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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 노벨 문학상 작가가 본 천국은

올해 노벨문학상을 받은 페루 소설가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의 「천국은 다른 곳에」(새물결)가 국내 출간됐다.요사가 2003년 발표한 이 작품은 프랑스 후기 인상파 화가 폴 고갱이 문명의 억압에서 벗어나고자 타히티로 떠나는 예술적 삶을 소재로 한다.작가는 미술사의 가장 유명한 스캔들 중 하나인 빈센트 반 고흐와 그의 친구이자 예술적 동지였던 고갱의 불화와 고흐의 자해, 고갱의 타히티행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이와 함께 또 다른 실존인물인 고갱의 외할머니인 플로라 트리스탕은 그 외향성에서 고갱의 대척점에 서 있다. 노동자와 여성의 해방을 위해 남프랑스로 떠나는 그녀의 모습은 고갱의 타히티행과 교차된다.소설은 플로라 트리스탕과 그 후 약 50년 후 폴 고갱의 삶을 번갈아 그린다. 두 인물을 통해 인간의 관능과 에로티시즘, 대통령 후보로까지 출마했을 정도의 정치적 성향 등 작가의 두 가지 문학적 색채가 한 권에 나타난다는 점이 독특하다. 고흐의 귀 절단 사건 이후 타히티로 떠난 고갱은 가난과 고독, 향수 속에 2년 만에 파리로 돌아온다."폴은 어린 시절부터 뒤집어쓰고 있던 부르주아의 탈을 내팽개치고 난 이후로 줄곧 그런 곳을 찾아 헤맸다. 폴은 사반세기 동안이나 그 지상낙원의 흔적을 추적해왔지만 아직까지 발견하지 못하고 있었다."(p 240그러나 고갱은 "진정으로 그림을 그리고자 한다면 우리가 겉에 걸친 문명이라는 허울을 벗어 던져버리고 우리 안에 있는 야성을 끄집어내야 한다"던 자신의 말을 타히티에서 확인한다.여성 '체 게바라'로 불린 플로라 트리스탕은 부자와 당국의 착취에 맞서 노동조합을 이끌며 가난한 사람들과 여성들에게 정의와 자유를 안겨주는 새로운 세상을 꿈꾼다."그런 곳은 세상 어디에도 있을 수 없단 말이야. 우리가 사는 이곳에서 이 세상의 불완전함에 맞서 싸워야 하는 거야."

  • 주말
  • 연합
  • 2010.10.15 23:02

[책의 향기] 모든 것들은 봄날 한 나절…

'모든 것들은 봄날 한 나절 눈 감으면 다 신화가 된다.'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삶에 대한 무상함이다. 하지만 시인의 말대로 '인생은 앞으로 남고 뒤로도 남는 것'이기도 하다.조기호 시인의 시집 「신화」(도서출판 문화의힘)에는 '미치고 환장하게' 마음을 넣어놓은 흔적이 담겼다. 매실꽃에서 봄을 보면서 공수래 공수거(空手來 空手去)를 떠올린 시인이다. 그는 쉬우면서도 천박하지 않은 시를 쓰겠다고 다짐했다. 후배의 시집을 단숨에 읽어버린 뒤 며칠간 '보대끼는 가슴앓이'도 했다. 절창에 대한 욕심. 시간이 흘러도 그것은 여전했다. 이번 시집에 쉽고 편하지만 감동을 주는 반짝이는 시들이 모두어진 이유다."막상 내놓고 보니, 빈채리 같은 무정란 같습니다. 거창한 것도 아니고 어떤 목적도, 의식도 없는 그저 그런 무정란. 뼈없는 무정란도 새우젓 국물로 간만 해놓으면 감칠맛 도는 계란탕이 되더군요. 이 작품이 그와 같습니다."그는 질박한 구어, 토속어, 사투리, 옛말들을 거침없이 쓴다. 생지랄, 폭삭 삭은 삭신, 허천나게 아파서, 퍼질러 앉아, 풍신 등 곰삭은 갈치속젓 같은 맛깔스러운 재미가 있다. 문학평론가 호병탁씨는 이를 두고 "쇠붙이 쪼가리가 달라붙듯 조기호의 촉수에 걸린 비속어, 사투리 쪼가리들은 고개를 발딱 들고 일어서서 새로운 존재의미를 획득하고 있다"고 평가했다."비록 꽃이 보이지 않는 무화과나무도 달디 단 열매가 익어 그것이 목마른 사람의 갈증을 풀어주고 생명력을 북돋아준다는 걸 금강산 만물상을 기어오를 때 알았습니다. 그 깨달음을 믿고 궁색하게 생겨먹은 무정란일 지라도 계속 해서 낳아볼 요량입니다."조 시인은 전북 문인협회 3·4대 회장, 전주 풍물시동인회 초대회장과 전북문인협회 이사등을 역임했다. 지금까지 시집 「저 꽃잎에 흐르는 바람아」「묵화 치는 새」「사람을 만나서 사랑을 꿈꾸었네」「아리운 이야기」 등 다수를 펴냈다.

  • 주말
  • 이화정
  • 2010.10.15 23:02

[책의 향기] 미치지 않으면 경지에 오를 수 없어

수필가 김학씨가 등단 30주년을 기념 수필집 「수필아 고맙다」(대한문학)를 펴냈다.그는 "수필은 나의 다정한 친구이자 정신적 동반자"라며 "수필을 쓰기 시작하면서 많은 상도 받게 됐고, 교육기관에서 후배들을 모아 유능한 수필가로 양성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등 수필은 대가를 바라지 않고 나에게 기쁜 일만 제공해 주었다"고 적었다.이번 수필집의 표제는 '수필아 고맙다'. 이번 작품에는 지난 4년 동안 가족사를 정리한 '우리집 10대 뉴스'를 정리해 담았으며 송강 정철의 풍류, 법정스님에 대한 단상, 해외 견문기 등 총 63편의 수필을 6부로 나누어 실었다."붓가는 대로 쓰는 게 수필이고, 누구나 쓸 수 있는 게 수필이며, 형식이 없는 게 수필이라고들 한다. 그렇게들 말장난을 하니까 여태까지 수필이 대접을 받지 못하고, 수필쓰기도 더 어려워진다. 수필이란 게 일정한 틀이 있다면 19공탄 찍어내듯 하면 될 텐데 그럴 수가 없으니 답답하다."며 낡은 수필이론에 대한 쓴소리도 했다.그는 1960년대를 거쳐 오늘에 이르기까지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수필 이론과 그 이론을 묶은 저서들이 쏟아져 나왔지만 초창기 몇몇 이론가들이 발표한 수필이론들이 족쇄가 되어 아직까지도 우리 수필을 옥죄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전북대서 후배들에게 수필창작을 지도하고 있는 그는 불광불급(不狂不及)을 강조한다. 미치지 않으면 어떤 경지에 오를 수 없다는 가르침이다. 미친 듯이 수필에 푹 빠져보라고 권한다.수필이야말로 천변만화하는 사람의 마음을 가장 아름답고 진솔하게 수놓을 수 있는 문학형식이기 때문이다. 독자의 변화된 의식을 꿰뚫어보고 독자의 필요와 요구를 헤아려 한 발 앞서서 작품을 창출해 낼 수 있는 역량을 길러야 오래 살아남는 수필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그는 "수필이 남의 때를 벗기려고 자신을 녹이는 비누 같다는 생각을 했다"며 "독자는 그와 같은 수필에서 깨달음을 얻고 자신을 되돌아 보게 되며 마음의 때를 벗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수필을 쓰는 나 역시 비누같은 삶을 살아야겠다고 다짐한다"고 덧붙였다.박사골 마을로 유명한 임실 삼계출신으로 1980년 '월간문학' 8월호에 '전화번호'라는 수필로 신인상에 당선되면서 수필가의 길로 들어섰다. 전북수필문학회 회장, 임실문인협회 회장, 전북문인협회 회장, 전북펜클럽 창립 회장, 국제 펜클럽 한국본부 부이사장등을 역임했다. 한국수필상, 전라북도 문화상, 전북문학상, 백양촌 문학상, 신곡문학상 대상, 목정 문화상 등을 수상했으며 수필집 「밤의 여로」, 「철부지의 사랑연습」, 「실수를 딛고 살아온 세월」 등 총 11권을 펴냈다.

  • 주말
  • 이화정
  • 2010.10.15 23:02

[책의 향기] 한승헌 변호사가 전하는 말 잘하는 법…'스피치의 현장' 출간

"말 잘하는 특별한 요령은 없어요. 자신의 진실을 꾸밈없이 표현하는 것이 스피치를 잘하는 비결입니다. 거창한 말, 어려운 말, 과장된 말은 금물입니다."인권 변호사이자 원로 법조인인 한승헌 변호사(76)의 말 잘하는 비결이다. 말하기가 화두인 시대다. 사회에 첫발은 내딛는 순간부터 말 값은 곧 몸값이 되어 버렸다. 아마 마이크 앞에 서서 축사나 인사말 등 여러 상황에 맞는 스피치를 해 본 경험도 누구나 한번쯤은 가지고 있을 것이다. 말 실수 때문에 좋지않은 기억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권하고 싶은 책이 바로 「스피치의 현장」(매경출판 펴냄)이다.유신시대 시국사건 변호사로 유명했던 한승헌 변호사가 집필한 이 책엔 그가 평생을 쓰고 낭독했던 스피치 102편이 수록돼 있다. 스피치에 관한 책이 서점가에 많이 나와 있지만 한 사람의 스피치를 모아 단행본으로 펴냈다. 모두 10장으로 분류된 이 책에는 축사, 추모사, 개회사, 기념사, 격려사, 취임사, 건배사, 덕담, 주례사에 이르는 내용이 담겼다.한 변호사가 제시하는 '좋은 스피치를 만들기 위한 방법'은 7가지로 요약된다. ▲ 연설문을 쓸 땐 남을 시키지 말고 되도록이면 자신이 써라 ▲ 문안을 쓸 땐 반드시 다른 사람의 검토를 받아 사실관계를 확인하라 ▲ 품위와 격조를 살리되 너무 사무적이거나 통속적인 표현을 피하라 ▲ 문어체보다는 구어체를 쓰는 것이 좋다 ▲ 한 문단을 너무 길게 쓰는 것은 좋지 않다 ▲ 감동을 주거나 기억에 입력될 만한 구체적인 실화를 넣어라 ▲ 쉬운 말과 유머를 배합해 분위기를 잡아라 등이다.한 변호사는 "스피치가 실용문이긴 하지만 틀에 박힌 용어에서 벗어나 자신의 체온과 생각이 담겨야 한다"면서 "원고를 부탁한 사람이 원하는 바를 정확하게 파악해 전달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며 무엇보다 진정성을 강조했다. 또 "스피치에는 듣는 사람에게 감동을 주고 기억에 남을 만한 요소가 있어야 하는데 유머가 큰 몫을 담당한다"고 덧붙였다.법정의 변론과 행사 스피치의 차이점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한 변호사는 "변론은 진실과 인권을 지키기 위한 변호사의 신념이 중요하고 긴 시간에 걸쳐 논리를 전개해야 하는 반면 행사 스피치는 3~5분 정도의 짧은 시간내에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담아야 하기 때문에 압축의 묘미가 있다"고 말했다.진안 출신으로 1957년 고등고시 사법과(8회)에 합격하고 서울지검 검사 등을 거쳐 변호사로 활동해온 한 변호사는 민청학련 사건,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등 굵직굵직한 시국사건의 변론을 맡는 등 민주화 운동에 헌신해 왔다. 저서로는 「위장시대의 증언」「역사의 길목에서」「분단시대의 법정」「산민객담 2 유머기행」등 다수가 있다.

  • 주말
  • 이화정
  • 2010.10.15 23:02

[책의 향기] 혼불·최명희 연구자들 한자리에

혼불기념사업회(대표 장성수 전북대 교수)와 최명희문학관이 주최하는 '2010년 혼불학술세미나'가 9일 오후 3시 최명희문학관 비시동락지실에서 열린다.'혼불학술세미나'는 「혼불」의 맥을 잇는 학술 마당이자 연구자들의 진지한 탐구 시간. 올해는 그동안 「혼불」과 '최명희'를 테마로 학위논문을 써온 전문연구자들을 초대했다.김정애(아주대 대학원)의 '최명희 「혼불」의 인물 유형 연구', 김옥경(전남대 대학원)의 '「혼불」의 민속 수용 양상과 의미', 최기우(전북대 대학원)의 '최명희 문학의 원전 비평적 연구'를 발표하며, 역대 '혼불학술상' 수상자인 김병용(전북대 언어교육원 한국어교육센터 선임연구원), 장일구(전남대 교수), 고은미(전주대 객원교수) 등 세 명의 문학박사가 '최명희와 「혼불」의 연구방향'을 주제로 논의를 펼친다. 사회는 김용재 전주교육대 교수.이번 세미나는 매년 10월 진행돼 온 '혼불문학제' 일환. 「혼불」과 최명희와 관련된 지금까지의 연구 성과를 들어보고, 연구자들간 앞으로의 연구방향을 모색하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혼불문학제'는 올해도 세미나 외에 최명희청년소설상, 백일장, 전북지역 초등학생 손글씨 공모전, 「혼불」 문학강연 퍼레이드, 「혼불」 필사의 탑 등을 진행하고 있다.

  • 주말
  • 도휘정
  • 2010.10.08 23:02

[책의 향기] 책을 읽을 자유 등

▲책을 읽을 자유 = 이현우 저/현암사/ 1만 8,000원147편의 책 리뷰를 서로 연관된 키워드로 3~5편씩 묶어 30개로 나눠 담은 이 책은 영향력 있는 인문학 멘토로 역할을 해온 이현우의 두 번째 작품. 첫 번째 책이 에세이 범주에 속하는 글을 모은 것이었다면, 이번 것은 주로 지난 몇 년간 쓴 서평을 모은 것이다. 책 읽기의 기술과 방법론, 언론의 힘, 가라타니 고진과 지젝 읽기에 관한 주요 글을 총 망라한 것. 대부분은 그가 운영하는 블로그 '로쟈의 저공비행'에 올라온 글들을 골라 편집한 것이지만 비공개된 글도 함께 실었다. 또한 서가 사이사이에 로쟈의 일상과 독서 행적을 소개하는 '로쟈의 페이퍼'를 끼워 넣어 읽는 즐거움이 배가 될 것이다.▲달달한 인생 = 지현곤 저/ 생각의 나무/ 1만 2,800원"나에게는, 뜨고 짐을, 그리고 차고 기움을 거듭하는 저 달의 자빌 듯 잡히지 않는 모습이 동경의 대상이자 동시에 내 마음을 투영하는 거울이다. 달처럼 높이 솟아 훨훨 날아갈 수 있다면, 시작과 끝을 반복하며 새롭게 태어날 수 있다면."(책 본문 중에서)40년 동안 조그만 쪽방에서 머물고 있는 세계적인 카툰 작가 지현곤. 초등학교 1학년 때 척추 결핵에 걸려 하반신이 마비된 후 학교를 중퇴하고 독학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주간만화'에 카툰으로 데뷔한 후 상을 휩쓴 그가 달을 보며 꿈꾼 달달한 인생에 대해 풀어 놓았다. 그의 인생을 가득 채우고 있는 세상과 예술에 대한 섬세한 점묘를 만날 수 있는 책이다.▲우편주문 신부 = 마크 칼레스니코 저/ 씨네21/ 1만원이 책은 우편주문을 통해 전혀 알지도 못하는 캐나다 노총각과 결혼한 그의 한국인 아내의 이야기다. 우리에게 '베트남 신부'라는 국제결혼의 이미지가 있다면 이 이야기는 역전된 상황. 애정 없는 국제결혼이라는 불편한 소재를 다루면서도 저자는 단호하게 전면으로 이야기를 앞세웠다. 순종적인 동양 여성에 대한 환상을 품고 결혼한 캐나다 남편은 당당하고 자신의 주장을 할 줄 아는 부인이 당황스럽다. 서로에 대한 몰이해가 결국 실망이 되고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과정이 여실히 드러난다. 캐나다 추신 만화가 저자가 섬세한 그림으로 표현하고 있으며 다양한 시각으로 문제를 바라보았다.

  • 주말
  • 이지연
  • 2010.09.24 23:02

[책의 향기] 주식시장 '머니게임' 속 영웅과 매국노는…

"1910년 8월 29일, 대한제국이 일본에 강제병합되었습니다. 기억하고 싶지 않은 그 치욕의 날이 어언 100년이 되었습니다. 나는 구한말과 35년간의 일제 식민지 시대를 우리 역사의 개기일식기라고 부릅니다. 태양이 사라지고 일장기가 펄럭였던 시절. 국치 100년을 맞아 번영 천년을 소망하며 이 글을 썼습니다."'우리 역사의 개기일식은 끝이 났는가'라는 질문에 그는 "일장기는 사라졌지만, 아직도 태양을 가리고 있는 또하나의 달이 있다"고 말한다. '황금 달'. 바로 돈이다.밀리언셀러 「소설 풍수」의 작가 김종록(47)이 6년의 침묵을 깨고 「달의 제국」(글로세움)을 펴냈다.「달의 제국」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주식시장을 중심으로 한 머니게임을 추적한 것. 탐욕과 신기루를 좇아 명멸하는 군상들 속에도 영웅이 있고 매국노가 있다.소설 속 '청담사랑방'은 우리 사회 명사들이 모이는 사교클럽. 현자 우당 선생과 그의 충복인 강남 갑부 한창운, 그리고 그들과 함께 시대를 논하고 돈벌이를 하는 개성적인 멤버들이 등장한다. 소설 속 우당 선생은 대대로 「주역」에 천착해 온 도가 집안의 후손이다. 우당의 증조부 박세익은 이완용에게 「주역」을 가르친 스승. 우당의 증조부에게 이완용이 있었다면 돈을 좇는 탐욕의 시대를 사는 우당에게는 한창운이 있다. 작가는 "우리 모두가 혐오하는 이완용은 진실을 효과적으로 드러내기 위한 하나의 아이콘일 뿐"이라며 "그를 미화하거나 재평가하고픈 마음은 털끝만큼도 없으며, 그를 냉정히 탐구하지 않고서는 당시의 진면목을 제대로 볼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한다."이 글은 '변화에 잘 적응해야만 살아남는다'는 사회적 통념에 대한 반시대적 고찰의 결과물입니다. 주식옵션 얘기는 부단히 변동하는 금융시장이야말로 인간의 본성과 운명을 극명히 드러낼 수 있는 가장 적합한 무대장치라고 여겨서 수업료를 지불하며 얻은 소재입니다. 왜곡된 금융시장이야말로 '악마의 맷돌'입니다."「달의 제국」은 방대한 근현대사 사료를 파헤치고 서울 강남의 주식시장 등 치열한 현장에 뛰어들어 얻어낸 것. 그는 "이 글을 쓴 까닭은 오직 진실만이 오래가는 힘이라는 신념때문이었다"며 "20년 남짓 역사와 철학을 담은 글쓰기 작업을 해오면서 오래도록 품었던 의혹을 해결하는 자구책이었다"고 했다."작가는 그 정신적 혈액형이 O형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누구에게나 영혼의 피를 나눠줄 수가 있습니다. 제 영혼과 작가정신 또한 O형이길 소망합니다."진안 출신으로 전북대 국문학과와 성균관대 한국철학과 대학원을 졸업한 그는 동양사상과 역사담론을 탄탄한 서사구조에 담아내는 선 굵은 글쓰기를 해왔다. 스물아홉에 쓴 「소설 풍수」로 일약 밀리언셀러 작가 반열에 올랐다. 유려하고 간결한 문장, 풍부한 교양과 현란한 사유, 특유의 직관력은 「달의 제국」에도 살아있다.

  • 주말
  • 도휘정
  • 2010.09.24 23:02

[책의 향기] 인생, 가을걷이 하세요

전쟁이나 혁명, 영웅이나 지배계급의 삶이 역사가 되는 것에서 나아가 민중의 일상이 진정한 역사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자서전(自敍傳) 쓰기에 도전해 보자. 자서전이 역사 바로 잡기의 구체적인 실천이 될 수도 있다.혼불기념사업회와 최명희문학관이 '자서전을 씁시다!'를 주제로 릴레이강좌를 진행한다.이번 강좌는 매년 10월 개최되는 '혼불문학제' 중 '혼불문학강연퍼레이드'의 일환으로 올해는 민중의 생활과 기록이라는 「혼불」의 의미를 다시 새겨 시민들에게 일상의 기록이 갖는 귀중함을 알리기 위해 자서전 쓰기를 주제로 잡았다.이번 프로그램은 자신의 삶을 자서전을 통해 남기고 싶은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공개강좌 '자서전을 씁시다Ⅰ'과 대학 및 시민들을 직접 찾아가 생활과 기록의 의미를 되새기는 '자서전을 씁시다Ⅱ'로 나뉜다.'자서전을 씁시다Ⅰ'은 10월 12일부터 14일까지 매일 오후 7시 최명희문학관 비시동락지실에서 열린다. 장성수 전북대 교수의 '자서전, '그 분'만 쓰는 건 아닙니다!'를 시작으로 박순철 전북대 교수의 '나의 기록관, 아카이브 만들기', 함한희 전북대 교수의 '삶을 떠올리는 내 기록물은 무엇일까?', 이경진 시인의 '삶을 글로 옮길 때 꼭 필요한 글쓰기 방법'이 이어진다.자신의 삶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다면 누구나 참가할 수 있다. 참가비는 무료지만, 3일 동안 4강좌에 빠짐없이 참여해야 하며 자기소개서 혹은 이력서를 제출해야 한다. 선착순 20명 모집.찾아가는 강좌인 '자서전을 씁시다Ⅱ'는 아동문학가 박예분과 경종호 시인, 극작가 최기우씨가 강사로 나서 '역사 논픽션 쓰기' '동시로 살피는 아이들의 기록' '창작판소리로 듣는 그네들의 삶'을 주제로 이야기한다. 10월 중 총 6회를 진행할 예정으로 현재 각 대학 및 신청단체와 일정 등을 협의하고 있다. 문의 063) 284-0570

  • 주말
  • 도휘정
  • 2010.09.24 23:02

[책의 향기] 이상 탄생 100주년에 부쳐

1934년 7·8월의 일이다. 이상(1910.9.23~1937.4.17)의 「오감도」 연작이 「조선중앙일보」에 연재되자, '무슨 미친 수작이냐', '당장 신문사에 가서 그 놈의 오감도 원고 뭉치를 불살라야 해!' '이상이란 자를 죽여야 해!' 등등 독자의 맹렬한 비난으로 인하여 신문사는 그 연재를 중단해야만 했다. 이상 탄생 100주년을 맞아서 새삼스럽게 상기된 유명한 '오감도 사건'이다.오늘날 이상은 그를 모델로 삼은 여러 편의 장편 소설, 연극, 심지어 영화가 나올만큼 인기가 높다. 실상 그의 작품은 대개가 극히 난해함에도 불구하고 그 정도로 인기가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그는 당대의 희한한 문제적 작가였다. 그의 담대한 실험적 기법도 문제성이 많았지만, 그의 작품은 일제 강점기라는 난세를 그답게 저항적으로 반영한 때문이다.작가의 세계가 그의 '얼굴'이라면 이상은 '세 개의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첫번째 얼굴은 「오감도」연작(1934)이 대표적으로 속해 있는 작품들인데, 다다이즘과 초현실주의의 기법을 사용하고 있는 전위(前衛) 예술이었다. 1920년대와 1930년대에 전위예술(아방가르드예술)의 국제적 운동이 유럽과 미국 등에서 볼 수 있었지만, 문화적 환경이 너무나 열악했던 조선에서는 이상이 혼자 그 운동을 도맡을 수 밖에 없었다. 그의 초현실주의적 작품의 세계는 인간의 무의식 세계여서 그 작중사건과 표현은 자주 황당한 것일 수밖에 없었으므로 '미친 수작'이라는 독자들의 비난을 뒤집어 써야 했다.그러나 이상의 문학은 또 하나의 '얼굴'을 숨기고 있었으니, 그것은 그의 동양지향성이었다. 「오감도」연작에도 반영된 난세적 혼란과 그로 인한 정신적 고통의 진정제는 그의 경우 주로 노장(老莊) 사상이었다. 가령 「가외가전(街外街傳)」이라는 문명비평적인 시에는 화자가 소음과 폭력의 도시에서 높은 '육교(陸橋)'에 서서 '편안한 대륙을 [유연하게]내려다 본다'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 '편안한 대륙'은 노장사상의 고향을 비유한 것이다. 또한 단편소설 「종생기」에 '고고(枯稿)'한 삶을 고집하는 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는데 '고고'란 세속적 욕망이 없는 '고목(枯木)'같은 정신상태의 뜻으로서 「장자(莊子)」에 나오는 말이다. 李箱의 동양지향성은 그가 서구적인 이성(理性)중심주의자가 아니었음을 입증하지만, 여기서 보다 중요한 것은 그의 작품에서 서구적인 것과 동양적인 것의 변증법적 대립에서 동양적인 것을 선호(選好) 했다는 점이다.세번째 '얼굴'은 정치적 참여 작가로서의 이상이다. 그는 여러 편의 작품에서 일본의 제국주의적 침략에 저항했다. 「날개」에 나오는 '경성역(京城驛)'으로 들어오는 기차의 '날카로운 혹은 우렁찬 기적소리'나 요란한 '정오(正午)사이렌 소리'는 일제의 군국주의와 식민지 공포정치의 은유였고, 「오감도 시(詩) 제15호」에 나오는 '군화'도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이다.그러나 우리가 잊어선 안될 것은 이런 세가지 '얼굴'을 가진 이상의 작품들이 대체로 독자를 낭패스럽게 할 정도로 어렵거나 황당할지라도 오늘날 대단한 인기를 누리도록 만든 가장 중요한 비결이 그의 놀이의 정신이었다는 점이다. 아이러니와 역설과 패러디 등 언어 유희가 번번이 독자에게 기발한 개안(開眼)의 충격과 함께 그의 작품을 읽는 즐거움을 주는 것이다.참으로 암담하고 우울한 일제 강점기에 이상같은 출중한 유머리스트가 있었다는 것은 우리 겨레의 축복이 아닐 수 없었지만, 그 당시 이를 통찰한 문학평론가는 거의 없었다.

  • 주말
  • 권진숙
  • 2010.09.24 23:02

[책의 향기] 자산·신분의 집 아닌 '생각을 바꾸는 집'

동양학자인 조용헌씨가 집 주인의 인생철학이 담긴 전국의 집을 소개한 「조용헌의 백가기행」(디자인 하우스)을 출간했다. 그는 '재산과 신분으로서의 집'이 아닌 '생각을 바꾸는 집'에 관해 소개하고 있다. 위로와 휴식은 집 밖이 아니라 집 안에 있다는 것(가내구원__家內家內)을 깨달아 전국의 고수들과 토론해 얻게 된 관점을 투영해 쓴 것이다. 사주와 풍수, 한의학에 대한 저자 특유의 해박한 지식이 넘실거린다.이 책에서는 공사비가 2만8000원밖에 들지 않았다는 장성 축령산 자락에 있는 한 평 반짜리 도공의 오두막집, 지리산 악양에 있는 박남준 시인의 3칸짜리 초가집 '악양산방(岳陽山房)' 등을 만날 수 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부잣집도 소개됐다. 축적한 부를 어려움에 처한 이웃과 나라를 위해 아낌없이 사용할 줄 아는 사람들이 살았던 부잣집으로 경주 교동 최씨 고택, 진주 효주 허만정 고택을 비롯해 예인의 풍류와 정신이 살아 숨쉬는 광주 의재 허백련 선생의 무등산 춘설헌, 구한말 조선 판소리의 메카인 전주 학인당 등이 공개됐다.이 같은 집들을 통해 그는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갖추어야 할 공간으로 차를 마시는 공간인 '다실(茶室)'과 '정원', 그리고 '구들장'을 갖추어야 한다고 썼다. 특히 다실은 '가내구원'의 이상을 실현하는 중요한 공간. 집이 '쉴 수 있는 공간'이 되기 위해 또 필요한 것이 바로 자연이다. 그는 자연을 집안에 들여놓을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을 정원이라고 봤다. 아파트에 살게 되면서 사라져가는 것이 구들장이다. 현대인 대다수가 사무실에 앉아서 업무를 보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다 보니 척추 뒤쪽의 기혈이 흐르는 경락이 굳어 만병이 생긴다. 이를 풀어주는 가장 좋은 방법은 뜨거운 구들장에 등짝을 대고 '지지는 것'. 이처럼 그의 책엔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고 밝아지는 집, 그래서 '구원'받을 수 있는 집들이 소개됐다. 이는 우리 시대 '집'의 의미를 진지하고 열린 시각으로 바라봐야 함을 깨닫게 한다.

  • 주말
  • 이화정
  • 2010.09.24 23:02

[책의 향기] 40~50대에게 바치는 아련한 추억

드라마 '수사반장', 통속잡지 '선데이 서울', 박치기왕 김일, 크리스마스 실, 통금….아마 중년을 넘은 사람들이라면 이런 단어들에 아련한 향수를 느낄 것이다.「우리들의 행복했던 순간들」(한국경제신문)은 1960년대 태어난 세대들의 추억이 고스란히 담긴 사람과 사건, 현상과 사물을 70개의 키워드로 정리한 책이다.책을 펼치면 타임머신을 타고 간 듯 30~40년 전의 과거로 단숨에 날아가 도시락 검사, 교련 수업, 삼중당 문고, 트로트 라이벌의 원조 남진-나훈아, 추억의 영화 '벤허', 힘겨웠던 시절 서민들에게 웃음을 선사했던 코미디 프로그램 '웃으면 복이와요', 태권도로 악당을 제압하는 '로버트 태권브이'와 만날 수 있다.저자는 소설 「낯선 천국」으로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했던 김호경씨.1962년에 태어난 저자는 가난한 1960년대에 태어나 격동의 현대사를 살아낸 40~50대 중년들에게 이 책을 바친다."꿈을 이루었든 사회적 저명인사가 되었든, 재벌이 되었든, 가난한 소시민이 되었든, 농부가 되었든 우리에게는 한가지 공통점이 있다. 아직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 존재에 박수를 보낸다."60년대 태어나 현재 중년을 보내고 있는 기성세대는 물론 청소년들도 70~80년대 시절의 추억과 향수에 흠뻑 빠져볼 수 있다.

  • 주말
  • 연합
  • 2010.09.17 2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