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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집 거래 은행

정부가 지난 2017년 제정한 빈집 및 소규모 주택 정비에 관한 특례법에서는 빈집의 정의를 행정기관이 거주 또는 사용여부를 확인한 날로 부터 1년 이상 아무도 거주 사용하지 않는 주택을 빈집으로 규정하고 있다. 집은 자본주의 사회의 대표적 사유재산이지만 빈집이 되면 심각한 사회문제를 야기하면서 공공의 영역에서 다뤄야 할 사안이 된다. 집에 사람이 살지 않으면 건물의 훼손과 퇴락은 한층 빠르게 진행된다. 주변 경관과 위생을 해치고, 화재나 붕괴 위험도 커진다. 쓰레기 투기나 창문을 깨는 등 깨진 유리창의 법칙이 적용되는 대표적 사례가 된다. 빈집들이 장기간 방치되면 인근이 슬럼화되는 등 지역 공동체 이미지에 나쁜 영향을 준다. 범죄온상이 되기도 한다. 빈집으로 인한 피해는 근처에 거주하는 이웃이 고스란히 떠안는다. 범죄와 안전사고에 대한 위험 부담은 이사 갈 여력이 없는 이웃들의 몫이 되는 것이다. 국내의 빈집은 지난 2017년 통계청 조사 결과 126만 호로 전체 주택의 6.7%를 차지하고 있다. 도내 경우도 빈집은 매년 지속적으로 늘어 지난 2018년 8만6732호로 파악됐다. 전주시의 경우 빈집은 1961호로 파악되고 있다. 빈집의 가파른 증가세는 혁신도시 같은 신도시 개발 등 시군별 택지사업에 따른 주택 과잉공급 현상과 인구 유출 및 출산률 저하 등이 주요 원인이다. 특히 집주인이 고령으로 사망한 뒤 자녀 등 상속인이 집을 물려받아 거주하지 않고 방치하는 경우도 상당수에 이른다. 우리 보다 먼저 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일본은 이미 오래 전부터 빈집 문제가 사회 문제화 되고 있다. 우리의 빈집에 대한 사회적 고민이 일본의 전철을 그대로 밟아가고 있는 것이다. 일본의 대부분 지자체는 빈집 문제 해결을 위해 아키야 (空家) 뱅크라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빈집 관련 정보를 웹사이트에 올려 매수 매도를 도와주는 서비스다. 캐나다와 프랑스 등 일부 해외 선진국에서는 빈집 통제를 위해 빈집에 세금이나 벌금을 부과하는 빈집세를 시행중이다. 우리도 투기 대상으로 개발 예상지역 등지의 주택을 매입 후 장기간 집을 비워 두는 경우가 적지 않아 참고할 만한 제도로 보인다. 전주시가 도심 흉물로 방치되고 있는 빈집 정비를 위해 빈집 거래은행을 도입 운영한다고 밝혔다. 일본의 사례를 벤치마킹한 셈이다. 전주시는 빈집을 노후화 정도와 위해성 등을 고려해 5등급으로 분류, 거래를 활성화 시키는 한편 5개년 정비계획을 수립해 빈집 환경을 바꿔나갈 방침이다. 빈집을 매입해 철거한 곳은 쉼터나 텃밭 등 공유공간으로 조성해 나갈 계획이다. 빠른 고령화 등 원인으로 빈집은 수도권을 제외하고는 앞으로도 더욱 늘어날 게 뻔하다. 빈집 처리는 단순한 지방의 주거문제가 아니라 국가 경쟁력 차원에서 정부가 관심을 가져야 할 문제다.

  • 오피니언
  • 박인환
  • 2020.08.24 19:01

개미가 사라진 전주음식

전주는 예향의 고향이면서 맛의 본향이라고 알려져왔다. 하지만 예전의 명성이 차츰 사라져 그 위상이 흔들린다. 그 이유는 비빔밥과 콩나물 국밥 이외에는 별로 특색있는 음식이 없는데서 비롯된다. 비빔밥도 몇집을 제외하고는 소문난 것에 비해 가격만 비싸지 맛이 예전 같지 않다는 것. 콩나물국밥도 거의 화학조미료에 의존한 맛이 대부분이어서 예전에 느꼈던 그 감칠맛 나는 개미를 느낄 수 없다는 것. 예전에는 푸짐한 안주발이 넘쳐난 막걸리 집 때문에 전주를 많이 찾았지만 지금은 그렇지가 않다. 그 이유는 가격이 비싸 별로 전주를 찾을 이유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군산만 가더라도 전국적으로 소문난 해물 짬뽕집과 소고기 무우국이 있어 몇시간 줄서는 건 다반사로 여긴다. 이번 폭우 때에도 복성루 빈해원 한일옥 등은 줄서서 기다리는 손님들로 장사진을 쳤다. 그 정도가 되어야 맛집으로 손색이 없다. 하지만 전주는 음식의 본향이라고 하지만 줄서서 먹는 곳이 거의 없다. 번호표를 나눠 주는 중화산동 콩국수집 가본집이 있지만 한 두시간 정도 기다려야 번호를 탈 정도는 아니다. 군산이성당 단팥빵을 사려고 길다랗게 줄서는 풍경을 쉽게 보지만 전주는 그런 업소가 없다. 왜 전주음식이 하향평준화가 됐을까. 그건 전주경제와 직접적으로 상관관계가 있다. 음식은 현지인들이 어느정도 먹어줘야 입소문이 나면서 다른 지역에서 찾아오게 돼 있다. 80년대까지만해도 전주 경제가 괜찮았다. 팔복동 공단이 잘 돌아가고 기관에서 회식등을 자주하면서 한정식집과 일식집등이 호황을 이뤘다. 하지만 경제사정이 악화되면서 유명했던 음식점 손님이 줄기 시작하면서 폐업하는 업소가 늘어났다. 횟집의 경우 4명이 가면 4인분을 주문해야 하지만 기껏 2~3인분만 시켜놓고 돈 안되는 스끼다시만 요구해 남는 게 없다는 것. 음식점을 한 주인들은 빈곤의 악순환 마냥 안주만 죽이지 돈이 되지 않아 결국 폐업을 하게 된다고 토로한다. 업소들이 음식값을 자율적으로 책정하지만 소비력이 전반적으로 약해지면서 질까지 떨어졌다. 어느 정도 비싼 음식이 잘 팔려야 질도 높아지는데 장사가 잘 안돼 상당수 업소가 겨우 인건비 정도나 따먹는 실정이다. 이러다보니까 식자재값과 인건비는 치솟지만 그렇다고 가격을 맘대로 올리지 못해 더 힘들다는 것. 특히 코로나19 때문에 그나마 찾던 손님들의 발길이 줄어 음식점 운영이 더 어려워졌다고 볼멘소리를 한다. 관공서도 김영란법 때문에 예전같이 찾는 횟수가 줄어 이래저래 음식점만 죽어라 죽어라하고 있다는 것. 여기에 프랜차이즈 업소가 판쳐 향토음식점 운영하기가 더 힘들다는 것. 2~3세로 대를 이어가지만 그마저도 장사가 안돼 폐업하는 업소만 늘어간다. 전주음식맛을 지키고 되찾는 노력이 업주들만의 노력으로는 한계가 있다. 장명수 전 전북대 총장이 발품을 팔아 엮어낸 전라도 관찰사 밥상이란 책에서 그 해답을 구했으면 한다.

  • 오피니언
  • 백성일
  • 2020.08.23 16:12

모지스 할머니의 도전

애나 메리 로버트슨 모지스(1860년~1961년). 정감 넘치는 풍경화로 우리들에게도 꽤 익숙한 미국 출신 화가, 그랜마 모지스란 닉네임으로 더 널리 알려진 화가가 그다. 88세에 올해의 젊은 여성으로 선정되었고, 93세에 <타임>지 표지를 장식했으며 100세 되던 생일날에는 뉴욕시가 모지스 할머니의 날을 선포할 정도로 미국인들이 사랑했던 화가. 사람들은 정감 넘치는 독특한 화풍으로도 그렇지만 자신의 일상을 일기와도 같이 그림으로 그려내는 그의 성실한 작업에 열광했다. 그는 75세, 늦은 나이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늦깎이 화가였다. 뉴욕에서 태어난 그는 어린 시절, 농장에서 가정부로 일했다. 결혼 후에도 아내로, 엄마로 평범하게 살아왔던 그의 삶이 새롭게 바뀐 것은 70세가 넘어서다. 그가 관절염으로 바느질이나 자수 같은 일을 하기 어렵게 되자 딸은 엄마에게 화구를 사다주었다. 소일거리로 붓을 들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게 된 계기다. 직접 나무를 잘라 만든 목판 위에 그가 그려낸 그림들은 어린 시절 추억 속 풍경들. 그림을 배워 본적 없었지만 그가 그린 목가적 풍경들은 미국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우연히 그의 그림을 발견한 수집가 덕분에 농부 부인이 그린 그림이란 주제로 첫 전시회를 가진 이후 그는 화단과 대중들의 큰 관심을 모으는 화가가 됐다. 뉴욕을 비롯해 미국 국내는 물론 일본과 유럽의 화랑들이 앞 다투어 그를 초대했다. 생전에 그려 남긴 그림은 1600여 점. 100세 넘어서 그린 작품만 250점이란다. 모지스 할머니가 그린 크리스마스 카드가 1억장이 팔려나가고 83세에 그린 그림 <슈가링 오프>가 2006년 한 경매에서 120만 달러에 팔릴 정도였으니 인기가 얼마나 높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늘 높은 인기에 마음을 쓰지 않고 묵묵히 그림 그리는 일만 즐겼다는 모지스 할머니는 자서전에서 이렇게 이야기 한다. 삶이 내게 준 것들로 나는 최고의 삶을 만들었어요. 결국 삶이란 우리 스스로 만드는 것이니까요. 문득 주위를 돌아보니 은퇴 이후 노인 세대로 들어선 지인들이 많아졌다. 새로운 삶에 대한 적응과 도전보다는 인생의 변환기를 두려워하는 지인들이 적지 않다. 한결같이 이 나이에 뭘 할 수 있겠냐고 말한다. 너무 늦었다는 좌절감이 큰 탓일 터다. 모지스 할머니의 도전이 전해주는 메시지가 있다. 지금이 가장 좋은 때라는 것. 결국은 스스로의 선택이 답이겠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20.08.20 17:45

이탈리아의 코로나19 방역

지난 3월 초 전 세계 코로나19 팬데믹의 진원지로 지목된 이탈리아. 유럽의 우한으로 불리며 중국에 이어 세계 각국에 코로나바이러스 전파 경로로 떠올랐던 이탈리아가 강력한 통제와 방역을 통해 유럽에서 코로나19 방역 모범 국가로 반전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 연구팀이 지난 3월 세계보건기구(WHO)의 코로나19 팬데믹 선언 전 11주간 세계 각국에서 보고된 첫 확진 사례의 유입 경로를 분석한 결과, 이탈리아가 27%로 가장 많았다. 이어 중국 22%, 이란 11% 순이었다. 즉 전 세계 국가의 코로나19 확진자 4분의 1 정도가 이탈리아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다. 이탈리아는 지난 3월 초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신규 감염자가 하루 5000~6000명씩 급증하면서 전 세계에 팬더믹 공포를 초래했다. 그 여파로 유럽을 비롯해 전 세계 증시가 대폭락하는 사태를 맞기도 했다. 처음 코로나19에 대한 안이한 대책으로 초기 방역에 실패한 이탈리아는 세계 각국으로부터 원성과 비난을 받아야만 했다. 특히 이탈리아인이나 이탈리아를 경유한 사람도 세계 각국으로부터 입국을 거부당했고 또한 나라마다 자국민의 이탈리아 여행도 금지했다. 결국 뒤늦게 방역 대책에 나선 이탈리아 정부는 전 국민 6000만여 명에게 이동을 제한하는 레드 존을 발동했다. 모든 시민들이 외출을 하려면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규정을 어기면 벌금이나 3개월 징역에 처하는 강력한 방역대책을 실시했다. 그 결과, 6월부터는 하루 신규 확진자 수가 100~300명대로 줄어들었고 최근 신규 확진자도 대다수 해외에서 유입된 것으로 드러났다. 독일 프랑스 스페인 등이 하루 신규 확진자가 1000명을 넘어선 것과는 대조적이다. 한국은 지난 6월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이 평가한 코로나19 방역에서 OECD 33개 국가 가운데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최근 서울 사랑제일교회발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대구 신천지교회 사태에 이어 재유행이 크게 우려된다. 전광훈 목사는 정부의 방역지침을 무시하고 방역 방해행위를 서슴지 않고 있다. 한 사람의 비뚤어진 일탈 행위가 전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고 국가와 민생 경제에 심각한 피해를 초래하고 있다. 전 목사가 집회 현장에 내건 본 회퍼 목사의 미친 자에게 운전대를 맡길 수 없다는 문구처럼 한국 교회는 미친 자에게 교회를 맡겨선 안 된다. 정부도 전 목사와 사랑제일교회에 보다 강력한 대응책을 세워야 한다.

  • 오피니언
  • 권순택
  • 2020.08.19 17:06

‘주민소환’

김제 시민들이 뿔났다.동료의원 불륜스캔들로 전국 망신살을 뻗친 김제시의회 때문에 자존심이 상한 것이다. 전례가 드문 일이라 사태 투이를 지켜 보다가 마침내 칼을 빼들었다. 성 추문이 불거진 뒤에도 막장드라마를 연출했던 당사자 두 의원은 제명됐고, 늑장 대처로 오히려 화를 키운 온주현 의장을 상대로 주민소환(탄핵)을 추진하고 있다. 말 그대로 시민들 명예를 깎아 내린 책임을 직접 묻겠다는 강한 의지를 표출한 셈이다. 온 의장을 바라 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불륜 스캔들에 이어 후반기 의장선거를 둘러싼 의혹 때문이다. 주민소환 추진위는 의장이 불륜 사건이 공개돼 비난이 빗발치고 언론 표적이 됐음에도 신속한 징계를 하지 않아 사태를 악화시켰다면서후반기 의장선거 에서도 불륜 여성의원의 캐스팅보트 덕분에 1표 차로 당선된 것 아니냐며 책임론을 제기했다. 주민소환 절차는 온 의장 지역구(김제 나선거구) 유권자가 2만9000명 임을 감안할 때 5800명(20%)이 서명해야 가능하다. 이 소환투표가 2007년 시행된 이후 3차례 추진됐지만 모두 정족수 미달로 뜻을 이루지는 못했다. 결과야 어찌됐든 이번 주민소환 카드는 신선한 충격이다. 유권자가 결자해지에 나서 투표로 뽑힌 의원을 재평가 함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 일지도 모른다.지방의회 무용론이 계속 제기될 만큼 이들의 전횡은 끊이지 않고 있다. 이권인사개입은 물론 갑질성추문 등이 대표적이다. 오죽하면비리 온상으로 낙인 찍혀 정당공천 이라는 연결고리를 끊고자 시도했으나 번번이 무산됐다. 지방의회는 1991년 풀뿌리 민주주의가 부활하면서 무보수 명예직으로 출발했다. 초기엔 정치 신인들이 대거 등장해 의욕적인 활동으로 주민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 기초 의원으로 시작해 단체장을 거쳐 중견 정치인으로 거듭난 이도 적지 않다. 하지만 견제장치가 작동되지 못함으로써 권력집단으로 변질되고 2006년 유급제 이후엔 평균연봉 3858만원의직업인이 된 것이다. 일부 이지만 이들의 궤도이탈은 이미 선을 넘었다. 동료 의원을 성추행해 재판에 넘겨지거나 억대 도박에 휘말려 체면을 구기는 가 하면 음주운전과 해외연수 추태는 단골메뉴가 된 지 오래다. 심지어 골프채로 아내를 때려 죽이고 ATM기에 놓고 간 현금을 슬쩍 훔쳤다가 들통 난 시의장도 있다. 파렴치 범죄로 쇠고창을 차는 경우도 부쩍 늘었다. 2018년 지방선거 출마자 중 40%가 전과자다. 끝 모를 추락은 이뿐 아니다. 황제 의전요구에 공무원들은 만성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또 걸핏하면 감투 싸움과 밥그릇 챙기면서 벌이는 이전투구 양상은주민 대표자란 말이 무색할 지경이다. 자정능력을 상실하면 이번 김제시의회 처럼 유권자가 회초리를 들 수밖에 없다. 주민소환이 늘어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은 왜 일까.

  • 오피니언
  • 김영곤
  • 2020.08.18 19:08

쌀의 날

우리 민족의 주식인 쌀은 오래 전부터 단순한 식량 이상의 의미와 위상을 차지하고 있는 자원이다. 각종 제례(祭禮)에서도 가장 중요한 곡물이었다. 제사에 쓰는 떡, 술, 식혜 등 모든 음식의 주재료가 쌀이었다. 아울러 벼농사는 우리 농촌 공동체 그 자체였다. 일시에 많은 노동력이 필요한 모내기와 추수철 등에는 온 마을이 나서 공동작업을 펼쳤다. 쌀이 국가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대단했다. 쌀이 주곡으로 자리 잡은 고려시대 이후 모든 재화나 부(富)를 가늠하는 척도나 물가를 측정하는 잣대가 바로 쌀이었다. 천석꾼이니 만석꾼이니 하는 부자 호칭도 쌀이 기준이었다. 화폐 개념으로 통용되면서 쌀은 부동산 등의 거래에서나 급료 기준이 되기도 했다. 주곡이 쌀이었지만 그렇다고 아무나 아무 때나 배불리 먹을 수 있는 식량이 아니었다. 농지 부족과 생산성이 떨어져 쌀이 모자랐기 때문이다. 1960년대 이전 까지만 해도 농촌에서 식량이 떨어지는 봄철이면 해마다 보릿고개를 힘들게 넘겨야 했다. 1970년대 다수확 품종인 통일벼를 개발 보급하고, 영농기술을 발전시켜 쌀을 자급하기 전까지는 쌀 소비를 줄이기 위한 기발한 정책이 도입됐다. 모든 음식점에서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에는 쌀로 만든 음식을 못팔게 하는 무미일(無米日)을 시행하고, 혼분식을 강제해 학교에서 도시락을 검사하던 때가 196070년대 였다. 학생이 단속에 걸리면 학교장 까지 책임을 물어 인사조치하기도 했다. 쌀을 이용한 술 제조를 금지하고, 쌀밥이 비만과 성인병의 주요 원인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확산시킨 것도 이 때였다. 이같은 쌀의 위상이 크게 달라졌다. 경제 발전과 생활 수준 향상에 따라 식생활이 서구화 되면서 쌀 소비가 줄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해 우리 국민의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59.2㎏ 으로, 30년 전인 1989년의 121.4㎏의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다. 1인당 평균 하루에 먹는 쌀이 겨우 162.1g 에 불과하다. 오늘(18일)이 쌀의 소비를 촉진하고, 우리 쌀의 가치를 널리 알리기 위해 농림축산식품부가 2015년 제정한 쌀의 날이다. 쌀을 뜻하는 한자인 쌀 미(米)자를 파자(破字)하면 여덟 팔(八)자, 열 십(十)자, 여덟 팔(八)자로 풀이되는 점에 착안해 8월18일을 택했다. 쌀 한톨을 생산하려면 모판에서부터 추수 까지 농삿군의 손길이 88번 필요하다는 의미가 담겨있기도 하다. 현재 우리의 주곡 자급률은 겨우 22.5%에 그치고 있다. 쌀을 제외한 주요 곡물은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날로 심각해져 가고 있는 지구의 기후위기에 대비하고, 세계 각국이 식량의 무기화를 앞세우고 있는 시점에서 식량 안보 차원에서도 쌀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쌀의 날이 국민들에게 다시 한번 쌀의 가치와 소중함을 되새기고, 안정적인 소비확대로 쌀 재배 농가들을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 오피니언
  • 박인환
  • 2020.08.17 16:20

낡은 공간의 변신과 이벤트

적의 에너지와 맞서 싸우기보다는 그것을 받아들여 새롭게 활용한 것이 우리의 전략이다. 거대한 산과 같은 벽돌건물의 물리적인 힘을 부수거나 축소시키지 않고 그대로 인정하면서 의외의 방향으로 새롭게 받아들이고 싶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관객들이 찾아오는 미술관의 하나로 우뚝 선 영국 런던의 테이트 모던 미술관을 설계한 스위스 출신 젊은 건축가 자크 헤르조그와 피에르 드 므롱이 들려준 이야기다. 20년 이상 방치되었던 화력발전소의 변신은 놀라웠다. 2000년에 문을 연 이 미술관에는 개관 첫해에만 관람객 500만 명이 몰렸다. 당초 예상했던 관람객을 훨씬 뛰어넘는 이 유쾌한 행렬은 오래된 건축물이 미술관으로 재기(?)하는데에서 그치지 않았다. 미술관 앞을 지나는 템즈강 남쪽 슬럼가가 살아나면서 쇠퇴해가던 도시도 활기를 되찾은 것이다. 사실 19세기 산업화를 주도했던 영국은 도시재생의 모범적인 나라로 꼽힌다. 문화와 공간을 중심에 세워 도시재생을 성공시킨 사례가 워낙 많기 때문이다. 주목해야할 것이 있다. 이들 성공한 프로젝트 대부분이 치밀하고 미래지향적인 전략을 바탕에 두고 있다는 사실이다. 테이트 모던 만해도 영국 정부가 추진했던 밀레니엄 프로젝트 사업 중 하나였다. 밀레니엄 프로젝트는 대처수상의 뒤를 이은 존 메이저 수상이 1995년 영국의 화려한 부활을 예고하며 선언한 도시 정책 프로젝트다. 세계 관광객들을 끌어 모은 그리니치빌리지 밀레니엄 돔 , 세계의 최대 회전 그네인 런던아이, 템즈강의 보행자 전용다리인 밀레니엄 브릿지, 그리고 낙후된 템즈강 남부의 재활성화가 이 프로젝트의 주요 사업이었다. 밀레니엄 프로젝트의 가장 성공적인 테이트 모던 역시 어느 날 갑자기 생겨난 것이 아니라 오랜 연구 끝에 만들어진 도시정책의 전략이었던 것이다. 우리나라의 오래된 도시들도 도시재생이 한창이다. 그 중심에는 낡고 방치되어 있던 건축물들을 도시 동력의 새로운 통로로 만드는 사업이 놓여 있다. 실제로 이미 새로운 쓰임을 얻어 도시를 알리는 공간들도 적지 않다. 그런데 아쉽게도 이들 공간들이 주목받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도시마다 성공한 사례로 내세우는 재생 공간들의 획일적인 쓰임 때문이다. 우리 지역 공간들도 예외가 아니다. 도시의 역사성과 특성을 고민해 담아내기 보다는 쓰임의 외형적 변신에만 급급한 공간들이 늘고 있다. 낡은 공간의 가치를 새롭게 발견하는 일을 이벤트 정도로나 여기는 현실이 안타깝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20.08.13 19:03

아베에 경종 울린 도쿄신문

오는 15일 광복 75주년을 앞두고 일본 내 진보언론인 도쿄신문이 아베 정부와 일본 사회에 식민지배에 대한 반성을 촉구하는 논평을 내 한국에서 큰 관심을 끌고 있다. 도쿄신문은 지난 11일 자에 게재한 전후 75주년 특별 사설에서 남의 발을 밟은 사람은 밟힌 사람의 아픔을 모른다며 강제징용과 위안부 문제 등을 부정하는 아베 정부와 국민들에게 자성을 촉구했다. 사설은 첫머리에서 역사에 어두운 부분이 있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오히려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는 건 그 나라의 도의적 입장을 강하게 만든다는 구리야마 다카카즈 전 외무차관의 월간지 기고 내용을 인용했다. 이어 어느 나라의 역사에도 빛과 그림자가 교차하지만 일본에서는 빛만 골라서 말하는 경향이 심해지고 있다고 꼬집고 일본은 (한국을 탓하기에 앞서) 먼저 역사에 겸허해질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실례로 사설은 군함도(軍艦島)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와 관련한 일본 정부의 약속 파기 논란을 거론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 2015년 군함도를 비롯해 메이지(明治) 일본 산업혁명 유산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을 당시 한국 정부의 요구와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권고에 따라 강제로 끌려왔던 한반도 출신자들의 존재를 인정하고 이들을 기리기 위한 조치를 하겠다고 약속했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올해 초 도쿄도에 개관한 산업유산정보센터에 약속했던 것과 달리 강제징용을 부정하는 섬 주민의 증언 및 자료를 전시해 일본 내에서조차 역사 왜곡이란 비판이 일었다. 사설은 이와 관련 최근 한일관계에선 일면적(한쪽으로 치우침)인 역사관이 현저하다면서 한반도 식민지배 계기가 된 러일전쟁에 대해 아베 총리가 식민지 지배하에 있던 많은 아시아와 아프리카 사람들에게 용기를 줬다고 언급한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우리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판결과 관련해서도 일본 정부가 협정을 이유로 뿌리치기 전에 당시 고통에 공감하는 자세를 보여줬다면 상황은 달라졌을지도 모른다고 전했다. 과거 식민지배에 대한 일본의 진정한 반성 없인 실타래처럼 꼬인 한일관계의 매듭을 풀기는 어렵다. 역사 앞에 겸손해야 한다는 도쿄신문의 충고를 아베 총리는 귓등으로 흘려보내선 안 된다. 빌리 브란트 전 서독 총리는 지난 1970년 폴란드를 방문했을 때 나치에 의해 희생당한 유대인 위령탑 앞에서 무릎을 꿇고 사죄했다. 독일은 지금도 과거의 잘못에 대해 끊임없이 반성하고 있다. 반성 없는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

  • 오피니언
  • 권순택
  • 2020.08.12 17:16

‘함께해요 전북은행’

JB금융지주가 상반기 순이익 1882억원을 달성했다는 최근 언론 보도가 눈에 띈다. 전년 대비 7.8% 줄어든 실적이지만 코로나 사태를 감안하면 나름 선방했다는 자체 평가도 덧붙였다. 아울러 JB우리캐피탈도 548억원의 순이익을 내는 등 은행과 비은행 자회사 모두 뚜렷한 성장세를 이뤘다고 때아닌 홍보전에 열을 올렸다. 고마워요 50년, 함께해요 100년JB전북은행이 지난해 창립 50주년에 내걸었던 슬로건이다. 이 문구처럼 한결같이 은행을 애용해 준 고객들이 정말 고마웠는지, 아니면 그에 걸맞는 사회적 책임은 다했는지 깊은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지나 온 50년 고객 사랑으로 성장해 왔지만, 앞으로 100년도 함께 할 것인지 고객들 선택이 자못 궁금해진다. 2011년 자산 10조원 시대 개막과 함께 전북은행은 글로벌 금융기업으로 도약을 꿈꿨다. 2013년 JB금융지주 설립을 통해 JB우리캐피탈과 JB자산운용에 이어 광주은행까지 품에 안으며 몸집을 키워 나갔다. 2016년에는 캄보디아 프놈펜상업은행을 인수함으로써 지방은행으론 첫 해외진출의 이정표를 세운 바 있다. 이처럼 공격적인 경영 마인드에 비해 고객서비스 반응은 다소 아쉽다.비 올 때 우산을 뺏어간다고 볼멘소리가 많다. 불가항력적인 요인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신용등급이 떨어지면 돈을 못 빌리는 것은 물론 기존 대출이자까지 덤터기 쓴다. VIP 고객대접은 옛말이고 신용평가에만 의존한 채 퇴짜 놓기 일쑤다. 전북은행은 지난 5월 금융소비자연맹이 발표한좋은 은행평가서 전국 18개 은행 중 16위에 머무는 불명예를 안았다. 긴급재난금 대출 때도 구설에 올랐다. 정부의 눈치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안내문자를 발송했지만 한 푼이라도 아쉬운 서민들은 좌절했다. 문자 그대로 비상 상황의긴급대출 인데도 여전히 신용등급의 벽에 막혔다. 주변에 비빌 언덕이 없는 이들에겐 해주는 척 시늉만 하는 은행 측이 야속하기만 하다. 지금도 도내 가계대출 60% 가까운 서민들이 이자가 비싼 제2금융권을 이용하며 힘겨운 삶을 버텨내고 있다. 디지털 뱅킹시대 갈수록 은행 갈 일이 줄어 든다. 스마트폰 앱과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통해 어지간한 은행 업무는 해결한다. 최첨단 시스템 경쟁이 불을 뿜으면서 은행의 설 자리는 점차 좁아지게 마련이다. 은행도 군살빼기 일환으로 인력감축과 점포축소를 진행한 지가 꽤나 됐다. 코로나언택트이후 이런 움직임은 더욱 속도를 낼 전망이다. 돼지저금통 안고 은행을 찾던 아련한 추억과 함께 고객사랑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요즘이다. 문화장학사업은 물론 사회복지 나눔행사를 통해 이웃사랑 실천에도 앞장서고 있다. 하지만 금융서비스 에서도 고객 사랑을 받은 만큼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때다. 외부실적 홍보에만 치중할 때가 아니다.전북은행, 함께해요 100년

  • 오피니언
  • 김영곤
  • 2020.08.11 16:29

임시공휴일

우리나라의 법정 공휴일제는 대통령령인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에 따른다. 일요일과 국경일을 비롯 1월1일, 설날, 석가탄신일, 어린이날, 현충일, 추석, 성탄절, 보궐선거를 제외한 각종 선거 투표일을 공휴일로 정하고 있다. 공휴일로 지정했다가 정부 방침으로 바뀐 국경일과 기념일도 있다. 식목일(4월5일)은 2006년부터 공휴일에서 제외됐고, 제헌절(7월17일)은 2008년 쉬지 않는 국경일로 바뀌었으며, 한글날(10월9일)은 1991년 까지는 공휴일이었다가 공휴일이 너무 많다는 여론에 따라 쉬지 않는 국경일로 지정된 뒤 2013년부터 다시 공휴일로 지정되는 곡절을 겪기도 했다. UN데이(국제연합일, 10월24일)도 1975년 까지 법정 공휴일로 지켜졌지만 1976년 북한이 UN 산하기구에 가입하자 박정희 정권이 이에 대한 항의 표시로 공휴일 지정을 폐쇄했다. 법정 공휴일 이외에도 정부는 필요에 따라 국무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임시공휴일을 시행하고 있다. 첫 임시공휴일은 1962년 4월19일 이었다. 1961년 군사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박정희 정권이 집권의 정당성 확보를 노려 이듬해 4.19 혁명 기념일을 공휴일로 지정한 것이다. 이후 임시공휴일은 이제까지 모두 60차례 있었다. 그 가운데 이색적인 임시공휴일도 있었다. 1969년 7월21일 미국 아폴로11호의 역사적인 달 착륙을 기념해 이 날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했으며, 우리나라 주최로 최초 올림픽이 열린 1988년 9월17일과 한국 축구팀이 4강을 차지한 2002년 한일 월드컵의 폐막 다음날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해 응원에 지친 국민들에게 하루 휴식을 취하라며 선심을 쓰기도 했다. 정부가 다음 주 월요일(17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면서 토요일인 광복절(15일)부터 사흘동안 연휴가 이어지게 됐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지친 의료진과 국민들에게 휴식권을 보장하고, 침체된 내수경기에 도움을 주기 위한 조치라는 정부 설명이다. 계속되는 장마 비로 여름휴가를 망친 직장인들에게는 아쉬움을 해소할 좋은 기회가 될 성 싶다. 그러나 이같은 임시공휴일 지정에도 소외되는 계층이 적지 않은 현실이 심각한 우리 사회 양극화의 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현행 근로기준법 상 임시공휴일 적용은 300인 이상 기업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다. 300인 미만이나 자영업의 경우는 유급휴일이 의무가 아니고 권고대상일 뿐이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소속 기업 300곳을 대상으로 이번 임시공휴일 휴무 여부를 조사해 지난 주 밝힌 결과에 따르면 확실하게 쉰다고 응답한 기업은 28%에 불과했다. 2015년과 2016년 지정된 임시공휴일에도 중소기업 60%이상이 쉬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임시공휴일에 쉬지 못하는 근로자들은 상대적 박탈감만 커질 수 밖에 없다. 휴식이 가장 절실한 이들이 공평한 혜택을 누리기는 커녕 자신의 처지를 되새겨보며 한숨짓는 하루가 되지 않을까 싶다.

  • 오피니언
  • 박인환
  • 2020.08.10 16:57

살려야 할 원팀정신

전북하면 새만금사업이 쉽게 떠오를 정도로 30년 가까이 전북 대표사업으로 각인되었다. MB때 삼성에서 투자한다고해서 큰 기대를 걸었으나 대도민 사기극으로 끝나 결국 전북은 닭 쫓던 개 지붕쳐다보는 꼴이 되었다. 사실 새만금사업이 당초 계획했던 것에 비해 개발기간이 늘어짐에 따라 분양은 물론 투자유치가 제대로 안되고 있다. 국가백년먹거리를 창출할 수 있다고 홍보하지만 그걸 그대로 믿는 도민들이 거의 없다. 그만큼 국가가 신뢰를 주지 못한 탓이 크다. 새만금사업이 추진 기간에 비해 개발이 더디다보니까 중국 상해 푸동지구에 비해 경쟁력이 뒤처져 해외자본 유치도 안되고 있다. 국책사업으로 추진한 새만금사업이 전북의 희망임에는 분명하지만 아웃풋(output)이 발생하지 않아 전북경제를 견인하지 못하고 있다. 해마다 국가예산 확보철만 닥치면 도나 전북 국회의원들이 새만금관련예산을 확보하느라 진땀을 뺐다. 다행히 문재인 정부들어 해마다 1조원 이상의 예산을 확보해서 동서와 남북간 간선도로와 새만금~전주간 고속도로 건설이 한창 진행중이다. 문제는 항상 새만금사업비 확보 때문에 다른 사업비를 제때 확보하지 못했다. 전북도도 산간부를 이루는 전라선 통과지역과 평야부에 해당한 호남선 통과지역간에 지역균형발전이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나 용담댐이 건설돼 도민 절반 가량이 안정적으로 식수를 공급받은 것은 천만 다행이었다. 지금까지 전북에서 추진한 사업중 용담댐건설사업 만큼 잘한 사업이 없었다. 누가 뭐래도 강현욱 전지사의 공이 컸다. 이 사업이 이뤄지지 않았으면 지금도 전주를 비롯 익산 군산이 여름철만 닥치면 상수원 확보로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다. 장차 정읍시도 용담댐 물이 공급된다면 옥정호 상수원을 해제해서 종합수상관광지로 개발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문제는 전북도가 정읍시와 협력해서 용담댐 물이 공급되도록 도움을 줘야 한다. 그렇게 되면 상수원 보호구역 해제로 임실군과 정읍시가 옥정호를 개발해 또다른 관광지로 거듭날 것이다. 전북도 다른 시도처럼 대규모 지역개발사업을 추진해야 한다. 부안과 고창 주민들이 찬성하는 부창대교건설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 새만금사업이 상당히 진척돼가고 있어 지금이 이 사업을 추진할 적기다. 부창대교가 건설되면 부안권과 고창권이 하나의 관광권으로 발전해 갈 수 있다. 민주당 일색인 전북의원들이 힘을 모으면 이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다시는 도민들이 김제공항건설을 중단시킨 우(愚)를 범해선 안된다. 지금까지 전북에서 가장 잘못한 일은 김제공항건설중단이었다. 이 사업이 제대로 추진됐으면 새만금에 공항을 만들 것도 없이 전북의 하늘길이 활짝 열려 지역발전이 앞당겨졌을 것이다. 도내 국회의원들이 민주당 도당위원장 선출 때문에 원팀정신이 깨졌지만 부창대교 건설사업에 힘을 합치면 다시 원팀을 복원할 수 있다. 전북은 정치권의 세력이 작아 원팀으로 뭉치지 않고 각개약진하면 발전할 수 없다.

  • 오피니언
  • 백성일
  • 2020.08.09 16:42

낯선 것에 대한 경계와 왜곡

10여 년 전, 스위스의 바젤을 들른 적이 있다. 바젤은 라인강을 사이에 두고 있는 시가지 그 어디를 가나 고풍스럽고 아름다웠다. 스위스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과 20개 가까운 박물관, 고딕양식의 대성당 등 역사 깊은 공간들 덕분이다. 그런데 바젤을 아름다운 도시로 기억하게 된 특별한 이유는 따로 있다. 시가지를 답사하던 날, 자전거를 탄 청년들을 만났다. 자전거에 삼각형 깃발을 꽂고 줄지어 달리던 청년들은 바젤을 안내 해주던 지인의 친구들이었다. 덕분에 인사를 나누게 되었는데 알고 보니 그들은 바젤의 시의원들이었다. 20대 청년들이 여러 명 의회에 입성한 것도 그렇지만 일상적으로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니며 시민들을 만나고 토론하면서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을 찾아내는 열정이 놀라웠다. 바젤을 떠올릴 때면 지금도 티셔츠와 반바지 차림으로 거리를 누비던 자전거 탄 젊은 시의원 일행이 먼저 생각난다. 그만큼 그들의 모습은 신선하고 아름다웠다. 지난해 말, 서른네 살 세계 최연소 나이로 총리가 되어 화제가 됐던 핀란드의 산나 마린 총리가 결혼식을 올렸다는 소식이다. 이런 저런 사적 이야기가 함께 쏟아지지만 주목을 모으는 것은 따로 있다. 코로나 사태를 훌륭하게 해결해낸 마린 총리에 대한 평가다. 핀란드는 노르웨이 스웨덴 덴마크 등 북유럽 4개국 중 코로나 피해가 가장 적다. 선별진료, 사회적 거리두기, 마스크 공급 등 정부가 코로나 상황에 잘 대처한 덕분이다. 그런데 쏟아져 나온 기사 대부분이 코로나를 잘 해결해냈다는 평가를 전하면서 최연소 총리임에도~를 전제한다. 의외(?)의 성과라는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 경험하지 못한 것들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과 쓸데없는 우려는 이런 경우에도 어김없이 끼어든다. 요 며칠, 정의당 류호정 의원의 원피스 복장이 화제다. 밝은 색 발랄한 원피스를 입은 국회의원은 지금까지의 국회 풍경으로 보자면 낯설긴 하다. 그러나 이즈음의 논란은 낯설어서 화제가 되는 수준을 넘어선다. 돌아보면 2003년에도 유시민 개혁국민정당 의원이 티셔츠에 흰색 면바지(통칭 빽바지)를 입고 본회의장에 참석해 논란이 됐다. 당시 한나라당 의원들의 항의가 워낙 거세 그는 끝내 의원 선서도 하지 못했다. 17년이 지난 지금도 달라진 것은 없다. 원피스 입은 류의원 사진 기사에 붙은 혐오 댓글들은 청년과 여성에 대한 성적 비하를 가리지 않는다. 경험하지 못한 것들에 대한 경계와 왜곡이 더 깊어졌다는 증거다. /김은정 선임기자

  • 오피니언
  • 김은정
  • 2020.08.06 17:09

사설탐정 합법화

소설에 심취했던 청소년 시절, 누구나 한 번 쯤은 탐정물에 흠뻑 빠져들었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일상적인 사소한 단서를 실마리로 예리한 관찰과 논리적인 추리를 통해 해법을 찾아가는 탐정 이야기는 책을 한 번 잡으면 놓기 힘들게 할 만큼 흥미진진하다. 사설탐정하면 떠오르는 대명사가 영국 작가 아서 코넌 도일(18891930)이 창조한 탐정 셜록 홈즈다. 셜록 홈즈는 코넌 도일의 첫 작품 주홍색 연구에 처음 등장한 이래 1927년 까지 장편 4편과 단편 56편에서 주인공으로 활약했다. 셜록 홈즈 시리즈물은 영화나 TV드라마, 애니메이션, 뮤지컬등 여러 작품으로 리메이크됐다. 1994년에는 일본의 탐정 추리만화 명탐정 코난이 누적 판매부수 2억부를 넘기면서 청소년들의 인기를 끌기도 했다. 현재 대부분의 해외 선진국들은 사건의 해결 기여도를 인정해 사설탐정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가운데 우리나라를 제외한 모든 회원국들이 사설탐정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1850년 세계 최초로 사설탐정 제도를 도입한 미국을 비롯 일본, 독일, 영국에서 각각 2만6만여명의 사설탐정이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사설탐정들은 개인 문제에 대한 조사 뿐 아니라 보험사기 적발, 기술 유출 추적, 기업 인수 합병(M&A)을 위한 자료 수집 등 전문 분야에 까지 활동 범위를 넓히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신용정보법에 따라 탐정 업무는 물론 탐정이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것도 금지해 왔다. 그러나 2018년 6월 헌번재판소가 사생활등 개별법을 침해하지 않는 탐정 업무는 가능하다고 판시함에 따라 국회가 지난 2월 신용정보법에서 탐정업 금지조항을 삭제하면서 탐정업이 합법적으로 가능해졌다. 개정법안이 6개월의 유예기간을 거쳐 어제(5일)부터 시행돼 우리나라에서도 사설탐정 사무소 개업이 공식적으로 가능해진 것이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는 사설탐정업이 불법으로 규정되면서 심부름센터나 흥신소 같은 업소가 고객 의뢰를 받아 사건, 사고, 정보 등을 조사해 왔다. 배우자의 불륜증거를 찾는 등 불법행위로 사회문제화 되기도 했다. 이들 업체가 합법화되면 국가가 인정하는 민간조사업체를 통해 보다 양질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 그러나 탐정업 합법화에 따른 우려도 적지 않다. 지나친 개인 사생활 침해나 도청 감시 등 불법활동을 통해 취득한 개인정보 유출 등의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검증을 거치지 않은 사설탐정 사무소나 민간 자격증 남발 같은 폐해를 막기 위한 공인 탐정법 같은 입법적 뒷받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박인환 논설고문

  • 오피니언
  • 박인환
  • 2020.08.05 15:02

‘3일 천하’ 반전드라마

이상직 국회의원 이상직의 반전드라마가3일 천하로 끝났다. 민주당 차기 도당위원장 후보로 지난 27일 단독 등록하고 30일 전격 사퇴했다. 예측불허 돌발 변수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종착역은 어느 정도 예고된 수순 이었다. 대반전의 시작은 지난 25일 주말 전후로 추정된다. 후보 선출을 둘러싼 이상직김성주 의원의 팽팽한 기싸움이 이 때를 기점으로 이 의원쪽으로 무게추가 기울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상황이 돌변 했는지 궁금증을 자아냈다. 이 의원의 단독 출마로 뜨거웠던 후보선출 문제가 마무리 되자 선거 분위기는 일순 맥이 빠졌다. 뭔가 찜찜하고 이상하리만치 개운치가 않았다. 애초 총선 직후만 해도이상직 도당위원장은 떼어 놓은 당상이었다. 이 때 김성주 의원이 경선 불사를 외치며 출사표를 던짐으로써 2파전 구도가 형성된 것이다. 이후 3개월 이상 이상직김성주 의원을 놓고 의원들이 장고를 거듭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다.원팀정신의 합의추대 원칙만 재확인 했을 뿐이다. 그런 가운데 후보등록 당일 김 의원의 갑작스런 하차 소식에 뒤통수를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끝까지 출마강행 의사를 굽히지 않았던 그가 하룻밤새 뜻을 접었다. 원팀정신을 훼손하지 않겠다는아름다운 양보로 포장 됐지만 이를 액면 그대로 믿기가 쉽지 않았다. 과정을 복기하면 더욱 그러했다. 후보 등록일이 다가오자 의원들이 막바지 후보 단일화를 시도했다. 지난 2021일 서울서 모여 이 문제를 집중 논의했지만 뚜렷한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추대가 아닌 경선으로 어느 정도 가닥을 잡았다. 실제 이때부터 각 캠프도 경선 준비에 들어갔다고 한다. 주변에선원팀정신의 기조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이런 상황에서이상직 단일후보가 급조된 셈이다. 극적인 깜짝카드가 나온 직후 한병도 의원 중재설이 모락모락 피어 올랐다. 한 의원 이야말로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내며 문재인 정부에선 전북 최고 실세로 꼽혀왔다. 더구나 그는 이번 전당대회 최고위원에 도전하며 전북 의원들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를 뒷받침 하듯 이상직 의원도 28일 도의회 회견에서 한 의원과 이 문제를 상의했고, 최고위원에 도전하는 그를 중심으로원팀정신을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할 수 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원팀정신 훼손은 선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김 의원 입장에서도 당시 불출마 결정은밑지는 장사가 아니라는 게 중론이다. 끝까지 경선을 관철시켜 승자가 된다 해도원팀정신 훼손이라는 원죄에서 비껴갈 수가 없다. 이럴 바에야 혼전 상황에서 흔쾌히 양보함으로써 이미지 관리뿐 아니라댓가도 기대해 봄직한 승부수 였다는 평가다. 그렇지만 합의 추대가 아니었기에 결국은원팀정신도 훼손되고, 반전드라마 해피엔딩도 볼 수 없었던 것은 아닐까. /김영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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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곤
  • 2020.08.04 16:36

국가지질공원

지질공원이란 개념이 우리에게 알려진 것은 불과 10년 남짓밖에 되지 않는다. 지난 2010년 제주도가 우리나라 최초로 세계지질공원으로 등재되면서부터 국내에서도 지질공원에 관심을 갖게 됐다. 이어 2011년 우리나라에도 국가지질공원제도가 처음 도입되었고 현재는 국가지질공원 13곳과 세계지질공원 3곳을 보유하고 있다. 지질공원은 단순히 지질을 다루는 것만이 아니라 지질유산의 보전과 교육 및 관광 분야에 적용해서 지역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도모하며 생물고고역사문화 등을 망라해 지역주민들이 관리하는 개념이다. 국가지질공원은 지난 2012년 제주도와 울릉도독도가 최초로 국가지질공원 인증을 받은 이후 2013년 부산, 2014년 무등산권 청송 강원평화지역 등 3곳, 2015년 한탄강임진강, 2017년 전북 서해안권 경북 동해안 강원 고생대 등 3곳, 2019년 진안무주 백령대청 등 2곳이 지정받았다. 지난달엔 충북 여천리 돌리네와 고수동굴 도담삼봉 등 단양 지질공원이 국가지질공원으로 선정됐다. 세계지질공원은 2010년 한라산 만장굴 주상절리대 천지연폭포 등을 포함한 제주도에 이어 2017년 청송, 2018년 무등산권 등 3곳이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등재됐다. 전북지역은 부안 채석강과 적벽강, 고창 갯벌 운곡습지 고인돌군 등 서해안권 520.3㎢와 마이산 구봉산 운일암반일암 용추폭포 천일폭포 금강 벼룻길 등 진안무주 1154.62㎢가 국가지질공원으로 등재됐다. 여기에 지난해 신청한 군산 산북동 공룡발자국화석지와 고군산군도 9개 섬 지역이 지난달 국가지질공원 인증 후보지로 선정됐다. 고군산군도는 9000만 년 전, 선캄브리아기 화산 활동으로 형성된 60여 개 섬으로 이뤄졌고 이중 천연기념물 제501호인 말도 습곡구조와 선유도 망주봉 무녀도 쥐똥섬 등이 포함됐다. 전북도와 군산시는 오는 2022년 국가지질공원 인증 목표로 준비 중이다. 특히 2017년 국가지질공원으로 등재된 부안고창 서해안권은 세계지질공원 인증에 도전한다. 지난해 환경부로부터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신청 자격이 주어지는 국내 후보지로 선정됨에 따라 지질조사 연구용역 등을 통해 내년에 도전장을 낼 계획이다. 부안고창 서해안권과 고군산군도가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과 국가지질공원으로 등재되면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지질명소로서 생태문화 지질탐방 관광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권순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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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순택
  • 2020.08.03 16:03

표생표사(票生票死)

중국 모택동은 권력은 총부리에서 나온다고 했다. 공산주의 체제하에서는 군을 장악한 사람이 권력을 장악하기 때문에 그렇다. 반대로 민주주의 국가는 국민주권체제라서 선거를 통해 권력을 획득한다. 바로 권력이 표에서 나온다는 뜻이다. 선거에서 승리해야 권력을 장악하고 정통성을 확보할 수 있다. 표에서 권력이 나오므로 한표라도 더 얻으려고 난리법석을 떤다. 지난 1995년부터 단체장 선거가 시작되면서 관선시대의 종말을 고했다. 지사를 비롯 시장 군수를 주민들이 직접 뽑기 때문에 그만큼 단체장의 권한이 세졌다. 과거 관선때와는 비할바가 아닐 정도로 단체장의 권력이 강해졌다. 예산을 편성하고 직원들의 인사권을 직접 쥐고 있어 가히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해왔다. 특별한 흠결이 없는 한 3연임 12년간 하는 게 일반화됐다. 자칫 공직자들이 단체장 한테 미운털 박혔다가는 아예 공직을 그만두거나 한직에 머무를 각오가 돼 있어야 한다. 민선시대로 접어들면서 공직은 물론 지역사회의 풍속도가 많이 변했다. 지방자치가 부활되면서 리더그룹의 변화가 생겼다. 관선시대에 시장 군수한테 영향력을 행사해오던 유지그룹이 쇠락하면서 지방의원이 새로운 실력자로 떠올랐다. 과거에는 유지들이 단체장의 자문역 정도에 그쳤지만 민선시대로 접어들면서부터는 지방의원들이 단체장을 견제하고 감시하는 역할이 법적으로 보장돼 새로운 파워그룹이 됐다. 생활자치라고 하지만 제도의 틀속에서 집행부 한테 감놔라 배놔라 할 정도로 상전이 되었다. 정당공천제가 실시되면서 정서상 전북은 민주당이 권력을 장악해 누가 더 권리당원을 많이 확보하느냐 그 여부에 따라 권력이 판가름 난다. 무소속이나 민주당적이 아닌 단체장도 있지만 대부분은 민주당 소속이다. 통상 민주당 단체장 후보 결정은 권리당원 50% 시민여론 50%를 합산해서 결정하기 때문에 누가 더 권리당원을 많이 확보하느냐가 관건이다.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권리당원 주가가 치솟는다. 권리당원이 권력을 만드는 주체로 작용하기 때문에 존재감이 강화된다. 사실 단체장이 권리당원 지지로 권력을 잡았기 때문에 지역사회에서 이들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정보와 예산을 쥔 단체장이 이들을 우군으로 관리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같은 편이면서 동지적 관계로 가기 때문에 이쪽에 끼지 못하면 거의 국물도 없다. 이 때문에 권리당원을 많이 만들어주는 사람이 실력자면서보이지 않는 손역할을 한다. 그러나 때로는 악어와 악어새 관계처럼 공생관계를 형성한 것이 낭패를 볼때도 있다. 지역에서 자영업자나 건설업자들이 이 카테고리안에 못 끼면 수의계약 한건도 못한다. 단체장과의 관계를 어떻게 맺느냐에 따라 사업성패가 갈린다. 선거가 가까워지면 권리당원 확보와 유지 때문에 실탄이 그래서 많이 들어 간다. 표로 죽고 사는 선출직은 말 많고 까다로운 화이트 칼라 보다는 블루 칼라를 더 선호한다. 블루칼라쪽이 가성비가 높기 때문이다.

  • 오피니언
  • 백성일
  • 2020.08.02 16:07

‘반구대 암각화’의 수난

1970년 12월 24일, 문명대 교수가 이끄는 동국대 박물관 조사단이 선사시대의 암각화가 새겨진 암벽을 발견했다. 울산 울주군 일대의 불교유적을 조사하는 과정에서였다. 국보 147호로 지정된 울주군 천전리 각석이다. 그리고 1년 뒤 문 교수는 또 다른 암각화가 새겨져 있다는 반구대 답사에 나섰다. 천전리에서 대곡천을 따라 하류로 내려오다 만나는 반구대 아래쪽의 바위들. 조사단의 눈앞에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다. 늑대와 사슴, 호랑이와 표범, 사람과 고래 등 무려 300여개에 이르는 그림이 바위에 새겨져 있었던 것이다. 신석기 시대부터 청동기 시대에 이르는 암각화의 존재. 12월 25일, 크리스마스에 발견되었다하여 크리스마스의 선물이라고도 불리는 국보 285호 반구대 암각화다. 세계에서도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걸작으로 꼽히는 선사시대의 유산 반구대 암각화가 또다시 물에 잠겼다. 며칠째 이어지고 있는 장맛비 때문이다. 암각화가 물에 잠기는 것은 악재 중에서도 악재다. 특히 반구대 암각화의 경우는 1965년 하류지역에 사연댐이 조성되면서 해마다 댐 수위가 올라가는 7~8개월 동안 물에 잠겨 있는 등 노출과 침수를 반복하면서 이미 치명적인 훼손의 위험에 놓여 있는 상황이었다. 그나마 그 형체를 확인할 수 있는 그림은 300여개 중 20여개 뿐. 암각화 대부분이 눈으로는 식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희미해졌다. 더 이상 반구대 암각화를 물에 잠기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경고가 더 절박해진 이유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에 반구대 암각화 보존을 위한 국민청원이 올라왔다. 같은 내용으로만 벌써 일곱 번째 청원이다. 반구대 암각화의 보존 문제가 예나 지금이나 해결된 것이 없다는 증거일터다. 여러해 전, 문화재청이 반구대 암각화 태스크포스를 꾸려 보존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계획도 무산된 모양이다. 들여다보니 눈에 띄는 또 다른 움직임이 있다. 반구대 암각화의 세계문화유산 등재 추진이다. 이미 2010년 세계문화유산 잠정목록에 등재되어 있는 상태이니 지난해부터서야 본격화된 정식 등재 추진은 오히려 때늦은 감이 없지 않다. 그런데 궁금해지는 것이 있다. 사연댐 완공 이후 50년 넘도록 훼손이 지속되고 있는 반구대 암각화의 보존을 위한 구체적인 대책 없이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하는 일은 과연 온당한 일인가. 앞뒤 순서가 바뀐 형국을 보니 우리에게 기적처럼 찾아온 수천 년 전의 문화유산 반구대 암각화의 수난이 더 안타깝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20.07.30 17:27

아베 사죄상

소녀상 앞에 무릎 꿇은 남성 조형물 하나가 국내외적으로 뜨거운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 한국자생식물원에 있는 영원한 속죄(A heartfelt apology永遠の贖罪)라고 이름 붙은 이 조형물이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를 형상화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찬반 논쟁이 뜨겁다. 일본에선 정부와 정치권 언론까지 나서서 강력히 반발하는 등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사실이라면 한일 관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직격했다. 일본 언론과 정치권도 강제징용 문제 등 한일 관계가 악화된 가운데 조형물이 공개된다면 양국 간 새로운 불씨가 될 것이라며 한국 정부는 신속하게 조형물을 철거해야 한다고 밝혔다. 일본 측의 격한 반응에 우리 외교부는 정부와 무관한 민간 차원의 행사라며 진화에 나섰다. 이어 정부로서는 외국 지도급 인사들에 대한 국제 예양(禮讓)이라는 측면을 함께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민간 차원이지만 외국 정상에 대한 외교적 예우는 필요하다는 입장을 우회적으로 표명한 것이다. 한일간 논란의 이슈가 된 이 조형물은 나무 그루터기에 앉아있는 위안부 소녀상 앞에 양복을 입은 한 남성이 무릎을 꿇고 엎드려 사죄하는 모습을 형상화한 작품이다. 조형물을 만든 왕광현 조각가는 위안부 할머니들이 합당하게 받았어야 할 속죄를 작품으로나마 표현했다면서 일본이 진심 어린 사죄를 통해 새롭게 거듭나기를 희망한다고 전했다. 그는 경기 파주 임진각의 평화누리공원에 설치된 평화의 발을 제작하기도 했다. 논란이 증폭되자 한국자생식물원 측은 다음 달 10일 일반인에 공개할 예정인 영원한 속죄상 제막식을 취소했다. 사비를 들여 조형물을 제작한 김창렬 한국자생식물원 원장은 절하는 남성이 누구라고 특정하지는 않았다며 일본 총리든 정치인이든 책임있는 사람이 사죄하는 모습을 보고싶은 마음이라고 해명했다. 사죄하는 남성 조형물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일제 강제징용 배상 판결, 수출규제 조치 등으로 꼬여 있는 한일 관계에 새로운 악재로 작용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과거 국가의 잘못에 대한 사죄나 반성이 없는 일본의 용렬한 행태가 변하지 않고서는 한일 관계의 정상화는 요원하다.

  • 오피니언
  • 권순택
  • 2020.07.29 18:28

남원 정가 ‘이상 기류’

춘향골 남원에 드리워졌던 먹구름이 서서히 걷히고 있다. 모처럼 만에 반가운 소식이다. 최근 정부와 여당은 지난 2018년 폐교된 서남대 의대를 활용해 공공의료대학원을 설립, 2024년 개교하기로 확정했다. 공공보건의료 인력의 필요성은 코로나를 겪으면서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을 성 싶다. 지난 4월 총선에서도 이 문제가 최대 이슈였다. 그간 사업 추진을 목말라 했던 지역주민 입장에선 숨통이 트인 것이다. 이와 더불어 20대 국회서 폐기됐던 관련 법안 국회 처리도 관심사다. 보건복지위 역학관계 따라 통과 가능성은 한층 높아졌다. 민주당이 언제든지 통과시킬 수 있는 의석이 확보된 데다 지역출신 이용호 의원과 여당간사 김성주 의원이 버티고 있다. 지난 2018년 지역발전의 한 축을 담당했던 서남대가 폐교 됨에 따라 남원은 거센 후폭풍에 시달려야 했다. 직격탄을 맞은 학교 주변 상가와 원룸촌은 쑥대밭이 되다시피 했다. 교직원 200여 명과 재학생 800여 명이 북적이던 대학가도 유령 도시처럼 변해 버렸다. 한술 더 떠 최근에는 코로나까지 덮쳐 겨우 명맥을 잇던 관광산업마저 생계를 걱정할 만큼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 이런 절망스런 상황에서 공공의료대학원 설립은 한가닥 희망을 갖게 한다. 이에 반해 정치권 앞날은 안개 국면이다. 이달 초 민주당 남원임실순창 지역위원장 직무대행에 이환주 남원시장이 전격 임명됐다. 현역 시장이 지역위원장에 임명된 경우는 전례가 없는 일이다. 이 때문에 지역정가에 미치는 충격파도 예상보다 큰 편이다. 당초 후보로 등록한 이강래박희승 전현직 위원장은 탈락했다. 지난 총선 전부터 둘 사이 감정대립이 여전한 가운데 한 명을 선택하기가 쉽지 않은 듯 하다. 일부선 이 시장의 조기 등판을 둘러싸고 단순 땜질용이 아닌 차기총선 포석으로 풀이한다. 그도 그럴것이 단체장 3선 연임제한 때문에 그의 총선 출마설이 오래전부터 꾸준히 나돌았다. 현역 이용호 의원이 선거법 위반으로 고발된 상태여서 더욱 주목을 받아온 게 사실이다. 뜻밖의 임명으로 짜여진 정치구도 탓에 뒷말이 무성하다. 어찌 됐건 지금 상황은 이환주 시장이 차기 총선판에 뛰어든 모양새다. 지역정가에서도 그의 출마를 기정사실화 하려는 분위기다. 그렇지만 2년 후 총선 대진표를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이 시장 한테는 금배지도 중요하지만 3선 시장의 책무와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차대한 시기다. 지역발전의 쌍두마차 남원시장과 국회의원이 상대 당 후보로 거론되는 것조차 백해무익한 일이다. 무엇보다 공공의대 설립이 침체된 지역경제의 탈출구이긴 하지만 의사협회 반발 등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정부에서 구체적인 스케줄까지 제시한 마당에 이를 뒷받침하는 시민들의 단합된 모습이 긴요한 때이다. 한 치의 소홀함도 허용할 수 없는 까닭이다.

  • 오피니언
  • 김영곤
  • 2020.07.28 16:42

천정부지 치솟는 금값

금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아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지난 주말인 24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상품거래소에서 8월 인도분 금값은 전날 보다 온스(금의 경우 1트로이온스는 31.1035g=8.294돈)당 0.4%, 7.5달러 오른 1897.50달러 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2011년 8월 유럽 재정위기 당시 세워진 온스 당 1891.90달러의 종전 최고치 기록을 넘어선 것이다. 올해들어 상승한 가격 폭만도 이미 25%에 달한다. 국내 금시장 역시 최고치를 갈아 치우고 있다. 24일 한국 금거래소(KRX) 금 시장에서 1㎏ 짜리 현물의 1g당 가격은 전 거래일 보다 1.94% 오른 7만3940원에 거래되며 역대 최고가격을 넘어섰다. 이를 통상 통용되는 1돈(3.75g)기준 반지로 계산하면 27만7275원에 달해 실제 소비자들이 살 때는 30만원 넘게 지불해야 한다. 예전 돌잔치 선물하면 단연 금반지였다. 이젠 더 이상 부담없이 주고 받을 수 있는 선물이 아니게 됐다. 국제 금값이 이처럼 폭등세를 보이는 이유는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확산세가 이어지면서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금 수요 증가가 주요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여기에 각국이 경제를 살리기 위해 돈 풀기에 나서면서 늘어난 유동성과 달러 약세 현상및 저금리도 금값 오름세를 일으킨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최근 미국과 중국의 영사관 폐쇄로 빚어진 갈등 고조도 안전자산인 금 수요를 부추긴 돌발 사태로 보고 있다. 과거 금값이 오를 때는 반지나 열쇠거북이 같은 장신구기념품 같은 형태로 금을 보유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런 디자인이나 의미 보다는 중량순도를 따지는 추세다. 새로운 금테크 방법은 밀레니얼 세대가 이끌고 있다. 증권시장에 익숙한 젊은 층들이 금을 투자대상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환금성이 좋은 99.99%의 골드바를 구매하는가 하면 금 적금에 들기도 한다. 골드뱅킹과 펀드도 여전히 선호하는 방법이다. 금값 형성의 또 다른 변수는 전 세계 매장 총량이다. 한국 금거래소가 지난해 공개한 전 세계 금 보유 총량은 17만8000톤인데, 매장량 총계는 7만7000톤에 불과하다. 매년 채굴되는 금 총량이 25003000톤 가량 추산되는데, 이를 단순 계산할 경우 전 세계 금 채굴가능 연한은 앞으로 2530년 가량이다. 금은 다른 자원과 달리 생산을 늘리려는 의지가 있어도 원활한 공급이 불가능한 공급 제한성을 지니고 있다. 금화가 나오기 전부터 화폐로도 사용돼 현재까지 화폐가치의 기준이 되고 있는 배경이기도 하다. 미국 뱅크오브아메리카는 금값이 온스 당 30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 속에 각국이 경쟁적으로 돈을 풀면서 빚어지고 있는 금값 상승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 오피니언
  • 박인환
  • 2020.07.27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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