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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 크게 충만한 것은 빈 것과 같아…'바보 예찬론'

얼마 전까지만 해도 미개척의 블루오션이 '바보'라고 하면, 고개를 갸웃대는 이들이 많았다. 역발상이 대세라고 하지만, '바보'와 새로운 리더십이 곧바로 연결되지 않아서다. 지난해 2월 선종한 김수환 추기경이 '바보 예찬론'을 하면서 '바보'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었다. 여기서의 '바보'란 밥만 축내는 아둔한 사람이 아니라 상식의 틀을 깨 아무도 바라보지 않는 지점을 발견해낸 사람이다. '헛꿈꾼다','또라이 같다'는 손가락질을 긍정적으로 뒤집으면, 평범한 개인에게도 잠자고 있던 거인이 깨어날 수 있다는 논리다.베스트셀러 「무지개 원리」의 저자로 잘 알려진 차동엽 신부(52·인천 카톨릭대 교수)가 펴낸 「바보 Zone」(여백) 역시 '바보 리더십'에 관한 이야기다. 차 신부는 "3~4년 전부터 바보 안에 엄청난 보물이 숨겨져 있다고 생각했지만 중요한 핵심이 빠져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차 신부도 본래 '바보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 기를 쓰고 살았다. 서울대 공대를 졸업해 사제서품을 받은 뒤 오스트리아 빈대학에서 사목신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뛰어난 학자와 축복받은 사제 사이를 오간 그가 새삼 '바보론'에 빠진 건 왜 일까. 그는 노자의 '대지약우(大智若愚·큰 지혜는 어리석음과 같다)'를 예로 들었다."크게 충만한 것은 빈 것과 같습니다. 그것의 작용은 다함이 없죠. 크게 곧은 것은 굽은 것이고, 뛰어난 기교는 졸렬한 것이나 같고, 뛰어난 말솜씨는 어눌한 것과 같다고 보면 됩니다."그가 제시한 '바보 철학 12훈'은 상식을 의심하라, 망상을 품으라, 바로 실행하라, 미쳐라, 남의 시선에 매이지 마라, 황소걸음으로 가라 등 삶의 나침반이 되는 말이다. 그는 "얕은 지혜와 지식으로 약삭 빠르게 행동하는 대신 우직하게 자신의 세계를 개척하는 바보의 속성이야말로 이 시대에 진정 필요한 리더십"이라며 "바보 본능은 누구에게나 있는 만큼 '바보존' 안에 잠자고 있는 거인을 깨우라"고 강조했다.

  • 주말
  • 이화정
  • 2010.12.17 23:02

[책의 향기] 노래인생 30년을 '열창하다'

30년간 가수로 활동한 변지훈씨가 인생 역경 50년, 노래 인생 30년을 담은 「사랑도 인생도 무죄다」(생각나눔)를 출간했다.가수에서 방송 진행자, 리포터, 나이트클럽 연예부장, 사업가로 변신하기까지 그의 인생과 삶의 궤적을 진솔하게 '노래한' 책이다.그는 정식으로 음반만 내놓으면 진짜 가수가 되는 줄 알았다고 했다. 마음은 새까맣게 타들어가고, 자신감은 잃어갔다. 급기야 일을 저질렀다. 전 재산을 털어 공연용 대형 콘서트 차를 만들어 거리로 나갔다."게릴라 콘서트를 열고 공연장을 빌려 단독 콘서트를 열었습니다. 4집을 내기까지 정말 안 해 본 일이 없었어요. 술집 웨이터, 김밥장사, 코미디언 등 살아남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었죠. 그때의 경험이 변지훈을 있게 한 근성을 키웠는 지도 모르겠습니다."첫 장'유년의 초상'을 시작으로 '방송 에피소드', '기생 팔자', '스타란?', '떴다 변지훈', '탄생비화' 등을 통해 이야기를 풀었다. 곡'사랑은 무죄다'는 가수 나훈아씨의 40주년 기념 음반에 수록된 곡으로 지금은 고인이 된 작곡가 김성주 덕분에 부르게 된 사연과 김동찬씨로부터 곡'당신의 반쪽' 의 작사를 따낸 우여곡절도 소개했다.그는 "직업이 가수이다 보니 한 달에 보름 이상은 지방에 가 있고, 주로 주말이나 휴일 공연 때문에 가족들과 함께 할 시간이 거의 없었다"며 가족들이 가장 미안하다고 했다.김제 출생인 그는 1981년 데뷔해 1집 '빗속의 여자', 2집 '당신의 반쪽', 3집 '이 남자를 믿어라', 4집 '사랑은 무죄다' 등 앨범을 냈다.

  • 주말
  • 황주연
  • 2010.12.17 23:02

[책의 향기] 류희옥 시인 '푸른 거울'

두번째 시집 「푸른 거울」(북 매니저)은 류희옥(61) 시인에게 올해의 전북 문학상을 안겨줬다."삶의 가치가 무엇인지 헤매며 왔습니다. 말로 말을 잃고 글로 글을 잃어 눈앞에 보이는 것은 회한의 구겨진 세상밖에 없었습니다. 이번 시집도 망설이다가 용기를 내서 내놓게 됐어요. 귀한 상도 타게 돼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시집은 '허(虛)','푸른 거울', '너와 나''영에서 무량수까지','술익은 아리랑' 등으로 구성됐다. 시인의 연작시 '허'는 역설적인 의미로 텅빈 공간이 아닌 진공(眞空)을 뜻한다. 참으로 가득한 공간. 시인은 묵묵부답인 시에서 답을 얻기 위해 42편의 시를 내놓았다.'아무리 뒹굴어도 뒹굴어도 / 떨어지지 않은 너 / 뒹굴면 뒹굴수록 / 바짓가랭이 도둑가시(도깨비바늘) 달라붙듯 / 덕지덕지 엉겨 붙는 너.' (허 3 중에서)'푸른 거울'은 윤동주의 서시를 닮았다. 푸른 거울은 욕망을 잠재우고 끊임없이 나를 곧추세우게 하는 거울이다. 시인은 거울을 향해'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나를 키워달라고 한다.'너와 나'에는 불교의 인연설이 담겼다. 그는 여기에서 사람과 사람 사이를 잇기 위한 그림을 그린다. 인간의 근원적 고독과 고통, 연민이 담겼다. 관계와 소통에 대한 자신의 바람까지 녹아 있다.'영에서 무량수까지'에서는 있음(有)과 없음(無)이 결국 하나임을 형상화했다. 시인은 무념무상의 깊은 깨달음을 잔잔한 감성으로 전한다.시인은 "지하수의 맥과 같이 도드라지지 않고 흐르되, 갈구하는 자에게 감로수가 되는 글을 많이 쓰고 싶다"고 했다. 농익은 그의 시를 읽고 있노라면, 마음이 맑아지는 것 같다.남원 출생인 시인은 1989년 월간 「시문학」을 통해 등단했다. 전북문인협회 이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시집 「바람의 날개」를 펴낸 바 있다.

  • 주말
  • 황주연
  • 2010.12.10 23:02

[책의 향기] 술 익은 듯 우려낸 원로시인의 따뜻한 시선

김계식 시인(70)은 만나는 사람들의 손을 언제나 다습게 맞잡는다. 원로시인이 베푸는 온기는 엷으면서 그윽하다. 그는 열번째 시집 「내 삶의 반올림」(신아출판사)을 탈고한 뒤 청천벽력 같은 부음을 접했다. 故 고원곤 목사가 친필로 쓴 발문은 그에게 남긴 생애 마지막 선물이 됐다."3시만 되면 어김없이 일어나요. 일어나 앉아서 고치고 쓰면 한두 시간 훌쩍 지나가 버립니다. (마음이) 시키는 데 어떡합니까. 그것을 안하면 시가 쪼그라들기 시작할 거에요."산문은 억지로 쓸 수 있지만, 시는 생각이 떠야 써진다. '외로움'은 우리를 짓누르는 상처지만, '홀로움'은 그 짓누름을 즐기는 상태. 새벽은 그에게 '홀로움'이 고백되는 시간이다.시집에는 지난해부터 쓰기 시작한 84편의 시가 담겼다. 시상은 풍(風), 정(情), 한(恨), 기(氣), 원(願)으로 요약된다. 그의 시는 술 익는 듯 익어서 나오는, 우러나오는, 우려내진 언어의 결이 살아있다. 매생이를 '잘잘거리는 몸짓'으로(시 '매생이'), 양하(襄荷)의 싹을 '함초롬히 입에 문 추억의 보고'(시 '양하')라고 썼다. 거기서 시의 탄력, 생명력이 나온다.매일 걷기를 즐기는 그에게 자연은 어두운 닻에 환한 돛을 달아주기도 한다."'갈등(葛藤)'을 풀이하면 칡(葛)과 등나무(藤)가 됩니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칡과 등나무가 서로 다른 방향으로 얽히고 설켜 올라가요. 서로 화해할 수 없는 사이를 뜻하게 된 것도 그래서죠. 시 '칡과 등나무'는 이 틈을 넘어선 화해를 꿈꾸는 세상을 담은 시입니다."그는 "시 잘쓰는 사람들은 시를 쉽게 산문 쓰듯이 한다는데, 나는 미묘한 세계의 변죽만 울리는 게 아닌가 한다"며 겸연쩍어했다. 그의 시를 읽으면서 받았던 감동보다 그의 얼굴은 더 말갛고 순수했다. 헤어질 때 그가 잡아준 손이 참 따뜻했다.

  • 주말
  • 이화정
  • 2010.12.03 23:02

[책의 향기] 사진작가 진종구, '들꽃에 그리스 신화를 담아' 출간

꽃과 관계된 신화는 더없이 많다. 수선화인 Narcissus가 제일 먼저 생각난다. 자신의 모습을 사랑했던 나르키소스의 이름을 따서 이름이 붙여진 꽃이다.애욕의 여신 아프로디테와 광릉요강꽃, 제비꽃을 담은 이오와 제비꽃, 달을 사랑해서 달맞이꽃이 된 님프 등 그리스 신화에는 '꽃'으로 부활한 주인공들이 많이 등장한다.진종구의 「들꽃에 그리스 신화를 담아」(어문학사)가 출간됐다.이 책은 우리나라의 야생화와 흔히 피는 들꽃, 희귀식물 약 30여 종을 그리스 신화와 접목해 소개한 이색적인 자연도감이다.저자는 우연한 기회에 6·25 한국전쟁 전적지를 답사하던 도중 비무장지대(DMZ)의 생태환경에 관심을 갖게 돼 경기북부 민통선 부근과 우리나라 끝단에 있는 가거도, 울릉도의 야생화를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했다.그는 "민족의 아픔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지역의 생태계를 조금이나마 사진으로 남겨 보자는 생각에서 야생화 탐사에 나섰다"고 말했다.저자의 재치있는 입담과 함께 그리스 신화와 관련한 15세기 이후 유럽의 회화작품들을 수록해 꽃말을 되새기며 명화까지 감상할 수 있게 했으며, 꽃말, 분류, 별칭, 높이, 개화기, 꽃의 특징 등의 정보를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정리했다.그는 "독자들도 신화를 교양 삼아 들꽃 사진과 신화의 그림을 감상하며 피곤에 지친 심신을 달랬으면 좋겠다"라고 바랬다. 그리고 들꽃을 바라보며 떠오르는 독특한 생각의 편린들을, 직접 촬영한 들꽃 사진과 함께 책에 담아 다시 부활시켰다.그는 전북 김제에서 출생했으며, 영문학과 국제정치학을 전공했다. 지금은 지구 환경공학을 공부 중이다. 현재 사진 작가, 생태 작가, 여행 작가, 향토 사학자 등으로도 활동하면서 다양한 분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 주말
  • 황주연
  • 2010.12.03 23:02

[책의 향기] 아끼고 다듬은 '삶의 성찰'

따뜻한 감성으로 소외된 이들의 마음을 보듬어온 김기화(71) 시인의 첫 시집 「산너머 달빛」(계간문예)이 출간됐다. 30년 넘게 경찰에 몸담은 시인은 98년 정년 퇴임후 시를 공부해 서정성의 바탕위에서 인간다운 삶을 성찰한 시 76편을 내놓았다.시'아내의 바느질''수석 3·그 예찬''봉정암 5·나의 모습'에서 보듯 그의 시세계는 사랑의 고리로 끈끈하게 연결돼 있는 가족에 대한 연민의 정과, 30년 이상 돌과의 호흡을 통해 태고의 형상을 들여다보는 자연과의 교감 그리고 불심으로 다듬는 인간상의 진정성을 한눈에 볼 수 있다.책 제목 '산 너머'는 시인의 고향 완주 동상면 황조리 산골 마을이다.김동수 백제예술대 교수는 김 시인의 '시 세계'에 대해 "「산 너머 달빛」을 읽다보면 '별빛 우수수 진 강가로'로 첨벙첨벙 선녀와 나무꾼이 걸어나오는'가 하면, '가을 햇살이 잘 익은 알밤을 툭- 치던' 언덕과 '함박눈 쌓이는 겨울 밤을 하얗게 새던 어머니의 바디질 소리'가 들려온다고 했다. 그의 시는 어린 시절 산골 마을의 하늘과 바람과 물소리가 빚어낸 맑은 심상으로 쫓기듯 살아온 삶을 조용히 반추한다"고 설명했다.'완주군 동상면 밤티재 아래/대밭 아래 내 쌈터를 지키는/지조 높은 늙은 호박감나무/어릴때 다짐 잊었느냐고/해거름 안으로 냉큼 돌아오라고/그 찌렁찌렁한 불호령/그 호소하는 듯하는 메아리'(시'호박감나무')시인 역시 대부분의 사람들처럼 출세를 위하여 타향살이를 했기 때문에 고향에 대해 애틋한 그리움이 많다."시를 쓰면서 지금까지 말을 너무 많이 하며 살아왔다고 생각했습니다. 때로는 마치 구정물처럼 쏟아낸 말도 허다했을 거에요. 앞으로는 말을 다듬고 아끼면서 살겠습니다."그는 2004년 「문예사조」로 등단했으며, 한국문인협회, 경찰문인협회, 온글문학회 회원으로 활동중이다.

  • 주말
  • 황주연
  • 2010.11.26 23:02

[책의 향기] 촘촘히 돋아나는 그리움 같은 '마지막 시 162편'

병상의 유리창이 찬바람에 흔들리던 날 그는 아들에게 '불쑥' 봉투를 내밀었다. 봉투 속에는 '하루 또 하루'라는 시집명과 162편의 시가 담겨 있었다. 시에는 '풀'이 유난히 많이 등장했다. 정양 시인은 "그에게 있어 풀은 사람이 끝끝내 이겨먹지 못할 허무의 지평에 촘촘히 돋아나는 그리움 같은 것"이라고 했다.이병훈 시인의 유고 시집 「하루 또 하루」(퓨전디자인)이 출간됐다. 그의 아들 이인기씨는 "저승에 가서 못다한 이슬농사나 더 지어봐야겠다는 아버지가 여즉 소식이 없다"며 "이제야 아픈 마음으로 시집을 내놓게 됐다"고 적었다. 그는 누가 보든 말든, 돈이 되든 말든, 세상이 알아주든 말든, 죽자살자 시를 써왔다. 그는 우리나라 근대사의 가장 아픈 매듭인 갑오농민전쟁, 한국전쟁의 상흔을 간직한 지리산을 방대한 서사시로 조감하는가 하면, 현대인들의 황폐한 삶의 폐부를 찌르는 시를 내놓았다. 고희를 넘기면서도 시인은 도저히 참을 수 없다는 듯 시를 썼다. 노년의 소외감과 허무함을 오로지 시로 다스리고자 했다.'풀'을 사랑한 시인은 시집에서 200회가 넘게 이 시어를 사용했다. 그의 '풀'은 전원적인 것만도, 농경적인 것만도 아니었다. 소외감과 허무, 절대 고독을 이겨내는 풀의 질긴 생명력을 닮고자 했다.시인은 물의 숨소리, 바람의 발자국 소리와도 이승과 저승을 오가며 교감했다. 시'잠결에'서는 '나의 숨소리를 듣는다 / 저쪽으로 건너가는 발잣소리를 듣는다'로, 시 '바람은'에서는 '바람은 (…) 가지에 연 꼬리 걸어놓고 나간다 / 상여를 타고 나간다'로 표현했다. '풀'이 인간과 자연을 매개하는 구심점이었다면, 물과 바람은 이승과 저승을 넘나들며 영원을 꿈꾸는 아우성이었다.누구에게는 '손이 크고 따순 분'으로, 또 누구에게는 '군산의 터줏대감'으로 기억되던 시인은 시밭에서 한평생 아낌없이 좋은 날을 살다가 갔을 것이다. 정양 시인은 "선생의 부음을 듣고 허세나 치기 없이 맑은 마음으로 담담하게 눈감았을 그를 떠올리면 새삼 옷깃을 여미게 된다"고 했다.군산 출생인 시인은 1959년 「자유문학」으로 등단, 시집 「단층」, 「찬물 한 대접 더 놓고」 ,「물이 새는 지구」 등을 펴냈다. 그는 군산문인협회 회장, 군산예총 회장, 군산문화원장 등을 지냈으며, '제14회 전라북도 문화상' 문학부문 수상(1973) 이래 '군산시민의장' 문화장(1976), '제1회 모악문학상'(1993), '제38회 한국문학상'(2001) 등을 수상했다. 군산신문사 기자를 시작으로 군산민보사, 삼남일보사, 군산매일신문사 등에서 사회부장, 편집국장, 논설위원 등도 지냈다.

  • 주말
  • 이화정
  • 2010.11.26 23:02

[책의 향기] 시리도록 그리운 '눈물고개'

"1992년 아들들과 '전북 시문예 백일장 대회'를 나갔어요. 내가 일반부 대상, 아들들은 중·고등부 최우수상을 탔죠. 부자가 상을 다 휩쓸었습니다. 글을 써도 되겠다는 자신감이 그 때 생긴 것 같아요."수필가 라기채씨(61)는 그 해 「문예사조」로 등단했다. 첫 수필집 「한 페이지 추억」(도서출판 한맘)이 나오기까지 20년이 걸렸다. 흘러가는 일상을 기록하는 것이었지만, 향기가 있는 글로 담아내고 싶었다.이번 수필집은 문예지를 비롯해 신문, 잡지 등에 발표된 작품을 한데 모아 엮은 것이다.'그리움','삶','여행과 문화','일터와 사회'로 이어지는 수필집은 그의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 만큼이나 정겹다.'항상 이맘때가 되면 보릿고개가 생각난다. (…) 배고픔을 견뎌야 했고, 서러움을 이겨내야 했던 눈물 고개였다. (…) 하지만 참으로 이상한 일이다. 서럽고 어려웠던 그 시절이 이렇게도 마음 시리도록 한없이 그리운 것일까?'그는 인생의 한 페이지를 펼쳐 세월에 묻혀버린 풋내기 소꿉 친구들의 얼굴을 보게 된다고 했다. 큰 며느리가 그의 생일날 방송국에 사연을 보내 배달온 꽃다발 추억도 새록새록하다.경북 영주 부석사에 관한 기행기를 쓰기 위해 이곳을 세 번이나 답사했다. 그는 주심포 기둥의 배흘림기둥을 보면서 무량수전은 글자 그대로 우리나라 고건축술의 백미라고 말했다.시인으로 등단은 아직 안했지만, 그는 내년엔 시집도 낼 계획이다. 고창 출생인 그는 한국문인협회, 한국신문학인협회 이사, 한국수필문학회 회원으로 활동 중이며, 청문학 동인회 회장을 역임했다. 현재는 익산문인협회 부회장으로 재임하고 있으며, '제3회 마한문학상', '익산예술문화대상 공로상' 등을 수상한 바 있다.

  • 주말
  • 이화정
  • 2010.11.26 23:02

[책의 향기] 정희수 시인 '물의 길' 출간

"시 쓰는 일은 깊은 물 아래 돌 건져낼 때의 견디기 힘든 숨쉬기 같은 어려움이지만 혼신을 다해 가슴 깊이 울리는 심장 소리를 듣는 일이 되어야 합니다. 따라서 시는 생명의 숨소리이고, 우리 속에 깃든 영혼의 소리가 되는 세상 모든 구원의 소리가 돼야 한다고 생각해요."정희수 시인(65 한국녹색시인협회 회장)의 「물의 길」(시와 산문사)은 소통하지 못하는 우리의 삶은 불편하고 거북스럽다며 강물이 바다의 품안에 들어가듯이 현실과 소통하며 살아갈 것을 주문한다.지난 2005년 「내 목숨 다 풀고 싶다」를 낸 후 5년 만에 세상에 내 놓는 시집으로 그동안 시인이 추구하는 생명주의 사상을 담은 녹색시 등 62편을 실고 있다.시인은 고단하고 뼈아픈 세상살이에서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우리는 아무 것도 견뎌낼 수 없다며 고통의 아픔을 "뼈 문신"으로 형상화하고 우리네 삶에도 "수맥"이 있는 것만으로도 충만하다고 이야기 한다.그의 시는 소통과 생명주의를 전제하는데 그치지 않고, 왜 자연과의 소통이 필요한가를 이야기 한다. 생명주의를 전제하는 그의 시는 절제미로 억지스럽지 않은 깊은 서정성을 보여준다. 때문에 자연 속 절명한 풍경을 담담하지만 분명하게 묘사한 그의 시는 높이 평가받는다.전주출신인 정 시인은 1989년 「시대문학」으로 등단했으며, 시집 「풀꽃을 위하여」등 8권 등을 출간했다.전북 문학상, 제5회 녹색시인상, 백양촌문학상을 수상했고 현재 사)한국 녹색문학아카데미 이사장으로 활동 중이다.

  • 주말
  • 황주연
  • 2010.11.19 23:02

[책의 향기] 한학자 기세춘 선생 '논어 강의' 출간

"지금 책방에 나와 있는 「논어」 번역서들은 모두 폐기 처분되어야 합니다."기존 학계에서 묵적 기세춘 선생(75)은 '불편한 존재'다. 그는 동양 고전 번역서가 왜곡과 변질, 오역으로 넘쳐나고 있다고 지적하며 과격한 발언을 서슴지 않는다.그는 1992년 국내 최초로 「묵자」를 완역하고 수많은 동양 고전 해설서를 내놓은 재야 한학자다. 조선 중기 퇴계 이황과 논쟁을 벌인 성리학자 기대승의 후손이자 구한말 의병장의 손자. 매주 화요일 동학혁명기념관에서 강연을 해오고 있는 그가 논어 해석에 대한 비판적 해설서 「논어 강의」(바이북스 발행)를 출간했다."학계에선 아무도 경종을 울리지 않습니다. 나야 강단학계의 학맥이나 스승이 없어 자유로우니까 입바른 소리를 해보겠다는 겁니다."그는 「논어」 해설서들이 많지만, 자본주의적 교훈담으로 왜곡된 책들이 대부분이라고 지적했다. 많은 학자들이 공자가 살았던 중국 춘추전국시대의 배경을 면밀히 검토하지 않아 왜곡된 해석이 난무하게 됐다고 꼬집었다. 그는 춘추전국시대는 엄연한 신분계급 사회였으며, 공자는 그 질서에 대한 열렬한 옹호자였다고 했다."공자는 춘추전국시대를 온몸으로 살아낸 대사상가였습니다. 공자 사상의 핵심이 무엇인 줄 아십니까? 제후들에게 빼앗긴 왕권을 되찾아 주자는 '왕도(王道)', 잃어버린 주나라 예법으로 돌아가자는 '복례(復禮)', 신분과 관직을 올바로 정립하자는 '정명(正名)'입니다."이어 "공자는 구체제의 복고를 위해 '사(士)'로 대변되는 지식인 계급을 내세웠다"며 "공자야말로 건전한 보수주의자"라고 했다. 이에 반해 도올 김용옥의 「논어」 해석은 황당하고 앞뒤가 맞지 않는 이야기라며 공자는 기존 체제와 타협하지 않은 진보적 사상의 소유자일 수가 없다고 꼬집었다.그는 「논어」 뿐만 아니라 「맹자」,「순자」 등을 비교·분석해 공자의 원형 찾기에 나선다."학문은 비판정신이 생명입니다. 그냥 그대로 답습하려면 왜 합니까. 이제는 논어와 같은 고전의 재번역운동이 필요합니다. 전국 곳곳에서 젊은 사람들 중심으로 고전을 배우려는 이들이 늘어가는 게 반가워요. 그게 바로 내가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이유입니다."

  • 주말
  • 이화정
  • 2010.11.19 23:02

[책의 향기] 시아버지는 그리고…며느리는 시짓고…

"아가, 회갑인데, 너는 무슨 계획을 하고 있느냐?"93세를 맞은 하반영 화백은 회갑(回甲)을 맞은 며느리 김용옥 시인에게 물었다. 묵묵부답인 김 시인에게 시아버지는 "내가 틈틈이 그림 100점을 그려줄 거여."라고 선언했다."나는 니가 시인인 것이 참으로 좋아. 니 시는 철학이고 인생이여. 내 인생에 김용옥 시인을 만난 것이 제일 잘한 일이여."시인은 '시 나부랭이'가 될까봐 노심초사하며 시를 쟁여두었다. 시아버지의 사랑과 이해를 받는 것만으로도 시인은 질곡의 인생에 만복을 채우는 심정이 됐다. 화시집 「빛·마하·生成」(신아출판사)은 시아버지가 시인에게, 시인이 시아버지에게 바치는 영혼의 선물이다.이들의 예술은 사랑과 빛의 구현으로 집약된다. 빛은 모든 만물의 근원으로 아파하고 쓰러지는 삶을 일으켜주며 견뎌내게 한다. 책 제목을 '빛·마하(빛의 속도)·生成'로 정한 이유다.7살부터 서예와 수묵화로 붓을 잡은 하반영 화백은 1931년 13세의 나이로 조선총독부가 주최한 '조선미술전람회'의 최고상을 수상하면서 두각을 나타냈다. 프랑스 파리 공모전 금상(1979), 미국 미술평론가협회 공모전 우수상(1987)에 이어 89세 고령의 나이로도 일본의 '이과전'에서 최우수상(2006)을 수상, 그의 붓질은 여전히 그칠 줄 모른다. 2006년 뇌종양 수술 이후 오른쪽 눈의 시력을 잃었지만, 더욱 왕성한 필력으로 그림에 몰두해온 그는 시인에게 열쇠 그림 '지(智)·력(力)·진(進)'을 선물했다."내가 나이를 먹으면서 지쳤다는 것, 어떤 의욕도 없다는 것을 간파하고 위로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막막해하는 나에게 미래의 열쇠를 주고 싶어했던 것이죠. 이 작품으로 세상을 여는 열쇠를 얻었습니다."화시집에는 실린 작품은 50년대 구상부터 2000년대 초현실주의까지 50여 년간의 궤적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풍경, 정물, 비구상 등 강렬한 색채와 구성력이 돋보인다. 냅킨, 답배갑, 일회용 접시 등에도 그의 붓은 생명의 꽃을 피웠다."종교는 없지만 그림으로 밥을 먹게 해준 조물주께 항상 감사하다."그가 입버릇처럼 해왔던 말을 떠올려 보게 된다. 시인은 작품마다 고해성사 같은 시를 내놓았다. 읽다 보면 흙탕물이던 마음의 샘이 아주 느릿느릿하게 맑아진다. '生놀이'는 고통을 사랑하는 이름이라지만, 그의 시는 피곤한 우리의 발을 씻겨준다.'지(智)·력(力)·진(進) 나아가라!'서문에 쓰여진 이 마지막 문장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을 위한 경구 같다. 무력한 일상을 질타하고 어떻게든 살아 내겠다는 의지의 포효다.시인은 1980년 「전북문학」에 '서로가 서로를 원하는 이유'를 발표한 뒤 작품 활동을 시작, 시집 「서로가 서로를 원하는 이유」, 「세상엔 용서해야 할 것이 많다」, 수필집 「생놀이」,「생각한잔 드시지요」 등을 펴냈다. 시인은 또한 전북문학상, 박태진 문학상, 백양촌 문학상, 에스쁘아 문학상 등을 수상한 바 있다.

  • 주말
  • 이화정
  • 2010.11.19 23:02

[책의 향기] 질곡의 역사와 함께 한 인생 고백

일제시기부터 최근까지 한국사의 굴곡을 고스란히 겪어온 김재영 전북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75)의 삶을 한국 근현대사라는 격류 가운데 놓고 재구성한 자서전 「내가 겪은 현대사 이야기」(이담)가 출간됐다.이책은 2001년 「내가 겪은 현대사」의 2판으로 자신의 일생을 진솔하게 기록했다. 한 개인의 인생 고백이라고는 하지만, 그가 겪은 현대사 이야기는 한 개인이 아닌 우리 모두의 삶의 기록들이며 역사라 할 수 있다.김 교수는 한평생 우리 근현대사를 왜곡 없이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해 온 이 시대의 지식인으로 꼽힌다. 진보적 생각과 삶의 기록을 이야기체 형식으로 재미있게 구성했으면서도 현실문제와 한국사상 한국역사에 대한 저자의 입장이 잘 드러난다.김 교수는 "학자가 된 것을 큰 보람으로 생각한다"며 "나의 자손들에게도 이 길을 권하고 싶다"고 말했다. 특히 우리사회의 가장 필요한 실천 방식으로 긍정의 힘과 현실의 객관적 상황이나 시대에 흐름에 순행할 것, 천만마디 구호나 주장보다는 한 가지의 실천이 중요하다고 적었다.이 책에는 일제강점 말기부터 최근까지 시대사적 사건에 대한 경험과 논평이 총망라돼 있다. 초등학생으로 창씨개명을 겪은 일부터 8·15해방과 6·25전쟁을 거쳐 청년기 4·19혁명과 5·16쿠데타를 겪으면서 현실비판적 지식인으로 변모했던 과정을 생생하게 그려졌다. 1971년 초 고교시절 담임교사였던 고 서정상 박사에게 귀국 인사를 갔다가 설득 당해 동산고 교감으로 부임한 인연도 소개했다.임실 출신으로 90년대 초 전북일보 논설위원을 지낸 그는 한국정치, 정보학회회장으로 활동중이며 저서로는 「현대 정치학」, 「조선의 인물 뒤집어 보기」, 「한국사상의 맥」, 「호남의 한」 등 다수가 있다.

  • 주말
  • 황주연
  • 2010.11.19 23:02

[책의 향기] 우석훈 저 '88만원세대', '혁명은 이렇게 조용히'

본문에서 말한대로, 「88만원세대 - 절망의 시대에 쓰는 희망의 경제학」(레디앙·2007)은 이 땅의 부모, 선생들이 같이 읽어보았으면 한다. 이들은 IMF 경제위기 이후의 10년 동안의 급격하게 격화되고 있는 '세대간 불균형' 문제를 외국의 변화들과 비교하며, 세대간 불균형이 지금 우리나라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임을 환기시킨다. '88만원 세대'는 20대의 95%가 비정규직 노동자가 될 것이라는 예측 아래 비정규직 평균임금 119만원에 20대 급여의 평균비율 74%를 곱한 수치라고 한다. 승자가 모든 것을 가져가는 승자독식게임의 현장을, 정확한 통계와 다양한 경제이론을 가지고 비판한다.이어, 우석훈은 「혁명은 이렇게 조용히」(레디앙·2009)을 펴냈다. 이 책은 「88만원 세대」의 후속 편이다. 저자가 2008년 연세대에서 진행한 문화인류학 수업과 성공회대에서 '환경과 사회'의 수업을 진행하면서 학생들과 주고받은 얘기들이 토대가 되었다. '운동권'은 아니지만, 이건 아니라는 정도의 문제의식은 있는 조금은 순한 학생들과 함께, 88만원 세대들이 자신들을 그런 구조 속에 몰아넣고 가둔 현실에 대응하지 못하는 까닭을 짚어보고 이런 사회 구조에 넘어서기 위해 해야 할 일, 할 수 있는 일을 보여준다.

  • 주말
  • 이화정
  • 2010.11.12 2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