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25-12-17 12:14 (Wed)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문화 chevron_right 문학·출판

어느덧 800여편…이운룡 원로시인, 50년 문학인생 정리

나의 어린 꿈은 몽상으로 끝난게 아니었다. 농촌의 자연은 꿈을 키웠고, 꿈은 나의 문학을 키웠으며, 문학은 나를 키웠다.1964년 <현대문학>에 시가 추천되면서 등단한 이운룡 원로시인. 대학 강단에서 문학을 논하며 후학을 기른 선생은 시인과 평론가로도 왕성하게 활동했다. 문학을 천명으로 알았고, 문학은 곧 인생으로 여겼던 시인은 문학수업에 정진했다.올해 팔순에 들어선 시인이 50여년의 문학인생을 정리했다. 자연이 키워준 문학의 꿈은 고등학교 습작기에 만난 신석정 시인의 시라는 형극의 길을 헤쳐가는 동안 감정의 형식화에 안주해 그대의 작은 투영에 그치지 말고 거대한 인간상의 집약으로써 인류문화사의 어느 페이지의 여백에 작은 점화라도 있기를 바라마지 않는다는 격려로 점화됐다. 이후 시인은 대상의 본질을 파악하고, 생의 의미와 가치를 미적으로 인식하는데 몰두했다.치열한 시 쓰기는 지난 1974년 출간한 첫 시집 <가을의 어휘>를 필두로, <밀물>(1978) <산불산불>(1980) <이 가슴 북이 되어>(1982) <버버리의 노래>(1988) <사랑의 반지름>(1990) <聖者, 반눈 뜨고 세상을 보다>(1993) <풍경은 바람을 만나면 소리가 난다>(2002) <그 땅에는 길이 있다>(2002) <산새의 집에는 창이 없다>(2006) <사랑이 詩를 품다>(2011) <어안(魚眼)을 읽다>(2013) <물빛의 눈>(2015) 등 14권의 시집으로 결실을 봤다.시인은 나의 시는 명상을 통해 구체화된 존재의 다른 모습이라고 밝힌다. 세월의 흐름 만큼이나 순수 서정시에서 풍자와 비판으로 옮겨가기도 했고, 존재 본질의 문제에 천착하기도 했으며, 가치와 미의식을 탐닉했고, 명상을 통한 철학적 사유에도 빠졌었다. 이러한 여정은 800여편의 시에 고스란히 드러났다.시인은 한때 사람으로 살았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책 몇 권을 남기는 작업을 했다. 14권의 시집, 800여편의 시와 미발표시, 그리고 번역시 등을 모아 <이운룡 시선집 1,2>(신아출판사)을 묶었다. 여기에 선생의 시에 대한 시론과 시평을 정리한 <이운룡의 시세계>와 비평과 해설 등을 모은 <이운룡 시론집-직관 통찰의 시와 미>도 함께 출간했다.<시론집>은 지난 2006년 발간한 <시와 역사현실의 명암> 이후 10년만에 선보이는 것으로, 세미나와 잡지 등에 발표한 원고와 시인들의 청탁에 의해 쓰인 195편의 시평으로, 시인의 시론이 명징하게 드러나는 평론집이다.<시세계>는 천이두 허소라 이상비 박진환 정병렬 조병무 이향아 오세영 문효치 김남곤 등 선후배 문우 35명이 시인의 시에 덧붙인 시평설 모음이다. 윤재근 평론가는 축하의 글에서 이운룡의 시심(詩心)은 용천지심(龍泉之心)이 분명하다. 샘물이 용솟음치듯이 철철 넘칠 것이며, 팔십수연을 넘긴 후에도 시심이 더 출렁일 것이다. 세월은 흘러가도 노들강변은 늘 새롭다고 한다. 흐드러진 전라도 소리로 채워 가시기 바라며 늘 건강하시고 또 빼어난 전라도 문학을 이끌어 주길 바란다고 밝혔다.<한국 현대시사상론> <시와 유물론적 사유> <시와 역사현실의 명암> 등 십여편의 시론서가 있으며, 전북문인협회장 전북문학관 관장 등도 지냈다. 한국문학평론가협회상 백양촌문학상 전북문학상 작촌문학상 등 유수의 문학상과 문화상도 수상했다.

  • 문학·출판
  • 은수정
  • 2016.07.01 23:02

아픈 남편 보며 겪은 슬픔, 글로 치유

‘깊은 곳엔 깊은 만큼의 슬픔이 고여 있다는 것을 요즈음에야 알게 되었습니다. 깊어서, 그 깊음이 경이롭고 놀라워서 굽어보노라면 거기엔 어김없이 처연한 서러움이 고여 있었습니다.’( ‘깊은 밤에 홀로 깨어’ 중)국명자 수필가가 수필집 <깊은 밤에 홀로 깨어>(수필과비평사)를 펴냈다.작가는 밝게들 웃으면서 모두들 평화롭게 살고 있는 것 같지만 눈여겨보면 우리들의 발밑은 온통 서러움의 지뢰밭이라고 말한다. 깊은 곳 언저리는 되도록 접근하지 않도록 발밑을 살피며 조심스럽게 걸어 다녀야 한다. 어느 날 갑자기 관상동맥이 모두 막혀 급하게 수술을 받았던 남편. 돌연사 급사 등 의사가 꺼낸 무서운 말들 속에서 가까스로 한마디를 꺼냈다. “살려만 주세요.” 작가는 남편을 지켜보며 흑암의 적막하고 냉냉한 산골짜기의 음산함을 보았다. 지금 이 순간이 바로 그 조심해야 할 깊고 깊은 곳의 한가운데 중 하나였다. 남편은 기적적으로 생명을 건졌지만 조금은 서럽고 외로워진 즈음에서 엮은 글들은 모두 한 움큼씩 슬픔을 움켜쥐고 있다. 하지만 있는 그대로의 삶을 마주한 글들은 그 어느 때보다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고창에서 태어났으며, 한국수필 <소리>를 통해 등단했다. 전북수필 초대 부회장을 지냈으며, 전북수필문학상 표현문학상, 전북문학상을 수상했다.

  • 문학·출판
  • 김보현
  • 2016.07.01 23:02

농촌 선교·시민사회운동하며 쓴 글 모아

한규채 목사가 고희(70세) 기념으로 글 모음집<미완의 해방>(밥북)을 출간했다.한 목사는 “누군가 나를 보고 스님이라고도 하고 도사님이라고도 하지만 사실 돌팔이다”고 말 할 정도로 쑥스러움이 많다. 그런 그가 그동안 써온 짧은 글을 엮어 책을 낸 이유는 칠순을 맞아 의미 있는 활동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책은 크게 ‘농민선교 글’ ‘설교 모음’ ‘시민사회운동 글 모음’ 등 세 편으로 구성된다. 그가 젊은 시절 농촌교회 목회를 거쳐 크리스천 아카데미(1959년부터 2000년까지 존재했던 국내 개신교교육단체)와 기독교 농촌개발원에서 활동하는 동안 썼던 선교글을 서두에 실었다. 오늘의 현실과 맞지 않는 부분도 있지만 농민선교가 진일보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수록했다. 설교 모음은 그야말로 땜빵 설교들이다. 담임목사가 자리를 비우면 틈틈이 가서 설교를 하곤 했다. 그때 썼던 설교 중 일부를 실은 것으로 평등정신, 개천절 의미, 이웃 사랑, 인간의 우둔함 등 다양한 주제를 담았다.시민사회운동 편에는 기억해야 할 시절을 담았다. 5·18 범도민대회 대회사, 참여자치 전북시민연대 창립 출범식 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전주시협의회 취임사 등을 통해 민주주의와 남북화해의 길 등 한국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그는 “별 볼일 없고 부끄럽게 여기는 글을 제 것처럼 꼼꼼히 검토해준 후배들과 축사를 써주신 김상근 목사님과 박명철 교수, 김영기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대표에게 감사하다”고 소감을 말했다.김제에서 태어났으며, 기독교 농촌개발원장, 전북민족민주운동연합 공동대표, 민주주의 민족통일 전북연합 공동의장 등을 지냈고 현재 참여자치 전북시민연대 공동대표와 전북 민주화운동 기념사업회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 문학·출판
  • 김보현
  • 2016.07.01 23:02

삶의 이치와 철학적 사유 담아…박성숙 첫 시집 〈규화목 사랑〉

팔순 문턱에서 수필가에 시인의 호칭까지 더한 박성숙 작가. 다듬고 다듬어 10년에 한번씩 귀한 책을 내보였던 노시인이 첫 시집 <규화목 사랑>(신아출판사)을 펴냈다. 지난 1991년 <문예사조>로 등단한 시인은 꾸준히 글을 써 <쪽씨를 심던 날> <꽃비가 오네> <풀꽃이고 싶다> 세권의 수필집을 엮었다. 글쓰기에 대한 열망은 시작(詩作)으로 이어졌고, 지난 2011년 시인으로 다시 등단했다. 이후 5년여만에 제법 묵직한 첫 시집을 내놓았다. 노시인은 “수필 쓰던 버릇으로 장황해지는 시를 썼다 지웠다를 반복했다”고 털어놓았다. “시를 쓰고 있는 동안 내 안 깊이 숨어있던 ‘또 하나의 나’가 푸르게 반질대던 깨끗한 에너지를 쉼없이 공급해주었고, 감미한 사랑의 밀어를 들려줘 기쁘고 감사했다”고도 덧붙였다. 시에 대한 열정과 허기를 깊은 연륜과 젊은이의 정서, 현대적 시풍으로 다듬어낸 시집은 시인을 닮아 정갈하면서도 기품이 있다.시집에 수록된 70여편의 시는 연만(年晩)한 작가의 삶과 그가 깨친 삶의 이치, 자연의 이법 등 철학적 사유가 담겨있다. 서정성에 서사와 지성이 강한 것도 특징이다. ‘죽고도 죽지 않은/ 죽고도 살아있는// 한 뼘 삭정이도 남기지 않고/ 다 타버린 재/ 황홀하게 펄럭이며 타는 불꽃/ 완전한 소멸만이 죽음의 극치라 찬미했다// 지금 내 앞에 죽고도 죽지 않은/ 장엄한 신비 누워 있어/ 생명 질서의 불가사의를 보이고 있다// 나무로 오백년/ 돌로 오만 년을 살았다는// 나는 고목에 깃든 수염 난 영혼을 사랑했고/ 영혼앞에 비손하던/ 어머니의 손끝을 사탕보다 좋아했다. 그런데/ 영혼이 가버린 차가운 몸/ 내 더운 가슴에 어찌 않을지//…’( ‘규화목’일부)일본 유학시절 접한 전통시가(詩歌) 하이쿠(俳句)도 20여편 선보였다. ‘앵두꽃 그늘/ 찰랑 넘은 옹달샘/ 머리를 감는’( ‘가는 봄날’) ‘하얀 눈위에/ 멧새의 꽃 발자욱/ 발갛에 언 발’( ‘애상)’ 소재호시인은 시인의 시에 대해 “생사의 경계를 허물고, 이승과 저승의 울타리를 뭉개는, 구상과 추상이 한가지 태로 짓고, 시공을 나란히 병치시켜 하나의 항아리에 몰아넣는 탁월한 능력을 지녔다”고 평했다.

  • 문학·출판
  • 은수정
  • 2016.07.01 23:02

높을 고 넓을 창…고창의 100곳 서사시로 읊다

고창의 땅 이름은 통일신라의 경덕왕 16년에 예부터 전해오던 고유한 땅이름을 당나라식 2자 한자로 통일 표기함으로써 개악(改惡)되고 말았지. 토박이 땅이름을 소리나 뜻으로 한자식 표기를 해 고유성과 순수성을 잃게 되어버렸어.반세기 동안 고창 향토사를 조사발굴해온 이기화(82) 고창지역학연구소장이 향토대서사시집<고창(高敞)>(도서출판 기역)을 펴냈다.우리가 거둔 모든 문화는 향토적인 것에서부터 승화됐다는 그는 오거리당산제 재연과 고창읍성 축성연대 규명, 동리 신재효 선생 연구 등 고창 향토사 연구에 앞장서왔다. 홀로 사적을 다니면서 천주교 순교터를 새로 발견하고 전봉준 장군의 태생지가 고창임을 규명해 공로상을 받기도 했다. 역사의 주인공은 사람이라는 역사의식 아래 지난 1980년대부터 30년 동안 고창의 성씨를 조사, <고창성씨책>을 발간했던 그가 이번에는 땅에 집중했다. 이 소장은 땅은 우리들의 생활터전이자 미래지향적인 공간으로 우리들의 선영(先塋)이 있고 역사, 지리, 언어, 민족 등을 통해 이룩한 문화가 숨 쉬고 있다고 말한다.본래 고창은 백제 때 모량부리(毛良夫里)로 불렸다. 모양은 산남수복(山南水北)의 양지바른 보리밭을 의미한다. 하지만 현재 고창으로 바뀌면서 보릿고을을 상징하는 데 그치고 말았다.따라서 책은 상도솔(上兜率) 하도솔(下兜率) 월운방(月雲坊) 오뱅이골(五方源) 등 임진왜란 이전의 전통지명 100곳을 선정해 지명과 땅에 얽힌 역사와 고유성을 찾아간다.그리고 이를 기록이 아닌 서사시로 읊는다. 서사시는 주관적 감성에 주안을 둔 서정시와 달리 객관적 사실과 역사적 고증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섣불리 시도조차 하기 어렵다.지명은 100곳이지만 풀어낸 시는 227편에 달한다. 개갑장터의 유래편은 그가 발견해 지금은 향토문화유산 제1호로 지정받은 천주교 신자 최여겸(1762-1801)의 순교지에 대해 이야기 한다. 의향(義鄕)의 고창편에서는 백제부터 고려, 조선 시대 인물들의 충절의식과 임진정유왜란 당시의 의병창의, 동학농민혁명, 구한말 의병항쟁, 민족사학 고창고보 설립 등 그가 고창을 의향으로 정립하는 역사적 배경에 대해 풀어낸다.전라북도 문화재 전문위원과 전국문화원연합회 부회장, 고창문화원 원장을 지낸 그는 현재 고창지역학연구소장과 국산편찬위원회 사료조사위원 전북협의회 회장, 한국문인협회 회원, 전북문인협회 회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 문학·출판
  • 김보현
  • 2016.06.24 23:02

이근풍 시집 〈부르고 싶은 이름〉 펴내

매년 한 권의 시집을 묶어내는 이근풍 시인이 열 여섯번째 시집 <부르고 싶은 이름>(오늘의 문학사)을 펴냈다. 시인은 시 쓰는 기쁨을 서문을 대신한 ‘서시’에서 이렇게 고백했다. ‘시 읽는 기쁨으로/ 눈을 닦는다.// 시의 맑은 향기/ 그 여운으로 남기를 바라며/ 마음을 닦는다.// 한 편의 시에서/ 새로운 소망을 찾으리라,/ 별을 닦는다.’향가체와 단시조 등 한동안 다양한 형식의 시쓰기에 도전했던 시인은 이번 시집은 자유롭게 써내렸다. 세월의 흐름과 함께 사라지고 잊혀지는 것들에 대한 그리움이 시집의 기조를 이룬다. 아련한 고향의 풍경을 추억하고 어머니·아내·친구에게 헌사하는 시들이 투명하면서도 깊다. ‘고향에 가면, 그리운 사람을 닮은 꽃이 마중한다. 고향을 떠나 살아온 사람의 가슴에서 피어나고, 고향을 그리워하는 가슴에서 지는 꽃이다. 고향을 떠나려면, 잊지 말고 다시 오라는 꽃, 산기슭에 눈빛이 어린다.// 성황당 굴참나무에/ 소원 담은 천 조각들/ 바람에 저리 날리듯이/ 애잔하게 흔드는 손.’(찔레꽃·1)경찰공무원으로 퇴직한 시인은 <오늘의문학>을 통해 등단했다. 첫 시집 <나에게 쓴 편지>를 비롯해 <아침에 창을 열면>, <내 가슴의 꽃으로> <가슴에 뜨는 별> 등 지금까지 15권의 시집을 냈다. ·

  • 문학·출판
  • 은수정
  • 2016.06.24 23:02

아이들아, 시조엔 선인들 슬기와 멋이 있다

최상영 작가는 겨레마다 그들의 정서나 호흡에 알맞은 노랫말이 있다고 말한다. 프랑스인에게 샹송이 있고, 이탈리아인에게는 칸초네가 있다면 한국인에게는 시조가 있다. 고려 중엽 처음 만들어진 시조는 오늘날까지 널리 전승돼 시조창으로 불리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시문학의 한 형식으로도 굳건히 자리 잡았다.최 작가는 30년 넘게 고등학교 국어 교사로 지내면서 매일 시조 한 편을 외울 정도로 시조공부에 전념했다. 시조 속에 녹아 있는 선인들의 숨결과 세상살이의 부대낌은 우리 문화의 슬기와 멋을 알게 하고 한국인으로서 긍지를 갖게 한다. 하지만 그가 가까이서 본 요즘 청소년들은 외래문화에 빠져 우리 문화에 대한 이해가 너무 부족했다. 이러한 학생들에게 전해주고픈 우리 문화와 조상들의 생활상을 책으로 냈다. 저서<청소년을 위한 한국 문학 상징 이야기-시조와 함께하는 우리문학>(흐름). 시조를 주제별로 모아 계층이나 계급, 시대에 따른 다양한 문학적 의미를 설명한다. 시조의 단골 소재인 사군자, 소나무, 구름, 달 등 자연풍경 뿐만 아니라 금, 술, 흰색과 같은 민중 친화적 대상도 아우른다.특별한 점은 마치 할아버지가 손녀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듯이 서술한다. 낯설고 딱딱하게 느껴지는 시조를 한결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이유다.

  • 문학·출판
  • 김보현
  • 2016.06.24 23:02

이제야 시로 써내려간 내고향…조기호 시인 시집 〈전주성〉 출간

이제 전주하면 한옥마을을 대표적으로 떠올리게 됐지만 전주성, 견훤산성, 다가산, 석정 시인 등 전주를 빛내는 명소와 인품은 매우 많다.조기호 시인이 고향 전주를 탐미한 시집 <전주성>(신아출판사)을 펴냈다.전주에서 나고 자란 그는 전주는 천년고도로서 보이는 것 모두가 글의 소재이고 역사이며 눈물이라고 말한다. 손에 잡히는 것 전부가 알뜰살뜰한 글감임에도 열아홉 권의 시집을 낼 때까지 고향을 시에 담지 못했다. 최근 전주문인협회에서 받은 전주문학상을 계기로 용기를 내 이러한 시들을 엮었다. 시집은 백제와 조선시대부터 오늘날까지의 역사가 녹아든 장소들에 집중하기도 하고, 전주의 먹을 것, 볼 것, 즐길 것에 대한 감상을 적기도 한다. 100여 편에 달하는 작품 수에서 알 수 있듯 지역 곳곳을 면밀히 탐구했다. ‘안주 푸짐한 전주 막걸리집/ 목로에 앉으면/ 피눈물 뚝뚝 떨어지는/ 한 많은 후백제가 전라도 육자배기로 걸어와/ 이 빠진 뚝배기 귀퉁이에 서서/ 오목대 날도채비 춤을 추고/ 눈물이 쏙 빠지도록 서러운/ 전라감영 찰진 소리 한 대목이/ 내 건너 초록바위에 동학으로 걸려있다’( ‘전주성2’ 중) ‘완산주’에서 부흥을 꿈꾸던 후백제에서 조선시대 전라감영, 동학으로 이어지는 시선을 따라가 보면 전주의 유구한 역사가 되살아난다. 그는 “글의 내용이나 지명이 본래의 함축된 뜻, 설명과 다를 수 있지만 창작하는 글쟁이의 글이니 이해해주시길 바란다”며 “행여 누락된 소재들은 더 찾아내 다음으로 기약하겠다”고 말했다.조 시인은 시집 <저 꽃잎에 흐르는 바람아> <그 긴 여름의 이명과 귀머거리> <민들레 가시내야> 등 다수의 책을 펴냈고, 목정문학상 후광문학상 전북예술상 등을 수상했다. 현재 문예가족, 표현문학, 전주 풍물시동인회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 문학·출판
  • 김보현
  • 2016.06.24 23:02

김승환 전북교육감의 '읽기'와 '쓰기'...에세이 2권 발간

책 읽기를 존재 이유로 여기는 김승환 교육감은 방대한 독서량 만큼이나 글쓰기를 즐긴다. 대학교수시절에는 법학자로, 지식인으로서 사회현상에 대해 왕성한 글쓰기를 했고, 교육감이 돼서는 SNS를 통해 세상과 소통하고 있다. 교육감의 이러한 글쓰기가 두권의 책으로 나왔다. <교육감은 독서중>(모악)과 <눈보라 친 뒤에 소나무 돌아보니>(Human&Books).지식인에게 독서는 영혼의 호흡과 같다. 책을 읽어야 힘이 생기고, 삶아 있음을 느낀다. 예전에는 전공서적을 많이 봤지만 최근에는 다양한 책을 본다. 아무래도 교육관련 책 비중이 늘어났다.대학교수 시절 만큼의 글쓰기 자유는 잃었다. 찾는 책도 소설이나 그림책, 교육서적으로 자연스럽게 바뀌었다. 글쓰기에 대한 아쉬움은 페이스북이라는 온라인공간을 만나면서 어느정도 해소됐다.일상의 소식을 올리다가 혼자만 읽기에는 아까운 책소식을 올렸다. 여기 이런책도 있어요라는 소박한 마음에서 시작한 일인데, 서평을 꼼꼼히 찾아봤던 안도현 시인이 책으로 펴내자고 제안했다. 교육감의 소원인 책 권하는 사회의 징검다리가 될 수 있는 기회였다. 이렇게 묶인 책이 <교육감은 독서중>이다.페이스북 서평은 지난 2012년 7월부터 시작된 놀이다. 물리적인 한계로 짧은 글이지만 지식의 폭을 넓히고, 생각의 깊이를 키우는 내용이 담겼다. 책 <바르톨로메는 개가 아니다>(라헐 판 코에이)는 서평 이후 지역사회에서 인기도서가 됐고, 학부모들은 책 읽는 교육감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책에는 84권을 소개했다. 소설은 물론 그림책 동화 에세이 역사책 등 스펙트럼이 깊고 넓다. 교육감의 배후에는 잡식성 독서가 있다를 증명한다.<눈보라 친 뒤에 소나무 바라보니>는 묵힌 글이다.헌법학자인 교육감은 늘 인간과 인권을 강조했다. 한없이 짙푸를 것 같은 소나무가 머리에 눈을 이어야 하는 때가 오듯이 제가 연구해온 헌법 역시 그렇습니다. 인간의 권리는 국가권력으로 보호해주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국가권력은 인간의 권리를 끝없이 침해하려 합니다. 세월이 흐르고 시대가 변해도 국가권력이 인간의 권리를 침해하려는 시도는 변함없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헌법을 연구하는 국민의 기본권과 국가권력에 대해 끝없이 파고들 수밖에 없습니다. 그는 한국사회의 정치 사회 교육 화두를 헌법정신을 토대로 바라보고 탐구했다. 미네르바 사건, 국가명예훼손사건, 노무현대통령 탄핵소추사건, 현대상선 대북송금사건, 방송법 날치기사건, 교사시국선언사건, 테러방지법사건, 촛불집회사건 등 한국사회 쟁점이 되었던 사건에 대해 글을 쓰는 방법으로 목소리를 냈다.지난 1998년 김대중정부로부터 2010년 이명박정부까지 이르는 동안 다양한 매체에 발표한 70여편의 칼럼은 헌법학자로서의 치열한 고민과 성찰이 담겨있다. 이 책도 교육청 정옥희 대변인이 모아둔 칼럼을 보고 출판을 제안하면서 빛을 봤다.하응백 휴먼앤북스 대표는 20여년전의 글인데도 여전히 시의성이 있었다면서 독자와 공유하고, 시대정신을 일깨우려는 취지에서 출간했다고 밝혔다. 김 교육감은 계획없이 책을 두권이나 품게 됐다며 의도나 계획이 없는 글이라고 했다.

  • 문학·출판
  • 은수정
  • 2016.06.23 23:02

구름재 박병순 선생 시조세계 조명

구름재 박병순 선생의 시조 연구주제로 2016 한국시조시학회 하계 전국학술대회가 지난 17일 부터 이틀간 진안문화의집 등에서 열렸다.한국시조시학회가 주최한 이번 학술대회는 진안군과 진안문인협회가 주관하며 진안문화원과 전북일보가 후원했다. 이번 행사에는 구름재 선생을 연구해 온 전국 각지의 대학교수와 문인 및 지역 주민들의 많은 관심 속에서 진행됐다.구름재생가복원위원회 윤석정 공동대표는 인사말에서 고등학교 시절 은사님 중의 한 분인 구름재 박병순 선생님의 생가복원위원회 공동대표를 맡은 것은 참으로 특별한 인연이다. 생가 복원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이항로 진안군수는 환영사를 통해 박병순 선생에 대해 우리 진안이 낳은 시조문학의 거장인 구름재 선생님을 조명하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오신 여러분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축사에 나선 이재명 진안문화원장은 우리 근대문학사를 통틀어 가장 기념비적인 시조유산을 남긴 분이 구름재 선생님이신데 이런 분이 우리 고장(부귀면 세동리) 출신이라며 자랑스움을 표했다.한국문인협회진안군지부 전근표 회장은 축사에서 구름재 선생님의 고향인 이곳 진안에서 그 분을 주제로 한 학술대회가 열린다는 것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며 지난해 처음 시작한 구름재 선양 시낭송대회를 올해에는 10월 홍삼축제에 맞춰 전국대회로 확대 실시하겠다고 말했다.기조 발표자로 나선 서울여대 이숭원 교수는 박병순 시인은 선친(가람 이병기 선생)을 두고 (선생이) 세상에서 형님이라고 부르는 유일한 사람이라고 말한 적이 있을 정도로 특별한 인연이었다고 소개하면서 선생은 한글전용주의자요, 단기연호를 고집하는 민족주의자이며, 전통적 세계관으로 시조를 쓰고 사랑하신 분"이라고 주장했다.경기대 이지엽 교수는 기조 연설에서 선생은 현대시조의 격동기를 헤쳐 오면서 시대정신을 시조라는 그릇 안에 잘 녹여내면서 시조의 형식과 내용을 잘 아우르는 현대시조의 개척자이자 선각자였다고 평가했다.이날 중앙대 이승하 교수는 박병순 시조시인의 역사의식에 대한 고찰, 안양대 맹문재 교수는 박병순 시조에 나타난 꽃의 이미지 연구, 유성호 한양대 교수는 박병순 시조 미학, 원은희 창원대 교수는 서벌 동시조의 율격구조와 의미구조를 각각 연구 발표했다. 황치복(고려대), 양점숙(경기대), 장만호(경상대), 박수빈(상명대) 교수 등은 토론에 나서 열띤 의견을 교환했다.강신애, 오창제, 고은희, 김진돈, 이영숙 시인은 선생을 기리는 시낭송을 해 행사에 의미를 더했다.행사는 지난 18일 오전 구름재 선생의 시조에 나타난 진안8경 탐방을 끝으로 마무리됐다.

  • 문학·출판
  • 국승호
  • 2016.06.20 23:02

정읍의 시작 '고부'를 들추다

지방사, 지역사 없는 한국사는 온전한 역사일수가 없죠. 고부는 오랜 역사를 갖고 있고, 역사적 가치가 중요한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그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습니다. 이 책은 고부지역 유물, 유적 등 문화유산을 통해 역사적 가치를 읽어내고 고부와 두승산, 그리고 두승산에 터를 잡아온 유선사에 대한 이야기를 기록한 것입니다.유선사지 발간추진위원회가 <두승산유선사>와 여기에 구술자료 등을 더한 <유선사지(遊仙寺誌)>(신아출판사)를 출간했다.추진위원장인 송화섭 전주대 교수를 비롯해 김기덕 건국대 교수, 박경하 중앙대 교수, 조명일 군산대 박물관 연구사, 조용헌 칼럼니스트가 참여했다.책을 만들게 된 것은 고부 두승산 유선사 주지인 성수(性洙) 스님이 유선사 이야기를 엮어달라는 요청에서 시작됐다.유선사를 들여다보니 두승산과 고부군이 눈에 들어와 함께 조사했다. 현장답사, 문헌 연구를 통한 고고학적 발굴성과와 역사뿐만 아니라 설화, 풍수, 감응(感應) 등 다양한 관점의 이야기를 풀었다.이 책에 따르면 전남과 전북의 경계지점에 위치한 고부에 백제의 중방성(군사 행정의 지방 5대 거점 중 한 곳)이 있었다는 설이 학계의 공통된 견해다. 이는 고부군이 정치, 행정, 경제, 군사적으로 중요한 위치와 기능을 했다는 것을 말해준다.또한 고부천 유역은 마한의 지배층 무덤인 분구묘가 매우 밀집돼 있는 곳 중 하나로, 이는 백제의 진출 이전 이미 강력한 토착집단이 존재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정읍의 역사와 문화는 고부에서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그리고 그 배경에는 두승산이 있다. 두승산은 백제의 신선사상과 미륵사상의 기운을 품고 있다.두승산 정상에는 유선사(전통사찰54호)가 있다. 신라 때 의상(義湘)대사가 창건했다고 알려진 절은 몇 차례 중건을 거쳐 1982년 비구니 성수(性洙)스님이 주지로 부임해 다시 불사를 진행하고 격을 갖추게 됐다.책 <두승산유선사>에는 필진들이 쓴 백제의 고부 진출과정 고부의 연혁과 두승산의 역사 두승산 유선사의 신선사상 유선사에 얽힌 미륵신앙 풍수지리적으로 분석한 유선사 등이 담겨 있다.이 책에 성수스님의 구술자료와 유선사 사진 등을 화보로 붙여 <유선사지(遊仙寺誌)>를 출간했다. 성수스님 수행이야기, 약사여래불대웅전3층요사채종각 조성 과정, 보타산구화산인도중국 성지 순례 등 유선사에 얽힌 역사와 일화들이 수록됐다.

  • 문학·출판
  • 김보현
  • 2016.06.17 23:02

온기 어린 시·그림, 삶을 위로하다…이유경 작가 〈마음으로 부르는 노래〉

‘별들이 하늘에서 내려오고 꽃들은 별 밭에서 행복을 노래 할 때/ 꿈은 하늘 달 빛 가슴에 내려 앉아 눈이 부시다’( ‘꿈’ 중)이유경 작가가 글과 그림이 어우러진 <마음으로 부르는 노래>(신아출판사)를 냈다.지난 2010년 <풀향기 머문길>출간을 시작으로 <그리운 바람길> <길섶에 서서> <꽃이 내게 말하네> <바람 잠시 쉬어가는 길> <내 마음을 봅니다> 등 매년 한 권씩 작품집을 내고 있다.신간에는 시간과 계절이 변함에 따라 느끼는 심상과 삶의 면면에서 느끼는 감정들을 시와 그림으로 표현했다. 그는 작가노트를 통해 “아픔과 그리움 번지는 마음 가에 따뜻한 바람의 손길로 눈물 거두고 날마다 아름다운 삶의 노래를 부를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오늘 하루도 잘 보냈냐며 인사를 건네는 그대 얼굴에서 나는 희망을 봅니다/ 어느 날은 커다랗게 둥근 얼굴로 어느 날은 수척해진 반쪽 얼굴이지만/ 늘 미소를 잃지 않는 모습으로 나를 바라보며 위로를 건네는/ 그대가 있어 참으로 행복합니다’( ‘그대 얼굴’ 중)삶을 바라보는 그의 따뜻한 시선에서 희망과 위로를 느낄 수 있다.작가는 전라북도서예대전 초대작가,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초대작가 등을 지냈다.

  • 문학·출판
  • 김보현
  • 2016.06.17 23:02

소통·순환이 생명 살리는 길…전희식 〈소농은 혁명이다〉

착유 로봇이 우유를 짜고, 드론(무인항공기)이 방제를 하는 농촌. 눈부시게 발전하는 정보기술과 결합해 농업도 점점 첨단산업에 자리를 내어주고 있다. 정부도 스마트농업, 6차산업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경제성효율성을 강조하는 시대, 농업도 예외일수는 없다.글쓰는 농부 전희식 씨가 <소농은 혁명이다>(도서출판 모시는사람들)를 통해 농업의 첨단산업화에 이의를 제기한다.농업은 생산성과 함께 환경보전적 기능이 중요한데, 현대농업의 과도한 산업화가 농업이 가진 환경보전성을 외면하기 때문이다.농사없는 환경운동은 말짱 도루묵이라고 할 정도로 농업의 환경보전 역할이 큰데 산업화가 되면서 농업의 공익적 기능이 축소외면받고 있다는 것이다.그가 내세우는 대안이 바로 소농이다. 소농은 규모라기보다는 농사법에 가까운데, 삶 전체의 변혁을 의미한다. 감자밭에 드문드문 울콩을 심어 공기중의 질소를 끌어와서 거름을 삼게하고, 가뭄이 오래돼도 식물 뿌리에 바로 물을 주지않고 멀찍이 물을 줘 뿌리가 스스로 물을 찾아 뻗어나오게 한다. 고추모종을 옮겨심으면서 23일 그늘진 곳에 두고 물을 주지 않는 것은 모종의 모든 에너지가 물을 찾아 뿌리로 집중하게 하기 위한 것이며, 한 달 뒤에나 지지대를 묶어주는 것도 스스로의 힘으로 설수 있도록 돕는다. 이것이 소농의 농사법이다.그는 이러한 농사법이 인류 문명의 폐해와 농업의 위기에 맞서 지구상의 모든 생명이 오래도록 다 같이 잘사는 길이라고 강조한다.한 농가가 여섯 가정을 먹여 살리는 정도의 소농은 자연의 복원력을 해치지 않으면서 다음 문명을 순조롭게 이어가는 소통의 농사법이며, 농지를 보전하고 사람들을 먹여 살리는 농민의 사회적 기여도를 고려해 기본소득을 보장하자고 주장한다. 이것이 농민기본소득제다. 이 둘이 조합을 이룰때 땅의 위기, 먹거리의 위기, 생명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농사란 원래 사람과 가축, 땅과 물, 함께 사는 이웃이 막힌데 없이 잘 소통하고 순환하는 것이었다. 사람 역시 먹을거리와 입을 거리, 교육, 건강, 놀이, 문화 등을 모두 자연에서 가져왔다. 이 책은 지속가능한 미래를 곰곰히 생각하게 한다.책은 한국농어민신문을 비롯해 여러 매체에 선보였던 자연과 생명, 농사와 살림 이야기를 엮었다.저자는 장수에서 자연재배 농사를 짓고 있으며, 농민단체와 생명평화단체 등지에서 활동하고 있다. <똥꽃> <땅살림 시골살이> <시골집 고쳐살기> <아름다운 후퇴> <하늘이의 시골일기> 등 농촌에서의 더불어 사는 삶을 책으로 기록해왔다.

  • 문학·출판
  • 은수정
  • 2016.06.10 23:02
문화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