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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 김경희 칼럼집「매화 눈트는 이 아침에」

"한 편의 글을 읽고 나면 최소한 차 한 잔을 마시고 난 뒤의 개운함과 맑아짐이 있어야 합니다. 산사에서 정성껏 우려낸 수제 차는 못 따라가더라도 최소한 자판기 커피 맛은 벗어나야겠지요. 글방 앞에 보초를 세우고 온 힘 다해 쓰고 싶었습니다."문학인(文學人) 김경희(63)씨가 펴낸 칼럼집 「매화 눈트는 이 아침에」(신아출판사)는 '차렷' 자세로 살아온 삶에 대한 성찰서다. 롤러코스터 같은 인생이지만, 엄숙 단정한 정신력은 묵언수행하는 삶을 지향하도록 했다. '어머니와 김장문화'를 통해 36년간 부모님과 동고동락하면서 어머니와 아내 사이에서 상승과 하강을 오가는 감정을 발효시켜 곰삭은 글을 내놓았다. 삶은 곧 발효문화라는 속깊은 성찰로 이어졌다.'우리는 이 땅의 영원한 비정규직'에서는 1960년대 '조건부 공직자(비정규직)'로 근무하던 그가 나온다. 매달 월급날만 돌아오면 가끔 속이 상했던 그는 열심히 노력해도, 착하고 근면해도 안되는 비정규직의 설움을 느껴야 했다고 적었다. 이 지구상에 영원한 정규직은 단 한 명도 없다는 그의 일침은 88만원 세대의 안타까운 몸부림을 가만히 다독인다.호락호락하지 않는 세상을 향해 붓대가 꼿꼿해지는 순간도 많다. 대한민국 미술대전이 뒷돈을 받고 '뇌물대전'으로 얼룩진 2007년. 그는 '그림값과 사람값'을 통해 '살아서 더러울 것인가 죽어서 아름다울 것인가, 세속에 능할 것인가?'라고 날카롭게 지적하면서 '가슴 뛰는 권리'를 주고 갈 작가의 맑은 혼을 그리워하기도 했다.시대와 불화해야 한다는 뜻도 곁에 둔 것을 보면, 세상살이가 더러 마음 같지 않아도 매화꽃의 기품으로 살자는 그의 속뜻에 다름 아니다.순창 출생인 그는 국제펜클럽 전북위원회 초대 사무국장을 역임했으며, 대한산악연맹 전라북도 연맹 고문, 한국문인협회 전라북도지회 부회장을 맡고 있으며, 덕진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과 전라북도교육문화회관 시·수필창작반 강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 주말
  • 이화정
  • 2010.03.26 23:02

[책의 향기] 김용택 시인의 못다한 학교, 그리고 詩 이야기

"얼마전에 내가 진짜 이뻐했던 대길이를 전주 결혼식장에서 만난 거야. 너무 반가워서, "대길아~"하고 뛰어갔는데, 아, 이 놈은 "안녕하세요"하고는 그냥 지나가버리는 거야. 내가 아이스크림도 사주고 업고 다니고 장난도 잘 치고 그랬는데…. 원래 2학년 애들이 금방 잊어버린다는 건 알고 있었어도, 겁나게 서운해서 눈물까지 글썽였다니까.""아이들 앞에 아름다운 삶을 보여주는 선생님이고 싶다"는 김용택 시인(62). 그러나 가끔은 선생님들도 아이들에게 상처를 받을 때가 있다.1970년 5월 1일, 그는 처음 교단에 섰다. 그 때는 아이들을 가르친다는 것이 두려웠다. 한 5년쯤 지나서야 교사라는 게 어떤 것인지, 교육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알 수 있었다.2008년 8월 30일, 그는 교단을 떠났다. 1학년부터 6학년까지 날짜를 잡아 교실로 불러 마지막 수업을 했다. 사람을 중요하게 생각해라. 자연을 소중하게 생각해라. 아이들은 아직 잘 모르겠지만, 어른으로서 당부하고 싶은 말들이었다.최근 펴낸 「아이들이 뛰노는 땅에 엎드려 입맞추다」(문학동네)는 마지막 수업에서도 하지 못한, 시인의 학교 이야기를 담은 것이다."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보면 재밌어요. 그걸 바라보며 그 때 그 때 생각나는 것들을 조금씩 메모해 놨었죠. 학교를 나와 정리하려고 보니 한참 지나와 버렸다는 생각에 멀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내 생을 다 보낸 그 세상 그 세월을 잊어버릴 수가 있겠습니까."세상이 변한 만큼, 학교도 변했다. 생각하면, 가만가만 눈물이 고여온다.시인은 38년의 시간 중 26년을 2학년만 가르쳤다. 계산이 없는 순수한 나이라고 생각했고, 무엇보다 마음이 통했다. 2학년이야 말로 손에 무엇인가를 쥐어주지 않아도 뛰어놀 땅만 있으면 즐겁고 행복해 하는 나이였다. 2학년과 놀며 시인은 세상을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는 법을 배울 수 있었다."그러다 문득, 예순살이 넘어서도 아이들 앞에 서면 내가 너무 낡은 인간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요즘은 자유로워요. 그동안 썼던 섬진강 이야기를 6∼7권 정도로 다시 정리하고 있고, 얼마전에는 지리산에도 다녀왔습니다. 이창동 감독과 영화도 찍었는데, 윤정희씨한테 시를 가르치는 '김용탁 시인'으로 나옵니다."젊은 시인들 시도 많이 읽었다. 그들은 더이상 김소월도, 김수영도, 신동엽도, 서정주도, 황지우도 아니었다. "아직도 젖을 물고 징징거리는 문학적 가난이 싫다"는 시인은 "시대적인 사명을 다한 식은 말들을 붙잡고 더이상 사정하지" 않는, '자전거를 타고 두 손을 놓아버린 손'의 자유를 느꼈다.그래서 「시가 내게로 왔다 3」(마음산책)를 엮었다. 출판사의 요청이나 오랜 계획에 의해 묶어낸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시인의 가슴을 벅차게 만든, 시인에게 온 시들이다."모아진 시들을 다 읽고 나서 세상을 둘러보니 마치 딴 세상에 와있는 것 같았습니다. 세상이 얼마나 달라져 있는지, 답답한 굴속을 막 빠져나온 후련함을 맛보았지요. 그동안 우리 시가, 우리가 어디에 와 있는지도 모르고 쉽게도 젊은 시인들을 외면해 왔던 것 같아요."70∼80년대가 보수(保守)가 된 거다. 시대는 변했는데, 사람들은 아직도 20세기 후반에서 서성거리고 있다.이제 시인도 새로운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새로운 글이란 더 치열하게 시대의 문제의 핵심에 다가서는 것. 그는 "올해까지만 옛날에 머물러 있겠다"고 했다. 더 사나운 글을 위해 좀더 생각이 깊어지기 위한 시간이다.

  • 주말
  • 도휘정
  • 2010.03.26 23:02

[책의 향기] 왜 일하는가 등

▲왜 일하는가이나모리 가즈오저/ 서돌/ 1만 3,000원"당신은 왜 일하는가?"일본에서 가장 존경받는 3대 기업가 중 한명인 이나모리 가즈오. 27세 때 맨손으로 사업에 뛰어들어 세계적인 전자 부품 기업인 교세라와 통신회사 KDDI를 만들어 낸 장본인이다. 그가 써 낸 이 책은 회사를 키우고 직원들의 능력을 높여주는 방법과, 잘 되는 회사의 비결을 다뤘다. 우리가 그동안 잊고 있었던 '일'에 대한 의문과 근본적인 해답을 제시하고 있는 것. 그가 남긴 수많은 경영 신화를 통해 그가 세계적인 CEO가 될 수 있었던 비결을 풀어내고 일 잘하는 사람이 되기위한 방법을 소개한다.▲ 세속적 영화, 세속적 비평허문영 저/ 강/ 2만원영화평론가인 저자가 만든 첫 번째 영화평론집이다. 영화 잡지의 편집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저자가 1998년부터 써온 영화평론을 모은 것. 한국 영화에 대한 비평을 첫 머리에 싣고, 홍상수, 이창동, 봉준호, 박찬욱 등 한국 감독들로 시작해 에드워드 양, 클린트 이스트우드 등의 외국 감독들의 이야기도 빠뜨리지 않았다. 우리 영화사에 남은 영화들을 읽으면서 저자와 영화가 나누는 지혜로운 우정의 대화를 엿들을 수 있을 것. 영화를 사랑하지는 저자만의 방식을 통해 독자들을 올바른 비평의 자리로 인도한다.▲ 그 많던 쌀과 옥수수는 모두 어디로 갔는가월든 벨로 저/ 더숲/ 1만 4,900원세계은행과 IMF, WTO의 후원 아래 자유무역과 연계된 구조조정 정책을 추진해 왔다. 구조조정의 핵심 분야는 바로 농업. 저자는 다양한 자료와 논문, 문헌을 바탕으로 전 세계를 식량위기로 몰아넣은 것이 바로 이 구조조정 프로그램이라고 말한다. 최초로 옥수수를 재배했던 멕시코와 쌀 자급국가였던 필리핀이 수입에 의존하게 된 것도 그 이유. 세계적인 석학이자 탈세계화 운동의 지도자인 저자는 자유시장 정책의 본질을 파악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하고자 했다. 이제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닌 식량위기의 위험을 간접적으로나마 먼저 느껴보자.

  • 주말
  • 이지연
  • 2010.03.26 23:02

[책의 향기] 나혜경 시인 두번째 시집 '담쟁이덩굴의 독법'

특수학교에서 아이들과 함께 지내고 있는 나혜경 시인(46)은 "더불어 평화로운 세상을 꿈꾸는 시를 쓰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그런지 그의 시는 부족한 곳, 허전한 곳, 쓸쓸한 곳, 아픈 곳을 향한다.시인의 두번째 시집 「담쟁이덩굴의 독법」(고요아침) 역시 모든 관심이 높은 곳을 지향할 때 낮은 곳에서, 모자라기 때문에 오히려 더 넉넉한 것들에 대한 시다.'팔랑팔랑 날아온 아이, 양 다리가 그랗게 휘었구나 / 쿵덕쿵덕 방아 찧는 아이, 왼발이 오른발보다 조금 짧구나 / 묵묵부답 답답한 아이, 들리지 않는구나 / 코 묻은 얼굴로 날 뜨겁게 껴안는 아이, 미안한 줄 모르는구나 / 비 오는 날 우선 접고 진흙땅을 가로질러 가는 아이, 낭만주의자구나 // 온전하여 앞 뒤 가리느라 / 낭만 한 번 부려 보지 못한 나는 불쌍타' ('아름다운 불구' 중에서)'요'를 잘라먹는 특수학교 아이들. 그러나 그는 "글자 한 자 사이만큼 가까이 당겨지니 더 잘 들여다 볼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아이들과 긴밀하게 호흡하고 있는 시인은 그 곳에서 시를 길어올린다.쉽게 읽히는 듯 하지만 한 편의 수필, 한 편의 소설로도 풀어내지 못할 깊은 이야기를 품고 있다. 오래 들여다 볼 수록 내 삶을 위로하는 것 같아 눈물이 난다.김제가 고향인 시인은 1992년 '문예한국'을 통해 문단에 나왔다.

  • 주말
  • 도휘정
  • 2010.03.19 23:02

[책의 향기] 김자연씨 첫 동시집 '감기 걸린 하늘'

심심할 때, 기운이 없을 때, 마음이 슬퍼질 때, 그는 동시를 읽는다. 그에게 동시는 편안한 친구이고 재미있는 놀이이고 언제 바라다 보아도 기분 좋은 푸른 숲이기 때문이다.동화로 아이들을 만나왔던 아동문학가 김자연씨(50)가 동시집 「감기 걸린 하늘」(청개구리)을 펴냈다.동시집은 처음. 그는 "'무작정 그대가 좋아요'란 노래 가사처럼 나에게는 동시와 동화가 그렇다"며 "동시가 좋아, 동시 쓰는 것이 좋아 어느 때부터인가 그냥 동시를 읽고 썼다"고 했다."아이들 이야기가 담긴 쉽고 재미있는 동시가 좋아요. 가방 속에 동시집 한두 권을 넣고 다니며 늘 땅콩 까먹듯 짬짬이 까먹었습니다. 그동안 읽었던 좋은 동시들이 내 동시의 스승인 셈이지요."그는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바라본 자연과 사물에서 동심을 발견해 낸다. 공부와 성적, 학원에 시달리는 모습이 안타까워 아이들이 자연과 친구가 되어 몸과 마음이 건강하게 자라기를 바란다.'가만히 있어도 / 땅이 푹푹 꺼진다. // 가만히 있어도 / 방이 푹푹 꺼진다. // 가만히 있어도 / 마음이 푹푹 꺼진다. / 숙제가 많은 날은' ('숙제가 많은 날' 중에서)'영어학원 갔다 수학학원으로 / 수학학원 갔다 미술학원으로 / 미술학원으로 갔다 음악학원으로 도는 / 나는 팽이다.' ('나는 팽이다' 중에서)엄마의 사랑에 관한 시도 인상적이다. '밥을 먹었는데 / 배가 부르지 않다. // 배는 볼록한데 / 여전히 배가 고프다.' ('엄마 없는 날' 전문)벌레를 탁 손으로 잡는 엄마가 아프다는 내 말에는 쩔쩔대는 모습을 그린 '우리 엄마'도 아이들 손에 쥐어주고 싶은 시다.학생 수가 줄어들어 문을 닫게 된 학교의 모습과 이용하는 사람이 점차 줄어들고 있는 우체통 등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연민의 눈도 우리 아이들이 간직하고 살았으면 하는 것이다."요즘 아이들의 안타까운 일상과 고민, 자연에 대한 경이로움을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이번 동시집을 징검다리 삼아 동시와 아이들에게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어요."그러나 첫번째 시 '왕버들 나무'부터 어른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한 편 한 편 미소 짓게 하거나 코 끝을 찡하게 만드는 예쁜 시들. 어느새 한 권을 다 읽고 나면 오염에 찌든 회색빛 도시도 초록빛으로 깨끗해 지는 느낌이다.김씨는 김제에서 태어나 전주에서 자랐다. 1985년 「아동문학평론」에 동화 '단추의 물음표 새들'이, 2000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동시 '까치네 학교'가 당선됐다.

  • 주말
  • 도휘정
  • 2010.03.19 23:02

[책의 향기] 셀링사이언스 등

▲ 셀링사이언스도로시 넬킨 저/ 궁리/ 1만 5,000원미국의 과학보도를 분석한 책. '유전자 변형 식품을 먹어도 될까?' ' 신종플루 백신을 맞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 등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만나는 과학기술과 관련된 진실을 파헤친다. 저자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과학 정보 보다는 신문이나 방송 같은 언론매체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것에 주시한 것. 과연 언론이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지 분석하고, 언론이 과학 뉴스 형성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도 살피고 있다. 언론의 특징과 과학 뉴스를 결부시켜 만든 예리한 분석이 돋보인다. 뉴스거리를 는 과학기술 보도를 다양한 사례를 통해 설명하고 있다.▲ 즐거운 자전거 생활히키타 사토시 저/ 푸른길/ 1만 4,000원도쿄에 살고 있는 저자 히키타 사토시. 그는 왕복 24km 정도의 거리를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평범한 샐러리맨이다. 이 책은 자신의 자전거에 대한 직접적인 경험부터 유럽의 자전거 문화 등 폭 넓은 자전거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자전거를 고르는 법, 자전거 정비, 자전거 사회의 현재와 미래 등 삶을 풍요롭게 바꿔주는 자전거 생활을 위한 정보가 실려 있는 것. 자전거 기초에 대해 이해하기 쉽게 설명 돼 있으며 이제 자전거를 시작하려는 초보자들도 친근하게 다가가고 있다. 우리보다 발달해 있는 일본의 자전거 문화를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 폭력사회볼프강 조프스키 저/ 푸른숲/ 1만 5,000원폭력은 인간 사회를 어떻게 움직이고 있을까?이 책은 폭력이 인간과 사회, 그리고 문화와 어떻게 관계를 맺으며 서로를 움직이는지 설명하고 있다. 총 4장으로 구성해 폭력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과 폭력의 산물을 고찰하는 것. 인간과 폭력이 불가분한 관계임을 설명하고 폭력은 엔터테인먼트로 소비는 예를 들며 폭력이 주는 쾌감을 해부한다. 폭력에 대해 역사학적 접근으로 본질을 파헤치려했으며 단순한 악과 선의 구분이 아닌 인간과의 관계에서 폭력을 보여주고자 했다. 폭력의 현상적인 대응이 아닌 그 본질과 속성을 깊게 이해하는 기회가 될 것.

  • 주말
  • 이지연
  • 2010.03.19 23:02

[책의 향기] 치매 어머니 세상밖 안내 체험기

"이 책은 어머니가 쓴 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연재 마감은 촉박하고 글은 잘 쓰여지지 않아 머리를 싸매고 끙끙댈 때, 곁에서 내 일거리를 잔뜩 만들어 내면서 결과적으로 글의 소재와 줄거리를 제공해 주신 게 셀 수 없이 많았습니다. 어머니가 하시는 말씀을 그대로 받아 적기만 해도 되는 때가 많았어요."치매를 앓고 있는 어머니를 모시며 "어머니, 어머니 인생 말년을 함께 할 수 있도록 저를 초대해 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는 아들.치매 어머니와 함께 한 자연치유의 기록을 「똥꽃」으로 피워냈던 전희식씨(52)가 이번에는 「엄마하고 나하고」(한국농어민신문)을 펴냈다. 역시 그의 어머니 김정임씨(88)가 공동저자다.어머니와 함께 한 시간들을 두번째 책으로 펴내며, 그는 "젊을 때나 늙었을 때나 마찬가지인 것은 어머니의 자식걱정"이라고 말한다."어머니랑 살기 시작하면서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과 얘기를 나누고 싶어 인터넷 카페를 뒤진 적이 있습니다. 몸 불편한 부모를 모시고 사는 사람들이 어딘가 있지 않을까 하고 '부모' 등의 열쇠말로 검색을 했는데, 부모 모시는 자식들은 없고 온통 자식 모시는 부모들 뿐이더군요."무슨 학교, 무슨 학부모 모임에서부터 몇 학년 몇 반 학부모 모임, 좋은 부모 되기 모임까지…. 아무리 뒤져도 '부모 모시는 자식' 카페가 없어 '부모를 모시는 사람들-자식 키우기 반만이라도'라는 카페를 만들었다. 그는 좋은 부모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자식이 먼저 되자고 권한다."치매 어머니와의 개인 생활을 축으로 하면서도 이를 충분히 농촌문제나 노령화 문제, 가족해체 문제로 끌어올리지 못해 아쉽습니다. 우리 사회와 가정이 부모를 집에서 모시고 살 수 있도록 바뀌었으면 좋겠습니다."그는 "급속한 고령화를 겪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 병든 노인은 노골적인 돈벌이 대상이 되고 있다"며 사회가 노인들에게 저지르는 무례와 무시를 지적했다.「똥꽃」이 치매에 걸린 어머니와의 시골살이를 통해 치매에 대한 편견과 공포를 근본적으로 되짚어 주고 있다면, 「엄마하고 나하고」는 치매 어머니를 다시 세상 밖으로 끌어낸 그만의 '치매 어머니 모시는 방법'이 구체적으로 제시돼 있다. 치매 노인의 엉뚱한 요구나 주장에 최고의 대응법인 '앞장서서 방향 돌이기', 현실의식과 잠재의식의 구획선이 분명하지 않은 치매 노인들을 위한 '꿈길 따라잡기', 어머니의 기분이 뒤틀려있거나 뭔가에 시달려 평온이 깨져있을 때 모성을 자극하는 '모성 되살리기' 등이다.「엄마하고 나하고」의 두 저자는 13일 오후 2시 장수군 장계문예복지관에서 열리는 출판기념잔치에서 만날 수 있다.전씨는 경남 함양에서 태어났지만, 1994년 완주로 귀농했다. 지금은 어머니와 덕유산 기슭에서 살며, 전국귀농운동본부 이사와 무주푸른꿈고등학교 철학선생님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 주말
  • 도휘정
  • 2010.03.12 23:02

[책의 향기] 기성사회 향한 '하이킥'…풋풋한 호기심의 '감성'

초록으로 가는 연두이거나 톡톡 튀는 빨강.박성우 시인이 출간한 청소년 시집 「난 빨강」(창비)은 오감이 예민해지고, 감정기복이 심한 청소년기를 풋풋한 연두와 발랄한 빨강으로 요약한다.'성적이 이게 뭐냐?','복장이 이게 뭐냐?'고 다그치는 어른들을 향한 하이킥은 빨강에 가깝고, 버스에서 만난 여고생 누나 앞에서 머릿속이 하얘지는 마음은 연두에 가깝다. 교훈적이거나 훈계적인 시를 탈피하고,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바라본 속 깊은 이야기. 동시집과 어른들 시집만 읽어야만 하는 청소년들의 공백기를 채워주고 싶었다는 그는 시를 쓰면서 알 수 없는 의무감을 느꼈다고 했다. "아직 많은 것들이 지나간 어른이 아니니까 너무 철들지도 말라"고 다독이고 싶었다고도 적었다.10대에 나타나는 몸의 변화, 이성에 대한 끌림에 대한 예민한 촉수가 반갑다. 청소년 시에서 금기시되다시피했던 성적 호기심을 꾸밈없이 담기 위한 작가의 고민이 엿보인다."성에 대한 호기심을 시로 다루지 않는 것에 대한 답답함이 있었어요. 동네에서 만나고, 문예교사로 인연을 맺었던 아이들 이야기도 있고, 청소년 상담자와 교사들의 이야기도 참고했습니다. 책상 앞에서 머리 굴리기 보다 청소년을 직접 만나는 데 힘을 쏟았는데, 솔직한 이야기를 듣긴 정말 힘들더라구요. "시인이 아이들 눈으로 본 입시 지옥은 악몽에 가까웠다. 하지만 그는 서울대 간 동네 오빠 이야기를 입에 달고 사는 엄마가 미워 일부러 시험을 망치고 싶었다는('서울대') 솔직한 마음과 기말고사 보려고 학교에 갔더니 고릴라가 교실을 비스킷처럼 끓여먹고 있다는('신나는 악몽') 유쾌한 상상력을 재밌게 버무렸다.발랑 까지고 싶게 하는, 누가 뭐라든 신경 쓰지 않고 튀는 빨강이 참 좋을 나이. 하지만 시인은 그들을 턱없이 눈부시게만 바라보는 상투적인 시선에 반기를 든다. 학창 시절 견뎌내야 할 지난한 몸부림은 물고기의 필사적인 몸부림과 오버랩된다. 황량한 내면의 몸부림을 말조개로 형상화시켰고, 경매로 넘어간 정든 집을 떠나는 날을 절제된 목소리로 들려주면서 청소년들의 내면을 그만의 서정성으로 풀어낸 시로 완성도를 높였다.앞으로 다른 작가들도 청소년 시를 쓰게 됐으면 좋겠다는 그는 아이들의 더 많은 고민과 생각을 귀담아 청소년 시를 쓰고 싶다고 덧붙였다.

  • 주말
  • 이화정
  • 2010.03.12 23:02

[책의 향기] 인간적이다 등

▲ 인간적이다성석제 저/ 하늘연못/ 1만원이 소설은 우리 시대의 이야기꾼 성석제가 2년여 만에 펴낸 책이다. 작가 특유의 입담과 재치 넘치는 이야기 49편이 실려 있어 다양한 화자들을 만날 수 있다. 밤송이의 가시를 세는 사냥꾼, 그 누구도 경험해보지 못한 담뱃값을 깎은 사나이, 곰과 대면했을 때의 긴급 대처 법 등 익살, 반적, 풍자와 독특한 웃음이 가득 담긴 이야기들. 재미있고 독특하며 흥미진진한 세상으로 초대하는 그의 짧은 이야기들이 유쾌한 웃음을 선사할 것이다. 짧은 이야기 안에서 긴 여운을 느낄 수 있을 것.▲ STAY(스테이)김영하 외/ 갤리온/ 1만 2,000원세계 곳곳의 11명 작가들이 자기 삶의 배경인 도시에 대해 쓴 라이프로그. 자신의 삶과 가장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애증의 공간, 도시를 배경으로 써낸 이야기다. 작가 고유의 경험과 관점에 비추어 본 도시를 만날 수 있으며 작가들의 내밀한 고백을 들을 수 있는 기회. 우리의 21세기적 삶의 공간인 대도시와 그곳에 머물 수밖에 없는 사람들의 모습이 담겨있다. 작가의 눈을 통해 보는 거대 도시와 그 속에 사는 사람들에 대한 모습은 도시민의 진실을 발견하게 해 줄 것.▲ 16세기 문화혁명야마모토 요시타카/ 동아시아/ 3만 6,000원15세기 르네상스와 17세기 과학혁명 사이에 계곡처럼 존재하는 16세기. '이름 없는 세기'라 고도 불리는 16세기에는 어떤 일들이 있었을까?이 책은 세계 문화사의 공백기로 여겨졌던 16세기를 과학사적인 의미에서 새롭게 평가하고 있다. 15세기와 17세기가 소수 엘리트 계층이 지식을 독점했다면 16세기는 수공업 기술자나 장인들이 변혁의 토대를 마련했다고 주장하는 것. 이들이 있었기에 17세기의 과학혁명이 가능했다는 것이다. 혁명의 토대를 마련했지만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던 기술자들과 장인들의 삶과 업적을 풍부한 도판과 사례, 자료 제시를 통해 생생하게 그려낸다.

  • 주말
  • 이지연
  • 2010.03.12 23:02

[책의 향기] 음악 또라이들 등

▲ 음악 또라이들박준희 저/ 국일미디어/ 1만 3,000원아홉 명의 천재 뮤지션들이 전하는 솔직담백한 이야기. 이 책은 음악에 인생 모든 것을 건 김태원, 윤일상, 박미경, 조PD, 신대철, 말로, 전제덕, 현진영, 남경주 아홉 명의 뮤지션 이야기를 담았다. 그들의 독특한 개성, 남다른 감각을 '또라이 정신'이라 부르며 음악에 빠져 사는 이들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들려주는 것. 남다른 기질을 보였던 어린 시절 이야기부터 와전되고 전해진 소문과 그 진신들, 또한 대중을 사로잡고 공감시키는 음악의 원천 등 유명 음악인들의 사는 이야기부터 음악적 견해까지 만날 수 있다.▲ 물의 자연사앨리스 아웃워터 저/ 예진/ 1만 3,800원이 책은 MIT 환경공학자인 저자 앨리스 아웃워터가 전하는 물과 땅, 생물 사이의 놀라운 공존 이야기다. 숲과 습지, 생물들이 어떻게 물을 깨끗하게 만들며 거대 농업은 지하수를 어떻게 고갈시키는지 물과 관련된 질문에 답을 제시한다. 또한 인간의 눈에는 쓸모없거나 비효율적으로 보이는 습지나 강가 모래가 어떻게 물을 깨끗이 하고 지하수를 풍부하게 만드는지도 설명하고 있다. 자연이 만들어낸 시스템을 무시한 인간의 인위적인 개입이 물을 오염시키고 있음을 짚어내고 실패 사례들의 분석하여 해답을 제시한다.▲ 나는 노비로소이다임상혁 저/ 너머북스/ 1만 5,000원선조 19년인 1586년, 전라도 나주 관아에 노비소송이 벌어진다. 여든 살 노파 다물사리가 특이하게도 자신을 노비라고 주장하는 것.이 책은 이러한 법정 투쟁기를 통해 조선시대의 사법 풍경을 살피고 있다. 당시 송관이었던 김성일의 종택에 묻혀 있던 고문서를 바탕으로 소송의 전모에 대한 논점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원고와 피고가 구술 또는 문서로 자신의 주장을 내새우던 조선시대 송사가 사실성 있게 실렸으며 실제 모습을 구체적으로 그리고 있어 오늘 날의 재판과 비교해 볼 수 있다.

  • 주말
  • 이지연
  • 2010.03.05 23:02

[책의 향기] 김정수 전주대교수 희곡집 '땅과 새'…'독백'등 5편 수록

전북에 연극이 뿌리내리 수 있도록 한 박동화 선생을 연구하고 해석한 <독백>, 사상시비가 늘 따랐던 극작가 함세덕을 통해 예술과 정치가 그 궤를 어떻게 함께 하고 있는 지를 고민한 <꿈꾸는 나라>, 허균이 「홍길동전」을 쓰는 과정에서의 갈등을 그린 <땅과 새>….2000년대 전북 연극사에 있어 잊혀지지 않을 공연으로 남은 이들 작품은 모두 극작가 김정수의 작품이다. 그가 쓴 모든 작품에 일일이 돋보기를 들이댈 수는 없지만, 세 작품이 그러하듯 그의 작품은 결코 가벼운 법이 없으며 진중함을 잃지 않는다.90년대 초부터 극작과 연출, 연극평론 등의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해 온 김정수 전주대 공연엔터테인먼트학과 교수(50)가 희곡집 「땅과 새」(연극과인간)를 펴냈다.대본 읽기는 관극의 일회성을 배반한다. 덕분에 인과관계를 천천히 따져볼 여유가 있어 뜻밖의 즐거움이나 빈 구석을 발견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순간적으로 지나가는 공연에서 막연히 이미지만으로 간직하고 있던 것을 작가의 사상에 비추어 되새겨 볼 수 있다.그의 희곡집도 마찬가지. <독백> <꿈꾸는 나라> <땅과 새> <종이새> <님이시여, 사랑이시여> 등 다섯작품을 수록된 희곡집은 대부분 역사적 인물과 사건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작품해설을 한 문학평론가 정철성씨는 "이들이 꿈꾸었던 혁명 또는 변화에 어떤 이름을 붙여야 좋을 지 모르지만, 그들을 바라보는 김정수의 시선에는 실패로 말미암아 이름을 남긴 사람들에 대한 회한이 묻어있다"고 말한다. 또 "그의 시선이 철저함을 추구하기 보다는 극적 질문의 제기에 치중하는 것은 문제에 대한 자각이 대안을 제시하지 않더라도 의의를 획득할 수 있음을 전제로 한다"고도 덧붙인다.그 중 표제작인 <땅과 새>는 홍길동을 직접 등장시켜 허균과 이야기를 나누는 독특한 형식으로 2004년 '제22회 전국연극제'에서 금상과 희곡상을 수상하기도 했다.장면을 연결하는 힘의 일정량을 노래에 맡긴다는 것도 김정수 작품의 특징. 음악극에 대한 관심이 많아 <채선> <춘향> <쌍백합 요한누갈다> <서동과 선화공주> <논개> <심청> <흥부와 놀부> 등 창작오페라 대본을 썼으며, <견훤> <그리운 논개> 등의 창극과 <러브 앤 게이트> <님이시여, 사랑이시여>와 같은 뮤지컬 대본을 쓰기도 했다. 2009년부터 전주세계소리축제 예술감독을 맡고 있다.

  • 주말
  • 도휘정
  • 2010.03.05 23:02

[책의 향기] 소동호 전북대교수 시집 '흐느끼는 카츄샤'

"그렇게 연약한 풀잎 같은 가슴에 뜨거운 정열을 품고서도 쓸쓸히 숙명의 길을 가야 하는 것이 한 여인의 일생…. 카추샤는 약하면서도 강한 여자의 마음을 상징합니다."시집 「흐느끼는 카추샤」(에세이)를 펴낸 소동호 전북대 사범대학 교수(64). 그러나 그는 "비단 여성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행로를 모르며 이미 주어진 대로 삶을 길을 가고 있는 사람 모두가 카추샤의 길인 것 같다"고 말한다."우리가 무엇을 찾는지, 어디로 가고 있는지 라는 물음을 스스로에게 던져봤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생각으로 이번에는 카추샤의 노래로 서정의 문을 열어 보고 싶습니다."여성의 삶, 그리고 그리움으로 남아있는 그의 기억들. 시집의 전반적인 정서를 이루고 있는 두 축은 사람의 이야기로 확대되며, 때로는 우회적이고 때로는 직선적으로 다시 인생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던진다. 아름다운 시어들을 엮어낸 서정적 표현과 회화적 표현이 녹아있는 시집은 시대묘사에 탁월한 작가의 예지와 혜안으로 더욱 빛을 발한다.남원 출생인 그는 1963년 '전라예술제'에 시 '간이역'이 당선된 것을 시작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2009년 「한맥문학」 「문학세계」에 소설과 수필이 당선됐으며, 「문학세계」 선정 '2009년을 빛낼 한국의 대표작가'에 들기도 했다.

  • 주말
  • 도휘정
  • 2010.03.05 23:02

[책의 향기] 오항녕 수유너머구로 연구원 '조선의 힘' 출간

'진실은 불편한 것이다.'오항녕 수유너머구로 연구원(49)은 정작 불편한 것은 편견이라고 말한다. 그가 출간한 「조선의 힘」(역사와 비평사)은 당파싸움이나 사대주의로 점철된 역사가 아니라, 500년 역사를 지속한 조선의 역동성에 중심을 둔다. '식민주의'와 이를 극복하려는 역사학계의 노력인 '근대주의'를 '범식민주의'로 간주하고, 이것의 폭력성을 분석해 조선 문명의 저력을 찾았다."'근대주의'는 일제 식민사관의 토양이었습니다. 광복 이후 역사학계는 식민사관 극복을 기치로 내걸고, '근대주의'에 빠져 실패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근대주의'를 다시 '근대주의'(식민주의)로 극복할 수 없는 것 아닙니까? 식민사관을 극복하려던 선배 학자들의 치열한 노력을 알지만, 나는 담론이 식민사관에 갇혀 있다고 말할 뿐입니다. 그 틀을 깨면, 그간의 성과가 훨씬 더 선명하고 왜곡없이 드러나리라고 믿습니다."그는 문치주의의 핵심인 경연, 혁신하는 시스템인 대동법, 사관들이 남긴 「조선왕조실록」 등을 통해 조선의 명암을 조명했다.대동법은 공물을 현물이 아닌 쌀로 걷고 호(戶)가 아닌 논밭에 세금을 부여하는 제도다. 그는 대동법이 200년에 걸쳐 이루어진 것은 백성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방법을 찾고 이해관계를 조정했기 때문이라며 경제주의적 환원론으로만 판단했다면, 이와같은 혁신을 가져오지 못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이어 그는 광해군의 부활을 어떤 혹세무민으로 단언하고, 실용주의와 중립외교로 해석되는 데 반기를 들었다. 광해군 정권 내내 왕권 과시를 위한 창덕궁, 창경궁, 경운궁(덕수궁), 경덕궁(경회궁), 인경궁, 자수궁 신축이 계속됐다며 이는 빈민 구제가 아니라 오히려 빈민화를 부추기는 결과라고 지적했다. 대명관계에 있어서도 명분보다는 실리를 선택했다고 평가 받았으나, 대동법 실패, 궁궐 건설, 정치세력의 고립 등 내치(內治)의 혼란 때문에 대외관계에서 운신의 폭이 좁았던 것이라고 적었다. 이는 실용주의를 자처하는 현 정권에서도 주의해야 할 대목이며, 실리 없는 명분은 공허하고, 명분 없는 실리는 맹목이라고도 했다.또한, 실록 없이는 조선 문명을 생각할 수 없듯 현 정권에서 소홀히 되고 있는 국가기록에 대한 감수성을 살려야 한다며 행정 수행과정에서 생산한 문서는 등록을 하고, 시스템에 의해 관리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사람들은 시간과의 경쟁, 미래를 위한 현재의 희생이 우리의 삶을 조금도 윤택하거나 평온하게 해주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조선시대는 앞으로 선택 가능한 오래된 미래 중 하나가 될 겁니다."충남 천안 출생인 그는 고려대학교 한국사학과 대학원을 졸업, 태동고전연구소(지곡서당)와 국사편찬위원회 국내사료 연수과정을 수료했으며, 한국고전문화연구원, 충북우암연구소에서 학인들과 만나면서 읽고 쓰고 있다. 앞으로는 실록과 조선시대 사상사에 관한 책도 출간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 주말
  • 이화정
  • 2010.03.05 23:02

[책의 향기] 우석대출판부 폴란드 전투조종사 자서전 '생존과 투쟁' 펴내

"운명이란 참으로 묘한 것이어서 우리가 생각지도 않은 방향으로 사람들의 인생을 엮어 나간다. 나의 인생이 형들과 다를 것이라고 그 누가 생각이나 했단 말인가."폴란드 전투기 조종사로서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후 반세기 넘게 이산(離散)의 삶을 살아온 프란치셰크 코르니츠키(95). 그의 자서전 「생존과 투쟁」 한국어판이 우석대학교 출판부에서 나왔다.폴란드의 작은 시골마을에서 농장 마부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우연히 덴블린의 공군학교에 입학하면서 광기에 찬 2차 세계대전에 휩싸인다. 매일매일 삶과 죽음의 사이를 날아야 하는 전투기 조종사로 살아야 했던 날들. 그러나 냉전의 희생양이 되어버린 조국의 현실을 바라보며 그는 영국에서의 삶을 택한다.「생존과 투쟁」은 요란스럽게 전쟁의 참상과 상흔을 그려내지 않는다. 다만 노병의 기억 속을 거닐다 보면 자연스럽게 전쟁의 참화를 경험하게 되고, 이를 통해 삶이란 어떤 것인가 자문해 보게 된다. 폴란드의 주거형태와 전통 먹거리 등 우리에게 낯선 폴라드 문화도 만날 수 있다.「생존과 투쟁」 출판기념회는 라종일 우석대 총장과 마렉 차우카 주한 폴란드대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25일 오후 서울클럽 한라산홀에서 개최됐다.

  • 주말
  • 도휘정
  • 2010.02.26 23:02

[책의 향기] 오정민씨 첫 시집 '붙박이 별이 되어'

"글 쓰는 일을 쉼 없는 작업으로 생각하고는 있지만, 그리 쉬운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삶의 무게만큼이나 무겁고 튼실한 글이 되어야 하니까요."첫 시집 「붙박이별이 되어」(도서출판 한맘)를 펴낸 오정민씨(63·부안군 보안중 교장). 1990년 월간 「수필문학」을 통해 등단, 수필집 「다북찬 임의 향훈」을 펴내기도 했지만, 시에 대한 그리움을 떨치지 못해 2005년 「한국문예사조」로 시인의 이름을 얻었다."수필을 쓰면서도 시를 놓은 적이 없습니다. 본래 산문으로 시작한 터라 운문 형식으로 바꾸기가 어려웠지만, 10여년 동안 써놓은 것만 해도 200여편이 되더군요."그는 "시는 만들려고 하면 할수록 더 어렵게 써지기 때문에 그냥 낳는 것이라는 어떤 시인의 말을 떠올리며 낳아서 안고 다독이며 기르려는, 모성애 같은 마음으로 그동안 낳은 시편들을 주워 모았다"고 말했다."표제시의 '붙박이별'은 40년 동안 일관한 교직생활을 응축한 것이기도 합니다. 철이 바뀌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리바꿈을 하는 다른 별들을 보며 붙박이별인 북극성과 나의 처지가 비슷하다고 생각했지요."김제 출생으로 초·중·고 교사와 익산교육청 중등장학사를 지낸 그는 26일 오전 10시30분 부안 보안중학교에서 정년퇴임한다. 이날 출판기념회도 겸할 예정. 오씨는 "우주, 자연, 인생, 예술을 아우르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 주말
  • 도휘정
  • 2010.02.26 23:02

[책의 향기] 최동현 군산대교수 '판소리 길라잡이'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으로까지 선정됐다고 해서 큰 마음 먹고 한 번 들어보려고 해도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이 판소리다.'흥보'와 '흥부' 중에 어떤 것이 맞는 것인지…. '목이 좋다, 나쁘다' 하는데 도대체 '목'이 무엇인지…. 소리꾼들은 굳이 왜 산 속으로까지 들어가서 '백일공부'를 하는지…. 이것 뿐만이 아니다. 그러나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다. 판소리도 마찬가지. 최동현 군산대 교수(56)는 "판소리에 대해 알면 판소리의 진면목이 보일 것"이라며 "그러면 누구든지 판소리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매주 전북일보에 '최동현의 명창이야기'를 연재하고 있는 그는 판소리학회 회장. 이미 판소리에 대한 전문서적들을 여러권 낸 판소리 연구가다. 그런 그가 「판소리 길라잡이」(민속원)를 펴내며 "판소리를 사랑하게 만드는 중매쟁이 역할"을 자처하고 나섰다."판소리가 우리나라의 중요한 문화유산이라는 것을 모르는 이는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판소리에 대한 애정과 관심은 식어가고 있습니다. 1970년대 이후 고조되던 민족예술에 대한 열정은 찾아보기 어려워졌고, 판소리 창자들도 지원에 안주하면서 새로운 청중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은 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도 지금은 괜찮지만, 앞으로가 문제이지요."「판소리 길라잡이」는 판소리에 대해 모르거나, 아는 것이 거의 없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될 수 있으면 쉽게 쓰려고 노력했으며 각주도 달지 않고 사진을 많이 넣었다. 그 역시 '판소리 팬'으로 시작했기 때문이다. 대학 시절 박동진 명창의 '흥보가'를 듣고 반해 실력있는 소리꾼이 있다고 하면 무조건 찾아가 만나보며 평생을 판소리를 연구해 왔다. 「판소리 길라잡이」는 "언젠가는 판소리의 대중화를 위해 반드시 집필하려고 했던" 책이다."판소리에 애정이 있는 사람은 누구나 판소리에 대해 알고 싶어 합니다. 알지도 못하고 좋아할 수 있겠습니까? 그래서 우선 판소리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기본적인 사항들을 알기 쉽게 소개하는 데 중점을 두었습니다."책은 '판소리'란 말의 뜻부터 그 뿌리와 역사, 판소리 용어와 인물 등을 샅샅이 훑고 있다.앞에 있는 질문에 대한 답도 이 책에서 찾을 수 있다. 학자들은 대체로 판소리를 일컬을 때는 '흥보가'라고 하고, 소설을 일컬을 때는 '흥부전'이라고 한다. 최교수는 1964년 무형문화재 제도가 도입될 당시 '흥보가'로 지정된 것을 들며, "'흥보'나 '흥부'나 다 맞지만, 판소리를 가리킬 때는 '흥보'라고 하는 것이 낫다"고 설명한다.'목'이란 목소리 혹은 성대란 의미. 그는 "소리꾼들은 늘 생활 주변에서 아름다움을 찾고, 그것을 음악적으로 형상해 왔다"며, '방울목' '이슬털이목' '줍는 목' '펴는 목' 등도 민중들의 생활과 활동의 내용을 형상화한 것들이라고 말했다.'백일공부'는 소리꾼들이 좋은 목소리를 얻기 위해 사용하는 방법 중 하나. 100일 정도를 작정하고 깊은 산속이나 절에 들어가 밤낮으로 계속 판소리를 부르는 훈련을 하는데, 대체로 단오에 들어갔다가 추석에 나온다. 그런데 왜 하필 절이나 산으로 들어가는 것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큰 소리로 수련을 하다보면 주위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 뿐만 아니라 일상에서 벗어나 소리에만 집중하기 위해서다.그밖에도 판소리가 어디에서 왔는지, 춘향이가 기생인지 아닌지, 용왕이 앓았던 병은 무엇인지 궁금하다면, 「판소리 길라잡이」 속에 길이 있다.

  • 주말
  • 도휘정
  • 2010.02.26 23:02

[책의 향기] 고대신전 오디세이 등

▲ 고대신전 오디세이 - 성스러운 공간…숨겨진 의미를 찾다이종호 저/ 신인문사/ 2만원과학자이자 고대 문명 탐사가인 저자가 전하는 고대 신전의 이야기. 저자는 세계 곳곳에 남아있는 고대의 대표적 신전을 둘러보며 시간과 자연 속에 묻힌 인간의 모습을 말하고 있다. 크로마뇽인의 동굴벽화를 시작으로 영국, 이집트, 이스라엘 등에 남겨 진 고대 신전을 바탕으로 세계를 들여다보고 감동과 신비감을 전하고 있는 것. 또한, 고대인들의 삶 속 까지 파고들어 그들의 생각과 우주, 시간의 의미까지 찾고 있다. 사실감을 더하는 사진과 그림 자료가 풍부하게 담겨있어 독자의 이해를 도와줄 것이다.▲ 고령화 가족 - 평균 나이 49세, 그 가족이 사는 법천명관 저/ 문학동네/ 1만원희대의 이야기꾼으로 불리는 천명관의 두 번째 장편소설. 새로운 가족을 만드는데 실패하고 20여 년 만에 다시 엄마 품에 돌아온 평균 나이 49세의 삼남매 이야기다. 실패한 영화감독으로 10여 년간 충무로 한량으로 지낸 50대 남자 '나'를 중심으로 한 가족이지만 하나로 묶이지 못하는 이들의 좌충우돌 생존기. 돌아가신 아버지의 보상금을 사업하는데 써버린 형 '오함마'와 바람을 피우다 두 번째 남편에게 이혼 당한 '미연' 이 돌아오고 가족 중 멀쩡한 사람이 없음을 '나'는 탄식하는데. 그러던 어느 날 숨겨진 가족의 이야기들이 하나씩 밝혀지고 은밀한 이야기가 드러난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솔직한 가족의 의미를 찾아가는 이야기.▲ 인텔리전스 - 소득과 지능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리처드 니스벳 저/ 김영사/ 1만 5,000원지능은 타고나는 것인가, 만들어지는 것인가?이 책은 인종, 계층, 연령별 비교 사례를 통해 문화와 지능의 관계를 탐구한 문화심리 연구서. 사회심리학자이자 비교 문화 연구의 대가인 저자는 지능이 생물학적 기원을 갖는다는 기존 지능 연구들의 오류를 파헤치고 지성은 사회적으로 결정된다고 주장한다. IQ가 학업 성취나 직장에서의 성공을 결정하는지, 소득과 지능을 관계가 있는지, 동양인이 서양인보다 똑똑한지 등의 질문을 통해 기존의 편견을 뒤집고 지적 잠재력을 깨우는 환경의 힘을 탐구하고 있다. 우리 교육 시스템 뿐 아니라 사회의 역할과 책임, 사회 개선을 위한 성찰의 기회가 될 것.

  • 주말
  • 이지연
  • 2010.02.26 23:02

[책의 향기] 염시열교사 '토박이말로 여는 한국어…' 펴내

어머니가 시집올 때 가져온 완판본 「숙영낭자전」을 뜯어 벽에 바르던 철 없던 아이가 우리말을 사랑하는 교사가 됐다. 까만 눈을 반짝이는 아이들 앞에서 토박이말로 수업을 하며 살아가고 있는 염시열씨(60·전주오송초 교사). 지난해 군산대 대학원 박사학위논문으로 제출한 '한국의 전통문화를 활용한 초등학교 국어 수업 구조와 어휘에 관한 연구'를 다듬어 「토박이말로 여는 한국어 수업의 사상과 언어」(도서출판 문사철)를 펴냈다."1975년 교사로 발령을 받고나서 한 10년 동안은 별 생각 없이 교사로만 지냈던 것 같아요. 그러다 문득 3·1절 기념식을 보며 내가 우리 것으로 수업을 하고있나 반성하게 됐습니다."그는 "모든 인류가 쓸모를 위해 외국어를 배우고 있지만, 생각만큼은 모국어로 한다"며 "모국어의 어휘 수를 늘려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래어가 들어올 경우 반드시 토박이말도 만들어 놔야 한다는 것. "사고력을 높여야 새로운 문화를 꽃피울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우리 교육과정은 홍익인간이란 교육이념을 총론에서 내세우고 있지만, 각론에 들어가서는 외래적인 이론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습니다. 온통 외래어이고 들어온 이론 뿐이죠. 적어도 우리말과 글을 가르치고 배우는 국어 수업의 구조와 용어는 우리말과 우리 문화를 뿌리에 두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그는 "현재 우리는 일본식 한자로 100% 수업을 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아픈 역사를 생각할 때 우리말 수업은 자기 존재성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책은 '한국어 수업의 새길' '한국 문화를 바탕으로 한 교수-학습의 구조와 어휘' '전통문화를 활용한 교수-학습' '선인들의 글쓰기 과정과 교수-학습' '전통 문화에 기초한 교수-학습의 진전 양상' '맺음말' 등으로 구성됐다. 특히 주시경이 「국어 문법」을 펴낸 지 100돌이 되는 올해, '전통문화를 활용한 교수-학습'에 실린 '삼태극 사고 구조를 활용한 교수-학습'은 그가 가장 비중을 두고 있는 대목이다. 그밖에도 '토박이말 말 꾸러미'와 '순우리말 달력 열두 달 이름과 이레 날 이름' 등을 부록으로 더했다.염씨는 임실 출생으로 1999년 교육부문 신지식인으로 선정됐으며, 초등학교에서 우리말로 국어 수업을 하는 방법과 과정을 담은 사례집 「토박이말로 여는 국어 수업」 등을 펴내기도 했다.

  • 주말
  • 도휘정
  • 2010.02.19 2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