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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메아리] 흘러간 물이 돌리는 물레방아 - 김정수

연극은 한마디로 갈등의 예술이다. 인간의 삶의 단면을 그려냄으로써 사유와 쾌락을 제공하는 이 종합예술의 얼개는 갈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만큼 우리 사는 세상에 널려있는 것이 갈등이라는 이야기일 수도 있다.갈등의 기본 구조는 생각이 다른 두 힘의 충돌이다. 흔히 드라마에서는 이 두 힘 중 하나에 정의를 부여함으로써 극적 흥미를 유발한다. 그러나 현대 드라마일수록 이 갈등구조가 좀 더 복잡한 양상을 띤다. 정의를 일방적으로 부여하기보다는 관객으로 하여금 무엇이 정의일까 사유케 하기도 하고, 해결 불가능한 지경으로 갈등이 난마처럼 얽힌 극이 보는 재미를 증폭시키기도 한다. 그래도 극은 극이다. 한순간 '뻥'하며 모든 갈등이 해소되고, 관객은 안도와 더불어 깊은 카타르시스를 맛본다.두 달간 한국 사회에 굵직한 갈등이 가로 놓여 있다. 끝이 보이지 않는 갈등이다. 이 갈등을 해소할 드라마틱한 결말은 무엇일까. 아마 6.29선언과 같은 대반전일 것이다. 민의의 승리, 다수의 승리의 모습을 갖추는 일일 것이다. 극한 대립을 촉발했던 갈등적 요소의 해소일 것이다. 하지만 불행히도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도 갈등을 해소하지는 못했다. 말로만 잘못했으니 이제 그만하자고 했을 뿐, 근본적이 갈등 요소를 제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니, 오히려 갈등이 부추기는 세력에 의해 갈등의 양상은 더 복잡해지고 있다.아무도 반미구호를 외치지 않았어도 정부와 여당은 전력이나 사상을 문제 삼아 촛불시위를 반미로 규정해가고 있다. 이미 오래전에 예견되었다. 촛불시위가 반미로 변질되지 않을까 염려스러워 하는 내심에는 반미로 몰고 싶다는 조바심마저 엿보였다. 서글픈 세상이다, 미국에 굴종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 반미운동가인가? 김정일의 사주를 받지 않으면 반미사상을 가질 수 없을 만큼 머리속이 비었다 생각하는 것인가?언급할 가치도 없지만 스스로를 보수라 일컬으며 우리 사회의 갈등을 부추기는 발언을 일삼는 우리나라의 광적 사이비 보수논객들 중 진정한 보수는 찾아볼 길이 없다. 세계 보수들의 공통적 특징인 수구적 민족정신조차 없다. 오로지 친일, 친미의 기치만이 요란하며 반공의 피울음만 가득할 뿐이다. 그들은 갈등을 먹고 산다. 사회적 갈등 해소를 고민하기보다 그 갈등을 어찌 자신의 기회로 활용할까 고민한다. 낡은 이데올로기의 자를 꺼내들고 말이다. 역설적이게도 북한은 그들에게 생명의 은인이다.이들이 맹목적으로 숭배하는 미국이 요즘 북한에 다가가고 있다. 테러리즘 지원국 명단에서 빼주면서 무기 수출 가능성까지 열고 있다. 이제 어쩔 건가? 가스통이라도 짊어지고 미국에 뛰어들 건가? 하긴 어떤 조건에서도 생존 본능이 뛰어난 이들의 특질로 봐서 또 다른 우기기를 생각해낼 것이다. 언제 우리의 사이비 보수가 논리적인 적이 있었던가. 대기업을 사랑하는 이유도 다 그 힘을 신봉하기 때문이 아닌가.극작가 함세덕의 희곡 '고목'은 해방직후 남한사회의 복잡한 갈등을 잘 묘사하고 있다. 작품 내 기득권 세력은 친일, 친미, 반민족 행태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 작품이 보여준 60년 전 이 땅의 갈등이 세기가 바뀐 지금에도 똑같은 모습으로 되풀이 되고 있음은 참으로 참담한 일이 아닐 수 없다./김정수(극작가전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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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8.06.30 23:02

[새벽메아리] 겉치레식 생태체험 그만하자 - 유혜숙

최근 농사체험, 생태체험이 새로운 트랜드가 되었다. 농촌체험마을, 아토피 체험마을, 시골집에서 놀기 등 대한민국 시골 곳곳마다에 새 바람이 거세다. 개발로 숨 가쁜 현대사회에서 한 발짝 물러선 시골에서 느림과 생명의 기운을 느끼고자 함은 반가운 일이다.그러나 과하면 탈이 난다고 한다. 며칠 전 모 대학에서 열린 유치원 아이들 모내기 체험활동을 보고 더 이상 이건 아니지 싶었다. 지름 1m정도의 크고 둥근 함지박에 흙과 물을 채우고 선생님과 아이들이 둘러 앉아 모를 심고 있었다. 그 작업이 도대체 뭔지나 알고 하는 건지, 꽂아놓으면 그냥 쌀이 되어 나온다는 것으로 알지 않을까. 이리 쉽고 만만한 것이 농사라고 생각지 않을까 걱정스러웠다. 왜 그런 몽매한 체험을 지성의 전당인 대학에서 하는지 답답하다.얼마 전 무슨무슨 환경 축제 체험 부스에서 작은 통에다 물고기 한 마리씩을 나눠주고 있었다. 아이들이 너도나도 받아들고 나가더니 저만큼도 가기 전에 물 쪼~옥 따라버리고 손바닥에 그 작은 물고기를 올려놓고 누구 것이 세게 퍼덕거리나 오래 살아있나 내기를 하고 있었다. 차마 보기 힘든 장면이었다.유아교육 현장에서 목격한 또 다른 사례도 있다. 누에, 사슴벌레 심지어 올챙이며 병아리까지를 일일이 통에 담아 나눠주고 키우며 관찰하는 것이다. 일명 '생태교육'을 진행하는 것인데, 월별로 계속 나눠주는 것을 아이들은 새로운 장난감 보듯 가져가 키우고 죽이고를 역시 월마다 반복하고 있다. 생명의 경외감은커녕 그 생명체가 죽는 것을 기계 고장 나는 것 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아 무섭기도 한다. 그러고도 모두들 태연하게 자연에 대한 학습활동을 성실히 하고 있다고 착각하니 실은 이것이 섬뜩하다.나는 어느새 10년 넘게 유치원 아이들과 밭농사, 논농사를 하고 있다. 땅콩, 고구마 등을 심어놓고 아이들과 함께 비 내리기를 초조하게 기다리다 기뻐했던 일, 잡초에 두 손 들고 항복해버린 일, 유난한 가뭄에 타들어가는 농작물이 안타까워 바가지를 들고 시냇물과 밭 사이를 부리나케 오가던 일, 이것은 모두 아이들이 하나의 생명체와 교감하는 시간이었다.이런 체험을 거친 아이들은 그림일기에는 세상에 더없이 귀하고 값진 말들을 쏟아낸다. "우리는 일하다가 쉬고 냇가에서 놀기도 하는데 농부 아저씨는 계속 안 쉬고 땀을 뻘뻘 흘리며 일만 하신다. 농부아저씨는 참 힘들겠다." "그러니까 우리는 밥 먹을 때 하나도 남기지 않고 잘 먹어야겠다." 이것이 바로 산교육이고 체험의 마술이다.물론 우리는 벼농사 지을 때 볍씨 고르기부터 시작해서 모판 나르기, 모내기.벼베기, 도정하여 밥 지어 먹기까지를 힘들게 땀 흘려 체험한다. 밭농사 또한 마찬가지다. 체험은 이렇게 해야 비로소 우리가 얻고자 하는 귀한 것들을 제대로 얻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나는 개인적으로 판화가 이철수님을 좋아한다. 짧은 글귀에 때마다 공감하고 감동한다. "우리 집에 물고기 기르지 않는다. 냇가에 나가서 본다." 농촌체험과 생태체험 바르게 해야 한다. 이마저도 재미삼아, 겉치레로 해서는 안 된다. 원인이 있고 결과가 있듯 처음 시작이 있고 끝이 있다는 걸 알리고, 그 과정이 결코 만만한 것이 아님을 우리 아이들에게 알게 하자. 그것이 감히 그것이 교육의 기본이라 생각한다./유혜숙(전북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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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8.06.23 23:02

[새벽메아리] '시민광장' 을 만들자 - 조동용

6월 10일 전주 오거리는 1만여 시민들로 인해 자동차도로가 막히고 광장이 되었다. 촛불문화제 때문이었다. 전주뿐만이 아니라 전국의 주요 도시 거리가 임시 광장이 된 것이다. 원래부터 광장이 아니라 사람과 자동차가 다니는 도로를 막아서 광장으로 활용한 것이다. 한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있는 '아고라'라는 공간은 하루에 100만 명에 이르는 거대한 네티즌이 찾아오는 신 '광장'이 되었다. 이곳에서는 전문가 수준을 넘어서는 광우병 쇠고기의 문제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아이디어, 해학 등이 살아 넘치고 있다. 이런 현상을 보고 디지털 민주주의라고도 하고 어떤 이는 디지털 포퓰리즘이라고도 하지만 대다수의 국민과 사회학자, 세계의 이목은 새로운 의사소통 방식으로 연구할 가치가 충분히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필자는 디지털 광장인 '아고라'의 위대성에 놀란 측면도 있지만 오히려 시민들이 모여서 함께 의논하고 얘기하고 의사를 표출할 도시 공간 하나를 제대로 갖지 못한 현실을 보고 우리 도시가 얼마나 삭막하게 구조화되었는지를 보게 되었다.전국에서 100만 명이 운집했다던 촛불문화제가 있던 주요도시는 대다수 도로를 통제하고 임시광장을 만들어야 했다. 촛불 문화제가 열리는 도시에는 광장이 없었다. 대다수 차도를 막고 광장을 임시로 만들었다. 새롭게 조성된 신도시에도 광장은 없고 오로지 넓고 넓은 자동차 도로 뿐이었다. 녹지, 보행자 도로, 자전거 도로, 그리고 도시민이 쉬고 함께 거닐고 놀 수 있는 광장이 조성된 곳은 없었다. 전주의 서신지구, 평화동, 서곡지구도 광장은 없다. 익산의 영등동, 군산의 수송택지, 나운동에도 역시 시민이 소통할 수 있는 광장은 없었다. 물론 이유는 간단하다. 토지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개발주체가 놀고 있는 땅을 그냥 놔 둘리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를 수용해준 도시계획자들과 지방자치 단체장들의 근시안적인 행정의 결과다. 사태가 이 정도 되면 '광장'찾기 시민운동이라도 해야 되지 않을까? 전북의 주요 도시는 새로운 택지개발 계획을 갖고 있다. 시민운동가들이여 집회장소 없다고 한탄하지 말고 택지개발을 할 때 반드시 '광장'이 만들어지도록 계획에 참여하고 압력을 넣어보시라. 그리스 민주주의 상징은 아테네 광장이지 않던가. 광장은 소통의 공간이면서 창조의 공간이 될 것이다. 전주, 익산, 군산만이라도 그럴싸한 광장 하나씩 만든다면 도시의 품격이 달라질 것이다. 도시민의 문화의식이 달라질 것이다.오드리 헵번의 명연기와 유럽의 자유를 느낄 수 있는 '로마의 휴일' 영화를 보았다면 누구나 유명한 광장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유럽의 멋있다는 도시를 가면 언제든지 볼 수 있는 곳이 광장이다. 일본, 미국 대다수의 나라들에서는 광장을 살려두고 있다. 촛불문화제 하는 시민들이 도로를 막고 있다고 핀잔주는 일부 정부관계자나 이에 편승한 시민들은 오히려 '시민의 광장'을 찾아주는 일을 해야 할 것이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신도시에 광장을 만들어 보자. 시민들의 의사소통 공간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오래된 이젤을 놓고 그림을 그리는 사람, 통키타를 연주하는 청바지 차림의 50대 중년, 열띤 토론을 하는 소규모의 집단, 소리문화의 전당에서만 볼 수 있는 B-Boy가 아니라 도심 광장이 있다면 언제든지 볼 수 있는 청소년들의 끼의 표출 공간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특별히 멋있거나 돈을 많이 들이지 않아도 된다. 광장만 하나 덜렁 만들어줘도 그곳이 도시의 랜드마크가 될 것이다. 시민들의 문화와 삶의 휴식이 만들어지는 대표적인 상징광장이 될 것이다./조동용(전라북도 지역혁신협의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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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8.06.16 23:02

[새벽메아리] 지역발전을 위한 기본원칙 - 구자인

지역주민이 주도하는 상향식의 지역발전 전략. 이것을 흔히 내발적 발전론이라 한다. 살고 있는 주민이 지역 내부의 인적, 물적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여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직접 추진하는 것이 성공의 지름길이라는 것이 핵심이다. 사실 지역주민이 주인공이 된 지역발전 방식만이 성공할 수 있다는 점은 자명하다. 이 점은 전 세계에 걸친 다양한 사례 연구에서 나타난 결론이기도 하다.하지만 현실에서 이러한 전략이 얼마나 어려운지는 실천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잘 모른다. 지역사회의 기초체질이 그만큼 허약해져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과거 20세기 1백년간 역사를 거슬러 되새겨 보면 더욱 명확하다. 지난 역사에서 지역사회 내부 역량을 키우기 위한 다양한 노력들은 중앙으로부터 항상 강력한 탄압을 받았다. 일제 강점기에는 독립운동이라는 것이, 분단 독재시대에는 빨갱이라는 것이 탄압의 이유였다.또 70, 80년대의 압축적 도시화는 풀뿌리 농촌공동체를 철저하게 파괴하였고 도시의 강력한 인구 이동은 새로운 이웃사회 형성 자체를 막았다. 그래서 서로가 서로를 감시하고 고발하며 때로는 부정부패를 상호 묵인하는 관행이 지역사회에 만연하였다. 우리는 옳은 일에도 "나서면 다친다"는 부모님 말씀이 귀에 인이 박히도록 들었다.그런 20세기를 거쳐 현재의 지역사회가 존재하고 있다. 지방자치제도가 실시되고 민주화 시대가 되었다 해도 지역사회의 뿌리 깊은 관행은 쉽게 바뀌지 않고 있다. 그렇지만 내발적 발전 전략이 '쉽지 않은 길이지만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길'이기도 하다. 지역발전의 전략에 정답은 없다. 하지만 포기해서는 안될 원칙은 있다고 본다. 현장 경험을 통해 다음 네 가지 기본원칙을 제안해본다.먼저, 풀뿌리 마을 기반을 강화하려는 관점이 중요하다. 지역리더를 발굴하고 그들이 열심히 일할 수 있는 여건을 지원해야 한다. 또 협동조합의 본래 정신을 회복하고 마을 단위의 공동활동을 체계화해야 한다. 학습과 토론, 합의라고 하는 것은 민주주의 기본원칙이다. 요즘 유행하는 마을만들기 활동은 이러한 상식을 복원하는 훈련이다. 기초 체질의 개선 없이는 결코 먼 길을 갈 수 없는 법이다.둘째, 중장기 계획을 수립하고 단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단기 성과, 그것도 가시적 성과에만 주목하는 것이 우리 모습이다. 문제의식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학습과 토론 과정을 거듭하며 5년, 10년의 중장기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그리고는 작은 것부터 단계적으로 풀어가야 한다. 지역의 문제는 복잡하게 얽혀있으므로 단기간에 결코 풀릴 수 없다. 내발적 발전론도 중장기 시간 변수를 고려하여 접근해야 성공할 수 있는 것이 지역 현실이다.셋째, 모든 사업이나 프로그램의 성공 기준은 인재 육성과 협력 시스템 구축에 맞추어야 한다. 지역내 풀뿌리 인재를 육성하면 그 사람이 다음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다. 또 주민과 행정, 전문가, 시민단체 사이의 신뢰감을 회복하고 협력관계를 구축하는 것은 지역의 중장기 성장동력이 된다. 이를 위해 결과보다 과정을 중시하는 인내심이 필요하다. 그 과정에는 고통과 상처를 수반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결코 생략되어서도 안될 훈련 과정이다.넷째, 지역마다의 고유한 정체성을 강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고유성은 지역 내부에 주목할수록 부각되고 정체성은 공감대의 폭이 넓을수록 강해진다. 지역의 특화전략이란 이처럼 강화된 고유성과 정체성 위에서 효력을 발휘한다. 지역사회의 대부분을 축소, 생략하고 한두 가지로 집중하는 것이 특화전략이라 주장하는 것은 명확하게 잘못이다. 특히 농촌에서 품목별 특화는 매우 위험한 농업 전략이다. 다양성을 보장하는 전략이야말로 지역사회를 풍요롭게 하고 특화의 가능성을 더욱 확대하는 지름길이 된다.지금 시대에 우리에게 요구되는 지역발전의 전략은 위의 네 가지 기본원칙을 충실히 동시 실천하는 것이다. 지역사회 구조에 대한 잘못된 이해, 기본을 무시하는 접근방식 때문에 많은 지역에서 시행착오가 거듭되고 있다. 학습과 토론이 생략되고 중앙이 혹은 전문가가 일방적으로 정답을 제시하려는 오류가 범람하고 있다. 단편적 아이디어 몇 가지로 지역을 발전시킬 수 있다는 거짓말이 너무 쉽게 통용된다.결국 지역 발전을 위해서는 사람을 중시하고 풀뿌리 기반을 강조하며 다양성을 존중해야 한다. 또 토론과 합의의 민주주의를 강화하는 길 밖에 없다. 다른 길은 없다. 당장의 가시적 성과를 강조하는 방법론도 주민참가를 촉진하는 전략선상에서만 유효하다. 고통스런 과정을 생략하고 성공하려 한다면 그것은 도박에 불과하다. '더디지만 제대로 가는 길'을 걸어가야 좋은 결과도 기대할 수 있는 법이다./구자인(진안군청 마을만들기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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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8.06.09 23:02

[새벽메아리] 촛불의 운하라도 만들 셈인가 - 김정수

대다수 국민의 간곡한 만류에도 미국 쇠고기 수입이 고시되었다. 정부는 우리의 냄비근성을 기대했을 뿐, 티클 만큼의 재협상 의지도 없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게다가 처음부터 논리적인 협상이 아니었으니 논리적으로 설득할 길도 없다.촛불집회를 두고도 연예인 충동질, 불순세력 사주, 청소년 괴담 등 전형적인 논점 흐리기로 일관하더니, 수업 중 불러내기, 교장선생님 교내방송, 핸드폰 문자 검열, 집회현장 교사 파견 등으로만 그 불을 진화하려 했다. 하지만 불은 더 커졌다. 청와대로 향하는 시민들과 경찰이 충돌하고, 강제해산에 매일 밤 연행자가 속출하고 있다. 늦었지만 결단이 절실한 때다.그런데도 며칠 전 TV에 출연한 한 여당 고위 당직자는 그저 촛불집회가 반미로 흐르지 않을까만 오매불망 염려하고 있었다. 그에게는 반정부보다 반미가 더 두려운 듯 보였다. 미국 정부 대신 수 억 원의 광고를 뿌려대다 보니, 반정부 구호와 반미 구호가 혼동될 수도 있겠다. 앞으로 달리던 자동차에 갑자기 후진 기어를 집어넣은 듯한 충격이 이럴까? 잃어버린 십 년 운운하더니 아예 30년을 통째로 복고하려 드는 정부에 새삼 현기증이 난다.30년 전, 유신말기에도 촛불집회가 있었다. 시국기도회였다. 그 때도 빡빡머리와 단발머리들이 상당수 참여하곤 했는데, 경찰이나 선생님께 붙들려가는 일을 막기 위해 스스로 교복의 명찰을 뜯었다. 시국을 걱정하는 기도 자체가 죄악시(가끔은 좌익시)되는 시절이었다. 언론은 종교인들이 정치에 개입한다 비난했고, 하라는 공부 안하고 나선다고 학생들을 쪼아댔다. 하지만 하라는 짓 안하는 군인, 하라는 민주정치 안하는 정권에 대해서는 침묵했다.국민성공시대를 열겠다는 현 정부의 국민과의 소통방식은 참으로 간결하다. 미국을 못 믿으면 누굴 믿냐고 당당히 나서는 그들에게서 참으로 간결한 그들의 철학을 본다. 하지만 간결하되 집요하다. 그래서 불안하고, 그래서 촛불을 든다. 촛불은 광우병보다 높은 곳에 있다.화려한 공약, 한반도 대운하도 그렇다. 간단하다. 재고해보고 정말 문제다 싶으면 없던 일로 하면 된다. 자존심 상할 일 하나 없다. 허나 어떤가? 이리 저리 몸통을 뒤집고, 비비 꼬아 변신해보고자 용을 쓰는 형국이다. 도대체 아는지 모르는지, 알고도 모른 체 하는 지, 초지일관 동문서답의 정부, 전생에 대운하에 빚이라도 진 것일까? 그 빚이 얼마나 되는지 우리 국민들이 돈 모아 갚아주면 안하려나?고집이 집념일 수 없다. 무모한 용기가 추진력일 수 없다. 뭘 모르는 어린 것들이 촛불 들고 나왔다고 우습게 알 일이 아니라, 뭘 모르는 어린 것들까지 촛불 들고 유모차 타고 나왔다는 사실을 무섭게 받아들여야 한다.2005년 개봉되었던 '아일랜드'는 거대하고 조직적인 속임 속에서 살고 있는 복제인간을 소재로 한 영화다. 유토피아로 세뇌된 곳이 바로 죽음이라는 사실을 모른 채 세상과 단절되어 사는 그들의 삶은 섬뜩하다 못해 잔혹하다. 혹 우리 정부와 일부 언론은 이 같은 단절이 정말 가능하다고 믿고 있는 것 아닐까? 정말 모든 국민이 바보라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만약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그게 아니라는 걸 알게 할 수 있을까? 촛불이 거대한 운하되어 흐르면 그 때야 알까?/김정수(극작가전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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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8.06.02 23:02

[새벽메아리] 참을 수 없는 국가정책의 가벼움 - 유혜숙

광우병 위험 쇠고기 문제로 국민의 걱정이 날로 커지고 있다. 정부 출범 석 달도 안 되어 대통령이 국민에게 사과하는 모습은 우리 모두에게 참으로 불행한 사태다.미국에서 시판중인 쇠고기 95%가 20개 월령 이하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무슨 배짱과 용기로 30개 월령 이상 쇠고기도 수입하기로 했는지 국민은 이해할 수도 없고 실은 이해하고 싶지도 않다.대통령은 국민에게 송구하다며 사과를 했다. 재협상은 하지 않겠다고 한다. 그냥 송구하기만 한 모양이다. 결과는 변함없다. 앞뒤가 맞지 않는 행동으로 정치 코미디 1번지가 청와대임을 과시한 것이 처음은 아니지만 대통령의 담화 전에는 청문회 한 번으로 광우병 논란이 괴담이었다고 억지를 쓰더니 이제는 대통령이 사과했으니 그만 하자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참으로 속편하고 간단한 문제해결 방법이다. (대통령은 참 좋겠다.)광우병 위험 쇠고기에 대한 두려움도 크지만, 국민과 전혀 소통이 되지 않고 있는 이명박 정부에 대한 국민의 분노와 답답함도 심각한 상황이다. 지난해 10월 우리 정부는 미국산 쇠고기에서 통뼈가 발견되어 광우병 위험이 있다며 해당 쇠고기를 반품했다. 그런데 이번 협상으로 반품하기 위해 부산항에 대기 중이던 그 쇠고기 5천3백 톤이 곧 시중에 나온다고 한다. 불과 몇 달 전에는 광우병 위험이 있다며 반품했던 쇠고기를 이제는 안심하고 먹으라고 한다. 그것도 질 좋고 싼 쇠고기라며 국민에게 걱정할 일이 없다고 하고 있다.사실, 이쯤이면 정신 착란이나 자해에 가까운 행위다. 문제는 그것이 한 개인의 정신상태가 아니라 국가 정책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이를 걱정하는 국민에게 충분히 홍보하지 못한 것이 문제라고 하니, 국민의 심란함은 한 여름 눈발이 날리는 상황처럼 어이가 없다.한 국가의 정책이 이처럼 국민의 안전과 생명은 물론이고 국가적 자존심까지 상실하게 만들고 있으니 국민의 답답함과 걱정은 클 수밖에 없다.광우병 위험이 있는 이들 쇠고기는 억울하게도 우리 아이들과 군인 등 집단 급식소에 공급된다. 정부는 마치 원산지 표시가 모든 문제의 해결책인양 이야기 하지만, 정부 스스로도 그것을 곧이곧대로 믿지는 않을 것이다. 이들 쇠고기는 화장품에도 들어가고, 생리대에도 쓰인다고 한다. 아이들이 먹는 젤리 등 과자에도 들어간다.이제 우리는 이런 쇠고기를 막아내지 못하면 어떤 상황이 올까. 한우도 안심할 수 없어 쇠고기 소비는 줄 것이고, 이는 한우 농가의 몰락으로 이어진다. 한우 시장의 붕괴는 다른 축산업에도 심각한 영향을 준다. 사과 값이 떨어지면 배 가격도 떨어지는 현상과 같다.쇠고기 김밥은 물론이고 각종 음식물에서 쇠고기 포함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인간 광우병은 약간의 쇠고기 및 쇠고기가 포함된 식품 섭취만으로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을 위해서는 매일 도시락을 챙겨주어야 할지 모른다. 군대간 아들에게는 쇠고기가 나온 날은 먹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해야 할 상황이다.이렇게 끔직한 현실에서 그래도 희망은 촛불을 들어 거리를 가득 메운 학생과 주부, 시민들이다. 국민의 여론이야 시간이 가면 변하지만, 한 번 얻어진 상처나 불신은 잘 지워지지 않는다. 겉으로 드러나고 변동하는 여론만을 믿고 시간이 가면 적당히 해결될 것이라는 안이한 생각은 결국 정권 스스로 감당하기 힘든 상황을 연출할지 모른다. 재협상만이 국민의 마음을 돌리는 최선의 방법임을 강조한다./유혜숙(전북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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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8.05.26 23:02

[새벽메아리] 2,000km 행군서 배운 거버넌스 힘 - 조동용

지난 5월 9일부터 ~ 13일까지 4박 5일 동안 필자는 자전거를 타고 전국을 순회했다. 군산방문의 해를 맞이하여 새만금의 도시 군산을 다녀가라는 홍보활동의 일환이었지만 참 뜻 깊은 활동이었다. 새만금 33Km 방조제를 연상하여 구성한 33명의 자전거 전국 투어 홍보단은 광주를 필두로 경상권, 충청권, 경기권, 수도권 등 20여개 도시를 방문했다. 계산해보니 얼추 2,000Km 정도가 되었다. 하루에 400Km씩 4개 도시 이상을 방문하는 강행군이었다. 물론 매일 자전거를 400Km씩 탄 것은 아니다. 도시와 도시 사이는 차로 이동하고 시민들이 많이 다니는 중심도로만을 자전거로 이동했다. 좀 더 효율적인 홍보활동을 목표로 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새만금의 도시 군산을 방문하세요."라는 구호가 익숙하지 않아서 인지 목소리도 작고 어색했다. 그러나 하루하루 시간이 흐르면서 자전거 바퀴가 각 도시를 돌아가는 숫자만큼 홍보단 일행의 목소리는 힘찼고 자신 있었다. 우리 홍보단은 23세의 최연소부터 71세 고령자까지 포함되었다. 60대 후반부터 70대까지 무려 7명이나 되었으니 이 자리를 통해 다시 한 번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싶다. 우리가 준비해 간 군산시를 알리는 홍보물은 3일째 되는 대전에서 동나버렸다. 급히 군산시 공무원들에게 추가 홍보물을 받았고 한 장이라도 군산을 알리려는 홍보단의 활동은 열정과 감동 그 자체였다. 홍보단의 자발적이며 순수한 군산을 사랑하는 마음은 전국 20개 도시 사람들에게 충분하게 알려졌다. 방문지의 대다수 시민들은 대단하다는 탄성과 관심으로 우리 일행을 맞이했다.필자는 군산에서 자전거타기운동본부의 대표를 맡고 있다. 그래서 홍보단의 단장이 되었다. 필자가 장황하게 자전거투어 홍보단 활동을 소개하는 이유는 다름 아니라 거버넌스가 갖는 효용성을 말하기 위해서이다. 군산시 관계자는 처음 자전거 투어 홍보단을 구상하였고 "자전거타기 운동본부의 협조가 없으면 안 된다."는 현실을 뒤늦게 알고 이 사업을 참여해 주기를 권유했다. 그러나 필자도 처음에는 엄두가 나지 않았다. 전국 20개 도시 이상을 방문해야 하는 실무적인 어려움은 그만두고 5일 동안 생업을 제쳐두고 활동할 33명의 사람을 모을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의구심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든 의구심은 사라지고 홍보단은 5일 동안 2,000Km의 엄청난 이동을 전개했고 20개 도시의 시민들을 만나 군산을 알리는 진정한 홍보대사의 역할을 해냈다. 참가한 홍보단은 물론이고 이를 위해 함께 고생한 7명의 스텝, 군산시 공무원이 함께 만들어낸 위대한 활동이었다. 이 모든 활동은 거버넌스의 힘이었다. 거버넌스는 제 1 섹타와 2,3섹타가 함께 만들어내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거버넌스는 여러 영역에서 성공하고 있으며 공공기관의 부족함을 채울 수 있는 유력한 방안이다. 그러나 거버넌스가 정착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개선될 점이 있다. 학문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이번 홍보단 활동의 실천을 통해 입증해보면 다음과 같다.첫째, 계획 입안단계부터 민의 의견을 많이 경청하여 준비하면 훨씬 더 큰 효과를 가져왔을 것이다. 자전거투어는 자전거 운동본부가 훨씬 더 전문가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민의 의견을 들었더라면 군산시의 중간 고생이 덜 했을 것이다.둘째, 거버넌스 효과를 높이려면 이를 실행하는 민의 의견을 최대한 많이 들어야 한다. 그래야 거버넌스의 의미가 살고 민의 자발적 창의성이 극대화 될 수 있다.셋째, 때우기 식 보다는 판단을 미리해서 사업을 추진하면 민간단체가 억지춘향 같이 일하는 경우는 적어질 것이고 사업의 생산성은 높아질 것이다.끝으로 훨씬 더 많은 영역에서 거버넌스를 실현해야 한다. 지금은 지방정부도 경쟁시대다. 경쟁의 도입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이명박 정부의 국정운영방침은 노무현정부보다 더 할 것이다. 경쟁력의 강화라는 측면에서 봐도 거버넌스를 더 많이 실현하는 것은 잠자고 있는 민의 역할을 극대화하기 방안이 분명하다. 거버넌스는 도시가 갖고 있는 한계적인 자원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리는 유력한 방안이 될 것이다./조동용(전북도 지역혁신협의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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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8.05.19 23:02

[새벽메아리] 위기에도 강한 농산물 유통체계 - 구자인

나라가 온통 광우병 문제로 난리법석이다. 모든 농산물이 자유롭게 수입되게 된 마당에 안전하지 못한 농산물까지 수입된다면 말 그대로 국민주권의 포기라 아니할 수 없다. 적절한 규제와 자제라는 도덕적 윤리가 동반되어야 하는 것이 먹을거리 문제 영역이다. 현재와 같이 농산물의 생산지와 소비지가 완전히 구분되고 대량으로 유통되는 현실에는 근본적인 문제가 내재되어 있다.우리나라에 유기농업이 본격 도입되고 생협이 설립되기 시작한 80년대 말 시점에서도 이것은 논쟁거리였다. '생산자 농민은 소비자의 안전한 식탁을, 소비자는 그 대가로 생산자의 생계를' 책임지겠다는 생협의 설립정신은 누가 보더라도 도덕적으로 타당하다. 하지만 생산지는 전국에 흩어져 있고 소비지는 대도시, 그것도 수도권에만 집중되어 있는 현실은 좋은 출발점에 비해 근본문제에 봉착될 수밖에 없다. 유통거리가 지나치게 멀고 생산자 농민과 도시 소비자가 '얼굴을 맞대는 관계'를 형성하기 힘들기 때문이다.더구나 이마트와 같은 대형매장이 유기농업 시장에 속속 진출하고 생협은 규모화로 대응하기 시작하면서 먹을거리의 유통거리(푸드 마일리지)는 더욱 멀어지고 복잡해졌다. 과연 유기농산물로 안전성을 인증을 받았다 하여 매연 뿜으며 장거리를 이동해도 도덕적으로 정당하단 말인가? 더구나 다른 나라에서 생산되어도 유기농산물이라면 안전하다고 마구 먹을 것인가?이미 농업 생산이 기계화되어 석유 없이는 생산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현실이 눈앞에 펼쳐지고 있다. 국제 유가가 200달러를 돌파하는 연도 예측이 계속 짧아지더니 급기야 최악의 경우 올 연말이 될 수도 있다는 보고까지 나왔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석유값이 장기적으로 계속 오를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한 것이기도 하다.이런 나라에서 석유 생산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기계화 농업, 장거리 대량유통 체계는 결코 지속가능할 수 없다. 경쟁력이 있을 수 없다. 물론 이런 위기 상황은 일부 투기적 농업법인, 유통법인, 벤처농업인에게는 또 다른 기회요인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조직이 오래도록 존속했다는 사례는 과문한 탓인지 우리나라에서 들어본 적이 없다.결국 우리는 기존의 근대화농업 방식을 전면 재수정해야 한다. 소농, 가족농의 존재를 인정하고 그 장점을 최대한 살리려는 방향에서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다품종 소량생산 시스템을 기반으로 규모화를 시도하는 협동조합 생산방식을 전면 도입해야 한다. 그러면서 동시에 지역 생산 농산물을 지역내에서 가공하고 소비할 수 있는 지산지소(地産地消) 유통체계를 확립해야 한다. 적어도 생산자 농민이 자기 먹을거리조차 현금 주고 사먹는 불합리는 없애야 한다.서구에서도 로컬푸드 시스템이라 하여 이런 방식으로 재빨리 전환하고 있다. 직매점, 학교급식, 지역화폐 등도 같은 맥락에서 사회운동의 일환으로서 적극 시도되고 있다. 사실 우리나라처럼 자기 먹는 것에 민감하면서도 전체 농산물 유통체계에 둔감한 나라가 없는 것 같다.이웃 일본에서는 식량자급율을 지역 단위로 재평가하려는 움직임이 90년대 중후반부터 농협, 광역 지자체 중심으로 널리 이루어졌다. 더불어 지역농산물의 지역내 가공과 소비를 촉진하려는 지산지소 운동이 어느 지자체에서나 뿌리깊게 추진되고 있다. 동북지방의 이와테현이란 곳은 인구 135만에 35개 지자체로 구성된 곳인데 농민들이 운영하는 직매점만도 200개가 훨씬 넘는다. 신토불이(身土不二)라는 용어를 우리나라에서 배워간 일본이지만 그것을 지역 단위로 실천하고 조직하고 있는 것은 일본인 셈이다.우리 전북에서도 지산지소 관점에서 농민 직거래 시장을 개설하는 사례가 진안군에서 시도되고 있다. 매주 금요일 군청 앞마당에서 금요장터 형식으로 진행되는데 앞으로 잘 정착되고 확산되도록 응원해야 할 것이다. 이번 광우병 파동을 보면서 식량을 지나치게 외부에 의존하고 장거리 이동하는 유통체계에 근본적인 문제점을 느낀다. 이런 시스템에서 한시 빨리 탈피하여 위기에도 강한 농업으로 전환될 수 있도록 행정과 주민, 전문가가 지혜를 모으고 공동으로 노력해야 할 때다./구자인(진안군청 마을만들기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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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8.05.12 23:02

[새벽메아리] 봄날은 간다 - 김정수

대한민국의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값싸고 질 좋으며 뼈까지 있는 소고기를 미국에까지 아가 수입하기로 결정한 바로 그 날, 봄날답지 않게 불끈 수은주가 치솟았다. 하루아침에 봄이 우리 곁을 떠나간 것이다. 짧다 짧다 해도 그렇지, 봄 향기를 음미하기 위해 감았던 눈을 뜨기도 전에 맞은 별리의 상실감은 생각보다 컸다. 감당키 어려울 무게로 가슴을 짓눌렀다.며칠 동안 맥없이 '연분홍 치마가~'를 흥얼거리다가, 문득 이 노래를 제법 구성지게 부르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노래가 어떤 노랜가? 55년 전 백설희부터, 한영애, 심수봉, 조용필, 장사익까지 불렀던 대한민국 대표가요로서, 이마에 세월의 계급장깨나 얹혀야 비로소 참맛을 낼 수 있다는 바로 그 노래 아니었던가? 그런 노래를 내가? 이쯤 되면 나 역시 인생의 봄날에 살고 있지 않다는 의미구나, 생각했다.지난 주, 미술의 문외한이 광주시립미술관의 '봄날은 간다'전을 찾아간 것도 순전히 그 제목 때문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이 봄날을 어떻게 보내고 있는 지, 얼마나 서럽게 이별하고 있는 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어서 가서 저 배를 밀어주어야 하나/ 저 배 위에 나도 훌쩍 몸을 실어야 하나/ 살구꽃이 땅에 흰 보자기를 다 펼쳐놓을 때까지/ 나는 떠나가는 배를 바라보고 있었다"로 끝나는 안도현 시인의 '봄날은 간다'를 곰씹으며 전시장을 둘러봤다.연극 '봄날은 간다'가 백설희의 노래를 테마로 삼고 있다면, 영화 '봄날은 간다'는 김윤하의 '봄날은 간다'를 배경으로 깔고 있다.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라는 명대사를 남긴 이영애와 유지태가 만든 봄날의 사랑이야기였다. 장르를 뛰어넘어 이처럼 제목을 공유하는 경우도 드문 일이다. 하지만 어떤 장르건 공통점은 전시장에 널려있던 허허로움이다. 막연한 외로움이자 그리움이다.여기 인생의 봄을 떠나보내는 세대가 있다. 전쟁과 가난의 끝물을 맛봤고, 고도성장기에 굶주리며 성장했으며, 민주화의 열망 속에 청춘을 보냈지만, IMF의 충격을 온몸으로 감당해내야 했던 그들, 부모봉양의 의무감은 누구보다 투철한 대신 자식들에게는 전혀 기대할 수 없는 세대. 부지런히 일하면 좋은 세상이 올 거라는 믿음 하나로 살아왔지만, 미안하게도 그들로부터 봄은 자꾸만 멀리 달아나고 있다. 짧던 봄의 아련한 추억, 짧은 첫사랑의 기억처럼, 살구꽃이 땅에 흰 보자기를 다 펼쳐놓은 것처럼.대한민국 1%들은 모른다. 강산이 오염되면 까짓것 알라스카산 물 수입해 마시면 되는 사람들에게는 '잃어버린 십 년'의 암흑으로부터 벗어나 이제야 따스한 봄날이 시작되는 것일런지 모른다. 전복된 가치관과 당혹스러움 속에서 인터넷에 떠도는 '다음 달부터 먹어서는 안 될 서른 가지 대표 음식'의 목록을 뽑고, 그 음식들에게 안녕을 고하는 심정을 그들이 진정 이해할 수 있을까?나를 키워준 그 음식을 이젠 독버섯으로 가르쳐야 하나? 먹는 것 하나 내 마음대로 먹일 수 없는 부모, 그렇다고 '다 같이 죽자' 외칠 수 없기에 이래저래 봄날을 보내는 시름은 깊어만 간다./김정수(전주대교수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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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8.04.28 23:02

[새벽메아리] 작은 충무공을 기다리다 - 유혜숙

요 며칠 전, 여고 동창모임에서 오랜만에 모악산에 오르기로 했다. 중인리 주차장에 먼저 도착한 우리가 설레는 마음으로 수다를 떨며 친구들을 기다리고 있는 사이, 주차장은 빈 칸 없이 빼곡해진다. 승용차 한 대에서 내려서는 등산객이 대부분 한 명. 많아야 둘. 유가 상승이 불러온 각종 원자재 값 상승에 경제대통령을 자임한 정권마저 치솟는 물가를 어쩌지 못해 갈팡질팡하고 있는 시국이다. 있는 자가용을 포기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는 것이 보통의 결단으로는 아니 되는 일이란 것을, 나 역시 자가 운전자의 한 사람으로서 십분 이해한다. 그러나 안타까운 마음은 어쩔 수 없었다.산에 오르느라 슬슬 숨이 찰 무렵, 이제 막 나무 티가 나려는 작은 나무들에서 사정없이 새순을 뜯어내고 있는 한 아주머니를 보았다. '살짝 데쳐서 무쳐 먹으면 얼마나 맛있는지 모른다.' 면서 옆에 선 딸아이에게 친절한 설명까지 덧붙이신다. 그 옆에 선 또 다른 이는 돋아나는 새 생명의 아름다움에 감동하고 있음을 전혀 눈치 채지 못하신 채로. 여린 새잎의 인고가 소멸되는 순간. 그 어린 나무를 보며 또 한 번 안타까워했다.산 중턱을 지나 정상에 다다를 무렵, 배낭 속에 챙겨 온 시원한 생수를 한 모금씩 나누고 머물러 앉아 하늘빛과 봄 햇살에 잠시 취했다. 이 취중에 발견한 휴지 더미가 따스하고 넉넉한 취기를 화들짝 깨웠다. 급한 용무들을 보고 난 그 흔적들은 눈살을 보통 찌푸리는 것으로는 어림도 없는 수준이었다. 족히 3~4시간이 걸리는 산행에 화장실 하나가 없는 것도 난감한 문제이지만 그렇다고 이 산 중에 화장실을 만드는 것도 문제이니... 어쩌는 것이 옳은 것인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여하간 정상에 올라 멋진 풍광을 눈과 마음에 담고 한참을 내려오니 맑은 계곡이 보였다. 더불어 그 맑디맑은 물에 발을 씻으며 피로를 시원하게 풀고 있는 무슨 무슨 산악회원들도 보였다. 계곡 옆에는 '취수원'이라는 팻말이 떡 버티고 있었지만 그 많은 일행 중 한사람도 말리지 않았다. 비누를 쓰지 않았다는 걸 다행으로 여겨야 할 것인지... 안타까움을 넘어 선 암담함. 하산하는 길은 건강한 산행에서 말미암은 뿌듯함이 아닌 안타까움과 암담함이 동행해 준 길이었다.이제 일주일 후면 충무공 이순신의 탄생일이다. 난세에 영웅이 난다고 했던 것처럼, 왜의 침략으로 국운이 쇠하던 때, 정치적 권력보다는 무신으로서의 의무에, 일신의 안녕보다는 백성을 지켜야 할 장수로서의 사명에 충실했던 충무공의 올곧음이 나라를 구했고 그래서 그는 영웅이 되었다. 400년이 훌쩍 지난 지금, 왜의 침략 위험이나 남북 전쟁의 우려는 체감할 수 없으니 그렇다면 지금의 한국은 난세가 아니다. - 라고 확언할 수 있을 것인가. 미안하게도 지금 우리는 아주 엄청난 전쟁을 치루고 있는 중이다. 눈에 보이는 전쟁보다 훨씬 위험하고 그 후유증이 상상을 초월할 전쟁. 한편에선 환경을 파괴하는 전쟁, 한편에선 환경을 지키기 위한 전쟁. 바로 그것이다. 짧은 산행에서 목격한 여러 장면들은 이 처참한 전쟁의 아주 작고도 사소한 국지전에 불과할 뿐, 대체할 에너지가 묘연함에도 펑펑 써대는 석유하며 이미 부족함이 표면에 드러나고 있음에도 더욱 펑펑 써대는 물과 이상 기온에 꽃이 몽땅 피고 진다는 뉴스에 지구 온난화보다는 상춘곡을 먼저 떠올리는 우리들. 결국 우리가 침략자이다. 그리고 동시에 '돈'을 향한 전진의 대포 앞에서 인권, 생명, 정신적 가치를 무참히 상실하고 만 가련한 백성이다.충무공이 다시 필요한 때다. 이순신과 같은 큰 영웅이 아니어도 좋다. 작은 충무공이 여기저기서 탄생해야 한다. 돈의 권력에 빌붙기 보다는 자연의 피조물로서 이행해야 할 소소한 의무들에, 일신의 이해와 타산에 매여 부화뇌동하기 보다는 후대의 안녕에 대한 작은 사명들에 충실한 올곧음을 가진 충무공.주변을 둘러보라. 난세가 분명하지 아니한가. 작은 충무공들을 기다려본다./유혜숙(전북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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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8.04.21 23:02

[새벽메아리] '금사모'에는 금산 사람이 없다 - 조동용

며칠 전 '2008 군산방문의 해' 행사장에 다녀온 적이 있다. 군산시장은 물론이고 도지사, 교육감, 지역의 국회의원과 정치인, 시민들이 대거 참석하여 "33Km의 기적 새만금의 도시 군산으로 오세요."라는 슬로건으로 열띤 발대식을 전개했다. 새만금은 군산과 전북의 신성장 동력이 분명하다. 그러나 새만금이 군산과 전북의 진정한 성장 동력이 되게 하려면 정부의 투자, 제 2의 두바이처럼 훌륭한 계획을 세우는 것도 좋지만 이웃에 있는 '금산군'에게서 배워야할 매우 특별한 것이 있어 소개한다.대둔산을 전북과 함께 끼고 있는 금산은 한 때 전북의 소속 군이었으며 지금은 충청남도 소재가 되었다. 금산군도 어느 도시와 마찬가지로 인구가 줄어들었던 도시였다. 그러나 금산군은 고향으로 내려와 사는 사람들이 점차 많아지면서 다시 인구가 늘고 있다. 1995년 7만 명의 도시에서 2001년 6만 명까지 인구가 줄어들다가 2003부터 점차 다시 인구가 늘기 시작하여 현재는 7만 명을 훨씬 넘기고 있다. 금산군의 인삼 축제를 세계적인 축제로 만들고 살고 싶은 마을로 바뀌게 된 중요한 계기는 '금삼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이 한 목 했기 때문이다. 금산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금사모)'에는 금산 사람이 없다. 회원 모두가 비(非) 금산출신이다.'금사모'에는 회칙, 회비, 가입 절차가 없다. 회장이라고 알려진 전용수(全鎔秀) 교수 역시 한사코 자신은 회장이 아니라고 말한다. 회원이 몇 명인지조차 아무도 모르며 400500명 정도라는 추측만 있을 뿐이다. 그래서 "금사모는 비밀결사다."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금사모는 '밖'에서 금산을 지키는 든든한 외지인들의 모임이다. 식목일에는 느티나무나 무궁화나무 등을 심어 자연 경관을 가꾸는 데 일조하고, 인삼축제 등 지역 축제에는 자발적으로 참여해 흥을 돋운다. 보육시설인 '향림원' 등 지역복지시설에 돈을 기부하며 지역공동체를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가장 큰 역할은 금산의 보존과 발전을 위한 아이디어를 내고 이를 추진하는 데 힘을 보탠다는 점이다. 단 한 가지 조건은 금산 출신이어서는 안 된다는 것. 금사모는 순수한 '외지인'의 모임이지만 지역 발전을 위해서는 금산군청과의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 금사모의 노력 덕분에 금산은 '농촌 경제의 새로운 모델'로 평가받기 시작했다.금산군은 외지인들과 지역 토착민들의 절묘한 하모니가 이루어지고 있는 곳이다. 이것이야 말로 진정한 글로벌 마인드라 생각한다. "군산에 가면 K고, 전주에 가면 J고, 익산에 가면 N고등학교 출신 아니면 안 된다."는 배척이 여전히 남아 있는 한, 지역에서 이뤄지는 많은 축제는 일순간 돈만 벌면 된다는 바가지 상흔이 남아 있는 한, 다시 찾는 전북은 없을 것이다. 필자의 고향은 전북이 아니다. 전북에 산지 벌써 20년이 넘었다. 그러나 아직도 고향사람이 아니라고 가끔 소외된다는 느낌을 받는다. 비단 필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북에 와서 정착한 많은 타향 사람들이 그렇다. 세계의 명품 도시 새만금을 만들려면 세계인을 맞을 준비가 되어야 한다. 그것은 다름 아닌 정신적인 준비다. 세계인의 마음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미국의 오버마 민주당 후보를 보면서 그 사람의 훌륭함 보다 아프리카 출신인 그를 대통령 후보로 선택할 수 있는 미국의 국민을 둔 그가 부러웠다. '2008 군산방문의 해'가 한 번의 행사로 끝나는 것이 아니고 세계적인 명품 새만금을 만들 수 있는 군산시민들의 정신과 문화가 바뀌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조동용(국가균형발전위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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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8.04.14 23:02

[새벽메아리] 강남 간 제비가 돌아왔습니까 - 구자인

예전 일본 살 적에 유기낙농을 하는 유한회사를 조사한 적이 있다. 1962년에 설립된 유서 깊은 농민기업으로서 창업자의 명함에는 본인 직책이 백성(ye)이라 소개되어 있었다. 배달 차량에는 '아이에게 가장 좋은 것은 엄마 젖'이라고 홍보되고 있었다. 1970년대부터 산에 젖소를 방목하고, 도시민과 직거래를 시작하며, 다양한 유가공 제품을 생산하고 있었다.조사하면서 가장 놀란 사실중의 하나는 유기축산에 처음 눈뜬 계기였다. 1960년대 초반만 해도 화학농법이 정착되어 제초제가 하늘의 선물이라고까지 칭송받던 시절이었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에서 유기축산이 일찍부터 시작된 계기는 창업자들의 뛰어난 관찰력과 정직함에 있었다.당시는 축산을 시작하고 10년 가까이 흐른 시점이었는데 젖소의 눈동자에 핏기가 돌고 젖이 잘 나오지 않고 임신장애도 자주 일어났다 한다. 그 문제의 원인을 찾아 분석한 결과, 매일 먹이로 주는 풀이 원인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살충제가 살포된 풀이 소의 먹이가 되고 체내에 축적되면서 호르몬 분비에 교란이 생긴 것이었다.지금으로서는 당연한 상식같은 것이지만 당시만 해도 먹이사슬의 피라미드 구조를 간파해낸 놀라운 관찰력이라 평가할 수 있다. 미국의 생물학자 레이첼 카슨 여사가 DDT 남용 문제를 고발하였던 '침묵의 봄'이란 책이 출판되었던 시기도 이즈음이었다.사실 예전 농민은 농업을 통해 자연의 오묘한 먹이사슬 구조를 생활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그래서 예년과 다른 변화에는 아주 민감하고 그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지혜가 발휘되었다. 또 정직한 농민이라면 자신이 먹을 수 없는 농산물은 생산도 하지 않았다.하지만 시대가 변해도 너무 변한 것 같다. 우리 사회는 매일같이 급변하는 시대 탓인지, 그래서 자신이 사는 마을에 애착이 없어서 그런지 주변 자연에 너무 둔감하다. 새로운 문제가 생기면 모두가 남 탓하기 일쑤다. 잘 사는 동네, 행복한 사회는 외부의 누군가가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다. 살고 있는 주민 당사자의 관찰력과 애정이 출발점이라 할 수 있다.음력 삼월 삼짓날은 강남 갔던 제비가 돌아오고 진달래 화전을 만들어 먹는다는 날이다. 그런데 그 흔하던 제비가 이제 농촌에서도 보기 힘들 정도다. 서울 강남이 살기 좋아 주저앉았다는 우스개도 있다. 자료를 찾아보니 화학농법 탓에 제비 먹이가 되는 곤충이 줄어들고 지붕개량으로 집 지을 처마가 없어진 탓이 크다 한다.하지만 그 이상의 관찰 자료는 찾기 어려웠다. 그래서 다시 일본 이야기로 돌아가야 할 것 같다. 일본에서는 초등학교 중심으로 제비 관찰을 전국적으로 실시해왔다. 기상청 자료를 보면 적어도 1971년부터 조사된 것은 분명해 보인다. 현재 제비관찰전국네트워크(http://www.tsubame-map.jp/)라는 단체도 있고 지역별로도 소규모 주민모임이 있으며 제비 관찰 결과가 인터넷에 많이 공개되고 있다.특히 일본 기상청에서는 '생물계절관측'이란 것을 체계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제비를 처음 본 날 이외에도 매화와 벚꽃, 단풍과 은행나무, 지빠귀와 매미, 반딧불이 등이 조사된다. 결과는 장마전선이나 벚꽃 개화 전선처럼 지도 위에 표시되어 발표된다. 이런 조사 자체가 체계적이란 점도 놀랍지만 전국의 초등학교와 민간단체 등의 자원봉사를 통해 이루어진다는 점은 더더욱 배울만한 점이다.내일은 제비가 돌아온다는 삼월 삼짓날이다. 지구온난화 영향을 생각하면 이미 돌아왔을지도 모른다. 제비가 많이 돌아오는 지역일수록 생태적으로 건강하다는 증거인 셈이다. 하지만 우리는 제비 관찰에 대한 정보가 너무 없다. 그냥 느낌으로만 '제비 보기 힘들다'고 말할 뿐이다.지역 단위로 제비 관찰 프로젝트를 추진해보길 제안한다. 이미 진안군 도농교류센터에서 첫 발을 내딛었다. 아이들 자연관찰 교육을 생각하면 전북도의 초등학교가 네트워크를 형성하여 접근할 수도 있을 것이다. 올해 시범삼아 해보면 내년에는 전국적으로 확대될 수 있으리라 기대해본다./구자인(진안군청 마을만들기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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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8.04.07 23:02

[새벽메아리] 광대와 꼭두각시 - 김정수

연희를 팔아서 먹고 사는 사람을 우리는 광대라 불렀다. 노래를 주로 하는 창우, 연기를 주로 하는 우인, 연주를 주로 하는 재인을 포괄하면서 노래, 판소리, 가면극, 인형극, 춤, 곡예 등 흥행물이 될 수 있는 민속예능 거의 전 분야에 걸쳐 쓰인 이 광대라는 단어는 고려 중기 이후 급속히 진행된 연행집단들의 사회적 신분 하락과 함께 조선 거쳐 최근에 이르기까지 '천한 상 것'이란 확실한 사회적 합의조차도 기꺼이 감당한 이름이었다.광대들의 공연 중에는 꼭두각시놀이가 있다. 꼭두각시는 조종자에 의해 조종되는 공연용 인형을 말한다. 흔히 박첨지놀이, 홍동지놀이 등으로 불리어지는 이유는 홍동지, 박첨지 따위의 인형이 주요 등장인물로 나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꼭두각시는 그냥 인형일 뿐이다. 인형의 말은 뒤의 조종자가 한다. 그래서 우리는 남의 조종대로 움직이는 사람을 비유할 때 흔히 꼭두각시, 또는 괴뢰라고 한다.한자로 '넓을 광'에 '큰 대'를 쓰는 광대는 다분히 상징적인 면모도 강하다. 신라 오기 중 하나인 '대면'과 같이 당초 가면 연행자를 지칭하다가 점차 종합적인 의미의 배우, 혹은 연행자로 그 의미를 확장시켜왔다. 그러다 보니 단순한 예술적 기능을 넘어 세월의 결을 쓸어 담는 승화된 의미망을 갖게 된 것이다.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며, 실행할 줄 아는 예술가, 당대의 민중들과 희로애락을 함께 하며 삶의 여유와 관조의 멋을 지닌 존재, 아무 것도 지니지 않았기에 자유로운 상상과 판단을 할 수 있는 자유인, 그렇게 진정한 광대는 시대를 뛰어넘어, 한 시대를 견인하기도 하였다.개봉당시 사상 최고의 관객동원을 기록하며 장안의 화제가 되었던 영화 '왕의 남자'는 조선시대 광대들의 삶을 그렸다. '징헌 놈의 이 세상 한판 놀다 가면 그 뿐이다'며 극중 장생은 인생을 질펀한 놀이판으로 받아들인다. '왕을 가지고 노는 거야! 개나 소나 입만 열면 왕 얘긴데, 좀 노는 게 뭐가 대수야?' 라며 거리낌 없이 연산과 그의 애첩 녹수를 신랄히 풍자하는 놀이판을 벌인다. 힘 있는 양반들의 꼭두각시나 노리개가 되는 일을 거부하고, 세상에 대해 스스로 판단하고 발언하는 진정한 광대의 모습으로 우뚝 서는 장생과 공길의 모습에 많은 관객들은 심정적 지지를 보냈다.현대에도 스스로 '나는 광대다'며 당당히 나선 사람들이 있었다. 80년대 창작판소리 '똥바다'로 답답한 시대의 폐부를 찔렀던 임진택이 그랬고, 연극과 영화를 통해 우리 사는 꼴을 말했던 김명곤이 그랬고, 무대를 집 삼아 살던 추송웅이 그랬다. 또한 배우나 가수가 안 되었다면 어떤 사람이 되었을지 전혀 짐작조차 못하게 하는 안성기나 조용필이 우리 시대의 광대로 살고 있다. 가수 김장훈은 지켜볼수록 천상 광대팔자로 태어났음을 느끼게 한다.새 정부 들어서도 광대출신 장관이 한 명 나왔다. 그가 그 자리에 발탁된 것은 행정의 달인이기 때문이 결코 아닐 것이다. 그러기에 그가 과거 광대들의 우두머리였던 대방의 참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했다. 허나 자리에 앉자마자 그가 보여준 일련의 행태는 결코 광대답지 못했다. 숙련되지 못한 조종자에 매달려 안절부절 하고 있는 꼭두각시의 모습이었다. 진정한 광대는 시대를 뛰어넘어 살아 있어야 한다./김정수(전주대교수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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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8.03.31 23:02

[새벽메아리] 선거판에 희망을 주는 사람들 - 유혜숙

정책은 없고 후보만 있는 정당들에 우리 도민들은 또 표를 주어야 하는가? 선거 때만 되면 우리는 이런저런 이유로 특정 정당에 몰표를 주었다. 정권교체 열망 혹은 탄핵역풍 등 국가적 운명 앞에서 다른 선택이란 없었다.매번 "이번엔 좀 달라지려나" 했는데 유권자는 아무래도 정치인보다 한 수 아래였다. 이래저래 겪어 보았음에도 결국 때가 되면 눈 딱 감고 정치인의 수에 말려들어 갔다. 이번 총선을 앞둔 각 정당의 행태들이 한 예가 될 것이다.한나라당은 이번 총선에서 대운하 공약을 뺏다. 검증 없이 공약으로 내놓더니 반대여론이 높으니까 총선 공약에서 제외했다. 명색이 공약인데 호떡 뒤집듯 하고 있는 것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총선 공약에서만 제외했지, 총선 후 다시 대운하 건설을 계속한다는 것이다. 이를 막아야 할 야당은 정책을 놓고 토론하기 보다는 후보공천에 시간을 다 쏟아 버렸으니 이제 남은 것은 사후인증식 투표뿐이다.통합민주당은 또 어떠했나. 통합민주당 공천 심사위원들의 맹활약을 비난하고 싶지는 않지만 과연 그들이 정당정치의 기본을 생각하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지난 선거에서, 국민경선에 의한 상향식 공천과정이 종이당원이나 당비대납 등 문제점이 발견되었지만 그렇다고 단번에 하향식공천으로 바꿀만한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수년간 당비를 내왔던 당원들과 정당 활동을 해왔던 사람들의 권리를 공천심사위원들이 일순간에 독차지해버린 기현상을 그 누구하나 꼬집지 않는다. 이번 공천 과정을 보면 50년 전통의 정당임을 강조하는 민주당에 당원은 없고 당 대표와 국회의원 후보자만 있는 초미니 정당으로 보인다.내가 속한 전북환경운동연합은 진성회원이 650여 명이다. 이들이 매월 1만원 이상의 회비를 내고 있다. 회원 회비가 연간 1억원에 이른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전북에서 과연 이런 정도의 안정된 정당운영을 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또한, 정책이 사라진 선거 판에 '전북 9대 환경정책'을 제안, 발표했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 대응, 망국의 한반도대운하 저지, 사상 최악의 서해안 기름유출 대책마련 및 시민봉사활동 조직화 등 다양한 활동 중에도 이번 총선을 앞두고 정당에서 고민하지 않고 있는 '정책'을 고민해왔던 것이다. 전북참여연대, 전북민주언론연합, 여성단체연합 등의 시민단체도 각각의 분야에서 고민해 온 정책들을 함께 제안하고 있으니 선거가 코앞인데도 대책 없이 정책을 분실한 선거 판에 이는 작은 희망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시민단체는 정당보다 더 민의에 충실한 사람들이다. 일부 시민단체가 정치권력에 편승 눈살 찌푸리게 했던 것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올곧게 시민 편에서 정부의 오만을 감시하며 정책을 제안하고, 새로운 대안을 만들어 내도록 하는 시민단체가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런 시민단체들에 힘찬 응원의 박수를 보내주자. 나아가 스스로 회원이 되어주자. 인간과 자연이 더불어 살아갈 아름다운 초록환경을 지키는 일과 깨끗한 정치 환경으로 살맛나는 세상을 만들어가는 두 수레바퀴를 시민의 힘으로 굴려보자.내일부터 본격적인 선거전이 시작된다고 한다. 정책이 사라진 선거라는 걱정을 다음 선거부터는 하지 않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치권을 계속해서 감시하고 비판하고, 견제해줄 시민단체들을 시민들이 적극 후원하고 키워가는 것, 그것은 어쩌면 가장 먼 길 갖지만, 우리 정치와 정당을 바로 세우는 좋은 방법일 것이다. 정당과 정치가 바로 선다면 그때 우리 서민의 삶도 나아질 터이다./유혜숙(전북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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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8.03.24 23:02

[새벽메아리] 숨어 있는 지적 자산을 찾자 - 조동용

감옥 가는 일 빼고는 무슨 일이든지 하겠다는 김완주 전라북도 지사의 경제 살리기 의지는 '열정' 그 자체다. 이에 전북도민들, 기업인들의 열망까지 합쳐져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아직 서민들과 자영업자들이 느낄 수 있도록 경기가 살아나지는 않아 보인다. 경기라는 것이 짧은 순간에 호전되어지는 성격이 아니라는 것은 알지만 오히려 바닥경기는 더 악화된 느낌이다.최근 필자는 몇 명의 신기술 개발자들을 만난 적이 있다. 이들은 어두운 실험실에서 열정을 전부 쏟아 내고 있는 엔지니어들이다. 적게는 5년에서 길게는 10년이 넘는 사람들도 있다. 그들은 대체로 이렇다. 어떤 기술적 영감을 얻어 기술개발에 들어간다.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가산을 탕진하여 먹고 사는 문제도 고민해야 할 만큼 집안 경제가 말이 아니다. 실용신안, 기술특허, 발명대상 등 법률적 가치도 인정받아 이제 상용화만 하면 그동안의 고생이 끝날 상황이다. 그런데 이들에게는 딱 한 가지가 없다. 그것은 '돈'이다. 필자가 만나 신기술은 다양하다. 물론 상용화 된다면 세계가 깜짝 놀랄만한 기술부터 일자리 창출 등을 기대할 수 있는 대단한 엔지니어들이 있다. 그러나 그들은 에너지가 소모되었다. 돈도 없고 뒤를 봐줄 사람도 없다. 도청을 찾아가고 산업자원부, 중소기업지원센터, 신용보증재단 등을 헤매고 다녔지만 뾰족한 수가 없다. 이제는 돈 많은 기업, 돈 좀 있는 친구들에게 기술과 특허를 팔 생각까지 한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고 10여년 가깝게 가산을 탕진하고 기술개발에 모든 것을 걸었기 때문에 당장 자식의 등록금은 고사하고 먹고사는 문제까지 고민해야 될 처지에 놓여 있다. 필자가 만난 발명가는 몇 명에 불가하다. 아마 숨어 있는 전북의 지적 자산은 더 많이 있을 것이다. 이들을 찾아내어 지원할 수 있는 전북의 고유한 시스템을 만든다면 의외로 큰 수확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들을 찾고 지원하는데 큰돈이 들어가지는 않을 것이다. 생각만 바꾸면 된다. 법이나 행정의 닫힌 테두리가 아니라 전북의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 감옥이라도 가겠다는 도지사의 생각처럼 행동할 수 있는 의지만 있으면 된다.먼저 전북의 지식자산을 찾고 지원해주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전북에 살고 있으면서 각종 기술개발이나 특허를 받은 사람들의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이들의 사업화 수준에 대한 검토, 필요한 애로사항을 담당하는 전라북도 차원의 행정지원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아마도 상당한 엔지니어들을, 전북의 지식자원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두 번째로 전북 지식자원 발굴 및 지원조례(가칭) 등을 만들어 보는 것이다. 발명이나 특허, 실용신안 등의 기술력을 가진 엔지니어를 찾아내고 이를 지원할 수 있는 조례를 만들면 공무원들의 복지부동은 조금이나마 개선될 수 있을 것이다셋째, 시스템과 지원조례를 통해 먼저 '공동투자 설명회'를 개최해주는 것이다. 신기술을 개발했으나 이들에게는 '돈'이 없다. 이들은 투자설명회를 할 여력도 남아있지 않다. 만약 전라북도 차원에서 신기술 개발자들을 발굴해 공동으로 투자설명회를 개최해 준다면 사업의 새로운 활로를 열어 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전라북도에서는 잠자고 있는 지식자원을 활용할 수 있을뿐더러 이들을 통해 전북에 공장을 지을 수 있고, 새로운 고용창출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외국기업과 국내 대기업을 전북에 유치하기 위해 들어가는 많은 비용과 노력의 일부분을 전북의 잠자는 신지식 자원에 투자한다면 훨씬 더 의미 있는 경제 살리기의 실효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인생을 걸고 창조해낸 그들의 기술과 특허가 외국이나 돈 많은 기업으로 헐값에 팔려나가거나 잠자게 만들지 말고 적극적인 지원방안을 찾았으면 한다./조동용(국가균형발전위원회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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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8.03.17 23:02

[새벽메아리] 아이디어 남발시대 - 구자인

지역 현장에 있다 보면 지역 발전을 위해서는 이러이러한 사업을 하면 꼭 성공한다는 제안을 많이 듣게 된다. 이런 주장은 대학 교수님이나 연구자들뿐만 아니라 농민들에게서도 자주 듣게 된다. 제안하는 내용은 제각각이지만 대형 프로젝트나 새로운 작목인 경우가 열에 아홉이다. TV나 신문, 인터넷이 널리 보급되고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이니 당연지사라 할 수 있다.그런 제안 자체가 의미 없다고 부정할 마음은 전혀 없다. 하지만 지역 현장에서 중요한 사실은 아이디어 빈곤에 있지 않다는 점이다. 하룻밤 컴퓨터 앞에 앉아 인터넷을 뒤지면 아이디어란 것은 무궁무진하게 많이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아이디어는 어디서 듣거나 단편적으로 본 것을 되풀이한 것에 불과하다. 아니면 어느 지역에나 적용 가능한 것들이다. 일부에서는 아이디어란 것이 원래 그렇다고 주장한다. 특히 전문가나 자문위원들은 역할분담론을 주장하며 최후까지 책임져야 하는 것은 현장의 공무원이나 주민의 역할로 돌리고 만다. 스스로는 아이디어를 제기하는 역할만 할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하고 잘못되면 실천해야 할 사람들을 탓한다.가끔씩은 거창한 사업계획서 같은 것을 들고 행정에 찾아오는 분들도 있다. 지역 현실을 한탄하고 행정을 비판하는 주장에는 공감하는 내용도 있고 타당한 측면도 많다. 하지만 스스로 책임지고 열심히 해보겠다는 경우는 드문 것이 현실이다. 현장에서 끈기 있게 실천을 반복하지 않는 분들의 허세로 느껴진다.우리 모두는 지역을 한방에 발전시킬 수 있는 아이디어란 결코 있을 수 없다는 사실에 다시 한 번 자각해야 한다. 가공되지 않은 설익은 아이디어로는 아무런 변화도 만들어낼 수 없다. 우리 사회는 급조된 도시화와 미성숙한 지방자치로 인해 미래가 예측되지 않는, 그래서 합리적 계획을 세우기 힘든 사회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생명력이 있는 창조적 아이디어가 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전제되어야 할 것이 있다. 먼저 제기하는 아이디어와 전체(구조)와의 연관성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이해 없이 성공한다면 그것은 우연이라고밖에 할 수 없다. 부분을 해결해도 다시 악순환이 반복된다. 구조를 이해해야 단계적 전략이 생기는 셈이다.둘째, 아이디어를 숙성시켜가는 풍토(문화)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토론과 합의가 없는 문화 속에서는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라도 열매를 맺지 못한다. 처음에는 미숙해도 토론을 거듭하면서 내용이 깊어진다. 더불어 구조적 모순을 해결할 수 있는 지역사회 전체의 총체적 역량도 강화된다.셋째, 아이디어를 실현시켜갈 수 있는 사람(조직)을 동시에 검토하는 것이 중요하다. 폐기되는 아이디어의 대부분은 추진주체에 대한 고민이 미약했기 때문이다. 지역 현실을 정확하게 이해하면 할수록 사람의 중요성에 더욱 눈뜨게 될 것이다. 결국 성공의 열매까지 맺게 되는 아이디어는 풍요로운 문화적 풍토에서 배양되어 문제의식을 가진 현장 그룹이 치밀하게 노력한 결과물인 셈이다. 정부가 바뀌고 선거철이 다가오면서 새로운 계획이나 사업, 공약들이 남발되고 있다. 지역 현장의 관점에서 다시 생각해볼 일이다./구자인(진안군청 마을만들기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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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8.03.10 23:02

[새벽메아리]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 김정수

노령 인구가 급증하고 있다. 십년 전 우리나라 중간 나이가 서른 한 살쯤이었다는데 최근에는 서른여섯 살을 넘어섰다는 통계도 있다. 이제 마흔 살은 넘어야 어른 축에 끼는 셈이다. 예전에 비해 노인을 위한 복지가 눈부시게 좋아졌다 하지만, 늘어난 노인들은 여전히 외롭고 쓸쓸하다.언젠가 한 교수님이 나도 이제 늙었나봐. 젊은 선생들이 자기들끼리만 밥 먹으러 가면 슬그머니 서운한 맘이 들어 하며 껄껄 웃으신 적이 있었다. 그건 젊은 사람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며 웃어넘겼지만, 나이가 들면 나 없이도 잘 돌아가는 세상과, 나 없이도 행복한 사람들에게 막연히 서운함 같은 것이 생기나보다 하고 생각하게 되었다.코맥 멕카시의 소설을 코엔 형제가 영화화한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가 각종 영화상을 휩쓸며 상영되고 있다. 어떤 이는 21세기 최고의 영화라고 치켜세우기도 한다. 피와 폭력이 지배하는 비정한 세상, 절망에 처한 사람들의 대립구도를 통해 순결한 가치들이 파괴되는 현실에 대한 성찰을 보여주는 이 영화는 너무 늙어 그저 사건을 관망할 수밖에 없는 무기력한 보안관을 통해 우리들이 사는 세상을 바라보고 있다. 늙은 노인은 사회적 약자다. 그리고 우리 사회의 도덕률과 윤리는 이 약자를 마치 강자처럼 포장하여 권위를 부여하고 있지만, 그 포장을 벗기고 나면 사회적 경제적 약자로서 초라한 모습만 남게 된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며 사람 깜짝 놀랄 일을 해내는 노인들도 간혹 있지만, 때로 그들의 억척에는 세월을 의식한 역설적 서글픔이 깔려 있다.젊었을 때, 빨리 늙기를 바란 적이 있다. 늙게 되면 모든 고뇌와 번민으로부터 해방될 것이며, 글에서만 읽던 달관의 경지가 성큼 다가올 거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정말이지 아름답게 늙어가는 사람들도 많다. 젊은 시절 날카로운 눈빛과 서릿발 같은 목소리로 타협을 모르던 친구가 어느 날 넉넉하고 후덕한 얼굴로 변모해 있을 때, 그 얼굴에서 참으로 아름다운 세월의 두께를 본다. 그러나 모두가 그런 것만은 아니다. 성폭행과 살인, 방화범 노인을 볼 때, 세월이 늘 우리에게 관조의 미덕만을 가르치지 않는다는 불길한 진리를 깨닫기도 한다.얼마 전 대통령 취임식 날, 한 전 대통령이 잘 해주길 바라고, 또 잘할 것이라고 믿는다. 내가 지원하기도 했었으니까라고 말했다 한다. 지난 잃어버린 10년간 국민이 많은 것을 잃었다. 발전의 기회도 상실했고, 과거에 집착했고, 일방적 대북관계로 한반도 긴장만 고조됐다며 가시 돋힌 말도 던졌다 한다.다른 전 대통령이 보혁 간 평화적 정권교체 속에 대통령에 취임하신 것을 축하한다며 안으로는 중소기업과 서민층을 보살피고 남북관계에서 화해협력을 증진시키면서, 밖으로는 6자회담의 성공에 협력해서 한반도와 세계평화에 기여하길 바란다고 말한 것과는 큰 대비를 보인다.이 두 노인 전 대통령의 말이 한동안 머릿속을 맴돌았다. 늙어 대접 받으려면 말도 곱게 하는 연습을 해두어야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래저래 곱게 늙어가는 어른 노릇이 쉬운 일이 아닌 것 같다. 노인들은 늘어만 가는데, 노인을 위한 나라를 만들 책임을 젊은이들에게만 물을 수는 없다. 그 책임은 노인에게도 있다./김정수(전주대교수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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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8.03.03 23:02

[새벽메아리] 대통령도 시작, 나도 시작 - 유혜숙

오늘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한다. 시작이다. 새 정부의 출범처럼 나도 일주일 후의 또 다른 시작을 준비하고 있다. 유치원을 찾는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을 볼 수 있는 3월이기 때문이다. 유치원과 각급 학교에서 아이들이 입학하는 동안 청와대의 새로운 시작은 서너 번은 되풀이 될텐데, 그 기간 교육 정책에 또 어떤 변화가 있을지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지난 30년간 우리 사회에서 가장 크게 변한 것 중의 하나는 바로 교육을 보는 시선이다. 교육으로 흥한 나라 교육으로 망해간다는 말이 나올 정도이니, 부연 설명이 필요도 없다. 지난 주 통계청에서 (정말이지 늦은 감이 있지만) 처음으로 사교육비 실태를 조사해서 발표했으니, 1년에 우리 국민이 사교육비로 쓰는 돈은 20조원이란다. 이 금액은 초,중,고등학교 과정의 사교육비만 포함되어 있고 유치원이나 대학교 및 어학연수 유학 비용 등은 제외되었다. 그 비싼 대학등록금이나 어학연수비용까지 포함한다면 우리 국민이 1년에 부담하는 교육비는 국가 전체의 교육예산인 35조원을 웃돌 것으로 추측된다. 자녀 하나 키우는데 부모가 부담해야 할 교육비만 1억원!. 휘지 않을 허리는 없을 것이 분명타. 그런데 문제는 그런 엄청난 교육비를 투자하여 공부를 시켰음에도 취업난은 갈수록 심해지고 아이들은 점점 더 불행해 한다는 사실이다. 안타깝다. 제발 이제라도 생각을 좀 바꾸었으면 좋겠다.내가 유치원에서 아이들과 함께 놀기 시작한지 30년이 다 돼간다. 우리 유치원을 졸업한 아이들이 자신 있게 학교생활을 시작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큰 행복을 느낀다. 한 겨울 유치원 마당에서 모래성을 쌓고, 철따라 만경강을 따라 걸으며, 전주천에서 팬티바람으로 생태공부를 하고 무공해 채소 가꾸느라 얼굴이 다 그을르고, 새벽에 산 오르려고 꼭두새벽에 일어나는 등 1년 내 자연과 친구하며 신나게 놀아 제낀다. 땡볕과 칼바람마저 친구 삼아 놀아주는 아이들도 대견하지만 온통 놀리기만 하는 유아교육에 동의하는 학부모들도 범상치 않기는 마찬가지다.들로 산으로 냇가로 실컷 뛰어 놀다 보니 초등학교 때는 잘 놀아서 인기 가 좋고, 학년이 오르면서는 잘 놀뿐만 아니라 집중력을 갖고 공부해 주변을 놀래 켜 주는 아이들이 되고 있다. 미리 가르치지 않아, 스스로 깨닫는 배움의 기쁨을 빼앗지 않은 것이 약이 되고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 교육을 이끌어가는 이가 이웃집 아줌마라는 우스갯소리는 우리 교육 현실을 잘 나타내고 있다. 자기는 과외나 학원 등에 아이들 보내고 싶지 않지만, 옆집 아줌마가 하니 나도 안 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우리 한 번 분명히 생각해 보자. 그 이웃집 아줌마가 바로 자기 자신은 아닌지. 아이들과 함께 한 30년 동안 내가 깨달은 소중한 진리 하나는 부모가 당당하게 자신의 주관을 갖고 자녀들을 믿고 기다려 줄때 아이들은 행복하게 되고 또 부모가 원하는 삶에 접근한다는 사실이다. 하물며 나라의 교육정책은 오죽하랴.시작의 날에 새 정부의 교육정책이 나라의 미래와 아이들이 행복한 세상을 위해 신중하게, 미래지향적인 관점에서 추진되길 두 손 모아 기대해본다./유혜숙(전북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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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8.02.25 23:02

[새벽메아리] 이명박과 노무현은 닮은 꼴 - 조동용

두 대통령은 여러 모습이 닮았다. 대통령 당선이후 발생한 대형사고만 봐도 그렇다. 노무현대통령 당선 때는 대구 지하철 참사, 이명박 대통령당선 때는 국보 1호 숭례문이 완전 소실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우연치고는 너무 큰 사고다. 두 사건 모두 대통령 당선이후 발생했다. 더욱 가관인 것은 이 와중에도 책임 떠넘기기를 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노무현대통령 탓을 하고 있고 청와대는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되어서 국가의 큰 재앙이 생길 것이라는 소설 같은 얘기도 하고 있다. 이유야 어떻든 불타버린 숭례문을 보면서 탄식하는 국민들의 마음은 참담하다. 최근 이 당선인을 보는 국민들의 마음은 좌불안석이다. 벌써부터 국민들은 불안해하고 있다. 대통령선거 때부터 논쟁이 되어 왔던 대운하 사건이 그랬고, 이경숙 인수위원장의 영어교육 논쟁은 그 도를 지나치고 말았다. 설상가상으로 새 정부가 들어서기 전에 정부의 장관들을 임명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것 같다. 정부 조직개편안에 대해 통합민주당의 손학규 대표와 합의를 이끌어 내지 못한 이명박 정부를 보는 국민들은 벌써부터 피곤해 하는 것 같다.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논하지 않더라도 중국의 요순시대를 말하지 않더라도 필자가 생각하는 정치의 근본은 매우 간단하다. 정치는 두 가지를 해결해 주면 되는 것이다. 그 하나는 국민들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국민들이 편안하게 살 수 있도록 국가 안정을 유지해 주는 것이다. 옛날에는 전쟁으로부터 나라를 잘 지키는 것이었지만 지금은 대통령의 입에서 그 불안함의 척도를 가늠하는 것 같다. 두 사람의 닮은 점은 자기 할 말은 다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들이다. 자기 하고 싶은 말을 다 내뱉었던 노무현 대통령을 보면서 국민들은 불안해하고 피곤해 왔다. 그런데 이명박 당선인도 노무현대통령 못지않게 자기 말을 다 한다. "국민성금으로 숭례문을 복원하자"고 말하여 여론의 뭇매를 자초했고, 과거 서울시장 재직 시 "서울시를 하나님에게 봉헌" 해버리는가 하면 대통령후보 시절 "맛사지 걸을 고를 때는 좀 못생긴 여자를 고르는 게 인생의 지혜"라는 등 말 함부로 하기는 이골이 난 사람이다. 오죽했으면 조선일보의 주필이 숭례문에는 문지기가 없고 이명박에게는 입지기가 없다고 힐난 했겠는가?두 사람의 닮은 점은 고집이 세다는 것이다. 이번 정부 조직개편안도 마찬가지다. 정치라는 것은 반드시 선과 악으로 구분되지 않는다. 적절한 타협과 국민적 합의과정을 이끌어 가는 과정이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타협이 없다. 통일부를 없애는 일이 반드시 선은 아니다. 그렇다고 반드시 악도 아니다. 이명박 당선인에게 5년 동안은 믿고 맡겨봐야 한다. 그러나 그것은 명분일 뿐이다. 한나라당도 이제 여당이다. 이제는 야당이 되어버린 통합민주당과 타협하고 양보하면서 자신의 노선을 관철시켜 나가야 한다. 국민들은 완벽한 통치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적절한 타협을 원하고 있다. 오히려 국가의 경제를 살리는데 힘을 모으고 국민들의 얼굴에 웃음을 주는 일에 전력을 다할 것을 원하고 있다. 그래서 타협이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두 사람에게는 타협은 없어 보인다. 그래서 걱정이다. 이명박 당선인에게 거는 국민들의 기대는 정말 크다. 50% 가까운 지지율로 당선된 대통령이기에 더욱 그렇다. 이명박 당선인이 대통령의 참 미덕을 깨우쳐 노무현 대통령이 범했던 우를 다시 범하지 않기를 진실로 기대해 본다. /조동용(국가균형발전위원회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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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8.02.18 23:02

[새벽메아리] 사회적 기업과 농촌 활성화 - 구자인

급속한 도시화로 인해 우리의 풀뿌리 지역사회는 토대가 너무 허약하다. 행정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폐해는 아주 심각한 상황이다. 주민자치의 마을만들기 활동은 이제 막 시작되었고 시민사회의 성장은 너무 더디다. 반면 기업경영 방식의 장점은 지나치게 부각되고 있고 새 정부에서는 이러한 경향이 더욱 강조될 것으로 보인다.살기좋고 살고싶은 지역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행정의 공공성과 기업의 수익성 사이에 긴장된 균형관계가 필요하다. 행정에 기업경영 기법을 도입할 필요성이 없지는 않지만 지나치면 소외 영역이 생기기 마련이고 양극화 문제가 심화된다. 기업도 사회공헌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현실이지만 아무래도 홍보효과를 노린 생색내기 성격이 강하다.그래서 공공행정으로 흡수되지 않고, 자본주의 시장경제와도 구분되는 별개의 영역이 지역사회에 튼튼하게 자리잡고 있어야 한다. 그것을 주민자치의 영역이라 할 수 있고 학자에 따라서는 코몬즈(共)라 부르기도 하고 사회적 경제라고도 한다. 우리 전통에서 오랫동안 유지되어 왔던 향약, 두레, 품앗이와 같은 풍습, 공동활동, 신뢰관계 체계가 여기에 해당한다.최근 들어 사회적 기업에 대한 관심이 확산되고 있는데 이 또한 같은 맥락에 있다. 사회적 기업이란 시장의 수익성이 약해 기업이 진출하지 않는 복지, 문화, 환경 등의 영역에서 공공성이 있는 생산적 활동, 사회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단체나 조직을 말한다. 외국에서는 유럽과 미국의 자선단체, 일본의 커뮤니티 비즈니스 등을 중심으로 1970년대부터 다양한 사례가 축적되어 있다.우리나라에서는 1990년대 후반부터 공공근로, 자활사업, 사회적 일자리 등의 논의를 거쳐 사회적 경제, 사회적 기업에 대한 관심이 꾸준히 확산되어 왔다. 2007년 7월 1일자로 시행된 사회적기업육성법은 기폭제 역할을 하였다. 현재 주무부처인 노동부를 통해 2회에 걸쳐 모두 55개(전북 3개)가 인증을 받았는데 앞으로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사실 지역사회에는 당장의 수익성은 약하지만 공공적으로 꼭 필요한 일이 아주 많이 있다. 특히 농촌 사회는 유지 그 자체가 공공성을 가진다. 그래서 농촌 사회의 유무형 자원 조사, 주민 주도의 마을만들기 지원, 평생교육 서비스 제공 등은 수익성은 적어도 꼭 필요한 활동이다. 진안군에서는 마을조사단, 마을간사, 평생학습지도자와 같은 제도를 운영하면서 사회적 기업으로 전환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중장기적인 전략을 가지고 있다.사회적 기업은 농촌 활성화와 관련된 다양한 활동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제 대형 프로젝트가 지역을 단번에 발전시키리라는 망상은 버려야 한다. 지금처럼 농업 생산과 하드웨어 인프라 중심으로 지원하는 보조금 행정 방식에도 큰 변화가 있어야 한다. 행정 보조금에만 눈독 들이는 작목반, 법인, 사회단체도 자생력을 키워야 한다. 그래서 농촌 활성화의 철학과 전략, 추진체계 등에 전면적인 수술이 필요한 시점이 되었다. 그 중심에 사회적 기업, 사회적 경제에 대한 논의가 있다고 본다. /구자인(진안군청 마을만들기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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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8.02.11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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