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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화=권휘원 화백 학령인구 격감으로 대학들이 존폐 기로에 서 있는 가운데 비교적 여건이 나았던 지방 거점국립대마저도 존립 위기에 처했다. 거점국립대들도 신입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합격생은 입학을 포기하고 재학생은 중도에 자퇴하는 학생이 늘어나고 있다. 여기에 정시 모집 합격선도 크게 떨어지고 있다. 지방 국립대를 나와도 취업이 어렵기 때문에 서울권 대학을 선호하는 수도권 집중 현상 탓이다. 최근 종로학원이 분석한 2020학년도 정시 합격선 기준 인문계 상위 300위 학과에 포함된 지역 거점국립대학 학과는 제주대 초등교육학과 하나뿐이었다. 지난 2009학년도에 34개 학과가 포함된 것과 비교하면 거의 몰락 수준이다. 자연계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2009학년도에 의예?치의예?한의예?수의예과를 제외하고도 300위권 내에 21개 학과가 있었지만 2020학년도 정시에선 경북대 모바일공학과 수학교육, 부산대 수학교육 등 단 3개 학과만 포함됐다. 전북대는 2009학년도 인문계에서는 영어교육국어교육사회교육학과, 자연계에선 수학교육과학교육학과 등 모두 5개 학과가 300위 내에 포함됐지만 2020학년도에는 단 한 곳도 없었다. 소위 대학 인기학과에서 지방 거점국립대 학과들이 밀려나고 있는 반증이다. 설상가상 지방대 자퇴생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지난 2015년 지방대 재적학생 134만3419명 중 3만1531명이 중도에 그만두어 2.35%의 자퇴율을 보였지만 2019년에는 3.05%까지 상승했다. 서울권 자퇴율 1.9%에 비하면 월등히 높은 수치다. 전북대의 경우 지난 3년간 자퇴생은 총 1679명에 달했다. 지난 2017년 525명, 2018년 535명, 2019년 593명 등 자퇴생이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자퇴생이 증가하는 이유는 가정 형편 등 경제적 사정도 있지만 60% 정도는 타 대학 진학을 목표로 그만두고 있다. 즉 수도권이나 서울권 인기학과 진학을 위해 반수를 선택하기 때문이다. 자퇴생뿐만 아니라 등록 이전에 합격 포기 인원도 급증하고 있다. 대학별로 정시 합격자의 70~80% 정도는 등록을 포기하고 있고 심지어 99%가 합격을 포기하는 곳도 있다. 존립 위기에 처한 지방대, 그리고 지역 거점국립대학을 살리려면 정부의 파격적인 지원과 함께 공공기관이나 대기업의 지방대 취업 문을 대폭 늘려줘야 한다. /권순택 논설위원
삽화=권휘원 화백 남원 공공의대 신설을 반대한 조남천 전북대병원장이 곤혹스런 처지에 놓였다. 그의 발언을 둘러싼 각계 반발이 이어 지면서 후폭풍이 만만찮다. 2024년 개교 예정인 공공의대를 반대하는 것은 응급의료기관조차 없는 농어촌 주민의 건강권을 침해하는 것 이라며 대도민 사과와 공직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공공의대는 정부가 추진하는 농어촌 의료기관에서 근무 할 공공 의료인력을 양성하는 곳이다. 전 국민 차별 없는 의료서비스라는 명분에도 지역거점 병원장이 소수 이익집단만 대변하는 것은 부적절한 처신이라며 집중 성토했다. 건강권을 제대로 보장해달라는 도민의 간절한 요구에 의료인으로서 어떤 책임감을 가졌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며 공격했다. 도의회와 정의당 전북도당, 남원시의회 그리고 의료공공성강화 전북네트워크 등은 규탄대열에 동참하며 지역대표 의료기관장이 지역내 공공의대 설립을 반대하는 것은 후안무치한 발언 이라며 거세게 몰아붙였다. 문제의 발언은 지난 20일 광주 국감장에서 조 병원장이 공식 반대의견을 표명하면서 파문을 일으켰다. 그는 공공보건의료 인력 양성과 서비스 질 향상을 위해서는 인프라가 갖춰진 국립대학병원 등 지역거점 의료기관이 더 효율적 이라며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의원들은 정부 방침에 역행하는 이같은 발언에 칼날을 겨눴다. 전북 14개 시군 가운데 3개 군에 분만 산부인과가 없고 4개 군에는 외래진료소가 없는 등 9개 시군이 응급의료 취약지로 분류돼 있다며 강하게 질타했다. 더구나 전북대병원은 폐교된 서남대 의대정원 49명 중 32명을 추가로 배정받아 기존 학생학부모가 반발하는 등 심한 내홍을 겪었다. 142명으로 늘어난 신입생 정원은 전국최고 수준이다. 서남대 아픔과 좌절을 통해 특혜를 누렸다는 점에서 이번 발언은 이율배반적 태도라고 공분을 자아냈다. 조 병원장의 이런 입장은 전국 국공립 병원장의 공식 의견과 일치한다. 그럼에도 전북 핵심현안으로 그간 공 들인 도민의 총체적 열망에 찬물을 끼얹었다며 불만이 폭발한 것이다. 똑같은 처지인 데다 동일 사안을 놓고 전남대병원장의 신중모드 발언과는 대조적이다. 목포순천이 의과대 유치에 총력전을 펼치는 가운데 우호적 분위기를 조성하면서 정부의 미운털까지 염두에 둔 발언이라는 것. 앞으로 10년간 의과대 정원을 4000명으로 늘리기로 당정은 지난 7월 발표했다. 포스트코로나 대비 공공의료 인력육성과 도농 의사수급 불균형의 해소 일환이다. 의도했든 안했든 조 병원장의 돌출 발언은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타시도 견제로 입법과정 험로가 예상되는 데다 의료대란 때 공공의대 원점 재논의가 불거진 상황이라 더욱 아쉽다. 지역거점 대학병원들이 제 역할을 못해 공공의대 설립을 초래한 것이라는 일부 의원의 지적을 귀담아 들어야 할 때다. 코로나 상황에서도 의사 가운을 벗고 파업에 동참하는 모습을 도민들은 기억하고 있다. /김영곤 논설위원
삽화=권휘원 화백 전북 현대가 K리그 사상 첫 4연패, 역대 최다(통산 8번째) 우승의 금자탑을 쌓았다. 선수와 구단, 팬들이 함께 이룬 업적이지만 가장 큰 주인공은 전북 현대의 레전드(전설) 이동국과 봉동 이장 최강희 전 감독이다. 이동국에게 전북 현대는 특별한 팀이다. 프로 데뷔후 첫 골을 넣었던 상대팀이 전북 현대였고, 득점왕베스트11MVP를 휩쓸며 트리플 크라운의 영광을 안겨준 팀도 전북 현대였다. 2009년 최강희 전 감독과의 만남이 그의 축구 인생을 바꿔놨다. 이동국은 지난 2013년 발간한 자서전 세상 그 어떤 것도 나를 흔들 수 없다에서 축구 인생의 역경과 극복 과정을 담담하게 적었다. 포항제철공고 졸업과 함께 포항 스틸러스에 입단하며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대형 스트라이커로 인정받던 그는 2002년 한일 월드컵 대표팀에 히딩크 감독의 부름을 받지 못했다. 월드컵 기간 매일 술을 마시며 폐인 같은 시간을 보냈다. 4년 뒤인 2006년 독일 월드컵도 무릎 부상으로 낙마했다. 이후 해외와 국내에서 큰 활약을 보이지 못하며 시련의 시간을 보내던 그에게 최강희 감독이 다가왔다. 2002년 아시안게임 대표팀 코치와 선수로 만난 인연이었다. 최 감독은 네가 와준다면 전북은 명문 구단으로 가는 새역사를 쓸 수 있을 것이라며 손을 내밀었다. 자신을 알아주는 지도자를 만난 이동국은 펄펄 날았다. 전북 현대 유니폼을 입은 첫 해인 2009년 22골로 K리그 득점왕에 올랐고 자신도 프로 데뷔 11년 만에 첫 우승의 기쁨을 맛봤다. 그는 자서전에 시련에 좌절하면 끝없이 추락하지만 그것을 극복하면 고비마다 돌아볼 수 있는 멋진 훈장이 된다. 나는 축구 선수이고, 축구선수는 그라운드 위에서 보여주는 것이 전부라고 적었다. 그리고 자신의 책에 쓴대로 그라운드 위에서 많은 것을 보여줬다. K리그 통산 548경기에 출전해 K리그 최다골(228골) 기록을 남겼다. 2009년 전북 현대의 K리그 첫 우승에 이어 올해 K리그 사상 첫 4연패와 역대 최다(8번) 우승이 23년 축구 인생 최고 기억의 장면에 추가됐다. 봉동 이장 최강희 감독과 함께 이동국은 봉동 청년회장이란 별명을 갖고 있다. 두 쌍둥이 자매 등 다섯 자녀를 둔 그는 TV 연예프로그램에서 대박이 아빠(아들 시안)로 유명세를 타며 전주 곳곳을 전국에 알린 홍보대사 역할도 톡톡히 했다. 고향 포항에 가면 길 안내 내비게이션을 켜지만 전주에서는 그냥 운전할 정도로 전주가 제2의 고향이라고 말한다. 어머니 고향이 무주여서 이동국은 전북이 외가이기도 하다. 김승수 전주시장은 지난 1일 열린 이동국의 은퇴식에서 명예 시민증을 수여했고, 전북 현대는 이동국의 등번호 20을 영구결번하기로 결정했다. 레전드에 대한 마땅한 예우다. 이동국은 은퇴 이후 대한축구협회 지도자 연수 과정에 들어간다고 한다. 레전드 이동국을 전북 현대에서 다시 만날 날을 기다려본다. /강인석 논설위원
삽화=권휘원 화백 타지에서 활발하게 움직이는 출향인 가운데 고향 전북을 걱정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각 분야에서 내로라할 정도로 성공한 전북 출신이 많다. 이들은 주로 대학을 서울에서 나왔거나 일찍 상경해 사업으로 성공한 사람들이다. 이들은 머리가 좋고 근면하고 성실해 학계나 법조계 의료계 언론 문화 예술 쪽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외지인들은 전북 출신들이 다정다감하고 합리적인 측면이 많다고 치켜 세운다. 문제는 전북에 사는 사람들한테 달려 있다. 긍정적인 측면 보다는 부정적인 측면이 많다고 꼬집는다. 남 잘되는 꼴 못보고 뒷다리 잡는데 선수라는 것이다. 외지인들이 전북 와서 사업하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공무원들도 자기 자신이 무작정 최고인 양 갑질을 해 각종 인허가 절차를 밟는데 애를 먹는다는 것. 혹여 인사권자인 시장 군수 한테 부탁했다가는 괘씸죄에 걸려 될 일도 안된다며 기업 하기가 여간 힘들지 않다고 하소연한다. 전북은 아직도 거룩하고 고요한 밤이 지속된다. 대규모 공장이 없어 IMF 때도 큰 충격 없이 대충 그냥 지나갔다. 아직도 농경사회가 주를 이룬 탓이 결정적이다. 기업하는 입장에서는 전북으로 공장을 옮겨 가고 싶은 생각이 없다는 것. 메리트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시 군청이 기업 유치한다고 야단법석을 떨지만 막상 공장을 지으려면 공무원부터 까탈을 부려 힘들다고 볼멘소리를 한다. 다른 지역 공무원들은 기업인을 대하는 마인드부터가 확실히 다르다고 말한다. 전북 사람들은 힘 있는 외지인 한테는 더 없이 잘해준다. 권력기관장들이 이임할때 대과없이 잘 있다가 간다는 말을 잊지 않을 정도다. 하지만 모처럼만에 고향 출신이 금의환향해 부임하면 깎아 내리려고 안달복달이다. 그 사람의 성장 과정을 너무도 잘 알아서인지는 몰라도 해도 너무 한다는 생각이 든다. 혹시 나중에 선출직을 꿈꾸면 피곤할 정도로 하대하는 경향이 짙다. 지금 전북인들은 자신들이 무슨 병에 걸려있는지 조차 모른다. 그게 안타깝다. 타성에 젖어 있다 보니까 무기력증이 생겼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해 보겠다는 도전정신이 안 보인다. 아놀드 토인비가 말했듯 역사발전은 도전과 응전이라고 했는데 이걸 잊고 있는 것 같다. 경제적으로 빈곤의 악순환이 거듭되다보니까 의식마저 죽었다. 동학의 후예답게 반봉건을 타파하고 외세를 물리친 그 기개가 갈수록 사라져 가 전북의 미래가 안보인다. 지금 전북인들은 바깥세상이 어떻게 발전하고 돌아가는줄을 모른 것 같다. 비판없이 맹목적으로 특정당 한테 몰표를 안겨만 줬지 반대급부로 받은게 없는 것도 문제다. 시장 군수들도 표 떨어질까봐 인기영합주의에 몰두한다. 김승수 전주시장이 대한방직개발건을 공론화위원회에다가 맡긴 것이나 환경단체의 전주천 수달 보호 때문에 황방산 터널을 못 뚫고 있는 게 대표적 사례다. 지금부터라도 주인의식을 갖고 시민들이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무작정 시민단체의 반대논리에 휩싸여 반대만 할 게 아니라 먹고 사는 문제와 직결된 것은 적극 찬성해야 한다. /백성일 부사장 주필
삽화=권휘원 화백 4년 전 타계한 김석철은 일찍부터 도시 설계에 주목해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건축가였다. 스스로 건축설계보다 여의도 마스터플랜 같은 도시설계에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고 할 정도였으니 도시 설계에 쏟았던 그의 열정이 얼마나 컸는지 짐작할 수 있다. 서울예술의전당, 제주영화박물관,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한국예술종합학교 등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건축물 말고도 여의도프로젝트나 경주 보문단지, 인천 밀라노디자인시티, 남예멘의 옛 수도 아덴과 아제르바이잔 바쿠의 신도시 설계 등으로 이름을 널리 알린 것도 그 덕분이다. 그가 내놓았던 도시 설계의 집적물이 있다. 그의 명저가 된 <희망의 한반도 프로젝트>가 그것이다. 한계에 이른 한반도의 공간구조를 재편하고 새로운 도시전략을 마련하기 위해 거시적 안목으로 천착해온 그의 공간 설계물들은 대부분 주목을 모았다. 그중에서도 새만금 바다도시와 호남평야의 도시연합은 갈등과 대립으로 이어져 온 새만금 개발 논쟁만큼이나 뜨거운 이슈를 불러왔다. 개발 초기부터 새만금을 주목해온 그에게 새만금의 미래는 황해공동체의 공동시장과 물류기지, 사계절 관광단지였다. 그는 항만 역할을 한 적이 없지만 항만으로서 서해안 어디보다 좋은 조건을 갖고 있는 새만금의 잠재력을 주목했다. 항만 물류의 국내외 여건이 변화하고 있는 환경에서 부산이나 광양이 컨네이너 중심 허브 항으로 동북아 권역 화물에 대한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중국경제가 급부상하면서 증가하게 될 중국 북안도시권으로의 항만 물량에 대비해 서해안에 새로운 거점 항만이 필요하다는 그의 분석은 설득력이 있었다. 눈길을 끌었던 내용은 또 있었다. 이 모든 새만금 미래의 기반을 수질문제에 두었던 점이다. 그의 제안은 구체적인 실행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아마도 당시, 입 밖으로 꺼내는 일조차 금기시했던 해수유통의 논리를 담았던 것도 그의 제안을 진전시키는데 걸림돌이 되었을 것이다. 지난 20년 동안 논란이 되어온 새만금 수질과 해수유통이 다시 논쟁의 중심에 섰다. 환경부의 새만금 수질대책 평가 보고서를 통해 10년 동안 3조원을 투입했지만 새만금 수질이 더 악화됐다는 결과가 공개되면서다. 담수화를 진전시킨다면 목표수질을 확보할 수 없다는 환경단체와 새만금 내부 개발 지연을 내세우는 전라북도가 해수유통을 두고 서로 다른 입장으로 맞서고 있다. 한국형 그린뉴딜의 모델로 만들자는 꿈을 내걸고도 새만금의 미래가 다시 부유하고 있다. /김은정 선임기자
삽화=권휘원 화백 10월 마지막 주간은 기독교계에서 기념하는 종교개혁주간이다. 503년 전 마르틴 루터가 로마 가톨릭의 부패와 타락상을 비판하면서 오직 성경으로, 오직 믿음으로 돌아가자고 촉구한 교회 개혁운동을 기리는 기념일이다. 3년 전 한국 교회는 종교개혁일 500주년을 맞아 대대적인 기념행사와 함께 대각성운동에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초대형교회의 부자세습을 허용하고 일부 목회자들의 부끄러운 민낯이 드러나면서 한국 교회는 빛과 소금의 역할을 잃어가고 있다. 여기에 코로나 시대를 맞아 현장 예배를 강요하던 일부 교회들을 통해 바이러스가 퍼지고 전광훈과 같은 엉터리 목회자들로 인해 지탄과 혐오의 대상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더욱이 언택트 문화가 확산하는 비대면 시대를 맞아 한국 교회는 기로에 섰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기독교 역사상 예배당 밖에서도 예배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교회는 위기를 맞고 있다. 온라인 예배를 선호하는 신자들이 늘어나면서 교인 수가 줄고 교회 재정도 감소하고 있다. 일각에선 한국 교회가 영국과 미국 교회처럼 교인은 떠나고 건물만 남는 공동화(空洞化) 전철을 밟을 것이란 우려를 내놓는다. 이러한 교회의 위기 속에 의식 있는 목회자들이 교회 개혁을 촉구하고 나서 주목받고 있다. 교회 회복 연합운동을 펼치는 2020 다시희망은 종교개혁주간을 맞아 개신교 죄책 고백과 희망 선포의 날 행사를 가졌다. 이들은 교회 개혁을 위한 20개 조항을 내걸고 스스로부터 실천을 다짐했다. 교회 십일조의 사회 환원과 사회적 약자 구제, 교회 세습 불허와 전광훈 같은 개신교와 단절, 거짓 증언 행위 중단, 목회자들 영적 도덕적 불감증 단호 대처 등을 선언했다. 중견 목회자 그룹인 아드폰테스도 종교개혁 503주년을 기념해 공동 기도문과 설교문을 공개하고 교회 갱신과 공공성 회복을 결의했다. 지난해 서울 명성교회 부자세습 허용 당시에도 아드폰데스는 교회의 헌법 질서를 무너뜨렸다며 종교개혁 정신으로 돌아갈 것을 촉구했었다. 마르틴 루터의 종교개혁 구호이기도 한 아드폰데스(Ad Fontes)는 라틴어로 근본으로 돌아가자는 의미다. 한국 교회가 성공과 축복을 추구하는 기복주의, 돈과 물질을 앞세우는 맘몬주의, 교인 위에 군림하는 교권주의 등을 철저히 배격하고 근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오직 복음으로, 제2의 종교개혁운동이 필요할 때다. /권순택 논설위원
삽화=권휘원 화백 전주시 보조금은 고삐 풀린 망아지와 같다. 사건이 터질 때마다 여론 뭇매는 물론 감사를 통해 혹독한 질타를 받는다. 매번 재발방지를 다짐하고 청렴서약을 하면 뭐하나. 그러함에도 돈의 유혹 때문에 잊을 만 하면 발생하는 상습 범죄유형이다. 올들어서도 잇따라 부정수급 의혹에 휩싸이면서 쌈짓 돈눈먼 돈 이라는 인식만 강하게 심어줬다. 어쩌면 손쉽게 이를 챙길 수 있는 데도 그렇지 못한 사람이 바보취급 당하기 일쑤다. 그 만큼 관리가 허술하고 구멍이 뚫렸다는 얘기다. 청소수거업체에 이어 이번엔 폐기물수거업체가 일냈다. 센터 이사가 자신이 대표로 있는 다른 업체에 직원 8명을 불법 파견해 4년간 10억원을 꿀꺽했다. 한 사람이 2곳을 운영하면서 용의주도하게 이를 챙긴 것이다. 재활용품 판매센터도 2곳 모두 한 업체가 운영하는 데 1곳은 무허가 건물이지만 20년 넘게 끄떡 없다. 대표 동생을 고용해 다른 직원보다 과다한 급여를 주는 것도 공공연해서 놀랄 일도 아니다. 검은 먹이사슬 이 청소업체와 폐기물 업체까지 뻗쳐 있다는 점에서 파장이 만만치 않다. 드러난 것만 이 정도인데 수면아래 상황을 예측하면 걱정부터 앞선 게 사실이다. 한 마디로 시민혈세가 줄줄 새고 있는 데 다들 손 놓고 있는 형국이다. 공무원 개인 통장에서 돈이 빠져 나간다 해도 이렇게 안이하고 무책임할까. 짐작 컨대 그들도 은연 중에 눈먼 돈 이라는 통념에 사로잡혀 모럴 해저드에 빠지지 않았나 싶다. 논란을 불러 일으킨 전주시 쓰레기 행정의 현주소다. 2년 동안 업체대표 자녀와 친인척이 포함된 30여 유령직원에게 2억원 넘는 인건비를 빼돌리거나 782차례나 쓰레기 무게를 조작하는 편법도 서슴지 않았다. 청소차 97대에 적재함 밀폐화 명목으로 1억3천만원을 슬쩍한 업체 4곳도 적발됐다. 뿐만 아니라 대표 부인이 출근도 안한 채 남편 회사와 남편친구 회사에 사내이사로 등록하고 7년간 억대 급여를 챙기기도 했다. 또한 시청 전직 공무원이 이들 업체에 적을 두면서 시선도 곱지않다. 양심불량 사업주와 무사안일 공무원이 빚어낸 시민혈세 꼼수수령이 기가 찰 지경이다. 공무원의 방만한 보조금 관리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녹록치 않은 경제여건에다 코로나 장기화로 소시민의 삶은 피폐하고 절망적인 상황이다. 골목상권이 붕괴되면서 자영업자는 하루하루를 버텨내기 힘든 형편이다. 이런 판국에 지방세를 조금만 연체해도 독촉장과 함께 부동산 압류통지가 날아 오고, 교통법칙금도 곧바로 미납안내와 함께 차량압류 고지서가 도착한다. 서민들 쥐어 짜면서 힘겹게 거둬 들인 혈세를 아끼고 요긴하게 써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게 흠이다. 나사 풀린 쓰레기행정은 바짝 조이는 것이 해법이다. 스스로 자체 정화기능이 작동 안되면 외부 수사를 통한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수밖에 없다. 보조금 환수는 말할 것도 없이 철저한 의법조치 만이 발본색원의 시작이다. /김영곤 논설위원
삽화=권휘원 화백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지난 25일 향년 78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지난 2014년 5월 10일 서울 이태원동 자택에서 급성 심근경색을 일으켜 심폐소생술(CPR)과 심장 스텐트 시술을 받고 삼성 서울병원에서 의식없이 병상에 누운 지 6년여 만이다. 이건희 회장은 신경영으로 삼성을 세계적인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시킨 기업인이다.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꿔야 한다 우리나라의 정치는 4류, 관료와 행정조직은 3류, 기업은 2류다 삼성은 이미 한 개인이나 가족의 차원을 넘어 국민적 기업이 되었고, 지금 사회가 우리에게 기대하고 있는 이상으로 봉사와 헌신을 적극 전개해야 한다 등 이건희 회장이 남긴 말들은 지금 우리 사회에 적용해도 통용될 수 있는 좋은 어록들이다. 단순히 제품을 파는 기업이 아니라 철학과 문화를 파는 기업, 사회와 함께 하는 기업으로 더불어 사는 상생의 기업상을 구현해야 한다는 이 회장의 기업 철학은 존경할 만하다. 그러나 이 회장이 생전에 강조한 것과 달리 삼성은 사실 전북과는 상생하지 못했다. 자동차와 휴대폰, 전자제품, 컴퓨터, 보험과 증권, 금융 등 삼성이 만든 제품이 전북지역 곳곳에 퍼져 있지만 세계 초일류 글로벌 기업 삼성은 전북 도민들에게 상처를 준 기업으로 남아있다. 새만금 투자 백지화가 바로 그 것이다. 삼성은 지난 2011년 4월 27일 새만금 20조 투자 계획을 발표해 도민들을 설레게 했다. 2021년부터 20년 동안 20조원을 투자해 새만금에 그린에너지 종합산업단지를 조성하겠다고 정부, 전북도 등과 함께 투자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그러나 5년 뒤 투자 여력이 없다며 백지화를 선언했다. 세계 초일류 기업 삼성의 전북 투자에 대한 기대에 부풀어있던 전북 도민들은 큰 상처를 입었다. 14개 시군 거리마다 축하 플래카드가 물결을 이뤘을 정도로 컸던 도민들의 기대와 열망은 실망으로 전락했고, 투자양해각서의 진실 공방으로 이어지면서 지역내 갈등도 심화됐다. 이건희 회장의 타계로 삼성은 이재용 부회장의 3세 경영체제에 진입하게 됐다. 이 회장의 와병 이후 사실상의 경영 전면에 나선 이 부회장은 삼성의 기업 비전으로 동행을 강조해 왔다. 이웃, 사회와 같이 나누고 함께 성장하는 것이 사명이자 100년 기업에 이르는 길이라며 직원 채용은 물론 협력사와의 관계 등에서도 상생협력을 꾸준히 강조해 왔다. 전북은 국내에서 거의 유일하게 삼성의 제조업 투자가 전무한 지역이다. 새만금 투자 무산의 아픈 기억을 갖고 있는 전북이 이재용 삼성체제에서 새로운 동행과 상생협력을 통한 치유의 지역으로 다시 조명받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강인석 논설위원
/삽화=권휘원 화백 1995년 민선 단체장 선거가 실시된 이후 계속해서 특정당 후보들이 싹쓸이했다. 공천만 받으면 당선은 떼논 당상이었다. 자연히 공천권자에게 줄서기 마련이었다. 선거가 한낱 요식행위에 지나지 않았다. 선거비용이 아까울 정도였다. 지사 시장 군수 도의원 시군의원 공천권을 총재나 국회의원들이 갖다보니까 심지어 공천장사를 한다는 말까지 나돌았다. 선거때마다 공천을 둘러싸고 각종 잡음이 불거졌다. 일부 단체장은 공천 받을 때 쥐어준 돈을 회수하려고 인사때마다 매관매직을 일삼았다. 지금은 당원 50% 일반시민 50%를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해 공천자를 결정한다. 하지만 제도 자체가 투명성을 확보한 것처럼 돼 있지만 실제로는 선거기술자가 공천자로 결정될 소지가 다분하다. 월 1천원씩 6개월 이상 당비를 납부하면 당원이 되므로 재력 있는 사람이 얼마든지 당원을 모을 수 있다. 결국 보이지 않게 돈 선거를 조장하고 있다. 후보자의 역량과 능력 검증없이 당원만 많이 모으면 공천을 받을 수 있어 투명성 확보와는 거리감이 생긴다. 시장 군수는 아무나 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고도의 판단력이 종합적으로 요구되는 자리다. 주민들의 행정 수요가 늘어나면서 갈수록 전문성이 필요하다. 4차산업혁명을 맞아 미래에 대한 통창력도 중요하다. 이처럼 다양한 경험과 식견을 쌓은 사람이 앉아야할 자리를 인기영합주의에 편승한 사람이 운좋게 앉다보니까 지역발전이 안된다. 인구가 줄고 자원이 빈약한 전북은 역량있는 인물이 단체장으로 뽑혀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아 걱정스럽다. 각종 선거 때마다 대다수 도민들이 특정당 일변도로 가기 때문에 지금은 민주당 공천을 못 받으면 아예 선출직에 도전할 생각을 버려야 할 정도다. 지방선거 때마다 특정당 후보가 당선되는 구조가 고착화된 게 지역발전의 걸림돌이 돼버렸다. 높게 쌓아올린 그들만의 성에서 경쟁의 정치가 안 이뤄진 것이 문제다. 표 모으는 것도 먹이사슬구조로 만들어 놓아 조그만 사업이라도 할려면 현직자에게 줄서야 하는 형편이다. 모처럼만에 야당인 국민의힘이 전북예산을 챙겨주겠다고 서진정책을 펴지만 진정성을 의심 받아 민주당이 더 주류로서 견고해졌다. 9명의 국회의원이 당선된 사실에서 입증 되었다. 다음번 지방선거도 똑같은 현상이 반복될 것이다. 민주당 싹쓸이가 예상되면서 무소속 단체장이 나올지가 관심사다. 민주당 공천만 받으면 당선이 유력하므로 현직자들이 굳이 복잡하게 큰그림을 그리기 보다는 인기영합주의에 편승하고 있다. 일부 공무원들이 영혼없이 현직 단체장의 사병처럼 돼 있는 것도 고질병이다. 경제 지표상 꼴찌를 차지한 전북이 한단계 업그레이드 하려면 도민들이 생각을 바꿔 역량있는 사람을 단체장으로 뽑아야 한다. 교언영색으로 일관한 단체장을 그대로 뒀다가는 전북발전은 백년하청이 될 수 있다. 도민들이 깨어 나지 않으면 전북은 가망이 없다. /백성일 부사장 주필
삽화=권휘원 화백 진안 마령면사무소에서 백운면으로 넘어가는 넓지 않은 2차선 도로를 따라가다 보면 오른쪽으로 순하게 자리 잡은 계서리 계남마을이 있다. 좁은 마을길을 한참 들어가야 만나게 되는 전형적인 농촌 마을인 계남 마을에는 1년에 한 두 차례 외지 사람들의 발길이 잦아진다. 마을 입구에 자리한 오래된 방앗간, 계남정미소가 사람들을 불러들이는 까닭이다. 농촌의 대부분 방앗간들이 본래의 쓰임을 다하고 문을 닫기 시작했을 즈음, 계남정미소도 문을 닫았다. 가뜩이나 오래된 방앗간은 사람들의 손길이 닿지 않자 금세 낡은 공간이 되어 방치됐다. 그러나 1년 만에 이 남루한 공간은 다시 새로운 쓰임을 얻었다. 2006년 문을 연 공동체 박물관 계남정미소 다. 문화공간이 된 계남정미소는 금세 이름을 알렸다. 공간의 새로운 주인이 된 사진작가 김지연씨는 마을 사람들의 기억과 경험을 공유하며 마을공동체의 소중한 가치와 의미를 일깨우는 다양한 기획으로 관객들을 끌어들였다. 그러나 계남정미소는 2012년 가동을 멈췄다. 가중되는 경제적 물리적 어려움이 원인이었다. 휴관에 들어갔던 계남정미소는 다행스럽게도 2016년, 가까스로 동력을 찾아 다시 문을 열었다. 서울에서 활동하는 문화기획자들의 지원이 힘이 됐다. 다시 문을 열던 날, 김관장은 건물이 무너지지 않고 1년에 한두 번이라도 그 명맥을 유지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이루어졌다는 말로 기쁨을 전했다. 그 뒤 4년, 계남정미소는 김관장의 소박한 바람, 꼭 그만큼만 공간의 쓰임을 지켜가고 있다. 궁금해지는 것이 있다. 자치단체마다 지역문화를 살리려는 노력과 투자가 더해지고 있는데도 예나 지금이나 한결같이 어려움에 처해있는 계남정미소의 현실적 환경이다. 사실 계남정미소는 쓸모를 잃고 사라져가는 수많은 농촌마을의 오래된 공간들을 다시 태어나게 하는 통로가 되었다. 마을공동체의 의미를 되살리고 방치된 낡은 공간을 문화공간으로 활용하는 모범적 사례로 이름을 떨쳤으니 그것만으로도 역할이 빛난다. 부활했으나 여전히 꺼져가는 불씨처럼 간신히 생명을 붙잡고 있는 계남정미소의 존재가 안타까운 것은 그래서다. 계남정미소가 1년에 한차례 여는 기획전이 시작됐다. 젊은 사진작가 장근범의 아시아 프로젝트 전시회로 당분간 계남정미소에는 외지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질 것이다. 진안의 귀한 문화자산이 된지 오래, 스스로 성장하여 지역을 빛내고 있는 계남정미소의 외로운 싸움에 지역사회의 힘이 더해졌으면 좋겠다. 계남정미소의 힘찬 가동(?)을 보고 싶다. /김은정 선임기자
/삽화=권휘원 화백 농협중앙회 정규직 직원 연봉이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뜨거운 이슈로 떠올랐다. 소속 의원마다 농협중앙회 직원의 억대 연봉 문제 등을 잇달아 제기하면서 농협의 존립 목적을 거론하고 있다. 농협중앙회가 최근 국회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정규직 2023명 중 연봉이 1억 원이 넘는 직원은 839명으로 29.4%에 달했다. 직원 3명 중 한 명 정도가 억대 연봉자인 셈이다. 농협중앙회 억대 연봉자는 지난 2015년 381명으로 전체 직원 대비 11%에 그쳤지만 5년 새 2배 이상 늘어났다. 반면 농협중앙회의 현금수지 적자는 지난 2017년 4148억 원에서 2019년 5098억 원으로 더 악화됐다. 농협중앙회는 적자 폭을 메꾸기 위해 매년 농업금융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차입해오고 있는데 차입금 규모가 지난 2017년 12조4000억 원에서 2019년 13조4000억 원으로 1조 원 이상 증가했다. 이에 따른 이자 비용도 2017년 3169억 원에서 2019년 3343억 원으로 늘어났다. 농협중앙회의 현금수지 적자에도 직원의 평균 임금은 9148만 원에 달한다. 여기에 직원의 성과급 지급액도 계속 늘어나 지난 2015년 1인당 400만 원 수준에서 지난해 800만 원 수준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지난달 농협중앙회 창립기념일에는 직원들에게 540억 원이 넘는 지원금과 기념품을 지급했다. 지난해까지는 1인당 100만 원대를 지급했지만 올해는 곱절을 올려 200만 원 상당을 지급했다. 농협의 주체인 농민 조합원들은 올해 코로나19 사태와 54일간의 최장기 장마, 그리고 잇따른 태풍 여파로 큰 시름에 차 있다. 벼 수확철이지만 일조량 부족과 백수현상 등으로 지난해보다 수확량이 20% 정도 줄어들어 울상이다. 다른 작물들 작황도 사정은 비슷하다. 지난해 농가 평균 소득이 4000만 원을 넘어섰지만 실제 농업소득은 1100만 원 수준에 불과하다. 농사지어서는 먹고 살 수 없는 게 농민들이 처한 암울한 현실이다. 그런데도 농협 직원의 억대 연봉과 성과급 창립지원금 등 돈 잔치를 벌이고 있는 현실에 농민 조합원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넘어 비애감마저 들게 만든다. 직원을 위한 농협인지, 농민을 위한 농협인지 그 존재 이유를 묻지 않을 수 없다. /권순택 논설위원
삽화=권회원 화백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 고쳐 매지 말라 는 속담이 있다. 남들에게 오해 받을 불필요한 행동을 경계하라는 뜻이다. 지난 주 열린 박용근 도의원의 비대면 온라인 출판기념회에 대해 뒷말이 무성하다. 당초 지난 2월 열릴 예정이었으나 코로나 때문에 미뤄지다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며 온라인 방식으로 바꿔 치렀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개최 시기를 둘러싸고 이런저런 볼멘소리가 이어진다. 코로나 상황은 여전히 예측불허인데 굳이 지금 꼭 해야 하느냐는 당위성 논란이 불거졌다. 1년 회기중 긴장관계가 최고조에 달하는 행정사무감사를 다음달 앞둔 시점이라 더욱 조심스럽다는 얘기다. 피감기관 공무원은 물론 이해당사자 입장에서는 휴대폰에 안내문자가 뜨면 선택의 폭은 좁아진다. 더군다나 두세 차례 발송되는 데다 입금 계좌번호까지 곁들여 심리적 압박은 가중되기 마련이다. 주최측 에서는 순수함을 거듭 강조하지만 을(乙)의 위치에다 방어적 처지에 놓인 공무원들은 찍히면 곤란한 상황이라 속앓이를 할 수밖에 없다. 실제 이들 중에 살생부 명단에 오를까 봐 어쩔수 없이 2만원이나 되는 책을 여러 권 구입했다며 씁쓸한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어찌보면 도의원이라는 우월적 지위를 앞세운 명백한 갑질인 셈이다. 공무원노조가 추가제보와 함께 자체조사를 진행하는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흥미로운 것은 책 내용이 조선을 세운 이성계의 리더십을 다뤘다는 점에서 주목을 끈다. 건국 과정에서 보여준 그의 리더십을 5가지 코드로 재해석했는데. 그 중 자신을 낮추는 섬김의 리더십이라는 대목이 의미심장하다. 다른 어떤 덕목보다 정치인에게 제1의 소중한 가치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특히 저자인 박 의원의 경우 아쉬운 부분이라 더욱 그러했다. 작년 도교육청 공무원에 대한 갑질폭언 논란이 대표적이다. 인사철 담당 국장에게 직원 근무평점 청탁과 함께 편의를 봐 달라며 특정 업체를 소개해 밀어주기 의혹에 휩싸인 바 있다.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자 그는 이를 괘씸죄로 여겨 직권을 남용함으로써 노조 반발을 샀다. 자료 요청을 과다하게 요구해 직원들을 괴롭히고, 해당 공무원을 정조준해서 그의 업무추진비 집행내역출장현황 등을 대놓고 요구했다. 공무원노조는 즉각적으로 이를 문제삼고 공동성명을 통해 진상규명과 박 의원 형사처벌까지 요구하며 강력히 맞섰다. 결국 그는 고개를 숙이고 공식 사과와 함께 과도한 언행을 자제하겠다고 약속했다. 정치인 출판기념회는 정치자금 모금 창구로 인식된 지 오래다. 총선이나 지방선거를 겨냥한 입지자들의 통과의례인 점도 공공연한 사실이다. 막강한 권한을 가진 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원의 행사 초대장은 청구서의 부정적 메시지가 강해 잡음이 끊이지 않은 게 사실이다. 그런데도 생뚱맞은 시점에, 불가피하게 보내야 하는 쪽과 받으면 불편하기 짝이 없는 껄끄러운 관계는 언제까지 계속될까. 필자도 안내문자를 3번 받았다.
순항하는 듯 했던 전주특례시 지정 문제가 암초를 만났다.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가 특례시 지정에 공식적으로 반대 입장을 천명했기 때문이다. 하필 협의회 회장을 맡게 된 송하진 지사가 특례시 지정 반대에 총대를 메면서 지역 정치 상황도 꼬여버렸다. 특례시 지정을 추진해온 김승수 시장과 이를 1호 법안으로 제출한 김윤덕 국회의원(전주갑)의 향후 정치적 득실과 전북 원팀 정치에 미칠 영향도 관심사다. 그동안 전주특례시 지정에 공개적인 반대 입장을 밝히지 않아왔던 송 지사는 지난주 청와대 회의에서 시도지사들의 반대 의견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공식 전달했다. 시도지사들은 특례시 조항 때문에 지방자치법 개정안이 논란을 빚고 있는 만큼 이를 삭제하거나 분리해야 한다는 의견을 모았다. 협의회 명의의 성명이나 입장문 발표가 아닌 대통령 직접 건의는 중앙 정치권과 지역에도 파장을 가져왔다. 청와대 회의 다음날 국회에서 특례시와 관련한 당론을 모으기 위해 열린 민주당 간담회에서는 특례시 지정에 대한 부정적 기류 속에서도 광역시가 없는 전북과 충북의 특례시 지정 무산 가능성을 안타까워 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전주특례시 지정이 무산되면 전북은 지금처럼 광역시 없는 광역단체의 불리함을 그대로 안고 가야 한다. 국가예산과 정부의 정책 지원에서 상대적으로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특례시가 지역에 얼마나 도움이 되느냐는 논란이 있지만 그래도 없는 것 보다는 낫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중앙 정부를 상대로 광역시 없는 지역의 차별 개선을 요구할 수 있는 근거는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주특례시 지정 문제는 지역 정치인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전주특례시 지정을 민선 7기 역점과제로 추진해온 김승수 시장은 크게 손해볼 것이 없어 보인다. 특례시 지정을 위해 2년 넘게 총력을 쏟으며 지방자치법 개정안에 특례시 조항을 담는 성과를 거뒀지만 시도지사들의 반대로 무산됐기 때문이다. 특례시 지정 성공이라는 열매는 수확하지 못하더라도 특례시 무산의 정치적 책임은 피하게 됐다. 전주특례시 관련 법안을 자신의 21대 국회 1호 법안으로 대표 발의한 김윤덕 국회의원(전주갑)은 난감해졌다. 김 의원은 전국 16개나 되는 특례시 대신 광역시가 없는 도(道)에 한해 특례시를 지정할 수 있도록 하는 지방자치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발의했다. 전주와 청주가 해당된다. 특례시 조항이 빠지면 김 의원은 1호 법안 무산의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다. 김 시장은 특례시 지정을 위해 시도지사협의회를 설득하겠다고 밝혔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 협의회 회장인 송 지사가 이미 모아진 시도지사들의 의견 번복에 적극 나설지도 미지수다. 결국 전주특례시 지정 문제는 향후 도정 원팀 협력과 지방선거 과정의 이슈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앞으로 진행될 국회의 특례시 법안 처리 과정이 주목되는 이유다. /강인석 논설위원
삽화=권휘원 화백 출향인사들 중에는 고향 전북이 지난 30년 동안 발전하지 못한 것에 몹시 안타까워 한다. 각종 경제 지표상 꼴찌로 추락한 것에 더 분개한다. 역대 정권들이 수도권 집중화를 꾀하다보니까 그 여파로 농도 전북이 최하위로 밀렸다. 인구 180만 붕괴가 초읽기에 들어갔고 청년층이 일자리가 없어 해마다 탈전북러시를 이룬다. 산골에는 아이들의 울음소리가 멈춘지 오래고 연간 출산인구 1만이 무너져 9천명대에 놓여 있다. 생산력이 떨어진 65세 이상 노인층의 비율만 늘어 먹고 살기 힘든 구조다. 이대로 가다간 전북 14개 시군 중 전주 익산 군산 정도만 남게 될 형편이다. 전북의 도세가 갈수록 쇠잔해 가지만 도민들은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날마다 같은 환경에서 반복된 생활을 하니까 매너리즘에 빠져 극복할려는 의지도 없고 새로운 것에 도전해 볼려는 도전정신도 안보인다. 전북이 이렇게 된 것은 하루 아침에 된 게 아니다. 가랑비에 옷 젖듯이 지난 90년대부터 30년간 이뤄진 결과물인 것이다. 이 문제의 책임은 정권탓이 일차적이지만 전북 출신 정치인들이 무능해 이처럼 되었다는 것이다. 1995년 단체장을 선출했으나 지사나 시장 군수들이 자신들 입신양명하기에만 바빴지 실질적으로 지역발전에 큰 성과를 내지 못했다. 미래를 내다보고 돈과 사람이 모일 수 있는 시군으로 발전시켰어야 했는데도 그렇게 못했다. 당선되면 다음 선거를 준비하는데만 혈안이 되다보니까 주로 선심성 사업에 예산을 썼다. 단체장은 지방의원과 달리 전문적인 식견과 역량이 있는 사람이 맡아야 한다. 하지만 중앙과의 인적네트워크가 갖춰지지 않은 사람들이 단체장을 연거푸 하다보니까 시군은 외화내빈처럼 속빈강정이 되버렸다. 전북은 기업 다운 기업유치를 못했다. 지금도 노동집약적이고 경쟁력이 약한 기업이 많다. 이런 기업들 갖고선 고용효과나 시너지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4차산업혁명시대에 제대로 적응해서 생산력을 키워나갈 기업도 많지 않다. 사회간접시설이 제대로 확충되지 않은 것도 큰 걸림돌이었다. 전북혁신도시에 와 있는 기관들도 아직도 현지화에 미적거릴 정도로 늑장을 부리고 어떻게 해서든지 서울로 빠져 나갈 궁리만 꾀하고 있다. 전북의 현실이 암담하지만 뾰족한 대안이 없다는 게 더 문제다. 그간 정부와 도가 새만금사업을 장밋빛 청사진으로 제시했지만 가시적 성과가 없어 상당수 도민들이 큰 기대를 접었다. 항간에는 새만금사업 때문에 전북이 오늘날 처럼 축 쳐지고 발전하지 못했다면서 사업 자체를 반대한 사람이 생겼다. 새만금사업이 국책사업인 만큼 새만금개발청으로 하여금 개발토록 하고 가급적이면 전북도는 다른 사업에 목숨을 걸어야 한다고 말한다. 전북 국회의원 40%가 법의 심판대에 올라와 절름발이 신세가 되었다. 때문에 도민들이 목에 방울 달고 아닌 것은 아니다라고 적극 나서야 한다. 사즉생(死卽生)의 각오로 안 나서면 전북은 도저히 꼴찌를 면할 수 없다. /백성일 부사장 주필
삼화 = 권휘원 화백 진양조나 중모리, 자진모리 같은 전통 국악 장단에만 얹힌 판소리가 아니다. 비트 박스나 랩과 같은 서양식 빠른 리듬에 얹힌 판소리가 흥을 돋우는 세련된 현대 춤 군무를 만나니 그야말로 신선한 장르의 음악이 됐다. 공개된 지 3개월여 만에 유튜브 조회 수 3억 뷰를 내다보는 한국관광공사의 우리나라 홍보영상 Feel the Rhythm of KOREA 이야기다. 부산과 전주 서울 등 3개 도시의 홍보영상이 공개된 이후 힙합 판소리라는 새로운 이름을 얻은 우리의 판소리에 세계가 환호하고 있다. K-POP에 이어진 한국음악의 또 다른 열풍이라 할만하다. 최근 공개된 강릉 안동 목포의 홍보영상 또한 조회 수가 파죽지세다. 판소리의 변신이 가져온 결실이 그저 놀랍다. 홍보영상에 등장한 판소리는 이날치 밴드의 노래다. 젊은 뮤지션들이 의기투합(?)한 이 밴드는 지난해부터 판소리 <수궁가> 한 대목을 변화무쌍한 리듬으로 구성한 <내려온다>로 주목 받기 시작해 이미 유튜브를 장악했었다. 이날치 밴드의 이날치는 조선 후기의 8대 판소리 명창으로 꼽혔던 이날치 명창의 이름을 그대로 따온 것이다. 이날치 명창은 본래 이름이 경숙이었지만 날렵한 줄타기로 타고난 기예를 발휘해 날치라는 예명으로 더 널리 불렸다. 우연인지 의도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이날치 밴드의 판소리가 현대무용단 앰비규어스 댄스 컴퍼니의 춤을 만나 더 새로운 판을 만들었으니 소리와 줄타기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이날치 명창의 이름을 제대로 계승한 셈이 됐다. 사실 판소리의 현대적 해석은 그동안에도 다양한 방식으로 시도되어 왔다. 젊은 세대들의 창작판소리 도전이나 다른 장르와의 결합으로 새로운 옷을 입은 판소리 무대들이 모두 그러한 노력이다. 그중에는 판소리의 고장 전주에서 인디밴드들이 각자의 개성을 살려 판소리 눈 대목을 편곡해 발표했던 프로젝트 판팝(Pan Pop)이나 흥부가 한 대목을 비보이 춤으로 재해석해 발표했던 라스트 포원의 무대도 있다. 돌아보니 대중들의 관심을 더 이상 받지 못해 단발성으로 끝나고만 이들의 도전이 새삼 아쉽다. 지난 12일 전주에서 열린 전주대사습놀이 결선대회에서는 50대 소리꾼 김병혜씨가 마흔 여섯 번째 명창으로 이름을 올렸다. 힙합 판소리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판소리가 주목받는 이즈음 전통판소리의 맥을 지켜가는 소리꾼의 탄생은 또한 의미 있고 반갑다. 전통과 창조는 서로 다른 길이 아니다. 전통 판소리의 기반이 탄탄해야 창작의 영역도 더 새롭게 열린다. 전통판소리 계승에 관심을 더해야 하는 이유다. /김은정 선임기자
/삽화=권휘원 화백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서로 돕고 도우며 살아가는 공동체 정신이 강했다. 삼한시대 때부터 내려온 상호부조 목적의 계(契)를 비롯해 두레 향약 품앗이 등이 더불어 함께 사는 사회공동체를 형성해왔다. 근대에 들어서는 서구의 영향을 받아 조직된 YMCA와 YWCA 등이 사회봉사활동에 앞장서 왔고 1960년대 들어 적십자운동, 70년대 새마을운동, 80년대엔 아시안게임과 서울올림픽을 치르면서 자원봉사활동이 정착됐다. 1990년대에 들어선 자원봉사와 사회복지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전국적인 봉사단체가 결성돼 체계적인 지원활동을 펼쳤다. 이에 정부에서 1994년 4월 자원봉사 지원법을 제정하고 한국자원봉사단체 설립과 세계자원봉사자의 날 행사를 개최하는 등 자원봉사 활성화를 위한 정책적 지원에 나섰다. 전라북도에도 1997년 6월 전라북도자원봉사종합센터가 설립됐고 도내 시군지역에도 1998년부터 자원봉사센터가 조직되기 시작해 현재 14곳에서 운영 중이다. 자원봉사센터는 행정이나 제도적으로 충족할 수 없는 사회복지서비스를 지원해서 살기 좋은 지역공동체를 만들어가는 핵심기관으로 자리매김했다. 문제는 자원봉사의 개념이 자발적 의지로 어떠한 물질적 대가를 바라지 않고 공공의 편익과 복리증진을 위해 나서는 비영리적 사회활동임에도 사회통념을 뛰어넘는 보수를 받고 있다는 데 있다. 국회 김영배 의원이 행정안전부로부터 받은 국감 자료에 따르면 전북자원봉사센터장의 월 기본급이 665만 원으로, 연봉으로 치면 8000만 원에 달한다. 이는 전국 광역 자원봉사센터장 가운데 최고액이다. 수당이나 직책보조비 등을 포함하면 자원봉사센터장 연봉이 웬만한 공기업 기관장 수준이다. 반면 충북과 세종자원봉사센터장은 비상근에 무보수로 봉사하고 있고 광주광역시센터장은 월 기본급이 321만 원에 불과하다. 전북지역 시군 자원봉사센터장 중에선 진안군이 연 6300여만 원으로 도내 최고액을 기록했다. 반면 순창군 자원봉사센터장은 무보수로 봉사하면서 월 30만 원의 업무추진비만 받는다. 남원 임실 완주 자원봉사센터장은 기본급에 수당을 포함해 연간 3600만 원 정도 받고 있다. 행정안전부의 보수기준표에 따라 자치단체가 자율적으로 자원봉사센터장 급여를 책정하겠지만 형평성 문제와 함께 지나치게 과도한 측면도 제기된다. 어떤 대가나 보상 없이 봉사 활동에 나서는 대다수 자원봉사단원에게 상대적 박탈감이나 자괴감을 줄 수도 있다. 자원봉사센터장은 자원봉사라는 기본 정신을 되새겨봐야 할 때다. /권순택 논설위원
32년 전인 1988년 10월. 탈주범 지강헌 일당의 가정집 인질극이 TV로 전국에 생중계 됐다. 주동자인 그는 창문을 통해 피맺힌 목소리로 세상에 외쳤다. 유전무죄 무전유죄(有錢無罪 無錢有罪)다, 우리 법이 그렇다 며 울분에 가득차 있었다. 말 그대로 돈 있으면 무죄로 풀려 나지만, 돈 없으면 유죄로 처벌 받는 것을 빗대 한 말이다. 국민 80% 가량이 유전무죄 무전유죄에 동의한다는 조사결과도 나와 주목을 끌기도 했다. 그 사건 이후 사법부와 검찰에 대한 불신을 상징하는 의미로 이 말이 지금도 널리 회자되고 있다. 이와 유사한 사례로 재벌총수 봐주기용 35 법칙도 있다. 실형을 면하기 위한 통과의례로 1심과 항소심에서 각각 징역 3년과 집행유예 5년 판결을 통해 구속을 피하거나 감옥에서 석방 된다는 뜻이다. 진위 여부는 차치하고 내로라하는 재벌총수 대부분이 실제 이런 룰에 따른 법 집행으로 국민들의 의구심을 자아냈다. 한술 더 떠집사 변호사활동도 노골적이어서 따가운 눈총을 받은 건 물론이다. 교도소에 수감된 재벌이나 유력 정치인 등에게 자질구레한 심부름을 해주는 변호사 들이다. 얼마 전 이재용 삼성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수사와 관련해 초호화 변호인단이 화제가 됐다. 20개월 가까이 수사가 진행되면서 수사팀 일원에 대한 1대1 맞춤형 변호사가 선임됐다는 설이 파다했다. 무려 350명이 넘는 변호사가 총동원 되다시피 한 것이다. 그 중 전북출신으로 전주지법원장을 지낸 한 승씨와 법무연수원장 출신 김희관씨가 눈에 띈다. 판사들의 신망이 두터운 한 변호사는 이 부회장의 구속여부 갈림길에서 키 플레이어 역할을, 김 변호사는 수사 총책임자인 이성윤 중앙지검장과 전주고 동기다. 최근 국감자료에서 밝혀진 검찰의 무리한 수사기소 논란이 관심을 끌었다. 2016년 이후 올해 5월까지 구속됐다가 무죄로 풀려난 사람이 905명이나 된다. 해마다 평균 160명 이상이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다가 석방된 셈이다. 검찰이 과오를 인정한 경우는 14.4%이며, 이 중수사 미흡으로 판단한 것이 52.7%로 가장 많다. 이에 못지않게 강압수사도 여론의 관심에서 비켜갈 수가 없다. 1999년과 2000년 발생한 삼례 나라슈퍼 살인사건과 익산 약촌오거리 살인사건이 대표적이다.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들이 억울한 옥살이를 한 끝에 결국 진범이 잡혀 뜨거운 논쟁을 불러 일으켰다. 신체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은 한 사람의 인권을 짓밟는 행위나 마찬가지다. 법조계는 구속은 엄격한 요건에서 최소한의 필요에 의해서만 이뤄져야 하는데 남발하는 경향이 있다며 비뚤어진 수사관행에 일침을 놓았다. 수사 편의를 위한 구속에 대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개인 인권이 그 어느 때보다 중시되는 요즘이다. 시대착오적인구속영장 남발이 거론되는 현실이 마냥 안타까울 따름이다.
군산항에서 뱃길로 40여 분 걸리는 금강 하구 북서쪽에 위치한 섬 개야도(開也島). 아름다운 자연 경관과 함께 넉넉한 시골 인심으로 섬에 들어온 사람은 모두 잘 살게됐다고 전해지는 섬이다. 김 양식과 꽃게잡이로 생계를 이어가는 개야도는 어족자원이 고갈되면서 불야성을 이루던 옛 파시(波市 : 고기가 한창 잡힐 때 바다 위에서 열리는 생선 시장) 모습은 찾아볼 수 없고 선원 자리도 외국인 노동자가 채워가고 있다. 코로나19 이전 외국인 노동자가 220여 명에 달해 섬 사람 절반을 차지할 정도였다고 한다. 요즘 개야도는 6년 여 전 남태평양의 작은 섬나라 동티모르에서 일자리를 찾아 들어온 아폴리(본명 코레이아 아폴리나리오33) 씨의 인권착취 주장으로 풍비박산 났다. 뱃일을 하면서 밥 대신 초코파이를 먹고, 하루 15시간씩 중노동을 했지만 고작 190만원 수준의 월급을 받는 노예의 삶을 살았다고 국회 국정감사에서 증언했다. 쉬는 날도 없었고, 섬에서 자유롭게 나갈 수도 없었다고 호소했다. 개야도는 하루 아침에 인심 좋은 섬에서 후진국형 인권착취의 현장이 됐다. 개야도는 매년 8~9월부터 이듬해 3~4월께 까지 김 양식을 한다. 김 양식이 끝나면 4월부터는 두 달 정도 꽃게잡이 어업을 한다. 아폴리 씨는 김 양식장에서 일하기로 근로계약을 맺었다. 개야도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은 김 양식이 끝나면 할 일이 없다. 이 기간 휴가를 얻어 본국으로 돌아가거나 돈을 더 벌기 위해 꽃게잡이 일을 도와주고 월급을 받는다. 꽃게잡이는 김 양식보다 더 힘든 작업이라 월급에 수당까지 얹어준다고 한다. 동티모르인도네시아베트남스리랑카 노동자들을 고용하는 개야도의 사업주들은 무슬림이 피하는 음식까지 미리 알아볼 정도로 그들의 먹거리에 신경 쓴다고 한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삼겹살 파티를 하거나 돈까스 외식을 하고 숙소에서 맥주 파티를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모습들은 SNS에 사진으로 올려져 있다. 섬에서 자유롭게 나갈 수 없었다던 이들을 진료한 군산시내 병원장의 사실 확인도 있다. 인심 좋은 개야도가 인권착취의 현장으로 왜곡된 것은 코로나19와 무관하지 않다. 코로나19 여파로 외국인 노동자 구하기가 어려워지면서 꽃게잡이 어업을 위해 이들을 붙잡으려는 사업주들의 간절함도 컸을 것이다. 힘든 꽃게잡이를 그만 두고 개야도를 떠나고 싶은 외국인 노동자도 있었을 것이다. 지난 7월 인권단체의 방문 이후 40여 명의 외국인 노동자들이 아폴로 씨와 함께 개야도를 떠났다. 그러나 인권착취의 현장으로 왜곡된 개야도에 스스로 남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130여 명에 이른다. 개야도 주민들은 진실의 왜곡에 분개하고 있다. 정부 당국은 진실을 명명백백하게 가린 뒤 치유에도 신경써야 한다.
서서히 노란 국화꽃이 꽃망울을 터뜨리고 핏빛 꽃무릅이 피어 있지만 예전처럼 눈에 잘 안들어온다. 코로나19 때문에 이동제한으로 보며 가며 즐기는 사람이 적어졌기 때문이다. 한류열풍을 타고 그렇게 인산인해를 이뤘던 전주한옥마을은 한적하기 그지없다. 서울 명동 뒷골목처럼 날마다 어깨를 부딪칠 정도로 인파로 가득했던 태조로에 관광객이 급감 적막감이 나돈다. 언제부턴가 전주는 도청 앞 신시가지와 관광호텔 객리단길을 제외하고는 저녁 10시 이후에는 적막강산이다. 젊은 청춘들이 전남 자도주인 잎새주를 실컷 마시며 여수 오동도 밤바다 노래를 부르는 모습과 대조적이다. 굳이 부산갈매기를 외치는 해운대의 야경을 들먹일 것 조차 없다. 60 이후 나이드신 전주 시민들 조차 갈수록 전주가 생기를 잃어간다고 걱정한다. 젊은 청년층이 외지로 빠져 나가고 기존 중심시가지의 기능이 외곽으로 분산된 탓인지는 몰라도 예전 같은 기를 느낄 수 없다고 말한다. 전라감영이 복원돼 새로운 볼거리가 생겼지만 얼마만큼 그 역할을 할지 미지수다. 사실 전주에 전남북과 제주도를 관할하는 행정기관이 있었다는 게 자랑거리다. 그래서 지금부터 그 자존심을 되찾아 전주를 살기좋은 도시로 만들어야 한다. 지금 전주에 돈과 사람이 모이지 않으면서 묘한 병(?)만 생겼다. 그게 전주병인데 한마디로 무기력증이나 다름없다. 도전정신도 없고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부족한 것 같다. 너무 오랫동안 무력증에 빠져있다보니까 시민정신마저 안일하게 보인다. 왜 전주가 이렇게 됐을까. 원인은 정치적 소외에서 비롯됐지만 그보다는 특정정당 위주로 선출직을 뽑다보니까 역량이 부족한 사람들이 대표로 뽑힌 게 문제였다. 선거 때 만든 이너서클이 알게 모르게 시장을 움직이는 중심축으로 작용,경쟁관계가 아닌 끼리끼리 문화가 만들어지면서 지역이 속빈강정이 되었다. 여름철 덥다고 무작정 나무만 심는 게 능사가 아니다. 역전 구불길, 중앙동 길, 선미촌길, 전주완산서에서 완산교에 이르는 길을 뜯어 고친다는 게 오히려 잘못됐다. 도로는 혈관과 같아 반듯한 길을 돈 들여 뜯어 고치는 게 아니다. 슬로시티 건설은 기능회복과 재생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 한마디로 선거 때 이기려고 철저히 시민을 편가르기 한 게 잘못이다. 지금 전주시민은 날마다 같은 환경을 반복적으로 보니까 익숙해져 뭐가 문제인지를 모를 수 있다. 하지만 서울 등 외지에 사는 출향인사들은 객관적으로 전주를 바라보고 좋은 정보를 접하다보니까 아주 비관적으로 본다. 출향인사 중에는 경쟁속에서 노력해 성공한 사람이 많다. 하지만 지역에 오래 산 사람들은 바깥세상의 변화에 둔감한채 외골수로 흘러 우물안개구리 같은 사고를 한다. 환경단체들이 주장하는 전주천 수달 보호도 중요하지만 황방산 터널을 뚫는 게 시급하다. 전주감영 준공을 계기로 전주 자존심을 되찾아 전주가 변방이 아닌 중심도시로 발전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모두가 행동하는 양심이 됐으면 한다.
고창군민들이 자발적으로 동학농민혁명의 최고지도자 전봉준 장군의 동상 건립을 추진한다. 고창지역은 전봉준 장군의 출생지이자 동학농민혁명을 전국적으로 체계화시킨 무장기포지였지만 상징적 기념물이 없었다. 이에 고창군민과 유족회, 기념사업회가 중심이 돼 지난 7월 전봉준장군동상건립위원회를 발족하고 동상 건립기금 모금에 나섰다. 동상건립위원회는 오는 2022년 전봉준장군 탄생 제166주년을 맞아 기념행사와 함께 동상 제막식을 가질 계획이다. 일제의 침탈과 봉건지배 체제에 맞선 혁명가 전봉준 장군을 기리는 시설물은 정읍과 전주 서울 등 10여 곳에 있다. 전봉준 장군의 동상은 정읍 황토현전적지와 전주 덕진공원에 설치돼 있고 2년 전에 서울 종로에도 세워졌다. 하지만 정읍과 전주에 있는 전봉준 장군 동상은 지나치게 선비 같은 모습에다 민상투에 두루마기 차림이어서 농민 투쟁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게다가 1987년 정읍 황토현전적지에 세워진 동상은 친일작가 김경승 작품이어서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일본군에 의해 실패한 동학농민혁명군의 지도자상을 친일작가가 만든 것은 어불성설이기 때문이다. 이에 전봉준 장군을 상징할 만한 동상 건립이 역사학자 이이화씨 주도로 추진됐고 지금 서울 종로구 영풍문고 앞에 있다. 종로는 순창에서 관군에 체포된 전봉준 장군이 서울로 압송된 이후 구금돼 있다가 교수형을 당한 전옥서(典獄署) 터다. 약간 등 굽은 자세로 두 손을 바닥에 짚은 채 형형한 눈빛에 오른편으로 고개를 돌리고 있는 모습의 동상은 세상을 향해 분연히 일어설 기세로 보인다. 당시 재판을 받기 위해 들것에 실려 일본 영사관을 나서는 전봉준 장군의 모습을 생생하게 재현한 것이다. 고창 전봉준 장군 동상 건립사업에 군민들이 적극 동참하고 있다. 고창지역 종교여성농민단체 이장단협의회 등이 함께 나섰고 각계에서 모금운동에도 참여하고 있다. 지역 농협과 무장기포지인 공음지역 이장단도 성금을 기탁했다. 동상을 세우는 기념사업은 역사적 의미와 상징성을 잘 담아야 한다. 동상건립위원회 측도 전봉준 장군의 얼과 동학농민혁명의 시대적 의미를 담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동학농민군의 혁명정신과 항일 의병항쟁, 3.1 독립운동으로 이어지는 역사의식, 그리고 민족정기를 일깨우는 전봉준 장군 동상 건립이 되길 바란다.
규제 풀어야 현대차 새만금투자 성공한다
본말이 전도돼서야 되나
패배주의 극복
'전주스러움'에 대해 - 정명희
인생은 조금씩 익어가는 것이다
메세나와 문화로 모시기 제도 - 박병훈
지난해 FTA체결국과 무역흑자 511억불
간호사의 사회적 역할과 보건정책 방향
기초의원과 국회의원은 별개
오래된 다정함, 남문사잇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