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25-11-07 07:52 (Fri)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chevron_right 새벽메아리

[새벽메아리] 주거기본법 제정 필요하다 - 김영찬

정부의 최근 발표된 "보금자리 주택"의 정책목표는 집 걱정 없는 대한민국 건설이다. 현 정부답게 주택정책 또한 4대강 정비사업 처럼 모든 것이 건설위주의 정책으로 그린밸트 해제를 하면서까지 보금자리주택 공급을 추진하고 있다. 보금자리 주택은 2018년까지 총150만호를 계획하고 있으며, 지역별로 수도권에 100만호, 지방에 50만호, 유형별로는 분양주택70만호, 임대주택 80만호이다. 그러나 여기에서 우려되는 것은 임대주택이 80만호라고 하지만, 실제 들어다 보면, 임대주택 중 10년간 임대후 분양전환 20만호, 장기전세(10년-20년) 10만호를 제외하면, 장기임대(국민임대 40만호, 영구임대10만호) 50만호가 전부인 것이다.그간의 정부들의 정책을 보면 목표량을 제대로 달성한 것이 없고, 또한 현재의 목표량에서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에 장기임대주택 공급이 50만호 인데, 지금 주거취약계층 들에게 요구되어지는 것은 영구임대 주택이다. 그러나 전국적으로 10만호를 공급한다고 하는데 2018년까지 과연 얼마나 전북지역에 공급이 될지 의문이다. 주택공급률은 100%가 넘는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현재 주택 및 주거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주택공급으로만으로 풀 수 없기 때문이다. 주거권 실현을 위한 주거권 확보, 현행 주택관련 각종 법률의 개정이 필요하며, 주거권이 명시된 주거기본법 제정이 필요하다.현재 보금자리주택은 여전히 최소한의 주택공급 위주의 주거복지정책을 진행하고 있다. 따라서 서민과 주거취약계층의 주거복지 및 주거권 실현을 위한 정책으로는 한계가 있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있어 일단 입고, 먹고, 잘 곳이 있어야 산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는 일반적인 상식일 것이다. 그러나 주거권이라는 것은 여전히 한국사회에서 매우 낯선 말 중에 하나이다. 그래서 아직도 우리사회에서 주택은 단순한 공간으로서 인식을 하며, 투기대상, 재산목록 1호로써 철저한 사유재산 목록으로만 인식되어져서 주거가 권리로써 이야기 되어지는 공적영역의 주거정책이 제대로 실현되어지지 않고 있다.현재 전국적으로 민간단체를 중심으로 주거권(주거복지)실현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통해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기 위한 공론화 작업을 진행 중에 있으며, 또한 장애인 및 노인 단체를 중심으로 하여 장애인주거지원법 및 고령자주거안정법 등을 요구하고 있으며, 국회에 입법 발의를 신청하고 있다. 이는 정부에서 주거복지 및 주거권 실현을 위한 정책이 미약하다 보니 이제 당사자들이 직접 나서는 경우이다. 전주에서도 10월9일에 장애인단체들이 모여서 장애인주거지원법 제정을 위한 간담회를 개최한바 있다.한국사회 주거취약계층과 서민들 나아가서는 전체 국민의 주거권 즉 권리로서의 "기본적인 주거기본법"이 없는 상황에서 장애인, 노인의 주거권만 보장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주거권 확보를 위한 민간단체 및 당사자 간 연대와 논의가 더욱더 긴밀하게 이루어져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고, 주거 및 주택이라는 것이 국민의 주거권으로 인식되어지도록 정부에게 요구하고, 또 요구하여 현재의 한국사회 주거정책의 변화를 이끌어 내야 한다./김영찬(전주주거복지센터 사무국장)

  • 오피니언
  • 기타
  • 2009.10.21 23:02

[새벽메아리] 지방의원 역할의 참모습 - 김길중

자기 동네와 도시에 대한 여러 개선사항이나 창의적 요구를 가진 시민은 우선적으로 민원이라는 절차를 통해 관에 제기한다. 경험 있는 시민이라면 느끼는 일이지만, 제기하는 입장과 처리하는 입장사이에 매우 큰 벽의 존재를 체험한 일이 많을 것이다.제기된 민원이 거부되거나 두루뭉술한 답변으로 넘어가는 경우, 여기서 포기하는 비율이 많다. 설사 포기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재삼 반복되는 좌절감에 제풀에 지쳐 떨어져 나간다. 이 과정속에 사그라진 민원 가운데 매우 발전적인 내용도 포함되어있으리라 본다면, 관과 민사이의 소통하는 시스템의 부재로 인해 시민참여에 의한 도시만들기가 얼마나 요원한 일일지 생각해보면 아득하기도 하다.거절되거나 수용되지 않는 경우에 집단화된 요구로 만들어지기도 하고 민원인을 대변해서 관과의 교섭을 대리해줄 지방의원들의 힘을 빌려 관철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이 비율은 매우 적다.더구나, 지방의원도 시민의 일원일 뿐 수십년 관료생활의 노하우에서 만들어지고 구축된 견고한 선입견을 가시게 하고 새롭고 창의적인 일을 제안하여 관과 민이 동반자로써 함께 만들어 내는 일이란, 매우 힘들 것이라고 짐작해본다.지역사회에 대한 여러 고민과 그것을 풀어나갈 실천을 통해 이룩한 주민운동의 성과가 '여울목 섶다리'에 담겨 있다. 관에서 보기엔 굳이 아니해도 될 일을 성가시게 제기하였지만, 민간의 자발적 움직임을 지원하게끔 관을 움직이게 만든 제반과정을 통해 두 번째 섶다리를 놓고 작은 잔치를 치뤘다. 두 번째 놓으면서는 그간 서로(민과 관)가 학습한 소통의 방법을 통해 이 시스템의 업그레이드를 확인했다. 이 학습은 진행 중이며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흥미로운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주민의 자발성을 원동력으로 했고 중단 없는 의지를 바탕으로 관을 움직이게 만든 주민들의 노력도 크겠지만, 관과 민 사이를 잘 이어준 지방의원들의 역할이 매우 컸다. 선입견과 편견, 관행에 치우치지 않게끔 관과 민 사이에 소통할 수 있는 창구(워크샵 등)를 주선하고, 쉽게 관의 힘에 의존해 일을 처리하려는 주민들에게는 주민주도의 자발성이 생명력임을 일깨우며 파트너쉽을 통해 협력할 것을 권고하여 소통시켰다.사는 동네의 시의원이 누구인지 모르며, 성씨가 ㄱ에 가까운 후보를 1번(통상여당의 번호)이기에 선택하는 우스꽝스러운 수준의 지방정치풍토에서 제대로 된 주민자치를 구현한 것이다. 관과 민이 제대로 된 소통의 창구를 가지며 민의 창의력을 살려 말 그대로 '참여행정'을 일구어낼 핵심적인 위치에 있는 지방의원들의 역할을 새삼 깨달았고 존재를 확인하였다. 덕분에 이 일대의 시민들은 지방의원이 무엇을 해야 하고, 스스로는 여러 고민들을 어떻게 해결해 나갈지에 대한 해답과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다.내년이면 다시 지방의원과 단체장 선거가 예정돼 있다. '얼굴도 성도 모르는' 정치꾼이 어느날 갑자기 표를 읍소하는 것 말고, 민과 관 사이에서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고 주민의 요구를 현실화하려는 주민운동 속에서 발굴되고 검증된 선량들이 의회에 진출되어야 함을 새삼 깨달았다.2010 여울목 섶다리가 관과 민, 그것을 이어줄 지방의원, 덧붙여 풀뿌리 주민조직의 마을만들기와 문화적 요구를 프로그래밍해줄 시민단체의 파트너쉽으로 만들어지고, 또다시 성장한 주민운동의 성과로 등장하기를 스스로에게 주문하고 기대하고 있다./김길중(한의사)

  • 오피니언
  • 기타
  • 2009.10.14 23:02

[새벽메아리] 우리가 지켜야할 소중한 가치 - 최성은

국회가 재래시장과 가까운 곳에는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의 진입을 규제하는 법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동네상권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대기업은 대형마트로도 부족한지 동네 구석구석 슈퍼 슈퍼마켓(SSM)의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재래시장과 동네슈퍼는 물론, 동네 책방, 동네 주유소, 동네미용실, 동네 빵집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먹어도 먹어도 배부르지 않는 괴물처럼 말이다. 그런데 시장친화적인 정부는 스스로 경쟁력과 자생력을 키우라고만 한다.흔히 재래시장이나 동네상권을 보호해야 논리로 경제적 가치를 논할 때가 많다. 그러나 이런 경제적 가치도 중요하지만 경제적 가치 말고도 우리가 재래시장이나 동네상권을 보호해야 하는 중요한 사회문화적 가치가 있다. 바로 소통의 가치, 공동체적 삶의 가치이다.필자의 경험(필자의 부모님은 오랜 세월 동안 동네슈퍼를 운영하셨다)에 비춰볼 때 동네가게는 소통의 공간, 정보의 공간, 나눔의 공간이다. 동네 아이들부터 어르신들까지 동네어귀에 있는 슈퍼에서 서로의 안부를 묻고 동네 돌아가는 이야기를 나눈다. 때론 가게는 마실 나온 동네아주머니들의 사랑방이 되기도 한다. 오랜만에 고향을 찾은 이에겐 반갑기도 한 추억의 장소가 되기도 한다. 또 외지인들에게도 중요한 정보 습득의 공간이다. 사람을 찾을 경우나 방을 구 할 경우에도 손쉽게 찾아 볼 수 있는 곳이다. 이러한 소통은 동네슈퍼에는 있지만 대형마트나 편의점엔 없는 정감 있는 상품이다.몇 년전 외국에서 꽤 오래동안 머무를 기회가 있었다. 처음엔 그 도시의 중심가에 있는 대형마트를 자주 찾았다. 딱히 많은 것을 살 필요가 없었지만 음료수 한 개 를 사려해도 대형마트를 찾았다. 돌이켜 보면 편리해서가 아니었다. 그건 소통의 두려움이었다. 언어가 통하지 않으니 물건 값이 얼마인지 물어보기도 두렵고 해서 찾아던 것이었다. 그러나 어느 정도 익숙해지고 일상적인 대화에 어려움이 없어지자 대형마트보단 근처의 동네가게가 훨씬 편하고 친근했다. 매일 들리다 보니 가게 주인과 안부도 주고받고 동네 사정도 알게 되었다. 지금도 그 도시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하나의 풍경이 되었다.재래시장 역시 중요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흔히 외국 여행을 가면 대부분 재래시장을 들리곤 한다. 상품을 사려는 이유도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재래시장에 가면 그 나라의 문화 그 도시의 문화를 가장 잘 알 수 있고 소통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은 단순히 물건을 사고 파는 장소가 아니라 문화를 체험하고, 소통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여행 안내서를 보면 대부분 그 지역의 오래된 재래시장이 표시되어 있기도 하다. 그만큼 재래시장은 경제적으로도 문화적으로도 중요한 공간인 것이다.정부는 대형마트나 SSM 규제를 세계무역기구(WTO) 무역협정 위반이라고 강조하지만 유럽 각국은 오히려 규제 정책을 강하게 펴고 있기도 한다. 물론 대형마트가 다양하고 상품들을 쾌적하고 값싸게 쇼핑할 수 있는 편리함도 있다. 그러나 편리함과 경제적 가치만을 최우선으로 한다면, 또 다른 중요한 사회문화적 가치를 잃게 될 것이다./최성은(전주시민미디어센터 사무국장)

  • 오피니언
  • 기타
  • 2009.10.07 23:02

[새벽메아리] 집수리 자활공동체사업 활성화 해야 - 김영찬

자활근로사업은 국민기초생활 보장법에 의한 보건복지부 지정 지역자활센터에 의해서 저소득층에게 자활을 위한 근로의 기회를 제공하여 자활기반을 조성하는 사업으로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희망근로 사업처럼 한시적인 일자리 제공이 아닌 저소득층의 자활촉진을 위한 자활공동체 창업 등에 목적을 두고 있다. 여기에 집수리자활공동체 사업은 그 규모나 자활사업에서의 역할이라는 측면에서 의미 있는 발전을 해왔다. 그리고 발전의 계기에는 수급자대상 자가 가구 "주거현물급여집수리"와 민간에 의한 주거환경개선사업이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그리하여 집수리사업은 단순한 '노가다'가 아닌 공익적인 주거복지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동시에 저소득층 주민들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소위 사회적 기업으로서의 특성을 띄고 있다.노동부 "사회적 기업"이라 함은 취약계층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거나 사회서비스를 제공하여 지역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등의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며 재화 및 서비스의 생산?판매 등 영업활동을 수행하는 사업체라 할 수 있다. 사회적 기업은 여러 가지 형태의 지원(세제지원, 전문 인력 지원 등)을 받고 있다. 민법상, 상법상 법인이 아니면 사회적 기업으로 인증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현재, 집수리자활공동체는 공동개인사업자로 되어 있어 사회적 기업이라 홍보 할 수 없다. 그러나 자활공동체는 사회적기업의 목적과 형태를 띠고 있다는 점이다.보건복지부 자활사업의 큰 축을 이루고 있는 자활집수리공동체를 통해 주거복지에 대한 공론화를 만들어 냈으며, 고용창출에 기여하고, 사회적 결속을 이루고 사회적 자본을 창출하여 지역발전에 기여함이 크다고 볼 수 있다. 현재 전북지역 시/군단위에 지역자활센터를 통해 배출된 집수리자활공동체는 13곳이 있다. 전북지역의 주거복지분야의 한축을 이루고 있는 저소득층 집수리사업 및 기타 공공영역의 주거환경개선사업의 당당한 주체로 기반을 조성하고 있다. 집수리자활공동체는 협동조합 방식의 성격이 강하다. 또한 사회적기업의 목적을 실현해 가고 있다.전북지역의 13개 집수리자활공동체(전북주거복지협의회 결성)에는 수급자, 차상위계층, 일반인 등으로 구성되어져 있으며, 정규직, 계약직, 일용직 약100명가량이 참여하고 있다. 매년 마다 각 지역에 어려운 이웃들의 집수리를 유료 및 무료로 진행하고 있으며, 주거취약계층을 발굴하여 지역복지단체와 복지서비스 연계를 하고 있다. 저소득층 집수리 공사 액의 한도가 정해져 있기에 가구 수는 많아도 수익창출에는 어려움이 있어 일반건축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그리고 보호된 시장이 열악한 상태에서 추가로 사회적일자리 및 고용창출을 만들어 가는데 어려움이 있다.자활근로사업단 및 자활공동체 등 취약계층이 중심이 되는 새로운 사업형태 및 생산자 협동조합에 대해 적정한 법적인 지위를 부여하고, 보건복지부 자활사업에 대한 적극적인 법령 정비를 통해 "자활기업"으로의 발전을 이루어야 한다. 우선 전라북도를 비롯한 각 지자체 및 한국토지주택공사 전북본부 등의 공공부문 주거환경개선사업의 우선위탁 활성화 및 주거복지의 파트너로서 활성화 시켜내야 한다./김영찬(전주주거복지센터 사무국장)

  • 오피니언
  • 기타
  • 2009.09.23 23:02

[새벽메아리] 마을만들기, 시민 자발성 극대화 필요 - 김길중

동네에 대한 관심과 깊은 연구를 이어가고 그 결론으로 전통사회의 공동체적 문화가 스며있는 섶다리를 복원해 보겠노라고 나섰다.만드는 과정에서 공동체를 형성할 것이며, 해마다 만들어 이용하고 철거하는 주기의 축제를 통해 공동체가 강화 될 것이라는 확신아래 시작한 일이다. 일순간 튀어나온 내용이 아니라, 아이들 통학로 문제로 시작된 마을에 대한 자발적 관심에서 비롯되었고, 단지내에 작은 도서관을 만들어 보자는 움직임으로 이어져 책을 모으고 자원봉사로 운영되는 문고를 운영하며 그 꿈을 키워가는 중이다. 단지와 주변 하천의 쓰레기를 주음으로써 내가 아끼고 가꿔가야 할 동네의 주인이라는 의식 함양을 목적으로 하는 캠페인이 이어졌다. 동네에 대한 즉자적인 관심이 여러 촉매들과 어우러져 의미 있는 주민활동으로 승화되면서 도심속 아파트 공동체를 만들어내고자 하는 움직임이었다.이런 배경의 자생적인 주민들의 움직임은 벽에 맞닥뜨려야 했다. 섶다리를 놓는 데서 전통사회와 달리 국가에 위임됨으로 인해 법률적 규제의 대상인 하천점용허가 행위이며, 허가 받아야 할 객체로 바뀌었기 때문이다.(제제와 법률적 규제의 불가피성을 간과한 이야기는 아니다)재난과 이용시민들의 안전을 고려해야하는 주무관청의 입장을 모르는바 아니었고, 관과 민이 함께 노력해갈 여지가 있으니 부정적인 면을 강조하기보다 이 노력이 도시공동체 형성에 있어 많은 순기능 할 수 있음을 함께 볼 것을 주장했다.반면에 박제화 된 축제 일변도의 현재에서 도시민들의 삶과 흥이 담겨있고 전통과 현대가 조화되고 자발적인 민간주도의 노력이 그대로 담겨 있기에 전주시가 지향하는 전통문화와 생태를 엮어 관광상품화 하겠다는 계획에 앞서 부응하는 것이 아니겠느냐는 주장을 미처 다하지 못했다.전주시를 통해 허가가 나고 보조금이 집행되는 과정을 통해 민과 관이 협력하는 모습을 만들고도 섶다리 축제가 지향했던 이런 포부와 속내는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다. 섶다리가 현행법령상 그저 하천점용허가라는 과정을 받아야 할 구조물로만 인식되어 그에 대한 지루하고 알맹이 없는(섶다리 축제의 온전한 의미가 제대로 다뤄지지 못하고 지엽적인 것으로 소모했다는 뜻임) 교섭과정만을 거쳤기 때문이다.근자에 마을만들기가 중앙정부의 예산지원 중단 등으로 인하여 표류할 위기에 처했다는 보도를 접했다. 물론, 이런 노력의 현실화를 위해서는 예산 확보도 중요하다. 그러나 많은 전문가들의 지적과 진안등지에서 이룬 성과와 교훈 등을 통해 보건데, 관건은 자발적인 주민들의 노력을 어떻게 지원해줄 것 인가 이다. 관련한 전담부서의 설치도 필요할 것이다.아울러 법률적으로나 행정체계상 가능한지는 모르겠지만, 민원실의 책임자를 관료출신이 아닌 시민사회 출신의 정무직으로 임명하여 관료의 시각이 아니라 시민의 시각이 최대한 반영되게끔 하는 노력이 필요한 게 아닐까 싶다. 마을만들기는 공모사업만이 아니라 자기가 살고 있는 동네에 대한 관심이 쏟아지는 민원의 현장에 존재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민원이 불평의 표출이 아닌, 지역사회에 대한 요구의 집약이며 담당 공무원이 처리해야할 귀찮은 일이 아닌 시민들의 창의력과 요구가 담겨있는 귀중한 보고로 여겨야 한다. 섶다리에 담긴 주민들의 취지와 지향이 언제쯤 십분 전달 될 런지 이런 것 말고 어떤 방법으로 전통문화도시를 만들 것인가? 나는 오로지 이러한 길에서만 가능함을 다시 한번 주장한다./김길중(전주 섶다리만들기 시민모임 자문위원)

  • 오피니언
  • 기타
  • 2009.09.16 23:02

[새벽메아리] 공동체적 삶의 복원 - 최성은

1950년대 후반 미국의 한 의과대학 의사인 울프교수는 농장에서 여름을 보내던 중 옆 마을에 심장마비 환자가 거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 마을은 로제토라는 마을로 이탈리아의 로제토라는 마을에서 이민 온 사람들이 모여 마을을 이루었는데, 당시 65세 미만 미국인의 사망원인 중 1위가 심장마비였기에 그는 이 마을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는 유전적 기질, 음식, 운동, 지역적 요인 등 다각도로 조사를 벌였다. 그러나 원인을 밝혀낼 수 없었다. 혹시 유전적 요인이 아닐까 했지만 이탈리아의 같은 마을에 살던 사람들도 미국 내 다른 지역에 거주하면 심장병이 발병하는 일이 많았다. 오랜 시간 후에 그는 놀라운 사실 하나를 발견하게 된다. 로제토 마을 사람들이 건강하게 살 수 있게 된 비밀은 식생활이나, 유전, 운동, 지역적 특성에 있는 것이 아니라 마을 공동체 그 자체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마을 사람들은 길을 걷다가 마을 사람들을 만나면 안부를 묻고 잡담을 나누며, 뒤뜰에서 음식을 만들어 서로 나누어 먹는 '마을 공동체'였던 것이었다. 고향마을의 농촌문화를 그대로 옮겨온 로제토 마을 사람들은 공동체 생활을 만들어냄으로써 현대 사회의 압박과 스트레스를 이겨내고 있었던 것이다(아웃라이어,말콤 글래드웰).돌이켜 보면 과거 우리의 모습에는 이러한 모습이 많았다. 이웃과 함께 어울리면서 나눌 줄 아는 더불어 함께 사는 삶을 살았던 것이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개발과 경제적인 발전, 신자유주의적 관점의 물질적 풍요를 강조하는 세태가 되면서 이러한 삶은 조금씩 사라져 갔다. 그렇다면 경제성장이나 혹은 물질적 풍요가 우리의 삶을 건강하고 행복하게 만들었을까?미국 사회 공동체가 파괴되고, 미국인들의 '사회적 연계와 연대'가 어떤 식으로 단절되어버렸는가를 다양하게 보여주고 있는 책 <나 홀로 볼링>에서 로버트 퍼트넘은 경제성장이나 혹은 물질적 복지가 근본적으로 공동체를 소생시켜주면서 인간을 자유롭고 행복하게 만들어주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퍼트넘은 20세기 후반의 수십 년 동안 미국 전역의 많은 지역사회 단체, 투표, 전문직 단체, 노동조합, 소규모 취미 단체, 종교 단체 등의 공식적 부분의 활동뿐 아니라 친구와의 유대, 이웃의 방문 등 개인적인 사교 활동에 이르기까지 모든 부문에서 참여가 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통계 자료를 통해 밝히고 있는데, 이에 대한 가장 두드러진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 바로 미국의 '볼링' 문화의 변화이다. 1960년대 후반부터 미국에서 '나 홀로 볼링'을 하는 사람이 늘어났다고 한다. 미국 사회가 깨진 유리조각처럼 '개인들의 원자화'로 파편화가 되었으며, 특히 레이건과 부시의 집권기에 풍미한 신자유주의 물결에, 원자화된 개인은 나 홀로 볼링을 하는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문제는 이러한 나 홀로 볼링으로 상징되는 미국의 사회적 네트워크와 공동체의 해체 그리고 사회적 고립이 육체적시민적 건강에 악영향을 끼쳤다는 것이다.요즘 잘사는 것에 대한 관심들이 많다. 이를 위해 많은 사람들이 운동이나 먹거리, 경제적인 것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건강한 삶을 살기 원한다면 이러한 물질적인 것보다는, 나만 잘되면 된다는 고립된 삶이 아닌,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적 삶을 복원하는게 어떨까 싶다./최성은(전주시민미디어센터 사무국장)

  • 오피니언
  • 기타
  • 2009.09.09 23:02

[새벽메아리] 어머니 신드롬 그리고 역할스트레스 - 이윤애

행동하는 양심이자 시대의 큰어른이셨던 김대중 전대통령이 우리곁을 떠나셨다. 길지 않은 기간동안 노무현 전대통령에 이어 김 전대통령마저 떠나보낸 우리 마음은 이젠 기대고 의지할 데 조차 없어 하염없이 비통하고 허전해 하고 있다. 두 전직대통령 정부에서 장관과 국무총리를 지낸 한 정치인은 현재의 심정을 고애자(孤哀子)와 같다고 표현했다. 그렇다. 우리는 지금 세상살이의 어려움 속에서 기댈 어떤 곳을 혹은 누군가를 간절히 원하고 있다. 그 대상이 존재할 때는 찾아가 안기고 기대면서 긴 호흡과 함께 안식을 취할 수 있으련만, 아늑한 품과 든든한 등을 내어줄 이 없고 편안하게 쉴 곳이 마땅치 않은 사람은 자기설움에 북받쳐 그저 탄식만 나올 뿐이다.가족, 부모 그 중에서도 어머니의 품은 모든 이들이 편안하게 쉴 수 있는 물리적, 심리적 공간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지치고 힘들 때면 어머니의 자궁같은 안락한 곳으로 찾아들거나 그리워한다. 그것도 지치고 힘들 때 만이다. 작년부터 시작해 요즘 우리 사회는 어머니 신드롬이 지속되고 있다. 소설, 드라마, 뮤지컬, 연극, 영화 등 다양한 공간에서 어머니는 약간 다른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으나 희생하고 품어주고 그늘이 되어주는 어머니임에는 틀림없다. 올 봄 우리 지역에서 치러진 국회의원 재선거에서 한 정치인의 중심코드도 어머니였다. 하지만 뒤집어 생각해 보기로 한다. 힘들거나 문제가 발생했을 때 왜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어머니 역할만을 요구하고 그 뒤에 숨으려고 하는지, 주변인으로부터 강요되는 어머니의 역할에 정작 어머니 스스로는 버거워하시지는 않는지, 그 역할이 부담스러워 스스로를 모성이라는 틀 안에 가둬버리시지는 않으셨는지 어머니도 분명 맛난 음식을 좋아하시고 즐거운 놀이에 흥겨워하시고, 아름다운 경치에 감탄하시며 행복해하실 줄도 아신다.그러나 기억되는 어머니 모습이란 자식을 위해 헌신을 마다하지 않으신 모습이거나 '난 배 안고프니 너나 어이 먹어' 하시고 부뚜막에 걸쳐 앉아 물 한 바가지 벌컥 들이키시는 모습, 아랫밥상에서 '난 생선대가리가 맛있어.'하시는 정도의 모습들이다. 왜 한 번도 어머니가 자신을 위해 아버지에게 자식들에게 당당하게 요구하는 모습은 기억되지 못할까? 자식들이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어머니들은 한 번도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알아차리고 자신을 위해 당당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작년 이맘때 국민드라마 '엄마가 뿔났다'를 보면서 드라마작가의 맛깔스러운 대사에 열광했고, 밉지만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들에 사랑을 듬뿍 보냈다. 하지만 어머니 '한자의 안식년 휴가(많은 이들은 가출이라고 받아들임)'에 극중 가족들의 생활은 온통 엉망진창 뒤죽박죽이 되었고, 시청자들은 한자의 탈출에 '이해는 가지만 엄마로서의 역할' 운운하며 비난이 쇄도했다. 이에 작가는 한자를 비난하는 이들을 향해 '엄마를 늬들 밥으로 생각하지 말라'며 일갈했다. 먼 훗날 내가 떠난 자리에서 자식들의 추억속에 이기적이라고 비난받을지라도 혼자서 산티아고 순례길을 떠날 줄 알고, 통통하게 살오른 제주은갈치구이의 가운데 토막을 좋아하는 어머니로 기억되고 싶다./이윤애(전북여연 공동대표)

  • 오피니언
  • 기타
  • 2009.09.02 23:02

[새벽메아리] 용산참사 진실규명은 우리의 문제 - 김영찬

서울시의 도시정비사업의 일환으로 이우어진 재개발사업에 따른 용산지역의 일방적 철거로 인해 주거권(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싸워왔던 주민들의 용산참사는 벌써 7개월이 지나고 있습니다. 다섯 분의 시신은 아직까지 차가운 냉동고에 갇혀있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해결의 실마리는 보이지 않고 정부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습니다.김대중 前대통령의 생존당시 일기장에는 2009년 1월 20일에는 용산 참사 과잉진압 논란과 관련, "참으로 야만적 처사"라며"추운 겨울에 쫓겨나는 빈민들의 처지가 너무 눈물겹다"고 술회했고, 또한 UN 사회권규약위원회에서는 "퇴거를 당하는 사람들이 원치 않을 경우 겨울철과 같은 악천후에는 퇴거를 수행해선 안 된다" 하였으나, 이 나라는 주거권도 주거복지도 없는 나라로 세상의 조롱거리가 되고 있습니다.우리지역은 어떨까요. 재개발이라는 사업을 통해 얻으려고 하는 것은 무얼까요? 오랜 기간 동안 살아온 원주민들의 공동체를 파괴하고, 생각지도 않은 주거이주를 해야 하며, 원주민들의 재정착률도 턱없이 낮은 현실에서, 또한 미분양 아파트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도시 환경생태계를 파괴하면서 까지, 우리는 무얼 얻으려고 할까요. 재개발을 원칙적으로 반대하는 하자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지역주민의 참여가 형식적인 상태에서는 우리가 얻으려는 것보다는 잊는 것이 너무 많기에 현재 몇몇 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갈등과 반목, 비리가 발생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전라북도 및 전주시 도시주거환경정비기본계획에 따른 재개발/재건축 사업 등에 따른 세입자 및 원주민의 주거문제에 대한 중장기적인 대책 필요하며, 무엇보다도 각종의 정보 및 홍보가 미흡하여 관계 지역주민들이 혼란스러워 하고 있으니, 공공과 학계, 민간이 함께하여 올바른 재개발/재건축에 대한 주민이해를 돕기 위한 설명회 및 홍보활동과 함께 사전 실태조사 사업 등이 필요합니다. 조합설립에서는 올바른 조합장을 세우는 것이 필요합니다. 또한 공무원들의 적극적인 지도/감독도 필요합니다.현재도 전주지역 몇몇 지역은 조합과 비상대책위간에 대립으로 인해 난항을 걷고 있는 현실에서 각 주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가장 피해를 보는 것은 아무것도 모른 체 언제 길거리로 쫓겨나야 할지 모르는 힘없는 우리의 이웃들이 아닐까요. 그나마 적은 보상비도 얼마나 되는지 제대로 알지 못하고, 어떻게 보상비 및 이주비를 받아야 하는지도 모르고 있는 게 대다수입니다.용산참사는 민주주의를 지켜내고, 주거권을 실현하는데 있어 우리가 해야 하는 일들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알려주고 있으며, 한국사회의 도시정비사업 및 주거문제의 정책과 제도의 보완을 요구하는 것입니다. 싸늘한 주검으로 아직도 차가운 냉동고에 갇혀 있는 억울한 주검 앞에 언론도, 주거관련 전문가들도, 복지/시민사회단체도 뒷짐만 지고 있어서는 아니 됩니다. 용산참사는 제2의 5.18항쟁이며, 민주주의 후퇴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고 많은 이들이 말하고 있습니다. 용산참사의 진실규명을 해야 함은 바로 우리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김영찬(전주주거복지센터 사무국장)

  • 오피니언
  • 기타
  • 2009.08.26 23:02

[새벽메아리] 전통문화예술도시 조성 시민참여가 관건 - 김길중

입주민 600여세대중 200여 가구가 다리 놓기와 잔치 기금마련에 참여하였다. 다리의 주된 이용객들은 입주민이 아니었고 단지내가 아니라 인근 하천에 만들어야 하지만, 강요되지 않은 자발적 모금에 경쟁이라도 하듯 참여하여 700여 만원을 모였다.오래전 새마을 운동시절 이야기가 아니다. 지난 가을 '섶다리'를 복원하자며 '우리가 앞장서 나설테니 시청에서는 열린 마음으로 이 생소한 실험에 협조(실상 허가임)해 줄 것'을 요구하고 설득하며 시작한 2년여의 노력이 결실을 맺은 주민들의 정성에 대한 내용이다.지나고 보니 '섶다리'라는 민간의 시도가 행정관청과의 새로운 민관협력 모델을 세운 것으로 여겨지고, 다른 도시들이 재난위험과 안전문제를 해결하고 섶다리 설치의 기준을 만들어낸 모범사례로 꼽히며 전주의 사례를 준용하고 있는 처지가 되었다.하지만 전통을 소재로 도시공동체 형성과 새로운 문화 창출에 초점을 두고 제기했으되 수용하는 측에서 단편적으로 구조물로 여기며 하천법과 관리상의 어려움만을 가지고 초지일관 부정적으로 대했던 과정을 통해 시민들의 창의적인 노력과 창조적 비전을 현실화 시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깨달아야 했다. 아울러 사장되기 쉬운 것이 바로 시민 참여와 창조적 자발성이라는 것을 확인하고는 절망을 맛보기도 했다.(축제후 민간의 자발적 노력에 못미친 관의 자세 전환이 필요하다는 내부 질책이 있었다는 후문이다)전북일보가 몇년전부터 전주가 가져야할 비전과 선진사례를 통해 전주의 미래를 비춰보면서 일관되게 제시하고 있는 '시민 참여가 이루어지고 창조가 존재하고 지속가능한 경쟁력 있는 도시'에 부합하는 대목으로 여겨 언급하였다.전통 생활양식이 잘 보존되어 있고 찾아보고픈 한옥마을이 있는 도시, 비빔밤과 콩나물국밥으로 상징되는 맛깔진 음식이 떠오르는 도시, 영상산업의 새로운 메카로 도약하고자 투자가 활성화되는 도시, 막걸리라는 테마 자체가 관광상품화 되는 도시, 유래를 찾기 힘든 家麥이라는 독특한 문화의 도시 등, '전통문화와 예술, 생태와 사람이 조화를 이루는 도시'에 대해 많은 이야기가 오가고 있다. 전주시도 이런 방향설정에 동의하고 서두르고 있다.문제는 그것이 어떤 과정을 통해 이루어지는가에 달려있다.전주가 가야할 길의 핵심은 '전주다운 맛과 멋과 혼이 살아있는 도시'일 것이다. 전주에서 서울의 맛과 혼이 느껴진다면 사람들은 전주가 아닌 서울을 찾지 아니 하겠는가?전주의 멋과 혼을 어떻게 살아 숨쉬게 만들가의 문제다.도시민들의 맛과 멋, 혼이 배제된 공간은 사람이 사는 도시가 아니라 여러 유물이 잘 전시된 박물관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전주의 한옥마을이 다른 한옥마을에 비교되어 각광받는 이유가 바로 이 대목 때문 이며,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적절하게 공존하는 도시의 면모 때문일 것이다.소재로써의 전통 문화와 예술이 아닌 도시민의 삶을 잘 배치하고 어우러지게끔 하는데 달려있다. 그것에 동의하고 참여하는 사람들의 '창조성 극대화'가 핵심인 것이다.시민들의 제기는 창조적이며 항상 맞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시민들의 창조적 제기가 관료들의 보수적 접근에 우위에 있어야 함을 말하지는 않겠다. 시민들의 창조성과 기존 질서에 기초하는 보수적 접근에서의 적절한 접점 찾기가 과제일 듯하다. 전통문화예술이 살아 숨쉬는 도시는 오로지 이 과정을 통해서만 만들어지리라 확신한다./김길중(전주섶다리만들기시민모임사무국장)

  • 오피니언
  • 기타
  • 2009.08.19 23:02

[새벽메아리] 진안 미니 FM의 열흘간 실험 - 최성은

"90.7Mhz, 여기는 진안마이라디오 미니FM 방송입니다."지난 7월 31일 진안에서는 마을축제 시작과 함께 작은 라디오 방송이 첫 전파를 쏘아 올렸다. 많은 지역민들이 관심을 기울였고 큰 호응을 얻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한시적인 미니FM이라 8월 9일 마지막 방송을 끝으로 전파를 접어야 했다. 그렇지만 이번 열흘간의 특별한 경험에서 몇 가지 중요한 지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첫째, 지역 매체의 필요성과 역할이다. 많은 학자, 시민단체들은 서울중심의 매체에서 벗어나 지역사회의 이해와 욕구, 관심사를 반영하고 실현할 수 있는 지역 사회 내 공론장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지역매체가 필요하다고 말해왔다. 그래서 지역 언론이 황폐화 되는 정부의 언론정책을 비판해왔던 것이다. 일부는 글로벌한 시대에 굳이 지역에 한정된 매체가 필요한가라는 반박을 할지 모르겠지만 여전히 지역에서는 우리 지역의 소식, 나와 내 주변의 이야기에 목말라 했던 것이다. 이번 축제 동안 지역민들은 자신들과 주변인들의 이야기가 라디오를 통해 나오는 것에 즐거워했고, 축제가 끝나더라도 방송이 계속 됐으면 하는 희망을 전하기도 했다. 또 어느 출향인은 휴가차 진안에 왔다가 라디오를 듣고 고향 이야기가 나오는 것에 반가워 직접 스튜디오에 찾아와 고맙다는 인사를 하기도 했다. 지역 소식과 지역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은 매체에 대한 욕구가 잠재되어 있던 것 이다.둘째, 참여와 소통이다. 이번 미니FM에서는 지역민들이 직접 참여를 했고 라디오를 매개로 서로 소통을 시도했다. 스튜디오도 외부에 설치하고 오며 가며 안을 들여다 볼 수 있고, 누구나 쉽게 들어올 수 있게 했다. 현장에서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즉각적인 상호작용을 했고, 예정에 없던 인터뷰가 진행되기도 했다. 아이부터 어르신까지, 지역민과 외지인을 불분하고 예고도 없이 불쑥불쑥 스튜디오에 찾아와 참여하고 소통했다. 누구나 청취자가 되기도 하고 송신자가 되기도 해 말 그대로 쌍방향적인 소통이었고, 라디오는 소통의 수단이 되었다.흔히 미디어를 소통의 매개체라고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대다수 주류 미디어는 소통보다는 일방적인 전달을 중시해왔다. 최근 대통령의 라디오 연설이 주목받지 못하고 비판 받는 이유 중 하나가 소통이 아닌 일방통행식 전달이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이와 같기 때문이다.라디오는 소통의 매개체가 되어야 한다. 1930년 독일의 브레히트는 라디오가 진정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고 했다. 라디오는 단지 수신하는 것만이 아니라 송신도 하며, 청취자가 단지 듣기만 하는게 아니라 말할 수 있도록 하고, 청취자를 고립시키는 것이 아니라 서로 연결시킨다면 진정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될 수 있을 거라 했다. 우리는 이번 진안에서 브레히트가 말한 진정한 커뮤니케이션이 무엇인지를 보았다.지난주 공동체라디오가 7개 지역에서 정식으로 허가가 났다. 돈 많고 멋진 외형의 방송국이 아닌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의 이야기, 내 이웃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진정한 소통을 할 수 있는 라디오 방송이 곳곳에 생겨나길 희망한다./최성은(전주시민미디어센터 사무국장)

  • 오피니언
  • 기타
  • 2009.08.12 23:02

[새벽메아리] 일상과 폭력 - 이윤애

장마가 끝났는지 지속되고 있는지도 판단하기 어렵게 국지성 호우는 일상을 불편하게 하고 비로 인한 피해는 온통 세상을 어지럽혔다. 빗길 교통사고 소식, 축대붕괴로 인한 피해, 건설현장의 붕괴사고 등. 사고소식을 접할 때마다 천재인지 인재인지 마음이 심란스럽다.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일상이 예측되고 기대하는 바대로 현실은 따라주지는 않는다. 문제는 예측하고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빗나갔을 때 어떻게 대처하고 해결해야 하는지 불안과 분노와 당혹감은 크게 작동되고 그 결과 또한 심각한 영향을 우리의 일상에 미친다.지난달 방송법 등 미디어관련법의 통과인지 부결인지 국회라는 공간에서는 엄청난 사건이 발생되었고, 그렇잖아도 심란스러운 우리의 일상을 더욱 심란스럽게 만들었다. 야당은 100일 투쟁을 위해 거리로 나섰고, 한 일간신문 만평작가는 작품을 통해 법안을 주도했던 여당은 백일 동안 매일매일 언론매체의 톱기사로 활용할 수 있도록 톱 100개를 준비완료 했다고 정곡을 찌르는 시사만평을 내놓았다. 우리를 더욱 불편하게 했던 상황은 그 날 국회의사당 안에서 벌어진 장면들이었다. 상대방을 제압하기 위해 난무한 온갖 형태의 폭력적 행동들은 한 편의 무협영화를 보는 듯 했다. 그 중에서도 한 여성의원을 끌어내는 다른 여성의원의 얼굴표정이 너무 자연스러워 동시대인으로 살아가는 나를 가장 슬프게 만들어버렸고, 그 장면들은 나의 일상을 괴롭혔다.며칠 전 전주의 한 가정폭력상담소에서는 상반기 상담통계를 발표했다. 남편의 폭력을 호소하는 상담건수가 천 5백여 건이며 매년 3천여 건에 달해 예년과 비슷한 수준을 보인다고 하였다. 한 상담소에서 작성한 통계임에도 불구하고 심각한 수준인데, 다른 유관기관들의 상담건수를 종합해 본다면 더욱 상회할 것이고, 신고나 상담이 이루어지지 않아 드러나지 않은 폭력피해까지 감안한다면 도내의 가정폭력실태는 더욱 심각할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지역언론들은 일제히 가정폭력의 심각성을 기사화했다. 그런데 가정폭력의 심각성을 사회적으로 이슈화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또 다른 문제점은 '매맞는 아내'는 존재하나 '때리는 남편'에 대해서는 사회가 그다지 호들갑스러워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폭력행위에 대해 특별한 문제행동으로 보지 않고 특별하지도 않는 일상적인 행위로 받아들이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이다. 폭력을 일상으로 수용하는 사회인식의 변화를 촉구하는 의도로 여성계에서는 성폭력이나 가정폭력 사건에 피해자이름을 붙여 사건을 명명하지 말고 가해자 이름을 붙여 행위자를 통해 폭력의 심각성을 드러내고자 하는 운동을 벌이기도 한다.날마다 일터에서 하는 일이 성폭력 피해아동을 만나는 일이다. 피해정황을 들여다보면 아이들은 일상의 놀이와 폭력을 구분하지 못한다는 사실에 어른으로서 자책감이 앞선다. 국회의사당에서 거리에서 가정에서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일상적인 폭력들이 가치개념이 미흡한 아동들의 눈에 그대로 비쳐진다면, 평화롭고 우여곡절 없는 일상을 소망하는 아이와 아이의 부모는 너무 불편해지지 않을까? /이윤애(전북여연 공동대표)

  • 오피니언
  • 기타
  • 2009.08.05 23:02

[새벽메아리] 사회복지네트워크 활성화 하려면 - 김영찬

사회복지영역에서 또한 사회복지실천 기술과 방법론을 기초로 하여 네트워크라는 용어를 단체의 성격 및 목적에 따라 연계망, 연대, 지역사회조직화, 자원 만들기, 임파워먼트 라는 개념을 적용하여 각종의 민/민, 민/관에 의한 사회복지네트워크를 구축 운영하고 있다.사회복지네트워크의 필요성을 세 가지로 요약하여 말할 수 있다. 첫째, 지역사회의 다양한 사회복지적 문제들을 공공과 민간의 단체나 기관, 사회복지사가 모두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각자가 가진 자원들 모아 효율적으로 대처해야 하기에 필요하다. 둘째, 클라이언트들의 다양한 욕구로 인해 공공과 민간의 단체나 기관이 가진 자원만으로는 효율적 해결이 쉽지 않으므로, 다양한 자원들의 네트워킹을 통하는 것이 보다 효율적 문제해결의 방안이기에 필요하다. 셋째, 지역주민들의 역량강화(empowerment)와 관련된 것이다. 즉, 자신들의 활동을 통해 임파워먼트 된 주민들에게 그에 걸맞은 지역사회 차원의 활동 공간을 만들어줄 필요에 의해 인적인 네트워크를 결성하는 경우이다.그러나 다양한 사회복지네트워크에 참여를 하고 있는 분들은 여러 문제점과 한계점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네트워크가 왜 필요한지, 네트워크를 하는 목적이 무엇인지, 네트워크가 왜 중요한지, 공공기관에서는 민간에서 진행하는 네트워크를 얼마나 잘 활용하는지 또는 관심은 있는지, 민간에서는 공공기관과의 관계형성을 위해 어떠한 노력을 했는지, 네트워크 활성화가 왜 안 되는지 등등" 나의 경험 속에서도 네트워크가 해산하거나, 아니면 제대로 운영이 되지 않아 패배감 또는 불신으로 남게 되는 경우를 볼 수가 있었다.지역사회의 다양한 사회복지네트워크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공공과 민간의 사회복지주체들이 올바른 네트워크 조직 및 활성화를 위한 기본 원칙과 비전을 함께 공유하고 만들어 가야 한다. 다음과 같이 제안을 드리고 싶다.하나, 전북지역 각 시군별로 민/관 협력 지역사회복지협의체가 구축 운영되어 지고 있다. 형식적인 운영이 아닌 상호 역할을 분명히 하여 제자리를 찾도록 자유로운 참여와 민주적인 의사결정구조, 협력적인 파트너로서의 상호 존중과 배려가 있어야 할 것이다. 둘, 네트워크 주관단체 및 참여단체의 조직?사업?예산이 지역사회의 소중한 자원으로 활용되어야 함을 항상 인식하고 지역사회에 항상 개방해야 한다. 셋, 사회복지의 영역, 구조, 체계, 각 분야의 목적과 사업을 이해하고 사회복지와 사회문제에 대한 통찰력과 전문성 향상을 위해 항상 노력해야한다. 넷, 네트워크를 주관하는 단체는 참여 성원들의 화합을 위해 네트워크의 성격에 맞는 행사(교육, 문화활동, 연대활동, 지원 등)를 진행해야 한다. 다섯, 사회복지분야와 사회복지분야 이외의 현장에서 다양한 정보를 수집하고 경험하며, 사람?조직?지역과 긴밀하게 교류하며 자원을 찾고 모아야 한다. 여섯, 네트워크 조직체계를 대표자 중심보다는 실무자 중심의 실무체계로 만들어 가야한다. 일곱, 개별단체 이기주의 및 경쟁관계에서 탈피하여 개인 및 단체를 포함한 지역사회 전체를 바라 볼 수 있는 안목과 실행 능력이 필요하다. 여덟, 다양한 사회복지네트워크에 주민참여를 보장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공공기관은 지역의 다양한 사회복지네트워크들이 활성화 되도록 정책 및 제도적 뒷받침을 해주어야 한다./김영찬(전주주거복지센터 사무국장)

  • 오피니언
  • 기타
  • 2009.07.29 23:02

[새벽메아리] 녹색성장, 자전거도시 - 김길중

활보하는 자전거 틈 속에서 진땀 빼는 차량 운전자와 달리 여유와 생기가 넘쳐나는 자전거를 탄 사람들의 풍경, 우리 현실과 정반대지만 공상은 아닌 오늘 지구촌에 존재하는 풍경을 전주에 적용해 본 나의 '희망'이다.네덜란드 수도 암스테르담을 간략히 소개하고 본론에 들어가고자 한다. 100만이 넘는 수도지만 도심 도로에 자동차와 나란히 자전거가 안전하게 다닐 수 있는 전용차선이 있다. 차선이 남아서 내준게 아니라 자전거가 한몫을 차지한 것이다. 운하를 오가는 배와 경전철 등 다른 교통망과 연계되어 있고 자전거를 실고서 목적지까지의 이동도 가능하다. 자전거의 수송 분담율이 43%, 자전거와 연계된 대중교통 이용자가 60%에 달하는 등 자전거를 통해 도시가 움직인데도 과언이 아니다.이명박 정부는 저탄소 녹색성장을 화두에 올리며 자전거 산업 창출까지 말하고 많은 지자체들이 자전거도시 만들기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나는 '사람'이 빠진 '산업'을 이야기하는 속빈강정이며, 말이 녹색일뿐 실은 그에 반하는 행보라 비판 한다. 뒤에 언급할 전주의 경험처럼, '누가, 무엇을 위해, 어떻게' 추진하는가에 따라 달라지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전주시도 오래전부터 자전거도로 확충과 전담부서 운영, 조례제정 등에 나서면서 자전거도시 선두반열에 선바 있다. 10여년이 지난 현재 평가가 호의적이지 못하다. 자전거도로 확충을 위한 2009 예산안이 지난 가을 삭감 당했고, 얼마 전 다시 추경예산에서 재삭감 당하였다. 자전거도시를 표방한 전주시의 몇 년간을 보면서 '무엇을 위해, 왜 했는지' 의아함을 지울 수 없었다. 만든 도로를 어떻게 활용하고자 했는지 문제점과 과제에 대한 계획이나 의지가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300억원이 넘는 예산이 투입된 사업에도 불구하고 자전거도시에 대한 전반적인 플랜이나 평가조차 없었단다.지자체 의원, 단체장, 시민단체들의 선진지 사례 연수단을 맡아온 한 활동가의 아래와 같은 이야기는 시사 하는바가 크다. "벤치마킹을 하는 것이 그만큼 어렵다는 것이다. 가장 안타까운 것은 한국분들이 보고 가서 그대로 적용하고자 하는 것이다." 몇몇 모범적 사례도 있지만 과장하자면 보고 배워야할 선진지의 경험과 의지가 아니라 도로의 소재와 펜스의 재질을 알아 오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다.유럽의 많은 도시들이 노력하고 선택하고 실천해온 원동력과 배경에 대한 이해가 없어 보인다. 화석연료를 사용하고 끊임없이 넓혀야 하는 도로 수요 충족이 불가능함을 깨닫고 기존의 자동차에서 사람중심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이룬 혁명이다.자전거는 보다 편리하게, 자동차는 보다 불편하고 지양해야 할 '나쁜소비'임을 깨닫게 되는 공동체 프로그램에의 동참을 이끌고 새롭고 창조적인 소비를 만들었다. 이러한 철학과 비전 없는 자전거도로개설은 '빨간색 인도'만들기에 불과하다.그럼에도 자전거는 유효하다. 4대강 강변길에서 자전거를 타게 만든다는 괴이한 발상 말고 등교길, 출근길, 장보는 길에 있는 자전거를 탄 '사람'들로 시선을 향하면 된다.진정 녹색성장의 길로 유유히 나아가는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의 도시'를 꿈꿔본다. 우리 도시의 미래상에 대한 공감대 형성과 선진 사례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적용으로 부터 시작하는 페달 내딛기가 필요하다./김길중(전주섶다리만들기시민모임사무국장)▲ 김길중 국장은 전주의료생협 이사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진안 원광한의원장, 전주섶다리만들기시민모임 사무국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09.07.22 23:02

[새벽메아리] 공동체라디오 상업적 잣대로 재단말라 - 최성은

미디어법을 둘러싸고 여야간에 일촉즉발의 형상이다. 여론의 다양성을 훼손하려는 문제가 있다는 걸 국민대다수가 알고 있는데 여당과 정부는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며 커다란 싸움이 예고되고 있다. 그런데 같은 미디어이지만 고래싸움에 끼지 못하고 고군분투하고 있는 미디어 영역이 있다. 바로 공동체라디오다.공동체라디오는 갈수록 상업화, 중앙집권화 되어가고 있는 미디어 현실 속에서 지역민의 직접적 참여와 소수자 참여를 통해 매체 접근권의 불균형을 해소하고 지역성을 살릴 수 있는 중요한 매체이다. 그러기 때문에 외국에서는 오래전부터 공동체라디오에 대한 관심과 국가적 지원이 이루어져 왔다. 최근 유럽의회에서는 공동체라디오를 포함한 공동체미디어의 활성화와 발전을 위해 유럽 연합 및 각 회원국에서 해야 할 일을 명시하고 있는 보고서가 채택되기도 했다.반면에 국내에서는 지난 2005년에서야 공동체라디오가 정책으로 도입되었고, 전국 8개 지역에서 시범방송을 실시해왔다. 그러나 지난 4년여 기간은 참으로 험난한 기간이었다. 애초에 정부는 공동체라디오 시범사업을 1년 동안 실시한 후 전국적으로 정규사업을 확대 실시키로 했다. 그러나 그 약속은 차일피일 미루어졌고, 현 정부에 들어와서는 대통령의 큰 관심을 받고 있는 영어FM에 밀려나기도 했다. 심지어 2007년 말 정규사업 도입을 위한 가용주파수 수요조사를 실시해 전주를 포함한 전국 29개 지역의 신청서를 받았으나 지금까지 묵묵부답이다.다행히 지난달 공동체라디오에 대한 정규사업이 결정되었다. 그러나 마냥 기뻐할만한 일은 아니다. 미디어를 산업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는 정부의 인식이 공동체라디오에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기 때문이다.우선 정규허가 기준에서 공동체라디오의 의의를 살릴 수 있는 요소보다는 재정 확보를 가장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물론 지속가능한 방송을 하기 위한 재정적 안정도 중요하지만, 공적 지원 없이 광고 등의 자구적 노력만을 요구하는 것은 모순이다. 공동체라디오는 국가와 시장이 하지 못하는 일을 하는 공적인 영역이다. 그런데 수익성을 우선으로 하라는 것은 공동체라디오의 취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처사이며, 공동체라디오를 지역의 또 다른 작은 상업라디오로 여기는 것이다. 공동체라디오는 인권, 생태, 젠더, 다문화와 같이 시장중심의 환경에서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우리 삶의 중요한 가치와 지역민의 방송참여를 통한 풀뿌리 민주주의의 실현 그리고 지역공동체의 복원을 위해 꼭 필요한 매체이다. 따라서 공적지원 대상으로 포괄할 수 있는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또한 공동체라디오 활성화를 위한 주파수 확보의지가 부족해 시범사업 지역 외 그동안 공동체라디오를 준비해왔던 지역은 언제 정규사업을 시작할 수 있을지 기약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미 유럽을 위시한 많은 국가들에서는 디지털 전환에 대비 공동체라디오를 수요를 반영할 수 있는 주파수 정책을 준비하고 있으며 실제로 디지털 전환 시 공동체라디오에 가용 주파수의 일정 부분을 할당하고 있다. 왜 공동체라디오 정책에 있어서는 그토록 주장하는 글로벌한 시각을 갖지 못하는지 모르겠다./최성은(전주시민미디어센터 사무국장)▲ 최성은 국장은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대학원 박사과정을 수료했으며 현재 전주시민미디어센터 사무국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 오피니언
  • 기타
  • 2009.07.15 23:02

[새벽메아리] 불행스러운 일과 다행스러운 일 - 이윤애

1년 전 우리사회는 안양 어린이유괴사건을 계기로 아동성폭력의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하며, 가해자처벌의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강력한 요구를 (가칭)혜진예슬법에 담으려는 사회적 노력도 있었다. 이보다 앞서 1991년 우리 도내에서 발생한 김부남사건(아홉살 때 자신을 성폭행한 옆집 아저씨를 21년 후 찾아가가 살해한 사건)을 통해 아동성폭력이 한 인간의 삶을 어떻게 지속적으로 파괴시키며 그 결과가 충격적인 형태로 나타날 수 있음을 확인하는 사회적 사건이었다. 그 사건을 통해 우리사회는 성폭력의 심각성을 사회문제로 공유하는 계기가 되었고, 성폭력특별법 제정을 위한 사회적 노력으로 이어졌다.아동은 상대방의 애정표현과 성폭력 행동의 구분을 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하다. 특히 아이들에게는 어른들의 말씀에 순응하고 복종하도록 가르치고, 폭력을 당한 경우라 할지라도 외부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대처능력이 부족하다. 성폭력 대처에 취약한 피해아동은 그 경험으로 말미암아 피해 후 바로 나타나는 수면장애, 악몽, 불안감, 수치심, 분노, 죄책감, 공포심 등으로 일상생활에 많은 지장을 초래하며, 장기적으로는 무력감, 만성적인 우울증, 퇴행행동, 각종 신체화증상, 등교거부, 또래관계의 어려움 등 여러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이러한 급만성적인 증상이 치유되지 않고 방치된다면 피해자의 인생전반에 영향을 미치게 되며 그 후유증은 김부남사건처럼 극단적인 결과로 나타나기도 한다.다행스럽게도 우리지역에 아동성폭력피해자를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기관이 문을 열었다. 여성부가 지원하고 전북대학교병원이 위탁을 받아 운영하는 전북해바라기아동센터에서는 성폭력 피해를 입은 13세 미만의 아동 및 가족을 대상으로 one-stop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피해상황에서 24시간 응급구조는 물론이고, 의료지원 및 법률구조, 장기적인 치료개입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보건실, 놀이치료실, 진료실, 상담실 등의 공간을 확보하고 있다. 또한 정신과의사, 간호사, 임상심리사, 상담사 등의 전문인력이 상시 배치되어 신속한 응급진료와 더불어 종합적인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되었다.그동안 전북지역에서는 성폭력피해아동이 발생되었을 경우 아동보호전문기관이나 성폭력상담소를 통해 지원되고 있었으나, 전문치료기관이 부재해 인근 광주에 소재한 치료기관을 이용하는 불편함을 겪어야 했다. 성폭력피해의 특성상 피해당사자나 가족들의 경우 피해사실을 드러내는 일에 주저함이 많으며, 용기를 내어 법적대응을 하거나 적극적 치료의사가 있을지라도 분산되어 있는 서비스통로는 피해자와 가족을 지치게 만들고 반복되는 진술과정에서 겪는 2차 피해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았었다. 해바라기아동센터의 원스톱서비스시스템은 피해아동과 가족의 심리적 부담감을 최소화시키고 편안하게 치료받을 수 있는 통합서비스기관이다. 우리지역에 센터가 개소됨으로서 지리적 접근성은 물론이고 심리적 접근성을 높이는 기회가 되었으며, 피해상황을 방치하지 않고 치료과정에 적극 참여함으로서 아이의 마음이 치유되어 해바라기처럼 해맑아지기를 기대한다./이윤애(전북여연 공동대표)▲ 이윤애 대표는 이화여대를 졸업한 후 전북대 사회복지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전주여성의전화, 전북여성단체연합 사무국장, 전북발전연구원 연구원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전북해바라기아동센터 부소장, 전북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로 활동 중이다.

  • 오피니언
  • 기타
  • 2009.07.08 23:02

[새벽메아리] 주거복지, 주거권에 관심갖자 - 김영찬

사회복지사를 꿈꾸다 2002년 6월 한 단체 지역자활센터 집수리사업단 팀장으로 첫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처음 접하는 자활이란 단어는 조금은 당황스럽고 걱정스럽기도 했다.더 큰 두려움은 맡은 업무였다. 집수리사업단 팀장. 건설현장에서 막노동하면서 생활비를 벌어온 경험 외에 집수리, 건축, 주거에 대해서는 아주 문외한이었다.그러나 전주 및 전북지역에 저소득층 가구 집수리 지원 사업을 하면서 주거문제가 심각함을 알게 됐다. 현장에서 일하는 분들도 자주 이야기를 했다." 집수리가 불가능해,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데. 집을 새로 지어야 하는데 남의 땅이고, 그래서 집도 못 고치고, 짓지도 못하고, 월세를 못 내서 겨나야 하고. 돈이 없어서 곰팡이 찌든 방, 누수가 심해서 매해 걱정이고, 전세자금대출도 받을 수 없어 이사는 꿈도 못 꾸고. 공공임대주택은 부족하고, 보증금과 임대료는 왜 이리도 비싼지 아타까운 주민들이 많아. 이런 어려운 분들을 지원하는 주거복지단체는 왜 없는지. 참말로 걱정이구만." 2006년 집수리자활공동체인 '필건축인테리어'에 참여한 주민이 느낀 주거복지의 현실이다.집수리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결론이 나왔다. 주거문제는 복합적이어서 다른 사회복지서비스와 접목이 필요하다. 식의주 해결만이 복지가 아니다. 주거취약계층이 많다는 것과 주거문제는 다른 여러 가지 문제와 복합적으로 나타남을 깨닫게 됐다.이런 자각 아래, 자활참여 주민들과 함께 2007년 주거복지센터를 만들게 됐다.주거복지(주거권)는 살 곳이 없는 사람에게 거처를 마련해주고, 부적합한 주택의 거주여건을 개선하며, 주거가 불안정한자를 보호하여 모든 주민들에게 최소한의 주거수준을 보장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사회복지제도의 발전으로 복지 혜택이 확산되고 환경, 교육, 교통, 의료, 고용 등의 시스템이 발전해 다소 삶의 질이 높아진다 해도, 가장 기본적인 주거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삶의 질 개선에는 한계가 있다.'인간다운 삶의 질' 향상은 '주거복지', '주거권'으로부터 출발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근래 들어 주거권이라는 용어가 자주 쓰이고 있지만, 주거권이 포괄하고 있는 중요한 개념이 우리사회에 일반화됐다고 보기는 어렵다.인간의 기본 권리로서 주거복지와 주거권은 보편화돼 있지 못하고 우리 욕심 때문에 집은 부동산투기 상품으로서 기능이 우선시되고 있다.주택보급율이 100%를 넘었다고 하지만 전주지역에도 비닐하우스, 쪽방, 컨테이너, 움막, 여관, 상가건물, 고시원에서 가족이 생활하고 있다.정부나 지자체의 적극적인 실태조사를 통해 주거복지 정책과 제도를 개선하고 확대해야 한다. 시, 군, 구 단위의 주거복지 전달체계가 일원화되도록 주거복지, 주거권에 대한 관심과 공론화가 다양하게 이루어져야 한다.지금도 주거문제로 일을 하고 싶어도, 건강을 회복하고 싶어도, 가족과 행복하게 지내고 싶어도, 그렇게 하지 못하는 우리의 이웃들이 있다. 주거복지에 대한 도민의 관심이 절실히 필요하다./김영찬(전주 주거복지센터 사무국장)▲ 김영찬 국장은 한일장신대를 졸업한 후 전주지역자활센터 팀장을 역임했고 현재 (사)한국주거복지협회 운영위원, 전주주거복지네트워크 실무위원장, (사)전주주거복지센터 사무국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 오피니언
  • 기타
  • 2009.07.01 23:02

[새벽메아리] 새만금 해수유통, 어찌하오리까? - 한승우

중앙정부에서 새만금의 목표수질을 4급수에서 3급수로 상향조정한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70%의 농지중심 새만금개발안이 산업용지중심으로 바뀌어 농지가 30%로 줄어든 것이 주요 이유라고 한다. 그리고 3급수를 확보하기 위한 주요한 수단으로 해수유통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것이다.필자에게 새만금은 돌보지 못하고 지켜주지 못한 어머니를 생각하는 마음이다. 이제 죽음만을 기다리는 요양원의 노인들 옆에 어머니를 누이고 돌아선 마음이다. 생명의 순리는 인간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다는 핑계로 위안 삼으며 어머니를 버리고 돌라선 심정이다. 눈길조차 돌리기 힘든 죄스러운 마음이다. 나는 새만금개발에 찬성하지 않았으나, 역사는 이루어졌고 새만금의 무수한 생명의 빛은 꺼졌다. 새만금에 대해 말을 하는 것 자체가 아프다.그래도 새만금 담수화 정책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그것은 욕심이다. 마치 신의 자리에 오르고자 하는 인간의 오만함이다. 물이 고이면 썩는다는 단순한 진리를 부정하고 물이 고여도 깨끗하게 할 수 있다는 방자한 어리석음이다. 시화호가 실패했고, 영산강도 실패했다. 단순히 방조제만 막는 것이 아닌 거대한 담수호를 만드는 일은 물을 고이게 하는 것이다. 고인 물이 썩는 것은 당연하다. 이것은 마치 갈릴레이가 '그래도 지구는 돈다'고 나지막히 되뇌였던 것과 같다.어떤 이는 천수만이 성공했다고도 한다. 정확히 천수만 어디가 성공했다는 이야기인지 모르겠으나. 대부분의 새들이 날아드는 철새들의 낙원은 바닷물이 드나드는 천수만 갯벌이다. 갯벌에서 먹이활동을 하고 밀물 때 천수만 안쪽에 있는 담수호수에서 새들이 휴식을 취한다. 물론 담수호수를 중심으로 생활하는 철새도 일부 있다. 그러나, 대부분은 천수만 갯벌이 주요한 터전이다. 천수만 방조제 안쪽의 담수호 수질이 어떤지 모르겠으나, 천수만 담수호 주변의 안쪽은 모두 농경지다. 배후에 사람이 사는 도시가 없다. 오염물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만경강과 새만금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환경이다. 새만금은 배후에 군산과 익산, 전주라는 큰 도시를 끼고 있다. 대규모 축산단지도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천수만 안쪽 담수호의 수질을 3급수 이상의 맑은 물로 유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새만금의 수질을 4급수로 유지하기 위해 전라북도는 오랜 시간 엄청난 관심과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4급수는 고사하고 수질은 5급수 이하로 더욱 악화되고 있다. 왜인가? 노력과 정성이 부족해서인가. 새만금방조제가 막혀서 수질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는 원인진단은 아직까지 없다. 그러나, 필자가 판단하기에 만경강과 새만금의 수질악화는 방조제와 담수화진행과정에서 발생하고 있다. 지금 새만금은 단계적으로 해수유통량을 줄이고 있다. 단계적으로 완전 담수화를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벌써 새만금의 수질악화는 시작된 것이다. 고인물이 점점 썩고 있는 것이다.다시 한 번 되돌아보아야 한다. 새만금개발에 대한 찬반은 둘째 치고 새만금의 성공과 목적이 새만금의 담수화에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바닷물은 죽음의 물이 아니다. 바다에는 무수한 생명이 살고 있다. 특히 짠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기수역에는 민물보다 2배 이상 다양한 생물이 살고 생물량이 풍부하다. 인간이 즐겨먹는 민물장어, 황복. 은어, 연어, 참게, 숭어 등도 바닷물과 민물을 오가며 생활하거나 기수역에 산다. 바다가 막히면 이러한 생물도 살 수 없다. 죽음의 호수가 아닌 생명의 바다와 강을 꿈꾸는 자라면 이제, 현실을 정확히 보고 결단해야 한다. 차라리 수질개선에 쓰일 막대한 예산을 복지와 소외계층을 위해 쓸 수 있도록 하자. 함께 살자./한승우(전북녹색연합 사무국장)

  • 오피니언
  • 기타
  • 2009.06.24 23:02

[새벽메아리] 스승 삼기 놀이 - 전희식

이렇게 말 하는 사람을 본 적이 있다. 이 세상에서 사는 한 평생은 '지구별 여행 중인 것에 불과하다고.지구여행 중이라? 우주를 무대로 하는 존재들이 잠시 거쳐 가는 순간이 인간의 삶이라는 말인가? 내가 바로 그 주인공이고? 그것의 가부를 떠나 현실이라는 맹목성에 매이지 말고 삶에 대해 '단지 바라 볼 수 있는 힘을 가지라는 충고라고 생각한다.여행객은 생소한 것도 고생하는 것도 투덜대거나 마다하지 않는다. 도리어 신기해하면서 즐긴다. 절박한 현실을 늘 이렇게 놀이처럼 대할 수는 없을까? 성실하고 진지하되 놀이처럼 즐거워 할 수 있다면 고통이나 번뇌도 여행지에서 겪는 특별한 경험처럼 흥미로울 것이다.홈 스쿨을 하는 열일곱 살과 열아홉 살의 소년 둘이 우리 집에 왔었다. 생태적인 생명농업을 중심으로 닷새 동안 살다 갔는데 아주 재미있는 놀이를 하나 했다. 스승 삼기 놀이였다.닷새 동안 같이 살면서 장계면민의 날 행사장에도 갔었고 농협에 가서 모판 반납도 했었다. 감자밭에 가서 호미로 풀도 맸고 논에 우렁이 넣는 일도 같이 했다. 그 중에 가장 재미있었던 것이 바로 스승 삼기 놀이였다.모내기 하는 날 우리 집에서 한 솥밥을 먹은 사람은 모두 아홉 명이었다. 겨우 일곱 마지기 논에 (보행)이앙기로 모를 내는데 많은 사람들이 모인 것이다. 서울서 두 사람. 함양, 수원, 전주에서 각각 한 사람씩 왔었다. 두 소년과 나, 그리고 우리 아들. 이렇게 모인 아홉 사람은 저녁을 끝내고 찻상에 둘러앉았다. 보이차를 마시면서 놀이를 시작했다.몇 사람은 돌아갔지만 십대 중반에서 오십 대 중반까지인 여러 층위의 사람들이 같이 할 수 있는 놀이를 고르다가 시작 한 스승 삼기 놀이는 기대 이상의 감동과 재미를 주었다.놀이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돌아가면서 아무나 한 사람을 스승으로 삼아서 평소에 품고 있는 의문과 고민을 지극한 존경과 믿음으로 여쭙는 것이었다. 스승이 된 사람은 정성을 다 해서 해답을 주는 식이다.오십 살인 아저씨가 물었다."자유라는 것은 내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도 남에게 피해 주지 않는 것이라고 여기는데 그게 참 쉽지가 않습니다."열일곱 살 소년 스승이 한참 쑥스러워 하다가 대답을 했다."사람이 안 자유로울 때도 있는 거 아녀요? 자유로워야 된다고 너무 거기에 얽매이지 않으면 될 거 같은데요."이 말을 듣고 오십 살 아저씨는 공손하게 합장을 해 보였다.열아홉인 내 아들이 스승이 되었다. 내 차례가 되어 무릎을 꿇고 앉아 질문을 했다."자식이 하고자 하는 것이 마음에 안 들 때가 있는데 그럴 때는 남의 자식이면 차분하게 객관적일 수 있으나 제 자식이라는 것 때문에 감정이 앞서기도 합니다. 어떻게 해야 하나요?"낮에 논에서 같이 일 하면서 있었던 아들과의 다툼이 부끄럽게 떠올라서 하게 된 질문이었다.아들 스승님이 잠시 생각을 고르더니 한참 만에 대답을 했다."자식도 같은 생각을 할 것입니다. 자기가 하고자 하는 일이 부모 마음에 안들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도 차마 어렵게 입을 열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죄송했을 것입니다. 그 사실을 인정하기만 한다면 그 다음은 잘 될 것 같습니다."이 대답을 하는 아들의 눈에 물기가 어렸다.내가 궁리 끝에 이 놀이를 제안했던 것은 우리 아들도 홈 스쿨을 하는지라 모든 이를 스승으로 여기고 세상 곳곳을 학교 삼았으면 해서였는데 정작 이 놀이에 참여한 어른들이 더 좋아했다. 널리 전파할 만한 놀이로 여겨진다./전희식('똥꽃' 저자농부)

  • 오피니언
  • 기타
  • 2009.06.17 23:02

[새벽메아리] "바보"들 때문에 행복하다! - 김신재

노무현 전 대통령의 갑작스런 서거로 온 국민이 충격에 빠져있다. 나 역시 노사모 회원도 도 아니고 생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책을 지지하지는 않았지만 밥을 못 먹을 정도로 마음이 아프고 우울했다. 밀짚모자를 쓰고 봉하의 논두렁을 달리던 농부 노무현의 꿈과 포부를 접하고는 더욱 가슴이 아팠다.한국 유기농업의 메카, 홍성 풀무학교 교장을 지내셨던 홍순명 선생님이 노전대통령의 서거에 즈음하여 생전의 일화를 전해오셨다. 사실 나는 노 전대통령이 퇴임 후 봉하로 내려가 오리농 한다고 했을때 "쑈" 라고 생각했던 적도 있었다. 그러나 홍순명 선생의 글에서 농부 노무현의 꿈과 포부를 알 수 있었고 그 분의 진정성만큼은 인정해 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홍선생님의 글에서 "지난해 한국에서 오리농사가 모두 중단된 가운데 유독 봉하 마을에서 대통령님이 오리농업을 시작하신 동기가 무엇입니까?" 라고 묻자 노전대통령은 일, 이초쯤 있다가 짤막하게 대답하였다고 한다. "그게 원칙이니까요." 라고.특권과 반칙 없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던 정치인으로서의 꿈이 농사 철학에서도 그대로 묻어나는 순간이 아닌가 싶다. 자연의 법칙을 거스르지 않고서 순리대로 생산한 농산물을 만드는 것, 그것이 원칙이기에 오리농을 시작했다는 말이리라. 그때 그는 오리농을 하고자 주민들과 수로를 만드는 작업, 오리농의 보완책으로 논의 생물다양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들을 주민들과 협의하고 진행하고 있었다 한다. 이제 그의 이러한 꿈과 노력이 어떠한 모습으로 열매 맺을 것인지 갑작스런 죽음으로 가늠할 수 없게 되어 안타깝기 그지없다. 노무현 생산자가 있는 봉하의 논으로 도시 소비자들이 손모내기 체험 행사를 갈 수도 있었을 것을 생각하면 더더욱 아쉽다.작년 완주 고산에 있는 논생물 다양성 농법 시범 논에서 소비자들이 논 생물 조사활동을 벌였다. 한 달에 한 번씩 도시 소비자 조사단이 와서 시범 논에서 논과 논주위에 서식하고 있는 생물조사를 진행하였다. 논흙에 살고 있는 실지렁이와 깔다구 개체수를 세고 수로와 둠벙에 서식하는 생물들을 조사하는 소비자들이 신기했던지 마을 주민들이 이따금 걸음을 멈추고 뭐하는 거냐고 묻곤 했다.대부분의 동네 주민들의 반응은 부정적이었다. 저 사람은 저 논에 벼를 심어 자기 인건비도 못 건진다고 혀를 끌끌 차는가 하면 손가락질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동네 주민들에게 바보로 통하는 그는 아이 셋을 키우며 냉장고도 없이 생활하는 궁핍한 살림이었음에도 더 많은 소출을 얻고자 농약이나 화학 비료를 뿌리는 농사를 하지 않았다. 당장의 이익에 도움이 되겠지만 아이들이 살아나갈 미래의 농업과 환경을 생각할 때 그것은 바람직하지않다고 생각하셨다. 오히려 소비자들이 당신 논에 와서 조사활동을 하는 것에 대해 격려해 주셨다. 논농사를 지음으로써 쌀을 수확할 뿐만 아니라 생물들의 삶의 터전을 마련해 주어 다양한 생물종들이 어울려 살아가는 논 환경을 창조하는 훌륭한 일을 하고 계시다는 자부심에 마냥 뿌듯해 하시는 그 분을 보며 나의 삶을 돌아보게도 되었다.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생전에 질것을 알면서도 고집스럽게 타협하지 않아서 '바보 노무현으로 불리웠다. 온갖 특권과 반칙이 판을 치는 세상에서 고집스럽게 자기 원칙과 철학을 지키며 사는 일은 어쩌면 바보 같은 일인지도 모른다. 농약치고 비료치면 쉬운 것을 고집스럽게 수고로움을 마다않는 어려운 농사를 십 수년간이나 계속해온 생산자들은 정말 바보들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런 바보들이 있어 이 세상은 살만한 것이 아닐까? 이 땅의 수많은 바보들 때문에 나는 행복하다./김신재(icoop 전주소비자생협이사장)

  • 오피니언
  • 기타
  • 2009.06.10 23:02

[새벽메아리] 화해와 통합의 메시지, 잊지말자 - 이명호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로 지난주 마음이 먹먹했다. '삶과 죽음은 하나'라는 말만 남기고 부엉이 바위로 투신한 그를 보면서 어디에 가치를 두어야 하는지 갈 길을 잃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봉하마을을 찾고, 그의 분향소를 찾은 수많은 시민들의 마음도 그와 같았으리라. 그의 열렬한 지지자는 아니었어도, 결국 죽음을 통해 자신이 그간 주창해온 가치를 지키고 싶다는 선택을 보면서 순교를 떠올렸을 것 같다.'자살이란 선택이 안타까우면서도 그 사람다운 결단이었다는 생각도 든다.''세상을 의롭게 살려던 사람이 자신으로 인한 오류가 압박으로 다가왔을 때, 죽음 이외에는 선택의 길을 열어주지 않는 우리 사회의 강퍅함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볼 때다.'사회의 지식인들은 참으로 많은 말들을 쏟아냈다. 하나같이 안타깝고, 비통하다는 말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이젠 그의 마지막이 씁쓸한 것에 대해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총체적으로 점검해볼 때가 아닌가 한다. 우리의 정치가, 삶이 어두운 갈등의 터널을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어느 대목에서 합리성이 결여된 판단을 지속하는지 다시 들여다볼 때다.벌써부터 온라인에서는 진보와 보수 양측이 지나친 이념적, 논쟁적 시각에 사로잡혀 갑논을박을 하고 있다. 그간 정치에 대해 많은 관심을 쏟지 않았던 나조차도 오히려 또다시 이분법적 논쟁에 휘말려드는 그들을 보면서 이건 아닌데 싶은 생각이 많이 든다. 감정의 골만 격하게 만들어 치고 받는 인상이 강했기 때문이다.소통의 부재가 사회 갈등을 심화시킨 측면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정치인들은 이것을 정략적 수단으로만 이용하려는 인상이다.벌써부터 한나라당의 지지율이 20%에 급락했다는둥 민주당의 지지율이 20%에 육박했다는둥 이야기로 시끄럽다.심지어 이를 기회로 한나라당의 지도부 사퇴까지 요구하고 있는 것을 보면 책임전가만 급급할 뿐 사회 소통을 위한 근본적인 처방 마련은 옹색하다는 생각만 들 뿐이다. 한 전직 대통령은 '좀 더 꿋꿋했으면 좋았겠다'는 말보다 오히려 나은 것인지도 모를 일이지만 말이다.무엇보다 자연스럽게 나오는 시민들의 반응을 나름대로 충분히 관찰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스스로 삶과 사회와 시대를 돌보려는 사려깊은 질문들을 하는 것은 하루 아침에 이루어질 수 없을 것 같다. 그것이 우리들의 인문학적, 그러니까 인간에 대한 성찰이 지극히 없었다 혹은 낮았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일 수도 있다.그가 남기고 간 화해와 통합의 메시지는 누군가를 희생양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그가 끝까지 말하고자 했던 것은 누구도 원망하지도, 미워하지도 말라는 것 아니었던가.'애도는 정치의 목적이 아니다. 애도의 능력이 없다면 우리는 우리가 폭력에 대항하는 데 필요한 삶에 대한 더욱 예리한 느낌을 잃게 된다.'미국을 대표하는 여성 철학자인 주디스 버틀러가 한 말이 의미있게 다가오는 이유다./이명호(전주명인치과 원장)

  • 오피니언
  • 기타
  • 2009.06.03 23:02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