대부고사거리를 거쳐 힘차게 전주역으로 달려보는데 이내 해금장사거리에서 급좌회전 우아주공 주민을 배려하고는 우회전, 전주역에 도착한 관광객들까지 싣고서 다시 백제로를 달려본다. 해금장사거리에서 또 다시 급좌회전해서는 안골사거리와 모래내를 거쳐 기린로를 달려주신다. 객사앞 사거리를 향해 우회전, 한옥마을과 남부시장의 승객들을 모신 후 예상대로 평화동 주민들에게도 호의를 베푼 다음 꽃밭정이네거리에서 급우회전 후 다시 삼익수영장 방향으로 급좌회전하며 삼천동 주민들에게도 많은 은혜를 베푸신다. 그리고는 다시 급좌회전해서 평화동 동신아파트 주민들에게도 119번 버스의 존재를 알려준다. 이후 삼천동 농협공판장에 도착 멀고먼 여정을 마무리한다. 소요시간은 1시간 40분. 많은 승객들이 자주자주 타고 내려주셨으며, 기사님은 한번의 휴식도 없이 1시간 40분을 운전해주셨다. 호기심이 발동해서 전주시에서 친절히 안내해주는 노선도를 검색해보니, 전주와 완주는 이미 하나였다. 완주 동상면에서 평화동 교도소까지 운행하는 871번 버스는 물론 완주 구이면 백여리에서 송천동 농수산시장까지 운행하는 978번 버스까지 정말로 길고긴 버스 노선이 많기도 많다.말 많고 탈도 많은 전주 시내버스 뒤에 어떤 경제적 계산법이 있는지 나는 잘 모른다. 하지만 버스는 정말 중요하다. 버스야 말로 보편적 복지의 한 중심이기 때문이다. 1시간 40분의 노동을 쉼 없이 강요하는 현재의 전주 시내버스 노선은 너무도 가혹하다. 운전하는 사람의 피로는 결국 모두의 안전과도 연관되기 때문에 이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다. 최근 전주시의 발표에 따르면 승용차 이용율이 55.3%, 버스 23.6%, 택시 15.5%로 나타났다. 내가 살던 서울의 경우 승용차 24.1%, 지하철(철도) 36.2%, 버스 28.1%, 택시 7.2%라고 한다. 승용차를 줄이고 대중교통 이용을 늘리면 편리한 것에 더불어 환경에도 아주 좋다. 2013년 4월 현재 전주시내버스 요금은 1100원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정보는 무료 환승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렇다 전주시내버스 불편함의 해결점은 환승에서 시작된다.전주역에서 시작해 백제로를 따라 전북대와 서신동을 거쳐 평화동으로 가는 버스와 호남제일문을 출발 팔달로를 따라 시내와 한옥마을을 지나 평화동으로 가는 단순한 노선의 버스를 새로 만들자. 환승을 통해 기존의 버스를 더불어 이용할 수만 있다면 버스 타기는 정말로 편하고 즐거운 일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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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04.03 23:02

혁신학교를 넘어 학교 혁신으로

2009년 9월, 경기도에서 13개교로 출발한 혁신학교는 2013년 3월 현재 6개 시·도 교육청에서 추진 중이며, 전국에 456개교에 달한다. 그 중 경기도가 195개교로 가장 많고, 전북 84교, 서울 67교, 전남 51교, 강원 41교, 광주 18교 순이다. 비율로 보면 6개 시도교육청에서 혁신학교가 차지하는 평균 비율은 7.5% 정도이며, 전북이 11.1%로 가장 높고 이어 경기도가 8.9%로 그 뒤를 잇고 있다. 2014년까지 각 시도교육청이 목표한 혁신학교 지정이 완료되는 시점에서 보면, 전북은 13%를 웃돌아 전국에서 혁신학교 비율이 가장 높은 지역이 될 전망이고 광주가 9.8%, 경기도가 9.1%로 그 뒤를 이을 것으로 보인다. 전라북도 혁신학교 정책이 추진된 지 3년차를 맞이하고 있고, 올해 84교가 운영되고 있지만, 여전히 혁신학교가 무엇인지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있다. 지난 20일에 열린 2013 전북교육계획 설명회 토크 콘서트에서 혁신학교에 대해 김승환 교육감은 "혁신학교는 사람들이 생각할 때 '뭔가 뒤집는 거 아닌가'라고 생각하겠지만, 교육의 본질을 회복하자는 것"이라며 "우리 아이들이 날마다 배움터에서 뛸 듯이 기쁘도록 해주는 학교, 선생님들이 그동안 해왔던 것보다 더 아이들을 가르치는데 집중하는 학교가 혁신학교"라고 정의했다. 김승환 교육감은 "임기 중에 100개 혁신학교를 만들겠다고 약속드렸고 현재 84개가 지정돼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혁신학교 100개 지정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모든 학교에 혁신의 바람이 일어나 일정 단계에 가면 더 이상 혁신학교란 말이 필요 없을 정도로 모든 학교가 혁신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한 바 있다. 간단히 말하자면 혁신학교는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행복하고 교사와 학부모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지를 구성원들이 고민하면서 그 해답을 스스로 찾아나가는 학교다. 올해 전북의 혁신학교 정책 비전은 '혁신학교를 넘어 학교 혁신으로'로 정해졌다. 한마디로 혁신학교가 추구하는 핵심 가치와 민주적 문화, 성과 등을 전체 학교로 확산을 하겠다는 의미가 강하게 담긴 정책 방향이다. 그렇다면 혁신학교가 추구하는 구체적인 가치와 성과는 무엇일까? 이 물음의 한 가운데에 우리 아이들이 있다. 모든 아이들은 존중받아야 하고, 행복하게 배우고 성장할 권리가 있다. 그러나 우리 교육 현실을 돌아보면 아이들은 불행하고, 여전히 경쟁에 내몰리고 있으며 배려 받지 못하고 있다. 아이들이 불행하고 아이들이 자신의 미래에 대한 꿈을 갖지 못한다면 국가의 미래도 없다. 그래서 우리 학교에 대한 성찰, 아이들의 현주소에 대한 성찰이 필요한 것이다. 행복한 배움과 성장이 일어나는 학교, 한 아이도 뒤처지지 않도록 배려를 아끼지 않는 학교, 스스로의 삶을 가꿀 줄 아는 아이로 성장하도록 돌보는 학교로 바꾸는 것이 바로 혁신학교가 추구하는 문화이자 핵심 가치이고 성과이다. 학교가 어떻게 하면 아이들의 진정한 배움과 행복한 성장이 일어나는지, 어떻게 하면 학생·학부모·교사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지, 이제 전라북도 혁신학교에 그 길을 물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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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03.27 23:02

여성대통령과 성평등에 대한 착각

여성에 대한 차별과 폭력은 억지주장이며 오히려 지금은 남성차별 시대라는 주장과 마주할 때면 답할 가치도 못느낄만큼 어이없지만 빈번하게 접한다. 그들은 신임 검사 45명 중 여성이 32명이나 된다는 사실을 들먹이면서 여성문제는 다 해결되었다고 한다. 결혼과 출산을 포기한 젊은 여성들이 이기적이고 자기개발만 생각해서 국가미래를 책임지지 않으려 한다는 식으로 말한다. 여성이 국가를 대표하는 대통령이 되다보니 여성에 대한 차별을 얘기하기가 더욱 어려워졌다.우리사회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49.7%에 불과하며, 성별 임금 격차는 38.9%로 OECD 1위, 최저임금 이하 임금 노동자 중 여성노동자 비중은 무려 61.5%이다. 또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는 전체 여성노동자의 61.8%로 남성의 1.5배이며, 이들 중 고용보험 미 가입율이 60% 수준이다. 여성들은 노동시장에서 지속적으로 일을 했지만, 여성의 빈곤율은 남성보다 높고, 기초생활보호대상자 중 고연령층의 다수가 여성이다.우리사회는 여성폭력을 사회적 범죄가 아닌 개인적인 문제로 인식하는 경향이 지속되고 있다. 2012년 수원에서 발생한 '오원춘사건'의 경우 여성폭력 피해자가 구조요청을 했으나 '단순성폭행' '부부싸움'으로 취급하며 적극적 조치를 취하지 않아 폭력의 두려움속에서 결국 살해되었다. 일부 분야에서 일부 연령대의 여성이 약진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여전히 사회 곳곳에 여성에 대한 편견과 차별의 요소가 지뢰처럼 깔려 있다. 이렇듯 여성에 대한 차별이 심각한데도 성평등한 것처럼 착시현상을 일으키는 이유는 뭘까? 그것은 남성들의 의식불균형 때문이다. 시장의 경쟁구도가 더욱 치열해져 고용불안을 겪고 있는 남성들이 여성들의 피나는 시장 진입에 피해의식을 가지면서 불안감과 열등감이 고조되기 때문이다. 2011년 성평등보고서에 의하면 맞벌이 부부의 경우 평균 가사노동에 소비하는 시간이 남성은 36분, 여성은 2시간 34분으로 나타나 취업여부와 관계없이 가사일은 여전히 여성이 부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2년 육아돌봄을 위한 육아휴직자수는 총 6만4069명이다 이 중 남성 육아휴직자는 1790명, 여성은 6만2279명으로 남성 비중은 3%에도 미치지 못한다. 육아휴직 후 여성들의 복직이나 복귀하는 비율도 크게 낮다. 여성들은 임금노동과 돌봄노동 사이를 오가며 파김치가 되도록 뛰고 있다. 오죽하면 워킹 맘들의 생활고를 토로한 책 제목이 '엄마들을 위한 나라는 없다'이겠는가! 행정고시나 사법연수원 성적 등에서 여성이 약진하고 일부 중산층 여성의 삶이 편안해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날로 심각해지는 한국사회의 성 격차는 여성들로 하여금 결혼을 자발적으로 포기하게 만들었고 여성에 대한 차별은 여성들로 하여금 일상의 폭력을 경험하며 생존자로 생활하도록 하고 있다. 또 다수의 여성은 비정규직, 한 부모 가구주, 구직 단념자로서 존재한다. 여성대통령은 정치공학 필요에 의해 만들어졌을 뿐, 여성을 대표하는 대통령이 아님을 상기하기 바란다. 오히려 남성중심 사회시스템을 강화하는 역할을 할 가능성이 매우 크며 그런 방향으로 진행형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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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03.20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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