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25-11-07 09:38 (Fri)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chevron_right 새벽메아리

[새벽메아리] 메세나와 문화로 모시기 제도 - 박병훈

흔히 문화예술에 대한 기업의 지원을 의미하는 메세나(Mecenat)는 당대 예술가들에게 지원을 아끼지 않은 로마제국의 정치가 마에케나스(Maecenas)에서 유래한다. 1967년 미국에서 기업예술후원회가 발족하면서 이 용어를 처음 쓴 이후, 메세나는 기업인들의 각종 지원 및 후원 활동을 통틀어 일컫는 말로 쓰이게 되었는데, 기업 측에서는 이윤의 사회적 환원이라는 기업 윤리를 실천하는 것 외에, 회사의 문화적 이미지까지 높일 수 있어 홍보 전략의 수단으로도 유리하기 때문에 문화 선진국들에서는 상당히 보편화된 제도이다.영국의 메세나협의회인 Art&Business(이하 A&B)의 설명에 따르면 현재 영국의 창조산업 규모는 1850억 달러로 영국 GDP의 8%를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창조산업은 영국 경제에서 가장 성공적이고 성장 속도가 빠른 산업 중 하나로서 200만 명에 이르는 고용창출 효과를 내고 있다는 것이다. 기업과 예술의 전략적인 결합을 통해 기업은 제품 및 서비스의 경제적 부가가치를 높이고 예술은 뉴욕 브로드웨이와 함께 세계 뮤지컬 시장을 선도하는 런던 웨스트엔드의 경우와 같이 창조능력에 기초한 새로운 국부를 창출하고 있다. 실제로, 런던의 가장 성공적인 기업과 예술의 파트너십 사례로 꼽히는 신생음료회사 Innocent는 마케팅 예산으로 Fruitstock Festival을 지원하여 3년 동안 인지도와 시장점유율 면에서 경이적인 성장률을 기록했다. 예술과의 협력이 기업의 마케팅 성과에도 기여하고 있다는 점을 입증한 것이다. 환전은행인 TravelEx 또한 영국국립극장과 손잡고 값비싼 공연 티켓을 단돈 10파운드로 저소득층에게 제공하고, 티켓 차액을 극장에 지원하는 The TravelEx £10 Ticket Season 프로그램이 정부와 언론의 호평을 얻어 일반 시중은행에 비해 약한 브랜드 인지도를 크게 상승시키는 효과를 올렸다.(한국메세나협의회 메세나지 기사 인용)우리나라도 기업의 예술지원 참여를 독려하기 위한 인센티브 시스템으로 올해부터 중소기업 예술지원 매칭펀드 사업 및 문화로 모시기(문화접대비 세제혜택) 제도를 도입했다. 우리가 벤치마킹한 영국 A&B의 New Partners 사업은 1984년부터 지난 22년간 정부 지원펀드 총액 6천만파운드(약 1,200억원), 이에 대한 기업 매칭펀드 금액 1억파운드(약 2,000억원), 기업의 현물지원까지 포함할 경우 정부 지원펀드의 3배 규모에 달해 정부와 기업의 예술지원 효과를 증폭시키는 유용한 정책수단으로 평가받고 있다. 단순한 재정지원 효과 이외에도 예술단체가 새로운 고객을 개발하고 기업과의 지속적인 비즈니스 관계를 구축하는데도 큰 역할을 하고 있으며 특히, 기업 담당자들은 이 프로그램이 예술의 발전뿐만 아니라 기업의 창의성 증진에도 기여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문화로 모시기란 기업의 총 접대비 지출액 중 문화접대비 지출이 3%를 초과하는 경우에 접대비 한도액의 10%를 한도로 추가 손비를 인정해 주는 제도인데, 매년 5조원에 이르는 기업의 접대비의 일부를 문화비로 지출함으로써 문화예술 산업의 진흥과 기업의 접대문화 개선을 동시에 꾀하고 있다. 접대비 실명제가 도입된 이후에도 기업의 접대는 음주 중심의 향응접대, 골프 등 운동접대, 물품 및 현금접대 등에 치우쳐 있고, 특히 향응을 이용한 접대가 60%를 넘는 것으로 조사되었는데, 향응 위주의 접대를 문화접대로 바꿔 기업도 좋고 문화예술단체도 덕을 보게 되는 셈이다. 문화관광부는 이 제도로 기업의 문화예술 부문에 대한 연간 지출이 최대 5,400억원 늘어나 문화예술 산업이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단순히 기업 이미지 향상 차원의 후원이 아니라, 실제로 위와 같은 프로그램에 참여한 직원 및 고객 모두가 만족하여 창의적 경쟁력과 홍보마케팅의 실질적 효과를 동시에 증진시키는 유용한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전북지역 대기업들의 전향적인 발상 전환 및 전폭적인 참여를 기대해 본다./박병훈(한국소리문화의전당 예술사업팀장)

  • 오피니언
  • 기타
  • 2007.10.15 23:02

[새벽메아리] 농촌에 돈을 묻어라 - 임수진

가치투자라는 말이 유행이다. 투자의 귀재라는 워렌 버핏은 저평가된 기업의 미래가치에 주목하고 주식투자를 통해 안정적이고 높은 수익률을 올려왔다.가치투자는 비단 주식투자에만 적용되지는 않을 것이다. 지금 우리사회에서 가장 저평가되었으면서도 미래가치는 높은 곳이 어디일까. 바로 농촌이 아닐까. 활력을 잃어 위축되어 왔던 농촌에 지금 가장 필요한건 사람이다. 과소화 고령화되고 있는 농촌지역에 사람이 모여야 활력도 생기고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는 법이다.과밀화되고 대기오염된 도시지역에 살기 어렵다고 하면서도 농촌에는 돌아오지 않는 이유는 자명하다. 농촌에 와서 할 일도 할 수 있는 일도 없다는 것이다. 더불어 생활하기가 도시보다 불편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농촌에는 갈수록 빈집이 늘고 폐교가 늘어나며 생활환경이 열악해지는 연쇄반응이 생겨왔던 것이다. 이런 고리를 끊으려면 무엇보다 농촌지역에 투자가 절실하다. 농촌지역에 투자가 늘면 일자리가 생기고 사람이 모이게 되는 것이다.하지만 정부가 아무리 균형발전을 외치며 농촌지역에 투자해도 가시적인 성과를 금세 기대하기는 어렵다. 민간자본이 투자할 여건을 만들고 투자자들에게 농촌만의 투자 매력을 확인시켜 주는 일이 지금 필요한 일일 것이다.한국농촌공사는 투자자와 수요자가 만나는 공개 시장을 열고 있다. 2005년부터 시작한 농산어촌 투자유치 설명회가 그것이다. 지방자치단체 등이 직접 민자유치사업을 투자자에게 소개하고 투자를 희망하는 기업체 등과 만남의 기회를 갖는 것이다.이번으로 6회째를 맞고 있는 농산어촌 투자유치 설명회는 올해는 10. 10. 전경련 회관에서 개최할 예정이며, 지금까지 102건의 신규프로젝트에 22개 지자체가 참여하였고, 활발한 투자유치를 통해 13건에 3조 1천억원의 투자유치 성과를 거둔바 있다.21세기 선진한국을 만들기 위해서는 도시와 농산어촌이 더불어 성장하는 균형발전이 필요하다는 데 모두가 공감할 것이다.이를 위해서 무엇보다 기업은 농산어촌 투자를 통해 새로운 영역의 개척과 수익의 기회를 얻을 수 있어야 하고, 지역에서는 기업에게 투자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최적의 투자환경 조성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아울러 정부는 투자에 걸림돌이 되는 각종 규제를 완화하는 한편, 부담금 감면, 세제혜택,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등 다양한 제도 마련이 절실히 요구된다.농업의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것을 사명으로 하고 있는 우리 공사에서도 농어촌종합정보포탈을 통하여 소규모 투자자에게는 귀농정보와 전원마을 조성, 지역투자에 관한 정보를, 대규모 민간투자자들에게는 프로젝트 파이낸싱과 같은 선진금융기법과 전문가 컨설팅을 지원하고 있다. 공사는 앞으로도 이러한 투자의 장을 더욱 활성화해 나가려 한다. 도대체 농촌의 매력을 뽐낼 자리조차 없다면 농촌만의 매력을 제대로 평가받을 기회조차 없어지는 것이 아니겠는가. 우리 농촌지역이 투자처로서의 매력을 뽐내고, 겉포장이 아닌 내실을 갖춘 진지한 열정을 보여주는 자리가 더욱 많아지길 기대한다. 아울러 투자자에게는 저평가된 농촌의 진정한 미래가치를 알아보는 높은 안목을 기대해 본다./임수진(한국농촌공사 사장)

  • 오피니언
  • 기타
  • 2007.10.02 23:02

[새벽메아리] 재혼가족 따뜻하게 보듬자 - 김귀녀

긴 추석명절 연휴가 끝났다.명절에 부모님, 친척들과 고향에 정을 흠뻑 맛보며 지낸 분들도 많았으리라. 아니면 가족과의 갈등으로 명절 휴우증을 앓으며 마음 고생하는 사람들도 더러 있을 것이다. 집집마다 한 가지 근심은 다 있기 마련이고, 사람 사는 세상의 이야기 일 테니 그러려니 하고 살아야지 하는 어른들의 말씀을 새겨 보았다.ㅎ씨는 재혼 가족이다. 부부가 이혼하고 만나서 새 가정을 꾸렸다.아내는 전 남편과 사이에 낳은 자녀를 전 남편이 양육하고 있는데 늘 마음이 편치 않다고 한다. 남편은 전 아내와 사이에 낳은 두 명의 딸 중에 한명은 시골에 계신 어머님이, 그리고 한명은 재혼한 아내와 함께 살고 있다.재혼 전에 서로 합의하에 내 자식처럼 잘 키우겠노라고 다짐을 했건만 현실에 부닥치고 보니 의외의 일들이 일어나 자녀들로 인한 부부싸움이 잦아지고 있다. 싸우다가 격해지면 아내는 고아원에 데려다 주어라 네 딸이니까 네가 챙겨라 내가 왜 그래야 되는데? 하며 튕긴다. 전처가 가져다 준 아이들의 옷가지도 다 태워 버리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그럴 때 남편은 아내만 나무람 하니 싸움이 멎을 날이 없는데 아내는 남편이 없을 때 아동학대까지 하고 있다. 초등학생인 딸은 새 엄마가 너무 무섭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시골에서 손녀를 키우고 있는 할머니는 80을 바라보고 있어 자신의 건강을 챙기기도 어렵다. 그런 분이 초등학생인 손녀에게 해줄 수 있는 일은 아침, 저녁 밥 챙겨 주고 빨래 해주는 일밖에 할 수 없는데도 힘에 부친다. 손녀의 숙제를 돌봐줄 수 있는 교육정보는 아예 생각지도 못한다. 아들에게 손녀를 하루 빨리 데려가라고 채근을 해보지만 기약이 없다. 남편은 재혼한 것을 후회하며 진퇴양난에 처해있다.우리는 다양한 가족이 존재하는 사회 속에서 살고 있다.동거가족 독신자가족 재연합가족 등의 용어도 나왔다. ㅎ씨의 사례처럼 재혼가족이 늘고 있다. TV 드라마에서도 세태를 반영하듯 재혼가족이 등장하지만 교과서적인 얘기여서 현실감이 떨어진다. 단지 드라마 일뿐! 재혼한 여성들은 한 번의 실패에 대한 두려움과 새로운 가정에 대한 기대감으로 혼재되어 있는 생활을 하고 있다. 그 속에서 살고 있는 자녀들의 혼란스런 감정 또한 무시할 수 없어서 누구인가 그런 가족들을 위로해 주고 보듬어 주어야 한다. 재혼 전에 새로운 가정을 꾸리기 위한 상담프로그램 개발이나 자녀들의 안정을 위해 상담소와 지자체에서 재혼가족을 위한 관심을 갖는 대처 방안이 나왔으면 한다./김귀녀(전주여성의 전화 대표)

  • 오피니언
  • 기타
  • 2007.10.01 23:02

[새벽메아리] 자이툰부대 철군약속 지켜야 한다 - 김주환

이라크에 주둔하고 있는 자이툰 부대의 철군이 무산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정부는 당초 올해 말까지 철군하겠다고 국민과 국회에 약속했었다. 그러나 최근 일부에서 파병을 연장하는 것이 국가에 실익이 있다는 파병연장 실익론으로 포장하여 주둔 연장을 꾀하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미국 내에서 전면적인 철군 압력을 받고 있는 부시대통령은 노무현대통령에게 이라크에서 지속적인 협력을 요청하였고, 노대통령은 동맹국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을 계속해서 찾아갈 것 답하였다. 지난해 국회에서 약속한 바 있는 자이툰부대 철군과는 거리가 먼 답변이다. 이미 국민과 국회에서 한 약속의 중요함을 망각한 국민과 국회를 무시하는 태도이다. 불과 며칠 전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에게 많은 인원이 납치되어 겪었던 어려움을 잊었다. 대한민국의 파병정책 전반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 한국의 파병 역사는 월남전 파병으로 시작된다. 십 수 년이 지나서 걸프전에 다국적군으로 쿠웨이트에, 소말리아등에 파병을 하였다. 그리고 드디어 전투부대인 특전사령부의 병력을 주축으로 한 상록수부대가 분쟁 지역인 동티모르에 파병하게 된다. 동티모르에의 파병은 신생국가인 동티모르에 상당한 기여를 한 것으로 평가를 받기도 하지만 그 후 무분별한 파병의 단초였다는 점에서 재평가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테러와의 전쟁이후 파병은 지난 아프가니스탄에서와 같은 위험을 자초한 셈이다. 테러와의 전쟁이 아닌 테러 속으로 뛰어드는 자폭 행위라 할 수 있다. 탈레반과 올해 말로 철군을 약속한 아프가니스탄의 다산부대, 주둔 연장을 시도하는 움직임을 보이는 이라크의 자이툰부대, 중동의 화약고라 불리는 레바논에 본격적인 주둔을 시작하는 동명부대는 한국인을 테러로부터 보호하는 역할이 아니라 테러와 납치의 위험에 몰아넣고 있다. 과연 한국 정부는 누구를 위하고 무엇을 위한 파병을 하고 있는가. 전쟁을 통해 합병되지는 않았지만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을 승리하여 동북아에서의 군사적 우위를 확보한 일제의 침탈로 식민 지배를 경험하였던 한국이 평화적인 방법이 아닌 군사적인 방법인 파병을 통해 국제사회에 다가가는 것은 전혀 바람직하지 않다. 더구나 한반도를 둘러싼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군사강대국들과의 관계에서도 올바른 선택이 아니다. 미국과의 동맹관계라고 하지만, 세계 경찰국가이자 초대강국으로 거의 모든 국가의 일에 개입하는 미국과 보조를 맞출 수는 없다. 더구나 중동은 한국에겐 많은 석유에너지를 수입하는 곳이다. 미국과 같은 강력한 군사력이 없는 한국이 미국의 테러와의 전쟁에 함께하는 정책은 국익에 맞지 않다. 대한민국이 조폭 깍두기 노릇은 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된다. 오히려 신뢰와 평화의 상징으로 중동국가에 접근해야! 한다. 파병에 사용되는 비용으로 전쟁의 참화를 겪은 지역을 도와야한다. 정부가 직접 나서기보다는 간접적으로 정치적 중립을 지키는 NGO나 민간사절을 지원하여 고통을 받는 현지주민을 도와야한다. 분쟁 지역이 아니더라도 자연재해 등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제3세계에 대한 원조와 지원을 강화해야 된다. 이런 활동을 통해 쌓인 현지인들의 신뢰가 한국의 국익에 도움을 줄 수 있다. 한국 사람인 반기문이 유엔사무총장이 된 것만으로는 결코 자랑스러운 일 아니다. 국제평화에 기여해야하는 유엔사무총장의 국가가 분쟁 지역 국가들에서 미국과 손을 잡고 파병을 하고, 또한 그곳에서 기독교 선교를 하기 위해 갔던 많은 민간인들이 납치되는 것은 반기문 총장에게도 한국에도 부끄러운 노릇이다. 그러나 유엔사무총장의 국가인 대한민국의 많은 사람들이 세계 곳곳에서 총이 아닌! , 식량과 보습으로 헌신적으로 돕는 활동을 할 때 진정으로 자랑스러워진다. 이라크에서 희생된 김선일님, 아프가니스탄에서 희생된 윤중호하사, 또 얼마 전 아프간에서 납치되어 희생된 분들과 오랫동안 고초를 겪었던 많은 분들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을 잊어서는 안 된다. 중동 지역 곳곳에 파병을 하지 않았다면 한국인이 테러의 대상이 되지는 않는다. 국가는 국민을 테러로부터 보호해야 될 책임과 의무가 있을 뿐, 테러와 납치의 위험으로 빠뜨리지 말아야 한다. 아무리 국민의 신망을 잃은 노무현 대통령과 참여정부이지만 마지막 한번 만이라도 국민을 위한 선택, 자이툰부대 철군 약속을 지켜야 한다. /김주환(치과의사새진안포럼 대표)

  • 오피니언
  • 기타
  • 2007.09.17 23:02

[새벽메아리] 공공 공연장 기획자의 고민 - 박병훈

지난달 한국소리문화의전당에서는 3개월 이상 공들여 제작한 가족뮤지컬 작품이 장기간 공연되었다. 휴가철임에도 불구하고 피서 대신 공연장을 찾은 가족 관객들은 공연 전 로비에 설치된 포토존과 인형들 앞에서 연신 즐겁게 기념촬영을 하며 공연에 대한 기대감을 부풀린다. 그렇지만 공연에 대한 자세한 해설과 제작요소에 대한 친절한 설명들이 알차게 담겨있는 팸플릿 판매대 앞은 썰렁하다. 더불어, 공연이 시작될 즈음 많은 부모들이 아이들과 로비 또는 객석 입구에서 생이별을 한다. 엄마, 어디서 만나?, 공연 끝나고 로비에서 보자. 그나마 관심 있는 부모들은 로비 한 구석의 모니터 앞에서 화면으로라도 공연을 보며 기다리지만, 대부분은 공연 종료시간을 확인한 뒤 어디론가 사라진다.공연 안보고 어디들 가세요?, 아, 애들 공연이라서... 기다리기 지루하니까..., 이 공연은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가족뮤지컬이구요, 애들 공연일수록 부모님들이 꼭 함께 관람하셔야 두고두고 애들과 이야기도 나누며 공연체험 및 교육 효과가 배가됩니다. 그제서야 속내를 이야기한다. 알긴 하지만, 부모들 다 함께 보려면 워낙 비싸잖아요., 아 네, 그럼 천 원짜리 팸플릿이라도 사서 읽어보세요. 나중에 애들한테 재밌었냐고 물어보지만 마시고..., 아까 대충 봤는데, 뭐 별 것 없던데요., 아 네... 그럼 다녀오세요. 익히 알고 있는 현실이지만 우문현답을 몇 번 되풀이하고 나면 참 우울해진다.모든 공연기획자는 늘 어떤 공연을 선택하거나 제작해야 하는지, 또는 어느 정도의 입장료를 책정해야 보다 많은 관객과 만날 수 있을지 고민한다. 특히, 공공 공연장의 공연기획자는 작품성, 공공성 및 미래의 잠재고객 개발 가능성 등 주민 세금을 재원으로 운영되는 공공 공연장의 책무와 관련되어 고민거리가 훨씬 많아진다. 물론, 보다 효율적인 재투자의 재원 마련을 위해 상품성에 대한 고민은 기본이다.굳이 모 CF에 나오는 난타의 제작자 송승환씨의 예를 들지 않더라도 어린 시절의 예술 체험은 소중하다. 그래서 아이들의 일생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모를 어린이 공연을 선택할 때는 훨씬 더 신중해진다. 더구나, 요즘은 전문 공연장이 아닌 백화점과 대형 할인마트 등에서도 고객들의 쇼핑 편의 지원 및 수익사업의 일환으로 연중 저렴한 어린이 공연이 펼쳐진다. 상대적으로 접근성이 취약한 소리전당의 경우 경쟁이 훨씬 치열해진 셈인데, 아이들이 공연 문화에 익숙해지고 잠재적인 관객 개발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긍정적인 기대감 한편으로 우려가 생기는 것도 사실이다. 물론, 저렴한 공연이 무조건 질이 낮을 것이라는 일반화된 도식을 강요할 수는 없다. 열악한 환경에서도 상상력으로 재미를 보완하는 보석같은 작품들이 간혹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대부분 말초적인 볼거리 및 만화나 TV 애니메이션 등의 캐릭터만을 차용한 엉성한 구조의 어린이 공연들이 범람하는 현실에서,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공연이 끝난 뒤에도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좋은 작품을 선택하기는 점점 더 어려운 것 또한 현실이다.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반찬값, 술값 줄여가며 공연장을 찾은 부모님들께 마지막으로 부탁드린다. 비싼 공연 보는데 좀 더 신중하게 선택하시고, 기왕 투자하신 김에 좀 더 보태 부모님들도 꼭 함께 공연 보시고,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니 사전에 아이들과 공부 많이 하시고, 팸플릿이 준비되어 있다면 꼭 챙기시라고. 그런데, 좋은 공연 좀 싸게 볼 순 없나요? 어디선가 볼멘 목소리가 들려온다. 휴우, 제 최대의 고민이 바로 그것이라니까요!/박병훈(한국소리문화의전당 예술사업팀장)

  • 오피니언
  • 기타
  • 2007.09.10 23:02

[새벽메아리] 이주여성 차별은 '폭력' - 김귀녀

20대 초반의 베트남여성. 한국의40대 농촌 총각과 결혼해서 2년 동안 농촌지역에 살았다. 병원에서 첫 딸을 낳았으나 시어머니와 남편이 병원에서 퇴원하자마자 갓난아기와 쫓아냈다. 수중에 돈이 없어서 시골길 4km정도를 약한 몸으로 걸어 나와 경찰(지구대)에 도움을 요청. 익산지역 경찰의 안내로 우리 쉼터에 들어왔다.그 이주여성은 서툰 우리말로 어렵게 상황을 말하며 하루 밤을 지내면서 아기만 바라보며 하염없이 울고 있었다. 의사소통이 잘 안되어서 이주여성쉼터로 연계시켜준 사례다.이 여성의 단편적인 모습에서 우리나라로 시집을 온 농촌지역의 이주여성들이 당하고 있는 인권침해의 한 단면을 엿볼 수 있다.전주여성의전화에서는 지난 2005년부터 이주여성을 대상으로 우리의 전통문화 읽히기와 한국어교실운영, 이웃으로 살아가기 등의 사업과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전라북도지역에 살고 있는 이주여성들은 대부분이 동남아지역에서 온 빈곤여성들로 결혼알선업체를 통해 국제결혼을 한 경우다. 이주여성들이 모두 다 고생하는 것은 아니지만 많은 수의 여성들이 한국에 대한 꿈을 가지고 왔을 터인데 그 꿈이 실현시키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그 여성들의 꿈이 언제 가는 이루어지리라 믿으며 우리단체의 자원활동가들은 현장에서 그들의 아픔을 어루만져주고 고통을 함께 나누고 있다.한 조사에 의하면 이주여성들이 어려움을 호소한 것 중에 첫째가 의사소통, 둘째가 문화적 갈등으로 나타났는데 실제로 한국의 전통문화 알기와 집단상담을 통해 그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말이 잘 통하지 않아서 겪는 애로사항과 자녀들의 교육문제를 꼽고 있다. 부부가 말이 통하지 않게 되면 서먹함이 오래가고 벽이 생기기 마련이다. 부안지역에서 이주여성과 결혼한 남편이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없는 것과 아내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를 모를 때 제일 답답하다고 했다. 그렇다면 아내 나라의 말을 빨리 익히고 아내가 우리문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서로 끌고 밀어줘야하는데 그들 남편들과 가족, 이웃들은 이주여성들을 무시하고 차별하고 있다. 마치 돈을 주고 사온 노예처럼 대하는 인종차별을 하고 있는 것이다.모든 차별은 폭력이다. 라 했다. 이주여성들과 결혼한 남편들은 물론이고 우리나라 사람들의 외국인 혐오증, 특히 동남아 지역에서 온 이주여성들에 대한 인종차별은 이제 벗어던져야 한다. 단일 민족이라는 우월감과, 외국인 혐오증을 버리지 않는 한 인종차별, 성차별은 계속 될 것이며 인권침해는 부수적으로 따라 다니게 되어 있다. 2020년 무렵에는 국민결혼 5쌍 중 1쌍이 국제결혼이라는 전망이 있다. 그 때는 농촌마을에 어느 곳은 베트남. 캄보디아, 필리핀 마을로 이름이 바꿔져있지 않을까 상상해본다./김귀녀(전주여성의전화 대표)

  • 오피니언
  • 기타
  • 2007.08.27 23:02

[새벽메아리] 경제발전 지상주의의 함정 - 김주환

지난 15일은 해방된 후 62번째 맞는 광복절이다. 다가올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기대로 희망을 갖게 한 광복절이었다. 그러나 북한의 수해로 인해 정상회담이 연기된다고하니 아쉽고 안타까운 일이다. 정상 회담과 관계없이 수해로 고통을 받고 있는 북한에 조건이 없는 지원을 지원하는 것은 남북관계를 떠나 기본적인 인도적 차원에서도 꼭 필요한 일이다. 한나라당의 대선 후보 경선이 최근의 관심사이다. 이 지역에서의 한나라당의 지지는 그리 많지 않지만 여론 조사에 따르면 전라북도에서도 한나라당의 후보가 알려진다. 이런 변화는 긍정적, 부정적인 양면성을 갖고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 후보의 지지 배경의 주요한 측면인 경제발전에 대한 잘못된 인식은 위험한 면이 적지 않다.몇 해 전 서울대 경제학부 이영훈 교수는 방송 토론에서 일본군 종군 피해 여성과 관련된 발언으로 많은 비판을 받고 나눔의 집으로 찾아가 사과하기도 하였다. 이 교수는 스승인 안병직 교수와 함께 도요타재단의 자금 지원을 받아 한국경제 발전에 관한 역사적 연구 란 프로젝트를 수행하였고 그 결과물이 식민지 근대화론이다. 이 교수는 낙성대 경제연구소장이고 안병직교수를 포함한 연구소 주요 멤버들이 일본의 대기업인 도요타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아 일제 치하의 식민지를 연구한 것이다. 이들은 일제 식민 통치가 한국 경제 발전의 원동력이라고 주장한다. 식민 통치로 한국은 근대화가 되었고 조선은 스스? ?nbsp;근대화할 수 없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 문제를 정치적으로 하지 말고 학술적으로 하자고 주장하는 아카데미즘과 리얼리즘을 내세우며 객관적 역사적 사실인 것으로 포장한다. 일제의 식민 지배를 비판하는 것을 감정적이고 정치적인 것으로 호도하고 있다. 그러나 그들이 가장 정치적이고 부도덕하며 기회주의적이다. 식민 통치로 많은 이득을 취한 식민 본국의 대기업으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고 수행한 연구가 도덕적이고 객관적일 수 있는지 되물어야 한다.이들이 한국 사회의 새로운 보수를 지향하는 뉴라이트의 대표적 지식인이고 교과서포럼의 핵심 멤버들이다. 뉴라이트는 자학사관을 거론하며 교과서 왜곡을 하는 일본 우익과 공감대를 형성해가고 있다. 실제로 한승조 전 고대교수의 식민지 지배는 축복라는 발언을 지지하는 세력이 만만치 않고, 일본 우익 잡지에 등장하는 한국의 라이트는 한반도 강점이 부당하다고 주장하지 않는다고 한다. 양국의 우익은 일본의 북한 혐오론과 남한의 반북한 정서를 공유하고 확산시키며 한반도 평화구축과 통일에 부정적인 시각을 거침없이 드러내 보인다. 이들 세력의 과거에 산업화세력으로 포장된 박정희 전 대통령이 있고, 뒤를 이어 오늘날의 뉴라이트와 한나라당이 함께한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만주군 장교로 일제에 저항한 독립군과 맞선 전력은 언급할 필요도 없고 군사 쿠데타 이후 한일협정체결 과정과 메이지유신을 본 딴 유신체제를 보면 그의 식민 통치를 바라보는 입장을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다음 정권에 근접해 있는 것으로 보이는 두 유력후보도 다르지 않다. 한 후보는 그의 딸로 그의 유산을 자랑스럽게 이어 받고 있으며, 다른 후보 또한 박 전 대통령 시기에 정권과 유착하여 성장한 재벌 기업의 대표적 인물이다. 안타까운 것은&nb! sp;이 둘이 현재의 유력한 대권 후보이고 이를 수용하는 한국 사회 현실이다. 식민지 근대화론은 이론으로만 있는 것이 아니라, 현실 속에서 정치에서 강력한 힘으로 존재한다. 성장률 몇 프로 잘 살게 하겠다.는 구호 안에 내재되어 있다. 과연 잘 산다는 게 무엇인지, 어떻게 잘 살게 하겠다든지, 어떤 사람들이(누가) 잘 사는 것인지는 말하지 않고 잘 살게 해 주겠다고만 한다. 일제의 식민지 지배로 잘 살건, 월남에 파병하여 형제 자식들이 흘린 피로 잘 살든, 어떻게 잘 살게 할 것인지 말하지 않고 , 일자리를 늘린다고 하면서 줄어드는 일자리에 대해선 말하지 않는다. 일부 재벌과 강남? 막?nbsp;대표되는 한국사회의 일부가 대부분을 갖고& nbsp;대다수 서민들은 최소한만 얻는 현실에서도 누가 잘 사는 것 또한 이야기하지 않는다. 얼마 전 뇌사상태에 빠진 아들의 인공호흡기를 떼어 숨지게 한 비정(?)한 아버지가 살인혐의로 경찰에 입건되었다. 불구속 상태라고 하지만 법의 조사를 받고 처벌받아야 한다. 그러나 처벌 받아야할 대상은 국민 일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라고 하는 한국 사회가 아닐까. 가장 산다는 나라인 미국에서 어린 아이가 경제적인 이유로 기본적인 충치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하는 일도 있었다. 이런 사회가 잘 사는 사회일까. 이제 잘 산다는 것에 대해, 근본적이고 기본적인 논의가 필요하고 그 것을 기반으로 구체적인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식민지 근대화론과 같은 잘 살면 무조건 좋은 것이다. 라는 것이 ! ;식민 잔재이고 버려야 할 유산이다. 식민 치하 36년의 과거는 해방 62년이 지나도 분단된 한반도와 정리되지 않은 과거로 현재 남아 있다. 과거사 청산법과 과거사 정리 위원회가 있지만 무엇보다도 청산되고 정리 되어야 할 것은 우리 안에 존재하는 경제 발전이란 이름으로 포장된 경제발전 지상주의인 식민지 근대화론과 같은 전도된 가치이다. 또한 일제의 식민지배와 같은 논리로 국민을 억압하며 이루어진 경제발전, 산업화로 포장된 민주화 이전 역사에 대한 평가 또한 그 연장에 있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다가올 12월 대선은 미래에 대한 선택이며 과거에 대한 평가의 장이다. /김주환(의사새진안포럼 대표)

  • 오피니언
  • 기타
  • 2007.08.20 23:02

[새벽메아리]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공공 공연장 - 박병훈

주말에 애들이랑 뭐 볼만한 것 있나요?, 네, 가족뮤지컬 공연이랑 체험전시 프로그램이 있구요, 매주 토요일 저녁에는 토요놀이마당이라는 야외 무료공연 프로그램도 진행됩니다., 그런데, 거기 어떻게 가지요?, 네, 혹시 동물원 아시나요? 동물원 오시는 길 초입의 체련공원 맞은편에 있습니다. 문의전화를 받다 보면, 벌써 개관 6주년을 맞고 있고 매년 전주세계소리축제와 전주국제영화제 및 격년으로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등 굵직한 문화행사 뿐 아니라 연중 내내 거의 끊임없이 다양한 공연과 전시가 이루어져 전북 문화예술의 랜드마크라고 할 수 있는 한국소리문화의전당을 아직도 모르거나, 들어는 봤지만 한번도 찾아보지 않은 분들이 여전히 많은 것 같다.한 시간에 한 대 꼴로 동물원까지 운행하는 시내버스 노선이 두 개 밖에 없다는 현실적이고 물리적인 거리감도 있겠지만, 자동차나 택시를 이용해서라도 또는 버스를 이용해서라도 그곳에 가면 늘 들인 비용과 시간을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충족되지 못하는 데서 오는 심리적 거리감도 있을 것이다.1988년 음악당을 먼저 개관하고 1993년에야 오페라하우스 등 전관 준공을 마친 서울 예술의전당의 경우도 처음에는 이곳 소리전당과 똑같은 물리적, 심리적 거리감을 해소하기 위해 애를 먹었다. 당시로서는 서울 외곽의 우면산 자락에 터를 잡아 교통도 불편하고, 그 커다란 공간을 채울 수 있는 프로그램도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요즘은 잠재적인 관객 개발을 위해 추진하던 한국정원에서의 무료상설공연, 학생단체 동원공연 등을 전혀 하지 않아도 다양한 유료공연, 전시, 교육 등 프로그램을 즐기기 위해 예술의전당을 방문하는 고객들의 자동차로 한정된 주차공간이 몸살을 겪고 엄청난 주차수입까지 올린다고 한다. 유동인구 증가에 따라 늘어난 마을버스 운행으로 대중교통의 접근성이 훨씬 좋아진 점도 거리감 해소에 큰 몫을 한 것은 물론이다.김해 문화의전당, 금산 다락원, 서울 중구 충무아트홀 등 요즘 신설된 공공 공연장들은 애초에 멀티플렉스 영화관과 대형 할인마트가 밀집한 번화가에 터를 잡거나 스포츠 콤플렉스 등과의 결합으로 접근성 문제를 해결하고, 풍부한 유동인구를 활용한 잠재관객 개발에서도 상대적으로 유리한 입장에서 출발하고 있는 실정이다.미래의 잠재관객 개발을 위해, 단순한 실기교육의 차원을 벗어나 아이들의 상상력과 창의력 및 예술적 감수성을 키워줄 수 있도록 3천개가 넘는 재활용 캔으로 에메랄드성 쌓기, 전주 한지를 이용해 주마등을 만들고 그림자극을 직접 만들어보는 체험, 재활용품을 이용한 타악 합주 및 도미노 게임 등 많은 비용과 오랜 시간을 투자해 공들여 제작한 한국소리문화의전당의 예술교육 프로그램에 초등학생들끼리만 보내기 어려워서 참여를 포기한다는 학부모의 안타까운 호소를 접하면 우울함을 넘어 열패감이 들곤 한다. 볼거리, 즐길 거리, 배울 거리 등 알찬 콘텐츠를 채우는 것 못지않게 접근성 강화를 위한 주변 인프라 개발에 대한 필요가 절실해진다./박병훈(한국소리문화의전당 예술사업팀장)

  • 오피니언
  • 기타
  • 2007.08.13 23:02

[새벽메아리] 테러리스트와 독립운동가 - 정동철

필자는 테러라는 낱말을 떠올릴 때마다 발칙한 추억 하나가 늘 생각나곤 한다. 필자가 연전에 교환교수로 일년 간 체류한 영국의 버밍험 대학에는 중동 학생들이 꽤 있었다. 중동인들은 무언가 거칠고 험상궂을 것이라는 내 편견과는 달리 이 친구들은 눈망울이 서구인이나 동양인에 비해 큼직큼직해서 도대체 저 눈망울을 가진 사람들의 동족 중에 무지막지한 테러리스트(?)가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이 당치않아 보였다. 그날은 팔레스타인 무장조직이 민간인에게 폭탄테러를 가해서 민간인이 다수 사망했다는 기사가가 종일 BBC를 통해서 보도되던 날이었다. 버밍험을 오가는 시내버스에 중동인 같은 사람이 탑승하면 차장이 승차를 거부했다는 얘기도 심심치 않게 들려왔다. 자연스럽게 수업 간 휴식 중의 대화는 비무장한 민간인을 무참히 살해하는 테러의 잔학성에 대해서였는데 그때마다 이 학생들의 눈가에 그늘이 생기는 것을 어쩔 수 없이 훔쳐보곤 했다. 그때 빌랄이라는 이름을 가진 한 팔레스타인 학생이 조심스럽게 반론을 제기했다. 탱크와 전투기 등 첨단무기로 무장하고 아무 죄없는 민간인을 폭격하고 수천년을 살아온 터전을 침략 받은 자 입장에서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겠느냐고, 혹시 봤느냐고 가자지구에서 전투가 벌어졌다는 CNN의 화면이 고작 이스라엘 탱크 앞에서 돌을 던지는 어린 아이들 모습이 아니었냐고..... 여기까지도 충분히 당혹스러운데 내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지는 것이었다. 일본의 침략을 받아 싸우던 너희 나라의 독립전사들도 테러리스트 아니었냐고, 김구 같은 사람을 너희 나라에서도 테러리스트라고 부르냐고...... 나는 그때 일순 할 말을 잃었던 거 같다. 도발적인 질문도 질문이려니와 이 친구가 김구선생님을 안다는 사실에 놀랐기 때문이다. 잠시 후 당혹감을 접은 나는 다음과 같이 말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물론, 김구 선생도 우리나라의 독립운동가도 서방세계로부터 테러리스트라고 불렸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우리 독립 운동가들은 절대로 민간인을 인질로 잡거나 살해한 적은 없다라고..... 이어 빌랄의 반론이 이어졌다 폭탄테러로 민간인이 다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더 많은 숫자의 팔레스타인 여자와 어린아이들이 이스라엘군의 무차별 폭격으로 죽어가고 있다고. 나는 그때 그의 눈이 젖어오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그 당시 이 말이 내 입안에 맴돌았지만 차마 하지 못했다.이스라엘이 비무장한 민간인을 죽이는 것이나 그에 대응해 폭탄테러로 민간인에게 테러를 가하는 것이나 악은 결국 악일뿐이라고....., 더 큰 악도 더 작은 악도 다 똑 같은 악일뿐이라고. 그의 슬픈 눈빛 때문이었다. /정동철(우석대 교수)

  • 오피니언
  • 기타
  • 2007.08.06 23:02

[새벽메아리] 즐거운 나의 집 - 김귀녀

즐거운 곳에서는 날 오라 하여도 내 쉴 곳은 작은 집 내 집뿐이리초등학교 4학년 여자 아이가 학교가 파한 후 노래를 부르면서 쉼터에 들어오는데 얼굴은 즐겁지가 않다. 아이를 데리고 집 주변을 산책하면서 노래를 같이 부르자 하니까 고개를 가로 저으며 선생님. 아빠랑 함께 살았으면 좋겠어요. 자기가 태어난 곳에 친구들도 보고 싶고 아빠도 보고 싶으니 집으로 갔으면 좋겠단다. 아빠는 술만 먹고 오면 맨날맨날 엄마를 때렸어요. 나는 무서워서 방 한쪽 구석에서 쪼그리고 있었어요. 내가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아빠가 엄마에게 어떤 욕설을 했는지 어떻게 때렸는지 녹음기를 틀어 놓은 것처럼 줄줄 말을 쉴 사이 없이 이어갔다.한 때는 단란한 가족이었을 이 여자아이는 이산가족이 되어서 엄마와 오빠랑 같이 우리 단체의 쉼터에서 머물다 외가 동네로 갔다. 아이의 아빠는 혼자 지내다 어느 날 갑자기 하늘나라로 갔고 아이는 쉼터에 입소 이후 아빠의 얼굴을 다시는 볼 수 없었다.전주여성의전화에서는 부설로 쉼터를 운영하고 있다. 쉼터는 가정폭력피해자와 그 동반자녀만이 이용할 수 있는 작은 공간이다.그 피해여성과 자녀들이 이산가족이 되어서 고생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가정폭력에 대해 거듭 생각하게 되고 근절시킬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가? 을 늘 상 자문해본다. 그 피해여성들을 위한 법적인 처우개선이 커다란 진척도 없지만 우리는 한명의 여성을 위해서 그들이 안전하게 보호받고 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현장에서 일하면서 피부로 느끼는 일들 중에 정부부처간의 이중적인 지원체제에 대해서 집행하는 일선 공무원들의 자세이다.가정폭력특별법을 해석하고 적용하는데 있어 시행하고 있는 행정부처의 공무원들의 이견으로 가정폭력 피해자들은 좀 더 질 높은 대우를 받아야 되는데도 그렇지 못한 현실이다. 예를 들어, 보건복지부 소속인 피해자보호시설과 여성가족부 산하의 여성단체가 운영하는 피해자보호시설의 수준이 절반정도의 차이를 보여주고 있는 점이 그렇고, 가정폭력피해자인데 사실혼이 아니라 해서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그렇다. 똑같은 대한민국의 여성인데 정부의 어느 부처 소속이냐에 따라 국민의권리를 보장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가정폭력 피해자들이 쉼터에 처음 입소했을 때 이혼하고 싶다.라는 소리를 가장 많이 한다. 그 여성들에게 우리는 여성의 이름으로 당당하게 살아가도록 용기를 불어 넣어주고 희망을 갖고 살아갈 수 있도록 기를 살려주면서 자립의 기틀을 만들어 주고 있다. 상담과 훈련 프로그램을 통해서. 가정폭력에 대해서 민간단체와 정부와의 협조 체제가 지금보다 더 긴밀하게 이루어져야한다. 그 효과는 바로 엄마의 손을 잡고 쉼터에 들어온 아이들이 함박꽃처럼 웃으며 즐겁게 노래를 부를 수 있는 것으로 응답할 것이다. 즐거운 곳에서는 날 오라 하여도 내 쉴 곳은 작은 집 내 집 뿐이리. /김귀녀(전주여성의 전화 대표)

  • 오피니언
  • 기타
  • 2007.07.30 23:02

[새벽메아리] 거꾸로 가는 의료정책 - 김주환

공자가 제자 염유와 나눴던 대화중에 불환과 환불균(不患寡 患不均) 이란 말이 있다. 물자가 적은 것을 근심하지 말고 , 균등하지 못함을 근심해야 하는 것이다. 세상이 고르면 백성이 안심하고, 백성이 편안하면 먼 곳의 백성이 다 모여든다는 법이다. 라는 뜻이다. 공자에게 지금 대한민국이 당면한 문제 중 하나인 양극화현상을 어떻게 풀어야 하는가 물었다면 염유에게 했던 말 그대로 했을 것이다. 물론 공자가 살던 시대와 현대 사회는 많이 차이가 있다. 현재의 한국 사회는 총량적으로 평가한다면 절대 빈곤의 사회는 결코 아니다. 오히려 과거 공자가 살았던 시대가 절대적인 빈곤 사회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배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은 백성의 마음이란 어떤 것인지, 그리고 어떤 정책을 수행해야 민심과 함께 하는 것인지를 알려주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지난 7월1일부터 의료급여제도가 변경되었다. 최저생계비 이하의 저소득층에 대한 의료급여를 축소하기 위함이다. 가난한 서민층에게 본인부담금을 물리고, 이용할 수 있는 병원을 하나로 제한하며, 가난한 이들에게 필수적인 파스에 대한 혜택 제한을 강행하겠다는 것이다. 경제가 어려운 시기에는 오직 몸 하나로 일하며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은 몸을 건강하게 돌볼 여유가 없다. 가난한 서민들은 대부분 여러 가지 만성 질환으로 인해 병원 출입이 잦을 수밖에 없다. 또한 한두 군데만 아픈 것이 아니라 당뇨와 고혈압 등 내과 질환에서부터 신경통 관절염 등 여러 가지 질환에 노출되기 쉽다. 거의 종합병원에 가야 제대로 치료받을 정도의 환자도 적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참여정부의 대표적 참여장관인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장관은 가난한 이들의 잦은 병원 이용을 의료 쇼핑 등으로 표현하며, 마치 이 백화점 저 백화점 명품관을 돌아다니는 듯 부도덕한 사람으로 몰아세운다. 가난하고 병든 최저생계비 이하의 극빈층과 차상위 계층의 잦은 병원 이용을 사치와 낭비인 것으로 치부하고 그것을 정상적으로 자리 잡게 하는 정책인 양 발표하고 있다. 국내의 100개가 넘는 인권단체 거의 모두와 보건의료단체가 반대하고 있으며 오죽하면 국가인권위원회에서까지 가난한 사람들에게 차별적인 정책이라며 반대했음에도 불구하고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이것이 바로 돈이 없어 치료를 못 받아 죽는 국민이 있는 나라는 나라도 아니다. 던 노무현 대통령의 의료정책의 실상이며, 노무현 대통령의 전위부대 유시민 전 복지부 장관이 만들어 낸 보건복지 정책의 실상이다. 참여정부는 한국의 의료를 시장논리로 접근하고 개혁(?)하려고 해왔다. 그나마 김근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의료의 공공성을 지키고 확대하기 위하여 노력했다. 의료보험 재정을 안정화하고 경제부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담배 값 인상을 통해 재원을 마련하여 보건의료단체시민사회단체와 토론과 의견 조정을 거치며 암환자와 입원환자 등에 대한 급여 혜택을 늘렸다. 그런데 보건의료를 시장에 맡겨야 한다는 시장 지향적이고 시장 맹신적인 유시민의원을 보건복지부 장관에 임명하였다. 보건의료단체는 시장만능주의자인 유시민의 임명을 반대하였다. 예상했던 대로 유시민 장관은 의료의 공공성을 약화시키는 의료법 개정을! 추진하고 최저생계비 이하의 극빈층에 대한 최소한의 대책마저도 축소하고 없애고 있다. 이런 정책은 누구를 위한 정책인가. 서민을 위한 것이 아니고 부자를 위한 정책이며, 작은 병원이 아닌 대형병원에 유리한 정책이다.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정책인 것이다. 과거 대통령후보 시절의 노무현이 흘린 눈물은 많은 사람들을 감동케 하였다. 그가 흘린 눈물은 IMF사태이후 오랫동안 어렵게 지낸 많은 사람들을 위로하는 마음에서 나오는 눈물이라고 그를 지지한 사람들은 생각했다. 이젠 쌍꺼풀 수술 후유증으로 눈물이 더 이상 나오지 않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노무현 대통령은 스스로를 유연한 진보라고 하였다.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을 더욱 옥죄는 정책을 시행하는 것은 진보는 결코 아니다. 그것은 진보는 물론 아니고 보수도 아닌 퇴보라고 하는 것이다. 진보를 가장하지 말고 퇴보한 의료 급여제도를 유연하게 원상복귀라도 해주길 기대한다. 이런 희망을 갖는 나 또한 과대망상증일지도 모르겠다. 과거의 공자는 2007년 대한민국에서는 교조적 진보 과격한 진보가 되었을 것이다.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양극화라고 한다. 의료보험제도나 의료급여제도는 중요한 사회안전망 중 하나이다. 안전망을 강화하는 것이 양극화를 감소시키는 길이다. 인간의 생명과 건강을 담당하는 보건 의료정책은 결코 시장에 맡겨서는 안 되는 분야이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생명이나 건강은 유지되어야하고 제도적으로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 밖의 고가의 비용이 필요한 미용을 위한 성형 등 생명과 건강이라고 볼 수 없는 분야는 시장에 맡길 수는 있다.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의료급여는 절대 축소되어서는 안 되고 지속적으로 확대되어야 한다. 이것이 개혁이고 진보인 것이다. /김주환(의사새진안포럼 대표)

  • 오피니언
  • 기타
  • 2007.07.23 23:02

[새벽메아리] 예술상품 유통과 공공 공연장의 책무 - 박병훈

주가지수는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경제는 이제 바닥을 친 뒤 장기적인 성장 국면에 접어들었다고들 전망하는데, 여전히 젊은이들은 일자리가 없어 아우성이고 주변 분들은 모두 먹고 살기 팍팍하다고들 한다. 한국 영화에 이어 대형 뮤지컬이나 오페라에도 투자 펀드 자금이 유입되고 문화산업에 이어 예술상품, 예술사업 등의 용어가 익숙해지고 있는데, 3년마다 실시되는 2006년 문화향수실태조사에 따르면 2003년에 비해 영화(53.3%>58.9%)만 조금 증가했을 뿐 미술전시(10.4%>6.8%), 클래식/오페라(6.3%>3.6%), 연극/뮤지컬(11.1%>8.1%), 전통예술(5.2%>4.4%), 무용(1.1%>0.7%) 등 전반적인 예술행사 관람률이 거의 반토막으로 줄어들었다. 연평균 예술행사 관람횟수 또한 영화만 4회 정도일 뿐 전반적으로 0.1~0.2회(무용은 0.01회)에 그치고 있다. 쉽게 말해 국민 10사람 중 1~2명(무용은 100사람 중 1명) 정도가 겨우 1년에 한 번 미술전시 및 각종 공연을 관람하고 있는 셈이다. 대형 수입 뮤지컬과 라이센스 뮤지컬의 호황을 계기로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뮤지컬 시장을 감안한다면 무용 뿐 아니라 순수 연극 분야 또한 거의 초토화되고 있는 형편이다.공연물도 관객에게 소비되는 하나의 상품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공연물의 생산과 구매 및 판매 등 예술사업(?)에 종사하는 기획자의 입장에서 공연물은 참으로 대표적인 고비용 저효율(High Risk, Low Return) 상품이고, 공연물의 유통구조는 몹시 비효율적이며, 지속적인 판매를 촉진하기도 너무나 어려운 골칫덩어리다. 위의 문화향수실태조사에서 예술행사 관람의 걸림돌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시간부족, 고비용, 관심부족, 정보부족, 접근성(교통 및 시설 불편) 등을 꼽았는데, 7천원이면 어디서나 쉽게 접할 수 있는 영화에 비해 공연 상품은 일단 비싸고 익숙하지도 않으며 접하기도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선진국들의 선례로 보아 통상 국민소득 2만불을 돌파하는 시점에 삶의 질에 대한 관심과 문화예술 수요의 빅뱅이 발생한다고들 한다. 요즘 대선 주자들의 공약대로 조만간 우리나라도 국민소득 3~4만불 시대에 돌입한다면 사정이 좀 달라질까? 시장과 자본의 논리에만 맡겨놓았을 때 경제 양극화가 해소될 수 있을 것인지 의문이 드는 것처럼, 위의 간단한 통계수치에서도 드러나듯이 예술은 결코 산업이나 시장의 논리에 맡겨놓을 수 없는 태생적 한계를 가지고 있다. 이윤 획득을 목표로 가장 효율적인 방식만을 취사선택하는 일반 소비재와는 달리 예술은 국민 전체의 삶의 질 향상, 또는 문화복지를 위한 공공재의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 국민의 세금을 재원으로 운영되는 공공 공연장은 문화예술을 통해 국민에게 무엇인가를 환원해야 한다는 기본 전제를 가지고 있다. 그렇지 않다면 누가 투자 대비 소득 측면에서 그토록 비효율적인 공연물 제작에 뛰어들고, 가능한 저렴한 입장료를 책정하거나 최대한 많은 문화예술 소외 계층을 초대하여 예술체험 기회를 제공하려고 노력하며, 당장 성과가 드러나지도 않는 먼 미래를 위해 예술교육에 투자할 것인가? 올해 한국소리문화의전당은 찾아가는 예술무대, 독주회 시리즈, 토요놀이마당 등 기존 제작 프로그램의 내실화와 함께 의미 있는 실험 2가지를 진행 중이다. 도민들에게 지속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가족뮤지컬 레퍼토리 공연 제작과, 일반적인 실기교육과 달리 공연/전시 제작 체험을 통해 잠재적인 예술향유 능력을 계발하는 예술교육 프로그램 제작이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성원을 기대한다. /박병훈(한국소리문화의전당 예술사업팀장)

  • 오피니언
  • 기타
  • 2007.07.16 23:02

[새벽메아리] 전주, 세계문학 중심지 기대 - 정동철

대저 수도라고 함은 한 나라의 중앙정부가 자리하고 있고 정치, 경제, 문화적 재화가 집중된 도시를 일컫는 말이다. 더불어 그 의미를 확장시켜 살펴본다면 특정 영역이 가장 발달되고 그 영역의 재화와 물적, 정신적 기반이 풍부한 도시를 가리켜 그 분야의 수도라고 일컫는다. 이러한 의미에서 볼 때 필자가 살고 있는 전주는 고려 왕조가 성립되기 전, 잠깐 후백제의 수도였던 것을 제외하곤 그 어떤 왕조의 중심으로 자리잡아본 경험이 거의 없다. 오히려 전주는 대표적 농도이며 산업화가 가장 더디게 진행되어온 곳이다. 더불어 드넓은 평야지대와 이곳에서 생산되는 풍부한 농산물로 인해 전주는 안으로는 권력층의 수탈과 밖으로는 외세의 침탈에 시달려야만 했던 도시이다. 이곳에서 오는 11월에 아시아?아프리카 문학 축제 (Asia?Africa Literature Festival; AALF)가 열릴 예정이다. 두 대륙 간에 수많은 도시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주가 이 문학축제의 중심에 선택될 수밖에 없는 것은 모순되게도 이러한 수탈의 현장에 서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19세기 제국주의의 침탈로 야기된 아시아, 아프리카 여러나라의 고통의 역사와 일제의 침략과 한국전쟁으로 이어지는 한반도의 역사적 경험이 공통분모 안에 들어서 있다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고통을 극복하여 경제적 풍요를 이뤄냈다는 것, '시민에 의한 민주주의 획득 경험을 가진 유일한 나라가 한국 -가리타니 고오진- 이라는 것을 포괄하고도 남는 의문은 '왜 전주냐는 것'일 것일진대 그것이 대한 대답은 지금까지 국내에서 가장 활발하게 문학공동체가 살아있고 자생력을 가지고 끊임없이 자기영역을 확장해나가고 있는 도시가 바로 전주라는 점이다. 판소리로 대표되는 전라북도의 구비문학은 아프리카의 구두(verbal) 문학과 맞닿아 있으며 라틴아메리카의 서사문학과 연계점을 가지고 있다. 조선왕조 시절 전주는 출판문화가 꽃을 피웠다. 더불어 반봉건 반외세의 기치를 내건 동학혁명과 한국전쟁의 참화가 고스란히 보존되어 있는 역사적 현장을 전주는 가장 많이 가지고 있다는 점도 전주가 이 문학 축제의 중심에 서야할 이유이기도 하다. 구미 근대문학은 자본주의로부터 기인하는 인간소외를 극복하지 못하고 그 동력이 고갈돼가고 있다. 최근 들어 빈번한 노벨상 수상이 라틴 아메리카와 아프리카 대륙의 작가들에게 수여되고 있는 것은 위기에 선 구미 중심 문학의 활로를 이들 대륙의 서사문학과 공동체 문화를 통해 확보하려는 노력의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이번에 개최되는 아시아?아프리카 문학 축제는 세계 문학의 중심축을 아시아로 전주로 옮겨올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며 전주가 아시아, 아프리카 그리고 세계 문학의 수도로 자리 잡을 수 있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생각만 해도 즐거운 일임에 틀림없다. /정동철(우석대 교수)

  • 오피니언
  • 기타
  • 2007.07.09 23:02

[새벽메아리] 걸음마 뗀 부부공동재산제 운동 - 김귀녀

이 사람이 제 귀를 때려서 잘 안 들리고 치료를 계속 받아야 해요(계속 귀를 만지며). 사람들 앞에서도 막 때려요. 흥분!아이고, 기가 막혀서! 1년에 집을 수 십 차례나 나간 남자가. 여자에게 미처서!양쪽 다 소리가 커지기 시작한다. 전주법원가사조정실에서 있었던 사례다.가정폭력상담을 하면서 행위자(남편)와 피해자(아내)를 많이 만나고 있지만 남편을 때린 아내는 처음 만났다. 내심 그럴만한 사연이 있겠다 싶어 더 흥분하기 전에 말을 끓고 남편에게 먼저 짧게 질문을 했다. 원고인 남편은 이혼은 안한다며 손사래를 첬다. 이혼할 의사가 없단다.원고가 이혼소송을 해놓고 이혼할 의사가 없다고 한다.그렇다면, 때렸다고 한 아내는 뭐라고 할까 궁금하다. 이혼! 당치도 않단다.그런데 그다음 말이 재산을 공동명의로 해다오! 큰소리로 당당하게 주장했다.듣던 중 의외고 반가운 소리다. 가사조정을 하면서 '부부재산공동명의'를 말하는 아내를 지금까지 만나 보지 못했다. 대부분 아내들이 이혼을 원할 때 양육권, 친권 주장은 많이 하지만. 피고(아내)는 결혼 후 자영업을 하면서 같이 고생하며 돈을 모았는데 남편은 쓰고 싶은 대로 다하면서 자기는 마음대로 돈을 써보지 못했다. 그리고 자신의 이름으로 된 재산이 아무것도 없다. 거기에다 남편은 바람까지 피운다. 그렇다. 아내의 주장은 매우 타당하다.'부부공동재산제운동'은 한국여성의전화연합과 전주여성의전화가 벌이고 있는 여성운동이다. 여성의 경제적 권리 확보를 위해 이 운동을 시작했다. 이제 걸음마를 뗀 단계에 있지만 우리는 여성들이 기존의 틀 안에서 벗어날 것을 격려 할 것이다. 위 사례의 여성처럼 남편에게 재산권에 대한 주장을 많은 여성들이 할 수 있기를 우리는 기대하고 있다.주머니 돈이 쌈짓돈인데 굿이 뭐 그럴 것이 뭐 있느냐? 하는 의견도 있을 수 있다.그러나 오래된 사고의 의식 변화가 필요한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재산이 부부공동명의로 되어있을 때 남녀평등의식의 수준도 달라질 수 있다.부부가 살다가 등 돌리고 돌아서 법원까지 오면 마지막 까지 팽팽하게 끈을 놓지 않고 싸우는 것이 재산문제이다. 행복한 미래를 위해서 우리 집 재산은 어떻게 되어 있는지 살펴 볼 일이다. 지금 사용하고 있는 휴대폰부터!필자 약력 : 한국방송공사 전주방송총국 아나운서, 전주시 시정평가단(여성복지분야), 전주교도소 성폭력모니터링위원, 전주지방법원 가사조정위원, 전주여성의전화부설 가정폭력상담소장

  • 오피니언
  • 기타
  • 2007.07.02 23:02

[새벽메아리] 내신, 공교육 최후보루 - 이경한

서울대와 일부 사립대학들이 참으로 기발한 그러나 어이없는 입시정책들을 쏟아내고 있다. 그 발상치고는 치졸하기 그지없다. 그들은 수능등급제에 시비를 걸어 면접을 본고사형으로, 그리고 논술을 통합논술로 보아서 우수인재를 선발하겠다는 입시안을 내놓더니, 이제는 한술 더 떠 고교 내신 성적의 무력화를 꾀하는 입시안을 가지고서 국민과 흥정을 하려들고 있다. 서울대는 내신 성적 1-2등급을, 그리고 사립대학들은 1-4등급을 동점화하려 하고 있다. 그리고 내신 성적의 기본점수를 높여 이의 실질 반영율의 최소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 대학들은 이런 시도의 이유로 우수 학생 선발이라는 명분을 제시하고 있다. 이 내신 성적 무력화 입시안들은 일부 소수계층의 특목고와 자사고 학생들에는 복음이 될지언정, 대다수 일반고 학생들에게는 학습의욕이 꺾이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다. 당장 내신 성적에 맞추어 노력한 학생들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도 없는 입시안들은 마른하늘에 날벼락임이 틀림없다. 대입으로 인해서 고교교육이 입시 지옥이 된 지 오래다. 설상가상으로 이 일부 대학들에 의해서 내신 성적마저 유명무실화된다면 우리 공교육의 황폐화는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그나마 내신 성적 반영으로 고교 수업의 정상화가 일정한 정도로 이루어질 수 있었다. 그러나 내신 성적의 무력화는 반대로 우리교육의 사교육 열풍을 더욱 가속화시킬 수 있다. 학부모와 학생들의 학교교육에 대한 불신이 커져서 학생들은 방과 후에 학원으로 발길을 옮길 것이다. 이는 공교육의 온상을 무참히 짓밟을 수 있다. 고교내신 무력화를 통한 공교육의 파괴는 중학생들의 특목고나 자사고로의 입시전쟁 도미노 현상을 낳게 될 것이다. 이 내신 성적의 무력화가 공교육에 가져올 파장을 짐작하고 남을 대학들이 여전히 국가의 공기로서 공익적 판단을 게을리 해서는 안된다. 국민에 대한 눈속임으로 고교 내신 성적 반영비율의 축소 문제를 넘어가려는 시도는 국가 공교육 정상화라는 국민 다수의 가치와 상충되어 국민적 저항을 받게 될 것이다. 대학은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고 있다. 국립대학인 서울대학은 말할 것도 없고, 서울의 명문 사립대학들도 국가의 지원을 받고 있다. 그렇다면 이들은 대다수 국민들의 복리를 위하여 최소한의 의무를 다할 필요가 있다. 그 의무는 자기대학의 인재를 넘어서 국가의 인재를 공급하는 교육의 온상이 되는 고교교육의 정상화를 돕는 일이다. 이 고교교육의 정상화를 접어둔 채, 자기 대학 이기주의에 집착하는 자세는 보기에도 흉하다. 대학은 국민들의 바램을 견지하면서 보다 다양한 입시 전형방법을 고안하여 자신들의 추구하는 목적에 맞는 인재를 선발하길 바란다. 그리고 교육부는 일관성 있는 입시정책을 펼치면서 공교육을 저해하는 대학들의 입시 방안들에 대한 지도 감독을 다해주길 바란다. /이경한(전주교대 교수)

  • 오피니언
  • 기타
  • 2007.06.25 23:02

[새벽메아리] 지역방송의 존재이유 - 윤승희

지난 8일, 전주 우석대 문화관에서는 2007호남언론학회 춘계학술 세미나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전북대 정용준 교수는 한국의 지역방송은 최근 경제적 이익과 지역성 추구라는 공익적 목표의 틈바구니에서 자칫 존재가치를 상실할 위기에 처해 있다고 주장했다.세련된 조명과 유명 스타들로 치장한 서울 방송 프로그램은 강력한 소비욕구를 불러일으킨다. 방송의 상업성이 가열되면서 방송프로그램은 한껏 치장한 채 소비자의 구미를 자극하고 있고, 지역방송은 자본과 스타로부터 소외되어 설 자리를 찾느라 혼란스럽다. 그렇다면 과연 지역방송은 어디에서 그 존재 가치를 찾아야할 것인가? 실제로 각 지역방송사 홈페이지에는 지역방송을 중단하고 서울 방송을 보게 해달라는 의견이 올라오곤 한다.특히 청소년 대상 연예인 프로그램이나 오락 프로그램에 대한 욕구는 무척 거세서 간혹 지역특집방송을 위해 그 시간대에 지역프로를 편성했다가 시청자들의 반발로 곤욕을 치를 때도 있다. 그러나, 서울방송이 도저히 따라올 수 없는 영역이 있다. 바로 지역주민 코 앞까지 다가서는 일이다. 그래서 같은 공기를 들이마시고 내뿜으며 함께 웃고 울면서 마주보며 걷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할 때 비로소 지역방송은 제자리를 확보하게 될 것이리라. 지난 토요일 , 전주월트컵컨벤션 웨딩센터에서는 전주mbc에서 주최하는 미고사결혼식열렸다. 미고사결혼식은 올해 아홉번째 열리는 행사로 전주 mbc 여성시대에 부부 두 사람이 살아온 사연과 더불어 미고사결혼예식이 그 가정에 어떤 의미인지를 편지로 보내오면 몇 가정을 선정해 결혼예식을 올리는 행사이다. 가난 속에서 동생들을 가르치려 서울로 가 공장 생활을 하다 결혼해 열심히 살았건만 좀 살만해지자 남편의 외도로 결국 혼자몸으로 귀향할 수 밖에 없던 한 여인이 비로소 고향에서 마음 따뜻한 남자를 만나 너무도 고맙게 살아가고 있으며, 그 남편에게 뭔가 마음을 표시하고 싶어서 결혼예식을 신청한다는 40대 아줌마의 사연부터, 평생 고생만 하고 살아오신 60대 어머님의 가장 큰 소원이 결혼예식을 제대로 올리는 것이라며 어머님의 구비구비 인생살이를 적어보낸 어느 아들에 이르기까지 그 사연은 다양하다. 어떤 경우는 놀러간 이웃집에서 그집 결혼사진이 사진관에서 얼굴만 입혀 복사해 놓은 것이라는 것을 알고 이웃을 대신해 신청해준 경우도 있고, 사랑하는 아내를 위해 남편이 직접 편지를 써 보낸 경우도 있다. 이날 결혼식은 이미 결혼생활을 해온 가정들이라 자녀들, 손자, 손녀들이 하객으로 자리하고, 그 자녀들이 부모의 결혼예식을 축하하는 노래를 부르고 친구와 이웃들은 춤을 추며 맘껏 박수쳤던 즐거운 예식이었다. 다른 예식을 보러온 하객들도 이 색다른 결혼식에 유쾌하게 웃었고, 식장 옆에 딸린 부페의 종업원들도 일손을 멈추고 구경하러 나왔으며, 지나는 다른 하객들도 호기심어린 눈길을 보내왔다. 그자리에서 우리가 다같이 생각한 것은 복병 많은 인생길에 때로 다치고 때로 넘어지더라도 이렇게 함께 있으니 웃을 수 있어 다행이라는 사실이었다. 지역방송의 존재이유는 바로 지역민의 웃음에서 찾을 수 있다. 지역경제, 지역사회 지역교육, 각 방면에서 지역민을 맘껏, 웃게 할 수 있다면 지역방송은 분명 존재할 필요가 있다. 경제도 자본도, 문화도, 모든 것이 중앙을 향해가고 있는 지금, 지역민을 위한 제도, 정책, 문화, 인프라 등은 매일매일 목이 쉬도록 외쳐도 충분하지 않다. 서울 근교의 신도시 땅값이 어쩌고 하는 뉴스 대신에 평생 살아도 별로 값이 오르지 않는 이 땅을 그저 고맙게 생각하며 살아갈 수 있는 방안들이 이야기되어야 하는 것이다. 사람은 그가 사랑하는 곳, 그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헌신할 때 행복하다. 더 많은 사람들이 그런 헌신을 경험하며 살기를, 그리고 지역방송이 그 촉매제가 되기를 소망한다. /윤승희(전주MBC 라디오제작부장)

  • 오피니언
  • 기타
  • 2007.06.18 23:02

[새벽메아리] 나라 만들기 - 이유선

6월이 되었다. 87년의 민주화운동을 기념하는 행사가 곳곳에서 열리고 있다. 이미 기성세대가 된 당시의 시위참가자들로서는 감회가 새로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민주화운동을 기념할 만큼 우리가 여유로운 상황에 있는 것인지 슬그머니 걱정이 되는 것은 왜일까? 그것은 아마도 우리사회가 더 나은 나라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 하는 고민보다는 지나간 운동의 성과를 자축하는 데 힘을 쏟을 만큼 민주주의의 과제를 완수했다고 보기 어려운 점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미국의 철학자 로티는 좌파를 희망의 정파라고 불렀다. 보수가 낡은 제도와 가치를 최상의 것으로 고수하고자 하는 입장인 반면, 진보는 끊임없이 새로운 제도와 가치를 추구하는 정치적 입장을 일컫는다. 그런데 그들이 추구하는 새로운 제도와 가치는 아직 실현되어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다. 따라서 진보의 길을 걷고자 하는 좌파는 오로지 세상을 더 낫게 만들 수 있다는 희망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만약 좌파가 새로운 제도와 가치에 대한 고민을 중단하게 되면 더 이상 진보라고 불릴 수 없게 된다. 왜냐하면 그렇게 되면 그들은 더 나은 세상에 대한 희망을 포기한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대통령 선거를 몇 달밖에 남겨두지 않은 시점이지만, 새로운 제도와 가치에 대한 고민의 목소리는 잘 들리지 않는다. 운하를 만들겠다거나, 세금을 줄여주겠다는 등의 구호는 수출만이 살길이라고 외쳐댔던 개발독재시절의 옛 향수를 불러일으킬 뿐이며, 진보를 자처했던 현 정권의 자화자찬은 그들이 더 이상 새로운 가치에 대해 고민하고 있지는 않다는 것을 고백하는 것으로 들린다. 옛날처럼 경제개발에 매진하자는 보수와, 마치 민주주의의 과제가 완성된 듯 자아도취된 짝퉁 진보의 현란한 수사에 눌려 희망의 정파는 자취를 찾기 힘들다. 비록 군인이 총칼로 정권을 잡을 수 없는 사회를 만들어낸 것은 분명해 보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한국의 민주주의가 완성되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한국은 세계화와 신자유주의의 물결 속에서, 새롭게 생겨나고 있는 다양한 주변부의 약자들을 끌어안아야 하는 매우 중요한 민주주의의 과제를 떠맡고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와 농민들을 비롯해서, 외국인 이주노동자, 혼혈인, 도시빈민, 성적소수자들과 같은 약자들의 삶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지 않는 나라를 만들어 내야 한다.한국의 민주주의는 미완의 프로젝트이다. 그것은 아마도 한국이라는 나라가 지속되는 한 끝나지 않을 것이다. 80년대의 민주화운동은 이제 기념되어야 하는 옛것이 되었다. 이 땅에서 더 나은 사회를 꿈꾸는 사람들은 옛것에 머물러서는 안 될 것이다. 지금은 나라 만들기에 대한 진보의 상상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이유선(군산대 교수)

  • 오피니언
  • 기타
  • 2007.06.11 23:02

[새벽메아리] 국제결혼 자금지원 문제많다 - 이지훈

최근 길거리에 농어촌 도시근로자 국제결혼 장려금 지원이라는 현수막이 붙어 있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거리에 걸려있는 현수막에는 국제결혼 400만원 지원이라는 문구와 전라북도에서 후원하고 있음을 명시하고 있다. 현수막에는 주최자로 모 지방신문사의 이름이 명시되어 있고, 문의전화도 동일한 신문사의 번호로 기록되어 있다. 내용을 알기위해 현수막에 안내되어진 전화로 문의한 결과, 신문사에서 1인당 400만원을 지원하고, 지방자치단체에서 500만원을 지원한다는 것이었다. 지원대상은 1,000명으로 잡고 있었고, 결혼중개알선은 모 결혼중개업소 등에 위탁하여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최근 각 지방자치단체들은 농촌총각 장가보내기 운동에 열을 올리고 있다. 우리 지역에서도 임실군과 장수군 등 지방자치단체에서 이와 관련하여 예산을 편성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이러한 국제결혼은 많은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배우자에 대한 부정확한 정보, 미인대회식 대량 맞선, 자율적 의사를 존중하지 않는 합방강요, 이박삼일 또는 사박오일에 이루어지는 속성 결혼 등은 반인권적이라는 지적이 계속되어져 왔다. 베트남과 필리핀 등은 현지법으로 이윤을 목적의 결혼을 금지하고 있다. 베트남, 필리핀 등 현지법으로 금지하고 있는 국제결혼 중개가 한국의 지방자치단체들에 이루어지고 있는데 전라북도의 경우, 모 지방신문사까지 가세하고 있는 현실은 국제사회가 인식하고 있는 문제의 심각성을 우리 주변사회는 전혀 인식하고 있지 않고 있음을 나타낸다. 얼마 전, 지방자치단체의 국제결혼중개로 경상남도의 한 군수가 베트남 경찰에 의해 현지에서 연행되기 했던 사건은 이러한 인식부재의 한 단면으로, 정말 낯 뜨거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베트남 정부는 반인권적 국제결혼으로 인해 피해를 입는 여성이 증가함에 따라 대만과 한국을 특정관리국가로 지정하기도 했다. 현재 미국은 대만을 인신매매감시국가로 지정을 하기도 했는데, 최근 국제사회는 국제결혼으로 인한 반인권적 문제로 한국을 주시하고 있다. 국제결혼은 장가가지 못한 농촌총각과 도시서민 근로자들에게 행복한 가정을 꾸릴 수 있다는 한 희망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준비되지 않은 결혼은 가정의 파탄을 초래하게 된다. 최근 국제결혼을 했던 한 마을에서는 다섯 가정 중, 세 가정이 파탄되기도 했다. 이 마을의 농촌총각들은 국제결혼으로 인한 수혜자가 아닌 피해자가 되어지고 있다. 농촌지역의 남성은 국제결혼이 이루어지게 되는 배경은 한국사회 속에서 내국인 여성과는 전혀 결혼 할 수 없는 부류로 인식되어지게 편향된 시각으로부터 시작된다. 농촌총각들은 한국사회의 농촌정책의 실패로 인한 피해자들이고 도시근로자들은 한국사회의 양극화의 해소문제를 실패한 도시서민들에 대한 정책의 실패로 인한 피해자들이다. 이들은 한국사회의 제도와 정책의 실패의 1차적 피해자들인데, 국제결혼으로 인해 또 다른 피해를 입게 되는 것이다. 지금의 국제결혼은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음이 중앙언론을 통해 수차례 지적되어지고 있다. 한국인 남성과 외국인여성 모두가 피해자로 떠오르고, 피해는 해소 되지 못하고 악화되어만 가고 있다. 이러한 때, 지방자치단체는 문제가 되는 국제결혼 지원사업을 중단하기는커녕 오히려 확대하고 있다. 이에 모 지역신문사까지 앞장서서 문제 있는 국제결혼 자금지원 사업을 장려하고 있는 것은 국제 사회 속에서 한국의 위상을 심각하게 저해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지방자치단체는 국제결혼 중개와 자금지원을 중단하고, 실질적인 농촌 살리기 정책과 도시서민들이 우리 사회 속에서 제대로 설 수 있는 정책과 제도를 마련하며, 결혼이주민들에 대한 사회정착비용과 권리보호, 출산비 지원 등에 앞장서야 할 것이다. /이지훈(아시아이주여성센터소장아시아노동인권센터 소장)

  • 오피니언
  • 기타
  • 2007.06.04 23:02

[새벽메아리] 대학축제는 끝났지만...- 이경한

오월이 가면서 대학의 축제도 끝이 났다. 도내의 대학들은 5월의 축제로 후끈 달아올랐고, 축제의 장을 통하여 젊음의 열기를 발산하였다. 대학의 축제는 여느 축제와 같이 나름대로의 카타르시스를 반영하면서 무한한 가능성의 욕구를 담고 있는 자신들의 끼를 발산하는 장이다. 우리사회에서 대학 축제는 여느 사회 축제와는 다른 면모를 간직해왔다. 대학 축제는 독재시대에는 민주주의를 이끌어냈고, 암울한 시대에는 낭만을 꿈꾸었고, 서구적 가치관이 난무하는 시대에는 우리 전통의 소중함에 눈을 떴고, 사회적 약자가 차별받는 시대에는 더불어 사는 삶의 소중함을 실천하고 세상에 외치는 한마당이었다. 그러나 요즘 대학 축제는 그 성격과 내용 면에서 많이 다르다. 학생들의 축제 참여도는 매우 낮아졌다. 대학의 축제는 학생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지 못하고, 더욱이 험한 세상의 취업률 앞에서 맥을 못추고 있다. 대학 구성원들은 자신들의 축제를 즐길만한 꺼리도 별로 없고 마음의 여유도 없다. 많은 대학구성원들이 축제에 참여하지 않음으로써 총학생회는 학생들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하여 다양한 묘책을 동원하고 있다. 그 묘책으로 등장한 것이 유명가수를 초청하여 학생들을 축제로 유인하는 방식과 축제를 주막화 하는 방식이다. 이 두 가지는 대학 축제의 대명사가 된 지 오래다. 이 두 방식들은 대학축제의 상업화를 이끌고 있다. 도내의 대학들은 너도나도 유명가수를 초청하여 학생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 유명가수의 초대비는 노래 몇 곡에 많게는 수천만 원에 이루고 있다. 대학 규모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두서너 명의 유명가수를 초대하는 것으로 보아 학생회는 가수초대비로 천문학적인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연말마다 대학등록금의 인상 저지를 위한 학생간부들의 삭발, 수업거부 등의 다양한 행태와는 사뭇 다르다. 또 다른 대학 축제의 자화상은 주막이다. 주막이 대학문화의 전형은 아닐진대, 이는 대학 축제의 전형으로 자리하고 있다. 운동장에 빼곡히 들어선 주막들은 학생뿐만 아니라 지역주민들을 유혹한다. 대학 축제기간에 연일 펼쳐지는 주막은 대학의 밤을 무질서와 무절제로 만든다. 아마도 대학의 일탈문화를 조장하는 주범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는 대학 축제의 참 멋을 잃게 한다. 우리사회는 대학의 축제가 여느 사회축제와 달라주길 바란다. 그러나 대학축제는 그 주인공의 자리를 유명가수나 주막에게 내어주고 있다. 대학축제에서 학생의 타자화가 가속화되고 있으며, 이는 대학문화의 주체성과 정체성을 상실하게 만든다. 축제의 주인공인 학생들이 주체에서 객체로 전락하고 있다. 다시금 대학축제가 새로운 자리매김을 하기 위해서는 이 대학축제가 젊음의 끼를 담보로 하여 시대를 앞서가는 문제의식이 있어야 한다. 그 시대의식과 문제의식을 무엇으로 삼든 간에, 대학생과 그들이 주체가 되어 만드는 문화가 대학축제의 주인공이 되어야 한다. 그들이 주체가 되어 신명나게 펼치는 대학축제만이 우리 시대의 또 다른 가능성을 열어준다. /이경한(전주교대 교수)

  • 오피니언
  • 기타
  • 2007.05.28 23:02

[새벽메아리] 숨은 그림 찾기 - 윤승희

중학교에 다니는 딸아이가 중간고사 성적표를 받아왔다. 중학교에 들어가니 과목별로 전체 석차가 나온다. 국어, 300명 중 몇 등, 수학, 298명 중 몇 등,,, 그런데 전체 학생 수가 한번은 300명, 또 몇번은 298명이다. 그 이유를 물으니 운동부 아이들이 시험을 안 본 경우도 있고 또 한 아이는 시험 기간 중에 집을 나가 어떤 과목은 시험을 치르고 어떤 과목은 시험을 치르지 못 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전체 학생수가 들쭉 날쭉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집을 나간 그 아이가 같은 반인데 1주일째 학교에도 집에도 연락이 없어 선생님이 염려하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러나 정작 같은 반 아이들은 가출이라는 것이 이제는 간혹 있는 일이라면서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는 것이었다. 중학교에 다니는 열 너댓살의 아이들을 바라보면 한없이 어리고 약해 보인다. 키만 덜썩 자랐지, 아직 생각도 경험도 어린아이 적 모습을 벗지 못한다. 그런데 그 또래의 아이가 어째서 집을 나가 헤매고 있는 것인지, 밥은 어찌 먹고 있는지, 잠은 어디서 자는지, 걱정되기 시작했다. 아직은 부모나 어른의 절대적인 지지와 지원이 필요한 나이가 아닌가. 이제 자신의 진짜 모습을 찾아 헤매며 성장하는 때이기는 하지만 그것도 학교나 부모의 울타리 안에서의 방황이 성장에 도움이 되는 것이지 그 울타리를 벗어나게 되면 그것은 다분히 위험이 수반되기도 하며 모험을 무릅쓰게 될 것이리라. 전체 300명 중 156등, 300명 중 215등, 아이들에게 그 숫자는 단순히 등수가 아니고 마치 인생의 서열처럼 생각되게 한다. 학교에서, 그리고 가정에서 부모와 선생님의 태도는 가히 석차에 전적으로 매달리는 양상이다. 그 등수가 오르고 내림에 따라 아이들은 좋은 학생이 되기도 하고 그렇지 못 한 학생이 되기도 한다. 단순히 성적이 좋고 나쁜 게 아니라, 그 사람 자체가 쓸만한 사람인지 아닌지 까지 생각되게 만드는 것이다. 아이들이 앞으로 어떤 인물로 자라게 될지 우리는 아무도 모른다, 그저 바라보고 지켜주고 일으켜 세우고 박수 쳐 줄 뿐이다. 그런데 아이들을 문제 풀이 몇 개로 등수를 매겨 순위를 세우고 있다. 이는 어른들이 저지르는 엄청난 폭력이다. 아이들이 어떤 인물로 자라나든 그 모습에 우리는 그저 넋을 잃고 감탄하며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자녀는 그 생명이 부모에게 온 그 자체로서 이미 대단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가치 있다고 인정받기를 갈망한다. 학교 선생님, 친구들, 그리고 부모로부터 어떤 형태로든 인정받지 못 하게 되면 자신을 소중히 여길 힘을 잃게 되고 성장기에 그 인격적 바탕을 다지는 일에도 소홀하게 된다. 현재 한국의 학교에서 시험으로 인해 자신의 존재 가치 자체가 훼손되는 경험을 우리 아이들은 숱하게 겪고있다. 시험 기간 중에 집을 나간 아이, 자신을 등수로 매기는 그 과정에서 일단은 쉽게 벗어날 수 있었을지 모르겠다. 한국의 현실에서 등수와 성적에 연연하지 않고 자신이 가치를 찾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마치 숨은 그림찾기처럼 두 눈을 크게 뜨고 정성을 들여야 비로소 하나 둘 드러난다. 우리는 아직 잘 보이지 않는 자녀들의 가치를 애타게 찾고 있다. 때로는 아무리 찾고 또 찾아도 실망스러운 경우도 있다. 그러나 기다리자. 생명을 기르는 일에는 조급증이 독약이다. 좀 더 기다리자, 집을 나간 그 아이가 돌아오면 두 손 들어 껴안고 속삭여주자, 잘 돌아왔다고, 그리고 우리는 지금 숨은 그림 찾기 게임 중이라고, 숨은 그림 찾기에는 인내가 필요하다고,,,/윤승희(전주문화방송 라디오제작부장)

  • 오피니언
  • 기타
  • 2007.05.21 23:02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