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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메아리]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 박찬숙

무르익어 씨가 제 스스로 떨어지기 전에 들깨는 앗살하게 베어 눕힌다. 벼는 여물이 꽉 차오른 노랑빛 몸매가 논둑너머를 실없이 늠실댈 때 단번에 드르륵 훑어버린다. 고추는 된서리가 내릴 듯한 전날에 마지막 붉은 고추 일절 따내고 청고추도, 잎사귀도 우두두 숨 가쁘게 훑어버린다. 토란은 대공을 껍질 벗겨 쭉쭉 쪼개 널면 일없이 잘도 마를 가을볕 며칠 좋을 날을 골라, 늘씬하고 씩씩한 대를 인정사정도 없이 와싹 베어내고 무시무시하게 큰 호미로 알토란같은(?) 뿌리를 엉덩방아 숱하게 감내하면서 열렬히 캐어버린다. 서리 오면 위험천만 고구마는 주먹만한 크기로 살졌을 때쯤, 드렁칡 같은 웃 순을 낫으로 척척 걷어내고는 진분홍 몸피 드러날 때, 행여 찍힐세라 조심조심 설레어가며 캐내온다. 모든 밭작물은 서리가 오기 전에 거둬들여야 하지만 메주콩은 서리와도 문제없다. 그러나 낙엽지고 꼬투리가 제 스스로 벌기 전에 반드시 미리 뽑아, 너무 크지 않은 둥치로 묶어 해 잘 드는 처마 밑에 세워놓는다. 팥은 꼬투리가 완전히 연갈색으로 변하면 며칠 지나지 않아 제 스스로 헤프게 열어버리므로 어지간히 놀놀해졌을 때라면 지체 없이 뽑아, 덩굴째 둘둘 말아 콩대와 멀리 떨어진 곳에 햇빛 잘 받게 뻗쳐놓는다. 단감은 아침저녁으로 찬바람 날 때 제 몸의 대부분이 주황으로 반질반질 빛나는 것부터 점찍고, 헷갈리기 전에 오르락내리락 잽싸게 딴 후 푹신한 풀섶 위로 살며시 떨어뜨려 주워 모은다. 후휴-....... 들녘의 가을걷이란 해가 짧은지라 숨이 턱에 받칠 만큼 바쁘지만 반드시 쉴 틈을 내야한다. 들깨향이며 생 볏짚 냄새 뒤섞인 선선한 바람 앞에 땀범벅이 얼굴을 내밀고 심호흡하는 기분은 오로지 농사꾼들만이 느낄 수 있는 싱싱한 행복이다. 황금들판을 넘실대는 바람은 폭넓은 비단이불깃 같으며 감나무밭의 가을바람은 폭 좁은 긴 치맛자락 같은데, 바람의 모습까지 감상할 수 있는 것도 농사꾼만의 특권이다. 비록 거둬놓은 생산물들을 저울에 달고 내다파는 순간, 보람이 아닌 시름덩어리로 전락할지언정 가을날의 농꾼들은 세상 누구보다 행복하다. 헬렌 켈러의 스승이 그랬다던가? 사랑하면서 성공도 하면 좋은 일이다. 그러나 더 좋은 것은 실패했더라도 계속 사랑하는 일이다 나는 그 말을 알기 전부터도 그랬다. 비록 제값 받아보는 성공은 별로 해본 적 없지만 농사꾼이라는 직업에 대한 사랑을 그만두겠다고 여겨본 적은 없다. 후회 없이 흘려댄 땀방울 뒤의 후련함이나 가을들녘 바람 속 휴식의 달콤함을 맛본 농사꾼이라면 실패했더라도 좌절하지 않는다. 제값 받지 못한 실패는 농민의 탓이 아니며 성공은 한순간에 다가올 수도 있다는 것을 꿈으로 남겨두었기에, 봄만 되면 어김없이 손, 발을 재촉해대며 세상에서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가을을 향해 들판으로 나설 수 있는 것이다. 밑지는 장사 안한다는 세상 속 사람들의 야무진 계산법을 모를 리 없건만 세상의 바깥쪽에는, 농업을 포기해버리려는 정부의 야속한 홀대와 날로 불어가는 빚더미 속에서도 꿈을 버리지 않는 농민들이 살고 있어서, 가을마다 들판은 풍요롭게 일렁거리며 보는 이들에게도 황금빛 포만감을 선사하는 것이리라. /박찬숙(전 전북여성농민연합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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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6.10.30 23:02

[새벽메아리] 가을 편지 - 이세재

죽고 싶을 땐 살아가야 할 존재 이유를, 살고 싶을 땐 영혼의 한 부분이 죽어야만 하는 이유를 일찍이 깨닫고 떠나버린 그대여!순리에 익숙한 계절들은 왔다간 가고 또 가지만 풀어도 풀어도 의문만 쌓이는 나의 세월은 갈수록 낯설기만 합니다. 지금, 또 가을은 깊어가고 있으나 릴케의 마지막 과실에 이틀의 햇살이 부족했던 것처럼 내 삶과 죽음의 문을 통하게 해줄 한 방울의 피가 부족합니다.서늘한 듯 차가운 듯, 정겨운 듯 쓸쓸한 듯한 가을밤 공기가 창틈으로 스며듭니다. 그대를 향한 그리움이 그 창문을 통째로 열어젖힙니다. 아직도 이렇게 그대를 향한 피는 식지 않았는데 창밖의 플라타너스 잎처럼 내 자신의 존재 이유는 메말라 갑니다. 봄날에 아름답던 내 꽃잎은 허무하게 졌고, 그 자리에 다시 사과가 열렸고, 그 사과가 익기도 전에 햇살이 식어가는 가을의 이유를 나는 그대처럼 알 수가 없습니다. 100년쯤이나 후에 지금 그대가 있는 곳에 가면 이 가슴이 트일지, 그래서 그리운 그대여.살고 죽는 이유들로부터 자유롭고자 하는 인간의 유전자는 진화를 거듭했음에도 나의 세계는 아직 현실에의 저항과 순응의 고리를 풀지 못하는 어둠뿐입니다. 진?선?미에 싫증난 사람들과 더불어 허위와 악함과 혐오감을 오히려 즐기는 천박한 문화에 묻혀가면서도 거기에 저항할 피가 없음을 고백합니다.대자연의 도전에 저항하여 문명을 이룩했고, 귀족과 천민의 신분적 차별에 저항하여 평등과 자유를 얻었고, 그 문명과 평등과 자유의 질적 공유를 위해 크고 작게 투쟁해온 조상의 핏속에서 뜨겁게 흐르던 저항의 유전자는 이제 풍요로운 자유와 물질에 묻혀 잠들었습니다. 아니, 물질을 위한, 물질에 의한 투쟁의 유전자로 변질되었는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이 주체할 수 없는 자유에의 불안과 고독으로부터 도피하기 위해 에리히 프롬의 말처럼 쥐꼬리만한 권력으로라도, 아니면 더 큰 권위에 개처럼 복종을 해서라도, 그것도 아니면 타인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춤을 추는 자동인형이 되어서라도 나는 불안한 나를 버리고 어딘가 의지할 곳을 찾아 헤매고 있는지도 모릅니다.이렇게 초라하게 나의 가을은 깊어 갑니다. 순리를 아는 낙엽은 익숙하게 제 자리를 찾아 비행을 하는데 내 삶과 죽음을 잇는 존재의 다리로 놓여 있어야 할 나는 타자(他者)의 부속품으로 소모되어 갑니다. 다시 봄이 올 때 나는 나의 꽃을 피울 수 있을까그러나 그대가 영원히 사라진 것이 아니고 100년쯤 앞에 서 있음을 느끼는 이 감각은 100년 안에 언젠가는 나도 스스로의 혁명에 의해 지금 그대가 있는 곳에 도달하리라는 희망을 갖게 합니다. 그대를 향하여 가을밤 쓸쓸한 창문을 열어젖히는 이 그리움의 피는 지금 진화하고 있는 것입니다. 홀로 사랑을 완성하라며 떠나간 그대여!/이세재(우석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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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6.10.23 23:02

[새벽메아리] 이 가을에 생각되는 것들 - 전선자

산천 초목 단풍으로 아름다운 계절, 가을이다. 적상산 석벽에 붙어사는 담쟁이의 단풍으로부터 가을은 오는가. 그런가하면 들판은 오곡백과로 풍년을 노래하고 있다. 날씨가 가뭄이 들었다고들 하지만 가을걷이하기에는 안성맞춤이라 아니할 수 없다. 무슨 일이나 다 좋으면 좋겠지만 그렇질 못하다.이런 가을이면 정처 없이 떠나 일탈을 꿈꾸며 며칠쯤 조용한 곳에서 지내고 싶다는 소망은 여인이면 누구나 가질 수 있는 가을의 몽상이리라. 이렇게 감정적으로 설레이고 있는 시기에 우리 경제가 침체된 지도 벌써 몇 년째, 이런 우리를 절망시키는 절박한 문제들이 한두 가지가 아닌데 그 위에 가세되어 북한의 핵실험 얘기를 들으니 보통 심란한 것이 아니다. 북한의 핵실험 이후 벌어지고 있는 정치권의 여야 공방에서 우리 국민이 얼마나 그 위기감과 불안감에 시달려야 하는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그동안 문민정부, 참여정부가 펼친 대북 햇볕정책과 포용정책이 과연 북한 국민들에게 얼마만큼 기아해소나 행복지수나 인권평등의 문제해소에 있어 큰 힘이 되었던가 깊이 생각해볼 일이다.무작정 인도주의적 퍼주기식 지원이 그들의 핵 개발에 작은 도움이나마 주었을 것이라 생각되고 또 금강산 관광사업과 개성공단의 경제협력에 힘입어 우리 투자가 그들의 핵 개발에 도움을 주었다고 생각하는 우리의 생각이 잘못된 것인지 정부에게 묻고 싶고 만약 그렇다면 정말 억울한 생각이 아니 들 수가 없다.배곯는 북한 주민을 위하여 무한한 식량과 연료원조를 해준 우리와 중국은 북한 붕괴로 인하여 대규모 난민들이 유입되는 것보다 북한 정권의 연장이 낫다고 판단되어 지원을 했다고 한다. 앞으로는 무조건적인 지원을 자제하고 유화정책의 적정성을 잘 고려해야 되지 않겠는가.그저 마음과 말로만 걱정이지 해결책을 위한 여야의 정쟁이 또한 심각하여 정치권마저 염려스럽다. 지금의 위기란 세계적인 것이어서 불안하기 짝 없는 것이다. 북한이 핵을 보유함에 있어 세계 각국에서 신경을 곤두세우고 지켜보는 이유는 가치관이 다른 김정일 독재주의의 기치아래 세계 평화를 깨트릴까를 염려함이고 상품화 할 가능을 배제하지 못한다는 의심 때문이리라. 오 헨리의 '마지막 잎새'를 생각하며 오로지 나뭇잎 하나에 마지막 희망을 잃지 않았던 존시와 수우의 투철한 삶의 자세와 예술정신과 영혼의 반짝임이 절실히 요구되는 때,이 가을엔 정치적인, 경제적인, 사회적인, 반인륜적인, 반모험적인 것들을 다 배제하고 조용히 묵상하면서 그저 맘에 맞는 사람과 다정히 낙엽지는 오솔길을 걷고 싶다. 조용한 곳에 머물면서 허물어지려는 자신을 추스르고 싶다./전선자(한국문인협회 무주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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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6.10.16 23:02

[새벽메아리] 울지마, 이젠 웃게 될거야~ - 노현정

울지마, 이젠 웃게 될거야 ~저기, 서울 여의도 한 여성의 긴 머리가 잘린다. 몇 번의 가위질에 곱디 곱게 기른 머리칼은 흩어지고 머리카락 속 감춰있던 새파란 속살이 가슴 속 응어리진 파란 멍 덩어리인 듯, 드러내 보일수록 그 큰 눈엔 달덩이만한 눈물이 맺힌다. 추석명절,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라는 말이 무색하게 다시 기약 없는 시간을 약속하며 하루 세끼 먹는 것 마저 포기하고 젊은 나이 지 생명을 내건다. 지난 2월 임금체불과 인권유린, 외주위탁사의 과도한 임금 착취 등 말 못할 고통과 서러운 세월 속 KTX 400여명의 승무원들은 200여일이 넘는 끈질긴 투쟁을 진행 해 왔다. 이를 통해 불법파견조사에 대한 노동부의 재조사를 얻어내어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을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가졌었다. 그러나 성실한 듯 보였던 조사과정과는 달리 29일 서울지방노동청은 철도공사가 도급계약으로서 한계를 일탈했다고 볼 수 없다며 KTX 승무지부의 불법파견 진정 건을 종결한다는 예기치 못한 결과를 발표했다. 다시, 여기 전라북도 도청 앞 최저임금 속 사측의 비인간적 처사와 횡포 그리고 노조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그들이 매일 쓸고 닦는 도청 앞 시멘트 바닥에 한순간 내몰리며 집단 해고당한 열 네 명의 어머니들이 있다.그 맨바닥에서 시작된 투쟁은 여러 번 찢기며 짓밟혔고,적반하장격으로 용역업체의 업무방해 금지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져,그 넓디 넓은 도청광장에서 쫓겨나 쌩쌩 지나가는 차로 앞에 천막을 치고 숙직을 해가며 투쟁해 온지 100여일이 훌쩍 넘어가고 있다. 지난 8월 말 광주지방노동청 전주지청은 계약기간 만료를 이유로 해고한 것은 부당해고이고, 노동조합 가입활동에 대한 불이익을 준 행위는 부당노동행위로써 노동조합을 조직 또는 운영하는 것을 지배, 개입한 행위에 대해 부당노동행위라는 판결을 했었다. 이러한 판결에 잠시나마 복직의 희망을 꿈꾸었고, 여러 차례 요구했다 거절당했던 도지사와의 면담도 진행되었건만, 어떠한 변화도 없다. 바로 마주하고 있는 경찰청 내 미화노동자들이 용역업체가 바뀌어도 3년째 고용보장이 이루어지는 모습에서 원청사업주인 도청의 책임 있는 자세가 문제해결의 열쇠임을 묵묵히 알려주고 있을 뿐이다. 100여일이 넘는 투쟁 끝 희망에 부풀었던 도지사와의 첫 면담의 긴 시간동안 목 놓아 울었을 그들이 긴 추석연휴 부양해야 하는 가족의 얼굴을 떠올리며 횡한 천막에서 삼킨 눈물과 한숨은 얼마나 될까. 이 땅 한 곳 한시, 비정규직이라는 이름표를 달게 한 사회적 모순 속에 20대 초반의 여성과 50대 초반의 어머니들이 말하는 옳음이 마치 허구인 냥 뒤바꿔진 채 밤낮 허공만을 떠 다니고 있다. 지난 추석, 환하게 떠오른 보름달을 보며 빌었을 그들의 소원이 추운 계절이 오기 전 하루빨리 이루어지길 바래보며 울고 있는 그들의 사진 속, 울지마 이젠 웃게 될거야 라고 써놓은 그 누군가의 말이 내 가슴을 뒤흔든다. /노현정(전북여성연합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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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6.10.09 23:02

[새벽메아리] 비단구두 사가지고 - 박찬숙

작년 10월, 전북도청 남북교류협력사업의 일환이었던 방북일정에 한 일원이 되어 평양과 황해남도 신천군을 잠깐 다녀왔었다. 그 이후 내 기억 속에는 아리랑 축전이나 평양시내의 모습보다 더 뚜렷이 자리 잡은 풍경들이 있다.평양시내를 빠져나와 1시간여 달려 도착한 사리원시, 70년 전 아버지의 어릴 적 담박질 자욱이 저 어디메쯤 파묻혀있을까? (아버지는 황해도 연백군이 고향으로 사리원 중학에 잠깐 다니신 적이 있다) 중학교처럼 보이는 건물을 찾아 헤매던 눈초리가 금방이라도 버스 밖으로 뛰쳐나갈 것만 같았다. 그러나 버스는 쏜살같이 시가지를 빠져나갔고 동승한 북측 안내원들이 사진을 찍지 못하게 하는 바람에 몰래 셔터만 더듬다가 아쉽게 놓쳐버린 시가지 모습, 순간 파도처럼 출렁이는 가슴 속 흐느낌을 잠재우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었다. 그날 이후 회색빛 사리원시가지와 미루나무, 코스모스길 따라 펼쳐진 재령평야의 모습은 가슴속 뜨거운 통증과 함께 내게도 그리움의 장소가 되어버렸다.그렇게 지나쳐버린 아버지의 고향 언저리 모습을 부모님께 전해드릴 때도 등줄기는 덜덜 떨려왔고 아버지의 표정조차 살피기 어려웠었다. 후에 어머니께 들은 얘기로는 막내딸이라도 당신의 고향 가는 길목을 다녀온 것이 너무도 기뻐 며칠 밤을 잠 못 이루셨다고 한다. 얼마 전 서울에 갔을 때, 40년 전 내 초등학교가 도시재개발로 이미 오래전에 사라져버린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곳을 찾은 나는 오래도록 자리를 뜰 수 없었다. 발아래 깊은 곳에서 서로를 알아보며 부둥키듯 한 이상한 기운이 발목을 잡고 놓아주지 않은 까닭이다. 해주 바다 가까이 아버지의 고향마을도 지금은 사라지고 없어졌을지 모른다. 그러나 내가 사라져버린 학교를 금세 찾아내었듯 아버지도 고향마을의 골목과 집들을 바로 찾아내실 것이다. 더구나 두고 온 부모님과 형제들이 그곳 어딘가에 뿌리내리고 계실 터이니.모두가 고향을 찾는 추석명절이 다가올 때마다 가슴에 비단구두 한 켤레씩 품고 고향으로 달려가고픈 꿈을 하염없이 짓누르며, 반세기 넘는 세월 동안 눈물 젖은 차례상을 지켜오셨을 고령의 실향노인들, 그들에게 살아생전 단 한번만이라도 고향방문의 기회가 주어지길 간절히 염원한다. 때마다 가보아도 뒤돌아서면 다시 그리운 것이 고향일진대 북녘땅에 고향을 둔 실향민들의 가슴 저미는 그리움이야 어찌 짐작인들 하겠는가?국민들 모두 월드컵축구에 몰두해있던 지난 초여름, 서울의 단 한관에서 외롭게 개봉된 여균동 감독의 비단구두 사가지고, 그 영화 역시 국민들과 현재의 통일정책에 호소하고 싶었나보다. 이제 더이상 그 어떤 조건과 명분 따위 들먹이지 말고 부모님께 마지막 효도하듯 따뜻한 마음 하나로 고령의 실향민들에게 고향 한번 보여드리자고. 북한의 미사일발사로 긴장관계가 조성되었던 시기에도 동포의 생존을 걱정해주는 인도주의적 식량지원의 길이 다시 이어졌듯 부모님께 하는 마지막 효도 또한 인도주의라 이름 붙여도 마땅하질 않겠는가?북녘땅을 밟아야 할 가장 절실한 이유가 있는 사람은 지체 있는 그 어떤 분이 아니라 바로 내 아버지와 같은 분들이다. 서둘러야한다. 아버지에게 시간은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 /박찬숙(전 전북여성농민연합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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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6.10.02 23:02

[새벽메아리] 생명과학 시대의 추석 - 이세재

마을 앞 들녘이 황록색으로 그득하고 지붕의 빨간 고추에 명랑한 햇살이 쏟아지는 풍경 속에 우리의 추석은 있다. 그리고 그 풍경 속에는 반드시 어머니가 있다. 추석에 대한 뉴스 배경 그림으로 마을 어귀에서 자식들을 기다리는 어머니의 모습은 너무도 자연스럽다. 비단 명절이면 가족이 모이고 가족 사랑의 중심에 어머니가 있기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우리의 잠재의식 속에는 추석과 모성에 대한 보다 근원적인 연결고리가 있는 것이다.농경사회는 풍요와 다산이 지상의 목표였다. 당연히 풍요와 다산은 여신을 탄생시켰다. 세계적으로 고대 농경사회의 신화나 유적의 연구에는 위대한 어머니 또는 위대한 여신에 관한 자료가 많다. 추석과 직접 관련하여 우리나라 삼국사기의 기록에 신라 유리왕이 여인들로 하여금 베를 짜게 했던 사실도 풍요에 대한 기원을 여성에 둔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곡식이건 인간이건 그 풍요는 자손의 번창함에 있으므로 자손 생산의 모태인 여성을 신성시했던 것이다.따라서 햇곡식과 햇과일로 차례를 지내고 성묘를 하는 일이 피상적으로는 조상에게 하는 것 같지만 근원적으로는 모성의 생산성에 대한 의식인 것이어서 추석의 풍요는 현실로서의 풍요로움보다는 미래에 대한 정신적 믿음에서 오는 풍요인 것이다.그런데 그런 모성적 풍요로움이 오늘날 추석에서 흐려지고 있다. 여성성에 대한 의식의 변화와 함께 추석의 본질이 퇴색하고 있는 것이다. 오늘날 여성에게 풍요와 다산의 상징이라는 칭호는 달갑지 않을 것이다. 여성은 자신들을 자손 번식의 도구로만 취급하지 말라고 할 것이며, 곡식도 인구도 관점에 따라서는 과잉 상태여서 남성도 더 이상 전통적 의미의 풍요와 다산에는 흥미를 잃었는지도 모른다.이러한 사실은 과거 억압되고 왜곡되었던 여성의 위치가 제자리를 찾는 일과 맞물려서 여성의 정체성에 혼란을 가져오고 있다. 특히 생명과학이 발달하면서 생명의 신비와 모성의 개념에 커다란 충격이 가해지고 있다. 모성이 흔들리는 세태를 두고 종말론까지 거론하는 사람도 있다. 이러한 변화가 여성성에 근원을 둔 추석의 풍속도를 바꾸고 있는 것은 당연한 귀결일 것이다.그러나 인류문명이 아무리 발달해도 인간은 대지에 뿌리를 둔 생명체에 불과하다. 인간의 궁극적인 풍요는 과학적 문명에 있는 것이 아니라 생명 그 자체에 있다. 그러므로 어머니는 영원한 풍요의 여신이며, 고향의 추석은 생명과 사랑을 본능적으로 전수해온 원형적 상징이다.추석이 연휴가 되면서 고향이 아니라 심지어 외국 휴양지로까지 떠나는 인파가 늘고 있다. 물질의 풍요는 왜 정신적 빈곤을 잉태하는 것일까. 고향을 등지고, 풍요의 신화를 등지고, 언제까지나 부를 누릴 수 있을 것인가. 고향 마을 어귀에서 눈물어린 어머니가 흐려진다./이세재(우석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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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6.09.25 23:02

[새벽메아리] 쓰레기 몸살 관광지 구천동 - 전선자

가을이 성큼 다가왔다. 가을은 피부에 와 닿는 기온으로부터 온다. 긴 장마에 홍수피해가 많아 지쳐있었던 데다가 보름 이상을 폭염이 쏟아져 더위에 시달렸고, 열흘 가까이 열대야를 견뎌야했던 올 여름은 참으로 모두가 힘겨웠다. 이런 천재지변의 역경을 견뎌낸 사람이면 누구나 이 초가을의 기온을 즐기지 않을 사람은 없다. 살갗에 스치는 바람이 끈적이지 않고 보송보송하여 느낌이 좋다. 모두들 "이제야 살 것 같다"는 얘기를 한 마디씩 한다. 순리대로 돌아가는 계절의 순환 앞에 그저 숙연해질 따름이다. 마음도 동반하여 가을을 맞고 있다. 그저 막연한 그리움 같은 것, 쓸쓸함 같은 것으로.무주구천동은 아름다운 계곡에 33경을 갖추었고, 높은 덕유산(남한에서 네 번째 높은 해발 1,614m의 산)과 겨울 스포츠, 스키의 메카 무주리조트를 품어 안고있는 남한 중심부의 유명한 관광지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무주는 태권도 공원과 기업도시가 기대되는 곳이기도 하다.일 년을 통 털어 100만 내지 300만 명쯤의 관광객이 다녀간다는 통계이다. 그런데 관광객이 많은 여름철만 지나고 나면 아름다운 계곡 곳곳이 오물과 쓰레기로 몸살을 앓는다. 많은 관광객이 다녀가는 것은 쌍수를 들어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그들이 먹고 마시고 즐기고 간 후남긴 쓰레기와 오물은 아름다운 산과 계곡의 구석구석에 버려져 썩어 맡기 힘든 냄새와 보기에 힘들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아직도 우리의 생각에 '쓰레기는 아무 곳에나 버려도 된다'는 잠재의식이 살아있는 것일까? 버리는 사람 따로, 치우는 사람 따로... 한심한 상황은 강을 따라 가보면 안다. 흐르는 강물 가에 썩지도 않을 라면봉투, 비닐 류, 캔 종류, 스트로 폼 등 별스런 것들이 다 떠내려 가고있으니 어쩌면 좋으랴. 강의 맨 끝, 땜이 있는 호수나 바닷가에 가 보라. 부유물이 얼마나 많은가를. 우리자녀들 미래의 삶이 염려스러워진다.이 세상 모든 사람이 내 쓰레기만 신경 써서 잘 치우고 챙겨오면 쓰레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지 않겠는가 말이다. 즐기는 것만큼 내 강산, 내 국토의 자연을 소중하게 여기고 미래를 생각한다면,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위해 지금부터라도 한 사람 한 사람 양심에 호소한 자연보호를 앞장서서 몸소 실천해야겠다. 쓰레기를 버리지 않게 하는 좋은 방법이 하나 있다. 학생에게, 주부에게, 직장인에게, 기업인에게, 사장에게, 대통령에게도...누구에게든 책임 있게 한 달에 하루, 서너 시간 정도씩 쓰레기를 직접 줍도록 해보면 산 교육이 되리라. 다시금 쓰레기를 버릴 마음을 갖지 않을 테니까. 그리고 쓰레기와 오물이 마구 버려질 때 우리의 환경은 물론이거니와 그것들로 인해 얼마나 많은 폐해가 나 자신에게 오며 먹거리에 의해 섭취하게 되는가를 정밀 분석하고 교육시킨다면 아마 인식의 변화가 금방 오리라는 생각이 든다. 기본 상식을 지킬 줄 아는 국민 모두가 되었으면 싶다./전선자(한국문인협회 무주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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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6.09.18 23:02

[새벽메아리] '공약, 참을 수 없는 가벼움' - 노현정

5월 31일, 가을이 오는데 웬 5월인가 싶겠다. 올 지방선거, 후보자들은 한 표를 호소하며 다양한 분야의 공약들을 내걸었다. 이에 발맞춰 지역시민사회는 후보들의 공약이 정치행위로 그치지 않고 충분한 논의와 계획, 확보 가능한 재원 속에서 실행되도록 정책과 공약 검증활동을 진행하였으며 메니페스토라는 말이 마치 유행어처럼 사용되기도 했었다. 민선 4기가 시작된 지 2개월, 이제 공(公)언 했던 정책과 공약의 실질적 집행이 시작되고 있다. 그러나 환경과 여성부서의 통폐합, 성희롱 공무원의 요직발령 그리고 도청사 어린이집 공사 중단 등 믿고 싶지 않을 정도로 시대 퇴보적 사안들이 연달아 일어났다. 며칠 전 정부는 우리사회가 당면하고 있는 저 출산과 저성장,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고자 장기적 전략차원에서 함께 가는 희망한국 비젼 2030을 발표하였다. 재원확보의 문제제기가 있지만, 지금까지 성장위주의 사회발전 패러다임에서 성장과 복지의 동반성장 전략으로 전환한 것에 눈여겨 볼만하다. 특히 그동안 가족에 의존하던 복지에서 정부의 역할을 제고하고 미래를 위한 투자로 복지전략을 삼은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러한 변화시점에서 전라북도는 어떠한가? 전북지역 몇 개 안되는 직장보육시설 중 하나인 도청 어린이집은 오래전부터 운영되어 왔으며, 청사이전으로 인해 설문조사를 진행하였고, 그 결과 수당지급 요구가 높았지만 지자체가 공보육 확대라는 선례를 만들어가야 한다는 원칙하에 어렵게 결정되었다. 그러나 민선 4기, 합리적인 결정을 하겠다며 이미 3억여 원이 투입되어 40%에 가까운 공정률을 보여 왔던 어린이집 공사는 당시 논란만을 불러일으킨 채 이전에 진행한 설문조사를 재 실시하고는 중단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이런 일을 예상하기라도 한 것일까? 지난 7월 30일자 시민의 신문은 전주시의 보육관련 특수시책예산을 공무원의 선심성 예산으로 꼬집었다. 내용인 즉 직장보육시설이 없는 대신 지자체 예산으로만 7억여 원을 보육관련 특수시책예산으로 만들어 놓고 년 4억여 원을 공무원들의 보육수당으로 지급하여 전주시 전체 아동에게 돌아가야 할 1인당 보육예산을 줄게 했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전주시민들은 국가가 정해 놓은 부모의 소득기준에 의해 적용되는 가구만이 아동연령에 따라 차등적으로 보조받고 있는 실정인데도 말이다. 공보육 시설은 지출이 아니라 투자이다. 최근에 문을 연 중앙청사 어린이집은 개원당시 70여명 이었지만, 믿고 맡길 수 있는 신뢰도가 높아지면서 1년 만에 200여명이 넘는 아동들이 다니고 있고, 대기자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라고 한다. 국가도 앞장서서 새싹플랜을 발표하는 등 장기적으로 공보육확대 정책을 실시하는 상황에서 약속한 보육정책을 바꾼다면 그것은 이미 실현 불가능한 공(空)언이었으며, 4년 이후 우리는 또 공약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을 느껴야 할지도 모르겠다. /노현정(전북여성연합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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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6.09.11 23:02

[새벽메아리] 쌀, 별, 들 - 박찬숙

농민 아닌 사람들이 내게 가장 많이 묻는 것 중 하나가 왜 꼭 우리쌀을 먹어야하는지에 관한 것이다. 때문에 늘 그 질문의 답안지를 머리 속에 넣고 다녀야하고 더구나 농사지은 쌀을 직거래로 팔아야하는 입장이고 보니 쉽고도 설득력있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내 답안지의 내용이란 대략 이렇다. 첫째, 쌀의 자급은 나라의 자존심과 식량주권을 지키는 일이다. 둘째, 신선도와 안전도 면에서 수입쌀에 비할 바가 아니며 국민건강을 위해서는 당연히 우리쌀이다. 셋째, 자연녹지, 공기정화, 담수능력으로 인한 지하수자원보존과 홍수피해방지 등 환경을 지키는 1등공신이 쌀농사다. 넷째, 전쟁, 자연재해로 인한 세계적 식량부족, 식량무기화, 그에 따른 국가안보, 통일대비를 위해 쌀농업은 꼭 지켜져야 한다. 다섯째, 비싸다고 우리쌀을 외면하면 쌀생산기반 붕괴는 물론 농토를 떠난 농민들로 실업인구가 증가할 것이며, 한번 무너진 생산기반을 복원하는 일은 유지비용의 서너배의 시간과 투자가 필요하다. 때문에 국가는 쌀농업을 비교역대상 기본산업으로서 반드시 보호해야하고 소비자들 역시 우리쌀 애용으로 쌀농업을 함께 지켜가야 한다. 그러나 나의 대답이 과연 소비자들에게 우리쌀 구매의 절대적인 결정력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일까? 이젠 내가 도리어 묻고 싶다. 왜 꼭 우리쌀을 사야한다고 생각하시지요? 농민임을 잊은 중년의 주부가 내 안에서 이렇게 말을 꺼낸다.어린시절, 어머니가 지게꾼 등 뒤에서 끙끙대며 들어다가 마루 한가운데 놓인 뒤주에 부어넣으실 때면 가마니 틈에 끼어있던 쌀들이 사방으로 튀며 달아났는데, 집안 모든 여자들이 마루바닥 헤매며 치마폭에 한톨한톨 귀하게 주워 담았다. 가을들판을 메뚜기박자로 한참 폴짝대고 나면 묵직해지는 주전자, 풀줄기에 꿰어 구워먹던 그 기막힌 맛의 간식거리가 사라졌을 때쯤, 소달구지에 높다랗게 실려가던 나락다발, 한 오라기씩 빼내어 이삭을 잘근잘근 씹어대면 고소한 국물이 목구멍을 타넘는데 입가엔 뽀얀 자욱이 금세 말라붙었다. 소잔등을 후려치던 회초리가 달구지 뒤에 달라붙은 아이들을 파리떼처럼 아낼 때 후닥닥 사방으로 흩어지던 아이들,.......쌀과 들은 우리의 역사요 문화였다. 기차소리 요란한 방아실 출구로 술술 쏟아져 내리던 신기한 탄생, 별처럼 맑게 빛나는 그것을 내나라 땅에서 얻어먹을 수 있다니 얼마나 다행한가? 미국, 중국산 쌀을 생각하면 도무지 어떤 그림도 떠올릴 수 없다. 향기로운 들과 별 같은 쌀이 다 무언가? 방부제가 묻어있겠지? 유전자변형 쌀은 아닐까? 설마 쌀 모양 납 쪼가리 섞인 건 아니겠지? 식량주권이든 국가안보든 거창한 이유까지 떠올리지 않아도 별 같은 내 아이들에게 속도 모를 수입쌀을 먹일 수야 없지 않겠나? 그런데 문제는 학교급식이나 군대급식, 음식점의 밥이 수입쌀일 것만 같아 걱정이고 또 우리쌀 포장지를 둘러쓰고 둔갑한 수입쌀은 어찌 가려낼지 그게 걱정이야. 한다.한미FTA 4대 선결조건 중 하나인 광우병 위험 미국소고기 수입 임박 소식과 함께 10년 안에 모든 농산물을 개방하라는 한미FTA, 그 거대한 폭탄이 별 같은 쌀을 쏟아낼 우리의 보물 들판에 떨어지는 일이 생긴다면 그것은 농민이 아니라 온 국민의 생명을 위태롭게 할 대재앙임에 틀림없다./박찬숙(前 전북여성농민연합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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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6.09.04 23:02

[새벽메아리] 야래향(夜來香) - 이세재

남풍이 시원하게 불어오고 소쩍새 울음소리 처량하구나. 달빛 아래 꽃들도 이미 꿈속에 들었는데 저 야래향만이 꽃향기를 뿜고 있네 중국 등려군이라는 가수의 야래향이란 노래는 이렇게 시작한다. 야래향이란 이름부터가 그렇고, 중국 여가수의 독특한 고음과 가락에서 신비롭고 애련한 동양적 낭만이 흐른다. 밤에 피어나는 향기라는 언어적 이미지로 인해 비련의 여인을 상징하기에 적합해서인지 댄서의 순정이라는 영화에서 문근영이 이 노래를 불렀고 그 후 야래향이란 꽃이 유행하게 되었다.야래향은 그 이름처럼 밤에 향기를 뿜는 꽃이다. 남미 등 열대지방이 원산지인데 중국이나 우리나라에서도 많이 기르고 있다. 난향처럼 은은하면서도 백합향기처럼 강한 맛이 있어 여름밤의 무더위에 적지 않은 위로가 되는 꽃이다.야래향(夜來香)― 비단 이 꽃만이 아니라 무릇 꽃향기는 밤공기를 타고 흐른다. 해가 지고 어스름이 깔리는 시간에 은은히 번지는 장미 향기를 맡고 잊었던 울타리의 넝쿨장미 존재를 새삼스럽게 인식하게 된다. 매화와 달을 함께 얘기하는 것도 밤이면 더욱 진해진 향기 때문이기도 하다.낮이라 해서 꽃이 향기를 뿜지 않을 리 없는데 우리의 후각은 밤이 되어야 제대로 그 기능을 찾는 것 같다. 낮에는 소란하고 번잡한 일상에 묻혀서 향기를 맡지 못하는 게 아닐까. 힘들게 사는 사람은 살기 위해서, 여유롭게 사는 사람은 즐기기 위해서 모두 방방 떠 있다. 우리를 들뜨게 하는 것들, 그것에 사로잡히는 것을 부정하면서도 그것에 초연한 이는 드물어 낮 세상은 갈수록 시끄럽기만 하다.인간은 천혜의 오감(五感)을 갖고 있다. 그 감각들은 인간 삶의 원동력이다. 생존과 번식에서부터 풍요로운 정신적 삶에 이르기까지 이 다섯 가지 감각이 골고루 작용하고 있다. 이런 본능적 5감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면 거기에서 영적 능력인 제 6감이 형성된다는 말도 있다. 어쨌거나 어느 한 쪽 감각에 치우쳐 부화뇌동하는 것은 삶의 기본이 무너진 충격이다. 중심 없이 들떠 사는 세월은 한 순간에 먼지처럼 날아가 버린다. 동양화에서는 여백의 의미를 창조하기 위해 대상을 그린다 하고, 음악도 침묵을 말하기 위해 소리를 배치하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보이는 것 들리는 것이 그대로 본질은 아니라는 뜻일 것이다. 그동안 외쳐온 현상적 실존과 문명의 가치에 가려 정작 그 현상이 창조해내는 본질을 감지하는 능력은 무디어지고 있다. 여백과 침묵 속에 허무와 고통의 극복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곳을 느낄 수 있는 제 6감이 있는가. 야래향(夜來香)― 한갓 댄서의 순정이나 비련의 여인을 연상시키는 관념적 언어의 이미지로서만 사랑 받지 않고 잊혀져가는 우리의 감각을 소생시키는 매체로 생명을 얻길 바란다./이세재(우석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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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6.08.28 23:02

[새벽메아리] 더위를 이기는 독서 삼매경 - 전선자

여름의 대명사, 삼복 더위, 찌는 듯한 찜통 더위, 가마솥 용광로 더위에다가 열대야까지 계속되는 날이 보름을 넘겼다. 그러고 보니 이제 지치고 기운들이 없어 불쾌지수가 말할 나위 없이 높아졌다. 그것이 원인이 되어 사고를 저지르고 말았다는 소식을 텔레비전 뉴스에서 들었지만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더위의 심각성은 실지로 우리도 체감할 수가 있다. 그렇게 며칠 더 견디다보면 찬바람이 슬며시 옷깃을 여미게 할 때가 오리라.모처럼 책 읽기를 결심한 것은 이런 더위를 이기자는 데에 길이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황희순 님의 시, "나는 길을 찾고 있는 중이다"에서 책 속에 길이 있다기에/ 책 속으로 나를 밀어 넣었다/ 은유의 골짜기를 헤매다/ 행과 행 사이에 미끄러졌다/ 말[言]을 잘못 밟은 모양이다/ (中略) 여기야, 여기,/ 여기에 길이 있-다-구-. 나는 이 시를 보고 독서의 길을 찾는 중이었다. 등단 작가라고 여기저기서 책이 발간되면 아는 분들은 고맙게도 빼지 않고 보내준다. 저자의 서문과 목록을 먼저 보고 그리고 마음에 드는 몇 편의 글을 골라 읽을 뿐 전체를 섭렵하지는 못한다. 좀 미안한 생각이 들지만 쏟아지는 인쇄물들을 어찌 다 읽을 수 있단 말인가. 책을 읽는 동안만은 몰입, 집중력이 대단해진다. 그래서 내 아이들에게도 책 읽기를 권장하나 볼거리가 많은 아이들은 읽는 문화보다는 보는 문화에 더욱 빨리 익숙해지며 흥미를 느끼는 것 같아 섭섭하다.책읽기가 말은 쉽지만 가정의 주부로서, 아니면 직장인으로서 맡은 일을 하다보면 그리 쉬운 일만도 아니다. 요즘에는 인터넷이 생활화, 보편화된 탓에 그 쪽에 빼앗기는 시간 또한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날마다 매일(mail) 확인하고 대여섯 개의 카페에도 가입하여 온라인 상의 좋은 글들을 보면서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소요하다보면 책읽기에 할애되는 시간은 많지 않다는 얘기다. 요즘 젊은이들은 부족한 시간도 문제지만 인내심이 부족하다해야 옳을 것이고 정서불안정도 원인도 될 것이다.올 여름에는 오랜만에 읽다가 팽개쳐버린 장편소설 "토지(박경리 작)"를 꼼꼼히 다시 읽기로 마음먹고 바로 시작했다. 솔 출판사에서 나남 출판사로 판권이 넘어가서 21권 한 질로 인쇄되어 나오고 있었다. 무조건 샀다.텔레비전에 연속드라마로 여러 번씩이나 방영됐던 그 유명한 "토지"를 책과 비교하면서 어쩐지 싱거운 감을 떨쳐 버릴 수 없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그래서 텔레비전이나 영화에 의존하지 못하고 죽자하고 책에 매달리는 지도 모른다. 습관처럼 나는 여름만 되면 이런 장편을 들고 실랑이를 벌인다. 중학생 시절도, 고등학생시절에도 여름방학만 되면 세계명작과 씨름하던 추억이 있다.사람마다 취미는 다 다른 것, 폭염 속에서도 뛰기 좋아하는 사람은 뛸 것이고, 물을 좋아하는 사람은 물로, 산을 좋아하는 사람은 산을 향할 것이다. 그러나 내면의 알찬 교양이나 지식을 위해서는 한 권의 서적이라도 가까이 두어 양식을 삼을 일이다. 다른 쪽 일을 줄이고 책을 읽다보면 독서 삼매경에 푹 빠지게 된다. 즐겨보시라. 이보다 더한 기쁨은 많지 않을지니.../전선자(한국문인협회 무주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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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6.08.21 23:02

[새벽메아리] 이건 아니잖아!! - 노현정

푹푹 찌는 무더위로 이마에 땀이 송송 맺히고, 그 따가운 햇볕을 가려본다고 손을 올리다 손가락 사이로 보이는 파란 하늘빛에 나도 몰래 탄성이 나온다. 그러던 사이 저기 넓디넓은 광장에 파샤~하고 시원한 소리를 내며 마치 먹음직스런 팥빙수 속 하얀 얼음알갱이들을 쏟아내듯 여러 갈래로 물줄기가 퍼져 나간다. 헉, 이곳은 어딘가 ? 최근 나의 약속에 겹치기 장소로 떠오르고 있는 곳, 혹, 누군가 배시시 웃으면서 좋은 일 있나보네 ~라며 농담을 건넬지도 모르겠다. 월요일 아침부터 달려온 곳이 사무실이 아닌 전라북도청, 신청사 이전 후 아직 버스노선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아 녹녹치 않은 살림에 택시비 마저 무시할 수 없지만 가슴을 뜨겁게 아니 아프게 하는 일들 덕(?)에 올 여름 뻔질나게 드나들고 있다. 오늘따라 유난히 높아 보이는 도청 앞, 몇 명의 어머니들이 안절부절하고 있다. 송글송글 맺힌 땀을 씻어 내리는 손, 가족의 생계를 지키고자 굵어지다 못해 퉁퉁 부어버린 손마디 마디 허드렛일 마다않고 일해 왔던 그녀들의 이야기가 고이 담겨있다. 저기 한 어머니 결국 눈물을 쏟아내며 연거푸 고맙다는 인사를 하신다. 와 준걸로만도 고마워, 우린 우리밖에 없는 줄 알았어, 그래두 우릴 생각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고마워, 고마워.. 벌써 60여일,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결국 지역 노동, 시민, 여성단체들이 도청 청소해고노동자들의 원직복직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비정규직, 그 자체만으로도 최저임금과 언제든지 해고될 수밖에 없는 불안정한 노동조건 속 휴식시간 배가 고파 빵을 사먹었다는 이유로, 다른 동료의 일을 도와줬다는 이유로 시말서를 써야했고, 청소상태를 점검한다는 이유로 노동자들을 아 다니며 카메라를 들이대는 사측의 횡포에 그래도 청소가 자랑스러운 자신의 일이었기에 집단해고는 그동안 참아왔던 분노를 폭발시켜낼 최악의 폭력이었다. 도청, 도지사에서부터 다양한 분야와 직급으로 나뉘어 자신의 일을 최소한 인격적으로 침해받지 않고, 자유로운 의사표현을 통해 소통하여 일하는 곳이 아닌가 ? 아니, 적어도 모범적으로 실천해야 되는 곳이 아니던가 ? 아무리 도청이 직접계약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도청이 선택한 용역업체가 도민의 공공장소인 도청의 청소업무를 담당하는 노동자들에게 부당한 노동행위를 자행하고 합법적인 노조활동을 인정하지 않았을 시 우리 책임 아니라며 수수방관할 수 있는 것인가 ? 그렇게 목소리 높여가며 일자리 창출하겠다던 약속은 말 뿐이었던가 ? 일자리를 만들어내기만 하고 그 일자리의 질과 조건은 고려하지 않겠다는 말인가 ? 민선 4기 시작하자마자 상식 밖의 일들의 당혹감과 결코 지나칠 수 없는 일들의 무게는 가볍지 많은 않은 모 개그맨의 유행어를 떠올리게 하며 쓴 웃음을 짓게 한다. 정말, 이건 아니잖아, 이건 아니잖아 ~~ /노현장(전북여성연합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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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6.08.14 23:02

[새벽메아리] "여러분, 반갑습니다" - 박찬숙

올 들어 확실히 느껴지는 변화가 한 가지 있다. 들녘에 뱀이 늘어났다. 오늘도 논두렁에서 초록빛 꽃뱀 한 마리 만났다. 두어달 사이 벌써 열 번째도 넘는 만남이다.내가 농사짓던 초기엔 들녘뿐 아닌 집 주변에서도 뱀을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었다. 그러나 느끼지 못하는 사이 그들은 사라져갔다. 땅꾼들의 눈부신 활약 때문이었을까? 아니 그보다는 바지런한 농사꾼들이 논은 물론 산 아래 밭에 이르기까지 잡초 한포기, 벌레 한마리 용납지 않으리라, 무시로 뿌려대던 독한 농약 덕분에 뱀들도 따라서 수난을 당했다고 하는 편이 맞을게다. 그래서 언젠가부터 산이며 들을 오가다가 뱀을 만나면 피하려다말고 워메 반갑네이 할 정도로 뱀구경은 귀했었다. 1년 가야 고작 두어번에 불과하였으니 말이다.뱀이 늘어난 까닭은 쉽게 점쳐볼 수 있다. 땅꾼들이 땅을 뒤져대는 험한 노동자 대신 중국이나 동남아에서 싸디 싸게 수입해 들여오는, 조금은 세련된 무역업자로 변신한 덕도 물론 있다. 그러나 그보다는 값싼 수입농산물로 인해 경쟁력을 잃고 더 이상 돈을 벌어주지 못하는 산 아래 밭일랑 묵혀버린 농민들 덕에, 또한 수매제도도 없어지고 팔기 힘들어진 쌀농사 대신 휴경보상금 받으면 그게 차라리 낫다 하고 다랭이거리 수렁논 까짓 묵혀버린 덕에, 그리고 무엇보다도 농사도 친환경이 아니면 명함도 못 내밀게 생겼으니 독한 농약사용 자제한 덕에, 이래저래 촌에서 살판 난건 뱀들이었을 게다. 뱀이나 농민이나 촌에 살긴 마찬가진데 개방농정과 세계화로 갈수록 죽을 판이 되어가는 농민들과는 그 신세가 사뭇 달라진 것이다. 오랜 장마와 홍수로 무너져내린 논두렁에 구멍이나 내고 다닐 사고뭉치인줄을 뻔히 알고 있건만 그가 어떻게 다시 들녘으로 돌아왔을지 아는 터이니 어찌 반갑지 않겠는가? 이렇게 돌아온 그를 반갑게 맞이하는 동안 무더운 여름날 비지땀으로 빚어낸 우리 쌀은 뉘라서 반겨줄 것인가? 도시의 소비자들이 넘쳐나는 값싼 수입농산물 틈에서, 농민들의 친환경농사의 정성과 땀이 가득 베어있는 우리의 농산물을 가격표 들여다볼 틈 없이 반갑게 맞아들여준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뱀을 피하기 위해 여름날 뜨거운 장화 속에 발을 쑤셔 넣고 다니더라도, 고추나무가지에 넌출넌출 제 몸을 걸쳐두고 낮잠 자는 기다란 그와 본의 아니게 악수하는 불상사가 생기더라도, 여러? 반갑습니다. 여러?처럼 우리도 살판나게 생겼습니다. 하지 않겠는가?봄비 내리는 날, 낮게 날아다니는 제비구경에 신바람내고, 가을들판 여문나락처럼 통통한 메뚜기들을 반가워하며, 이슬방울 매달린 거미줄들로 초록비단처럼 반짝이는 논들이 여기저기 늘어가고 있음을 눈여겨 바라볼 줄 알고, 아이들의 아토피를 사라지게 할 믿음직한 대안이 그곳에 있음을 알고 있는, 그리고 그것들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바로 이땅 농민들의 땀이라는 사실을 늘 잊지 않고 기억해줄 생면부지의 도시사람들에게 반가운 만남의 인사를 드린다. 여러분, 반갑습니다/박찬숙(前 전북여성농민연합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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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6.08.07 23:02

[새벽메아리] 물과 평화 - 이세재

평화가 어떤 것인지 구체적 사물에 빗대라고 하면 고요한 호수를 댈 수 있을 것이다. 무거우면서도 무게를 느낄 수 없는 충만한 물덩이의 유연함, 크고 작은 나무와 풀과 꽃들이 수면에 손과 발을 적시고 있는 풍광, 혹 하얀 고니라도 한두 마리 떠 있다면, 그리고 푸른 하늘과 하얀 구름이 거기 물속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면이처럼 평화의 이미지는 정적이며 수평적이다. 깎아지른 수직의 바위절벽에는 투쟁의 긴장된 힘이 서있고 아득한 수평선에는 포근한 휴식의 노래가 누워있다. 그런데 수직의 절벽은 현실로 존재하지만 호수나 바다의 수평선은 보이기만 할 뿐 실상 그 실체는 없다. 우리의 삶은 투쟁적 현실만 있을 뿐 피곤한 몸을 눕혀 쉴 수 있는 수평의 평화는 꿈으로만 존재한다는 걸 암시라도 하는 것일까.수평(水平)에는 말 그대로 물의 본질이 담겨있다. 물은 만나기만 하면 곧 하나가 된다. 형태와 색깔이 각각 다른 물방울들이 모였을지라도 제 색깔 제 모양을 나타내지 않고 순식간에 공통의 색깔과 모양이 되고 만다. 천 길 땅속에서 솟은 샘물이건 썩은 시궁창에서 흘러온 폐수이건 서로를 거부하지 않는다. 호수 바닥의 낮은 곳부터 차근차근 쌓여서 수심이 깊어지면 서로가 어깨를 맞춘다. 한 쪽이 깊어지면 다른 한 쪽이 발을 늘이고 자신이 높아지면 낮은 쪽을 찾아 키를 맞춘다.그러나 수평의 기준치는 아무도 모른다. 물들의 만남에도 끝은 없다. 호수의 물들이 밤새 서로의 키를 맞추고 서로의 몸 구석구석을 채워보아도 아직은 채워지지 않은 빈자리가 있다. 새벽 호수를 뒤덮은 물안개. 그 그리움의 풍경을 보았는가. 물들은 어쩌면 저 에베레스트의 만년설이나 남극의 빙하로 갇혀있는 동료를 그리워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누군가의 눈물이 되어 마른 땅을 적시고 증발해버린 친구를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세상의 모든 물이 한 곳에 모이는 날 수평의 기준선은 그어질 것이다.그날을 위해 물은 낮은 데로 낮은 데로 흐른다. 때로는 물안개로 그리움을 노래하고 때로는 구름이 되어 방랑자를 부르다가 비가 되고 눈이 되어 가야할 곳을 찾는다. 김수영의 시처럼 폭포가 되어 나타와 안정을 뒤집기도 하고 정적(政敵)의 참소에 가슴이 뚫린 시인 굴원의 영혼을 쉬게 하는 멱라수 맑은 강이 되어 역사를 말하기도 한다. 풀잎에 맺힌 영롱한 이슬에서부터 계곡을 휩쓸고 강둑을 범람하는 홍수에 이르기까지 물은 오직 수평을 찾아 흘러간다.2006년 7월, 홍수가 전쟁처럼 휩쓸고 갔다. 전쟁처럼이란 우리 인간들의 생각이다. 물은 수평을 향해 제 길을 갔을 뿐이다. 수평과 평화가 동질일진대 우리는 왜 홍수를 전쟁처럼 겪고 있는가. 물이 물을 그리워하듯 인간이 인간을 사랑할 때 홍수는 평화처럼 흘러가지 않을까. 인간의 평화도 물처럼 서로의 높이를 맞추는 데서 이루어질지 모른다./이세재(우석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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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6.07.31 23:02

[새벽메아리] 낙선자의 책임있는 삶 - 전선자

일주일씩이나 햇빛 한 줄기 보여주지 않고 뿌려대던 빗줄기가 소강상태로 접어들고 그렇게 애 먹이던 장마도 이제 끝나려나 보다. 우리나라 전역의 위아래를 휩쓸고 다니던 게릴라 성 폭우에 국민 전체는 놀라고, 가슴 졸이고, 힘겨워 지치고, 피해로 고달픈 일들이 많이 생겼다.이제 우리 국민 모두는 한마음이 되어 이 어려움을 극복하고 추슬러야할 때다. 슬픔을 함께 나누면 반으로 줄고 기쁨은 같이하면 배가된다는 진리가 잘 통하는 때이다. ARS 한 통화라도 걸어주는 것이 힘이 될 것이다.지난 51 지방선거가 무사히 끝났고 지방자체단체 민선 제 4기가 새롭게 출범됐다. 몇 달동안 전국이 선거 열풍에 휘말리면서 선거기간동안 내내 상대 입후보자의 흠집내기와 꼬집기로 혼란과 갈등이 계속되었었다. 이번 선거는 다행히 예전에 비해 부정부패가 적었다고는 하나 어느 지역에서는 혼탁선거가 만연했다는 말이 계속 떠돌고 있으니 그것 또한 찝찝할 노릇이다.언제쯤 우리 유권자들도 정확한 판단아래 지역일꾼을 뒷소리 없이 정정당당하게 잘 뽑을 수 있을까? 그렇게 되기까지는 주민들의 의식부터 또다른 개혁이 있어야할 것이며 그러기 위해서는 부단한 노력이 수반되지 않으면 안 되리라고 생각한다.무주군 만해도 자치단체장 1명, 도의원 2명, 군의원 7명 도합 당선자는 10명이다. 그런데 입후보자는 37명이 되었다하니 낙선된 후보자가 27명이라는 얘기다. 그 많은 입후보자들이 하나같이 무주군을 발전시키고 군민을 잘 살게 하겠다는 의지로 출마하였다. 생각 같아서는 그들에게 모두 적합한 직책을 나누어주어 무주발전과 대망의 뜻을 결집하게 하고 싶은데 어디 현실이 그러한가선거라는 것은 그렇다. 당선의 확신이 있기 때문에 출마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필요한 만큼의 수 외에는 모두 낙선되는 것, 낙선의 고배를 마셔본 사람만이 안다. 그 허무함을. 낙선하고 나서 견디기 힘든 것은 사람에 대한 배신감이다. 분명 저 사람은 내 사람인 줄 알았는데 표는 다른 사람에게로 가지 않았던가. 그 하나만으로도 자칫 미래를 살아갈 힘을 잃는 것이다. 다음을 기약하고 제기할 수 있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사회생활을 거부하는 사람도 있다. 성격 나름이겠지만 각양각색이 모여 사는 땅이 이 땅 아니던가.어려운 상황일수록 서로를 따뜻하게 다독이고 보살펴 아우르는 기지가 필요하고 낙선자는 자기 자신을 돌아보고 인격도야와 지식 쌓기에 더욱 힘써야겠다. 지역과 개인의 이기주의를 탈피하고 자기에게 맞는 일을 찾아 다시 시작하다보면 지역민에게 신뢰를 받을 수 있고 보람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낙선되었다고 낙망하지 말고 새로운 희망으로 새 삶을 시작해 봄이 어떨지? 욕심은 꼭 버려야 할 때 빨리 버리는 것이 현자(賢者)의 삶이고 자리가 비었다하여 내 자리도 아닌 아무 자리나 덜커덕 앉는 누를 범하지 말아야할 일이다. 단 한 사람이 나를 지지했어도 그 한 사람을 위하여 해야할 책임을 다해야되는 것이 참된 인간이지 않은가! △전선자 지부장은 한국문인협회 전북지회 부회장전북여류문학회장을 역임했으며, 수필집 <숨겨진 방> 시집 <그 어디쯤에서 나는>이 있다. /전선자(한국문인협회 무주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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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6.07.24 23:02

[새벽메아리] 물 고인 땅에 물꼬 내기 - 박찬숙

너른 밭 한가운데가 장마철 잦은 비에 물웅덩이가 되어버렸다. 심어놓은 그 자리의 참깨는 진작 죽어버리고 몇 가닥 잡초가 대신 엉겨 붙어있다. 아무리 넓은 밭이라도 적절히 고랑을 만들어 물 고일 법한 곳을 애초부터 만들지 않는 것이 농사의 기본일 것이나 새로 개간한 터라, 갈이를 제대로 할 수 없었던 탓에 밭 한가운데가 그 지경이 된 것이다. 물 고인 땅, 그곳에선 고인 물이 썩는 것은 물론이요 질병의 근원지가 되어 온 밭을 병들게도 만든다. 또한 반 평도 못되는 곳이라 할지라도 사람의 피를 빨며 못된 병균을 옮겨놓을 수천의 모기떼가 태어날 것이다. 살충제를 뿌린다 해도 계속 태어나는 모기떼는 막을 수 없고 급기야 가축과 사람이 그들의 포식성 앞에 팔다리를 내주어야 한다. 때문에 물꼬를 내지 못한다면 흙이라도 돋우어 물기를 없애야 한다. 농부라면 누구나 그렇게 할 것이고 그것은 사람의 먹을거리가 자라는 밭에 대한 농부의 당연한 도리이며 예의이다. 태풍이 몰려온 아침, 세찬 빗줄기 속에 누런 황톳물을 게워내며 가라앉고 있는 그 웅덩이를 안타깝게 바라보다가 빗물 아닌 또 다른 물기가 고여 있을 세상의 웅덩이들을 떠올려본다. 가난, 질병, 차별, 소외, 폭력 등 고통 받는 이들이 놓여있을 우리주변의 수많은 웅덩이, 그리고 그곳에 고여 있을 눈물이라는 물기에 대하여.....그러한 물기 역시 무관심하게 방치한다면 그곳에 엉겨있는 아픔이나 슬픔은 분노라는 습기가 되어 어쩌면 물 고인 웅덩이의 모기떼처럼 우리사회 전체에 엄습할 지도 모른다. 우리사회 어느 곳에 물꼬를 내고 흙을 돋워야할지 그것은 나라의 복지정책의 내용과 폭에 해당되는 문제이겠으나 단지 정책을 다루는 정치권이나 일선의 사회복지사들만이 전담할 문제는 아니다. 누구나 행복한 삶을 살 권리가 있는 이 나라에서 이웃의 불행과 고통에 무관심하거나 알고도 외면한다면 사회구성원으로서의 기본적인 예의와 도리를 모르는 것이나 진배없을 것이다. 오래도록 가슴에 메아리쳐온 전우익선생의 말씀을 되뇌어본다. 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 어느 쪽으로 물꼬를 내야 물이 빠져나갈지는 그 웅덩이에 직접 가보아야 알 수 있다. 비바람이 잦아지길 기다릴 수만은 없어 삽을 챙겨들고 나서는데 여기저기 논두렁마다 물꼬를 손보는 삽질이 광풍에 휘청거리고 있다. 지금 이 순간, 각계각층의 심각한 우려와 반대 속에 진행되고 있는 한미 FTA협상이 그대로 타결될 경우 깊이와 넓이를 가늠할 수 없는 빈곤의 웅덩이들이 우리사회 곳곳에 확산될 것이다. 그리고 농민들은 그 웅덩이의 가장 밑바닥으로 침몰하게 될 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아도 매년 반복되는 악천후와 농산물개방의 어려움 속에서 부지런한 삽질 하나로 버티며 생명의 땅을 지켜온 농민들, 그 부지런한 삽질이 분노의 삽질로 변하기 전에 움푹 패인 이땅 농민들의 빚더미 삶터에도 누군가 시급히 물꼬를 내주어야한다. 아무리 논밭 물꼬내기에 이골난 농민들이라도 깊은 웅덩이 속에서 스스로 물꼬를 낼 방법은 없는 것이다.<약력>1959년생, 이화여대 졸, 한일장신대 사회복지학과 재학 중, 1983년부터 순창에서 농사,1988년부터 여성농민회 활동, 2004-5 전북여성농민회연합 회장 역임, 96년 이후 여성, 농민 관련 작곡활동(음반, 흘러라 섬진강)/박찬숙(前 전북여성농민연합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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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6.07.17 23:02

[새벽메아리] 무지개를 사세요 ~ - 노현정

강아지에 물려죽은 어린 꼬마 네로, 아이 맡길 곳이 없어 방문 잠근 채 일 나간사이 화재로 죽은 아가의 엄마 힘쎈 댁, 평생 자신이 좋아하던 가야금을 한 번도 쳐보지 못한 야금할미, 그리고 보아 같은 가수가 꿈이었던 성냥팔이 소녀가장, 이 네명은 각각 다른 모습으로 죽음을 당하고 선택하지만, 다시 태어나 죽지 않아도 되는 새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돌봄 노동을 나누고, 이웃에 대한 배려와 관심으로 여성차별과 빈곤이 근절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승의 차별과 빈곤에 허덕이다 못해 죽음으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 무지개를 사세요는 지난주 여성주간을 기념하여 9회째를 맞이한 전북여성한마당에 올려진 연극의 주인공들이다. 여성주간은 1995년 국가가 여성권익과 양성 평등한 세상을 위해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책무에 대한 기본사항을 규정하고 위 협약의 이행의무를 내용으로 하는 여성발전기본법을 제정하고 기념하기 위해 7월 1일부터 7월 7일까지를 지정한 날이다. 이 주간에 각 지자체들은 매년 기념행사를 하고, 지역 여성단체들은 여성 관련된 주요한 이슈와 내용을 대중에게 알려내고, 함께할 수 있는 자리들을 만들어 왔다. 벌써 11주년, 아홉번째 전북여성한마당을 맞이하는 내게 이 한편의 연극은 저릿하도록 가슴을 아프게 했다. 10년이라는 시간이 흐르고 세월이 지났으면 뭔가 달라져 있지 않을까? 여성의 사회진출도 늘어나고, 불평등한 법과 제도도 변해 가는데 이제 좀 괜찮아지지 않았을까? 스스로에게 자문했던 그 질문들은 무대 뒤편 쪼그리고 앉은 내게 눈물로 답변한다. 요즘에도 여성들은 깜깜한 밤거리를 되찾기 위해 몸과 마음의 권리를 요구하는 달빛시위를 해야 하고, 가정폭력과 성폭력은 더 징하고 교묘한 방법으로 달라져만 가고, 고위직 인사의 성추행은 은근슬쩍 관행처럼 잊혀지고, 비정규직 여성노동자 해고는 옥수수 펑 튀듯이 늘어만 가고 있다. 이렇듯 여성에게 체감되는 지금의 현실은 결코 무지개가 뜨지 않을 것 같지만 그래도 무엇보다 삶에 대한 관심과 감수성이 뛰어난 여성이 있기에 실낱같은 희망을 품어 본다. 그리고 뿌리 깊은 성차별 문화와 관행을 변화시켜 내도록 지역여성과 시민들을 만나가는 풀뿌리 활동들을 밀접하게 해 나가며, 여성들이 일상에서 만나는 문제들을 의제화하고 각자의 처한 삶의 조건을 바꿔내는 일을 고민하고 개발해내는 노력이 더욱 필요한때 있듯 싶다.갑자기 내 가슴 속 무대 위, 야금할미는 멋지게 가야금을 켜고 있고, 힘쎈 댁은 예쁜 아가와 함께 장을 보러 나온다. 성냥팔이 소녀는 보아처럼 댄스가수가 되어있고, 꼬마네로는 강아지와 신나게 놀고 있다. 이미 맘속에 그녀들이 말한 무지개를 눈물로 사버린 난, 그 네 명이 환하게 웃을 그 날을 향해 무지개를 띄우고 또 띄울 것이다.△74년 생, 전북대,성공회대 NGO대학원 졸, 전북여성단체연합 간사활동을 시작으로 홍보부장, 사무국장을 거쳐 현) 전북여성단체연합 사무처장 /노현정(전북여성연합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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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6.07.10 23:02

[새벽메아리] 딱새 둥지와 아파트 - 이세재

조그만 호숫가 산자락에 사는 친구가 있는데 금년 봄 그는 딱새와 함께 살았다. 현관의 장작더미 위에 버려둔 헌 밀짚모자 속에 딱새가 둥지를 틀고 새끼를 길렀던 것이다. 친구는 기뻐하면서도 앞으로 이놈들과 평생을 어떻게 조심스레 사냐고 걱정부터 했다. 걱정할 것 없다고 했다. 새끼들이 성장하면 딱새는 두 번 다시 이 둥지를 찾지 않을 테니까. 딱새의 머리로는 그곳이 가장 안전하다고 판단하여 새끼를 낳아 길렀을 뿐 새끼들이 날 수 있게 되면 그들은 산 속의 나무로 돌아갈 것이다.많은 새들이 산에 살지만 새집은 흔하게 발견되지 않는다. 새의 둥지는 새끼들의 안전을 위해 최대한 은폐되지 않으면 그 가치가 없는 고로 새들의 둥지를 찾는 건 쉽지 않다. 인간의 처마 밑이 오히려 안전함을 깨달은 제비도 해마다 집은 새로 짓고 산다.동물의 집은 이처럼 종족보존이라는 근원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기본 공간이다, 사람이 사는 집은 물론 단순한 공간으로서의 집(house)이라는 의미보다는 가정(home)이라는 정신적, 문화적 의미가 훨씬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은 당연하다. 그러나 인간의 집도 종족보존이라는 근원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서 출발했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들의 집(house)은 후손들을 안전하게 기르는 곳이라는 이 기본적인 조건이 무너지고 있는 듯하다.웬만한 아파트는 보통사람이 평생을 모아도 사기 힘든 가격이 되었다. 서울 강남에는 10억짜리 13평 아파트가 있고, 비밀번호로 무장한 자신들만의 전용 출구가 있는 수십억대의 집이 있다는 것은 이제 놀랍지도 않다. 집의 크기가 자녀들의 건강한 성장을 지배하는 것은 물론 아니지만 13평짜리 아파트가 어떻게 10억원의 가치를 갖는가. 가족의 생활공간인 집에 수십억 원을 투자를 하는 것과 가정의 행복은 과연 상관관계가 있는가.딱새 둥지의 안전은 포식자로부터의 은폐가 조건일 것이고 우리들 자녀의 안전은 사랑이 충만한 가정에 있을 것이다. 둥지에 불과한 집값을 수십억씩 올린 그 기발한 생각들을 자녀들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방향으로 돌리지 못한 어리석음에 우리의 미래가 걱정스럽기만 하다. 혹 수십억짜리 집을 물려주는 것이 자녀의 안전을 보장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면 딱새와 인간의 생존에 대해서 아주 특별한 차이를 말 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각종 광고마다 환상적인 아파트를 선전하고 있다. 그러나 그 환상적인 광고판 뒷면에는 둥지를 짓기 위해 나뭇가지를 입에 물고 허공을 방황하는 새들이 날아간다. 주택정책을 개혁한다는 정치인들의 아름답고도 답답한 모습과 그들을 욕하는 딱새만도 못한 인간들의 얼굴도 숨겨져 있다.딱새를 보며, 집은 허름하지만 묵묵히 자식들을 사랑으로 기르고 있는 이웃들에게 박수를 치고 싶다.△약력 : 1953년 생. 문학박사. 1993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과 <시문학> 우수작품상으로 등단. 현 우석고등학교 교사. 시집 <뻐꾸기를 사랑한 나무>/이세재(우석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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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6.07.03 23:02

[새벽메아리] 순창고추장 성공 비결 - 황영모

순창 고추장을 중심으로 한 장류산업은 농업과 가공산업간 연계로 부가가치를 창출한 대표적 사례로 꼽혀왔다. 그러나 이러한 사례의 이면에는 지역내 농가와 전통고추장업체간의 계약재배가 그 숨은 원동력이었다. 지역농업발전의 단초, 고추계약 재배초기 고추생산 농가와 전통고추장업체간의 계약재배는 군청이 중심이 되어 추진했다. 그러나 고추값 폭등으로 농가의 계약이행이 낮고, 행정도 사업의 필요성과 전문성이 부족하여 결국 흐지부지 되었다. 생산자 단체인 농협은 역할을 찾지 못하고 뒷짐만 지고 있었다. 그 후 터덕거리던 계약재배 사업은 농민회를 중심으로 농민회원 20여명이 참여하면서 완전히 다른 상황을 만들어 갔다. 분명한 목적의식을 가진 농민회원의 계약재배는 눈앞의 이득보다 충실한 의무이행으로 주변의 변화를 이끌어 냈다. 고추 흉년으로 시장값이 천정부지로 오른 상황임에도 계약재배 농민은 계약을 성실히 이행하며 사업을 안착시켜냈다. 전통고추장업체, 농협과 행정의 생산농민에 대한 선입견을 해소하며 사업지속의 튼튼한 틀을 만든 것이다.이렇게 되자 다음해는 전통고추장업체도 품질좋은 고추장 원료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어 더욱 늘었다. 당연히 계약재배 농가도 늘게 되고, 뒷짐만 지고 있던 농협과 군청도 적극적으로 나서게 되었다. 장류산업 활성화의 새 지평을 열다농가와 업체간의 계약재배 사업이 안정되자 생산분야의 1차산업을 고추장 가공으로 2차산업과 연계하고, 장담그기 체험 행사 등으로 다각화시켜 낼 수 있었다. 이후 계약재배는 고추장 원료인 콩, 찹쌀, 매실 등으로 확대되었고, 전국적 지역혁신의 성공사례로 선정되어 신활력 사업 등 국가사업으로 선정되기에 이른다.지금은 전통고추장 원료농산물 계약재배사업단이 꾸려져 장류산업 발전과 지역농업의 새로운 소득창출을 해나가고 있다. 여기에는 28개 전통고추장업체와 600여명의 원료농산물 생산농가가 참여하고 있다. 2004년 1억원의 계약재배규모가 다음해 4억원, 올해에는 11억원에 달한다. 또 농가, 제조업체, 행정, 농협이 계약재배발전기금을 조성해 농산물 가격 급변시 활용하고 있다.농업의 다각화는 더하기가 아닌 곱하기흔히 농업의 다각화 또는 6차 산업화를 말할 때 1차+2차+3차=6차로 이해한다. 그러나 농업의 다각화는 더하기가 아닌 곱하기로 이해해야 한다. 더하기에서 1차의 농업이 없다고 해도 5차는 되지만, 곱하기에서는 1차의 농업이 없으면 아무것도 없는 0차가 되기 때문이다. 농산물 시장 여건의 변화로 계약재배 품목의 가격이 급등했음에도 성실히 이행한 농민과 고추장 제조업체의 단결된 힘이 지역농업발전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보이지 않는 지역농업 성공사례에서 우리가 놓치지 말고 보아야 하는 것이 바로 생산농민의 조직화된 꾸준한 노력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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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6.06.27 23:02

[새벽메아리] 자랑스러운 선생님이고 싶다 - 조미애

최근 교원정책특별위원회에서 본회의 상정을 위해 만들어진 합의안이 부결되고 소속 위원 중 일부가 사퇴의사를 밝히면서 교육정책이 또다시 표류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우려를 갖게 되었다. 교장승진제도에 대한 교원단체의 견해가 10인10색으로 크게 엇갈리고 교육정책이 교원단체의 집단이기주의에 의해 끌려가고 있다는 비난 중에도 희망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추구하는 목표가 서로 같다는 것이었다. 한 치의 양보도 없음으로 난항을 겪으면서 어렵게 이룬 합의가 막상 무산되고 보니 일부 특위 위원들의 상심이 매우 컸던 것 같다. 대통령자문 교육혁신위원회에서는 새로운 교원정책을 올 상반기에 만들겠다는 로드맵으로 교원특위를 구성한 바 있다. 다시는 승진에 매달려 학생교육이 소홀히 되는 사례가 없도록 하고, 교단에서 묵묵히 가르치는 일에 전념하신 선생님들이 우대 받을 수 있는 제도를 만들기 위한 전문위원회인 것이다. 산 정상에 오르는 길이 어찌 하나뿐일 수 있겠는가? 그동안 많은 사람들의 발자국이 담긴 오솔길이거나 몇몇 사람들의 동행 길이었던 좁은 산길일 수 있다. 내가 가는 이 길이 정상에 이르는 길이라는 확신만 있다면 산에 오르고자 하는 사람들이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조용히 안내하는 것이 책임 있는 사람들이 해야 할 몫이며 아름다운 사회로 가는 길이다. 교육인적자원부가 9월부터 전국 51개교에서 교장초빙?공모제 시범학교를 운영하며 이중 특성화고 4개교에는 20대 IT전문가부터 60대 전직CEO도 교장이 될 수 있는 완전개방형 공모제를 적용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이러한 교육부의 방침은 현장 교원들에게는 오히려 혁신적이다. 현재 초?중?등교육법에 의한 교장의 자격기준은 학식과 덕망이 높은 자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기준에 해당한다고 교육인적자원부장관의 인정을 받은 자이다. 사회 각 분야의 인사들로 구성된 교육혁신위원회의 교원정책특위 합의안에는 교장 자격을 10년 이상의 교육경력자로 제한하고 있다.인터넷 동영상 강의로 국내정상에 있는 (주)메가스터디(megastudy)의 창립 멤버로 연봉 18억을 포기한 괴짜강사의 이야기 <이범, 공부에 반(反)하다>를 보면, 우리나라의 높은 교육열에 비해 교육정책의 역량이 뒤떨어져있는 현실이 정말 신기할 정도라고 한다. 학원가의 서태지라고 불리는 그는 교육부가 학생들을 실험용 쥐로 취급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학원 강의를 그만두고 지금은 인터넷무료강의만 하고 있는데 나의 무료강의는 선행이나 기부행위가 아니라 나의 생활이다라고 하면서 한국 사교육의 중심인 대치동식 학원 교육에 대한 환상을 깨라고 강변한다. 교육비 때문에 출산을 기피하고, 입시지옥 학교교육으로 자살하는 학생이 늘어가고, 2만 여명의 초?중?고 학생이 우리나라를 떠나 외국으로 유학 가는 지금의 참담한 교육현실은 반드시 달라져야 한다. 새로운 교장승진 및 교원양성과 연수제도를 기필코 마련하여 교육기획력을 가진 교사에 의해, 자율적인 학교운영으로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평생교육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나는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선생님이고 싶다./조미애(교육혁신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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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6.06.20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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