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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림보’ 행정의 상처

삽화=권휘원 화백 옛 대한방직 터 개발에 대한 권고안이 발표됐다. 상업시설에서 인근 종합경기장 개발과 중복됨에 따라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대한방직 공론화위원회는 지난달 25일 1년여 만에 시민 여론을 담은 개발 청사진을 제시했다. 상업시설 중심의 복합 문화공간 개발 시나리오가 이번에 마련한 3개안 중에서 가장 높은 74.9%의 지지를 받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백화점호텔컨벤션 등이 포함된 종합경기장 개발과 상업시설 기능이 겹치는 바람에 전주시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게 됐다. 애초 자광이 지난 2018년 470m 높이 익스트림 타워와 복합쇼핑몰호텔컨벤션은 물론 아파트 3000세대 등을 짓겠다고 밝히면서 이같은 문제점은 충분히 예견됐다. 더구나 이들 두 지역은 자동차로 불과 10분 안팎에 위치해 있다. 상업시설 기능도 중첩되지만 거리상으로도 너무 가까워 전주시 도시개발 계획에도 배치된다는 지적이다. 앞서 발표된 종합경기장 개발안은 전체 면적의 33.1%(4만800㎡)를 뺀 나머지를 숲으로 만들어 시민에게 돌려준다는 명분아래 롯데에게 백화점과 호텔을 허용하겠다는 게 골자다. 시민단체는 이와 관련 3700억 원을 들인 시민의 숲은 허울 뿐이지 결과적으론 백화점과 호텔에 휴식공간까지 만들어 준 꼴이다며 일침을 가했다. 대한방직과 종합경기장은 전주에서 몇 군데 남지않은 핵심 노른자위 땅이다. 도시발전 측면에서도 기능 중복의 겹치기 개발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여론이다. 이런 점 때문에 시의 입장에서도 솔로몬의 지혜를 강구하기 위한 여론수렴 작업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이쯤되다 보니 전주시 속내가 궁금해진다. 시 관계자들도 이런 상황을 예상치 못했을 리는 만무하다. 더군다나 이들 사업에 대한 시민들 관심이 폭발적인 데다 언론의 질타가 이어졌음에도 여태까지 질질 끌었는지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더욱 아쉬운 것은 일찍이 이와 관련해 숱한 문제점을 지적했는데도 이를 순발력있게 대처하지 못한 시의 행정능력이다. 원래 롯데쇼핑을 끌어들인 종합경기장 개발계획은 송하진 지사가 전주시장 때 추진했다. 바통을 이어받은 김승수 시장이 이를 전면 틀어버리면서 실타래처럼 꼬인 것이다. 이후 이 문제를 둘러싼 갈등에 대해 시민들 시선이 곱지않은 것도 그 때문이다. 대한방직 해결책도 이들의 신뢰를 바탕으로 출발한다. 개발안이 확정되더라도 소정의 과정을 거쳐 전북도의 승인절차가 남아있다. 용도변경이 핵심인데 이런 복잡한 문제들이 도청 업무와 연계돼 있다. 그렇다면 전주시가 먼저 입장을 정리해야 한다. 개발계획을 접수하고 3년 가까운 시간속에서 타당성 검토를 했기에 결론을 내려야 할 때다. 시민여론이 반영된 최종 개발 권고안까지 윤곽을 드러냄으로써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할 것이다. 이젠 더 이상 미룰 일이 아니다. 이들 지역의 개발 여부는 침체의 늪에 빠진 지역경제 회생의 모멘텀이 된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 오피니언
  • 김영곤
  • 2021.03.02 20:07

아름다운 귀향

삽화=권휘원 화백 얼마전 푸른바다거북의 신비로운 귀향 소식이 세간의 눈길을 끌었다. 2017년 전남 여수의 수족관에서 부화한 네 살 짜리 푸른바다거북이 지난해 9월 제주 중문해수욕장을 떠난 지 석 달 만인 지난해 12월 3847㎞ 떨어진 베트남 동쪽 해안에 도착한 사실이 확인됐다. 방류된 거북이 야생에 잘 적응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등껍데기에 부착한 인공위성 위치추적 장치가 거북의 무사한 귀향 신호를 보내왔다. 멸종 위기종인 푸른바다거북의 주요 산란지는 베트남 등 동남아 인근인데 이 거북은 베트남 인근에서 포획된 어미가 국내에서 수컷과 짝짓기해 태어났다고 한다. 산란지가 아닌 이국의 수족관에서 인공 증식으로 태어난 어린 거북이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어미의 고향을 찾아 수 천㎞를 헤엄쳐 간 것이다. 고향을 찾아가는 귀소본능은 연어에게서 익숙하게 보아왔다. 연어의 고향으로 불리는 강원도 양양 남대천과 울산 태화강, 경북 울진군 왕피천, 그리고 섬진강 등에서는 매년 연어의 귀향을 볼 수 있다. 귀향한 연어의 산란으로 태어난 새끼 연어는 잠시 하천에서 머물다 바다로 나간 뒤 베링해와 북태평양 전역을 회유하는 긴 여정을 거쳐 3~4년 뒤 어미가 돼 다시 고향으로 돌아온다. 이동 거리가 무려 1만6000㎞로 마라톤 풀코스(42.195㎞)의 380배다. 먼 거리를 오가는 동물들은 태양의 위치를 기초로 일정한 방향을 이동한다고 한다. 태양을 방향 인지의 나침반으로 삼는다고 해서 태양 컴퍼스(solar compass)라고 일컬어진다. 태양 컴퍼스는 철새와 연어 등 동물들의 귀소성(歸巢性)회귀성(回歸性)을 설명해주는 근거로 설명되고 있다. 동물이 서식산란육아를 하던 곳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가 다시 그 곳으로 되돌아 오는 귀소본능은 태양 컴퍼스와 관계가 있다고 한다. 사람들이 해지는 석양을 보면 고향이 생각나는 것도 태양 컴퍼스와 관련있는지 모른다. 사람들의 귀소본능은 명절 대이동과 장례식에서 확인할 수 있다. 코로나19도 명절에 고향을 향하는 발걸음을 완전히 멈추게 하지는 못했고, 장례문화가 달라지긴 했지만 고향 선산으로 향하는 장례 행렬도 아직 남아 있다. 그러나 잠시 돌아오는 사람들과 달리 전북을 떠나는 사람이 훨씬 많다. 지난 1973년 250여만 명에 달했던 전북 인구는 지난해 180여만 명으로 70만명이나 줄었다. 47년 만에 전주시 하나가 통째로 사라진 셈이다. 2047년에는 158만명까지 감소할 것이란 통계청 전망도 있다. 지난 2008년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퇴임후 김해 봉하마을 귀향은 국민들에게 신선한 감동을 줬다. 전북에서는 이홍훈 전 대법관이 지난 2011년 퇴임후 고향인 고창으로 귀향해 주목받았다. 선거철이 되면 출사표를 들고 귀향하는 사람들도 있다. 잠시 왔다가 다시 떠나지 않는 출향 인사들의 아름다운 귀향 소식이 자주 들려왔으면 좋겠다.

  • 오피니언
  • 강인석
  • 2021.03.01 16:57

‘천연두 바이러스’와 백신

삽화=권휘원 화백 인류역사상 최초의 전염병은 천연두로 알려져 있다. 정확한 기록이 없으니 연원을 확인할 수는 없으나 기원전 1157년 이집트 람세스 5세의 미라에서 천연두 흔적이 발견되었고, 기원전 1112년에는 중국에서도 발병했다는 기록이 있다. 천연두는 사망률이 30%에 이르고 그 후유증도 컸던 탓에 인류에게는 공포의 대상이었다. 다행히 1977년 소말리아에서 발병한 환자를 마지막으로 인류의 역사에서 사라졌지만 천연두의 괴력(?)은 시대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창궐해 인류의 삶을 위협하고 파괴했기 때문이다. 사실 WHO가 천연두 바이러스 박멸을 선포한 것이 1979년이니 공식적인 종식은 불과 30여 년 전이다. 인류를 위협했던 천연두 바이러스를 종식시킨 것은 역시 인류가 이어낸 과학의 힘이었다. 에드워드 제너(Edward Jenner, 1749~1823). 영국 의학자인 그는 우두접종법을 발견한 의사. 인류 최초의 백신인 천연두 백신을 개발한 사람이 그다. 감염병에 각별한 관심을 갖고 연구해온 그는 1796년, 천연두에 걸린 여덟 살 소년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천연두 백신을 개발해냈다. 젖소를 감염시키는 우두 바이러스로부터 개발된 천연두 백신은 인류가 처음으로 질병을 정복할 수 있게 한 주역이기도 하다. 흥미로운 이야기가 있다. 제너에게 천연두에 감염된 소년이 찾아왔을 즈음, 항간에 나도는 소문이 있었다. 우두에 걸린 소의 바이러스에 전염된 사람도 역시 붉은 상처가 생기는 등 앓게 되지만 곧 나을 뿐 아니라 이후에는 천연두에 걸리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제너는 이 소문을 의학적으로 확인하고 싶었으나 임상시험 대상자를 찾기 어려웠다. 그런데 한 노인이 제너를 찾아왔다. 아홉 살 때 우두에 걸렸었다는 노인이었다. 기꺼이 실험에 응하겠다는 그 노인 덕분에 제너는 우두에 한번 걸리고 나면 50년이 지나도 천연두에 걸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천연두 백신을 개발해냈다. 더해진 성과가 있다. 1798년, 제너가 발표한 종두법이다. 종두법은 오늘날 숱한 백신을 개발하는데 기여한 질병 치료법의 의학적 뿌리다. 코로나의 위기로부터 인류를 구할(?) 백신 접종이 시작됐다. 그사이 백신의 안전성을 두고 논란이 일었지만 여러 통로로 백신의 효과는 입증된 터다. 그런데도 한편에서는 여전히 근거 없는 거짓뉴스가 나댄다. 일상이 무너져버린 절대 절명의 시기에 거짓 정보로 혼란을 불러내는 일은 범죄다. 집단면역으로 가는 길, 서로를 향한 위로와 격려가 필요하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21.02.25 16:28

헌혈명문가

삽화=권휘원 화백 지난해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국내 헌혈 인구가 격감하면서 혈액 수급에 초비상이 걸렸다. 사회적 거리두기 시행과 5인 이상 모임 금지 및 외출 자제 권고 등 영향으로 헌혈의집 방문객과 단체헌혈이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지난해 헌혈 인구는 전년보다 20만 명 이상 감소했고 현재 혈액보유량은 적정혈액보유량 5일분에 절반 수준인 2.9일분에 불과하다.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에 따르면 하루 평균 5600여 명이 헌혈을 해야만 적정혈액보유량을 유지하는데 현재 일평균 헌혈자는 3600여 명에 그치고 있다. 현재와 같이 혈액보유량 3일 미만인 주의 단계가 지속되면 의료기관에 필요한 만큼 혈액공급이 어려워지고 재난이나 대형사고 등 국가위기상황 발생 시 심각한 혈액 부족 사태가 우려된다. 이처럼 혈액수급에 빨간불이 지속되는 가운데 온 가족이 헌혈에 나서고 있는 송태규 원광중학교 교장(60)과 자녀가 화제를 모으고 있다. 송 교장은 지난 20일 헌혈 300회라는 대기록을 달성했다. 지난 2001년 5월 첫 헌혈에 나선 뒤 20년 만에 달성한 기록이다. 육군 장교로 복무 중인 아들 호선씨(30)는 134회, 익산시보건소에 근무하는 딸 하늘씨(27)는 110회째 헌혈을 했다. 송 교장과 아들 딸의 헌혈 횟수를 합하면 모두 544회에 이른다. 일가족이 장기간에 걸쳐 헌혈에 참여하고 있는 사례는 국내에서 거의 유일하다. 부인도 헌혈에 참여하려 했지만 헤모글로빈 수치가 낮아 못하고 있다. 송 교장은 2주에 한 번씩 헌혈을 하기 위해 철저히 자기관리를 해오고 있다. 아들과 함께 매년 수영 사이클 마라톤 등 철인 3종 경기에 참여하고 있고 헌혈 전에는 술이나 감기약도 먹지 않는다. 그는 300회 헌혈 기록을 세우면서 대한적십자사로부터 헌혈유공장 최고명예대장 포장증을 받았다. 지난해에는 세계헌혈자의 날을 맞아 보건복지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100회 이상 헌혈자를 등재하는 대한적십자사 명예의 전당에는 아들 딸과 함께 나란히 올랐다. 익산시가 지난해 주최한 2020 익산만의 숨은 보석찾기 행사에선 최다 헌혈 가족으로 선정돼 헌혈명문가로 인정받았다. 송 교장은 헌혈 정년인 만 69세까지 헌혈을 이어가 500회를 채울 계획이다. 그는 이웃과 사회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생각해왔다면서 헌혈은 이웃 사랑과 생명 나눔의 실천이라고 전했다. 32년째 교직에 몸담고 있는 송 교장은 시인이자 수필가로도 활동 중이다. 지난해 수필집 마음의 다리를 놓다를 펴냈고 전북일보에 새벽메아리 칼럼을 게재하고 있다.

  • 오피니언
  • 권순택
  • 2021.02.24 17:29

자치단체장의 운명

삽화=권휘원 화백 한국소리문화의전당이 가끔 정치권 화두로 등장할 때가 있다. 전북 문화공연의 메카인 이곳의 탄생 비화가 자치단체장 귀감 사례로 소환되는 까닭이다. 무엇보다 무능력과 구태의연함을 탓할 때 거의 빠지지 않고 쓰인다. 머지않은 미래를 내다보지 못하고 현실에 안주하려는 무사안일한 자세를 경고하는 의미다. 2001년 개관 당시 소리문화전당은 전국에서 손꼽힐 정도로 시설 수준과 규모 면에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완공되기까지 과정은 말 그대로 고난의 연속이었다. IMF 회오리가 몰아치던 1998년 첫 삽을 뜨면서 이를 둘러싼 찬반논란은 뜨거웠다. 국난극복의 어려운 시기임을 감안하면 투입예산이 1000억을 능가한다는 것은 지금 생각해도 대단한 일이다. 그때 정치스타로 급부상한 유종근 지사는 이런 반대여론에 굴복하지 않고 강하게 밀어붙였다. 글로벌마인드를 갖춘 거시적 안목과 지역발전에 대한 확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공직사회에서도 부정적 기류가 강해 내부 불만이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나라 살림이 거덜 난 판에 문화예술 공간을 짓는데 천문학적 돈을 쏟아붓는 게 제정신이냐며 비판수위를 높였다. 그런 가운데서도 유 지사 결단력이 문화예술의 꽃을 피울 수 있는 비옥한 토양을 만들어 낸 것이다. 지역발전과 주민행복은 선거를 통해 뽑힌 자치단체장의 운명이다.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한 발상 대전환과 함께 과감하고 신속한 행정처리가 전제돼야 함은 물론이다. 하지만 지역현실은 이런 기류와 동떨어져 이래저래 고민이 많을 수밖에 없다. 포퓰리즘 낯내기 행사에는 집착하는 반면 대형 어젠다 개발을 통한 지역발전 밑그림은 아예 관심 밖이다. 기껏해야 감성 정치에만 열 올리는 직업 정치인만 존재하는 꼴이다. 이처럼 비관적 상황이 반복됨에 따라 주민들의 정치혐오증도 극에 달해 있다. 지난 2019년 조사결과 한국인이 가장 신뢰할 수 없는 공인으로 국회의원(39.8%)과 정치인(39.1%)이 각각 1, 2위를 차지한 것만 봐도 짐작할 수 있다. 실제로 새만금 행정구역 자치단체간 갈등이 대표적이다. 전북미래를 가름하는 핵심사업임에도 군산시 김제시 부안군의 소아병적 이기주의는 도를 넘었다. 결국 군산시와 김제시는 간극을 좁히지 못해 법정다툼까지 벌였다. 전주 대한방직 부지개발을 둘러싼 지루한 공방도 마찬가지다. 2조5000억 예산투입과 일자리 창출효과 5000개의 지역현안인데도 시가 무책임한 자세로 일관해 빈축을 사고 있다. 공론화위원회를 앞세워 책임을 떠넘긴다는 지적까지 받고 있다. 어느덧 성년이 된 소리문화전당이 올해 개관 20주년 특별기획전을 마련했다는 소식이다. 코로나의 숨 막히는 상황에서도 문화예술에 대한 시민욕구는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는다. 이를 담아내면서 함께 소통하고 즐길 수 있는 공간이 가까운 곳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왠지 풍성한 느낌이다. 자치단체장의 선구자적 혜안과 굽힐 줄 모르는 뚝심이 가져다 준 선물이다.

  • 오피니언
  • 김영곤
  • 2021.02.23 17:33

램지어 교수와 역사 교육

삽화=권휘원 화백 코로나19 장기화로 가뜩이나 우울한 요즘 미국 하버드대의 친일파 교수 한 명이 한국 사회에 공분을 주고 있다. 일본군 위안부는 매춘부라는 황당한 주장이 담긴 논문을 학술지에 보낸 존 마크 램지어 교수다. 그는 태평양전쟁의 성매매 계약이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위안부는 매춘부로 강제성이 없는 자발적인 성 노동이라고 강변했다. 램지어 교수는 일본에서 10대를 보냈고, 30대에는 일본에서 유학하며 일본법과 기업을 연구한 친일파 학자다. 전범국가와 침략국가의 과거를 반성하기 보다 역사 왜곡에 몰두해온 일본을 공부한 셈이다. 일본은 자신들의 어두운 과거를 감추기 위해 세계 곳곳에 친일 인사를 심는데 막대한 돈과 시간을 쏟아왔다. 미국 의회에는 일본에 우호적인 의원 모임인 재팬 코커스 회원이 상하원 의원 121명에 달한다. 반면 코리아 코커스 회원은 80명 정도다. 램지어 교수의 하버드대 공식 직함은 미쓰비시 일본 법학 교수다. 일본의 대표적 전범기업인 미쓰비시가 하버드대에 200억원이 넘는 돈을 지원하면서 만든 자리다. 램지어 교수는 1998년부터 23년째 미쓰비시 일본 법학 교수로 활동 중이다. 이번 위안부 왜곡뿐 아니라 1923년 관동대지진 당시 일본 자경단의 조선인 학살도 부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정부는 해외에 일본 문화를 알린 공로로 2018년 그에게 욱일중수장을 수여했다고 한다. 일본 정부의 훈장인 욱일장 6가지 중 3번째 서열이다.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아픈 상처에 비수를 들이대며 역사를 왜곡한 램지어 교수에 대해 온 국민이 공분하고 있다. 일본의 범죄 행위에 대한 역사교육 확대 목소리도 높다. 400여년 전 임진왜란 당시에도 왜군의 만행은 위안부 만행과 다르지 않았다. 왜군에게 젓가슴을 유린당했다며 자신의 젓가슴을 칼로 도려내고 자결한 조선 여성들의 기록이 임진왜란사에 담겨있다. 최근 도내 대학의 일부 역사학자를 중심으로 전북지역의 임진왜란사 정리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전북에는 임진왜란의 결정적 전투인 웅치이치전투를 비롯해 많은 의병전투 현장이 있지만 일부 지역 전투를 제외하고 종합적인 연구와 자료 정리가 미비해 임진왜란 당시 전북지역 관군 및 의병 활동에 대한 체계적인 역사교육 기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정유재란 시기 연구는 공백 상태로 일부 의병은 진위 논란까지 빚어지고 있다고 한다. 전북과 달리 타 지역에서는 1990년대 이후 임진왜란 당시의 의병 연구 등이 활발하게 진행돼왔다. 경북에서는 경북의병사(1990년), 대구지역 임진란사(2017년), 경북지역 임진란사(2018년) 등이, 전남에서는 호남지방임진왜란사료집(1990년) 등이 발간돼 왔다. 전북에서도 체계적인 임진왜란사 정리 및 고증을 통해 일본의 침략을 막아낸 소중한 역사를 기억하고 배울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길 기대한다.

  • 오피니언
  • 강인석
  • 2021.02.22 17:27

사람 냄새 나는 세상

삽화=권휘원 화백 세상살기가 나아지기보다는 더 어려워졌다. 코로나19로 팬데믹을 가져온 탓만이 아니다. 사람 살아가는데 근본과 원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무너져 버렸기 때문이다. 생후 2주밖에 안 된 피붙이를 20대 철없는 부모가 죽여 놓은 막가는 세상이 되었다.30대가 자신의 얼굴을 쳐다봤다는 이유로 60대를 힐킥(무릎으로 가격)으로 무자비하게 폭행한 장면이 고스란히 화면에 나왔다. 예측하기도 쉽지 않은 무서운 세상이다. 하굣길에 고교생들이 시내버스 승강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면서 담배 피우는 모습을 목격해도 그 누구 하나 제지하지 않고 그냥 지나치기 일쑤다. 예전에는 나무라고 타일렀지만, 지금은 어른이랍시고 꾸짖고 주의를 줬다가는 개망신 당하기에 십상이다. 자식이나 손자뻘 같아서 하지 말라고 말했다가는 바로 당신이 뭐길래 우리한테 이런 식으로 말하느냐면서 눈을 부라리고 욕지거리를 하면서 달려들 것이다. 시내버스나 전철에서 노약자에게 자리를 양보했던 미풍양속은 기대할 게 못된다. 어린아이를 업었거나 무거운 짐을 들고 있어도 나하고는 상관 없는 일이라며 미동도 하지 않고 눈길도 안 준다. 테스형. 왜 세상이 이렇게 험악하게 돌아가나요. 세상이 편리해진 만큼 도덕과 윤리가 사라진 게 원인인 것 같다. 먹고 사는 직장도 다를 바 없다. 땡전 뉴스라는 말이 80년 5공 때 널리 회자된 것처럼 요즘에는 정각 8시나 9시에 출근하고 5시나 6시에땡하면 칼퇴근한다. 그 이후에는 휴대폰도 닿지 않아 연락하는 사람이 마치 정신 나간 웃기는 사람이 돼 버렸다. 사람 사는 세상이 아니고 기계처럼 움직이는 살풍경만 펼쳐진다. 스마트폰이 편리함을 가져다줬지만, 그 반대로 개인주의와 물질주의만 만연시켰다. 세대 차라고 말하기보다는 20, 30대들은 마치 딴나라에서 온 사람 같다. 기성세대들과 말과 행동이 다르다. 식생활 패턴도 차이가 엄청나다. 부모가 살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한 예기도 귀담아 듣지 않고 괜한 잔소리로 여겨버린다. 밥상머리 교육이 멀어진 만큼 부모와 자식 간 정도 그만큼 멀어졌다. 부모를 학대하고 패륜을 저지른 끔찍한 범죄만 늘어난다. 캥거루족이 늘면서 온실 속의 화초마냥 젊은층의 자립 의지가 약해 부모들만 늙어서까지 뼛골 빠진다. 가정 학교 사회가 기계식으로 움직이다 보니까 인성교육이 안됐다. 운동선수들은 성적 지상주의에 매몰되다 보니까 설령 학교폭력을 저질렀어도 묻히고 파묻혔다. 그게 이제서야 SNS를 통해 까발려 지면서 난리법석을 떨고 있다. 지금부터는 잘못한 일은 무작정 남 탓으로만 책임을 돌릴 게 아니라 천주교 신자들처럼내 탓이요라고 했으면 한다. 법학자 옐리네크가법은 도덕의 최소한 이라고 말한 것처럼 도덕적 가치를 존중하며 살아야 한다. 법의 공정성이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로 위기를 맞았지만 그래도 법이 사회적 안정을 지킨다. 코로나로 고통 받으며 불확실한 세상 속에 살아도 새해에는 사람 냄새 풍기는 세상을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 오피니언
  • 백성일
  • 2021.02.21 17:29

전라감영과 ‘포크의 일기’

전주는 조선시대, 지방행정의 최고 책임자인 관찰사가 거처하는 감영이 있던 도시다. 당시 각 도마다 감영이 설치됐지만 상황과 환경에 따라 다른 도시로 이전하기도 해 전주처럼 지속적으로 감영이 존재했던 도시는 몇 되지 않는다. 지난해 지금의 호남과 제주를 아우르는 전라도 전역을 통치했던 전라감영이 복원되면서 전주의 역사성이 주목 받고 있다. 천년 시간을 거슬러 찾아온 역사 건축물의 위용과 장소의 역사성이 갖는 의미와 가치 덕분일터다. 사실 복원된 전라감영은 외형적으로도 완전복원이 아니다. 아직은 전라감영의 동편 부지에 있던 선화당을 비롯한 4개 건물과 부속건축물이 전부인데 그 일부를 복원하는데도 어려움이 컸다. 관련 자료가 미흡해 고증에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복원에는 여러 사료가 동원됐다. 그중 가장 늦게 등장한 자료가 있다. 관찰사의 집무공간인 선화당 내부를 짐작할 수 있게 하는 두 점의 사진, 관찰사와 육방 권속이 함께 찍은 기념사진과 네 명의 기생이 춤을 추는 사진이다. 누가 언제 찍은 것인지 출처가 불분명한 이 사진의 주인이 밝혀진 것은 건물 복원이 거의 마무리되어가던 즈음이다. 조지 클레이튼 포크. 1884년 5월, 조선 주재 미국 공사관 해군 무관으로 부임한 외교관이다. 그는 정보수집을 위해 조선의 각 지역을 직접 답사하며 조사하고 기록을 남겼다. 이 사진 말고도 더 많은 사진과 보고 느낀 일기 형식의 기록이 남아 있다는 사실, 그리고 2007년 그의 조사 일기가 책으로도 간행되었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선교사의 아들로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라 한국역사에 관심이 깊었던 사무엘 홀리 교수가 펴낸 <조지 클레이튼 포크의 1884년 조선 여행 일기>다. 당연히 관련 사료에 목말라 있던 연구자들에게 <포크의 일기>는 가뭄의 단비와도 같았다. 그중에서도 각별한 관심을 기울인 연구자가 있다. 관련 자료를 추적해 포크의 기록이 미국 위스콘신 밀위키 대학에 소장된 과정을 알아낸 우석대 조법종 교수다. 공개된 포크의 사진을 면밀히 관찰해 당시의 사진기법(유리원판)까지 재현해낸 그가 최근 사무엘 교수의 책을 번역해 출간했다. 1884년 11월 1일 서울을 떠나 12월 14일 미국공사관에 복귀하기까지를 기록한 일기다. 11월 10일부터 12일까지의 기록은 전주에 머물며 전라감사와 나눈 대화와 자신이 살핀(?) 전라감영의 풍경과 인상이다. 섬세한 관찰 기록으로 만나는 전라감영은 더 흥미롭다. 기록이 주는 힘일 터. 번역자의 노고에 새삼 감사하게 된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21.02.18 17:18

한국에 배치된 우주군

삽화=권휘원 화백 지난 1일 군산 미 공군기지에서 이색적인 전속행사가 열렸다. 제8통신중대 소속 공군 안톤 솔로셴코 등 장병 3명이 제8임무지원단 사령관 제니퍼 펠프스 대령의 주재하에 우주군(USSF: United States Space Command)으로 편입되는 입대 선서식을 했다. 이들을 포함해 8명의 미 우주군은 오산 공군기지 내 제 607항공작전센터에 배속돼 미 공군한국 공군과 함께 유사시 대비태세를 위해 근무 중이다. 우주군은 그동안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등장했다. 그러나 냉전시대를 맞아 우주전쟁이 현실화하면서 1982년 미 공군 내에 우주사령부가 운영되어 오다 2019년 트럼프 대통령 때 창설됐다. 우주군의 명칭은 지난해 11월 창설 1주년을 맞아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이 가디언스(guardians수호자들)라고 명명했다. 우주 공간을 무대로 한 슈퍼히어로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에서 따왔다는 얘기도 있다. 사실 우주군의 존재에 대해선 미국 사회에서도 잘 알려지지 않았다. 이달 초 젠 사키 미국 백악관 대변인이 브리핑에서 우주군 관련 질문에 와우 우주군이라며 코웃음을 쳤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그는 출입기자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창설한 우주군이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계속 유지되는지 묻는 질문을 농담처럼 여겼기 때문이다. 존 레이먼드 우주군 참모총장도 화상 회의 질문에서 자신의 어머니가 우주군이 하는 일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면서 그게 내가 하는 일이라고 어머니를 이해시켰다고 전했다. 우주군의 주요 임무와 역할은 우주 안보와 우주에서의 전투력 투사, 우주 기동성과 군수지원, 우주를 경유하는 정보의 보안성 등으로 알려져 있다. 즉 우주 공간에서의 중국과 러시아의 활용 능력과 위협이 증가함에 따라 이에 대응하기 위해 우주 전력을 강화하는 차원이다. 실제 중국은 반위성 요격 미사일 시험과 우주 인공위성에 레이저 무기 탑재 추진, 지상 우주통제국에 대해 사이버 공격 자행, 그리고 민군 융합전략에 의한 우주 무기 확장 등을 꾀하고 있다. 지난 2001년과 2003년 아프간과 이라크의 대테러전쟁도 첨단 무기를 동원한 국지전이지만 실제론 우주 통신인공위성과 군사위성에 의해 정밀 타격이 이뤄진 우주전 이었다. 군사 전문가들은 우주가 이미 전투 도메인(war-fighting domain)으로 변질됐다고 전한다. 인도가 2019년 반위성 타격위성 미사일을 운용하는 우주군을 만들었고 일본 스페인 이탈리아 등도 우주 전담기구나 군부대를 창설했다. 한국 공군도 미 우주군과 정례협의체를 개설하고 우주작전 교육 훈련에 참여하게 된다. 이젠 스타 워즈(Star Wars)시대를 맞고 있다.

  • 오피니언
  • 권순택
  • 2021.02.17 16:45

농촌인구의 두 얼굴

삽화=권휘원 화백 설 연휴 때 예정에 없던 일로 고향에 다녀왔다. 어릴 적 면(面)단위 소재지 치곤 꽤 큰 편이었는데도 인적이 드물어 한산했다. 아무리 코로나 국면이지만 명절이 무색할 지경이다. 하지만 결코 코로나만 탓할 일은 아니다. 언제부터인가 이같은 분위기가 서서히 이어진 것이다. 그 이전만 해도 거리에서 지인 23명을 만나는 건 어렵지 않았다. 그런데 젊은층 대부분이 도시로 떠나면서 고향은 활기를 잃어 버린 듯 무겁게 가라않았다. 유년시절 왁자지껄한 추억이 가득한 동네가 말 그대로 낯설고 물설은 느낌이다. 그도 그럴것이 농촌지역이 고령화 저출산으로 몸살을 앓은 지도 오래다. 전주 군산 익산을 제외한 11개 자치단체가 인구소멸위험지역이다. 전북은 2018년 처음으로 1만 명에 이어 이듬해까지 2만6천여명이 고향을 떠난 것으로 조사됐다. 출산율 또한 지난 1981년 신생아 4만7천여명을 기록해 정점을 찍은 뒤 계속 내리막길을 걸었다. 2019년 0.97명으로 경기도 0.94명에 이어 전국 두 번째로 낮았다. 이와 더불어 고령화 문제도 심각해 65세이상 노인비율이 21%로 전국 세번째다. 농촌인구가 줄어들면서 이에따른 후폭풍도 거세다. 당장 학교 갈 애들이 없는 데다 도시전학으로 소규모 학교가 통폐합 위기에 놓였다. 도내 766개 학교 거의 절반에 가까운 49%가 이에 해당되며 지역사회 골칫거리로 등장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추세가 빠르게 진행된다는 점이다. 이뿐 아니라 사각지대에 방치된 의료혜택 서비스에 대한 개선여론도 비등하다. 14개 시군 가운데 3개 자치단체는 아이 낳을 분만 산부인과조차 전무한 실정이다. 더욱이 4개군에는 외래진료소마저 갖춰지지 않아 9개 시군이 응급의료 취약지로 분류돼 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한 자치단체 눈물겨운 노력도 돋보인다.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신생아 지원혜택은 체계적이고 다양하게 마련돼 있다. 귀촌인구 유치 프로젝트도 그 일환의 하나다. 시군마다 도시인들 농촌 정착에 필요한 전방위 지원에 나선 상태다. 그 중 눈길 끄는 것이 최근 발표한 순창군의 한달 살아보기 프로그램이다. 도내 처음으로 도입한 이번 기획은 도농간 문화격차로 인한 시행착오를 직접 경험함으로써 스스로 판단하라는 것이다. 인근 도시와 가까울수록 농촌지역 피폐화는 그만큼 가속화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역발상으로 뒤집어 보면 은퇴후 귀촌을 원하는 연금세대층에 주목해야 한다. 이들 상당수가 구매력을 갖춘 파워 실버이기 때문이다. 도내 귀촌인구가 2017년 22187명 이후 2018년 21058명, 2019년 19145명으로 줄어들긴 했지만 이 수치가 농촌탈출 인구와 맞먹어 의미심장하다. 도시인 농촌유입 정책에 대한 실효성 논란이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 이 기간동안 이들 사업에 233억원을 쏟아부었는데도 효과는 전국 최하위 수준이다. 농촌지역 미래에 대한 절박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 오피니언
  • 김영곤
  • 2021.02.16 16:48

이재영·다영 자매의 교훈

삽화=권휘원 화백 나는 네가 지난 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 로이스 던컨이 1973년에 쓴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1997년 제작된 호러(공포) 영화 제목이다. 어느 여름날 밤 행인을 차로 친 남녀 고등학생 4명이 사체를 유기하고 일상으로 돌아간 1년 뒤 나는 네가 지난 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고 적힌 편지가 날아오고 관련 인물들이 하나 둘 씩 의문의 죽음을 당하는 영화다. 흥행에 힘입어 다음 해 속편 나는 아직도 네가 지난 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도 나왔다. 1편 만큼 흥행은 못했지만 긴 제목의 영화는 풍자적인 비유와 많은 패러디를 남겼다. 최근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여자 프로배구 흥국생명 소속 이재영다영 쌍둥이 자매의 학교 폭력 사건은 이들 영화 제목처럼 누군가에게 큰 상처를 준 어두운 과거는 쉽게 잊혀지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10여 년전 철없던 중학교 시절 저질러진 일이었지만 피해자들이 겪었던 고통은 시간의 흐름과는 무관하게 치유되지 않은 채 가해자인 두 자매에게 비수가 되어 돌아왔다. 15일 배구협회의 국가대표 자격 무기한 박탈과 소속팀의 무기한 출전정지 결정이 내려져 이들은 하루 아침에 선수 인생의 최대 위기를 맞았다. 스포츠계의 폭력 사건은 잊을 만하면 터져나온다. 눈 뜨고 싶지 않다. 저 사람들이 그냥 무섭고 죽을 것 같다는 말을 일기장에 남기고 폭행과 괴롭힘 등 가혹행위를 견디다 못해 극단적 선택을 한 트라이애슬론 국가대표 출신의 고 최숙현 선수. 서울소재 모 고교 아이스하키 감독의 선수 폭행과 쇼트트랙 전 국가대표 코치의 심석희 선수 상습 폭행, 이택근안우진 등 프로야구 선수의 후배 선수 폭행, 대학 운동부 학생들의 후배 집단 폭행 등 스포츠계의 어두운 과거는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줬다. 혹시 어린 시절부터 경험해온 운동부의 일상적 폭력이 이들의 잠재적 인식에 깊게 새겨져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른다. 운동 선수의 학창 시절 폭력 사건과 스포츠계에서 빈발하는 폭력 사건 등은 한국 체육의 문제점을 잘 보여준다. 성적 지상주의, 메달 지상주의 속에서 승자와 패자가 함께 손을 맞잡는 아름다운 경쟁보다 승자 독식의 경쟁 만능주의가 만연한 탓이다. 인성 교육이 외면된 채 진행되는 훈련이 타고난 재능으로 우월감에 빠진 어린 선수에게 약자와 패자를 배려하기보다 승자의 자만심을 가르친 건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 왜 뛰어야 하는가?의 이유로 군대를 안 간다고!라고 말하는 영화 국가대표 속 대사도 비록 영화이긴 하지만 쓴웃음을 짓게 한다. 1926년 미국에서 조직된 스포츠맨십 친목회가 스포츠인이 가져야 할 기본자세(스포츠맨십)로 제시한 8가지 항목 가운데는 동료 선수와의 신뢰, 잔인한 플레이 하지 않기, 승리에 겸손하기, 패배에 당당하기 등이 포함돼 있다. 폭력 사건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한국 스포츠계가 교훈으로 삼을 만하다.

  • 오피니언
  • 강인석
  • 2021.02.15 16:50

지방선거 엿보기

삽화=권휘원 화백 민주당 공천을 받지 못하면 전북에서 선출직 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DJ를 대통령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이유로 계속해서 줄기차게 민주당 지지를 이어왔다. DJ를 대통령으로 만든 다음에도 묻지 마라 갑자생처럼 모두가 약속이나 한 것처럼 선거가 닥치면 민주당 후보를 지지했다. 간혹 무소속과 민주평화당 소속의 단체장이 되기도 했지만 큰 틀에서 보면 정서상 같은 맥락이었다. 대선 전초전으로 치러질 서울 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어느 당 후보가 되느냐가 관건이다. 민주당이나 국민의 힘이 사활을 건 이유는 내년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다. 일각에서는 선거비용을 줄이고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대선 때 지방선거를 함께 치르자는 주장을 하고 있다. 일리가 있어 보인다. 박병석 국회의장이 문제를 제기했지만 여야 정치권이 합의해야 이뤄질 수 있다. 내년 지방선거를 준비하는 입지자들 가운데는 민주당 대선 후보와 당 대표가 누가 되느냐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민주당 정서가 강한 전북에서 설을 지내면서 대선 후보에 대한 관심이 한층 높아졌다. 그간에는 여론조사기관에서 발표한 자료만 놓고 우열을 가렸지만 설 연휴를 보내면서 누가 전북발전을 이끌 적임자냐를 놓고 관심을 끌었다. 도내서는 총리를 지낸 이낙연 대표가 계속해서 지지기반을 확대하고 있는 가운데 진안 출신 정세균 총리가 후발 주자로서 국민시대를 기반 삼아 외연을 확대해 간다. 지사 전주시장 선거구도가 맞물려 누가 대선 후보가 되느냐에 따라 선거구도가 많이 달라질 수 있다. 특히 대선을 앞두고 범여권이 대통합 할 것으로 보여 정동영이춘석유성엽 전 의원도 지사선거 후보군으로 점쳐진다. 여기에 5월 초 당 대표 선거에서 누가 당권을 장악하느냐에 따라 가변적인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 전주시장 선거전에 김승수 현 시장이 3선에 도전할 것인지 여부도 관심사다. 선거법 위반 혐의로 3월로 재판이 연기된 무소속 이상직 의원의 판결 결과도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 그간에는 민주당의 높은 진입장벽 때문에 현직자나 퇴직자들이 좌고우면 했으나 이번에는 다른 양상이 펼쳐지고 있다. 전주시장 선거에 최훈 행정부지사나 우범기 정무부지사의 출마설이 공공연하게 나돌고 익산시장에는 본인 의사와는 상관없이 조용식 전 전북경찰청장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지난 연말에 정년퇴직한 조 전 청장은 전주에다가 거처를 마련, 출마 여부를 놓고 장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조 전 청장은 현직에 있을 당시부터 정관재계의 마당발로 통하고 특히 친화력과 추진력이 남달라 주변에서 정치 입문을 적극 권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승환 교육감이 3선으로 졸업하기 때문에 서거석 전 전북대 총장 등 10여 명의 입지자들이 설을 앞두고 도내 곳곳에다가 출마를 알리기 위해 플래카드를 내거는 등 선거전에 돌입한 상황이다.

  • 오피니언
  • 백성일
  • 2021.02.14 16:47

주택 ‘공급폭탄’ 허와 실

삽화=권휘원 화백 가련산 개발을 둘러싼 전주시와 LH의 법정소송이 점입가경이다. 추진계획이 두 차례나 법원에서 제동이 걸리는 바람에 시는 난감한 처지에 놓였다. LH는 2018년부터 전주 덕진 가련산 공원내 아파트 단지 건설을 추진해 왔다. 시는 주택보급률이 113%에 달하는 상황에서 이를 추진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대신 녹지공원 조성방침을 밝혔다. 양측 입장이 팽팽히 맞서 결국 법정으로 이어졌으나 일단 법원 판결은 LH의 손을 들어준 형국이다. 주택보급률을 앞세운 전주시 도시팽창 억제논리는 역세권 개발에서도 논란만 키우고 있다. 이 사업은 당초 2018년 국토부가 전주시와 협약했던 LH 제안에 따라 전주역 일대를 공급촉진지구 로 지정함으로써 시작된 것이다. 뒤늦게서야 시가 반대입장으로 돌아서면서 사업은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다. 최근 김승수 시장이 최종 승인권을 쥐고 있는 국토부를 방문해 주택공급 과잉 등을 거론하며 이들 지역 개발계획 철회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록 전체 사업중 비율은 적지만 두 군데 모두 서민주거형 공공임대 아파트를 추진하고 있다. 그렇다 보니 저소득층 주민 입장에선 더욱 아쉽다는 반응이다. 시가 추진하고 있는 송천동 천마지구나 에코시티 2단계 개발과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는 이유다. 더구나 그 지역은 민간 분양이 예정돼 있어 투기과열 사태가 점쳐지는 곳이다. 일부선 전주시 도시팽창 억제입장이 최근 정부 주택공급 확대 기조와도 배치된다는 지적이다. 얼마 전 발표한 전국 83만6000가구 주택부지 공급계획도 예외는 아니다. 이 중에는 지방 22만 가구도 포함된 데다 공급폭탄이라고 언론에서 떠들 정도로 고강도 대책인데도 시는 끄떡하지 않는다. 이번 대책은 대통령이 신년회견에서 밝힌 신규 택지개발을 통해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공급을 늘리겠다 는 방침에 따른 것이어서 주목을 끌었다. 그런데도 시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면서 공급을 계속 줄이겠다는 분위기다. 2025년까지 전주지역에 1만9000여세대 아파트입주가 예상된다 하더라도 돈 없는 서민들에겐 남의 일 얘기나 마찬가지다. 억대 프리미엄이 붙는 중대형 아파트는 이들에게 엄두조차 나지 않는다. 전주시 주택보급률이 113%가 되는 상황에서도 무주택자 35%가 존재하는 건 시사하는 바 크다. 문재인정부 들어 주택 인허가 건수 감소추세는 눈여겨 볼 대목이다. 국토부 자료에 따르면 2019년 인허가 물량은 45만7514가구로 전년비 6.2% 감소했다. 인허가 건수가 많았던 2015년에 비해 30만가구 이상 줄어든 수치다. 이같은 흐름은 전국적 상황과도 별반 다르지 않다. 2016년부터 해마다 물량이 10만가구씩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은 대개 인허가 34년 뒤에 실질 입주가 이뤄진다는 측면에서 향후 공급부족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의미다. 그 어느 때보다 당국자의 정책판단 능력에 대한 중요성을 절실히 느끼는 요즘이다. /김영곤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영곤
  • 2021.02.09 17:41

암행어사 소환

삽화=권휘원 화백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두 달 앞둔 지난 7일 민주당 국회의원 15명이 부산 가덕도에 모였다. 부산갈매기 의원단에 속한 이들은 가덕도 신공항 건설 촉진 특별법안 국회통과 결의대회를 열고 2월중 특별법 통과를 다짐했다. 부산갈매기 의원단은 부산에 연고나 인연이 있는 민주당 국회의원 18명으로 구성됐다. 부산 지역구 국회의원 18명 가운데 민주당은 3명, 나머지 15명은 국민의힘 소속이다. 국민의힘 의원 지역구 15곳을 민주당 의원들이 제2의 지역구로 삼아 부산 민심 챙기기에 나서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달 8일 현역 의원 122명을 전국 58개 원외 지역위원회와 자매결연하는 협력의원단을 띄웠고, 부산갈매기 의원단도 여기에 포함돼 있다. 부산갈매기 의원단은 국민의힘이 호남 구애 전략으로 만든 호남동행 의원단을 벤치마킹한 느낌이다. 호남동행 의원단은 국민의힘 국민통합위원장을 맡고 있는 정운천 의원이 주도해 지난해 9월 만들어졌다. 전북과 광주전남지역 국회의원 28명 가운데는 민주당 소속이 27명, 무소속이 1명으로 국민의힘 의원은 단 한 명도 없다. 50명의 국민의힘 의원들이 연고나 인연이 있는 호남 지역구 28곳의 41개 시군구를 제2의 지역구로 정한 것이 호남동행 의원단이다. 부산갈매기 의원단이나 호남동행 의원단은 각 정당의 취약열세지역 지지기반 확대라는 전략적 차원에서 출범했지만 지역 입장에선 긍정적이다. 전북에서는 장수군 동행의원인 국민의힘 성일종 의원이 장수군의 숙원사업이었던 백두대간 육십령 산림정원 조성사업의 추진 근거가 되는 산지관리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며 힘을 보태고 있다. 완주군 동행의원인 이종성 의원도 건강보험공단 완주지사 신설에 앞장서고 있다. 부산으로 가보면 부산울산경남(PK)과 대구경북(TK)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가덕도 신공항 건설이 최대 이슈다. 2006년 동남(영남)권 신공항으로 시작된 이 사업은 김해공항 확장, 밀양 신공항, 가덕도 신공항 건설 등을 놓고 PK와 TK가 샅바싸움을 해왔다. 밀양 신공항 건설을 주장해온 대구경북지역의 거센 반발에 그동안 눈치를 보던 국민의힘도 결국 가덕도 신공항 건설 쪽에 섰다. 가덕도 신공항 건설관련 특별법은 이미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각각 발의한 상태며, 민주당은 오는 2월 26일 국회 본회의 통과라는 시한까지 밝히고 있다. 속전속결로 진행되고 있는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 처리과정을 지켜보면서 3년 가까이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는 남원 공공의대 설립이 눈에 밟힌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역 공약이지만 정부와 정치권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 남원 공공의대 설립을 위한 공공의대법은 20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고, 21대 국회에서 다시 발의됐지만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과는 달리 감감무소식이다. 선거에 함몰돼 정략적 판단에만 치중하고 있는 정치권을 문초할 암행어사라도 찾아야 할 모양이다.

  • 오피니언
  • 강인석
  • 2021.02.08 16:39

지혜로운 이의 삶

삽화=권휘원 화백 입춘이 지났다. 바람결이 차가워도 봄 햇살 기운이 느껴진다. 1년 이상 코로나19로 숨죽인 채 살았지만 새해에는 백신 접종이 가능하고 치료 약이 속속 개발될 전망이어서 희망적이다. 누구나 새해가 오면 장밋빛 계획을 세운다. 담배를 끊고 술을 줄이고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꼭 등산을 해야겠다고 다짐한다. 하지만 작심삼일이란 말처럼 언제 그랬냐는 식으로 흐지부지하고 만다. 바람결에 나부끼는 억새마냥 마음이 자꾸 흔들려서 실천을 못한다. 부안 내변산 월명암 입구에 법보장경에 나오는지혜로운 이의 삶이 적혀 있다. 오가는 등산객의 발길을 잠시 멈추게 하면서 그 깊은 뜻을 반추해 보게 한다. 유리하다고 교만하지 말고 불리하다고 비굴하지 말라. 수양이 덜 된 탓에 잘난체하거나 교만할 때가 많다. 자기도 모르게 불리할 때는 한없이 비굴해지는 속성이 있다. 그때마다 역량이 부족해서 그렇게 된 거라며 자신을 미워한다. 어려움을 피하려고 그런 경우가 있다. 무엇을 들었다고 쉽게 행동하지 말고 그것이 사실인지 깊이 생각하여 이치가 명확할 때 과감히 행동하라. 얼마나 멋진 말인가. 생각이 깊지 않은 사람은 귀가 얇아 무슨 이야기를 들으면 그것이 사실인지 거짓인지를 생각지 않고 쉽게 행동한다. 그러다 보면 자주 실수를 한다. 경솔한 행동으로 손해를 보는 일이 많다. 금쪽같은 시간을 아껴 써야 할 상황에서 허투루 행동하다 보면 손해를 본다. 벙어리처럼 침묵하고 임금처럼 말하며 눈처럼 냉정하고 불처럼 뜨거워라. 말은 할 말 안 할말이 따로 있다. 말에도 씨가 있다. 말 하는 대로 된다는 뜻이다. 그게 세상 이치다. 침묵은 금이요 웅변은 은이라는 말처럼 말을 자주 하다 보면 실언하고 기가 빠진다. 여자들은 말로써 스트레스를 해소하지만 말 많이 하다 보면 무슨 말을 했는지 조차 모를 정도로 허언을 하게 된다. 말 많이 한 사람은 신뢰도가 낮다. 남아일언 중천금이란 말처럼 행동으로 옮기면 인격으로 쌓인다. 태산 같은 자부심을 갖고 누운 풀처럼 자기를 낮추어라. 역경을 참아 이겨내고 형편이 잘 풀릴 때를 조심하라. 세상살이에 가장 중요한 게 겸손이다. 겸손한 사람한테는 미워하거나 시기 질투하는 사람이 없다. 자기를 누운 풀처럼 낮추기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스마트 폰으로 네이버나 다음으로 들어가서 검색해보면 뭐든지 알 수 있는 세상이다. SKY대학 나왔다고 많이 배웠다고 우쭐댈 일도 아니다. 많이 배우지 못했어도 경험이 풍부해 지혜를 많이 쌓은 사람이 있다. 재물을 오물처럼 볼 줄도 알고 터지는 분노를 잘 다스려라. 때로는 마음껏 풍류를 즐기고 사슴처럼 두려워할 줄 알고 호랑이처럼 무섭고 사나워라. 이것이 지혜로운 이의 삶이니라. 물질을 우선시하는 세태지만 그래도 선비적 사고와 상인적 기질을 잘 융합시키면서 살아야 한다. 지산겸(地山謙)은 주역 64괘 가운데 15번째 괘로서 마치 높은 산이 땅 아래에 파묻혀 있는 것 같은 형상이다. 겸손은 관계론의 최고 형태로 세파를 이겨낼 백신이다.

  • 오피니언
  • 백성일
  • 2021.02.07 17:05

‘동반자’였다는 ‘이웃국가’

삽화=권휘원 화백 2016년 이른 봄. 서울 대학로의 아르코 극장에 오른 연극 한편에 특별한 관심이 쏠렸다. 원로극작가 노경식 작 <두 영웅>. 2007년 국립극장이 의뢰해 완성되었지만 그해에 공연 무대에 오르지 못하고 10년 동안 텍스트로만 남아 있던 작품이었다. <두 영웅>은 같은 시대를 살았던 조선과 일본의 두 영웅 사명대사와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이야기다. 1604년 조선에서 탐적사로 파견된 사명대사가 두 차례의 왜란으로 잡혀간 선량한 조선인들을 귀국시키기 위해 이어가는 협상의 긴 여정을 통해 나라를 살리고 시대를 살리는 진정한 영웅이 갖추어야 할 덕목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역사극이다. 극중 사명대사는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전쟁 중단 선언이 진짜인지 진정으로 화해할 뜻이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비공식적으로 파견된 일종의 특사다. 1604년 일본에 들어가 1607년까지 3년 동안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을 적국 일본에서 보내면서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신뢰를 이끌어내 마침내 협상을 성공시킨 사명대사의 이야기가 바탕이다. 400년도 더 지난 이 역사 이야기에 관객들이 주목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잠자고 있던 극본을 깨운 것은 문화관광부의 연극인 지원 프로젝트였다. 10년 가깝게 묻혀 있던 극본이 생명을 얻게 되고 거기에 원로 중견 배우까지 기꺼이 의기투합해 나섰으니 그 자체만으로도 화제를 불러오기 족했으나 무대 위의 <두 영웅>을 주목하게 한 동력은 또 있었다. 한국과 일본이 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외교 협상을 벌였으나 협상은 결렬되고 한일 관계는 오히려 악화된 시대적 환경이 그것이다. 작가가 2016년에 발표한 작품 <세 친구>가 최근 한국극작가협회의 <한국희곡명작선>에 꼽혀 출간됐다. 유치진 차범석으로 이어지는 정통 리얼리즘의 계보를 있는 작가가 발표한 작품은 40여권. 한일관계의 얼크러진 역사를 주목해 시대적 상황과 인물들의 이야기를 그려낸 작품이 적지 않다. <세 친구> 역시 일제강점기 친일예술가들의 행적을 그린 이야기다. 책머리에 친일토착왜구 적폐청산이나 죽을 때까지 이 걸음으로 가겠다는 작가의 강한 메시지가 있다. 일본 정치 지도자들의 왜곡된 역사인식이 바로 잡아지지 않으니 한일 역사에 천착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따로 있을 리 없다. 최근 발간된 2020 국방백서는 일본에 대한 정의를 동반자에서 이웃국가로 격하했다. 한국과 일본이 언제 진정한 동반자였던 시절이 있었던가 되돌아보면 새삼스러울 일도 아니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21.02.04 16:58

하버드대 교수의 궤변

삽화=권휘원 화백 미국 하버드대 교수의 어용 논문 한 편이 한국 사회를 발끈하게 만들고 있다. 하버드대 로스쿨에서 일본법을 강의하는 존 마크 램지어 교수가 다음 달 한 학술지에 실릴 논문에서 일본군 위안부를 매춘부로 규정했다. 그는 조선인 위안부와 일본인 위안부가 모두 공인된 매춘부이고 일본에 의해 납치돼 매춘을 강요받은 성노예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일본 내무성 자료를 근거로 들며 그는 매춘부로 일하는 여성만 위안부로 고용할 것을 모집업자에게 요구했다면서 여성이 매춘시설에서 일하도록 속인 조선 내 모집업자에게 문제가 있었다고 책임을 떠넘겼다. 그러면서 일본 정부나 조선총독부가 여성들에게 매춘을 강제한 것은 아니며 일본군이 부정한 모집업자에게 협력한 것도 아니라는 논리를 폈다. 엉터리 궤변으로 일관된 램지어 교수의 논문 내용은 일본 내 극우언론이자 그동안 위안부 문제를 부정적으로 다뤄 온 산케이신문을 통해 보도됐다. 아직 학술지에 발표도 안 된 내용을 극우성향 신문이 미리 집중 조명한 것은 뭔가 짬짜미 의혹이 짙다. 램지어 교수의 배경을 보면 이러한 개연성이 높다. 그는 미국서 태어났지만 일본에서 18세까지 성장했고 전범기업인 미쓰비시의 학술연구지원기금을 통해 하버드대 일본 법학 교수가 됐다. 2018년에는 일본 정부에서 주는 훈장 중 3번째로 높은 욱일중수장을 받기도 했다. 하버드대 교수까지 동원한 일본의 위안부 역사 왜곡행위는 최근 국제사회에서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불리한 여론과 법적 책임을 회피하려는 의도와 무관치 않다. 지난해 10월 독일 베를린 미테구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기리는 소녀상을 철거하려다 시민사회단체와 지역주민, 그리고 독일 정당 등이 강력히 반대함에 따라 무산됐었다. 미테구는 2019년 7월 위안부 소녀상이 전쟁피해 여성의 인권 문제라는 점에서 소녀상 설치를 허가했다. 그러나 일본의 집요한 방해공작으로 제막식을 앞두고 철거 위기에 몰렸다가 반대 여론이 비등해지자 중단됐다. 지난 1월 8일 서울중앙지법에서는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12명에 대한 일본 정부의 손해배상 책임이 처음 인정됐다. 앞서 일본에서 열린 4건의 손해배상 소송에선 모두 패소했었다. 20명이 제기한 또 다른 위안부 피해 손해배상 소송 결과는 오는 13일 나온다. 독일은 시시때때로 전쟁범죄에 대해 사죄를 거듭해왔다. 반면 일본은 반성과 사죄는커녕 패전기념일에 버젓이 총리가 전범을 참배하고 역사 부정과 왜곡을 서슴지 않고 있다. 그런다고 반인륜적 전쟁범죄와 부끄러운 역사를 가릴 수는 없다.

  • 오피니언
  • 권순택
  • 2021.02.03 17:01

기재부출신 3인방

삽화=권휘원 화백 요즘 도청 주변에선 기재부(기획재정부) 출신 3인방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고위공무원 중에서도 속칭 엘리트 코스를 밟은 이들이 같은 시기에 도내 주요기관에서 근무한다는 점도 극히 드문 케이스다. 전북현안 추진과 관련해서도 뗄래야 뗄 수 없는 막중한 자리에 있어 더욱 눈길을 끈다. 국가예산 확보, 제3금융중심지 지정은 물론 30년 숙원 새만금 개발까지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는 것이다. 김용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양충모 새만금개발청장, 우범기 정무부지사를 가리킨다. 이들 3인방이 중앙에서 다져 온 오랜 인맥과 경험을 통해 지역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기대하는 만큼 그들에 대한 관심도 커질 수밖에 없다. 소위 국가예산을 주무르는 기재부 관료는 그에 걸맞는 위세와 영향력이 대단한 걸로 정평이 나 있다. 단적으로, 국회의원들도 지역구 예산확보를 위해 기재부 간부를 만나 통사정하는 건 예사다. 사정이 이럴진대 지방 시장군수는 면담은커녕 명함조차 건네기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광역 자치단체장들은 주로 부지사부시장 자리에 이들을 선호한다. 현재 7곳 광역자치단체에 발탁된 것만 봐도 그들의 위상을 짐작할 수 있다. 송하진 지사도 이런 능력을 높게 평가해 우 부지사를 선택한 것으로 안다. 최고 성과로 꼽히는 전북예산 8조원 시대를 개막하는데도 그의 존재감은 여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세 명 모두 기재부에서 잔뼈가 굵은 선후배로 평소에도 자주 연락하고 술잔을 기울이는 사이다. 전북에 내려와서도 지역현안 소통을 위해 서로 공을 들이는 편이다. 각각 남원과 부안 출신인 양 청장과 우 부지사의 남다른 애향심은 소문대로다. 실제 기재부 시절 고향현안 예산확보에 숨은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우 부지사는 내년 지방선거 전주시장 출마를 염두에 두고 본격적인 몸풀기에 나섰다. 공직에 몸담고 있어 부담스런 눈치지만 사적 모임을 늘리는 등 보폭을 넓히고 있다고 한다. 새만금 개발도 최근들어 속도를 내고 있다. 양 청장이 취임한 지 6개월 정도 되는데 예산을 늘리고 가시적 성과를 위한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동서도로 개통과 더불어 2만5천 인구의 수변도시 착공이 이뤄진 가운데 기업유치 움직임도 활발하다. 다만, 인접 자치단체의 해묵은 기득권 싸움이 이같은 노력에 찬물을 끼얹지 않을까 걱정이다. 제3금융중심지 지정도 마찬가지다. 국제금융센터 건립예산을 둘러싼 논란이 걸림돌로 작용하지 않을까 마음 졸이고 있다. 지금 추진동력이 떨어지면 연기금 관련 금융산업의 주도권마저 뺏긴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김용진 이사장도 이런 흐름의 중요성을 의식해 기금운용본부를 축으로 금융 클러스터 구축에 적극적 입장을 가지고 노력하고 있다. 주변 여건이 쉽지않은 상황에서 예산경제 전문가로 내공을 쌓은 이들 3인방이 전북현안 해결사로 명성을 이어갈지 주목하고 있다.

  • 오피니언
  • 김영곤
  • 2021.02.02 16:47

리더의 조건

삽화=권휘원 화백 미국의 리더십 연구가이자 세계 최고의 싱크탱크로 꼽히는 랜드연구소 객원연구원인 사이먼 사이넥은 왜(Why)라는 질문에 답해야 진정한 리더라고 강조한다. 비영리재단 새플링이 운영하는 동영상 강연회 TED(Technology, Entertainment, Design)에서 사이넥의 강연은 조회수 3300만회를 돌파했을 정도로 인기있고 유명하다. 세계적 베스트셀러 나는 왜 이 일을 하는가(START WITH WHY)를 쓴 사이넥은 왜(Why)를 먼저 고민한 리더로 비행기를 발명한 라이트 형제와 인권운동가 마틴 루터 킹 목사를 꼽는다. 1900년대 초 비행기 개발 과정에서 가장 주목받은 사람은 새뮤얼 랭글리였다. 하버드대학 졸업생인 그에게 많은 자금과 우수한 인재가 모여들었지만 최초의 비행기는 1903년 12월 17일 오하이오 데이턴이라는 시골 마을에서 자전거 가게를 운영하던 라이트 형제에 의해 개발됐다. 엘리트 랭글리와 촌뜨기 라이트 형제의 결정적 차이는 비행기에 대한 꿈과 환상이었다. 최초의 비행기를 만들겠다는 신념을 가진 라이트 형제와 달리 돈과 명성을 생각한 랭글리의 차이가 성패를 갈랐다. 사이넥은 랭글리가 나는 왜 비행기를 개발하려고 하는가?라는 질문에 먼저 답했다면 결과가 달라질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1963년 여름 미국 워싱턴의 한 쇼핑몰 앞에는 무려 25만 명이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연설을 듣기위해 모였다고 한다. 킹 목사는 미국에서 가장 연설을 잘하는 사람도, 인권탄압으로 고통받던 유일한 흑인도 아니었지만 다른 인권운동가들과 다른 점이 있었다고 한다. 그는 대중들에게 무엇이 잘못됐고, 무엇을 바꿔야 한다고 요구하지 않은 대신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라며 자신의 신념을 이야기했다고 한다. 한 여름 뙤약볕 아래 그 많은 사람들이 모여든 이유는 흑백 갈등을 넘어 미국의 미래에 대한 위대한 신념을 함께 공유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오는 16일 도내 최대 경제단체 리더인 전주상공회의소 회장을 뽑는 선거가 실시된다. 코로나19로 지역경제 상황이 그 어느 때보다 어려워 경제단체의 수장을 맡는다는 것 자체가 큰 부담인데도 전주상의 회장 선거는 3명의 후보가 불꽃 경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 연말 1000명 넘는 신규 회원이 가입해 정치판의 당내 경선처럼 동원 의혹을 사고 있고, 이들을 회원으로 인정하느냐를 놓고 빚어진 내부 갈등은 법적 다툼으로까지 번졌다. 가뜩이나 어려운 시기에 전주상의 회장을 맡겠다고 나선 후보들은 돈과 명예가 아닌 전주상의는 물론 전북경제의 미래를 위한 꿈과 신념을 갖고 있어야 한다. 왜(Why) 전주상의 회장이 되려 하는지 스스로 질문하고 답할 수 있는 지역경제계의 진정한 리더가 필요한 시점이다.

  • 오피니언
  • 강인석
  • 2021.02.01 16:57

전북은행 출신 서한국 은행장

삽화=권휘원 화백 전북은행에서 자행 출신이 은행장 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간에는 관치금융의 연장선상 속에서 금융당국 출신이나 한은 대주주의 입김이 작용 안하면 은행장이 될 수 없었다. 노조가 나름대로 줄기차게 자행 출신이 은행장이 되어야 한다고 그 당위성을 제기해왔지만 먹혀들지 않았다. 그러나 4연임을 눈 앞에 둔 임용택 현 행장이 지난달 18일 밤 사내게시판에다가 전격적으로 용퇴를 선언해 서한국 수석부행장(57)이 행운의 주인공이 되었다. 지난 2014년11월 증권 캐피털 은행 등 다양한 경력을 가진 임 행장이 취임했지만 3연임 관계로 장기집권에 따른 부담을 떠안고 있었다. 지난번에는 노조의 협조로 연임이 가능했지만 이번에는 부담으로 작용, 뭔가 묘책을 찾을 수 밖에 없었다. 사실상 내부에서는 전혀 임 행장이 사퇴할 것으로 생각치 않고 1년 정도 더 하다가 지주회장으로 갈 것으로 여겼다. 하지만 김대중 대통령과의 목포상고 동기인 선친 임종기 전국회의원의 정치적 DNA를 이어 받아서인지 정무적 감각을 발휘해 자행 출신 은행장을 본인의 의중대로 만들고 떠나게 됐다. 은행장 후보 숏리스트(최종 후보자 명단)에 서한국 수석부행장과 함께 올랐던 임 행장이 용퇴 함에 따라 서 수석에게 물꼬를 터줬다. 그런 방식이 아니었으면 내 외부에서 서로가 경쟁하면 혼란에 빠질 수 있고 자칫 자행 출신 행장 선출도 물건너 갈 수 있었다. 임 행장이 서 수석을 낙점한 것은 그가 종합기획부 출신으로 은행업무에 정통하고 변화와 혁신을 이뤄낼 적임자로 일찍 판단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김한 지주회장과 임 은행장의 보이지 않는 갈등관계속에서 한동안 은행을 떠났던 그를 다시 임 행장이 불러들이면서 수석부행장을 맡긴 게 주효했다. 정읍 입암면 출신으로 입암중 전주제일고를 졸업한 후 입행, 종기부 등에서 은행 전반에 걸친 발전전략과 수익모델 등을 수립해온 싱크탱크 역할을 해왔다. 한국방송통신대와 전북대 경영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하는 등 강한 학구열을 보여왔다. 고등학교 때 3년 개근할 정도로 성실성이 몸에 밴 탓에 각종 업무를 깔끔하게 처리해왔다는 평을 얻었다. 내부에서 다정다감하고 선후배들을 잘 챙기기로 소문난 그가 꽃길만 걸을 수 있을 정도로 한가롭지 않다. 코로나19로 악성부채를 줄이고 수익성을 늘리는 게 당면 과제다. 갈수록 영업환경이 안좋은 상황에서 지방은행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어떻게 조직을 이끌고 나갈지도 관건이다. 특히 제3금융중심지 지정을 놓고 지역에서 전북은행이 부산은행 같은 역할을 요구받고 있어 어떤 형태로든 도와 협력해 나가야 한다. 아울러 기업으로서 사회공헌사업은 물론 도민들로부터 대출금리가 높다는 불만을 개선하는 것도 해결해 나가야 한다. 무한경쟁시대에 사랑받는 은행으로 제 역할을 다하려면 제2창립에 버금갈 정도의 환골탈태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아무튼 도민들은 자행 출신이 은행장 된 것을 반기면서 낙후된 전북경제가 한단계 도약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주길 바라고 있다.

  • 오피니언
  • 백성일
  • 2021.01.31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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