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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메아리] 한국인의 정치적 불행 - 이유선

프랑스 대선은 우파의 승리로 돌아갔다. 이미 예상했던 대로 프랑스는 대선 이후 소요에 가까운 시위로 몸살을 앓고 있다. 사르코지의 승리로 가장 불안한 상황에 놓인 사람들은 6천만 인구 중 500만에 달하는 이민자들이다. 이민자들은 높은 실업률로 고통 받고 있는 가운데, 신자유주의에 동조하는 우파 정부의 출현으로 막다른 골목에 내몰렸다. 프랑스의 대학생들이 차량에 불을 지르고 경찰에게 두들겨 맞는 장면을 뉴스화면을 통해 바라보는 심정은 참으로 기묘한 것이었다. 그것은 마치 우리나라 80년대의 광경을 바라보고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문제는 우리 역시 대선을 앞두고 있지만, 우리는 이미 그와 같은 역동적인 광경을 기대할 수 없는 정치적 패배주의의 시대를 살고 있다는 점이다.비록 프랑스인들이 사회적 약자에게서 등을 돌리는 정치적 결정을 내렸지만, 여전히 많은 프랑스인들은 사회적 불평등 문제에 관한 정치적 해결의 가능성에 대해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대선을 앞두고 있는 미국 역시 이번 대선을 군수업자와 거대기업의 편에 서서 정치적 실정을 거듭해 온 부시와 공화당에 대해 정치적 심판을 내리는 축제의 장으로 만들어 가고 있다. 불쌍한 것은 한국인들이다. 한국인들은 불과 몇 달 앞으로 다가온 대선에서 어떤 정책의 잘못을 심판해야 할지, 어떤 정책적 대안에 희망을 걸어야 할지 전혀 갈피를 잡지 못한 채, 덜 나쁜 사람을 할 수 없이 대통령으로 뽑아야 하는 노역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여론 조사 결과 1, 2위를 다툰다는 야당의 대선후보들은 경선을 어떻게 할 것인지조차 합의하지 못한 채 서로 막말을 해가며 국민들을 실망시키고 있다. 한편, 진보를 표방했으나 결과적으로 경제적인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서민들로부터 삶의 희망을 앗아간 여당은 사분오열된 채 정체성을 상실하고 말았다. 이런 와중에 지역주의에 편승해 정치적 입지를 확보하려는 구태의연한 정치인들의 고질적인 후진성이 슬그머니 고개를 들고 있다.군사독재의 긴 터널에서 빠져나온 지 얼마 되지 않은 한국인들에게 민주주의의 축제가 되어야 할 대통령 선거가 인물론이나 오가는 자조적인 가십의 장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노대통령이 앞으로는 누가 대통령이 되어도 한국사회가 발전해 나갈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지만, 문제는 발전의 내용이다. 세계화가 빠르게 진행되어 가고 있는 상황에서 대통령의 역할은 결코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다수의 한국인들이 미래의 희망을 가지고 살 수 있는 국가적 어젠다를 제시할 수 있는 대통령이 누구인지를 국민들은 알 권리가 있다. 이것은 대선 주자의 인물됨이나, 학벌, 도덕성보다 그가 누구를 위한 정책을 펼 인물인지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대통령 선거가 덜 부패한 인물 뽑기가 아니라 좌, 우파의 정책 대결이 될 때 한국인들은 정치에서도 희망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유선(군산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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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7.05.14 23:02

[새벽메아리]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이주여성

가족은 지구상의 인간 누구나 에게 소중하고 중요한 개념이 됨에 틀림없다. 한국인에게는 특히 이 가족이 유교문화의 영향으로 더욱 커다란 개념으로 자리 잡고 있다. 가족공동체는 사회구성의 가장 기본이 되는 것으로 그 누구도 그 가족공동체의 중요성을 부정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나 이 가족공동체가 현대 사회에 있어서 가족공동체로서의 긍정적 역할에도 불구하고 가족공동체가 주는 비민주적이고 비 인권적인 그 부정적인 내용들이 묵인되어지고 있다. 특히 국제결혼으로 한국으로 이주해온 이주여성 가족에게서 이러한 현상이 점차 증대되어지고 있다. 국제결혼 이주여성의 증가는 문화적 갈등, 언어의 갈등, 시어머니와의 갈등 등을 동반하게 되는데, 이주여성은 남편의 폭력과 시집식구들에 의한 차별과 무시 등 여러 가정폭력의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잘사는 가정도 많지만, 그렇지 못한 폭력가정도 여전히 증가하고 있어, 이주여성과 혼인한 남성과 가족의 사회적 부담이 가중되기도 하다. 인간은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누구나 자신의 권리를 타인에 의해 강제적으로 위협 당하며 제한되어질 수 없다. 그 당사자가 가족이라도 하더라도 인간의 권리는 침해당할 수 없다. 그러나 적지 않은 수의 이주여성들은 가장 가깝게 자신들을 보호해줘야 할 의무를 띄고 있는 가족들에 의해 폭력을 당하며 두려움과 고통을 겪고 있다. 일반적으로 이주여성들은 가정폭력을 경험하게 될 경우, 그냥 참고 사는 경우가 많이 있다. 보건복지부의 통계에 의하면 참고 사는 경우가 30%를 차지했다. 이주여성들은 남편이 이혼시킬까봐 걱정돼서, 아이 때문에, 강제출국 시킬까봐, 비자를 연장시켜주지 않고 국적취득을 안 해 줄까봐, 더 폭력이 짙어질까봐서 등 이러저러한 이유 때문에 가정폭력에 있어서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고 소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한국남성이 이주여성에게 폭력을 가하는 경우를 살펴보면 배타적 민족주의를 배경에 두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주여성들에게 폭력을 가하는 남성들은 아내의 나라를 몹시 열등한 나라로 보고 배격한다. 남성들은 아내의 나라를 거지 나라로 표현하기도 하고, 갈등이 발생할 때 마다 너 나가, 베트남 가라는 말을 던지게 되는데, 한국에서 아무런 연고 없는 이주여성들은 정말 짐을 싸들고 가출하게 되는 사례를 발생시키기도 한다. 가정폭력이 발생요인 중 가장 많이 차지하고 있는 요인은 원활하지 못한 의사소통에서 오고 있다. 이주여성 가족의 경우, 내국인과의 혼인에 비해 더욱 더 큰 배려와 대화의 노력이 필요하다. 로마에 가면 로마의 법을 따라야한다는 옛 속담에 연연하여 가정을 파탄으로 몰고 가지 말고, 이주여성의 문화와 언어를 이해하려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한국의 문화와 언어에 대한 빠른 동화를 기대하기 전, 아내의 언어와 문화, 그 나라에 대한 관심과 이해로 남성과 가족이 먼저 아내에게로 동화하려는 노력을 할 때 가정의 행복이 시작되어질 것이다. /이지훈(아시아이주여성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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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7.05.07 23:02

[새벽메아리] 낯 부끄러운 의무교육 현주소 - 이경한

신학기 초에 중학교에 다니는 두 아이들이 교육지원비를 내라는 고지서를 내민 적이 있다. 갑자기 우리나라의 의무교육 정도가 궁금해졌다. 사실 우리의 의무교육 정도는 OECD 가입국가라는 말이 무색정도로 형편없다. 우리의 의무교육은 초등학교와 중학교까지이다. 유치원도 아니고, 고등학교도 의무교육이 아니다. 대학교는 더 더욱 아니다. 우리의 의무교육은 다른 선진국에 비해서 걸음마 수준이다. 의무교육이라 함은 국민의 교육받을 권리를 국가가 책임지는 제도이다. 즉, 의무교육은 국가가 학생들의 교육을 책임지는 제도로서 각종 교육비를 국가가 부담하는 교육제도이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학부모들은 자녀를 중학교까지 의무적으로 취학시켜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국가는 그 부모에게 책임을 묻는다. 선진국일수록 의무교육 기간이 길다. 서구의 주요 선진국들은 유치원에서 심지어 대학까지 의무교육이다. 한 국가의 국민으로서, 개인은 자신의 행복을 추구하기 위한 교육받을 권리를 지니고 있다. 그리고 국가는 그 권리를 충족시켜줄 의무가 있다. 우리나라는 그 의무를 겨우 초등학교에서 중학교까지만 지고 있다. 그 의무를 다하는 기간이 그리 길지 못하다는 말이다. 세계 10대 경제국가, 세계 일류를 지향하는 국가로서는 부끄러운 수준이다. 이 말은 국민이 교육을 받을 권리를 포기당하고, 스스로 그 비용을 감당하고 있는 기간이 길다는 의미이다. 다시 말해서 국가가 그 국민을 교육시킬 책임을 방기하는 기간이 길다. 그러나 우리의 의무교육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중학교조차도 제대로 된 의무교육이 아니다. 교육운영지원비가 문제다. 중학교의 교육이 의무교육이라면, 학부모가 아니라 국가가 이 교육운영지원비를 감당해야 한다. 과거 육성회비라는 이름으로 부가하던 비용이 오늘날 학교교육지원비라는 이름으로 둔갑하여 여전히 징수되고 있다. 특별히 법적 근거도 없는 교육운영지원비가 관행처럼 학부모에게 징수되고 있다. 전북의 경우, 많게는 단위 학교 교육예산의 18% 정도를 학부모가 부담하고 있다. 물론 교육운영지원비는 강제성을 가지지 않은 비용이다. 학부모들은 준조세마냥 걷어 들이는 이 비용 부담을 거부할 수 있다. 그러나 아이들을 볼모로 잡힌 상태에서 이를 거부하기란 만만치 않다. 이의 해결방안은 간단하다. 국가가 교육 예산을 확충하여 중학교까지의 의무교육을 책임지면 된다. 현행 중학교 교육의 일체 비용은 국가가 부담해야 한다. 이럴 때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의무교육 및 무상교육이 완성될 수 있다. 국가 스스로가 위헌적 요소를 지닌 학교운영지원비의 징수를 철회하고, 교육예산 확보를 보다 적극적으로 수행해야 한다. 더 나아가 우리나라가 OECD 가입국가라는 위상에 걸맞는 교육을 시행하기 위해서 국가는 의무교육을 유치원과 고등학교 교육으로까지 확대를 서둘러야 한다. 그 이유는 국가 스스로가 유치원에서 고등학교까지를 국민공통기본과정이라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가가 국민공통기본과정의 교육을 책임지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이경한(전주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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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7.04.30 23:02

[새벽메아리] 새 생명의 탄생을 축하하며 - 윤승희

얼마전 라디오 여성시대 프로그램에 한 남편의 사연이 도착했다.축하할 일이 두가지나 있다는 것이었다. 원룸에서 살다가 열심히 돈을 모아 투룸으로 이사했다는 사실이 그 축하할 일중 하나이고 또 하나는 곧 있으면 넷째가 태어날 것 같으니 그것 역시 축하해 달라는 말이었다. 네째 아이 역시 감사하게 생각하는 아내가 고맙고, 아내의 부지런함과 알뜰함으로 드디어 투 룸으로 옮길 수 있으니 이 얼마나 다행이냐는 말이었다. 건설 현장에서 일 하다 땀에 절은 피로한 모습으로 돌아오면 여기 저기 뽀뽀를 해대며 아빠 오셨어요를 외치는 아이들 덕분에 자신은 늘 피곤이 씻은 듯 달아난다는 말도 덧붙이고 있었다. 방송 날짜를 알려주려고 사연에 적힌 휴대전화로 전활 걸어보았다. 몇 번의 신호음이 가더니 한 남자가 전화를 받는다. 그런데 이쪽에서 말을 해도 소음 탓인지 잘 알아듣지를 못하는 것이었다. 그쪽 하는 말이 잘 안 들리니 문자로 달라는 것이었다. 문자로 전주mbc 임을 알리고 방송 날짜를 알리니 금방 답신이 오는데 자신의 휴대전화가 얼마전부터 수신이 잘 안되어 죄송하다며 선정해주어 감사하다는 내용이었다. 누구보다 아내가 기뻐할 것이라면서 말이다.그러나, 그 사연을 접하며 필자는 한편으로는 마음이 무거워져왔다. 주변의 어떤 경우는 둘째를 낳을 때부터도 선뜻 반기지 못하는 현실이 아니던가. 그 결과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노령화가 진행되고 있다. 인구학자들에 따르면 출산율 저하와 수명연장으로 2050년 경에는 스페인, 일본, 이탈리아에 이어 세계 4위의 노인대국이 된다고 한다. UN미래사회보고서에서도 우리나라의 저출산이 염려할 만한 일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지자체 등에서는 출산을 장려하기 위해 출산장려금 등의 정책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지난 2월, 전북발전연구원이 가임기에 있는 성인 남녀 40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7%가 출산장려금이 실효성이 거의 없다고 대답했었다. 여기서 특히 주목해야 할 점은 출산을 기피하는 원인으로 68%가 자녀 양육비 때문이라고 응답한 사실이다. 문제는 츨산장려금이 아니라 아이의 성장에 도움이 되는 양육비, 즉 교육비인 셈이다. .한때 우리처럼 저출산에 시달렸던 프랑스는 적극적인 출산 정책으로 성공을 거두었다. 현재는 유럽에서 2위의 출산율을 보이고 있고, 여성취업률은 출산율 만큼이나 높다. 완벽한 보육시설은 출근시간전에 아이를 받고 퇴근시간 후까지 돌봐준다. 공교육은 확실히 사교육을 압도해 부수적인 교육비가 들어갈 필요가 없다. '우리'가 낳아서 '우리'가 키운다는 사회공동체의식도 확고하다. 출산과 양육이 전적으로 개인의 몫인 우리나라와 정반대이다. 공교육을 강화하고 적어도 고등학교까지는 균등한 교육을 받게 하며 대학은, 서울대가 1등인 서열화를 없애고 서울이든 지방에 있는 대학이든 특성화시키는 쪽으로 나가야한다는 주장은 그래서 설득력이 있다.사실,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사연의 주인공은 전혀 축하받을 일이 못 되는 상황이다. 살림을 해보고 아이를 키워본 사람이라면 걱정부터 앞세우며 따져 묻게 될지도 모른다. 그 상황에 웬 네째며, 앞으로 어떻게 아이들을 키울 거냐고,,, 그런데 이 사연이 방송에 나가자 청취자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이 시대 참으로 힘을 주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하는 사연이라며, 부부간의 신뢰, 가족간의 사랑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자녀교육 지원 프로그램이라고 말했다. 한 젊은 남성은 가족간 갈등으로 힘들었는데 이 사연을 듣고 답을 알게 되었다면서 다시 한번 기운을 내보겠다고 했다. 또 다른 청취자는, 원룸에서도 사랑의 흔적이 셋이나 되었는데, 이제 투룸으로 옮기면 더 큰 일 내겠다는 축하 인삿말도 있었다. 가족간의 사랑은 아직도 미진한 우리 사회의 각종 정책을 보완해주는 대체프로그램이다. 자녀 양육, 노인 복지, 기타 사회복지 정책의 부족한 부분을 가족 네트워크가 대신한다. 곧 네째 아이가 태어날 그 가정의 용기와 가족 사랑에 박수를 보낸다./윤승희(전주문화방송 라디오제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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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7.04.23 23:02

[새벽메아리] FTA 누구를 자유롭게 하는가 - 이유선

오랜 진통 끝에 한미 FTA 협상이 타결되었다. 이제 남은 것은 국회의 동의절차이다. 노무현 정부는 FTA 타결을 자신들의 큰 업적으로 내세우고 있고, 한나라당은 이례적으로 대통령을 칭찬했다. 반면 농어민과 시민단체들은 협상 타결 이후에도 반대 시위를 멈추지 않고 있다. FTA에 찬성하는 쪽에서는 앞으로 우리나라 경제가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되었다고 주장하고 있고, 반대하는 쪽에서는 경쟁력 없는 국내 산업들이 파탄에 이를 것이라고 걱정하고 있다. 어쩌면 이 두 주장은 다 맞는 것일 수도 있다. 나라의 경제는 발전하되, 농어업을 위시한 경쟁력 없는 산업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경제적인 하층민으로 전락하게 될 지도 모른다. FTA 문제는 세계화의 필연적인 귀결이다. 세계화는 국민국가의 경계를 끊임없이 위협하며, 신자유주의 경제는 국경을 넘어선 무한 경쟁만이 살 길이라고 가르친다. FTA가 국익에 도움이 되는가 안 되는가 하는 물음은 일종의 넌센스이며 진정한 갈등을 은폐하는 물음이다. FTA는 다국적 자본의 자유로운 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고, 거기서 국민국가의 경계는 무의미해진다. 오로지 시장질서에 순응해서 살아남는 자와 그렇지 못한 자가 존재하게 될 뿐이다.문제는 FTA를 통해 실현되는 새로운 경제 질서가 시장의 자유를 확대하고 경쟁을 촉진시키는 만큼, 정치적 자유의 영역은 줄어들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무한 경쟁을 용인하는 시장의 자유는 수 많은 패자를 양산할 것이다. 경제적 자유는 시장에서 패배한 낙오자들의 눈물과 한숨을 먹고 자랄 것이다. 노무현 정부는 양극화의 문제를 해소하지 못한 것에 대해 자신들의 실패를 인정했다. 그러나 그들이 업적으로 내세우는 FTA 협상 타결은 사회의 양극화를 극단으로 몰아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지도 모른다. 양극화의 심화는 사회에 새로운 카스트 제도가 등장하게 된다는 것을 뜻한다. 경제적 부와 사회적 지위는 세습되며, 가난한 자들의 신분상승은 불가능해 진다. 이미 농어민과 도시빈민, 비정규직 노동자의 자녀들이 명문대에 진학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사회가 되지 않았는가?참된 자유민주주의를 실현하려면, 시장의 자유에 의해 자유를 박탈당한 사람들의 자유를 보장해 줄 수 있는 제도와 규범을 만들어내야 한다. 무자비한 자본에 의한 잔인성의 확산을 막을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세계화가 진행되어 나가는 한, 제2, 제3의 FTA 협상이 꼬리를 물고 이어질 것이다. 인간의 얼굴을 한 자본주의를 만들기 위한 정치적 상상력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상황이다./이유선(군산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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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7.04.16 23:02

[새벽메아리] 도시거주 이주여성에 관심을 - 이지훈

국제결혼을 통한 결혼이민 이주여성들이 증가하면서, 2006년도부터 여성가족부에서는 이주여성들을 지원하기 위해 결혼이민자가족지원센터를 지정하여 운영하기 시작했다. 전라북도에 최초로 결혼이민자가족지원센터로 지정된 곳은 장수지역이다. 이어 익산의 건강가정지원센터에서 결혼이민자가족지원센터를 위탁 운영하게 되었고, 2007년에는 김제지역이 결혼이민자가족지원센터로 지정되어 이주여성들을 지원하고 있다. 전라북도에서 제일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는 전주지역의 경우 전라북도 자체에서 결혼이민자가족지원센터로 지정한 바 있지만, 여성가족부의 지정위탁을 받지 못한 상태에 있다. 내국인과 혼인한 이주민들이 점차 늘어가고 있다. 2006년도 11월 전주출입국관리사무소의 통계에 의하면, 전라북도의 내국인과 혼인한 이주민의 수는 국적을 취득하지 않은 사람만, 3562명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주민의 대부분은 여성들로서 남성들은 1%대 밖에 차지하고 있지 못하다. 국적취득자까지 포함하면 전라북도에 5천여명의 결혼이민 이주여성이 존재하고, 전주시에는 1,000여명의 결혼 이민 이주여성이 거주하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국적취득자에 대한 통계는 법무부 국적이민과 조차도 그 통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기 때문에 정확한 수치는 내어올 수 없다. 지역별 분포를 보면 국민의 배우자의 수는 전주를 비롯한 6개 도시지역과 농촌지역으로 완주를 비롯한 8개 군을 보면 도시지역은 농촌지역보다 2배 이상의 분포를 보이고 있다. 인구밀집도로 따지면 농촌지역이 더 많이 분포하겠지만, 실제 거주하는 통계에 따르면, 도시지역에 두 배 이상 더 많은 이주여성들이 살고 있다. 최근 결혼이민 이주여성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인구 밀집도에 따른 농촌지역의 이주여성들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그 지원의 정도를 도시보다는 농촌에 중점을 두고 있는 현상이 드러나고 있다. 작년 결혼이민자가족지원센터를 지정할 때에도 농촌지역을 먼저 지원해야 한다는 전제를 통해 농촌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지역을 결혼이민자가족지원센터를 지정하기도 했다. 전라북도는 전주시에 '결혼이민자가족지원센터'를 1개소 지정하였다. 그러나 전주시 결혼이민자가족지원센터의 경우, 운영비 지원이 전혀 이루어지고 있지 못하다. 전라북도에 의해 지정이 되어진 이후, 아무런 행정적 조치가 뒤 따르지 못하고 있다. 이름만 결혼이민자가족지원센터로 지정이 되어졌을 뿐이다. 전라북도에 따르면 여성가족부 자체 내에서 예산지원이 없기 때문에 이를 지원할 수 없는 처지라고 말하고 있다. 그렇다면 지방비를 부담해서라도 적절한 후속조치가 따라져야겠지만 그렇지 못하다. 전주시의 경우 결혼이민 이주여성의 수가 전라북도 전체 이주여성 수의 5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제일 많이 거주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시지역인 전주시에 대한 지원과 관심은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 도시와 농촌지역에 거주하는 결혼이민 이주여성들과 가족들에 대한 균등한 관심과 지원책이 요구되어진다. /이지훈(아시아이주여성센터/ 아시아노동인권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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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7.04.09 23:02

[새벽메아리] 공교육 뒤흔드는 일부대학 입시안 - 이경한

대학입시의 3불정책, 즉 고교등급제, 본고사와 기여입학제에 관한 교육부의 불허정책에 대해서 일부 대학들이 반기를 들고 있다. 3불 정책에 대한 논쟁을 부추기고 있는 대학들은 현행의 입시정책으로는 우수한 인재를 선발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그들이 주장하는 바에 대해서 흔쾌히 동의할 수 없는 마음이다. 국민들이 지지하는 교육정책에 반기를 들면서 자신들의 이익 극대화에만 전전긍긍하는 일부대학들의 모습은 보기에 안타깝다. 일부대학들은 현행 수능성적 등급제로는 우수한 학생들을 선발할 수 없다며 갖가지 꾀를 짜내고 있다. 이 중 대표적인 것으로는 서너 개의 문제를 제시하고 5시간씩 시험을 보도록 하는 통합논술고사, 수험생들에게 문제를 풀게 하는 식의 심층면접, 신입생 선발인원의 절반을 수능점수로만 뽑아 특정 고교출신들의 특혜선발, 보이게 그리고 보이지 않게 내부적으로 처리하는 고교 등급제 등이 있다. 그러나 일류대학이라고 하는 일부대학들이 이런 구차한 입시안들을 내세우지 않고서도 우수 고교졸업생들을 거의 싹쓸이해가고 있음은 다 아는 사실이다. 그들이 그렇게도 원하는 우수 학생들을 올해부터 시행될 수능등급제로도 얼마든지 선발할 수 있음은 얼마 전 실시한 모의수능시험 결과가 잘 보여주고 있다. 이 시험에서 언어, 수리 및 외국어의 모든 영역에서 1등급을 차지한 학생들이 단 1%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수능등급제가 학생들간의 실력차이를 가늠케하는 변별력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부대학들은 여전히 최상위 학생들에만 집착하면서 그들을 우선적으로 뽑아가기 위한 정책들을 쏟아내고 있다. 그들이 교육부 입시정책의 근본적인 취지를 훼손시키면서까지 학생선발 정책에 지나치게 매달리는 것은 대학이 상대적으로 비용을 적게 들이면서 대학운영의 효과를 높이려는 속내이다. 우수한 인재들을 앞 다투어 선발하겠다는 의지에 비해, 선발한 학생들을 우수한 인재로 만들어가는 교육과정 운영 및 시설 투자를 하는 데는 인색하기 짝이 없다. 그 대학들이 3불 정책을 깨겠다는 불굴의 정신을 교육과정 운영 및 시설투자에 관한 교육부 기준선을 뛰어넘어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겠다는 정신으로 생각을 바꾼다면 우수한 인재들은 저절로 양성될 것이다. 또한 일부 대학들이 쏟아놓은 선발정책들은 공교육을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는 안들이다. 공교육은 대학에서 선발할 우수학생들이 자라나는 토양이다. 대학들이 갖가지 안들을 내놓으면서 이 공교육의 기초를 황폐화시키면 궁극적으로 대학들도 우수인재를 선발할 수 없다. 즉, 일부대학들이 극소수의 우수학생들만을 위한 선발정책을 제시하면, 고등학교 교육과정 운영의 파행을 가져와서 우수학생들의 토대인 공교육이 무너지고, 그 결과는 다시 대학으로 돌아가게 된다. 그러기에 대학의 입시정책은 공교육에 대한 책무성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이경한(전주교육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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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7.04.02 23:02

[새벽메아리] 사회 안정망 '이웃사회 네트워크' - 윤승희

새학년을 맞아 아이들 학교에서 학부모회를 한다는 통지문이 왔다. 개교 한지 수십년이 되는 학교는 새 건물을 짓느라 분주하다.낡은 건물들 속에 새로 지은 건물이 키발을 딛듯, 비죽 솟아나고 있다. 마치 40여년된 오래된 몸을 가진 우리 학부모들과 새로 솟아나는 아이들이 대비되는 것같다. 그 속에서 무리지어 서있는 학생들은 사뭇 역동적이다. 늦은 시간 학원에서 홀로 돌아올 때의 모습과는 많이 다르다. 짙은 청색 웃옷에 청색 바지, 그리고 체크무늬 주름치마. 어떤 아이들은 학부모들을 안내한다며 수줍게 서 있었고, 웃고 소리치고 뛰듯이 걸어가는 모습에는 누르고 또 눌러도 다시 튀어오르는 생명력이 넘친다. 아이들은 새로 지은 4층 건물보다도 더 화사했다. 강당 안쪽으로 들어서니 학급담임을 맡은 선생님들이 죽 서계신다. 그 중에는 아이의 이전 학년 담임선생님도 계신다. 지난 학년을 마치고 선생님으로부터 연락이 왔었다. 오래전에 학교를 마친 옛 제자가 이번에 대학교에 들어갔는데 병으로 누워만계시는 아버지랑 둘이서 살고 있는 소녀가장이라는 것이었다. 중학시절부터 어려운 형편에 공부하느라 애를 썼는데 이번에 대학에 들어갔고 입학등록금을 적금을 부어 마련해 낸 기특한 제자라며 혹시, 방송을 통해 그 가정을 도울 수는 없겠냐고 하셨다. 입학등록금은 몇 년 동안 부운 적금으로 마련했지만 앞으로 4년 동안 책값이며 학비가 걱정스럽다는 말씀이셨다. 워낙 성실하고 열의가 있는 제자이니 조금만 도우면 줄업 후 자기 인생을 잘 꾸려갈 것이라며 방송을 부탁하셨다. 선생님의 제안에 몇 사람이 나섰고, 몇 가족이 그 가정을 돕기 위해 나서고 있다.간혹 신문 방송을 통해 어려운 가정 형편 속에 있는 학생들이 보도되곤 한다. 그런데 그 학생들을 돕는 이들은 자신 역시 어려움 속에 있어보았던 사람들이거나 다른 누군가의 도움을 받고 시련을 이겨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다. 아니면 서로 돕는 공동체적 자산이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하다고 믿는 사람들이다. 포기하고 좌절하고 싶은 순간에도 나를 지켜보는 단 한 사람의 눈길이 느껴지면 인간은 다시 일어설 수 있다. 여러해 전 졸업한 가난한 형편의 제자를 오래도록 지켜보아온 선생님으로 인해 한 가정이 유지되어오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싶다. 누워만 있는 병 든 아버지를 모시고 어린 소녀는 막막할 때도 많았을 것이다. 달려가 이야기할 수 있는 선생님이 계셔서 한결 든든했으리라. 많은 가정들이 질병이나 가난, 그밖의 여러 이유로 해채되고 있고가정의 형태 역시 무척 다양해지고 있다. 그 과정에서 자신을 돌보고 책임질 능력이 없는 어린이들, 늙고 병든 사람들, 이주여성과 온누리안 아이들, 이런 가정을 여러 측면에서 보조할 수 있는 네트워크의 확보가 절실하다. 아직 국가 쳬계는 정비되지 않았고 우리 가정은 언제든 해체될 위기가 올 수 있는 상황이다. 이미 오래전에 이웃사촌이라는 용어를 생산했던 우리는 이미 심정적으로 지역사회 네트워크에 대한 훈련이 되어왔었다. 아직 크게 부족한 사회 안전망을 대신할 이웃사촌 네크워크는 하나의 대안으로 작동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이웃사촌네트워크의 제안과 구성이다. 사회복지 공동모금회를 비롯한 여러 단체를 이용하는 것도 좋으나 기초생활수급자 등에게 한정되는 경우가 많아 차상위계층에는 지원이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도움이 필요한 사회적 약자와 도움을 줄 이웃을 연결하고 격려하는 일, 우선 학교를 중심으로 그 일이 시작되었으면 한다. 정서적, 경제적 지원이 필요한 성장기의 아이들과 그 도움을 줄 지역사회 구성원을 연결하는 일, 아이들의 삶에 일정 부분 개입하는 선생님들로서는 가능한 일일 것이다. 학교가 사교육 시장에 아이들을 뺏기고 제 기능과 역할을 다하지 못한다며 매를 맞고 있으나 학교는 여전히 존재할 이유와 가치를 지닌다. 바쁜 부모, 가난한 부모, 병 든 부모를 대신하는 네트워크의 구성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 한 아이의 성장에 결정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 사랑과 염려로 바라보는 스승이 있다는 것, 바로 그 점 때문이다./윤승희(전주문화방송 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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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7.03.26 23:02

[새벽메아리] 대학개혁의 출발점 - 이유선

오늘날 우리 대학들은 심한 개혁의 몸살을 앓고 있다. 교육부는 국공립대의 통폐합을 유도함으로써 사립대를 포함한 전체 대학의 구조조정을 꾀하고 있다. 졸업 후 취직자리를 보장하지 못하는 학과들은 이미 폐과가 되었거나 사라질 위기에 있다. 그러나 이런 대학의 구조조정은 외환위기 이후 우리 사회의 다른 분야에서 벌어진 구조조정의 과정에 비교해 보면 그 속도가 빠른 것도 아니고 정도가 심하다고 할 수도 없는 수준이다. 우리사회의 고질적인 학벌주의와 온정주의의 보호막 안에서 대학들은 여전히 공부안하는 교수들의 철밥통을 보장해주면서 당신들만의 상아탑을 구축하고 있다. 학생들의 등록금으로 학교를 운영하면서 재단전입금은 거의 내놓지 않는 몇몇 사학재단들은 등록금 인상 담합에 대해서는 전혀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으면서, 사학법 개정에 대해서는 마치 민주투사라도 된 양 결사항전도 불사한다. 우리 대학의 후진적인 현 주소를 보여주는 사건이 최근에 있었다. 여러 대학의 체육학과에서 폭력적인 신입생 신고식을 하는 장면을 매스컴이 보도한 것이다. 선배들이 후배들의 군기를 잡을 것을 교수가 지시했다는 이야기도 있고, 한 여학생이 폭력을 견디지 못해 자퇴했다는 뉴스도 있다. 이것이 과연 체육학과만의 문제일까? 우리 대학사회는 권력을 둘러싼 패거리 집단이라고 할 수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정신적인 폭력은 신입생 신고식에 비할 바 아니다. 대학강의의 절반정도를 교수가 받는 임금의 10분 1정도를 받는 박사 실업자들이 충당하고 있는 것만을 보아도 대학에서 얼마나 비인간적이고 부당한 권력들이 행사되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매스컴은 대학이 변화를 꾀하는 긍정적인 사례로서 대학에서 새롭게 이루어지고 있는 와인관련 강좌나, 부자학, 사랑학 강의 등을 소개했다. 그러나 이런 강의를 한다고 해서 우리 대학들이 소위 글로벌 스탠다드를 충족시키는 대학이 되지는 못한다. 이런 강의는 주부를 상대로 하는 백화점의 교양강좌로서 적합한 것들이다. 신입생 신고식과 와인 및 부자학 강좌는 반개혁적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전자는 학생을 패거리 문화의 권력에 순응시키고자 하는 것이고, 후자는 시장질서에 순응시키려는 것이다. 대학 개혁은 대학의 사회적 역할을 다시 생각해 보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대학은 기존의 질서와 불합리한 권력을 비판할 수 있는 진리 탐구의 성지로 남아야 한다. 세계화는 창조적이며 비판적인 지식인을 요구한다. 우리 대학은 기존의 질서에 순응하지 않고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낼 수 있는 인재를 길러낼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학은 부당한 기득권과 정의롭지 못한 권력을 포기함으로써, 스스로 진리를 말할 자격이 있음을 입증해야 할 것이다. /이유선(군산대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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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7.03.19 23:02

[새벽메아리] '결혼중개업법'제정 재검토를 - 이지훈

지난 2월 15일 전라북도청 대회의실에서는 결혼중개업법 제정을 위한 입법공청회가 열렸다. 이 토론회는 국회위원 김춘진 열린우리당 의원이 2005년 2월 1일 16명의 발의자를 참여시켜 대표 발의한 법안으로 2년을 넘긴 지금에 논의를 붙이는 것이다. 이날 토론자는 전북대 사회학과 설동훈 교수와 공익 변호사 그룹 공감 소라미 변호사, 소비자보호원 최은실 팀장, 보건복지부 인구여성정책팀 강도태 팀장과 결혼중개업체의 대표로 국내업소와 국제결혼중개 업소 대표 각 한명씩 참여하여 토론에 참여 했다. 이 날 공청회에는 결혼중개업체 관계자들이 대거 참여했고, 모 결혼중개업체에서는 한국말을 제대로 구사하지도 못하는 이주여성들을 상당수 대동하였다. 그리고 청중 질문시간에는 질의를 통해 결혼중개업체에 대한 지원책 여부를 질문하기도 했는데, 결혼중개업체의 관계자들은 그때마다 소리를 내여 환호하고 박수를 치며 동의의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공청회가 마친 이후에는 김춘진 의원과 기념사진을 찍는 등 다소 혼란스러운 광경을 연출하기도 했었다. 토론회를 주최한 김춘진 의원은 법안발의 취지내용에서 최근 두 자리 수로 증가하는 국제결혼의 상당수가 사업화로 인하여 외국인 배우자는 물론 내국인도 피해를 입고 있는 현실을 반영하여, 국제결혼을 허가제로 하고, 허위 정보 제공 금지 등 일정한 국제결혼 중개행위를 법률로 명시 한다고 밝히고 있다. 공청회를 거쳐 임시국회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는 이 법안은 허위과장광고 금지, 표준계약서 작성, 개인정보 누설 금지, 업체에 대한 교육, 이용자에 대한 피해보상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이 법안은 중개업체의 어떠한 행위를 금지?규정할 것이며, 금지행위 위반 시에는 어떠한 행정적?형사적 처벌을 가할 것인지가 핵심적인 사항에 대해 하위 법령에 위임하고 있어 실질적 규제력을 약화시키고 있어 실효성에 대한 의문을 남기고 있다. 또한 시외에 걸려 있는 베트남 처녀와 결혼 하세요 등을 규제하는 각종 허위?과장된 정보제공 및 광고 등의 금지를 규정하는 부분에서도 성 차별적.인종차별적 광고까지는 규제하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표준계약서 작성 규정에서도 어떠한 내용이 계약서 내용에 포함되어져야 할지를 자율적 상행위에 맡기고 있어 국제결혼 성립 전?후에 걸쳐 일어나는 근거 없는 과다 수수료 부과, 허술한 통역서비스, 비전문적인 남성 고객 중심적 사후관리의 문제, 사후 피해발생시 보상의 미비 등의 피해에 있어서 대책 규정이 마련되어 있지 못하다. 그 외에도 국내의 결혼중개업자와 대상국의 결혼중개업자와의 관계 속에서 국외에서 이루어지는 불법을 제어할 수 없는 점 등의 문제에 있어서도 제어할 수 있는 규정이 없다는 한계가 있다. 금번 결혼중개업법 제정을 위한 입법공청회는 김춘진 의원과 의원 16명이 2년 전에 발의한 내용이다. 지난 2년 동안 국제결혼중개업체를 통한 인권 침해적이고, 인신매매적인 비윤리적이고 불법적인 행위들이 즐비하게 나타났다. 왜곡?과열되어가고 있는 국제결혼 중개업체의 관행은 국제결혼 중개의 상행위를 더 이상 사적 자치의 영역의 자유시장의 논리에만 맞길 수 없게 하여 규제의 필요성을 낳게 하고 있다. 2년 전 발의된 법안은 진지한 재검토와 논의를 필요로 한다. 이 법안으로는 실질적 법률적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따라서 결혼중개업법만을 고집하지 말고, 이주여성의 인권 문제 등을 다양하게 포괄할 수 있는 넓은 시각의 법안과 대만처럼 결혼중개업의 비영리성에 대한 고민을 할 필요가 있다./이지훈(아시아노동인권센터/아시아이주여성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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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7.03.12 23:02

[새벽메아리] 교육정책 중심축은 학교- 이경한

지방자치단체들이 지역 교육에 대한 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들은 교육을 지역주민의 삶의 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인자로서 바라보고서 이에 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 자치단체들이 펼치는 많은 교육사업에 대해서 찬사만을 보내지 못하는 마음을 전하고 싶다. 지방자치단체들이 주로 시행하는 교육사업으로는 무상급식지원, 외국어교육비지원, 학생 해외연수 지원, 영어캠프 등의 지원사업과 인재숙, 영어마을, 중국어마을 등의 시설운영사업이다. 이 사업들은 민선 자치단체장들이 주민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수 있을 만큼 매력적이다. 하지만 이 사업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지극히 이벤트 중심이며 가시적인 건물을 지어서 시행하는 교육사업이다. 민선단체장들은 아무래도 짧은 기간 내에 여러 차례 사업을 수행하고 가능한 다수의 학생들이 포함되는 사업을 선호한다. 반면에 자치단체장들은 지역 교육에서 매우 중요한 재정보조기금, 교육환경개선 등의 사업에는 그 지원이 지극히 인색하다. 이렇듯 자치단체장들이 학교교육에 대한 투자보다 직접적인 교육투자사업을 선호하는 경우, 교육 사업은 자치단체장들의 전시행정 도구로 전락할 수도 있다.또 하나는 자치단체서 펼치는 교육의 형평성에 관한 문제이다. 자치단체들은 주민들의 세금을 이용하여 주민들의 복리를 증진할 의무가 있다. 당연히 이 복리 혜택의 대상은 다수의 주민이어야 한다. 교육복리도 마찬가지다. 자치단체장들은 교육복리의 혜택을 가능한 많은 주민들이 누릴 수 있도록 행정을 펼쳐야 한다. 그러나 자치단체장들의 교육사업이 소수의 엘리트나 일부 계층에 지나치게 집중하고 있다. 이런 교육사업은 소수의 성공자를 배출할 수 있으나 다수의 패배자를 양산한다. 이런 교육정책이 장기화되는 경우 오히려 지역 인재의 공동화를 가져올 수 있다. 그래서 자치단체장들은 소수 엘리트나 일부 계층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 못지않게, 지역의 미래 시민들인 평범한 학생들의 잠재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교육 정책에 대해서 관심을 가져야 한다. 지방자치단체들의 지역 교육에 대한 정책은 공교육인 학교교육과의 협력관계를 구축하면서 행해질 때 보기에 좋다. 지방자치단체들은 교육정책의 중심축을 학교교육에 두어서 학교교육의 효과가 지역사회로 넘쳐나가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지방자치단체들은 공교육의 교육환경개선, 각종 장학지원 등의 사업을 우선적으로 펼쳐서 주민 다수의 교육복리를 증진시키는 정책을 펼칠 필요가 있다. 그런 다음 지방자치단체들이 엘리트를 양성하는 일에 투자하여 지역 학생들의 교육경쟁력을 높여가길 바란다. 학교인재가 지역인재가 될 때 지역의 교육경쟁력은 가장 높아지리라 생각한다./이경한(전주교육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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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7.03.05 23:02

[새벽메아리] 남부시장엔 '3S'가 있다 - 윤승희

전주mbc라디오 시사전북 오늘이라는 프로그램을 제작하다보면, 지역 구석구석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눈여겨보게 된다. 도 교육청 교원 인사가 있었고, 거기에는 첫 장애인 교사가 4명이라는 반가운 뉴스도 있었다. 대학신입생 오리엔테이션장이 예전과 달리 개그 공연 등으로 웃음 넘치는 현장이라는 소식도, 전북 조선소 유치가 이제 가시권에 들어섰다는 소식도 있다. 그리고 설 명절을 전후해서 재래시장 상품권 발행이 설 전 열흘 동안 4억원어치나 되었고, 지난 추석의 두배라는 소식도 있다. 함께 방송하는 후배는 재래시장의 3C 부재론을 펼쳤었다. 카터기 카드결재기 카(car)를 놓을 곳이 그것이다. 지금은 재래시장 군데군데 주차 공간이 있고 남부시장의 경우는 천변 공터를 활용하고 있지만, 장보기를 마치고 무거운 짐을 들고 이동을 하는 상황은 대형 마트보다 불편한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3월부터는 장바구니를 들어주는 도우미제도를 시행한다고 한다, 좋은 아이디어다.해질녁 오후, 남부시장을 찾았다. 주차가 어떨지 몰라 택시를 잡아타고 풍남문 앞에서 내려 걷기 시작한다. 10년 넘게 붕어빵 장사를 하는 아주머니를 지나 새마을금고, 시몬양품, 남문마트, 꽃길다방을 지나 골목으로 접어드니, 한일상사, 전북마트앞 자전거보관소, 남부정육점, 영광생선, 7번 생선집이 이어진다. 7번 생선집에는 주인아주머니와 그 어머님으로 보이는 할머니가 가게를 지키고 있다. 하루라도 쉬면 몸이 아파 못 견딘다며 설 다음날에도 나와 장사하던 주인아주머니는 마음 좋게 잘 웃는다. 꾸미지 않은 그대로의 웃음이라 보기 좋다. 185호 김막례 할머니, 186호 문봉순 할머니, 187호 김순례 할머니 가게가 이어져있다. 한 손에 갈치를 들고, 한 손에 냉이와 대파를 사니 금방 할머니들과 벗이 된다. 시장 할머니들과 단 몇 마디라도 이야기를 나누고 나면 이 고단한 삶이 나 혼자서가 아니라는 사실에 당장 안도하게 된다. 할머니들의 주머니로 들어가는 돈은 결국 전주 사람들 삶의 근간이 되고 나의 삶도 이 할머니들과 맞닿아있다. 그리고나서 완산교를 향해 고개를 돌리니, 어? 여기가 어디인가. 참으로 낯선 하늘과 산허리가 눈에 들어온다, 넓디 넓게 펼쳐진 하늘은 이제 어둑어둑 암청색으로 기울었고, 다가산자락은 검은빛으로 가라앉는다..그 아래로는 휑한 전주천이 무심히 흘러가고 있고! 하나 둘 밝혀지는 불빛은 마치 풍경 사진에서 본 빠리나 런던을 떠올리게한다. 아파트숲에 가로막혀 잊고 살았던 전주의 하늘이 거기 그대로 남아 있었다. 남부시장에는, 3C가 충분치 않다. 그래서 여전히 불편하다, 그러나 거기에는 3S가 있다. 훈련되지 않은 웃음(Smile), 사회적 상호관계(Social relationship), 그리고 다가산에서 시작되는 길게 이어지는 전주의 하늘선(Sky line)이 바로 그것이다. /윤승희(전주 mbc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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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7.02.26 23:02

[새벽메아리] 신시도 청년이 보는 새만금 - 이유선

현재 전북지역 최대의 현안은 아마도 새만금 문제일 것이다. 새만금 간척 사업은 태생 자체가 불순한 정치적 배경을 가지고 있지만, 대법원이 이미 공사가 계속되어야 한다고 판결을 내렸고 방조제가 완성된 상태이기 때문에 되돌리기는 거의 불가능하게 되었다. 이제 남은 문제는 어떻게 하면 친환경적으로, 지역주민을 위하는 방식으로 새만금을 개발할 것이냐 하는 것이다. 군산대학교 환황해연구원 및 문화사상연구소는 2월 9일, 10일 양일간 고군산군도에서 가장 큰 섬이자 새만금 방조제의 중간 기점인 신시도에서 신시도에서 새만금과 만나다라는 제목으로 행사를 가졌다. 새만금 문제에 관한 한 철저한 문외한임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최근 제안된 새만금 문화권이라는 개념과 관련된 몇 가지 철학적 안건을 논하는 발제를 맡아 참여 했다. 새만금지역을 직접 견학하고 주민의 목소리를 들음으로써 그동안 숱한 갈등을 노정시키면서 국가적인 과제가 된 새만금 문제에 대해 공부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 모임에는 학자, 언론인, 시민운동가 등 새만금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과 신시도 주민들이 참여했다. 신시도 주변은 온통 공사중이었기 때문에 신시도 이장의 도움이 없이는 접근이 불가능했다. 처음 달려본 방조제는 과연 엄청난 규모였으며, 배를 타고 들어간 신시도는 아름답고 정감 있는 섬이었다.예정된 발제를 간단히 마치고 신시도 마을회관에서 자유로운 토론을 벌였다. 관점과 배경이 다른 사람들이 모여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었기 때문에 매우 유익한 시간이었다. 그러나 가장 감명 깊게 들었던 것은 신시도 이장과 한 마을 청년의 이야기였다. 신시도는 새만금 개발의 한 가운데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그동안 각종 개발 청사진이 나오고 섬이 육지와 이어지면서 마치 섬 주민들의 삶의 질이 금방 향상될 것처럼 주변에서 떠들어댔지만, 막상 섬에는 오토바이로 통행할 수 있는 도로조차 변변히 건설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민원을 제기하기 위해 서울과 지방의 관청을 찾을 때마다 무시당하고 박대당한 설움은 말로 할 수 없다고 했다. 섬을 찾은 손님을 위해 이장 옆에서 묵묵히 일을 하던 마을 청년은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지는 관을 우습게 알어유. 관도 우릴 무시하구유. 그치만 지는 이장형님은 최고로 쳐유. 왜냐면 이장형님은 제가 찾아가면 언제나 밥을 주시거든유.이 말을 들은 참석자들은 웃음을 터뜨렸지만, 필자로서는 이 말이야말로 새만금 개발의 방향을 제시해주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새만금은 그 지역에 사는 사람들에게 밥을 주는 쪽으로 개발되어야 한다. 새만금을 둘러싼 이권에 혈안이 되어 달려들고 있는 소위 전문가들은 과연 자신들이 제시한 청사진이 얼마나 이 당위적인 요구에 부합하는지 따져봐야 할 것이다. /이유선(군산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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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7.02.12 23:02

[새벽메아리] 거주외국인 지원조례안 허와 실 - 이지훈

지난 2월 2일 전라북도 의회는 전라북도 거주외국인 지원 조례안을 다루었다. 이 조례안은 행정자치부가 일괄적으로 만든 초안을 각 지방자치단체에 보내준 것으로서 각 지방자치단체는 이것을 기초로 하여 거주외국인 지원 조례안을 만들었다. 제주도와 충청남도를 비롯하여 각 지방자치단체는 입법을 예고하였고, 곧 통과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전라북도도 행정자치부가 보내준 초안에 의해 거주 외국인 지원 조례안을 만들었는데, 이 내용은 행정자치부가 보내준 내용과 95퍼센트가 넘는 일치를 보인다.행정자치부가 중심이 되어 거주외국인 지원 조례안을 마련한 것은 우리 사회가 이제 다문화 사회가 되어져가고 있는 반증이다. 외국인은 지금껏 우리 사회의 한 영역을 차지하고 있으면서도 제도적으로 포용되지 못했던 그룹이 되어져 왔다. 특히 급증하고 있는 외국인이주노동자들과 혼인이주여성에 대해 별다른 관심이 없었고, 제도적으로 이들이 한국사회의 일원이 되게 하는데 소원했던 과거를 생각해볼 때, 금번 거주외국인 지원 조례안은 긍정적이고, 높이 평가할만하다. 그러나 금번 조례안은 이러한 긍정적 평가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아쉬움을 남기게 하고 있다. 이 행정자치부가 마련한 조례를 거의 동일하게 적용시킨 전라북도 거주외국인 지원 조례안은 행정자치부가 만들 조례의 모순과 문제를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이 조례안의 전체적인 내용은 우리 사회의 한 영역을 차지하고 있는 거주 외국인들의 적응과 지원에 관한 것이다. 조례안은 거주외국인들의 사회적응을 돕는 역할에 비중을 두고 있는데, 최근 사회적 문제가 되어 지고 있고, 병리현상을 발생시키고 있는 외국인들의 인권에 관한 내용은 어느 곳에도 나타나고 있지 못하다. 거주 외국인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이들은 이주노동자와 이주여성들인데, 이들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인권침해와 인권차별을 경험하고 있다. 금번 조례안은 거주외국인들의 사회적응에 중심적 관심을 두고 있는데, 사회적응은 인권과 같이 가야할 수레바퀴의 한 부분이다. 인간의 권리가 침해당하고 차별당하는 현실 속에서 사회적응 프로그램은 아무런 의미가 없을 수 있다. 또한 금번 조례안은 목적부분에서 분명이 명시하고 있는 거주 외국인 자립생활지원에 관한 부분이 지원 범위에서는 빠져 있다. 그리고 지원 대상을 명시하는 위원회의 기능에서 외국인에 대한 지원을 얘기하는데, 국적을 취득한 외국인의 범주를 빠뜨리고 있는 등 여러 부분에서 앞뒤가 전혀 맞지 않는 조례의 내용을 보이고 있다. 금번 조례안은 거주 외국인의 지위와 권리를 보장하는 첫 번째 조례안으로서, 무척이나 다행스럽고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국인을 지원하는 민간단체의 자문을 구하는 등의 절차도 없었고, 중요한 인권부분을 빠뜨리며, 조례의 내용상 앞뒤가 맞지 않는 내용도 많이 있다. 따라서 금번의 조례안은 빠른 시일에 민간의 자문을 거친 후, 개정안을 마련하여 수정 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지훈(아시아노동인권센터/아시아이주여성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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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7.02.05 23:02

[새벽메아리] 논술 잘하는 지름길은 독서 - 이경한

내년부터 대학입시제도가 바뀌면서 논술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지금 논술에 대한 관심은 가히 열풍이라 해도 지나친 표현이 아니다. 초등학생부터 대입 수험생까지 온통 논술에 빠져 있다. 논술은 학생들의 종합적 사고를 알아보기에 좋은 평가도구임에 틀림없다. 그리고 앞으로 대학입시에서, 그것도 일류대학이나 인기학과 입시에서 결정적인 인자가 될 거라는 세인들의 술렁임으로 인하여 그 비용의 투자가 늘고 있다. 그 결과, 논술학원은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논술은 논이 필요조건이고, 술이 충분조건이다. 논이 어느 주제에 대한 자기 생각이라면, 술은 그에 대한 표현이다. 그래서 논술에서는 논이 우선이고 술이 나중이다. 그러나 많은 경우 논술에 대한 오해를 하고 있어 글을 잘 쓰는 훈련에만 너무 집착한다. 이것은 논술지도의 순서가 바뀐 모습이다. 다양한 책읽기가 전제되지 않은 글쓰기는 상대를 감동시키지 못하고 내용보다는 글의 기교에 빠질 확률이 높다. 결국 필요조건인 논을 충족시키지 않고서는 좋은 글을 쓸 수가 없어서 좋은 글쓰기를 위해서는 많은 책을 체계적으로 읽힐 필요가 있다. 학생들에게 다양한 범주의 책을 읽도록 권장하여 그 내용을 토대로 자기 생각을 나눌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 지금 학교에서는 다양한 방식으로 논술지도를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학생들은 책읽기에 온통 마음과 몸을 쏟지 못하고 있다. 일부 학생들은 책읽기를 좋아하나 사교육 시장에 몰입되어 스스로 책을 읽을 시간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책읽기를 요약형에 의존하는 일이 많이 있다. 다른 사람이 학습지나 다른 매체를 통하여 책의 내용을 축소 요약한 것을 짧은 시간 내에 읽어내어 글의 전체적인 흐름이나 핵심을 파악하지 못하고 단편적인 지식만을 축척해가기도 한다. 이런 책읽기 습관은 학생들의 생각이나 사고를 글쓰기로 이어지지 못하게 한다. 논술에서는 책읽기가 우선임을 분명히 해두어야 한다. 자신이 스스로 고민하며 글을 읽어내어 책읽기의 성취감을 맛보게 하자. 그리고 자신의 생각을 담아서 표현하도록 하자. 그 표현이 좀 서툴더라도 인내하며 머릿속의 생각과 손의 글쓰기의 괴리를 줄여가도록 하자. 학생들은 스스로 내공을 쌓아 그 차이를 충분히 줄여갈 수 있는 잠재적 유전자를 지니고 있다. 학생들을 책읽기에 보다 많이 노출시켜, 그들이 논에 술을 더하여 논술의 필요충분조건을 완성해가길 바란다./이경한(전주교육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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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7.01.29 23:02

[새벽메아리] 영화가 던져준 평화의 메시지 - 윤승희

지난주말 가족과 함께 영화박물관은 살아있다(원제 night museum) 라는 영화를 보았다. 실업위기에 직면한 한 아빠가 아들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자연사박물관의 야간 경비원으로 취업한다. 그런데 그곳에서는 밤마다 모든 조형물, 전시물이 생명을 얻는다, 이집트 아크라멘트 왕의 보물로 인해서다, 이전의 경비원들은 이 사실을 알고 보물을 훔칠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러나 이 영화는 다른 미국 영화들처럼 보물을 둘러싼 음모와 모험이 주제가 아니다. 밤마다 되살아나는 역사속의 인물들이 살아있을 때처럼 투쟁과 원망을 품고 박물관을 난장판으로 만들곤 하는데, 그저 한 야간 경비원에 불과한 한 아빠가 이를 평화롭게 조정하는 역할을 부여받게 되고, 이 이야기를 통해 오랜 세월 인류의 고통이었던 전쟁과 투쟁을 평화로 유도할 책임이 우리에게 여전히 필요하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또한 공룡의 뼈가 살아나 뛰어다니고 미니어쳐가 말을 하게 하는 등 영화 내내 환상과 코믹을 삽입해서 지루하지 않게 주제를 드러내고 있었다. 생명을 가진 존재는 누구나 행복하고 싶다. 두군거리는 자신의 심장 박동을 느끼게 되면 새삼 살아있음을 인지한다. 문제는 자신이 살아있음을 표출하는 방식이다. 박물관에서 밀랍인형으로, 박제로 만들어져 있던 존재들은 생명을 얻게 되는 밤이 되면, 달리고 물어뜯고 훔치고 터트리고 할퀴면서 자신의 존재를 알린다. 그러다 우여곡절 끝에 그 방식을 바꾸게 되고 이후에는 모두가 윈윈하는 평화가 찾아든 것이다.그렇다면 박물관 밖은 어떨까? 그쪽에서도 같은 메시지가 통하는 것은 아닐까? 실업으로 인해 아들을 실망시킬까 두려워하는 아버지는 박물관 밖 사람들의 실망과 좌절을 짐작하게 한다. 현실은 때로 우리들에게 서로 물어뜯기를 강요한다. 경쟁으로 내모는 아이들의 입시가 그렇고 이익을 위해 끝없이 생산성을 강요하는 기업의 생태가 그러하다. 그 와중에서 우리는 아무도 자유로울 수가 없다. 그러나 모든 선택은 결국 인간이 한다. 서로 물어뜯고 할퀴는 방식으로 존재할 것인지, 아니면 다른 방식으로도 존재할 수 있을 지를 고민하는 일은 지금, 우리에게 날마다 주어진다. 한 편의 코믹 영화가 던진 의미가 그래서 가볍지 않게 다가온다. 윤승희-전주문화방송 라디오 제작부, 현재 여성시대 진행, 시사전북 제작/윤승희(전주 MBC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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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7.01.22 23:02

[새벽메아리] 인문학 위기와 논술 유학 - 이유선

대학입시에서 논술의 비중이 커지기 시작하면서부터 새로운 풍속도가 생겨났다. 수능이 끝나자마자 지방 학생들이 대거 서울의 학원가로 유학을 떠나는 것이다. 학생들은 한 달이나 두 달 동안 유명 학원들이 밀집해 있는 대치동이나 노량진 근처에서 기거하며 논술훈련을 받는다. 지방에서는 믿고 다닐 만한 논술학원이나 선생님이 없다고 생각해서 그런 일이 벌어질 것이다. 논술의 비중이 커지는 2008년 대입부터 이런 현상은 가속화될지도 모른다.한 쪽에서는 인문학의 위기를 부르짖고 있는데, 다른 한 쪽에서는 많은 학생들이 논술을 공부하기 위해 서울유학을 한다고 하니 아이러니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왜냐하면 논술의 내용이라고 하는 것이 모두 인문학적 사고와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인문교양서적은 단 몇 백 권도 팔리지 않는데, 논술교재 시장은 수 조 원대에 달한다고 한다. 논술교재가 훈련시키고자 하는 것은 결국 인문학적 사고력이다. 아무도 인문학 서적을 읽으려 하지 않지만, 모두가 인문학적 사고력을 키우고자 하는 것이 오늘날 우리의 일그러진 자화상인 셈이다.학생들의 입장에서는 12년 동안 학교 현장에서 교육받아 본 적이 없는 철학적인 문제에 대해 자신의 입장을 제시하고 근거를 대라고 하니 막연하고 불안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교사들로서도 대학에서 도입하겠다고 하는 통합논술에 대비하려고 하니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막막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고득점을 약속하면서 학부모와 학생의 불안 심리를 파고드는 논술 사교육 시장은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아도 근원적인 철학적 물음에 대해 답하는 것이 한두 달 훈련받는다고 해서 가능한 일이 아니다. 단기간에 논술실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광고는 모두 믿을 만한 것이 못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논술시험 자체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가 있지만, 논술교육이 올바로 이루어진다면 교육적 불평등의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바람직한 입시제도라고 생각한다. 올바른 논술 교육의 전제는 학생들이 오랜 기간에 걸쳐 책을 읽고 토론을 하는 훈련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교육을 하기 위해서 대단한 인프라가 있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 그저 인문학적인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으면서 학생들과 책을 읽고 토론을 할 준비가 되어 있는 부모나 교사만 있으면 된다. 아이들은 책을 읽고 토론하는 가운데 스스로 생각을 키운다. 아이들에게 어려서부터 책을 읽고 토론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준다면 논술 유학은 필요 없을 것이다.교육 불평등이 경제적 불평등으로 이어지는 상황이 점점 고착화되어 간다고 한다. 이런 경향은 분명히 바람직한 것이 아니다. 사회의 민주화를 위해서도, 적어도 논술교육만큼은 시장의 논리에서 벗어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고려대학교 철학과 및 동대학원 졸, 철학박사(서양철학전공)전 고려대학교 민족문화연구원 연구교수고려대, 한양대 강사현 군산대학교 문화사상연구소 연구교수저서: '리처드 로티', '정보사회의 빛과 그늘'(공저)외 다수역서; '사회정의에 관한 6가지 이론', '철학자 가다머 현대의학을 말하다'외 다수/이유선(군산대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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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7.01.15 23:02

[새벽메아리] 이주여성 따뜻하게 보듬자 - 이지훈

전 세계적으로 자신의 나라가 아닌 다른 나라로 이주하고 있는 이주자들은 세계 인구 65억 중에서 약 2억 명에 달한다. 한국에도 취업을 목적으로, 혼인을 목적으로 하여 이주하고 있는 이주자들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이주노동자는 40만에 이르고, 혼인하여 국민의 배우자로 체류하고 있는 이주여성들도 국적을 취득하지 않은 경우만 약 8만 명에 이른다. 전라북도의 경우에도 등록된 이주노동자들이 약 3천에 이르고, 미등록 체류자들이 약 2천으로 하여 약 5천여 명이 취업을 목적으로 체류하고 있다. 국민의 배우자로서 이주여성들은 전라북도에 약 5천명으로 추산할 수 있는데, 국적 미취득자는 약 3천여 명이고, 국적 취득자는 약 2천여 명으로 추산할 수 있다.지난 2002년 이후 월드컵 당시 보였던 열광적 국민들의 응원열기가 지난 해 까지도 이어졌다. 이 축구 대한 열기는 온 국민을 하나로 엮기에 충분했고, 온 국민은 하나가 되어 단결된 모습을 자랑해냈다. 이러한 힘의 바탕은 바로 민족주의에 바탕하고 있다. 과거 우리 민족이 일제 식민지로부터 어려움을 당했을 때에도 이 민족주의는 작용되어 민족이 식민지로부터 벗어날 수 있게 한 원동력이 되었다. 남과 북이 대치된 이 아픈 현실 속에서도 통일에 대한 기대와 염원을 버리지 않게 한 것도 남과 북이 한민족이라는 당위적 민족주의 정신에 기초하여 화해와 희망을 저버리지 않게 하고 아직까지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게 하는 힘이 되고 있다.그러나 이 민족주의는 저항민족주의로써 우리 민족과 국가의 원동력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은 우리 사회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하는 장애물 역할을 하고 있다. 세계는 이제 하나의 권역으로 지구화 사회라 일컬어지고 있다. 한국사회도 수십만에 달하는 이주노동자와 이주여성의 급증이 말 하듯, 이미 다민족과 다국가를 형성하고 있다. 우리 사회는 이제 다민족 다국가 사회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인종과 국가, 민족과 국가, 민족에 대한 구분과 차별이 심각할 만큼 크게 작용하여 나타나고 있다. 이주노동자와 이주여성들은 못사는 나라에서 왔다는 이유로,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쉽게 반말로 대화를 할 수 있는 대상으로 취급도어지면서 인간으로서의 권리가 제약되고 이들은 우리 사회의 차별과 소외의 중심에 서 있다. 우리 사회는 이제 다국가사회, 다민족사회를 이루고 있다. 과거 저항 민족주의가 왜곡되어 지면서 다른 민족을 배척하는 배타 주의적 민족주의로 변질되어져 버렸는데, 이제 민족주의를 기반으로 한, 잘못된 구별과 차별은 사라져야 할 것이다. 이제 국가주의와 민족주의를 넘어 다국가주의와 다민족주의로 변화해야 하고, 다국가 사회를 넘어 다문화 사회를 만들 수 있어야 한다. 전 세계가 이민화, 이주화, 세계화 되고 있다. 우리도 이제는 배척과 차별이 아닌, 포용과 이해를 추구하고 지향할 수 있는 가치를 가질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것은 우리 사회에 자리하고 있는 이주노동자와 이주여성들에 대한 따뜻한 시선으로부터 출발할 수 있다. 아시아노동인권센터 소장 아시아이주여성센터 소장 전북외국인노동자공동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 전국이주노동자인권연대 운영위원 전국이주여성인권연대 운영위원 전북민중연대회의 집행위원 법무부 전북지역 외국인인권증진협의회 위원 완산경찰서 인권모니터 요원 결혼이민자가족지원센터 전북협의회 대표 /이지훈(아시아노동인권센터/아시아이주여성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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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7.01.08 23:02

[새벽메아리] 영어마을 유치 열풍 유감 - 이경한

영어마을이 문제다. 전북지역의 지방자치단체마다 영어마을을 짓거나 유치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저마다의 논리를 내세워 그 주장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그 주장의 이면에는 교육에 대한 열정보다는 교육을 통하여 주민들에게 어필해보겠다는 생각이 더욱 강한 듯하다. 즉 주민들에게 폼 나는 일을 하거나 폼 나는 시설을 유치하여 단체장의 치적을 올리겠다는 생각이 앞서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우리 지역의 영어교육에 기여하고 주민들의 교육능력 신장을 돕겠다는 생각은 가상하다. 이 점에 이의를 달 생각은 없다. 그러나 문제는 지나치게 많은 비용을 투자하고도 별 효과가 없을 일에 자치단체들이 너무 많은 집착을 하고 예산이 투입된다는 점이다. 영어 실력을 높여서 국제 경쟁력을 갖춘 글로벌 인재를 육성하겠다는 점은 지향할만한 일이다. 그러나 영어마을을 가지고서 이런 인재를 기를 수 없음은 자명한 일이다. 짧은 기간의 영어 체험만으로 학생들의 영어능력이 향상된다면 왜들 그리 법석을 떨면서 아이들을 외국으로 보내겠는가라고 자문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미 다른 시도의 영어마을이 그 효과가 별로 없음을 증명해주고 있다.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서 고작 얻는 것이 외국인의 얼굴을 몇 번 대하고 외국사람과의 외마디의 영어를 나누고 영어문화권의 공포감을 덜어주는 정도라면 영어마을에 대한 지나친 투자와 이의 경쟁을 삼갈 필요가 있다. 차라리 그 많은 돈을 교육현장에 투자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일 듯하다. 지금 전북의 지방자치단체에서 영어마을에 투자하겠다는 비용을 학교현장의 원어민 교사의 유치에 투입한다면 그 효과가 보다 클 듯하다. 영어마을을 지어놓고 학생들을 일주일에 한 두 번씩 불러다 놓고 시행하는 수업보다는 원어민 교사를 학교에 초빙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이다. 영어교육의 처방으로 가장 적극적인 해결책은 영어교사의 수준을 높이는 방법이다. 최근의 영어교육의 패러다임도 시설 투자보다는 영어교육자의 투자로 전환하고 있다. 이 점은 교육이란 교사의 질을 넘어설 수 없다는 평범한 진리에 근거를 두고 있다. 다시 영어교육의 질은 영어교사의 질을 넘어설 수 없음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영어교사교육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한다. 그것도 그 효용성이 높은 젊은 영어교사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를 해야 한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젊은 교사가 오래 근무할 것이고, 그들이 기여할 가능성이 높기에 투자 효과도 크다고 본다. 최근 교육부의 흐름도 영어교사교육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로 선회하고 있다. 이런 흐름을 전북도와 시군자치단체들이 유념해야 한다. 그리고 기왕에 영어교육을 강조하고 싶다면, 신규 영어교사의 채용방식도 변해야 한다. 영어교사의 선발시험에서 영어활용능력에 대한 보다 엄정한 절차와 자격을 두어 실력있는 교사를 선발해야 한다. 이런 영어교사를 신규채용하면 영어교사에 대한 재교육비용도 절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화 시대에 글로벌 인재육성을 위하여 영어교육이 강조되는 상황을 도외시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영어교육에 투자하더라도 제대로 투자를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리고 전북도는 시군자치단체들이 지나친 영어마을 경쟁으로 인하여 주민들의 세금을 낭비하는 일하지 않도록 이에 대한 적극적인 조정에 나서야 한다. 모쪼록 영어마을에 대한 지나친 열풍이 학생들의 영어실력을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자치단체들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서울대학교 대학원 교육학박사, 미국 Texas A&M University 연구교수(2002년), 전주교교 사회교육과 교수, 전주교대 학생처장 역임,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공동대표, 민주평통 전주시협의회 자문위원. 저서: 희망은 아이들이다(2006), 사회과 지리수업과 평가(2004) 등/이경한(전주교육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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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7.01.01 23:02

[새벽메아리] FTA...AI...'설상가상' 농민 - 박찬숙

TV화면 아래로 대설주의보 띠자막이 지나가자 정말 커다란 눈송이가 밤하늘을 가득 메우기 시작했다. 농민만 아니었다면 그 소담스런 광경에 순수와 평화 등 아름다운 단어들을 떠올리며 그 어느 때보다 푸근한 잠자리를 맞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날 밤 평화는커녕 시시각각 쌓인 눈의 높이와 무게를 가늠하느라 밤잠을 설쳐야 했다. 다음날 긴 막대에 갈퀴를 묶어 하우스 위에 쌓인 눈을 끌어내리는데 하우스 사이 좁은 통로는 끌어내린 눈으로 사태를 이루었다. 허리께까지 차오른 눈더미 속을 빠져나오는데 바지자락, 내복 함께 무릎위로 말려 올라가버렸고 눈이 가득찬 장화 속에서 빠져나온 빨간 속살은 흰눈 속에 퍽이나 생경하게 보였다. 그렇게 눈 골짜기를 정신없이 허우적대는 동안 엄습해온 것은 추위나 힘겨움이 아니었다. 익산, 김제지역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의 확산방지를 위해 살처분되고 있을 작은 짐승들의 신음과 허우적거림이 눈 속에 박힌 나의 무기력한 다리에 잔뜩 엉겨붙어오는 것만 같았다.국제보건전문가들이 AI 확산방지를 위해 조류 외의 가축까지 도살할 필요는 없다는 의견을 내었음에도 정부는 개, 고양이 등 돌아다니는 가금류가 AI확산의 매개체가 될 수 있다며 조류와 함께 살처분 방침을 결정하였다. 그것이 최선의 방책이라고 하니 그에 전문성이 없는 나는 그 어떤 다른 주장도 할 수가 없다. 그러나 살처분 대상의 기준이란 것이 매우 불합리해 보인다. 고양이, 개는 몰라도 돌아다니는 돼지가 있을 리 없음에도 살처분 대상에는 돼지도 들어있다. 돼지는 위험해도 소는 괜찮다니 그나마 다행이지만 한편으론 그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상식선에서 본다면 가금류보다는 양계장 주변에 가장 흔하게 돌아다니는 쥐, 족제비 등 야생포유류와 까치 등 텃새들이 바이러스 매개동물로는 훨씬 더 위험해 보인다. 그러나 그것들을 일제 소탕한다는 방침은 없는 듯하다. 풀어 키우던 가축은 가두고 격리하여 철저히 관리하면 되지 않을까? 꼭 모조리 죽여야 하나? 해당지역 조류사육 농민들의 피해와 고통만으로도 충분히 안타깝고 가슴 아픈데 가금류와 반려동물까지 생매장해야하는 주민들의 상처는 또 어찌하랴! 김제에 사는 어떤 이는 며칠 전 반려견을 데리고 먼 친척집으로 피난을 떠났다고 한다. 진정 살처분 외에 다른 방법은 없는가? 예방주사는 AI의 종류가 수십가지여서 현재로서는 만들어내기 어렵다고 한다. 그러나 철새가 지나갈 때마다 살처분의 공포로 아수라장이 되는 일을 언제까지 반복해야하나? AI가 공중에 떠돌아도 이겨낼 수 있는 건강한 닭, 오리로 키우는 방법은 정말 없는가? 사람 또한 AI든 싸스든 각종 독감바이러스를 극복해낼 수 있는 건강한 몸을 만들고 유지하는 방법은 없는가? 예전에 농가에서 키우던 닭과 오리들은 철새들이 지나갈 때 어떻게 죽지 않고 살아있었을까? 한미FTA로 인한 불안에다 AI공포까지, 겹치기 고통 위에 내려진 대설주의보, 밀운불우 나라에 사는 설상가상의 농민은 흙더미 속에서 허우적대는 살처분 대상이나 진배없이 그 삶의 무게가 너무도 무겁다. 그리스도가 세상에 오신 오늘, 익산, 김제지역의 농민들에게 AI로 인한 상처와 고통 그 한가지만이라도 덜어낼 수 있는 평화의 날이 되기를 간절히 기원한다./박찬숙(전 전북여성농민연합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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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6.12.25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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