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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이 떠난 제인스빌과 군산

미국에는 제인스빌이란 이름을 가진 도시가 여럿이다. 위스콘신 주에 있는 제인스빌은 미국 최대 자동차 생산업체 GM(제네랄 모터스)사의 가장 오래된 공장으로 이름을 알린 도시다. 이 도시는 각국 지도자들이 조약에 서명할 때 사용한다는 만년필 파커펜 회사로 이미 이름을 널리 알렸지만 그 유명세를 지속시킨 것은 GM이었다. GM과 이 도시와의 인연은 1910년대에 시작됐다. 제인스빌 출신 사업가의 전략적 기업 유치 노력이 바탕이었다. 트랙터 생산으로 시작된 제인스빌 GM 공장은 1923년부터 쉐보레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자동차 생산이 전성기에 이르렀을 때 인구 6만 3천명의 작은 도시 제인스빌에서는 7천명이 넘는 주민들이 이 공장에서 일을 했으며 인근지역에 들어선 부품 생산업체까지 합하면 9천여 명이 고용돼 일자리를 가졌다. 미국의 자동차 산업이 쇠락하기 시작했던 1970년대에도 제인스빌의 GM 공장은 멈추지 않았다. 제인스빌이 제조업으로 기반을 닦은 미국 작은 도시들의 전형이 된것도, 80여년 GM의 가장 오래된 자동차 공장의 역사가 곧 제인스빌의 상징이자 자부심이 된 것도 이 덕분이었다. 그러나 2008년 대불황이 몰고 온 금융위기로 제인스빌 GM공장은 결국 문을 닫았다. 지역 경제를 그물망처럼 엮고 있었던 GM 공장 폐쇄는 9천명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없애고 제인스빌 사람들의 삶을 송두리째 바꾸어놓았다. 공장 폐쇄 후 7년 동안 제인스빌의 지역공동체 변화를 기록한 책 <제인스빌 이야기>(에이미 골드스타인 지음)는 지역경제를 떠받치던 공장이 폐쇄된 이후 한도시가 어떤 부침을 겪어내는가를 보여준다. 해고노동자와 그들의 가족, 교육자, 정치인, 기업인 등 고통스러운 상황에서도 자신과 가족, 지역사회를 다시 일으키기 위해 분투하는 제인스빌 사람들의 이야기가 눈물겹다. 지난 2018년 5월 31일, 한국 GM 군산 공장도 문을 닫았다. 1200여명이 퇴직을 희망하고 남은 노동자들은 다른 지역 전환배치를 신청해 떠났다. 군산은 제인스빌보다 네 배 이상 많은 인구를 가진 도시지만 오랫동안 지역경제를 떠받쳐왔던 군산 GM 공장 폐쇄는 지역 경제를 순식간에 무너뜨렸다. 그 뒤 2년여. 지역사회를 일으키기 위한 노력이 더해지고 있지만 무너진 지역공동체 회복은 아직 멀어 보인다. 제조업 기반 산업에 의지하고 있는 도시들에게 새로운 답이 필요한 것은 아닐까. 도시의 지속가능한 힘이 무거운 과제로 다가온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21.01.28 19:23

코로나와 교회

삽화=권휘원 화백 지난해 2월 대구 신천지교회를 통한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전국적으로 확산하면서 교회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의 실체가 속속들이 드러나면서 신천지에 대해 몰랐던 사람들도 그 실상을 알게 되는 계기가 됐다. 신천지를 이단으로 분류한 개신교계에선 코로나사태가 오히려 신천지의 폐해를 온 국민이 인식하게 되는 기회로 여겼다. 신천지 이만희 총회장은 횡령 및 업무 방해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 돼 1심에서 횡령 혐의에 대해선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지만 감염병예방법 위반은 무죄를 선고받았다. 검찰과 변호인 양측은 1심 판결에 불복, 모두 항소한 상태다. 하지만 신천지교회발 코로나 대유행은 시작에 불과했다. 지난해 8월 전광훈 목사의 서울 사랑제일교회에서 무더기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2차 대유행의 시발점이 됐다. 극우적 정치 편향성과 신성모독 발언을 서슴지 않는 전광훈 목사에 대해 한국 교계의 최대 교단인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과 합동측 양대 교단은 이단성 연구에 들어갔다. 전 목사가 대표로 있던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는 사실상 와해했다. 계절 특성상 겨울에 맹위를 떨치던 코로나바이러스가 수그러들 무렵 이번에 경북 상주 BTJ 열방센터를 중심으로 코로나가 확산한 데 이어 대전과 광주 IM선교회까지 코로나19 확진자가 속출하고 있다. BTJ 열방센터관련 확진자만 800명을 웃돌고 IM선교회도 500명을 넘어섰다. 기독교계 일각에선 차라리 잘됐다는 자조섞인 반응도 나온다. 코로나사태로 인해 교계의 골칫거리인 이단의 실체가 속속 밝혀지고 문제 있는 교회나 단체의 실상이 알려져 국민적 경각심을 일깨워준 측면도 있다는 것. 그렇지만 코로나19 사태의 최대 피해자 또한 한국 교회가 아닐 수 없다. 정부 방역지침에 비협조적인 일부 대형 교회로 인해 교회를 향한 국민적 시선이 곱지 않기 때문이다. 더욱이 방역수칙을 지키기 않은 교회를 통해 코로나바이러스 집단 감염이 잇따르면서 교회에 대한 원망의 목소리도 높다. 이로 인해 방역수칙을 준수하며 힘겹게 교회를 지키는 작은 교회들은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좀 규모 있는 교회도 1년 가까이 현장 예배를 갖지 못하면서 교인 수가 줄고 신앙공동체가 활력을 잃었다. 성경의 구약시대에는 대규모 전염병을 인간의 타락과 불순종에 대한 하나님의 징계로 받아들였다. 돈과 물질이 신(神)보다 우위에 있는 세상과 교회에 대한 경고는 아닐까.

  • 오피니언
  • 권순택
  • 2021.01.27 16:38

오월동주(吳越同舟)

삽화=권휘원 화백 이용호 의원(무소속)의 선거법 위반 1심 무죄판결이 남원정가를 들썩이게 했다. 검찰의 벌금 500만원 구형으로 정치적 위기를 맞았던 이 의원은 일단 한숨을 돌리게 됐다. 하지만 이번 판결을 앞두고 정치권에선 보궐선거 셈법에 대한 해석이 구구했다. 무엇보다 대권후보와 연관지어 유불리를 따지는 것은 물론 대선 레이스에 따른 변수도 주목했다. 판결 직후 이목을 집중시킨 인물이 이환주 시장이다. 현직 시장으론 극히 이례적으로 민주당 지역위원장 직무대행을 겸하고 있어서다. 만약 이 의원 낙마로 보궐선거가 치러지면 그가 구원투수로 나설 것이란 소문은 오래전부터 나돌았다. 단체장 3선 연임제한 때문에 선택지가 좁혀진 것도 사실이다. 지역에선 그의 출마를 의심하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다. 아니나 다를까 지난주 무죄판결 이후 그의 출마를 둘러싼 다양한 얘기들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그를 눈여겨 보는 것은 고교동문인 정세균 총리와 가까운 데다 지역위원장 임명도 그런 인연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시점에서 이 시장의 조기 등판은 사실상 물건너 갔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더욱이 3월 9일 대선출정을 위한 사퇴시한인 만큼 대권주자 이낙연 대표의 지역위원장 교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 때가 아니더라도 차기 지도부 구성에 따른 지역위원장 리스크는 여전히 잠복한 상태다. 이래저래 향후 그의 정치적 운명이 예측불허 국면이다. 그런 가운데 당초 계획했던 이 시장의 정치적 스케줄이 꼬임에 따라 당분간 시정에 전념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다행히 이 의원과 이 시장의 엇갈린 운명은 지역 최대현안 남원 공공의대 설립에는 긍정적 신호다. 그간 이 문제를 앞장서 추진했던 두 사람이 호흡을 다시 맞출 수 있기 때문이다. 1년 이상 코로나를 겪으면서 공공의대 설립에 대한 당위성이 커진 것도 사실이다. 뿐만 아니라 의사 집단파업으로 진통을 겪었지만 보건복지부가 남원을 적시해 사업비 2억 3천만원을 확보한 것은 고무적이다. 관련 법 국회통과가 불투명해지면서 추진동력이 떨어졌으나 모멘텀이 마련된 것이다. 한걸음 더 나아가 남원출신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이 취임하면서 사업추진에도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얄궂은 운명의 이 의원과 이 시장 관계에 대해서도 많은 사람들이 흥미를 갖고 있다. 공공의대 설립은 그들의 정치생명과도 직결돼 있다. 둘이 찰떡궁합을 과시해야 하는 입장이면서도 결국엔 공공의대 성패를 놓고 선거전 맞대결을 펼쳐야 하는 인연이다. 정부와 여당은 지난 2018년 폐교된 서남대 의대를 활용해 공공의료대학원을 설립, 2024년 남원에 문을 열기로 확정했다. 공공의대 설립이야말로 이들 두 사람의 최대 관심사이자 장애물인 셈이다. 그 결과에 따른 지역 주민들 선택이 둘의 운명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김영곤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영곤
  • 2021.01.26 18:48

선거법 개정의 역설

삽화=권휘원 화백 마을 경로당에서 지지를 부탁하는 말을 해 사전 선거운동 혐의로 기소된 민주당 이원택 국회의원(김제부안)이 지난 20일 열린 1심 재판에서 면소(소송 종결) 판결을 받았다. 지난해 12월 개정된 공직선거법이 말로 하는 선거운동을 허용하고 있어 형사소송법상 면소 판결 조항인 범죄 후의 법령 개폐로 형이 폐지되었을 때에 해당된다는 판결이 내려졌다. 공직선거법 개정이후 전국에서 처음 내려진 면소 판결이다. 비슷한 혐의로 기소된 국회의원은 전국에 4명이 더 있어 이번 면소 판결은 이들의 재판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할 방침으로 전해지고 있는데, 법조계는 개정된 공직선거법에 법 시행 이전의 행위에 대한 벌칙 적용을 종전 법 규정에 따르도록 하는 부칙 조항이 없어 대법원의 최종 정리가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의원에 대한 면소 판결을 이끌어낸 말로 하는 선거운동 허용 조항이 담긴 공직선거법 개정안은 검사 출신인 국민의힘 박형수 의원(경북 영주영양봉화울진)이 최초 발의자여서 눈길을 끈다. 지난 2010년 광주고검 전주지부 검사로 재직하기도 했던 박 의원은 지난해 7월 30일 자신의 21대 국회 제1호 법안으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한 달 뒤 민주당 박재호 의원(부산 남구을)도 말로 하는 선거운동 허용 조항을 신설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돈은 묶고 입은 푼다는 취지가 담긴 공직선거법 개정안은 지난해 12월 9일 국회 본회의 통과와 함께 시행됐다. 개정된 공직선거법에 따라 정치 신인들의 선거운동 기회가 늘어나면서 진입 장벽도 낮아질 전망이다. 옥내외에서 개별적으로 말로 하는 선거운동과 전화를 통한 선거운동을 연중 상시적으로 할 수 있게 됐다. 각종 행사장에서 참석자들과 일일이 악수인사를 하거나 다수인이 왕래하는 공개장소를 방문해 개별적으로 선거운동을 하는 것도 허용된다. 각종 모임에서 자리에서 일어나 연설이나 건배사를 하면서 말로 하는 선거운동도 가능하다. 다만 마이크를 사용한 선거운동, 학교나 교회에서 교사와 목사의 선거운동은 허용되지 않는다. 공직선거법 개정은 현역 의원과 단체장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했던 기존 선거운동 방식을 국회의원들이 경쟁자들에게 스스로 개방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사실 업무상 상시적으로 주민 접촉이 가능한 단체장과 현역 의원들은 1년 내내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에 반해 입지자나 정치 신인들은 예비후보자 등록 이전에는 사실상 선거운동이 불가능했다. 말과 전화, 명함 배부 등의 선거운동을 허용한 공직선거법 개정이 현역 정치인들과 대결할 경쟁자들의 입을 풀었다는 점에서 향후 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주목된다. 당장 내년에 치러질 지방선거 입지자와 정치 신인들의 발걸음과 입이 바빠지게 됐고, 이들과 경쟁해야 하는 현역 정치인들은 신경써야 할 일이 한 가지 더 생겼다.

  • 오피니언
  • 강인석
  • 2021.01.25 16:48

전주시의 ‘장고 끝에 악수’

삽화=권휘원 화백 전주시가 1000만 관광객 이후를 대비하기 위한 실행계획이 미흡했다. 줄곧 한옥마을 하나에 힘을 싣고 나간 게 잘못이었다. 전주한옥마을은 조선 왕조의 본향으로 경기전 등 전통적인 특성이 강해 일찍부터 다른 지역과 차별화 되었다. 특별히 신경 안써도 관광객이 밀물처럼 찾아올 것으로 판단한 것이 패착이었다. 하지만 다른 지역에서 우후죽순격으로 한옥마을을 조성해 관광객의 발길이 줄었다. 여기에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아 관광객이 급감하면서 자영업자들은 매출급감으로 부도위기에 내몰렸다. 도청소재지인 전주가 발전하지 못해 전북으로 돈과 사람이 안모인다. 팔복동에 탄소산업단지가 조성돼 효성이 가동하지만 기술수준이 일본에 미치지 못하고 낮아 기대했던 것 만큼 성과를 올리지 못한다. 탄소수도로서 발전하려면 정부의 지원을 충분히 받을 수 있는 지원체계가 확립되어야 한다. 국립 탄소진흥원이 전주에 유치됐지만 계속해서 후발주자인 구미의 경쟁이 만만치 않아 경계대상이다. 익산에 국가식품클러스터가 조성됐지만 각 시도마다 유사한 형태의 식품단지가 들어서 전북의 경쟁력을 떨어뜨린 것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지금 전주는 발전의 기회가 닥쳤는데도 못살리고 있다. 김승수 전주시장이 이눈치 저눈치 봐가며 본인의 정치적 득실계산만 따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 전라감영복원사업을 추진할 당시 완산경찰서를 외곽으로 이전시키지 못한 게 악수였다. 경찰청으로부터 개보수 비용을 받았던 완산경찰서는 예산집행을 안하면 예산을 반납해야 하므로 어쩔 수 없이 외곽으로 이전 못하고 개보수공사를 했다. 그 때 시가 적극 나서서 완산경찰서를 박물관쪽으로 이전 시켰더라면 전라감영복원사업 효과가 크게 나타났을 것이다. 문제는 종합경기장 개발건이다. 김 시장은 시민의 성금으로 종합경기장이 만들어진 만큼 시민의 숲으로 조성해서 공원화 하겠다고 밝혔지만 그건 너무 순진무구한 발상이요 현실을 도외시한 정책이다. 시민 3분의 2 이상이 찬성한 사업을 롯데에다가 줘서 백화점 컨벤션 등을 짓도록 하겠다는 것은 특혜사업이다. 종합경기장 개발건은 대한방직건과 맞닿아 있어 재정이 취약한 전주시는 최대한 실리를 확보하면서 대한방직을 개발토록 하면 문제될 게 없다. 김 시장이 혈세를 들여 굳이 공론화위원회를 만든 것부터가 일을 꼬이게 만들었다. 김 시장이 자광한테 과도하게 특혜만 안주고 딴주머니만 안차면 해결날 문제를 질질끌고 있다. 시가 자광이 대한방직부지의 용도지역 변경을 통해서 얻은 이익금을 경기장 건설에 쓰면 시비를 굳이 투입할 필요도 없다. 지금이라도 토지소유주였던 송하진 지사와 만나 종합경기장과 대한방직개발건을 협의해야 한다. 두군데는 기능중복을 피하면서 개발하는 게 옳다. 최상의 선택지는 전주시청사가 비좁고 낡아 청사를 종합경기장으로 옮겨야 한다. 다른 지역은 하루게 다르게 LH등을 끌어들여 공공개발을 추진하지만 전주시는 유독 차일피일 안되는 쪽으로 장타령만 늘어 놓는다.

  • 오피니언
  • 백성일
  • 2021.01.24 16:54

표절에 관대한 사회

/삽화=권휘원 화백 저작권 전문가인 연세대 남형두 교수로부터 미국 디즈니사의 곰 인형 푸우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우리에게도 친숙한 푸우가 가져온 경제적 가치 이야기였다. 캐릭터 하나로 기업이 살고 뮤지컬로 한 도시가 먹고사는, 문화가 곧 경제력이 된 시대에서문화의 산업적 가치를 지키는 동력이 저작권 보호에 있음을 이 푸우이야기로 알게 되었다. 미국의 저작권법에 따르면 푸우의 저작권 보호는 2006년까지였다. 그런데 푸우의 저작권 보호 기간을 5~6년 앞둔 2000년, 미국의회가 나섰다. 푸우의 저작권 보호기간을 2026년까지 연장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는 일이었다. 저작권 연장을 둘러싸고 미국에서도 위헌소송이 제기되는 등 논란이 일었지만 법원은 합헌 판결을 내렸다. 푸우의 저작권 기간 연장이 자국 산업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서였다. 푸우라는 곰 캐릭터 하나를 지키기 위해 국가의 법을 바꾸고 헌법 재판까지 끌어낸 결과는 어떤 결실을 가져왔을까. 푸우가 가져온 경제적 가치를 환산해보니 200억불, 한화로 20조원에 이르는 결과였다. 문화산업을 진작시키는 요체가 저작권 보호에 있음을 그대로 보여주는 예다. 사실 저작권의 힘은 세계의 나라들이 자국의 산업을 위해 지적재산권 보호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에서도 확인된다. 남 교수가 강조한 또 하나의 저작권 기둥이 있다. 정직한 글쓰기, 곧 표절문제다. 표절의 사전적 의미는 다른 사람의 저작물의 일부 또는 전부를 몰래 따다 쓰는 행위다. 남의 것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 것이니 도둑질에 다름 아니지만, 표절 문제는 시도 때도 없이, 분야를 가리지 않고 불거진다. 우리 사회에 표절 문제가 그만큼 만연해있다는 증거다. 최근 다른 사람의 소설을 베껴 문학상을 수상하고, 노래가사와 사진, 심지어는 공공기관이나 기업의 슬로건까지 그대로 훔쳐 각종 공모전을 휩쓴 손 모씨의 상습적인 도용이 논란이다. 소설 한편을 도용해 지난해에만 다섯 개 문학공모전에서 수상한 것도 모자라 오랫동안 공모전 분야를 가리지 않고 남의 글을 그대로 가져다 수상한 경력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저작권에 대한 잘못된 이해와 남용, 뿌리 깊은 무의식적 관행에 표절에 대한 관대함까지 갖추고 있는 우리 사회의 민낯이 고스란히 반영된 결과일 터다. 문화선진국이 되려면 표절에 대해 더 이상 관대하지 않아야 한다는 남 교수의 조언이 떠오른다. 온갖 표절 시비의 앞뒤를 돌아보니 관대함을 버리는 일이 우선이겠다. /김은정 선임기자

  • 오피니언
  • 김은정
  • 2021.01.21 17:09

공유 주차장

삽화=권휘원 화백 대도시 주택가마다 주차난이 심각한 가운데 공유 주차장이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부분 도심 주택가도 자동차 운행이 크게 증가함에 따라 주차와의 전쟁으로 극심한 몸살을 앓고 있는 게 현실이다. 비좁은 이면도로에 주민들끼리 주차 구역 선점 경쟁이 벌어지면서 주차 민원도 급증하고 있다. 화분이나 타이어 등을 도로에 내놓고 주차 영역을 표시하거나 양면 주차, 이중 주차 등으로 이웃끼리 얼굴을 붉히거나 고성이 오가는 일이 다반사다. 자치단체에선 주택가 주차난을 해소하기 위해 주차장 조성사업을 펼치고 있지만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는 데다 한정된 사업비로는 주차 민원을 해소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도심 땅값이 천정부지로 비싼데다 용지를 매입하려해도 선뜻 팔려고 내놓는 사람도 없기 때문이다. 주택가 주차난 해소 대안으로 공유 주차장사업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지난 2009년부터 부설 주차장 개방 공유사업을 펼친 서울 강남구는 공유 주차장으로 주차 민원 해소에 크게 기여해오고 있다. 공동주택이나 교회 상가 건물 부설 주차장 등을 전일 또는 야간에 개방하면 구청에서 노면 도색포장이나 차단기 CCTV 등 시설개선비 명목으로 2000~2500만 원씩에서 지원해 준다. 또한 주차장 배상책임보험료를 연 100만 원까지 지원하고 주차장 이용실적에 따라 교통유발부담금도 할인해 준다. 이같은 인센티브 덕분에 참여하는 곳이 늘어나면서 주민끼리 다투는 주차 민원이 크게 줄어들면서 이웃 사이에 관계가 회복되고 불법 주차 단속 건수도 격감했다. 교회나 상가 건물도 이미지 개선과 함께 찾는 사람도 늘어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자치단체에서는 주차공간 한 면을 조성하는데 최소 5000만~2억 원까지 소요되었지만 공유 주차장 도입으로 수백 억원 대 예산 절감 효과도 거두었다. 이러한 성과로 서울시내 각 구청은 물론 수도권과 지방 대도시도 너도나도 공유 주차장사업에 발벗고 나섰다. 전주시도 올해 부설주차장 개방 공유사업을 도입한다. 공공기관 학교 종교시설 공동주택 등을 대상으로 개방 주차면수에 따라 포장공사와 라인도색 CCTV 등 시설개선비로 1000만~2000만 원씩 지원한다. 더불어 함께 사는 지역공동체를 만들어가는 공유 개방 주차장사업에 기관단체를 비롯해 학교 교회 아파트 등이 많이 참여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서로 주차장 빗장을 열면 모두가 선한 이웃이 될 수 있다.

  • 오피니언
  • 권순택
  • 2021.01.20 16:51

뒤엉킨 상의회장 선거구도

삽화=권휘원 화백 전주상공회의소 회장선거를 바라보는 시선이 기대보다는 우려가 많다. 다음달 중순으로 예정된 가운데 김정태, 김홍식, 윤방섭 부회장이 표밭갈이하며 전례없는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선거를 앞두고 회원사 가입이 1000개 이상 급증함에 따라 후유증을 예고하고 있다. 이에 따라 투표권에 대한 공정성 시비로 인해 막판 선거분위기가 혼탁해지는 양상이다. 그렇지만 뭐니뭐니 해도 이선홍 회장의 의중이 어디 있느냐가 관전포인트다. 그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기에 선거가 치열할수록 무게추 이동의 변수가 될 수 있음은 물론이다. 공개적으론 중립을 표방했지만 이 회장의 보이지 않는 손에 입지자들 눈과 귀가 쏠려 있다. 이와 더불어 전현직 회장과의 남다른 인연도 화제가 되고 있다. 특히 전임 회장 K씨의 특정 인물 지원설과 맞물려 그럴싸한 소문이 파다하다. 오랜 사업 파트너이면서 끈끈한 관계였던 김정태 부회장이 이에 대해 불쾌한 감정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지원설을 둘러싼 세 사람의 묘한 신경전이 이어지면서 선거 흐름에 약영향을 미쳤다는 게 중론이다. 그는 이 회장과도 지난 선거 때 대립각을 세워 이래저래 고립무원 처지에 놓였다. 남원시장 선거 등 출마가 잦은 것도 마이너스 요인으로 지적된다. 이런 역학구도 때문인지 표심은 2파전으로 좁혀졌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일부에선 윤 부회장의 건설협회장 자격출마 논란도 불거졌다. 건설업계가 끝없이 추락하는 상황에서 이를 추스리기도 버거운데 출마 자체가 과욕 아니냐는 쓴소리가 나온다. 회원사 무더기 가입으로 과열혼탁 등이 우려돼 합의추대까지 거론된 상황과 맞닿아 있다. 이런 구설과 잡음에서 비껴선 김홍식 부회장의 정중동 행보에 대해서도 너무 소극적인 자세라고 시선이 곱지 않다. 회장 선출방식이 간접 선거란 점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우선 회장 선거에 앞서 투표권을 갖는 82명의 선거인단을 뽑는다. 입지자 입장에서는 첫 관문인 이 과정을 통과해야 비로소 회장후보가 되는 셈이다. 투표권의 공정성 논란이 끊이지 않은 것도 이같은 결정적 변수 탓이다. 선거직전 연도에 회비만 내면 투표권을 부여하는 규정 때문에 이를 두고 불합리하다는 불만이 많았다. 입지자들이 연줄을 총동원해 가입을 독려한 것은 그런 이유다. 지난 2009년 20대 선거 때 뼈아픈 악몽이 시사하는 바 크다. 김택수 회장에게 고배를 마신 후보측 지지자들이 선거 직후 한꺼번에 탈퇴하면서 호된 곤욕을 치른 바 있다. 이처럼 쉽지않은 선출과정은 의외의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점에서 긴장감을 늦출 수 없다. 1군 건설업체가 단 1곳도 없는 전북에 비해 전남은 7개나 된다. 이들 업체 시가총액이 도내 700개 건설업체 합산액을 능가한다. 전북경제가 처해 있는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침몰위기 경제를 끌어올릴 수 있는 경제수장에 대한 최종 선택이 궁금해 진다.

  • 오피니언
  • 김영곤
  • 2021.01.19 19:28

정치인의 동지와 적

삽화=권휘원 화백 정치에는 영원한 동지도, 영원한 적도 없다는 말이 있다. 정치적 지향과 가치, 정당의 합당과 통합 등에 따라 어제까지 적이었던 사람이 내일은 동지가 되고, 오늘의 동지가 내일은 적이 되는 것이 정치다. 특히 크고 작은 선거를 앞두고 적과 동지가 뒤바뀌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전북 정치인들 간의 관계 변화도 찾아보기 어렵지 않다. 대표적 정치인들이 김윤덕이원택 국회의원과 김승수 전주시장이다. 특히 김윤덕 의원과 이원택 의원의 관계는 복잡미묘하다. 두 사람은 1980년대 중후반 전북대 학생운동권을 함께 이끌었다. 김완주 전 도지사가 전주시장 8년을 마친 뒤 2006년 도지사 선거에 나설때 김윤덕 의원은 도의원, 이원택 의원은 전주시의원으로 출마해 당선된다. 이때까지는 김윤덕이원택김승수 모두 김완주 지사 사람으로 분류되던 시절이다. 그러나 2008년 이원택 시의원이 중도 사퇴하고 송하진 전주시장 비서실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관계변화가 시작된다. 당시 송하진 시장이 김완주 지사의 전주시장 재임시절 역점사업이었던 경전철 사업을 백지화하면서 갈등이 깊어졌고 송 시장은 김 지사 사람이었던 이 의원을 중재자로 영입했다. 이 의원은 이후 전주시장과 도지사 연임에 성공한 송하진 도지사 곁에서 비서실장과 대외협력국장, 정무부지사를 거쳐 국회의원에 까지 당선되면서 송 지사의 복심이 됐다. 이런 가운데 김윤덕 의원이 도지사 선거 출마의지를 굳히면서 이원택 의원과의 정치적 관계는 더 멀어질 수밖에 없게 됐다. 20년 가까이 같은 편에서 정치를 함께 해온 김윤덕 의원과 김승수 시장의 관계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김 의원이 김 시장을 전주시장보다는 정치적 후배로 대우하면서 이미 서로간의 관계에 이상기류가 생긴데다 도지사 선거를 놓고 경쟁 관계로 변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잠재적 도지사 후보군으로 꼽히는 김성주 의원과 도내 정치인들과의 관계 변화도 주목된다. 지난해 민주당 도당위원장 경선과정에서 송 지사의 복심으로 꼽히는 이원택 의원이 김 의원과 맞대결하면서 김 의원과 이 의원은 물론 송 지사와의 관계도 복잡해졌다. 민주당의 차기 대선 경선과정은 도내 정치인 이합집산의 장이다. 김윤덕 의원이 일찌감치 이재명 경기지사 편에 섰고, 신영대이원택 의원은 이낙연 대표, 김성주안호영김수흥 의원은 정세균 총리 지지파로 분류된다. 한병도윤준병 의원은 이낙연 대표와 가까운 의원으로 분류되고, 자치단체장인 송하진 지사와 김승수 시장은 정치적 상황을 관망중이다. 도내 정치권은 이미 차기 대선 경선에 대비한 당원 모집 경쟁에 돌입한 상황이다. 민주당 경선과 내년 3월 대선 결과는 대선 3개월 뒤에 치러질 도지사 선거 후보군의 행보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대선 경선을 내세운 지방선거 경쟁이 이미 시작됐다. 유권자들의 현명한 판단과 선택의 시간이 과거 선거보다 더 빨리 다가오고 있는 셈이다.

  • 오피니언
  • 강인석
  • 2021.01.18 16:31

입지자의 깜냥

삽화=권휘원 화백 친구 간에도 형 같은 사람이 있고 아우 같은 사람이 있다. 이같이 느끼는 것은 그릇의 크기가 다르기 때문이다. 선출직을 하려는 사람은 맘 자세부터가 달라야 한다. 남을 배려하고 아껴주는 따뜻한 가슴을 지닌 사람이어야 한다. 오른손이 한일 왼손 모르게 하듯이 평소 덕을 많이 쌓은 사람이 해야 한다. 하지만 모든 게 인격의 문제라서 말처럼 쉽지 않다. 지방선거가 1년 5개월 남았지만 벌써 입지자들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예전과 달리 낙하산보다는 굽은 소나무 선산 지킨다는 말처럼 고향에서 선후배들과 동고동락하며 역량을 키워온 사람이 유리할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애환을 함께 해오다 보니까 자연히 인지상정의 깊은 정이 생기기 때문이다. 선거가 이성적으로 치러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은 감성으로 끝난다. 예나 지금이나 그래서 연줄망을 무시 못한다. 입지자 중에는 간혹 함량 미달인 돈키호테형이 있다. 주변 여론을 의식하지 않고 자신만 잘났다고 여긴 독불장군이 있다. 깜냥이 안돼 애처롭게 여긴데도 이를 알아차리지 못하고 자신만 똑똑한 사람이라고 의기양양한 사람이 있다. 농촌은 도시와 달리 출마하면 3대까지 집안 내력이 속속 까발려지기 때문에 출마가 쉽지 않다. 장관이 되고 싶어도 인사청문회에서 모든 게 까발려지는 것이 두려워 포기한 경우가 있다. 지사나 시장군수도의원시군의원의 그릇 크기가 다 다르다. 그릇이 적으면 담고 싶어도 다 담을 수 없는 것처럼 일단 그릇은 커야 된다. 깜냥이 되느냐 안 되느냐는 상식의 문제다. 말타면 경마 잡히고 싶지만 욕심대로 안된다. 송하진 지사의 3선출마는 기정사실화 됐다. 본인이 3선 출마 하겠다고 입도 뻥끗 안 했지만 상당수가 3선 출마를 할 것으로 본다. 지금 시중에서 도지사 선거를 놓고 설왕설래하지만 대부분이 송지사 이후 선점 효과를 노리기 위한 포석에 불과하다. 국회의원은 현직을 유지한 채 당내 지사후보경선을 치르기 때문에 손해 볼 게 없다. 체급을 높일 수 있는 기회라서 입질을 한다. 자신의 꿈이 원래 지사여서 출사표를 던진다고 김윤덕 의원이 말했지만 다른 재선의원들도 출사표를 던질 것이다. 송 지사의 대항마로 여기기에는 2%가 부족하다는 느낌이다. 그 이유는 정치력과 지역발전을 위해 해놓은 업적이 없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김승수 전주시장도 지사 꿈을 꾸지만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한 사람이 많다. 정읍태생에 익산에서 청소년 시절을 보냈고 전주에서 대학 다닌 점을 부각하지만 그릇의 크기가 아직 미치지 못하다는 게 중론이다. 전주시 행정을 인기영합주의로 추진하다 보니까 성과가 별로라며 그의 능력에 고개를 갸웃거린다. 민주당 공천만 받으면 당선을 떼어 놓은 당상처럼 여기지만 이는 상식에 어긋난다는 것. 김 시장이 슬로시티를 표방하면서 한옥마을에 트램을 투입하려는 것이나 팔복예술공장을 자랑하지만, 관광객의 발길이 닿지 않고 있다. 팔복동 공단재생사업을 추진한다는 명분하에 호텔을 건립해서 예식장 영업을 하도록 한 것은 눈 가리고 아웅한 것과 똑같다.

  • 오피니언
  • 백성일
  • 2021.01.17 16:50

당신의 ‘부캐’는?

삽화=권휘원 화백 직장인 4명 중 1명이 본업 외에 부업 활동을 하고 있단다. 지난해말, 명함관리 앱 리멤버가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다. 부업 혹은 사이드프로젝트 등을 하고 있거나 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23%가 하고 있다고 답했다. 여기에 더해 지금은 하지 않지만, 앞으로 할 생각이 있다는 사람이 66%나 되니 그 숫자가 의외로 많다. 부업(?)에 대한 관심과 필요성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증거겠다. 지난해 등장한 신조어가 있다. 부캐다. 부캐는 게임에서 사용되던 용어로 온라인 게임에서 본래 사용하던 계정이나 캐릭터 외에 새롭게 만든 부캐릭터를 줄여서 부르는 용어다. 본래의 캐릭터(본래의 직업)를 본캐, 부차적인 캐릭터(부업)를 부캐라 하니 우리에게 익숙한 투잡의 의미와는 또 다른 의미의 신조어다. 부캐를 트렌드로 이끈 것은 흥미롭게도 방송사의 예능 프로그램이다. MBC의 <놀면 뭐하니?>를 통해 유재석이 다양한 미션을 통해 다양한 부캐를 갖게 되면서부터 대중문화 전반에 새로운 트렌드가 만들어졌다. 연예인들의 부캐가 이어지자 취미로 혹은 또 다른 직업을 병행하고 있던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부캐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동력은 젊은 세대들의 부캐에 대한 높은 호감이다. 취업 플랫폼 잡코리아의 부캐문화 열풍 설문조사 결과가 그것을 증명한다. 이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64.9%가 일반인까지 확산되고 있는 부캐문화 열풍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그 이유로 응답자 절반 이상이 다양한 자아 정체성을 표출할 수 있다고 답했고, 새로운 자아 발견이나 현실에 포기된 꿈 및 취미 실현을 그 다음 이유로 꼽았다. 물론 거짓 행동 같다거나 디지털 세상이 가져온 양면적인 모습 등의 부정적 입장도 있지만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다양한 고민이 표출된 부캐 바람은 이미 투잡을 지나 N잡러시대로 들어선 지금, 더 확산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그런데 돌아보니 부캐란 신조어가 새롭긴 하지만 부캐 바람은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다. 자아실현을 위해 이미 직업이 아닌 또 다른 통로를 선택해 살고 있는 사람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봉사활동을 일상적으로 이어오거나 기부로 우리 사회에 선한영향력을 꾸준히 미쳐온 사람들의 부캐는 더 돋보인다. 부캐의 의미가 생계형 투잡과 본질적으로 다른 것이라면 건강한부캐 열풍이 확산되는 것도 좋겠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21.01.14 16:50

공공 배달앱의 성공 조건

삽화=권휘원 화백 거대 공룡 배달앱의 횡포에 맞서 자치단체에서 개발한 공공 배달앱이 연착륙에 성공하면서 지역상권 활성화에 적잖은 기여를 하고 있다. 지난해 3월 전국 자치단체 가운데 최초로 공공 배달앱 배달의 명수를 만든 군산시에서는 월평균 3만여 건의 주문이 들어오면서 누적 주문 30여만 건에 73억여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용객의 만족도 조사 결과도 84%를 웃돌아 성공적으로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배달의 명수 출시 초기, 우리 배달앱 시장을 독과점한 공룡기업들 틈바구니에서 생존 가능성에 큰 우려를 제기했지만 지역화폐와 연계한 할인율 혜택 덕분에 연착륙이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실제 배달의 명수 이용 연령층을 보면 30대 41.2%, 40대 32.8%로 30~40대가 74%에 달한다. 공룡 배달앱의 주 이용 연령층이 20대가 많은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는 30~40대가 할인 혜택이 주어지는 공공 배달앱을 많이 찾고 있기 때문이다. 배달의 명수 안착 소식에 전국 자치단체마다 벤치마킹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4월 군산시를 찾았던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지난해 말 공공배달앱 배달특급을 출시했다. 경기 화성 오산 파주 등 3개 시지역을 대상으로 시범 운영한 결과, 출시 한 달 만에 총 거래액 30억 원, 누적 회원 수 10만 명을 넘어섰다. 초반 배달특급의 거침없는 질주에 힘입어 올해에는 경기도 내 27개 시군으로 서비스를 확대하면서 특급 성장몰이에 나선다. 현재 공공 배달앱을 출시한 자치단체는 모두 11곳에 달한다. 군산시가 처음 출시한 이후 인천 서구 서울시 충북도 부산 남구 경기 시흥시 경기도 강원도 춘천시 세종시 천안시 등이 참여했다. 올해에는 대전시와 성남시 대구시가 공공 배달앱을 내놓는다. 연간 10조 원 규모의 배달앱 시장을 놓고 민간 배달앱과 공공 배달앱의 한판 승부는 더 뜨거워질 전망이다. 국내 최대 공룡 배달앱을 인수한 독일 딜리버리히어로는 최근 16억 달러 규모의 유상 증자를 추진하면서 확보한 현금을 통해 공격 경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에 맞서 자치단체의 공공 배달앱은 지역경제를 살리는 착한 소비라는 시민의식에 할인 혜택을 무기로 영역 확장에 주력할 방침이다. 그렇지만 공공 배달앱이 언제까지 할인 혜택 방법만으로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지역화폐와 연계한 할인 혜택에는 적잖은 세금이 투입되는 만큼 계속 자치단체 예산으로 지원하는 것에 대한 문제 제기도 나온다. 지난해 공공 배달앱 개발에 나서겠다고 밝힌 전라북도와 익산시가 미적거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공공 배달앱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자치단체의 고민이 필요한 때다.

  • 오피니언
  • 권순택
  • 2021.01.13 16:47

새만금 삼국지

삽화=권휘원 화백 새만금 12호 방조제 관할권 논란이 5년여 만에 종지부를 찍는다. 14일 대법원이 이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릴 예정이다. 지난 2015년 중앙분쟁조정위는 방조제 관할권에 대해 1호는 부안군, 2호는 김제시, 34호는 군산시가 갖는다는 결정을 내렸다. 군산시는 이에 불복해 대법원에 소송을 내 심리가 진행 중이었다. 마침내 방조제 행정구역에 대한 끝맺음을 하는 셈이다. 새만금과 접해 있는 군산시, 김제시, 부안군의 영토확장을 둘러싼 분쟁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도민들은 이들 자치단체의 근시안적인 사고방식이 새만금 개발에 약영향을 끼친다고 쓴소리를 쏟아냈다. 다시말해 국회의원자치단체장의 선거공학적인 셈법이 결국엔 새만금 미래를 빼앗아 간다고 불만이었다. 안타깝게도 3개 자치단체는 제각기 편향적 논리를 앞세워 일방적인 주장만 일삼아 왔다. 특히 군산시와 김제시는 한치도 물러설 수 없는 견제구를 계속 던지고 있다. 최근에도 군산시가 수변도시 건설 재검토를 요구하는가 하면 태양광 쿼터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면서 사업추진에 걸림돌이 우려된다. 정부와 전북도가 고삐를 바짝 죄면서 한층 속도감있게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마당에 오히려 기초자치단체가 재를 뿌리는 격이다. 새만금 동서도로 개통에 따른 자치단체 이기주의가 도는 넘는 양상이다. 김제시는 만경강동진강이라는 자연적 경계와 노선 지역 접근성을 내세워 관할권을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요구사항 이면에는 선거를 의식한 자치단체장이 전리품을 챙기려는데 급급한 인상만 준다. 행정구역 싸움에 부안군도 양보할 수 없는 형국이다. 새만금 12호 방조제와 접근성이 가장 뛰어나다는 점을 부각하며 행정 효율성을 강조한다. 최근 들어 새만금 특별행정구역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새만금을 둘러싼 자치단체간 불필요한 갈등이 내부개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런 배경에는 10여년 전부터 도의회 등에서 자치단체간 이기주의를 경계하며 행정구역 일원화를 주장해온 것과 맥을 같이한다. 특히 방조제 완공을 앞두고 관할 자치단체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대립과 갈등은 지속돼 왔다. 도로명 부여와 시내버스 운행, 방조제옆 부지개발권 등에 따른 행정처리를 위해서다. 더욱 안타까운 건 내부개발이 한창인 지금까지도 자치단체장의 선거 득표방정식의 계산 따라 행정구역 논란이 야기된다는 점이다. 이처럼 인접 자치단체간 갈등을 중앙정부나 타시도에선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겠는가. 새만금의 전방위 지원요청이 아쉬운 상황에서 깊이 성찰해야 할 대목이다. 자치단체간 끝없는 공방이 계속되면서 때론 갈등을 조장하거나 다른 한쪽에선 갈등조정 요구를 하는 일이 반복되기 일쑤다. 새만금은 30년 넘게 전북도민의 숙원이자 미래를 결정짓는 중차대한 사안인 만큼 대법원 판결을 계기로 역량을 한데 모아야 할 때다. 더 이상 소아병적 차원의 소모적 논쟁은 공공의 적이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 오피니언
  • 김영곤
  • 2021.01.12 17:59

민주주의 지수

삽화=권휘원 화백 불복에 짓밟힌 미국 민주주의, 점령당한 미국 민주주의, 244년 미 민주주의 치욕의 날. 대통령 선거 결과에 불복하는 미국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의 연방의회 의사당 난입 다음날인 지난 8일 국내 주요 신문 1면을 장식한 톱기사 제목들이다. 한마디로 미국 연방의사당이 짓밟히고 점령당한 치욕의 날로 축약된다. 다른 나라도 아닌 미국에서, 민주주의의 상징으로 인식되는 의사당이 짓밟히고 점령당한 사건은 미국은 물론 전 세계에 큰 충격을 줬다. 미국은 정치, 경제, 군사는 물론 문화와 교육 등 모든 분야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나라다. 1990년대초 냉전 종식이후 전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이 된 미국은 국내총생산(GDP) 세계 1위, 세계 최강의 군사력 등을 바탕으로 자신들이 세계의 경찰 임을 자임하는 나라다. 그러나 세계 초강대국 미국의 민주주의 수준은 그리 높은 편이 아니다. 세계 각국의 민주주의 정도를 계량화한 민주주의 지수가 이를 잘 보여준다. 영국의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의 부설 정보분석기관인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이 전 세계 167개국의 민주주의 상태를 조사해 작성하는 민주주의 지수의 2019년 미국 순위는 세계 1위가 아닌 세계 25위다. EIU는 2006년부터 매년 △선거과정과 다원주의 △정부의 기능 △정치 참여 △정치 문화 △시민의 자유 등 다섯 가지 구성 요소를 1~10까지의 지수로 계량화한 뒤 이를 평균 낸 값으로 각 국의 민주주의 지수를 매긴다. 지난해 발표된 민주주의 지수 2019(Democracy Index 2019)에서 미국의 민주주의 지수는 7.96이었다. 한국의 민주주의 지수는 8.0, 순위는 세계 23위로 미국과 별 차이가 없었다. 민주주의 지수가 8.1~10.0인 국가는 완전 민주주의, 6.1~8.0인 국가는 불완전 민주주의, 4.1~6.0인 국가는 혼합형 체제, 4.0 이하는 권위주의 체제로 분류되는데 미국과 한국은 모두 불완전 민주주의 국가에 포함됐다. 최근 10년간 한국의 민주주의 지수는 세계 20~24위를 오르내렸고, 지수도 8.13~7.92 사이를 오갔다. 2015년 부터는 완전 민주주의 국가에 한 번도 들지 못했다. 2019년 민주주의 지수에서 한국은 선거과정과 다원주의 부문 지수는 9.17로 높았지만, 정치 참여 부문 지수는 7.22로 낮았다. 정치 문화는 7.50, 정부 기능은 7.86, 시민의 자유는 8.24였다. 몰래 유출된 투표용지를 내세워 지난해 4.15 총선 사전투표 조작을 주장하며 선거결과 불복을 외치던 정치인, 정당의 대표가 국회의사당 난입을 시도하는 보수 지지층을 격려하던 1년 여전 우리나라의 정치 상황이 최근의 미국 연방의사당 점령 사건과 오버랩 된다. 극단주의와 폭력에 점령당한 미국 연방의사당 난입 사건을 미국보다 나은 한국 정치와 민주주의를 위한 반면교사로 삼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 오피니언
  • 강인석
  • 2021.01.11 17:31

100% 시민경선

삽화=권휘원 화백 지난 415 총선 결과에서 나타났듯 도내 정치판은 민주당이 주도한다. 유권자 3분 2 정도가 민주당을 지지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신인들이 지방선거에 나서기가 어렵다. 아무리 유능한 사람이라도 기성 정치권이 만들어 놓은 그들만의 높은 성을 넘을 수가 없어 나서기가 겁난다. 권리당원 모집이 쉬운 일이 아니다. 정당정치를 실시하는 마당에 당원을 배제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겠지만 지역정서가 같기 때문에 단체장 후보자를 결정할 때 당원 50%를 배제하고 일반 시민으로 100% 여론조사해서 결정하면 더 효율적일 것이다. 지금까지는 당원 50% 일반시민 50%를 합산해서 후보자를 결정했지만 이번 국민의 힘이 서울시장 후보 경선 때 100% 일반시민 여론조사로 하는 것처럼 같은 방식으로 해도 괜찮을 것 같다. 그런 식으로 가면 정치신인들이 당원 모집을 안하고 곧바로 단체장 선거에 뛰어들 수 있다. 사실 당원을 모집하는 과정에서 금품이 얼마든지 오갈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차단하면 깨끗한 선거풍토를 만들 수 있다. 익산시장과 고창무주임실 군수가 무소속이고 나머지 10개 지역 시장군수가 민주당 소속이다. 이같은 구도하에서 민주당이 단체장 후보를 결정할 때 100% 시민여론조사로 한다면 공정성을 확보하면서 지지를 폭넓게 받은 사람이 후보로 결정되기 때문에 민심이 제대로 반영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이 같은 방식은 전 지역을 실시하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시 지역만이라도 우선적으로 실시했으면 한다. 전주시장 후보자의 경우 2명의 민주당 국회의원들이 경선룰을 만들어서 중앙당 승인을 받으면 된다. 익산시 군산시 정읍시 남원시 김제시도 같은 방식으로 가야 한다. 그렇게 되면 전문성 있고 정치적으로 역량있는 인물이 후보자로 될 가능성이 높다. 지금 같은 방식으로 계속 가면 3선이 끝나고 난 다음에야 신인들이 진입할 수 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역량있는 사람이 단체장이 될 수 없다. 민주당이 그간 도민들로부터 과분한 사랑과 지지를 한몸에 받았기 때문에 공천권을 도민들에게 돌려준다는 뜻에서 과감하게 이 방법을 채택해서 썼으면 한다. 그렇게 되면 민주당 지지가 더 견고해질 수 있다. 특히 정치신인들도 기성정치인들과 달리 평소 자기분야에서 더 열심히 지역발전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뭔가 전북은 공천틀을 획기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고비용 저효율 구조의 정치틀을 깰 수가 없다. 지금도 단체장 선거에 나서려면 선거준비 기간여하에 따라 비용이 엄청나게 들어간다. 현직자들도 알게 모르게 선거자금 확보로 부정에 연루될 가능성이 있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단체장 후보들의 이름이 거명되지만 현행 민주당의 공천룰을 바꾸지 않으면 개혁공천은 불가능하다. 공천개혁을 통해 지역발전을 모색해 나가야 한다.

  • 오피니언
  • 백성일
  • 2021.01.10 16:54

‘입양’의 조건과 선택

삽화=권휘원 화백 10여 년 전, 탤런트 부부의 행복한 공개입양이 화제가 된 적 있다. 당시만 해도 공개 입양은 낯선 영역이었다. 전통적으로 혈연에 강한 집착을 갖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 입양은 외부에 알려져서는 안 될 절대 비밀의 영역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들 부부가 선택한 공개입양이 주목받았던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는데 흥미로운 것은 이들의 선택이 단순히 화제가 되는 것에서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탤런트 부부의 공개입양이 사회적 이슈가 되면서 입양을 고민해오던 사람들은 공개입양에 대한 두려움을 떨치고 새로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공개입양이 운동으로 시작된 것은 1990년대 말부터지만 공개입양 가정이 늘어나기 시작한 것도 이즈음이었다. 외국의 경우는 입양아에 대한 사회적 통념이 우리와 확연히 다르다. 입양아에 대한 편견이 없으니 친자와 입양아에 대한 차별도 없다. 지금은 우리도 인식이 바뀌어 공개입양이 늘고 있다. 더 이상 혈연에 얽매이지 않고 가족의 의미를 새롭게 만들어가는 인식과 패러다임의 변화일 터다. 눈여겨볼 자료가 있다. 우리나라의 해외입양자 숫자다. 우리나라는 해외입양 역사 65년 동안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아동을 해외입양 보내는 나라로 꼽힌다. 2차 대전 이후 해외에 입양된 아동 50만 명 중 40%인 20만 명 정도가 우리나라 아동이다. 들여다보니 1995년 국내입양은 해외입양의 절반 수준이었다. 이후 국내입양은 꾸준히 늘어 2007년 해외입양을 넘어섰지만 세계에서 가장 많은 아동을 해외입양 보내는 나라란 불명예는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2019년 우리나라 전체 입양아는 704명, 이중 317명이 해외입양이었다. 국내에서도 한해 387명이 새로운 가족을 만났으나 아직도 해외로 가는 입양아들이 적지 않다. 사실 입양은 쉽게 선택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부모로서의 책임을 다하겠다는 의지와 확신이 있다 해도 힘든 여정이다. 입양가정에 경의를 갖게 되는 이유다. 입양 된지 9개월, 양모로부터 끊임없이 학대를 받아온 두 살배기 정인이가 결국 세상을 떠났다. 이 충격적인 사건으로 입양아 관리가 새삼 조명 받고 있다. 관리체계를 탄탄히 세우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아동학대보다 입양에 더 무게가 쏠려 있는 형국은 안타깝다. 사랑으로 아이들을 품어 건강하게 성장시키는 대부분의 진정한 부모들에게 자칫 입양이 또 하나의 짐이 되지 않을까 걱정스러워서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21.01.07 17:24

아일란과 정인이

삽화=권휘원 화백 지난 2015년 9월 초, 터키의 보드룸 해변에서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된 세 살배기 어린아이가 전 세계인의 마음을 울렸다. 터키 통신사 사진기자가 찍은 아일란 쿠르디의 비극적인 사망 소식은 SNS 등 소셜미디어를 타고 전 세계로 전파되면서 시리아 난민에 대한 국제적인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시리아 북부 코바니 출신인 아일란 가족은 수니파 무장조직인 IS와 쿠르드족 민병대와의 전쟁을 피해 캐나다에 이민 신청을 냈지만 거부당했다. 아이의 가족들은 살기 위해 소형 보트에 몸을 싣고 그리스 코스섬으로 향했다. 하지만 거센 파도에 작은 보트가 뒤집히면서 보트에 탔던 23명 중 아일란을 포함해 12명이 숨졌다. 아일란이 발견된 인근 해변에선 두 살 위인 형과 엄마도 함께 주검으로 발견됐다. 아일란 가족의 참극이 전 세계에 알려지자 시리아 난민에게 철통같던 유럽의 빗장이 풀리기 시작했다. 먼저 독일과 오스트리아가 시리아 난민 수용을 허용한 데 이어 EU 회원국도 분산 수용에 나섰다. UN에선 세계 정상회의를 소집해 시리아 난민 대책을 세웠다. 세 살배기 어린아이의 주검이 당시 수백만 명에 달하는 시리아 난민의 활로를 열었다. 지난해 10월 아동 학대로 숨진 정인이 사건이 뒤늦게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다. 세상에 나온 지 16개월밖에 안 된 정인이가 양부모의 반인륜적인 학대 속에 방치됐다가 숨진 사건이 최근 한 방송사의 시사고발 프로그램을 통해 재조명되면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지난해 1월 입양된 뒤 양부모의 지속적인 학대로 온몸에 상처투성이인 어린아이를 우리 사회는 끝내 지켜주지 못했다. 세 차례나 아동학대 신고를 했지만 경찰은 번번이 내사 종결하거나 무혐의 처리했고 결국 정인이는 숨을 거두고 말았다. 숨진 당일 정인이는 췌장이 절단되는 복부손상과 두개골 등 온 몸에 골절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무지막지한 폭력에 희생됐다는 증거다. 그런데도 살인죄가 아닌 학대치사죄로 양모를 기소한 검찰에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청와대 홈페이지엔 경찰 파면 청원도 쇄도하고 있다. 뒤늦게 정부와 국회가 아동학대 방지대책 마련에 나섰다. 정부는 긴급관계장관회의를 열고 범정부 차원의 아동학대 방지책을 내놓고 있다. 국회도 그동안 상임위에 방치됐던 아동학대 방지관련 법안을 8일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기로 했다. 지난해 6월 여행용 가방에 갇힌 아홉 살난 아이가 숨지자 정부는 범부처 특별팀을 꾸리고 아동학대 방지대책을 발표했었다. 그런데도 아동 학대 피해는 끊이질 않고 있다. 이번 정인이 사건을 계기로 다시는 학대 당하는 아이들이 없는 세상이 만들어지길 소망한다.

  • 오피니언
  • 권순택
  • 2021.01.06 17:21

얽히고 설킨 선거방정식

삽화=권휘원 화백 내년 지방선거 후보자 하마평이 도내 신문 신년호 특집에서 비중있게 다뤄졌다. 선거가 1년 5개월 남았는데도 사실상 물밑 선거전이 진행되고 있다. 그 중에서 눈길을 끈 건 송하진 지사의 3선 도전을 기정사실화 한 것이다. 이렇다 할 뚜렷한 입장표명이 없는 데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송 지사 입장에선 여건이 과거 어느 때보다 성숙된 건 사실이다. 작년 총선에서 대항마로 거론되던 인사들이 줄줄이 낙마하면서 전북 정치권 맹주로 자리매김한 셈이다. 이런 가운데 재선 김윤덕 의원 출마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작년 말 처음 운을 뗄 때만 해도 이미지 쇄신 애드벌룬용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지만 실제 권리당원 모집 등 구체화되고 있다. 이르면 이달 안에 공식 선언을 할 거란 얘기도 흘러 나온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김 의원 출마를 둘러싸고 세간의 궁금증은 더욱 증폭된다. 우선 그간 송 지사와의 예사롭지 않은 관계가 어떻게 귀결될지 관심사다. 특히 2023 새만금 잼버리 공동 조직위원장과 집행위원장으로 손발을 맞추고 있는데 출마 자체가 걸림돌로 작용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대목이다. 이원택 의원을 연결고리로 한 끈끈한 인맥은 두 사람 윈-윈 관계의 핵심축이었다. 송 지사는 누가 뭐래도 이 의원의 정치적 대부다. 전주시장 도지사 비서실장대외협력국장정무부지사를 지내며 찰떡궁합을 과시했다. 국회의원이 된 뒤에도 송하진 도정을 뒷받침하는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반면 김 의원과 이 의원은 대학 운동권 선후배로, 김 의원이 시민단체를 함께 하며 정치인의 길을 터줬다. 이 때문에 두 사람 정치적 대결에서 이 의원 선택이야말로 승부수 라는 데 공감한다. 얽히고 설킨 이와 같은 연줄 때문에 김 의원 출마에 대한 부정적 시각도 회자된다. 김승수 시장과 모종의 언질(?)이 있지 않았나 의구심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둘의 관계는 정치적 동지 그 이상의 끈끈함이 배어 있다. 김 의원이 21대 국회등원 1호 법안으로 특례시 안을 제출할 정도로 죽이 잘 맞는 사이다. 김완주 지사 때부터 맺어진 정치적 유대감은 현재 진행형이다. 김 의원과 관련해 이권특혜설이 도청시청 주변에선 끊이지 않았다. 이번 출마 배경에 이들의 역할 분담론이 불거진 것도 그런 연유다. 어차피 서로 갈라 서기로 작정하지 않는 이상 김 의원 출마는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더군다나 송 지사와 버거운 싸움이 예상되는데 각개전투는 승산이 희박하다. 당내 경선 실패에도 의원직 유지가 가능한 김 의원의 마이웨이 가능성도 점쳐지지만 이 또한 낮아 보인다. 결국 도지사와 3선 출마를 염두에 둔 김 시장의 다목적 포석이라는 데 무게가 실린다. 자칫 송 지사와 맞대결이 어려운 상황에서 3선출마 명분을 쌓거나 여차하면 김 의원과 연합전선을 형성해 도지사 선거전을 유리하게 끌고 가기 위한 히든 카드라는 분석이다.

  • 오피니언
  • 김영곤
  • 2021.01.05 18:11

인구 데드 크로스와 시·군 통합

삽화=권휘원 화백 우리나라 인구가 사상 처음으로 감소했다. 저출산으로 출생아가 사망자보다 적은 인구 데드 크로스(dead cross)도 현실이 됐다. 초고령사회인 농촌 지역의 인구 데드 크로스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젊은층이 적어 출생아가 늘어날 가능성이 적은데다 젊은이들이 농촌으로 돌아올 가능성도 낮기 때문이다. 꾸준하게 제기돼온 지방소멸 위기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행정안전부의 2020년 주민등록 인구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작년 출생아는 27만5815명, 사망자는 30만7764명으로 집계됐다. 출생아가 사망자보다 3만1949명 적었는데, 최근 10년 사이 처음있는 일이다. 10년 전인 2011년 사망자보다 21만9528명이나 많았던 출생아는 2017년 7만7325명으로 줄어든 이후 2018년 3만1511명, 2019년 1만202명으로 급감했고 지난해 처음 사망자 수보다 출생아가 적어 역전됐다. 최근 10년 동안의 주민등록 인구 변화는 전북에도 어두운 그림자를 던지고 있다. 2011년 대비 2020년 인구가 줄어든 전국 시도는 8곳 이었는데 전북은 이 기간 7만명이 감소해 서울(△58만), 부산(△16만), 대구(△9만)에 이어 전국에서 4번째로 인구가 많이 줄었다. 전북의 인구 감소세는 출생아가 줄어든데 따른 자연감소보다 전출에 따른 사회적 감소가 2배 이상 더 커 일자리 감소와 이로 인한 대도시로의 인구유출이 많은 것으로 분석된다. 저출산 고령화 속 인구 감소는 자치단체의 존립 위기로 이어진다. 한국고용정보원이 지난 2018년 6월 인구기준으로 한 지역의 20~39세 여성인구 수를 해당 지역의 65세 이상 고령인구 수로 나눈 소멸위험지수를 분석한 결과 전북에서는 임실무주장수진안고창부안순창김제남원정읍 등 10개 시군이 소멸위험지역에 포함됐다. 이들 지역의 소멸위험지수는 0.225(임실)~0.353(정읍) 수준으로 모두 0.5를 밑돌았다. 가임 여성인구 수가 고령자 수의 절반이 안돼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인구감소로 공동체가 붕괴돼 사라질 수 있다는 경고다. 저출산 고령화로 생산 가능인구는 줄어드는데 수명은 늘어 생산성이 떨어지고 세수도 줄어 재정 악화로 이어지는 것은 필연적이다. 인구가 적다고 도로와 상하수도, 교육의료와 복지시설 등 다양한 사회기반시설을 없앨 수 없어 이를 유지해야 하는 지자체의 부담은 더욱 가중될 수밖에 없다. 저출산 고령화와 인구감소 문제는 갈수록 지방의 존립을 어렵게 할 것이란 경고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인구 유출 방지를 위해 지역별 경제상황에 맞는 일자리 창출과 함께 규모의 경제 실현과 행정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행정 통합 필요성을 지적한다. 전북은 지난 1995년 군산옥구, 이리익산, 정주정읍, 김제시군, 남원시군 등 10개 시군의 행정 통합 경험을 갖고 있다. 소멸위기에 처한 도내 지자체들의 진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 오피니언
  • 강인석
  • 2021.01.04 17:40

전북발전 장애요인

삽화=권휘원 화백 지방자치가 실시되면 삶이 획기적으로 나아질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단체장 선거를 실시한지 25년이 지난 지금 평가해보면 그렇지가 않다. 반쪽짜리 지방자치를 하고 있어 갈 길이 멀다. 중앙정부가 재정권을 틀어 쥐고 있어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가중되면서 지역간 격차만 심해졌다. 노무현 정권만 유달리 지역균형발전을 강조했지 나머지 정권들은 수도권 위주로 개발전략을 펴다보니까 지방에는 갈수록 돈과 사람이 모이지 않는다. 전북의 국세납부 실적이 전국 대비 1%라는 게 전북경제 현실을 대변한다. 전북보다 인구가 적은 충북 강원도가 기지개를 켜면서 앞서 달린다. 강원도는 평창동계올림픽을 치르면서 대기업들과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져 발전의 전기를 마련했고 충북은 오송에다가 바이오산업단지를 만들면서 국내 제약 식품메카로 발돋움했다. 청원군과 청주시를 통합한 게 지역발전의 결정타로 작용했다. 수도권 팽창에 따른 개발압력이 거세지면서 청주시는 용적률을 상향 조정해 고층 아파트가 속속 들어섰다. 젊은층의 일자리가 없어 인구가 줄어드는 전북의 현실은 암담하다. 유종근강현욱김완주 전 지사 때 지역발전의 좋은 기회를 스스로 발로 차버린 게 잘못이었다. 방폐장을 위도나 군산으로 유치했거나 KTX혁신역사를 백구 쪽으로 건설했으면 지역발전에 큰 도움이 주어졌을 것이다. 두고두고 후회할 일은 김제공항건설을 무산시킨 일이다. 벽성대와 일부 김제시민들이 부지까지 확보한 김제공항건설을 반대한 것이 전북발전을 가로 막았다. 그 때 반대만 안 했어도 지금 어엿한 공항이 들어서 있어 새만금사업도 탄력을 받았을 것이다. 공항 항만 등 SOC 구축은 기업유치의 선결과제다. 더 가관인 것은 역대 지사와 전주시장 간 불협화음이 전북발전을 가로 막았다. 전주시장이 지사와 머리를 조아리고 전주발전을 모색하기 보다는 어떻게든 흠집을 내서 지사를 끌어내리거나 힘 빼는데 앞장선 게 잘못이었다. 서로 간에 임기 내내 불편한 관계가 이어지다 보니까 갈등의 골만 깊어졌다. 특례시 지정을 놓고 김승수 전주시장이 송하진 지사 때문에 안됐다고 그 책임을 떠넘긴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실상은 지사 자리를 넘보려고 정치적 승부수를 걸어온 김 시장이 특례시가 좌절되자 사사건건 몽니를 부리고 있다. 김 시장이 송 지사를 치받으면 오히려 표 결집현상이 생겨 지사선거가 아니라 3선 시장에 나설 때도 손해 볼게 없다는 인식이 작용한 것처럼 비춰지고 있다. 다른 시도가 광역권 행정통합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송하진 지사는 전주 완주 통합에 불을 댕겨야 한다. 2022년 통합시장 선거가 치러지도록 송 지사가 연초부터 적극성을 보여야 한다. 국회의원들도 원팀 운운할 게 아니라 이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이 문제를 해결해야 정치력이 도의원급이란 비난도 잠재울 수 있다. 김윤덕 의원이 지사 선거에 나선다는 것을 도민들은 정치쇼로 안다. 아직 체급이 안돼 제발 중앙정치 무대에서 존재감이나 키우라고 쓴소리를 한다.

  • 오피니언
  • 백성일
  • 2021.01.03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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