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백33m의 아스팔트 융단. 전주 중앙동 우체국에서 옛 다가파출소까지 이르는 ‘전주 웨딩거리’. 웨딩드레스, 턱시도, 신부화장, 야외촬영, 부케, 폐백음식, 예물, 신혼여행 상품, 청첩장 등 결혼을 앞둔 예비 신랑 신부에게는 ‘별천지’다.
시간도 돈인 요즘, 더 이상 결혼 준비에 힘든 발품을 팔지 않아도 될 반가운 곳. 원스톱 웨딩 서비스가 펼쳐지는 ‘테마’가 있는 거리다.
‘전주 웨딩거리’를 지나치는 예비 신랑 신부의 발걸음에서 결혼식장의 빨간 융단을 밟는듯한 설레임이 묻어난다.
결혼 시즌이 돌아왔다. 올해는 결혼을 꺼리는 윤달(3월21일∼4월18일)이 들어있어 예년 이 맘때에 비해 방문객 발길이 다소 주춤하다. 하지만 윤달이 지나면 곧 찾아올 결혼식. 미리 웨딩 거리를 기웃거리는 예비 신랑 신부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구도심 활성화 방안에 따라 생긴 웨딩 거리의 올해 나이는‘만2년하고 3개월’. 4백여 미터의 웨딩 거리를 빼곡하게 메운 결혼 관련 업체만 60개소다. 예복, 한복, 보석점, 스튜디오, 여행사 등 결혼을 앞둔 예비 신랑 신부들이 빠지지 않고 가야할 곳들이 한 자리에 모여 있다.
이중 전주웨딩거리협회 회원으로 등록된 업체는 34개소다. 웨딩 거리 식구만도 2백여명. 이들의 직업도 다채롭다. 예식장 예약이나 드레스, 메이크업, 사진 촬영, 혼수 구매 등 결혼 준비부터 예식장에 들어가기까지 전 과정을 돕는 ‘웨딩플래너’, 드레스·한복 디자이너’‘한복기능사’‘피부미용사’‘메이크업 아티스트’‘포토그래퍼’‘보석가공사’‘여행 카운셀러’등 직종만해도 수십가지. 각자의 분야에서 전문성으로 무장하고 있다.
이미 웨딩 거리는 전주의 명소가 됐다. 부산, 대구, 대전, 청주 등 다른 지역에도 ‘웨딩 거리’는 있지만, 짜임새에 있어 전주 웨딩 거리는 손꼽히는 곳이다. 매년 이곳을 찾는 이용객이 늘고, 특히 전남 광주와 순천, 대전 등 인근 외지 손님들이 증가하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실제로 웨딩 거리로 선포되기 이전보다 약 30% 이상 방문객이 증가했다고 한다.
‘로마’도 ‘웨딩 거리’도 하루 아침에 만들어진 게 아니다. 웨딩 거리로 불리기 시작한 지는 얼마되지 않았지만, 유래와 명성이 깃들어 있다.
웨딩 거리가 선 전주 중앙동 일대는 불과 10여년 전 만해도 전주의 중심 상권. 이미 일제시대부터‘대정정 거리’로 칭하던 이 곳은 금은방과 한복점이 많아 ‘혼수의 거리’로 통했던 번화가였다. 오래 전에도 군산, 익산 등 다른 지역 예비 신랑 신부의 발길은 꾸준했다.
도내 유일의 예비 신랑 신부의 단골코스였던 이 곳은 일찌기 ‘원정 혼수족’이란 말이 등장했을 만큼 명성이 대단했다. 당시 대정정 거리에서 혼수품을 장만하면, 자손이 번창하고 잘 산다고 해서 ‘결혼 명당’으로 불릴 정도였다.
“신작로가 생기기 수십년 전부터 ‘웨딩거리’를 꿈꿔왔을지 모르죠.”
웨딩 거리의 정진훈씨(57)는 “웨딩 거리가 구도심 활성화 방안에 따라 특화된 거리임은 분명하지만, 세대를 이어온 숨결이 고스란히 배어있는 곳”이라고 의미를 붙였다.
웨딩 거리는 단지 결혼 업체들이 모여있어 명성을 누리는 것은 아니다. 낡은 건물을 바꾸는 리모델링 바람에 옥외광고물 시범사업이 전개되고 간판 전면 교체 작업도 이뤄졌다. 또 도심 미관을 해치는 ‘거미줄 전선’을 땅밑으로 묻는 지중화 사업을 남겨두고 있다.
‘토탈 웨딩의 원스톱 쇼핑 서비스’로 고객들의 발품 부담을 덜며 공격적인 시장 선점에 나선 웨딩 거리는 지금의 만족에 안주하지 않는다. 일생의 단 한번 뿐인 결혼. 신혼 부부에게 잊지 못할 추억으로 간직될 그 날을 꿈꾸며 오늘도 새롭게 탄생할 커플의 축복을 기원하고 있다.
웨딩 거리는 평생을 살면서 예식조차 꿈꾸지 못한 어려운 이웃들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 주는 ‘미고사(미우나 고우나 사랑한다) 무료 결혼’이벤트 등을 선보이며 시민들 곁으로 한발짝 다가서고 있다.
웨딩거리 사람들의 ‘결혼 훈수’
결혼이란. 누구나 한번쯤은 결혼이란 단어를 떠올리고, 나름대로 결혼의 정의를 내려보곤 한다. 이 때문에 ‘호사가’ 만큼이나 말 짓기 좋아하는 철학자들에게는 늘 빠지지 않는 단골 소재다.
통과의례처럼 인생에서 꼭 거쳐가야할 관문으로 통하는 결혼. 그러나 결코 쉬운 상대만은 아니다. 예비 신혼 부부들에게 이보다 가슴 설레는 일은 없겠지만, 남모르게 마음고생을 하는 경우도 적지않다. ‘기둥뿌리 뽑아 시집간다’는 말처럼 수천만원대 이르는 결혼 비용은 예사고, 비용 부담 고민으로 끙끙대는 예비 신랑 신부도 많다.
단 한번의 결혼, 그래서 시행착오란 아량도 통하지 않는다. 전주 웨딩거리에서의 결혼 준비. 어떻게 해야 후회하지 않는 결혼 준비라고 할 수 있을까. 웨딩 거리의 사람들, 그들의 ‘훈수’를 들어본다.
불과 한 시간이면 족한 예식이지만 상당한 준비 기간을 요하는 게 결혼이다. 일단 넉넉하게 시간을 갖고 체계적으로 준비하는 게 기본이지만, 예산에 맞는 씀씀이는 더욱 중요하고 입을 모은다.
“(가격) 어느 정도 생각하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10명중 9명이 답변에 부담을 느끼고 있어요.”
한복점 ‘수진주’정진훈 사장(57)는 품질이나 디자인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분수에 맞는 혼수준비’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비슷한 환경의 배우자끼리 만나라는 법은 없지만, 가끔 경제적인 차이로 서로 마음 상하는 일이 있어 안타까울 때가 많다는 정 사장은 특히 “사돈이 나란히 오는 것은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다”고 지적했다.
신세대 예비 부부답게 예복도 갈수록 화려해지고 디자인 요구도 한층 까다로워지는 추세다. 대개 신부가 고른 드레스에 따라 신랑이 입는 턱시도가 결정되는 게 보통. 최근 드레스 샵에는 특정 연예인이 입은 드레스를 지목하거나 자신의 취향에 맞는 드레스가 실린 잡지를 가져와 “똑같이 해달라”며 ‘떼쓰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고객이 원하는 디자인대로 했다가는 실제로 어울리지 않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한다. ‘레몬트리’ 주은 이사(38)는 “체형이나 피부톤에 맞는 드레스를 고르는 것이 중요한데도 무턱대고 화려하거나 특정 디자인만 고집해 낭패를 보는 사례가 종종 있다”고 털어놨다.
‘박혜진 웨딩 콜렉션’ 송미화 실장(29)도 “드레스에 따라 턱시도가 결정되기 때문에 신랑 신부가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예복을 선택해야한다”고 충고했다.
본 예식에 앞서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야외 및 스튜디오 사진촬영. 앨범은 사이즈와 페이지수에 따라 가격대가 다양하다. 더욱이 DVD 동영상 촬영, 일명 ‘뮤직 비디오’바람이 불면서 사양(옵션) 추가마다 올라가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그러나 최근 드레스 샵과 스튜디오가 원스톱 방식으로 사업을 병행하는 ‘윈윈 전략’을 선택하고 있다. 드레스와 사진촬영을 따로 계약할 경우, 다양한 의상 소품을 제공받지 못한다는 단점도 염두해야 한다.
통상 예비 신랑 신부가 최소 부담해야할 드레스와 사진촬영 비용은 평균 2백만원선. ‘씨엔엘 스튜디오’ 최현호 대표(46·전주웨딩거리협회 회장)는 “스튜디오를 고를 때는 직접 찾아가 보는 게 중요하다”면서 “모델 앨범만 살펴보지 말고 일반 예비 신혼부부를 찍어둔 앨범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불경기라도 구입가격대나 수요가 줄지 않는 것이 폐백이다. 지역 특성에 따라 폐백에 들어가는 음식이나 종류가 달라 가격도 17만원에서 60만원대까지 천차만별이다.
‘새아씨’폐백 임성환 부장(35)은 “지역에 따라 폐백도 차이가 있다”며 “서울 등에서는 실용적이고 심플한 반면, 이곳은 매우 화려한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여전히 전통이 깊게 뿌리 박혀있는 것 같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통상 결혼 준비는 6개월 전이 보통. 늦어도 3개월 전부터 본격적인 준비를 해야한다. 첫번째 해야할 것이 예식장 예약이라면, 다음은 신혼여행지를 고르는 것. 여행지에 따라 여권과 비자를 발급받는데 적잖은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관련 서류는 미리 준비해야 한다. ‘대한항공 여행사’ 송기명 대표(40·전주 웨딩거리협회 사무국장)는 “여행지를 결정하기 앞서 예산과 신혼여행 기간을 먼저 따져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결혼 예물도 필수. 최근 알뜰족이 늘면서 중저가 보석들을 찾는 예비 신랑신부가 많아졌다. ‘보광당’ 김봉환씨(43)는 “둘만의 사랑을 약속하는 결혼반지는 결혼생활 내내 착용하는 것인 만큼 가격보다 유행을 타지 않고 질리지 않는 디자인이 좋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