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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 콩 지킴이 ‘함씨네토종콩식품’, 부도 위기는 왜?
여기저기서 돈을 빌려도 청산 못한 과태료가 6000여만 원. 이 빚이 기업의 자금줄을 줄줄이 막고 수억 원대 공장을 삼킨 것은 순식간이었다. 20년간 단가 높은 국산콩만 고집하며 크고 작은 위기가 있던 '함씨네 토종콩식품'이었지만, 도산 위기를 맞게 된 결정적 계기는 전주시로부터 전주 한옥마을 식당을 위탁 받아 운영하면서부터다. 함 대표는 시 수탁시설에서 토종 콩 두부와 장류를 토대로 한 식당 ‘함씨네 밥상’을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운영했다.
일본산 참돔이 국내산이라고?⋯군산 수산 활성화에 ‘찬물’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결정으로 수산물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지역에서 원산지를 속여 판매하는 행위가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군산시가 ‘수산도시’로서 제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소비자를 우롱하는 행위가 자칫 활성화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이 공개하고 있는 국내 수산물 원산지 위반 공표에 따르면 올 들어 군산지역 수산물 원산지 위반 업체는 총 3곳이다.
[지난 주 '핫클릭' : 6. 4~9] 이차전지 특화단지 새만금 지정 당위성은 '국가 균형발전'
△6월 4일~ 6월 9일 호국보훈의 달 6월 둘째 주, 전북일보 홈페이지 방문자들은 김윤정 기자의 '이차전지 특화단지 새만금 지정, 균형발전 당위성 부합'를 가장 많이 클릭했다. 이 기사는 우리나라 미래 산업을 지탱할 이차전지 산업을 선점하기 위해 전북 새만금을 비롯해 울산·경북 포항·충북 청주 오창 등이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는 가운데, 새만금이 국가 균형발전이라는 측면과 이차전지 밸류체인을 형성하는 관련 기업의 집적화 측면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점을 짚었다.
'국가예산 확보 첨병' 국회 예결위원 전북 의원 포함 촉각
내년도 국가예산 확보의 구심점 역할을 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 선임 작업이 본격화됐다. 전북은 지난해보다 정부 단계 예산 확보가 어려운 상황인 만큼 예결위 위원에 전북 국회의원 포함이 더욱 절실해졌다. 8일 국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지난 7일 오후 5시까지 제21대 국회 제4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 신청을 받았다. 
독일 입양 제니퍼 씨 "세 번째 전주방문, 꼭 부모님 찾고 싶어요"
1977년 전주시 노송동에서 발견돼 해외로 입양됐던 송경순 씨가 자신을 낳아준 친부모를 찾기 위해 전주시에 도움을 요청했다. 8일 전주시에 따르면 45년 전 전주시 노송동에서 발견돼 독일로 입양된 제니퍼 씨(한국명 송경순, 45세, 여)가 자신을 낳아준 부모를 찾기 위해 지난 7일 노송동 주민센터를 찾았다. 
전주 백제대로 자전거도로 개설공사 '전면 재검토'
교통 혼잡과 안전 문제를 이유로 일시 중단된 '전주 백제대로 자전거도로 개설공사'가 전면 재검토된다. 전주시 대중교통본부는 8일 시청 브리핑 룸에서 "이 사업은 구상단계부터 차선 축소에 따른 교통 혼잡과 안전에 대한 우려가 제기돼왔다"며 "사업을 일시 중단하게 된 배경을 시민들에게 설명하고 다양한 의견을 취합해 향후 방향성을 정하겠다"고 밝혔다.
'60여 년간 남자 이장만'…인권위 “여성 간접 차별”
마을 이장 선출을 비롯한 농촌 지역사회에 성평등한 의사결정 구조가 마련되어야 한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의 권고가 나왔다. 8일 인권위 등에 따르면 지난해 1월 순창군 A마을에 거주하는 한 남성 주민은 이장 선출에서 여성이 피선거권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됐고 이장 선출에 여성이 배제되는 것은 명백한 성차별이므로 시정을 원한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전북 현대, 루마니아 출신 페트레스쿠 감독 선임
K리그1 전북 현대의 신임 감독으로 루마니아 축구 레전드 단 페트레스쿠(55)가 선임됐다. 전북은 풍부한 우승 경험과 아시아 축구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단 페트레스쿠 감독을 새로운 신임 감독으로 선임한다고 9일 밝혔다. 단 페트레스쿠 감독은 축구 커리어를 통틀어 선수와 감독으로서 모두 눈부신 발자취를 남긴 루마니아의 레전드로 평가받고 있다. 페트레스쿠 감독은 1986년부터 2003년까지 17년간 루마니아와 이탈리아, 잉글랜드에서 총 500경기 이상을 소화했으며, 특히 루마니아의 FCSB(스테아우아 부쿠레슈티)와 잉글랜드 첼시에서 핵심 선수로 활동하며 리그 우승을 포함한 여러 컵 대회의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최명희문학관의 어린이손글씨마당] 36. 소원
△글제목: 소원 △글쓴이: 이서우 (전주 효천초등학교 6학년) 소원이 있었다. 그 소원은 바로 강아지를 키우는 것이었다. 그런데 내 소원이 이루어졌다. 사탕이가 우리 집에 온 것이다. 물론 지금은 사탕이가 우리 집에 온 지 1년이 다 돼간다. 하지만 키우고 있는 지금과 키우기 전 마음, 행동이 많이 바뀐 것 같다. 키우기 전에는 사탕이가 아무 데나 싸 놓은 똥, 오줌을 치우는 것도 별로 힘들지 않았다. 이갈이 시기 때 날 물어도 하나도 기분 나쁘지 않고 사탕이라서 그런지 아프지도 않았다.
완주 한 영농조합 농지법인 편법·부실에도 행정조치는 미흡
농업법인에 대한 실태조사가 강화됐으나 농업법인의 편법과 부실이 여전하다. 특히 농업법인의 편법과 부실을 밝히고도 엄정한 행정조치가 뒤따르지 않아 편법과 부실 법인을 양산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완주 관내 한 영농 조합법인이 법인 설립 취지와 달리 대규모 농지를 임대하고 있으나 행정에서 수수방관 하고 있다는 민원이 제기됐다. 

오피니언

‘아이 키우기 좋은 전북’ 육아환경 개선 힘써야

인구절벽 시대, ‘저출산 극복’은 우리 사회가 풀어야할 가장 시급한 과제다. 인구위기의 심각성이 대두되면서 정부도 지난 3월 ‘저출산·고령사회 정책 과제 및 추진 방향’을 내놓고 저출산 문제 해결에 다시 한 번 강한 의지를 보여줬다. 정부의 정책은 일과 육아를 병행하고 양육 부담을 완화해 결혼과 출산, 양육이 행복한 선택이 될 수 있는 환경 조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돌봄·교육, 일·육아 병행, 주거, 양육비용 등 다양한 분야에서 지원 정책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실효성 있는 대책이 될 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전북은 다른 지역보다 상황이 더 심각하다. 아이 울음소리가 끊긴 지 오래된 농촌지역의 경우 열악한 육아환경이 젊은층의 이탈을 부추기는 요인이 되면서 지역소멸 위기를 앞당기고 있다. 부족한 일자리도 문제다. 고향에서 일자리를 찾지 못한 청년들이 수도권으로 대거 빠져나가면서 아이 키우는 가정이 크게 줄고 있다. 전북도를 비롯해 전주·익산 등 도내 각 지자체에서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를 만들겠다며 육아정책을 속속 내놓고 있다. 또 전북도와 전주시·익산시·고창군 등이 지역사회 육아지원 거점기관으로 ‘육아종합지원센터’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목표와 한참이나 거리가 있다. 호남지방통계청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전북지역의 아동인구 비율은 호남권 최저 수준이다. 2021년 기준 전북지역 만 18세 미만 아동인구는 25만 명으로, 6년 전(2015년)에 비해 6만 9000여 명 감소했다. 또 전북지역 상시근로자 부모의 육아휴직률도 8.5%로 호남권에서 제일 낮았다. 출산율 높이기는 육아환경 개선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 청년층이 출산을 꺼리는 풍토를 바꾸기 위해서는 경제적인 지원도 중요하지만, 이에 앞서 아이를 키우는 환경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아이를 낳아서 안심하고 키울 수 있는 사회환경 조성에 노력해야 한다. 청년층이 떠나는 전북에서는 우선 양질의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 아이 낳고 키우기 좋은 도시를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안정된 일자리가 필수이기 때문이다. 또 공공어린이집 확충 등 영유아 보육 및 교육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지자체와 교육기관의 정책적인 노력도 필요하다.

사설

세계잼버리 안전대책 즉각 국비 투입을

2023 새만금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가 오는 8월 1일부터 12일까지 전북 새만금에서 개최 예정인 가운데 안전대책이 최대 화두로 등장하고 있다. 결론은 눈앞에 다가온 잼버리대회의 성공 개최를 위해 국비를 즉각 투입해야 한다는 점이다. 세계스카우트연맹과 한국스카우트연맹이 주최하고 2023새만금세계스카우트잼버리 조직위원회가 주관하는 이 행사는 사실 코로나19 이후 열리는 첫 대규모 국제 청소년 축제다. 잘만하면 전 세계 청소년에게 전북의 문화를 알리고 국격을 높일 수 있는 호기다. 단순한 일회성 행사가 아닌 새만금 개발의 기폭제가 될 것이란 기대 또한 높다. 하지만 언론은 물론 전문가들 사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계속 나오고 있다. 안전대책, 특히 한여름 장마 대책이 미흡하다는 거다. 전북도의회가 지난 7일 열린 제401회 정례회에서 ’국제행사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안전대책 관련 국비예산 투입 촉구 건의안’을 채택한 것도 그 때문이다. 사실 침수 예방시설 등은 전북도가 부담하는 기반시설 외적인 사항인데, 국가 차원의 행사로 추진되는 만큼 시급히 국비를 지원해야 한다. 침수나 폭염 피해 예방 등 안전대책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가장 큰 문제는 집중 호우 때 배수지연으로 인한 침수 우려다. 무려 152개국 4만2000여명이 참가 예정인 행사가 침수 등으로 인해 얼룩진다면 통탄할 일이 아닐 수 없다. 올림픽, 월드컵과 함께 지구촌 3대 축제로도 불리는 행사가 안전대책에 구멍이 뚫린다면 말도 안되는 일이다. 잼버리가 개최되는 8월은 장마와 폭염 등이 예상되기에 조직위는 총 7.4㎞ 길이의 덩굴터널과 안개분사시설, 폭염대피소 7곳을 설치했다. 갑작스러운 폭우에 대비해 배수장치를 설치하고, 5만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실내구호소 341곳도 마련했다. 하지만 아직 일부가 부족하다. 지난달 부안 현장을 찾은 한덕수 국무총리는 "최악의 조건을 가정해 배수시설 등 준비에 만전을 기해달라"며 "개·폐영식과 케이팝(K-POP) 콘서트 등 많은 청소년이 한꺼번에 몰리는 행사에 대비한 철저한 인파 관리대책도 마련해 달라"고 지시한 만큼 조속히 국비 투입 절차를 마무리 지어야 한다.

사설

교육감의 열정과 냉정

며칠 전 신문에서 장학사(교육전문직) 인기가 예전만 못하다며 이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실려 눈길을 끌었다. 올해 경쟁률이 2017년 이후 최저치 수준이라며 여기에는 지금 교단이 안고 있는 총체적 문제점이 함축돼 있다고 꼬집었다. 최근 젊은 교사들 퇴직과 고참의 거센 명퇴 바람은 이를 단적으로 대변하고 있다. 열악한 처우와 근무 여건, 학생 학부모와의 지속적 갈등이 주로 꼽혀 왔다. 그런데 이번 배경 중 서거석 교육감 취임 이후 과중한 업무 스트레스가 포함돼 주목 받았다. 지난 3월 도의회 질의에서도 이 문제가 불거지긴 했으나 그 때는 크게 문제 삼지 않았다. 헌데 취임 1년을 앞두고 같은 사안이 반복적으로 이슈가 되는 건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우리 사회 저출산 문제로 가장 심각한 타격을 받은 곳이 교육계다. 취학 아동이 부족해 학교가 줄줄이 문을 닫고 그 여파가 교사들 업무에도 적잖은 부담을 준 건 사실이다. 갈수록 교단이 좁아지면서 선생님 위상과 교육 환경은 과거에 비할 바가 아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교장·교감의 승진 코스로 여겨진 장학사에 대한 선호도는 꽤 높았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교권 추락 문제가 사회 여론으로 비화되자 전문직에 대한 기류 변화도 서서히 감지됐다. 그렇다고 해도 교육감의 업무 스타일까지 영향을 미쳤다는 건 가볍게 지나칠 일은 아니다. 권력 교체기 인사와 조직 개편을 둘러싼 파열음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서 교육감 당선은 교육 정상화를 염원한 유권자 뜻이 담겼다. 전임자가 12년을 장기 집권한 데다 극단적 성향의 교육 행정을 주도함에 따라 일선 현장의 혼란과 마찰이 끊이지 않았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진영 논리와 편향 교육을 뛰어넘는 미래형 인재 교육 복원을 요구한 것이다. 그는 취임하자 이런 기조를 구체화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쏟아냈다. 과거 뒤틀린 것을 바로잡는데 그에 따른 충격파는 어느 정도 예상됐다. 직원들도 적응이 쉽지 않아 스트레스와 피로감이 쌓여왔다. 그러나 교육감을 둘러싼 반대 세력의 집요한 공격이 계속되면서 개혁 작업 또한 제때 속도를 못내는 형국이다. 단적인 예로 전교조가 지난 7일부터 교육감 면담을 요구하며 교육청사에서 연좌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노조활동을 방해했다는 이유로 지속적인 시위도 벌여왔다. 그런 가운데 간간이 교육청에서 흘러나온 얘기 중 교육감의 ‘만기 친람형’ 스타일이 회자됐다. 직접 챙겨야 직성이 풀리는 탓에 참모들 결재 대기 시간이 길어진다는 것. 급기야는 도의원이 이 문제와 관련해 직원 ‘워라밸’을 거론하며 불합리한 사례를 통해 교육감을 몰아붙이기도 했다. 물론 꼼꼼한 업무 처리가 트집 잡힐 일은 아니지만 문제는 업무 효율성과 직결돼 있다는 점이다. 교육 철학을 공유하고 그에 따른 개혁 과제의 공감대를 넓혀나가는 일이 먼저다. 이를 통해 참모를 포함한 직원들과의 호흡을 맞춤에 따라 새로운 추진 동력이 생기기 마련이다. 김영곤 논설위원

오목대

직장인 아닌 직업인으로 살기

며칠 전 나는 대학교 학과 후배들을 만났다. 학생들의 취업에 도움을 주고자 학교 차원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 때문이었는데, 졸업 후 여러 분야에서 활동하는 선배들이 그동안에 쌓은 경험이나 노하우를 재학생들에게 공유해주는 특강 같은 것이었다. 사실 한 달 전 직장을 그만둔 입장이라 부담스러웠지만, 후배들에게 이것도 하나의 경험(?)으로 이야기해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뻔뻔스럽게’ 요청을 받아드렸다. 후배들이니, 솔직하게 있는 그대로의 ‘현실세상’을 알려주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강의실에는 스무명 정도의 학생들이 앉아 있었다. 나는 지역에서 문화기획자로 일한 경험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했고, 후배들이 꽤나 재미있게 들어주어 다행이었다. 여전히 바늘구멍 같은 취업난관, 자격증 따위 없는 문화기획자로서의 직업 또는 직장인에 대해 설명하기란 10년 가까이 현장을 뛴 나 또한 쉽지 않았다. 예상대로 후배들은 취업에 도움이 되는 자격증과 어떤 종류의 대외활동을 하면 취업에 도움이 되는지를 물어왔다. 순간 나는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그럴싸하게 포장을 해서 말해줄까? 하지만 나는 기왕에 한 걸음, 문화기획자의 현실세상을 이야기해주러 온 김에 ‘현타’가 될지언정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기로 마음 먹었다. ‘직장 말고 직업’을 갖기. 이것이 결국은 여러분들에게 최고의 자격증이 된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교과서적인 이야기 같지만, 학과의 특성상, 문화기획, 기획자라는 길을 걷기 위해서는 명심해야 할 생각이다. 그래서 나는 ‘경험’이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하며 내 이야기를 풀어놨고, 특히 기획자는 책상에 앉아서, 머리로만 되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라는 것 하나는 꼭 이야기하고 싶었다. 그리고 그것이 차곡차곡 쌓이면 직장을 잃어도 ‘직업’은 남는 경험의 가치를 나누고 싶었다. 말미에 한 친구가 손을 들고 질문을 했다. 본인은 학교를 다니는 동안 전공 이외에도 여러 분야를 경험해보고 싶은데 이것이 시간낭비가 아닐지, 나중에 취업을 하는데 문제가 되지 않을지 걱정이 된다는 것이었다. 어떤 직장 하나만을 목표로 살아간다면 그 외의 경험들은 정말로 시간낭비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이십대 초반 대학에서 보내는 시간은 우리 인생에서 자유롭게 실패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시기이다. 이때 겪은 시행착오를 통해 조금씩 성장하기도 한다. 작은 시행착오조차 큰 실수가 될까 염려하는 모습에서 그 시절 진로에 대해 고민하며 전전긍긍하던 내가 떠올랐다. 짧은 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누었음에도 이 친구들이 얼마나 불안하고 초조한지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장담해 줄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 직장마다 필요로 하는 인재상이 다르고 요구하는 자격증과 경험이 다르기 때문이다. 평생직장은 옛말이 된 시대에 취업을 한다고 해도 한 직장을 정년까지 다니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더욱 말해주고 싶었다. 내가 더 이상 불안해하지 않는 이유는 직업인을 찾는 직장은 꼭 있다는 것을 이제 알기 때문이라고 말이다. 정년의 나이가 무색하고 수명은 길어졌다. 나의 인생을 누군가 대신 살아주지 않기 때문에, 결정권을 위탁하지 않고 내가 나를 위한 시간을 토대로 경험을 만드는 일이 중요하다. 수직이 아닌 수평의 형태로서 기준도 결과값도 스스로에게 거짓이나 꾸밈없이 당당하게. 직장은 우리가 그만두면 잃게 되지만 직업은 내가 그만둔다고 사라지지 않는다. /장보람 전 완주문화도시지원센터 공유문화팀장

청춘예찬

나는 뭔가를 찾고 있는 것이 틀림없어요

앵두나무에 박새 몇 마리가 포르르 날아와 앉고, 불두화는 꽃을 흐드러지게 피웠다. 오늘 아침 앵두나무 가지에 매달린 앵두는 붉게 익어가는 중이다. 새벽에 어린 고양이는 내 품에 안겨 아기처럼 가르랑거린다. 어린 고양이의 털에 코를 묻고 있으면 기분 좋은 햇빛 냄새가 난다. 나는 날마다 변화무쌍하게 달라지는 날씨 속에서 산다. 해가 떴다 지고, 어둠 속에서 달은 야위었다가 차오르기를 반복하고, 어린 고양이는 반드시 성체 고양이로 자라나는 그런 합법칙의 세계에서! 남해 물결은 섬과 섬 사이에서 잠잠하고, 항구마다 정박한 배들은 묶여 있다. 동해에는 돌고래와 귀신고래들이 새끼를 데리고 떼 지어 유영을 한다. 먼 데서 달려온 파도는 해변에 포말을 남기며 사라지고, 깨끗한 하늘엔 적멸보궁 같은 흰구름이 피어오르는데, 꿀벌들은 지상에서 날개를 붕붕거리며 꿀과 꽃가루를 채집하고, 복숭아나무 가지에서는 열매들이 최선을 다해 여문다. 지난가을 어머니가 담근 고추장에는 순한 단맛이 들고, 장을 가득 채운 항아리들은 반짝거린다. 간밤엔 별똥별 몇 개가 동에서 서로 횡선을 그으며 흘러가고, 올해 처음 목격한 반딧불이의 군무는 신기했다. 실내 등을 다 끄고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초록빛 인광을 반짝이며 떠다니는 반딧불이를 자정 너머까지 보다 잠들었다. 새벽에 깨어나 책상머리에 앉아 몇 년 째 쓰던 책의 마지막 줄을 쓰고 마침표를 찍었다. 나를 누르던 압박감은 사라지고 미래에 대한 기대와 낙관은 이스트를 낳은 빵처럼 부푼다. 오늘 아침은 혈압은 높지도 낮지도 않고, 당뇨 수치는 정상이다. 연체료가 붙은 미납 세금고지서가 날아온 적은 없고, 두루마리 휴지도 몇 달은 쓸 만큼 넉넉하며, 오늘 외출할 때 신고 나갈 구두는 새 구두다. 주방에서는 딸아이가 콧노래를 부르며 아침 식사를 준비하며 텃밭에서 딴 토마토를 믹서기에 갈아 주스를 만드는 중이다. 지금보다 젊었던 시절 한때 노름에 빠진 적이 있다. 외적 우연에 판돈을 걸지만 내 예측은 번번이 빗나갔다. 푼돈을 털리고 분노와 허탈감을 안고 귀가하곤 했다. 시 한 줄 쓰지 못한 채 노름으로 허송세월하는 나 스스로가 한심해서 참을 수가 없었다. 이튿날 역으로 나가 기차를 타고 예정에 없던 여행을 떠났다. 일제 강점기 때 지은 건물들이 유적처럼 남은 남쪽의 항구도시였다. 그 도시에 지인은 없었다. 나는 며칠 동안 이곳저곳을 쏘다녔다. 어느 날 숙박업소에 들어 불을 끄고 잠 들려는 순간 옆방에서 라디오라도 틀었을까, 빌리 조엘(Billy Joel)이 부르는 'The River of Drems'이라는 아름다운 노래가 들려왔다. 눈을 감은 채 가만히 노래를 듣다가, 아, 참 좋다, 라고 나는 감탄했다. 빌리 조엘은 밤중에 강가를 서성이며, 나는 뭔가를 찾고 있는 것이 틀림없어요, 라고 노래했다. 나 역시 낯선 고장에서 무얼 찾아 헤매는 것일까. 무언가가 내 생의 한 찰나를 흔들고 지나갔다. 당신은 누구십니까? 나는 아무도 아닙니다. 한 목소리가 내게 물음을 던지고, 나는 정직하게 대답을 했다. 이튿날 아침 나는 낯선 여관에서 나와 항구의 한 식당에서 조반을 먹고 돌아왔다. 내가 찾는 것은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인생의 진실이었을까? 하지만 나는 그게 무엇인지를 알지 못했다. 그 막막하던 시절에서 서른 해 쯤 흘렀다. 그리고 이 여름 아침에 나는 다시 빌리 조엘의 노래를 듣는다. 빌리 조엘은 여전히 난 뭔가를 찾고 있는 것이 틀림없어요, 라고 노래한다. 나는 찾으려던 인생의 진실을 찾았을까? 나는 젊음을 탕진하고 속절없이 나이를 먹으며 늙어간다. 세면대에서 물을 쓴 뒤에는 수도꼭지를 잘 잠그고, 밤하늘을 가린 지붕 아래서 일찍 잠자리에 든다. 나는 더 이상 사랑의 번뇌에 빠지지도 않는다. 하지만 아직 내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를, 인생의 진실은 무엇인지를 잘 모른 채 살아간다. 고작 이 여름날에 나를 기쁘게 하는 것들에 몇 마디 할 수 있을 뿐이다. 저녁답 마당귀에서 꽃망울을 터뜨린 작약꽃, 무릎에 올라와 가르랑거리는 어린 고양이, 다리미 열기가 남은 면 셔츠의 감촉, 얼음덩이 몇 개를 띄운 토마토주스, 그리고 빌리 조엘의 노래! 서른 해 전이나 지금이나 나는 왜 빌리 조엘의 노래를 들으면 눈가에 눈물이 맺히는 걸까. /장석주 시인

금요칼럼

가을, 그 곁에 앉아

창문을 열어보니 어느새 소슬한 가을바람이 인다. 그러고 보니 가을이다. 떨어진 낙엽 주워 그 위에 애틋한 한 줄 써넣어 강물에 띄워 보내놓고 강바람 따라 엽서 한 장 날아들기를 애타게 기다리는 것도 풍요로운 가을에만 꿈꿀 수 있는 감미로운 낭만이다. 무더웠던 지난 여름을 생각하면 이 아침이 그지없이 반갑다. 하지만 무더운 여름이 있었기에 지금의 행복을 느낄 수 있음이다. 여름 날, 마을마다 골목마다 가득 채웠던 매미의 울음소리도 새삼스레 그리워지고 마당 옆 닭 벼슬 닮은 맨드라미꽃 조차 향기로 불러내는 여름이었기에 가을이 더욱 더 반가움으로 다가오고 있다. 맨드라미를 보고 있노라면 나는 어느덧 예닐곱 살 소녀로 돌아가 마당에 서있다. 그러나 늘 그러하듯 이 맘때 쯤이면 한해를 마무리해야 할 성급한 마음에 빠져드는데 이상하게도 기억조차 없는 아버지가 떠오르는 날이면 아버지를 향한 그리움으로 밤을 새웠다. 나 어릴 적 철이 들 때까지, 집안 어른들은 아버지의 부재를 외국으로 공부하러 가셨다고 했다. 그리고 어머니의 나에 대한 헌신적인 사랑으로 그다지 외롭지 많게 성장할 수 있어 외로움도 불편함도 느끼질 못했다. 그런데 내가 대학에 진학할 무렵 어느날, 어머니는 나를 앉혀놓고 마치 죄인처럼 참회하듯 내 손을 꼭 잡고 '아버지는 군인장교이셨는데 내가 3살이 되던 해에 근무 중 불의의 사고로 갑자기 돌아가시게 되었다'는 사실을 털어놓으시며 목 놓아 우셨다. 그리고 '행여 아버지 없다고 주눅이 들까 봐' 그 동안 숨겼다는 한 맺힌 고백에 나는 어머니를 껴안고 슬피 울었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며 달무리 지는 밤이면 엄마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그 뒤부터 아버지의 유택이 모셔진 고향 남쪽 땅끝 마을로 가는 일은 어느 덧 가을 연중행사가 되었다. 아버지를 뵈러갈 때는 기차를 타기도하고, 버스를 타기도 했는데 산 중턱에 계신 아버지를 뵙고 오면 비실한 나는 몸살을 앓아 누운 적도 여러 번 있었다. 그러나 내 삶이 허허로울 때면 아버지 생각에 먼 길을 마다않고 아버지를 찾아 나서곤 한다. 어디 이뿐이랴, 한 때는 종이학을 천 개를 접어 보기도 했고 주소 없는 편지를 써보기도 하며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달랬던 시절도 있었다. 아버지는 젊은 날 꽃송이 같은 아내와 겨우 세 살 된 꽃봉오리 같은 간난 딸을 두고 어찌 눈을 감을 수 있었을까? 지금도 가끔 어머니를 통해 아버지의 이야기는 들으면 들을 때마다 동화가 되고 눈물이 되고 그리움이 되기도 한다. 어느덧 세월 흘러 세 살 된 애송이가 이순(耳順)의 나이가 되었건만 아직도 철부지 아이처럼 막연히 아버지가 그리워지면 눈물을 봇물 터진 듯 쏟아내곤 한다. 이렇게 한동안 울고 나면 가슴속에서 꺼내지 못한 사랑 탓일까? 마치 불어왔다가 원을 그리며 빠져나가는 회오리바람처럼 허망의 노래는 되풀이 되곤 한다. 살다가 힘들 때마다 일기장에 몇 줄씩 쓴 진솔한 나의 삶의 고백은 조금이나마 나의 위로가 아니었나 싶다. 눈물도 지나치면 병(病)이 되고 사랑도 지나치면 독(毒)이 된다는 이야기처럼 병이나 독이 아닌 위로가 되어 아버지가 못다하고 가신 꿈을 위해 열심히 살아 보련다. 그렇다. 늘 그러듯이 올해도 내 삶이 가을 곁에 앉아만 있어도 성숙해질 것만 같은 두근거림이 나를 일으켜 세울 것만 같은데 매년 이렇게 허허로이 속아 넘어간다. 그래도 때로는 바보처럼 내가 그 곁에 머물고 싶지만 '사랑도 지나치면 사랑이 아닌 것을, 눈물도 지나치면 눈물이 아닌 것을'이라는 정호승의 시(詩)처럼 앞으로는 예쁘고 아름답게 살고 싶다. 그리움이 문을 열면 굳게 닫아 놓았던 마음의 빗장도 열린다지 않던가? 오늘도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 자꾸만 박동 치며 온 하늘로 번져가는 보고픔의 날개는 아무도 막지 못할 것이다. △이종순 수필가는 월간 종합문예지<문예사조> 신인상 부문에서 수필가로 등단했다. 그는 현재 '전주 아이가 크는 숲 예솔' 대표 및 원장으로 근무하며 우석대학교 아동복지학과 겸임교수와 호원대학교 유아교육학과 외래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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