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메아리] 공공 공연장 기획자의 고민 - 박병훈
지난달 한국소리문화의전당에서는 3개월 이상 공들여 제작한 가족뮤지컬 작품이 장기간 공연되었다. 휴가철임에도 불구하고 피서 대신 공연장을 찾은 가족 관객들은 공연 전 로비에 설치된 포토존과 인형들 앞에서 연신 즐겁게 기념촬영을 하며 공연에 대한 기대감을 부풀린다. 그렇지만 공연에 대한 자세한 해설과 제작요소에 대한 친절한 설명들이 알차게 담겨있는 팸플릿 판매대 앞은 썰렁하다. 더불어, 공연이 시작될 즈음 많은 부모들이 아이들과 로비 또는 객석 입구에서 생이별을 한다. 엄마, 어디서 만나?, 공연 끝나고 로비에서 보자. 그나마 관심 있는 부모들은 로비 한 구석의 모니터 앞에서 화면으로라도 공연을 보며 기다리지만, 대부분은 공연 종료시간을 확인한 뒤 어디론가 사라진다.공연 안보고 어디들 가세요?, 아, 애들 공연이라서... 기다리기 지루하니까..., 이 공연은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가족뮤지컬이구요, 애들 공연일수록 부모님들이 꼭 함께 관람하셔야 두고두고 애들과 이야기도 나누며 공연체험 및 교육 효과가 배가됩니다. 그제서야 속내를 이야기한다. 알긴 하지만, 부모들 다 함께 보려면 워낙 비싸잖아요., 아 네, 그럼 천 원짜리 팸플릿이라도 사서 읽어보세요. 나중에 애들한테 재밌었냐고 물어보지만 마시고..., 아까 대충 봤는데, 뭐 별 것 없던데요., 아 네... 그럼 다녀오세요. 익히 알고 있는 현실이지만 우문현답을 몇 번 되풀이하고 나면 참 우울해진다.모든 공연기획자는 늘 어떤 공연을 선택하거나 제작해야 하는지, 또는 어느 정도의 입장료를 책정해야 보다 많은 관객과 만날 수 있을지 고민한다. 특히, 공공 공연장의 공연기획자는 작품성, 공공성 및 미래의 잠재고객 개발 가능성 등 주민 세금을 재원으로 운영되는 공공 공연장의 책무와 관련되어 고민거리가 훨씬 많아진다. 물론, 보다 효율적인 재투자의 재원 마련을 위해 상품성에 대한 고민은 기본이다.굳이 모 CF에 나오는 난타의 제작자 송승환씨의 예를 들지 않더라도 어린 시절의 예술 체험은 소중하다. 그래서 아이들의 일생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모를 어린이 공연을 선택할 때는 훨씬 더 신중해진다. 더구나, 요즘은 전문 공연장이 아닌 백화점과 대형 할인마트 등에서도 고객들의 쇼핑 편의 지원 및 수익사업의 일환으로 연중 저렴한 어린이 공연이 펼쳐진다. 상대적으로 접근성이 취약한 소리전당의 경우 경쟁이 훨씬 치열해진 셈인데, 아이들이 공연 문화에 익숙해지고 잠재적인 관객 개발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긍정적인 기대감 한편으로 우려가 생기는 것도 사실이다. 물론, 저렴한 공연이 무조건 질이 낮을 것이라는 일반화된 도식을 강요할 수는 없다. 열악한 환경에서도 상상력으로 재미를 보완하는 보석같은 작품들이 간혹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대부분 말초적인 볼거리 및 만화나 TV 애니메이션 등의 캐릭터만을 차용한 엉성한 구조의 어린이 공연들이 범람하는 현실에서,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공연이 끝난 뒤에도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좋은 작품을 선택하기는 점점 더 어려운 것 또한 현실이다.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반찬값, 술값 줄여가며 공연장을 찾은 부모님들께 마지막으로 부탁드린다. 비싼 공연 보는데 좀 더 신중하게 선택하시고, 기왕 투자하신 김에 좀 더 보태 부모님들도 꼭 함께 공연 보시고,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니 사전에 아이들과 공부 많이 하시고, 팸플릿이 준비되어 있다면 꼭 챙기시라고. 그런데, 좋은 공연 좀 싸게 볼 순 없나요? 어디선가 볼멘 목소리가 들려온다. 휴우, 제 최대의 고민이 바로 그것이라니까요!/박병훈(한국소리문화의전당 예술사업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